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4
<메이퀸> (가제) 4부
요트 안 (낮)
다시 들어오는 창희와 강산.
창희 야, 배가 자꾸 떠밀려가. 어떡해?
해주 (계속 시동 걸려고 노력하며) 모르것네. 이것이 으째 이런다냐? (하는데)
인화 어머! 이게 뭐야!
일동, 멈칫 보면 발밑에 물이 새어 나온다.
강산 야! 물 새! 이거 어떡해!
하는데, 갑자기 구멍 뚫린 듯 폭포처럼 물이 바닥에서 솟구쳐 오른다.
놀라 보는 일동.
창희 이거 밑에 문제 생겼나 봐! 물을 퍼내야 돼! 바가지 같은 거 없어?
인화 어머! 어떡해! 어떡해! 빨리! 빨리 찾아 봐!
해주, 창희, 강산, 첨벙거리며 요트 안을 뒤집고 다닌다.
인화 뭣들 해! 빨리 하라니까! 이러다 물 다 차겠어!
해주 (요트 한 곳 아래의 벽장 열다가) 오빠! 여기 있어라!
안에서 대야 꺼내 던지는 해주. 강산과 창희 받고, 해주 창문을 연다.
물을 정신없이 퍼내는 세 사람. 인화, 물이 더 차자 의자 위로 올라간다.
인화 어떡해~ 내 옷 다 젖었잖아? 오페라 입고 갈 건데... 빨리 퍼내!
세사람 (대꾸 않고 미친 듯이 물 퍼내는 모습에서)
바다 공업사 앞 (낮)
짐자전거 뒤에 부품 상자 싣고 오는 홍철.
일순, 자전거 멈추고 의아해 바라본다. 요트가 보이지 않는다.
동, 공업사 안 (낮)
홍철, 들어와 자전거 세우고 부품 상자 내리는데,
사무실에서 나오는 직원1.
홍철 양기사! 정박장에 요트 으디 가부렀어?
직원1 천기사님이 몰고 나간 거 아입니꺼?
홍철 뭔 소리다냐? 대양공업사서 인자 부품 가져 왔는디?
직원1 아아~ 이기사, 이 자석! 지가 국산 가지고 된다꼬 바득바득 우기두만...
그 자석이 몰고 갔나 보네.
홍철 글면... 어쩐당가?
직원1 엔진 구라찌 수리는 이기사 전문 아인교? 그거 주고 고마 퇴근하소!
홍철 (부품 상자 넘기다가) 우리 해주는 들어갔능가?
직원1 작업장에 없던데? 갔겠지요, 뭐...
요트 안 (낮)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땀 뻘뻘 흘리며 물 퍼내는 해주와 창희, 강산.
인화는 의자 위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화 왜 그렇게 느려 터졌어! 더 빨리 퍼내란 말야! 물이 더 많이 들어오잖아!
강산 야! 기집애야! 시끄러! 힘들어 죽겠는데 난리야! 니가 와서 좀 푸던지!
인화 (울상이 되며) 난 못 해. 내가 왜 그딴 걸 해?
해주 (숨 헐떡이며 창희보고) 오빠, 이래 가지곤 안 되겄어라.
창희 그럼 어떡해?
해주 무전기, 누가 무전 칠 줄 몰르요?
창희와 강산, 서로 보며 고개 젓는다. 해주 조타실 앞으로 가,
기계 이것저것 건드려 본다.
해주 (무전기 들며) 여보세요. 누구 없다요? 누가 좀 도와줏쑈!
(다른 기계 건드리며) 여보세요! 누가 듣는 사람 없소? 쫌 도와줏쑈!
배가 고장 나부렀어요,도와줏쑈!누구없소? (하지만 반응 없고)
인화 야! 빨리 물이나 퍼 내! 계속 들어오잖아?
그 말에 다시 대야 들고 물 퍼내는 해주, 창희, 강산.
해주 집 마당 (저녁)
자전거 끌고 들어오는 홍철.
홍철 해주야! 해주 들어왔냐?
달순 (문 열고 나오며) 집구석에 들어오면 해주밖에 찾을 사람이 없어!
오나가나 해주, 해주!
홍철 들온거여, 안들어온거여?
달순 몰라! 망할 년... 밥 할 시간 다 됐는데, 또 어디가 있는지!
홍철 글믄, 아직도 안 왔단 말이여? (불길한 얼굴로 고개 돌리는 데서)
도현 집 앞 (저녁)
다가와 멎는 도현의 차. 기사, 내려 문 열면 내리는 도현.
동, 거실 (저녁)
도현, 들어오면 금희가 우아하게 차려 입고 안방에서 나온다.
도현 당신, 아직도 안 나갔어?
금희 지금 가려구요. (이층 보며) 일문아! 아직 멀었니?
일문 (이층에서 내려오며) 아버지 오셨어요? (인사하고는)
근데, 엄마... 아직 인화가 안 왔는데요?
금희 (놀라) 무슨 소리야? 아직도 안 오다니?
일문 몰라요. 방에 없던데요.
금희 (주방 쪽 보며) 아줌마! 아줌마!
양남댁 (주방에서 나오며) 예! 사모님!
금희 어떻게 된 거예요, 인화가 아직도 안 왔다잖아요?
양남댁 저도 모르겠는데... 회장님 저녁 준비 한다고 정신없어서, (하다가)
창희가 데리러 갔잖아요?
금희 아니, 그게 언젠데...?
도현 왜 그래? 인화가 어딜 갔는데?
금희 그게 어디 공업사 간다고... 온 줄 알았는데, 아줌마, 박집사네 가 봐요!
혹시 창희 왔는지..
양남댁 예! (하고 나가면)
금희 (불길한 얼굴 되는데서)
요트 안 (저녁)
물이 점점 더 차올라 허리까지 올랐다. 인화, 겁에 질렸다.
여전히 정신없이 물 퍼내는 해주, 강산, 창희.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인화 어떡해~ 산이 오빠. 이러다 배 가라 앉는 거 아냐?
창희 (퍼내는 거 멈추고) 안 되겠어. 밖으로 나가자.
해주 구명조끼 으디 있을 꺼요. 그것부터 입어야 된당께라!
강산 아까, 저 쪽에서 봤어!
해주와 강산, 일각에 가, 물속으로 몸 담그고 밑바닥 쪽에서 구명조끼
네 벌 꺼낸다. 각자 창희와 인화에게 던져 주고 조끼 입는 해주와 강산.
인화, 조끼를 받고 갑자기 소리 내 운다.
해주 (보고) 인화야, 으째 그르냐?
인화 나 이거 입을 줄도 모른 말야~ 어떡해? 우리 다 죽을 거야!
해주 뭔 소리다냐? (다가가 조끼 입혀주며) 갠찮해. 이거 있으믄
물에서도 문제없어야. 걱정 말드라고. 우리 금세 구조될 것잉께.
인화 (여전히 울며) 어떻게 구조 돼? 날까지 어두워지는데!
해주 구조! (갑자기 자기 머리 때리며) 으메! 이 돌팅이 좀 봐라이!
강산 왜 그래?
해주 (물 휘적휘적 저어가 조타실 서랍 여기 저기 연다)
강산 야! 땜쟁이! 왜 그러냐구!
해주 (안에서 뭔가 꺼내는데 조명탄이다) 조명탄! 이게 있으믄 암만 깜깜해도, 우리 구조될수있어! 쪼까 기다려봐바. (하고 문 쪽으로 간다)
동 요트 갑판 (저녁)
조명탄 들고 나오는 해주. 조명탄 터뜨리려는 순간!
갑자기 배가 기우뚱 선미 쪽으로 기운다.
그 바람에 미끄러지며 조명탄 놓치는 해주. 배 위에서 뗏목이 떨어진다. 난간 잡으며 간신히 버티는 해주.
동 요트 안 (저녁)
더 기울어지는 배. 앞쪽에 있는 물건들이 쏟아지고,
의자위에 있던 인화가 물속에 쳐 박힌다. 역시 쓰러지는 강산과 창희.
물건들 계속 떨어지는데, 일순 놀라 보는 강산.
선수에 있던 닻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강산 조심해!
창희를 밀어내는 강산. 닻이 유리창을 뚫고 들어오며,
강산 옆을 스치는데, 갈고리에 허벅지가 북 찢겨 나간다.
비명 지르는 강산.
창희 산아! 왜 그래!
강산 아니야! 꽉 잡아!
순간, 배는 더 기울고...
인화 (물에 휩쓸려 가며) 오빠!
강산 인화야!
물줄기가 그들을 덮친다.
바다 위 (저녁)
배가 선수 부분만 조금 보이더니, 이내 가라 앉아 버린다.
거대한 포말만 일다가 이내 잠잠해지는 바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어느 순간! 불쑥 솟아 올라오는 해주. 뒤이어 창희와 강산, 인화가
솟아 올라온다. 허우적거리는 인화를 붙잡고 있는 강산.
