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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숲 S2.14

  (경찰1)  들어가지 말라 카면 말 좀 듣지, 좀

 

 (경찰2)  저기 있다!

 

 (후정)  [울먹이며]  대학 와서 처음 온…

 

 술이 너무 취해서  [대학생1이 소리친다]

 

 저는 애들 나가는 것도 몰랐다가

 

 [흐느낀다]

 

 (시목)  통영요?

 

 그때 생존자한테 서 검사가 전화를요?

 

 (윤수)  얘가 그러는데

 

 서 검사가 연락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답니다

 

 (여진)  김후정 씨

 

 서동재 검사 아시죠?

 

 [긴장되는 음악]

 

 [콜록거린다]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거친 숨소리]

 

 (대학생2)  친구야!  [셔터가 철컹거린다]

 

 아, 이것 좀 열자, 어?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왔다

 

 (대학생2)  아씨, 기어가네, 기어가

 

 (대학생1)  야, 야, 야, 소리 좀 켜 봐

 

 아, 야, 비켜, 씨, 내가 켜게

 

 [대학생들의 웃음]

 

 야, 야, 야, 나와 봐, 나와 봐

 

 [후정의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남자1의 당황한 신음]

 

 [후정의 신음]

 

 (대학생1)  아, 추워, 더럽게 춥네, 씨

 

 - (대학생1) 아, 코앞이라며!  - (대학생2) 아, 놔

 

 [대학생1이 쿵 넘어진다]

 

 [드라이기 작동음]

 

 [드라이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통화 연결음]

 

 애들이요…

 

 [울먹이며]  바다 본다 했는데

 

 없어졌어요

 

 (후정)  빠졌나 봐요

 

 술을, 술을 마셨는데

 

 없어졌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줘요

 

 [타이어 마찰음]

 

 [후정의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후정의 힘주는 신음]

 

 (여진)  어디 있어, 어디 있어!

 

 [어두운 음악]

 

 [후정을 툭 치며]  야, 말 안 해? 어?

 

 [괴로운 숨소리]

 

 이 새끼가, 씨…

 

 당장 말해!

 

 '악기사'

 

 (시목)  '강남역'

 

 [어두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시목)  표백제 냄새가 방 전체에서 진동합니다

 

 청소한 지 하루 이틀도 안 됐단 얘긴데

 

 그럼 서 검사가 옮겨진 것도  최근일 수 있어요

 

 오늘 이전 주행 기록 중 하나가  서 검사를 옮긴 동선입니다

 

 역순으로 추적해 주십시오

 

 나갔다 왔더니

 

 (윤수)  흙 색깔이 일부분만 달라져 있었다거나  그런 적 없으셨어요?

 

 (집주인)  아니요

 

 아휴, 설마 우리 없을 때  여기다 갖다 묻었으려고요?

 

 이상한 소리는 못 들으셨어요?

 

 뭐,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뭐, 썩는 냄새나

 

 어휴, 아니요

 

 근데 락스 냄새는  아주 골치가 아플 정도로 올라오길래

 

 - 언제요?  - (집주인) 어, 어제 아침인가?

 

 (집주인)  일어나서 나왔더니 냄새가 아주…

 

 어머, 어머, 그럼 그게

 

 어머, 아이고, 무서워라

 

 아니, 아래 학생한테  무슨 냄새냐고 안 물어보셨어요?

 

 야, 반지하라  곰팡이 때문에 뿌렸다고 했대

 

 소독한 게 어제 새벽이 맞으면

 

 사람 치운 것도  거기서 한참 전은 아닐 거야

 

 (건)  근데 차에 따라서

 

 그, 뭐야, 내장 메모리가  어떤 건 금방 삭제되던데

 

 아예 내비 회사에다  주행 기록을 달라 그래

 

 저장한 거 있어, 걔네

 

 (건)  아이, 그럼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간당간당하는 사람  갖다 버린 거면 어떡해

 

 간당간당하게 끝나서  갖다 버린 걸 수도 있어

 

 하, 예, 다녀오겠습니다

 

 - 수고해  - (건) 네

 

 [카메라 셔터음]

 

 [마우스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윤수)  그 나무 무늬가 아니네?

 

 [상원의 한숨]

 

 범인 메시지에서 본  나무 바닥이 아닌데?

 

 어? 유리 테이블도 없고

 

 (순창)  아, 메시지 그거  여기서 찍은 게 아닌가 봐요

 

 (여진)  이런다고 안 달라져, 어?

 

 [여진이 책상을 쾅쾅 두드린다]  너 못 빠져나가

 

 네 자취방에서 혈흔 나왔고  네 차에서도!

 

 차가 아주 신형이던데요

 

 요즘 내비는 전원을 꺼도  업체하고 교신이 됩니다

 

 차량 위치, 운행 시간, 심지어

 

 공회전 시간까지 다 알 수 있어요

 

 (시목)  김후정 씨가 어딜 다녔는지  결국에 다 나온단 말입니다

 

 입을 다물어도요

 

 (여진)  네 주행 기록에 찍힌 데서  실종자가 발견되면

 

 너 그때 정말 빼도 박도 못해

 

 그 전에 말하자, 어?

 

 서 검사 어디 있니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 여보세요?  - (동재) 김후정 씨?

 

 (동재)  여기 의정부지검인데요

 

 관심 없습니다

 

 (동재)  아, 그, 보이스 피싱 아니에요

 

 나 서동재 검사입니다, 기억나죠?

 

 전에 통영 일 때문에  나랑 통화한 적도 있는데

 

 [여진의 한숨]

 

 (여진)  그럼 이것만 묻자  너 이건 정말로 대답해야 돼, 어?

 

 서동재 검사 살았니?

 

 죽었어?

 

 그래서 치웠어? 흔적도 지우고?

 

 야!

 

 [여진의 한숨]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시목)  예, 그래서 지금  사무실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혹시 반차를 써도 될까요?

 

 (태하)  지금 어디야?

 

 (시목)  보광동요  용의자가 살았던 집에 갑니다

 

 반차는 뭔 반차

 

 자백받아 내서 와

 

 [통화 종료음]

 

 죽여 버린다고 할 수도 없고

 

 황 프로요?

 

 손 떼라고 했는데  자기가 나서서 잡아서?

