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12
<메이퀸> 12부
씬1. 천지조선 해양사업부 복도 (아침)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 강산. 일순 멈칫 본다. 일각의 벽에 기대 있는 해주.
핸드폰 든 체 눈물을 닦고 있다. 심호흡하는 해주에게 다가가는 강산.
해주/(시선 피하며) 아무 일도 아냐.
강산/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해주 얼굴 돌려보는 강산. 해주 다시 눈물이 흐르고, 강산 얼굴 굳어지는데...
창희/(E) 해주야!
멈칫 보는 해주와 강산. 굳은 얼굴로 걸어오는 창희. 말없이 다가와 해주의 팔을 잡는다.
창희/따라 와! (하고 끌고 가려는데)
강산/(해주 다른 팔 잡으며) 이봐! 당신 뭐야?
해주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듯 노려보는 두 사람.
강산/당신 뭔데 사람을 끌고 가려 하냐고?
해주/오빠, 창희 오빠야!
강산/뭐? (하고 창희 보면)
창희/산이냐?
강산/이 자식? 이야! 박창희!
해주 놓고 창희를 와락 끌어안는 강산. 그러나 창희는 웃지 않는다. 떨어지는 두 사람.
강산/무지 오랜만이다, 짜식... 여기 어쩐 일이냐? 나 보러 왔냐?
창희/해주한테 볼 일이 좀 있어.
강산/(멈칫 해주 보면)
창희/(강산 보며) 미안하지만, 우린 나중에 봐야겠다. (해주 보며) 가자.
해주/오빠...
창희/가자니까!
해주 손잡고 가는 창희. 강산, 얼떨떨해 부르려다가 멀어져 가는 해주와 창희를 굳은 얼굴로 바라본다.
씬2. 조선소가 보이는 한적한 곳 (아침)
다가와 멎는 창희의 차. 내리는 창희. 해주 입술 깨물고 보다가 따라 내린다.
아래 조선소 보다가 해주 보는 창희.
창희/아버지 또 찾아왔었지?
해주/...
창희/(쳐다보며) 아버지가 뭐라고 한 거야? 또 맞았니?
해주/(슬프게 보면)
창희/(해주 어깨 잡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겠다고 했잖아? 근데 왜 이러냐고!
해주/아무래도 나만 생각한 거 같아서 그래.
창희/뭐라고?
해주/어떤 힘든 일 있어도 오빠 사랑하니까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내 욕심이야.
오빤 나 아니면 더 크게 될 수 있는 사람이잖아?
창희/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해주/오빠, 예전에 그랬잖아? 저기 저 조선소 다 가지고 싶다고... 그 꿈 이룰 수 있는데,
나 때문에 안 되는 거잖아?
창희/아버지가 혹시 인화하고 결혼 얘기 했어?
해주/(말 못하고 보면)
창희/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너 인화 몰라? 인화가 눈꼽만큼이라도 날 결혼상대로 생각할 거 같아?
그건 아버지 망상이야! 아버진 제 정신이 아니라고!
해주/오빠 아버지야. 그렇게 말하지 마... 나 때문에 아버지하고 사이 험악해지는 거, 나 원치 않아.
(눈물 글썽해지며) 오빠 아버지 나한테 무릎까지 꿇으셨다고!
창희/(굳어지며) 해주야...
해주/미안하지만, 오빠... 난 내 아버지가 그 정도로 반대하면 아버지 말씀 거역 못 해..
창희/니 아버진 그럴 분이 아니니까! 바보야! 그래서 15년 세월을 여기서 끝내자고? 그러고 싶어?
해주/(말 못하고 울면)
창희/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 조금만 견디면 돼... (해주 얼굴 두 손으로 잡으며) 날 봐. 해주야...
너 없이는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꿈? 미래? 야망? 그런 거 이루면 뭐 해?
니가 없는데... 너 나 사랑하잖아?
해주/(울며 끄덕이면)
창희/(눈물 닦아주며) 그럼 울지 마. 너 강한 얘잖아? 나보고 울지 말라면서 왜 울어? 버티면 이길 수 있다니까.
해주 안아주는 창희. 굳게 껴안는 두 사람.
씬3. 해양사업부 (낮) -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해주.
해주/(직원들 보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민경/(보고) 지금 몇 신지 알아요?
해주/정말 죄송합니다. 일이 생겨서...
이 때 본부장실에서 나오던 일문, 해주와 민경을 쳐다본다.
민경/천해주 씨는 회사 일보다 중요한 게 많은가 보네. 다른 일 먼저 보고 느긋하게 출근하게?
해주/시정하겠습니다.
민경/(해주에게 두터운 영어 논문 던지며) 이거 내일까지 읽고... A4 용지 30장으로 정리해 와요.
해주/(놀라 뒤적이며) 이걸 내일까지요?
민경/왜? 영어라서 못하겠어요?
해주/아, 아닙니다. 해 보겠습니다.
일문/(다가오며) 낙하산으로 회사 들어왔다고 매일 낙하산 타고 출근하나?
해주/(아무 말 못하고)
일문/조팀장? 오늘 브리핑 준비는?
민경/(일어서며) 준비는 다 됐습니다. 그런데... 라이언 강이... 연락이 닿질 않습니다.
일문/(해주 보며) 너 몰라?
해주/아까 마주치긴 했는데...
씬4. 창희 검사실 앞 수사관 실 (낮) - 창희 들어오면 일어서는 수사관들.
수사관/검사님.. 손님 와 계십니다.
창희/(멈칫 검사실 보면)
씬5. 창희 검사실 (낮) - 창희에게 손 내미는 강산. 그 손잡는 창희.
강산/너 사람 은근 당황시키는 재주 있네? 15년 만에 만났는데 니 눈엔 친구가 보이지도 않았냐?
창희/아깐 미안했다. 좀 앉자.
강산/(자리에 앉으면)
창희/(앞에 앉아) 들어온 지 한 달 됐다면서?
강산/그쯤 됐지.
창희/난 니가..선주 감독관으로 왔다는 거 얼마 전에 들었어. 알았으면 찾아갔을 텐데..너도 나 몰랐지?
강산/아니야. 알았어. 잘 나가는 검사님 되셨다는 것도... 장도현 회장 집에 아직도 살고 있다는 것도..
창희/(멈칫 보고) 근데 왜 안 찾아왔어?
강산/박창희. 너 검사 되더니 질문만 하네? 얌마. 나도 좀 물어보자. 너 해주 언제부터 만났냐?
창희/(보고는) 오래 됐다.
강산/오래 얼마나?
창희/15년...
강산/15년? ... 니들 사귀냐?
창희/그래. 사랑하는 사이야. 결혼할 거다.
강산/(멈칫 보고, 할 말이 없는 듯 보기만 하는데)
창희/니가 해주 조선소 취업시켜 주고, 설계 과외까지 해 준다는 거 들었어. 고맙다.
강산/(웃으며) 사귀는 거 맞네. 젠장... 근데 너 자식 반칙한 거 알아?
내가 미국에서 편지 보냈을 때는 너 해주 소식 모른다고 했잖아?
창희/미안하다. 그럴 사정이 있었어.
강산/(일어나며) 그래. 이젠 사생활이지.
창희/(같이 일어나며) 왜? 가려고?
강산/(끄덕이면)
창희/나중에 해주하고 같이 한 번 보자.
강산/아니. 너 볼 일 별로 없다.
창희/(보면)
강산/너 옛날에 내가 한 말 잊었냐? 장회장 집에서 나오라고 했잖아? 왜 그 집에 붙어 있는데?
창희/(굳어지며) 그 때문에 나 찾아오지 않은 거야?
