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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회 9


선재 집 앞이른 아침.

 

-혜원기다리고콜택시가 온다혜원이 타려는데선재가 철문 열고 튀어나온다.

-혜원,택시 타면서 짧은 순간 선재를 본다.

-택시 떠나고선재한참 서 있다.

 

선재 방.

 

-선재들어온다.

-문자낯선 번호에서 긴 문자 들어와 있다.

 

혜원 소리 오혜원일하러 간다이건 내 개인 전용 번호야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선재 (다른 채널비밀 통로!)

혜원 소리 난 니 집이 맘에 들어어제나 혼자서 들어 갈 때는 좀 겁이 났지만.

회상어젯밤.

 

-우산 쓰고 철계단 첫 칸 딛는 혜원.

-계단을 지나...

-철문을 들어서서우산을 접고,

-어두운 통로,

-뭔가 떨어지는 소리에 잠깐 놀라기도 하고,

 

혜원 위험했지가파르고비가 와서 미끄럽고...다시 내려갈까계단 하나마다망설였어...그런데 그 순간에도넘어지면 안된다혹시라도 다리가 부러지면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해야 한다그런 생각에있는 힘을 다해 조심했단다...그렇게 계단을 무사히 올라어둡고 비좁은 통로를 지나가는데...참 좋더라여기를 지나면 니 집에 들어간다는 게...

회상선재 방.

 

-문을 열고 들어서는 혜원어둠 속에서 한손으로 벽을 더듬는 혜원.

-스위치 켜고따뜻하게 드러나는 방.(어쩐 일인지 자바라는 열려 있다)

-멍하니 서 있는 혜원젖은 우산과 열쇠를 쥔 채.

-말끔히 치워진 방.

 

혜원 소리 불을 켜구하마터면 울 뻔 했어이게 집이지...집이란 이런 거지...

나는 어디서나 주로 서 있고때로는 구두를 신은 채 자는 사람이잖 니...

 

선재방현재.

 

-싱트대 앞에 기대 앉은 선재손에는 핸드폰.

혜원 소리 그 공간이 온전히 나한테 허락 된 것 같았고너희 어머니께 감사했 어그래서 내 맘대로 막 왔다갔다 했어... 너 잘 때 사발면 먹었 다후룩거리면 너 깰까봐 옥상에 나가 서.

 

-휴지통에 두 번 접은 사발면 그릇.

 

어젯밤 옥상새벽.

 

-푸릇한 하늘.

-혜원(머리 묶고 선재옷 입은), 샌드백 옆에 앉아 사발면 후룩후룩앞에 놓인 상자(술병 박스)에는 생수병과 컵.

 

혜원 소리 뭘 그렇게 맛있게 먹어 본 게 얼마만인지 몰라...니가 한 말이 생각나더라어깨가 빠지도록 연습하면서 라흐마니노프를파가니니를끝까지 즐겨주는 거...최고로 사랑해주는 거...그게 무슨 뜻인지 실감이 났어난 참 이상하게 살잖니...그래서 인제 나는니 집을너라는 애를...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다만너한테 배워볼게.

-다 먹고 거리 내려다 보는 혜원.

 

선재 집.

혜원 소리 그러니 선재야영어 독일어 잘 못해도 한없이 총명한 선재야부디 냉정하렴세상에서 이건 죄악이고너한테 아주 해로운 일이고불륜... 지혜롭게 잘 숨고네 집과 너 자신을 지켜줘더러운 건 내가 상대할게그게 내 전공이거든...많이 오글거렸지인제 손발 펴구 아침 먹어.

-이런 고백이라니선재꾹 참고 있다가 한 손으로 혜원의 새 번호 저장하며 눈물 쓱 닦는다. WHO(혜원 이니셜 거꾸로).

거리택시 안아침.

 

-혜원서둘러 화장하는데아이라인 자꾸 비뚤어지고 눈물에 뭉개져서 화장솜으로 자꾸 닦아낸다.

혜원 침실아침.

 

-파우더 룸준형출근 준비.

-혜원의 침대다린 듯이 말끔하다준형 침대는 자고 나온 흔적.

 

거실/주방.

 

-준형이 식당 쪽으로 들어선다커피 주전자와 빈 커피잔과일 접시 등, 1인분만 차려져 있다.

