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3
메이퀸 (가제) 3부
도현 집 정원 일각 (낮)
(2회에 이어)
해주 야! 싸가지를 바가지에 밥 비벼 묵었어라?
암만 봐도 우리 오빠 나이밖에 안 보이는디, 그러는 거 아니지라!
일문 (인화 보며) 야! 이 거지 기집애, 왜 데려왔어!
하고 해주에게 물 잔의 물을 휙! 뿌리는 일문. 물을 덮어 쓰는 해주.
강산 (벌떡 일어나며) 너! 죽고 싶어? 자식아!
인화 (놀라) 오빠, 왜 이래? (하는데)
해주 (일어나며) 나! 거지 아닌디요!
멈칫 보는 강산. 일문 노려보는 해주. 그런 해주를 보는 창희.
일문 니가 지금 하는 짓이 거지 짓이잖아! 기집애야!
해주 이 음식은 사모님한티 허락 받고 가져가는 것이요!
글고, 어른한티 함부로 하는 게, 참말로 거지발싸개 같구마이라!
더운디 물 끼얹어 준 건 고맙소!
일문 이 기집애가 진짜! (일어나는데)
일순, 강산이 식탁보를 확 당겨 버린다.
그 바람에 와르르 쏟아지는 음식들... 놀라 보는 일동.
강산 야! 장일문! 나 안 보여? 니 집이니까, 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 이거야?
일문 (주춤 시선 돌리는데)
해주 (강산에게) 그짝도 미쳐 부렀소? 음식을 머던다고 다 쏟아분다요?
강산, 어이없어 해주 보는데, 보던 창희가 홱 돌아서 나간다.
기출 (보고) 창희야. (붙잡는데)
창희, 뿌리치고 나가고 그 모습 보는 강산.
동, 집 앞 (낮)
걸어 나오는 창희. 입술 깨물고 걸어가는데, 쫓아 나오는 강산.
강산 박창희!
창희 (멈추고 보면)
강산 (다가와) 야! 너 바보냐?
창희 (보는)
강산 이 자식, 공부 잘 해서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형편없네?
임마, 니 아버지가 그런 모욕당하는데 왜 아무 말도 못 해?
창희 니가 뭘 알아?
강산 몰라도 임마, 내 부모님이 그런 상황이면 나 같으면 다 엎어 버린다!
넌 벨도 없냐?
창희 남 생각해주는 척 하지 마. 가증스러우니까.
강산 뭐?
창희 니가 일문이하고 다른 게 뭔데? 둘 다 똑같이 사람 무시하고,
자기 마음 대로고, 다른 사람 감정 따위는 아는 척도 안 해!
알 필요도 없겠지! 그래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사니까!
강산 야, 박창희!
창희 일문이하고 나! 너하고 나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종류야!
어설픈 동정도 하지 말고, 내 일에 끼어들지도 마!
니가 그러지 않아도 나 충분히 아프니까! (하고 돌아서 가버리면)
강산 (어이없어 보는데서)
해주 집 마당 (낮)
비닐봉지에 음식 두툼하게 싸서 들어오는 해주.
해주 (안방 쪽으로 가며) 영주야, 언니 왔다이!
언니가 뭘 가져 왔는지 알긋냐? (하는데)
홍철 (뒤 곁에서 나오고)
해주 (놀라 보며) 음마? 아부지! 이 시간에 집에 어짠 일이요?
홍철 너야말로 으뜨케 된거여? 영주는?
해주 야?
홍철 영주가 없어져 부렀다고 공업사로 연락이 왔어야. 아직 못 찾았다냐?
해주 (놀라) 고것이 뭔 소리다요?
하는데 들어오는 달순과 상태. 달순, 축 쳐져 있다가 해주 노려본다.
해주 엄니!, 영주가 진짜 없어졌소?
달순, 그대로 다가와 해주의 뺨을 후려갈긴다.
고개, 돌아갔다가 놀라 보는 해주.
홍철 (역시 놀라, 버럭) 이게 뭔 짓이당가!
달순 (아랑곳 않고 해주 머리채 잡으며) 이 쳐 죽일 년아! 영주 찾아내!
영주 찾아내라고!
홍철 (뜯어 말리며) 으째 으래! 참말로! 해주가 뭔 잘못이 있다고 이런당가!
달순 (떨어지며) 잘못이 없어? 영주가 저 기집애한테 안 떨어지는 거,
몰라서 물어? 애 봐야 할 년이 허구한 날 쳐 싸돌아다니니까,
영주가 저 년 찾아 없어진 거 아냐! (다시 때리며) 찾아내! 이년아!
빨리 찾아내! (하며 패는데)
영주 (E) 엄마!
일동, 멈칫 보면 영주가 헛간에서 나온다. 놀라 보는 일동.
달순 아이고! 영주야! (달려가 잡으며) 너 왜 거기서 나오냐?
영주 (삐쭉삐쭉 울음 터뜨리는데)
상태 (그제야 깨달은 듯) 아이~ 저 가시내... 또 헛간 가서 잠들었나 보네이.
어째 그걸 생각 못했을 까나...
홍철, 기가 막혀 해주 보면, 눈물 글썽한 해주.
음식 봉지를 평상에 툭 떨어뜨린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해주.
동, 집 앞 (낮)
나오는 해주. 홍철이 따라 나온다.
홍철 해주야, 으디 가냐!
해주 (갑자기 뛰어가는)
홍철 해주야! 해주야!
뒤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는 해주.
그 모습 보다가 속상한 얼굴로 고개 돌리는 홍철.
산 정상 (낮)
1부 씬51, 2부 씬34의 조선소가 내려다보이는 정상이다.
뛰어오는 해주. 아래 조선소 앞에 떠 있는 배들 바라보고 심호흡한다.
해주 갠찮해. 해주야, 갠찮탕께. 아자! 아자! 아자!
소리 지르다가 이상한 느낌에 옆 쪽 보는 해주.
창희가 앉아서 해주를 보고 있다. 약간 당황하는 해주.
해주 (다가가) 오빠! 여기서 뭐 한다요?
창희 너는 여기 왜 왔어?
해주 지는... 그냥 배보러 왔는디..
창희 배?
해주 야. 쩌 밑에 우리가 저번에 간 조선소 있지라?
그 앞에 배들 보러 온거여.
창희 배를 좋아하니?
해주 엄청! 겁나게 좋아하지라! 지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는 게 밴디요..
아, 우리 아부지는 빼고. 암튼 배만 보면, 암만 기분 나쁘고 맘이 답다배 도, 그냥 한 방에 와장창 뚫어 버리지라. (하고 옆에 앉으면)
창희 이름이 해주라고 그랬지?
해주 야.
창희 ... 고맙다.
해주 (보면)
창희 우리 아버지 위해서 나서준 거 말야. 아들인 나도 그러지 못하는데...
해주 아~ 그건 그 인화 오빠라는 사람이, 지랄 옘병 같아서 그런 것이제,
지가 뭐 한 게 있겄소? 하긴, 개가 짖으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라.
지는 승질이 지랄 맞아서, 그런 꼬라지 눈뜨고는 못본께요.
창희 근데 왜 기분이 나빠?
해주 (멈칫 보고) 야?
창희 기분 나쁠 때 배보면 마음이 풀린다고 했잖아?
해주 그냥... 별 거 아니어라... 근디, 오빠는 으째 여기서 이라고 있다요?
창희 나도 너처럼 저기 조선소 봐.
해주 그라요? 글믄 설마 오빠도 지처럼 배를 겁나게 좋아한갑소?
창희 아니.
해주 글믄... 으째?
창희 저기 조선소 저걸 다 가지고 싶어서.
해주 (놀라 보고) 오메! 저것을 다요? 인자 봉께, 욕심이 겁나 많네요잉.
지는 저기 쪼깐한 배 한척이믄 되는디...
말없이 얼핏 미소 머금고 조선소 보는 창희. 같이 보는 해주 얼굴에서.
바다 공업사 앞 (낮)
홍철, 어두운 얼굴로 걸어오다가 멈칫 본다. 안에서 걸어 나오는 기출.
손가방 들고 있다. 두 사람 시선 마주친다.
홍철 박상병! 여그 어쩐 일이당가?
근처 방파제 일각 (낮)
걸어오는 기출. 홍철이 따라온다.
홍철 뭔 얘기길래 여까지 온다냐?
기출 (우뚝 멈추고 돌아보며) 여기 온 목적이 뭐야?
홍철 뭣이야?
기출 (OL)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그 아이, 집에 오지 못하게 하라고!
근데 계속 들락거리게 하는 이유가 뭐야!!
홍철 (멈칫) 해주 말하는 거여? 그것이 또 느그집에 갔어?
