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1
네가 먼저 정리가 돼야
천송이 정리도 쉬울 것 같아서
잘 가
[탕]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 내가 뭐랬어?
너는 날
죽일 수 없다고 했잖아
[재경의 당황하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내 말 잘 들어
(민준) 여기서 멈춰
아무 짓도 하지 마
[탕] [신비로운 효과음]
[웃음]
누가 감히 나한테 명령을 해!
(재경) 나와
나와
[악쓰며] 나와!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이 털썩 쓰러진다]
[긴장되는 음악]
(송이) 어, 윤재야
난데
어디긴
나 옆집 왔잖아
2302호
[도어 록 작동음] (송이) 어, 나 지금 현관이고
문 열고 나오는 중…
[도어 록 작동음] [떨리는 한숨]
[긴박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겁먹은 신음]
[떨리는 숨소리]
윤재야, 윤재야!
(윤재) 왜 그래? 뭔데?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빨리 경찰, 아니
경비 아저씨들한테 연락 좀 해 봐
옆집에 누가 몰래 들어온 거 같아
뭔 소리야?
옆집 갔었어?
아, 누가 있다는 건데?
[떨리는 숨소리]
(송이) 뭐, 데이트라도 간 거야?
어, 윤재야
(송이) 난데
어디긴
나 옆집 왔잖아, 2302호
[떨리는 숨소리]
(윤재) 어떤 자식인데?
그러게 남의 집에 왜 들어가냐?
그 자식이랑 비밀번호까지 까는 사이였어?
빨리 관리실에 연락해
경비 아저씨 좀 올라오라고, 어?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인터폰 조작음]
(윤재) 이거나 마셔
강아지처럼 오들거리지 말고
너 내가 배우니까 살아남은 거야
신들린 연기력으로
[한숨]
아직도 사지가 후들거리네
[초인종이 울린다]
왔다
(윤재) 누구세요?
(신) 관리실에서 왔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신) 주사 놔 드릴게요
[긴장되는 음악]
(송이) 윤재야
(윤재) 왜?
열지 마
이상해
어디서 나오셨다고요?
(윤재) 좀 전에 잠깐 올라와 달라고 했던 2301호인데요
(경비원) 아 먼저 처리할 일이 있어서요
이제 올라갑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관리실 사람 아니었어
왜 자꾸 이런 일이…
도민준
[민준의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송이) 도민준 씨, 어디야?
나 방금 그쪽 집 갔었는데
어떤 남자가 그 집 안에 있었어
[신비로운 효과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듣고 있어?
여보세요, 도민준 씨
내 말 안 들려?
[초인종 소리가 흘러나온다] 잠깐만, 누구 온 거 같아
[의미심장한 음악]
(송이) 누구세요?
누구냐고요?
(민준) 나야, 도민준
[도어 록 작동음]
어떻게 된 거야?
나 지금 그쪽한테 전화하고 있었는데
괜찮아?
(송이) 어
[송이의 놀라는 신음]
[활기찬 음악]
[윤재와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 살살, 살살, 어? 윤재야
아휴, 이게 웬일이니? [윤재의 거친 숨소리]
(윤재) 뭐냐?
(송이) 뭐가 뭐야?
어휴, 열은 없는데
몸이 왜 이렇게 차가워?
넌 가서 체온계나 좀 가져와
비밀번호도 까고
침대도 빌려주는 사이야?
(송이) 나도 이 남자 침대 빌려 본 적 있거든?
뭐? 둘이 사귀냐?
아니라고
아닌데 왜 서로 침대를 빌려주고 난리야?
아, 뭔 상관이야? 고딩이 어른들의 세계 뭘 안다고
쯧, 가서 체온계나 갖고 와
[어이없는 신음]
[송이의 한숨]
(송이) 자기가 의사보다 낫다 그러더니
아주 자기 몸이 종합 병원이네
뻑하면 다치고 뻑하면 열나고
이젠 아주 쓰러지기까지
응? 무슨 남자가 속눈썹이 이렇게 길어?
[문이 끼익 열린다]
[문이 쾅 닫힌다]
아유, 깜짝이야
(윤재) 뭘 놀라? 죄지었어?
죄는
[체온계 조작음]
이 남자 좋아하냐?
[헛웃음]
'지저스', 야
(송이) 네가 아는 네 누나가
누굴 막 혼자 좋아하고 그럴 사람이니?
