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0
(송이) 도민준!
[송이의 비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신비로운 효과음]
[쾅 소리가 난다]
(휘경) 당신
누구야?
뭐?
[한숨]
당신 혹시
12년 전 송이를 구해 줬던
그 사람이야?
[긴장되는 음악]
그 사람이야?
(민준) 무슨 소린지?
사고 당시에 찍은 사진이 있어
그걸 봤고
틀림없이 당신 얼굴이었어
세상엔 닮은 사람들이 많아
(민준) 그리고
그게 무려 12년 전이라면
틀림없다고 확신하기엔 너무 오래전 아닌가?
그러니까
어떻게 12년 전이랑 얼굴이 똑같을 수가…
당신 도대체 몇 살인데?
잘못 본 거야
나도 그러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어
(휘경) 당신이 그렇게 대답해 주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왔어
그런데
사진뿐 아니라 내 기억 속에도 당신이 있었어
그 사람이 당신이었어
그쪽 기억에 누가 있든 무슨 생각을 하든
그쪽 자유야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민준) 난 상관없으니까
더 할 말 남았나?
나도 상관없어
그쪽이 누구든 정체가 뭐든
근데 우리 송이랑 자꾸 엮이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져
(휘경)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남자랑
정체를 모르겠는 남자랑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는데
그걸 손 놓고 두고 볼 등신이 어디 있어?
엮이지 마
천송이랑
어떤 식으로든
[떨리는 숨소리]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휘경아 지금 못 내려가겠어
나 도민준 씨한테 꼭 확인할 게 있어
[도어 록 작동음]
[다가오는 발걸음]
뭐야?
너 나 바보로 봤지?
뭔 소리야, 또?
(송이) 접때 차 사고 나서 나 죽을 뻔한 그날 밤
너 안 왔다 그랬지?
근데 이게 뭐야?
[의미심장한 음악]
뭔데, 그게?
내가 보기엔 내 차 헤드라이트 조각 같거든
(송이) 피가 묻어 있고
당신 휴지통에서 발견됐다고, 이게
그래서?
(송이) 그날 밤 당신은 거기 왔었고
내 차를 막았고
그러다 헤드라이트가 깨져서 그 조각이 손에 박혔고
그걸 집에 와서 치료했고
그러다 이게 이렇게 증거로 딱 남은 거고
설명해 봐, 어떻게 된 건지
난…
당신을 바보로 보진 않았는데
- 바보 맞구나 - (송이) 뭐?
(민준) 세상에 유리 조각이
네 차 헤드라이트 깨진 조각밖에 없는 줄 알아?
지난번에 화병 깨졌을 때
너도 깨진 유리 조각에 발 찔렸잖아
그거랑 아무래도 모양이 좀 다르…
(민준) 병원 갔었다며?
병원에선 뭐래?
너 이러는 거 정상이래?
무슨 망상증 같은 거 아닌가?
(송이) 그날 경찰서에 갔다 그랬지?
그거 본 사람 있어?
강남 경찰서에 직접 확인해 보면 될 거 같은데?
그 손
(송이) 접촉 사고 때문에 다쳤다 그랬지
유리 조각에 찔렸다곤 안 그랬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그래서?
(송이) 줘 봐
어디 확인해 보자고
유리 조각에 찔린 건지
접촉 사고 때문에 멍이 들든 부러지든 한 건지
줘 보라니까?
뭐야? 다 나았잖아
이거 왜 하고 있었어?
뻥카였어?
이제 다 확인했나?
(민준) 손 좀 놓지?
근데 나 있지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송이) 뭐라 꼭 집어 말은 못 하겠는데
당신 정말 이상해
천송이 씨
당신이 개입하면서 평화롭던 내 생활이 엉망이 됐어
이제 좀 나가 줬으면 좋겠어
[부드러운 음악]
(송이) 안 그래도 나가려 그랬어
되도록 빨리
어디로 갈 건지 안 궁금해?
[책을 탁 내려놓는다] [책을 탁 집는다]
[책을 탁 내려놓는다]
[피식 웃는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무슨 얘기 했어?
확인할 거라는 게 뭔데?
그냥 별거 아니야
가자
(송이) 휘경아
잠깐만
[리드미컬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음, 귤 달다
아니
(홍 사장) 나 누구랑 같이 잠 못 자는데
갑자기 이렇게 들이닥치면…
[홍 사장의 한숨]
야, 너 머리 묶으면 안 돼?
너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
(송이) 너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꼭 종이학 접잖아
(홍 사장) 너는?
너도 좋아하는 사람 생겼냐?
뭔 소리야?
너 우리 집 와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핸드폰만 보고 있잖아
기다리는 전화 있는 거 같은데?
(송이) 아니거든?
[홍 사장의 한숨]
난 생겼다
뭔가 이 지구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홍 사장) 어딘가 아름다운 별에서 내려온 것 같은
그런 비율과 분위기를 가진 남자
[홍 사장의 수줍은 숨소리]
나
첫눈에 반하고 말았어
근데 한 번 보고는 못 봤어?
아니
한 번 더 만났어
[한숨]
[경쾌한 음악]
(홍 사장) 저기
저, 저 모르시겠어요?
누구…
제가 인상 좋다고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홍 사장) 아참, 그리고 이거…
안 사요
[활기찬 음악]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휘경) 이거 지문 인식, 맞죠?
