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10
아트센터 외경.
연주홀 로비. 오후.
-‘출입 통제’ ‘리허설 중’ 팻말.
-피날레 가늘게 흘러나오고,
대기실 복도.
-단원들 나오고 인서와 민우가 그들과 눈인사 하면서 지나친다.
연주홀.
-오케스트라 의자 가득. 악기들 놓여 있다. 평상복 차림의 선재에게 준형이 이것저것 훈수 중. 종수가 거든다.
-준형, 선재를 데리고 무대 중앙으로 가면서.
준형 지휘자랑 이렇게 나오잖니....이쯤에 서서 인사 하고, 지휘자는 이리로(올라선다) 넌 수석이랑 악수한 담에 앉으면 되지.
선재 아까는 안했는데요.
준형 하는 거야. 니가 손 내밀면 하게 돼 있어.
선재 (네)
-인서와 민우가 무대 옆에서 들여다 본다.
인서 리허설 좋더라.
준형 (함박 웃음)어,봤어? 몰랐네?
선재 (인서 향해 꾸벅)
인서 (웃어주고)맨 뒤에서요.
민우 기대할게요.
준형 그래, 고맙다.
민우 잘 해.
선재 (어색하게 웃어주고)
준형 자, 인제 퇴장하구 다시 나오는 거 맞춰보자. 종수야,
종수 네...자, 끝났습니다. (손뼉 치며)박수.
-준형, 선재와 함께 객석 향해 인사하고
종수 박수 계속!
준형 여기서 바로 돌아서면 안되고, (선재를 돌려세운다)이쪽(오케스트라)에 감사 표시를 해야지.
조정실.
-혜원 혼자 무대를 바라본다. 잘 해라...
-돌아서는 혜원.
성숙 사무실.
성숙 (나갈 준비)뭘 봐...민학장이랑 중요한 약속이 있어.
혜원 학장님두 같이 보시믄 더 좋을텐데요.
성숙 우린 사진 찍히는 거 아니믄 안하잖니.
혜원 (웃음)
성숙 기자들 부르구 판을 좀 크게 벌여 놓은 거라믄 모르까.
혜원 그건 나중에 할게요. 오늘 녹음한 거 보내서 예심 통과 하면 그때부터 단계적으루 기사 낼려구요.
성숙 어련히 알아서 하겠니. (혜원의 옷섶을 매만져 준다)걘 니 작품인데.
혜원 (웃지만, 언중유골 느껴진다)
대기실.
-선재가 탈의실에서 나온다. 흰 셔츠와 검은색 바지 차림.
-종수가 감탄하고 세진이 자켓을 들고 다가선다.
-탁자 위에 생수, 샌드위치 등.
종수 오오, 옷발 잘 받는데.
세진 그러게.(자켓을 받쳐준다)
-선재, 어색하게 팔을 꿴다.
혜원 사무실.
-혜원, 책상에 두 손 짚고 서 있다. 신경 쓰인다.
성숙 소리 걘 니 작품인데...
-핸드폰 진동음.
-혜원, 급히 가방에서 비밀폰 꺼낸다.
선재 소리 어디 계세요?...
-핸드폰 넣고 나간다.
대기실.
-선재, 혼자 있다. 핸드폰 보면서 답전 기다리다가 어깨 돌리고 팔을 움직여 본다. 자켓이 불편하다. 긴장. 불안.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괜히 이마를 한번 닦고는 집어넣는다.다시 핸드폰 본다.
-문이 열리며 다미가 들여다 본다.
다미 (작게)야,
선재 (엉?)
다미 (들어온다)출입 통제래.
선재 왜 벌써 와.
다미 이따 못와. 밤에 대청소 걸렸어.금방 가야 돼. (선재 아래 위 훑는다)작살이다.
선재 불편해.(자켓 벗으려)
다미 (급히 핸드폰 꺼낸다)벗지 마, 벗지 마.
-다미, 선재 옆에 붙어서서 셀카를 찍고 또 찍고 나서, 선재는 자켓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다미 머리는 맘에 쫌 안든다. 왁스 쪼끔 발라주께.
선재 하지 마. 눈 아퍼.
다미 (본다. 글썽)나 기분 진짜 이상해. 니네 엄마 생각두 막 나.
선재 (조금 웃음.나두 그래)
다미 (안는다)기집애들이 꽃다발 주믄 받아서 그냥 버려.