이쪽에서 날 도자기 취급하는데?
내가 혼자 그럴 여자냐고?
심지어 짝사랑이냐?
아, 아니라니까
아, 나가, '겟 아웃'
[체온계 작동음]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28도?
야, 야, 야, 야, 야
사람 체온이 28도일 수도 있냐?
뭐래? 아휴, 참
[체온계 조작음]
[체온계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놀라며] 뭐야? 이거 고장 났나? [문이 탁 닫힌다]
(송이) 가만있어 봐
[놀라며] 온몸이 얼음장이야
병원 가 봐야 되는 거 아니야?
[다가오는 발걸음] [잔잔한 음악]
[선영이 울먹인다]
(세미) 엄마 아버지 티켓 구하셨대요
3시간 뒤에 비행기 타신대
[세미의 한숨]
우리 아들 잘못되면
나도 죽을 거야
(세미) 아휴, 엄마는 무슨 그런 소리를 해?
그럴 일 없어
도대체 어떤 자식이
어떤 미친 자식이 내 아들을…
[선영의 울먹이는 숨소리]
(형사) 선배!
어
(박 형사) 알아봤냐?
예, 현장에 있던 만년필이요
일단 알아보니까 한정판이래요
그래?
(형사) 장인이 수공예로 만든 만년필이라는데
이 제품은 직접 주문 제작 받아서 만든 거라
딱 세 자루밖에 없는 거랍니다
하나에 수백만 원짜리라는데요?
그래도 이, 불행 중 다행이네
어? 지문도 안 나온 마당에
그 세 명 누군지 빨리 파악하자
네, 알겠습니다
[박 형사의 한숨]
잡히기만 잡혀
가만 안 둔다
[불안한 음악]
(범중) 음, 재경이는?
(은아) 내려오겠죠, 먼저 드세요
(범중) 그래 [범중의 헛기침]
근데 두 분 혹시…
형수님 소식 들은 적 있으세요?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해?
(범중) 그 아이 재경이랑 그러고 나서
곧바로 영국 유학 가지 않았냐?
저, 그 뒤로 영국 갈 때마다 이메일 했는데
확인도 안 되더라고요
연 끊어진 아이 소식은 들어서 뭐 하게?
[범중의 헛기침]
넌 얼굴이 왜 그래?
[의미심장한 음악] 운동하다가요
그런데
누구 얘기하시던 중이셨어요?
응? 아니다
(은아) 여기
밥이랑 국 줘요
(휘경) 형도 형수랑 연락 안 하는 거야?
헤어진 전처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연락을 해?
잘 먹겠습니다
혹시 지난번 그 전화…
(범중) 아, 그만하라니까
이제 가족도 아닌 아이 얘기를 왜 자꾸 꺼내?
[윤재가 하품한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뭐 하냐?
(송이) 어, 일어났어?
우리 아침으로 계란말이 어때?
밑에 짜장 깔았냐?
아휴, 괜찮아, 괜찮아
위에만 먹으면 돼
[송이의 만족하는 신음]
아유, 이 인간은 무슨 잠을 10시간씩 자?
[잔잔한 음악]
(송이) 도민준 씨, 도민준 씨
이거 봐
이봐
(준) 이보시오, 이보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얼굴과 입술이 검푸르게 변해 있고
팔다리가 싸늘해진 것으로 보아
비소 중독이 의심이 되는구나
이자의 맥을 짚어 보거라
필시 진장맥이 나타날 것이다
낯빛을 보니 진장맥 중에서도
진비맥이 나타날 확률이 높겠다
[감탄하는 숨소리]
망진만으로 맥을 짚어 내시다니
과연 신의 구암 선생이십니다
맥이나 짚거라
예
(의원) 스, 스, 스승님
진비맥이 짚이지 않사옵니다
이것은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맥이옵니다
아, 이처럼 단단하고 빠르고 날카로운 맥은
처음 짚어 보옵니다
손목의 3부
촌관척을 정확하게 대어 보았을 경우
(준) 필시 진비맥이 짚일 것이라니까
[의아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이자는 [헛기침]
척부를 보아
병을 진단하는 게 빠르겠다
위내정수로 진 숨이 나는 걸 보니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하다
[힘주는 숨소리]
이자의 척부를 한번 보거라
마른고기 비늘처럼 거칠어졌을 것이다
(의원) 스, 스승님
비늘 같기는커녕
살결에 윤이 나고 있사옵니다
의원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비소에 중독됐는데
이렇게 빨리 기력을 회복하다니
놀랍습니다
(준) 근데
선비께서는
신비한 맥을 갖고 계십니다
제가 아는 그 어떤 사람과도 다른
그런 맥을…
당연합니다
저는
(민준) 저기서 왔거든요
[서정적인 음악]
예?