 

 범인

 

 범인이 엉뚱한 데 있었네요

 

 (태하)  그러게

 

 어쨌든 끝났네

 

 잡았으니까

 

 [어두운 음악]

 

 (여자)  예, 맞아요, 이 학생

 

 여기 제일 꼭대기 방에서  얼마 전까지 세 살았어요

 

 (시목)  혹시 이 학생들은 본 적 있으세요?

 

 여기 뭐, 자주 놀러 왔었다든지

 

 (여자)  글쎄요

 

 나도 같이 세 들어 사는 입장에서

 

 남의 집에  올라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게다가 얼마 안 살고  갑자기 나가서

 

 윗방 학생 자체도 별로 못 봐 놔서요

 

 갑자기 나갔습니까?

 

 예

 

 씁, 한두 달 살았나?

 

 (여자)  집주인이 언젠간 와서는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아유, 난 이사 나간지도 몰랐네

 

 그, 갑자기 나간 이유가  뭐였는지 아세요?

 

 아, 그때 계약한 게

 

 하필이면 제일 추운 날이라서

 

 너무 추워서 못 살겠다고 했다나?

 

 (여자)  아, 집주인이 그러면  한겨울이면 춥지 덥냐며

 

 막 뭐라 그러데요?

 

 아니, 춥다고 하면, 응?  집을 고쳐 줄 생각은 안 하고

 

 혹시 이 동네에  유명한 배달 맛집 같은 데가 있을까요?

 

 대행 쓰는 데 말고  직접 갖다주는 데요

 

 아유, 있죠

 

 우리 애들이 허구한 날 시켜 먹는  그놈의 치킨집

 

 (여자)  배고프세요?

 

 (여학생1)  통영에서 죽었단 애들이  걔네들이라고요?

 

 (녹음 속 여학생1)  후정이가 원래 조용한 편이었고  공부는 잘했지만

 

 집도 잘살고요

 

 그러니까 타깃이 되기 딱 좋았죠

 

 (녹음 속 여진)  그 셋이 중학교 때부터 친했어요?

 

 (녹음 속 여학생1)  [헛웃음 치며]  저는 오히려

 

 걔네가 대학 가서도  연락하고 지냈다는 거에 놀랐는데요?

 

 (후정 부)  김후정!  [녹음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녹음 소리가 뚝 멈춘다]  [문이 철컥 열린다]

 

 김후정 어디 있어

 

 (여진)  보호자 되십니까?

 

 무슨 죄목으로 남의 자식을  긴급 체포 해요? 벌건 대낮에

 

 [의미심장한 효과음]  (여진)  긴급 체포는 벌건 대낮에 도주해서고

 

 추정 죄목은  납치, 살인 및 시체 유기요

 

 (후정 부)  사람을 잘못 봐도 유분수고

 

 뒤집어씌워도 말은 돼야지  이 사람들아!

 

 이제 겨우 막 스무 살짜리 갖고  살인? 유기?

 

 얘가 서울대 갈 거 마다하고

 

 연대 공대를 전액 장학금 받고  들어간 애야, 얘가!  [여진의 헛웃음]

 

 저, 죄송한데 지금 조사 중입니다

 

 성년의 피의자 조사에 있어서  보호자 동석은

 

 수사 기관의 의무 조항도 아니고요

 

 누가 벌써 피의자예요?

 

 (후정 부)  누구 승인이오, 이거

 

 수사 지휘 누가 했어?

 

 전데요?

 

 누구는 서초동 안 있어 봤어?

 

 너 몇 기야?

 

 (후정 부)  나 얘 아비 말고도 얘 변호인이야

 

 [여진의 못마땅한 숨소리]

 

 (여진)  중학교 2학년

 

 [어두운 음악]  김후정 학생은 담임에게 고백을 했어

 

 '왕따를 당하고 있다  친구들이 괴롭힌다'

 

 '특히 두 아이가'

 

 근데 돌아온 게 뭐냐

 

 담임이 셋을 묶어서 짝을 지어 줬어  친하게 지내라고

 

 열다섯 살 소년 김후정은

 

 자기를 때리고 부려 먹고  놀려 대는 그 두 애들이랑

 

 하루 종일 붙어 앉아 있었던 거야

 

 이번 주에는 이 아이  다음 주에는 저 아이, 돌아가면서

 

 아니, 지금 얻다 대고 멀쩡한 애를

 

 누가 왕따를 당해요

 

 (녹음 속 여학생1)  이제 생각해 보면 쌤이 걔네 둘한테

 

 통영에서 죽은 애들요

 

 경고를 한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다, 다 지켜보고 있다'

 

 후정이가 면담 시간에  왕따 고백 한 게 다 퍼져 버렸으니까요

 

 나름 대책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당하는 사람은요? 어떻게 친해져요?

 

 [휴대전화 조작음]  절대 안 친해지지

 

 대학을 가든 바다를 가든 못 친해지지

 

 (후정 부)  아니…

 

 아니, 지금 이게 왜 나옵니까?

 

 백번 양보해서, 좋아

 

 무슨 왕따가 있었다고 칩시다

 

 살인에 납치라더니

 

 물에 빠져 죽은 애들 얘기가  왜 나오는데?

 

 물에 빠져 죽은 게 아니라  물에 빠뜨려 죽였을 가능성요

 

 (여진)  친구가 아니라 철천지원수였고

 

 (후정 부)  네가 얘기해 봐

 

 친구였니, 원수였니?

 

 말해

 

 친, 친구요

 

 (후정)  친했, 친해졌어요

 

 (후정 부)  중학교가 언제 적 얘긴데

 

 흐른 시간이 얼만데  친해지고도 남지

 

 (여진)  보광동에 방은 왜 얻어 주셨어요?

 

 광진구의 아주 좋은 아파트 사시던데

 

 아, 그보다 방은 왜 뺐니? 응?

 

 한 달도 안 살고 나갔던데?

 

 [헛웃음 치며]  이봐요, 형사님

 

 (후정 부)  얘가 멋모르고  보광동 집이 좋다고 했다가

 

 막상 살아 보니까  못 살겠어서 옮겼어요

 

 그것도 죄입니까?

 

 살다 살다…

 

 아, 무슨 형사가  월세 기간 안 지켰다고 추궁을 해

 

 자주 시켜 먹었다며, 마늘치킨

 

 (후정 부)  뭐 하자는 거야?

 

 마늘치킨이 왜 나와요, 마늘치킨이!

