비밀의 숲 S1.16
(창준) 나한텐 믿음이 있어
이 건물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는 믿음
수호자와 범죄자
법복과 수인복
우린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단죄 내려야 할 부류들과 다르다는 믿음
(계장) 검사님!
우병준이라는 사람 어제 출국했답니다
타이베이요, 대만
(시목) 인터폴에 적색 수배 요청하십시오
대만 한국 대표부에도 통보하고
현지로 수사관 파견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리모컨 조작음]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윤범) 내 딸 보내 놓고 돈 빼돌린 것도 모자라서
은행장 불러다 놓고 사위가 장인 수익금에 눈독을 들여?
내 모를 줄 알았나?
모르실 리가 있겠습니까?
(윤범) 자네 무슨 꿍꿍이속이야?
영은수, 아버님 짓이죠?
[어이없는 웃음]
(윤범) 에이, 헛소리도 정도껏 해야지 이 사람아
(창준) 아버님이 우 실장한테 지시하셨고
외국에 보내셨죠?
생각보다 이 서방 비열하네
이거였어
(윤범) 날 살인 교사로 협박해서 왕창 뜯어내려고?
아, 범인 잡힌 지가 언젠데
그놈하고 난 일면식도 없어
영은수는
그 범인 짓이 아닙니다
무슨 근거로?
접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무슨 소리야?
(창준) 박무성
김가영
제가 했습니다
체포된 범인은 칼날일 뿐
손잡이는 제가 잡았습니다
왜?
곧 알려드리죠
자, 전 다 말씀드렸고
아버님도 솔직해지시죠
아, 난 모르는 일이야
이 서방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꽤 오래인데
(윤범) 우리 왜 이렇게 됐나? [휴대전화 착신 알림음]
그만 가야겠네요
안녕히 계시죠
[통화 종료음]
[인터폰 조작음]
이창준 명의로 된 계좌 전부 동결시키고
인출 막으라고 해, 당장
(창준) 양반은 못 되겠어
제 얘기를 하고 계셨습니까?
생각을 하고 있었지
생각 말고 직접 뵙죠
[긴장되는 음악]
(계장) 아, 잠깐만요
검사님, 수사관 누가 가나요?
(시목) 한여진 경위하고 장건 형사요
(계장) 예
(시목) 우병준 어제 대만으로 갔답니다
현지에 공조 요청해 놨으니까
장 형사랑 두 분이 직접 가서 체포하십시오
그리고 윤 과장 배후의 공범은 이창준입니다 [사이렌이 울린다]
지금 만나러 가니까 장소 찍어드릴게요
[휴대전화 문자 수신음]
홍제동
(여진) 이창준 수석 위치 추적 좀 해 주세요
(창준) 한조그룹에서 사람들 오면
내 방에 절대 들여보내지 마
(경호원) 예
(우 실장) 죄송합니다
집 앞에서 정면으로 마주쳐서...
가뜩이나 황 검사 집 앞에서 영...
[윤범의 힘주는 신음]
당장 어디든 나가!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오지 마
감사합니다, 회장님
(윤범) 그리고 이것도!
없애 버려, 흔적 남기지 말고
[윤범의 거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거친 숨을 내뱉는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문이 달칵 여닫힌다]
한일은행에 이창준 수석 개인 금고가 있다는데 어떡할까요?
은행장한테 보잔다고 하고
(윤범) 이창준이 당장 내 앞에 데려와
[타이어 마찰음]
[의미심장한 음악]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장 형사) 이창준 그, 무악재로 이동 중인 거로 나오는데요?
(여진) 그럼 홍제동으로 가는 게 맞네?
(장 형사) 경위님 어디세요?
지금, 끊어 봐 내가 위치 보내 줄게
장 형사한테 현재 위치 보내 줘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아니, 공범인 거 들통난 사람이
왜 순순히 자기 위치를 알려 주지?
(여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가속음]
[의미심장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통화 연결음]
어떻게 됐어?
(비서) 청와대 정문 통과가 안 됩니다
회장님 존함을 댔는데도...
차량 추적을 하든 뭘 하든!
당장 끌고 와
[숨을 후 내뱉는다]
(창준) 생각보다 빨리 왔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는데
[어두운 음악]
묻고 싶은 게 많을 텐데?
윤 과장을 사주해서
박무성 죽였습니까?
그래
김가영도 상해했습니까?
그래
영은수는요?
여기까지 온 건
그게 누구 짓인지 알아서 아닌가?
(시목) 뭘 위해서였습니까?
(창준) 네가 그랬지?
내가 박무성한테 협박을 받고
여자 입도 막으려고 했다고
그게 아니었다는 거 이제 압니다
뿌리쳤어야 했는데
(창준) 하청 한번 받게 해 달라고 매달리는 박 사장을
내쳤어야 했는데
박무성을
한조물류에 직접
소개시켰습니까?
사업 일으키려고 애쓰는 사람
굳이 박대할 이유가 없었어
(창준) 한조물류는 계열사 중에 가장 주목받지 못한 데였으니까
소개시켜 줘도 큰 여파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
불법 증여에 이용될 회사라는 거 몰랐으니까요
몰랐어
주목 못 받은 게 아니라
안 받도록 작업 중이라는 걸
후회돼
그 딱 한 가지가
단 한 번의 판단 착오가
그거 때문에...
너라면
후회할 일을 만들었을까?
왜 여기서 보자고 한 겁니까?
[어두운 음악]
날이 참 좋아
(창준) 수갑을 차고
수형 번호를 가슴에 달고
이리저리 끌려다니겠지
(창준) 후배 검사들한테 추궁받으면서
그런 거 많이 봤어
이상하지?
내 앞에서 조사받던 사내들
정수리가 많이들 휑했어
지금 그게 왜 생각날까?
저하고 같이 가시죠
패잔병이 돼서
포로로 끌려다니느냐
전장에서 사라지느냐
선배님
선배님?
듣기 참 좋네
좀 천천히 오지
[의미심장한 효과음]
정말 수석님이 범인이라고 황시목이 그랬어?