(민준) 저는 저 별에서 왔습니다
이곳과 다른 별이긴 하나
모든 환경이 거의 비슷한
그런 곳이지요
아직 완쾌는 아닌 듯싶습니다
아무래도
심기가 끊어진 게 아닌가 싶은데…
저는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송이) 도민준
괜찮아?
일어나 봐
정신 들어?
(민준) 어디야, 여기?
(송이) 내 방이야 10시간 넘게 잤어
어젠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저번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꾹 참고 있었거든
혹시 어디가 많이 아파?
아니야
(송이) 혹시
설마
아, 그런 거 아니겠지만
그, 지병으로다가 몇 개월 시한부
이런 거 아니지?
아니, 지난번 일기장도 그렇고
아니지, 그런 거?
아니야
(송이) 밥 먹게 나가자
계란말이 좋아하나?
아휴, 아직 정신이 오락가락해?
그쪽은 현관, 이쪽이 주방
(민준) 집에 갈 거야
(송이) 왜?
아,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그쪽 집에서 신세 진 것도 있고
이참에 좀 갚겠단…
안 갚아도 돼
(송이) 아직 누가 안에 있으면 어떡하려고?
내가 알아서 해
넌 네 앞가림이나 잘해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윤재) 짝사랑 아니라며?
(송이) 아니라고, 이, 씨
(윤재) 아이, 씨
맞구먼
[도어 록 작동음]
네가 우리 집에 웬일이냐?
(세미) 너희 집 온 거 아니고
도민준 씨한테 볼일이 있어서 왔어
왜? 무슨 볼일?
(세미) 방금 말씀드린 그 문제로 여쭤볼 게 있어요
바, 방금 뭐 얘기했는데?
무슨 문제?
(민준) 들어가시죠
[도어 록 작동음]
(세미) 네, 감사합니다
(송이) 야!
도민준 씨 지금 몸 안 좋거든?
용건만 간단히 해라
[피식 웃는다]
그래, 알았어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뭐 하냐?
뭐 하냐고?
아니, 도민준 그 인간은
내 노랫소리도 다 듣고
내가 소리 지르는 것도 다 듣고
한 방에 쫓아오고 그러더구먼
(송이) 아니 방음이 이렇게 완벽한데
어떻게 들은 거야, 대체?
어?
(세미) 죄송해요
느닷없이 찾아와서는
(민준) 검사님이 유세미 씨 오빠분이신지는 몰랐습니다
지금 상태는 어떻습니까?
외상성 경막 외 출혈로
(세미) 어젯밤에 수술을 받았고요
수술 끝났는데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예요
MRI 검사 다시 해야 한다고
[세미의 속상한 숨소리]
형사님한테 들었어요
저희 오빠가 어제 거기 간 게
도민준 씨를 만나러 간 거라고요
네
저랑 그 건물 카페에서 약속이 있었어요
저희 오빠를 왜 만나기로 하신 건데요?
전할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다른 사람이 있었나요?
(세미) 누군가가
오빠 동선을 미리 알고 가 있었던 거 같아서요
혹시 짐작 가는 사람 있으신가 하고요
(민준) 당신이야? [어두운 음악]
유 검사 그렇게 만든 게?
내가 얘기해 줬잖아
너랑 천송이가 살아 있는 건
내가 살려 둬서라고
어쨌든
(민준) 오빠분이 그렇게 되신 거
제 탓이 큰 거 같습니다
어? 아니에요
그런 생각 하시라고 드린 말씀은 아닌데
아무튼 이 사건 해결할 수 있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옅은 웃음]
말씀이라도 감사해요
근데
CCTV에 찍힌 것도 없고
무슨 만년필 한 자루 발견된 거 말고는
(세미) 아무 증거도 없고 해서
범인 잡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남녀가 유별한데
둘이 집에서 뭐 하는 거야?
어? 집 밖에 나가면 두 집 걸러 하나가 카페예요
(송이) 쌔고 쌨다고
(송이) 그걸 다 놔두고
굳이 집에서 해야 할 말이 뭐냔 말이지
아, 씨, 뭔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안 나와?
