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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퀸 20

씬1. 	도현 집 정원 (낮) (전 회 이어서)

	기출, 바다 보며 서 있는데...

해주	(E) 아저씨!

	기출, 멈칫 보면 해주가 굳은 얼굴로 걸어온다.

기출	너... 니가 어쩐 일이냐?

해주	(다가와) 아저씨가 저, 섬에 팔아넘기라고 하셨어요?

	멈칫 굳어지는 기출. 마주 보는 해주.

기출	무, 무슨 엉뚱한 소리냐?

해주	그 사람! 해남서 왔던 그 사채업자! 지금 만나고 왔어

요! 아저씨가 돈 주	면서 사주했다고 하던데, 사실이에요?

기출	(굳어졌다가, 힐끔 주변 둘러보고) 들어가자. 들어가

서 얘기하자.

	돌아서 집 쪽으로 가는 기출. 보고 따라가는 해주.

씬2. 	기출 집 거실 (낮)

	들어와 앉는 기출과 해주.

기출	너 이 집엔 이제부턴 안 왔으면 좋겠구나.

해주	저도 오고 싶어서 온 거 아니예요. 말씀해 보세요. 왜

그 사람들한테 그	런 짓하라고 시키셨어요?

기출	창희하고 이미 헤어진 마당에 그런 이야기 들어서 뭐

하냐?

해주	이건 창희 오빠하고 상관없는 문제잖아요? 아저씨 저

하고 원수진 분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을 시키셨어요?

기출	니가 싫어서 그랬다.

해주	예?

기출	쥐뿔도 없는 것이, 어릴 때부터 창희 주변에서 알짱대

는 게 보기 싫었	다. 창희도 해야 할 공부가 태산인데, 너한

테 신경 쓰고 다니는 게 한심	했다. 그래서 그랬다. 왜?

해주	(기가 막혀) 아저씨... 저 그때 어린아이였어요... 아직

창희오빠하고 그런 	감정 제대로 가지기도 전이었다구요. 그런

데 어떻게...

기출	곡식 병들게 하는 병충해는 애초에 박멸을 해야 했으

니까! 그때 너는 차	라리 팔려갔어야 했어! 그랬으면 지금쯤

창희는 인화하고 벌써 결혼까지 	했을 거다!

해주	(충격 받아)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아저씨, 저희 아버	지하고 친하셨잖아요?

기출	친하긴 뭘 친해? 그 인간도 인생 실패한 낙오자일 뿐이

야. 그 인간이 내 	앞에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너 따위가 창

희 만날 일은 없었을 거야. 쓰레	기 같은 인간이 나타나는 바람

에 모든 게 꼬인 거야.

해주	(못 참고 욱해서) 말조심 하셔라. 시방 잘못한 사람이

누군디, 우리 아부	지까지 욕하신다요?

기출	잘 못 한 건, 니가 주제넘게 창희를 만난 게 잘못한 거

다! 그래, 지금 옛	날 일 따져서 어쩌겠다는 거냐? 경찰에 신

고라도 할래? 내가 창희한테 	들어서 다 안다. 그거 이미 공

소시효도 지났다더라. 그런데 니가 뭘 	어쩔 건데?

해주	(기가 막혀 보면)

기출	나는... 내 아들 위해서는 더 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

이다. 늦게나마 니	가 창희하고 헤어진 건 너 자신을 위해서

도 행운인 줄 알아라.

해주	(벌떡 일어나며) 야... 지가 잘못 생각했구만이라. 지

는 그려도 아저씨 생	각하면 늘 미안하고, 죄스러웠어라. 근디

인자 봉께, 그럴 필요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소. 법이 문제

가 아니라, 사람이면 양심이 있어야 되지라.

	하고 나가 버리는 해주. 앉아서 고통스런 한숨 쉬는 기

출.

기출	(혼잣말) 미안하다. 이 벌은 내가 지옥에서 받으마.

(눈물 글썽해지는 얼	굴에서)

씬3. 	도현 집 정원 (낮)

	나오는 해주. 눈물 글썽한 얼굴로 기출집 쪽 바라보고

는, 입술 깨물고 	걸어가려는데...

금희	(E) 해주야!

	해주, 멈칫 돌아오면 집안에서 금희가 나오다가 본다.

해주	(고개 숙이며) 안녕하세요?

금희	(다가와) 니가.. 어쩐 일이니?

해주	(보고 말 못하는데)

금희	(기출 집 쪽 보고) 박집사 만나러 왔니?

해주	예... 좀 볼 일이 있어서..

금희	잠깐 차 한 잔 하고 가.

해주	아니에요.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회사 들어가 봐야 되

요.

금희	잠깐이면 돼. 시간 많이 안 뺏을게.

해주	(난감한 얼굴로 보는 데서)

씬4. 	동 거실 (낮)

	찻잔 놓고 마주 앉아 있는 해주와 금희.

해주	저희 식구들이 와서 소란 피웠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금희	아니야. 니 식구들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지. 그보다

니가 상처가 많았	겠구나. 창희하고 그렇게 오랫동안 사겼다

면서...

해주	...

금희	(안색 보고는) 미안하다. 내가 괜한 얘기 꺼냈구나.

해주	(웃으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금희	(물끄러미 해주 얼굴 살피는데)

해주	(시선 의식하고)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금희	(망설이다가) 해주야...내가 네 어머니한테도 물어 봤

는데, 너 혹시 입양	되지 않았니?

	해주, 멈칫 보는데, 사이, 이층에서 내려오던 일문이

해주를 보고 굳어지	며 난간 쪽으로 몸을 감춘다.

금희	응? 네가 아무리 봐도 남 같지가 않아서 그래. 니 목 뒤

에 흉터도 그렇	고...

해주	그건.. 지난번에 제 혈액형 때문에 아니라고 말씀하셨

잖아요?

금희	그게 사정이 달라졌어.

해주	죄송한데 사모님... 제 엄마가 아니라고 하셨다면서

요? 그럼 아니에요...

금희	(말 못하고 보는데)

해주	저, 그만 가봐야겠어요.. 차 잘 마셨어요..

금희	그래...

	일어나는 해주. 금희, 따라 일어난다. 돌아서는 해주

의 어깨를 보는 금	희. 손으로 어깨 만진다. 멈칫 보는 해주.

금희, 미소 띠면...

해주	나오지 마세요. 인화한테 안부 전해 주시고요..

금희	그래, 그러마...

	해주, 나가면 움켜쥔 손 보는 금희. 거기 머리카락 한

올이 들려 있다. 	돌아와 해주가 마시던 컵도 드는 금희. 컵

들고 주방으로 간다. 그 모습 	이층 계단에서 내려오며 굳은

얼굴로 보는 일문.

씬5. 	동 정원 (낮)

	대문을 나서다가 도현 집 쪽 돌아보는 해주. 뭔가 생각

하다가 고개 흔들	고는 나간다.

씬6. 	도현 집무실 (낮)

	실내를 서성대는 도현. 보고 있는 창희.

도현	윤정우... 윤정우... 그 놈을 어떡하든 꺼꾸러뜨려야

돼! (창희 보며) 방법	이 없어?

창희	저도 생각해 봤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도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이 어디 있어? 잘 찾아 봐!

창희	제가 보기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	습니다.

도현	(보면)

창희	누구의 청탁도 받지 않고, 접대는커녕, 하다못해 폭탄

주도 마시지 않습	니다. 결혼이라도 했으면 부인 쪽이라도

캘 수가 있는데, 혼자 몸이	라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도현	위에서 압력을 넣는 방법은?

