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도 잘 부탁해 2
"주행 시험장, MI 모비티"
[자동차 주행음]
[지음] 항상 궁금했어
나는 왜 전생을 기억하며 사는 걸까
[아이의 웃음]
[딸랑거리는 소리]
죽도록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전생의 기억들
[타이어 마찰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이 있었지
[부글거리는 소리]
따뜻하고 평범했던
너와의 여름날
[어린 서하] 나
엄마가 왜 누나를 데리고 왔는지
이제 알 거 같아
[주원] 서하야
니가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내가 옆에 있어 줄게
[어린 서하] 누나, 나랑 결혼하자
약속해
[지음] 어린아이처럼 행복했던 나의 열여덟 번째 인생
[무거운 효과음]
[주원] 서하야…
[어린 서하의 괴로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지음] 서하야, 이번 생은
너를 만나기 위해 다시 태어난 거야
[자동차 가속음]
[요란한 타이어 마찰음]
[서하] 지원 동기는 알겠는데
원하시는 업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서하의 헛기침]
판단하기 어려우시면
저랑 한번 사귀어 보실래요?
- [서하가 콜록거린다] - [흥미진진한 음악]
[서하의 기침]
[헛기침]
[서하의 당황한 숨소리]
- 아, 죄송합니다 - [달그락 놓는 소리]
헛것이 들려서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다
[지음]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랑
사귀실래요?
[서하] 아니…
아니, 지금 어떻게…
여기 면접 보러 온 건 아시죠?
[흥미로운 음악]
바로 채용하기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길래
[지음] 차선책도 있다는 걸 말씀드려 본 거예요
- [유쾌한 음악] - 뭐
일종의 샘플 사용을 권고하는 거라고 보시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처음 본 사람한테 사귀잔 말이 나오죠?
처음이 아니면요?
그럼 고민해 보실 거예요?
우리 예전에 본 적 있어요?
글쎄요
그건 전무님이 직접 기억해 주세요
아니, 요즘 애들은 다들 그렇게 막 나가?
[도윤] 우와 뭐야, 그 꼰대 같은 발언은?
반지음 씨 말하는 거야?
너 혹시 예전에 반지음 씨 본 적 있어?
- 아니 - [서하] 그지?
너도 처음 본 사람 맞지?
아, 뭔데 그래?
[도윤] 아니 아까 반지음 씨도 그렇고
표정이 만만치가 않던데?
[서하의 한숨] 얘기해 줘도 못 믿을 거다
[헛웃음]
[서하의 한숨]
[폭소한다]
[애경] 아이고메
- [지음의 시원한 숨소리] - 아따, 삼촌
- [애경의 웃음] - [지음의 한숨]
삼촌은 그, 굉장히 말을
막 하는 경향이 있어, 으메
나도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지
근데 막상 얼굴 보니까
나도 모르게 갑자기 막…
[한숨]
[애경] 아니, 인생을 19회 차까지 살았다는 양반이
으째 이라고 철이 안 든대?
인간은 죽을 때까지 철들지 않아 철이 든 척하는 거지
[지음] 그러니까 내가 19회 차 인생이라고 해서
철든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미친 짓 했단 소리를 길게도 합니다, 삼촌
[지음] 한 사발 더 채워 봐
- [애경의 웃음] - [지음의 한숨]
- [애경] 자, 드시오 - [지음의 한숨]
[부드러운 음악]
전무님
서하야
아…
[지음] 귀가 잘 안 들리나 봐
아무래도 그때 사고 때문인 거 같아
[애경] 그냥 툭 까놓고 말해 보지 그래?
삼촌이 윤주원이었다고
[지음] 음…
내가 살아 보면서 느낀 게 있는데
'이 사람한테는 말해도 되겠다' 싶은 사람과
반대로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거든?
서하 가는 어느 쪽인 거 같은디?
모르겠어
서하한테는 객관적인 판단이 안 서
속 끓이지 말고 직진해
[애경] 어차피 이라고 된 거 노 브레이크 아니여?
[지음] 아니, 애경아
너는 나를 너무 잘 안다
- 이것이 연륜이라는 거여, 쯧 - [지음] 아…
얼씨구
오메, 삼촌!
[애경의 웃음] 나도 이제 50대여!
[함께 웃는다]
이 연륜으로 담근 김치 좀 자셔
- [애경의 웃음] - [지음] 아, 좋소
한번 먹어 보겠소
- [서하] 라면 먹고 갈래? - [도윤] 수작 부리지 마
[서하의 헛웃음]
야, 너 근데 한국에서도 계속 옆에 탈 거야?