다른 사람은 절대 못 여는 거죠?
다 하시고 나서
제가 말씀드린 경보 장치랑 CCTV도 다 설치해 주세요
어, 어
저, 여기, 어, 저기
어, 저기도요
(미연) 아니
도대체 어떤 미친 인간이 집을 뒤집어 놨다는 건데?
- 경찰에 신고했어? - (휘경) 다 됐어
(휘경) 아, 저, 어머니
- (휘경) 그… - (미연) 응
(휘경) 우리 다 같이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요?
(미연) '오브 코스'
좋지
[미연의 웃음] 됐어, 피곤해
그리고 넌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엄마랑 윤재는 왜 불러?
(휘경) 아, 네가 청평도 안 간다지 호텔도 싫다지
어머니 댁도 싫다지
엄마 집이 왜 싫어?
이제 다들 가세요, 나 좀 쉽시다
난 안 가
안 간다고
당분간 여기 있을 거야
(휘경) 아, 그래, 그거 좋다
우리 윤재가 있으면 든든하지, 아무래도
어, 나도 왔다 갔다 할 거고
[문이 달칵 열린다]
그래, 그럼 엄마도 여기 [문이 탁 닫힌다]
엄마는 가 휘경아, 엄마 모시고 좀 가 줘라
있으래도 안 있거든?
(미연) [작은 목소리로] 치 계집애
어, 너 혹시
강재갑 대표 연락 왔디?
- 아니 - (미연) 그런 미친 자…
[멋쩍은 웃음]
강 대표 그 인간한테 연락 오면 받지 마
말도 섞지 마, 알았어?
알았어
(신) 해당 건물 엘리베이터 속도가
[불안한 음악] 분당 120m였습니다
23층에서 1층까지 높이는 약 69m
한 번도 문이 열리지 않고 내려왔다고 하면
34.5초 정도가 소요됩니다
사람이 23층에서 1층까지 같은 속도로 내려온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얘깁니다
최소한 1.5초 만에 한 계층 이상을 지나야 한다는 건데
불가능하다
다른 가능성은?
(신) 바로 옆에 엘리베이터 한 대가 더 있긴 한데
당시 점검 중이어서 운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가 찬 웃음]
난 분명 23층에서 봤던 그놈이
1층에 와 있는 걸 봤거든
그러니까
내가 불가능을 목격한 거네?
[어이없는 웃음]
[정겨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목) 그쪽에서 그럼 이상하다 눈치채지 않았을까요?
아니, 왜 감정에 치우치셔서 생전 안 하시던 실수를…
시선을 돌려야 할 거 같아서요
(영목) 어떤 시선을요?
그쪽에서 천송이를 노리고 있거든요
차라리 천송이 씨한테 얘기를 해 주는 게 어떨까요?
'위험한 인물이니까 조심해라'
가까이하지 말라고
제가 파악한 바로는
피한다고 피해지는 인간은 아니에요
(민준) 그리고
천송이는 그 사람의 실체를 모르는 게 나아요
비밀을 알게 된다면
더 위험해질 겁니다
그럼 선생님은요?
(영목) 400년을 조용히 살면서
무사히 떠날 날만 기다려 왔던 선생님의 안전은요?
저 수십 년 동안 선생님 사망 신고 여러 번 했습니다
실종, 화재, 익사, 교통사고
이유도 많았고요
그런데요
그런 거 말고
실제 죽음이 올 수도 있습니다
원래 계시던 곳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정말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고요
그 점은 생각 안 하십니까?
(유선) 저 더 이상 드릴 말씀 없다고 얘기했잖아요
부모님 아시면 또 기절하세요
그만 돌아가 주세요
(박 형사) 아이 하나만 물어볼게요
언니한테 남자 친구 있었어요?
없었다고 말씀드렸죠?
(석) 한유라 씨 임신했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뭐라고요?
(박 형사) 병원 기록이랑 다 확인했어요
한유라 씨한테 남자가 있었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다 알고 있어야 돼요
[당황한 숨소리]
그거
사람들한테 얘기하실 거예요?
[유선의 난감한 숨소리]
그럼 죽은 사람 한 번 더 죽이시는 거예요
처녀가 임신까지 한 채 죽었다고 하면…
지금 그게 중요해요?
(박 형사) 댁의 언니가 자살이 아니라
살해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떨리는 숨소리]
한유라 씨는 먹던 우울증 약까지 끊었어요
그건 아이를 낳고 싶어 했다는 증거고
원치 않은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선이 흐느낀다]
(박 형사) '남자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고가의 선물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런데 그게 누군지는 절대 얘기를 안 했다'
'다만 엄청난 재산가고 곧 결혼할 거라고 했다'
통화 기록이나 좀 더 뒤져 보죠
뭔가 나올 겁니다
이거 보면 볼수록 도민준 아닙니까?
[한숨] 글쎄요
(박 형사) 도민준 그 친구도 엄청난 재산가라면서요
내 촉이 딱딱 맞아 들어가잖아
맞죠?
대한민국에 재산가가 한둘입니까?
[긴장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아이) 엄마, 저기 아저씨가
갑자기 뿅 사라졌어, 요정처럼
(여자1) 그래그래, 어서 가자
도민준 쪽에 사람을 붙여
그쪽이 먼저 정리가 돼야 할 거 같아
네
(휘경) 어, 송이야, 별일 없지?