창희	그것도 안 됩니다. 고지식해서 본인이 옳다고 믿으면

어떤 협박도 회유	도 통하지 않습니다.

도현	그럼 어쩌자는 거야! 그놈이 일문이를 노리고 있는데,

이대로 뻔히 눈 	뜨고 당할 거야!

창희	방법을 좀 더 찾아보겠습니다.

	도현, 굳은 얼굴로 생각하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강산.

강산	안녕하십니까? (창희와 도현 보고는) 두 분이서 다정

하게 뭐 하십니까?

도현	무슨 일인가?

강산	(서류 내밀며) 본사에서 온 위약금 내역입니다. 제가

예상한 4천만 달러	보다 조금 더 오번데요. 수학 실력이 예전

보다 많이 딸리네요.

도현	(말없이 서류 받아 훑어보는데)

강산	해양사업부에 장본부장님은 아예 회사 관둔 겁니까?

보이지도 않던데요?

	하긴 유능하신 경영기획본부장님께서 오셔서, 별 걱정

은 없으시겠습니	다.

창희	(무시하고 도현에게) 그럼 전 그만 나가 보겠습니다.

도현	알았네.

	나가는 창희를 차갑게 보는 강산 얼굴에서.

씬7. 	해양사업부 복도 (낮)

	걸어오는 창희. 맞은편에서서 해주가 걸어오다가 두

사람 시선 마주친	다. 창희, 무시하고 가려는데..

해주	잠깐 얘기 좀 해.

창희	(대꾸 않고 스쳐 지나가는데)

해주	해남의 그 사채업자 만났어!

창희	(멈칫 걸음 멈추면)

해주	왜 아버지가 사주했다는 말 하지 않았어?

창희	(고개 돌려 쳐다보는 데서)

씬8. 	도현 집무실 (낮)

	서류 다 보고 강산 바라보는 도현. 강산은 대륙붕 지도

를 보고 있다.

도현	알았네. 우리 쪽에서 실수를 한 거니까, 약정대로 비

용 지불하겠네.

강산	(대꾸 않고 지도 보는데)

도현	뭘 그렇게 보나?

강산	윤학수 박사가 돌아가실 때 말입니다. 일본주재 안기

부 책임자가 회장님	이었다면서요?

도현	(멈칫 굳어지며) 그게 왜?

강산	(쳐다보며) 그 분 시신을 직접 수습하셨습니까?

도현	그랬네.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나?

강산	윤정우라는 분 만났습니다. 저희 아버지에 대해 좀 알

아보려구요.

도현	그래?

강산	회장님이 보시기엔 그분 누구 손에 돌아가신 것 같습

니까? 현장 책임자	셨으니까 제일 잘 아실 거 아닙니까?

도현	우린 일본 내각조사실 소행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

네. 불행히도 증거가 	없지만...

강산	그럼 일본 내각조사실은 왜 그 분을 살해했을까요? 단

지 석유를 연구하	는 학자일 뿐인데.

도현	나도 30년 동안 그게 의문이었어. 근데 그게 왜 궁금하

나?

강산	(지도의 7광구를 손으로 짚으며) 7광구.. 윤학수 박사

살해.. 일본 내각	조사실.. (도현을 쳐다보며) 안기부 책임

자... 뭔가 그림이 이상하지 않아	요?

도현	그래. 나를 30년 동안 괴롭혔던 것도 너와 똑같은 의문

이었다. 너 머리 	비상하니까 한 번 추리 해봐. 누가 왜 죽였

을까? 나한테 힌트라도 좀 	줘봐.

	말없이 뭔가를 캐는 듯 도현을 뚫어져라 보는 강산. 팽

팽하게 마주보는 	도현.

씬9. 	야외 일각 (낮)

	마주 서 있는 해주와 창희.

해주	그 사람 조사해 봤다면서 왜 나한테 숨겼어?

창희	...

해주	아버지가 사주했다는 거 알고 그 때문에 떠나자고 한

거야? 그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 한거야?

창희	지나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해주	오빠...

창희	그렇게 부르지 마.

해주	(보면)

창희	내가 분명히 얘기 했어. 니가 나 아닌 가족을 선택했

을 때, 우린 끝났다	고! 나한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잘났

든 못났든 나한테도 가족은 하	나 밖에 없었으니까!

해주	오빠 이해해. 이제 왜 그러는지 알겠어. 근데... 나한

테 꼭 이렇게 냉정하	게 해야 해? 우리 세월이 얼만데! 나한테

미안해야하는 거 아니야?

창희	구질구질하게 굴지 마! 니가 니 가족 편인 것처럼 나

도 내 아버지 편이	야. 할 수만 있다면 너하고의 15년 갈기갈

기 찢어버리고 싶어. 지금 	니 얼굴 보는 것도 끔직해. 그

러니까 두 번 다시 이런 일로 나 부르지	마! (하고 돌아서

가면)

	해주, 충격과 슬픔에 눈물 글썽해서 바라보는데 E 핸

드폰 벨소리. 감정 	수습하고 핸드폰 받는 해주.

해주	여보세요?

강산	(F) 땜쟁이 너 어디냐? 일 안 할 거야?

씬10. 	강산 프로펠러 공장 (낮)

	거대한 프로펠러 몇 개 놓여 있고, 그 옆으로 금속 자

재들이 쌓여있다.

	걸어오는 강산과 해주.

강산	(프로펠러를 보며) 예전 프로펠러의 재료가 청동이었

던 건 알지? 근데 	요즘엔 알루미늄 합금을 더 선호해. 이유

가 뭔지 알아? (보면)

	해주, 프로펠러 하나 만지며 딴 생각에 잠겨 있다.

강산	야. 너 내 말 듣고 있어?

해주	(멈칫 보며) 어? 뭐라고 했어?

강산	이게 정신머리를 어디다 두고 있어? 나 재방송 싫어하

는데! 프로펠러에 	알루미늄 합금이 많이 쓰이는 이유가 뭐냐

고!

해주	강도와 내식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지. 프로펠러는 바

닷물 속에 장시간

	있어야 하니까 파도의 힘보다 강해야 하고 부식되거

나 침식되지 않아야 	하니까.

강산	짜식 알긴 아네? 우리가 만들려는 드릴십의 아지무스

트러스터는 (프

	로펠러를 툭툭 치며) 이 녀석보다 더 강해야 해. 깊은

바다에서 더 큰

	파도와 해일에도 거뜬하게 버텨낼 만큼 말이지.

해주	(다시 프로펠러 만져보고)

강산	니켈. 브론즈. 알루미늄. 이 세 가지 재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배합해서 	가벼우면서도 가장 강한 아지무스 트러스

터를 찾아낼 거야! 알았어?

해주	사람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강산	(멈칫 보며) 뭐가?

해주	사람도...이 프로펠러처럼 파도나 해일이 쳐도 아무 감

정 없이 제 갈길 가	면 좋겠다. 깨져 부서져도 아프지 않았으

면 좋겠다.

강산	야! 너 왜 그래?

해주	(밝게 웃으며) 오빠! 아지무스 트러스터 만들려면 모형

이 필요하지 않	아?

강산	당연히 그렇지! 그건 기계로 만들 거야.

해주	아니 그거 내 손으로 만들면 안 돼?

