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hdal Chronicles 2
(은섬) 엄마...
엄마!
[함께 놀란다]
[은섬의 거친 숨소리]
[함께 놀란다]
(뭉태) 저...
[둔지의 당황한 신음]
(열손) 은섬이
네놈이 정말
정말 꿈을 만나는 것이냐?
[어두운 음악] 지금 꿈에서 깬 것이 맞느냐?
트, 트, 틀림없어요, 맨날 이래요
그래서 일부러 나무 위에서 자는 거라니까요, 안 들키려고
(검불) 뭐? 아니, 꿈을 만난다고? 정말로?
얘가 꿈을 어떻게 만나?
(둔지) 은섬이는 꿈을 만난다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둔지) 씨족 어머니처럼 수련을 오래 해야 꿈을 만날 수가 있다
은섬이는 수련을 안 했다
근데 꿈을 만난다!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터대의 헛기침]
(터대) 열손!
내가 말하겠다
[터대의 헛기침]
탄야는 푸른 객성의 아이고 씨족 어머니를 이을 사람이다
근데 탄야는 여태껏 꿈을 못 만난다
근데 은섬이는 꿈을 만난다
은섬이가 탄야의 꿈을 훔친 것이다!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탄야) 꿈은 그런 게 아니에요
(열손) 은섬, 너는 꿈을 훔쳤는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열손) 은섬이 말해야 한다!
또한 이곳은 판가름의 장소다
모두가 높낮음 없는 판가름의 말을 써야 한다!
알겠는가?
알았다
(열손) 탄야의 꿈을 훔쳤는가?
(은섬) 내가 꿈을 만나는 건 사실이다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남와한족1) 맞아, 맞아, 아, 훔친 거야
(은섬) 아, 그러나 사람은 다른 사람의 꿈을 뺏을 수 없다
아, 모두 꿈을 모르지 않나?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꿈이란 건, 어? [의미심장한 음악]
내가 밤에 누워서
- (남와한족2) 누워서? - (여와한족1) 누워서?
[저마다 말한다] (여와한족1) 누워, 너 누워 봐
눈을 감고 자는 동안
(남와한족3) 눈 감아, 눈 감아
나도 모르게 누군가가 나타나거나 내가 어딘가로 가게 된다
나도 모르게, 어?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 (남와한족4) 너 어디 갔어? - (남와한족5) 가긴 어딜 가?
[와한족들이 항의한다] (여와한족2)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은섬) 나도 모르게 나타나는 게 중요하다
나도 모르게 나타나는데
내가 어떻게 뺏을 수가 있나, 어?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남와한족6) 아, 그렇지, 듣고 보니 그렇네
또, 또, 또!
난 원래부터 이 마을에 오기 전부터 꿈을 만났는데
[땅을 탁탁 치며] 이게 어떻게 탄야의 꿈을 뺏은 것인가! 어?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터대) 자, 자, 자, 자, 자, 자! 거, 거짓말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어떻게 원래 꿈을 만난단 말인가!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뭉태) 마, 마, 마, 마, 마, 맞다!
은섬은 꿈을 훔친 게 확실하다!
(검불) 그래! 뭉태는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을 말하라
(뭉태) 응! 탄야는 푸른 객성이 나타나던 날 태어났다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근데 은섬이도 딱 그날 그때 태어났다고 한다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남와한족7) 맞아! 그렇지!
- (남와한족8) 그래서, 그래서? - (아가지) 그게 왜?
같은 날 태어났으니까 뺏는 거죠
[와한족들이 못마땅해한다] (둔지) 야, 이, 야, 너 뭉태 저거...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뭉태) 그, 그렇죠, 초설 어머니?
- (열손) 씁! - (남와한족9) 뭐야
그렇지 않은가, 초설 어머니?
꼭 그렇지는 않다
[와한족들이 못마땅해한다] (검불) 앉아, 씨
[뭉태의 한숨] 북쇠, 말하라
(북쇠) 은섬이가 초설 어머니의 정령 춤을 추는 걸 봤다!
[와한족들이 놀란다] 똑같았다!
(우루미) 똑같이 한다고? 그 복잡한 것을?
(북쇠) 탄야의 꿈을 뺏으려고 춤을 훔쳐본 거다
그런 수련을 해야 꿈을 만날 수가 있으니까!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터대) 정, 정령의 춤은 초설 어머니와 씨족 어머니 후계자만이 춰야 된다!
[와한족들이 공감한다] - (검불) 맞다! 맞다! - (터대) 어?
(은섬) 아, 나는 그냥!
나는 그냥
우연히 한 번 보고...
(둔지) 아니, 어떻게 그걸 한 번 보고 따라 할 수가 있나!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탄야) 은섬이는 진짜 한 번 본 건 다 따라 한다
그리고...
아, 나한테 가르쳐 주려고 외운 거다
내가 아직도 초설 어머니 춤을 너무 어려워하니까
(북쇠) 탄야, 너는 은섬한테 속는 거다!
은섬이는 머리가 고장 났다
거짓말도 너무 잘 지어내고
몸에는 이상한 푸른 껍질도 있다!
(뭉태) 아, 아, 마, 마, 마, 맞다, 맞다
그리고 피 색깔도 보랗다
[은섬의 아파하는 탄성] (뭉태) 우리가 봤는데 되게 이상하다
[뭉태가 중얼거린다] (북쇠) 그래서 탄야, 너의 것을 훔치는 거다
- (북쇠) 도둑이다! - (뭉태) 도둑이야!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탄야) 아니라니까
(달새) 북쇠 말이 맞아요!
은섬이는 도둑이에요, 말 도둑
[와한족들의 의아한 탄성]
우리가 사냥한 말을 은섬이가 훔쳤다고요!
- (뭉태) 뭐? 말? - (열손) 뭐?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뭉태) 내가 제일 먹고 싶어 했던 그 말?
- (열손) 이놈이, 이게... - (남와한족10) 은섬아!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함께 호통친다]
[검불의 힘겨운 신음]
[말의 거친 숨소리]
[와한족들이 놀란다] - (달새) 야 - (남와한족11) 뭐야, 이씨
(둔지) 와 봐, 와 봐
- (달새) 이거 보세요! - (검불) 진짜네?