-주방의 미순토스트 꺼내 접시에 담는다.

준형 (식탁 위 보고는)이 사람 일찍 나갔어요?

미순 네아침 한남동에서 하신다구.

준형 (앉는다)나가는 거 봤어요?

미순 아니요문자 왔어요깨우기 미안해서 그냥 나가셨다구.

준형 (커피 따르는머리 좋군)

서회장 거실아침.

 

-혜원이 들어온다왕비서아침상 차리는 도우미 거들다가

 

혜원 안녕.

왕 어서와.

도우미 어서 오세요.

왕 친정서 잤니?

혜원 형부 혼자 있는 친정을 뭐 하러 가.

왕 옷이 어제랑 같아서.

혜원 (천연덕)그렇게 됐다늦어가지구 막 집어 입다보니.(등줄기 서늘.이런 게 다 단서가 될 지도 몰라)

 

-서회장과 성숙 들어온다왕비서와 도우미는 목례만 하고혜원은 명랑하게 인사.

 

혜원 안녕히 주무셨어요.

서회장 그래.

성숙 (반지 낀 손 들어보인다)어때회장님이 나한테 서프라이즈.

서회장 험,

혜원 두 분 다 멋지십니다. (대단하다한성숙)

 

-조금 후 셋식사 하면서.

-혜원은 거의 먹지 않고 답변에 충실.

 

성숙 영우 회사자리 잡을래면 3,4년 봐야겠지?

혜원 (서회장 의식)글쎄요,

서회장 하기 나름이지 뭐장사는 무조건 부지런한 게 젤이야.

성숙 영우가 부지런 하길 바랄 수는 없구오실장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서회장 (혜원을 힐끗)경영 관리팀 파견했는데 뭐.

성숙 재단에서 지분 넣으믄 안될까기금 확보 차원 수익 사업으루.

서회장 당신두 참어째 혜원일 말루만 아끼나사람 잡을 참이야?

혜원 (웃음)감사합니다궤도에 오르면 그 때 참여하시죠아직은 이르다구 생각합니다.(내 계획이 있거든?)

서회장 그렇지.

성숙 (둘을 동시에 일별)하긴영우가 파르르 할 거다 그치?

혜원 (웃음)

선재 계단통로집 앞아침.

 

-선재전등 갈아 끼우고호스로 물 뿜어 청소시꺼먼 먼지 때가 콸콸 씻겨내려간다.

 

선재 방.

 

-책상 앞의 선재가방에 악보집 넣는다단정하게 입었다준형을 만나야 하므로오늘의 숙제가장 난처한 일준형이 준 책들 중 하나 집어들고 목차 보다가 내려놓는다.

-가방 닫고 컴퓨터 끄려다가자판 위에 손 얹고 망설검색창에 과 ’ 쳤다가 지우고 돌아선다.(‘불륜을 치려고 했다)

-그동안 봐온 준형의 모습들 스친다주로 장광설 늘어놓는.

거리성숙 차 안.

 

-성숙혜원왕비서기사.

 

성숙 저번 날영감이랑 뭐 딴 얘기 없었니?

혜원 (웃음)왜 없었겠어요...영우 회사는 목적이 따루 있으니까해외 투자를 받는 걸로 하라구.

성숙 해외라니.

혜원 투자사 등록해놓은 거 있잖아요싱가폴에.

성숙 (유령회사?)

혜원 (끄덕 하고는)말하자면요.

성숙 미안하다나 잠깐 너 의심했는데이렇게 솔직히 말해주다니.(배신하면 알지?)

혜원 (미소)당연히 의심 하셔야죠...

성숙 그래...자기를 믿어달라구 하는 사람 중에 태반은 사기꾼이야바보거나.

혜원 (웃고는 태블릿 보여주며)그래서 이런 몇 가지 경로를 제시했어요...

성숙 (들여다 보며)이건 뭐 거의 현금 창고네.

혜원 네...

성숙 (흡족한 척혜원의 허벅지 살짝 꼬집는다)실시간 보고 할 거지?

혜원 열어 두겠습니다.

성숙 어참 이선재 말야.

혜원 (괜히 쿵).

