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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숲 S1.3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목) 차장님 가시는 길 따르겠습니다

 

앞서가시죠

 

[긴장되는 음악]

 

그다음은?

 

끌어 주시고요

 

네 인사 고과론 좌천만 안 돼도 감지덕지인 거 몰라?

 

검사장님께서 제 백인데 인사 고과가 문제입니까?

 

우리 황 검사

 

언제부터 이렇게 수줍어하셨나?

 

(창준) 내사 자체를 무산시켜 달란 거잖아

 

부부장, 부장 다 건너뛰고

 

일개 평검을 이 자리에 올리라는 건

 

뭘 그렇게 돌려 말해, 어렵게

 

내사 시작되면

 

저도 제 살길 찾아야죠

 

이건 쉬우시죠?

 

날 찌르면

 

너도 그 피 뒤집어써야 돼

 

겪어 봤잖아

 

내부 고발자가 어떻게 되는지

 

내부 고발로 죽나 내사로 잘리나

 

전 이 사건에서 밀려나겠죠

 

범인 잡을 때까진

 

외부인이 되지 않을 겁니다

 

[창준의 한숨]

 

네가 시작한 거야

 

네가 무산시켜

 

힘은 실어줄게

 

(창준) 뭐 해?

 

나가서 살길 찾아와

 

[문이 달칵 여닫힌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은수) 엄마까지 왜 그래? 아빠가 죽긴 왜 죽어?

 

내가 금방 가, 응?

 

아줌마, 여기 소주잔 하나 더요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술을 졸졸 따른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박무성 거

 

갑자기 왜 줬어요?

 

차장이 시켰어요?

 

(은수) 어차피 독박 씌울 거

 

블랙박스도 보여주래요?

 

선배는 다를 줄 알았는데

 

[은수의 한숨]

 

껄끄러운 애 내쫓아주겠다니까

 

차장이 선배 이쁘대요?

 

[숨을 깊게 들이켠다]

 

알려줘?

 

수습 기간 끝나면 어차피 지방 발령인데

 

차장이 일개 수습 따위를 껄끄러워할까?

 

피해 의식에 과대망상에 아주 복합 중증이네

 

[어이없는 웃음]

 

근거 없는 착각이다?

 

나 혼자 김칫국 들이켜다 사레들렸다?

 

그러니까 네 말은 차장이 날 내세워서

 

널 함정에 빠뜨렸다는 거잖아

 

아니야

 

그럼 선배 실수라고요?

 

선배는 실수 안 하잖아요

 

[한숨]

 

여전히 사건 파악을 못 하고 있는데도?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우리 아버지

 

빠져나오질 못했어요 그때 충격에서

 

3년 동안 안방에서 나오질 않았어요

 

아무도 들이지도 않고

 

내가 임관됐다고 했을 때가 처음이었어요

 

[어두운 음악] (은수) 아빠 방에 들어간 게

 

그래서

 

서부지검 다닌다는 소리를 못 했어요

 

아버지한테 서부지검 하면

 

그건 이창준이니까

 

그 이름만 들어도 피가 치솟으니까

 

[은수의 떨리는 숨소리]

 

이젠 따님이 어디 다니는진 아시겠네

 

애들은 날 장관 딸이라고 부러워했지만

 

난 엄마한테 버스비 달라는 소리도 못 하고 살았어요

 

황 검사님

 

저 여기서 쫓겨날 수 없어요

 

억울해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세 식구 먹고살아야 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더러 뭘 또 어쩌라고

 

또라니요?

 

내가 뭘 또요?

 

아니야

 

[은수의 한숨]

 

[울먹이며] 범인을 잡아야 구제라도 기대할 텐데

 

[은수의 한숨]

 

[한숨]

 

차라리 완전 범죄로 가지 개 새끼는 왜 죽여서, 씨

 

[의미심장한 음악] [은수의 한숨]

 

(창준) 네가 시작한 거야

 

네가 무산시켜

 

(은수) 차라리 완전 범죄로 가지

 

(분석원) 이런 것도 뭐 조금만 어긋났으면 안 찍혔을 텐데

 

[한숨]

 

(여진) 다른 놈이 묻혀서 옮긴 거예요

 

범인은 따로 있어요

 

(시목) 왜 그렇게까지?

 

(스태프1) 아, 참, 장 감독님 오셨지?

 

- (스태프2) 어, 안에 왔어 - (스태프1) 예

 

(스태프1) 선배님,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

 

예, 모시겠습니다

 

(스태프1) 네, 나와 주세요

 

[긴장되는 음악]

 

(진행자) 나오시면 2, 3초간 박수 있고요

 

검사님 소개 끝나면 저쪽 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진행자) 아, 이따가는 조명 때문에 민얼굴은 너무 번쩍거려서요

 

아, 예

 

[진행자의 옅은 웃음]

 

(진행자) 제가 먼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

 

저 뒤에 비디오로 후암동 사건 개요가 나올 겁니다

 

비디오 같이 보시고 제가 이 질문 드리면

 

검사님이 그때부터 말씀하시면 돼요, 네

 

억울한 누명을 쓴 강진섭 씨는 감옥에서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저를 살인마로 둔갑시켰습니다'

 

'목에서 피가 터져라 외쳤지만'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어요'

 

황시목 검사님

 

검사님이 이 탄원서에 지목된 고 강진섭 씨의

 

무죄 주장에 귀를 막은 바로 그 검사입니까?

 

네, 접니다

 

(시목) 제가 탄원서에서 지목된 검사입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진행자) 저희는 다른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 공판을 맡았던 동료가 따로 있었습니다

 

아, 잠시만요 이게 흔한 일인가요?

 

(진행자) 처음 담당과 재판 담당이 따로따로인 게

 

[스태프3이 컷을 외친다] (시목) 뭐, 둘 다 겸하기도 하지만

 

재판에 가느라 수사가 도중에 중단되는 걸 막기 위해서

 

공판 담당을 따로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 (스태프3) 컷 - (시목) 어, 앞서 언급한

 

(시목) 수사 검사, 즉 고 강진섭 씨를 조사하고 구속시킨 건 저였습니다

 

(TV 속 시목) 탄원서가 향한 사람은 공판 담당이 아니라 저였고요

 

(TV 속 진행자1) 황시목 검사님 인터뷰를 자청하셨죠?