(달새) 거짓말쟁이에 도둑놈이고 이상한 놈이라고요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아니, 어떻게 같이 먹는 부족의 말을 혼자 먹겠다고 훔칠 수가 있어요?
(둔지) 야, 너, 너 너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
(열손) 우리 와한족에게 이보다 더 큰 죄는 없다
네가 훔쳐 둔 것이 맞아?
대답해!
(탄야) [은섬의 팔을 탁 잡으며] 은섬이는
혼자 말을 먹으려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달새) 아, 또 은섬이를 감싸는 거야?
(초설) 탄야, 너는
은섬이가 말을 빼돌린 걸 알고 있었느냐
(탄야) 예, 저도 알고 있었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와한족들이 못마땅해한다] 아, 근데
은섬이는 혼자 말을 차지하려고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뭐야?
왜 그런 거냐고, 말을 해 봐!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을 잠시 빼돌린 거예요
(은섬) 무슨 소리야,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니?
(북쇠) 어? 우리를, 우리를 위해서 왜 말을 빼돌...
(달새) 아,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초설)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는 게 뭐냐
(탄야) 우리 와한족 모두를 위해서
은섬이가...
(탄야) 아, 뭐라 그러지?
말씀드려
어쩔 수 없어
말해 봐!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을 어쩌려고 한 것이냐!
[난처한 숨소리]
(은섬)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저는...
말을 타 보려고 했습니다!
[와한족들의 의아한 탄성]
(탄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머저리야
[와한족들의 의아한 탄성]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터대) 말을 어쩐대?
- (둔지) 타는 게 뭐냐 - (터대) 뭐, 뭐?
- (여와한족3) 탄다고? - (터대) 타는 게 뭐야
[와한족들이 저마다 중얼거린다] (뭉태) 마, 마, 마, 말을 불에 태운다고?
[와한족들의 놀란 탄성] (은섬) 예, 예, 예, 예, 예, 예, 예
말을 타 보려고 했습니다
말을 탈 수 있다면
(은섬) 아,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은섬) 매일 먼 데 가서 수련하고 다시 오는 탄야한테도
다른 부족하고 맞바꿈 할 때
멀리 가는 열손 아버지한테도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서
그래서 말을 타 보려고 했습니다
(은섬) 아,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은섬) 아, 진짜입니다!
말은 우리보다 빠르게 뛰니까요, 어
[와한족들의 야유]
[저마다 말한다] (뭉태) 말도 안 된다
(북쇠) 말이 빠르긴 하지만 그걸 어떻게 타냐
[와한족들이 계속 웅성거린다] (초설) 대체 저 아이는 어찌 저리도 매번...
(달새) 내가 이상한 놈이라고 했잖아요
(북쇠) 내 말이 증명됐다!
내 말이 증명됐다
은섬이는 머리가 고장 났다
하는 말도 생각도 다 괴상하다
예전에는 우리가 먹기도 모자란 도토리를
땅에 묻은 적도 있다
다시 자랄 거라면서
- (여와한족4) 맞아, 맞아 - (달새) 맞아요!
은섬이를 당장 추방해야 됩니다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탄야의 다급한 숨소리]
(탄야) 은섬이의 괴상한 생각 때문에 도움받은 적도 많잖아
우리 사는 집에 구멍을 내서 빛이 들어오게 해 준 게 누구야?
[저마다 중얼거린다] - (검불) 은, 은섬이... - (여와한족5) 은섬이...
(달새) 아, 하지만 이번엔 말을 훔쳤다고요
- 추방해야 됩니다, 씨족장님 - (검불) 맞아, 어
아, 말을 타려고 했다잖아요
그게 말이 돼?
- (검불) 안 되지! - (둔지) 안 돼!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열손) 나!
씨족장 열손
현명한 생각을 하겠다
앞으로 달이 다시 꽉 찰 때까지
은섬은 말을 타 보라
[와한족들의 의아한 탄성]
만약 그때까지 말을 타지 못한다면 [어두운 음악]
은섬을 이 마을에서 추방할 것이다
[와한족들의 탄성]
[와한족들이 감탄한다] (검불) 역시! 역시! 어
- (검불) 그러면 되겠네, 그럼 되겠어 - 아버지, 지금 당장...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 (검불) 현명의 씨앗이야 - (둔지)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
[와한족들이 감탄한다]
[아이들의 웃음]
[차분한 음악] [열손이 살짝 웃는다]
얼굴빛이 안 좋아요, 왜 그러십니까?
옛 어머니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열손) 따르면요?
따르면 뭐요, 뭐가 있어요?
(초설) 아니에요, 아닙니다
(열손) 아이고, 또, 또, 또 이러신다
말을 꺼내질 마시든가
아휴
(열손) 어때요?
감쪽같이 잘 고쳤죠?
(초설) 이야, 정말 대단하세요 [열손의 웃음]
예? 정말 대단해요
(열손)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제일 좋아요
정령들 눈치 안 보고 하늘님 살피지도 않고
그냥 뚝딱뚝딱 만들면 만드는 대로
은섬이는
참 우리랑 다르죠?
그래요
달라요, 너무 여러 가지로
그렇지만 그날 탄야가 그 숲에 누군가 있다고
가야 된다고
(열손) 그렇게 은섬이를 만나게 된 거잖아요
예
그날이 탄야가 처음으로 꿈을 만난 날이었죠
그게 마지막 꿈이기도 했고
(열손) 아, 근데 탄야가 씨족 어머니가 되긴 되겠어요?
아, 왜 꿈을 못 만나는 거야?
춤을 못 외워서 그런가?
딸을 믿으셔야죠, 푸른 객성
그 예언의 아이인데요
아, 그 객성
정말 밝았죠
(초설) 그럼요 대낮에도 훤히 보였으니까요
아이고...
근데
그, 푸른 객성의 예언이라는 게
'껍질을 깨는 자'
(열손) '푸른 객성이 나타나는 날 죽음과 함께 오리라'
'하여 와한은 더 이상 와한이 아니리라'
왜요?
이게 좋다는 건지 안 좋다는 건지
흰늑대 할머니의 예언이라는 게
원래 좋다, 나쁘다로 가를 수가 없어요
(초설) 그냥, 큰일이 일어날 거다
그래도 너희 안에 채비된 자가 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뭐, 그런 뜻이에요
(열손) 응
근데 이번엔 또 누굴 주려고요?
아, 이거?