[여진의 짧은 비명]
[무거운 음악]
(여진) 정신 차려요, 위에 누가 있어
내가 갈 테니까 여기 좀 지켜요
할 수 있죠?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여진) 홍제동 재개발 3구역
인왕초등학교 뒤에 응급차 지금 보내주세요
사람 떨어졌어요
[동재의 놀란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수, 수석, 수, 수석님
(동재) 수석님, 수석님!
수석님!
[권총을 철컥거린다]
[권총을 철컥 장전한다]
황 검사님?
(동재)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수석님!
[동재의 다급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동재) [떨리는 목소리로] 수, 수, 수석님
[창준의 옅은 신음] 정신 차려요!
- (동재) 수석님! - (창준) 너는
아직
[힘겨운 목소리로] 기회가 있어
[차분한 음악]
동재야
(창준) 너는
이 길로 오지 마
[창준의 헐떡이는 신음]
수...
[떨리는 목소리로] 수, 수석, 수석, 수석님...
[동재의 힘겨운 신음]
두 손 다 들어요
천천히 돌아서요
밀었습니까?
[사진이 사락 떨어진다]
[경찰이 무전기로 송신한다]
(팀장) 자, 기자들 몰려올 거 같으니까 확실히 정리하고
(형사) 예, 알겠습니다, 가자고
(장 형사) 저지할 새도 없이 뛰어내렸다는데요?
그 전에 공범 혐의 인정했고요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팀장) 자살 확실해?
위에서 몸싸움이 있었거나 뭐, 그런 거 아니야?
(장 형사) 아이, 그 전에 한 경위님이 봤대요
(팀장) 아, 그건 아래에서 봤댔지
위에는 둘만 있었다며 [사이렌이 울린다]
아이, 황 검사가 일부러 밀었다는 게 아니라
뭐, 잡으러 쫓아와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뭐 실수로라도 뭐...
(박 순경) 아, 저기 서 검사도 봤다는데요?
(비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신 듯합니다
회사에 누가 나와 있어?
의전 팀에선 장례 준비 들어갔고
(비서) 기획 조정실하고 홍보 팀 모두 비상 대기 상태입니다
임원들 부를까요?
언론부터 잡아
이창준이는 검사 시절부터 많은 비리를 저질렀고
그 비리를 덮기 위해 검찰 내에 심복을 심어 뒀어
(윤범) 그 심복을 이용해서
서부지검 스폰서였던 박무성을 죽였고
(비서) 예?
(윤범) 이창준이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자살했다고
보도 자료 올려
기자들 소설 쓰기 전에
(비서) 알겠습니다, 회장님
[문이 달칵 여닫힌다]
못난 놈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자기 팔자가 그런 걸
그런 걸 어쩌겠어
[어두운 음악]
[지퍼 백을 부스럭 내려놓는다]
[검사장과 시목의 한숨]
(검사장) 검사로선 하고 싶지 그렇지만...
시목아
나 이 자리 놓치고 싶지 않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검사장의 한숨]
(2부장) 진짜입니까?
우리 검사장님
아니, 저기 이창준 수석 뉴스
(시목) 사망하셨습니다
[부장들의 한숨] (2부장) 그럼 다른 것도?
윤 과장이랑 같이 그러다 자살했다는 것도?
(시목) 네
사실입니다
[부장들의 한숨]
[옅은 한숨]
시작합니까?
(검사장) 해야지
하자
지금부터
한조그룹이 저지른 불법 행위를
일자별로 정리한 파일을 나눠 드릴 겁니다
[긴장되는 음악] (시목) 약 2년 전부터 발췌한 것들이고
같이 드린 USB는
(시목) 해당 행위를 위해 가졌던
비밀 모임을 녹취한 음성 파일입니다
(4부장) 이거 어디서 난 거야?
(5부장) 내 건 한조그룹이 아닌데?
(검사장) 각 지검 인사 청탁이나
총장님 관련된 것도 있어 한조랑 상관없이
[5부장의 한숨]
(2부장) 이거 어느 선까지 보고된 겁니까?
(시목) 지금 여기 계신 분들까지입니다 오늘 처음 공개되는 거고요
지식 재산권 침해 부동산 불법 매각
편법 증여, 세금 탈루 외환 관리법 위반
저희 형사 1부에서 5부까지의 관할 업무가 총망라돼 있습니다
(검사장) 한조를 도와서 법망을 피하게 한 공무원
정치인들도 있어
죽겠지?
[5부장의 난처한 한숨]
(4부장) 왜 죽습니까?
얘네들이 죽어야지
(검사장) 그래, 모 아니면 도야
완전히 쳐서 압살을 시키느냐
섣불리 건드렸다가 우리가 죽느냐
[5부장의 한숨]
(시목) 부탁드리겠습니다
[2부장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여진) 공범 이창준
다 자백하고 투신했어요
별로 안 놀라네요?
둘이 벌써 오간 얘기가 있었나 보죠?
이창준이 알려 줬어요?
(여진) 우병준이 영 검사 범인이라고?
그래서 입 다물었어요?
우병준을 밝혔다간 이창준이 알려 준 거까지 들통나니까?
이창준이 우병준에 대해서 더 알려준 건요?
대만 어디에 있다든가
거기로 갔다는 거 외에는 모릅니다
(여진) 특임 동안
우리 참 바보 천치 같았죠?
범인 잡겠다고 막 돌아다니고 와서는
'윤 과장님, 윤 과장님' 했으니
한심했겠다
특히 나랑 장 형사는
특임 하면서
처음이었습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숨 쉬는 거 같았어요
[차분한 음악]
[옅은 한숨]
당신 자식 난도질한 인간이 숨 쉬는 거 같다고 하더라고
박무성 씨 어머니한테 전해드릴까요?
(여진) 아니면 김가영 엄마?
우리나라에
억울하게 자식 잃은 부모
[울먹이며] 너무 많아
그 사람들이 다 칼부림하나?