 

(TV 속 시목) 그렇습니다

 

(TV 속 진행자1) 저희도 덕분에 긴급 편성을 하느라 새벽부터 소동을 치렀지만

 

검사님한테도 그렇고 검사님 가족들한테도 그렇고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인터뷰 목적이 이 탄원서에 지목된 게 본인이다

 

밝히기 위해서였나요?

 

씁, 지목된 게 누구냐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진행자) 어째서죠?

 

(시목) 수사 당국의 책임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살인 사건에서요

 

범인 잡는 거죠

 

진범요

 

네, 그렇기 때문에...

 

(진행자)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분들께는 누가 범인이냐가 중요하겠지만

 

집행당하는 저희 같은 보통 사람들한테 [스태프3이 원 컷을 외친다]

 

더 큰 분노를 일으키는 건

 

무고한 서민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겁니다

 

이게 당장 나와 내 가족 일이 아니리란 법이 없지 않습니까?

 

죄 안 짓고 살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인 건데요

 

(스태프3) 컷

 

(시목) 그 강진섭 씨가 이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본인이 현장에 갔을 때 이미 살인 사건이 벌어진 후였다고요

 

그런데 이 진술이

 

그가 유죄 판결 받는 데 결정타가 된 겁니다

 

거짓말을 했나요?

 

자, 잠깐 화면을 보시면

 

[리모컨 조작음]

 

(시목) 집 안엔 희생자뿐이었습니다

 

흰색 상의에 파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요

 

[스태프3이 원 컷을 외친다] (진행자) 상당히 결정적인 장면인데요

 

어떻게 입수하셨죠?

 

(시목) 어, 이건

 

인근 골목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입니다

 

사람은 죽이지 않았고

 

집 안에 있던 패물만 훔쳐 나왔다는

 

강진섭 씨의 주장이 너무도 신빙성이 없던 차에

 

이 영상을 입수하게 된 겁니다

 

자, 다시 보시면

 

[리모컨 조작음]

 

희생자는 여기 [리모컨 조작음]

 

버젓이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 강진섭 씨는

 

여기, 아직 대문 밖이죠

 

거짓말한 게 맞네요?

 

아닙니다

 

(시목) 희생자의 혈흔이 강진섭 씨하고는 전혀 떨어진 데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진실을 말한 겁니다

 

어떻게 된 건지...

 

자, 결론은 하나입니다

 

(시목) 지금 이자가, 이자가 범인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방청객1) 저 사람이 범인이래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TV 속 진행자1) 아, 희생자인 동시에 범인이라고요?

 

(TV 속 시목) 희생자가 아닙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에 지금 연극을 하고 있는 거죠

 

희생자인 척 블랙박스를 향해 서 있었던 겁니다

 

강진섭 씨는 공판 도중에 이 영상을 봤기 때문에

 

증거가 조작됐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TV 속 진행자1) 증거 조작은 없었네요?

 

그렇습니다, 부실 수사였습니다

 

저게 미쳤네

 

(진행자) 인정하시는 겁니까?

 

(시목) 영상을 맹신했고 당사자의 주장을 믿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무고한 희생을 낳았고

 

초동 수사는 실패했습니다 저 때문에

 

방송에서 밝히는 이유는 뭡니까?

 

증거 조작은 범죄니까

 

차라리 부실 수사를 떠안자 이건가요?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시나리오를 짜서 사람을 죽이고 카메라 앞에 일부러 섰습니다

 

보통의 악심이나 악의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시목) 범인에게 이건 단지 게임일지도 모릅니다

 

언제 또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를지도 모르고요

 

공개 수배입니까?

 

아니요, 공개 수배를 하기엔

 

지금은 용의 선상에 누구를 올려야 할지조차 모릅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잡겠습니다 두 달 안에

 

어떻게 말입니까? 용의자도 모르는데

 

실패하면 검사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파면당하겠습니다

 

그 안에 제 모든 걸 걸고 반드시 범인을 검거하겠습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황시목 검사님

 

(시목) 네

 

꼭 잡아 주세요

 

(진행자) 그리고 그 후에 다시 나와 주십시오

 

 

[방청객2의 박수]

 

[방청객들의 박수]

 

[부장이 씩씩거린다]

 

(실무관) '황시목 검사님의 소신 있는 행동을 지지합니다'

 

- 파이팅! - 파이팅!

 

(실무관) '잘릴 것 같으니까 괜히 나와서'

 

패스, 패스

 

(실무관) '꼭 잡아 주세요 박수 보냅니다'

 

어머, 어머, 우리 검사님 악플이 거의 없어요

 

화면발도 죽이더만 우리 검사님 됐네, 됐어

 

(실무관) 됐어, 됐어, 우리 검사님 아, 역시

 

(부장) 음, 분위기들 좋네?

 

(계장) 아직 안 나오셨는데요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이씨

 

[부장의 한숨]

 

시간이 아주 남아돌지? 어?

 

알았어

 

고대로만 해

 

(계장) 아니, 뭘 고대로 하라는 거야

 

화면발도 죽이고 우리도 죽는 거 아니에요?

 

아, 우리야 뭐 올라온 거 본 죄밖에 더 있나?

 

그러니까

 

'응원합니다', '파이팅'

 

충성!

 

(박 순경) 순경 박순창은 금일부로 용산서로 전입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팀장) 응, 잘 왔어

 

(김 경사) 똑바로 해

 

(박 순경) 똑바로 하겠습니다

 

조회하자 [박 순경 엉덩이를 툭 친다]

 

- (형사1) 가자 - (형사2) 이름이 뭐라고?

 

(박 순경) 박순창입니다

 

(장 형사) 딸랑 순경 하나 온 거 보면 누구 후임은 아닌 거 같고

 

그냥 근신으로 끝나려나 보네?

 

어, 잠깐, 선물

 

에이, 매번 진짜

 

휴지에다 그려 줘요, 코라도 풀게

 

(여진) 4B로 그려 줄 거야, 어? 코 시커메지게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어두운 음악]

 

[마우스 클릭음]

 

[다가오는 발걸음]

 

(여진) 아이고

 

[당황한 숨을 내뱉으며] 우아

 

[휴대전화 진동음] [여진의 웃음]

 

아유, 실시간 검색 1위가 왕림하셨네?

