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도 잘 부탁해 1
[여자] 보통은 여덟 살에서 열두 살 무렵에
전생의 기억이 돌아와
[거센 파도 소리]
파도처럼 막 밀려오는 느낌이야
내가 전생에 누구였는지 무엇을 했는지
전부 다
- [고조되는 음악] - 좋았던 생은 그립고
안 좋았던 생은 아프고
- 꿈이면 좋겠지만 - [휭 바람 소리]
절대 꿈일 수 없지
[의미심장한 음악]
그래, 난 전생을 기억해
- 이제부터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 [의미심장한 효과음]
- [콰르릉 울리는 천둥소리] - [긴장되는 음악]
[아이의 울음]
[아이가 울며] 엄마, 엄마!
[남자] 잘 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여
- [거친 숨소리] - [울리는 사람들의 말소리]
[여자]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건 아홉 살 때 알았어
- 그때 모든 것이 기억났거든 - [떨리는 숨소리]
- 가장 그립고 애틋했던 - [신비로운 음악]
너와의 기억들까지도
- [소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천둥소리]
같이 있어 줄게요
[신비로운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소년] 누나?
- [천둥소리] - [떨리는 목소리로] 서하, 서하…
[여자] 기억이 돌아오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살았나?
[떨리는 숨소리]
[콰르릉 울리는 천둥소리]
[학수가 술 취한 말투로] 으아, 야
- 어, 야, 야, 너 돈 갖고 와 - [학수 처] 아이고
- 아, 돈이 어디 있어! 야! - [학수] 이런, 씨, 응?
[학수 처] 아유, 정말 지겨워, 정말!
- [학수] 야 - [학수 처가 악쓰며] 야!
- [와장창] - [학수 처가 울먹인다]
[학수] 돈, 돈, 돈
[학수 처] 아유, 정말, 정말!
- [학수의 주정하는 소리] - [우당탕거리는 소리]
- [학수] 아이! - [학수 처의 답답한 탄성]
[학수의 짜증 섞인 소리]
[거친 숨소리]
[지친 소리]
[신비로운 음악]
[한숨]
이번 생은 쉽지 않겠는데?
[흥겨운 음악]
[왈왈 개 짖는 소리]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경쾌한 음악]
[관객들의 환호성]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스페인어로 말한다]
[MC] 우아, 여러분 박수 주세요, 박수, 우와
지음 양, 방금 근데 뭐라고 한 거야?
뭐라고 쏼라쏼라 했어요?
'안녕하세요'
'시흥에서 온 만능 소녀 반지음입니다'라고 말했어요
[MC] 와, 이게 어느 나라 말이에요?
스페인어요
- [정열적인 음악] - [MC] 스페인어!
[반짝이는 효과음]
[어린 지음] '일도지의'
'본방관계무지의토'
'가상심득사'
'질의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음을 명심할 것'
[MC의 탄성]
1870년인가?
[익살스러운 음악]
[어린 지음] 그때 일본 메이지 정부 때
태정관이 직접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고 밝힌
정말로 중요한 문서예요
[MC의 감탄]
- [흥겨운 음악] - [MC] 여러분, 박수를 [탄성]
여러분,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렇게 밝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친구
- [제작진] 지음 아버님 맞으시죠? - [학수] 예
[제작진] 지음이 일회성 출연료입니다
[학수] 아, 예
에헤
[학수가 살짝 웃는다]
[제작진] 지음아, 고생 많았어
[TV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탁탁 발 구르는 소리]
[시끌시끌하다]
[사람들의 환호성]
- [남자] 그러니까 왜 딴 데를 가? - [남자들의 웃음]
- [달그락거리는 소리] - [어린 지음] 뭐 해? 뭐 하냐고!
- [동우] 아, 놔 - [어린 지음] 야!
- 아, 그걸 왜 뒤져! - [잘그랑거리는 소리]
- [동우의 짜증 섞인 소리] - 야!
[동우] 오, 반지음 돈 많이 벌었다?