당신은 그 사람들도 같이 찌른 거야
어떻게든 제대로 극복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당신이 다 도매급으로 넘겼어
숨 쉬는 거 같아?
[여진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살인 행각을 벌이던 고 이창준 수석 비서관이 [어두운 음악]
(기자1) 체포 직전 자살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수석이 남긴 녹취 파일이 누출돼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기자2) 밀실 거래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배신을 막기 위해
백업용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비밀 파일은
검경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던 이 수석이 자살한 후에
검찰이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2) 이 파일을 근거로 검찰은 오늘 새벽
한조와 더반그룹에 대한 압수 수색에 들어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에 연루된
고위 정치인 명단도 함께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팀장) 서 형사
너는 2팀이랑 합류해서 저축 은행
장 형사하고 한 경위는 버스 회사
고추장, 넌 나랑 금감원으로 간다
수사 전에 매스컴부터 탔어
시간 우리 편 아니니까 빨리들 움직여
- (장 형사) 네 - (여진) 네
[휴대전화 진동음]
(여진) 네
외교부요?
공문 떨어졌어요?
네
장 형사님
살인범 잡으러 갑시다 [장 형사가 손가락을 딱 튕긴다]
(상욱) 난 모른다니까!
[전화기 버튼을 꾹꾹 누른다]
검사장실인데요, 지금 틀어주세요
(검사장) 인천지검에 세풍운수 재판 관련해서 지시한 적이 없으시다고요?
(상욱) 야, 강원철이
너 검사장 달자마자 변호사 개업하고 싶어?
윤 과장이라는 놈 불러와 나랑 대면하자고
(시목) 그 전에
다른 대면 들어 보시죠
[스피커 잡음]
(스피커 속 창준) 예, 배 의원님, 오랜만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스피커 속 상욱) 범인 잡혔다며?
(스피커 속 창준) 예
후암동 사건 불똥이 결국 의원님한테까지 튀네요
(스피커 속 상욱) 무슨 소리야, 나랑 무관해
[스피커 속 창준의 웃음]
(스피커 속 창준) 지금 저한테
[상욱의 난처한 숨소리] 체면 세우실 때가 아니실 텐데요
범인이 이미 다 불지 않았겠습니까
의원님 이름 나오는 거는 시간문제일 거고요
(스피커 속 상욱) 그래서?
방책이 있으니까 나한테 연락했을 거 아니야?
(스피커 속 창준) 제가 해 드릴 게 있을 겁니다 [상욱의 한숨]
(스피커 속 상욱) 시간 되나, 지금?
[휴대전화 진동음]
(여진) 외교부에서 방금 연락 왔어요
우병준이 자식 꼭 국산 콩밥 먹게 할 테니까
우리만 믿고 기다려요 검사님도 파이팅
(시목) 부탁합니다
[카메라 셔터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아, 전
대한민국 GDP의 30%를 책임져 온 사람입니다, 30%
평생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데 헌신했고
(윤범) 아시겠지만
이 땅의 수백만 젊은이들을 일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근데 그것을 죄라 하고
지탄의 사유로 삼는
오늘날 반기업 정서에 저 같은 기업인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저는 그 결과가 무엇이 될지 매우 두렵습니다
(윤범)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 집단 한풀이에 취해서
21세기 선진국 대열에서 추락할까
두렵습니다
아, 저 이윤범은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검사들이 날 법리 해석상 옭아맬 수 있을진 몰라도!
난 대한민국 거대한 역사 앞에서
무죄입니다
(일재) 젖먹이 아이도 부끄러움을 아는데
[카메라 셔터음]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
(일재) 넌 사람을 죽이고도 사람이 되지 못했구나
아, 우리
아, 전 장관님께서
(윤범) 온정신이 아니실 만하지만
전 장관님 따님 죽음과 절대 아무런 상관도...
네 사위!
[어두운 음악] 이창준이 말이야
네가 죽였어
[카메라 셔터음]
[기자들이 일재에게 질문한다]
(기자3) 생전에 이창준 수석한테 비밀 녹취를 지시하셨나요?
(기자2) 영 검사 살해 용의자가
한조그룹 직원인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3)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자2) 회장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회장님, 회장님, 회장님!
- (기자4) 한 말씀 해 주시죠 - (기자3) 한 말씀 해 주시죠
(앵커) 한조그룹 이윤범 회장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구속 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윤범 회장의 장녀이자
고 이창준 수석 비서관의 부인인 이연재 씨가
불법 증여 된 재산을 장학 재단에 기부한 것에 대해
검찰은 세금 탈루의 법망을 피해 가려는 편법인지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음 실시간 속보입니다
[카메라 셔터음]
(앵커) 2주 전 서부지검 영은수 검사를 살해하고
대만으로 도주한 용의자가
현지로 파견된 우리나라 경찰에 체포돼
현재 이송 중입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옆에 타고 오면서 내내 물었는데 절대 한조 회장은 아니래요
끝까지 자기 혼자 한 짓이래요 [전화벨이 울린다]
아이씨...
계속 부인하면 입증하기 되게 애매해지는데, 이거
(장 형사) 저 새끼 저거 보통 아니에요 저 새끼 저거
자기네 회장 얘기는 찍소리도 안 해요
고생들 했을 텐데 가서들 좀 쉬어라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여진) 아이고, 눈 딱 뜨니까 집이었으면 좋겠다
(장 형사) 아휴, 난 애는 너무 보고 싶은데, 진짜
아유, 집에 가면 또 놀아 달라고 그럴 거고
그럼 나 피곤하고 그럼 내일, 아...
애들 지치지도 않고, 쯧
(팀장) 야, 야, 야, 야 [의자를 발로 툭 찬다]
[의자를 발로 툭 차며] 야
너희들 집 가서 발 닦고 자, 인마
(장 형사) 그래 봤자 피곤... 아휴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말하겠는데
(윤범) 부하 시켜서
사람 죽인 놈이
제정신인가?
정신 나간 놈 말만 믿고 이게 무슨 헛소동인지
(검사장) 아유 [검사장의 헛기침]
아, 미안합니다, 음, 그러니까
음...