성숙 예심 결과는 언제 나오지?

혜원 매년 다르죠신청자가 많으면 결선 석달 전에 나기도 해요.

성숙 그럼 미리 쌍꺼풀 수술이라도 해줄까?

혜원 (얼결)그 애 눈 이쁜데.

왕비서 (힐끗)

성숙 그런 거야?

혜원 (수습)그것두 아시안들 매력이구유럽 쪽에선 호감도가 높거든요또 괜히 손대서 자기 색깔을 망칠 수두 있구,

왕비서 (쟤 왜 저래?)

혜원 어쨌든 지금은 연습에 전념해야 하니까그냥 지켜봐 주시는 게,

성숙 알았어.

혜원 협주곡 연습,시작했거든요.

뷰티샵 샴푸실.아침.

 

-다미장호가 검색기사 캡쳐해서 보낸 혜원의 사진그 아줌마?!!! 설마...

 

장호 소리 너네 미용실 다닌다는데이 아줌마 얼굴 본 적 없어그 쪽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래.

 

-혼란스러운 다미액정 속 혜원을 보고아니야했다가 또 보면,

-인물 검색 혜원 소개에 가족남편 강준형(서한음대 피아노과 학과장)’

뷰티샵 앞아침.

 

-성숙의 차 온다성숙혜원왕비서 내린다.

 

성숙 머리 할 거지?

혜원 저는 사무실로아까 말씀 드린 거 처리도 해야 하고(다미를 피하고 싶어서)

왕비서 (기사에게)열 두시까지만 오면 돼요.

 

-성숙과 왕비서 들어가고혜원다시 탄다.

뷰티샵 헤어.

 

-다미가 샴푸실에 서 있는데성숙이 들어온다그 뒤 왕비서.

 

다미 어서 오십시오,

성숙 어잠깐만, (문간에서 대기 중인 왕비서에게 전화기 달래서 단축번호)나야...걔 말야이선재.

다미 ()

성숙 아예 오실장이 전담하는 게 낫지 않어?....괜히 강준형한테 왔다 갔다 하느니...어쩐지 모종의 케미스트리그거 중요하잖아뭐든 합이 맞아야지실력이나 뭐나당신이 잘 얘기 해 봐오실장한테는 내가 할게.

다미 (덜덜덜덜)

왕비서 (심상찮다)

성숙 (끊고전화기 왕비서에게)

 

-성숙의 위치를 파악한 다미정성들여 두피 맛사지.

성숙 너 손맛이 제법이다?

다미 감사합니다.

성숙 근데 내가 왜 못 봤지?

다미 엊그제 이 방으로 왔습니다.

성숙 아아...거기 한번 더 눌러 봐.

다미 네.(힐끗)

 

음대 전경.

 

복도준형 방 앞.

 

-선재노크 하려다 돌아서서 마음을 가다듬고또 노크 하려는데,

-저만치서 종수가 온다.

 

종수 왔냐...

선재 (본다꾸벅)

 

-종수다가와 문 연다.

종수 좀 기다려라교수님 방금 학장실 가셨어.

선재 아,. (따라 들어가고)

학장실.

-민학장선재의 연주(오디션들으며 손끝 톡톡...준형이 들어오면 리모콘 눌러 끄고 등을 세운다.

 

민학장 애가 확실히자기 색깔이 있네.

준형 (만면 웃음)어유...그럼요...(앉는다)

민 거친데저만의 포인트가 있어그 뭐냐그림으루 치믄 잭슨 폴록이랄까.

준형 그겁니다묘한 놈이죠감수성이 특이해요그러면서두 정확하구.

민 성격은 어때?

준형 (이를 악물고 웃음)성장 배경에 비해서 아주 잘 자랐어요예의두 바르구더 겪어봐야 알겠지만...

민 연습 시작했다며.

준형 네와이프랑 제가 번갈아,

민 이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인데,

준형 ?

민 오실장이 전담하는 게 어때?

준형 네?

민 여기저기 예심 넣자믄 시간이 촉박한데자네는 물리적으루 그만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잖아학교 수업 있지개인 레슨두 제법 많구,

준형 학장님 생각이세요?

민 사람 참내 생각이지 그럼 또 누구.