[어린 지음의 힘주는 소리]
- 좀 놔! - [어린 지음의 신음]
[어린 지음의 가쁜 숨소리]
- [문소리] - [왈왈 개 짖는 소리]
괜찮아
[목멘 소리로] 예전엔 전쟁 통에도 태어났었어
[어린 지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 [드르렁 코 고는 소리] - [고조되는 음악]
[흥겨운 음악]
[지음] 어디 가냐고?
서하를 좀 더 빨리 만나게 해 줄 사람을 찾아가는 중이야
난 서하가 살아 있는지 정말 알고 싶거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으니까
[구성진 연주 소리]
[탕탕 치는 소리]
- [구성진 연주가 흐른다] - [바글바글 끓는 소리]
[애경이 웃으며] 오메
찌깐헌 게 못 하는 게 없네
아따, 자는 뭐가 돼도 되겄구먼
어째 저 노래를 안대?
시상에
[바글바글 끓는 소리]
- [탁 튀기는 소리] - 오메, 뜨거워!
오메, 따가분 거
오메, 뜨거운 거
- [가쁜 숨소리] - [애경의 아파하는 숨소리]
뭐, 꽈배기 줄까?
[어린 지음의 가쁜 숨소리]
뭔디?
[중호] 애경아, 나 중호 삼촌이다
급한 사정이 있으니 이 아이에게 돈 좀 빌려 다오
[TV 속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성]
빌려줘, 나중에 배로 갚아 줄게
꼬마야
니 누구냐?
[어린 지음] 저거 나야 만능 소녀 반지음
[TV 속 MC] 최백호 선생님의 95년도 노래인데
이거를 어떻게 알아요?
[TV 속 MC의 웃음]
- [애경] 오메, 맞네, 맞아 - [계속되는 TV 소리]
어디서 봤나 했더마는 뭔 일이여, 오메, 참말로
아야, 그란데 꼬라지가 이게 뭐여?
이, 이 쪽지는 또 뭐고?
중호 삼촌 죽은 지 한참 전인디
[TV 속 MC] 아홉 살 만능 재주꾼 반지음 양이었습니다!
- [TV 속 사람들의 환호성] - [어린 지음] 어?
[TV 속 어린 지음] 고맙습니다
[어린 지음] 아, 저 사진 저거
그, 애경이 너 열 살 때인가?
삼촌 따라댕기면서 접시돌리기 공연 할 때고
그 옆의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곡예사
그게 김중호
느그 삼촌이지?
그, 그걸 니가 으째 안대?
[망설이는 소리]
저기 저 중호 삼촌 말이여
그 삼촌이 죽어서 환생한 것이
바로 나여
뭐라고?
[흥겨운 음악]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 [관객들의 탄성]
[관객들의 환호성]
- [중호가 콜록거린다] - [애경] 삼촌
- [밖에서 흐르는 흥겨운 음악] - 삼촌 진짜 죽는 거여?
[힘겨운 숨소리]
애경아
삼촌이 접때 뭐라고 혔지?
[울먹이며] 다시 태어나서
지켜 주러 온다고
- [애잔한 음악] - [애경이 훌쩍인다]
그려
[중호] 그니께 슬퍼하지 말고
잘 살고 있으면 되는 것이여
약속혀
[애경이 훌쩍인다]
그려
- [흥미로운 음악] - 약속 기억나냐?
울 아버지 이름이 뭔디?
가만있어 보자
김…
중석인가? 중혁인가?
아따, 근처도 못 가는구먼
그라믄 니 혹시
중호 삼촌이 숨겨 놓은 딸내미냐?
아따, 거참, 삼촌 맞대도
아야, 삼촌이 너 애지중지 업어 키웠어
[어린 지음] 애경이 너 일찍이 조실부모하는 바람에
삼촌이 장가도 안 가고 젖동냥 댕기면서 키웠다고
그라제, 그것은 그라제
그것은 맞는데, 참말로 이게 뭔 일이여
- 그려 - [애경] 오메
[힘주는 소리] 니 입장에선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그런 게 아니긴 하지
[어린 지음] 그러니까 그 부분은 차차 적응하기로 하고
일단 오늘은 불쌍한 어린애 하나 돕는 셈 치고
그, 저, 그…
한 10만 원만 땡겨 봐
나중에 꼭 갚을라니까 걱정하덜덜 말고
[어이없는 웃음]
아니, 그 돈을 얻다 쓰실라고요?