[서하]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도윤] 소문 돌지
[무거운 음악]
차차 바꿔 보자
[서하] 어
[휴대전화 진동음]
[도윤] 안 받을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이 멈춘다]
그쪽 집안 선물 산다고 독일 남부까지 다 돌아 놓고는
일단 니 선에서 차단 좀 해 줘
알았어
[휴대전화 진동음]
간다
[도윤] 들어가
[통화 연결음]
- [풀벌레 울음] - [부드러운 음악]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여자의 한숨] 이 남자들 정말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차 문 여닫히는 소리]
[지석] 어!
초원아!
[초원] 아, 피곤하다니까
[지석] 그래서 몸소 와 주신 거지
나 아니면 누가 널 챙기냐?
[초원] 나 좀 그만 챙기고 눈치나 좀 챙겨
[지석] 좋으면서
[쨍 부딪는 소리]
[지석] 아, 좋다
[초원의 어색한 웃음]
[한숨]
근데 넌 전화를 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받고 싶은 거냐?
남이사
[지석] 넌 꼭 나한테만 싸가지 없게 대하더라?
[웃음]
나도 그게 참 신기해
이상하게 오빠 너만 보면 막 승질부터 나
전생에 악연이었나?
[지석이 피식한다]
[지석] 문서하 들어온 건 들었냐?
자기가 말해 줘 놓고선
[지석] 아, 그랬지
걔는 왜 호텔로 간다냐?
호텔로 간대? MI?
망해 가는 호텔로 가서 뭘 어쩌겠다고
어머니가 하시던 호텔인데 당연히 애정이 있겠지
무슨 상관?
너 아직도 문서하 좋아하냐?
[지석] 아씨, 대답 안 하네
초원아
그럼 나는?
[헛웃음]
- [초원] 오빠 - [지석] 응?
[초원] 이 꽃 이름이 뭐게?
[웃음]
- [새소리] -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지음] 음, '고가구 인테리어'
인사동?
[흥겨운 풍물 연주]
[북적거리는 소리]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의미심장한 음악]
- [무거운 효과음] - [삐 울리는 소리]
[아득해지는 주변 소음]
- [탁 빼는 소리] - [소음이 사라진다]
[울리는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굉음]
[강조되는 효과음]
- [흥겨운 풍물 연주] - [자동차 경적]
[긴장되는 음악]
- [삐 울리는 소리] - [아득해지는 주변 소음]
[힘겨운 숨소리]
[울리는 거친 숨소리]
- [리드미컬한 음악] - [지음] 도망쳐요!
[지음의 다급한 숨소리]
[서하의 놀란 숨소리]
[서하] 반지음 씨?
[지음] 뛰어요, 빨리
[서하의 당황한 소리] 왜 여기…
저기요, 저기요!
[지음] 뛰어요
[지음, 서하의 가쁜 숨소리]
[서하] 무슨 일인데요? 뭔데 이래요? 예?
[지음] 잡히면 끝장나요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이쪽으로
[가쁜 숨소리] 전무님
[지음, 서하의 가쁜 숨소리]
아, 오랜만에 뛰었더니 후달리네요
[지음의 하 내뱉는 소리]
아,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전무님 심심하실까 봐
[서하] 예?
[지음] 그냥요, 재밌잖아요
- [지음의 웃음] - [어이없는 숨소리]
전무님, 목마르시죠?
제가 오다가 편의점 봐 뒀거든요 잠깐만요
[서하] 아…
[새소리]
[서하의 지친 숨소리]
[지음의 시원한 숨소리]
[지음의 하 내뱉는 소리]
[지음] 아, 시원하다
[서하의 한숨]
기분 좀 나아지셨어요?
전무님
아까 공황 같은 거 올 뻔했던 거 맞죠?
[차분한 음악]
공황 올 거 같은 기분 그거 저도 잘 알거든요
그럴 땐 그냥 막 뛰다 보면
어느샌가 내 숨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한숨]
이건요
[지음의 숨 들이켜는 소리]
가만있어 보자 이게 임진왜란 때던가?
혼자만 살아남게 됐던 적이 있었는데
[무거운 음악]
[사람들의 괴로운 소리]
[아기 울음]
[남자가 울먹이며] 거기 거기 아무도 없어요? 도와주세요!
[지음] 불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천지에 시체들이 널려 있고
타들어 가는 신음 소리, 비명 소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고요
- [사람들의 울음소리] - [힘겨운 숨소리]
죽을 것처럼 심장이 아프고 숨도 안 쉬어지고
[거친 숨을 몰아쉰다]
- [폭발음] - [여자의 비명]
[아득해지는 주변 소음]
[삐 울리는 소리]
- [폭발음] - [지음] 놀라서 뛴 건지
살아남으려고 뛴 건지
어쨌든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는데
[폭발음]
[여자의 비명]
[거친 숨소리]
[새소리]
[여자의 힘겨운 숨소리]
[차분한 음악]
[놀란 숨소리]
[하 내뱉는 숨소리]
[여자의 하 내뱉는 숨소리]
[아련한 음악]
사무치게 그립고 슬펐던 기억들이
뛰던 도중에 바람이 데려가 버렸는지
[지음] 그 뒤로는 또 살아지더라고요
임진왜란 때 알았어요
'뛰면 살 수 있구나'
임진왜란 때요?