(열손) 우루미가 불 피우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차분한 음악]
[열손의 힘주는 신음]
[열손이 입바람을 후 분다]
열손 어른의 손재주는 정말 대단하세요
(열손) 편하려고요
원래 게으르다 보니
[열손의 웃음]
은섬이도 편하려고 그랬다잖아요
말을 타 보겠다고
정말 엉뚱하긴 한데
씁, 된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어두운 음악] (초설) 그리돼선 안 되지
결코
[새가 지저귄다]
[말의 힘없는 숨소리]
[한숨]
(은섬) 탄야, 미안하다
[한숨]
[은섬의 긴장한 숨소리]
[은섬의 아파하는 탄성]
아이씨, 누구야, 누구야?
(탄야) 너, 떠나려는 거였지?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은섬의 당황한 웃음]
(은섬) 야, 왜, 야, 왜, 왜 그래, 너, 야
떠나려니까 말가죽이 필요했지?
- (은섬) 하지 마 - 눈물의 바다를 건너려면
튼튼한 신발이 있어야 하니까
떠나려니까 고기도 많이 필요했을 테고 [은섬이 당황한다]
아, 일단 좀 내 말 좀 들어 보고!
[탄야의 힘주는 숨소리] (은섬) 아!
[아파하는 신음]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하지 마
야...
[다급한 신음]
[밝은 음악] 오, 야, 잠깐만, 잠깐만, 하지 마!
[은섬의 놀란 탄성]
[은섬의 놀란 탄성]
[은섬의 거친 신음]
[은섬의 놀란 탄성]
내가 잘못했어
[탄야의 힘주는 신음] 아유!
네가 떠나기 전에 [은섬의 다급한 신음]
(탄야) 우리 마을에서 추방당하기 전에
내가 죽일 거야
(은섬) 아유
[은섬의 힘겨운 탄성]
[거친 숨소리]
[풀벌레 울음]
[은섬의 기합]
[탄야의 힘주는 탄성]
(은섬)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내 말 좀 들어 봐 [탄야의 거친 숨소리]
[은섬의 아파하는 탄성]
[은섬의 다급한 탄성]
[은섬의 아파하는 신음]
[은섬의 당황한 탄성] [탄야의 힘주는 신음]
(은섬)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은섬의 거친 숨소리]
[탄야의 놀란 숨소리]
[차분한 음악]
(아사혼) [울먹이며] 껍질이 떨어지면
이곳으로 돌아가거라, 아라문
(탄야) 껍질이 다 떨어졌네?
(은섬) 어
얼마 전에
그럼 떠나려고 한 게 맞네
(은섬) 어, 맞아
눈물의 바다를 건너서?
오랜만에 엄마가 꿈에 왔어
껍질 떨어졌으니 돌아가라고?
아니
(은섬) 그냥 보다가 사라지셨어
마치 그때처럼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무 얘기도 없이 죽던 그날처럼
돌아가라는 거 좀 이상해
(탄야) 너희 엄마는 그때 아팠어
너를 아라문이라고 불렀잖아
네 이름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잊어버리려고 했어
근데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첫 순간부터 아팠어
근데도 하루도 쉬지 않았어
(은섬) 늘 대흑벽 내려가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지
[바람이 세차게 분다]
[힘겨운 숨소리]
그런 날들을 10년을 보내고 내려온 거라고
근데
내려오자마자 나보고...
[헛웃음]
이용
(은섬) 내가 이용했다면서 다시 돌아가래
그러고는 돌아가셨지
난 물어볼 곳도 알아낼 곳도 없고
그렇다고 엄마 말을...
[은섬의 한숨]
엄마 말을 잊을 수도 없어
그럴 수 있으면
내 머리라도 깨고 싶다
나한테는 언제 말하려고 했는데?
가기 전날?
아니면 가는 날?
그래도 내가 널 살려 줬다면 살려 준 사람이고
동무라면 동무인데
(탄야) 나도
꿈이라는 걸 만날 수 있어서
네 마음을 다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난 모르겠다
떠날 줄은 알았어
엄마 말인데 어쩌겠어
가라
말 엉덩이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라야 오래가
만들어서 가
[한숨]
[새가 지저귄다]
(탄야) 나한테는 언제 말하려고 했는데?
가기 전날?
아니면 가는 날?
(은섬) 가려고 했는데
네가 그렇게 물으니까
안 갈까 했다
(초설) 가겠다고 한 약속은 어쩌고?
분명 내게 떠난다고 했다
푸른 껍질이 떨어지면 바로 떠난다고
아니냐?
떠나, 미련 갖지 말고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은섬) 왜 그렇게 절 싫어하세요?
전 탄야의 꿈으로 여기 왔잖아요
저도 와한 사람이에요, 어머니
탄야가 네가 올 거라고 맞히긴 했다만
(초설) 은섬이 네가 우리 와한에 길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와한에 불길한 사람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
[헛웃음]
아니, 그럼 전
와한에 불길한 사람이라는 건가요?
(은섬) 왜요? 어디가요?
와한의 처음 할머니가 흰늑대 할머니인 것은 알 것이다
(초설) 흰늑대 할머니로부터
씨족 어머니한테로만 대대로 내려오는 주문이 있지 [어두운 음악]
그 주문은 결코 해선 안 되는 세 가지에 관한 거다
와한 사람들은 몰라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넌 떠날 사람이니 말해 주마
첫 번째
대흑벽을 우러르되 그곳을 넘지 마라
[은섬의 당황한 신음] 넌 넘어왔어
어머니, 어머니, 그거는...
(초설) 씨앗의 지혜를 배우되 그것을 키우지 마라
아무도 그런 생각조차도 못 할 때
넌 도토리 씨앗을 묻었어
그리고 오늘 말을 타 보겠다고 했다
짐승과 이야기를 나누되 그들을 길들이지 마라
이게 세 번째다
넌 절대 와한 사람이 될 수 없어
돼서도 안 되고
그럼 전 뭐가 돼야 되는데요?
(은섬) 엄마랑 같이 산 세월도 사라지고
탄야랑 같이 산 세월도 사라지면
이곳 사람도 아니고 저곳 사람도 아니면 전...
사람이 사람인 건 사람 속에 있어서라고 했어요
돕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그래서 탄야는 와한의 탄야고 달새는 와한의 달새고
모두가 어디의 누구인데
그럼 전...