 

 집단 동거를 했습니까? 혼숙도 하고?

 

 (후정 부)  아니, 어디서 그딴…

 

 [초인종이 울린다]

 

 (배달원)  거기처럼 맨날 술판, 개판인 데도  드물었거든요

 

 일주일에 몇 번도 시켜 먹었었는데

 

 (대학생2)  야, 치킨 왔어

 

 [여학생2가 대답한다]  (배달원)  남자애들만 있을 때도 있고

 

 주로 그 학생이 나와서  치킨을 받았는데

 

 씁, 걔 없이 딴 애들만 있을 때도  꽤 있었던 거 같아요

 

 여자애들도 있고

 

 제가 오라고 했어요

 

 (시목)  여학생들도?

 

 예

 

 음악하는 작업실 같던데

 

 작업실을 보광동에서  지금 있는 구의동으로 옮기고 나서

 

 그 친구들한테도 얘기해 줬어?  나 옮겼다고?

 

 (후정)  아니요, 따로는 얘기…

 

 친구였다며

 

 (여진)  친해졌다며

 

 남자 셋이 여행을 갈 정도로 친한데

 

 하루아침에 작업실 바꾼 얘기는  왜 안 했을까?

 

 (후정 부)  셋이 친구든 아니든

 

 얘가 무슨 잘못이 있고  무슨 책임이 있길래

 

 (시목)  책임을 넘어서 동기입니다

 

 지금 동기를 묻고 있어요

 

 김후정 씨, 3월 26일 오후 7시에서  밤 11시 사이에 어디 있었습니까?

 

 (후정 부)  이봐요!

 

 (시목)  서동재 검사 작업실로 데려갔죠?  지금 어디 있습니까?

 

 (후정 부)  서동재 검사라니?

 

 (후정 부)  아니, 무슨 시신이 나오기를 했어  범행 도구가 있길 해

 

 검사 하나 없어졌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애 잡아다가

 

 종주먹 들이대서 어떻게든 빨리  종결시키겠다는 거잖아, 지금!

 

 애 아빠에다

 

 [문이 달칵 닫힌다]  검찰 선배에다

 

 변호사인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뒤집어씌워서  골로 보냈을까?

 

 (상원)  차의 블랙박스 왜 껐어요? 왜 떼었어!

 

 (후정 부)  아, 정말 골고루들 하네

 

 형사 양반님들

 

 '블랙박스는 사유 재산에 해당하며'

 

 '영상 공개가 의무도 아니고'

 

 '제출을 거부할 수가 있다'

 

 현장 마룻바닥이고 장롱 안이고  혈흔투성이예요, 차 트렁크도

 

 (상원)  우리가 뭘 뒤집어씌운다고

 

 개 피예요

 

 [어두운 음악]

 

 개를 차로 쳤어요

 

 (후정)  그거예요

 

 [여진의 어이없는 숨소리]

 

 (여진)  개를 쳤으면 병원엘 데려가야지  옷장 속에 박아 놔?

 

 네 귓구멍엔  지금 이게 말이 되는 걸로 들리니?

 

 병원에 갔는데

 

 가망 없다고 해서 도로 데려왔어요

 

 개 어디 있습니까?

 

 - 죽었어요  - (시목) 사체는?

 

 - 묻었어요  - (시목) 어디에

 

 생각해 보니까 버렸네요

 

 어느 병원

 

 (후정)  기억 안 나요

 

 (여진)  와, 이게 진짜

 

 야, 너 DNA 돌리면 이게 짐승 피인지  사람 피인지 다 나오는데

 

 이게 어디서 장난질이야  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서동재 어디 있어

 

 (상원)  목숨 걸고 빡빡 닦았나 봐요

 

 온갖 표백제 종류란 건 다 섞여서

 

 혈액 반응은 있는데  이게 너무 많이 오염돼 가지고

 

 DNA가 검출될지는 장담 못 하겠대요

 

 아니, 그럼 누구 피인지가  문제가 아니고

 

 (여진)  사람 피인지 아닌지도  장담 못 한다고요?

 

 (상원)  아, 그걸 아니까 쟤도 저렇게  날 잡아 잡수로 나오겠지

 

 (여진)  하…

 

 (시목)  일단 보호자하고 용의자부터  분리합시다

 

 계속 저렇게 붙여 뒀다간  말 한마디 못 듣겠어요

 

 (여진)  아니, 잡았는데도 찾을 수가 없으니

 

 아씨, 분명 코앞까지 온 걸 텐데

 

 [상원의 한숨]

 

 (후정 부)  너 왜 체포되는지 쟤들이 말해 줬어?

 

 - 예  - (후정 부) 변호인 선임 권리는?

 

 변명할 기회는? 다 고지했어?

 

 [어두운 음악]

 

 - 예  - (후정 부) 아빠 봐, 후정아

 

 (후정 부)  아빠 봐!

 

 절대 입도 뻥긋하지 마

 

 저쪽에서 뭐라고 하든 절대

 

 아빠가 다 알아서 할 거니까  넌 가만히만 있으면 돼, 알았어?

 

 - (후정) 네  - 검사가 구속 영장 청구해도

 

 넌 혐의가 뚜렷하지 않으니까  영장 심사 때 석방될 수 있어

 

 (후정 부)  아니, 아빠가 영장 기각시킬게

 

 너 구속 안 돼

 

 그러려면 절대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그거 네 권리야

 

 - (후정 부) 알았지?  - 네

 

 [문이 철컥 열린다]

 

 (후정 부)  뭐라고 하든 다 무시해

 

 별것들 아니야

 

 [어두운 음악]

 

 [후정 부의 한숨]

 

 개 피라는 말을 믿으세요?

 

 내 아들 말인데 왜 안 믿겠어요?

 

 (여진)  '왕따를 당하고 있다'

 

 (상원)  현장 마룻바닥이고 장롱 안이고  혈흔투성이예요, 차 트렁크도

 

 [여진의 헛웃음]

 

 (빛)  내가 이런 일로 전화한 적 있어?  오죽 급하면?