[피식 웃는다]
(세미) [살짝 웃으며] 왜요?
(민준) 아닙니다
[도어 록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송이) 지금 가니?
(세미) 응
또 보자
도민준 씨는 어디 가?
(민준) 마트
(송이) 마트?
잘됐네, 나도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면 되겠네
(민준) 그러고 간다고?
웁스
나 금방 겉옷만 걸치고 나올 테니까 기다려
가지 마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흥미로운 음악] 아이, 씨
(송이) 뭐 입지?
[송이의 힘주는 신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아, 뭐야?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송이) 아유, 뭐야? 같이 가자니까 치사하게
우리 같이 사서 반반 하자
그쪽도 혼자 살고
우리 집도 윤재랑 나밖에 없는데
어? 이거 봐, 이거 봐
어? '원 플러스 원' 이런 게 많다고
많이 파는 거 싸게 사서 둘이 딱 나누는 거야
난 먹을 만큼만 사
원 플러스 원 따위에 현혹돼서
필요 없는 물건 많이 사고 그러지 않아
[경쾌한 음악]
(송이) 두부 좋아해?
난 별로, 밍숭맹숭해
찌개에 들어간 것만 먹어
감자 안 사?
감자 안 좋아해
왜? 쪄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송이) 감자 설탕 찍어 먹어? 소금 찍어 먹어?
(민준) 소금
아휴, 뭘 모르시네
감자에 설탕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앞으로는 설탕 찍어 먹어 봐
뭘 찍어 먹든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될까?
(송이) 되지, 돼
치킨은?
다리 좋아해, 퍽퍽한 살 좋아해?
퍽퍽한 거
[송이의 놀라는 신음]
난 무조건 닭 다리인데
그럼, 아이
(송이) 왜 이렇게 자꾸 앞으로 가?
근데 우리들 은근 식성 반대네
평생 먹을 거 가지고 싸울 일은 없겠다
평생 너랑
뭐 먹을 일 없어
[못마땅한 신음]
(송이) 차 어디 있어?
(민준) 견인 보관소에
(송이) 견인 보관소? 왜?
아무튼 내 차 타고 가, 데려다줄게
[차 문이 탁 닫힌다]
아, 뭐야? 나한테 왜 저래?
(김 과장) 저, 상무님이
오늘 회의는 취소하자고 하신답니다
아니, 왜?
몸이 안 좋으시다고
(조 부장) 야, 상무님께서 몸이 안 좋으실 때가 다 있네
건강 관리 하나는 철저하신 분인데
다들 들었지? 오늘 회의는 취소야
(조 부장) 아, 저
상무님은 왜, 어디가 아픈 거야?
그걸 왜 저한테…
[흥미로운 음악]
[휘경의 놀란 숨소리]
(휘경) 아셨어요?
알고 있지
우리 이휘경 씨가 상무님 동생인 거
아, 그, 어, 언제부터요?
이휘경 씨가 바탕 화면에 회장님이랑 상무님이랑
다 같이 찍은 가족사진 올려놓은 그날부터?
[깨닫는 신음]
그래서 제 편의 그렇게 봐주시고 그런 거였군요?
[웃음]
저 때문에 많이 불편하셨겠어요
응, 약간
[놀라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입소리를 쯧 낸다]
제가 너무 제 입장만 생각했네요
(휘경) 죄송합니다, 부장님
아니라니까, 이휘경 씨, 아니야
진짜 아니야, 진짜 아니야
(조 부장)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비서) 상무님 잠깐 자리 비우셨는데요
[휘경의 옅은 웃음]
(휘경) 앉아서 기다릴게요
(비서) 네
[의미심장한 음악]
[서랍이 덜컹거린다]
[한숨]
그래도 예전에는 나를 잘 챙겨 줬었거든요 [흥미로운 음악]
툴툴거리면서도
라면 사다 달라면 사다 주고
발 다치니까 약도 사다가 발라 주고
맹장 수술했을 때는
하룻밤 같이 있어 주고
기자들 때문에 차에 갇혀 있을 때는
잘못이 있을 때만 숨어 있으라면서
절 감싸 주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그 사람한테 의존하게 된 건지
좋아하는 마음도 생긴 거 같고
그래서 고백을 했는데
사람이 180도 달라지더라 이거예요
완전 찬바람이 쌩 부는 게
무슨 말을 해도 대꾸도 안 하고
저를 소 닭 보듯이 하는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걸까요?