전 대체 어디의 누구인데요?
전 무엇의 은섬인데요?
그게 네 운명이겠지
그걸 찾는 게
[허탈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탄야가 흐느낀다]
[흐느낀다]
[울먹인다]
(은섬) 조금만 있다가 떠날게요
탄야 정령 춤 못 외우잖아요
그거 다 외우게 할 때까지만요
제발요
어머니
(초설) 이번 꽃의 정령제 때까지다
그 후엔 미련 없이 떠나
[새가 지저귄다]
[새가 지저귄다]
나는 보기를 원하므로
(탄야) 당신 앞에 왔습니다
불로부터 세 걸음
[탄야가 새소리를 따라 한다]
[신비로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그러니 여태껏 꿈을 못 만나는 거다
(초설) 춤을 외우고 꿈을 만나야
우리 와한의 처음이신
흰늑대 할머니의 주문을 배울 것이 아니냐
[차분한 음악]
[한숨]
(기토하) 10년
자그마치 10년 동안 뇌안탈을 때려잡고 났더니
뭐, 아고족이 반란 났다 동쪽으로 가라
그거 죽자 살자 진압하고 났더니 이번엔 뭐?
남쪽 가서 두즘생을 잡아 와?
하, 참 나
뭘 죽자 살자 해?
(연발) 타곤 님이 아고족 이간질시켜서 간단하게 끝냈는데
(기토하) 아, 어쨌든! 쯧
야, 양차, 어디까지 가야 돼?
아, 근데 저 새끼가...
(무광) 아, 쟤 말하면 안 되잖아요
벌받는 애한테 [연발의 웃음]
(기토하) 야, 어떻게 쟤가 벌받는 거야?
우리가 답답해 죽겠는데 우리가 벌받는 거지
[헛웃음]
그리고 아까 쟤 눈빛 봤지?
아주 말 못 하는 벌 받는 게 아주 니르하셔
콱 그냥...
근데 너 쟤 막상 못 때리겠지?
(연발) 너도 쟤 좀 무섭지?
무섭기는!
[기토하가 크게 웃는다]
(연발) 무백 형님도 쟤랑 싸워서 확실히 이긴다고
장담은 못 하실 거다
[헛기침]
[붕 울리는 소리가 난다]
(기토하) 어? 다 왔나 본데
[기토하의 기합]
[대칸 전사들의 기합]
[포로들의 힘주는 신음]
(대칸 전사1) 빨리 돌려!
[포로들의 신음] 아이, 더, 더!
(대칸 전사2) 빨리하란 말이야!
(대칸 전사1) 빨리 돌려!
(대칸 전사2) 야! 너 뭐 해!
- (대칸 전사1) 더 빨리! - (대칸 전사2) 빨리 돌려!
(무광) 형님!
- (기토하) 형님! - (연발) 형님!
- (기토하) 형님! - (연발) 형님!
[함께 웃는다]
(연발) 아, 형님
아, 이게 다 뭐예요?
타곤 님은 어디 계시고요?
(대칸 전사2) 올라온다! [붕 울리는 소리가 난다]
(대칸 전사1) 빨리! 빨리 돌려! [탁탁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더 빨리!
[긴장되는 음악] [포로들의 힘주는 신음]
[대칸 전사1의 기합] [포로들의 힘겨운 신음]
[대칸 전사1의 기합]
- (무광) 타곤 님 - (기토하) 타곤 님
[연발의 웃음]
먼 길 고생했다
아, 대체 이런 걸 어떻게...
이아르크
[산새 울음]
[새가 지저귄다]
[탄야의 거친 숨소리]
[탄야의 거친 숨소리]
[차분한 음악]
저는 정령의 소리도 듣지 못하고
어머니처럼 정령을 부르는 춤도 외우지 못하고
여태껏 꿈도 만나지 못하는데
왜 은섬이를 따라서 도망치지도 못하죠?
묶여 있으니까
제가요?
제가 뭐에 묶여 있는데요?
이름
(초설) 탄야라는 이름
와한족이라는 이름
열손의 딸이라는 이름
씨족 어머니 후계자라는 이름
푸른 객성 그 예언의 아이라는 이름
이름은 묶는 거네요
주문처럼
은섬이도 다른 이름에 묶여 떠나려는 걸까요?
땅도 이름 없는 풀은 내지 않는 법인데
(초설) 그 아이라고 다르겠니?
더구나 은섬이는 대흑벽을 내려온 아이잖니
다시 돌아가야지
(탄야) 흰늑대 할머니도 대흑벽을 내려왔다고 하지 않았나요?
할머니는 안 돌아갔잖아요
어미가 남긴 마지막 말이잖니
(초설) 근데 당장은 안 떠날 모양이다
그 아이를 잠시 묶어 둔 게
있는 거 같더구나
[잔잔한 음악]
(은섬) 어, 야, 야
[말의 거친 숨소리]
야, 우리 툭 터놓고 한번 얘기해 보자
(은섬) 너 원래 이런 놈 아니잖아
너 원래 먹는 것도 서서 노는 것도 서서 하는 놈이잖아, 어?
야 [은섬의 헛웃음]
목 좀 묶었다고 너 사흘 내내 앉아만 있으면 너, 어?
너 엉덩이에 구더기 생긴다, 어?
무섭지? 그렇지?
무섭지? 그래
자, 일어나 보자, 자
[은섬의 힘주는 신음] [말의 거친 숨소리]
[은섬의 힘주는 신음] [말의 거친 숨소리]
정말 진짜!
아유, 씨
뭐 하고 있는 거냐? [은섬의 거친 숨소리]
(은섬) 어
아휴
아, 목을 묶었더니 이게
말이 일어나질 않네?
목 풀면 도망갈 거 같은데
(탄야) 아니, 간다며
안 가고 지금 뭐 하는 거냐고
갈 거야
(은섬) 너 춤 배우고 꿈 만나고 씨족 어머니 되는 거 보고
왜?
아니, 뭐, 그냥, 날도 덥고
(은섬) 너 나 없으면 초설 어머니 춤은 어쩔 거야?
[헛웃음]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닌 거 같은데
(탄야) 어휴
이거 뭐, 일으키지도 못하면서 탈 수 있겠어?
(은섬) 아유, 그러니까!
