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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퀸 17

 
씬1. 	근처 바닷가 (낮)

	걸어오는 해주와 창희.

해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사표는

왜 냈고?

창희	....

해주	오빠 어디 아픈 거야? 얼굴이 왜 이래?

	하며, 창희의 얼굴 만지려는데, 그 손 뿌리치는 창희.

멈칫 보는 해주.

해주	오빠?

창희	우리 헤어지자.

	놀라 바라보는 해주. 굳은 얼굴로 마주 보는 창희.

창희	네 말이 맞았어. 난... 아버질 버릴 수가 없어.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	도... 아버진 나를 낳고 혼자서 길러 주신

분이야. 미안해. 우리 끝내자.

해주	(말 못하고 충격 받아 보면)

창희	나를 원망해도 좋아.. 15년 동안 너한테 했던 말들, 감

정들... 다 책임 지	지 못하는 내가 죽일 놈이야... 너한테 상

처 주고 싶지 않았는데... 세상	에 무슨 일이 있어도 너하고

는 잘 되고 싶었는데... (하다가 말 못하고 	고개 돌리면 눈물

이 흐른다)

해주	(보다가) 아냐, 오빠...나 이해해. 그러지 마..

창희	(감정 자제 못하고 고개 돌린 채 울면)

해주	나 봐. 오빠...

	창희 얼굴 손으로 돌려 쳐다보게 만드는 해주. 같이 운

다.

해주	그렇다고 사표는 왜 내? 오빠가 그 자리까지 어떻게 갔

는데...

창희	니가 없는데 자리 같은 게 무슨 의미가 있어?

해주	그러지 마. 오빠가 그러면 내 마음이 어떻겠어?

창희	해주야..

해주	(두 손으로 눈물 닦아주며) 나 오빠 원망 안 해. 그 동

안 오빠가 있어서 	얼마나 의지가 되고... 든든했는데.... 오

빠 없었으면 나 어릴 때부터 사	는 게 너무 힘들어서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그걸로도 오빤 나한테 너무 	많은 걸 줬어.

창희	해주야...

해주	내 걱정은 하지 마.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마음 아프

지 않다면 거짓말이	겠지만... 오빠만 아버지하고 잘 살면 난

괜찮아.

	순간, 못 참고 격정적으로 해주를 끌어안는 창희, 움찔

하는 해주.

창희	이 바보 같은 자식아. 차라리 아프면 아프다고 얘길

해...

해주	나 오빠 가슴에 간직하고 살면 괜찮아. 나 같은 애 오

랜 세월 사랑해줘	서 고마워.

	창희, 말 못하고 힘주어 안는데, 해주, 심호흡하고 창

희를 밀어낸다.

해주	그만... 회사 가 봐야 돼. (하고 떨어지려는데)

창희	(해주의 팔 잡고 놓으려 들지 않고)

해주	(손잡아 떼어 놓으며) 건강하고 힘들더라도 자주 웃

어. 나 오빠 웃는 얼	굴 간직하고 싶단 말야...

	하고 손 뿌리치고 돌아서 뛰어가는 해주. 부르려다가

못 부르고 보는 창	희 얼굴에서.

씬2. 	해안도로 (낮)

	걸어오는 해주.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뒤에서 빵

빵거리는 자동	차 소리에 멈칫 비키는 해주. 신은 하이힐

때문에 발목을 삐끗한다. 발	목을 만지는 해주. 그 얼굴에..

	(플래시백1) 9부 씬 52, 53.

	신발 굽 떨어진 해주의 발목을 어루 만져주고, 백화점

에서 구두를 사주	던 창희의 모습.

	(현재)

	발목 만지다가 끝내 주저앉아 펑펑 우는 해주.

씬3. 	도현 집 정원 (낮)

	걸어오는 창희. 숨 몰아쉬다가 갑자기 일각에 있는 파

라솔의 의자를 들	어 파라솔을 마구 부순다. 정원에서 작업

하다가 그 모습 보는 기출과 집	사.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옆

에 있는 물건까지 부수는 창희에게, 두 사	람 달려온다.

집사	아이고! 박검사님! 왜 이러십니까! (하고 붙잡으면)

창희	이거 놔!  모두 죽여 버릴 거야! 놔!

	창희, 집사 뿌리치면 집사 쓰러지고, 창희 의자를 든

채 도현 집 쪽으로 	돌진한다. 그를 뒤에서 붙잡는 기출.

기출	창희야! 이놈아! 왜 이래! 그만 둬!

창희	이거 놓으라구요!

	하고 의자로 도현 집을 치려는데, 그 의자 몸으로 막으

며 의자 던지는 	기출. 순간, 집에서 나오던 금희와 인화가

그 모습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진다. 창희의 뺨을 후려치는

기출.

기출	이놈의 자식아! 정신 차려! 미쳤냐!

창희	예! 미쳤습니다! 미치고 싶어요!

기출	(말 못하고 보면)

창희	아버지가 원하는 데로 다 됐잖아요! 해주하고 헤어졌

습니다! 속 시원하	세요? 제 인생 망쳐 놓으니까 후련하시냐

구요!

금희	창희야!

일동	(멈칫 보면)

금희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창희, 대꾸 없이 기출 노려보고는 돌아서 집 쪽으로 걸

어간다.

금희	(그 뒷모습 보다가 기출 보며) 쟤 왜 저래요? 무슨 일

이에요?

인화	(다가와) 창희 오빠... 해주하고 헤어졌어요?

기출	(말없이 참담한 얼굴로 창희 간 쪽 바라보는 데서)

씬4. 	천지조선 화장실 (낮)

	울며 들어오는 해주. 물 틀어놓고 세수를 한다. 세수

하고 거울 보는데 	눈물 또 흐른다. 다시 세수하려고 수도꼭

지 잡은 해주 손 떨리고... 세수	하고 심호흡하는데 다시 흘러

내리는 눈물. 애써 눈물 참으려고 고개 젖	혀 본다.	

씬5. 	해양사업부 (낮)

	해주 애써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들어오는데, 민경과

양대리 함께 서 있	다가 해주 보고 얼굴 굳어진다.

민경	천해주씨, 점심시간이 천해주씨한텐 두 시간 쯤 되나

보지?

해주	(고개 숙이고) 죄송합니다.

양대리	요즘은 신입이 더 무서워. 우리 땐 밥 먹고 먼저 들어

와 커피까지 딱 대	령했는데...야아! 정말 세월 좋아졌다!

해주	커피 타 드릴까요?

양대리	됐네요. 낙하산 커피 누가 무서워서 먹겠나?

해주	죄송합니다. 금방 타 드리겠습니다.

민경	옆구리 찔러 절 받을 일 없으니까, 본부장님한테나 가

봐. 찾으시니까.

해주	(멈칫 본부장실 쪽 보는데서)

씬6. 	동 본부장실 (낮)

	서 있는 해주를 빤히 노려보는 일문.

해주	왜... 그러십니까?

일문	(여전히 노려보고)

해주	늦은 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하는데)

일문	너, 우리 어머니 언제부터 알았어?

해주	(멈칫) 네? 어릴 때 이사 와서 처음...

일문	원래 해남서 살았다며... 근데 왜 굳이 울산으로 이사

왔는데?

해주	그건... 아버지가 울산으로 가자고 하셔서...

일문	그게 다야?

해주	왜... 그러시는데요?

일문	너 참 대단해. 첨엔 강산이한테 꼬리치는 거 같더니...

창희 사귄다 하	고... 나중엔 누굴 잡으려는 거냐?

해주	(굳어지며 보면)

일문	우리 아버지냐? 그러고 보니 아버지도 갑자기 너 프로

펠러 개발팀에 넣	어주시고... 대단해. 너 목적이 뭐야? 대

체...

해주	본부장님이야 말로... 저한테 왜 이러시는데요?

	일문, 대꾸 않고 뚫어져라 해주 보는데, 강산이 들어온

다.

강산	야! 둘이 뭐하냐?