사위께서 다 꾸민 일이다?
다 거짓이라고요?
(윤범) 물론, 하나같이 전부 다
(검사장) 씁
저희 집사람이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면
자식들이 그러더군요
우린 허락이 필요한 게 아니라 축복을 원했다고
그러면서 집 사 달라고 결혼식 시켜 달라지
(윤범) 말로는 부모들 승인 필요 없다지만 결국
'예스'
그 한마디가 필요한 게야
마찬가지로
이 증거들 확실하니까
내가 혐의 인정 안 해도 상관없는 척하지만
이렇게 날 오래 붙잡아 두는 건
결국 내 입에서
'잘못했소'
그 말이 나와야 댁들이 움직일 수 있는 거잖아
근데 어쩌나?
암만 생각해도 난
잘한 것만 있는데
[어두운 음악]
(윤범) 뭐, 이 정도면 검찰 체면 세워 줬고
부실 수사니 특혜니 그런 소리 안 나올 테고
애썼어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가시죠
[검사장의 하품]
(검사장) 나왔어?
지금 나왔습니다, 구속 영장
(검사장) 어 [검사장이 피곤한 숨을 내뱉는다]
(윤범) 손만 대 봐
황시목이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
안 무너집니다
(윤범) 놔, 이거!
수고했다
[숨을 깊게 내뱉는다]
[전화벨이 울린다]
(시목) 네
누구요?
올려보내세요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어두운 음악]
[문을 달칵 닫는다]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니?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서 널 망가뜨릴 거야
(연재) 넌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
우릴 건드린 걸 가슴 치면서
그 '우리'가 누굽니까?
사모님과 이 회장입니까, 아니면
사모님과 남편분입니까?
[연재가 의자를 드르륵 긁는다]
네가 죽였어
[서랍을 쓱 연다]
[서랍을 쓱 닫는다]
저한테 주신 가방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이가
직접 줬다고?
[편지를 부스럭 펼친다]
(창준)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잔잔한 음악]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 사람은 그래도 안전할 거란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붕괴된 후다
(창준)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서 19년을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 가는 걸 지켜만 봤다
(할아버지) [울먹이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할아버지가 흐느낀다]
(창준) 설탕물밖에 먹은 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만든 3천 원이 전 재산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도 있다
낮엔 그들을 구속하고
[함께 웃는다] (창준) 밤엔 밀실에 갔다
[함께 웃는다]
그곳엔 말 몇 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 (창준) 위하여 - (윤범) 위하여
(창준)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래, 네 마음 충분히 알겠는데
나도 어쩔 수 없어
(상욱) 위에서 내려온 지시야 그냥 풀어줘
[상욱의 한숨]
(창준)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땐
정권마다 던져 주는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받아 적고 이행했다
(창준)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썩었다면
내 가진 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순 없다
[함께 웃는다]
(창준) 이 가방 안에 든 건
전부 내가 갖고 도망치다 빼앗긴 것이 돼야 한다
장인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의 유품이 아니라
(창준) 끝까지 재벌 회장 그늘 아래 호의호식한 충직한 개한테서
검찰이 뺏은 거여야 한다 [마우스 클릭음]
(창준) 그래야 강력한 물증으로서 효력과 신빙성이 부여된다
[마우스 클릭음]
(창준)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 수백의 목숨이다
[카메라 셔터음]
(창준)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조차 칼을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창준이 밀담을 나눈다]
(창준)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시키는 건 사람의 피다
(창준)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 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제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창준)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창준) 정상적인 방법으론 이미 치유 시기를 놓쳤다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발 하나 디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창준)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판사1) 피고인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어떤 변론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사실입니까?
(우균) 네
(판사1) 그 이유가 뭡니까?
사과하고 싶습니다
누구한테요?
(우균) 우리는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추구하며
어떠한 불의나 불법과도 타협하지 않는 의로운 경찰이다
경찰 윤리 헌장을 가슴에 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땀 흘리고 있을 모든 경찰 여러분께
(우균) 사과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잔잔한 음악]
저는 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합니다
(우균) 부디 여러분은
저처럼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판사1) 선고하겠습니다
피고 김우균은 본이 되어야 할 공직자의 신분으로
뇌물 수수 및 청소년의 성을 사는 등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을 하고 있는 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다
[판사1이 의사봉을 세 번 친다]
(김 경사) 서장님
서장님
고맙다, 김 경사
수찬아
[문이 달칵 닫힌다]
(팀장) 새끼, 끝까지 미련하게...
썩은 동아줄을 왜 안 놔, 씨
[한숨]
(여진) 다시 묻습니다
김우균 서장 외에 만났던 남자들 또 누구예요?
제대로 대답 안 해요?
김가영 씨 이제 피해자 아니고 피의자예요
성매매로 경찰 조사 받고 있는 거라고
계속 이러면 벌금형으로 안 끝나는 수가 있어요
나 아직 아프단 말이에요
하나도 기억 안 나요
[헛웃음]
[여진의 한숨]
(여진) 아, 예, 어머니, 안녕하세요
(가영) 나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었어야지, 무뇌야?
아, 쪽팔리게 왜 자꾸 따라와 절로 좀 가!
(가영 모) 아, 왜 나한테 자꾸 지랄이야, 얘가
- (가영 모) 아유, 진짜 - (여진) 야
[가영과 가영 모의 놀란 신음]
어머, 형사님 아이, 왜 그러세요
봐
너희 엄마 팔 어디 있는지 보라고
자식한테 쪽팔리다는 소리 들으면서
너희 엄마 뭐 하고 있는지 보라고!
너 그러고 누워 있는 동안
너희 엄마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여진) 너 살려 주려고 범인이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네?
너 그나마 그런 범인 아니었으면 너는 남의 집 화장실에서 죽었어
(여진) 그렇게 다시 얻은 생명이야
이렇게 쓰고 싶어?
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성매매하다 죽는 줄 아니?