 

 아니, 검사가 실종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긴급 체포 했는데 변호사 끼고  세게 나와서

 

 그냥 놔주게 생겼으니까 그러지

 

 아니야, 이거 빼박이야

 

 이거 놔주면 진짜 큰일 나

 

 DNA 결과가 흐리멍덩하게 나와서  경찰이 범인 놓쳤단 소리 나 안 들을래

 

 부탁 좀 해요

 

 고마워

 

 부탁해

 

 [통화 종료음]

 

 [한숨]

 

 아니, 차장님

 

 저희도 방금  황 프로한테 사정 들었는데요

 

 이거는 직권 남용이 아니라…

 

 예, 저, 그렇지만…

 

 [문이 달칵 닫힌다]

 

 [태하의 한숨]

 

 예, 예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하겠습니다

 

 (태하)  예, 차장님

 

 신경 쓰이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예

 

 이것들이 얻다 대고, 씨

 

 [태하의 한숨]  (사현)  어떤 것들이 또 무슨 지랄을 했는데요?

 

 너 고법의  그, 김규만 판사라고 아냐?

 

 - 아니요  - (태하) 용의자 아빠가

 

 김규만이 찾아가 가지고  하도 지랄을 하니까

 

 김규만이가 영장 담당한테 전화하고

 

 영장 담당이 다시 또 차장님한테  어떡하냐고 전화했단다

 

 어느 용의자 아빠?

 

 서동재

 

 (태하)  주임 검사가 실종자랑 친분이 있으니까

 

 객관 의무를 저버렸다고  영장 내 주지 말라고

 

 표적에 과잉에  편파라고 아주 생난리를 쳤대

 

 아, 주임이면 황시목?

 

 무슨, 과잉에 편파는 자기 얘기구먼

 

 - 아, 암만 자식이라도  - (태하) 얻다 대고 외압질이야, 씨

 

 (태하)  직속도 아니면서, 선배면 다야?

 

 아, 그래도 기각은 안 될 거 아니에요

 

 (태하)  위에다 찍 전화하면 뭐

 

 내가 뭐, 바짝 엎드릴 줄 알았나?

 

 날 뭘로 보고 말이야, 씨

 

 (사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영장요

 

 아, 풀어 주라고는 안 하겠지

 

 그럴지도 모르겠어

 

 [어두운 음악]  예?

 

 (태하)  너 국회 파견 판사  그, 이름이 뭐더라?

 

 그 사람이 김규만보다 위 아니냐?

 

 (사현)  김규만이 몇 기인데요?

 

 몰라

 

 씁, 근데 우리보다 좀 위였던 거 같아  별로 차이 안 나

 

 그러면  [휴대전화를 탁 든다]

 

 (사현)  신정호가 위겠네

 

 기각은 안 되지

 

 [통화 연결음]  - 신정호가 파견 판사야?  - (사현) 응

 

 (사현)  네, 신 위원님, 통화 괜찮으세요?

 

 아, 예, 그럼 빨리 말씀드릴게요

 

 위원님, 혹시 김규만 판사 아세요?

 

 아, 같이 한 적 있으세요?

 

 그럼 그쪽이 후배시네요, 그럼

 

 예, 예

 

 (여진)  여기 작업실 주변이 다 빌라촌이고

 

 근처에 산하고 강이 다 있으니

 

 아씨, 얻다 숨겼을까?

 

 이러다 시신 없는 살인 되면, 하…

 

 [후정의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시목)  어디로 갔을까

 

 [휴대전화 진동음]

 

 [여진이 휴대전화를 탁 든다]

 

 (여진)  네

 

 네  [긴장되는 음악]

 

 어, 주행 기록

 

 (여진)  예

 

 예

 

 오늘 새벽 3시에  성수동1가에서 찍혔대요

 

 김후정이 낮에  악기사 간 거 제외하고는

 

 그게 제일 최근 기록이라니까

 

 새벽 3시면

 

 눈에 안 띄게 뭐, 옮기기 딱이지

 

 (상원)  맞나 보네요, 그럼, 응?

 

 그때 들어와서 소독을 했으니까  아침까지 냄새가 진동을 했지

 

 근데 용의자 본가 집에도

 

 마루가 사진에 찍힌  그 마루가 아니라는데요?

 

 지금 문자 왔는데

 

 [여진의 한숨]

 

 (상원)  한강 변인데요, 성수동1가?

 

 아씨, 그럼 결국 한강인가?

 

 (상원)  어? 산도 있네?

 

 어? 서울 숲이랑 개천도 있네?

 

 아, 미치겠네, 진짜

 

 [상원의 한숨]

 

 (상원)  거기서 서 검사를 찾긴  쉽지 않겠는데요?

 

 (윤수)  아, 뭐가 이래, 정말, 아유, 씨

 

 [차 문이 탁 열린다]

 

 어

 

 어

 

 (상원)  여기가 맞아? 어?

 

 아무리 새벽 3시라도  이런 데다 유기했다고?

 

 (건)  여기서 2분 정도 정차한 거 맞아

 

 그,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서울 숲이 있긴 한데

 

 근데 여기서부터 차를 세워 갖고  이고 지고 가진 않았을 텐데

 

 (순창)  근데 2분만 정차했다는 거는

 

 뭐만 딱 버리고 튀었다는 거  맞지 않아요?

 

 찾아 보자고

 

 (여진)  남의 집 계단에다가  숨겨 놨는지 모르니까

 

 (건)  아유, 벌써 싹 다 훑었어요  근데 없어

 

 (윤수)  아, 아까 봤어요, 없어

 

 [윤수의 당황한 신음]

 

 [냄새를 씁 맡으며]  아유, 씨, 아, 있어 봐요

 

 야, 야, 야  야, 아무거나 갖고 와, 빨리

 

 [윤수가 시목을 제지한다]

 

 [윤수가 발로 쿵쿵 찬다]

 

 아이고, 씨

 

 아유!

 

 [건의 다급한 신음]  - (상원) 가져왔어요  - (윤수) 야, 따

 

 - (건) 자, 자  - (윤수) 따

 

 [철커덩 소리가 들린다]

 

 (건)  뽑읍시다

 

 (형사들)  하나, 둘, 셋  [형사들의 힘주는 신음]

 

 (윤수)  야, 끄집어내

 

 꺼내, 꺼내

 

 아, 냄새

 

 (여진)  락스 냄새

 

 (윤수)  야, 뜯어, 뜯어

 

 (건)  아, 아유, 아유, 씨

 

 [형사들의 괴로운 신음]

 

 (상원)  이것도 DNA는 안 될 거 같은데

 

 (순창)  사람 버리러 온 게 아니었네요

 

 (건)  그럼 여기 전이란 얘기잖아

 

 서 검사부터 옮기고  청소까지 싹 한 다음에

 

 그다음에 옷을 갖다 버렸을 테니까

 

 (윤수)  야, 청소야 빨가벗고 했을 수도 있고

 

 여기 이전 주행 기록들  빨리 내놓으라 그래, 전부 다

 

 (건)  네

 

 이거 하나도 몇 시간이 걸렸는데, 씨

 

 아, 사람 목숨 달렸다 그래! 쯧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철컥 닫힌다]

 

 서 검사가 말을 해 주던가요?