기출 (가방 놓고 와락 홍철의 멱살을 부여잡으며) 이 새끼! 시치미 떼지 마!
홍철 (휘둥그레지며) 야아! 박기출! 너 시방 돌았냐? 너 이거 하극상이여!
기출 헛소리 말고 똑바로 말해! 너 다 알고 왔지? 어디까지 알아!
누구한테 들었어! 일부러 그 아이 접근시켜서 얼마를 뜯어내려는 거야!
홍철 (참다못해) 이 자슥이! 참말로!
그대로 이마로 받아 버린다. 쓰러지는 기출.
홍철 보자보자 항께, 나가 흑싸리 껍데기로 보이냐?
긍께, 무슨 일인지 알아묵게 설명을 해 보라고! 이 썩을 놈아!
기출 (일어나며 입가의 피 닦고) 긴 말할 거 없고,
해주 그 애 데리고 여기 당장 떠나.
홍철 이상하네, 참말로? 해주가 너그 집에 가는 것이 뭐 그리 죽을 죄다냐?
해주한테 물어 봉께, 너그 회장 아그들 안 싫어한다두마,
으째 거짓말 했냐?
기출 (이 악물고) 잔 말 말고 가. 안 가면 너 죽는다?
홍철 이 자석이 인자 협박까지 해야? 그래! 니 마음대로 해보드라고!
안 그래도 이 드런 세상 나도 안 살고 싶응께!
(하며 홱 돌아서 가버린다)
기출 (당혹스런 얼굴로 보는데서)
공업사 인근 길 (낮)
씩씩대며 걸어오는 홍철. 문득 발길 멈춘다. 뭔가 이상해하는 얼굴에서.
(플래시백1) - 1부 씬19. 여관방 안, 이후 상황(11년 전)
누워 자는 해주 모습 보이고, 돈 봉투 든 홍철을 보는 기출.
기출 그거면 배 한 척 값은 될 겁니다.
대신에 절대로!... 내가 찾기 전에는 울산에는 오지 마세요.
(플래시백2) - 씬8. 해주 동네 일각
기출 천병장이 문제가 아니라, 애가 왔다갔다 하잖아요!
(플래시백3) - 씬7. 방파제 일각
기출 헛소리 말고 똑바로 말해! 너 다 알고 왔지? 어디까지 알아!
누구한테 들었어!! 일부러 그 아이 접근시켜서 얼마를 뜯어내려는 거야!
(현재)
홍철의 얼굴에 뭔가가 스치는 느낌이다.
홍철 설마...? (하더니 우뚝 멈추는데서)
바다 공업사 앞 (낮)
생각에 잠긴 얼굴로 걸어오는 홍철. 멈칫 보면,
정박장에 도현의 자동차와 기사가 서 있고, 직원1, 2가 바다 보고 있다.
홍철 뭔 일 있당가?
직원1 (멈칫 보고) 어데 갔다가 인자 옵니꺼? (하는데)
직원2 저, 오네예!
홍철 보면, 도현의 호화로운 요트가 바다를 가로질러 와,
공업사 앞에 정박한다.
홍철 (휘둥그레지며) 하따! 뭔 배가 저러코롬 좋다냐?
직원2 (기사 힐끗 보고 소리 죽여) 봉 잡았다 아입니꺼.
천지석유화학 회장님이 오셨어예.
홍철 천지석유화학? (하고 요트 보는데)
요트에서 내리는 사장과 도현. 최비서.
사장 (비굴한 자세로) 운전해 보이끼네, 엔진 있는 하부에 쪼께 문제가 생긴 거 같심더. 아무 걱정 마이소. 완벽하게 수리해 놓겠심더.
도현 (최비서 보며) 확실히 믿을 수 있는 데야?
최비서 예. 좀 초라해 보여도 이 근방에서 배 수리는 가장 잘 하는 뎁니다.
도현 (대꾸 없이 차 앞으로 가면)
사장 야들아, 뭐하노? 회장님 가신다 아이가?
그 말에 도현에게 고개 숙이는 직원1, 2. 홍철도 엉겁결에 고개 숙인다.
다시 고개 들다가 멈칫하는 홍철. 그 얼굴에,
(플래시백) - 1부, 씬36. 도현 집 앞
떠나는 트럭에서 바라보던 도현의 모습.
(현재)
차에 타는 도현. 차 출발한다. 그 모습 보는 홍철 얼굴에서.
동, 사무실 (낮)
홍철 바라보는 사장.
사장 얼라?
홍철 야... 혹시 그 회장님.... 옛날에 돌 지난 애기를 잃어버린 적 없소?
사장 (갸우뚱하다가 손뼉 치며) 맞다! 천기사가 그거를 우예 아노?
홍철 그런 적이... 있소?
사장 그 사모님이 얼라를 잊아뿐 적이 있었제. 맞네, 기억난다.
홍철 (침 삼키고) 어... 어쩌다가 말이요?
사장 보자, 거기... 박, 박 뭐라꼬 있었는데, 사모님 집에서 일하던 양반이,
얼라를 보다가 한 눈 팔아가, 아가 바다에 빠져죽었던 기라.
고마 시신도 몬 찾았다.
홍철 (충격 받아) 그 사람 이름이... 박기출이 아니요?
사장 맞다! 박기출이! 우예 아노?
홍철 (멍한 얼굴에서)
동, 공업사 앞 (낮)
충격 받은 얼굴로 나오는 홍철. 정박해 있는 요트 바라본다.
홍철 박상병이 왜... 무신 이유로? (하고 고개 돌리는데서)
해주 동네 일각 (낮)
손가방 들고 생각 많은 얼굴로 걸어오는 기출.
기출 아니야... 내가 너무 앞서 생각한 거야...
설마 천병장이 뭔가 알고 해주를 접근 시킨 건... 그건 아닐 거야...
바보 같은 짓을 했어. (하고 어느 집 앞에서 멈추는 데서)
동, 집 마루 (낮)
부동산 매매계약서 보이고, 노인(2부 씬35)이 계약서에 도장 찍는다.
노인 (기출 보며) 됐나?
기출 (받아 보고) 고맙습니다. 어르신..
노인 고맙기는... 내가 고맙제. 그 배 밭이 골치덩거리다.
우째 배가 도통 안 열리더니, 아침에는 배나무도 몇 그루 죽어뿠다.
이래 싼 값이래도 처분을 해야제.
기출 (말없이 계약서, 가방에 집어넣는데서)
정우 집 앞 (낮)
정우 집에서 나오는데, 일순 대평의 지프차가 다가와 끼익! 멎는다.
정우 (안의 대평 보고는) 무슨 일입니까?
대평 타거라.
정우 저는 회장님께 더 볼일 없는데요.
대평 이놈우 자석아! 바쁜 어른이 여까지 왔으믄, 성의를 봐서라도 타라!
정우 (보고 하는 수 없이 타는데서)
동, 동네 일각 (낮)
운전하는 대평 옆에 앉은 정우. 무심코 창 밖 보다가 멈칫 한다.
그 시선에 어느 집으로 들어가는 기출이 보인다.
고개 빼고 기출 모습 보는 정우. 고개 갸우뚱한다.
배 밭 일각 (낮)
다가와 멎는 대평의 지프. 내리는 대평과 정우. 배 밭 바라보는 두 사람.
대평 장도현이가 이 땅을 쌔리 밀고 조선소를 만들라 칸다.
정우 조선소요?
대평 그래. 땅은 땀 흘려 일하는 사람한테 돌아가야 한다...
그기 니 형 뜻 아니었나? 그거를 니가 지키야 안 되겠나?
정우 (피식 웃고) 결국 회장님 조선소에 위협이 되니까 이러시는군요?
회장님도 이 땅에 욕심 있는 건 아니구요?
대평 일마야. 땅 욕심 없는 사업가가 어데 있노?
그래도 장도현이는 경우가 다르다. 그놈아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는 놈인기라. 여기 배 밭에 배가 안 열린다. 와 그런지 아나?
정우 (보면)
대평 장도현이가 이거 거저 묵을라꼬 일부러 석유화학 단지에서 매연을 내뿜 는 기라! 그놈아 놔두면 니 사는 동네도 조만간에 쳐부술 끼고!
그거 막아야 안 되겠나?
정우 (말없이 배 밭 바라보는데서)
해주 동네 일각 (저녁)
홍철, 굳은 얼굴로 걸어오다가 멈칫 본다.
그 시선에 일각에 앉아 있는 해주가 보인다.
홍철 해주야...
해주 (멈칫 보고 일어나며) 아부지...
홍철 (다가가) 너, 여그서 머 하냐?
해주 아부지 기다렸제라.
홍철 나를... 뭣 땀시?
해주 (머리 긁적이며) 지금 들어가믄 엄니한테 혼날 거 같아서라.