 

[휴대전화 진동이 뚝 끊긴다]

 

(시목) 박무성 씨 모친 지금 어디 계십니까?

 

약속한 두 달 중의 첫날이죠? 오늘이?

 

찜질방에 계세요

 

저, 됐고 찜질방 이름이나 말해요

 

에이, 가까운데 여기 좀 가는 길이 복잡하니까

 

내비게이션이라는 게 있습니다, 요즘엔

 

여자 탈의실에 계실 건데? [노트북을 탁 덮는다]

 

(여진) 에이그, 가요

 

갑시다, 예?

 

가르쳐드릴게

 

TV에까지 나오신 분이 그렇게 치한으로 몰리시면 안 되죠 [시목의 등을 툭 친다]

 

[어두운 음악] (여진) 어떻게, 운전도 제가 할까요?

 

예? [여진이 살짝 웃는다]

 

아이고, 내비가...

 

[어이없는 한숨]

 

(여진) '결론은 하나입니다'

 

'여기 이자가 범인입니다'

 

참, 나는 무슨

 

나는 무슨 '진짜 사나이' 찍는 줄 알았네

 

몰라요, '진짜 사나이'?

 

그, 사나이로 태어나서...

 

(여진) 아...

 

아, 무슨 냉동 인간인가, 예?

 

그러니까 지금 말투가 이렇게 '제5공화국'이지

 

내가 무슨... 말투가 있습니까?

 

[여진의 헛웃음]

 

[여진의 한숨]

 

(여진) TV에까지 나와야 했던 거 보면

 

그쪽도 달달 볶이는 거죠?

 

이슈든 여론이든 중단 없이 수사하려면

 

뭐든 이용해야죠

 

그냥 다 터뜨리죠? 박무성이 누구인지

 

그게 더 빠를 텐데

 

김 경사가 증거물 덮으려고 한 건 왜 발표 안 했습니까?

 

아, 김 경사

 

김 경사 기러기 아빠예요

 

그런데요?

 

아, 애가 여기서 적응을 못 했나 본데

 

본인은 좋아서 보냈겠어요?

 

[시목의 한숨]

 

몇 년 전에 청주지검에서

 

검사장하고 부장 판사가 내부 고발 된 적이 있었거든요?

 

(여진) 그래서요?

 

혐의 입증돼서 파면됐죠

 

(여진) 오, 웬일로 제대로 됐네?

 

나중에 잠잠해지니까 둘 다 행정 소송 걸어서

 

파면 취소 받아내더라고요

 

[헛웃음 치며] 그래서요?

 

검사장은 연수원장으로 복귀해서 정년 퇴임까지 했고

 

부장 판사는 변호사 사무소 개업해서

 

지금도 잘 먹고 잘사는 중입니다

 

[여진의 헛웃음]

 

참...

 

(여진) 하긴, 쯧

 

나 교통계에 있을 때는 성매매로 잘린 선배 하나가

 

소청 심사 받아서 복직하더라고요

 

뭐, 대가성이 없다나?

 

별 진짜, 아...

 

[한숨]

 

안 그런 사람도 많겠지

 

있겠죠?

 

박무성이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무수히도 많은 접대를 7년 동안 각계각층에다 했는데

 

그거 거절했던 사람이 딱 둘뿐이었다고

 

7년 동안

 

그중 하나가...

 

(여진) 음

 

[주머니를 부스럭 뒤진다]

 

꼭 잡읍시다, 그놈, 응?

 

그 두 명 중 한 명 안 잘리게

 

[의미심장한 음악]

 

(여자1) 아침 방송에서 나온 검사 아니야? 봤어?

 

[여자들이 수군거린다]

 

(여진) 아이고...

 

어머님

 

안녕하세요

 

(무성 모) 어디를...

 

누가 시켜서 하나 그냥 내가 소일거리로...

 

(여진) 전화는 왜 안 받으세요?

 

해지하셨어요? [휴대전화 진동음]

 

(무성 모) 아니요, 자꾸 쓸데없는 게 와서

 

우리 손주 것만 받으려고

 

(여진) 아...

 

1월 16일 날

 

(시목) 남동생 잔칫집에 갔다고 진술하셨는데

 

원래 예정돼 있었던 겁니까?

 

 

(시목) 그럼 그날 외출하는 걸 아는 사람이 또 누가 있었을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우리 애랑

 

잔칫집 사람들이랑...

 

(무성 모) 뭐, 그 정도?

 

박무성 씨가 원래 집에서 항상 같은 차림이었습니까?

 

티셔츠에 뭐, 파란 추리닝?

 

그게 원래 자기 아들 건데

 

뭐, 나갈 데도 없고

 

옛날 자기 살던 집에서 몸만 빠져나오느라고

 

가져온 것도 없고 해서

 

(시목) 사건 전날 특이한 일은요? 없었습니까?

 

누구랑 싸웠어요

 

[긴장되는 음악]

 

누구랑요?

 

[TV에서 방송이 흘러나온다]

 

[무성의 한숨]

 

[무성 모의 웃음]

 

굴품하지 않아?

 

미숫가루 타 주랴?

 

아, 다 밤중에 뭔, 쯧

 

(무성 모) 왜

 

(무성) 얼음 팍팍 넣어서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아이씨

 

누구슈?

 

(무성) 뭐요?

 

내가 어떻게 알아!

 

(무성 모) 속에서 얼마나 천불이 났으면 [무성이 화를 내며 통화한다]

 

(무성) 야!

 

야, 이 미친, 뭐?

 

얻다 대고 협박이야, 이거, 씨

 

(시목) 협박요?

 

협박이라고 했습니까, 지금?

 

(무성 모) 듣지 않았어요

 

[미숫가루를 세차게 젓는다]

 

들었어야 했는데

 

들었어야...

 

싸우고 욕하고 허구한 날...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십니까?

 

그렇지만 빚쟁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요, 어머니?

 

만나러 나가더라고요

 

그날 밤에요?

 

(여진) 그 전화 받고 나서 바로요?