강산	야. 네 실력 인정 안하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다 기계

로 해. 사람 손이 	기계의 정밀함을 못 따라가니까!

해주	몇 개라도 해보고 싶어. 내 손으로 직접 밀링에 그라인

딩까지 하고 싶	어. 사람이 기계보다 약하지 않다는 거 보

여주고 싶다구!

강산	안 돼!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그리고 사람은 기계보

다 약해 임마!

	속상한 듯 강산 쳐다보는 해주 얼굴에서

씬11. 	강산 공장 일각 (낮)

	상태, 바닥에 떨어진 용접찌꺼기를 건성으로 쓸고 있

다. 그 얼굴에

	(플래시 백) 19회 씬 50. 정우 집 마당.

해주	말해 봐. 아버지가 나 데려올 때 죽었다면서? 근데 내

가 어떻게 그 엄마 	밑에서 살아?

달순	아, 몰라! 말이 헛나왔나 보다! 아무렴... 나보단 속으

로 널 낳은 친 엄마	가 못하겠냐?

	(현재)

	상태, 멍한 얼굴로 쓰레받기에 쓸어 담고 쓰레기통 버

리는데, 갑자기 등	짝을 후려치는 손. 오만상 찌푸리며 보는

상태, 대평이 화난 얼굴로 서 	있다.

상태	왜 또 그라요. 일을 혀도 때려쌌소 진짜로!

대평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기 일하는 기가 자슥아! 니

는 우째 청소하는 	하는 것도 이모양이고.

	상태, 보면 쓰레기통 주변에 널려있는 용접찌꺼기들

다시 쓸기 시작하

	면, 대평 혀를 끌끌차며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점프)

	백반 쟁반을 각각 앞에 둔 대평과 상태, 맛있게 먹던

대평 고개 들어보	면 상태가 생각에 잠겨서 젓가락으로 깨작

거리고 있다.

대평	이노무자슥! 배 부르나? 와 밥상 앞에 두고 제사 지내

노?

상태	(정신 드는, 밥 내려다보다가 한숨 내쉬고는 일어서

서) 할배나 많이 드	시고 오래 살드라고요 (하고 밖으로 나가

면)

대평	몬 일이고? 개가 똥을 다 마다하고? (상태 밥그릇 가져

다 먹다가) 인자	사 밥값 못 하는 거 눈치챘는갑제? (다시

밥 먹는)

씬12. 	이불 집 (낮)

	봉희, 사람들 사이에서 이불들을 둘러보고 있다.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던 봉희, 산뜻하게 마련된 침대시트와 이

불을 보고 얼굴 환해지더니 주	변 둘러보고 누워본다. 딩굴딩

굴 해보다가 옆에 큰 쿠션 발견하고 안아	보는 봉희, 눈 감

았다가 뜨며 쿠션을 그윽하게 본다.

봉희	윤정우! 이 날을 기다렸어! (하고 쿠션에 쪽쪽 입 맞추

는데)

점원	(E) 손님!

	봉희, 화들짝 놀라 눈 뜨고 보면 점원과 신혼부부가 자

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봉희,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

새를 가다듬는데

점원	남의 가게에서 뭐하는 거예요?

봉희	(머리 넘기며) 그..침대는 과학인지라..스프링의 탄력

을 좀 보느라고..

점원	손님..여기는 이불집인데요.

신혼부부	(큭큭 대고)

봉희	(얼굴 굳고) 아..그러니까..제 말은 이불도 과학의 한

일부분으로써

	(옆으로 걸어가면서) 그 푹신함과 부드러움의 역학관

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 뭐..생각해 보자는.

점원	(쿠션 보고) 여기 립스틱 묻었잖아요! 이상한 사람이

네 정말!

봉희	아 사면 될 거 아냐! 이불세트도 하나 줘요! 신혼부부

용으로!

점원	아...자녀분이 결혼하시나보죠?

봉희	네? 자녀..(버럭) 뭐요?! 시집도 안 간 처녀에게 뭐요?

씬13. 	정우집 마당 (낮)

	대문 안으로 얼굴을 쑤욱 내미는 봉희, 마당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하고는 이불 보따리를 양 쪽에 짊어지고

까치발로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해주 방에서 나오던 달순, 봉희 하는 꼴을 지켜보더니

쯧쯧 혀를 차는데

	돌아보는 봉희, 배시시 웃고는 이불보따리 하나 건넨

다.

	

달순	(고까운 듯 보며) 이게 뭐야?

봉희	아..그러니까 날도 추워지고 해서 올 겨울 따뜻하게 나

시라고 이불 하	나 샀어요.

달순	(뒤에 감춘 큰 보따리 힐긋 보며) 아주 바리바리 싸가

지고 오셨구만.

봉희	아...(보따리 내밀며) 이게 덩치만 컸지...아줌마한테

드린 그게 훨~씬 더

	비싼 거예요. (강조하며) 진짜예요.

달순	그래? 우리 검사 양반 바깥에서 고생하시는데 (봉희

보따리 잡아 당기	며) 내가 싼 거 덮어야지 아암!

봉희	(힘 팍 주며, 울상이 돼서) 왜 이러세요~요~!

	달순이 보따리를 놓자, 봉희 뒤로 쿵 하고 주저앉는

다. 봉희, 아파하는데

	달순, 한심한 듯 봉희 내려다보면,

달순	이렇게 밀땅에 약해서 어디 남자 하나 제대로 물겠어?

봉희	뭐..뭐라구요?

달순	땅기면 땅겨오는 척 밀면 밀려가는 척 그게 리듬을 타

야 연애라는 걸 할 	거 아냐? 그렇게 주구장창 남자 뒤꽁무니

쫓아다녀봤자 닭 쫓던 개 신세 	면치 못할 걸!

봉희	(벌떡 일어나며) 아씨...땅겨도 안 땅겨오는데 어떡해

요!

달순	(쯧쯧 혀 차는 얼굴에서)

씬14. 	정우집 안방 (낮)

	봉희, 정우 침대에 새 침대보, 매트, 베개 및 이불을

다 갈아준다. 옆에	서 달순이 돕고 있다.

달순	어떻게 박사까지 땄다는 여자가 남자 마음을 그렇게

모를까?

봉희	아줌마는 뭐 알아요?

달순	알지! 소싯적에 나 따라다니던 남자가 한 트럭하고 반

이었어.

봉희	진짜요? 비결이 뭐에요?

달순	남자는 그 짝처럼 찰싹 달라붙는 여자 싫어해. 자고로

여자란 튕겨야

	맛이라고.

봉희	튕겼다가 진짜 튕겨 나가면 어떡해요.

달순	에휴...걱정도 팔자다! 눈 딱 감고 내 말대로 해봐! 사

람이 싹 바뀐 것처	럼 차갑게 굴어야 일단 관심을 끈다고!

봉희	(혼잣말처럼) 그래! 일본 갔다와서...좋아! (쿠션을 보

따리에서 꺼내다가 	노려보며) 너 나 아니? 아는 척 하지 마!

(쿠션 침대에 던지면)

달순	(에휴 한숨 쉬다 집안 둘러보다가) 뭔 집안이 이렇게

깔금하대?

	하고 책상 앞으로 가다가, 책상 위에 놓인 사진 한 장

발견한다. 들어보	는 달순. 학수, 금희, 정우, 어린 유진이가

찍힌 사진(2부)이다. 달순, 사	진 속 유진 얼굴 보고 놀라는

데, 봉희가 다가와 사진 본다.