영주 못 돌 본 거는, 지 잘못인디... 집까지 나와부러가꼬..
홍철 (가슴 아파 보는데)
해주 아부지가 지 쪼까 감싸주쑈이.
글타고 너무 감싸서 엄니하고 싸우지는 마시고라.
홍철 그래. 가자.. (한숨 쉬고 해주 어깨에 손 올리고 가는데서)
해주 집, 마당 (밤)
해주와 홍철 들어서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달순.
달순 어이구, 뭐하려고 들어오시나? 나간 김에 거기서 살지!
홍철 (나서며) 여보... 해주가 어디 갔냐믄 말이여.
영주 맛있는 거 갖다 줄라고 친구 집에 갔다 두마. 긍께 화 풀어야.
달순 그럼, 업고 갔어야지! 집구석서 누가 애 보라고! (하고는) 아이고~
꼴 보니, 또 지 에비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알랑방구 꼈구만!
홍철 고것이 아니랑께!
달순 아니기는 뭐가 아냐? 내가 저 여우같은 년 속을 모를 줄 알아?
(해주 보며) 뭐 해? 기집애야! 꼴 보기 싫으니까, 나가!
해주 (애써 밝게) 죄송하요, 엄니...아직 저녁 안 드셨지라? 금방 밥 하께요..
달순 귀가 먹었냐? 누가 너보고 밥하라고 하디?
니가 해 주는 밥 안 먹을테니까, 나가라구!
홍철 참말로 이럴 것이여! 영주 없어진 것도 아닌디!
헛간서 자는 것도 모르고 난리 피워 놓고, 으째 해주한테 이런당가!
달순 그니까 걔가 왜 헛간에서 자냐고! 저년 찾으려다 거기서 잠든 거잖아!
홍철 너 참말로! (하는데)
해주 아부지! 제발 그만 하쑈!
홍철, 멈칫 보면 해주가 간절한 눈길로 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한숨 쉬며 고개 돌리는 홍철.
동, 부엌 (밤)
바가지에 씻은 쌀 들고 와 솥에 붓는 해주.
물을 맞추고 잔가지 태워 불을 피운다. 어느 순간,
설움이 밀려오는 듯 해주 눈물 글썽해지는데, 들어오는 홍철.
홍철 해주야...
해주 (멈칫 감정 자제하고) 아부지, 머던다고 들어오시요?
홍철 니... 엄니가 저러는 거, 서운하지도 않다냐?
해주 갠찮해라. 엄니도 애기 가져서 힘드신께, 저러시지라.
홍철 해주야, 만약에 말이다이.
해주 (보면)
홍철 니 엄니가 저런 엄니가 아니고야... (하는데)
해주 아부지, 지는 엄니가 좋아라.
홍철 (멈칫 보면)
해주 빚쟁이들 땜시 살기 힘들어지고, 묵고 살기도 팍파간께 저러시지라..
옛날에는 안 그랬어라.
홍철 옛날에 뭣이가 안 그래? 똑같았제.
해주 지는 큰 딸잉께요.. 엄니가 힘들믄 지한테라도 뭐라 그래야,
속이 풀리시지라. 엄니도 그래놓고 맘이 안 좋을 것이요.
(웃으며) 글고 지는 진짜 갠찮해요. (그러나 눈물 떨어지고) 참말이어라.
홍철 이눔새끼. 근디 으째 울어?
해주 울기는 누가 울어라? 아따 연기 땜시 눈이 매워가꼬... (하고는)
고만 나갓쑈. 남자가 부엌에 있는 거 아니여라. (하고 시선 돌리면)
홍철 (가슴 아프게 보는데서)
기출 집, 창희 방 (밤)
책상 앞에 책 펼치고 앉아 있는 창희.
그러나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 얼굴에.
일문 (E) 그거 알아요, 아저씨? 그래봤자, 아저씨는 우리 집 종이야.
창희, 이 악물고 책에 연필로 밑줄 긋는데, 연필심이 뚝 부러진다.
창희 연필로 책을 마구 찍는데, 문 열고 들어오는 기출.
기출 밥 먹어야지?
창희 ....
기출 낮에 사모님네 음식이 남아서 양남댁이 갖다 줬다. 어서 먹자.
창희 (돌아보지 않은 채) 아버지, 우리 이 집 나가요.
기출 뭐?
창희 이렇게 온갖 수모 당하면서 이 집에 살 필요 없잖아요.
기출 .... 나와서 밥이나 먹어.
창희 (돌아보며) 도대체 뭐 때문에 일문이한테 그런 꼴 당하면서,
이 집에서 계속 살아야 되냐구요!
기출 참으라고 했잖아.
창희 참을만큼 참았어요. 아버지 때문에 죽고 싶을만큼 힘들어도 참았다구요!
근데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우리 나가요, 아버지...
여관이든, 들판이든 여기보다 못하겠어요? 제발 나가요, 아버지..
기출 나 때문에 참으라는 소리 아니잖아. 니 장래를 위해 참으란 말이다.
창희 아버지!
기출 우리 같은 사람들은 큰 나무를 벗어나면 말라 죽어, 이 녀석아.
너는 어떻게든 이 집에 남아서 회장님 눈에 들어야 돼.
딴 생각 말고 이 물고 공부해서, 너는 일문이만 이기면 돼.
창희 그런다고 회장님이 저를 인정해 줄 줄 알아요?
그 사람들은 우리를 벌레보다 못하게 생각한다구요!
아버지, 당장 회장님 집에도 못 들어가잖아요!
기출 회장님은 내가 잘 안다. 군소리 말고 너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해.
그게 니가 살 길이야.
창희 제발 나 땜에 이렇게 산다고 하지 마세요! 그게 더 괴롭다구요!
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창희. 안타깝게 바라보는 기출 얼굴에서.
도현 집 주방 (밤)
식사하고 있는 도현, 금희, 일문, 인화. 양남댁이 뒤에서 시중든다.
도현 (먹다가 금희 보며) 오페라?
금희 예. 오페라의 유령이 들어왔대요... 애들하고 같이 보러 가려구요.
인화 아빠~ 난 오페라 싫은데?
금희 왜?
인화 소리만 시끄럽고 무슨 애긴지 하나도 모르겠단 말야. 재미없어.
금희 그래도 봐 두면 나중에 기억에 남을 거야.
인화 (뾰로퉁한데)
금희 대신에 엄마가 백화점 가서 옷 사줄게.
인화 진짜?
금희 그래. 공연 보러가려면 예쁜 옷 입어야지. 일문이도 정장 한 벌 해 입고.
일문 저, 정장 많이 있는데요?
금희 너, 하루가 다르게 크지 않니? (도현 보며) 당신, 돈 주실 거죠?
도현 야아~ 이거 배 아픈데? 난 따라가지도 못하고, 투자만 해야 되는 거야?
금희 당신은 오페라 관람 가면 주무시잖아요?
동, 정원 (밤)
어둠 속에 불이 환하게 켜진 도현의 집.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흘러나온다.
그 앞에 서서 집을 노려보고 있는 창희. 그 모습에 F.O.
도현 집 앞 (낮- F.I)
걸어오는 홍철. 일각에 서서 물끄러미 집 바라본다.
홍철, 보다가 힘없이 돌아서 가는데, 그 앞으로 다가오는 자가용.
홍철을 스쳐 간다. 문 앞에서 내리는 기사. 차 문 열어주면,
금희와 인화, 일문이 내린다. 기사가 운전석에서 쇼핑백을 잔뜩 내린다.
금희의 팔을 잡고 뭐라고 조잘대는 인화. 그 말에 금희 환하게 웃는다.
행복해 보이는 세 사람. 안으로 들어가고 기사 따라 들어가면,
슬픈 얼굴로 보는 홍철. 돌아서려다가 멈칫 본다.
안에서 기출이 손가방 들고 나온다.
홍철 박기출!
기출 (보고 얼굴 굳어지는데서)
야외 일각 (오후)
마주 서서 노려보고 있는 홍철과 기출.
기출 내 경고 잊었어? 내가 우리 집에 오지 말라 그랬잖아!
홍철 나가 오는 것을 뭣 땀시 겁내는디?
기출 (멈칫 보는)
홍철 아니제. 나땜시 겁내는 것이 아니고, 해주가 오는 것이 겁나지야?
기출 (눈 커지며) 천병장... 설마...?
홍철 그래. 나 다 알제. 해주 친 엄니가 느그 집 사모님 맞지야?
기출 !!
홍철 그래서 너 해주가 느그 집에 가는 걸 기겁을 하고 말린 것이고,
나 보고는 울산 바닥 계속 떠나라고 한 것이여. 내 말 맞제?
기출 처, 천병장...
홍철 나가 궁금한 것은 말이다이.