인화 (허우적거리며) 어떡해! 나 수영 못 한단 말야! 엄마! 어떡해! 엄마!
강산 가만있어! 구명조끼 입어서 괜찮아!
인화 나 물 먹었어! 엄마! 엄마~ 나 죽어!
강산 가만있으라니까! 가만히만 있으면 괜찮아, 기집애야! (하는데)
해주 (두리번거리다가) 창희 오빠! 쩌그 잠 봇쑈!
보는 창희. 그 시선에 사각 구명 뗏목이 떠 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헤엄쳐 가는 해주와 창희. 구명 뗏목을 끌고 온다.
그 뗏목 손잡이 줄에 매달리는 네 사람. 그때서야 안정을 찾는 인화.
그러나 여전히 운다. 숨 몰아쉬는 해주 얼굴에서.
바다 공업사 마당 (밤)
자전거 타고 들어오는 홍철. 자전거에서 내려 작업실 안으로 들어간다.
동 작업실 안 (밤)
들어와 불 켜는 홍철. 아무도 없다. 나가려다가 멈칫! 보는 홍철.
다가가 뭔가 들어보면, 해주의 가방이다. 홍철, 놀란 얼굴 되는데,
E 다가와 멎는 자동차 소리. 돌아보는 홍철.
동, 마당 (밤)
홍철, 나오면 차에서 내리는 사장과 직원2.
사장 천기사! 우째 된 기고?
홍철 뭐, 뭐가 말여라?
사장 장회장님 딸 못 봤나?
홍철 못 봤는디... (직원2 보며) 이기사! 너 회장님 요트 몰고 나간거 아니여?
직원2 무신 소립니꺼? 고치지도 않았는데, 그걸 내가 와 몰고 가예?
홍철 멋이여? (고개 돌리는데)
사장 이기 무신 소리고? 요트가 없어졌나! (하는데)
홍철 (갑자기 후다닥 밖으로 뛰어 나가고)
사장 야! 천기사! 천기사!
동 공업사 앞 (밤)
뛰어 나오는 홍철. 요트가 정박해 있던 곳에 와 두리번거린다.
창희의 자전거만 보인다. 뒤이어 따라오는 사장과 직원2.
사장 (둘러보고) 이 요트! 요트 어데 갔노? 장회장님 요트 어데 갔노!
홍철 설마... 아니랑께. (두리번거리며) 해주야! 해주야, 워디 있다냐! 해주야!
사장 (붙잡으며) 뭐라카노? 너그 딸내미가 요트 탔나!
홍철 모르겄네... 해주야! 으딨냐! 해주야!
사장 이 사람이? 정신 차리라! 설마 고만한 가시내가 운전했을 리는 엄꼬,
니 딸내미 누구하고 같이 있었노?
홍철 거시기... 어떤 중학생인디... 용접 연습 한다고라...
사장 용접? (하다가 눈 커지며) 야, 야! 혹시 부티나게 생긴 머스마 아니었나?
홍철 (끄덕이며) 맞는 거 같은디..
사장 아이고메! 클 났다! (직원2 보며) 이... 이기사!
해, 해, 해풍 조선에 연락해라! 그 손자가 배 타고 나간 모양이다!
홍철, 놀라 보는데 직원2, 후다닥 공업사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동시에 비치는 헤트라이트 불빛! 도현의 차가 다가와 급정거한다.
안에서 내리는 도현과 금희, 기출. 기출과 홍철, 서로 보고 놀라는데,
도현 (다가와) 내 전화 받은 사람, 누구야?
사장 (나서며) 저, 접니다. 회장님!
도현 우리 애 여기 안 왔어?
사장 회장님 따님은.... 모르겠심더.
도현 분명히 여기 왔다고 했어! 남자애가 뒤따라 찾으러 왔고! (하는데)
기출 (창희 자전거 발견하고) 창희 자전거가 여기 있어요!
도현 (멈칫 보고 사장 보며) 그럼 왔잖아! 어떻게 된 거야?
(하다가 바다 쪽 보고는) 내 요트는 어디 갔어?
사장 (울상으로 보며) 회장님...
도현 이 자가 왜 이래? 말귀 못 알아들어!
사장 그기... 확실치는 않지만, 해풍 조선 손자분이 몰고 나간 거 같심더.
도현 뭐라고? (하는데)
금희 (나서며) 잠깐만요! 해풍조선 손자면, 산이... 강산 말이에요?
사장 예..
금희 (놀라) 여보, 그럼 우리 인화도 그 배에 탔을 거예요!
배, 어디로 갔어요? 어느 쪽이에요!
도현 (잡으며) 진정해, 여보! 강산이라면 아직 중학생이잖아?
걔가 어떻게 배를 운전해?
사장 조선소 손자분이니까, 혹시나 하고...
기출 (침 꿀꺽 삼키며) 그럼... 우리 애도 배를 탔단 말입니까? (하는데)
홍철 아이고! 해주야! 해주야! (부둣가 따라가며) 으딨냐! 해주야!
도현 (불길하게 그 모습 보다가 사장 보며) 그 배, 수리 끝났어?
사장 (고개 푹 숙이면)
도현 (멱살 잡으며) 말 해! 수리 끝났냐고!
사장 아입니더.... 아직...
도현 (눈 커지는데)
금희 수리도 안 끝난 배에 애들이 탔단 말이에요?
사장 탔는지, 안 탔는지 아직 확실한 거는... 모립니더..
금희, 고개 돌리면 “해주야!”를 부르고 다니는 홍철 모습.
금희 인화야... 안 돼... 인화야! 인화야! (홍철 따라가며 부르고)
기출 (눈 커지며) 창희야.. 창희야! 창희야! (같이 따라가며 부른다)
도현 (굳은 얼굴로 그 모습들 보다가 사장 보며) 해경 불러!
사장 사장님... 진짜 확실한 거는 아입...(니다, 하려는데)
그대로 사장의 턱을 후려갈기는 도현. 나가떨어지는 사장.
도현 이 새끼야! 부르라면 불러!
바다 위 (밤)
뗏목에 의지 한 채 구명조끼 입고 매달려 있는 해주, 강산, 창희, 인화.
창희 우리... 항구에서 더 멀어지는 거 같지 않아?
해주 그르네요. 썰물 때라 차꼬 밀려가네이.
쩌어그 하늘에 북극성 보이지라, 우린 시방 남쪽으로 가고 있당께요.
강산 야! 그럼 우리 일본까지 밀려가는 거냐? 이참에 일본이나 구경해 버려?
해주 띨빠간 소리 하지 마랑께. 시간이 지나믄, 밀물이 또 밀려오는디.
만조가 다 차믄, 잘 하면 항구 안으로 다시 밀려갈 것이여.
물론 그 전에 구조가 되야지라.
인화 이렇게 깜깜한테 어떻게 구조가 돼? 으이~ 씨. 오페라 보러 갈 걸?
구조 안 되면 어떡해? 추워 죽겠네. 엄마~
강산 야! 그만 좀 징징거려! 아니면 아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지!
사람들 들리게!
해주 안돼! 이 멍충아! 잘 못하면 탈진항께, 기운을 아껴 놔야돼!
창희 (새삼 해주 보며) 너는 겁 안 나니?
해주 겁나제 으째 안나겄쏘, 그래도 겁만 내고 있어서는 안되지라.
어떠케든 버텨서 살아남아야지라.
강산 걱정 마. 우리가 배 타고 사라진 거, 우리 할아버지만 알면 돼.
바다 아니라, 지옥에 떨어져도 그 노인네 나 찾아낼 거야.
바다 공업사 앞 (밤)
바다에 해경선들 서치라이트 밝히며 떠 있다.
주민들과 구경꾼들까지 몰려든 가운데, 지프차가 달려온다.
그 뒤를 따라오는 승용차. 공업사 앞에서 지프 멎더니, 대평이 내린다.
뒤이어 승용차에서 내리는 김비서. 두 사람 안으로 들어간다.
동, 마당 (밤)
대낮처럼 불 밝혀져 있고, 탁자에 해도 펼쳐 놓고 있는 경감과 부하들.
도현, 금희, 홍철, 기출, 사장 등의 모습이 보인다.
부하 하나가 다가와 경감에게 뭐라고 속삭인다. 경감, 고개 들어보면,
김비서 대동하고 들어오는 대평.
경감 강회장님이십니까?
대평 니, 뭐꼬?
경감 (경례 붙이며) 울산해경 수색구조대 이춘복 계장입니다.
대평 (계급 보고는 대뜸) 경감 아이가? 서장 어데 갔노! 총경 나오라 캐라!
경감 죄송합니다, 서장님은 서울에 계셔서... 그보다,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손주분께서 배 운전을 할 수 있습니까?