뉴스에도 안 나와, 너무 많아서
너 하늘이 살려준 애야
절대 잊지 마
(가영 모) 형사님 말씀 잘 들어, 응?
아,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 꼬라지는 이게 뭐고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여진) 아휴, 진짜, 쯧
[수첩을 탁 내던진다]
(팀장) 아이, 깜짝이야
내가 부숴 줘, 책상?
(여진) 오셨네요? 서장님은 어떻게 됐어요?
(팀장) 뭘 어떻게 돼? 실형 받았지, 뭐, 3년 6개월
(장 형사) 근데 왜요?
(팀장) 아휴, 야, 말도 마라
변호사도 없이 변론도 안 한다
혐의 다 인정하고 사과까지 하는데, 정말
쯧, 아휴
적어도 서장님은 뉘우치셨네요
적어도 서장님은?
김 경사는 뭐 하고 지내려나?
(팀장)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을 해, 인마
스스로한테 물어보세요 무슨 말인지
(여진) 퇴근요
[휴대전화 문자 수신음]
(팀장) 저게 진짜...
[전화벨이 울린다]
(정본) 저 취직했습니다
어제의 용사들 다시 모여 축하해 주세요
(팀장) 야, 쟤 오늘 왜, 왜 저래? 나한테
(장 형사) 저 가 보겠습니다
아, 저기, 스스로에게...
(장 형사) 경위님!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휴, 씨...
(팀장) 아휴
[숨을 후 내뱉는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통화 연결음]
어, 김 경사
잘 지내냐?
아니, 뭐, 그냥
야
우리 소주나 한잔하자
- (계장) 자, 짠 - (정본) 건배
(여진) 건배
[TV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계장이 숨을 카 내뱉는다]
(계장) 아, 그, 쬐만한 로펌도 아니고 아주 큰 델 가셨네
저 스카우트된 거예요
(정본) 특임에서 일한 게 완전 효과 직방이더라고요
(여진) 축하합니다
(정본) 경위님, 대만에서 고생 많으셨죠?
(여진) 아, 그거를 썰 풀려면 아주 그냥 4박 5일을 밤새워야 돼요
(계장) 아유, 그래도 그 덕에 승진도 하고 좋죠
장 형사님도 그렇고
(실무관) 축하할 거 투성이네요
(장 형사) 아이, 아이, 저, 저 그만요
(계장) 아, 아직도 한약 먹어요?
씁, 그거 약발 되게 안 받네, 응?
(계장) 어째 더 안 좋아지셨대?
(장 형사) 지금부터 관리해야죠, 예?
간만에 정복 입고 세리머니 할 건데
[계장과 여진이 픽 웃는다]
(장 형사) 커피나 마셔야겠다
(계장) [웃으며] 세리머니는 뭔...
- (장 형사) 커피 드실 분? - (실무관) 저 라테요
- (정본) 나도요 - (계장) 미스 리
(여진) 근데 황 검사님은 무슨 일 있나 봐요
연락이 안 되던데
(계장) 그러게요
(실무관) 오늘 웬일로 정시에 퇴근하시던데
(정본) 자식이, 취직 축하한다는 문자 하나 띡 보내고
내 전화는 받지도 않고
(계장) 검사님한테 또 자식, 쯧
아, 친구끼리 그럼...
(계장) 친구끼리는, 친구끼리 자식, 쯧
[여진과 실무관의 웃음]
- (계장) 커피 - (실무관) 기분 좋아서 그러셔
아유, 맛나다
(계장) 어어, 야구 봐야 되는데 [계장이 살짝 웃는다]
(TV 속 진행자) 지난 몇 달간...
[다음 채널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어? 방금 우리 검사님 아니었어요?
- (계장) 에? - (실무관) 다시 앞으로
(TV 속 앵커) 네, 영남 지방을 중...
(TV 속 진행자) 오늘은 후암동 살인 사건에서 시작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정재계 부패 척결 수사의 최일선에 계신
서부지검 황시목 검사를 모시고 함께 얘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TV 속 시목) 안녕하십니까
(TV 속 진행자) 저랑은 두 번째 뵙죠?
(TV 속 시목) 그렇습니다
(TV 속 진행자) 구속하신 정재계 인사들의 재판은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오늘까지 재판이 꽤 진행된 거로 알고 있는데요
어, 저는 수사 검사라서
재판에 직접 참여하고 있진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모습에서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진행자) 기억하는 게 또 하나 있는데
아, 그때 방송에서
범인을 두 달 안에 잡겠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진행자) 살인범인 윤세원 씨
그리고 배후인 고 이창준 씨까지 밝혀낸 게
약속한 두 달에서 딱 며칠 전이었습니다
(시목) 네
약속을 지켜 주셨네요
(진행자) 그때 제가 범인을 잡으면
저희 방송에 다시 한번 나와주십사 요청드렸었는데요
그 약속까지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도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 나오게 됐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고인이신 이창준 씨는
(시목) 함께 부정부패를 도모했던 사람들이 배반할 경우를 대비해서
협박용으로 몰래 녹취 파일을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행자) 그 내용은 애초에 서부지검에서 발표한 게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니라고요?
(시목) 좀 오래된 일이지만
포항 유전자 연구소 일을 기억하십니까?
연구소 직원이 퇴사하면서
내부 비리 문건을 가지고 나와 세상에 공개했었습니다
(시목)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건에 등장한 연구소 임원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공개한 직원만 배신자에 사기꾼이라고
비난받던 게 기억납니다
연구소 측에서는 오히려
'그 직원이 연구비를 횡령했다'
'그래서 그걸 감추느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몰아갔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갑자기 그 말을 꺼내시는 건
이창준 씨도 같은 이유라는 겁니까?
그분의 유언입니다
(TV 속 시목) '끝까지 재벌에 충실했던 앞잡이로 남게 하라'
그래야 본인이 남긴 것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고요
(TV 속 진행자) 아, 그러면
본인이 보고 들은 부정부패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런 오명을 뒤집어썼단 말입니까?