강산/(대꾸 않고 나가려다가 멈추고) 해주한테 잘 해 줘라. 사랑싸움이야 내 가 참견할 바 아닌데...
걔 눈물 나게 하지 마라. (하고 나가면)
창희/(착잡한 얼굴로 바라보고)
씬6. 동 검찰청 주차장 (낮)
쓸쓸한 얼굴로 걸어오는 강산. 차에 타고 시동 걸려다가 옆 좌석에 핸드폰 두고 온 것 의식한다.
핸드폰 들어 보면,‘ 조민경 팀장’ 번호가 무수히 떠 있다. 핸드폰 집어 던지고 운전해 가는 강산.
씬7. 천지 조선 회의실 (낮)
회의실 맨 앞에 빔 프로젝터 화면이 보이고, 봉희와 민경이 좌. 우에 서 있다.
회의실 탁자에는 가운데 도현이, 도현 왼쪽으로 일문, 오른쪽으론 자리 비어있고,
한 편에 기술개발팀 사람들 앉아 있다. 그 중 해주 보이고, 화면에 커다란 드릴십 영상이 뜨면..
봉희/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드릴십은 선박과 해양플랜트 양 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배입니다.
그건 바로 바다 밑 유전 시추에 필요한 드릴링 장비를 탑재한 선박이기 때문이죠.
드릴십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최소 5000억 원에서 1조 원을 호가하는 고부가가치 배로서
선박업계에서는 ‘효자선박’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사이, 강산이 뒤늦게 들어와 도현 오른쪽에 앉는다. 도현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 숙이면,
괜찮다는 듯 미소 띠는 도현. 강산, 화면 보려다가 해주 모습 발견한다.
봉희/(시추탑인 데릭 부분을 가리키며) 석유를 시추하기 위한 드릴링의 핵심인 이번 데릭은 해수면에서
최대 12㎞까지 시추할 수 있을 정도의 월등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데요.
이 데릭은 미국에서 들여와 장착할 예정입 니다. 가격은 5억 5천만 달러이고요.
다음은 드릴십에 없어서는 안 될 프로펠러인 트러스터에 관한 자료 보시겠습니다. (하고 민경쪽 보고)
강산, 화면 보지 않은 채 해주만 보고 있다. 화면이 드릴십의 트러스터 로 바뀐다.
도현, 강산 보는데, 여전히 해주 보고 있는 강산 발견한다. 고개 돌려 해주 보는 도현.
민경/트러스터의 장점은 배의 운항뿐만 아니라 360도 회전은 물론이고 각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6개의 트러스터가 드릴십이 시추할 때, 위치를 잡아줄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인데요...
도현, 열심히 설명 들으며 적고 있는 해주를 여전히 애틋하게 바라보는 강산을 본다.
봉희/(강산 보고) 라이언 강 감독관님!
강산/(멈칫 봉희 보면)
봉희/(집중하라는 듯 민경 쪽 가르치면)
민경/현재 우리 회사에서 개발중인 트러스터는 기존 트러스터와 성능도 다르지 않을뿐더러 선상 수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개당 20억 정도로... 선주님들의 경제적 부담도 줄일 예정입니다.
강산 여전히 해주 보고, 도현, 강산과 해주 번갈아 보는 데서
씬8. 천지조선 복도 (낮)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 우르르 나오는데, 그 중 강산과 도현, 일문이 함께 나오고 있다.
도현/프리젠테이션 맘에 들었나? 강 감독관?
강산/예. 준비 잘 했던데요?
도현/트라스타 프로펠러에 대해선 어떻게 느꼈나?
강산, 대답하려다가 멈칫 본다. 그 시선에 민경 등 개발팀원들과 나오는 해주 보인다.
일문/야! 회장님이 지금 물으시잖아?.
강산/(멈칫 도현 보고) 그 문젠 나중에 얘기하죠.
도현, 멈칫 보는데 달려가 해주를 부르는 강산. 해주 놀라 돌아보면.
강산/잠깐 좀 보자.
해주/(멈칫 옆에 있는 민경 의식하고) 좀 있다 현장 나가 봐야 하는데요?
강산/내 문제가 더 급해 (민경 보며) 괜찮죠?
민경/아, 예...
해주 데리고 가는 강산. 그 뒤에서 못 마땅한 듯 보는 일문. 미소 머금으며 보는 도현.
씬9. 조선소 보이는 야외 일각 (낮) - 마주 서 있는 해주와 강산.
해주/그거.. 물어 보려고 여기까지 왔어?
강산/그래. 창희 말 못 믿는 건 아닌데... 너한테 확인 해보고 싶어서...
해주/사실이야. 창희 오빠랑 사귄지 오래됐어.
강산/... 나보다 창희가 뭐가 좋냐?
해주/(멈칫 보고 웃으며) 농담하지 마.
강산/너 눈치가 없는 거야? 모른 척 한 거야? 어릴 때부터 내가 너 좋아한 거 몰라?
해주/그거야 어릴 때니까... 오빠가 뭐가 부족해서 지금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
강산/나는 좋아하면 안 되고, 창희는 되는 이유가 뭐냔 말야.
해주/(그제야 정색하며) 같은 아픔이 있어서 그랬나 봐. 그리고 오빠는 인화가 있잖아?
인화, 오빠 많이 좋아하던데...
강산/(말 못하고 보면)
해주/사실 인화가 오빠 오피스텔 가는 거 불편해 해,. 설계는 계속 배우고 싶은데...
아무래도 회사 일 말고 만나는 건 안 될 거 같아. 인화한테 미안해서...
강산/...
해주/나 취직 시켜준 거 정말 고마워... (시계 보고는) 그만 갈게. (돌아서면)
강산/행복하냐?
해주/(멈칫 보면)
강산/창희하고 말야...
해주/그래... 아주 많이...
활짝 웃어 보이고 가는 해주. 그 뒷모습 허탈하게 보고 선 강산.
씬10. 정우 집 마당 (낮) - 기출, 쭈뼛거리며 들어오는데, 부엌에서 나오던 달순과 마주친다.
달순/왜... 웬일이세요? 또 여기까지?
씬11. 동, 마루 (낮) - 기출과 마주 앉아 있는 달순.
기출/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달순/뭐가.. 말이에요?
기출/내가 울산 떠나라고 빚까지 갚아 줬는데 왜 다시 온 겁니까?
달순/그건 내가 묻고 싶네요. 그놈들한테 돈 주긴 줬어요?
기출/줬죠, 그럼...
달순/그럼 왜 해남 땅 아닌 거제에 떨궈놨는지 찾아서 좀 물어보쇼!
그 때 우리 해주 죽을 뻔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오장육보가 다 떨리는구만!
기출/(말 못하고 보는데)
달순/(눈치 보다가) 저기... 나도 뭐 하나 물어봅시다...
기출/(보면)
달순/그 댁 사모님이 그때 와서 한 소리가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딸내미를 어쩌다가 잊어버렸다는 건데? 그걸 또 왜 나한테 와서 묻고?
기출/(표정 굳는) 그건 나도 모릅니다...
달순/아니, 주구장창 그 집구석 옆에 붙어 있으면서 왜 몰라?
기출/(정색하며) 나 그것 때문에 여기 온 거 아니란 말이에요!
달순/(왜 이래?하는 표정으로 보는)
기출/해주가 내 아들하고 사귀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달순/그건 또 무슨 밤중에 요강 차는 소리야?
기출/긴 말 할 거 없고...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으며) 우리 애, 못 만나게 해줘요.
얼떨떨한 얼굴로 보고는 봉투 들어보는 달순. 안에서 수표를 꺼내본다.