윤재는 있고?
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야, 암튼
너희 집 뒤지고 너 납치하려 그랬던 그 미친놈
내 손에 걸리면 끝장이야, 씨
어, 어, 어, 잘 자고
[의미심장한 음악]
[재경의 옅은 웃음] [휘경의 한숨]
(재경) 송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
(휘경) 몰라
요새 사이코들 많잖아
너
도민준이라는 사람 알아?
형이 도민준을 어떻게 알아?
그 사람 어때?
천송이랑 꽤 각별한 사이 같던데
[한숨]
그 사람한테 혹시, 뭐
이상한 점 같은 거 발견한 적 없어?
없는데?
(휘경) 그냥 우리 송이 옆집 사는 남자야
옆집 사니까 오다가다 얼굴 아는 거고
그래?
어
(휘경) 근데
형은 요즘
우리 송이한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피식 웃는다]
네가 좋아하는 여자니까
(재경) 그리고 도울 일 있으면 도와 달라며?
[피식 웃는다]
쉬어라, 어?
[긴장되는 음악]
[USB 연결음]
[마우스 조작음] (영상 속 K) 내가 그 사람 비밀을 알았거든요
(영상 속 유라) 비밀이 뭔데요?
(영상 속 K) 말할 수 없어요
제발 나 좀 여기서 꺼내 주세요
당신도 그 사람한테서 떨어져
안 그러면 당신
죽을지도 몰라
[마우스 조작음] (영상 속 유라) 오빠
오빠 전 부인이 어디로 유학 갔다 그랬지?
(영상 속 재경) 영국
왜?
(영상 속 유라) 아니, 그냥
오빠 같은 남자랑 이혼하고
도대체 얼마나 좋은 나라 가서 사나 하고
근데
오빠는 왜 나한테 직접 연락을 안 해?
꼭 누구 시켜서 연락하거나…
(영상 속 재경) 내 상황도 그렇지만
너도 여배우인데
프라이버시 지키는 게 좋잖아
(영상 속 유라) 프라이버시도 좋지만
오빠랑 내 관계 아는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좀 그래
우리가 연인 관계인 거
난 자랑하고 싶은데
[키보드 조작음]
[송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자기 인생의 책이 '구운몽'이라고 엄청 잘난 척을 하더니
아, 결국엔 남자 하나랑 여자 여덟 명이서
연애하는 내용이네
(송이) 괘씸하네, 쯧
[포근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뭐야, 왜 안 읽어?
자나?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어? 어, 읽었어, 읽었어
뭐야? 읽어 놓고 왜 아무 말이 없어?
[송이의 토라진 숨소리]
[힘주는 신음]
[흥얼거리는 신음]
[향기를 킁 맡는다]
[코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송이의 다급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왜?
(남자1) 천송이 씨 핸드폰인가요?
네, 누구시죠?
(남자1) 나 골드팰리스 2301호 집주인인데
아, 어제가 월세 이체일인데 안 들어왔어요
그럴 리가요
[송이의 여유로운 신음]
(은행원) 통장 잔고가 모자라네요
그게 왜 모자랄까요?
[은행원의 난감한 웃음]
얼마 전에 위약금 물어 준다고
있던 현금 거의 다 인출하셨잖아요
그럼 일단 대출을 좀 받을게요
[은행원의 옅은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이번에 부동산도 다 처분하셔서
부동산 담보 대출도 어렵고
(은행원) 이, 투자 상품 가입하셨던 것도 다 해지하시고
신용 대출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송이의 어이없는 웃음]
팀장님
저예요, 천송이예요
천송이가 대한민국에서 신용 대출이 어려워요?
(은행원) 암만 톱스타라도요
이, 대출 심사대에 올라가면 그냥 프리랜서거든요
미래 소득을 따져 봤을 때
이 직업의 안정성이 낮아서
대출금 상환을 못 할 확률이 높은 직업이란 거죠
게다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소득도 전혀 없으시고
그렇지만 제가 이 은행만 이용한 게 벌써 몇 년짼데
저 큰돈도 많이 맡겼잖아요
저 VVIP 아니에요?
이젠 아니고요
(은행원) 오히려 신용 등급이 낮은 편입니다
현금 서비스를 너무 자주 이용하셔서
나 그런 거 이용한 적 없…
아
우리 엄마가 이용했나 보네요
그럼 저 지금 사는 집 월세인데 그거 보증금 있거든요
그거 담보로 대출하면 안 될까요?
제1 금융권에서는요
월세 보증금 담보 대출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은행원) 물론 대출 심사에 넣어 볼 순 있지만
확률은 낮다고 봐야…
(송이) 얘를 팔까?
[놀란 숨소리]
어머, 내가 무슨 생각을…
[애교 섞인 말투로] 붕붕아, 미안
못 들은 걸로 해
[흥미로운 음악]
비슷한 색깔 있으니까 얘는 팔까?
[놀란 숨소리]
미쳤어? 내 분신 같은 애들을?
[당황한 숨소리]
(송이) 언니가 살림 피는 대로 금방 데리러 갈게
언니가 약속해, 오래 안 걸릴 거야
[아쉬운 숨소리]
그동안 몸조심하고
스크래치 주의하고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타일리스트) 송, 이게 다 뭐야?
(송이) 뭐긴 뭐야?