 

 [어두운 음악]

 

 어디서부터 의문이 싹텄는지?

 

 (동재)  물어볼 게 있는데

 

 오늘 시간 돼요?

 

 저 오늘 바쁘고요

 

 그리고 그때 다 말씀드렸는데요

 

 (동재)  아니, 그 얘기가 아니라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무슨 확인요?

 

 (동재)  내일은 돼요? 만나서 얘기합시다

 

 어디가 좋아요?

 

 학생 집으로 내가 갈까요?

 

 (후정)  아니요

 

 - (후정) 아니요  - (동재) 그럼 어디요

 

 이태원 쪽 아세요?

 

 (시목)  집단 괴롭힘처럼 오래 지속되는 억압이

 

 폭력 대 폭력의 형태로 번지는  케이스는 드뭅니다

 

 오히려 피해자가  자해를 하는 경우가 더 많죠

 

 그게 정신적으로 굴복됐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글쎄요, 나는

 

 그러면서 최후의 보루를  기다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졸업하면 끝나겠지'

 

 '이 집단하고 끝나는 날  그 괴롭힘도 같이 끝나겠지'

 

 자기 자신을 해치면서라도

 

 그날을 기다리는 겁니다

 

 (대학생2)  친구야, 섭섭하다, 진짜

 

 (대학생1)  섭섭하지

 

 튀면 우리가 못 찾을 줄 알았어?

 

 (대학생2)  이야…

 

 (대학생1)  야, 전보다 넓다?  [문이 철컥 열린다]

 

 (대학생2)  이야, 씨…

 

 옥탑방보다 훨 넓네  [문이 철컥 닫힌다]

 

 왕따를 글로 배우셨네요

 

 [코웃음]

 

 뭐, 저도 기억엔 있습니다

 

 느낌은 사라졌지만

 

 (시목)  김후정 씨는 이제 드디어  어른이 된 거예요

 

 아버지가 당당하게  이름을 밝힐 수 있는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는

 

 뭐, 모양 좋은 어른?

 

 근데 뭐가 달라졌을까요?

 

 모욕당하고 착취당하던  사춘기 소년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김후정 씨한테는  [어두운 음악]

 

 기다릴 날이 없었어요, 그래서

 

 기다리지 않기로 했죠

 

 (대학생2)  아이, 친구야, 왜 이제 와, 어?

 

 한참 기다렸잖아

 

 (대학생1)  키

 

 (후정)  너희 내 PC랑 장비 진짜 팔았어?  [대학생1의 어이없는 숨소리]

 

 친구야, 지금 내 손 잡았니? 어?

 

 (대학생2)  아, 미안하다, 친구야

 

 뭐, 돈이랑 바꿨는데, 화났어?

 

 미안하다, 친구야, 어?

 

 (대학생1)  그러게 알아서 좀 빌려주지

 

 내가 운동화도 사 줬잖아

 

 (대학생2)  아유, 그러니까

 

 여기에 코디할 옷이 없더라고

 

 누구한테 팔았는지만 말해 줘

 

 (후정)  나 작년부터 작업한 거  거기 다 들어 있단 말이야

 

 내가 다시 사 올게

 

 (대학생1)  대박, 클라우드 백업 안 했어?

 

 (대학생2)  이야, 친구야, 넌

 

 공부만 잘하면 뭐 하냐? 어?

 

 애가 쓸데가 없어

 

 아, 뭐, 중고 사이트에 팔았는데  알아는 볼게

 

 - (후정) 목요일까지 가져와  - (대학생2) 아씨, 팔았다니까

 

 아니, 차

 

 내가 좀 쓰려고

 

 뭐에다가

 

 (후정)  바다 가려고, 보고 싶어서

 

 (대학생1)  [손가락을 딱 튀기며]  야, 우리도 가자

 

 - (대학생2) 여자애들 부를까?  - (후정) 아니야

 

 아니…

 

 나 아직 운전이 서툴러서 안 돼

 

 야, 뭘 아는 애들을 불러  바다에 깔린 게 여자애들일 텐데

 

 [대학생1의 웃음]

 

 [차 문이 탁 열린다]  (대학생1)  아, 친구야

 

 호텔 좋은 데로 잡아 놔라

 

 (대학생2)  에헤, 무슨 호텔  요즘엔 펜션이지, 씨, 바비큐도 하고

 

 야, 펜션

 

 너희 진짜 갈 거야?

 

 꼭 같이 안 가도 돼, 싫으면

 

 [차 문이 탁 닫힌다]

 

 그래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데려가 줄게

 

 기분이 어떻던가요?

 

 본인 손으로 끝내고 나니까

 

 (후정 부)  절대 입도 뻥긋하지 마  넌 가만히만 있으면 돼

 

 저…

 

 전 몰라요

 

 (후정)  아니에요

 

 서동재 검사는

 

 죽었습니까?

 

 몰라요

 

 김후정

 

 어떻게 했어?

 

 (시목)  응?

 

 찔렀어?

 

 목 졸랐어?

 

 토막 냈어?

 

 시신은 끝까지 못 찾았고  피고인도 전면 부정 했지만

 

 간접 증거, 정황 증거만으로  살인죄가 인정된 판례는 얼마든지 있어

 

 네 방에선 혈흔이 나왔고

 

 넌 수사관을 보자마자 도주했고

 

 그래, 네 옷도 찾았어

 

 새벽 3시에 8km를 달려가서

 

 아무 연고도 없는 동네에  버려야 했던 그 옷들

 

 봐

 

 피를 지우려고 했던 흔적까지 다 있어

 

 어떻게 했어?

 

 응?

 

 서 검사 어떻게 했어?

 

 어떻게 했어, 이 새끼야!