일, 십, 백, 천... 세다가 천만...하며 휘둥그레지는 달순. 마른 침 삼키고 기출 보는 달순.
씬12. 강산 오피스텔 (저녁)
양주병 놓고 술 마시는 강산. 빈 잔에 다시 술 따르는데 인터폰 울린다.
다가가 화면 보면, 대평이 보인다. 도어오픈 누르고 다시 돌아가는 강산.
대평이 들어오다가 강산 모습 본다.
대평/이노무 자석이! 초저녁부터 뭐 하노?
강산/술 마시잖아요? 한 잔 하실래요?
대평/(다가와 앉으며) 니... 뭔 일 있나?
강산/일이야 항상 많아 탈이죠. 왜 오셨어요?
대평/(봉투 하나 툭 던지며) 프로펠라 공장 인수하래매? 망할 노무 자석...
할 애비는 돈 들어가는 일 시켜놓고 이래 술 쳐 묵고 있나?
강산/(봉투 툭툭 치며) 프로펠라라... 장도현이 이 인간 생각
보다 빠르단 말야... 내가 하고 싶은 걸 선수를 쳐?
대평/뭔 소리고?
강산/술이나 드세요... (하고 잔에 술 따라 주면)
대평/(술잔 받고 눈치 보다) 산아... 니가 이런 거 싫어하는 거 아는데 말이다.
강산/(보면)
대평/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니 인화 가한테 장가는 기 어떻겠노?
강산/(피식 웃고) 데릴사위로 들어가서 천지조선 먹으라구요?
대평/웃어넘길 일이 아이다. 다행히 가가 니를 죽자 사자 좋아 안 하나?
고생할 거 없이 한방에 해결 하는 기, 그 방법이다. 장도현이가 천년만년 살겠나?
강산/(대꾸 없이 술 마시는 얼굴에서)
씬13. 도현 집 마당 (밤) - 기출 집에서 나오다가 퇴근해 들어오는 인화 발견하고 뛰어간다.
기출/인화야? 이제 오냐?
인화/예...
기출/레스토랑 운영하느라 많이 힘들지? 저기, 내가 잘 아는 한의원이 있는데... 약 한 재 지어줄까?
인화/(어이없는) 아, 아뇨... 저 말고 창희 오빠나 많이 지어주세요.
하고 들어가는 인화. 그런 인화의 뒷모습 보며 흐뭇한 기출.
씬14. 도현 집 거실 (밤)
거실에서 꽃꽂이 하고 있는 금희.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화난 듯 쿵쾅 거리며 금희 옆에 앉는 인화.
금희/왜 이리 요란스러워. 여자가?
인화/엄마!
금희/왜?
인화/박창희랑 나랑 말이 된다고 생각해?
금희/들었니? 왜? 창희가 어때서? 인물 잘 생겼겠다... 직장도 괜찮겠다...뭣보다 여러 모로 반듯하잖아.
남자는 한결 같은 면이 있어야 해.
인화/친구 소개 시켜주긴 괜찮은 남자일지 몰라도 내 짝으론 한참 후지거든?
금희/인화야? 엄마는 인화가 행복하길 바라서 하는 말이야. 창희 괜찮다니까? 내가 어려서부터 쭉 봐왔잖니.
인화/난 창희 오빠 남자로 본 적도 없어... 그냥 우리 집 정원 정원석 같은 존재라고.
글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단 말야.
금희/(놀라) 정말이야? 누군데?
인화/(말 못하고 보면)
금희/누구냐고?
씬15. 강산 오피스텔 (밤) - 양주 병 하나 떠 따져 있고, 술잔 들어 마시는 강산. 보는 대평.
대평/이노무 자석이! 고만 쳐 묵어라! 오늘 와 이카노? 참말로!
강산/할아버지.. 술 취한 김에 좀 물어 볼게요...
대평/(보면)
강산/아버지, 엄마 얘기 좀 해주세요..
대평/(얼굴 굳어지며) 그 이바군 하지 말라 캤다!
강산/왜 못하는데요? 자식이 부모 얼굴도 모르고, 뭐 하던 사람인지도 모르고...
하다못해 남들 다 있는 사진 한 장도 없어요. 그 정도는 자식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대평/에비보다 먼저 간 천하의 불효막심한 놈들! 꽤심해가 다 태웠다! 와?
강산/엄마가 용접공이었던 건 맞아요?
대평/일마가? 고마하라 카이! (벌떡 일어나며) 할애비 간다!
강산/알았어요, 안 물어볼게요... (웃으며) 할아버지까지 가면 나 너무 외롭잖아?
대평/(보면)
강산/할아버지... 저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엄마 같은 여자 만났어요...
그래서 오래 가슴에 담아 두었는데... 미국 가지 말 걸... 저한테 왜 미국 가라 그랬어요?
하다가 탁자에 고개 떨구는 강산. 그대로 잠든다. 아프게 보는 대평.
씬16. 동 해주 방 (밤) - 놀란 얼굴로 달순 바라보는 해주.
해주/창희 오빠 아버지가 오셨다고?
달순/그래. 이것아! 그 사람 말이 사실이야? 정말로 그 아들을 사귀는 거야?
해주/응...
달순/아니, 바빠서 남자 코빼기도 못 불 줄 알았더니...언제 그렇게 된 거야?
해주/오래 됐어, 엄마...
달순/세상에...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해주/미안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어.
달순/그 놈 뭐 하는 인간인데?
해주/검사야...
달순/(휘둥그레지며) 검사?
해주/(끄덕이면)
달순/그래서 그 영감탱이가 반대하는 거야?
해주/내가 너무 많이 모자라니까... 입장 바꿔 엄마가 검사 아들 뒀대도 나 같은 얘 만나게 하겠어?
달순/그놈은? 그놈은 좋아해? 혹시 데리고 놀다 버릴 심산 아냐?
해주/엄만? 그런 사람 아냐!
달순/너도 그놈이 좋고?
해주/그래, 엄마... 나 창희오빠 많이 사랑해...
달순/그럼 됐네. 그 영감탱이가 뭔 지랄을 하든 만나라. 엄만 찬성이다!
해주/창희 오빠가 검사라서?
달순/그래! 이왕이면 다홍치마고 기차 탈거면 비행기 잡아타는 게 낫지! 너 엄마 팔자 못 봤냐?
니 아버지 만나서... 여자는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쳐도 욕하는 사람 없어... 부러워들 죽지.
해주/나 오빠가 검사라서 사랑하는 거 아냐.
달순/내 말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좋다는 거지 뭐. 글고 뭐 그 놈의 집안은 대단해?
아들 검사라고 유세 떨기는... 너 정도면 훌륭해. (가슴 내밀며)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어디 내 놔도 안 꿀려.
해주/(보고는) 엄마, 요즘 왜 이래?
달순/뭐가?
해주/요새 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냐고? 적응 안 되게?
달순/(뜨끔하지만) 야, 이년아. 내가 언제 너한테 못 했냐? 내가 말이 좀 걸어서 그렇지.
해주/(달순 두 손 잡고 웃으며) 고마워... 엄마... 엄마가 나 칭찬도 해주고, 이리 응원도 해주니까 기운난다.
환히 웃는 해주를 안쓰럽게 보는 달순.
씬17. 창희 방 (밤)
침대에 누워 있는 창희. 잠이 안 오는 듯 일어나 핸드폰을 연다.
그 안의 사진첩에서 해주와 찍은 커플 사진들을 보는 창희. 한 장씩 넘겨보다가 미소 머금는다.
씬18. 해주 방 (밤)
진주가 바닥에서 자고 있고, 책상 앞에서 스탠드 켜놓고 열심히 영어 논문을 보는 해주.