아, 뭐 이렇게 고집이 세냐
하는 거 보면 꼭 너 같아, 꼭
어
어!
왜?
말을 타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탄야) 그래서?
(은섬) 얘가 안 일어나니까
그냥 이렇게 앉은 상태에서 내가 올라타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 타긴 탄 거잖아 - (탄야) 야!
- 왜? - (탄야) 아, 너 막...
막 뭐?
사실은 막, 너 재밌는 거지?
아니야, 나 지금 심각해
(은섬) 나 얘 타야 된다고 안 그러면 나 쫓겨난다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잘못하면 쫓겨나니까 힘들긴 하지만
재밌지?
뭐...
- 조금? - (탄야) 아유, 야!
아유, 몰라, 나도, 왜 그런지, 진짜 아유, 정말, 쯧
야, 근데 막 이런 게
이게 막...
입술이 마르는 것도 같으면서도 이게
[은섬이 의아한 숨을 들이켠다]
가슴팍을 누가 막 간질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 가지고
'재밌네' 싶기도 하고, 응?
이거 무슨 병인가?
(탄야) 너 진지하게 안 할래?
제대로 못 하면 너 진짜 추방이야
도둑질하다 추방되면 눈물의 바다까지 가지도 못해
다른 부족 사람들한테 걸려서 죽는다고
재밌는 거만 찾다가 너 진짜 죽을 수도 있다고, 이 머저리야!
아유, 걱정 마
야, 그동안 별일 다 있었지만 죽기는커녕, 어?
(은섬) 이 발톱 하나 으깨지지도 않았고
코 하나 뭉개지지도 않았으니까
(탄야) 아휴, 맨날 그 소리
그래, 어디 네 마음대로 해 봐라
(은섬) 오, 당근, 당근
[거친 신음이 울린다]
(의문의 목소리) 이름을 다오
[긴장되는 음악] [은섬의 장난 섞인 탄성]
[은섬의 놀란 탄성] [말이 투레질한다]
[은섬의 장난 섞인 탄성]
(은섬) 일어나 봐, 이거, 일어나면 이거 줄게
먹을래?
쯧, 에이씨
(탄야) 너야? [은섬이 중얼거린다]
네가 나한테 말 건 거야?
지금 내가 처음으로 정령의 소리를 들은 거야?
(탄야) 제가 뭐에 묶여 있는데요?
이름
너 얘한테 이름은 지어 줬어?
이름? 아니
[은섬의 힘주는 신음]
(탄야) 내가 들은 소리가
내가 잘못 들은 건지 정말 네가 말을 건 건지는
난 모자라서 모르겠어
하지만 나 와한의 탄야
껍질을 깨는 자
와한의 씨족 어머니 후계자
깨어 있는 모든 정령과
깨어날 모든 정령들에 이어진 와한의 당그리
나 탄야
너에게 이름을 준다
너의 이름은 도우리
은섬이를 도와줘, 제발
(은섬) 야, 야, 야, 야, 야, 너...
야, 너 뭐 하는 거야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탄야) 딴걸로 얘를 묶었어
될진 모르지만
[은섬의 놀란 신음]
[은섬의 놀란 신음]
[도우리의 거친 숨소리] [은섬의 놀란 탄성]
(은섬) 야
야, 너 어, 어떻게 한 거야? 어?
땅도 이름 없는 풀은 내지 않는 거거든
(은섬) 뭐래
걔 이름은 도우리야
(은섬) 도우리?
자식, 서니까 키 크네
[긴장되는 음악]
빨리 움직여!
(대칸 전사2) 빨리 가!
[차분한 음악] [와한족들이 왁자지껄하다]
(탄야) 됐어, 다 됐다
내가 이걸로 오륙이 해 줄게
- (우루미) 어 - (탄야) 누구 먼저 할까?
올미 안 했네?
(탄야) 자
(남와한족12) 아가지!
- (아가지) 아이고, 왜 인제 와! - (검불) 돌돌아!
(검불) 돌돌이, 이리 와 [검불의 웃음]
아이고, 아이고, 우리 아들
아이고, 예쁘다 이거 누가 해 줬어? 어? 아이고
[저마다 즐겁게 떠든다]
(북쇠) 야, 돌돌이, 다 챙겼어?
(열손) 준비들 다 됐어?
(검불) 아, 예!
뭉태, 터대, 달새는 어디 갔어?
착하지, 착하지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신음]
[한숨] (은섬) 아, 착하지?
착하지?
착하지, 도우리
한 번만 태워 줘
한 번만, 어?
한 번만 태워 줘, 한 번만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터대) 어? 뭐야? [뭉태가 혀를 찬다]
아니, 아...
(터대) 뭐야, 왜 저래, 왜 저래, 왜 저래
치, 야
- (뭉태) 응? - 글렀다, 글렀어
(달새) 아휴
(뭉태) 어? 그런데 왜 도망을 안 가지?
- (터대) 어? - (뭉태) 아, 그렇잖아
(뭉태) 풀어놨는데 도망을 안 가
[은섬의 힘주는 탄성]
(뭉태) 타, 타, 탔다, 탔다, 탔다, 탔다
[뭉태와 터대의 놀란 탄성] [은섬의 힘주는 탄성]
[은섬의 웃음]
[도우리의 거친 신음] [은섬의 놀란 탄성]
[와한족들의 웃음]
(달새) 야, 그게 뭐?
어차피 못 타면 추방인데
야, 빨리 가자, 열손 아버지 기다리셔
(열손) 항아리는 누구 짐에 있지?
(검불) 아, 저기, 뭉태 거에 있죠
[열손이 호응한다] [검불의 웃음]
(달새) 열손 아버지!
(열손) 야, 어여 와!
저것들은... [뭉태의 반가워하는 탄성]
왜 이렇게 빨라
(열손) 아이고, 참...
[뭉태의 웃음] (둔지) 야, 뭉태 넌 타고났구나, 어?
힘이 점점 세지는 거 같아
[함께 웃는다] (북쇠) 아, 그러면 뭐 해요?
아, 겁이 많아서 사냥 가면 도망 다니기 바쁜데
[함께 웃는다]
(검불) 아, 형님, 안자족 놈들이 유난히 형님이 만든 걸 좋아하니까
어, 멧돼지 한 다섯 마리는 주겠지?
[와한족들의 탄성]
메, 메, 멧돼지 다섯이면 우리 한동안 잔치하는 거죠?