그 사람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버저]
- 마음 있는 거 같은데? - (혁) 으이그, 없어, 없어 [버저]
(철수) 라면 사다 줬다며?
동서고금 막론하고
먹을 거 사다 주면 좋아하는 거야
[버저]
(혁) 아이, 좋아하면 고백했을 때 받아 줘야지
- (철수) 아이 - (홍 사장) 그렇지
내가 보기에도 좀 아닌 거 같다
아니야?
(홍 사장) 여자가 먼저 고백하기가 쉽냐? [철수의 한숨]
근데 고백하자마자 180도 확 바뀌면서
소 닭 보듯이 한다는 건
네가 부담스럽다는 얘기지
부담스러워?
아니지
(철수) 밀당하고 있는 걸 수도 있지
상대가 보통 여자도 아니고
무려 천송이인데?
그렇죠? 천송이니까
괜히 한 방에 오케이했다가 쉽게 보일까 봐
아닌 거 같은데
아니야?
남자들은 보통 좋아하면
자기가 막 들이대잖아
휘경이처럼
(홍 사장) 진짜 좋아하면 그러는 게 정상 아닌가?
[흥미로운 음악]
(홍 사장) 그래도 이왕 패 다 깐 거
이대로 물러서기도 그렇지 않냐?
한번 확 들이대 봐
야, 암만 네가 지금 주춤하지만
너 천송이야
그래
나 천송이야
[도어 록 작동음] (송이) 깜짝이야
뭐 하는 거야?
어디 가?
낚시하러
[엘리베이터 버튼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송이) 어디로 가는데?
멀리 가나?
나도 따라가면 안 돼?
나도 낚시 좋아해
어렸을 때 아빠 따라 자주 갔었어
안 돼
아, 꼭 할 말도 있고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좀 그렇긴 한데
(송이) 나 대한민국 미혼 남자들이 연애하고 싶은 여자 1위였어
물론 요즘은 약간 주춤해
하지만 1위였던
그리고 다시 1위를 할 여자야
그런 내가
너한테 그 어떤 말을 했잖아?
알 거야, 어떤 말인지
근데 넌 아무 답이 없어
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날 개무시하고 있어
'언빌리버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아, 나 이해가 안 돼서
내릴래?
(송이) 고속 도로인데?
그러니까
오케이
이따 계속 얘기하지, 뭐
[경쾌한 음악]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 야호!
[탄성]
야호!
[송이의 신난 탄성]
[송이의 웃음]
[송이의 신난 탄성]
여기 진짜 좋다
(송이) 아, 사람도 없고 진짜
너무 좋다!
[웃음]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의 웃음]
여기 어떻게 알았어?
자주 오는 데야?
하, 맨날 집에만 있다가
이런 데 오니까 속이 후련하다
좋다!
[송이의 탄성]
아, 좋다
[송이의 탄성]
[송이의 기합]
[송이의 웃음]
(송이) 나 잘 타지?
내가 어렸을 때 피겨를 좀 했었거든
내가 계속했더라면
우리 김연아 선수 이전에
천송이 선수가 있지 않았을까?
커피 물 끓여?
내 것도 부탁해
정말 내 대답이 듣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아니
같이 있고 싶어서
근데…
대답이 듣고 싶기도 해
그래?
그럼 해 줘야겠네
난 이미 했다고 생각했는데
못 알아듣는 거 같으니까
명확하게 답을 할게
난 네가 싫어
[감성적인 음악]
(민준) 네가 이러니까
더 싫어
그런데 왜 날 도와줬어?
힘들 때 왜 옆에 있어 줬어?
왜?
좀 불쌍해서
(민준) 그리고
연예인이라고 하니까
솔직히 신기하기도 했고
호기심에 그랬던 건데
너 좋아서 그런 줄 알았구나
미안하게
그래도 자존감 강한 여자니까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알았으면 그런 짓들
안 했을 텐데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내 눈앞에서
안 보였으면 좋겠어
그런데
나는 왜 네가…
[울먹이는 숨소리]
거짓말하는 거 같지?
[감미로운 음악]
[송이가 울먹인다]
[송이가 흐느낀다]
[다가오는 엔진음]
[끼익 소리가 난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송이야
[코를 훌쩍인다]
휘경아
네가 여길 어떻게?