[잔잔한 음악]
만나러 갈 사람이 있어
누구를 만나러 가실라고?
서하
'서하'?
그게 누군디?
이번 생에는 꼭
만나 봐야 될 사람
[구성진 음악]
[주원] ♪ 궂은비 내리는 날 ♪
♪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
♪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
♪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
[주원이 흥얼거린다]
- [음악이 멈춘다] - 야! 너 뭐야?
사람을 치고 갔으면 사과를 하는 게 예의지
너 뭔데?
[주원] 어린애 같은데 몇 학년이야?
- '어린애'? -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자동차 경적]
야!
[부드러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차 문 열리는 소리]
[새소리]
- [유선] 아줌마 좋아하시겠다 - [주원의 옅은 웃음]
[유선의 말소리]
- [유선의 웃음] - [왈 개 짖는 소리]
상아야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상아의 기침]
[유선] 아니, 학교에서 별명이 윤 선생이라니까
아, 지도 애면서 무슨 애들을 가르친다나?
[상아의 기침]
[상아] 우리 서하는 너무 되바라져서 문제야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운 거 같다니까
아니, 어떻게 하면
주원이처럼 그렇게 키울 수 있는 거야?
[쓰읍 들이켜며] 2년 전인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애어른이 돼 버렸어
[유선] 어떨 땐 나보다 더 어른같이 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쟤가 내 딸이 맞나 싶기도 해
[유선] 아무튼 갑자기 변했어
[차분한 음악]
[지음] 인생 18회 차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없고
반복되는 전생이 지루하기만 하던 그때
[푸 내뱉는 소리]
서하를 만났다
그 밑에 뭐가 있었어?
[주원의 비명]
[주원의 힘겨운 소리]
[피식 웃는다]
[주원] 너 웃어?
호기심 돋는 인간 오랜만이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 [쿵쿵거리는 소리] - [서하의 힘주는 소리]
[힘주는 소리]
[서하의 힘주는 소리]
[주원] 도와줄까?
[흥미로운 음악]
[못마땅한 숨소리]
[서하] 안 떨어져?
혼자 할 수 있거든?
내가 볼 땐 손 안 닿는데?
내가 애인 줄 알아?
[서하] 저리… 아!
일부러 그런 거지? 제정신이야?
글쎄?
버릇없는 재벌가 도련님 참교육엔 매가 약일까 싶네
[한숨]
[서하] 내가 지금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그쪽이 어떻게 될까?
어디 한번 해 봐
그러면 내가
이렇게 사라지게 해 버릴 테니까
[비밀스러운 음악]
뭐야?
[서하] 어떻게 한 건데?
비밀
[서하] 마녀야?
알려 주면?
날 재밌게 해 줄 거야?
넌 전생을 믿어?
- 태어나기 전에? - [주원] 응
생각 안 해 봤는데?
[몽환적인 효과음]
난 믿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 가까이 - [신비로운 음악]
난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니거든
[몽환적인 효과음]
마녀한테 저주받은 거야?
[주원의 웃음]
[서하] 왜? 왜 웃어?
아, 왜 웃는 건데!
너 왜 이렇게 귀엽냐?
나 안 귀엽거든?
[유선] 주원아, 아빠 퇴근하셨대 우리 나가자
- [흥미로운 음악] - [주원] 네, 갈게요!
오늘 백 년 만에 재밌었어, 안녕
[서하] 아, 그냥 가면 어쩌라고…
[상아의 기침]
누나랑 재밌었어?
[서하] 별로
또 와 달라고 할까?