일문	(멈칫 보고 시선 돌리면)

강산	(해주 보며) 천해주씨 일하러 안 가? (일문 향해) 내가

오전에 부탁한 	거 잊지 않았지?

	일문, 아무 말 않고 해주에게 나가라고 눈짓하면, 이상

한 듯 보고 강산	과 함께 나가는 해주. 그 뒷모습 보며 입

술 깨무는 일문.

씬7. 	동 해양사업부 (낮)

	해주, 강산 따라 나오는데, 강산 직원들 향해

강산	본부장한테 들었는지 몰라도... 천해주씨, 일시키지 마

세요. 앞으로 제 	일만 전담할 겁니다. 아셨죠?

해주	(놀라 강산 쳐다보는 데서)

씬8. 	동 옥상 (낮)

	조선소가 보이는 옥상이다. 앞서 걸어오다가 화난 얼

굴로 강산 노려 	보는 해주.

해주	왜 날 이렇게 바보로 만드는데!

강산	야... 왜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해주	나한텐 지금 일이 필요하다구!

강산	(멈칫) 일 해. 누가 하지 말래? 내 일에만 전념하라구.

해주	오빠가 나 회사에 넣어 줬으면... 맘대로 해도 되는 거

야? 오빠가 회사 	사람들한테 이러면... 나한테 도움 하나도

안 돼. 난 누구한테 보호받을 	생각 같은 거 없다구.

강산	(굳어지며 보면)

해주	오빠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데? 드릴 십 건조 끝나면

언젠가는 미국 돌	아갈 거 아냐? 난 사람들한테 내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단 말야! 이런 식	으로 백기사 노릇하면 언제 나

는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설 수 있는데!

강산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니가 지금 사람들한테 당

당할 만큼 실력이 	있다고 생각해? 미안하지만 현장에서는 몰

라도 여기선 아니야.

해주	현장 일이라도 난 지금 하고 싶다고! (눈물 차오르며)

차라리 몸이라도 	힘들고 싶단 말야! 아무 생각 안 나게!

	멈칫 안색 변하며 보는 강산. 눈물 감추려고 외면하는

해주.

강산	너... 무슨 일 있어?

해주	(외면한 채 감정 감추려 애쓰고)

강산	(붙잡으며) 나 봐. 너... 창희 아버지한테 또 맞은 거

야?

해주	(뿌리치며) 아니야! 그런 거!

강산	근데 왜 그래?

해주	나 좀 일하게 내버려 두라고!

	눈물 감추려 돌아서 뛰어가는 해주. 굳어져 보는 강산.

씬9. 	배 위 (낮)

	무서워 달달 떨며 올라오는 강산. 난간 잡다가 바라본

다. 일각에 서서 	배들 바라보며 펑펑 울고 있는 해주. 진정

하려고 애 쓰다가 다시 흐느껴 	운다. 심각해지며 그 모습 물

끄러미 보는 강산.

씬10. 	도현 집 정원 (낮)

	정원으로 들어오는 인화. 창희, 집 쪽으로 가는데 그

를 막아서는 인화.

인화	야! 박창희 너 바보야?

창희	(무시하고 가려는데)

인화	(막아서며)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결혼 포기하는 게 말

이 돼? 너 해주랑 	결혼하려고 집까지 나갔었잖아! 그 때 멋

있어 보였는데... 갑자기 왜 머	저리처럼 굴어!

창희	(피해서 가면)

인화	(달려들어 등을 세게 치는) 내 말 안 들려? 결혼하라

고! 하란 말야!

	창희, 때리는 인화 두 손목 거칠게 잡았다가 확 밀친

다. 넘어질 뻔하다	가보는 인화. 무시하고 들어가는 창희 보

고 눈물이 글썽해지는 인화.

씬11. 	차장 검사실 (낮)

	정우, 책상에서 서류 보고 있는데, 여직원 노크를 하

며 말을 한다.

여직원	차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도현 들어오면 정우 일어나 도현 본다.

도현	윤검사! 오랜만이야. (하고 손 내미는데)

정우	(손잡지 않고) 어쩐 일이십니까?

도현	(손 거두며) 여전히 날 싫어하는구만.

정우	회장님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범법자를 싫어합니다.

도현	(미소 띠고) 이 친구, 여기까지 왔는데 차도 한 잔 대접

하지 않을 거야?

정우	제가 좀 바빠서요. 바깥에 자판기 있습니다.

도현	정우야. 우리 이러지 말자.

정우	(보면)

도현	이젠 너나 나나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고, 한 동네서 자

란 사람들 아니	냐? 학수 생각해서라도 나한테 니가 이러

면 안 돼지.

정우	(피식 웃고) 불리할 때는 언제나 형님 얘기를 꺼내는

군요.

도현	내가 너한테 불리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냐? 나는

떳떳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어.

정우	박창희 마음은 뭘로 돌리셨습니까? 협박입니까? 아니

면 매숩니까?

도현	그런 거 없다.

정우	창희는 어떻게 넘어갔는지 몰라도 난 다릅니다. 난 포

기 안 합니다.

도현	(굳은 얼굴로 정우 보면)

정우	나한텐 아직 일문이 자료가 있으니까요.

	팽팽하게 마주 보는 두 사람 시선에서.

씬12. 	도현 집 거실 (낮)

	들어오는 일문. 주방에서 금희가 나온다.

금희	왜 이렇게 일찍 들어왔니?

일문	(말없이 2층 올라가려 하면)

금희	너 어디 아픈 건 아니지? 내가 약 한 재 지어왔다. 요

즘 너 힘도 없어

일문	(보고 한숨 쉬고) 가식 좀 떨지 마세요... 무슨 생각하

는지 다 아니까.

금희	(멈칫) 그게 무슨 말이니?

일문	결국 아버지 꼬셔서... 나 이 집안에서 몰아내고... 천

지조선 후계자 자리 	뺏으려는 거 아니예요? 그 자리가 그렇게

탐나세요? 아님 줄 사람이라도 	따로 있으신가?

금희	(기 막혀 보며) 일문아...

일문	내가 정곡을 찔러 놀랬어요? 앞에서는 착한 척, 우아

한 척 하면서... 우	리 남매 엿 먹이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요?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요.

	그 가면 반드시 벗겨 낼 겁니다!

금희	(할 말을 잃고 보는데)

봉희	(E) 야!

	일문, 멈칫 놀라보면 봉희가 주방에서 나온다. 일문 당

황해 보는데...

봉희	너 이 자식! 방금 뭐라고 했어? 지금 뭐라고 지껄였냐

고!

	일문, 말하지 못하자, 봉희 핸드백으로 일문을 마구 때

린다.

금희	봉희야!

일문	(막으며) 아, 말로 해요! 말로!

봉희	너 엄마한테 말 그따위로 하면서 말로 하라고? 니 엄마

가 널 어떻게 키	웠는데? 이 자식아!

	다시 봉희 때리자, 도망가려는 일문. 발 걸어 넘어뜨리

는 봉희. 목을 다	리로 깔고 암바를 건다. 비명 지르는 일문.

금희	왜 이래! 봉희야! 그만 해!

	금희, 간신히 봉희를 떼어내자, 후다닥 일어나 2층으

로 도망치는 일문.

봉희	야! 너 거기 안 서!

금희	그만하라니까! 왜 이래?

봉희	아, 이게 그만할 문제야! 어디서 건방지게 지 엄마한

테!

금희	(말 못하고 보면)

봉희	언니, 저 자식 언제부터 저랬어? 안 되겠다. 내가 형부

한테 일러바쳐서 	저 놈의 못된 버르장머리 단단히 고쳐놔야

지.

금희	(급하게) 안 돼. 그러지 마!

봉희	(보면)

금희	일문이가 다 알고 있어...

봉희	뭘?

금희	내가 지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봉희	뭐? 그걸 어떻게?

	말 못하고 가슴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금희. 멍

하니 보는 봉희.

씬13. 	정우 집 마당 (밤)

	해주, 힘없이 들어서는데 불도 안 켜져 있는 어두운 마

당.