봉희	아... 이 자식, 이거 아직도 가지고 있었네?

달순	(쳐다보면)

봉희	이 정성의 만 분의 일만이라도 나에게 쏟아봐라. 평생

머리에 이고 다닐	테니까!

달순	저기, 이 아이가 왜...

	하는데, 봉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는 봉희.

봉희	여보세요? (듣다가) 야, 나 내일 일본 가는데 아직도

해결 안 돼 있음 어떡해! 알았어! 지금 들어갈게! (전화 끊고) 아줌

마 회사 가봐야 돼요.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어드바이스 고마워

요!

	

	봉희, 나가고 나면, 사진 들어보는 달순

달순	(혼잣말) 이게...어떻게 된 거야? 왜 검사양반이...우

리 해주하고...

씬15. 	도현집 정원 (낮)

	금희, 계단을 내려서면, 집사가 다가온다.

금희	김기사 어디 갔어요?

집사	늦게 점심 먹는 중입니다. 어디 가십니까? 제가 모시겠

습니다.

	집사, 차문을 열어주면 금희, 차에 올라탄다.

	일문이 집에서 나와 출발하는 차를 바라보고 있다. 이

내 자신의 차에 올	라 타고 출발한다.

씬16. 	유전자검사소 (낮)

	집사가 차 문을 열어주면, 금희 차에서 내려 건물을

한 번 바라본다.

	결심을 굳힌 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금희

	그 뒤에 다가와 서는 일문의 차.

	건물 안에 앉아 들어가는 금희를 보는 일문.

씬17. 	유전자검사소 일실 (낮)

	현미경으로 머리카락 보고 있는 검사원, 옆에 금희가

서 있다.

	

검사원	(금희 쳐다보며) 이건 안 되겠는데요. 모근이 없어서

요.

금희	(컵을 내밀면서) 이거는요. 타액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던데...

	검사원, 컵을 현미경 앞에 놓고 살핀다. 초조하게 보

는 금희 얼굴에서.

씬18. 	유전자검사소 복도 (낮)

	검사실 문이 열리고 금희가 나온다.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를 내며 걸어가	는 금희. 그 뒷모습이 멀어지면서 드러나

는, 벽에 숨어있는 일문

	구두소리가 사라지면 일문, 복도로 나오더니 검사실

쳐다본다.

씬19. 	요트 위 (낮)

	프로펠러, 아지무스 트러스터 사진들 보고 있는 해주

와 강산

해주	모형은 프로펠러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데 실험은 어

떻게 할거야?

강산	(보면)

해주	드릴십이 운항할 바다의 조건을 구현해 낼 만큼의 큰

실험실 말이야.

강산	열심히 알아보는 중이야.

해주	천지 조선에서 하면 안 돼?

강산	(멈칫 보면)

해주	어차피 오빠하고 협력하는 회사잖아.

강산	그게..

대평	(E) 산아!

	해주, 강산 돌아보면, 대평, 요트 위로 올라온다. 손에

있는 서류 던지는 	대평.

대평	일마야! 이 자재 금방 몬 구하겠다.

강산	아 왜요?

대평	전부 수입산 아이가? 천지조선맹키로 대량으로 수입하

는 것도 아이고 요 	정도로는 몬 구한다!

강산	할아버지가 못 하는 게 어딨어요? 무조건 구해주세요!

대평	일마가! 니가 할애비 해라 내가 니 손자 하꾸마!

해주	(웃고) 저희 오빤 일 잘하고 있나요?

대평	(해주보고) 그 상탠가 명탠가...니 친 오빠 맞나?

해주	네?

대평	어째 하는 짓이 그래 다르노. 그 노마 언제 기술자 만

들지 갑갑하다 마.

해주	(면목 없는) 죄송해요.

대평	밥이나 묵자. 배고파 죽겠다.

씬20. 	삼겹살집 (저녁)

	불판에 지글지글 타고 있는 삼겹살, 공중에서 부딪히

는 막걸리 잔.

	잔을 내려놓으면 해주 잔엔 막걸리가 반이 남아 있다.

대평	니 용접 경력 15년이라 캤나? 다 뻥이라캐라! 우째 용

접하는 아가 술잔	을 못 비우노.

해주	오늘..,.(마음 가다듬고) 마시게 되면 너무 많이 마실

거 같아서요.

강산	에이~ 할아버지. 용접에서도 지셔놓고 술에서까지 밀

리시면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해주 얘 말술 마시기로 소문 난

애라구요.

대평	됐다캐라! 뭔 놈의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을 하노! (하고

자신의 막걸리 잔	에 부으려는데)

해주	할아버지.. 제가 따라드릴..

대평	됐다! 내는 술 못 먹는 아하고는 상종을 안 한다.

강산	할아버지! 그럼 오늘 제2라운드 막걸리 배틀 붙어 봐

요? (해주 보며) 어	때?

해주	모형 손으로 만들게 해주면 오케이!

강산	아...진짜 끈질기네! (대평 보고) 할아버지 자신 있죠?

대평	내 암만 늙었어도 가스나한테 술로 지겠나?

	(점프)

	테이블 위에 큰 양푼 두 개에 막걸리를 쏟아 붓는 강

산, 마주보는 대평	과 해주.

대평	니 우리 산이 좋아하나?

해주	(멈칫 보며) 아뇨.

강산	(대평에게) 얘까지 날 좋아하면 큰일 나죠! 안 그래도

나 좋다는 여자

	들 많아 힘든데...

대평	(강산 힐긋 보고 해주에게) 와 안 좋아하는데? 니 남

자 있나?

강산	(해주 눈치 보며) 할아버진 왜 그런 걸 물어요. 그건 프

라이버시라구요!

대평	시끄럽다 카이! 대답해라. 니 남자 있나?

해주	(크게 숨 들이쉬더니 억지로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대평	그래? 그럼 지금은 없단 말이제?

해주	네

대평	그럼 됐네! 니 내가 이기믄 우리 산이랑 사귀는 기다.

알긋나?

해주	네?

대평	시작한다!

	바로 양푼 들고 마시는 대평, 해주, 엉겹결에 들고 따

라 마신다. 강산, 	대평 옆에 가서 작은 소리로 “할아버지 힘

내세요!”말하며 파이팅 포즈 	취한다.

	(점프)

	또다시 양푼에 막걸리를 붓는 해주와 대평, 대평, 눈

이 살짝 풀렸다. 해	주, 계속 마시는데, 대평 보고는 강산, 대

평의 잔 해주 눈치 못 채게 대	신 마신다. 그런 강산, 손 치고

는 양푼 빼앗아 다시 마시는 대평, 다 마	시고 해주 보면,

해주, 신물 넘어오는 듯 인상 찌푸린다. 웃는 대평, 그

	대로 테이블 위에 쓰러진다.

강산	어 할아버지? 이게 뭐야? 아 정신차려 봐요! 더 마셔야

지! 왜 이렇게 약	해지셨어요!

해주	(막걸리 병째 마시려하면)

강산	너 왜 그래? 너 이겼잖아. 그만해! (해주 손 잡고)

	해주, 강산 손 뿌리치며 술 마신다. 어이없어하며 보

는 강산에서.

씬21. 	삼겹살집 앞 (밤)

	김비서, 대평 등에 업어서 차에 태운다. 취한 해주를

부축하고 서 있는 	강산

김비서	타시죠. 가시는 길에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강산	택시 불렀으니까 할아버지나 잘 부탁해요.