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라고 해
[옅은 웃음]
[아련한 음악]
[아이들의 웃음]
[함께 웃는다]
[서하]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 [초원] 아! 아, 언니! - [주원의 웃음]
- [서하] 안 돼! 아니, 아니… - [주원] 일로 와, 일로 와
[떨리는 숨소리]
[힘없는 목소리로] 우리 서하
부탁해도 될까?
[새소리]
[서하] 죽는다
[탁 뜯는 소리]
안 죽는다
죽는다
안 죽는다
[주원] 안녕
이파리를 왜 세고 있었어?
하나 남았네
뭐가 남은 거야?
엄마…
[한숨]
엄마를 왜?
나도
기억해
뭐를?
나도 전생 기억한다고
니 전생이
뭔데?
거북이
- 뭐라고? - [서하] 거북이 몰라?
[잔잔한 음악]
[상아] 서하야, 문서하
[서하] 나 애기 때 엄마 호텔에 갔는데…
[주원] 그건 그냥 기억이지 전생이라고 하는 게 아니야
[서하] 아니야!
엄마는 기억 못 하는데 나는 그거 다 기억하거든?
내가 말한 전생은 그런 게 아니란다
애답지 않게 노력은 가상…
아, 애라고 하지 마!
[주원] 애보고 애라고 하지 뭐라고 해?
[서하] 하지 말라니까!
[주원] 너 왜 그렇게 그 말에 유독 예민하지?
[한숨]
내가 애라서
엄마가 아파도 무리한단 말이야
서하야
[주원] 다음에도 이파리를 세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누나한테 전화해 줄래?
누나가 와서 안아 줄게
왜?
그냥
니 옆에 있어 주고 싶어서
[서하] 나
좋아해?
[피식 웃는다]
[주원] 음…
[작게] 그건 다음 니 생일날 대답해 줄게
[서하] 아, 뭐야!
[서하의 놀란 소리]
- [장난치는 소리] - [지음] 서하랑 있으면
진짜 열두 살이 된 기분이었어
내가 열일곱 번이나 죽었다 태어난 사람이었다는 걸
잊게 해 줄 만큼
[어린 지음] 옆에 있어 준다 해 놓고 약속을 못 지켜 줬어
[애경] 으째 못 지켰는디?
내가 태어나 버렸잖아
아이고
[어린 지음] 서하랑 갑자기 헤어졌어
살아 있는지, 잘 살아 있는지 찾아가 보고 싶은데
아, 형편없는 집구석에 태어나는 바람에
찾아갈 차비조차 없더라고
번듯한 행색으로 찾아가고 싶어서 돈을 좀 모아 볼라 했는데
아, 버는 족족 웬수 같은 피붙이들한테 전부 털려 버리고
안 되겠다 싶어 갖고 일로 온 거여
애경이 니는 심성이 착한께
나를 받아 줄까 싶어 갖고…
아, 니도 테레비 봐서 알겄지만
내 재주가 오만 가지다이
당분간만 참고 지내 주면
금방 내 밥값 해 불라니까 그런 줄 알고
[한숨]
가만 본께
- 이 가게는 글러 먹었어 - [애경의 웃음]
쓰잘데기없이 잡다하게 하지 말고
요 묵은지로
오모가리김치찜을 해 보면 어떨까 싶다
[애경의 기가 찬 웃음]
아따, 야무진 게
그려
아줌마가 그 돈 해 줄게! 응? [웃음]
[애경] 그 돈 줄 테니께
가서 그 서하라는 애, 응? 잘 만나고 와
- [어린 지음] 오늘 진 신세는 - [애경의 웃음]
나중에 열 배로 갚아 줄게
[애경] 아이고, 아이고
[애경의 웃음]
애경아
그동안 혼자 크느라 애썼다
인자는 삼촌이랑 같이 살자
[차분한 음악]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 [잘그랑 떨어지는 소리] - [버스 문 닫히는 소리]
아, 맞다
[쓱쓱 긋는 소리]
[하 부는 소리]
- [타이어 마찰음] - [어린 지음의 놀란 소리]
[버스 경적]
잠시만, 잠시만…
어?