[한숨 쉬며] 타
[송이가 흐느낀다]
(송이) 아, 미안
(휘경) 괜찮아
[송이가 코를 훌쩍인다]
(송이) 하, 그게 아니고
나 짐작만 했지 몰랐거든, 네 기분
[송이가 울먹인다]
하, 고백했다 차이면 이런 기분이구나
나 너무너무 비참해
[송이가 엉엉 운다]
아, 처음에만 그렇지
한 15년 당하면 뭐, 견딜 만해져
(휘경) 야, 너 처음에
전교생 다 보는 데서 그랬다, 나한테
너 쪽팔렸겠다
난 보는 사람 없어도 쪽팔려 죽을 거 같던데
야, 당연하지
[송이의 한숨]
(송이) 아휴, 그래도 너랑 이렇게 얘기하니까
기분이 좀 낫다
[한숨]
아, 근데
괜찮아졌다가
갑자기 한밤중에 울화통이 치밀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고
그래?
누워서 발차기하는 기분이 뭔지 알게 될 거야
[한숨]
[코를 훌쩍이며] 그렇구나
아
야, 욱해서 새벽에 막 전화하고 그럴 수 있어
(휘경) 야, 근데 그러지 마라
네가 얼마나 싫어했는지 기억나지?
기억나
개짜증 났었어
야, 개짜증까지…
[웃음]
[한숨]
미안
슬픈 노래
이런 것도 듣지 말고
그런 거 들으면
이, 감정 제어가 잘 안되거든
나쁜 계집애
좀 받아 주지
내 말이
(송이) 차라리 내가 그때 받아 줬었으면
너 나랑 조금 사귀다가
나란 실체 알고 질려서
누구라도 너 좋단 사람 만나서 가 버렸을 텐데
근데 너 아까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그 사람이 너한테 연락했디?
[부드러운 음악]
어
혼자 보내긴 또 싫었나 보네
야, 그건
[휘경의 한숨]
일종의 배려야
네가 나한테 하는 것 같은
아무 의미 없는 거야
(휘경) 뭐가 그렇게 좋냐?
난 15년 해도 안 되던 게
그 자식은 왜 되는 건데?
[휘경의 한숨]
얼마나 봤다고…
[바람이 휭 분다]
(민준) 아, 오셨어요?
[영목의 힘주는 숨소리] 전 오시라고 전화드린 게 아니었는데
(영목) '뭐 하십니까?'
'저는 그냥 혼자 밤낚시 중입니다'
'아니, 오시라는 소리는 아니고요'
이게 오라는 소리지 뭡니까?
[영목의 웃음]
와 주셔서 좋기는 합니다
(영목) 아이, 안 그래도
마누라 잔소리가 슬슬 시동을 걸어서
피곤해지고 있었는데 잘됐죠, 뭐
아니, 젊을 때는 안 그러더니
늙으면서 점점 잔소리가 심해집니다
장 변호사님
예
같이
늙어 간다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코를 훌쩍인다]
같이
늙어 가고 싶습니다
[사랑스러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가 훌쩍인다]
[송이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영목이 입바람을 후 분다]
(영목) 어째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오늘은 그만하고 일어나시죠
네
(민준) 춥네요
(영목) 아니, 요새 왜 이렇게 '춥다', '춥다'
안 그러시던 분이 그러니까
불안해 죽겠습니다
아주 예전에
죽을 뻔한 저를 살려 주셨던
어떤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그러셨어요
[잔잔한 음악]
(준) 선비님은 그, 언제나
살던 곳으로 돌아가실 수 있는 것입니까?
우주의 순리에 달렸습니다
(민준) 그러나 기다리면
반드시 그 길이 열릴 것입니다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기다려야겠지요
지난 석 달 동안 선비님을 치료하면서
많은 것을 목격하고
여러 번 놀랐습니다
(준) 그리고
편협했던 나를 벗어나
좀 더 넓게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하나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인체는 음양오행과 통합니다
무엇 하나
천지와 상응하지 못하면
생명이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우주의 근원 역시
생명의 근원과 마찬가지입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천지의 기운이 통하지 않는 생명의 토대에서
선비님이
언제까지 상생할 수 있을지요?
언젠가는
기가 모두 쇠하는 날이 올 텐데
부디
그 기가 쇠하기 전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시길 바랄 뿐입니다
아마
그분이 말씀하신 한계치가
이제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럼 여기 머무르고 싶으셔도
이제 더 이상 머물 수가 없다는 그런 말씀이십니까?