 

(무성 모) 이거

 

(무성) 기다리지 말고 주무세요

 

컴컴해, 빨리 와

 

[문이 철컹 여닫힌다]

 

(무성 모) 금방 돌아왔어요

 

오래 걸리지 않았어

 

와선 기분이 안 좋았는지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다음 날 아침 내가 일찍 나오느라고 애를 못 봤어

 

(무성 모) 밥만 차려 놓고

 

그게 끝이야

 

(무성 모) 국이 식었을 텐데

 

[의미심장한 음악]

 

(여진) 저, 혹시 그...

 

전화 온 게 몇 시쯤이었는지...

 

그때 TV 보셨다고 하셨죠?

 

그게 무슨 프로였어요? 드라, 드라마예요?

 

아니면 무슨 오락 프로...

 

드라마는 끝났었고

 

 

(여진) [멋쩍은 숨을 내뱉으며] 잠시만요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여진) 어, 김 순경, 잘 있었어?

 

나 통화 내역 하나만 추적해 줄래?

 

[문이 달칵 닫힌다] 그럼 1월 16일 전에 집에 들어왔던 사람은 없었습니까?

 

(시목) 택배나 검침, 잠깐이라도

 

아니요

 

(무성 모) 혹시라도 쳐들어올까 봐 속 끓이고 있던 때라서요

 

박무성 씨 어머님

 

어머님

 

(시목) 박무성 씨는 빚더미만 남기고 떠났는데

 

정말 그렇게 절절하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그런 분이 사망 당일에 바로 상속 포기를 하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여진) 검사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시목) 빚 변제받을 궁리부터 한 거 아닙니까?

 

- (시목) 내 집은 지키고 - (여진) 아이, 진짜

 

동생분한테 확인해 봤더니

 

그날 잔치 같은 건 없었다고 하던데요

 

(시목) 사건 발생 시각에 어디에 계셨습니까?

 

같이 계셨잖아요 집에 오는 길에 만나셨다면서요

 

(무성 모) 동생 집이 아니고

 

남의 집 잔치 일해 주러 갔다가...

 

거기 연락처 주시죠

 

- 검사님 - 연락처 주시죠

 

(여진) 아, 미쳤어

 

아, 이 세상엔 할 말 못 할 말이란 게

 

따로 있는 거예요

 

부모가 자식 죽이고 자식이 부모 찌르는 세상이죠, 요즘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인이

 

(여진) 자식 옷 주워 입고 블랙박스 피하려고 담을 타 넘어요?

 

이럴 거면 범인 잡아서 뭐 해요?

 

범인은 잡는 겁니다

 

잡아서 뭘 어떻게 하는 게 아니고요

 

[여진의 한숨]

 

죽은 사람만 희생자가 아니에요

 

범죄로 상처받은 모든 사람이 희생자라고요

 

뺑소니당해서 지금 쓰러져 있는 사람을 [시목의 한숨]

 

그 뺑소니 잡겠다고 또 치고 지나간 거라고요, 검사님은

 

- 모르겠어요? - 친족 간의 살인 43% 증가

 

친족 간의 폭행 1,300% 증가 지난 20년간의 수치입니다

 

가족이 죽었다고 누구나 다 상처 입지 않습니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한숨]

 

참...

 

이야, 뭘 먹고 자라면 사람이 저렇게 되냐, 어?

 

참...

 

(여진) 어머님?

 

아이고, 깜짝이야

 

[여진의 웃음]

 

[힘주는 숨소리]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여진) 아, 사 먹는 거 못 먹겠어 이제 진짜, 아

 

질려

 

아휴, 어떡하나

 

어머니

 

저 집밥 좀 먹게 해 주실래요?

 

(무성 모) 여기서?

 

(여진) 아이고, 아이고

 

밀어 드릴게요

 

- (무성 모) 어휴 - (여진) 아휴

 

(여진) 아이고 제가 이러고 살아요, 어머니

 

아, 이거 도리어 민폐네, 이게 죄송해요

 

이야, 참...

 

다 왔다, 좀만 더

 

아, 여기예요

 

[잔잔한 음악]

 

[숨을 크게 내뱉는다]

 

(여진) 들어오세요

 

여기예요, 아휴

 

(여진) 누추하지만

 

아, 제가 들어 드릴게요

 

일로 오세요

 

(여진) 어머, 어머

 

어머, 어떡하지 [여진의 힘주는 신음]

 

앉으세요

 

- (무성 모) 애가 있나 봐요? - (여진) 예?

 

(여진) 아, 예, 어떻게 아셨어요?

 

얘들이 다 제 애들이에요 [여진의 웃음]

 

아, 그리고

 

저녁거리는 이 안에 있어요

 

앉으세요, 여기 앉으세요

 

[힘주는 숨을 내뱉으며] 그리고 여벌 열쇠

 

(여진) 여기요

 

아, 저 오늘 늦으니까 제 밥은 하지 마세요

 

갔다 올게요

 

(무성 모) 저...

 

[문이 달칵 여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예, 부장님

 

(부장) 당장 튀어 와! [통화 종료음]

 

(부장) 어디서 수사 중인 사건을 방송 나가 떠들어, 떠들긴!

 

너 정신머리 얻다 팔아먹었어

 

죄송합니다

 

(부장) 이 새...

 

이게 지금 죄송하단 태도야?

 

네 눈엔 동료들이 다 개똥으로 보이지?

 

싸잡아 병신 만든 소감이 어때?

 

기수 열외 한번 시켜줘?

 

- 죄송합니다 - 이게 확

 

일 벌여놓고 죄송하다면 다야?

 

경위서 써!

 

 

[부장의 한숨]

 

(부장) 어디를 가! 여기서 써

 

[부장의 한숨]

 

저...

 

[볼펜을 딸깍 누른다]

 

[출입증이 달카닥 부딪힌다]

 

(계장) 거, 거, 검사님!

 

차장님이죠?

 

예, 예

 

(계장) 아, 어떡해요 화 많이 나신 거 같던데

 

(시목) [한숨 쉬며] 까라면 까야죠

 

[한숨]

 

[비서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비서) 네

 

[비서의 놀란 숨소리]

 

[조용한 음악] [째깍거리는 효과음]

 

[비서들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비서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비서) 네

 

- (비서) 아 - (직원1) 주문한 거 왔습니다

 

- (비서) 네 - (직원1) 두 박스 맞으시죠?