내가 목숨처럼 아끼느라
한두 번밖에 못 신고 못 들고 못 입어 본 내 아기들이지
그런데 이걸 왜?
반값에 내놓을게
(송이) 아마 천송이가 들었다고 하면
다들 환장하고 사 갈걸?
천송이가 안 들었다고 해야 팔릴 거 같은데?
[흥미로운 음악] 뭐?
송, 돈이 궁해?
'왓?'
[어이없는 웃음]
'익스큐즈 미', 뭐라고?
[송이의 어이없는 신음]
(송이) 아,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나 이거 사회 환원 차원에서 내놓는 거야
그런 거 있잖아
그, 뭐랄까, 내가 이미 명품인데
명품으로 나를 치장하는 거에 있어서
회의를 느꼈달까?
뭐, 불우 이웃도 좀 돕고
불우 이웃은 네가 불우 이웃 아니야?
(스타일리스트) 청담동 건물 급하게 내놓느라고 헐값에 팔린 거
이 바닥에 소문 다 났어
돈 좀 챙겨 줄 테니까 이거 갖고 그냥 가
대신
앞으로 우리 숍에는 절대로 얼씬 말아 줬으면 좋겠어
제발
[코웃음]
날 이런 식으로 대해?
내가 너 아니면 팔 데가 없을 줄 알아?
[성난 숨소리]
[송이의 당황하는 신음]
[송이의 한숨]
[경쾌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송이) 요거 귀요미, 귀요미, 귀요미
[카메라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고민하는 신음]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에서
(민준) 사회에서 밀려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를 당하는 것보다
더 잔인한 벌은
생각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휴대전화 알림음]
(여자2)
미안합니다
(민준)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나약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들뜨기도 하고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휴대전화 알림음]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여자2)
[한숨]
(민준) 누구신데 자꾸 전화를 합니까?
도대체 운포가 뭡니까?
(여자2) 운송비 포함 45만 원 어떠냐고요
아, 천송이 백 판매하시는 분 아니에요?
아이디 송포유 님?
(미연) 내가 뭐랬니?
너 CF 위약금 물어 주지 말랬지?
[서류를 펄럭이며] 위약금 청구서 더 날아왔어, 이것아
이제 어쩔 거야?
[서류를 탁 잡는다]
이거 뭐야?
(송이) 나 이거 모르는 건인데?
이거 내가 계약한 거 아니라고
(미연) 너
네 엄마가 이렇게 처음부터 '돈, 돈' 그러는 독종 아니었어요
너
호의 베풀다가 호구 되는 거야
얜 아직도 세상이 무슨 동화책인 줄 알아요
안 대표랑 내가 얘기할게
엄마랑 같이 가
같이 갈 사람 있어
왜?
[휴대전화 알림음] (송이) 부탁할 거 있어
[휴대전화 조작음]
(여자3) 님 가방 스크래치 없는 거 확실하심?
에눌 되나염?
안 그래도 내가 얘기하려 그랬는데
[휴대전화 조작음]
어디 가방 파는 데다가 내 번호 올려놨어?
연락 왔어?
거기다가 내 번호를 올리면 어떡해?
계속 에누리해 달라고 문자 오는데 돌아 버릴 지경이야
에눌 안 돼
우리 아기들 내다 파는 것도 미안한데
헐값엔 절대 안 돼
(송이) 답장해, 안 된다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래,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나 내일 소속사 가야 되는데 같이 가자
내가 왜?
나 내일 따지러 간단 말이야
전문 아닌가? 따지는 거
나 혼자 가면
들킬 것 같단 말이야
뭘?
내가 예전의 천송이가 아니라는 거
[부드러운 음악]
(송이) 세 보이려고 레오파드로 칠했는데
내 마음이 세질 않아
자신감이 없어졌어
이런 상태로 가서 따지다간
나 들킬 것 같아, 지금의 나를
돈 없는 거? 괜찮아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고 또 벌면 되는 거고
근데 초라한 내 바닥 들키면
나 진짜 무너질 것 같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들킬 것 같다 싶으면
우리 똑똑한 도민준 씨가 좀 나서 달란 말이지
오케이?
[박진감 있는 음악]
(안 대표) 내가 이미 우리 변호사랑 검토를 다 끝냈어
이건 어디까지나
송이 네가 책임을 지겠다고 한 부분이고
도의적으로 책임지겠다 했었죠
(송이) 그 부분 엎자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건 아니지
내가 언제 이 영화 하겠다고 했어?
[안 대표의 한숨] 나한테 시나리오도 안 보여 준 것들이잖아
그리고 이 여행사 광고
내가 언제 하겠다고 했어?
(안 대표) 이런 건
네가 회사 측에 다 일임을 한 사항들이고
내 동의하에 하라고 했던 거지
내가 언제 멋대로 작품 고르고
(송이) 멋대로 CF 계약할 권리까지 줬었나?
(안 대표) 천송이!
너 때문에 우리 회사가 입은 실질적인 손실이 얼마인지나…
(민준) 계약서를 검토해 봤습니다
근데
이분은 왜 여기 계시나?
하여튼 누구?
내 법적 대리인
[흥미로운 음악]
여러 가지 위반 사항이 있으시더군요, 특히
'갑은 을의 연예 활동과 관련하여 사생활 보장 등'
'을의 인격권이 대내외적으로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이 부분
잠깐
(송이) 내가 을이야? 왜?