 

 [어두운 음악]  넌 반드시 기소될 거고  실형이 선고될 거야

 

 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해 줬든

 

 남은 평생 입을 꿰매고 산다고 해도  넌 못 빠져나와

 

 이제 남은 건 하나야

 

 어떤 죄목으로 기소되느냐  그건 너한테 달렸어

 

 세 건의 살인이냐  나머지 하나는 미수에 그치느냐

 

 어제 새벽에 서 검사가 살아 있었다면  살인 미수가 될 가능성은 아직 있어

 

 어떻게 했어?

 

 죽였어?

 

 훨씬 전에 사망했어?

 

 [버럭 하며]  의식이 있는 사람을 버렸어?

 

 모르는 얘기예요

 

 [의자가 철커덩거린다]

 

 [문이 쾅 열린다]

 

 [사진을 쓱 든다]

 

 (여진)  이 새끼 로그 기록 찾았어요

 

 공개 수사 동영상에 수십 번 접속했고

 

 목격자 제보에 댓글도 달았어

 

 [차 문이 탁 닫힌다]  (후정 부)  어딜 데려가!

 

 [후정 부가 씩씩거린다]

 

 (여진)  주작하지 마

 

 네가 진짜 봤으면 형사 번호도 있는데  왜 거기다 제보 안 해

 

 왜 공개적으로 이래

 

 넌 그냥 관종 새끼야

 

 네가 이거 달았어

 

 목격자 제보 밑에  네가 직접 쓴 댓글이야

 

 (후정)  아니에요!

 

 (여진)  관종 새끼는 너야

 

 (후정 부)  야, 이…

 

 [차 문이 탁 닫힌다]  (여진)  한 번만 더 하면

 

 댁도 공무 집행 방해야

 

 검찰 선배지 내 선배야?

 

 [자동차 시동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여진)  네 작업실 근처지?

 

 옷도 근처에 버렸고  서 검사도 거기 있지?

 

 어디야

 

 (후정)  음악이 하고 싶었어요

 

 아주 전부터

 

 아빠가

 

 스카이 중에 하나만 가면  다 하게 해 준다고

 

 죽어라 했어요

 

 [무거운 음악]

 

 [후정의 한숨]

 

 끝이 없었어요

 

 [후정이 훌쩍인다]

 

 고등학교로 바뀌어도

 

 대학을 가도 계속 따라와서

 

 [후정이 흐느낀다]

 

 처음 작업실이 생겼을 때  미치도록 좋았어요

 

 진짜 다, 다 보상받은 거 같았어요

 

 근데

 

 (후정)  근데 걔들이 거기 나타났어요

 

 내 작업실에

 

 [후정의 한숨]

 

 저는 이제 어디로 가요?

 

 다음이란 게 있어야 되잖아요

 

 죽여야 끝날 거 같았니?

 

 그래서 떠올린 게 바다야?

 

 서 검사는 어떻게 했어?

 

 (여진)  강이야, 산이야?

 

 산요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후정)  그냥…

 

 그냥 산에 던졌어요

 

 편지가 왔다고 하고

 

 봤다 하는 사람이 나타나니까

 

 너무 무서워서

 

 그냥 옷장에 뒀는데

 

 너무 무서워서 그냥 뒀었는데

 

 목격자가 나타났다고 하니까

 

 어, 어, 어떻게든  해 봐야 될 거 같아서 건드려 봤는데

 

 움직이질 않는 거예요

 

 죽었어요  [어두운 효과음]

 

 피 흘리고 쓰러진 사람을  그 좁은 데 그냥 둬?

 

 (여진)  먹을 거는?

 

 물은? 물은 줬어?

 

 (여진)  어디야

 

 (후정)  모르겠어요

 

 버린 놈이 모르면 누가 아는데

 

 밤이라서

 

 다 비슷해서

 

 (후정)  정하고 온 게 아니라

 

 무작정 사람 없는 데로 가서

 

 어딘지…

 

 [차 문을 탁 닫는다]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후정)  여, 여긴가 봐요

 

 (여진)  똑바로 봐

 

 여기 맞아? 확실해?

 

 잘 봐!

 

 [어두운 음악]

 

 (후정 부)  후정아

 

 왜

 

 왜 말 안 했어, 왜

 

 아빠한테

 

 (여진)  위치 파악했습니다  아차산 중턱이고요

 

 수색견, 의경  가능한 지원 다 보내 주세요

 

 수색 범위 굉장히 넓습니다

 

 (수색대원1)  여기 없습니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호루라기가 삑 울린다]

 

 (수색대원2)  발 조심하세요, 여기

 

 [개가 왈왈 짖는다]

 

 (윤수)  그러니까 여기가  1차 수색 지역이라는 거죠?

 

 [무전기 작동음]

 

 (무전 속 건)  희생자 신발은 아닌 거 같아요  그냥 버린 신발로 보여요

 

 [휴대전화 진동음]

 

 나무가 상당히 빡빡합니다  가지에 걸렸을 가능성도 있겠어요

 

 네, 오셨어요?

 

 (여진)  네

 

 저 차 들여보내세요, 장비 차량요  [자동차 경적]

 

 (남자2)  아, 어디서 몰려오는 거야?  [호루라기가 삑 울린다]

 

 (여진)  전부 몇 개예요?

 

 (드론 담당자)  아, 밤이라서 열 감지 센서 달린 건  두 개고요

 

 내일 만약에 해 뜰 때까지 이어지면  일반은 더 있고요

 

 - 아…  - (드론 담당자) 네

 

 [호루라기가 삑 울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경찰3)  자, 비켜 주세요

 

 (경찰4)  들어오시면 안 돼요!  [카메라 셔터음]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여진)  단장님

 

 어, 어디 갔다 오세요?

 

 아직은 흔적 없습니다

 

 (빛)  [작은 소리로]  여긴 확실한 거야?

 

 범인이 왔다 갔다 해요

 

 (빛)  이런 빌어먹을 새끼, 씨, 쯧

 

 (여진)  오른쪽요

 

 여기 너머로  지금 진입이 안 되는 거거든요?

 

 - 수풀이 깊어서, 여기로 가 주세요  - (드론 담당자) 아, 예

 

 [헬리캠 소리가 요란한다]

 

 (윤수)  어?

 

 저거, 저거 뭐야?

 

 방송국 헬리캠이야?