[와한족들의 탄성]
(열손) 아, 이따가 저기 안자족이랑 얘기를 해 봐야 알지
[저마다 말한다] (둔지) 한 마리만 더 달라 그러면 안 될까?
(검불) 그래!
[시끌벅적하다]
(초설) 아무래도 돼지일 테니까 가서 나나잎을 좀 더 꺾어 와야겠어
(아가지) 예
너는 왜 똥 마려운 돼지처럼 옆에서 그러고 있어?
(탄야) 그게 아니라
오늘 의식에 은섬이도...
(은섬) 어머니, 부르셨어요?
은섬이도 채비하거라
(은섬) 예?
아, 예
- (도티) 어? 은섬 수수! - (은섬) 도티야
[은섬의 놀란 신음] 이거 봐 봐
고마워 어, 이거 애들하고 나눠 먹어
(도티) 고마워
얘들아, 이거 봐 봐라
- (아이1) 이거 뭐야? - (도티) 은섬 수수가 줬다
(도티) 봐 봐, 맛있겠지?
[아이들이 중얼거린다]
(아이2) 진짜 먹어도 돼?
[새가 지저귄다]
[은섬이 휘파람을 분다]
[탄야가 살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탄야) 그러다 묻는다
[은섬의 당황한 신음]
[은섬이 장난스러운 입소리를 낸다]
됐다
[은섬의 탄성]
[은섬의 탄성]
[은섬의 장난스러운 신음] [탄야의 탄성]
[함께 웃는다]
[은섬의 헛기침]
아, 맞다
(은섬) 그, 초설 어머니 춤
왜, 너 매번 틀리는 데 있잖아
이제 잘 외웠어?
응? 자, 이렇게, 어?
자, 일어나서 따라 해 봐, 응?
계속해 봐야 알지 [탄야의 한숨]
(탄야) 이야, 진짜 어떻게 한 번 본 동작을 다 따라 하냐
(은섬) 넌 새소리 정말 잘 내잖아
난 그게 더 신기한데
[은섬이 입소리를 쉭쉭 낸다]
[은섬의 놀란 탄성]
(탄야) 너 이거 진짜 내 앞에서만 춰야 돼
걸리면 안 돼
[은섬이 살짝 웃는다]
(은섬) 그건 걱정 말고 빨리 따라 하기나 해
자, 봐 봐
이렇게 와서 이렇게...
이제 나도 꽤 한다고
잘하면 이번 정령제 마지막 날이면
될 것도 같아
(은섬) 정령제가 끝나면...
(탄야) 그러니까 내 걱정은 말고
넌 어때?
그냥 등에 쪼끔 오래 붙어 있긴 해
얼마나 쪼끔?
아주 쪼끔
(탄야) 일로 와, 마저 해야지
[잔잔한 음악]
어제도 꿨어?
어머니 꿈?
[은섬이 살짝 웃는다]
(은섬) 아니
어제는 맨날 꾸던
갇혀 있는 꿈
[은섬이 숨을 들이켠다]
돌로 사방이 막혀 있는 그런 곳에
내가 갇혀 있어
무두질한 가죽 위에
(은섬) 이상한 그림을 그려서는 걸어 놨고
나뭇조각을 실로 엮어서 돌돌 말아 놨는데
난 그걸 펼쳐 보면서
웃어
(탄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꿈을 만날까
(은섬) 너...
(탄야) 뭐 하는 거야?
(은섬) 씨족 어머니 되는 날
[은섬의 힘주는 숨소리]
꼭 이거 걸고 해
- 이거? - (은섬) 어
(탄야) 꿍돌이네?
어? 이거 이렇게 둥그렇게 다듬으려면 되게 오래 걸리는데
(은섬) 그럼
너 이거 꿍돌이 얼마나 단단한 줄 알지? 어?
너 이거 내가 맨날맨날, 어?
저 보름달
네 번 만날 동안이나 갈고 다듬었어
(탄야) 치... [은섬의 뿌듯한 신음]
이런 거에 내가 넘어갈 줄 알고?
속을 안 썩여야지
이쁘긴 하네
[함께 왁자지껄 대화를 나눈다]
(북쇠) 어?
[긴장되는 음악] [산새 울음]
(달새) 뭐야
(둔지) 왜, 뭔데, 왜 그래
[와한족들의 놀란 신음]
(열손) 아니...
어떻게 이런
날카롭고 깊은 상처가
[도우리의 거친 신음]
[은섬의 신음]
(은섬) 야, 도우리!
너 도망갈 거면 이름 내놓고 가!
아! 아, 진짜!
(은섬) 야, 도우리!
아유!
야, 도우리!
야! 진짜, 도우리!
야, 도우리, 너 이름 내놓고 가
아유!
[긴장되는 음악] [은섬의 놀란 탄성]
(은섬) 안자족?
[은섬의 당황한 탄성] [안자족 전사의 기침]
뭐야, 왜 그래
[안자족어로 말한다]
'미뚜'? '미뚜', '미뚜'가 뭐더라 [안자족 전사의 아파하는 탄성]
어, '왔다', 왔다고?
[안자족 전사가 안자족어로 말한다]
'냉가위'? '냉가위' '뺏는다', '뺏는다'인데 [안자족 전사가 중얼거린다]
'땀납' [안자족 전사의 기침]
어, '땅'! [안자족 전사가 안자족어로 말한다]
땅을 뺏으러 왔다고?
[은섬의 놀란 탄성]
뭐야, 이거
손에 뭘 든 거야?
(대칸 전사3) 여기 한 마리 더 있습니다!
(은섬) 우리 말?
[아파하는 탄성]
뭐야 [은섬의 놀란 신음]
[은섬의 다급한 탄성]
아, 뭐야! 아...
[은섬의 다급한 탄성]
[은섬의 다급한 탄성]
아, 아, 뭐야, 아, 뭐야
[은섬의 당황한 탄성]
[대칸 전사3의 신음]
[은섬의 거친 신음]
[대칸 전사3의 분한 탄성]
[은섬의 놀란 탄성] [대칸 전사4의 거친 숨소리]
[대칸 전사4의 힘주는 신음]
[은섬과 대칸 전사4의 힘주는 신음]
[대칸 전사4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아파하는 탄성]
[은섬과 대칸 전사4의 힘주는 신음]
[대칸 전사4의 당황한 신음]
너 이그트구나
(은섬) 이그트?