 

[노크 소리가 들린다]

 

[비서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전화벨 소리]

 

네, 차장 비서실입니다

 

아, 네

 

오후에 다시 오시라는데요?

 

(실무관) 음 [카메라 셔터음]

 

[킥킥 웃는다]

 

[카메라 셔터음] [실무관의 놀라는 신음]

 

이게 다 몇 개야?

 

[카메라 셔터음]

 

(실무관) 꽃집 차려도 되겠죠, 검사님?

 

이것 좀 보세요

 

엄청...

 

[시목의 한숨]

 

(실무관) 아, 옆방 휴가 갔다고 나눴다는데도 이러네요

 

뭐, 나누기나 한 건지

 

[숨을 깊게 들이켠다]

 

(실무관) 아, 식사하러 안 가세요?

 

[마우스 클릭음]

 

아직 공지가 안 왔는데요? 먼저 가세요

 

(실무관) 네, 그럼 맛있게 드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종이를 사락 넘긴다]

 

(직원2)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 (시목) 동태찌개 하나요 - (직원2) 네

 

(직원2) 어서 오세요

 

아, 이쪽으로 앉으세요

 

저기, 죄송한데 합석 좀 할게요 자리가 없어서

 

(검사1) [작은 소리로] 야, 왜 내가 더 불편하냐

 

(검사2) 그러게요, 저 같으면 나가겠어요

 

(동재) 이따 다른 채널에서 또 한다며?

 

(검사1) 아, 예, 저 '오늘의 사건 사고'에서

 

후암동 특집 한다고...

 

(동재) 국물도 안 남게 생겼네

 

불난 데에다 석유를 질러놨으니

 

(직원2) 찌개 나왔습니다

 

(부장) 어허, 국물 시원하다

 

[부장이 숨을 크게 내뱉는다]

 

- (직원2) 맛있게 드세요 - (검사2) 잘 먹었습니다

 

(직원2)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검사2) 예, 수고하세요

 

- (직원2) 안녕히 가세요 - (부장) 네

 

(시목) 물 좀 주세요

 

(직원2) 네

 

[카드 결제기 조작음]

 

[어두운 음악]

 

[자판기 버튼음] 죄송해요, 제가 공지 담당인데 못 돌렸어요

 

(시목) 너 나한테 말 걸면 안 돼

 

상관없어요

 

너무 유치해서 돌아버릴 지경이니까

 

(은수) 누가 알겠어요? 이 안의 사람들이 이러고 노는지

 

감사합니다

 

너 보라고 한 거 아니야

 

그래도 감사해요

 

황 검사님 면접 저희 아버지가 보셨다면서요?

 

빵점을 줘야 할지 만점을 줘야 할지

 

참 헷갈리는 연수생으로 기억하시더라고요

 

음, 만점이었어

 

어떻게 알아요?

 

내가 면접관한테 드린 점수

 

어쩜 좋은 말도 그렇게 본인 위주로 하세요?

 

그러니까 따돌림당하시죠

 

난 계속 빼 줘

 

점심 한 끼는 내 마음대로 먹자

 

공지 보내드릴게요 식당 안 겹치게 [휴대전화 진동음]

 

너 편할 대로 해

 

(시목) 네

 

(여진) 02754270

 

많이 들어봤죠?

 

네?

 

(여진) 박무성 씨가 죽기 전날 받았다는 전화

 

11시 07분 서부지검 민원실에서 건 거예요

 

[어두운 음악] 잠깐만요

 

여기 민원실에서 박무성한테요?

 

(여진) 친족 살인 의심하기 전에 본인 직장부터 챙겨 보시죠?

 

[통화 종료음]

 

(은수) 왜요, 박무성이 뭐요?

 

(시목) 박무성이 죽기 전날 전화로 협박을 받았어

 

(은수) 그 전화가 우리 민원실이라는 거예요?

 

(직원3) 이게 4270번인데요

 

검사님

 

(직원4) 원칙상 보관일이 60일이라 폐기됐는데요

 

[시목의 한숨] 60일에서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이잖아요

 

남은 게 있을 거예요

 

아, 그게 원칙은 60일인데

 

(직원4) 민원실이 사건 사고가 나는 데도 아니고 해서

 

원칙은 60일인데, 그래서요?

 

그동안 문제 된 적도 없고 해서

 

그래서요?

 

보통 15일요

 

(직원4) 근데 진짜 한 번도 문제 된 적은 없었어요

 

사고라는 게 원래

 

1분 1초마다 매번 계속 발생하지 않습니다

 

(시목) 문제없다고 괜찮다고 원칙 무시하다가 어느 날

 

배가 가라앉고 건물이 무너지는 겁니다

 

[한숨]

 

아, 원칙대로 해도 지났구먼

 

왜 이제 와서 난리야, 진짜, 에이

 

(은수) 사건 직후에만 왔었어도

 

아, 검사님 때문이라는 게 아니고

 

어딘가 남은 게 있을 거예요

 

민원실로 순간 이동 한 게 아니라면

 

근처 복도에서 찍힌 거라도 찾아볼게요

 

검사님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박무성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 용의자야

 

자기 번호 감추려고 구내전화 이용한 사람

 

살아 있는 박무성을 마지막으로 본 용의자

 

[긴장되는 음악]

 

(시목) 토끼?

 

[태블릿 조작음]

 

(시목) 커피

 

토끼

 

용산구

 

(시목) 16분에 나가서 48분에 귀가

 

왕복 32분

 

이 밤에 나가서 32분?

 

씁 [자동차 시동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시목) 왕복 32분이면 집에서부터는 16분 거리

 

(시목) 여기까지가 박무성의 보폭으로

 

16분 안에 올 수 있는 최대 거리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실례지만 이 컵 로고가 토끼 모양...

 

네?

 

(시목) 아, 저, 실례지만

 

이런 건데

 

토끼 모양으로 된 카페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직원5)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시목) 알겠습니다

 

(여자2) 안녕히 계세요

 

(카페 사장) 1월 15일요?

 

(시목) 64일 전입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페 사장) 아, 그렇게 오래전은...

 

(시목) 그럼 여기 혹시 CCTV 보관 기간이...

 

보름요, 턱도 없죠?

 

(카페 사장) 자정 무렵이면 그때 알바했던 애가...