	김비서, 목례하고 차에 올라 출발한다. 해주, 쓰러지려

는 걸 다시 부축하	는 강산. 그런 강산을 밀어내는 해주, 휘청

거리면서도 혼자 서 있으려고 	노력한다.

씬22. 	달리는 택시 안 (밤)

	뒷자리에 앉아 있는 강산과 해주, 해주, 창 쪽으로 고

개	 돌려서 스쳐지	나가는 풍경 바라본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 얼굴에 암각	화가는 길에 자전

거 같이 타던 창희와 해주 모습이 떠오른다. 해주, 소	리 없

이 우는데 문득 쳐다보는 강산, 해주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

	다. 손으로 해주 어깨 잡으려다가 차마 잡지 못하는 강

산. 아프게 쳐다	본다.

	

씬23. 	정우 동네 앞 (밤)

	내리는 해주와 강산. 비틀거리는 해주를 부축하려는

강산. 그 손 뿌리치	는 해주.

해주	그만 가 오빠..

강산	임마. 너 많이 취했어. 집까지 바래다 줄게.

해주	나 혼자 가고 싶어. 그냥 가.

강산	너 몸도 제대로 못 가누잖아? 너 그러다 넘어져!

해주	넘어져도 나 혼자 일어서서 갈 거야. 누가 나 잡아 주

는 거... 이제 무서	워.

강산	(멈칫 보는데)

해주	(웃어 보이며) 모형 프로펠러! 약속한 거다? 내일 봐!

	하고 돌아서 약간 비틀거리며 가는 해주. 그 모습 말

없이 보는 강산.

	

씬24. 	정우 집 마당 (밤)

	해주, 문 열고 들어서면 달순, 평상 위에 널려진 재료

들을 큰 대야에 담	고 있다. 해주, 어두웠던 얼굴 이내 밝아지

면서 달순을 뒤에서 안는다.

해주	엄마!

달순	에고 놀래라!

해주	(달순 목 꽉 껴안으며) 엄마~ 우리 엄마! (볼에다 마

구 뽀뽀하는)

달순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 (킁킁거리다가) 이 기지배 술

마셨어?

해주	응. 너~무 기분 좋아서 마셨어! (달순을 더욱 끌어안으

며) 아..엄마냄새..

	좋다!

달순	술 취했으면 들어가 자! (하고 일어나려 하면)

해주	(끌어안고) 엄마! 오늘 포장마차 가지 마라! 나랑 놀

자! 응?

달순	얘가 오늘 진짜 왜이래? (일어나면)

해주	(집을 향해 큰 소리로) 야.. 천영주, 천진주 나와라! 오

늘 천자매 노래방	가서 화끈하게 놀자!

	영주, 마루에서 나오다가 취한 해주보고 기막혀 쳐다

보고, 진주, 해주 방	에서 마당으로 나온다.

해주	(달순 손잡으며, 어리광부리는) 엄마~ 오늘은 놀자~

응? 응?

영주	치..어디서 혼자 술 마시고 온 거야!

진주	언니, 진짜 노래방 가는 거야?

해주	(영주, 진주보며) 당연하지! 오늘은 언니가 고고고! 쏜

다!

	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지듯 평상에 대자로 뻗어버리는

해주

	

영주	뭐야? 진짜 어이없어! 자기가 놀러 가재 놓고 뭐야!

진주	그래도 오늘 언니 진짜 기분 좋은가 보다. 그치 언니?

영주	자기만 기분 대따 좋으면 뭐해! 치사하게!

달순	니네 들어가!

	투덜대며 각자 방으로 들어가는 영주, 진주.

달순	(흔들며) 야, 이것아! 일어나! 들어가 자야지! 야, 일어

나라니까! (다시 흔	들면)

해주	(깨며) 엄마...

달순	술을 얼마나 먹었길래 이래?

해주	엄마...나...다 필요 없어! 우리 가족만 있으면 난 괜찮

아. 고생만 지지리	한 우리 엄마. 미워 죽~겠는데 안쓰러운

우리 오빠. 해주고 싶은 거 너	무 많은 우리 이쁜 영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우리 막내 진주.

	우리 식구만 있으면 돼! (울면서) 진짜야 엄마! 우리 식

구만 있으면 된다	고! (소리 내 울면)

달순	미친 것! 무슨 술 주사를 이렇게 해!

	

	하면서도 눈시울 붉어지는 달순. 우는 해주 얼굴에서.

씬25. 	인화 사무실 (밤)

	뒤편에 진열돼 있는 아웃도어 복들 보이고, 일각에 앉

아 패션화보를 보	고 있는 인화, 화보에 남녀가 서로 키스하

듯 엉켜서 있는 포즈가 나온	다. 멈칫 보는 인화 얼굴에.

	(플래시 백) 18회, 씬49 술집 바

	창희, 인화 노려보면, 인화 다시 한 번 창희 뺨을 때리

려고 손 올리고

	창희, 그 손을 확 붙잡더니 인화 허리를 끌어당겨 키스

를 한다.

	(현재)

	인화, 화들짝 놀라서 페이지를 마구 넘긴다. 침 꿀꺽

삼키며 다시 평정	을 찾아 페이지 넘기는데, 윗옷을 벗은 남

자 모텔이 나온다.

	(플래시 백) 19회, 씬45 창희 방

	창희가 막 와이셔츠를 벗고 맨 몸으로 돌아본다.

	(현재)

	인화, 화보집을 덮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얼굴에

열이 나는지 두 	손으로 만져보더니 손으로 부채질을 한

다. 진정이 되지 않자 가방을 챙	겨서 사무실을 나선다.

씬26. 	도현집 집 앞 (밤)

	다가와 멎는 인화의 차. 인화 내려 들어가려다가 멈칫

본다.

	헤트라이트 불빛 비치며 창희의 차가 다가와 멎는다.

내리는 창희.

	인화, 힐끗 보고는 말없이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인화	야! 박창희!

창희	(보면)

인화	너! 나랑 얘기 좀 해!

	하고 앞장서 가는 인화. 잠시 보다가 따라가는 창희

씬27. 	간절곶 바닷가 (밤)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사람.

인화	도대체 왜 나한테 그 딴 짓을 한 건데?

창희	(보는)

인화	너 대답 안했잖아! 여기서 확 밀어버리기 전에 말 하라

고!

창희	그게 그렇게 궁금해?

인화	그럼 내가 시간이 남아돌아서 여기 이러고 있겠어?

창희	어릴 적부터 널 좋아했어.

인화	뭐? 너 미쳤어?

창희	너 기억 나?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일문이한테 이

유 없이 맞았던 날..

	니가 내 얼굴에 약을 발라줬어.

인화	그거야 불쌍해서 그랬겠지!

창희	그때까지 아무도 나한테 그런 사람이 없었으니까.

인화	(멈칫 보면)

창희	그날부터 내 눈에는 너 밖에 안 보였어. 니가 피아노

치던 모습, 피겨 	하던 모습, 웃고 뛰어다니던 모습, 모두가

내 마음에 박	혔어.

인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해주 15년이나 좋아했

잖아!

창희	너는 너무 높아서 감히 쳐다볼 수 없었으니까. 난 집사

의 아들이었으니	까. 껍데기는 껍데기끼리 어울린다고 생각

했으니까.

인화	(멍하니 보면)

창희	그래.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고 오르려 해도 오를 수

없는 곳에 네가

	있었어.