[대칸 전사3의 기합] [대칸 전사4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힘주는 신음]
[대칸 전사4의 신음]
[대칸 전사3의 힘주는 탄성] [대칸 전사4의 신음]
[대칸 전사3의 기합]
[은섬의 힘주는 탄성]
[은섬의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은섬) 이게 무슨 돌인데 이렇게...
(초설) 안자족이 죽었다고?
(터대) 예, 안자족이 공격당했어요
분명 와비족이 그런 거예요!
와비족과는 얼마 전 만나
(초설) 앞으로 전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근데 왜?
(북쇠) 보나 마나죠 와비족이 약속을 깬 거예요
와비족을 쳐야 돼요!
(초설) 전쟁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거야
(달새) 족장만 잡으면 됩니다
제가 터대, 북쇠를 데리고 가겠어요
(둔지) 아, 그래서 어쩌려고?
(달새) 족장만 잡아서
안자족이 원하는 만큼 보상을 하게 하고
우리는 받을 고기를 받으면 됩니다
[와한족들이 호응한다] (터대) 예, 그렇게 할게요
저희가 갈게요!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은섬) 와비족이 아닙니다!
[와한족들이 조용해진다] [은섬의 거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무백) 어찌 된 걸까
누가...
그럼 누군데?
(은섬) 그건 모르겠어, 근데
땅을 뺏으러 온 사람들이랍니다
(북쇠) 그게 무슨 소리야?
[와한족들이 술렁인다] 땅을 뺏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은섬아
[어두운 음악] (열손) 그게 무슨 말이야? 땅을 뺏는다니?
안자족이 언제 땅을 가졌었더냐?
(초설) 땅을 가졌다는 말은
하늘과 바람을 가졌다는 말과 똑같다
가진 적도 없고 가질 수도 없는데 어떻게 뺏는다는 거냐!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얘기했어요
(달새) 저 자식 또 거짓말입니다!
거짓말 아니야, 달새!
(은섬) 안자족 전사가 그렇게 얘기했어 땅을 뺏으러 왔다고!
그리고 이것 보세요
[은섬의 힘주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은섬) 이런 걸 쓰고 있었어요
더구나...
더구나 뭐?
우리하고 같은 말을 써요
[와한족들이 술렁인다]
- (터대) 어? - (북쇠) 은섬아, 그게 무슨 말이야?
(탄야) 우리 말을 쓴다고?
(달새) 아, 거짓말이라니까요!
그 안자족 전사는 어디 있느냐?
(은섬) 다쳤어요,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직접 들어 보세요
(도티) 어? 은섬 수수!
(북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와한족들이 걱정한다]
야, 은섬이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 어떻게...
아버지, 대체...
- (북쇠) 은섬아 - 어떻게 이럴 수가
[긴박한 음악]
[거친 신음]
(달새) 은섬의 말 중에서 말이 되는 게 하나라도 있는가?
이아르크에 우리 말을 쓰는 부족은 없다
근데 그런 부족이 땅을 어째?
뺏으러 왔다고?
[달새의 헛웃음]
은섬은 그 보랏빛 입술을 열기만 하면 거짓말이다
말을 훔쳐 놓고는 말을 타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닌가, 탄야?
난 더 이상은 은섬과 함께할 수 없다
애초에 은섬은 우리와 너무도 다르고 낯선 자다
당장 추방해야 한다
은섬이 안자족 전사를 데려오...
(달새) 은섬을 추방하지 않으면!
내가 떠나겠다
(둔지) 아, 안 된다, 안 돼, 달새야 [와한족들이 달새를 말린다]
(달새) 난 말을 탄다는 황당한 말을 들어준 것부터가 참을 수가 없다!
(열손) 달새 [남와한족13이 달새를 달랜다]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북쇠) 야, 참아, 달새야
야, 인마, 달새야, 어?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어두운 음악]
(북쇠) 말 위에 사람이 있어
말 위에 사람이... [와한족들이 웅성거린다]
[무광이 입소리를 쩍쩍 낸다]
[와한족들이 계속 술렁인다] (북쇠) 그러니까, 말, 말을 탔어
[도티의 놀란 숨소리]
(도티) 말...
말을 타고 있어
(올미) 은섬 수수가 맞다! 말 탈 수 있다!
(기토하) 어? 얘네 뭐야
우리 말 쓰는데요?
[말의 거친 숨소리]
[와한족들의 비명]
(여와한족6) 올미야, 올미야, 올미야!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장전
(여와한족6) 올미야!
[와한족들의 놀란 탄성]
발사!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달새) 도망쳐!
자, 사냥 시작이다!
[대칸 전사들의 기합]
[와한족들의 비명]
[소란스럽다]
(달새) 도망쳐, 도망쳐!
[소란스럽다]
[신음]
안 돼!
[거친 숨소리]
[기토하의 기합]
[여와한족7의 비명]
[소란스럽다]
(달새) 북쇠야, 안 돼!
[달새의 힘주는 탄성]
[뭉태의 겁먹은 신음]
(뭉태) 잘못했습니다, 살려 주세요
[여와한족8의 다급한 신음] (여와한족8) 여기 숨어 있어야 돼
얼른 들어가, 얼른 들어가
[대칸 전사5의 성난 신음] [탄야의 비명]
[탄야의 힘주는 신음]
[탄야의 신음]
(도티) 언니...
엄마
(탄야) 도티야, 도망가! [무광의 힘주는 신음]
(우루미) 도티야, 도망가!
도티야, 도망가!
도티야!
[무광의 힘주는 신음] [탄야의 신음]
[와한족들의 비명]
[대칸 전사6의 힘주는 신음] [초설의 신음]
[와한족들의 비명]
(아가지) [흐느끼며] 아, 안 돼
[소란스럽다]
[검불의 놀란 신음] (검불) 돌돌아!
(돌돌) 아버지!
(탄야) 이거 놔!
[탄야의 신음]
[탄야의 슬픈 숨소리]
[탄야의 떨리는 숨소리]
[환호한다]
[무광의 웃음]
[탄야의 슬픈 숨소리]
(연발) 크게 말해, 크게
아, 아, 알았어
야, 먹어, 이제
[연발의 웃음]
[연발의 탄성]
대흑벽 내려갈 때만 해도
걱정도 하고 기대도 했는데
(타곤) 기대? 무슨 기대?