(TV 속 시목) 네
(TV 속 진행자) 사람이 자기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게
'나 죽은 다음엔 내 진심을 알아주겠지' 하는 건데
(TV 속 진행자) 그거마저 포기하고요?
(TV 속 시목) 네
(계장) 그럼 그렇지
우리 검사장님이 어떤 분인데
(실무관) [한숨 쉬며]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장 형사) 아, 뭐, 우리도 욕을 바가지로 했는데, 뭐
(TV 속 진행자) 말씀을 들어보니까
어느 면이 부각되느냐에 따라 이창준 씨가 범죄자인가
아니면 자기희생을 한 의인인가
이렇게 양극단으로 갈릴 수도 있겠는데요
황 검사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괴물입니다
[어두운 음악]
(시목) 그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본인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전 세상에 더 큰 목숨 더 작은 목숨은 본 적이 없습니다
(시목) 죄인을 단죄할 권리가 본인 손에 있다고 착각한
시대가 만든 괴물입니다
어떤 경찰분께서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목) '되니까 하는 거'라고요
되니까 하는 거예요 눈감아 주고 침묵하니까
'눈감아 주고 침묵하니까 부정을 저지르는 거'라고요
'누구 하나만 제대로 부릅뜨고 짖어 대면'
'바꿀 수 있다'고요
(TV 속 진행자) 사실 그 눈 부릅뜬 역할도 검찰이 해야 되는데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십니까?
(TV 속 시목) 실패했습니다
우리 검찰은
그릇된 것을 바로잡는 사정 기관으로서 실패했습니다
(시목) 우리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부와 권력에 맞춰서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이 아닌 범죄자를 비호했습니다
(TV 속 시목) 검찰의 가장 본질적 임무에 실패한 것입니다
그 실패의 누적물이 이창준 전 검사장이며
우리 검찰 모두가 공범입니다
물론 제가 저의 동료 모두를 대표할 순 없습니다만
(TV 속 시목)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이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렸습니다
[한숨]
(TV 속 시목) 그렇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TV 속 시목) '법 집행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헌법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 있습니다
헌법이 있는 한 우린 싸울 수 있습니다
[한숨]
(시목) 우리 검찰
더 이상 부정한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다시 한번 싸우겠습니다
기소권을 더 적확한 곳에만 쓰겠습니다
(시목) 검찰의 진정한 임명권자는 국민이라는 사실 명심하고
헌신하겠습니다
책임지겠습니다
더욱 공정할 것이며 더욱 정직할 것입니다
더 이상 우리 안에서 이런 괴물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검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행자) 요즘 늘 어지러운 뉴스만 전해드려 시청자분들께 많이 송구했습니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마음이 놓이는
그런 저녁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사 보도 60'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청객들의 박수]
[TV 속 방청객들의 박수]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온다]
난 그래도 윤 과장님 이해 가요
(장 형사) 이해는 무슨
뭐, 뭐, 사람 죽였으면 다 살인범이지, 씨, 쯧
(정본) 아들이
열 살도 안 된 자기 자식이 죽었잖아요
나쁜 놈들은 버젓이 떵떵거리고 살고 [장 형사의 한숨]
(장 형사) 그렇다고 자기 손으로 해결해요?
그럼, 뭐, 그럼 법이 왜 있어?
아무리 검경이 쌍으로 썩었대도
저 검사님이나 우리 경위님 같은 분들도 있잖아요, 나도 있고
(계장) 아유, 그럼요, 그럼요
뭐, 어차피 다 끝난 일인데
서로들 그러지 마시고, 응?
(계장) 이야, 그런데 우리 검사님
또 저렇게 핸섬하게 전파를 타셨으니 [계장의 웃음]
이야, 이번엔 진짜 부장 자리 따 놓으셨네 [계장의 웃음]
미국 가신다면서요
(정본) 시목이 미국 가요?
(계장) 아이...
원래 애초에 갈 거였는데
그, 저기, 일 터지고 그래서요
이제 뭐, 재판받을 사람들 얼추 받고 그랬으니까 가시겠죠
(실무관) 근데 더반 회장은 벌써 항소 준비한다던데요?
하겠죠, 뭐, 순순히 가겠어요? 그런 양반들이
미국 가는구나
윤 과장님은 어쩌고 계시려나
아이, 뭐 어쩌고 있긴 뭐, 뭐, 죗값 받고 있겠지, 뭐
(장 형사) 아유, 씨
(실무관) 아이, 안 드신다면서...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계장의 한숨]
(장 형사) 아이참
(동재) 방송 잘 봤어
무슨 일입니까?
[한숨]
(동재) 시목아
나 한 번만 믿어 줘라
선배님 유언
마지막으로 나한테 한 당부
나 꼭 지키고 싶어
(창준) 너는 [차분한 음악]
아직
[힘겨운 목소리로] 기회가 있어
[한숨]
내가 한 번 더 허튼짓하면
[한숨]
내가, 서동재가...
(동재) 부탁할게
나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줘
(기자5) 어, 온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카메라 셔터음]
(기자6) 한 말씀만 해 주시죠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휠체어가 철커덕거린다]
저
아픕니다
아파요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카메라 셔터음]
(기자7) 다른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카메라 셔터음]
(윤범) 놓으라니까!
(기자8) 아프다는 말 말고 더 할 말 없습니까?
진짜
아픕니다
(기자7) 어디가 어떻게 아프세요!
뭐 해, 안 가고 [기자들이 질문을 퍼붓는다]
(기자7) 어디가 어떻게 아프십니까!
윤 과장님 재판
(정본) 저희 로펌에서 맡기로 했어요
꼭 한번
봬야겠다고 해서
(경완) 저희 아버지 죽이고
후련하셨어요?
사고로 아드님을 잃으셨다고요?
저는 아저씨 손에 아버지를 잃었네요
만족하세요?
정말 바라던 대로 다 됐어요?