대평 뭐라카노? 가가 몇 살인데, 배 운전을 한단 말이고!
경정, 의아해 보는데, 일행 중에서 나오는 도현.
도현 확실합니까?
대평 (도현 보고 놀라) 자네는 여기 우짠 일이고?
도현 제 딸도 그 배에 탄 거 같습니다. 정말 손주 분이 운전을 못합니까?
대평 그렇다 카이!
도현 그럼 도대체 누가...?
사이, 보는 홍철의 얼굴이 어둡다. 홍철, 일어나 나가려는데,
해경1 (바쁘게 걸어와)계장님! 애들이 요트에 타는 걸 목격한 주민이 있답니다!
경감 그래?
대평 그라머, 진짜로 산이가 고장난 배에 탔단 말이가! (경감 보며) 뭐 하노!
이놈의 자석아! 순찰선 몽땅 띄우고 헬기 띄워라!
경감 죄송합니다. 야간이라 헬기는...
대평 야간이고 나발이고, 뛰우라 카면 띄워!
(김비서 보며) 니, 우리 조선소 배 몽땅 출동 시키라!
김비서 회장님, 수색하기에는 저희 배는 너무 커서 적합지 않습니다. (하는데)
대평 (쪼인트 걷어차며) 이 빌어물 새끼야! 크기나 작기나 산이 찾으란 말이 다! 못 찾으면 니들 다 죽는다!
경감 (그 모습 보다가) 모두 출동해!
해경들 와르르 일어난다. 사이에 보다가 나오는 금희.
금희 나도, 나도 데려가 주세요!
도현 (잡으며) 여보....
금희 애가 저 깜깜한 바다에 있잖아요? 근데 어떻게 이러고 있어요!
나도 가야겠어요! (하는데)
사이, 서로 쳐다보는 홍철과 기출.
바다 위 (밤)
사이렌 울리며 서치라이트 밝히고 밤바다를 수색하는 해경선들.
바다 위 (밤)
추위에 떨며 뗏목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인화 (덜덜 떨며) 오빠~ 추워.
강산 (역시 떨면서도) 야, 춥긴 뭐가 춥냐. 여름인데?
인화 거짓말 아냐. 진짜 춥단 말야. (하는데)
해주 야! 조용히 좀 해 봐! 뭔 소리 안 들려?
멈칫 귀 기울이는 아이들. 멀리서 해경선 사이렌 소리 들린다.
강산 해경선이다! 아저씨! 여기에요! 여기!
해주 여기 사람이 있어라! 살려 줏쑈!
창희 해경 아저씨! 아저씨! 도와주세요! 여기에요!
일동, 고래고래 고함지른다.
바다 + 해경선 갑판 (밤)
해경이 운전하는 갑판 위. 도현과 대평, 금희, 기출, 홍철이,
서치라이트 불빛을 따라 밤바다를 본다. 어느 순간, 소리치는 금희.
금희 인화야! 인화야! 어디 있어! 인화야!
홍철 아이구! 해주야! 아부지 소리 안 들리냐! 해주야!
기출 창희야! 창희야! 창희야!
도현과 대평, 굳은 얼굴로 보는 가운데, 세 사람 계속 소리 지른다.
바다 위 (밤)
뗏목에 매달려 소리 지르는 아이들.
강산 여기라니까! 여기 안 보여!
창희 아저씨! 아저씨!
인화 어! 온다! 이리 오고 있어!
해경선 서치라이트 불빛,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일동, 얼굴 밝아지는데,
갑자기 방향을 트는 해경선. 일동 안색 변한다.
해주 음마, 어짜까? 못 봤나 보네이! 으디로 가요! 여기랑께! 여기여라!
창희 아저씨! 아저씨! 여기라구요!
강산 야! 이 바보팅이들아! 눈 삐었냐! 여기라고!
그러나 해경선 서치라이터 멀어져 가고 울음을 터뜨리는 인화.
일동 허탈해 본다.
바다 + 해경선 갑판 (밤)
안타깝게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는 금희, 홍철, 기출.
굳은 얼굴로 검은 바다 바라보는 도현과 대평.
도현, 문득 고개 들면 빗방울이 떨어진다. 더욱 굳어지는 도현.
바다 위 (밤)
비가 쏟아진다. 뗏목에 매달려 오들오들 떨고 있는 아이들.
인화 (흐느껴 울며) 우리 다 죽을 거야. 이제 끝났어. 엄마~ 엄마~
나 추워 죽겠어... 배도 고파. 따뜻한 피자 먹고 싶어....
엄마가 피자 먹지말랬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많이 먹고 죽을 걸...
(울며) 엄마~ 엄마~
창희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우리 절대 안 죽어!
(해주 보며) 지금 몇 시나 됐을까?
해주 모르겄어라. 달이라도 보이면 대충 시간을 알겄는디,
비까지 온께, 도대체 알수가 없네...
창희 (강산 보며) 산아. 너 왜 아무 말도 안 해?
강산 (뗏목에 기댄 채 대꾸 않고)
창희 산아! 왜 그래?
강산 (간신히 고개 들며) 졸려..
해주 (놀라) 뭔 소리다냐! 잠들면 큰일 나야! 정신 차리랑께!
강산 그래야 되는데... 너무 졸리네.
창희 (안색 변하며) 너 혹시... 아까 나 때문에 다친 거지?
강산 (대꾸 않고 다시 뗏목에 얼굴 기대는데)
해주 자면 안된당께! 아무 얘기라도 좋응께 말을 해봐봐!
말을 해 보드라고!
강산 (정신 차리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해주 (안되겠는지 불쑥) 뻥쟁이 오빠야, 오빠는 꿈이 뭐여?
강산 꿈? 글쎄... (눈감으려고 하는데)
창희 (알아채고) 내가 먼저 말할 게. 산아, 잘 들어.
난...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울산 제일 가는 기업가가 되고 싶어.
천지석유화학이나 해풍조선 같은 곳을 넘어서는 기업가. 너 듣고 있어?
강산 (피식 웃으며) 꿈도 꼭 너 같네. 드럽게 재미없다.
해주 그러는 뻥쟁이 꿈은 뭔디?
강산 내 꿈은... 우리 엄마 같은 여자랑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사는 거.
해주 뭐다냐? 먼 꿈이 그라고 시시하다냐.. (인화 보며) 인화 너는?
인화 야! 춥고 배고파 죽겠는데, 꿈 따위가 무슨 상관이야?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창희 해주 니 꿈은 뭐야?
해주 지요? 음... 지는 배를 가지고 싶어라.
창희 배? 무슨 배?
해주 뭔 밴지는 몰라도, 세상에서 젤로 좋은 배를 가져서,
울 아부지한티 드리고 싶어라. 언젠가 꼭 그러고 싶어라.
비 뿌리는 검은 바다 위, 뗏목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그 모습에 F.O.
바다 위 (아침- F.I )
비가 멎은 바다... 멀리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고,
뗏목에 매달려 얼굴을 기댄 채 잠들어 있는 아이들.
문득 눈 뜨고 주변 둘러보는 해주.
해주 오빠! 창희 오빠!
창희 (멈칫 눈 뜨고 보면)
해주 해가 떴어라! 아침이당께요!
창희 그러네? (강산 보며) 야! 산아! 산아! 일어나 봐!
강산 (꼼짝 않고)
해주 (이상한 느낌에)오메 으째 그런댜? 일어나야! 일어나랑께!
강산 (간신히 고개 드는데 얼굴이 백짓장이다)
해주 (보고는) 얼굴이 어째 그라까? 으디 아프다요?
강산 어지러워... (하는데)
인화 (깨어나 두리번거리다가) 해주야. 저게 뭐야?
해주 (고개 돌리는데)
창희 조심해!
거대한 물보라가 그들을 덮친다.
순간, 뗏목을 놓칠 뻔 한 강산의 손을 붙잡는 해주.
그들 옆으로 엄청나게 큰 귀신 고래 한 마리가 솟구쳐 오른다. 슬로우.
입 딱 벌리고 바라보는 아이들.
인화 어떡해! 어머! 어떡해! 상어다! 죠스다! 우리 다 뜯어 먹을 거야!
해주 아니여! 상어가 아니구만! 고래여!
인화 고래도 잡아먹을 거 아냐! 나 이쁘게 죽어야 돼! 뜯어 먹히는 거 싫어!
해주 고래는 사람 안 묵어야! 갠찮해!
그 말에 호들갑 멈추는 인화. 탈진한 듯 뗏목에 기댄다.
천천히 유영하는 고래. 그 장엄한 광경을 보는 해주와 창희, 강산.
고래, 멀어져 가면, 그 끝에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떠 있다.
다른 바다 위 (아침)
수색하고 있는 해경선들 위로.
대평 (E) 와 아직도 몬 찾노 말이다!