준형 (혹시 혜원이 조종했을지도 모른다는)

민학장 솔직히 말하께오실장이 적임자라구 생각하는 이유첫째자네가 그 친구한테 너무 집중할까봐 걱정이 돼서구둘째내가 색깔 얘기 했다시피들어보니까 오실장 연주 관두기 직전에한창 물이 올랐을 때 그 거친 느낌그런 점에서 매칭이 썩 좋겠다 싶어서야오혜원이 은근히 야성적인 데가 있었잖아.

준형 네,뭐 그건 그런데,(본다)그냥 의견이 아닌 거 같은데요?

민학장 무슨...기어이 자네가 끼구 해보겠다믄 누가 말리겠어근데 그게 또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 말이지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요.

준형 (이렇게 당하나...)

민학장 부부가 같이 가르친다이렇게 생각하구자네는 가끔 점검 차원들여다 보는 걸루 하지 뭐.

준형 (어쩌겠습니까...)

민학장 혹시언짢은 상상을 하는 건 아니지조르주 상드와 쇼팽포고렐리치뭐 그런 케이스들...아니지?

준형 아닙니다...

 

준형 방.

 

-선재가방 끌어앉고 물끄럼앉아서후우푸푸푸한숨 토한다준형을 대할 때 당황하거나 진땀을 흘리거나 말을 더듬어서도 안되고너무 뻣뻣하게 굴어서도 안돼불륜 청년 이선재의 번민.

-준형이 들어오자엉거주춤 일어서는 선재.

 

준형 어제 오선생하구 연습 어땠냐.

선재 아직 잘처음 해보는 거라.

준형 생각해 봤는데내가 너를 너무 아끼다보니 객관성 결여라던가그런 문제가 있단 말이지.

선재 (뭔 말씀인지)

준형 오선생이랑 집중적으루 연습해. 5월 말일이 마감이라 시간 없다학장님께도 말씀 드렸고재단 쪽에서도 오선생한테 시간을 내 줄 거야스케줄 다시 의논해라내가 가끔 봐주기는 할게.

선재 (이거 뭐지?)

준형 가 봐.

선재 (일어서며 얼결)감사합니다.

준형 (?!)

선재 죄송합니다.

 

혜원 사무실.

 

-혜원핸드폰(개인전용)에 충전기 연결보이지 않도록 놓아둔다.

이사장실 앞.

-혜원이 다가와 왕비서에게 작게 묻는다.

 

혜원 무슨 일이야?

왕 너애 하나 더 키우게 생겼어.

혜원 무슨 소리야강준형두 버거워 죽겠구만.

왕 이선재.

혜원 응?...걘 이미 가르치구 있는데?

왕 너 혼자강준형 아웃.

혜원 ?...

 

-문 열며뭔가 석연찮은 혜원탐색하는 왕비서.

이사장실.

혜원 (일단 연극을 하기로 한다)난처하다 못해 서운합니다잘 아시다시피 협주곡 연습은 오케스트라 대신 제가 피아노로 반주를 해줘야 하는데,

성숙 알아...그 친구한테 워낙 기대가 크다보니 나두 어쩔 수 없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됐어민학장두 대찬성이구...영우 쪽은 돕는 척만 해나도 업무 좀 줄여줄게.

혜원 (짐짓)막막하네요...

성숙 그래두 어떡해...힘들어두 니가 해야지.

혜원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어쨌거나 결과가 좋아야 할텐데.

성숙 너무 부담 갖진 마우리 또 길게 보는 거 있잖아...강교수한테는 내가 많이 아낀다구 전해 주구?

혜원 알겠습니다.

 

-조신하게 나가는 혜원지그시 바라보는 성숙.

복도.

 

-혜원,가면서 곰곰 생각이 상황에서 선재를 전적으로 맡기노라하는 저의가 뭘까적어도 연주회 때까지는 선재가 준형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건 다행인데...잠시 섰다가 간다.

 

혜원 사무실.

-혜원이 들어온다.

 

혜원 우리 음원 중에파가니니 랩소디 반주 없지오케스트라.

세진 네...

혜원 (책상으로)그게 젤 좋은데피아노로 쳐주는 건 한계가 있어.

세진 이선재요?

혜원 응.