뭘 모르겠는지 영어사전 보고 단어 찾는 등 바쁘다.
씬19. 강산 오피스텔 (새벽)
창가에 서서 밝아오는 여명을 보는 강산. 손에 해주의 어릴 적 머리 띠를 들고 있다. 그 모습에..
도현/(E) 강산이?
씬20. 도현 집 안방 (아침) - 양복 입다가 놀란 얼굴로 금희 보는 도현.
도현/인화가 강산이를 좋아한다고?
금희/예.. 어릴 때부터 그러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그런가 봐요...
미국에 유학간 것도 사실은 그 아이 쫓아간 거래요.
도현/근데 그걸 여태 숨기고 있었다고? 그 말 많은 녀석이?
금희/당신이 해풍 조선 합병하고 나서...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나 봐요.
도현/그게 언제 적 얘긴데 그래? 그리고 싼값이긴 해도 정당한 값 지불해 줬 는데 이제 와서 그게 무슨
문제가 된다고?
금희/그래도 몇년전에 신문이고 TV고 할 것 없이..당신하고 해풍조선 이야기, 도배를 했었잖아요? 인화 입장에서는
속앓이 할 만 하죠.
도현/그래? (생각에 잠기는) 강산이란 말이지?
씬21. 해양사업부 (낮)
강산, 해양사업부 문 열린 것을 보고 들어서려다가 멈칫한다. 민경 앞에 서 있는 해주.
민경/천해주씨. 논문 정리 다 끝났으면 말하지 않아도 제출해야죠? 그런 것까지 다 지적해야 해요?
해주/(밝게) 팀장님. 죄송한데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전문 용어라서 너무 어렵더라구요.
민경/천해주씨 참 이상한 사람이네. 여기가 천해주씨 사정 봐주면서 일하는 덴 줄 알아요?
해주/네. 압니다. (씩씩하게) 적응하고 나서는 좀 나아질 테니까,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민경/그럼 적응하고 나서 다시 응시하던가!
직원1/(지나가면서) 어이.. 천해주씨! 커피 타오라는 말 안 들었어요? 아님 못 들은 척 하는 거예요?
해주/아 맞다! (자신 머리에 꿀밤을 주면서) 제 정신이 이래요. 죄송합니다, 양대리님! 금방 타서 가져다 드릴게요!
직원1/거...다방커피 스타일로!
하고 가려다가 강산 보고 멈칫 한다. 들어오는 강산.
강산/조팀장님. (핸드폰 흔들어 보이며) 방금 파일하나 이메일로 쐈어요.
민경/(놀라서 보는) 네? 무슨... 파일이요?
강산/러시아 조선업 육성 관련법 통과 자료인데 A4 10장 내외로 요약해서 메일로 쏘세요.
민경/자... 잠시만요. 혹시 러시아어인가요?
강산/자신 없어요? 그럼 아랍 걸로 보낼 게요. 시한은 내일까집니다.
민경/(표정 굳어지는)
강산/(해주보고 표정 없이) 천해주씨 잠시 일 얘기 좀 하죠. (하고 나가려다가 돌아보면서) 양대리님!
직원1/(바짝 긴장해서) 네 감독관님.
강산/(웃으며) 천해주씨랑 일 얘기 좀 하려는데...에스프레소 콘파나 한잔 가져다줄래요?
참 에스프레소 샷 필수로 두 개 추가. 당연히 휘핑크림은 얹어야겠죠?
직워1/(표정 구겨지는)
강산/(다시 해주 보는 눈빛 차갑다) 가죠. (하고 나가는)
해주/(민경과 직원1 눈치 보다가 따라 나가는)
씬22. 휴게실 (낮) - 강산, 먼저 들어와 창 밖 보고 서 있으면 해주, 들어온다.
해주/그렇게 하면 어떡해. 그럼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
강산/(돌아보며) 천해주씨. 여기 직장이에요.
해주/(잠시 당황하는데)
강산/방금 전 일...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불합리한 일에 대한 내 나름의 방식 일 뿐입니다. (표정 없이 보는)
해주/(시선 피하고) 죄...죄송합니다.
강산/나한테 설계 배우는 건 계속해요.
해주/(보는) 네? 그건...이미 말씀 드렸듯이..
강산/(비아냥거리듯) 천해주씨 프로 아니에요?
해주/(보는)
강산/사적인 감정까지 끌어들여서 어떻게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건데요?
해주/(욱해서 보는데)
강산/정 하기 싫으면 하지 말아요. 나도 그다지 프로답지 않은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으니까.
(해주 지나쳐 나가려는데)
해주/잠시만요!
강산/(돌아보면)
해주/(그대로 강산 등지고 선채로) 방금 하신 얘기...진심인 거죠?
강산/마음에 딴 남자 있는 여자. 나도 미련 없어요. 이미 그 얘긴 어제부로 끝난 거 아닌가?
해주/(돌아보며, 당당한 눈빛으로) 그럼 하겠습니다!
강산/그럼 전에 준 과제는 제출해요. (나가려다가) 이거 천해주씨 위해서 하는 일 아니에요.
전적으로 내가 필요해서 하는 일이니까 부담 갖을 거 없어요! (하고 나가버리는)
강산 휙 하고 나간 후 흔들거리는 문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해주.
씬23. 천지조선 프로펠러 공장 (낮)
해주, 한 손엔 작업 지침서 들고 프로펠러 만져본다.
눈을 감고 프로펠라 쓰다듬다가 보다가 어느 순간에서 손으로 두께를 가늠해 보는 해주.
고개를 갸우뚱한다. 옆에 밀링기사가 있다.
해주/이거 작업지침서대로 한 거 맞나요?
기사/그기사 당연하제.
해주/프로펠러 두께가 지침서보다 10미리 오버됐어요.
기사/니가 우째 아는데?
해주/손으로 만져봤는데 달라요.
기사/(기막힌) 기계로 측정한 것도 아이고 손으로 만져보고 안다고? 내가 프 로펠러 깍은 지 10년이다.
근데 어디서 굴러묵던 가스나가 손짐작으로 두께를 안다 지랄이고?
해주/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저도 이 밀링 작업 3년 동안 해 본 적 있어요.
기사/(기막힌) 3년? 니 지금 3년이라 캤나? 이기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나? 나는 10년이다 카이! 가스나야!
어데서 말도 안 되는 지적질이고? (해주 지침서 뺏어다 해주 얼굴에 확 뿌리는데)
도현/(E) 지금 뭣들 하는 거야?
두 사람 보면, 도현이 최비서와 함께 들어온다.
밀링 기사 놀라 90도로 인사하고, 해주 도현에게 목례한다.
기사/회장님... 이 가스나가 뭣도 모르면서 손으로 씩 한 번 만지보고 프로펠러 두께가 틀렸다 안 캅니꺼?
기가 막히가지고 참말로...
도현/(해주 보며) 확실해?
해주/10미리가 오버 됐습니다. 분명합니다.
기사/이 가시나가 진짜 미칬나?
도현/니가 그렇게 확신한다면... 재 봐도 되겠냐?
해주/(확신 있게) 네!
도현/(기사에게) 기계 가지고 와! 당신이 직접 재 봐.
(점프)
기사, 시크니스 게이지(Thickness Gauge)로 프로펠러 두께 재보고 놀라 아무 말 못하는데...
도현/뭐야? 어떻게 된 거야?
기사/(기죽어) 규정보다 10미리가 넘칩니더... (혼잣말) 이기 우째된 기고?
해주/작업 시작 전에... 프로펠러 수치 입력이 잘못되면 그럴 수 있어요.