해경선 안 (아침)
분노한 얼굴로 경감 바라보는 대평.
옆에 도현과 금희, 기출, 홍철이 서 있다.
모두 잠 못 잔 듯, 눈이 벌개져 있다.
대평 (옆에 있는 물건 집어 던지며) 빌어물 놈들아! 이기 몇 시간째고!
밤이라 못 찾은 건 할 수 없다 치고, 날이 밝았는데 와 아직도 못 찾노!
경감 고정하십시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도현 뭐가 최선이야! 요트가 작은 물건도 아니잖아!
근데, 지금까지 못 찾는 게 말이 돼!
경감 그게.... 이상합니다. 고장 난 배라서 혹시 침몰하진 않았는지..
홍철 말도 안 돼는 소리 하덜 맛쑈!
경감 (보면)
홍철 글면, 아그들 다 죽었다는 소린디, 그런 소리 마랑께요!
금희 (그 소리에 놀라) 여보...
도현 (잡으며) 아니야. 괜찮아. 그럴 일 없어.
그 요트가 그렇게 쉽게 가라앉을 물건이 아니야.
기출 (경감 붙잡으며) 대장님... 제발 찾아 주십시오. 우리 애는... 우리 애는,
죽으면 안 됩니다.
대평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죽기는 누가 죽는다 말이고!
헬기는 뭐 하고 있노! 이 개코딱까리 같은 새끼들아!
인서트 (아침)
바다 위를 날아가는 해경 헬리콥터.
바다 위 (낮)
뗏목에 완전히 탈진한 듯 기대 있는 아이들.
어느 순간, 인화가 스르르 눈 뜨더니 바닷물을 손으로 떠서 마신다.
해주 (보고) 인화야! 너 머던다냐!
인화 (먹고 콜록거리며 뱉고)
해주 암만 목말라도 바닷물 묵으면 안 된당께! (하는데)
까무룩 정신을 잃어버리는 인화. 뗏목에서 손이 떨어진다.
해주 인화야! 인화야!
창희 인화야!
강산 (힘겹게 뗏목을 잡고만 있고)
해주, 안 되겠는지 뗏목 놓고 인화 쪽으로 헤엄쳐 간다.
인화 붙잡는 해주.
해주 정신 차려야! 정신 줄 놓으면 안 된당께! 창희 오빠! 좀 도와줏쑈!
인화, 이 우게다 올려야 것쏘!
창희, 헤엄쳐 가 해주와 함께 안간힘을 다 해 인화를 뗏목위로 올린다.
뗏목 위로 올려지자 축 늘어지는 인화. 창희, 가쁜 숨 몰아쉬는데..
순간! 해주가 탈진한 듯 정신을 잃는다. 파도에 휩쓸려가는 해주.
창희 (놀라) 해주야! 해주야!
보다가 안 되겠는지, 떠 밀려가는 해주를 향해 헤엄쳐 가는 창희.
강산 (힘겹게) 창희야... (하다가 고개 푹 꺾는 모습에서)
해경선 안 (낮)
뛰어 들어오는 해경1.
해경1 (경감에게) 계장님! 요트 잔해가 발견 됐습니다!
도현 뭐!! (벌떡 일어나고)
일동 (놀라 보는데서)
동 갑판 (낮)
뛰어 나오는 도현, 대평, 금희, 홍철, 경감.
해경들이 바다에서 배의 잔해를 건져 올린다.
도현, 보면 영어 철자가 몇 자 새겨진 배 조각이다. 얼굴 굳어지는 도현.
경감 (도현 보며) 회장님?
도현 ... 내 요트가 맞아.
기출 (그 말에 털썩 주저앉으며) 아이고, 창희야... 창희야... 안 된다. 창희야..
홍철 (그저 멍하니 있는데)
금희 (도현 붙잡으며) 아니에요! 당신 요트 아니잖아요?
이 따위 조각 하나 보고 어떻게 알아요!
도현 여보...
금희 거짓말 하지 말아요! 우리 인화 안 죽었어요! (경감에게 달려들며)
찾아내요! 우리 애 찾아내라고!
도현 여보, 이러지 마. 내 배가 맞아.
금희 (돌아보며) 아니야! 아니라고! (도현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그 앤 안 죽었어요! 또 다시 내 애를 바다에 뺏길 순 없어요!
(눈물 흘리며) 여보, 살려 줘요. 살려 줘! 어떻게... 어떻게,
유진이도 모자라, 인화까지 잃을 수가 있어요! 그렇겐 못 해!
하늘이 있다면 그렇게 못 해!
홍철 (멍하니 그런 금희 보는데)
금희 시신이라도 찾아줘요! 이번에도 못 찾으면 나 죽을 거야!
그 때도 신발 한 짝 밖에 못 찾았어! 당신 배잖아!
당신 배 때문에 죽었잖아! 찾아 줘요! 시신이라도 찾아주란 말이야!
대평 거, 여편네 더럽게 재수 없네!
도현 (멈칫 보며) 뭐요?
대평 죽기는 누가 죽었단 말이고! 거, 딸래미는 죽었는지 몰라도,
내 손자는 안 죽는다. 그래 쉽게 죽을 놈이 절대 아이다! (하는데)
해경2 (안에서 뛰어나오며) 계장님! 헬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 둘이 발견됐답니다!
일동 (놀라 보고)
홍철 둘이라면... 누, 누구다요!
해경2 여자하고 남자 애 하나라는데, 아직 확인은 안 됩니다.
(계장 보며) 위치는 저희 쪽이 가장 가깝습니다.
경감 빨리 이동해!
해경2,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고,
각자 간절한 희망을 품은 일동 얼굴에서.
해경선 + 바다 위 (낮)
해경선 접근 해 오면, 떠내려 온 부유식 등대에 매달려 있는 아이 둘.
두 사람 손을 꼭 잡고 기절해 있는데,
구명조끼 때문에 누군지 확인이 안 된다.
일동, 갑판에서 고개를 빼고 서로 자신들의 아이인지 확인하려 애 쓴다.
어느 순간, 드러나는 얼굴들. 해주와 창희다.
홍철 (밝아지며) 해주구마이! 해주야! 해주야! 아부지다이!
기출 (역시 밝아지며) 우리 창희구나. 창희야! 창희야!
두 사람, 저도 모르게 손잡고 펄쩍펄쩍 뛰는데, 주저앉는 금희.
굳은 얼굴로 보는 도현과 대평.
해경선 안 (낮)
기절한 채, 누여지는 해주와 창희.
해경들이 청진기 들고 두 아이를 검사한다.
보고 있는 홍철과 기출, 도현, 금희, 대평, 경감.
홍철 읏째... 읏째 못 깨어나까라우?
해경3 심각한 저 체온증에 탈수가 심한 거 같습니다.
(경감에게) 즉시 후송해야 합니다.
기출 (놀라 보는데)
경감 배 돌려! (하는데)
금희 안 돼요! 그럴 순 없어!
홍철 (멈칫 보고)
금희 쟤들이 우리 인화 있는 데 알 거 아니에요! 그냥 보내면 안 돼!
홍철 (화나) 아니, 시방 들었잖여라? 애기가 위험하당께요!
금희 (쳐다보지도 않고 경감에게) 깨워서 물어보라구요! 우리 애 어디 있는지!
대평 그 말은 맞네. 퍼뜩 깨워라!
홍철 이 사람들이 참말로? 댁들 애기들만 중요하고, 우리 해주는 핫바지다요?
어서 가드라고요! 싸게 배 돌리랑께!
대평 이기 뭐꼬, 이 자슥은? 야! 이거 갖다 내삐리고 야들 깨워라!
홍철 뭣들 한당가! 배 못 돌리믄, 나가 운전할 탱께, 쩔로 비킷쇼!
(해경 밀치고 가려는데)
일순, 도현이 옆의 해경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내 허공을 향해 쏜다.
요란한 총성에 얼어붙는 일동!
도현 너! 한 발자국만 움직여! 다시는 니 딸 못 보게 만들테니까!
홍철 (놀라 말 못하는데)
도현 (해경 보며) 뭐 하나! 애 깨우라니까!
해경3 (질려서 해주 흔드는데)
홍철 이봇쑈. 회장님! 우리 해주가 누군지 아요? 해주는 당신! (하는데)
기출 천병장!
해경3 (거의 동시에) 애가 깨어났습니다!
놀라 보는 일동. 해주가 눈을 뜨고 있다.
실감이 안 가는 듯 멍하니 있는 해주.
홍철 (달려들며) 해주야! 정신이 드냐? 갠찮하냐?
해주 (힘없이) 아부지...
홍철 그래그래... 아부지다잉. 이놈우 자석.. 살았구마이... (하는데)
금희 (다가와 앉으며) 얘, 우리 인화 어디 있어?
해주 사모님..