아…
책에서 본 건데 꼭 내가 겪은 것처럼
묘사가 아주 구체적이더라고요
그 책 제목이 뭔데요?
'새하얀 메밀꽃밭'?
- [흥미로운 음악] - [지음] 근데 이게
옛날에 아시던 분이 습작으로 쓰던 거라
구해 보실 순 없을 거예요
아…
[서하] 저런
반지음 씨
솔직히
허언증 있죠?
[당황한 숨소리]
좀 있긴 있죠?
아, 저 소문내고 그런 사람 아니니까
저한테 솔직히 털어놓으셔도 됩니다
[옅은 웃음] 어서
어서
- 응 - [지음] 음…
[어린 서하] 나랑 결혼하자, 응?
결혼하자
[흥미진진한 음악]
아니, 이 와중에 어떻게 갑자기 프러포즈를 합니까?
이거 힌트예요
우리 어디서 만났는지 궁금해하셨잖아요
- 힌트요? - [지음] 네
이거 엄청난 힌트예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갈까요?
- 어머, 저런 게 다 있네? - [서하] 힌트?
- [잔잔한 음악] - [지음의 놀란 소리]
어머
[지음] 이게 있네?
[아이] 엄마, 엄마
[여자] 해월아
[지음] 전무님
머리 좀 이짝으로 수그려 봐요
[헛기침] 왜요?
잠깐만요, 응?
[서하의 한숨]
[지음] 이게 옛날에 엄마들이 애기 머리 빗겨 줄 때 쓰던 빗인데
자, 반대짝, 응
[서하] 아…
[쓱쓱 긁는 소리]
[지음] 시원하죠?
예
[지음] 이런 걸 그냥 고가구나 아니면 문고리 같은 데 걸어 두면
아주 귀한 한옥 인테리어가 될 거 같아요
자, 자
싹
아이, 곱다
- [지음의 웃음] - [서하의 어이없는 숨소리]
[서하] 아…
[풀벌레 울음]
[어린 서하] 누나
나랑 결혼하자
나랑 결혼하자, 응?
결혼이 뭔지는 알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옆에 있어 주면서 웃게 해 주는 거
[어린 서하] 내가 누나 외롭지 않게 해 주고
많이 좋아해 줄게
약속해
[반짝이는 효과음]
[지음] 결혼하자
[옅은 탄성]
이런 기분
오랜만이네
[살짝 웃는다]
[쪽 울리는 소리]
[가까워지는 구성진 음악 소리]
[흐르는 구성진 음악] ♪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
♪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 보렴 ♪
[지음의 의아한 소리]
♪ 이제 와 새삼… ♪
- [계속되는 음악 소리] - [지음] ♪ 이 나이에 ♪
♪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마는 ♪
♪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
♪ 내 가슴이 ♪
[멀어지는 음악 소리]
-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 - [기어 조작음]
[지석] 어?
와, 여기서 보네
반지음 씨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업무 시간 아닙니까? 외근?
- 여기서 찾았거든요 - [지석] 예?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요
그럼 제가 너무 바빠서, 이만
- [지석] 아이씨, 어디 가요? - [지음의 놀란 소리]
진짜, 씨…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지석] 우리 툭 까놓고 얘기 좀 하죠?
이런 후진 호텔에서 왜 반지음…
- [정열적인 음악] - [지석의 놀란 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탁탁 발 구르는 소리]
[당황한 숨소리]
- 뭐죠? - [지음] 플라멩코요
[강렬한 음악]
성추행범으로 신고당하실 뻔한 거 구해 드리는 겁니다
[강조되는 효과음]
반지음 씨, 사람 참…
[서하] 뭐 하는 짓이야?
[지석] 문서하 [헛웃음]
너 진짜 호텔로 온 거냐?
야, 넌 한국 들어온 지 한참 지났는데
어떻게 아무한테도 연락을 안 하냐?
너 아무리 그래도 초원이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야, 하도윤, 넌 아직도 문서하 케어 담당이야?
남이사
- 반지음 씨 - [지음] 네
[서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호텔 업무 건으로 전무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들어가시죠 - [지음] 네
- [지석] 아이씨, 사람 말하는데 - [고조되는 음악]
나 반지음 씨랑 비즈니스 중이었거든?