너가 뭣 땀시 해주를 나한티 맡겼을까 하는 것이여.
저 좋은 부모 냅두고, 으째 나한티 해주를 마꼈으까?
왜 부모들한티는 바다에 빠져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으까?
기출 아니에요. 천병장님이 잘못 안 거예요.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홍철 그래? 글믄, 나가 그 집에 가서 확인해 봐야쓰겄다. (하고 가려는데)
기출 (붙잡으며) 천병장!
홍철 (쳐다보면)
기출 어... 얼마를 원해?
홍철 이 자석이!
일순 기출의 턱을 후려갈기는 홍철. 나가떨어지는 기출.
홍철 (멱살 잡아 일으키며) 나가 시방 돈 땜시 이러는 줄 알어?
너가 우리 해주 나한티 맡기는 바람에, 갸가 을마나 쌔빠지게 고생하는 줄 아냐? 부잣집서 공주 대접 받고 자랄 우리 해주가, 니 땜시 을마나 서럽게 사는지 알어? 이 썩은놈아! 말해봐봐!
으째 그랬냐? 으째 나한티 해주를 맡겼느냔 말여!!
기출 너 따위가 알 거 없어.
홍철 이 새끼가!
다시 후려치는 홍철. 휘청했다가 달려드는 홍철을 때리는 기출.
움찔했다가 다시 달려드는 홍철.
기출을 들이 받으며 두 사람 함께 쓰러진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힘으로 기출을 누르는 홍철. 위에 올라타 후려갈긴다.
홍철 니가 사람이여? 이새꺄! 너도 자석 키우는 인간이,
으째 부모 자식의 천륜을 끊어놓고 해주 나한티 맡겼냐!
말하랑께! 뭣 땀시 그랬냐!
기출 그걸 알면, 너하고 나하고 둘 다 죽어, 이 인간아.
홍철 이 자석이! (주먹 치켜들면)
기출 그래. 차라리 날 죽여라. 죽이지 못할 거면 여기 떠나고.
주먹 든 채 부르르 떠는 홍철. 이 악물고 노려보는 기출 얼굴에서.
해주 동네 일각 (저녁)
홍철,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해주 (E) 아부지!
홍철, 멈칫 돌아보면 해주가 양동이를 들고 달려온다.
얼굴과 옷이 온통 진흙투성이다.
해주 (다가와) 인자 퇴근하는 길이시요?
홍철 너, 꼴이 이것이 뭐다냐?
해주 식구들 몸보신 좀 시킬라고, 미꾸라지 쪼까 잡았어라.
홍철, 양동이 보면, 진흙물 속에 미꾸라지 몇 마리 꿈틀거린다.
홍철 (얼굴 일그러지며) 너! 이런 짓을 머던다고 해 쌋냐!
해주 (의아해) 으째 그런다요? 아부지도 추어탕 좋아하신께...
홍철 (울컥해) 너 이런 짓 안 해도 아부지가 밥 안 굶긴다 했냐 안했냐!
니가 뭣 땀시 이런 고생을 하냔 말이여!
하고 얼떨결에 양동이를 걷어차 버리는 홍철.
양동이가 엎어지며 미꾸라지들이 꾸물꾸물 기어 나간다.
해주 음마... 으째 이러신다요?(황급히 미꾸라지 잡으려 하지만 잘 안 잡히고)
해남서도 많이 잡았는디, 왜 갑자기 이러신다요? (하고 잡으면)
홍철 (당황해) 미, 미안하다... 해주야...
해주 (원망스럽게 보며) 엄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어라...
홍철 미안하다... 아부지가 잘 못 했다...
해주 아따! 싸게 이거나 잡으쑈!
홍철, 몸 숙이며 같이 미꾸라지 잡으려는데, 자꾸 빠져 나가는 미꾸라지.
(오메오메 으쨔스까.. 으째 이라까? 일로와! 일로와!(이리와!))
홍철 요것봐라? 요 작것이 으째 안잡히냐. 음마음마 요것들봐라이?
그 모습 보다가 갑자기 킥! 웃는 해주. 보고는 같이 웃는 홍철.
해주 집 마당 (저녁)
해주와 홍철, 대야에 담긴 미꾸라지에 소금 뿌려 헹구는데,
미꾸라지들이 대야 밖으로 튀어 나온다. 두 사람 잡으려다가 놓치고,
다시 깔깔 거리고 웃는데, 안방 문 벌컥 열고 달순이 내다본다.
달순 아이구, 좋아 죽네? 빚쟁이 놈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고,
다 자빠져 가는 이 집구석에서 애는 언제 튀나올지 모르는데,
미꾸라지나 잡고 자알 한다! 아예 둘이 미꾸라지하고 살아라!
하고, 문 꽝 닫으면 머쓱해 서로 쳐다보는 홍철과 해주.
그러나 이내 다시 킥 웃음 터트린다. 웃지 말라는 시늉하면서
입 가리고 웃는 해주.
동, 마당 평상 (밤)
밥상 위에 추어탕 그릇들이 놓여 있다. 밥 말아 걸신 듯이 먹는 상태.
나머지 식구들도 맛있게 먹고 있다. 뿌듯하게 쳐다보는 해주.
해주 오빠... 맛있제?
상태 아따. 죽이는 구마이. 요것이 을마만에 묵어 보는 추어탕이다냐?
해주 (영주 먹이며) 영주도 많이 묵어라이~ (하는데)
상태 (후루룩 그릇째 들이 마시고) 더 없당가?
해주 보면, 냄비가 비어 있다.
해주 어짜까? 다 떨어져 부렀는디, 내 거라도 먹을랑가?
상태 그라믄 고맙제.. (하고 해주 그릇 가져오는데)
홍철 (숟가락으로 상태 머리 탁! 때리는)
상태 아야! 아, 으째 때리요?
홍철 이 자식아, 두 그릇이나 쳐 묵어불고, 동생꺼 까정 뺏어 묵어?
달순 왜 머리를 때려? 공부 못 하게! 상태 한참 클 나이잖아?
들어 보니까 상태가 지 반에서 키가 젤 작다더라!
해주 저 년은 멀대 같이 삐쭉 크고! 기집애가 키만 크면 뭐 해?
해주 아부지, 지는 추어탕 벨로 안 좋아해라. (영주 보고) 영주야, 더 먹어이~
영주 나도 이거 싫어. 나는 고기 먹고 싶어.
해주 고기? (하는데)
달순 (맛있게 먹으며) 망할 년... 이런 재주 있으면, 진즉에 많이 잡아서,
갖다 팔면 좀 좋아? 그걸로 고기라도 사 먹게.
해주 (그 말에 생각하는 해주 얼굴에서)
동, 마루 (밤)
마루에 얇은 이불 덮고 쪼그린 채 곤한 듯 자고 있는 해주.
문이 열리고 홍철이 나온다. 물끄러미 해주 모습 바라본다.
동, 안방 (밤)
해주를 안고 들어오는 홍철. 잠든 영주 옆에 조심스럽게 누여놓고,
이불 덮은 후 나간다.
동, 마당 (밤)
홍철, 평상에 앉아 하늘 바라보고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북극성.
그 모습 보며 홍철, 긴 한숨 내쉬는데..
달순 (E) 거기서 뭐 해?
홍철, 돌아보면 달순이 찡그린 채 배를 만지며 나온다.
달순 왜 저 기집애를 방에 들여놓고 여기서 이러고 있어?
홍철 미꾸라지 잡는다고 애가 지쳐 부렀구만? 날씨도 쪼까 쌀쌀하고...
달순 (배 만지며) 배 뭉쳐서 아픈 난 안 보여?
홍철 많이 아프다냐? 일로 와 봐봐...
홍철, 달순 배를 어루만지려는데 탁! 손을 쳐내 버리는 달순.
달순 됐고! 빨리 방에 들어와! 저 기집애, 도로 내 놓고!
홍철 (보고) 여보, 달순아. 니 해주한테 으째 그런다냐?
달순 내가 뭐?
홍철 암만 그려도 십년 넘게 정 들여 키웠는디?
너는 저것이 불쌍하지도 않다냐... 워쩌케든 먹고 살라고,
애기가 애 쓰는 거 안 보이냔 말여... 해주도 니 딸이여.
달순 저게 왜 내 딸이야? 당신 딸이지.
홍철 (멈칫 방 쪽 보며) 말조심 해라. 듣겄다.
달순 나는 죽을 때까지 그렇게 생각 못 해.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내 가슴에 칼 꽂아놓고 그런 소리가 나와?
홍철 ....
달순 빨리 들어와! 속 터지는 소리 하지 말고!
하고 들어가면 하늘 보고 다시 한숨 쉬는 홍철 얼굴에서 F.O.