인화	거짓말 하지 마!

창희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마. 네가 믿던 믿지 않던 내가

좋아한 사람은

	오직 너 한 사람 뿐이야.

인화	아주 끝까지 날 가지고 놀겠단 거야? 감히 너 따위

가?! (욱해서 창희 뺨

	을 때리려고 손을 올리면)

창희	(인화 손을 잡고) 말했지. 다시 한 번 함부로 굴면 더

이상 안 참는다고

	인화, 놀라서 손을 빼내려 하는데, 창희, 인화에게 얼

굴 가까이 다가가면

	인화, 저도 모르게 눈을 감는데, 놓아주는 창희, 돌아

서 걸어간다. 멍한 	얼굴로 그 뒷모습 보는 인화

			

씬28. 	전통찻집 (밤)

	마주하고 앉은 기출과 정우. 정우, 무섭게 기출을 본

다.

정우	형이 무슨 짓 저질렀는지 알아요?

기출	(보면)

정우	미성년자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 그게 얼마나 극악한

짓인지 알아요?

	이유가 뭐야?

기출	이유는 해주한테 다 얘기했다! 나 잡아넣고 싶으면 잡

아넣어라.

정우	형!

기출	공소시효 다 지났잖아? 나 나쁜 놈인 거 아니까 맘대

로 해 봐.

정우	형...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예전에 내가 알던 형

은 개미 한 마리 못 	잡는 사람이었는데 장도현네 집에 오래 있

더니 장도현 닮아가는 거예요?

기출	남의 인생 참견 말고 니 걱정이나 해라! 자꾸 회장님

께 덤비면 너도 무

	사하지 못 할 거야.

정우	(노려보는데)

기출	할 말 끝났으면 가마. (하고 일어나 돌아서려는데)

정우	혹시... 해주한테 사진 보낸 적 있어요?

기출	(멈칫 굳어졌다가 돌아보며) 사진?

정우	네. 교통사고 사진이요.

기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하고 나가면)

정우	(굳은 얼굴로 보는데서)

씬29. 	차장 검사실 (밤)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정우, 쳐다보는 수사관

수사관	그 대포폰을 계속 추적하라고요?

정우	그래. 사용되는 게 발견되면 즉시 나한테 보고해!

수사관	그건 일이 너무 많습니다. 기지국마다 확인해야 하는

데...

정우	이 사람. 언제부터 말이 이렇게 많았어?

수사관	알겠습니다.

정우	(생각하는 얼굴에서)

씬30. 	도현집 거실 (밤)

	일문이 취해 거실로 들어오는데, 마침 도현과 맞닥뜨

린다. 일문, 도현 보	고도 모른 척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도현	나 좀 보자.

일문	(멈춰서는 데서)

씬31. 	동 서재 (밤)

	도현과 일문 들어오고, 일문 술에 취해 불만 가득한 표

정. 도현, 안쓰	럽게 그런 일문 쳐다보는

도현	회사 출근해라.

일문	싫어요. (비꼬는) 아버지가 나가라고 하셨잖아요? 아

버지가 그렇게 아	끼는 창희랑 잘~ 해 보세요.

도현	창희를 니 위로 올린 이유... 아직도 모르겠냐? 다 널

위해서야. 니가 자	극받고 열심히 하라고...

일문	(비아냥) 자극 정말 많이 받았죠.

도현	이 녀석아! 너는 내 아들이야. 잘났던 못났던 내 후계

자가 될 놈이야! 아	무려면 너를 재치고 다른 사람을 니 자리

에 앉히겠냐? 창희는 이용가치	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란 말

이다!

일문	(보면)

도현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가슴 속에 칼을 갈아라! 실력을

키워서 니가 당당	하게 내 후계자가 되는 날 그까짓 놈 한 칼

에 날려버리면 되지 않겠냐?

	(일문의 얼굴 두 손으로 감싸며) 아버지를 믿어라! 너

는 내 하나 뿐인 	아들이야!

일문	해주 그 기지배는 왜 가까이 두시는 데요?

도현	(한심하다는 듯) 아니 그렇게 하찮은 애까지도 왜 신경

을 쓰냐?

일문	맘에 안 들어서요. 그 기지배가 어머니하고도 너무 가

깝다고요.

도현	인화 친구잖냐. 그 아이도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 그래.

일문	(보고) 이용 가치요?

도현	강산이란 놈이 프로펠러 공장을 인수했다더구나. 그

것 때문에 그래.

	영문을 몰라 보는 일문, 한심함과 안쓰러움으로 일문

보는 도현.

씬32. 	동 정우방 (밤)

	들어서는 정우, 재킷 벗다가 멈칫 놀라 침대의 이불 바

라본다. 다가가서 	만져보는데,

달순	(E) 나 들어가도 돼요?

정우	아, 네.

달순	(들어오면)

정우	아주머니...이 이불 어떻게 된 거예요?

달순	그거 사다놓을 사람 한 사람 밖에 없잖아요.

정우	아... 이 자식 또.

달순	(보고 서 있고)

정우	(쳐다보며) 무슨 하실 말씀 있으세요?

달순	저기...저 사진 때문에...

정우	사진이요? (책상 위 사진 들어보는)

달순	(같이 들여다보며) 거기...여자 분이 천지조선 사모님

아니에요?

정우	네 맞습니다.

달순	근데 어떻게...검사 양반이 그 사모님하고...

정우	(씁쓸히 보며 대꾸 없고)

달순	(눈치 보며) 아이는...누구에요? 옆에 이 양반 누구

고...

정우	우리 형님입니다.

달순	형님이 왜...

정우	봉희가 얘기 안하던가요? 예전에 이분 우리 형수님이

셨습니다. 아이는...	유진이라고 제 조카예요.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달순	(놀란 얼굴로 사진 보는데서)

씬33. 	동 해주방 (밤)

	정신없이 자고 있는 해주. 방으로 들어와 해주 옆에 앉

는 달순. 해주 머	리 한 번 쓰다듬으며, 달순 혼잣말.

달순	이것아, 왜 이리 팔자가 사나워...삼촌 삼촌 하더니 정

말 삼촌이었네. 피	는 물보다 진하다더니...세상에 어떻게...

	해주를 안쓰럽게 보는 달순.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해

주 모습에서 F.O

씬34. 	도현집 전경 (아침)

씬35. 	도현집 정원 (아침)

	창희가 기출 집에서 나오는데, 정우가 수사관들과 함

께 들어온다. 마침 	집사가 정원에 있다가 놀란다.

집사	무슨 일이십니까?

정우	장일문이 집에 있죠?

집사	네...근데...

	정우, 집사 무시하고 수사관들과 들어가려는데, 집사

막아서며

집사	무슨 일이냐구요? 이렇게 막무가내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수사관들 집사 밀치는데, 정우, 창희 발견하고 창희 앞

에 서는

정우	소식 들었다. 천지조선 경영기획본부장 됐다며?

창희	웬일이십니까?

정우	무슨 일인지 짐작할 텐데... (창희 어깨 한 번 툭 치고

가는)

	정우, 수사관들과 함께 도현 집 들어가고, 그 뒷모습

보는 창희.

씬36. 	동 주방 (아침)

	도현, 금희, 일문, 봉희, 인화 아침 먹고 있다.

도현	처제...비행기가 몇 시야?

봉희	오후 비행기에요. 아직 여유 있어요.