순리를 거스르고 머무른다면
오래지 않아 죽게 되겠지요
[부드러운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송이의 성난 숨소리]
[한숨]
(윤재) 뭐야?
(송이) [술 취한 목소리로] 우리 윤재 한잔할래?
안 되지?
우리 윤재 아직 고딩이지?
작작 마셔라
[물을 쪼록 따르며] 주량도 안 센 게 술은 되게 좋아해요
(송이) 알았다
[송이의 피곤한 숨소리]
[졸린 신음]
어, 학교 가?
(윤재) 가야지, 고3이
공부해야지
웬일이냐?
네 입에서 공부 소리가 다 나오고
어제 너 하는 거 보니까
해야겠더라, 공부
(윤재) 열심히 해야겠더라
막살면 안 되겠더라
나 뭐?
(송이) 야, 이 새끼야, 내가 뭘!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스파크 튀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회상 속 송이의 웃음]
[회상 속 송이의 신난 탄성]
[회상 속 송이가 엉엉 운다]
(회상 속 송이) 도 매니저!
도 매니저!
[송이의 다급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안내 음성]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회상 속 송이) 왜? 왜 안 받아?
내가 핸드폰 사래서 사 놓고
왜 안 받아, 왜!
[회상 속 송이의 속상한 신음]
[웃음]
내가 전화 안 할 줄 알았지?
받을 때까지 전화할 거야 [휴대전화 조작음]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도민준!
[회상 속 송이의 속상한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이 전화를…
[회상 속 송이의 속상한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회상 속 송이) 야, 이 나쁜 놈아
'명심보감'에 이러라고 써져 있디?
이런 븅자년에 벼락 맞을 놈
버티고개나 가서 밤새 앉아 있어라!
[난감한 신음]
다시 생각해 보면 안 될까?
내가 잘할게
지난번 도자기 깬 것 때문에 그래?
내가 물어 준다고 했잖아
같이 이천 가자
[당황한 신음]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절망하는 신음]
[전동 칫솔 작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비명]
[송이가 엉엉 운다]
[도어 록 작동음]
(민준) 뭐야?
(송이) 구두
[송이가 울먹인다]
네가 훔쳐 간 내 구두
좋아했잖아
몰래 훔쳐 갈 만큼
이거 너 해
우리 추억이 담긴 구두
[엉엉 운다]
(회상 속 송이) 우리 추억이 담겼는데…
[난감한 신음]
(휘경) 어머니
형 출근했죠?
나갔지, 그럼
넌 왜 출근 안 해?
아…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하루 월차 냈어요
그래?
쌍화탕 달여서 올려 보낼 테니까
좀 쉬어
네
[의미심장한 음악]
[서랍이 드르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아깐
고마웠다
(휘경) 어쨌든 나한테 연락해 줘서
송이 혼자 가게 안 놔둬서
겨우 그 얘기 하려고
여태 기다렸나?
그리고 12년 전에
우리 송이 구해 줘서
그것도 고마웠고
아니라고 했지?
우리 송이는
네가 그 사람인 걸 모르는데도
널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휘경) 넌 정말
우리 송이가 싫은 거야?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한숨]
(민준) 오지랖도 가지가지군
네가 좋아한다는 여자가
나 좋다는데
겨우 그런 게 궁금해?
네가 좋아하는 여자면
남의 마음이 어떻든 신경 쓰지 말고
네 방식으로 그 여자를 지켜
그리고
이재경
네가 우리 형을 어떻게 알아?
지난번에 우리 형도 너에 대해 물었어
그래, 네 형
천송이를
네 형으로부터 지켜
무슨 소리야, 그게?
아직은 너를 다 알 수가 없어서
더 이상은 얘기할 수가 없어
[미연의 놀라는 숨소리]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1인 기획사요?
(미연) 아니 지난번에 우리 이 서방…
[옅은 웃음]
우리 휘경이가 잠시 얘기를 하기는 했는데
진짜 우리 송이만을 위한 기획사를
만들어 주시겠다는 거예요?
[웃음]
네, 어머니
[불안한 음악]
송이 이번 사건 안타깝기도 하고
앞으론 제가 직접 송이를
괸리해 주고 싶어서요
[감격하는 숨소리]
우리 상무님이 직접 이런 생각을 하실 줄은
진짜 몰랐네요, 난
저녁에 시간 되시면 식사 같이 하시겠습니까?