	갑자기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고, 해주 놀라서 보는

데, 달순이 케이크	에 촛불을 꽂은 채로 마루에서 걸어 나온

다. 양쪽에서 상태, 영주, 진주	가 나오면서 “생일축하” 노래

를 부른다. 해주 놀라 보는데...

달순	(케이크를 평상 식탁 위에 올려놓고) 얼른 소원 빌어,

이것아!

해주	(감동해서 식구들 얼굴 한 번씩 번갈아가며 보는데)

상태	후딱 허드라고. 촛농 떨어지믄 워트케 먹겄냐?

영주	언니 돈 데따 많이 벌게 해달라고 해! 응?

진주	큰 언니 소원을 왜 작은언니가 비냐?

영주	이 쪼그만 게! 돈 많이 벌면 우리 집 모두에게 좋은 거

지 뭐.

	해주, 눈 감고 마음으로 빌고는 촛불을 끈다.

	(점프)

	평상 위에 모여 앉아 있는 식구들, 차려놓은 음식들 먹

는데..

진주	우리는 생일 다 챙겨 먹으면서 언니 생일은 왜 한 번

도 안 챙겨 준거야?

달순	아, 니 언니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다녔잖아!

영주	참 엄마, 상태 오빠 낳을 때 몇 시간씩 힘들었다면서?

달순	니 오라비 기럭지를 좀 봐라. 나오는 시간만 반나절이

걸렸지.

영주	나랑 진주는 쉽게 낳았다면서 그럼 언니는?

달순,해주	(서로 눈빛 부딪히는데)

영주	언니 태어날 때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거 같애.

달순	(당황해) 그... 그거야.. 해주 저것도 기럭지도 지 오라

비 못지 않잖아! 쟤	도 오래 걸렸지.

해주	(묵묵히 음식 먹는데)

진주	(선물 건네주며) 돈이 없어서 직접 만든 거야.

해주	(열어보면 십자수 열쇠고리다) 공부할 시간도 없었을

텐데 이건 언제 또

	만든 거야?

영주	(툭 상자 건네주면서) 나 그거 살려고 무지 힘들었어.

해주	(상자 열어보면 명품 속옷이다) 야! 너 돈이 어디서 나

서?

영주	훔친 거 아니니까, 걱정 마셔!

해주	(못 미더운 듯 보는데)

상태	짜짠! (선물 건네며) 나가 화이트핸드다 봉께 쪼까 섭

섭헐것이여.

해주	오빠까지? (열어보면, 핸드크림이다)

상태	용접은 안 혀도 맨날 밖으로 나댕기는 일잉께.

해주	(울컥해서 눈물 글썽해지는데)

상태	뭐다냐? 섭섭혀서 우는 것이여?

달순	(상태 등짝 때리며) 그러게 진작 평소에 잘하지 그랬

어.

해주	(쏟아지는 눈물 참으며 방 쪽으로 가버리는데)

상태	저 정도의 액션은 말이시. 감동을 지대로 받았을 때만

나오는 것인디?

	딴 여자들헌티도 통헐까 모르것는디..

	달순, 걱정스럽게 보다가 일어나 따라 들어가는데서.

씬14. 	동 해주 방 (밤)

	방에 들어온 해주, 그대로 자신의 책상 앞에 털썩 주저

앉으며 울음 쏟아	내는데, 달순 들어오는 소리에 눈물 참으

려고 울음 집어삼킨다.

달순	(해주 뒤에 앉으며) 왜 그래? 생일 첨 챙겨준 게 그렇

게 섭섭했어?

해주	아...아냐...(소리 내지 않으려 손바닥으로 입 막고 어

깨 들썩이는데)

달순	먹고 살기 바빴잖아. (하다가 미안한지) 그래. 내가 잘

못했어.

해주	진짜....아니라니까 왜 그래. (울음 삼키는)

달순	(이상한 듯 보고) 너... 뭔 일 있어?

	팔 잡아끌어 얼굴 확인하고는 놀라는데, 해주 그대로

달순을 끌어안고 	펑펑 운다. 달순,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그

저 우는 해주 어깨 다독거리	며 같이 글썽해지는데서.

씬15. 	소주 집  일각 (밤)

	혼자 소주 마시는 창희. 옆에 빈 소주병이 즐비하다.

창희, 빈 잔에 술 	따라 마시고 다시 따르는데, 옆 자리의 남

녀가 다투는 중이다.

남자	야! 귀찮으니까 끝내자고!

여자	그래도 우리가 사랑한 세월이 있잖아? 오빠, 그러지

마.

남자	신파 찍고 있네. 야! 이 기집애야! 니가 솔직히 나랑 어

울린다고 생각하	냐?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공순이 주제

에! 만나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	게 여겨! 기집애야!

	여자, 얼굴 가리고 우는데 술잔 들다가 남자 쳐다보는

창희. 남자와 시	선 마주친다.

남자	뭘 봐? 자식아!

창희	(말없이 노려보면)

남자	(일어나 다가오며) 이 자식이? 눈 안 깔아? 뭘 보냐고!

등신아!

	하며, 창희 앞의 술병들 쓸어버리면 술병이 깨진다. 동

시에 일어나며 남	자를 후려치는 창희, 남자가 쓰러지자 의

자를 들어 마구 남자를 후려친	다. 여자가 비명 지르며 말려

도 미친 듯이 남자를 두들겨 패는 창희.

씬16. 	경찰서 일각 (밤)

	형사 앞에 앉아 있는 창희. 술 취한 모습이다.

형사	이름!

창희	...

형사	이 친구가? 이름 몰라?

창희	...

형사	이 자식 이거 안 되겠구만! 당신 콩밥 좀 먹어야겠어!

응? (하는데)

기출	(E) 창희야!

	형사, 멈칫 보면 기출이 입구에서 황급히 달려온다.

본 채 만 채 하고 	있는 창희. 기출, 그런 창희보고 형사 쳐다

보면,

형사	(창희 핸드폰 던지며) 당신이 전화 받은 사람이에요?

기출	예...

형사	이 사람 뭡니까? 사람 패 놓고 건방지게 일언반구도 않

고 말이야...

기출	특수부... 검삽니다.

형사	예?

	형사 놀라 창희 보면, 취한 듯 고개 숙이는 창희.

씬17. 	기출 집 거실 (밤)

	휘청이며 들어오는 창희. 기출이 부축하는데 뿌리치

고 방 쪽으로 간다.

기출	너 정말 왜 이래! 이 녀석아! 나는 니 엄마가 떠났을 때

도 너처럼 망가	지진 않았어!

	대꾸 없이 문 꽝 닫고 들어가는 창희. 기출 속상한 듯

보는데, 문 열고 	집사가 커다란 박스 들고 들어온다.

집사	박집사님..

기출	(보고) 뭐야? 그게?

집사	검찰청에서 택배가 왔습니다. 박검사님이 직접 보내셨

는데요?

기출	(보고 한숨 쉬는데)

집사	예.. (나가면)

기출	(박스 보고 한숨 쉬는 데서)

씬18. 	강산 오피스텔 (밤)

	트러스터 도면 보다가 문득 생각하고 핸드폰 전화 거

는 강산. 신호가 가	다가..

상태	(F) 여보쇼! 뻥쟁이가 누구다냐?

강산	(멈칫 하고는) 상태냐? 임마, 니가 왜 해주 핸드폰을

받아?

상태	(F) 잉. 산이구마이. 해주가 여그다 두고 방에 들어갔

구마이. 뭔 일이다	냐?

강산	해주 기분 좀 어떤 거 같아? 괜찮아 보여?

상태	(F) 갸가 기분 안 좋은 일이 뭐가 있간디? 오늘 생일인

디?

강산	생일? 오늘이 해주 생일이란 말야?

상태	(F) 그려! 나가 생일 선물을 준께 아주 폭풍눈물을 흘

려 부렀다. 너는 언	제 한번 놀러 안 온다냐?