 

(카페 사장) 민성인가, 그때 알바가?

 

(시목) 그럼 그분 연락처 좀 알 수 있습니까?

 

아, 잠시만요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여자3) [작은 소리로] 이거 봐 봐, 이거 봐 봐

 

맞지? [카메라 셔터음]

 

[휴대전화 조작음]

 

제가 먼저 얘기해 보고

 

(카페 사장) 연락드릴게요

 

(시목) 아니요, 저, 급한 일이라서요

 

그러신 거 같긴 한데

 

남의 전화번호 함부로 드리기에는 좀

 

(카페 사장) 톡도 남겨 놨으니까 바로 연락 올 거예요

 

바로 전화드릴게요

 

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 (카페 사장) 네 - (여자4) 검사 아니야?

 

(여자3) 맞지, 맞지? [여자들이 수군거린다]

 

(여자4) 맞네

 

아침 방송에 나온 검사님

 

- (여자5) 방송? - (여자4) 방송, 아침에

 

(카페 사장) 근데 아무리 젊은 애라도 두 달 전 손님을 기억할까?

 

(여자5) [작은 소리로] 검사 아닌 거 같은데

 

(여자4) 아니야, 맞아, 검사야, 검사

 

[의미심장한 음악]

 

(무성) 억울한 게 있는데

 

꼭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이게? 네?

 

(시목) 누구를 만났을까?

 

[어두운 음악]

 

(TV 속 시목) 어, 이건

 

인근 골목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윤범) 얼굴이며 키며

 

[TV 속 시목이 계속 말한다] 저 친구 우리 사위한테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데 말이야

 

하나 넘치는 게 바로

 

머리네, 머리

 

새까만 후배한테 선수를 뺏겼지만 뭐, 어쩌겠어

 

부하보다 달리는 상관도 있는 법이니까

 

죄송합니다, 아버님

 

죄송이야 본인한테 죄송해야지

 

(윤범)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차버렸으니까

 

서부지검이 지금처럼 흔들릴 때

 

이 서방이 먼저 전국 방송을 치고 나갔어 봐

 

'내가 다 짊어진다'

 

'하지만 반드시 잡는다'

 

'서부지검 차기 검사장 이창준을 믿어 달라'

 

청와대 부름을 받아도 벌써 받았어

 

(TV 속 진행자1) 황시목 검사님

 

(TV 속 시목) 네

 

[TV 속 진행자1이 말한다] (창준) 죄송합니다

 

제가 신속히 처리하겠습니다 [TV 종료음]

 

무슨 처리?

 

복안은 있고?

 

감사를 받아야 될 사항으로 항명했으니

 

중징계가 마땅합니다

 

- 이 서방 - 네, 아버님

 

박 사장

 

이 서방 작품이야?

 

- 아버님 - 네 작품이야?

 

아닙니다

 

선전 포고를 했으니 누구를 잡나 보자고

 

(윤범) 이건 뭐라도 잡아야 끝날 게임이야

 

- (윤범) 내버려 둬 - (창준) 하지만 아버님

 

(윤범) 이 판국에 저놈을 치는 거는

 

제 살 물어뜯기야

 

저놈도 그걸 아니까 먼저 치고 나간 거고

 

졸로 전락했다고 아예 졸로 움직일 테야?

 

판을 뒤집을 길은 하나야

 

분칠할 놈 섭외해 [긴장되는 음악]

 

범인 만들어서 증거를 흘려

 

황 검사가 냄새 맡게 하고

 

막바지에 몰린 범인은

 

결국 투신

 

그거로 극장 끝

 

진범이 누구든

 

이 바닥 놈이면 절대 생포는 안 돼

 

살아서 잡히면

 

박 사장이랑 연관된 인간들 다 나불댈 거야

 

사위 잘못 얻어서

 

아무 상관 없는 나까지 치욕당하는 일이 생기면

 

그땐 내가 먼저 자네 목을 칠 테니까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창준) 믿어 주십시오, 아버님

 

만에 하나

 

우리가 분칠시킨 놈이 진범이 아닌 거로 들통나도

 

TV 나와서 호언장담한 검사가 눈 뻘게서 한 짓으로 해

 

엉뚱한 사람 잡고서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못 빠져나가

 

(윤범) 스타 검사?

 

국민 쌍놈 되는 거 한순간이야

 

섭외하겠습니다

 

이번엔 실수 없이 해

 

이번이라니요?

 

영일재 쓰러진 거 알고 있나?

 

(윤범) 누가 사진 올렸더만

 

난 못 알아볼 뻔했어

 

아, 사람이 어떻게 3년 새에 이렇게 늙나

 

장관 하다가 끌어내려지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야?

 

다 극복하는데

 

영일재 혼자서 지지리 궁상

 

그릇이 그거뿐이야

 

작아, 사람이

 

그릇이

 

작습니다

 

(일재) 어디 좀 줘 봐

 

아, 심심해서 그래

 

그냥 잡범이에요

 

세상에 그냥 잡범은 없어

 

피곤하실 텐데 쉬시지

 

[일재의 헛기침]

 

(일재) 응

 

요즘 조서는 이렇구나

 

(은수) 옛날 조서랑 달라요?

 

(일재) 뭐, 똑같아

 

이것 좀 봐

 

[함께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네, 이런 게 어려워요

 

(우균) 아이고

 

이야, 여기도 간만이다

 

장인한테 깨졌구나?

 

그러게

 

나처럼 그냥 고향 여자랑 살지

 

나도 따지고 보면 고향 여자야

 

아이고

 

이젠 처가 따라서 고향까지 조작하냐?

 

사람도 바꾸는 판에 고향 정도야

 

아침에 방송 나간 애 때문에?

 

결론이 뭔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막을 수 없으면 올라타라

 

올라타서

 

잡아먹으려고?

 

(창준) 음...

 

어떻게 올라타냐인데...

 

뭐가 문제야?

 

앉은 방석만 들춰도 먼지가 수북할 텐데

 

그놈은 앉아있는 방석 자체가 없어

 

[우균의 웃음]

 

(서장) 내 평생 그런 놈 못 봤다

 

뭐든 꼭 하나는 있어, 잘 찾아봐

 

응? 귀신이 아니고서야 한 방에 보낼 수 있는 게

 

반드시 있다

 

코밑에 사람을 심어 놔도 건질 게 없으니

 

걔랑 친한 거 같던데 우리 서의 여자 형사

 

여자 형사?