 

 아, 진짜

 

 거, 되게 시끄럽네

 

 (남자3)  저, 저, 방해되는 거 아니야, 저거?

 

 (실무관)  다 나왔죠?

 

 (시목)  예, 수고했습니다

 

 [문이 철컥 여닫힌다]

 

 (사현)  지금 속보 나오고 있어, 구조 현장

 

 아, 예, 압니다

 

 (시목)  저, 이거 파일로도 보내 주십시오

 

 (실무관)  예

 

 괜찮냐?

 

 (시목)  네?  [사현이 피식 웃는다]

 

 너한텐 돈 빌리면 안 되겠다, 야

 

 [문이 탁 여닫힌다]

 

 [소란스럽다]

 

 (빛)  네가 몇 살인데  숙제하란 소릴 해야 되니, 엄마가

 

 그럼 좀만 먹고 숙제 다 해 놔

 

 엄마 가서 다 볼 거야, 늦어도

 

 응

 

 (여진)  들어가세요, 제가 계속 보고드릴게요

 

 (빛)  괜찮냐?

 

 예, 들어가세요

 

 단장님까지 계실 거 있나요

 

 사람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마당에  이런 말은 그렇지만

 

 (빛)  옛날엔 나도 지겹도록 이 짓 했는데

 

 그런 말도 있잖아

 

 '사건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난다'

 

 이 현장까지

 

 오면 안 되는 거였어요

 

 [무거운 음악]

 

 통영에서 죽은 애 아버지가

 

 자기가 신발 한 짝을  못 사 줬다고 했어요

 

 (여진)  근데 죽은 아들이

 

 알바 구하면 된다고 했다고

 

 제가 그 말을 분명히 들었는데

 

 그랬으면 생각을 했어야죠

 

 '알바를 구하면 된다는 얘기는  아직 안 구했다는 얘긴데'

 

 '그럼 얘는'

 

 '그 비싼 운동화가 어디서 났을까'

 

 아, 그때 그 생각만 했어도

 

 (유가족)  이걸 못 사 줬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자기가 알바 구한다고

 

 (여진)  왜 놓쳤을까

 

 [수색대원3의 놀란 탄성]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호루라기가 삑 울린다]

 

 [개가 왈왈 짖는다]  (윤수)  어디 있어?

 

 뭐 미끄러지는 소리 같은 게 났었는데

 

 - (윤수) 다쳤나?  - (드론 담당자) 이쪽에서 났어요?

 

 (경찰5)  여기 뭐 있다, 여기!  [긴장되는 음악]

 

 여기, 여기요, 여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경찰6)  어디야, 어디 있다는 거야

 

 - (경찰7) 찾았다, 찾았다, 찾았다  - (경찰8) 어디, 어디야

 

 (TV 속 기자1)  네, 저는 지금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TV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동재 처)  경준이…

 

 [울먹이며]  엄마

 

 경준이

 

 경준이

 

 뉴스 못 보게 해

 

 뉴스 못 보게 해

 

 뉴스 못…

 

 (TV 속 기자1)  지난 3월에 통영에서 발생한 대학생

 

 (윤수)  아이씨, 뭐가 보여야지

 

 [큰 소리로]  찾았어?

 

 [윤수의 한숨]

 

 (빛)  조명 갖고 넘어와요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 (기자2) 저기 있다! 찾았다  - (기자3) 어디, 어디, 어디, 어디

 

 - (기자2) 저기 있다!  - (기자4) 어디, 어디

 

 - (기자5) 보인다, 보여, 보여  - (기자6) 저기 있는 거 같은데?

 

 (TV 속 기자1)  현재 경사지 아래에서  서 모 검사로 추정되는 사람을

 

 구조대가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동재 처가 흐느낀다]

 

 아직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요

 

 잠시 후에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보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빛)  올라올 수 있게  플래시 계속 비춰 주세요!

 

 여기, 여기

 

 (구급대원1)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 (구급대원2)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 (구급대원1) 조심, 조심

 

 (형사1)  길 좀 만들어, 길!

 

 여기 이쪽에 기자들이랑 차들  다 빠지게 해

 

 [사이렌이 울린다]  (형사2)  빠져 주세요, 길 좀 터 주세요

 

 빠져 주세요, 빠져 주세요!

 

 [빛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어떻게 됐어요?

 

 [울먹인다]

 

 [어두운 음악]

 

 [후정이 흐느낀다]

 

 [사이렌이 울린다]

 

 [싹둑 자르는 소리가 들린다]

 

 - (구조대원) 호흡기요  - (구급대원3) 네

 

 (구조대원)  천천히, 매듭 풀 수 있게  [구급대원3이 대답한다]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어, 아니요!

 

 [의미심장한 음악]

 

 [구조대원이 말한다]

 

 (여진)  서 검사 손목에 묶여져 있었어요

 

 [어두운 음악]  (시목)  왜 이렇게까지 합니까?

 

 (기혁)  에이씨

 

 왜는 뭐가 왜야

 

 [휴대전화 진동음]

 

 [태하의 한숨]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빛)  어, 왜

 

 잠깐만

 

 당장 목격자 잡아 와

 

 가짜 편지, 가짜 제보

 

 둘 다 노리는 거 하나야  절대 우연 아니야, 이거

 

 (여진)  저 여기서 세워 주…

 

 (구조대원)  세워 달라고요?

 

 아닙니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사이렌이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예, 지검장님

 

 (원철)  어떻게 됐어?

 

 - 살았어?  - (시목) 네

 

 상태는?

 

 (시목)  현재 의식이 없습니다

 

 출혈로 저체온 쇼크가 왔고  수분 공급이 안 돼서

 

 그래도 깨어난다지?

 

 어, 깨어나도 떨어질 때  충격이 있을 거랍니다

 

 골절 쇼크가 보인다고요

 

 (원철)  됐어, 됐어, 어

 

 아, 수고했다, 그래, 어

 

 예  [통화 종료음]

 

 [어두운 음악]

 

 [타이어 마찰음]

 

 [순창이 노크한다]

 

 (기혁)  누구세요

 

 (순창)  저, 아랫집인데요

 

 누수가 있는 거 같아서요

 

 (기혁)  아, 저희 집 아니에요

 

 지금 그, 물이 많이 떨어지고 있거든요

 

 (순창)  뭐, 세탁기나 그런 델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기혁)  아, 이 밤에 무슨  [문고리가 철컥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 (상원) 전기혁 씨, 얘기 좀 합시다  - (윤수) 어?