[서하] 그런가요?
[지음] 아니요
저는 대환이랑 비즈니스할 생각 전혀 없습니다
없다는데?
[지석] 너 혹시
내가 스카웃한다는 얘기 듣고 미리 선수 친 거냐?
[서하의 어이없는 숨소리]
너 소문 다 났어
무슨 소문?
[지석] MI 그룹 아들이 망해 가는 호텔로 갔다는데
그룹 내에서도 버리는 패 아니냐고 수군댄다고
- [정열적인 음악] - 아이…
[서하] 뭐야?
한 번만 더 문 전무님 신경 긁는 소리 하시면
가만 안 둘 거예요
[유쾌한 음악]
들어가시죠, 전무님
[서하] 네
[서하] 그…
플라멩코도 아는 이모님 통해서 배우신 건가요?
[지음] 그런 셈이죠
[도윤] 호텔 사업 건이란 건 뭐죠?
[지음] 면접 결과 연락이 없으시길래
추가 어필을 좀 해 볼까 해서요
[서하] 보통
연락을 기다리지 않나요?
기다리지 말고 쟁취하라
제 좌우명이거든요
[피식 웃는다]
[노크 소리]
[차분한 음악]
윤초원 씨?
오랜만이네요, 하 비서님
[지음] 초원이다
[주원] 초원아, 시원해?
- [주원의 웃음] - 언니
[주원] 악!
[어린 초원의 웃음]
[어린 초원] 언니! 언니!
[흥미로운 음악]
오빠 얼굴 좋아졌네? 잘 지냈어요?
[서하] 어
연락 안 돼서 지나던 길에 들렀는데
잠깐 시간 괜찮아요?
[도윤] 저, 문 전무님 미팅이 빼곡해서요
일단 저랑 먼저 이야기하시죠
아, 네, 뭐, 어쩔 수 없죠
[도윤] 가시죠
[문 닫히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서하] 반지음 씨
죄송하지만 다음에 보시죠
그 어필은 충분히 고려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지음] 죄송해하지 마시고 그냥 뽑으시면 되죠
전무님께서 안 뽑아 주시면 벨보이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요새 누가 벨보이라고 부릅니까?
벨보이라고 안 불러요?
[놀라며] 어머, 언제 그렇게 됐지?
[지음] 뭐, 그것도 안 되면
- [비밀스러운 음악] - 객실 청소라도 하겠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전부 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어떻게 하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오고 그러는 거죠, 뭐
아, 사람 참
아이, 그만 가 보세요, 예
- [흥미로운 음악] - [지음] 전무님, 이거요
뭡니까, 이게?
저도 이 호텔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해요
추가 어필이요
[쪽 빠는 소리]
[시원한 숨소리]
[숨 들이켜는 소리]
다들 많이 컸네
[옅은 웃음]
맞다
이걸 깜빡했네
[지음] 전무님
[지음의 옅은 탄성]
우리가 진짜 인연이긴 한가 봐요
[흥미로운 음악]
아, 도대체 우리 언제 만난 겁니까?
[지음] 음, 그건…
[서하] 아니요 제가 기억이 난다고 해도
반지음 씨랑 뭐가 더 있을 리는 없습니다
[지음] 뭐, 그렇다 하더라도
제가 전무님한테 조금 더 특별해질 순 있잖아요
[한숨]
말로는 도저히 안 되겠네요
이걸 못 드리고 갔어요
[지음의 가쁜 숨소리]
[지음] 편하게 보세요, 전무님
[지음이 살짝 웃는다]
[한숨]
[신비로운 음악]
[북적거리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지음] 옛날엔 사람들도 북적이고
로비의 꽃 하나마저 신경 쓰는
생기 있고 빛이 나는 호텔이었잖아요
[지음] 어떠세요?
[서하] 일단
한번 해 보죠
감사합니다
[지음] 전무님
이거 하나만은 알아주세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실 때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주원] 내가 니 옆에 있어 줄게
[차분한 음악]
[지음이 살짝 웃는다]
[지음] 아이고
우리 초원이 많이 컸네
당장 어디 시집보내도 되겄어, 어?
[옅은 한숨]
근데 서하랑은 어떻게 지내는 사이인 건지…
오빠 얼굴 좋아졌네? 잘 지냈어요?
[서하] 어
[한숨]
[옅은 웃음]
"MI 그랜드 호텔 서울"
[지음] 전무님, 좋은 아침입니다
[서하] 아, 네
- [남자1] 아유, 여기, 아… - [직원] 조심조심…
[남자2가 술 취한 말투로] 근데 내가
전에 여기서 마신 기억이 있는데?