나 갑이 좋은데 [민준의 못마땅한 숨소리]
오케이
[흥미로운 음악]
그리고 4조에 보면
(민준) 계약 체결 대리권 행사할 시
을의 신체적, 정신적 준비 사항을 반드시 고려하고
을의 의사 표명에 반하는 계약은 체결할 수 없다고 되어 있고요
[민준이 서류를 사락 넘긴다]
마지막으로 7조 5항
'을의 귀책사유로 인해'
'제3자에게 배상할 금원이 발생할 경우'
'모든 금액은'
'갑이 배상한다'
[놀란 숨소리]
[언짢은 숨소리]
이 조항에 의하면
이미 천송이 씨가 회사에 지불한 위약금까지도
다시 돌려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까지 반드시 받고 싶으시면
구상금 청구 소송을 준비하시죠
그땐 저희도 법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습니다
이미 지불한 위약금도 다시 돌려받을 거고요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송이) 그렇게 할래?
[변호사의 헛기침]
[변호사의 한숨]
[송이의 코웃음]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르네
'밤중에 버티고개에 가 앉을 놈들'
[익살스러운 음악] 버티, 뭐?
그런 게 있어
[피식 웃는다]
[범의 반가운 숨소리]
(범) 송이 누나
(민아) 언니
(범) 교수님은 여기 어떻게…
송이야, 안녕?
[코웃음]
같이 오셨네요, 교수님
네
(세미) 아, 송이야, 지금 바빠?
우리 커피 한잔만 하면 안 될까?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 우리 지금 몹시 바… - (민준) 괜찮습니다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범) 우리 누나는 아메리카노
(민아) 나는 핫초코, 핫초코
(세미) 오랜만이다
우리 이렇게 떨어져 지내 본 적 없는 거 같은데
너 갑자기 왜 이러냐?
지난번처럼 해
하, 그땐
내가 미안했어
(세미) 내 진심 몰라주는 너한테 섭섭하기도 하고
너 대신이면 그 자리 거절하는 게 맞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도 싫고
[심호흡]
그래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야, 쇼하지 마
- 천송이 - (송이) 아, 모르면 껴들지 마요
(송이) 유세미 너 내숭 까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
나한테까지 그럴 줄은 몰랐어
들키니까
날 그렇게 잡아 잡수려 그러더니
이제 와서 꼬리 내리는 이유가 뭐니, 너?
그만해
아, 아니에요
(세미) 송이 저럴 자격 충분히 있어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내가 뭐가 되니?
[다가오는 발걸음]
(민아) 언니, 커피, 어?
[세미의 놀란 신음]
어, 언니, 괜찮으세요?
[봉지를 바스락대며] 아, 어떡해
이거 오늘 촬영 때 입을 옷인데
(범) 안 뜨거워요, 누나?
(세미) 어, 난 괜찮아
송이야, 넌 괜찮아?
누나
언니
[리드미컬한 음악]
됐어
(세미) 교수님은 괜찮으세요?
[놀라며] 여기 묻었어요, 어떡해
괜찮습니다
[걱정하는 숨소리]
[세미가 쓱쓱 닦는다]
할 얘기 다 했지?
그만 가자, 도 매니저
(민준) 가자
(범) 아니 저 교수님이랑 우리 누나
언제 저렇게 친해지신 거야?
[한숨]
(송이) 아니, 무슨 이상형 없다더니
유세미가 이상형인가 봐?
말 같지 않은 소리
방금 부끄러워한 거야?
자기 몸에 손대는 거 질색이라더니
(송이) 아까 세미가 뭐 묻었다고 닦아 주는데 가만있더라?
뭐, 즐기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아까 안 대표 앞에선
잘했어, 도 매니저
천송이 매니저라면 그 정도 지식은 있어 주는 게 맞지
- 천송이 - (송이) 네?
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잔잔한 음악]
뭐가?
네가 세상을 알든 모르든
세상은 너 안 봐줘
(민준) 네가 끝없이 추락한다고
너는 결백해서 억울해 죽을 거 같다고 해도
네 마음 알아주지도 않아
넌 지금 낭떠러지 끝에 서 있어
까딱 잘못하면 천 길 아래로 떨어져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그러니까…
그러니까
도 매니저가 내 옆에 좀 있어 달라는 거잖아
나를 왜 믿어?
(민준) 나도 믿지 마
나는…
네 옆에 계속 있어 줄 수가 없어
왜?
혹시
내가 거지 된 거 때문에 그래?
(송이) 그래서 그래? 내가 페이 못 줄까 봐?
[어이없는 숨소리]
웬일이니, 나 천송이야
내가 매니저 월급 떼어먹을 것 같아?
안 떼먹어
물론 형편상 많이 못 줄 수는 있어
대신 일 많이 안 시킬게, 그냥
가끔 내 옆에 있어 달랄 때 있어 주면 된다고
그것도 안 돼?
안 되나?
(민준) 들어가
(송이) 열은? [도어 록 조작음]
열은 이제 안 나?
안 나
[도어 록 조작음] 밥은?
(송이)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나도 먹어야 되고
우리 윤재도
이 새끼 집에 있으면 같이 먹을까?
아니
[문이 달칵 열린다] 그래, 그럼 좋을 대로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엄마가 총각김치 갖다 놓고 갔다
(송이) 그래
[흥미로운 음악]
그래?