선재 알았어.(토닥인다)
-혜원이 들여다보고 얼른 사라진다.
대기실 앞 복도.
-다미가 통화 하며 나온다. 혜원을 지나쳐 씩씩하게 뛰어가며.
다미 죄송해요. 지금 들어가요!
-혜원, 다미 뒷모습 한번 보고는 얼른 시선 내린다.
조정실.
-혜원이 들어온다. 담당자들 녹음 녹화 준비 하다가 인사.
-모니터에는 빈 무대.
혜원 (명랑)영상 음향 다 신경 써 주세요. 예심에 보낼 거니까.
아트센터 로비.
-다미가 엘리베이터 쪽에서 출입문 향해 뛰다가 멈칫.
-장호와 유라가 마주 온다.
-삼상오오 서 있거나 들어서는 사람들. 연주회 몇 분 남지 않았다.
다미 손장호!
장호 어?
유라 응?
-다미, 다가가며 유라와 장호를 번갈아 본다. 유라, 놀라서 장호 뒤로.
장호 (황황)저, 저기, 인사 해. 내 친구.
다미 오오, 니가 정유라구나? 허허허 반갑네...
유라 (장호 뒤에 숨은 채)쟤가 어떻게 오빠랑 친구야?
장호 어어,
다미 어떻게 친구냐니, 나는 얘랑 무려 부광실고 동창이거든? (포스터 가리 키며)이선재랑 다?
장호 다미야, 이따 끝나구 보자.
다미 선재 집으로 와. 축하는 그때 해줄 거야.(유라에게)족보 알았으믄 두 번 다시 깝치지 마라, 응?
-다미, 급히 나간다.
-장호, 유라를 한켠으로 데려간다.
유라 오빠, 아니 너 실고 나왔어?
장호 어떻게 된 거냐믄,
유라 (뿌리친다)웃긴다. 인제 다 알 거 같애. 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거든? 그거 지금 다 말해주까? 까 봐?
장호 유라야, 좋은 날인데 그러지 말구 일단 들어가서,
유라 재수 없어.(나간다)
-장호가 유라를 부르며 따라가고,
-영우와 함께 들어오던 우성이 장호를 본다.
우성 어?
영우 왜?
우성 잠깐만, (간다)
영우 사무실루 가 있어.
우성 어...(부른다)져스틴.
장호 (나가려다 헉 돌아본다)
대기실.
-영우가 들여다 본다. 준형이 선재 앉혀놓고 심호흡 시키고 있다. 후, 하, 후,하, 해가면서.
영우 그건 쟤 선생이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준형 (본다)어어,
선재 (엉거주춤 일어나 꾸벅)
영우 어딨어, 오혜원?
준형 바쁘겠지. 잠깐 들어와.
영우 됐구, 잘 해라.
선재 네.
-영우, 선재를 새삼 힘주어 보고 나간다.
준형 자, 다시.
-선재 핸드폰 문자 도착.선재, 얼른 집어 든다.
준형 거 미리 다 꺼놔야지.
선재 이것만 보구요. (돌아서서 문자 본다)
준형 (생수병 따면서)집중해라.
혜원 소리 니가 젤 잘 보이고 젤 잘 들리는 곳에 있어.
-벽에 걸린 모니터에 오케스트라 단원들 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준형 어, 자켓 입어라.
선재 아니요, 그거 불편,
준형 뭐?!
-진행요원이 들여다본다.
진행 나오세요.
준형 어어,
선재 네,(나간다)
준형 야, 옷,
연주홀.
-박수 속에 지휘자와 함께 등장하는 선재. 검은 바지, 흰 셔츠 차림.
조정실.
-혜원,서서 무대를 바라보며 헤드폰 쓰고,
연주홀.
-선재가 손수건 꺼내 피아노 위에 놓아두고,
-지휘봉 올라간다. 연주가 시작된다.
-객석, 인서와 민우. 영우, 준형,종수, 시은 등. 음대 학생들.
-선재, 피아노 시작.
. 조정실.
-혜원, 긴장. 숨이 막힌다.
. 연주홀.
-무대 위, 선재, 피아노 파트 멈추고, 손수건 집어 손 닦으며 객석 두리번.
-준형, 저 새끼 왜 저래.
영우 사무실.
-영우, 모니터로 연주 보고 있다. 세진이 마실 것 놓아준다..
영우 (웃음)어머 쟤 어떡하니, 멍때리는 거 좀 봐.