택시!
[어린 지음] 택시!
[택시 기사] 감사합니다
[어린 지음] 네
[새소리]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강조되는 문소리]
[주원] 자, 이거, 생일 축하해
- 고마워 - [주원의 웃음]
[서하] 우아
이건 어떻게 열어?
열쇠는 숨겨 놨어
오, 놀이공원에?
그런 정성까지는 없거든?
대신 오늘 하루 말 잘 들으면 알려 줄게
[서하] 이 누나는 매사에 이런 식이야
힌트라도 주면 안 돼?
[주원] 그럴까?
좋아, 그럼 1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누나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주원] 2번, 향기가 좋은 곳
- 누나 방? - [주원의 웃음]
[주원] 땡, 자, 이제 3번
[의미심장한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서하의 놀란 숨소리]
[쾅]
[무거운 음악]
[초인종 소리]
[초인종 소리]
[무거운 효과음]
[와장창 깨지는 소리]
[무거운 효과음]
[차분한 음악]
[주원의 힘겨운 숨소리]
[지음] 삶이 끝날 때마다 매번 같은 기도를 했어
서하야…
누나
[지음] 이번 생이 마지막이길
아니면 기억이 돌아오지 않길
[힘겨운 숨소리]
누나…
[지음] 그런데 그때는 다른 기도를 했지
- [의미심장한 음악] - [먹먹한 말소리]
- [삐 울리는 소리] - [서하의 괴로운 신음]
[희미하게 울리는 말소리]
[희미하게 울리는 말소리]
[힘겨운 숨소리]
[서하의 놀란 숨소리]
[서하의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 누나
[애잔한 음악]
[흐느낀다]
누나
[서하의 울음]
[서하의 흐느끼는 소리]
[서하가 흐느끼며] 누나…
[주원] 누나가 말했던 거 기억나?
- [의미심장한 효과음] - [풍경 소리]
사람은 죽으면 다시 태어난다?
[훌쩍인다]
[주원] 서하야…
[무거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새소리]
[가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서하] 그럼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어?
[주원] 다시 태어난 엄마가 누군진 아무도 알 수 없어
엄마조차도
그럼
다시 태어나도 소용없잖아
그치만 계속 병원에만 있었던 엄마가
건강하게 다시 태어나는 거야
다행이다
이젠 안 아파도 돼서
다행이다
[서하의 울음]
내가 니 옆에 있어 줄게
[서하가 엉엉 운다]
[쏴 내리는 빗소리]
[잔잔한 음악]
[힘주는 소리]
[어린 지음의 애타는 소리]
[울먹이며] 살아 있구나
서하야
살아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
[훌쩍인다]
[문 닫히는 소리]
[옅은 탄성]
저 여자 도대체 뭔데요!
[정훈] 버릇없이 뭐 하는 짓이야?
[서하] 저 여자 한 번만 더 우리 집에 오면…
니 알 바 아니야, 나가
[서하의 한숨]
[리드미컬한 음악]
[두런거리는 소리]
[지음] 사실 살아 있는지만 확인하려고 했는데
한번 보고 나니까 자꾸 보고 싶더라고
까칠한 꼬맹이가 언제 저렇게 컸지?
[애경] 삼촌, '아'
[애경의 웃음]
[애경이 깔깔 웃는다]
[지음] 내가 윤주원이라고 말하면
넌 믿을 수 없겠지?
애경이처럼 서하 너도 날 믿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삼촌
[어색한 웃음]
삼촌이 공부를 열심히 해 갖고 그란지
목이 칼칼하네
[애경] 아이고, 오메, 오메? 삼촌, 뭣 하는 거여?
- [뻥] - 오메, 오메!