제가
모시겠습니다
'오브 코스'
(형사) 한 명은 중소기업 회장인데
여든이 넘으신 분이고
지금 태국에서 요양 중이랍니다
또 한 명은 무용가인데
사건 당일 체코에 가 있었고
아직도 귀국하지 않은 상태고요
나머지 한 명은
2년 전에 사망했답니다
사망?
한서진이라고
(형사) 서른두 살 천체 물리학자였는데
실종됐다가 사망 처리 된 사람이에요
(박 형사) 그럼 뭐야?
국내에 딱 이 세 자루라며
어? 이 세 명이 다
아무 연관 없는 거야?
야, 이 한서진인가 뭔가
이, 죽은 거 확실해?
[긴장되는 음악]
(영상 속 송이) 추운데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야?
뭐, 데이트라도 간 거야?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재경) 네가 천송이 옆을 너무 잘 지키고 있으니깐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았어
어떡할래? 선택해
(최 감독) 컷, 오케이
(범과 민아)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민아) 언니, 추우시죠?
(범) 병원으로 가실 거예요, 누나?
어, 아니
나 어디 들를 데 있어
(세미) 내 차로 내가 운전해서 갈게
먼저 퇴근들 해
[옅은 웃음] (범) 네
(휘경) 세미야
[쓸쓸한 음악]
(휘경) 지난번에 너한테 했던 말
취소해야겠다
무슨 말?
친구로서의 유세미 잃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그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웃기는 말인지 알았어
(휘경) 내가 널 잃고 싶지 않은 마음보다 더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해지는 거야
널 사랑해 줄 수 없는 남자 옆에서
친구 노릇 하면서
네가 행복할 수는 없는 거고
[당황한 신음]
넌?
넌 그러고 있잖아
내가
불행해, 지금
(휘경) 그래서
너까지 나처럼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
이제
유세미, 난 널
친구로도 보지 않을 거다
[초인종이 울린다]
[한숨]
아이, 씨 저게 갑자기 오면 어쩌라고
아이, 씨 꼬라지가 엉망인데 저거…
[도어 록 작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세미) 들어가도 되니?
어색하다
(송이) 너랑 있는데
어색한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세미의 한숨]
(세미) 난 너랑 있으면서 어색할 때 많았어
네가 둔해서 모른 거지
그런 거니?
(송이) 아무튼
나 너 밖에 서 있는 거 보고 옷 갈아입었어
머리도 다시 묶고
옛날엔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네가 원하던 대로
나 너 의식하나 봐
[세미의 코웃음]
(세미) 그래?
그래서?
[잔을 탁 내려놓으며] 고맙다고 해 주길 바라는 거야?
너 굉장히 꼬인 애구나?
(송이) 그거 너한테 안 좋아
내가 너한테 친구로서…
아니, 친구였던 사람으로서 충고할게
너 그냥 너대로 살아 나 때문에 꼬이지 말고
난 이미 너 때문에
인생이 꼬일 대로 꼬였어
아니, 왜 나 때문에?
너
(세미) 입버릇처럼 말했지?
12년 전에
네가 죽을 뻔했던 그날 밤
너 구해 준 그 사람
언젠가 한번 꼭 다시 만나 보고 싶다고
뜬금없다, 너
그래
그랬다, 왜?
그것도 내가 잘못한 거냐?
[긴장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자동차 가속음]
[신비로운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무거운 음악]
[쿵 소리가 난다]
[무거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난 가끔
네가 어이없다
사람 갖고 놀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
(세미) 한눈에 알아볼 거라며?
만약 그 사람이 네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넌 한눈에 알아볼 거라며?
그래서?
그 사람 기다린다는 핑계로
언젠가 다시 만날 거란 이유로 넌 휘경이…
너 하나만 바라보는 그 바보 같은 아이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발목 잡아 놓은 거잖아
(세미) 그래 놓고 왜
알아보지 못해?
뭘 알아보지 못해?
(세미) 바로 네 옆에 있는데
왜 알아보지를 못하냐고
내 옆에?
어디?
누구…
무슨 소리야, 너?
[차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내 눈앞에서
안 보였으면 좋겠어
그런데
나는 왜 네가…
[울먹이는 숨소리]
거짓말하는 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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