천윤재, 너 옆집 좀 갔다 와
- 왜? - (송이) 왜는?
내가 옆집에 얼마나 신세 지고 있는데
이웃지간에 맛있는 게 있으면 나눠 먹고 그래야지
김치 좀 갖다주고 와
(윤재) 아, 네가 갔다 와
누굴 시켜?
(송이) 갔다 오라고, 네가
야, 이 새끼야
나이가 몇 살인데 'ET'를 보고 자빠졌냐, 초딩이냐?
(윤재) [한숨 쉬며] 아이, 씨 진짜
(송이) 음
가서 말해, 내가 주는 거라고
나 집에 있다고
[도어 록 작동음]
우리 누나가 갖다주랍니다
- (송이) 갖다줬어? - (윤재) 보면 모르냐?
- 뭐래? - (윤재) 뭘 뭐래? 주니까 받지
- 내가 준 거라 얘기했어? - (윤재) 그래
근데 뭐 암말 없어?
아, 없어!
나 집에 있다 얘기했어?
(윤재) 그런 얘기를 뭐 하러 해?
너 근데 김치 통은 왜 안 가져왔어?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안 주니까 안 가져왔지
(송이) 얘가, 얘가
너 그거 친환경 그런 거라 비싼 거야, 어?
김치 통 같은 게 참 애매한 물건이라니까?
시간 지나면 달라긴 뭣하고 떼먹히긴 아깝고
아, 가서 갖고 와
아이, 씨, 나 진짜 화낸다?
아, 김치 통 아까우면 네가 갖고 와
내가?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할 수 없지
[익살스러운 음악]
[스위치 조작음]
[송이의 신나는 신음]
씁, 좀 오버인가?
[도어 록 작동음]
또 뭔데?
김치 통 가지러 왔는데?
기다려 [송이의 당황한 신음]
손가락 낄 뻔했잖아!
[도어 록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뭐야?
(송이) 비밀번호 안 바꿨네?
바꾸지 마
우리 집 건 맨날 까먹는데 이 집 건 안 까먹어
희한해
[흥미로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음, 청소했네?
화초 물 줬어?
안 그래도 시들시들해서 내가 물 주려 그랬는데
싱싱하게 살아났네?
총각김치 그거 되게 맛있는 거야
우리 엄마가 안 그래 보여도
김치 하나는 끝내주게 담그거든
하루는 바깥에 놔뒀다가 내일 냉장고에 꼭 넣고
알았어
(민준) 이제 가 봐
'가 봐'?
김치 통 가지러 온 거 아니야?
아, 그렇지
내가 이거 가지러 왔지
오케이, 나 가 볼게
가방 사겠다는 연락 더는 없어?
에누리 안 된다고 했더니 더는 없어
한 2만 원까지 더 얘길 해 보지, 왜?
좋게 말할 때 사이트에 올려놓은 번호 바꿔
아, 알았어, 치사하게
갈 거야, 가려 그랬어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영상 소리가 흘러나온다] [송이가 중얼거린다]
(송이) [큰 목소리로] 돌았니, 너?
- (송이) 어휴, 미치겠네 - 왜 저래, 저거?
아이, 근데 아유, 내가 정말 어떻게…
[놀라는 숨소리]
나 지금 그 집에 또 있고 싶어 한 거야?
[식탁을 탁탁 치며] 천송이 정신 차려!
아니, 그러니까 내가…
[익살스러운 음악] (송이) 나 천송이야
내가 왜 그런 남자를, 어?
도민준 그 인간을?
[씩씩대는 숨소리]
기럭지는
마음에 들어, 비율이 좋잖아
얼굴도 조막만 하고 눈빛도
[송이의 한숨]
지난번 보니까 몸도 관리 잘한 거 같고
[성난 숨소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뭐가 모자라서 도민준 그 인간을?
[한숨]
하버드 나왔고 교수에다가
키스도 첫 키스치고는 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놀라며] 나 지금 그 인간과의 키스를 곱씹은 거야? 어?
설마
내가 그 인간 그리워하고 있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송이의 당황한 신음]
(박 형사) 야, 이거 완전 깨끗해요
하, 통화 기록도 없고
카드 기록이고 뭐고
그 흔한 파파라치 컷 하나 없고
남자랑 뭐, 어떻게, 하
흔적 남는 게 전혀 없는데
어떻게 애는 가졌대?
[한숨]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어?
(박 형사) 탤런트
유세미 씨 아니세요?
[살짝 웃으며] 아, 네 수고 많으세요
맞죠? [반가운 웃음]
(박 형사) 아이 근데 여기 어, 어떻게…
[세미의 옅은 웃음] 오빠
(세미) 바쁜 여동생 속옷 심부름까지 시키냐, 이제?
(석) 고맙다
(세미) 엄마 걱정하셔 집에도 좀 들러
(석) 그래
아참, 세미야
(세미) 응?
혹시 죽은 한유라 씨 말이야
오빠는 아직도 그 사건 수사해?
(세미) 그거 이미 외부엔 자살로 다 결론 났고
이제 사람들 관심도 사그라들었는데
그만 마무리해
남자관계에 대해서 들은 거 있었니?
남자?