 

 (상원)  저거 뭐야

 

 (순창)  뭔데요!

 

 [어두운 음악]

 

 [건의 한숨]  (후정)  그냥 산에 던졌어요

 

 편지가 왔다고 하고

 

 (후정)  운이 없었어요

 

 관두려고는 했는데

 

 만나기론 했지만 마음 바꾸려고 했어요

 

 (동재)  야, 김후정!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후정)  그 사람이 좀만 늦게 왔어도

 

 그렇게 안 됐을 텐데  [긴장되는 효과음]

 

 (건)  이거 진짜 너 아니야?

 

 [한숨]

 

 (윤수)  야

 

 일로 와

 

 [차 문이 탁 닫힌다]  일로 와!

 

 (윤수)  돈에 팔려서  구라나 까는 놈인 줄 알았지

 

 이럴 줄까진 몰랐네

 

 이게 왜 너희 집에 있냐

 

 경찰 시계는

 

 사진만 찍고 갖다 버렸냐?

 

 넥타이는, 네 돈 주고 샀어?

 

 아, 뭔 넥타이요

 

 [어두운 음악]

 

 마룻바닥에 탁자까지  다 네 집이야

 

 (윤수)  네 집에서 찍어서 보냈어

 

 (기혁)  아, 이게 뭔데요

 

 (윤수)  이게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현장 목격하고 양심에 찔려서  뉴스 찾아봤다고 네 입으로 말했어

 

 범인이 보냈다고 공개가 돼서  이게 얼마나 난리가 났는데

 

 정작 넌 이걸 처음 본다고?

 

 야, 구라를 쳐도  본인 주둥이에서 나온 말은

 

 좀 기억하면서 쳐라, 좀

 

 아니, 이런 마룻바닥이  전국에 한둘이에요?

 

 잡아떼려면  집 밖에 갖고 나가서 찍었어야지

 

 (윤수)  밖에선 누가 볼까 봐 걱정되고

 

 잡혀서 들킬 걱정은 안 되디?

 

 (기혁)  어…

 

 우리 빌라 집들 전부 다 이 바닥재인데

 

 우리 빌라 사람이 범인인가 봐요

 

 너희 빌라 사람들이  다 범인 봤다고 거짓말했어?

 

 백 경사랑 무슨 사이야

 

 아휴, 아, 그 사람은 진짜  알지도 못한다니까요

 

 그럼 누구야

 

 누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  범인으로 찍으라고 시켰어?

 

 (기혁)  아, 시키다니요

 

 [헛웃음]

 

 왜 점점 얘기가 이상해지지?

 

 이 자식이 진짜, 씨

 

 (윤수)  넌 이걸 보내자마자 목격자라고 나섰고

 

 실수인 척, 우연인 척  경찰 마크를 노출시키고선

 

 범인으로 찍은 것도 경찰이야

 

 이게 어느 눈깔로 봐서 우연이냐

 

 누가 시켰어

 

 아, 그거 돈 때문에 그랬다고  얘기했잖아요

 

 (기혁)  그거 인정한다고요, 인정

 

 근데 무슨 마룻바닥 가지고  이렇게 난리예요

 

 이 난리야?

 

 네가 지금 감방이 그립지?  이 길로 보내 줘?

 

 [문이 달칵 열린다]

 

 [윤수의 당황한 신음]

 

 - (시목) 두 분 나가시죠  - (윤수) 예?

 

 아니, 왜요

 

 [윤수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윤수)  아, 뭐야

 

 아, 저 새끼 저거 쪼개는데요?  빵에 보내 준다니까?

 

 (윤수)  평생을 경찰 앞에서 쫄기만 했는데

 

 얼마나 신나겠어, 지금

 

 [시목이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어두운 음악]

 

 전기혁 씨, 나 기억하죠?

 

 나 기억 안 나요?

 

 연극했던 분이잖아요

 

 차 번호판 가지고

 

 연극…

 

 [헛웃음]

 

 (시목)  내가 이래 봬도 벌써 10년 차인데

 

 대검 법제단의

 

 방금 말한  그 연극이란 걸 하고 나서 내가

 

 아주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무슨 전화요?

 

 뭐, 내부적인 것까진  알려고 할 필요는 없고

 

 우리 쪽에 아는 사람 있죠?

 

 제가요?

 

 제가 누굴 알아요

 

 (시목)  내가 이걸 건드리면

 

 나한테 피해가 오냐, 내가 피를 보느냐

 

 지금 그걸 묻는 겁니다

 

 만약 댁이 우리 쪽에 믿는 구석이 있다  그럼 지금 말합시다

 

 어디예요?

 

 중앙지검?

 

 아이, 검사님

 

 (기혁)  아, 제가 무슨

 

 아, 저 그냥 잡범이에요

 

 딱 보면 아시잖아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그래, 없죠?

 

 [의미심장한 음악]

 

 (시목)  그, 만약에

 

 내가 댁을 기소해서

 

 내부적으로 나한테 어떤 피해가 온다

 

 그럼 너 진짜 내가 가만 안 둬

 

 (기혁)  근데 그걸

 

 전화로 받았어요?

 

 [긴장되는 음악]

 

 전화로 안 받으면?

 

 아니, 뭐…

 

 [긴장되는 효과음]

 

 [강렬한 음악]

 

 [감성적인 음악]  (여진)  외곽에서 술 먹고 죽은 사람이

 

 사망 이틀 전에 여자 셋한테 송금을?

 

 사람 탐방을 해야겠네요

 

 (시목)  굳이 감싸 줄 필요가 있을까요?

 

 감싸 주는 게 아니라요

 

 아가씨가 인정했어요?

 

 (재용)  이 짓을 해서라도 수사권을 못 주겠다  이겁니다, 법제단 검사들이

 

 (여진)  정말 법제단에 있다면 누굴까요?

 

 (시목)  누굽니까? 별장의 세 번째 남자

 

 (태하)  야!

 

 (빛)  우태하든 김사현이든  배후에 있기만 하면 돼

 

 (태하)  기소권이 검찰한테 있다는 게  뭔지 보여 줄게

 

 너 기소할 거야

 

 비리 경찰로  범죄자, 전과자 되게 해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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