세진 어머,
조정실.
-혜원, 너 뭐해, 왜 그래!
-무대 위, 선재가 다시 연주 하자 안도의 한숨 토해내는 혜원..
영우 사무실.
세진 아우 다행이다...
영우 뭐가? 너두 쟤 팬이야?
세진 이쁘잖아요.
영우 허허허,
-우성이 들어온다.
영우 (리모콘으로 소리 낮추며)뭔 얘기가 이렇게 길어? 걘 누구구?
우성 어어,(세진 눈치)
-세진, 얼른 목례하고 나가면, 우성, 선 채로 영우 앞의 잔을 집어들며
우성 아까 걔 낯 익지 않어? 가게에서 몇 번 봤잖아.
영우 그랬나? 근데 왜?
우성 이선재 친구래.
영우 뭐?!!!(미간 확 좁히는)
연주홀.
-연주 끝.
-박수갈채. 종수, 휘파람.
-준형이 활짝 웃으며 뜨겁게 박수.
유심조 소리 이 친구 덕에 껑충 뛰어 오르는 거지.
-인사하는 선재와 지휘자.
조정실.
-맥이 풀리는 혜원. 안도.
. 연주홀,
-지휘자가 이끄는대로 퇴장 했다가 다시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앵콜곡 치는 선재..
조정실.
-혜원, 헤드폰 벗고 나간다.긴장이 풀려 휘청거린다.
로비.
-모니터에 선재 연주 모습 비치고, 혜원이 지나간다. 멍한 중에 글썽.
선재 소리 만약에 앵콜 받으믄 이거 칠게요.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다 생각하구. ...그런 줄 아세요.
영우 사무실.
-모니터 속, 퇴장하는 선재.
-영우와 우성, 보면서.
우성 난 어째 아닌 거 같은데?
영우 뭐가.
우성 오실장이랑 매칭 안돼.
영우 같이 있는 걸 보믄 알아. (가방과 핸드폰 챙긴다)뒤풀이 하는 데 가보자.
우성 뒤풀이두 해?
영우 연주회의 꽃은 뒤풀이야. 가자.
우성 (선다)난 좀 싫은데.
영우 왜?
우성 그런 자리, 팔리지...
영우 뭐가...내가 있는데. 연습 삼아 가 봐. 안면 트구 자연스럽게 여울려야지. (데리고 나간다)
우성 난 삼성동 가 있으께.
영우 그럴래?
-둘 나가고,
대기실.
-들뜬 준형이 북적이는 학생들이며 인서, 민우의 축하를 받고, 선재가 빠져 나간다.
조정실.
-세진, 뒷정리 하면서 인터폰.
세진 뒤풀이 준비돼 있는 거 아시죠? 다들 OOO으로 가세요...(담당들 에게도)보정 작업 내일 하셔두 돼요. 가세요.
-왕비서 들어온다.
왕 가자. 나두 기어서 한잔 먹구 들어가게.
세진 어, 요거만 챙겨놓구.
왕 오실장은.
세진 그리 오실 거예요.
혜원 사무실.
-낮은 불빛. 소파에 누워 있는 혜원.
-노크 소리...
-혜원, 간신히 일어나 앉고,
-선재가 들어온다.
-혜원, 따뜻하게 웃으며 본다.글썽.
-서너 걸음 떨어져 선 선재도 마주 웃는다.
혜원 숨막혀 죽는 줄 알았어.
선재 3초 동안 선생님을 찾아야 했거든요.
혜원 그래서, 찾았어?
선재 찾았으니까 다음 마디 안놓치구 쳤죠...
혜원 앉어 봐. (리모콘 집어든다)너 웃겼던 거, 다시 보자.
-나란히 앉아, 방금 전의 연주 장면 보는 둘, 선재가 두리번거리는 장면에서 소리내어 웃으며 손을 잡는다.
-기쁘다. 벅차다. 그래서 둘 다, 이 순간을 흘려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한 두 번쯤은, 천 길 벼랑 끝에 서 있을 건지, 훌쩍 뛸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비상할지 추락할지 알 수 없지만.
-맞잡은 두 손, 손가락이 말한다.
선재 (지금 나랑 같이 나가야 돼요)
혜원 (그래, 이런 날 다시 없을 거야. 넌 분명히 더 큰 갈채를 받을 거고, 나는 늙어갈테니까...)
호프집.
-왁자지껄.