 

걔, 그, 경대 나온 애

 

어? 긁어 부스럼 만들고서는 둘이 무슨 공조 수사를 하는지

 

(우균) 아이

 

황시목이 공조를?

 

없는 일인데?

 

[휴대전화 진동음]

 

아, 네

 

알바생 연락됐습니까?

 

(카페 사장) 아, 예, 얘가 자고 있었대요

 

내일 카페로 5시까지 오기로 했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 찾아가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 왜?

 

(은수) 검사님, 댁이세요?

 

- 응 - (은수) 저기, 낮에

 

(은수) CCTV 확인한 건 아무것도 못 건졌고요

 

응, 그래, 알았다

 

(은수) 저기, TV에서 후암동 특집 하는데

 

안 보세요?

 

(시목) 응

 

(은수)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TV 속 진행자2) 담당 검사가 직접 대국민 방송을 하는 초유의 사태

 

그런데 말입니다

 

방송이 끝난 뒤 저희 제작진은

 

게시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서부지검 황시목 검사와

 

중학교 때 동창이었다는 한 제보자가 올린 글입니다

 

그가 기억하는 황 검사가 학창 시절 매우 폭력적이고

 

[의미심장한 음악] 이유도 없이 급우들을 공격했으며

 

그로 인해 퇴학 조치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습니다

 

(TV 속 남자) [음성 변조] 완전 사이코였어요

 

애들 그냥 막 때리고

 

아직도 기억나는 게 교실에 새인가 뭐가 들어왔는데

 

옆의 여자애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나?

 

그랬더니 갑자기 걔를 막 때려서

 

여자애를요

 

뭐, 성공했다니까 다행인데

 

그런 사람이 검사라는 게 전 지금 굉장히 황당하고요

 

(TV 속 남자) [음성 변조] 선생님 보는 앞에서

 

반 애 손가락 분지른 적도 있다니까요

 

오죽하면 다들 사이코라고 부르겠어요, 사이코

 

(TV 속 진행자2) 저희는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담당 검사의 모교를 찾아갔습니다

 

학교 측은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황시목 검사가 중학교 2학년 당시 학업을 중단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퇴학이 아닌 자퇴가 사유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TV 속 진행자2) 또한 초등학교 시절부터 많은 학교를 거치며

 

수시로 전학을 다닌 기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황 검사가 폭력 문제로 여러 학교를 전전해야 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물론 사람은 노력 여하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노 조절 장애가 아닐까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집행관이 되어 무고한 서민을 자살케 했음에도

 

단 한 번의 방송 출연으로

 

정의 구현의 표상처럼 떠오른 이 현상을 어찌 해석해야 할까요?

 

저희 제작진은 좀 더 확실한 검증을 위해

 

황 검사의 가족에게 문의를 시도했습니다 [TV 속 노크 소리]

 

(제작진) 저, 안에 안 계세요? 취재 나왔거든요

 

(TV 속 진행자2) 들으셨습니까?

 

왜 '치료'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가족은 만날 수 없었지만

 

저희는 이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혹시 무슨 질병에...

 

[리모컨을 탁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올라오지 않고

 

왜 말씀 안 하셨어요? 댁에까지 찾아온 거

 

나까지 호들갑 떨 일 있니?

 

시끄러우셨겠네요, 죄송합니다

 

내가 없을 때였어

 

그 바람에 안 해도 될 말을

 

[시목 모의 한숨]

 

악의적으로 나왔던데

 

괜찮겠니?

 

허위 사실은 아니니까요

 

그걸 말이라고 해?

 

해고되면 어쩌려고 보통 직장도 아니고

 

[시목 모의 한숨]

 

어떤 좀팽이가 20년이나 지난 걸

 

누구인지 몰라?

 

그러게 왜 TV 같은 데엔 나와 가지고

 

조용히 살라고 했잖아, 응?

 

[다가오는 발걸음]

 

(시목) 또 오면 저 모른다고 하고 그냥 신고하세요

 

전 상관없으니까

 

(시목 모) 귀 아픈 건

 

괜찮니?

 

괜찮아요, 이제

 

아버지

 

너희 아버지는 뭐라니?

 

언제 들어오셨어요?

 

너도 몰라?

 

[시목 모의 헛웃음]

 

평생 나한테만 맡겨놓고

 

(시목 모) 책임감이라곤 약에 쓰려도 없는 인간

 

들어가세요 아까부터 계속 기다리시는데

 

[시목 모의 당황한 숨소리]

 

(시목 모) 저, 저이가...

 

생일날 와

 

(시목 모) 왜 나와 있어요

 

(계부) 아, 어떻게 당신만 보내나

 

가뜩이나 방송 보고 눈 뒤집혀서 왔을 텐데

 

[시목 모의 당황한 숨소리]

 

(시목 모) 당신까지 왜 이래요, 정말

 

(계부) 아, 사이코라며! [시목 모의 당황한 신음]

 

저런 애들은 피붙이도 어미도 없어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시목 모) 그런 거 아니라고요!

 

[차 문이 탁 닫힌다] [시목 모의 한숨]

 

(계부) 아이, 나, 저 사람 참 정말 [자동차 시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시목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

 

[삐 울리는 이명이 들린다]

 

[힘겨운 숨소리]

 

[고통스러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신음]

 

[시목의 거친 숨소리]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치...

 

사촌이 유명해지니까 그냥 배가 아픈 거지, 무슨

 

사이코는 무슨, 치

 

[칼날이 바람을 가른다]

 

[여진의 비명]

 

(무성 모) 아휴, 왜요?

 

(여진) 어머니

 

나 때문에 여기서 자요?

 

아, 어머니

 

아, 제가 여기서 왜 자요 입 돌아가게, 아이고, 참

 

아, 어머니

 

 

- 한잔? - 아, 잠깐만요

 

[문이 철컹 열린다]

 

[칼날이 바람을 가른다]

 

[문이 철컹 열린다] 에이

 

[잔잔한 음악]

 

나물 좀 했는데

 

(여진) 오, 나물!