강산	그래... 알았다... (전화 끊고는) 생일이라고? (생각하

는 얼굴에서)

씬19. 	기출 집 거실 (밤)

	박스 안에 있는 물건들 꺼내는 기출. 위에 있는 법전

들 아픈 얼굴로 꺼	내다가, 박스 안에서 또 다른 커다란 상자

곽을 꺼낸다. 상자곽 열어 보	면 안에 편지봉투가 가득하

다. 꺼	내서 쏟아 보는 기출. 수백 통의 편지	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거제에	서 보낸 오래된 편지들이다.

멍하니 보	는 기출. 그 얼굴에..

	(플래시백1) 1회 씬12. 야산 일각

기출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평생 입 다물게요!

	살려만 주면 형이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 게요. 제

발.... 형... 살려줘요.

	(하며, 연신 머리 조아린다)

	차가운 미소 머금는 도현. 권총을 기출 이마에서 내리

는가 싶더니,

	그대로 기출의 허벅지를 쏘아 버린다. 처절한 비명 지

르는 기출.

	(플래시백2) 1회 씬14. 등대 일각

	등대에서 어린 창희를 떨어뜨릴 듯 흔드는 도현.

도현	이 녀석 이름이 창희라고 했지? 	자넬 많이 닮았

어. 어디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커야 할 텐데...

	(플래시백3) 2회 씬33. 도현집 정원

	일문에게 무릎 굻고 비는 기출.

창희	아버지, 왜 이러세요! 일어나요!

기출	(무릎 꿇은 채) 내가 잘못했다. 일문아... 용서해라. 내

가 이렇게 빌게.

	제발 가지 마.

창희	(울며) 아버지! 아버지! (하고 우는데서)

	(플래시백4) 5부 씬38. 바닷가 일각

	기출에게 물고문 하는 도현. 모습 위에..

도현	(E) 만에 하나 그 친구가 금희를 찾아가는 일이 생긴다

면, 그 뒷일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  니 아이 장래

도 생각해야지.

	(플래시백5) 10회 씬16. 기출집 거실.

창희	잊어버리지 않았어요. 아버지보다 더 장회장이나 일문

이한테 복수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 사람들보다 더 위에

서고 싶어요... 아버지가 장회	장이나 일문이, 부수라면 부수

고, 이기라면 이기겠어요! 하지만 제 인생	이 그게 다는 아니

에요... 저도 행복해지고 싶다구요. 그건 해주만이 해 	줄 수

가 있어요.

	(현재)

	괴로운 얼굴로 편지봉투들 보고 있는 기출 모습에

F.O.

씬20. 	해주동네 전경 (F.I- 낮)

씬21. 	정우 집 해주 방 (낮)

	씻은 얼굴을 수건으로 닦으며 방으로 들어오는 해주,

	이미 달순이 앉아서 해주 기다리고 있고, 해주 머쓱하

며 앞에 앉는데,

달순	너 창희 그놈하고 뭔 일 있지?

해주	...

달순	진주 말 들으니까 너 밤새 울었다며? 무슨 일이야? 너

그놈 에비가 왔	냐?

해주	아냐. 그런 거...

달순	(보다가) 내가 그놈은 안 된다고 했잖아? 왜 쓸 데 없

이 속앓이 해? 엊	그제 찾아	온 강산이가 백배 천배는 낫두

만!

해주	엄마... 그 오빠하곤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왜 자꾸 이

래?

달순	적당히 튕겨 이것아! 시간이 남아도는 남자도 아니고.

선물까지 바리바	리 싸들고 집까지 찾아오는 게 그런 사이

가 아니면 도대체 어떤 사인 건	데?

해주	(무슨 말 하려다가 마는데)

상태	(E) 엄니엄니~ 산이 왔당께요!

해주,달순	(놀라서 서로 쳐다보는데)

강산	(E) 어머니! 산이 왔습니다!

달순	(배시시 웃으며 해주 툭 치고) 봐라 이것아! (좋아서

일어서 나가는)

씬22. 	정우 집 마당 (낮)

	진주와 상태가 강산 앞에 서 있고, 달순 뒤를 따라 해

주가 마당으로 내	려 온다.

달순	아니 휴일에 어쩐 일이야?

강산	어디 널찍한 곳에서 고기나 구워먹고 싶은데. 바람 좋

고 사람 좋은데 딱

	여기가 생각나더라구요. (장미 꽃다발을 해주에게 내

밀면)

해주	(어리둥절해하며 받는다.) 이건... 뭐야?

강산	도대체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이왕 태어난 김에

잘 살라고!

	

	해주, 어이없는 듯 보는데, 강산, 두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면, 김비서, 한 	손에는 박스를, 한 손에는 판넬 들고 들어

선다. 판넬 펼쳐 세워보면 소	고기 부위별 그림이다.

달순	이게 뭐야?

강산	소를 한 마리 끌고 오려고 했는데, 손질이 번거로워서

요...어머니는 어느 	쪽 부위를 선호하세요?

달순	(어리둥절해서) 나... 나는..비싼 데가 어디야. 젤로 비

싼데!

강산	(소의 등심부위를 가리키며) 마블링이 예술의 극에 달

한다는 꽃등심!

	특특 등급으로다가 (고개 까딱하면)

김비서	(박스에서 꽃등심이 든 그릇을 꺼내 평상에 놓는다.)

사람들	(우와~해서 보면)

진주	(손 번쩍 들고) 나는 차돌박이!

상태	니 차돌박이가 뭔줄이나 알고 말하는 겨?

진주	몰라! 먹어봤어야 알지! 그러니까 먹고 싶다고!

김비서	(박스에서 차돌박이 든 그릇을 꺼내 평상에 놓고)

강산	(해주 보며) 네 동생, 백발마녀는 어디 갔냐?

해주	도서관에....근데 지금 뭐 하는 거야?

강산	보면 몰라? 골라먹는 재미?  선택 즉시 배달되는 오토

	매틱서비스..

	멋지지 않냐?

해주	(어이없게 쳐다보는데)

상태	엄니! 어여어여 고기파티 준비 해불드라고요!

	달순,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면 해주, 밉게 강산 보

고, 강산, 으쓱하며 	해주보고 밝게 웃는데서.

씬23. 	동 마당 평상 위 (낮)

	평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는 식구들, 불판에 고기

굽고 있는 해주,	상태, 고기 입에 넣으면서 판넬 소고기 부

위를 손으로 누르면 김비서

	고기를 가져다주고, 맛있게 먹으며 웃고 떠는 분위기

에서..

상태	(허겁지겁 고기 먹다가 강산에게) 야 근디 너 해주 좋

아한다냐?

강산	(해주 힐끗 보다가) 내가 미쳤냐? 이렇게 생긴 애를?

(해주 머리 손가	락으로 치려는데)

해주	(팔로 막으며, 그냥 고기 먹는)

강산	(손 내리고) 내 레벨은 니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

니다. 임마!

달순	(섭섭해서) 그런데 왜 올 때마다 이렇게 비싼 걸 사가

지고 온대?

강산	말 안 듣는 제자, 수렁에서 건지는 101가지 방법 중 두

번째라고나 할	까요? 하하하

달순	(해주 툭 치며) 뭐래는 거냐 지금?

강산	주식시장에서 말이죠! 단기트레이닝의 목적이 기회비

용인데 비해, 장기

	투자가 가치투자인 이유를 아세요? 바로 투입된 자본

과 시간의 절묘한

	조화가 최대 수익률을 창출하기 때문이죠.

모두들	(벙찐 표정으로 보면)

강산	쉽게 말하자면 빼빼 마른소가 한 마리 있는데 이걸 그

냥 잡아먹는 게

	좋겠습니까? 아니면 잘 먹여서 토실토실 살을 찌게 한

다음 잡아먹는 게

	낫겠습니까?

상태	그야 통통하게 살이 오르게 한 뒤에.. (하고 해주를 보

면)

달순	(버럭) 아니 쟤를 살을 찌워서 잡아먹겠다는 거야 지

금?

강산	아니 어머님도 차암~! 즉, 특별과외 및 이 모든 것이

바로 제대로 뽑아 	먹기 위한 투자라는 말씀이죠!