-인서, 영우, 민우, 최강사가 한 자리. 세진과 왕비서가 조정실 사람들과 한 자리. 기타 학교 쪽 사람들, 학생들 한 무리, 아트센터 직원들 한무리, 이미 치킨과 맥주 감자튀김 등을 먹고 마시고,
영우 걔 잘 하는 거야?
인서 안 봤어?
영우 내 방에서 모니터로 잠깐 봤는데, 비주얼은 좋더라.
최강사 누님은 연영과를 갔어야 했어.
영우 팍 그냥. 누구 맘대루 누님이래.
인서 (웃음)민우 너 잠깐 저쪽 가서 놀아라. 이선재 오믄 합치자.
영우 그게 좋겠네, 애벌레.
민우 (웃음)네. (잔 들고 학생들 자리로)
영우 쟤보다 잘 해?
최강사 다르지. (인서에게)혜원 선배 느낌 나던데.
인서 아무래두 뭐.
최강사 그냥 편하게 얘기 해요. 준형 선배 오기 전에.
영우 강준형 혼자 어디서 울구 있는 거 아냐?
인서 왜 안오지?
최강사 그러게.(목을 빼고 본다)
영우 왕정희!
-왕비서가 치킨 뜯다가 돌아본다.
영우 혜원이 못봤어?
왕 우리두 기다려.
-나란히 앉은 세진과 종수가 계속 문자.
-‘실장님, 어디 계세요?’ ‘교수님, 다들 기다립니다’
비상계단.
-준형이 한칸 한칸 오르고 있다.
혜원 사무실.
-선재와 혜원의 손, 빨리 나가야 한다고 외친다.
혜원 사무실 앞.
-준형이 서서 바라본다. 문 틈으로 낮은 불빛과 낮은 음악소리 새나온다.
혜원 사무실.
-아무도 없다.
-차갑게 굳어져 서 있는 준형.
-책장 사이 지나며 살피는 준형.
-혜원의 옷과 가방, 심지어 핸드폰까지 그대로.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선재의 연주.
통제실.
-준형이 들어온다. 당직, 인사.
-CCTV 본다.
-선재와 혜원의 동선.
무대 뒤.
(무대 뒤라기보다는 측면-윙-. 반대편과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무대 뒤라고 합니다.)
-육중한 문이 열리고, 선재가 혜원의 손 잡고 급히 들어오며 나직히 긴장된 음성.
선재 여기 사각지대예요. 안 찍혀요.
혜원 너 그거 어떻게 알어.
선재 피아노 치는 거만 걸렸잖아요.
혜원 야, 여긴 나만 아는 데야.
선재 조심하세요.
-켜켜이 쌓인 의자더미 지나는 둘. 의자더미 뒤로 대충 접힌 교체용 커튼, 대형 걸개 그림 등이 쌓여 있고, 구석에는 철제 빔 잔뜩 세워진(이런 분위기라는)
-커튼 뒤. 선재와 혜원이 다가온다. 선재, 혜원을 앞에 세운다.
선재 여기예요. 선생님 처음 본 데가.
혜원 (무대를 본다)
-나직한 불빛 비어있는 객석. 비어있는 무대.
-인터컷. 혜원과 인서, 민우와 조율사.
선재 그때는 오혜원이 아니라, 그냥 딴 세상 사람이었어요. 너무 멀구 아득했죠...
혜원 (그랬겠지...)
선재 (혜원 어깨 안으며 고개 묻는다. 그날과 지금)백년 쯤 지난 것 같아요.
혜원 (선재 손 토닥. 이쁜 선재...)큰 강 하나 건넜지?
선재 (혜원의 머리 냄새가 좋다)
혜원 (손 올려 선재 얼굴 쓰다듬는다)
대기실.
-거칠게 문 열리며 준형,
-선재의 연주복 윗도리, 꽃다발, 물병 등.
대기실 복도.
-준형 나와서 어둑한 중에 준형, 문 하나씩 열어보며 지나간다.
무대 뒤.
-마주 안고 정성스레 입맞추는 둘. 커튼 사이로 연주홀의 낮은 불빛.
-안은 채 조금씩 의자더미 뒤 켠으로 향하는 둘. 목에 코에 이마에 입 맞추며.
반대편 출입문
-문 열리고, 준형이 들어선다.
무대 후면 통로.
-준형이 모퉁이 돌아 나타난다. 이 통로는 양 측면과 연결되어 있다.