-혜원개인 핸드폰 확인선재 문자 와 있다선재의 저장명은 ’.

 

선재 소리 저 지금 가요...

연습실.

 

-혜원이 피아노 옆에서 악보를 보며 서 있고조심스레 문이 열린다선재가 들어온다문간에 서는 선재.

-멀찍이서 한참 바라본다사랑을 확인한 연인들이라 어떤 말도 부족하다불륜 남녀답게 조심스런 미소를 교환할 뿐.

-그렇게 떨어져 선 채 담담히 얘기 나누는 둘.

 

선재 괜찮으세요?...

혜원 어,...학교에서 오니? (준형 만나는 거 힘들었겠지?)

선재 댁에못 들르셨나봐요옷이,

혜원 어시치미 떼구 있어눈치 보여 전전긍긍하다가 내가 먼저 외박했다구 광고하게 될까봐.

선재 인제 저랑 매일 만나셔야 되잖아요.

혜원 그러게...강교수 화 내지 않어?

선재 화 내시기 전에 나왔는데...제가 실수 했어요.

혜원 어쨌길래.

선재 감사합니다그래버렸어요.

혜원 맙소사어이가 없네.

선재 그러게요.

혜원 (,짧은 한숨)얘긴 나중에 하구연습실에 카메라 있는 거 알지이 안에선 일정 거리 유지하자.

선재 그럴게요.

혜원 그럼연습을 시작해 볼까?

선재 (문득 치민다)잠깐만요,

 

-선재가방 놓고 나간다혜원,?

통제실 앞 복도.

 

-선재여긴가살피며 온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통제실.

 

-선재가 쭈삣 들어온다.

 

선재 (저기)실례합니다...

 

-콘솔 위에 발을 올리고 길게 기대 앉아 있던 직원이 화들짝 자세 바로 하며 돌아본다.

-선재꾸벅.

-모니터 중 하나혜원이 피아노 옆에서 서성이는 모습.

 

직원 (난 또...아래 위 일별하는)여기 통제구역인데?

선재 저두 관계자라...3번 방에서 연습할 거거든요?

직원 (성숙이 지시한 방인데)근데?

선재 (똑바로 본다)카메라 좀 꺼주셨으면 해서요.

직원 (?)

선재 연습에 방해가 됩니다.

직원 이거 연습실마다 다 켜 있어...보안 시스템 몰라?

선재 모르는 사람들이 보는 데서 몇 시간씩편하게 할 수가 없어서요.

직원 다들 말없이 해.

선재 꺼주세요.

직원 연습하러 온 거면 신경 쓸 거 없어요악기 훼손절도기타 부적절한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워한 거 뿐이라고.

선재 (끄시라니까?............)

직원 (잠시 시선 맞받다가 쩝힐끗 보며 전화기 집어든다구내 번호 누른다)통제실인데요브이아이피 통화 좀...네네네...(일어서며)통제실 차대립니다.

연습실.

 

-혜원내다보며 중얼어딜 간 거야...

성숙 방.

 

성숙 (전화)그래?...그 애가 직접?...(하하하)맹랑한 친구네?...뭘 어떡해꺼 줘야지?

연습실.

 

-혜원과 선재소파 양 끝에 앉아 있다감시카메라 꺼져 있어도 조심은 해야 지이만만해도 어디야이것도 나쁘지 않아조심하면서 담담한 거편안해.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얘기할 때옆모습을 느끼며 목소리 듣는 것도 좋고.

혜원 통쾌하네...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어?

선재 그거라두 해야죠제가 아직 더러운 거 상대할 만큼 힘두 없구 하니까...그냥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혜원 (짐짓 농담)내 연애 편지감동 좀 받았구나?

선재 (감동 정도가 아니죠)지진 난 거 같아요머릿 속에...

혜원 그러라구 쓴 건 아닌데?

선재 인생 고백을 하신 거잖아요,저한테.

혜원 (쿠션 던진다)너는 정말,

선재 (받아서 옆에 놓는다)저 건들지 마세요터져요.

혜원 뭐가 터져.

선재 여러 가지.

혜원 한 가지씩 말 해 봐.