	하는데, 들이닥치는 정우와 수사관들. 다들 놀라 일제

히 쳐다본다. 정우, 	일문에게 체포 영장 내밀고

정우	장일문씨! 공금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한 법원의 체포

영장입니다. 도주 	와 증거 인멸에 우려가 있어 현장체포 합

니다.

	눈짓하면, 수사관들 일문에게 수갑 채우고

금희	이게 무슨 소리에요?

	도현, 얼굴 굳어져 가만히 앉아 있고, 봉희도 짐작했다

는 듯 얼굴 굳어 	있다.

금희	(놀라) 여보! 이게 무슨 일이냐구요!

인화	(어이없어) 아빠! 오빠, 지금 구속되는 거예요? 왜요?

정우	가지!

	

	일문을 끌고 가는 수사관들

일문	(끌려가며) 아버지!

	도현과 봉희, 그대로 굳은 듯 앉아 있고, 금희가 쫓아

간다.

씬37. 	동 정원 (아침)

	정우가 앞장 서 가고 수갑을 찬 채 수사관 두 명에게

끌려가는 일문. 안 	가려는 듯 자꾸 뒤돌아보는데, 금희가 뛰

어나와 ‘일문아!’를 부르며 쫓아	간다.

일문	이거 놔! 안 놔? 내가 누군지 알아?

	그래도 수사관들 막무가내로 팔짱끼고 일문 끌고 가

고, 일문, 목 놓아 	‘아버지!’ 계속해 부르는데, 달려와 정우의

앞을 가로 막는 금희.

금희	삼촌, 무슨 일이에요? 일문이가 뭘 잘못했는데...

	정우, 아무 말 않고 싸늘히 금희 지나쳐 가고 그 뒤로

일문, 수사관들에	게 끌려가는데, 금희 망연히 쳐다보는데

서.

씬38. 	도현 서재 (아침)

	책상을 내리치는 도현. 그 앞에 선 창희.

도현	어떻게 된 거야? 윤정우 막지 못하고 여지껏 뭐했어?

니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저쪽에서 선수쳤잖아!

창희	구속은 어떻게든 막아보겠습니다.

도현	(보면)

창희	공금횡령 및 배임 혐의는 덮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금

을 유전개발로 돌

	린 것이 회사의 방책이었다고 설명하면 됩니다. 문제

는... 일문이가 개인	적으로 횡령한 돈입니다.

도현	도대체...정우 저 놈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거야?

창희	제 생각엔...라이언 강이 제보한 것 같습니다.

도현	(멈칫 보면)

창희	저 말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친구 밖에 없

으니까요.

도현	강산이 그 놈이? (움켜진 주먹 부르르 떠는데서)

씬39. 	정우집 해주방 (아침)

	해주 출근 준비하는데, 슬그머니 커다란 쇼핑백 들고

들어오는 진주.

진주	(조용히) 언니...

해주	(보면)

진주	(쇼핑백에서 조심스럽게 명품가방과 시계 꺼내 보이

는)

해주	(놀라) 이거 어디서 났어?

진주	이게 안방 옷장 안에 숨겨져 있더라구. 이거 비싼 것

들 아니야?

	화난 해주, 가방과 시계 챙겨 방을 나가는데, 진주도

따라 나간다.

씬40. 	동 마루 (아침)

	상에 둘러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달순과 상태, 영주.

마루에 올라와 영	주 앞으로 가방과 시계 던지는 해주. 놀라

해주 보는 영주. 달순과 상태	도 놀란다.

해주	너 이게 뭐야?

영주	(놀라 말 못하고)

달순	(가방과 시계 들어보며) 이게 뭐래?

해주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바른 대로 말 못 해!

영주	(기죽어) 언니...

해주	또 남에 돈에 손 댄 거야?

영주	(두 손 심하게 가로 저으며) 아냐, 아냐. 선물 받은 거

야.

해주	선물? 누구한테?

영주	(말 못하고)

해주	너 이 기집애, 말 안 해!

	영주, 달순 뒤에 얼른 숨고, 해주, 영주 머리채 잡으려

고 달려드는데

상태	(화났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야, 가시내야, 밥 좀 먹

더라고! 밥 먹을 	때는 멍멍이도 안 건드린당께!

해주	오빠는 상관 말고... 빨리 밥 먹고 출근해.

상태	(벌떡 일어나) 니가 뭐시간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겨?

나 이 집 가장이	여!

해주	그러니까 싸게 싸게 나가 돈 벌어오라고! 가장이 괜히

가장이여? 집안 	식구 먹여 살려야 가장이제!

상태	(기 막혀) 그래서 나를 그 후진 곳에 쳐 너부렀냐?

해주	그기가 왜 후진데? 오빠한텐 그곳도 감지덕지여!

상태	옴마야, 이 가스네 말하는 싸가지 보소... 나 이제 거

기 안댕길텡께 그리 	알더라고.

해주	뭐시라? 결국 한 달도 못 채우고 또 때려친다고야?

달순	이놈의 자식! 또 병 도졌냐?

상태	야! 더럽고 치사시러서 때려쳐버릴것이요!

해주	오빠가 그러고도 가장이여? 한 달은커녕 일주일도 못

채우면서 언제 가	족들 먹여 살릴건디? 지발 정신 좀 차려야!

	하는데 발로 밥상 차는 상태. 밥상이 엎어진다. 마당으

로 들어서는 강산	이 놀라서 쳐다본다.

해주	왜 밥을 엎는디! 오빠가 쌀 한 톨이라도 사와 봤어야?

(상태 등짝 때리	면)

	상태, 해주의 뺨을 갈긴다. 놀라 보는 해주.

상태	이 가시네가 보자보자항께! 니가 먼디 나를 때려야?

니 내 동생도 아니	잖여!

	해주 놀라 굳고, 달순, 영주, 진주 다 놀라 해주 보는

데 강산도 놀란다.

달순	(벌떡 일어나 상태 등짝 치는) 이게 아침 댓바람부터

미쳤나? 너 돌았	어? 동생 보고 동생이 아니라니! 밥을 귓구

멍으로 먹은 거야?

상태	엄니... 저 귓구녕 막히지 않았어라. 내 이 귀로 똑똑

히 들었지 않소...

달순	뭘? 니가 뭘 들어?

상태	둘이서 이 가스나 친엄니 얘기하는 거 다 들었소! 이

가스나 엄니가 다	르다매? 똑똑히 들었어라.

영주	(어이없는) 진짜야? 그럼... 그 말이 진짜였던 거야?

진주	(떨리는) 오빠 미쳤어? 왜 그래?

상태	내가 미쳤다고라... (해주 보며) 말해보드라고...나가

거짓말 하는 것이여?

해주	(부르르 떨며 아무 말 못하는)

달순	입 닥치지 못 해! 아무리 화가 나도 할 말 못 할 말이

있지. 너 나가! 얼	른 출근 해! 당장!

상태	그럼 엄니가 한 번 말 해보쇼! 내 말이 틀리당가요?

달순	(말 못하고 보는)

상태	둘 다 어째 말 못 하는디? 맞으니께 말 못하는 거 아니

여? (해주 보며) 	너가 나가 가시내야! 너 내 동생 아닝께!

	노려보다가 뛰쳐나가는 해주. 강산을 보고 멈칫하고

는 그냥 집밖으로 뛰	어나간다. 강산 해주 따라 나가는데, 달순

주저앉는다.