달순	뭔가 좋은 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

까리하네.

해주	(피식) 그래! 어디 얼마나 빼먹나 보드라고!

달순	근데...그렇게 높은 자리에 있으면 어디 자리 하나 없

을까? 우리 상태가

	아직까지 저러고 있어서.

강산	너 아직도 놀고 있냐?

상태	그거시 말이다. 나가 울산바닥을 뒤집을만한 아이템

을 구상중인디..

달순	(상태 등짝 때리고) 아 됐고! (강산보고) 그래 어디 자

리 좀 있을까?

강산	그건 저에게 맡기세요.

해주	(놀라서 보는데)

상태	(휘둥그레져서) 진짜여? 나가 갈만헌디가 있다고야?

강산	(상태 위아래를 보며) 그래 임마! 딱 니 상태에 맞는 데

가 있어!

씬24. 	도현 집무실 (낮)

	도현, 창밖을 바라보고 서 있다. 그 앞에 최비서가 목

례를 하는데

도현	그래. 검찰청 분위기는 어때?

최비서	윤정우가 직접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이미 하청업체

와 협력업체 쪽에도 	수사관들이 다녀갔다 합니다. 구체적인 진

술도 확보한 거 같구요..

도현	정우 이놈... 한 번 해 보자 이거지?

	(이 악물고 주먹 움켜쥐는 데서)

씬25. 	기출 집 거실 (낮)

	문 열고 들어오는 도현. 기출이 주눅 들어 맞이한다.

기출	회장님... 어쩐 일로...?

도현	창희 어디 있나?

기출	몸이 아파서 누워 있습니다...

도현	(말없이 창희 방 쪽으로 가는)

씬26. 	동 창희 방 (낮)

	문 열고 들어오는 도현. 기출이 따라 들어온다. 침대

에 등지고 누워 있	는 창희.

도현	일어나!

기출	회장님... 정말 몸이 좋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밥도

안 먹고 술만 마셔	서...

도현	(발로 창희 걷어차며) 일어나란 말 못 들었어!

	멈칫하고 부스스 일어나는 창희. 장도현 힐끗 보고 침

대에 걸터앉는다.

도현	니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야? 당장 나가서 윤정우 막

아!

창희	(보는)

도현	윤정우가 아직도 일문이를 잡으려고 한단 말이야! 그

자식 막아!

창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사표 냈다구요..

도현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니가 윤정우하고 몇 년동안 친분

이 있잖아? 무조건 	가서 그 놈 틀어막으란 말야!

기출	(보고는) 회장님... 너무하십니다. 지금 몸도 성치 않

은 애한테..

도현	입 닥쳐!

기출	(멈칫 보면)

도현	이것들이 몇 년 동안 오냐, 오냐 하니까 내 머리 꼭대

기에서 놀려 들어? 	똑똑히 들어! 너희들은 내가 시키면 시키

는 대로 하는 거야! 지금 칼자	루를 누가 쥐었는지 잘 생각

해 봐!

창희	(대꾸 없이 한 곳 응시하는데)

도현	일문이 신상에 털끝만큼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너희들

은 끝장이야. 정신 	차리고 주인이 달리라면 달려!

	하고는 문 꽝 닫고 나가 버리는 도현. 어쩔 줄 모르고

창희 보는 기출. 	창희, 낄낄거리고 웃더니 다시 누워 버린

다. 일그러지는 기출.

씬27. 	차장 검사실 (낮)

	봉희, 정우에게 파일을 내민다. 정우, 파일 넘겨보는데

봉희	협력업체, 하청공장 다 돌아다녀봤어. 니 말이 맞았어.

정우	(훑어보고 도로 돌려주며) 가져 가.

봉희	왜?

정우	이미 우리 쪽에서 다 확보한 거야. 넌 빠져.

봉희	내가 왜 빠져야 되는데?

정우	(돌아보고) 일문이 네 조카잖아. 조카 잡아넣는데 도

움 주고 싶냐?

봉희	(우물쭈물) 뭐... 그거야...죄를 지었으면 죄값을 치러

야지. 근데... 형부가 	그 돈 다 갚아 준댔단 말야!

정우	이래서 너랑 내가 안 되는 거야.

봉희	또 나왔다. 아예 녹음을 해서 오토매틱으로 틀어주지

그러냐?

정우	(일순 봉희 어깨를 꽉 잡으며 보는)

봉희	(놀래서) 야! 가... 갑자기 왜... 왜 이래?

정우	봉희야. 나도 너 좋아해.

봉희	어머 어머... 나 준비도 안 됐는데... 야아, 이런 애기

를 이렇게 무드 없	는 데서 하면 어떡해? 우리 나갈까?

정우	(어깨 잡은 손 힘 단단히 주며) 잘 들어, 이봉희!

봉희	(부끄러워 눈 못 마주치는데) 어....듣... 듣고 있어.

정우	네가 나에 대한 마음을 여기서 놓지 않으면 (한숨 내쉬

고) 내가 니 언니

	한테 상처 주는 일 하게 될 거야.

봉희	(멈칫) 뭔 소리야?

정우	그런 게 있어. 그러니까 우린 안 돼. (하고 돌아서면)

	뒤에 대고 파일 집어 던지는 봉희. 머리 맞고 인상 쓰

며 돌아보는 정우.

봉희	나는 안 좋다! 나쁜 자식아! 어디 누가 이기는지 끝까

지 가 보자! 너 보	면서 다 늙었는데 나보고 어디 가라고!

	하고 나가 버리는 봉희. 머리 긁적이다가 보고 한숨 쉬

는 정우.

씬28. 	정우 집 대문 앞 (낮)

	나오는 강산과 해주.

해주	오빠 고마워... 오늘.

강산	(돌아보며) 말로만 고맙다고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해주	내 기분 풀어주려고 온 거 알고 있어.

강산	야! 착각은 세금 안 붙는다고 마음대로 하는 거 아니

다! 나는 솔직히 니	가 박창희랑 팍 깨졌음 좋겠거든!!

해주	뭐?

강산	(피식 웃으며 해주 어깨 다독이며) 야 임마. 연애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그냥 사랑싸움이라고 생각해라.

해주	(웃지 못하고 시선 떨구는)

강산	(해주 표정 살피다가) 창희 아버지가 반대하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어	디 높은데 모시고 올라가서 확~ 밀어버릴

테니까!

해주	높은 데를 올라갈 수는 있고?

강산	아...(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구

나, 내가!

해주	(가볍게 웃는데)

강산	(보고) 쳐져있지 마! 그럼 천해주가 아니지!

해주	응! 조금만...오늘까지만...(웃는) 낼부터는 예전의 나

로 돌아갈 거야!

강산	오..그럼 팔팔하고 힘 좋은 천해주를 기대해도 되는 거

지?

해주	(고개 끄덕이다) 조심해서 가.

	끄덕이는 강산. 해주 들어가면, 쓸쓸한 얼굴로 보는 강

산.

씬29. 	강산 오피스텔 문 앞 (낮)

	번호키 누르는 손. 번호를 누르는데 “등록되지 않았습

니다” 소리나온다.

	다시 한 번 시도하는 손. 인화다. 다시 반복되는 “등록

되지 않았습니다”

	인화, 입술 깨물고 핸드폰 들고 전화하는데. “전화기

가 꺼져....” 나온다.

	인화, 왔다 갔다 하면서 전화하다가 오피스텔 문을 쾅

쾅 때린다.

	반응이 없자 또 다시 전화를 시도하는 인화. 울상이 되

어 그대로 문 앞

	에 쪼그리고 앉아버리는데. 그런 인화를 멀리서 지켜

보고 있는 강산.

	그대로 발 길 돌린다.

씬30. 	인화 레스토랑 (저녁)

	폼 잡고 앉아 있는 일문 앞에, 백팩을 매고 서 있는 영

주.

영주	(뚱해서) 제 전화가 아저씨 전용전환 줄 아세요? 하루

에 몇 번씩 전	화하는 거예요! 진짜 짜증나!