[웃으며] 아이고, 참말로
[애경의 웃음]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쿵 소리]
- [서하의 힘주는 소리] - [쿵쿵 소리]
[서하의 힘주는 소리]
[지음] 너가 힘든 날은 나도 속상했어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
[새소리]
그러던 어느 날
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거야
[비행기 엔진음]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밝은 음악]
[종소리]
[감독관] 종료합니다 머리 위에 손 올려 주세요
[애경] 우리 지음이 카이스트 갔어라 [웃음]
[사람들의 웃음]
아따, 우리 지음이…
[지음] 애경이가 나를 삼촌으로 인정하기까진
엔간한 노력이 필요했지만
애경이 덕분에 그 모진 세월을 견뎌 낼 수 있었어
[애경] 내가 쏜다!
[키보드 조작음]
[탁 치는 소리]
[지음] 드디어 찾았다
- [옅은 웃음] - 서하 너에게 가는 길
[흥미로운 음악]
독일?
[스페인어로] 사람들이 자동차 안에서
[지음] 항상 편안함을 느끼고 안전할 수 있도록
MI 모비티의 기술 발전에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자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인상 되게 좋으시다
- 아니, 저, 아가씨, 아가씨 - [지음] 네?
[여자] 기운이 되게 남달라 보이셔 가지고요
아이고, 아가씨 같은 경우에는
쪼끔 안 좋은 액운이 껴 있어 가지고
전생보다 이번 생이 좀 짧을 수가 있거든요
아가씨 마음에 자꾸 걸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면은 조상님께 조금만 이렇게 정성을 보여도…
- [지음] 아닌데요? - [여자] 네?
저 전생에 열두 살 때 죽었어요
게다가 지금 19회 차 인생이고요
[지음] 아
그 말은 맞네요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누군가
있어요
그 말은 맞아요
[여자] 이상한 사람인가 봐요
[자동차 경적]
안녕하세요, 기운이 되게 좋으세요
[지음] 일단 서하가 있는 MI 그룹에 들어오긴 했는데
[출입 카드 인식음]
[직원1] 대환자동차에서 스카웃해 가려고 난리래
[직원2] 대환? 거길 안 가고 여기 있는다고? 왜?
[직원3] 내 말이 근데 그것도 멋있지 않냐?
[지음] 서하는 도무지 한국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전동 공구 작동음]
[탕탕 멀리서 작업하는 소리]
[한숨]
[지음의 한숨]
문서하 만나기 되게 힘드네
확 그냥 독일로 가?
[연구원] 또 독일 타령이냐? 그 남자? 니 첫사랑?
[지음의 힘주는 소리]
아홉 살 때 만나고 헤어졌다며
서로 어떻게 컸는지도 모르는데 만나러 가서 뭘 어쩌게?
아이고
[연구원의 지친 숨소리]
[지음의 한숨]
그러게
왜 그렇게 집착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도대체 이유가 뭔데?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그런 순간들이 있단다
아직 여기 그대로 남아 있어
[연구원] 오, 반지음, 조숙했어
너 한번 가 봐라
너 기억도 못 할걸?
치
[차분한 음악]
[지음] 서하는 나를 기억하기는 할까?
그냥 무작정 독일로 만나러 가?
[한숨]
[문소리]
[직원이 독일어로] 오늘도 수영하시네요
밖의 날씨가 아직 추워요
[도윤] 네,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팀장이 한국어로] 아니 독일 지사는
현지인들 위주로 뽑아
게다가 임원급 아니면은 보내지도 않고
임원이 되는 수밖에 없나요?
[지음] 아, 근데 그건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데
[팀장] 어?
지사 발령 신청은 가능하죠?
아, 뭐, 그건 그런데
[호응]
[팀장] 반지음 씨 내가 서운하게 한 거 있나?
[웃음] 말해 봐요, 다 들어 줄게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럼 나가 보겠습니다
[팀장] 아, 반지음 씨, 반지음 씨 반지음 씨
- [툭 부딪는 소리] - [팀장의 아파하는 신음]
반지음 씨
[팀장의 어색한 웃음]
[직원] 팀장님 꼼짝도 못 하시네요, 예?
[부드러운 음악]
[팀장] 묘하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느낌적 느낌이 있단 말이야
전생에 왕이었나?