씬41. 	정우 집 앞 (아침)

	뛰어 나오는 해주, 강산이 뒤쫓아 나온다.

	해주,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주저앉는다. 강산,

놀라 해주 일으키려	고 하는데, 축 쳐지는 해주.

강산	해주야! 정신 차려! 왜 이래?

해주	다리..다리가...말을 안 들어...

	해주, 주저앉으면, 강산, 따라 앉는다.

강산	상태 말...사실이야?

해주	(말 못하는데 눈물 고이고)

강산	해주야...

	갑자기 엉엉 소리 내 우는 해주. 어쩔 줄 모르고 그런

해주를 감싸 안는 	강산. 해주, 계속 우는데 일각에 나타나는

달순. 다가가려다 멈추고 눈물 	글썽해 바라본다.

씬42. 	정우집 해주방 (아침)

	해주 책상 위 홍철 사진보는 달순.

달순	우리 해주...15년 사귄 놈한테 버림받고 어떻게든 이겨

보려고 아픈 속

	긁어가며 버티는데...이제는 식구들마저 해주 저것한

테 칼을 꽂네. (눈물 	그렁하며) 내가 너무 이기적인거지? 계속

해주를 잡고 있으면

	안 되는 거지? (쏟아지는 눈물 참으려 애쓰고) 정말...

나...여기서 해주 놔

	줘야 하는 거야? 그래? (울면서 사진보는 얼굴에서)

	

씬43. 	요트 위 (낮)

	멍하니 앉아 있는 해주, 강산, 마실 것 들고 와 옆에 앉

는다.

강산	(마실 것 건네며) 이제 좀 괜찮아?

해주	...

강산	배 타고 나갈까? 야, 날씨 죽이는데?

해주	...

강산	뭐 좀 만들어 줄까? 아침 제대로 못 먹었잖아.

	고개 젓는 해주, 그 눈에 눈물이 맺힌다.

강산	해주야.

해주	나는 오빠. 어릴 때부터 아무리 힘든 일 생겨도 참는

게 버릇이 됐어. 	누가 날 때려도, 나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무시해도 참을 수 있었어. 심	지어 15년을 만난 창희오빠

가...(하다가 말 못하고 울다가) 창희오빠가...

	헤어지자고 그랬을 때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어. 우

리 가족이 있으니	까. 돌아갈 자리가 있으니까.

강산	(글썽해서 보면)

해주	근데 그 가족이 날 부정하잖아. 내가 동생이 아니라잖

아. 내가 뭣 때문	에 살아왔는데... (하고 울면)

강산	그래...울어.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울어.

	해주를 감싸 안는 강산. 강산 어깨에 기대서 우는 해

주.

씬44. 	요트 계류장 일각 (낮)

	 인화, 그 시선에 해주를 감싸 안고 있는 강산이 보인

다. 눈물 글썽해 보는 인화. 입술 깨물고 요트 계류장을 벗어난다.

씬45. 	도현집 앞 (낮)

	달순, 멀리서 도현 집을 바라보고 서 있다.

	(플래시 백) 11부 씬 20

금희	(울며) 제가 아이를 잃어 버려서 그래요. (사진 집어

들며) 이 아이..유진 이를 돌 지났을 때 잃어버렸어요... 그 아이가

아직도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생각을...

	(현재)

	달순, 결심한 듯 걸어간다. 도현 집 도어벨에 손을 가

져가려다가 멈칫.

	떨리는 손으로 망설이는데서

씬46. 	요트 위 (낮)

	서서 바다 바라보고 있는 강산, 그 뒤에 앉아 있는 해

주.

강산	우리엄마는 용접공이었대. 내가 아는 건 그거 밖에 없

어.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몰라.

해주	(쳐다보면)

강산	넌 그래도 나보다 낫잖아. 친엄마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 난 아무	도 없었는데. 나야 말로 돌아갈 데가 없지.

해주	상태 오빠 얼굴 볼 자신이 없어.

강산	그 자식은 나한테 맡기고 돌아가. 욱해서 그냥 한 말일

거야. 지금쯤 후	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다들 니 아

버지 핏줄이잖아.

해주	(젖은 얼굴로 보는데서)

씬47. 	도현집무실 (낮)

	앉아서 최비서 바라보는 도현.

도현	보냈나?

최비서	예.

도현	그래...나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지옥 속으로 들

어가 봐야지.

	하고 이 막물면, 최비서, 말없이 보는데, 들어오는 창

희

창희	방법을 찾았습니다.

도현	(보면)

창희	윤정우를 잡을 방법 말입니다.

	도현, 쳐다보면, 무표정하게 보는 창희.

씬48. 	정우집 마당 (낮)

	해주, 마당에 들어서면 진주 달려와 해주에게 안긴다.

해주 품에서 우는 	진주, 해주, 진주의 어깨를 다독이는데

진주	언니..아니지? 오빠가 잘 못 안거지? 그지?

해주	(가슴 아프게 보며 진주 눈물 닦아주는) 진주야

진주	(눈물 때문에 해주 제대로 못 보는)

해주	오빠 말 맞아. 언니 친 엄마는...(먹먹하고) 우리 엄마

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아버지는 한 분이셔. 진주랑 언니는 또 그

렇게 연결되어 있	거든. 그러니까...이렇게 슬퍼하지 마.

진주	(고개 끄덕이며 울먹이는데)

씬49. 	강산 오피스텔 앞 (낮)

	다가와 멈추는 강산의 차. 내리는 강산. 오피스텔 안으

로 들어간다.

씬50. 	동 오피스텔 우편 함 (낮)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려다가 문득 우편함 보는 강산.

다가가 보면 상자	하나가 우편함에 삐쭉 꽂혀있다. 의아한

얼굴로 들어보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상자.

씬51. 	동 오피스텔 (낮)

	들어와 상처 뜯어보는 강산, 안에 낡은 일기장이 나온

다. 첫 장 넘기면 	備忘錄 (비망록) 이라는 붓글씨가 나오고,

그 아래에- 친애하는 벗 학수

	에게, 강운이- 라는 글귀가 보인다. 얼굴 굳어지며 일

기장 넘겨보는 강	산.

씬52. 	정우집 해주방 (낮)

	해주, 홍철 사진보고 있는데, 들어오는 달순

해주	(보고는) 엄마 어디 갔다 와?

달순	(말없이 앉으면)

해주	우리 둘 다 바보 같아. 오빠가 그러면 아니라고 했어야

지. 나는 입이 안 	떨어져서 그렇다치고 엄만 뭐 했어?

달순	해주야. 너 이 집 나가라.

해주	(놀라서 보는) 엄마. 무슨 소리야?

달순	말 못 알아들어? 이 집 나가라고 이것아!

해주	내가 왜 나가? 가족이 여기 있는데!

달순	너 우리 가족 아니야.

해주	엄마까지 왜 이래 진짜! 아부지가 보시면 뭐라고 하시

겠어?

달순	그 아버지도 니 아버지 아니야.

해주	뭐?

달순	(사진 보며) 천홍철...저 인간도 니 아버지 아니라고!

해주	(멍하니 보는데) 무슨 소리야 그게?

달순	니 아버지는 윤학수라는 사람이라더라.

해주	(놀라는)

달순	그리고 네 친 엄마는...이금희...천지조선 사모님 그 여

자야.

	눈물 글썽해보는 달순, 눈이 휘둥그레져 바라보는 해

주. 그들 모습에서

	(20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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