아이, 된다고, 씨, 된다고 정신 차려, 정신! 씨
[남자1] 어? 그러면 이거 다 같이 먹으면 되겠다 [웃음]
- [흥미로운 음악] - [소란스러운 소리]
[직원] 나오셨습니까, 전무님
[서하] 누굽니까?
[직원] 장연옥 대표님 자제분과 친구분들입니다
[남자3] 아, 그냥 요것만 마시고 갈게
[서하의 어이없는 숨소리]
나 요것만 마시고 갈게
[서하] 호텔 로비에서는 주류 금지입니다
나가 주십시오
[남자2] 아이, 뭐, 씨 신입 사원인가?
명찰도 없네?
나가 주십시오
[남자들의 웃음]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남자2] 아이씨, 너 이름 뭐야!
[남자2가 구시렁거린다]
와 [웃음]
와
이쁜 언니, 우리랑 같이 놀래? 어?
아
적당히 하시지
[남자2] 놔, 놔라
- 놓으라고, 씨 - [강조되는 효과음]
-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 [남자들의 당황한 소리]
[남자2의 비명]
-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 [남자들의 당황한 소리]
[서하]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호텔 출입 금지시키세요
[직원] 근데 대표님께서 아시면…
[남자2] 아이씨, 야!
[연옥] 찬혁아
[한숨]
오랜만이네요
네, 장 대표님
[의미심장한 음악]
차 한잔 어때요?
그러시죠
[찬혁] 아이, 엄마, 그게 아니고…
아씨…
[무거운 효과음]
[연옥] 꽤 오랜만이네요?
변한 게 없는 건가? 좋아진 것도 같고
[서하] 대표님도 여전하시네요
[웃음]
호텔로 올 줄은 몰랐는데
[서하] 어머니께서 호텔 대표로 계실 때
꽤 도와주셨다고요
[연옥] 음, 내가
잘 컨트롤해 줬지
문 전무는 어릴 때부터 여리고 약해서
상아가 걱정이 많았는데
아직도 그런 거면 여기 한국에선 조금 곤란하다, 그지?
[연옥의 웃음]
참, 아까 보셨겠지만
아드님은 조치를 취할 겁니다
[서하] 그, 한두 번이 아닌 거 같던데
많이 곤란하시겠어요
[연옥] 아유, 그게
백날 잘해도 한 번의 실수가 티 난다니까
오해 말아요 우리 찬혁이 그런 애 아니니까
[서하] 그런 애가 아닌지는 보다 보면 알 거고
아드님은 이제 호텔 밖에서 만나셔야겠습니다
그럴까?
[웃음]
[연옥] 요샌 이런 네거티브가 잘 안 먹혀요
아들은 아들이고 부모는 부모 다 따로 본다니까
우리 문 전무 아직 초짜라 잘 모르겠지만
쯧, 차차 배워 가는 거지, 뭐, 어?
네, 차차 배워 가야죠
차차 바꾸기도 하고
[서하의 숨 들이켜는 소리]
[서하]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불미스러운 것들부터
바로잡을 생각인데
어, 그, '불미스럽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살짝 웃는다]
그럼
[문 여닫히는 소리]
싸가지 없는 새끼
[흥미로운 음악]
[직원1] 저기가 전무 직속 하도윤 비서고
[직원2] 예, 그죠
그리고 저 오동통한 안경 있잖습니까?
- [직원1] 응 - [직원2] 저 안경이
본사 기획 팀에서 픽업된 허진오 팀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오른쪽 여성분이
그, 옛날에 '스타퀸'에 나왔던 만능 소녀라는데, 아십니까?
- [직원1] 모르지 - [직원2의 호응]
[서하] 뭐, 플라멩코도 추고 아랍어도 하고
몇 개 국어를 한다던데요?
[직원1] 그래?
[쓰읍 들이켜며] 해외 진출을 노리는 건가?
[서하] 그래서 뭘 어쩐다던가요?
[직원1] 아, 그건 뭐 이따 전무가 와 봐야 아는 거지
[헛웃음] 아, 그리고 뭐 뾰족한 수가 있겠냐?
- [직원1의 비웃음] - [직원2] 그죠
[서하의 헛기침]
[직원1의 놀란 숨소리]
[직원1] 오셨습니까
[서하] 왜 뾰족한 수가 없다고 생각하셨는지
보고서 써서 제출하세요
[직원1의 당황한 숨소리]
[서하] 허 팀장님께선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 방안을 모색해 주시고요
고 대리님께선
리모델링 사례들 분석해서 제안서 제출해 주세요
- [흥미로운 음악] - [고 대리] 네
[서하] 호텔 조경 담당 공고 낸 거 어떻게 됐습니까?