-한걸음씩 조용히 내딛는 준형.
무대 뒤.
-선재, 커튼 더미에 혜원을 조심스레 눕히고,
-혜원의 발이 의자더미 건드린다. 맨 위의 의자가 기우뚱, 떨어진다.
혜원 (움찔)
선재 괜찮아요.
무대 후면 통로.
-준형, 멈칫 선다. 서서 어느 쪽인가, 눈감고 귀에 손을 대 보는.
호프집.
-인서들 자리.
최강사 혜원누나가 영우누나 스트레스루 내공 쌓여서 성공했잖아? 누나 좋은 일 하신 거야. 단련을 시킨 거지.
영우 웃기구 있네. 누가 누구한테 스트레스를 줬는데. 오혜원 걔 사람 약올리는 거 장난 아냐...나 미국서 걔땜에 상담두 받았다.
최강사 그거야 누나 문제겠지.
영우 아, 진짜,(인서에게)너 말 좀 해봐라.
인서 (웃음. 영우 핸드폰 집어준다)문자나 봐.
영우 (받으며)이 기집애 오늘 내가,(하다가 전화기 보며 멈칫)응?!
인서 왜,
영우 (문자 보면서 일어선다)
-화장실 부근. 세진이 전화기 귀에 대고 서 있다가 끊고 가려는데,
왕비서 어디 가니? (화장실에서 방금 나온. 좀 취했다)
세진 찾으러,
왕 야야야, 가지 마.
세진 왜요?
왕 삼자대면 해야지.(간다)
세진 ?
호프집 앞.
-영우 차 대기 중, 나오면서 전화기 귀에...
영우 전화 좀 받으라고 진짜! (끊고 문자)
무대 후면 통로.
-준형, 진동음에 황황히 핸드폰 꺼내다가 떨어뜨린다. 제 풀에 아찔...집어드는 준형.
-‘서영우’
영우 소리 너 혜원이 찾는대로 빨리 한남동 가라 그래. 조사 들어왔대!
무대 후면 통로.
준형 (헉)
-이것은 준형에게도 긴급. 연놈이 하는 짓을 기어이 봐야겠는 이 상황보다 더 긴급. 자신의 안위와도 결부된.
-이쪽으로 가려니 저쪽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저쪽으로 가려니 또, 우왕좌왕 하다가 멈춰 서는 준형. 할 수 없다!
-돌아선다.
무대 뒤.
-세상과 단절된 둘. 오직 서로에게 몰두하여...
-셔츠 단추는 둘 다 열려있고, 혜원의 스커트 발치에.
-무대를 울리는 발소리.
-둘, 얼음.
무대.
-준형, 혜원 쪽 반대편에서 무대 중앙으로.
-한가운데 서서 외치는 준형.
준형 오혜원!!!....
무대 뒤.
-소스라치는 둘.
준형 소리 빨리 한남동 가!!!
무대.
준형 검찰에서 나왔대!!! 당신 찾는대!!!
무대 뒤.
-선재, 덜덜 떠는 혜원을 끌어 안고 앉아서 숨죽인...
무대.
준형 (퇴장하며 울다시피)제발 가!!!
-준형 발소리 울려퍼지고,
무대 뒤.
-발소리 멀어지자,
혜원 가야 돼...
선재 (더 꽉 안는다.저도 겁이 나요)
혜원 너는,
선재 알았어요, 알아서 할게요.
-조금 후, 출입문 앞. 선재가 문을 열어 혜원 내보낸다.혜원, 알았지? 선재, 끄덕.
헤원 사무실.
-혜원, 뛰어 들어와 가방부터 집어든다. 핸드폰 꺼낸다. 십수 건의 부재중 전화, 문자...
-혜원, 외투 벗겨들고 급히 나가려다 선다. 불현듯 엄습하는 공포. 혹시 여기 누가 왔었나...아니면 누군가 엿보고 있는 건 아닌지.
-천천히 움직이며 살피는 혜원.
지하 주차장.
-차 안의 혜원, 심호흡 한번 하고, 시동 버튼.
-혜원 차, 떠난다.
-멀찍이 준형, 차 안에 앉아 보다가 출발.
대기실.
-선재, 한참 앉아 있다가 탈의실로.
-제 옷으로 갈아입은 선재. 연주복 단정히 걸어놓고 나간다.
서회장 서재/거실/복도. 밤.