아라문 해슬라 전설에서 보면
(연발) 아버지 리산과 위대한 어머니 아사신이 도주한 곳이
이아르크일 수도 있다잖아요
근데?
그럼 아사신의 사자 아라문이 오신 곳도 이아르크겠죠
그래서? [연발의 웃음]
그래서는요
여기 혹시 칸모르라도 있지 않을까 했죠
[연발의 웃음]
여기에 칸모르가 있어요?
(연발) 아이, 깜짝아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지
[연발의 탄성]
아라문 해슬라께서 타시던 세상 최고의 말
[어두운 음악] [연발의 웃음]
[와한족들이 소란스럽다] [와한족들이 흐느낀다]
(검불) 올미...
돌돌아
(돌돌) 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와한족들이 소리친다]
(남와한족12) 아가지
(아가지) 나 괜찮아
괜찮아
[와한족들이 서로 걱정한다]
(북쇠) 정신 차려 [북쇠의 힘겨운 신음]
[와한족들이 흐느낀다]
(기토하) 자, 이제 이동한다!
모두 일어나!
[대칸 전사들이 다그친다]
[대칸 전사들이 소란스럽다]
[어두운 음악]
[웅장한 음악]
[도우리의 거친 숨소리]
[도우리의 거친 숨소리]
(터대) 어? 은섬...
으, 은섬이다!
은섬이다!
[와한족들이 놀란다]
[와한족들이 동물 소리를 흉내 낸다]
(터대) 은섬아! 은섬이다!
(북쇠) 은섬, 은섬이다!
[도우리의 거친 숨소리]
[와한족들이 계속 동물 소리를 낸다]
[탄야와 은섬의 거친 숨소리]
[소란스럽다]
잡아
[기합]
(아가지) 가, 빨리 가!
[대칸 전사7의 힘주는 탄성]
[대칸 전사7의 기합] [은섬의 힘주는 탄성]
[대칸 전사7의 기합]
[대칸 전사7의 기합]
[신음]
[대칸 전사7이 털썩 쓰러진다]
[주변이 소란스럽다]
[달새의 기합]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기합]
[탄야의 놀란 신음]
[은섬의 기합]
[은섬의 기합]
(은섬) 탄야!
[탄야의 신음]
[은섬의 힘주는 신음]
[은섬의 성난 신음]
그냥 가, 빨리
(은섬) 안 돼!
(탄야) 난 푸른 객성의 아이야
와한과 함께 있어야 돼
[아가지의 신음]
[남와한족12의 성난 신음] (남와한족12) 아가지
[달새의 기합]
[달새의 신음]
[아가지의 비명]
[와한족들의 신음]
[대칸 전사8의 기합]
(탄야) 살아
살아서 언젠가 언젠가 꼭 우릴 구하러 와
[은섬의 거친 숨소리]
(무백) 장전
이름을 줘
(은섬) 내가 포기하지 못하게
이름을 줘
[신음]
발사!
(탄야) 꿈!
네 이름은 꿈이야!
나의 꿈이자 와한의 꿈!
(탄야) 그러니 꼭 나를 만나러 와야 해
[은섬의 거친 숨소리]
(무백) 장전
발사
쫓아!
[말 울음] [무백의 기합]
[긴박한 음악]
[대칸 전사들의 기합]
[무백의 거친 숨소리]
[기합]
[기합]
[은섬의 기합]
[기합]
(은섬) 빨리
[기합]
[대칸 전사들의 기합]
[무광의 기합]
[기합]
[기합]
[힘주는 신음]
[은섬의 기합]
[은섬과 무광의 기합]
[무광의 힘주는 신음]
[무광의 기합]
[힘주는 신음]
[은섬과 무광의 신음]
(무백) 무광아!
[무광의 거친 신음]
[무백의 거친 숨소리]
[은섬의 기합]
[무백의 기합]
[은섬의 거친 신음]
[무백의 기합]
[신비로운 효과음]
[무백의 신음]
[웅장한 음악]
[기합]
[기합]
[기합]
이거 왜 이래, 말이 왜 이래!
[대칸 전사들의 기합]
(무백) 왜 이러지?
말이 나가지 않는다
저 말들도
설마
설마
저 말이
칸모르?
(해투악) 칸모르가 그렇게 빨라요?
[연발의 헛웃음]
(타곤) 빨라서가 아니야
세상에 생긴
(연발) 이 최초의 말에서부터
맏이에서 맏이로만 내려오는 말이라는 거지
(해투악) 아...
그래서요?
[연발의 탄식]
(연발) 떼를 지어서 이동하던 야생마의 기억이 이 뼈에 새겨져서
그 어떤 말도 칸모르 앞으로 나서지를 못해
[해투악의 놀란 숨소리] 아무리 채찍질을 해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거지
[해투악의 탄성] [연발의 웃음]
(해투악) 정말 저런 게 있다면
[해투악의 신나는 신음]
(타곤) 전설이야
그냥 옛날이야기
(무백) 저게 칸모르라면...
아라문 해슬라?
(내레이션) 나무에서 내려온 인류가
불을 다스려 칼을 쥐었고
바퀴를 만들어 길을 열었고
마침내 씨를 뿌려 한 땅에 머물렀어도
아직 국가와 왕을 만나지는 못했던
멀고 먼 옛날
사람은 아직 꿈을 만나지 못했고
아직 저 대자연의 위대한 피라미드 정상에
군림하지는 못했던
옛 어머니들의 웅혼한 땅
이곳 아스
[차분한 음악]
(은섬) 우리 씨족 사람들 구해야 돼
(탄야)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죠?
(타곤) 바로 아스달로 출발한다
(산웅) 타곤의 움직임을 빨리 알아야 해
(아사론) 목숨을 잃는다 그리 말했거늘
(미홀) 이제 머지않은 것 같구나
(타곤) 진짜 난리는 시작도 안 했다
(태알하)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아사론) 갈수록 추해지는구나, 산웅
[은섬의 기합] [농부의 신음]
(농부) 살려 주세요
(아사못) 우리에게 맞서려는 게 분명합니다
(사람들) 타곤!
(은섬) 걱정 마, 탄야 내가 꼭 너 구해 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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