도현/근데... 넌 그냥 손으로 만져만 보고도 알았다고? 니가 천해주지?
해주/예. 회장님...
도현/오랜만이구나...
하고 손 내미는 도현. 해주, 당황해하다가 그 손잡는다. 미소 짓는 도현.
씬24. 도현 집무실 (낮) - 놀란 얼굴로 도현 바라보는 일문.
일문/아니, 걔를 트러스터 프로펠라 개발팀에 넣으라구요?
도현/그래.
일문/아버지... 걔 중졸이에요. 현장에서 굴러먹던 막 노동꾼이라구요.
도현/그러니까 니가 안 된다는 거야!
일문/(보면)
도현/그 아이 이력서 봤다. 니 말따마 중졸에 밑바닥에서 뒹굴던 얘가 자격증 열 개를 따는 게
쉬운 일인 줄 아냐? 진흙탕 속에 있는 보석일 수도 있단 말이다.
일문/아무리 그래도...
도현/너, 강산이라는 놈이 그 아이 왜 들여 놨겠냐? 강산이가 선박 건조 상황 보고도 그 아이한테 시켰다면서?
일문/그거야..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니까...
도현/어릴 때부터 아는 이유 하나로, 옆에 끼고 다니겠냐? 너 보다는 사람 보는 안목이 있는 놈이야.
일문/(말 못하고 입술 깨물고)
씬25. 정우 집 마당 (낮)
외출복 차림으로 방에서 나와 마루를 내려오는 달순.
대문을 열고 양손에 바리바리 짐 싸들고 들어오는 봉희.
봉희/안녕하세요?!
달순/그게 뭐에요?
봉희/(평상 위에 내려놓고) 밑반찬 좀 챙겨왔어요. 저희 언니가 은근 솜씨가 좋거든요.
달순/(멈칫 경계하는데)
봉희/해주는 아직 퇴근 안했죠?
달순/아, 퇴근하든 말든 왜 남의 딸을 찾고 난리야?
봉희/(멈칫 보고) 아줌마, 말이 좀 그러네요? 해주 제 회사 부하 직원이에요! 물어보지도 못해요?
달순/아니 일터에서나 부하직원이지 왜 집에서까지 찾냐고?
봉희/(기가 막혀 보는데)
달순/그리고 웬만하면 이 집에 오지 말아요.
봉희/기가 막혀! 정말? 아줌마! 내가 지금까지 이 집을 몇 년째 들락거리고 있는데 그러세요?
아니, 그리고 내가 내 발가지고 오겠다는데 왜 세 들어 사는 분이 난리세요?
달순/(욱해서) 그러니까 문제지? 저쪽 검사양반도 그다지 그쪽 오는 거 안 좋아하던데,
여자가 모양새 빠지게 남자 뒤꽁무니나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봉희/(열 받아 뒷 목잡고) 뭐...뭐 뭐요? 이 아줌마가 진짜?! 내가 언제 뒷꽁무니를 쫓아다녀요?
달순/배울 만큼 배운 양반이 상황 파악이 안 되시나보네. 그 나이까지 남자가 반응이 없으면 마음 접고
딴 데 알아보셔야지. (봉희 지나쳐 가며) 암튼 이 집안에 그쪽 반기는 사람 없으니까
눈치껏 발길 끊어요. (나가는)
봉희/(기 막혀 그대로 평상에 주저앉는) 아니 뭐...저런 아줌마가 다 있어?
씬26. 정우 방 (낮)
방에 들어서는 봉희, 방 둘러보면 머리카락 없이 깨끗한 방안이다.
깔끔한 침대와 먼지 하나 없는 책상을 만져 보는 봉희.
봉희/이렇게 깔끔 떠니 여자가 필요 없지.
하고 옷장 문을 열면, 다리미질까지 되어 가지런히 걸려 있는 와이셔츠 보인다.
그 안에서 양복 한 벌 꺼내는 봉희. 핸드백에서 부적을 한 장 꺼낸다.
봉희/(한숨 쉬고) 박사라는 여자가 이래야겠냐? (정색하며) 이게 뭘? 이건 순수 전통 민간신앙인 거야.
왜이래? (양복 자켓 안주머니에 슬쩍 넣고 탁탁치며) 무쇠철통 정우 심장이 내 목소리에 벌렁벌렁
해지는 그 날까지!
씬27. 검찰청 복도 (낮) - 수사관과 함께 걸어오는 정우.
정우/이 제보, 확실한 거야?
수사관/예. 천지 조선 하청업체 쪽에서 직접 투서한 겁니다.
정우/장일문이라...
수사관/어떡할까요?
정우/알았어. 좀 더 알아보고 배정은 내가 하지. (하고 생각하는데)
달순/(E) 윤검사님!
멈칫 보는 정우. 달순이 다가와 웃으며 인사한다.
정우/아니, 해주 어머니?
씬28. 창희 검사실 (낮) - 창희, 서류를 넘기며 보고 있는데, 들어오는 여직원.
여직원/검사님... 손님 오셨습니다.
창희/(서류 보며) 누군데요?
여직원/조달순씨라고... 천해주씨 어머니 되시는 분이랍니다.
창희/(놀라 벌떡 일어나며) 들어오시라고 해요.
뒤이어 들어오는 달순. 창희에게 고개 숙인다. 같이 고개 숙이는 창희.
창희/오랜만입니다. 어머님... 어떻게 여기까지...
달순/(말없이 창희 훑어보는 데서)
(점프) 찻잔 놓여 있고 앉아 있는 창희와 달순.
창희/죄송합니다. 진작 인사 드렸어야 했는데...
달순/저기... 해주랑 사귄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창희/(멈칫 보고) 예..
달순/우리 해주 정말로 마음에 두고 있고?
창희/예...
달순/근데, 아버지는 반대하시잖아?
창희/(보며) 해주가...그런 이야기를 하던가요?
백에서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달순. 보는 창희.
달순/그쪽 아버지가 주고 간 돈이야.
창희/(표정 굳는데)
달순/(옅은 한숨) 우리 해주가 어릴 때부터 고생 많이 한 거 알지?
창희/네, 어머니.
달순/나는 배우질 못해서 예의 같은 거 몰라. 상대가 검사든 재벌이든 내 딸내미보다 잘 났다고 생각 안 해.
그년이 승질이 좀 지랄 맞아서 그렇지, 살림 잘하고 일 잘하고 어른 모실 줄도 알아. 알지?
창희/예..
달순/남자가 제일 못난 놈이 지 여자 하나 지켜줄 줄 모르는 놈이더라고.
그쪽 아버지 등살에 우리 해주 포기할 거면 첨부터 아예 만나질 말어.
창희/그럴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달순/그럼 됐네. 그 말 믿고 가. (하고 일어서면)
창희/(같이 일어서며) 어머니...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달순/부지런히 돈 벌어서 우리 해주 저렇게 혼자 동동거리지 않게 해줘야지.
일 열심히 해! (하고 나가려다가) 어머니, 어머니 하니까 듣긴 좋네.
하고 웃는 달순. 같이 웃는 창희.
씬29. 해양본부 본부장실 (낮)
해주, 안으로 들어와 목례를 하면, 의자에 앉아 삐딱하게 보는 일문.
해주/부르셨습니까?
일문/불렀으니까 왔지.
해주/(보는)
일문/(일어나며) 너... 나 첨부터 알아봤지? 근데, 왜 모른 척 했냐? 우리 인연이 좀 있잖아?
해주/무슨 용무신데요?
일문/아! 아버지가 이번 프로펠라 프로젝트 팀에 너를 넣으라고 하시더구만!
해주/(멈칫 보고 얼굴 환해지며) 정말요?