금희 우리 인화 어디 있냐니까! 니가 같이 있었을 거 아냐!
해주 항구... 항구 서남쪽...(힘겹게) 네모난 뗏목 위에....밀물 땜시...
항구 근처까지 갔을 거구만이라... 아부지, 애기들 구해야 된당께요.
(하고 정신 잃어버린다)
홍철 (놀라) 해주야! 으째 이라까? 해주야!
경감 (서 있는 해경들에게) 뭐 하고 있어! 항구 서남쪽이야!
가장 가까이 있는 선박에 연락해! 물때가 만조기니까, 항구 근방이야!
다른 해경선 + 바다 위 (낮)
다른 해경선이 접근한다. 그들 시선에 보이는 뗏목의 인화와,
그 뗏목에 매달려 있는 강산.
바다 공업사 앞 (낮)
구급차 대기하고 있고, 먼저 와 있는 도현과 금희, 대평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해경선이 정박하고, 들것에 실린 강산과 인화가
해경들에게 실려 나온다.
금희 (보고) 인화야!
대평 산아!
두 사람, 들것으로 달려가는데, 제지하는 해경들.
해경4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합니다. 고정하시죠.
도현 (다가서며) 살아 있나?
해경4 예, 호흡은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들것을 구급차로 옮기는 해경들. 금희와 대평, 따라가는데,
홀로 남은 도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의식하고 주머니에 넣는다.
병원 복도 (낮)
스트레처 카에 실려 앞 다퉈 들어오는 해주, 강산, 창희, 인화..
다들 의식이 없다. 그 뒤를 따르는 도현과 대평, 금희, 홍철, 기출.
의사들 무더기로 몰려나오다가 도현과 대평에게 인사를 하고.
강산과 인화의 스트레처 카는 의사들에게 쌓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해주와 창희의 카는 인턴들에 의해 응급실 쪽으로 간다.
각자 아이들을 쫓아가는 도현, 금희, 대평, 김비서, 홍철, 기출...
수술실 앞 (낮)
강산의 스트레처카를 밀고 들어가는 의사들.
대평 따라 들어가려는데, 의사1이 막는다. 대평 옆에 김비서.
의사1 회장님, 여기서 기다리시죠.
대평 뭐 하는 짓이고? 수술실은 와 들어가노!
의사1 다리를 심하게 찢겼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수혈도 해야 하고,
다리 상처는 감염우려도 있고 해서, 급히 수술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대평 (김비서 보며) 야! 김비서! 헬기 대기시키라! 서울로 옮기자.
의사1 회장님! 안 됩니다. 지금은 어디 이동할 상황이 아닙니다.
저희한테 맡겨 주십시오.
대평 너그 원장 놈은 어데 있노! (하는데)
병원장 (E) 회장님!
대평, 보면 허둥지둥 뛰어오는 병원장. 다가와 허리 숙여 인사한다.
병원장 회장님, 죄송합니다. 늦어서...
그대로 쪼인트 까는 대평. 아파 죽는 병원장.
대평 아푸나? 내 손자 다리는 그 보다 천배는 아풀끼다.
내 손자 다리 쪼매라도 흠집 나면, 니 다리는 확! 썰어뿔 끼다. 알겠나!
병원장 (인상 쓴 체 끄덕이고)
중환자실 앞 (낮)
도현과 금희, 초조한 얼굴로 있는데 문 열리고 나오는 의사1.
도현 우리 아이... 어떤가?
의사1 저체온증과 탈수가 심각합니다. 바닷물을 많이 마셔서...
우선 석션은 무사히 끝냈습니다.
도현 근데 왜 정신을 못 차리나?
의사1 폐에도 물이 들어간 거 같습니다. 당장 호흡곤란을 겪고 있고,
심각하면 폐수종이나 뇌경색까지 갈 수 있습니다.
금희 (그 말에 휘청하는데)
도현 (금희 붙잡고) 아이만 무사히 살려주게. 필요한 건 뭐든지 할 거니까...
반드시 애를 무사하게 만들어줘야 돼. 알겠나?
의사1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가면)
도현 (금희 보며) 괜찮아, 여보... 괜찮을 거야.
금희 당신 때문이에요. 요트는 왜 사가지고... 나, 유진이 잃고 그 때문에,
인화는 물 근처에도 안 보냈단 말이에요. 근데, 어떻게 이런 일이...
금희, 흐느껴 울면, 도현, 그런 금희를 끌어안고 다독이는데,
대평 (E) 장회장!
도현, 멈칫 금희와 떨어지며 보면, 걸어오는 대평.
대평 (다가와) 인자 학실히 물어보자. 니 배에 와 내 손주가 타고 있었노?
도현 그건... 저도 모릅니다.
대평 모른다카는기 말이 되나? 그것도 고장난 배라매?
그 따우 고물배 때문에 내 손주가 다 죽게 생겼다. 우째 책임질래?
도현 제 딸도 지금 의식 불명입니니다.
영감님 손자가 제 배 운전한 것 때문에요!
대평 무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고?
우리 애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배 운전대 잡아 본적 없다 카이!
도현 그럼 도대체 누가 운전했단 말입니까?
대평 그건 차차 알아보면 될 끼고, 니 명심해라. 만에 하나,
내 손자 잘 못 되면, 니가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끼다.
쓰레기 같은 놈... 배도 하나 건사 못하는 주제에,
조선소를 만들어?
하고 돌아서 가 버리는 대평. 이 악물고 보는 도현 얼굴에서.
수술실 (낮)
산소 호흡기를 낀 강산. 수혈 받으며 누워 있다.
그의 다리를 수술하는 의료진들...
중환자실 (낮)
호흡기 달고 링거 꽂은 채, 의식 불명으로 누워 있는 인화.
응급실 일각 (낮)
링거 맞으며 누워 있는 해주. 문득 눈을 뜬다.
잠시 눈 깜빡이다가 옆을 보면, 바로 옆 침대에 창희가 누워 있다.
역시 링거 꽂고 눈 뜬 채 해주를 보고 있는 창희.
창희 깼니?
해주 우리... 살았쏘?
창희 그래. 살았어. 괜찮은 거지?
두 사람, 미소 짓는데... 의사3이 들어온다.
의사3 야! 니들은 벌써 깼냐? 튼튼하네?
해주 다른 사람들은... 으트케 됐소?
의사3 글쎄, 그건 모르겠고... 검사 좀 해야겠는데, (뒤 보며) 남자부터 옮기지.
남자 간호사, 창희의 침대를 끌어당긴다. 해주 몸 일으키며 보고,
가면서 미소 짓는 창희 얼굴에서.
병원 로비 일각 (낮)
배 내밀고 뒤뚱이며 걸어오는 달순.
두리번거리다가 일각에 고개 숙이고 앉아 있는 홍철 발견한다.
달순 상태 아버지!
홍철 (멈칫 고개 들고 보면)
달순 어떻게 된 거야? 해주... 죽었어?
홍철 고것을 말이라고 하능가?
달순 그럼?
홍철 별 이상은 없는 거 같어. 탈진해서 아직 못 깨어나서 그라제.
달순 (그 말에 약간 안심하다가, 버럭) 그래! 내 이럴 줄 알았다!
홍철 (보면)
달순 그러게 왜 애한테 운전을 가르쳐? 아이고, 쪼막만한 기집애한테,
배 운전 가르치면서 헬렐레 하더만, 차암 잘 됐네!
막말로 국민학생한테 차 운전 가리키면,
그게 어디 전봇대 들이박고 안 죽어? (하는데)
대평 (E) 거기 뭔 소리고?
두 사람, 멈칫 보면, 대평이 김비서와 함께 서 있다.
홍철 안색 변하는데...
달순 (홍철 보며) 누구야? (하는데)
대평 너 이놈우 자석! 단디 말해라! 니 딸래미가 운전했나?
홍철 (주춤 일어나며) 야... 죄송하구만이라.
하는데, 다짜고짜 홍철의 뺨을 때리는 대평. 마구 걷어찬다.
달순 옴맘마! 이 노인네가 와 이래? 뭐 하는 거야? 지금!
대평 이, 이 개베룩 같은 놈의 자석이! 어데 아아한테 운전을 가르키가!
이놈의 새끼, 니 일루 온나!
달순 이 영감탱이가 미쳤나? 어디서 송장 같은 게 와서 난리야!
대평 뭐, 뭐라꼬? (하는데)
홍철 (막으며) 여보, 가만있어. 조선소 회장님이랑께.
달순 (움찔하며) 회, 회장?
홍철 (대평에게 고개 숙이며) 참말로 죄송하구만이라. 뭐라 할 말이 없쏘.
대평 이노무 자석이 그래 놓고 시침 뻑 까고 있었나?
니! 우리 손자 놈 잘못 되면, 너그 집 식구 몽땅 파묻을 끼다!