(송이) 오빠 누구 사귀는 사람 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 왜? - (송이) 아니, 한유라
(송이) 걔가 S 그룹 남자랑 결혼하게 될 거라나 뭐, 그러는데
아, 그 집안에 아들이라고 둘뿐이잖아
한유라 씨라면 나도 우리 백화점 모델이라
안면 있는 정도지
왜?
아무래도 이번 사건
한유라의 남자가 관련이 있는 거 같거든
혹시 들은 거라든지 아는 거 없어?
잘 모르겠는데?
형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 여보세요 - (K) 재경 씨
[의미심장한 음악] (K) 나 보러 한번 와 줘요
내 얘기 좀 들어 봐 줘
나 미치지 않았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안 믿어 준단 말이야
당신은 나 빼 줄 수 있잖아
저기, 누구세…
(휘경) 형
왜 남의 전화를 함부로 받고 그래?
어, 미안
근데 누구야?
(휘경) 자길 어디서 빼내 달라 그러던…
미친 여자야
자긴 미치지 않았다고…
회사 일 하다 보면 이상한 사람들
많이 겪을 수밖에 없어, 휘경아
넌 몰라도 되는 일이야
신경 쓰지 마
어
알았어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도민준입니다
[불안한 음악] (도청기 속 석) 네 무슨 일이시죠?
[도청기 작동음] (도청기 속 민준) 만났으면 합니다
전해 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도청기 속 석) 네, 좋습니다 어디서 볼까요?
[휴대전화 알림음]
(송이)
[한숨 쉬며] 도 매니…
(송이) 도민준 씨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
나한테 했지? 무슨 짓을
했지, 했어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내가 이럴 리 없잖아
말을 알아듣게 해
내가 분명 그쪽을 15초 동안 꼬시려고 했는데
내가 넘어갔나?
[부드러운 음악]
뭐?
나 어떻게 생각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대답하지 마, 대답하면 죽어!
나 다소 쪽팔려서 그런 거니까
뒤돌아서서 얘기할게 그쪽은 듣기만 해
내가 이런 애가 아니거든
(송이) 물론 그동안 고맙게 해 준 건 인정
그렇다고 내가 고마움과 그런 감정을 구분 못 하는 애냐?
아니거든
고마운 걸로 따지면 휘경이가 훨씬 고맙지
근데 내가 왜 도민준 씨를 곱씹어야 하지?
난 늘 곱씹히던 여자야
나의 공항 패션, 내가 바른 립스틱 나의 빛나는 머릿결
늘 사람들한테 곱씹히던 난데
내가 왜 그쪽이 했던 말을?
내가 왜 그쪽을?
그쪽이 했던 키스…
하, 나 미친 건가?
나 여자로 어때?
아니야, 대답하지 마 대답하면 죽어!
도민준 씨
갔나?
이건 대답해도 돼
갔어?
[감미로운 음악]
[심장 박동 효과음]
아휴, 어떡해, 아휴
[송이의 후회하는 신음]
[송이의 괴로운 신음]
[송이의 자책하는 신음]
[답답한 숨소리]
[철수의 놀란 신음]
(철수) 이게 뭐야?
'천송이 일진설'?
[철수의 떨떠름한 숨소리] (혁) 야, 어떤 블로거가
천송이 여고 동창 사돈의 팔촌과 옆집 사는 아주 긴밀한 사이인데
- (철수) 아하 - (혁) 그 사람이 똑똑히 들었대
천송이가 고딩 때 껌 좀 씹었는데 [철수가 호응한다]
얻어맞은 애들이 한둘이 아니래
[철수의 어이없는 신음] 걸리면 그냥 다 죽었대
야
천송이 여고 동창 사돈의 팔촌과 이웃지간이라며?
이거 엄청 정확한 정보일 거 같은데?
일진 했던 실력으로
착한 한유라도 그렇게 괴롭힌 건가?
씁, 그렇다고 봐야지
(송이) 확실해?
[혁의 놀란 신음] (철수) 어, 깜짝이야
나 일진이었던 거 확실하냐고
(송이) 나한테 걸리면 다 뒈졌던 거
확실하냐고
(혁) 어?
(송이)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까 무슨 가마니로 보고
별놈의 헛소문이 다 떠돌고
안 되겠어 나 기자 회견이라도 할까 봐
해, 해
그렇지?
내가 너무 숨어 지냈어 뭘 잘못했다고?
할 말은 해야겠어, 기자 회견
내가 이런 기자 회견의 정석을 보여 줄게, 봐 봐
(홍 사장) 일단 웃음기를 쫙 빼
[익살스러운 음악]
최대한 우울, 청승, 처연
시선은 15도 아래
오, 좋아좋아
누가 무슨 말만 해도
울음이 금방 터질 것 같은 표정
오, 잘하네
갈 때 액세서리 이런 거 하지 말고
아이, 간만에 카메라 앞에 나가는 건데?
(홍 사장) 화보 찍으러 가는 게 아니잖아
옷은 위아래 까만색
- 메이크업은 초췌하게 해 - (송이) 초췌?
후줄근하면 더 좋고
후줄근이 나랑 어울리니?
(홍 사장) 동정표 얻기 싫어?
(송이) 아하
그리고 거즈 손수건 꼭 준비하고
- 왜? - (홍 사장) 마지막에 울 거거든
(홍 사장) 기자 회견 내내 울먹울먹은 하지만
절대 울지는 말아야 해
자칫 추접스러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5분 동안에는 터트려 줘야 해
빵
이야, 너 프로 같다?