선재 일단,(손끝으로 소맷부리 뜯는)밖에서는 안아주지 못하는 거...카메라가 없는데두요...불륜이라,

혜원 (빵 터짐)하하하...하하하...

선재 (웃어요?)

혜원 하하하.아유 배야...고백에불륜에 난리났다.

선재 (웃다니)

혜원 (웃음 끝에 삐져나온 눈물 닦는다)

선재 (본다속상하구나)

혜원 (그만 웃자는 듯 후우...)그뿐이 아니지난 너 이쁜 옷이나그런 거 못 사줘원조교제라 그럴까봐.

선재 (그렇구나)

 

-두 공범자의 침묵각자 애꿎게 소파나 손바닥을 긁는 등이 사태는 분명 심각하다.

-선재소파 옆 바닥에 세워둔 가방 부시럭뭔가 꺼낸다.

선재 이거 두구 가셨어요. (내민다.견본품 화장수병.)

혜원 어, (받는다.잠깐 만지작)실수했네...(선재 본다)이런 거 하나쯤 니 집에 그냥 둬두 되지 않니?

선재 어맞어,(뺏으려)

혜원 (손 뒤로)됐고, (정색)연습해야지?

선재 혹시 그거 아세요? (얘기 더 하고 싶어서)

혜원 뭐.

선재 외국소설인데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혜원 (근데?)

선재 저 그거 음악하는 얘긴 줄 알았거든요?

혜원 (웃음 참는)

선재 거기서는 여주인공이결혼은 안하구 그냥 같이 사는데다른 남자랑,

혜원 (애써 정색)인제 진짜 연습.

선재 ().

혜원 좀 다른 방식으로 할 거야내가 너 매일 반주 해줄 수 없거든?

선재 (그렇겠죠)

혜원 대신에 음원이 있어저기(플레이어꽂아 놨으니까 일단 들어보구,

선재 (플레이어 본다)

혜원 하루는 저걸로하루는 내가 직접 봐주는 걸로어때?

선재 누가 친 건데요?

혜원 내가너만할 때.

선재 (스무살 오혜원?)

혜원 조인서 교수 알지?

선재 (잠깐 생각.).

혜원 그 친구 이 곡으루 국제대회 준비할 때 내가 선물했던 거야.

선재 친하셨나봐요.

혜원 지금두 친해와이프랑 다.(선다)혼자 한 번 해 봐.

선재 (선다)

혜원 여기서 하든 집에서 하든,너 좋을대로.

선재 퇴근하세요?

혜원 응.

선재 (보다가끄덕끄덕)...

혜원 (어깨 토닥)간다?(돌아선다)

선재 (본다)댁으루요?

혜원 어.

선재 (잡고 싶다)

혜원 (문을 열며나도 가기 싫단다)

 

-혜원이 나가자선재플레이어 들여다 본다유에스비 꽂혀 있다뽑아서 괜히 들여다보고 다시 꽂는다플레이 버튼.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선재멍하니 듣는다.혜원이다...인트로 지나고...변주 시작되면서얼른 헤드폰 집어 쓴다.왠지 그래야 할 것 같다.

 

혜원 사무실.

 

-혜원가방 챙기며 전화.

 

혜원 어여보저녁 같이 할래나 지금 퇴근해...좀 일찍 나왔어...장 봐가지구 들어갈까 하는데...

 

음대준형 방.

 

준형 (비웃음)기분이 좋을 텐데 왜 나하구.

 

아트 센터 복도.

 

-혜원사무실에서 나오면서 통화 계속.

 

혜원 당신하구 좀 편해졌음 해서...

 

음대준형 방.

 

준형 (비아냥)그래야겠지...알았어곧 들어가께......(끊고무슨 수작인지 한번 보겠다는)

혜원 집 주방저녁.

 

-앞치마 두른 혜원미순과 함께 부산하게 저녁 준비뚜껑 덮인 팬에서는 프랑스식 고기 찜이 익어가고야채 스프는 약한 불에 닳여지는 중미순이 홍게 살을 발라내는 동안 혜원은 겨자와 식초잣가루 따위를 섞어 드레싱을 만든다.

-한켠에는 잘 손질된 샐러드용 야채며바질로즈마리 등의 허브향신료 병...

-세팅된 식탁.