울산 앞바다에 몽창 던져 뿔 끼란 말이다!
(하고 고개 홱! 돌려 달순 보면)
달순 (주춤 물러나며) 여, 여보... 나는 애들 때문에, 집에 가 봐야겠어..
돌아서 잰 걸음으로 가는 달순.
달순과 비껴가며 간호사가 응급실에서 나와 홍철에게 간다.
간호사 천홍철씨. 따님 분 깨어났어요.
홍철, 멈칫 반색하다가 노려보는 대평 보고 고개 숙이는데서.
응급실 안 병상 (낮)
들어오는 홍철. 해주가 링거 꽂고 누워 있다가 본다.
해주 아부지... (하고 일어나려는데)
홍철 일어나지 말어야. (제지 하며 앉는다)
해주 죄송혀라. 걱정 많이 하셨지라?
홍철 몸은... 갠찮하냐?
해주 야...
홍철 해주야, 그 요트... 너가 운전한 것이 맞냐?
해주 (끄덕이며) 야... 죄송혀라, 아부지...
홍철 (갑자기 등짝 때리며) 이놈우 자석아! 그걸 머던다고 운전을 했냐!
아무리 겁이 없어도 그라제,
머던다고 그런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갈 생각을 했냔 말이여!!
해주 잘 못 했어라.
홍철 아니다. 너 엄니 말마따나, 나가 미친 놈이여.
워쩌자고 애기한테 운전을 가르쳐서...아이고... (하며 가슴을 친다)
해주 참말로 죄송하요... 근디, 아부지... 그 요트 꼭 한번 보고 싶었어라.
홍철 (보면)
해주 그런 좋은 배 한번 구경하고, 나중에 지가 돈 벌어서 아부지한테,
그런 배 사 드리고 싶었어라... 아버지 옛날에 배 가지고 계실 때,
아부지가 겁나게 좋아하셨응께라..
홍철 임마, 너가 무슨 재주로 그런 좋은 배를 사야? 사고나 치지 말어.
니가 이번에 잘못 됐으믄, 아부지가 으뜨케 살겄냐?
해주 죄송혀라.
글썽해 고개 숙이는 해주를 짠하게 보는 홍철.
응급실 안 다른 병상 (낮)
링거 꽂은 채 침대 조금 세운 창희 앞에 앉아 있는 기출.
기출 다행히... 검사결과는 별 이상 없다는구나.
창희 죄송해요. 걱정 끼쳐 드려서.
기출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병실 잡고 며칠만 더 지켜보자.
창희 그러지 마세요. 저 괜찮아요.
기출 창희야...
창희 (보는)
기출 아버지는 니가 죽는 줄 알았다... 너 죽으면 따라 죽으려고 했어.
창희 아버지..
기출 너... 아버지가 부끄럽지? 나도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부끄럽다.
창희 ....
기출 니 엄마도 이런 내가 싫어서 도망쳤다...
하지만 그 때 나는 맹세했어. 너만은 나하고 다르게 키우겠다고...
내 몸이 부서지고 찢기는 한이 있더라도...
너는 나하고 다른 세상에서 살게 만들어주겠다고...
근데, 니가... 니가 이 녀석아, 잘못 되면....(말 못하고 운다)
창희 (울컥해) 아버지..
기출 (얼굴 만지며)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너는 아버지하고 달라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아버지 가슴에 한 때문이 아니야.
너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될 놈이란 말이다.
하고 창희에게 기대며 우는 기출. 창희 그 어깨에 손 올리려다 멈춘다.
괴로운 얼굴로 고개 돌리는 창희. 그 모습에 F.O,
울산 공항 전경 (다음 날 낮- F.I)
동 공항 입국장 일각 (낮)
무빙워크에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밀려오는 봉희.
선글라스 낀 늘씬한 몸매이다.
그 봉희 뒤에 변태 남자 하나가 바싹 붙어 있는데, 아래 쪽 보면
봉희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다. 선글라스 낀 채 무표정한 봉희.
힐끗 천정에 있는 감시 카메라 본다.
동 공항 수화물 수취대 (낮)
컨베이어에 밀려나오는 가방들 앞에 기다리고 서 있는 사람들.
그 틈에 보이는 봉희 뒤로 변태남이 다시 다가와 몸을 밀착 시킨다.
선글라스 벗는 봉희. 돌아보며 씩 웃는다. 약간 당황하는 변태남.
봉희 (변태남 귀에 대고 귓속말로) 좋냐?
변태남 (멈칫 헤벌레 하며 끄덕이고)
봉희 (귓속말로) 어디 갈까?
변태남 (좋아서 눈 번쩍) 진짜?
봉희, 갑자기 발을 들어 올려 남자 얼굴을 걷어찬다.
치마사이로 드러나는 쭉 뻗은 다리. 그대로 나가떨어지는 남자.
사람들이 놀라 바라본다.
봉희 (사람들 보며) 다들 이리와서 변태 구경 좀 해 보실래요?
변태남 (당황해 일어나며) 이 여자가 뭐라는 거야? 니가 먼저 유혹했자나!
하는데 남자의 아랫도리를 걷어차는 봉희.
오만상 찌푸리며 주저앉는 남자.
동 입국장 게이트 앞 (낮)
정우, 오다가 멈칫 본다. 그 시선에 캐리어 가방 든 봉희가 남자와
함께 경찰 둘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남자 정말입니다.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이 여자가 갑자기 걷어찼다구요.
이 소중한 데를...
경찰 ( 봉희 보면)
봉희 CCTV 7번 9번 16번 확인하세요 (하고 남자 보면)
남자 (얼굴 일그러지고)
봉희 소중한 거? 넌 소중한걸 아무데나 휘두르냐? 변태시키야!
(하고 백 들고 때리려는데)
정우 이봉희!
봉희, 멈칫 보면 다가오는 정우.
봉희 왔냐?
정우 무슨 일이야?
봉희 어, 별 일 아냐. ( 청경 둘 보며 ) 가도 돼죠?
경찰1 아니, 진술서도 써야 되고.... 신분증부터 좀 주시죠.
봉희, 인상 찌푸리며 지갑에서 명함 꺼내 주며,
명함에 ‘ 일본 석유공사 선임 연구원 이봉희 ’라고 써 있다.
경찰1 일본...석유공사? ( 하는데 )
양복 (E) 이박사님!
일동, 보면 양복 입은 사내가 - 이봉희 박사님 – 이라는 피켓 들고
달려온다.
양복 ( 꾸벅 인사하며 ) 이봉희 박사님이시죠?
봉희 아~ 바빠 죽겠네, 정말...
경찰1 박사님...이세요? 무슨... 박사?
봉희 치한퇴치 박사에요! 왜요?
일동 ( 일동, 멀뚱한 얼굴로 쳐다보는데 )
봉희 ( 정우 보며 ) 야! 너 석유화학 공장 구경해 봤냐?
@@ 석유 화학 단지 안 (낮)
양복이 운전하고 있고, 봉희와 정우가 차 안에 타고 있다.
양복, 차 세우면 기다리던 간부가 차 문 열어준다. 내리는 봉희.
간부 (깍듯하게 고개 숙이며) 오랜만입니다. 이박사님....
훨씬 더 아름다워지셨네요..
봉희 오나가나 미모 때문에 난리네.
간부 (피식 웃고 정우 보며) 이 분은?
봉희 비서에요. 들어가죠.
앞서 가는 봉희. 따라가는 간부. 보고 피식 웃으며 따라가는 정우.
동 일각 (낮)
아로마틱 공정 기계들이 있는 곳이다. 간부와 직원들이 노트 들고,
봉희와 정우를 보고 있다. 봉희는 자판기 커피 잔을 들고 있다.
봉희 문제가 뭐에요?
간부 아로마틱 공정에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저희 직원들이 아무리 조사해도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봉희 무슨 트러블인데요?
직원1 기계엔 결함이 전혀 없는데, 갑자기 수율이 40, 50대로 떨어졌습니다.
봉희 원료는 컨덴세이트 쓰죠?
직원1 예. 원료 창고로 가 보시겠습니까?
봉희 됐거든요. 아침까지 기름 냄새 맡고 왔는데, 또 맡으라고?
원료 가져와 봐요.
간부, 눈짓하면 직원2가 원유 원료 통 하나 들고 온다.
커피 잔 옆에 놓고 뚜껑 여는 봉희.
간부 성분 보시게요? 그럼 실험실로 가셔야.....
봉희 무슨 실험실이에요? 기름쟁이가,,,(하고는 뚜껑에 원료 부어 맛을 본다)
정우 야! 기름인데, 괜찮아?
봉희 (대꾸 없이 입맛 다시고, 간부 보며) 이거 최근까지 중동산 쓰다가,
호주소스로 바꿨죠? (하고 뚜껑을 커피 잔 옆에 놓는다)
간부 예...수급 문제가 좀 있어서.