일문/(책상에 기대 앉아) 남자 꼬시는 능력이 탁월한가봐?
해주/(멈칫 보면)
일문/강산이랑은 어떤 사이야?
해주/(화 참는) 옛날부터 아는 오빠라는 거, 아시잖아요?
일문/아는 오빠라. (비아냥) 어디까지 아는 오빠 사인데? 잠자리까지도 아는 오빤가?
해주/(일순 노려보면)
일문/오! 눈에서 불 나오겠는데? 발끈하는 거 보니까, 뭐가 있긴 있네?
(중얼거리듯) 보는 눈은 무슨... 남녀가 붙어 다니는 이유가 똑같지.
해주/(화 참으며) 말조심 하셔라.
일문/(일어서며) 오호... 이제 좀 옛날 거지같네?
해주/본부장님도 옛날 싸가지랑 똑같구만이라...
일문/이게? 너 상황파악이 안 되냐? 나 너 상사야.
해주/암만 상사라도 성희롱 발언 함부로 하면 안 되지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부끄럽지도 않소?
일문/근데, 이게 정말? (하는데)
인화/(E) 해주야!
두 사람, 멈칫 돌아보면 인화가 들어온다.
인화/여기서 뭐해?
해주/(일문 힐끗 보고) 응...업무 보고 좀...
일문/왜 왔냐?
인화/(해주 보며) 우리 집에 저녁 먹으러 가.
해주/(멈칫 보는데)
일문/야! 얠 왜 우리 집에 데리고 가?
인화/(일문 보고) 뭐 어때 내 친군데!
해주/(일문 한 번 보고 인화에게) 아냐. 난 할 일도 많고... 안 돼.
인화/아빠가 너 데려오라고 했단 말야!
놀라보는 해주. 일문도 찌푸리며 본다.
씬30. 도현 집 주방 (밤)
도현과, 금희, 기출, 창희가 앉아 있고, 가정부들이 음식을 식탁 위에 놓고 있다.
기출/(금희 보며) 인화는 또 늦나 봅니다? 일 하느라 몸 상할까봐 걱정이네요. (하는데)
인화/(E) 엄마!
도현/(미소) 저 녀석도 양반되기는 글렀어.
인화/(들어서며) 벌써 시작한 거예요? 의리 없이?
기출/(다정하게) 아니야 우리도 방금 들어온 거..(하는데 표정 굳는다)
들어오는 일문과 해주. 해주, 창희와 기출 보고 안색 변하고, 창희도 당황한 얼굴 된다.
금희/어서 와.
해주/예.. 안녕하세요?
금희/몇 년 만에 또 이렇게 식사를 하게 됐네? 거기 앉아.
해주, 기출의 눈치 보며 비어 있는 창희 옆에 앉는다. 맞은 편 자리에 앉는 인화와 일문.
인화/(창희보고) 오빠, 해주 기억하지? (기출보고) 아저씨도 기억나실 거예요.
옛날에 아저씨 집에 잠깐 살았잖아요?
기출/어.. 그래...
인화/둘이 그렇게 나란히 앉으니까, 어울린다. 근데 왜 인사도 안 해?
해주/(당황한 듯 창희 보는데)
창희/해주하곤 만나고 있었어.
순간, 기출과 해주, 동시에 놀라 창희 바라보고..
금희/무슨 소리야? 만나고 있었다니?
창희/사실은...
기출/창희야!
창희/오래전부터 사귀고 있었습니다. 결혼할 생각입니다.
일동, 놀라 보고 기출 얼굴 일그러지는데...
인화/어머! 어머! 그게 사실이야? (해주 보며) 진짜야?
해주/(말 못하는데)
일문/그래. 이야! 축하한다. 박창희... 진짜 딱 어울린다야.
도현/허허... 그거 참... 인연이 그렇게 됐나?
금희/그러게 말이에요... (기출 보며) 박집사님도 아셨어요?
앞에 있는 접시 쓸어버리는 기출. 그릇이 바닥이 떨어져 깨진다. 놀라 보는 일동.
일문/어이! 아저씨!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기출 멈칫 보면 도현이 찌푸리며 노려본다. 돌아서 나가 버리는 기출.
해주/(창희보고) 오빠, 뭐해? 얼른 나가 봐,
창희/괜찮아. (도현과 금희 보며)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이 결혼 탐탁지 않아 하십니다.
두 분이 좀 도와주십시오.
도현과 금희, 서로 쳐다보고 당황한 얼굴 되는 해주.
씬31. 도현 집 앞 (밤)
나오는 해주와 창희. 두 사람 차에 타고, 출발하면 그 뒤에 나타나는 기출. 무서운 얼굴로 노려본다.
씬32. 도현 서재 (밤)
도현, 벽에 걸린 한국 대륙붕 지형 지도를 살펴보는데, E 노크소리.
뒤이어 문 열고 들어오는 기출. 도현 눈치 보며 선다.
도현/박기출이... 많이 컸구만... 내 앞에서 음식을 엎어?
기출/정말 죄송합니다.
도현/(헛기침하고 돌아서는데)
기출/회장님... 어쩌자고 해주 그 아이를 집에까지 부르셨습니까?
도현/얘가 싹수가 있어. 가난한데도 악착같이 살아가는 거 보면 말이지.
나 힘들던 시절도 생각나고... 애가 느낌이 좋아.
기출/예전에 회장님이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유진이 죽인 사람 딸인데... 찝찝하지도 않냐구요?
도현/이 사람아. 그게 언젯적 얘긴데? 집 사람 문제도 다 잘 풀렸잖아?
그 문젠 잊어버려도 돼... (하고는) 그 아이, 괜찮은데 뭘 그렇게 반대를 하나?
기출/(멈칫 보고) 안 됩니다! 절대 그렇게는 안 됩니다.
도현/(보는)
기출/창희 그녀석이 워낙에 마음이 여려서...어릴 적부터 가난한 그 아이를 도와주다 보니,
동정심이 생긴 거지... 결혼은 터무니없는 얘깁니다!
도현/자네... 인화가 아쉬워서 이러는 건가?
기출/네?
도현/(기출 어깨를 감싸며) 나도 창희가 아깝긴 하지. (보는) 근데 사람이 말이야.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야.
기출/욕심이라뇨? 회장님이 먼저...
도현/(싸하게) 일문이한테 지 엄마 죽을 때 이야기는 왜 한거야?
기출/(멈칫 굳어지며 보면)
도현/자네 아들하고 일문이 자리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기출/아,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도현/내가 창희 얼굴 봐서 이번은 넘어가는 거야. 자네도 매 맞을 나이는 아니잖아? (하고 돌아서면)
기출/(말 못하고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는 데서)
씬33. 정우 집 앞 (밤) - 창희 차 다가와 서고, 차 안에 앉아 있는 해주와 창희.
창희/어쩔 수 없었어. 이런 식으로 확인 시키는 수밖에.
해주/그래도... 많이 놀랐어. 오빠 아버지 계신 자린 줄 알았으면 안 갔을 거야.
창희/해주야. 우리 더 이상은 피하지 말자. 응?
해주/(창희 보고 고개 끄덕이는)
창희/내일은 니 집에도 정식으로 인사드릴게. 그리고 우리도 데이트 좀 하자.
해주/데이트?
창희/그래, 쉬는 날이잖아?
해주/나... 할 일이 있는데?
창희/야, 울산까지 와서도 이럴 거야? 도대체 나는 언제 만나 줄 건데?
해주/(피식 웃고) 지금 만나고 있잖아.
창희/이런 거 말고. 남들처럼 닭살 돋는 그런 데이트.