아, 네, 각 업체에서 포트폴리오 받고 있습니다
[서하] 로비에 꽂혀 있는 조화 좀 당장 안 봤으면 좋겠는데
네, 오늘 중으로 일단 1차로 추려서
바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서하] 자, 그럼 한번 해 보죠
[지음] 전무님
제 업무를 건너뛰셨는데요?
[서하] 팀원들 백업 부탁드립니다
재주가 워낙 다양하셔서 포지션 세팅이 애매하더군요
하긴 어렸을 때도 까칠한 게 매력이긴 했지
[어린 서하] 저리… 아!
[어린 서하] 내가 지금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그쪽이 어떻게 될까?
[피식 웃는다]
[초원] 어?
[지음] 안녕하세요, 자주 보네요
[초원] 그러게요 [웃음]
아!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지음] 네?
[초원] 이것 좀
"에밀리 윤"
호텔 조경 담당 공고 떴길래 저도 지원해 보려고요
아, 네
제가 한다고 하면 서하 오빠는 보지도 않고 거를 거 같아서
[초원] 다른 이름으로 지원하는 건데
이것 좀 슬쩍 끼워 주실래요?
부탁 좀 드릴게요
음…
네, 그럴게요
고마워요 [웃음]
저, 그러면은 저는 가 볼게요
[초원] 또 봐요
[차분한 음악]
[문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무슨 일이시죠?
조경업체 선정 건으로 제가 백업할 게 있을까 해서요
없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도윤] 반지음 씨
[지음] 네?
[도윤] 본인이 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건 알고 계시죠?
솔직히 좀 걱정이 되네요
제가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
[도윤] 제가 보기엔 의도적인 접근으로도 보이니까요
[고조되는 음악]
MI 모비티 연구원이 우리 호텔로?
의도적인 접근 맞아요
[지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제가 전무님에게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라는 거예요
하 비서님은 절대 저를 파악하실 수 없을 겁니다
[전화벨 소리]
[도윤] 네
[서하] 조경업체 선정 건 가지고 들어오세요
[도윤] 아, 네, 알겠습니다
[툭 놓는 소리]
[한숨]
반지음 씨랑은 업무 논의 한 거야?
아니, 사적 대화
내가 알아 둬야 할 사안은 없고?
[도윤의 한숨]
[도윤] 아니, 이렇게 이상하고 수상한 여자는 처음 보는 거 같아
그치
저렇게 이상한 여자를 만난 적이 있다면
생각이 나야 되는데 말이야
[도윤] 무슨 목적이 있는 건 분명한 거 같거든?
본인도 본인 입으로 의도적인 접근이라고 말했고
본인이?
[의미심장한 음악]
- [서하] 뭔데 이래요? 예? - [지음의 가쁜 숨소리]
[지음] 잡히면 끝장나요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힘주는 소리]
[지음] 막 뛰다 보면
어느샌가 내 숨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거든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실 때
제가 옆에 있어 드릴게요
[쓰읍 들이켜며] 아, 누구지?
[지음] 결혼하자
이거 힌트예요
우리 어디서 만났는지 궁금해하셨잖아요
[차분한 음악]
- [삐 울리는 소리] - [강조되는 효과음]
[지음] 도망쳐요!
- [어린 지음] 튀어! - [강조되는 효과음]
- 결혼하자 - [의미심장한 효과음]
- [어린 지음] 나랑 결혼하자 - [부드러운 음악]
[가쁜 숨소리]
나랑 결혼하자
멋지게 커 볼게
[웃음]
[놀란 숨소리]
찾았다
[옅은 웃음]
[연구원] 아 오늘따라 왜 그러냐, 아휴
[지음] 그렇게 힘만 쓰면 부품만 해 먹지
잘 달래 가며 하라고 몇 번을 말했거늘
[연구원의 한숨] 남의 회사 와서 이게 무슨 행패냐?
배신자
- [지음] 내가 없어야 니가 승진해 - [달그락 꽂는 소리]
기회 줄 때 잡아, 도와줄게
진짜?
그냥 와서 무보수로 돕는다고?
이건 나한테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했잖아
[연구원] 그대의 의미는 알겠는데…
[지음] 너 올해 안에 선임 달게 해 준다
사랑해
- [옅은 웃음] - [휴대전화 벨 소리]
[지음의 놀란 숨소리]
[지음] 여보세요
[서하] 지금 볼 수 있어요? 나 기억난 거 같은데
[경쾌한 음악]
[지음] 네?
뭐냐?
[연구원] 도대체 어떤 놈인지 나도 면상 좀 봐야겠어
[지음] 그럼 뛰어
[연구원] 어, 아이, 야, 야 야, 같이 가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연구원] 어유, 야, 야 살살 좀 해라, 진짜
[타이어 마찰음]
[도어 록 작동음]
[문 닫히는 소리]
[연구원] 와우, 지저스
뭐야, 저 기럭지?