일문	난 니 전화기가 장식품인 줄 알았지. 안 받길래.

영주	아저씨 전화라서 안 받은 거거든요!

일문	(시계 보고) 넌 시계도 없냐? 나 여기서 30분 넘게 기

다렸다!

영주	뭐 내가 아저씨 5분 대기조에요? 부르면 달려와야 하

게?

일문	앉아!

영주	왜요? 용건 없음 저 갈래요! (돌아서려는데)

	일문,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 올려놓고, 영주, 힐끔 쳐

다보더니 새치름히 	자리에 앉으며 선물 뜯어본다. 영주, 명품

시계에 눈 휘둥그레진다.

영주	진짜 아저씨 나한테 왜 이러세요? (시계 테이블에 다

시 올려놓는)

일문	난 니가 맘에 든다고 했잖아.

영주	난 나이 많은 사람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일문	대신 이런 건 좋아하잖아. (시계 영주 쪽으로 밀어주

면)

영주	(힐끔 보더니) 뭐 꼭 주신다면야. (슬쩍 시계에 손대는

데)

일문	(영주 손 덥석 잡는) 근데 뭣 좀 물어보자.

영주	(손 탁 치고 시계만 잡고) 입으로 물어보면 되지 손은

왜 잡고 난리래!

일문	니 언니 언제 입양 된 거냐?

영주	(보고) 뭐라구요?

일문	니 언니 니 엄마 딸 아니잖아.

영주	이 아저씨가 진짜!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시계 휙 밀며) 나 이딴 거 안 받아요! (자리에서 일어

나면)

일문	가서 니 엄마한테 함 물어봐.

영주	정말 끝까지!

일문	혹시 알아? 니가 몰랐던 신세계가 열릴지. 안 그래?

	영주, 지나가려다가 테이블 옆으로 삐져나온 일문 신

발을 보고는

	한쪽 발로 힘껏 밟고는 쪼르르르 달려 나간다. 일문,

아파하다가 돌아보	면 없다. 일문 옆 창문 똑똑 두들기는 영

주, 일문이 쳐다보면

	메롱~!하고는 달려간다. 일문, 어이없어 웃는데서.

씬31. 	도현 집 주방 (밤)

	희미한 불빛 아래, 와인병 놓고 와인잔을 기울이는 금

희. 술 마시다가 	콜록거린다. 도현이 잠옷 바람으로 들어온

다.

도현	당신 안 자고 뭐하는 거야?

금희	(보고 힘없이) 깼어요?

도현	왜 생전 안 마시던 술을 마셔? 무슨 일 있는 거야?

금희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인화도 강

산이랑 안 되는 것 	같고...봉희 기집애도 어이없게 사돈이나

쫓아다니고...일문이는... 일문이	는... (하다가 눈물 맺히는데)

도현	(굳어지며) 일문이가 왜? 그 녀석이 또 뭐라고 그랬어?

금희	아니에요. 그런 일 없었어요.

	도현, 의심스럽게 보는데, 금희,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휘청한다.

	도현, 금희 부축하려는데 금희, 매정하게 손길 거부한

다. 도현, 멈칫 보	는데 가볍게 기침하는 금희.

도현	당신, 어디 아픈 거 아냐? 안색도 안 좋은데 왜 술을 마

셔?

금희	혼자 있고 싶어요. 가서 자요.

도현	(금희 돌려세우며)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야 알 거

아냐!

금희	(도현 밀어내며) 왜 날 안 놔 준거에요. 유진이 가슴에

품고 그냥 살	게 두지...왜 날 잡고 안 놔줬냔 말이에요.

도현	또 그 아이 이야기야? 왜 이래? 그동안 행복했었잖아!

금희	(그렁해서 보며) 행복이요? 나도...내가 행복한 줄 알

았어요. 그런데...

	(눈물 집어 삼키는데) 아닌 것 같아. 이 두 손에 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이제 보니...아무것도 없었어. 첨부터 빈손인 채

그대로잖아.

도현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금희	(도현 때리며) 다 당신 때문이야! 첨에 당신이 날 배신

하고 일문이 엄마

	를 만나는 걸 알았을 때 그때...이미 당신과 나는 끝났

어야 했었다구요.

	왜 다시 날 찾아온 거예요? 왜 날 놓지 않고 여기까지

끌고 왔냐구요!

	흐느끼며 우는 금희.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금희

를 힘껏 끌어안는 	도현. 한숨 쉬는 얼굴에서.

씬32. 	기출 집 창희 방 (밤)

	침대에 모로 누워있는 창희, 방문을 열고 들어온 기출

이 들어온다.

기출	창희야... 안 자면 얘기 좀 하자.

창희	....

기출	니 할아버지는 남의 집 종이었다. 평생 짐승보다도 더

못한 대우를 받고 	살다가 전쟁 때 주인한테 맞아 죽었다더구

나... 나는 아버지 얼굴도 모	르고 태어나서, 니 할머니한

테 한 가지 얘기만 들었다. 종처럼 살지 마	라... 너는 종으로

살지 마라...(하고 울면)

창희	(눈 질끈 감는데)

기출	그런데 내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신분이라는 게 다 없

어져도 나는 여전	히 남의 집 종이었어. 그때부터 내 모든 희

망이 너였다... 네가 엄마도 	없는 네가, 누가 가르쳐주지

도 않았는데... 첫 시험에서 떡하니 1등을 하	는 순간, 난 내 모

든 걸 너한테 걸었다.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

했어...

창희	(벌떡 일어나며) 제발 그만 하세요!

기출	(젖은 눈으로 보면)

창희	그 아버지 집착이 지금 무슨 꼴을 만들었는지 안 보이

세요?

기출	그래... 아버지가 착각을 했다. 나는 너만 잘 되면 된다

고 생각을 했는	데... 니가 인화하고 결혼하면... 그 동안

의 설움 다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다 내

착각이었다.

창희	참 빨리도 깨달으셨네요.

기출	창희야... 너 해주하고 떠나거라.

창희	(멈칫 보면)

기출	이 아버진 잊어버리고 떠나서 둘이 살아.

창희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해주 아버지를 죽여 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요!

기출	이 나라를 떠나. 내가 없는데 가서 살면 될 거 아니냐?

창희	(굳어지며 보면)

기출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나처럼 장도현의 종으로 살게

될 텐데... 너마저 	그 꼴로 만들 순 없다.

창희	아버지?

기출	너는 에비하고 다르게 살게 만들고 싶었단 말이다. 네

가 내 모든 기쁨이	었고, 희망이었는데... 결국은 내가 널 망

쳐 놓은 거야. 그러니 아버지 버	리고 니 행복 찾아 가거라.

창희	아버진 어떡하려구요?

기출	내 죄 값은 내가 짊어지고 가마. 너는 뒤돌아보지 말

고 가. 이게 너한테 	하는 아버지 마지막 부탁이다.

	굳은 얼굴로 보는 창희. 눈물 흘리며 마주 보는 기출

의 모습에서.

씬33. 	해주 동네 전경 (아침)

씬34. 	도현 집무실 (아침)

	서류를 보고 있는 도현, 노크를 하면 들어오는 강산

강산	회장님! (문 열고 들어오면서)

일문	어~ 라이언 강.. 아니 아니 아니지 강산이지~ 휴일 웬

일이야?

강산	조선소 종업은 쉬어도 선박은 감독하는 일은 쉬면 안

되거든요.

도현	왜? 또 무슨 하자있나?

강산	어. 아닙니다. 트러스터 무사하게 만들어서 잘 장착하

시면 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나저나 회장님도 쉬는 날

인데 열심히 하시네요. (다른 쪽을 보면서)

	도현은 서류 정리를 하고 강산은 다른 한쪽에 있는 지

도를 보는데.

그 지도 쪽으로 다가가서 강산에게 말을 한다.

도현	국내대륙붕에 관심이 있나?

강산	별로 관심이 없는데……. 회장님 때문에……. 관심이

좀 생기려고 하네요. 근데 회장님은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습니까?