해주/오빠가 그런 것도 돋아? 무뚝뚝한 사람이?
창희/충전만 좀 해 주면 가능하지.
해주/(보고 피식 웃더니 창희 볼에 쪽 뽀뽀하고) 어때?
창희/글쎄.. 쫌 약한데?
해주/(등짝 때리면)
창희/아! 성공했다! (팔 보이며) 봐! 닭살!
보고 웃는 해주. 같이 웃는 창희 모습에서.
씬34. 정우 집 앞 (아침) - 과일 바구니와 보자기로 싸인 한우세트 들고 걸어오는 창희.
씬35. 정우집 마당 (아침) - 들어오는 창희. 상태가 화장실서 나온다.
상태/(혼잣말로 배 쓰다듬으며) 역시 과음한 날은 바로 변비가 해결 돼 좋구 마이. (창희 발견하고) 누구쇼?
창희/상태지? 오랜만이다.
상태/(얼떨떨해 보면)
창희/나 창희야. 중학교 동창 박창희.
상태/(고개 갸우뚱 하다가 생각났다는 듯) 아! 전교 1등 박창희야? 너가 여긴 어쩐 일이당가?
창희/(미소 짓는 얼굴에)
영주/(E) 검사라고?
씬36. 정우 집 안방 (아침)
놀란 얼굴로 창희 보는 영주. 창희 옆에 해주가 앉아 있고, 상태와 진주도 놀라 창희 본다.
흐뭇한 달순.
상태/워메! 박창희! 대단하구마이. 어렸을 때도 줄창 올백만 맞두마...역시 떡잎부터 달랐구마이.
영주/내가 잘난 남자 만나 시집가는 게 꿈이라니까... 공부나 하라더니, 언닌 우리 감쪽같이 속이고
검사 남친 숨겨뒀니? 언니 웃긴다?
진주/(영주 옆구리 쿡 찌르고)
상태/근디 니는 검사가 어째 얘랑 사귄다냐? 머리에 총 맞은 겨?
달순, 상태 허벅지 꼬집자 상태 아파죽는
진주/오빠! 우리 언니가 어때서? 예쁘지, 착하지, 자기 일 열심히 하는데... 그쵸, 형부.
해주/(놀라) 진주야... 형부는 무슨...
창희/(웃으며) 맞아. 세상 어디에도 해주만한 여자 없어.
영주/(혼잣말 하듯) 세상 여자 다 만나 보셨나.
달순/(창희가 사온 선물 보며) 뭐 저런 걸 사왔어?
창희/별 거 아닙니다..
달순/아이고, 어쩌면 이렇게 보면 볼수록 인물이 잘 생겻을까?
창희/(쑥스럽게 웃고 상태에게) 너는 요새 뭐해?
상태/나야 거시기 사업구상 중이제. 언제 한 번 니 사무실 구경 가 볼텡께 쐬주 한 잔 근사하게 때려불자.
해주/(약간 불안하게 보는데)
씬37. 차장 검사실 (낮) - 정우 앞에 서 있는 검사.
검사/장일문이면... 천지그룹을 건드리는 건데 괜찮을까요?
정우/자료 검토해 봤다면서? 검사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만 판단하면 돼.
검사/이 정도 제보만으론 기소하기 어려울 겁니다. 방어막이 튼튼할 테니까요.
정우/지원해 줄 테니까, 증거자료 수집해 봐.
검사/(망설이는데)
정우/왜? 자신 없어?
검사/천지그룹이면 박창희 검사가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경제사범 전문이구요...
정우/그건 안 돼. 박검사가 그 집에 살고 있는 거 몰라? 박검사한텐 비밀로 해.
씬38. 반구대 암각화 가는 길 (낮) - 울창한 대나무 길, 커플 자전거 타고 가는 창희와 해주.
씬39. 반구대 암각화 앞 (낮) - 강 너머 암각화 쪽을 보고 있는 창희와 해주.
해주/강이 있어서 못 가겠네... 보고 싶었는데..
창희/저기 망원경 있네...
두 사람 망원경 쪽으로 가 창희가 쌍안경 들여다 본다.
창희/뭐가 있다는 거야? 망원경으로 봐도 모르겠구만...
해주/어디...
창희 옆에 붙어 얼굴을 맞대고 쌍안경의 한쪽을 보는 해주.
뺨이 맞닿자 떨어지며 해주 보는 창희. 순간, 해주 뺨에 쪽 입 맞춘다.
해주/(보고) 뭐야? 보고 싶은데 방해만 하고..
창희/어차피 안 보여. 저기 표지판 보는 게 낫겠다.
(점프) 암각화 사진이 있는 표지판 보이고, 그 앞에 선 두 사람.
해주/봐. 배 타고 고래 잡는 어부 모습 보이지?
창희/(자세히 살피며) 어...진짜네?
해주/(웃으며) 몇천년 전에도 이 땅에 사람들이 배를 만들었다는 거, 너무 신기하지 않아?
창희/역시 천해주다.(볼 살짝 꼬집으며) 배 이야기가 빠지면 천해주가 아니지.
해주/오빠 기억나? 우리 바다에서 표류했었을 때 고래 봤던 거.
창희/그럼. 지치고 두려웠었는데... 희망을 말해주는 느낌이었어.
해주/맞아. 마치 우리에게 길을 안내 해 줄 것처럼 말이야.
창희/해주야. (해주 손 꼭 잡고 눈 마주보며) 그때처럼 우리. 마음속에 고래를 간직하고 살자.
지금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우리 마음속의 고래가 우리를 희망으로 안내해 줄 테니까. 알았지?
해주/(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데서)
씬40. 인화 레스토랑 (낮)
우울한 얼굴로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강산, 그 앞에 커피 잔 있고
인화, 주방에서 나오다가 강산 발견하고는 급 방긋해져서 달려온다.
인화/오빠! 언제 온 거야?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강산/(힘없이 인화 올려다보고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 돌리는)
인화/(그 옆에 앉으며) 웬 일이야? 제 발로 여길 찾아오고?
강산/일요일인데... 갈 데가 없네.
인화/그냥 나 보고 싶어 왔다고 하면 안 돼?
강산/(빤히 인화 보다가) 넌 날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
인화/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강산/그래도 좋은 데가 있을 거 아냐?
인화/뭐 딱히 말하라고 하면, (웃으며) 모든 게 다 이유가 될 수 있어. 오빠가 한국 사람이니까!
오빠가 잘 생겼으니까? 오빠가 내 앞에 있으니까!
강산/(피식) 그게 뭐냐?
인화/근데...오빠가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오빠가 못 생겼더라도..그건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이유가
필요해서 말 한 거지. 진짜 이유가 될 순 없어.
강산/(진지하게 인화 보는)
인화/오빠가 내 앞에 없었을 때도...난 오빠가 늘 좋았으니까.
강산/그래... 니 마음 어떤 건지 알겠다. 너도 참 안 됀 녀석이다.. 나만큼이나.
인화/오빠가 왜?
강산/(대꾸 않고 창밖으로 시선 돌리는)
인화/근데 오늘 오빠, 분위기 이상하다? 무슨 일 있어?
강산/(대꾸 않고 창 밖 보는 얼굴에서)
씬41. 정우 집 마당 (낮) - 평상에서 포장마차 음식 재료 다듬고 있는 달순. 기출이 들어온다.
기출/정말 이럴 거예요!
달순/어머나! 깜짝이야!.
기출/(달순 앞에 와 서며) 내가 돈까지 줬는데 왜 얘들 계속 만나게 하냐고!
달순/그쪽 아들래미한테 돈 돌려줬는데 말 안합디까?