[지음]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했지?
[연구원] 나도, 야
저런 남자랑 진짜 지독하게 엮여서 너덜너덜해지고 싶다, 야
- [탁 치는 소리] - [지음] 헛물켜지 마
천 년 정도는 기다려야 겨우 만날 수 있거든? 조심히 가라
[연구원] 야, 야…
아이씨, 부럽다, 씨
[지음] 진짜예요? 기억났다는 거?
[서하] 우리
그때도 같이 뛰었었죠?
[지음] 네
[서하] 아, 그리고 이거
[놀란 숨소리]
[지음] 이걸 어떻게…
[감성적인 음악]
[서하] 머리가 참 복잡한 날이었어요, 그날은
[힘주는 소리]
[쿵 소리]
[쿵쿵 소리]
[찰그랑거리는 소리]
[작업원] 식사들 하고 합시다! 밥 먹어, 밥 먹어
[작업원들의 대화 소리]
[쿵쿵 소리]
[서하의 힘주는 소리]
[쿵 치는 소리]
[힘주는 숨소리]
[작업원] 야, 인마! 너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어?
너 뭐 하는 거야, 인마!
[반짝이는 효과음]
튀어!
[강조되는 효과음]
[작업원] 야, 야, 인마 야, 너 거기 안 서!
야, 거기 서 봐! 이 새끼…
[함께 가쁜 숨을 몰아쉰다]
[서하의 당황한 소리]
- [힘주는 소리] - [탁 손 빼는 소리]
[가쁜 숨소리]
근데
너 누구야?
[가쁜 숨소리]
[웃음]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시원한 숨소리]
[시원한 숨소리]
- [웃음] - [발랄한 음악]
왜?
왜 웃어?
너 좀 이상한 애야?
나랑 결혼하자
[헛웃음]
이상한 애 맞네
잘해 줄게
[웃으며] 뭘 잘해 줘?
멋지게 커 볼게
너 몇 살인데?
나 이제 나이 같은 거 안 세는데
[서하] 몇 년생인데?
940년?
- [서하의 기침] - [어린 지음] 어, 피!
아니, 땡땡이를 쳤으면
그냥 집에 곱게 가서 잠이나 잘 것이지
- [서하의 신음] - 아…
아, 왜 쓸데없이 오함마를 가지고 그 짓을 하고 있냐고
[아파하며] 아, 따가워 아, 따가워, 아, 따가워
- 아파도 싸지 - [서하] 아!
[어이없는 숨소리]
진짜, 쪼끄마한 게
[서하의 후후 부는 소리]
[어린 지음]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울면 될 것을
[울먹이며] 왜 쓸데없는 짓을 해서 몸을 상하게 하냐고
[잔잔한 음악]
[서하] 그때 그게 반지음 씨였다니
[흥미로운 음악]
예쁘게 잘 컸죠?
[서하] 그 상태 그대로 쭉 이상하게 큰 거 맞네
자, 이제 나랑 결혼해 줘요
만사가 참 쉽네요, 반지음 씨는
저 이거 쉽게 결정한 거 아니에요
전무님 제 첫사랑이에요
[지음] 고된 세월의 강을 넘고 넘어서 온
진심이라고요
[어이없는 웃음]
[서하] 어릴 때 잠깐 만난 기억으로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
[지음] 전무님, 오래 살다 보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 게 뭔지 아세요?
[서하] 또 무슨 말을 하시려고?
그리고 얼마나 살았다고 '오래'래 [헛웃음]
[지음] 음, 안 궁금하구나?
그럼 말고
[어이없는 숨소리]
[옅은 웃음]
[연옥] 문 전무 말이에요
[정훈] 호텔에 오래 안 둬
그룹 이미지도 있고
본사에 앉히기 전까지 모양새 잡는 거야
적당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 고집 부리게 둬
[연옥의 한숨]
고작 전무 자리 갖고 곤두세워 봤자
장 대표만 우스워져
제가 자리 때문에 그래요?
[노크 소리]
[문 열리는 소리]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연옥] 문 전무
호텔 말고 관심 있는 계열사 없다니?
발상이 문제예요, 발상이
엄마 거니까 당연히 내가 한다?
그 엄마 호텔 떠난 지 20년이 지났는데?
전 호텔 계단 하나하나 밟고 올라왔어요
거저 얻은 거 하나 없이 순수한 제 노력으로
누가 들으면 진짜인 줄 알겠네
어머, 회장님
[달그락 놓는 소리]
[정훈] 봤지?