도현	나야 꽤 오래됐지~

강산	윤학수 박사 때문에요?

도현	자네가 윤학수 박사를 알아?

강산	제 아버지가 윤학수 박사와 친구였던 얘기를 들었거든

요. 바로 회장님 사모님한테요.

도현	그랬나?

강산	혹시 회장님도 저희 아버지에 대해서 아십니까? 강 은

자를 쓰시던 분이였는데...

도현	아니야...난 그 이름 모르겠고.. 아키야마라는 이름을

내가 알고 있지..

강산	아키야마요?

도현	울산 출신으로 배를 연구하는 학자가 한 사람 있었어.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해서 국적을 버렸다고 하더군.

강산	제 아버지가 일본으로 귀하 했단 말입니까?

도현	나도 학수에게 얼핏 들은 얘기라 난 잘 몰라. 아... 그

저 할아버지한테 묻지 그러나?

강산	가르쳐주셨다면 제가 이렇게 캐고 다니겠습니까.

도현	음... 그럼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모르면 약이

고 알면 다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굳은 얼굴로 보이는 강산의 모습에서.

씬35. 	정우 집 마당 (아침)

	하얀 양복에 백구두를 신고 서 있는 상태. 해주와 달순

이 보고 있다.

상태	엄니 워쪄요? 인물이 훤~칠하지라?

달순	(상태 옷 털어주며) 니가 인물로만 취직했음 어느 대기

업엔들 못 들어갔	겠냐? 실수하지 말고 오래 두고두고 붙어

있을 요량으로 잘 좀 해봐.

상태	내가 이태꺼정 쪼까 운발이 딸렸잖여라. 천상태 운은

이제부터 시작인것	잉께요. 걱정은 문지방에 붙들어 매두쇼!

해주	오빠 이번에는 제발 한 달은 넘겨보자. 응?

상태	아따, 가시내가 시작도 하기 전에 초치는 것이여?

해주	나 진심이야. 산이 오빠 볼 면목이 없단 말이야.

상태	우리가 앞뒤 꼴등 먹던 사인디 어련히 알아서 좋은 디

를 소개시켜 줬겄	냐?  나가 이참에는 아예 말뚝을 박을 것잉

께 한 번 기대해 보드라고!

	상태, 나서면. 해주 걱정스럽게 보는데서.

씬36. 	프로펠러 공장 안 (낮)

	꼭 프로펠러가 안 보여도 되는 철판 공장. 상태가 걸어

온다.

	탭댄스 박자 한 번 맞추고 양 손으로 머리 넘기면서 뿌

듯하게 걸어간다.	청소하던 사람이 구정물을 버리는데 물이

튕겨 상태 신발에 닿는다.

상태	(팔짝 뛰었다가) 아따..시방 뭐다요! 떼깔 빠지게 시리!

김비서	연락 받았습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상태	(넌지시) 그 짝은 뭐하시는 분이당가요?

김비서	아..네.. 회장님 모시고 있는 비섭니다.

상태	오...비서라..(카라 깃 다시 세우며) 뭐 쪼까...뽀대가

날라믄 고것보다는

	한 수 위여야 쓰겄는디... (하고 김비서 따라 가는 데

서)

씬37. 	동 공장 사무실 (낮)

	대평이 앉아서 낡은 기계 하나 만지고 있는데, 들어오

는 김비서.

	그 뒤에 건들거리며 들어서는 상태.

김비서	회장님...모시고 왔습니다.

상태	(대평의 모습 훑어보고는) 이 양반이 회장이라고라?

	하는데, 대평, 상태보고는 바로 옆에 있던 등 긁개로

상태 머리를 강타	한다. 아파 죽는 상태.

상태	아! 이 꼰대는 뭐시간디 아침나절부터 이란대?

대평	뭐 꼰대? (조인트 까는) 용접할 아 꼬라지 봐라!

상태	(아파 하다가, 정신 번쩍 드는) 뭐시라고라?

대평	(김비서에게) 가서 퍼떡 용접복 안 가져오나?

김비서	예! 회장님!

상태	잠시만! 시방 뭣이라 했소?  용접이라고 했당가요?

대평	(인상 쓰는) 와? 니 이야기 몬 들었나?

상태	(목 좌우로 꺾어주면서) 음마...이자슥이 진짜! 나를 너

무 띄엄띄엄 봤구	만! (대평 앞에서 폼 잡으며) 아 할아버지!

딱 보면 각이 살지 않아라?

	이 길이에 이 외모에 이 체구에 용접은 허벌라게 섭하

지라! (양복 옷깃

	털어주며) 나는 그런 일 할 사람이 아니랑께요!(돌아

서 나가려는데)

대평	(상태 발 걸어 넘어트린다.)

상태	(앞으로 엎어져서 올려다보며) 곱디 고운 얼굴에 기스

라도 나믄 워쩔라	고 이런당가요 참말로!!

대평	들어올 때는 니 맘대로 들왔는지 몰라도 니발로 곱게

걸어나가기는

	힘들낀데?

상태	(두려운 눈빛으로 보면) 거시기...강산이가 뭔가 오해

한 거 같당께요!

	하는데,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용접복 들고 들어온다.

대평	절마, 껍데기 벗기고 갈아 입히라!

상태	아, 잠시만!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는데 남자 둘, 상태의 옷을 마구 벗긴다. 발버둥 치

는 상태 모습에서.

씬38. 	기출 집 창희 방 (낮)

	USB 메모리 하나에 장도현 파일을 넣고 컴퓨터에서

뽑아드는 창희. 안주머니에 보관하고 나간다.

씬39. 	동 거실 (낮)

	창희, 나오면, 기출이 커다란 짐 가방을 막 닫는다.

기출	준비 다 했냐?

창희	(말없이 보면)

기출	옷은 많이 챙기지 않았다. 필요한 건 서울에서 사든

지, 현지에서 구입해	서 써.

창희	아버지..

기출	(애써 외면하며) 그 아이한텐 얘기 했냐?

창희	아뇨. 말하면 가지 않을 거예요. 가족을 떠날 애가 아

니니까요..

기출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난 그 애 볼 면목이 없어서,

따라 나가지 않을 	거다. 집에는 전화도 하지 말고, 편지도 하

지 마라. 장회장이 꼬리 밟을	지 모르니까...

창희	(기출 손잡으며) 아버지...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기출	난 걱정 말라고 했잖냐?

창희	차라리... 같이 가요.

기출	이놈의 자식! 나더러 평생 그 애 얼굴 보며 죄책감에

떨며 살란 말이야? 	잔 말 말고 어서 가!

창희	(글썽해) 아버지..

기출	너 결심하면 뒤돌아보지 않는 녀석 아니냐? 이번에야

말로 그래야 한다. 	그래야 네가 살아.

창희	(울며) 죄송해요, 아버지...

기출	어서 가라니까! 이러다 장회장한테 들킬라! 어서 나가!

창희	아버지.. 나중에 꼭 모시러 올게요.. 죄송합니다...

기출	그럴 필요 없다니까! 에비는 잊어라... 어디 가든 건강

하고... 너 원하는 	밝은 데서 살아라... (하고 우는데)

창희	아버지!

	기출을 왈칵 끌어안는 창희. 안겨서 우는 기출.

씬40. 	도현 집무실 (낮)

	책상 꽝! 치며 일어나는 도현. 앞에 일문이 서 있다.

도현	소환장이라고!

일문	예.. 여기... (소환장 내밀면)

도현	(받아 보다가 와락 움켜쥐고는) 윤정우! 이놈이! (손

부들부들 떨리는 데	서)

씬41. 	도현 집 앞 (낮)

	도현의 차가 다가와 멎는다. 최비서가 내려 문 열면 내

리는 도현. 집사	가 나와 고개 숙인다.

도현	(집사 보며) 박검사, 집에 있지?

집사	아닙니다. 아까 커다란 짐 가방을 끌고 나갔습니다.

도현	뭐라고? (뭔가 생각난 듯 고개 홱 돌리는 데서)

씬42. 	기출 집 거실 (낮)

	문 열고 들어오는 도현. 기출이 맞이한다.