[잔잔한 음악]
[울먹인다]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윤 과장) 죄송합니다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울먹이는 숨소리]
[경완이 슬픈 숨을 내뱉는다] [경완이 훌쩍인다]
(경완) 괜찮아요
저, 그동안 진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 할머니 모시고 진짜 열심히 살게요
그래
아, 맞다 저 골프장에 취직도 했어요
진짜?
나도 그렇고 너도 뭔가 되려나 보다, 이제
(정본) 축하해
감사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정본) 다행이다
다들 잘돼서
(시목) 우병준이 끝까지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어서
살인 교사를 입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습니다
(검사장) 음
씁, 녹취 파일에서도 이윤범이 교사 혐의는 부정하고 있으니
일단 한조 비리 게이트부터 단독으로 넘기자
알겠습니다
어쨌든 어지간히 마무리돼 가네
파일에 있는 건 거의 털어낸 거지?
네
(검사장) 음
미국 연수 취소됐다
저 자리 옮기는 겁니까?
남해
네, 알겠습니다
우리 여기로 오게 한 거 이창준 수석이었어
총장님이 그러시더라
청주에서 적격 심사 대상자로 찍혔던 너
형사부에서 밀려났던 나
서부지검으로 끌어들인 게 이창준이었다고
처음부터 너한테 맡기려고 했었나 봐
자기 간 뒤를
과연 누가 이 짐을 떠맡아 줄 것인가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어
(검사장) 날 검사장에 앉힌 게 회유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너한테 힘이 될 사람을 찾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너한테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에...
아이씨
미안하다
아닙니다
힘 돼 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무거운 음악]
(검사장) 처음부터 너한테 맡기려고 했었나 봐
자기 간 뒤를
(창준) 너라면
후회할 일을 만들었을까?
너는 할 수 있어
너라면 흔들리지 않고
(창준) 굽히지 않고
끝까지 몰아칠 거야
과연 누가 이 짐을 떠맡아 줄 것인가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어
황시목 검사
너밖에 답이 없었다
시목아
황시목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넌 날 여기 세울 수 없어
죽어도
(창준) 내 생전에
내가 네 앞에 피고로 서는 일은 없어
선배님?
듣기 참 좋네
좀 천천히 오지
[형사들의 박수와 환호]
(여진) 왜요? [무전기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왜?
(서 형사) 남친 생기셨나 봐요?
(여진) 에?
(박 순경) 축하드립니다 [서 형사와 박 순경의 웃음]
(장 형사) 거, 데리고 와 봐요, 어? 오빠들이 먼저 선 좀 보게, 응?
무슨 소리예요, 지금?
(서 형사) 짠
[여진의 의아한 신음]
[서 형사의 웃음]
(서 형사) [흥얼거리며] 누굴까, 누굴까
아아
이야, 김정본 이런 식으로 작업 들어오네
작업은 무슨 그냥 친구끼리 준 거지
저스트 프렌드, 오케이?
(장 형사) 아이, 그러면 나도 승진하는데 왜 내 건 없어요, 그러면
딱 봐도 사이즈 나오는구먼
(서 형사) 선물부터 까 보시죠
[서 형사의 웃음]
[함께 감탄한다]
(장 형사) 뭐 이렇게 빨가냐, 이거
이거 뭐, 바르는 거야 먹는 거야? 이거
아유, 별...
[함께 웃는다]
아, 뭐, 바를 일도 없는 사람한테 이런 걸... [상자를 툭 내려놓는다]
[서 형사의 웃음]
(여진) 야, 안 가냐? 가 [서 형사가 여진을 놀린다]
가, 가서 일해
비켜요, 아침부터 아, 정말 정신없구먼
참 사람들 싱겁네, 싱거워 아주 그냥
[상자를 부스럭 정리한다]
(여진) 으음
이쁘네
괜찮아 [휴대전화 진동음]
(실무관) 저희 검사님 남해로 가신대요
에?
(주인) 맛있게 드세요
(여진) 이야
이제 혼자서 술을 다 마실 줄 알고
많이 컸네
(시목) 아니, 왜 늦습니까?
씁, 쯧
그렇게 계속 빡빡하게 굴면
남해까지 가서 '나 홀로 산다' 찍습니다
[여진의 한숨]
근데 그렇게 갑자기 발령을 내 버리면 집은 어떡하냐
집은 뭐, 전세 내놨는데요?
(여진) 으음
1,000에 80에
나한테 줍시다, 오케이?
저 3억 5천에 내놨는데
(여진) 으응
그렇게 안 생겨 가지고 되게
돈 욕심 많구나
(여진) 아이, 뭐
서울에 와서 잘 데 없으면 우리 집으로 와요
내가 뭐 평상 정도는 내가 내드리지
(시목) 네
(여진) 입 돌아가는 건 책임 못 지는데
(시목) 네
자, 저...
승진 축하드립니다 [술을 조르르 따른다]
에이, 뭘요
(여진) 아, 근데 승진식이
하필이면 내일 오전이라네요?
그게 왜요?
검사님 내일 오전에 출발한다면서요
그런데요?
(여진) 아휴, 됐어요 [여진의 헛웃음]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일은 다 처리하신 거예요? [술을 조르르 따른다]
네, 뭐
서동재 하나 남은 건
검사장님 재량에 달렸지만
서동재는 왜 구속 안 해요?
죄목 충분하잖아요
그렇게 믿어 달랬는데
안 믿어 줬어요, 끝까지
영은수
그래서 한번 믿어보려고요?
대신 서동재를?
두고 보려고요
[숨을 푸 내뱉는다]
[여진의 헛웃음]
[종이를 사락 집는다]
(여진) 짜잔
[부드러운 음악] (시목) 아이고, 이게...
도대체 뭡니까
정말 안 똑같습니다
보면서 이렇게 웃는 연습 좀 하시라고요
선물
(여진) 근데
남해는 왜 보낸대요?
뭐, 이윤범이나 고위급들이 지금은 구속됐지만
이게 얼마나 가겠습니까?