"주행 시험장, MI 모비티"
[휭 바람 소리]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가속음]
[무전 신호음]
[연구원] 데이터값은 요 레이트가 튀는데?
핸들링 각도 잘 나와?
[지음] 핸들이 좀 뻑뻑하긴 한데
클러치, 토크 컨버터 트랜스미션 쪽은 안정적이야
[쓰읍 숨 들이켜는 소리]
핸들이 뻑뻑해
뭐야? 수치 안 좋은데
- [무전 신호음] - [연구원] 핸들링 잘 안된다며?
한 바퀴만 더 돌아 보고 갈게
[연구원] 야, 그만 돌아
야…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부드러운 음악]
[지석] 어, 반지음 씨 대환의 이지석입니다
아직도 생각 안 바뀌었어요?
[지음] 네, 저는 대환에서 일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지석] 에이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쪼금도 안 흔들렸어요?
그 회사는 할 일이 별로 없나 봐요
[탁 펜 누르는 소리]
[지석이 피식 웃는다]
[지석] 인재를 찾아 스카웃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죠
저 아무나 스카웃하는 사람 아닌데
[지음] 저도 아무 데서나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지석] 객관적으로 봐도 대환이 MI보단 훨씬 낫잖아요
뭐, 그렇긴 하죠
맞는 말이세요
그럼 제 손 잡으시죠
아쉽지만 그쪽엔 없네요
[지석] 뭐가요?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요
- [지석의 헛웃음] - [휴대전화 진동음]
어
무슨 서하?
[부드러운 음악]
[지석] MI 그룹 문서하 말하는 거야?
뭐, 호텔로 갔다고?
아니, 회장 아들이 왜 호텔로 가?
본사나 모비티로 안 가고?
[흥미진진한 음악]
[강조되는 발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MI 그랜드 호텔 서울"
[감성적인 음악]
[주원] 니 전생이 뭔데?
[어린 서하] 거북이
[지음] 서하다
드디어 다시 만났다
[지음] 서…
[상아의 웃음]
[상아] 아이고, 우리 서하 전생에 거북이였구나?
[웃음]
[반짝이는 효과음]
[주원] 그 밑에 뭐가 있었어?
[지음] 그 밑에 뭐가 있어요?
[주원의 비명]
여긴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니다
아…
[살짝 웃는다]
네
네
[기계 작동음]
[달그락거리는 소리]
[주방장] 말이 되냐? 적당히 둘러대!
재료 소진 뭐, 그런 거 있잖아!
손님이 원하는 거 하나하나 다 들어주려 그러고
아, 진짜, 짜증 나, 씨
- [서하의 한숨] - 뭐 해?
[차분한 음악]
아웃
[자동차 경적]
[긴장되는 음악]
[직원] 오셨습니까
[정훈] 니가 뭘 하고 돌아다녔는지 알고 싶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이 알 필요도 없다
전략 기획 팀 붙여 줄 테니
이번 주 내로 주주들 파악하고
무역 팀 현지 법인 실적 보고부터 받아
제대로 못 듣는다고 홍보하고 다닐 거 아니면
바로바로 대답하는 습관부터 들이고
[쾅쾅쾅]
너 혹시
일부러 안 듣고 있는 거냐?
[서하] 백 오피스부터 프런트 오피스
요식 사업부, 세일즈, 마케팅
브랜드 컨셉에 따라 접근법이 어떻게 다른지 알겠더군요
[정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전
어머니 호텔 살려 보려고요
[정훈] 나가, 나가, 이 자식아!
[이삿짐 운반원1] 자 조심조심해 주세요
[이삿짐 운반원2] 조심조심
[도윤의 힘주는 소리]
- [서하] 거기다 두세요, 예 - [이삿짐 운반원3] 예
[서하] 좀만 더, 좀만 더
[도윤] 아이, 도대체 몇 번을 옮기는 거야?
[서하] 오케이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어
[서하, 도윤의 한숨]
[도윤] 아, 어깨…
[서하] 어깨 좀 주물러 줘?
아유, 질척거리지 마
[서하] 어
전략 기획 팀 세팅은 어느 정도 되고 있어?