봉희 이거 머큐리가 들어가 있잖아요?
컨덴세이트에 수은이 0.001 프로만 들어가도 캐탈리스트 능력이 확!
떨어집니다. 그럼 당연히 수율이 떨어지죠.
촉매제 다 교체하고, 공정 셧 다운 하세요! 이상!
일동 (놀란 얼굴로 보는데)
봉희 (정우 보며) 이제 밥 먹자.
하고는 커피잔 들려다가 무심결에 원유 든 뚜껑 들어 마신다.
“ 에! 퉤! ” 내 뱉는 봉희.
봉희 뭐야! 원유를 여기 냅두면 어떡해! 에이~씨!
시커먼 입술 닦는데, 웃음 터뜨리는 정우. 얼떨떨해 보는 일동.
씬51. 해주동네 일각 (낮)
가방 끌고 정우 따라오는 봉희.
정우 야, 근데 너 왜 나 따라 오냐?
봉희 니네 집에 가서 짐 풀어야지.
정우 (멈칫) 무슨 소리야? 짐을 왜 우리 집에 가서 풀어?
봉희 니 집에서 지낼 거니까. 호텔비 아껴야지.
정우 야! 안돼! 우리집에 방도 하나 밖에 없어!
봉희 안 잡아먹을테니까, 걱정 마셔!
정우 안 된다니까? 너 언니 집 놔두고 왜 나한테 붙어, 임마? 안 돼!
봉희 짜식아! 친구 사이에 안 되는게 어딨어? (정우 머리 헤드락 걸며)
니 집이 내 집이지, 어디서 까불어?
정우 야! 이거 안 놔! 아파!
봉희 (풀어주며) 윤정우! 너 혹시 나 몰래 여자라도 감춰뒀냐?
정우, 뭐라고 하려다가 멈칫 본다.
그들 앞으로 중년(3부 씬40)이 트럭을 몰고 온다.
트럭에 실려 있는 베어진 배나무들. 트럭 윤정우 앞에 멎는다.
정우 (인사하며) 점심 드셨어요?
중년 어... (봉희 힐끗 보고) 어데 갔다 오는 길이가?
정우 예... 친구가 와서...(트럭 뒤 보고) 배나무는 왜 베어 갑니까?
중년 그기... 어제부터 이상하게 나무가 죽네. 혹시 무신 병충해 있나 싶어가,
베서 버릴라 칸다. 딴 나무에 전염 될까봐.
정우 공해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요?
중년 모르겠다.. 아이고, 이놈의 배 밭, 빨리 팔긴 팔아야 되는데..
(정우 보며) 가 보꾸마. (하고 트럭 몰고 가면)
정우 굳은 얼굴로 트럭 보는데, 뒤통수 치는 봉희.
봉희 뭐 해? 빨랑 안 가고?
정우 (머리 만지며 째려보는데서)
병실 특실 (낮)
링거 꽂고 다리에 붕대 감은 채 누워 있는 강산.
눈 뜨는 강산. 대평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대평 산아! 인자 정신이 드나?
순간, 흐릿했던 대평의 모습이 어느 순간 선명해진다.
멍하니 보던 강산. 주변 두리번거리다가 벌떡! 일어나려는데.
다리가 아픈 듯 "아!" 하며 얼굴 찡그린다.
대평 아직 일어나면 안 된다. 가마 있거라.
강산 어떻게 된 거에요? 해주하고 창희는요? 걔들 어디 있어요?
대평 이노무 자석이, 지금 가들이 문제가?
니 놈이 피를 얼매나 마이 흘렸는지 아나!
강산 해주하고 창희, 구조 됐냐구요!
대평 그래! 그놈들은 멀쩡하더라!
강산 후~ 다행이다.
대평 대신에 니는 다리수술까지 받았다, 일마야. 거진 죽다가 살아난기라!
강산 에이, 제가 누군데 죽어요?
염라대왕이 보더니, 대책 없는 꼴통이라고 도로 가라던데요?
대평 지금 할애비 농담할 기분 아이다. 장난도 정도가 있는 기다.
목숨 걸고 장난 하는 놈이 어데 있노?
강산 알았어요. 제가 잘못 했어요. 화 푸세요, 할아버지.
대평 이놈우 자석아. 니는 내한테 하나빼끼 없는 핏줄이다.
니한테 할애비의 모든 희망이 있는기라. 근데 와 이런 걱정을 시키노?
강산 죄송해요. 담부턴 걱정 안 시켜드릴 게요. (하고는) 아~ 아프네.
대평 아파도 싸제. 의사 불러 오꾸마. (하고 나가면)
강산 (다리 보고는) 수술? 아우! 답답해서 어떻게 누워 있나... 젠장!
(한숨 쉬는 얼굴에서)
응급실 일각 (낮)
해주, 옷 갈아입은 채 병원 복 개는데, 커튼을 재끼며 들어오는 홍철
홍철 참말로 갠찮은거여?
해주 야. 끄떡 없당께요. 근디 병원비는 어쩐당가요?
홍철 (한숨 쉬며) 내가 알아서 할 거구마이. 나가드라고.
해주 아부지.
홍철 (보면)
해주 지, 인화한테 쪼까 들렀다 가께요.
홍철 아직 안 깨어났다던디... 뭐땀시 갈라고야? 가믄 벨로 좋은 일 없응께 가지마라..
해주 그려도, 얼굴이라도 봐야지라.
중환자실 (낮)
바이탈 사인 모니터링기의 그래프는 안정적이다.
심전도 검사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인화.
도현, 착잡하게 보는 가운데,
금희가 앉아 링거 꽂은 인화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다.
금희 (애절한 눈빛) 인화야... 엄마야... 눈 떠봐. 응? 엄마 보고 싶지 않아?
인화 ....
금희 엄마는 인화 없인 못사는 거 알잖아. 제발.... 한 번만 응?
한 번만 눈 좀 떠 봐. 그게 힘들면... (잡은 손보며)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 주면 안 돼? (울음 참으려 애쓰며) 그럼 엄마... 안심하고 인화 기다릴 수 있는데..
도현 여보, 그만 나가지. 의사가 절대 안정을 해야 한다고 했잖아.
금희 (눈물 훔치며 보는데)
도현 인화 위해서야. 의사 말 듣자고.
금희 (그 말에 힘없이 일어나는데서)
동, 중환자실 앞 (낮)
나오는 도현과 금희.
도현 난 회사 좀 들어가 봐야 돼. 당신 힘든 거 같은데, 양남댁 좀 부르지.
금희 아뇨. 제가 있을 거예요.
도현, 한숨 쉬고 금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간다.
도현 가고 나면 참았던 눈물 흘리는 금희. 눈물 닦아 내다가 멈칫 본다.
그 앞으로 걸어오는 해주. 금희의 얼굴이 싸늘해진다.
해주 안녕하셨지라? 인화는 쫌.. 어떻당가요?
금희 너... 니가 배 운전했다던데... 맞니?
해주 야...
순간, 그대로 해주의 뺨을 갈기는 금희. 맞고 고개 푹 숙이는 해주.
금희 뻔뻔하기도 하지. 니가 무슨 얼굴로 여길 와!
해주 죄송합니다, 그래도 인화가 궁금해서...
금희 궁금해 하지도 말고, 앞으로 인화 만날 생각도 하지 마!
처음부터 너 같은 애를 만난 게 재앙이었던 거야!
해주, 고개 숙인 채 말이 없는데, 일각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홍철.
고통스러운 듯 벽에 기대며 머리 뒤로 찧는다.
병원 특실 앞 (낮)
문에 “강산”이라는 이름표가 보인다.
걸어오는 창희. 문 앞에서 노크하려다가 망설인다.
동, 특실 안 (낮)
깁스한 다리 위에 아이스 팩 올려놓은 채, 강산이 만화책을 보고 있다.
강산 키득거리며 웃는데, E 노크소리.
강산 (건성) 예!
창희 (문 열고 들어오면)
강산 (보고) 야아! 박창희! 멀쩡하구나야!
창희 (서먹해하며 다가오더니 만화책을 힐끗 보고) 그러니 꼴등을 하지.
강산 짜식이, 아픈 사람 앞에서 약 올리냐?
창희 수술... 잘 됐어?
강산 잘 됐겠지. 넌 괜찮냐?
창희 어.
강산 근데 왜 왔냐?
창희 (말없이 보면)
강산 아~ 짜식! 답답하네. 얌마, 이럴 땐 그냥 고맙다 이러는 거다. 알겠냐?
창희 ... 고마워.
강산 진짜 엎드려 절 받기네. 고마워 해줘서 고맙다, 자식아.
창희 난... 네가...일문이랑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거든.
강산 너 진짜 사람 보는 눈이... 그래서 이제 아니다 이거냐?