또 뭐, 특별 사면이다 뭐다 해서 금방 풀려나겠죠
아마도 그걸 대비한 것 같아요
잘 가요
가는 건 못 뵈겠지만
잘 해요, 승진
하는 건 못 보겠지만
(시목) 음
(여진) 여기, 이거 하나 시킨 거예요?
뭐야
와, 어떻게 사람이 변한 게 없어
이거 그때 짜서 못 먹었던 막, 막 물 타서 먹었던 그거
나보고 라면 먹으라더니
(시목) [작은 소리로] 아주머니가 바뀌었어요
(여진) [웃으며] 아주머니가 바뀌어 가지고
지금 이번엔 안 짜?
(시목) 입이 왜 그래요?
(여진) [웃으며] 아, 이거?
왜요? 이뻐요?
(시목) 이상해요
(여진) 그래요?
[부드러운 음악] (직원) 경위 한여진, 경사 장건
(직원) '경위 한여진은'
'후암동 살인 사건 및 범죄자 인도 수행에'
'크게 기여한 바를 인정받고'
'중요 범인 검거 유공으로 이 표창과 함께'
'1계급 특진을 포상으로 수여함'
'경사 장건'
'이하 동문'
(장 형사) 차렷
경례!
[잔잔한 음악]
(계장) 곧 다시 뵙겠죠?
아이, 돌고 도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실무관) 가서 몸 잘 챙기세요
밥도 꼭꼭 챙겨 드시고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계장) 아유, 저희들이 감사했죠
(실무관) 감사했어요
- (시목) 들어가세요 - (계장) 예
(계장) 운전 조심하세요
(실무관) 조심해서 가시고요
[자동차 시동음] [계장과 실무관의 한숨]
[실무관의 한숨]
(실무관) 또 누가 오시려나?
(계장) 그러게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실무관) 네
황 검사는요?
(계장) 황 검사님 방금 가셨는데요
아, 벌써요? 한발 늦었네
(계장) 어허, 안에 안 계시다니까요
아, 여기 이제 제 방이에요
- (계장) 에? - (실무관) 뭐...
- (동재) 잘 부탁해요 - (계장) 아, 예?
[문이 달칵 열린다] - (실무관) 아이, 잠깐... - (계장) 아, 그러니까...
[실무관의 당황한 신음]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예, 서부지검 3부 서동재 검사입니다
(남자) 서동재 검사?
네?
저를요?
잠시만요
(동재) 예, 사장님!
[웃음]
아니, 어떻게 저한테 전화를 다 주시고
아이, 알죠, 알죠
아, 문제요?
아, 다 해결됐습니다
아, 제가 누굽니까 서동재 검사입니다
[크게 웃는다]
아이, 그럼요, 그럼요
아, 언제요?
좋죠
[크게 웃는다]
"이창준 묘"
[새가 지저귄다]
나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신 거
(연재) 당신 따라서 처음이었는데
[슬픈 음악] 말을 하지
[울먹이며] 나한테 하지
당신이 얼마나 든든했었는데 이게 뭐야, 땅속에서
거기선
편해?
미안해
[흐느끼며] 미안해, 여보
[연재가 흐느낀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덜컥 닫힌다]
"한조"
구속 집행 정지로 논의 중이라고
회장님께 전해 주세요
[라디오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기상 캐스터) 주말에 남부 지방에서 비가 오기 시작해
일요일에는 전국에서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날씨였습니다
(라디오 속 진행자) 다음 곡은
[라디오에서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입니다
[버튼을 탁 누른다] ['동백아가씨'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버튼을 탁 누른다]
(판사2) 검찰 측, 이게 뭡니까?
참으로 해롭고 천박한 가락이죠?
(창준) 뭐, 그러니 금지곡이 됐겠죠
이 곡 '동백아가씨'는
1968년 왜색이라는 이유로 전면 금지곡이 됐습니다
아, 안 믿으시겠지만 제가 태어나기 전입니다
[옅은 웃음]
(창준) 생전에 제 부친께서 좋아하시던 곡이기도 하죠
해서 제게 늘 의문이었습니다
이 노래 어디가 왜색일까?
(창준) 무엇이 해롭단 말인가?
'삼천리는 여전히 살기 좋은가'
'삼천리는 여전히 비단 같은가'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어두운 음악]
'날마다 우리들은 모른 체하고'
'다소곳이 거짓말에 귀 기울이며'
'뼈 가르는 채찍질을 견뎌 내야 하는'
'노예다, 머슴이다, 허수아비다'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31년 전이었다면 전 방금 국가를 모독하고
대중에게 해악을 끼쳤습니다
(창준) 이제 3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시인의 진심을 거리낌 없이 전할 수 있어서
저는 기쁩니다
그렇지만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다시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노시인의 소박한 꿈이
끝끝내 좌절된 지금
무엇이 진정한 복권인가
저는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복권은 가능하나 교권은 거부당하신 시인께
이 법정을 대신해서
동시대인으로서
인생의 후배로서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함께 전합니다
(검사1) 넌 저런 분 방에 들어가서 좋겠다
(검사2) 우리 부부장님 좀 멋지지?
[사람들의 박수가 계속된다]
[라디오 정각 알림음]
[잔잔한 음악] (라디오 속 앵커) 정오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김 총리의 권한 남용에 대해
야당에서는 연일 강공을 펼치는 한편
김창식 총리 측은 표적 수사라 비난하면서
(라디오 속 앵커) 의혹을 부인해 정치권 공방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린다]
네, 형사2부 302호 황시목 검...
검사장님
벌써 너무 적응된 거 아니지?
아, 그럼 곤란한데
무슨 일입니까?
김창식 총리 월권행위 특검 들어간다
(검사장)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특검에 네가 결정됐어
(시목) 아, 네
[피식하며] 놀라지도 않네
모레까지 와야 돼
아, 그리고 와서
서동재 이놈 좀 어떻게 해라
서동재가 왜요?
똑같아, 하나도 안 변했어
[골치 아픈 숨을 내뱉는다]
알겠습니다
제가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네
[한숨]
[의미심장한 음악]
[살짝 웃는다]
[감성적인 음악]
(실무관)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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