[도윤] 사무실 세팅은 이번 주로 마무리될 거 같고
내부 진행은
MI 호텔 재무 보고서 국내 호텔 분석, 채용 공고 지원서
지원서부터 보자
[도윤] 어, 여기
[서하] '반지음'?
영재 학교 출신에
카이스트 공학 박사?
[도윤] MI 모비티 선임 연구원이네?
스물넷인데 벌써 선임을 달았어?
[서하] 이거 호텔로 들어온 지원서 맞아?
[도윤] 그러게
[서하]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아랍어'?
[도윤의 헛웃음]
'스타퀸' 만능 소녀에 취미가 플라…
플라멩코? 이게 뭐야?
[익살스러운 음악]
[지음] 저는 로비에 꽂힌 조화가 제일 마음에 안 들었어요
결국 호텔 일이라는 건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뛰고
객실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설레이는
서하 너 같은 남자…
[키보드 조작음]
편해지는 그런 호텔로 바꾸고 싶습니다
[서하] 특이한 사람이네
이런 사람은 거르는 게 낫겠지?
[도윤] 뭐, 그렇긴 한데
이 정도 스펙이면 면접은 봐야지
[서하의 고민하는 소리]
[서하] 관상이…
일단 만나는 보지, 뭐
[타이어 마찰음]
[차 문 닫히는 소리]
[문소리]
[도윤] 반지음 씨?
[지음] 네
거기가 전략 기획 팀인가요?
네, 전무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부드러운 음악]
[도윤] 이쪽으로 오시죠
[지음] 전무님
전무님?
[무거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서하야
[신비로운 음악]
[서하] 아…
어서 오세요, 문서하입니다
반지음입니다
저기 앉으시죠
[서하] MI 모비티에 재직 중이시던데
[지음] 네
근데 왜 호텔로 지원을 하신 거죠?
전무님과 이 호텔을
옛날의 모습으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 [흥미로운 음악] - [지음] 전무님께서도
그때로 돌려놓고 싶으신 거죠?
'그때'라 하시면…
[지음] 아…
20세기 말이니까
97년도쯤이겠네요
그땐 태어나기 전 아니신가요?
아, 그러네요
아는 이모님을 통해서
사진으로 봤던 게 참 인상적이었어서요
[서하] 아
예
근데 아랍어는 어떻게…
- [지음] 아, 그건 예전에… - [신비로운 음악]
예전에
[고풍스러운 음악]
[지음] 한 10세기쯤이었나?
그때 만들었던 아라끄가 중동, 몽골, 고려를 거쳐
지금의 소주가 됐지, 아마?
[카 내뱉는 소리]
그쪽에서 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음] 언어가 참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 [흥미로운 음악] - [서하] 입사 3년 차라면서
그쪽은 또 몇 살에 간 거야?
[서하] 지원 동기는 알겠는데
원하시는 업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서하의 헛기침]
판단하기 어려우시면
저랑 한번 사귀어 보실래요?
- [서하가 콜록거린다] - [유쾌한 음악]
[서하의 기침]
[헛기침]
[서하의 당황한 숨소리]
- 아, 죄송합니다 - [달그락 놓는 소리]
헛것이 들려서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다
[지음]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랑
사귀실래요?
[밝은 음악]
- [한숨] - [애경] 그냥 툭 까놓고
말해 보지 그래?
삼촌이 윤주원이었다고
[지음] 전무님
[남자] 이쁜 언니, 놓으라고, 씨
[서하]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불미스러운 것들부터
바로잡을 생각인데
[지음] 전무님 제 업무를 건너뛰셨는데요?
[서하] 아니, 요즘 애들은 다들 그렇게 막 나가?
- [강조되는 효과음] - 기다리지 말고 쟁취하라
[지음]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했지?
[도윤] 제가 보기엔 의도적인 접근으로도 보이니까요
[삐 울리는 소리]
[지음] 도망쳐요!
[지음의 다급한 숨소리]
결혼하자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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