기출/(표정 굳고)
달순/(손을 털며) 거, 웬만하면 애들 일 모른 척 해요. 나중에 시아버지 대접 못 받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기출/말이 되는 소리를 해!
달순/엄마?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기출/중졸에 용접공인 애가 검사를 넘본다는 게 말이 돼요?
달순/(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 집은 뭐가 그리 잘나서? 고작 남의 집에서 집사노릇이나 하는 주제에
어따 데고 내 딸한테 텃새야 텃새는?
기출/뭐..뭐요?
달순/아..나도 귀한 우리딸 박대하는 그쪽 집에 보내기 싫다고. 근데, 오늘 아침에도 새벽같이 찾아와 장모님~
이러면서 인사까지 하는데 내가 어쩌겠냐고.
기출/(일그러지는데)
달순/아..나도 귀찮아 죽겠는데..창희하는 꼴이..털끝하나 다칠까 호호 불며 공주 모시듯 우리 해주 차에
태워 데이트 가던데?
기출/(부글부글 끓는, 표정 굳어지며 나가려는데)
달순/(들으라는 듯) 그냥 아들래미 말대로 하시는 게 좋을 텐데..
요즘 애들 뭐가 그리 급한지 혼수로 애 만들어가는 거 유행이더라고.
기출/(헉 놀래서 돌아보면)
달순/(웃으며) 하긴..해주가 날 닮아서 애는 순풍순풍 잘 낳을 거야.
기출/말조심 못해! 뱉으면 다 말인 줄 알아! (하는데)
정우/(E) 기출이 형!
기출, 멈칫 돌아보면 정우가 들어 와 있다.
달순/어머나? 우리 차장 검사님 오셨네?
정우/(표정 굳은 체) 형 저랑 얘기 좀 하죠.
씬42. 동, 정우 방 (밤) - 정우와 함께 앉아 있는 기출.
정우/형 맘 이해하지만... 형도 예전에 고생 많이 했잖아요. 그 때를 생각해 봐요.
그런 맘으로 해주 달리 보면 안 되겠어요?
기출/니가 자식이 없어서... 내 맘 모른다. 자식 가진 부모 맘이 뭔지 니가 어떻게 알아!
정우/형, 해주 집안이나 배경 땜에 이러는 거잖아요?
기출/(아무 말 못 하고)
정우/내가 해주 삼촌 하기로 했어요.
기출/(놀라 보면)
정우/그러니까 해주 이제 피를 나눈 제 조카나 다름없어요. 정말 삼촌처럼 지켜주고 도와줄 거고요.
형 부끄럽지 않게 제가 그 아이의 든든한 후견인이 돼 줄게요.
기출/너...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 그 아이가 뭐라고?
정우/그 아이 보고 있으면... 죽은 유진이가 생각나서요.
기출/(굳은 얼굴로 보는 데서)
씬43. 식당 일각 (낮) - 신문 보는 창희. 해주가 그 앞에 수저 놔주다가 본다.
해주/신문에 나보다 이쁜 여자 났나 봐?
창희/(멈칫 보고) 아, 미안... 버릇이 돼서..
하고 신문 접어놓는데, 해주 무심코 신문 보며 물 따르려다가 갑자기 물잔 떨어뜨린다.
창희, 멈칫 보는데 신문 들어 보는 해주.
창희/왜 그래?
해주/(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신문 보고)
창희/해주야?
해주/그 사람... 그 사람이야...
신문 내려놓는 해주. 창희 보면, 신문에 - 조직폭력 낀 악덕사채업자 소탕- 제호에,
빚쟁이 두목이 수갑 찬 채 카메라플래시 피하는 모습 찍혀 있다. 해주 쳐다보는 창희.
새파랗게 질려 있는 해주.
씬44. 경찰서 일각 (낮) - 걸어오는 창희. 어떤 형사 앞에 멎는다.
형사/누구요?
창희/(신분증 보이며) 울산지검 박창희 검삽니다.
형사/(놀라 일어나며) 무슨... 일이십니까?
씬45. 동 일실 (낮)
이쪽은 보이지 않는 반사 유리가 있는 방이다. 빚쟁이 두목과 사내1, 2가 들어와 선다.
보는 창희와 해주.
창희/(해주 보며) 맞아?
해주/(끄덕이며) 맞아. 틀림없어! 저 사람이야! (유리 너머 노려보는 얼굴에서)
씬46. 강산 오피스텔 (저녁)
창밖을 보고 있는 강산, 한 손에는 해주의 머리띠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계 확인하고 전화 거는 강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멘트 나온다.
강산/그렇게까지 이야기했는데.. 설계도...안 배우겠다는 건가? (쓸쓸한 얼굴 되는 데서)
씬47. 정우 집 앞 (밤)
해주, 생각에 잠긴 얼굴로 걸어오는데, 그 앞에 서는 발. 해주, 멈칫 보면 기출이 서 있다.
해주/아저씨? (하는데)
다짜고짜 해주의 뺨을 후려갈기는 기출. 놀라 보는 해주.
기출/내가 그렇게 얘길 했는데...무릎 꿇고 사정하고 돈까지 줬는데! 니가 날 망치려 들어?
(하고는 해주의 머리채를 잡는다)
해주/아저씨! 왜 이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아저씨!
기출/잔 말 말고 따라 와! 결판을 내자! (하고 차로 끌고 가는데)
강산/(E) 해주야!
멈칫 보는 두 사람. 강산이 일각의 차 앞에서 내려 달려온다.
기출, 주춤해 보는데 해주 떼어내는 강산. 기출 멱살 잡고 후려치려는데..
해주/(팔 붙잡으며) 오빠! 안 돼!
강산/이거 놔!
해주/안 돼! 창희 오빠 아버지란 말야!
멈칫 놀라 기출 바라보는 강산 얼굴에서.
씬48. 검찰청 조사실 (밤) - 두목 앞에 앉아 있는 창희.
두목/담당 검사도 아닌 분이 왜 그런 걸 묻습니까?
창희/그런 사실 있어? 없어?
두목/글쎄... 하도 옛날 일이라 기억이 안 나는데요?
창희/(조서 보며) 전과 7범에 집행유예 기간... 사실 사채 정도는 큰 건도 아니지.
근데 잘 못 엮이면 한동안은 학교 밥 먹어야 될 걸? 내가 마음 먹기 따라서 말이야.
두목/(힐끗 보고 대꾸 않는데)
창희/(일어나 두목 가까이 가며) 조금 경감해 줄 수도 있어. 내가 궁금해 하는 건은 어차피 공소시효도 지났잖아?
두목/(멈칫 보고는) 그게... 그런 사실 있습니다...
창희/그렇지?
두목/예... 공소시효 지난 건 맞죠?
하는데 갑자기 두목의 턱을 후려갈기는 창희. 수갑 찬 채 넘어지는 두목을 마구 밟는 창희.
창희/이 자식아! 어린 애였어! 겨우 열세살이었다고!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이 자식아!
두목/의뢰! 의뢰를 받았습니다!
창희/뭐라고?
두목/그 때 그 집에 살던 사람이 부탁했습니다!
창희/무슨 소리야? 그게? 누가!
두목/박기출! 박기출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순 굳어지며 멍하니 보는 창희 얼굴에서.
씬49. 검찰청 앞 (밤)
창희, 넋 나간 얼굴로 걸어 나오는데, 그 앞에 다가와 급정거하는 강산의 차.
창희 보는데, 차에서 내리는 강산. 다가와 창희의 멱살을 와락 움켜 쥔다. 보는 창희.
강산/너 이 자식! 해주 포기 해!
보는 창희. 분노해 노려보는 강산. 그들 모습 위에 (12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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