-서재에 수사관 2명과 검사가 서회장을 기다린다.
-마작 테이블 주변에 중역들이 서서 수군대고,
-주방 쪽에서 왕비서가 빼꼼 내다본다.
-복도의 영우와 인겸. 나직히 적의를 드러내며 언쟁.
-그런 중에 혜원이 침착하게 침실 계단 오르고,
영우 당신 뭐 했어?..당신 아버지는 또 뭐구?...저런 사람들 다 쥐락 펴락 하신다며!
인겸 (눈도 맞추지 않는다. 이런 저런 계산 하느라)
영우 (서재 쪽 가리키며)이런 일 미리 막으라구 울아부지가 얼마나 퍼줬는데! 오빠들하구두 다 척 져 가면서!
인겸 당신 그 새로 만든 회사, 자본금 출처 증명할 수 있나?
영우 뭐?!
인겸 조사 범위 확대되면 그것두 포함될 거야. 준비해 둬.(돌아선다)
영우 야! 김인겸! (하지만 겁이 더럭.몰래 빼쓴 게 있어서)
-서재, 인겸이 수사관들에게로.
침실.
-서회장 드레스 룸. 서회장, 장비서의 도움 받아 정장으로 갈아 입고, 성숙, 손수건으로 눈물 찍어내며 지켜본다. 혜원은 좀 떨어져 서 있다.
서회장 (여유)이렇게 입구 가야 빨리 보내주지. 안 그래?
성숙 여보, 별일은 없겠지?
서회장 손수건이라...낭만이 있구만.
성숙 흑.
서회장 오실장!
혜원 네, 회장님.
서회장 혹시 내가 오래 있게 되면 우리 릴리 여사 잘 부탁해.
성숙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혜원 간단히 끝날 거라구들 합니다. 저희 다 그렇게 알구 있구요...
성숙 (흑흑)그래야만 해...
한남동 저택가. 밤.
-선재, 저택들 사이 배회. 가장 뜨거운 순간에 누군가 뺏어갔다. 저 성벽 안 어딘가에 내 여자가 있다...
준형 소리 오혜원...한남동 가...빨리 가...제발 가 줘...
-높다란 축대, 담장, 견고한 대문 등을 지나는 선재. 이 집일까?...이 집일까?...
혜원 집 앞. 밤.
-준형의 차가 들어간다.
-저만치 다미, 구조물에 숨어서 기웃,
-차고 문 내려오기 시작.
-다미, 다가와 몸을 굽혀 차고 안 들여다본다. 한 대 뿐이다. 그러면 혜원은?...선재는?...
거실.
-인겸, 서회장, 성숙, 혜원의 순으로 내려오고, 중역들, 정자세.
-서재에 있던 수사팀이 기다리고 서 있다.
-영우가 주방에서 나온다.그 뒤 왕비서.
영우 (울먹)진짜 가는 거야?!
성숙 (손수건으로 콧물 닦으며 힐끗)
서회장 한 밤 자구 온다. (수사팀에게)맞지?
인겸 회장님께 달려 있답니다.
영우 (울음)어떡해...
서회장 김서방이 동행한다.
영우 당신 정말 잘 좀 해봐!
서회장 (인겸에게 웃음)난 그래두 쟤가 이뻐.
성숙 너무 놀라지 않게 잘 좀 진정시켜 주세요.
인겸 알겠습니다.
성숙 (영우에게)침착하자, 응?
영우 뭐?!(어이없어 입이 떡)허허허,
혜원 (후폭풍 만만치 않겠네)
인겸 이만 나가시죠.
서회장 그래. (걸음 떼며 혜원 힐끗)
혜원 (보일듯 말 듯 목례. 알고 있습니다)
서회장 집 앞. 밤.
-측근들 차 줄지어 서 있고, 그 앞에 수사 팀 차.
-서회장의 차에 대고 허리 굽혀 절하는 측근들. 차가 떠날 때까지. 그 중에 혜원. 가장 나중에 허리 펴고, 사람들 뒤따라 들어가는.
-저만치 선재, 머릿속이 텅 빈 채로 바라본다.
서회장 침실.
-영우가 소파에 앉아 눈물 닦는 성숙을 향해 퍼붓고, 혜원, 왕비서와 함께 영우를 데리고 나가려 애쓴다.
영우 연극 좀 그만해 이 가증스런 예펜네야. 이런 일 있을 때마다 꼭 뭐 하나씩 챙기면서!