기출	회장님...

	하는데, 기출 와락 밀치고 창희 방으로 가는 도현.

씬43. 	창희 방 (낮)

	들어오는 도현. 기출이 따라 들어온다. 빈방 둘러보다

가 옷장문 와락 여	는 도현. 안이 텅 비어 있다. 고개 홱 돌려

기출 노려보는 도현.

도현	어디로 갔어?

기출	무슨... 말씀이신지?

도현	(와락 멱살 잡으며) 시치미 떼지 마! 이놈 어디로 빼돌

렸냔 말이야!

	분노해 보는 도현. 같이 노려보는 기출 얼굴에서.

씬44. 	정우 집 앞 (낮)

	해주 걸어 나오는데, 그 앞에 불쑥 나타나는 강산.

해주	뭐야? 놀랐잖아?

강산	반가운 게 아니고?

해주	왜 왔는데...

강산	오토바이 고장 난 귀한 제자 모시러 왔지. 야! 나 아무

래도 너무 훌륭한 	싸부 같지 않냐?

해주	(보고 흘기는데)

강산	공부 많이 했냐? 그 동안 빼먹어서 복습 제대로 안 했

으면 회초리로 종	아리 맞는다?

해주	어디 한 번 해 보시지? 야구방망이로 갚아 줄탱게!

강산	으메! 무서운 거!

	두 사람 보고 웃으며, 강산의 차로 가는데, 그 앞으로

다가와 멎는 창희 	차. 창희가 안에서 내린다. 보고 놀라는 해

주와 강산.

해주	창희 오빠...

창희	(말없이 다가와) 가자.

해주	(당황스런 시선으로 강산 일별하고는 창희에게) 오

빠... 나 지금..

창희	(강산 쳐다보면)

강산	가 봐. 공부는 나중에 하지 뭐...

	해주를 차에 태우는 창희. 자신도 타고 그대로 차 출발

한다. 그 차 뒷모	습 보며 허탈해지는 강산. 하릴 없이 옆의

돌멩이 하나 툭 걷어차는 쓸	쓸한 모습에서.

씬45. 	달리는 차 안 (낮)

	굳은 얼굴로 운전하는 창희. 그 옆에 의아한 얼굴로 창

희 보는 해주.

	고개 돌려 뒤에 있는 짐 캐리어 본다.

해주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뒤에 짐은 뭐고?

	대꾸 없이 운전하는 창희. 불안한 얼굴로 보는 해주.

씬46. 	기출 집 거실 (낮)

	기출을 노려보고 있는 도현.

도현	이런 식으로 나한테서 도망치겠다고? 그렇게는 안 돼.

기출	나 하나로 부족합니까? 회장님 위해 평생 할 짓 못할

짓 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창희만은 놔주십시오. 부탁합니

다.

도현	(냉소 머금고) 한번 내 등에 비수를 들이댄 놈이야! 그

걸 풀어 주라고? 	너 아직도 나를 모르는 구나.

기출	절대로! 절대로! 회장님한테 해 끼칠 일 없을 겁니다!

그냥 멀리서 평범	하게 살 겁니다! 제발 창희만은 지 원하는

데로 살게 해 주십시오.

도현	내가 필요한 한, 죽을 때까지 그놈은 내 밑에 있어야

돼!

기출	계속 이렇게 나오면 나도 다 까발릴 수가 있어요!

도현	(멈칫 보고) 뭐라고?

기출	당신이 한 짓! 학수를 죽이고 유진이를 죽이라고 지시

한 것! 세상에 다 	알릴 거야! 사모님한테도 다 말할 거야!

도현	(피식 냉소 머금고)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겠

다 이거지? 어디 그	렇게 한 번 해 봐. 니 아들 놈이 어떻게 되

는지!

	하고 돌아서는데, 순간 으아아! 소리 지르며 도현을 덮

치는 기출.

	쓰러지는 도현. 그 위에 올라타고 도현의 목을 조르는

기출. 눈이 광기	에 휩싸여 있다. 도현, 눈 커지고 얼굴 붉

어지며 기출 밀어내려 하지만,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는 기

출. 도현, 캑캑 거리는데. 일순 문 열고 들	어오는 최비서. 놀

라 보고는 기출을 걷어찬다. 나가떨어지는 기출.

최비서	(황급히 도현 부축하며)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목 만지며 일어나는 도현. 두리번거리다가 식탁 의자

집어 들고 그대로 	미친 듯 기출을 두들겨 팬다.

도현	이 버러지 같은 놈! 니까짓 감히 나를? 어디 있어! (걷

어차며) 창희 놈 	어디로 갔냐고!

기출	(쓰러진 채) 지금쯤 창희는 비행기 타고 떠났어! 날 어

떻게 해도 좋지만, 	걔 인생은 못 건드릴 거야! 절대로!

도현	(도현 숨 몰아쉬며 보는 얼굴에서)

씬47. 	도로 + 달리는 차안 (낮)

	운전하고 있는 기사. 그 앞과 뒤에 최비서와 검은 양복

의 사내 두 명이 	타고 있다.

씬48. 	울산 공항 일각 (낮)

	한 손에 짐가방 캐리어 끌고, 다른 손에 해주 손잡고

걸어오는 창희.

	일순 잡은 손 뿌리치는 해주.

해주	오빠, 정말 왜 이래!

창희	(보면)

해주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

냐?

창희	아무 말 말고 나 따라와 줘. 부탁이야.

해주	그렇게는 못 해! 헤어지자 그래놓고 지금 뭐하는 거냐

고?

창희	우리 외국으로 가자.

해주	뭐?

창희	이 나라 떠나서 외국 가서 살자고.

	기가 막혀 보는 해주. 굳은 얼굴로 보는 창희.

해주	오빠? 지금 제 정신이야? 막무가내로 나 끌고 와서 외

국?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창희	그럴 사정이 있어. 해주야. 이번만은 제발 아무것도 묻

지 말고 나 따라	가자. 나 절박해서 이래.

해주	아무리 절박하고 사정이 있어도 그렇지. 생각을 좀 해

봐. 나 집에 식구	들한테 말 한마디 않고 나왔어. 근데 무작

정 외국을 가자고? 하다못해 	나 여권도 없어.

창희	그건 서울 가서 만들면 돼. 식구들한텐 나중에 연락하

면 되고. 내가 처	음부터 이런 얘기 했으면 너 따라나서지

도 않았을 거잖아?

해주	지금도 마찬가지야! 이런 식으로 해서 내가 오빠 따라

갈 거라고 생각했	어?

창희	따라가 줘야 돼!  이번이 아니면 나 너랑 영영 못 이루

어져! 나 너하고 	이렇게 끝나고 싶지 않아! 너하고 살고 싶

다고!

	해주, 기가 막혀 보는데, 일순 창희 핸드폰이 울린다.

창희, 해주 간절히 	보다가 핸드폰 열어보면 ‘ 아버지’ 가 떠 있

다. 전화 받는 창희.

창희	예, 아버지...

도현	(F) 아직 비행기는 못 탔구나.

창희	(멈칫 굳어지면)

씬49. 	기출 집 거실 (낮)

	일각에 쓰러져 피투성이가 돼 있는 기출 보이고, 소피

에 앉아 기출 핸드	폰 들고 있는 도현.

도현	방금 니 여자한테 문자 하나 보냈다. 어디 가고 싶으

면 가 봐. (하고 	전화 끊으면)

씬50. 	울산공항 일각 (낮)

	굳어진 얼굴로 전화 끊는 창희. 해주 쳐다보는데, 해

주 핸드폰에서 문자	음 들린다. 핸드폰 꺼내는 해주.  메시지

뜬 것 터치하면, 핸드폰 화면	에, 피 묻은 번호판이 떠 있

다. 의아한 얼굴로 보는 해주.

해주	이게 뭐야?

	홱 쳐다보는 창희. 핸드폰 의아한 얼굴로 보는 해주.

그 모습에서.

	(17회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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