창희 그래. 아냐. 나 구하려다 다친 거...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강산 얌마, 미안하다, 고맙단 소린 한번만 하는 거야. 그게 친구야.
창희 친구?
강산 그래, 임마! 우리 친구잖아? 그것도 목숨을 건 사투에서 살아남은 친구!
창희 (미소 짓는데)
강산 아이~ 자식. 이제 웃네. 난 또 너 장례식장에 온 줄 알았다.
창희 (그 말에 다시 웃으면)
강산 해주는? 괜찮냐?
병원 로비 (낮)
미소 머금고 걸어 나오는 창희. 문득 본다.
해주가 일각에 시무룩하게 서 있다. 고개 들다가 창희 발견하는 해주.
창희가 미소 짓자, 해주도 이내 밝게 웃으며 화답한다.
창희 (다가와) 퇴원하는 거야?
해주 야... 근디, 아부지가 으디 가셨는지 기다리는 중이어라.
창희 뭐 좀... 마실래?
병원 정원 일각(낮)
음료수 캔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해주와 창희.
창희, 고개 돌리다 해주 뺨 보면 빨갛게 부어 있다.
해주 (시선 의식하고 뺨 만지며) 인화가 아직도 못 깨어난 거 같어라.
창희 그래서, 맞았니?
해주 ....
창희 내가 사모님께 얘기할게. 니 잘못은 없었어.
인화가 고집 피워서 배 운전 하라고 한 거잖아.
해주 아녀라. 그르지 맛쑈.
창희 (보면)
해주 애기도 못 깨어나는디, 그런 소리 하면 뭐 한다요? 마음만 더 아프지라.
창희 너는 억울하지도 않아?
해주 (보는)
창희 어떤 사람들은 툭 하면 자기보다 못산다는 이유로,
사람을 때리고 짓밟아. 그럴때마다 난 속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거 같아.
너는 안 그래?
해주 많이 억울하믄 지도 말하지라. 근디 불쌍항께요
창희 누가?
해주 맞는 사람은 고 자리서 아프믄 그만이지만..
때린 사람은 겁나게 오래오래 마음에 남는닥합디여. 고것이 더 불쌍하지라.
글고 지는 원래 뭐든지 오래 생각 안 해라..
기분 나쁜 것은 빨리 잊어부러야제, 안 글믄 사람이 맥아리가 없어져라.
창희 ....
해주 고맙소, 오빠...
창희 뭐가?
해주 벌써 두 번째 아니당가요? 오빠가 지 목숨 구해준 거 말여라.
창희 ... 몸은 괜찮아?
해주 (활짝 웃고) 지야 불사신이지라. 벌에 그라고 쏘이고도 살아 남았응께요. 다 오빠 덕분인거같으요.
창희 네가 강해서 살아남은 거지.
해주 여자한티 강하다는 거, 거시기 한디...
창희 강하고 아름다워.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한 거, 정말 아름다운 거야.
해주 (씩 웃으며) 참말로 고맙네이. 인자까지 지한테 그래 좋은 얘기 해 준 사람,
오빠가 첨이어라.
창희 (애잔하게 보면)
해주 (헤... 웃는) 아, 우리 아부지는 빼고 말여라.
두 사람 서로 보고 웃고.,.그 벤치 위로 따뜻한 햇살이 쏟아진다.
해주 집 마당 (저녁)
해주 부축하고 들어오는 홍철.
해주 아부지... 지 괜찮다니께요.
홍철 임마, 뭐 먹은 것도 없는디.. 들어가서 좀 눕드라고.
해주 괜찮은디...(하는데)
상태 (방에서 나오며) 야! 너 큰 사고 쳤담서?
가시내가 겁대가리 삶아 묵어 부렀냐?
너 뭣이 될라고 그르냐?
홍철 야, 이 자석아! 병원서 인자 퇴원한 동생한티 고것이 할 소리여?
상태 아부지는... 어째 지만 보면 뭐라 그런다요?
가시내 저거 사고 친 건 맞잖여라?
홍철 시끄럽다! 싸게 나와! 해주 너 방에 쪼까 눕혀야 쓰겄다.
해주 아부지, 지 참말로 갠찮해라.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 하셨잖어라?
홍철 들어가자니께. 바다서 하룻밤을 새웠는디, 으뜻케 멀쩡하겄냐?
해주, 데리고 상태 방으로 들어가는 홍철. 상태, 멀뚱히 보는데,
안방 문 탁! 열고 노려보는 달순. 나오더니 상태에게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하나 준다.
달순 상태, 니 영주하고 뭐 좀 사 먹고 와.
상태 워메~ 요것이 뭔 횡재다냐? (돈 받고 후다닥 나간다)
달순 (상태 방 노려보는데서)
동, 상태 방 (저녁)
이불 깔고 해주를 눕히는 홍철.
홍철 쪼까 있어봐라이. 죽이라도 쒀 올탱께.
해주 엄니가 뭐라 하실텐디...
홍철 걱정 말어. 아부지가 책임질 탱께... 누워 있어라이. (하고 나간다)
동, 마당 (저녁)
홍철, 나오는데 마당에 서 있는 달순.
달순 당신, 나 좀 봐.
홍철 ... 나중에 얘기 하드라고.
달순 지금 얘기 하드라고!
홍철 (멈칫 상태 방보고 달순 보는데서)
동, 안방 (저녁)
들어와 앉는 달순과 홍철.
홍철 영주는 으드 갔다냐?
달순 저, 썩을 년이 애를 못 봐서, 저 밑에 집에 맡겼다. 왜?
홍철 욕하지 말어. 해주 너한티 욕 묵을 애기 아닝께.
달순 하이고! 뭐를 잘 못 먹었나? 내가 왜 욕을 못하는데!
그럼, 멀쩡한 남의 배를 끌고 가서, 바다에 쳐박아도,
아이고, 우리 딸 잘 했어요! 상장 줘야 겠어요.... 이래야 돼?
홍철 너, 뱃속에 있는 아그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마음 묵지 말어.
달순 옴마마! 당신이 언제 이 복띵이 생각을 해 줬다고?
눈만 뜨면 해주! 눈 감아도 해주! 저 기집애만 천날 만날 물고 빨았지,
언제 우리 애들 생각했는데?
홍철 (멈칫 상태 방 쪽 의식하고) 말조심 모더냐?
달순 그래! 못 해! 니가 이날 이때껏 나한테 해 준 게 뭔데, 큰 소리야!
남들처럼 옷을 하나 사줘봤나, 먹을 걸 제대로 먹여 줬나!
남의 배 들이받고 빚쟁이들한테 쫓겨 와 이렇게 살면서,
꼴에 남자라고 큰 소리 치고 싶은가 보지?
홍철 (화 누르며) 알았어. 고만 하더라고.
달순 그만 못 해! 그러고 보니, 남의 배 부수는 건 핏줄인가 보지?
망할 년, 바다에 가서 콱! 빠져 죽지 왜 살아와서 속 터지게 만들어?
홍철 이것이 참말로! 너 죽고잡냐! (하고 손 치켜들면)
달순 왜? 때릴려고? 그래! 죽여! 차라리 죽이고 당신 딸년이랑 살아!
저년 낳은 여편네 데리고 살란 말야!
홍철, 치켜든 손, 부들부들 떨다가, 벌떡 일어나 나간다.
동, 마당 (밤)
문 박차고 나오는 홍철. 멈칫! 본다. 해주가 마당에 서 있다.
눈물 글썽해져 보다가 돌아서는 해주.
동 집 앞 (밤)
걸어 나오는 해주. 그 뒤에 따라 나오는 홍철.
홍철 해주야! 해주야! 아야 으디 가냐?
대꾸 않고 몇 발자국 걸어가다가 갑자기 주저앉는 해주.
얼굴을 무릎에 묻으며 운다. 주춤 주춤 다가가는 홍철.
홍철 해주야... 너 들었냐?
해주 ....
홍철 (억지로 웃으며) 아니여. 너 엄니가 너 사고친 거 땜시 승질이 나서야, 고거... 사실 아니랑께. 니 엄니 잘 알믄서 그르냐?
승질 뻗치면 온갖 잡소리 다 하기는 것이 느그 엄니다.
고개 드는 해주. 그 얼굴이 눈물범벅이다.
홍철 해주야...
해주 (울며) 아부지, 지 알고 있었어라. 지가 엄니 딸 아닌 거, 알고 있었어라.
홍철 (!) 해주야?
해주 그래서, 엄니한티 잘 보일라고 온갖 노력 다 했는디... 아부지, 아부지!
우리 엄니는 누구다요?
홍철 (보는)
해주 지 낳아준 우리 친 엄니는 누구다요?
말 못하고 보는 홍철. 울며 보는 해주. 그들 모습에,
(4부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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