당연하지 기자 회견 어디서 할 거야?
씁, 글쎄
호텔 같은 데서 해야 되지 않을까? 좀 제일 큰 홀 빌려서
너희 소속사에서 해 준대?
나 소속사 없잖아
그럼 너 돈 있어?
나 거지야, 생거지
아휴, 내 주변은 왜 이러냐?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여보세요?
(여자4) 천송이 구두 올리신 분 맞죠?
[코맹맹이 목소리로] 네, 맞습니다 천송이 구두
(송이) 얼마 생각하세요?
운포 15?
아, 그건 좀 곤란한데
너무 날로 잡수려 그러신다
그거 밀라노에서 직접 사 온 거거든요
[홍 사장의 어이없는 신음]
아유, 짝퉁 아니에요!
[불안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퍽 소리가 난다]
[긴장되는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남자2) 아니, 지하 주차장에서 누가 테러를 당했대요
(여자5와 남자2) - 죽었대요? -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여자5) 아, 어떡해
(남자2) 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그래
[문이 탁 닫힌다]
[사이렌이 울린다]
[고조되는 음악]
아, 야, 넌 밥을 먹지…
(송이) 아, 있어 봐 내가 뭐라도 시켜 줄게
(윤재) 됐어, 다 먹었어
넌 하루 종일 어딜 쏘다니다 이제 들어오냐?
나야 늘 바쁘지
혹시
(송이) 연락 온 데 없었고?
누가 날 찾아왔다거나
예를 들면
옆집 같은 데서
아니
여자가 용기 내서 그런 말까지 했는데
하루 종일 연락 한 통도 없고
(송이) 아유 내가 다시는 상종하나 봐라
어머
아, 내 보라색 머리 끈 어디 갔지?
아, 나 그거 되게 아끼는 건데
도 매니저 집에 놓고 왔나 보네
아유, 어떡하나?
[긴장되는 음악]
도 매니저
(송이) 도민준 씨
아직 안 들어왔나?
서재에 있나?
[차가 끼익 멈춘다]
도민준 씨
여기 있어?
(송이) 아, 없네
추운데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뭐, 데이트라도 간 거야?
[긴장되는 음악]
당신이야?
유 검사 그렇게 만든 게
내가 얘기해 줬잖아
너랑 천송이가 살아 있는 건
내가 살려 둬서라고
(재경) 그러니까 감사하라고
난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 제일 싫거든
(민준) 네가 원하는 게 이거야?
이것만 건네주면 다 멈출 거야?
그래, 그래야지
그럼 나도
답례를 해 줄게
이게 뭔지 알아?
[어두운 음악]
동물 포획용 마취총
(재경) 너 같은 거 한 방에 잠재워 주는 거
이 안에 내가
졸레틸과 럼푼을 아주 잘 배합했거든
한 방 맞으면
고통 없이 쓰러질 수 있게
[야비한 웃음]
나 원래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넌 날 건드렸잖아
그래서
내가 직접 보내 주고 싶었어
네 죽음은
그 어떤 죽음보다 자연스러운 자살로 위장될 거야
한유라를 죽이고
그 사건을 파헤치던 검사까지 테러한 다음
그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거지
지금쯤 네 컴퓨터에
유서도 작성이 다 돼 있을 거야
(영목) 다시는 그 사람
아니, 그 누구 앞에서도
선생님 실체를 드러내시면 안 됩니다
그동안 그렇게 어렵게 지켜 오신 것들 다 잃으실 겁니까?
네가 먼저 정리가 돼야
천송이 정리도 쉬울 것 같아서
순서야
큰 상관 없으니까
잘 가
[탕]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민준) 내가 뭐랬어?
너는 날
죽일 수 없다고 했잖아
[불안한 숨소리]
[리드미컬한 음악]
(송이) 선생님
대답해 주세요
[불안한 목소리로] 의존증이 사랑으로도 바뀔 수 있는 건가요?
(의사) 씁, 뭐 안 된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 특정인에게 의존하고 싶은 심리와
사랑을 혼동할 수는 있겠죠
저는 치맥에 의존해요
우울할 땐 늘 치맥을 찾곤 하죠
(송이) 그렇다고 닭 다리를 보고 설레진 않아요
근데 이건 설렌다는 거죠
두근두근
다른 예를 들어 볼까요, 선생님?
저는 신상 백들을 보면 설레요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죠
그렇지만 걔네들을 못 본다고 해서
입술이 바짝바짝 타거나
걔네들을 다른 여자들이 들고 있다고 해서 막
죽여 버리고 싶은
그런 충동이 일어나진 않거든요
[헛기침]
[송이의 실성한 웃음]
근데 이건 막 그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바짝 타면서
눈앞에 안 보이면 불안불안한 게
그 남자한테 꼬리 치는 그 계집애를 그냥 확!
[의사의 한숨] [상냥한 말투로]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선생님
그 남자한테 커피 묻었다고 닦아 주는
그 계집애 손모가지를 그냥 확 뽀숴 버리고 싶은!
[한숨]
이런 감정 뭐죠, 선생님?
일단 약을 바꿔 보죠
좀 더 센 걸로
(의사) 약 꼬박꼬박 챙겨 드셔야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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