이런 상황이니까 니가 옆에서 서하 관리 잘해
그 자리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2년도 길어, 1년 안에 부를 테니까
알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괜찮습니다
[정훈] 받고, 하던 거 빈틈없이 해
독일이든 한국이든 달라질 건 없어
하기 싫다는 뜻이냐?
그럼 사표 쓰든가
[연옥의 웃음]
[연옥] 농담이셔
안 받고 뭐 해요
빈틈없이 하겠습니다
[문소리]
[연옥] 아, 꽁돈 생겼다, 아휴
무거워 [웃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원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휴대전화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
[한숨]
[애경] 뭐여, 삼촌이 윤주원인 걸 기억한다고?
[지음] 아니 나 아홉 살 때를 기억한다고
[애경] 잠깐, 잠깐, 잠깐
아, 그라믄 반지음이 아홉 살 때를 기억한다고?
- [지음] 응 - [애경] 오메, 참말로
어릴 때 몇 번 못 봤는데 그것을 기억해?
아니, 손수건까지 갖고 있더라니까
[애경] 아따, 감동이네
그니까 [웃음]
[애경] 그란데 삼촌
쪼까 기대했던 거 아니여?
[지음] 음…
솔직히
요만큼 기대는 했어
[애경의 웃음]
말도 안 되는 기대인 줄 알면서도
그냥, 혹시나
[지음] 알아봐 주길 바란 거 같기도 하고
죽은 사람 잊는 게 당연한 건데, 참
[애경] 그라제
고런 것은 나만 알아볼 수 있제, 한 방에
- 맞았어, 너밖에 없어 - [애경의 웃음]
[함께 웃는다]
- [휴대전화 진동음] - [애경] 으따, 삼촌 전화 오네
어메, 어메, 문서하, 문서하
- [지음이 놀라며] 어머, 어머 - [애경] 뭐여, 뭐여
이거 양반 되긴 글렀네, 문서하
스피커폰, 스피커폰
- [통화 연결음] - [긴장한 숨소리]
받지 마라
받지 마라, 받지 마라
[지음] 넵, 전무님
아, 예, 그…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하셔서
[흥미로운 음악]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경쾌한 음악]
[요란한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지음] 부르셨어요, 전무님?
[서하] 네
어, 갑자기 이런 부탁 해서 미안합니다
[지음] 아니요
갑자기 부탁해 주셔서 좀 떨렸어요, 저
언제든 불러 주세요
타시죠, 전무님
예
근데 어디 가시는 거예요?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곳인데
아무도 모르게 가고 싶어서요
[지음] 저한테 같이 가자고 하실 정도면
정말 친구가 없으신가 봐요
[살짝 웃으며] 하긴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보단
혼자인 편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휴대전화 진동음]
[잔잔한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이 멈춘다]
[새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멈춘다]
[지음] 그 전화
왜 계속 안 받으시는 건지 여쭤보면…
실례겠죠?
네
[지음] 음…
[지음의 숨 들이켜는 소리]
불편하게 쌓아 뒀던 감정들은
가끔은 잘 모르는 사람한테 털어놓으면
마음이 좀 풀어질 수도 있어요
제가 대나무 숲 해 드릴게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거요
윤초원 씨는
당나귀 귀
[서하의 한숨]
[지음] 아니, 사람 진심을 이렇게 매도하시나요?
진심이 안 닿았습니다
[서하] 여기서부턴 혼자 다녀올게요
잠깐 계세요
네
[애잔한 음악]
[서하] 잘 지냈어?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오랜만에 왔지?
[어린 서하가 울먹이며] 누나
[흐느낀다]
- 누나… - [울리는 말소리]
[여자1의 울음]
[여자2] 셀히오! 셀히오!
[아이] 엄마! 나 해월이…
[남자의 울음]
[흐느낀다]
[흐느낀다]
[지음] 여러 번 사는 동안
- 늘 - [흐느낀다]
- [울먹인다] - 나의 아픔만 선명했어
이번 생은 달라
내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
그들의 슬픔과 마주하게 되는
이상하고 신선한
열아홉 번째 내 인생
서하야
울지 마
[감성적인 음악]
[서하] 왜 이 여자만 보면 자꾸 누나 생각이 나는 걸까?
[지음] 환생 텀 짧으면 이게 문제다
[남자1] 전생의 인연하고 다시 엮인 것 같아
[서하] 혹시 로비에 있는 꽃 반지음 씨가 하신 겁니까?
[초원] 피하는데 가까이 다가가고는 싶고
[지음] 좋아해요
[초원] 하 비서님 오기로 했어요?
[지음] 혹시 문서하 전무님 좋아하세요?
[초원] 그걸 제가 왜 말해야 되죠?
- [남자2] 야! 야, 반지음, 이씨 - [지음] 아!
-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 [서하]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지음] 저는 좋아하거든요 문서하 전무님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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