초등학교 앞 (F.I- 낮)
가방 메고 걸어오는 해주. 담을 따라 걷다가 일각에서 멈춘다.
담장 아래 개구멍 같은데서, 숨겨둔 양동이와 소쿠리 꺼내는데,
강산 (E) 어이! 땜쟁이!
해주. 화들짝 놀라 보면 강산이 싱글거리며 다가온다.
해주 오메. 놀래부렀네! 먼 기척도 없이 오고 난리여?
강산 그건 뭐냐?
해주 눈을 머던다고 달고 다니까? 딱 보믄 소쿠리하고 바께쓰구만?
강산 그걸 거기서 왜 꺼내냐고?
해주 남이사 뭘 하던지..
강산 나 너한테 용건이 있는데... (하는데)
인화 (E) 산이 오빠~
두 사람, 멈칫 보면 인화가 다가온다.
강산 (찌푸리며) 아~ 재는 왜 꼭 결정적일 때 나타나는 거야?
인화 (다가와 해주 보고) 야! 너 산이오빠랑 왜 또 같이 있는 거야?
해주 그걸 으째 나한티 물어보냐? 느그 산이오빠한티 물어보그라.
(하고 가버리면)
강산 (따라 가려는데)
인화 (붙잡으며) 어디 가려고?
강산 얌마! 너 왜 그래? 껌딱지냐?
인화 오빠~ 오페라의 유령 봤어?
강산 오페라는 못 봤지만 유령은 봤다. 너!
(하고는 인화 떼 내 버리고 해주 쫓아가는)
인화 아, 씨~ 왜 저딴 기집애를 쫒아 다니는 거야, 진짜!
(속상한 듯 보는 얼굴에서)
야산 일각 (낮)
나물을 뜯고 있는 해주. 순간, 앞에 불쑥 나타나 얼굴을 들이미는 강산.
해주 으째 이라까?
강산 그 풀은 왜 뜯냐?
해주 팔라고 뜬는디... 뭣 땀시 그라요?
강산 사람들이 풀도 사냐?
해주 풀이 아니고, 나물이요! 나물!
강산 그래? 근데 그 바구니하고 양동이에 가득 나물을 다 뜯는다고?
해주 바께쓰는 미꾸라지 잡을 건디요, 으째 차꼬 그라요?
강산 미꾸라지? 그것도 팔려고?
해주 아, 바쁭께 저짝으로 쫌 비킷쑈!
강산 야! 뭐 하러 힘들게 이 딴 걸 하냐? 이거 팔면 얼만데? 내가 줄게.
해주 멈칫 보면, 강산 지갑 꺼내 수표 한 장 내민다.
강산 이 정도면 되냐?
해주 이 인간이 참말로! (옆에 돌맹이 하나 들며) 칵! 조사브끄나!
나가 거진줄 알어!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언능 사라져부러이~
강산 (주춤 물러나며) 아,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해주, 돌멩이 버리고 다시 나물을 뜯고, 그 모습을 보는 강산.
시장 일각 (낮)
나물 파는 아줌마들 열 지어 앉아 있는 모습 보이고,
강산, 나물이 든 소쿠리들 살피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러다가 한 아줌마 앞에서 멈추는 강산. 뿌리째 있는 나물이다.
강산 아주머니! 이거 몽땅 얼마에요?
야산 일각 (낮)
소쿠리 들고 나물 찾아 두리번거리던 해주.
일순 뭔가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해주 오메! 먼 나물이 이라고 많다냐? 완전히 노다지구마이! 심봤다~
앉으며 나물 뜯으려 힘을 주는데, 너무 쉽게 뽑혀 엉덩방아 찧는다.
갸우뚱거리며 다시 나물을 뜯는데 역시 뿌리째 뽑힌다.
이상해 하며 계속 나물 뜯는 해주.
동 일각 (낮)
옆에 가득 나물 쌓아놓고, 땀 뻘뻘 흘리며 호미로 나물 심고 있는 강산.
허리 아픈지 몸 일으키려다가, 나물 뜯는 해주 보고 납작 엎드린다.
논 가 일각 (낮)
해주, 논 가 웅덩이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낸다.
바닥이 드러난 웅덩이, 미꾸라지가 몇 마리 보이지 않는다.
해주 (시무룩해 미꾸라지 잡으며) 요걸로는 고기 사기는 어림도 없겄는디...
(양동이에 미꾸라지 툭 집어넣는데서)
(점프)
해주, 다른 웅덩이의 물을 퍼내고 있다.
진흙범벅의 얼굴, 어느 순간 환해진다. 안에 미꾸라지가 바글바글하다.
해주 음마~ 이것들이 으째 여기 다 몰려 있데?
워메! 물 반 미꾸라지 반이구마이!
해주, 아예 바가지로 미꾸라지들 떠서 양동이에 정신없이 담다가,
멈칫 본다. 그 시선에 저쪽 편에서 보다가 쏙 들어가는,
강산의 고개가 보인다. 의아해 하며 다가가는 해주.
강산이 양동이의 미꾸라지를 웅덩이에 붓다가 해주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그 옆에 이미 빈 양동이 하나가 있다.
해주 여기서 뭐 하요, 시방?
강산 (양동이 바로 세우며 버벅거린다) 어... 어...이거 내가 다 잡은 거야.
여기 미꾸라지 진짜 많네!
해주 (어이없게 쳐다보는데서)
(점프)
강산, 진흙투성이 얼굴로 땀 뻘뻘 흘리며 바가지로 물 퍼낸다.
강산 (몸 일으켜 허리 만지며) 야! 첨부터 오케이 했으면,
이 생고생 안 하잖아! 아우! 허리야!
해주 오메! 다시 물로 들어가부네! 싸게 퍼 내랑께! 언능!
강산, 우씨! 하고는 다시 물 퍼낸다. 미소 머금는 해주 얼굴에서.
시장 안 (낮)
두 개의 양동이에 미꾸라지 가득하고,
흙투성이의 해주와 강산, 호객하며 미꾸라지를 판다.
해주 아짐~ 미꾸라지 좀 사쑈! 지가 직접 잡은 거여라! (하는데)
강산 야! 그래갖고 팔리겠냐?
해주 보면, 강산, 양동이 진흙을 손에 묻혀서 얼굴에 쓰윽 묻히고,
팔소매와 바지를 걷어 부친다.
강산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냐~!
그렇다고 달이면 달마다 오느냐? 것도 아냐! 기회는 딱 한 번,
지금 뿐이야! 아주머니 아저씨 시집 못간 아가씨, 장가 못간 삼촌,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들 이리 가까이 오셔!
사람들 신기해서 쳐다보고. 몇몇 사람들 강산 앞으로 모여든다.
강산 (미꾸라지를 두 손으로 잡아 올리며) 이것이 무엇이냐? 어이 학생!
받아적어! 엘 에이 알 쥐. 라~쥐! 크기도 크다 라쥐, 힘도 크다 라쥐,
라쥐 라쥐 미꾸라쥐야! 이 미꾸라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물 건너온 것들하고는 차원이 달라. 날아가는 새가 왜 떨어지는 줄 알 아? 영양실조야! 다리에 힘 빠지는 아저씨 왜 그러는 줄 알아?
영양실조야! 이거 한번 잡숴 봐! 요강이 깨져!
아낙1 (양동이 안 보고) 그거 힘 좋아 보이네. 한 바구니, 얼매고?
해주 (활짝 웃으며) 야! 만원이어라!
아낙1 싸네. 한 바구니 주그라.
강산 어이! 아저씨. 두 번만 잡셔봐! 담날 아침밥상 반찬이 달라져!
아저씨1 (화색이 돌며) 그럼 난 두 바구니!
아줌마들 모이기 시작하고 해주 미꾸라지 뜰채로 봉지에 담고,
강산, 해주 옆에서 돈 계산하며 소리소리 외친다.
강산 피부 푸석한 아가씨 백날 화장품 발라봤자 도루묵이야. 한 번만 잡셔봐.
도망갔던 애인이 돌아와!
(점프)
해주, 입이 귀에 걸려 돈을 세고 있다. 뿌듯하게 보는 강산.
해주 (강산 보며) 참말로 고맙구마이. 거시기 부모님이 약장사 한다요?
강산 야, 말로만 고맙다냐? 내 일당은?
해주 (멈칫 보고) 얼마 줘야 하는디요?
강산 돈 말고 딴 걸로!
해주 (의아해 보는데서)
바다 공업사 작업실 (저녁)
방화복을 걸친 강산. 용접모를 쓰고 장갑을 낀다.
해주에게 용접봉을 건네주는 강산.
해주 (받으며) 참말로 이해를 모다겄네. 아니, 온갖 용접 다 해 봤담서,
어째 이걸 가르쳐 달란다요?