 

어머

 

한번 먹어 볼게요

 

 

어머니, 우리 나물집을 해야 될 거 같아요

 

8 대 2 어머니 2, 나 8, 응?

 

(여진) 응? [여진의 웃음]

 

제 첫 잔을 받으시고

 

한여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마워요

 

(여진) 오, 괜찮으세요?

 

어머, 어떡해, 진짜 어머, 어떻게 원샷을 하셨어 [무성 모의 힘겨운 숨소리]

 

괜찮으세요? 완전 속이 막 불타오르죠?

 

[의미심장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한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도어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아이) 엄마, 왜?

 

(아이 엄마) 어, 뭐 놓고 왔네

 

(동재) 이건 울고 싶은데 뺨 쳐준 정도가 아닙니다

 

완전 절벽에서 차준 거죠

 

이대로 밀어붙여서 끝장내겠습니다

 

상상이 안 가

 

황 검사, 폭력, 자퇴

 

제가 먼저 캐냈어야 되는 건데 그랬으면...

 

그랬으면?

 

까까머리 적 싸움 좀 한 것 가지고 협박이라도 하게?

 

싸움 좀 수준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늘 말씀드렸잖아요

 

황 프로 아주 기분 나쁜 데가 있다고

 

폭력 성향도 누가 압니까?

 

낮에는 기가 막히게 감추고 밤에는 뭔 짓을 하고 다니는지

 

어떻게 감쪽같이 감출 수가 있을까

 

어떻게 사람이 180도 바뀔 수가 있을까

 

(창준) 과거 얘기가 사실이라면

 

이건 거의 새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인데

 

중요한 건

 

안팎으로 비난이 쇄도한다는 겁니다

 

이제 문책 내리실 일만 남았습니다, 차장님

 

새까만 부하한테 선수를 두 번이나 뺏길 순 없지

 

예?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황시목이한텐 엄청난 플러스야

 

검사가 된 조폭 법관이 된 문제아

 

대중은 이런 스토리에 열광하지

 

노이즈 마케팅 뒤에

 

대단한 콘텐츠를 품은 인물이 돼 버렸어

 

절벽에서 밀었는데

 

하필 떨어진 데가 금광이라니

 

조폭 출신이랑 사이코랑은 완전 다른 차원이죠

 

조폭은 개과천선이란 게 있지만 사이코는 아예 그 개념이 없어요

 

전적은 화려할수록 좋아

 

아, 대체...

 

[작은 목소리로] 어떻게 하시려고요?

 

성매매 특별 단속이 생각보다 부진해?

 

홍보는 당장에 뿌리 뽑을 것처럼...

 

오늘부턴 내가 직접 해야겠어

 

아닙니다, 혼자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파일 올려보내

 

아, 차장님

 

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창준) 15분 후에 강 부장 오라고 해

 

 

[창준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을 달칵 연다]

 

하루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간 감상이 어때?

 

집과 사무실을 오간 감상입니다

 

(창준) 사실인가, 전부?

 

 

지킬이 되기 위해서 하이드는 어떻게 했어, 죽였어?

 

(창준) 흠, 매우 극적인 교정 사례가 될 텐데

 

굳이 비밀로 하겠다면야, 뭐

 

(시목) 수술했습니다

 

수술?

 

 

그런 것도 수술이 돼?

 

그런 게 뭔지에 따라 다르죠

 

두 달 기한 무슨 근거야?

 

저 때문에 버린 시간이 두 달입니다

 

'아무리 길어도 나 황시목이는 두 달을 넘기지 않는다'

 

뭐, 이거겠지

 

좋아, 해 보자, 잡자

 

(창준) 자, 뭐가 필요해? 기수 열외?

 

그거부터 치워줘?

 

(시목) 전 이미 말씀드렸는데요

 

차장님 자리 이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이야

 

[어두운 음악] 자리에 이렇게 절절매는 인물인지 몰랐네

 

내사에서 차장님 시키신 대로 하면 됩니까?

 

서동재 검사를 대신 밀어내라는?

 

내사는 무산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왜 오른팔을 잘라내려고 하셨죠?

 

(창준) 잘라내야 또 신선한 팔이 자라지

 

서부지검이 텅텅 비지 않는 한

 

내 오른팔은 무한 증식이야

 

(시목) 서 검사가 차장님의 뭔가를 쥐고 있고

 

직접 손댔다가는 시끄러워질 것 같고

 

그래서 저인 겁니까?

 

작작하지?

 

네가 이뻐서 이러는 거 아니라는 거 알 텐데

 

해 보자고 잡자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한숨]

 

두 달, 60일 허송세월이네

 

(창준) 엉뚱한 데나 찔러대고 있으니

 

가서 제대로 찔러

 

[문이 달칵 여닫힌다] [옅은 한숨]

 

(시목) 아, 예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바로 가겠습니다

 

[휴대전화 벨 소리]

 

(창준) 예, 이창준입니다

 

[어두운 음악] 아, 예, 오셨습니까?

 

예, 올라오시죠

 

 

(시목) 내사에서 차장님 시키신 대로 하면 됩니까?

 

서동재 검사를 대신 밀어내라는?

 

잘라내야 또 신선한 팔이 자라지

 

(시목) 서동재가 다 들었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사람인데요

 

(아르바이트생) 아, 생각나요

 

싸웠어요

 

금방 나가긴 했는데 막 흥분해 갖고

 

그래서 생각나요

 

[휴대전화 조작음]

 

(시목) 그럼 그때 같이 있던 사람이

 

이 사람입니까?

 

아닌데요

 

이 사람입니까?

 

아...

 

그게 아니고요

 

(아르바이트생) 어? 이 사람이다

 

이 사람요

 

[긴장되는 음악]

 

[아련한 음악] (여진) 희생자 주변에 전과자 어디 있나

 

전과 기록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쪽이에요

 

여기, 아니면 우리

 

(우균) 블랙박스 속의 그 추리닝이 여자일 리가 없잖아

 

공범은 어디서 구했을까

 

(시목) 다른 일도 함께 실행에 옮긴 걸까?

 

- 찾았어? - 영 검사야말로

 

용의자하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인데요?

 

(일재) 용의자랑 관련이 됐다고?

 

(장 형사) 일어나요, 경위님!

 

[문을 탕탕 두드리며] 경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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