-도우미가 들어와 거든다. 혜원, 영우 내보내고 문닫으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성숙. 손수건 팩 던진다.
영우 소리 야, 오혜원...
성숙 지겹다 증말. 쟤 왜 저렇게 시끄럽니?
혜원 애쓰셨어요.
성숙 넌 왜 그렇게 연락이 안됐어?
혜원 죄송합니다.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성숙 (힐끗 보고는)이게 기회가 될지 고비가 될지 알수 없지만, 아무 소득 없이 수습 되면 좀 아까울 거야.
혜원 글쎄요.
성숙 일단 가서 쉬어. 이쁜 제자 연주회 만들어주느라 애 많이 썼는데.
혜원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같이,
성숙 (웃어주는)아냐...너두 사생활이 있는데.
혜원 안녕히 주무세요...
혜원 집. 새벽.
-혜원 들어온다.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준형이 고개 든다. 탁자 위엔 술병과 술잔.
-지친 듯 계단 향하다가 준형을 본다.
준형 (차분)어떻게 됐나?
혜원 (차분)연행.
준형 내가 당신 찾아 다닌 거, 알아?
혜원 몰라.
준형 그럼 어떻게 알구 갔지?
혜원 전화 받구. (이층으로)
-계단 오르는 혜원.
-눈 앞을 보다가 벽을 향해 술잔 던지는 준형.
-섰다가 올라가는 혜원.
선재 집. 새벽.
-선재, 옥상 문 앞 계단에 앉아 있다...
-준형의 외침, 방금 전에 목도한 광경, 가장 나중에 허리 펴던 혜원의 모습.
용납이 안된다.
아트센터 복도. 다음 날 아침.
-성숙과 왕비서 출근. 이미 나와 있던 혜원이 함께.
-직원들 몇은 눈치 보며 인사. 몇은 수군대다가 인사.
이사장실.
-혜원, 성숙, 들어오면서,
성숙 직원들 동요하지 말라구 해. 전쟁 났나?
혜원 알겠습니다.
성숙 영우 신랑, 어제 너 따로 불러 뭐라 하는 거 같던데,
혜원 재단 회계 자료 검토하겠다 그래서 아침에 보냈습니다.
성숙 미친 놈.
-혜원 핸드폰 진동. 문자.
혜원 받았답니다. 전화 바란다는데,
성숙 해 봐. 뭐라는지.
혜원 혹시 통화 전에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을까요?
성숙 (짜증)니가 모르는 게 어딨어!
혜원 (통화 누르고 두어 걸음 떨어지며)네, 김전무님...아, 파일 중에 몇 개는 비번 쳐야 열리게 돼 있어요. 메일 본문 끝에 적어 놨는데...네...보시면 아시겠지만, 예술 재단은 회장님 개인 명의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네...네, 알겠습니다.(끊는다)보자구 하네요.
성숙 뭔 일만 나믄 다 뒤엎을려구 들어 암튼! 그 새낀 이번 기회에, 내가 영감 간질여서 얼마나 빼냈나, 그거 알아내겠다는 거야.
혜원 그렇겠죠. 그 내용은 제가 보관 중인 유에스비에만 있어요.
성숙 그래야지, 그럼.
혜원 하지만 여러 가지 다 조심스러우니까, 백선생은 당분간 만나지 않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성숙 알았어.(하더니 살큼 미소)너 왜 명패 안바꾸니. 아직 실장이더라? 부대표는 잠깐이다, 곧 부짜 떨어질 거다, 그런 뜻인가?
혜원 (웃음)기분 가라 앉히세요.
성숙 가 봐. 만나구 나서 보고 하구.
혜원 네.(물러난다)
성숙 왕비서 들여보내.
혜원 네.
동 앞.
-혜원이 나온다. 왕비서 일어선다.
혜원 들어가 봐.
왕 어,..(문 앞으로 가며 혜원 보고)
-혜원, 가면서 그 시선 고스란히 느낀다.
이사장실.
성숙 쟤 혹시 연애하니?
왕 네?
성숙 너네끼리 자주 만난다며. 뭔 눈치 없어?
왕 심증입니다.
성숙 (무슨 심증?)
왕 혜원,(아니) 오실장은 친구들 사이에서 거의 연애불구자로 통합니다만. 요즘 어쩐지,
일각.
-혜원, 구석에 쳐박히듯 기대선다. 저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10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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