강산 야! 다 해 봤는데, 내가 이 후진 아크 용접만 쪼금 서툴러서 그래.
해주 (용접봉 내밀며) 한번 해 봇쑈!
강산 (주춤) 어... 니가 먼저 시범을 보여 봐.
해주 아, 어느 정도 실력인지 봐야 갈켜 주제라! (하고 용접봉 들이밀면)
강산, 하는 수 없이 용접모와 장갑 착용하고, 용접봉을 받는다.
작업대에 고정된 철판. 강산, 잠시 망설이다가 용접봉을 쇠 접판 부위에 갖다 댄다. 파바박!! 불꽃이 튀자 기겁하며 용접봉을 놓아버리는데,
어이없어 보는 해주. 다시 용접봉을 들지만 역시 머뭇거리는 강산.
그런 강산을 해주가 뒤에서 민다.
강산, 불꽃을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린 채로 용접을 한다.
(점프)
쇠판이 용접된 부분이 울퉁불퉁하다.
해주, 기가 막혀 강산 보면, 용접모 젖힌 채 어색하게 웃는 강산.
해주 인자 봉께, 뻥쟁이구마이. 용접 한 번도 안 해 봤지라?
강산 (어색하게 웃다가) 야... 그래도 처음에 이 정도면 소질 있는 거 아니냐?
해주 개가 웃겄네이. 선생이 암만 좋아도 이런 정신상태론 택도 없당께.
강산 야! 근데 너 왜 반말해? 쪼꼬만 게?
해주 글믄, 선생님이 제자한테 요거 좀 해 봇쑈. 저거 좀 해 보랑께요,
이런다냐! 자세가 글러 묵어부렀구마! (하고 나가버린다)
강산 야! 어디 가?
당황해 용접모 벗으며 보는 강산.
동 공업사 앞 (저녁)
해주 나오는데, 쫓아 나오는 강산.
강산 야! 땜쟁이! 그냥 가면 어떡해?
해주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으뜨케 수영을 배운다냐? 불도 마찬가지여.
강산 야! 옛날에 한번 데여서 그래! 그렇다고 그냥 가냐?
오늘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해주 오늘은 안 되야. 가서 밥해야 돼.
강산 그럼 언제 해?
해주 (대꾸 없이 가면)
강산 (따라가며) 야... 땜쟁이!
해주 (휙 돌아보며) 땜쟁이라 부르지 마랑께! 이 뻥쟁이야!
강산 그럼...?
해주 사부님이라 불러! 내일 보드라고, 뻥쟁이!
하고 가 버리는 해주. 기가 막혀 보는 강산 얼굴에서.
해주 동네, 어느 집 마당 (다음 날, 낮)
손가방 들고 중년과 마주하고 선 기출. 당혹스런 얼굴이다.
기출 아니, 왜 도장을 못 찍겠다는 거야? 지난번에 배 밭 팔기로 했잖아.
중년 거기, 소문이 안 좋두마.
기출 무슨 소문?
중년 그 배 밭 자리에 조선소가 들어온대매?
그래가, 버티면 돈 더 받을 수 있다 카더라.
기출 (안색 변해) 누, 누가 그 따위 소리를 해? (하는데)
정우 (E) 내가 그랬어요.
기출, 돌아보면 대문 앞에 정우가 서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노인.
기출 (놀라) 너... 정우 아니냐?
정우 (다가와 계약서 보이며) 이거 형이 이 어르신하고 한 거죠?
기출 (멈칫 노인 보고는) 그, 그래..
정우 (계약서 박박 찢고) 이 계약 무효에요. 계약금은 물어 줄테니까.
기출 (놀라 바라보는데서)
다방 일각 (낮)
찻잔 놓고 마주 앉아 있는 기출과 정우.
기출 (눈치 보며) 그 동네서 산다고? 언제부터?
정우 두 달쯤 됐어요. 절에서 공부하다가 사정이 생겨서 왔어요.
기출 ... 그럼 연락을 하지.
정우 형은 왜 장도현이 밑에서 그러고 살아요?
기출 (멈칫 보고) 내, 내가 뭘?
정우 배 밭 사는 일 말이예요. 우리 형이 사람들한테 왜 배 밭을 나눠줬는지,
옆에 있었던 형이 제일 잘 알잖아요?
근데 장도현이 앞에 서서 그 배 밭을 뺏으려고 그래요?
기출 땅값은... 다 지불할 거야. 어차피 배 농사도 안 돼.
정우 농사 안 되게 만든 게 장도현이 석유화학단지잖아요?
병 주고 약 주고죠! 더구나 그 약은 푼돈이고요!
그 사람들 그 돈 받아서, 어디서 뭘 하고 살아요?
기출 (할 말 없는데)
정우 형, 도대체 그 집에 왜 있는 거예요? 혹시 죽은 내 조카 때문에 그래요?
기출 (멈칫 보면)
정우 유진이 죽게 만든 게 미안해서, 형수 옆에 있냐구요?
형수가 형 보기나 해요?
기출 정우야... 그건 내 문제고, 너 아껴서 하는 말인데...
장회장님하고 맞서 싸우려고 하지 마라. 그 분, 예전의 장도현이 아니야.
정우 나도 형 좋아해서 말인데, 더 이상 장도현이 밑에서 이런 더러운 일 하 지 마세요. 내가 두고 보지 않아요.
기출 (당혹스런 얼굴로 보는데서)
도현 집 정원 (낮)
골프 연습대 앞에서, 도현이 공을 치고 있다,
논으로 날아가는 공들 바라보는데, 손가방 들고 다가오는 기출.
도현 앞에 죄지은 듯 선다.
도현 (보고) 다 됐어?
기출 아직... 아닙니다.
도현 시간을 얼마나 줬는데, 아직이야? 이리 줘 봐!
기출 (울상으로) 회장님...
도현 이리 줘 보라니까.
기출 하는 수 없이 가방에서 서류 몇 장 꺼낸다. 받아 보는 도현.
도현 이게 다야?
기출 ... 예.
순간, 서류 팽개치고 골프채로 기출의 허벅지를 갈기는 도현.
비명 지르며 나뒹구는 기출.
도현 너 요즘 정신머리 어디 두고 다니는 거야!
니가 제대로 못 해서 배 밭에 약까지 뿌렸잖아! 근데 이게 뭐야?
장난해? (골프채로 등을 후려갈기며) 장난 하냐고! (하고 마구 때린다)
비명 지르는 기출. 창희가 가방 메고 걸어오다가 그 모습 본다.
놀라 뛰어가려다가 우뚝 멈추는 창희. 도현 앞에 무릎 꿇는 기출.
기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도현 죄송하다는 소리는 아무 도움이 안 돼. 이유가 뭐야?
기출 (벌벌 떠는)
도현 나 속이려고 머리 굴리지 마! 니 머릿속 째깍거리는 소리 다 들리니까.
너 요즘 분명히 이상해. 생각이 딴 데 가 있다고! 이유가 뭐야!
기출 그, 그게...
도현 똑바로 말 해!
기출 바, 방해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도현 방해? 누가?
기출 정웁니다.
도현 누구?
기출 옛날... 학수 동생, 윤정우....
도현 (놀라) 그럴 수가... 그놈이 왜?
말 못하고 다리 문지르는 기출. 일순 골프채 지켜드는 도현.
기출 놀라 보는데, 내려치는 도현. 기출 바로 앞에 골프채 꽂힌다.
도현 그 영감이야!
기출 (놀라 보면)
도현 그 능구랭이 같은 영감... 강대평이가 배후에 있어!
그 영감이 끌어들인 거야. 정우까지!
이 악물다가 돌아서는 도현. 창희와 시선 마주친다.
멈칫했다가 그냥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도현.
기출 앞으로 걸어가는 창희. 괴로운 표정으로 창희 보는 기출 얼굴에서.
도현 집 거실 (낮)
들어오는 도현. 이층에서 공주 풍으로 차려 입은 인화가 내려온다.
인화 아빠~ 저 어때요?
도현 이야! 하늘에서 선녀님이 내려 오셨네? 눈이 부셔서 못 보겠다야.
인화 (헤헤 웃는데)
금희 (안방에서 나오며) 니 오빠 올 시간 안 됐니?
인화 저녁 때 갈 거잖아? 엄마, 표 한 장 분명히 더 챙겨놨지?
금희 그렇다니까?
도현 뭐야? 내 것까지 챙긴 거야?
인화 아빠 거 아니거든요.
도현 그럼 누가 같이 가?
인화 비밀!
도현 인석아, 나도 어차피 못 가. (금희 보며) 여보, 나 좀 나가봐야겠는데?
옷 좀 줘.
금희 회사 일 다 끝난 거 아니었어요?
도현 당신도 없는데 집에 있으면 뭐 하나? 쓸쓸하게...
금희 (눈 흘기며 웃는데서)
기출 집 거실 (낮)
파스 가지고 오는 창희. 기출이 고통스러운 듯 허벅지 내놓고 있다.
허벅지에 퍼렇게 멍이 들어 있다. 창희, 그 허벅지에 파스 바르려다가,
멈칫 본다. 멍 자국 옆에 관통된 총상 흉터가 보인다.
기출 (창희 의식하고) 군대 있을 때 다친 총상이라고 했잖아..
말없이 허벅지에 파스 붙이는 창희.
기출 등 뒤로 돌아가 런닝을 올리다가 울컥한다.
곳곳에 검붉은 피멍이 맺혀 있다. 파스 붙이다가 소리 죽여 우는 창희.
기출 (의식하고) 창희야...
창희 (울며) 이러면서... 이 꼴 당하면서 왜 있자는 거예요... 아버지..
기출 (뭐라고 하려는데)
최비서 (E) 박집사님!
기출 (멈칫) 아, 예!
최비서 (E) 회장님께서 나오라고 하십니다.
기출 알겠습니다! 갑니다!
일어나는 기출. 옷 챙겨 입는다.
울고 있는 창희 보고 뭐라고 하려다가 그냥 나가는 기출.
동, 정원 (낮)
절뚝거리며 나오는 기출. 도현과 최비서가 기다리고 있다.
도현 뭐 하나? 빨리 빨리 나오지 않고!
기출 죄송합니다.
도현, 돌아서 가면 따라가는 기출과 최비서. 창희 나와 그 모습 보는데,
대문으로 일문이 가방 메고 들어온다.
일문 아버지... 나가세요?
도현 오냐. 오늘 오페라 보러 가냐?
일문 예..
도현 그래, 스트레스 좀 풀고, 돌아와서 제대로 공부해. (어깨 툭치고 나가면)
일문 (창희 쪽으로 오다가) 야! 니 아버지 왜 절뚝거리냐?
창희 ...
일문 자식이, 사람이 묻는데 대답을 안 해?
창희의 뺨을 툭툭 건드리고 가는 일문. 입술 깨물고 서 있는 창희.
대평 집무실 (낮)
대평 신문 든 채 부들 부들 떤다.
신문에- 천지석유 화학, 조선소 건설 선언!- 제목과 함께,
장도현이 환히 웃는 얼굴이 보인다. 대평 신문 와락 구기는데,
그 앞에 서 있는 정우.
정우 그 일, 하겠습니다. 대신에, 조건이 있습니다.
대평 장사꾼도 아닌 기, 무신 조건이고?... 뭔데?
정우 배 밭 주인들한테 장도현이가 제시한 금액, 세 배를 쳐 주십시오.
대평 뭐, 뭐라꼬? 니 돌았나? 내 보고 지금 밑지는 장사를 하란 말이가!
정우 그래도 밑지지는 않을 텐데요..
최소한 장도현이가 그 땅에 조선소를 짓는 건 막을 수 있지 않습니까?
대평 그래도 세배는 안 된다. 도둑놈 아이가?
정우 그럼 저는 절대 나서지 않을 겁니다.
대평 이놈우 자석이....두 배는 어떻노?
정우 (말없이 보는 얼굴에서)
바다 위 (낮)
파도를 가르며 달려오는 도현의 요트. 멀리 해풍조선소가 보인다.
요트 안 (낮)
기출이 운전하고 있고, 도현과 최비서가 조선소를 보고 있다.
도현 해풍 조선... 어떻게든 그 영감을 꺼꾸러뜨려야 돼.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그 배 밭을 우리가 차지해 돼.
그리고 나서는 저곳도...(하는데)
기출 (멈칫 아래 보고) 회장님!
도현 뭐야?
기출 배에 물이 새는 거 같습니다.
멈칫 아래 보는 도현. 발밑에 물이 들어와 흥건하다.
고개 홱! 돌려 최비서 보는 도현. 당황해 고개 숙이는 최비서.
바다 공업사 앞 (낮)
자동차 세워놓고, 기사 대기하고 있다. 정박하는 도현의 요트.
내리는 도현과 기출, 최비서. 모두 바짓단까지 젖어 있다.
기출, 당황한 얼굴로 홍철의 공업사 보는데,
최비서의 뺨을 후려갈기는 도현.
도현 이 근처에서 제일 잘 고치는 공업사라고? 여기 너 친척이지?
최비서 죄송합니다.
도현 이래서 버러지 같은 자들한테는 일을 주면 안 돼. 니가 책임져!
최비서 알겠습니다.
도현, 차 쪽으로 가고, 기사 문 열어 주는데, 공업사 보고 있는 기출.
도현 뭐 하나! 안 타고!
기출 (멈칫) 아, 예! (황급히 차에 오르는데서)
동, 공업사 마당(낮)
홍철과 직원1, 2, 작업실에서 나오는데, 들어오는 해주와 강산.
해주 아부지!
홍철 (멈칫 보고) 해주야. 어짠 일이여? (하고 강산 힐끗 보면)
강산 (고개 꾸벅하고)
해주 작업장에서 용접 쪼까 연습해도 되지라?
홍철 그래. 아부지 시방 바쁜께, 알아서 해라이~ (하고 황급히 나가는데서)
요트 안 (낮)
엔진 들여다보는 홍철과 직원2. 직원1은 뒤에서 보고만 있다.
홍철 야! 이 엔진 이거 일제 아녀?
직원2 일제는 맞는데, 호환이 될 끼라예.
홍철 이 사람이? 호환이 안 된께, 문제가 생겼제. (고개 들며 직원1에게)
우리 일제 구라찌 없다냐?
직원1 없지예. 그거는 대양공업사 가야 있을 낀데..
홍철 (다시 엔진 들여다보는데서)
동, 공업사 작업실 안 (낮)
윗옷 벗는 해주. 안에 구멍 난 런닝 입고 있다. 방화복 입으려는데,
강산 문득 해주의 목덜미를 본다. 그 아래 보이는 흉터.
강산 야! 너도 데였었냐?
해주 (돌아보고) 뭔 소리다냐?
강산 거기... 목덜미 아래 흉터 말야. 어떻게 땜질했길래 거길 데여?
해주 용접 하다 데인 거 아니여.
강산 그럼?
해주 나도 몰러. 근디 시방 숙녀 으디를 들여다 본당가!
(하고 용접봉으로 머리 땅! 때리면)
강산 (머리 감싸 쥐며) 아! 땜쟁이! 너 이 머리가 얼마나 고귀한 건 줄 알아?
해주 뻥쟁이, 너 한번만 더 땜쟁이라 불러 봐봐.
(용접봉 들이밀며) 그 대가리를 확! 땜질해 버릴 탱께.
강산 (움찔해 머리 감싸고 물러나면)
해주 정신 차리고 보드라고. 으뜨케 하는지...
강산 알았다, 땜쟁이.
해주 (홱! 노려보면)
강산 아니, 사부님!
용접모 쓰고 작업대에 놓인 철판 용접하는 해주. 그 뒤에서 보는 강산.
시선이 다시 뒤의 흉터에 가 멎는다. 그 흉터에서.
도현 집 정원 (낮)
정원의 잔디를 기계로 깎고 있는 창희. 입은 나시 옷이 흠뻑 젖어 있다.
안에서 나오다가 보는 금희.
금희 창희야!
기계 소리 때문에 못 듣고 계속 작업하는 창희. 등 뒤로 다가오다가,
멈칫 창희의 어깨를 보는 금희. 데인 흉터자국이 선명하다.
그 모습 보는 금희 얼굴에서.
(플래시백)- 1부 씬 7. 일본 학수집 주방.
금희가 커피포트 쏟아, 데여서 우는 어린 시절, 창희와 해주.
(현재)
금희, 착잡하게 보다가,
금희 창희야!
창희 (그때서야 보고 기계 멈추며) 예, 사모님!
금희 니가 왜 이걸 하고 있어?
창희 예, 아버지가 바쁘신 거 같아서...
금희 그래도 공부하는 애가 이런 일 하는 거 아냐. 이 땀 좀 봐. 이게 뭐야?
(하고 옷 만지면)
창희 (말없이 보고)
금희 그러고 보니, 너도 참 많이 컸구나. 어릴 땐 내가 키웠는데...
하며 창희의 얼굴을 만진다. 창희 멈칫 하는데,
양남댁 (E) 사모님!
금희 (돌아보면)
양남댁 (나와서) 인화가 방에 없어요.
금희 무슨 소리에요? 그럼 어딜 갔다는 거예요?
양남댁 아까 무슨 공업사를 간다 그랬는데...
창희 (멈칫 보는데서)
바다 공업사 앞 (낮)
나오는 해주. 뒤에서 부은 얼굴로 강산이 투덜거리며 따라 나온다.
강산 야! 겨우 고거 가르쳐 주고 끝내냐? 무슨 사부가 그러냐?
해주 뻥쟁이가 소질이 없응께 그라제, 충분히 가르쳐 줬구마.
강산 야! 그러지 말고 쫌만 더... (하는데)
정박해 있는 도현의 요트 발견하는 해주. 입 벌리고 요트 바라본다.
해주 워메! 먼 배가 저라고 좋다냐? (다가가며) 세상에, 이 배가 뭐당가?
강산 (보고 대수롭지 않게) 크루저 요트네.
해주 요트여? 요트는 거시기 돛 달린 배 아녀? 이 배는 돛이 없는디...
강산 바보야. 모터로 가는 요트도 있어.
(약간 잘난 척)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요트가 아니고 파워보트지.
해주 보트하고 요트가 뭐가 다른디?
강산 음... 요트는 바람을 주동력으로 가는 거고, 보트는 크기를 기준으로
하는 거지. 선체 길이가 대충 30미터 이하를 보트라고 하는 거야.
해주 (새삼스레 보며) 뻥쟁이가 으뜨케 배에 대해서 그라고 잘 안당가?
그것도 뻥 아녀?
강산 이게 진짜? (하는데)
인화 (E) 산이 오빠!
멈칫 보고 일그러지는 강산. 인화가 다가온다.
강산 아~ 저건 또 왜 오는 거야?
인화 (다가와 해주 노려보고) 천해주! 너 왜 자꾸 산이 오빠 옆에서,
알짱거리는 거야!
해주 나가 알짱거리는 것이 아니여.
인화 어쨌거나, 옆에 있잖아! 옆에 있지 말란 말야! 기분 나쁘니까!
강산 야! 니가 뭔데 누구더러 옆에 있으라, 마라야? 웃기는 기집애네?
인화 이 씨! (팔짱 끼며) 빨랑 가.
강산 어딜?
인화 오페라 보러 가자고! 엄마가 오빠 표까지 준비 했어!
강산 (기가 막혀 뿌리치며) 나 오페라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까, 가세요! 쫌!
인화 (울상 되며) 그럼 나도 안 가!
강산 가든지, 말든지...
인화 그럼 뭐 할 건데!
강산 요트 보잖아! 기집애야!
인화 요트? (그제야 요트 보고) 어? 이거 우리 아빠 밴데?
해주 (놀라) 참말이여?
인화 그럼 거짓말이겠니? (강산 보며) 오빠, 우리 아빠 배 좋지?
강산 뭐... 쪼끔 폼 나네.
인화 안엔 더 멋있다? 구경 한 번 해 볼래?
해주 진짜로 구경할 수 있으까?
인화 이게? 넌 나서지 마. 들어가 봐, 오빠...
강산 (심드렁한데)
해주 (쿡 찌른다)
강산 (보고) 알았어. 한번 보지 뭐...
일동 들어가려는데 자전거 타고 오는 창희.
창희 인화야!
일동 (보고)
해주 (반가워) 음마? 창희오빠! 어짠 일이요?
창희 (자전거 세우며 강산과 어색하게 보고, 인화에게) 사모님이 너 데려오래.
인화 나 안 간다고 전해. (강산 보며) 들어가, 오빠.
들어가는 인화. 강산 따라 들어가고, 해주도 들어간다. 당황하는 창희.
요트 안 (낮)
들어와 화려한 내부 들러보며 휘둥그레지는 해주.
인화는 의기양양하고, 강산은 심드렁, 창희는 심각하다.
해주 아따~ 이 배, 겁나게 좋구마이. 세상에 침대도 있어야.
인화 (강산 보며) 오빠, 어때? 좋지? 좋지?
강산 뭐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네. 그냥 낚시 배네.
해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자뺘졌네! 세상에 이런 낚시배가 어디 있간디?
(하고는) 저기가 조종실이다냐? (하고 가면)
인화 저게? (하는데)
창희 인화야. 사모님 기다리셔. 어서 가.
인화 아, 안 간다 그랬잖아! (강산 쫓아 조타실 쪽으로 가면)
창희 (얼굴 굳어지는데서)
동, 조타실 (낮)
들어와 핸들 만져 보는 해주. 금장까지 된 핸들이다.
인화 야! 때 묻어! 만지지 마!
해주 (멈칫 손 떼면)
강산 때 좀 묻으면 어때? 어차피 핸들인데?
(하고 만지다가) 뭐야, 키 꽂혀 있네?
인화 진짜? (보고는) 오빠... 우리 배 운전 해 볼까?
강산 니가 운전할 줄 알아?
인화 그냥 하면 되지 뭐. (하고 키 돌려 시동 걸면)
순간, 배가 확! 앞으로 간다. 그 바람에 넘어질 뻔 하는 일동.
해주 조심해!
재빨리 운전대 잡는 해주. 능숙하게 배 운전한다. 놀라 보는 일동.
강산 야! 땜쟁이! 너 운전 할 줄 아네?
해주 울 아부지한테 배웠어야.
강산 오우! 대단한데?
인화 (샐쭉해) 그래. 운전은 원래 기사가 하는 거지. 야! 한 바퀴 돌아봐!
해주 안 돼. 비싼 배라서 겁나는구만.
인화 우리 아빠 배라니까? 하라면 해! 넌 왜 이렇게 말이 많니?
강산 그래. 재밌다야. 조금 나가 보자.
그 말에 운전하는 해주. 불안한 얼굴로 보는 창희.
바다+ 요트 안 (낮)
해주가 조타실에서 운전하고 창희가 불안하게 보는 가운데,
뱃머리에서 바람 맞는 강산과 인화.
강산 야아! 바람이 진짜 시원하네! 기분 좋은데?
인화 (다정하게) 그렇지, 오빠? (하고 옆에 붙으려는데)
강산, 떨어져 조타실로 들어간다. 샐쭉하며 따라 가는 인화.
강산 야, 좀 멀리 나가 보자. 기분 죽인다.
해주 안 된당께. 인자 고만 돌아가야쓰것네.
창희 그래. 돌아 가. 이러다 사고 나겠어.
인화 아, 가고 싶으면 둘이 여기서 뛰어내려! 내가 운전할 테니까.
(해주 보며) 가! 운전해 더 가라고!
해주 (하는 수 없이 핸들 잡고 가는데서)
공업사 앞 (낮)
나오는 직원1. 멈칫 없어진 요트 바라본다.
직원1 아니, 이기 어디 갔노? 벌써 부품 구해 고쳤나? (갸우뚱하는데)
먼 바다 + 요트 안 (낮)
운전하는 해주. 보고 있는 강산, 창희, 인화.
강산 야! 회전 죽이는데? 너 진짜 운전 잘 한다.
해주 (으쓱해) 울 아부지도 그르케 말씀하셨는디.. (하는데)
인화 야! 이리 줘 봐! 내가 해 볼게!
해주 안 돼, 못써! 위험하당께.
인화 이게 별 거 아니구만 뭘 그래? 우리 아빠 배잖아! 이리 줘!
해주 밀어내고 운전대 잡는 인화. 해주, 불안하게 보는데,
갑자기 덜컥! 하며 배가 서 버린다. 시동이 꺼져 버리는 배.
인화 야! 이거 왜 이래?
해주 이리 줘 봐봐. (교대해 시동걸지만 안 걸리고) 음마. 이것이 으째 이라까?
강산 야! 무슨 문제야?
해주 모르겄네. 시동이 안 걸려 부네. (계속 걸지만 안 걸리고)
보고 안색 변하는 창희. 밖으로 나간다.
동 바깥 (낮)
나오는 창희. 멈춘 배가 파도에 의해 항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멀리 항구 끝 방파제에 사람이 작게 보인다.
창희 (손 흔들며) 이봐요! 여기 배가 멈췄어요! 이봐요! 도와줘요!
강산 (뒤이어 뛰어나와) 여기요! 도와줘요! 배가 고장 났어요! 여기요!
두 사람, 목청껏 소리 지르지만, 배는 점점 먼 바다 쪽으로 밀려간다.
요트 안 (낮)
다시 들어오는 창희와 강산.
창희 야, 배가 자꾸 떠밀려가. 어떡해?
해주 (계속 시동 걸려고 노력하며) 모르겄어. 이것이 으째 이라까? (하는데)
인화 어머! 이게 뭐야!
일동, 멈칫 보면 발밑에 물이 새어 나온다.
강산 야! 물 새! 이거 어떡해!
하는데, 갑자기 구멍 뚫린 듯 폭포처럼 물이 바닥에서 솟구쳐 오른다.
놀라 보는 일동. 그들 모습에서.
(3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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