-혜원새끼 손가락으로 드레싱을 찍어 먹어본 뒤 예쁜 드레싱 그릇에 담는다.

미순 오랜 만에 같이 요리 하시네요.

혜원 (무표정)가끔 냄새를 풍겨 줘야죠명색이 사람 사는 집인데...

혜원 침실.

 

-샤워를 마친 준형이 셔츠를 입고혜원이 들여다 본다미소 띤.

 

혜원 와인 뭐 딸까?

준형 (나도 웃어 주지)샤또 딸보 한 번 마셔보자빈티지.

혜원 알았어내려와.

 

-혜원가면준형웃음기 거둔다이선재가 내게 날개를 달아 줄 때까지 참아준다.

계단.

 

-계단혜원역시 미소 지워진 얼굴로 내려간다선재 예선 통과 소식이 올 때까지만 속아 줘.

주방.

-혜원준형와인과 요리들 즐기며 담소 아닌 담소.

 

준형 민학장이 거의 읍소를 하더라구.

혜원 그럴 만 하지...총장 선출이 가을인데...이사장두 전해달래더라당신 많이 아낀다구.

준형 그거야 뭐 그 양반 늘 하는 얘기고...(살피는)이선재는 뭐래.

혜원 그나마 교수님이 가끔 봐주신다니까 안심이라구...

준형 허허허자식말은,..(마시며 힐끗)

혜원 아 참, (일어선다)깍두기 좀 내오께이거랑(고기찜은근히 어울려.

-혜원주방 쪽으로 가고준형힐끗 보고 잔 채운다.

-혜원찬통의 깍두기 덜어 담으며 준형을 힐끗.

 

혜원 한 병 더 할래?

준형 아니됐어.

 

선재 집.

 

-선재헤드폰 쓰고 연습혜원의 반주에 맞추어.

 

침실.

 

-파우더 룸혜원약병(수면제병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준형자고 있다.

-혜원약병을 넣고 서랍 닫는다.

 

혜원 서재.

 

-혜원서서 통화 중.

 

혜원 윤박사님밤늦게 죄송합니다...다른 게 아니라강교수 처방이 바뀐 거 같아서요......이제까진 제 꺼랑 용량이 비슷했는데...신경이 쓰이네요...그래요?...남자들두 그런 게 있어요?...(웃음)저만 겪는 줄 알구 막 약올랐는데...그러게요......알겠습니다일간 한번 가 봴게요......안녕히 주무세요....

 

-혜원끊고날카롭게 굴던 준형 모습들 떠올린다.

-조금 후...혜원무표정하게 태블릿 화면 속의 차명 계좌들 보면서 메모하고계좌 번호 메모.

-해외 투자 관련 사이트 접속찬찬히 살피는데,

-선재 문자혜원가방에서 똑같은 전화기 두 개 헷갈리다가 확인.

혜원 동네 어귀..

 

-선재가 오토바이(식당곁에 서서 기다린다.

-혜원카디건 자락 날리며 여미며 급히 온다파우치 하나만 들고서.

 

선재 (웃는다)

혜원 이게 뭐야...

선재 그러게요.(헬멧 건넨다)

혜원 참아야지!

선재 (받으세요)딱 한 바퀴만요.

혜원 (망설)

 

-오토바이 출발.

-달리는 동안긴장이 풀리면서 동시에 반감왜 참아야 돼?!!!

 

혜원 너희 집 가자!..

선재 좋아요!...

 

-액셀 밟는 선재.

선재 집.

 

-어둠 속에 들어서자 마자 끌어 안고 뜨겁게 입 맞추는 둘둘 다 오늘 하루너무 힘들고 길었다.

-한데 엉켜 명화의 침대 쪽으로...

-거침없이 만지며 서로 먹을 듯이 절박하고 애틋하다이러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선재 집 옥상.

-선재와 혜원옥상 까페엎어놓은 술 박스 위에 캔 맥주 두 개.

-선재가 혜원의 어깨 안고 야경을 바라본다팔짱 낀 채 안겨 있는 혜원선재의 손등 만지작둘 다 비닐 슬리퍼(쓰레빠!) 신고 있다.

 

선재 뭐 생각 하세요?

혜원 ...습관...

선재 ...제가 버릇 될까봐요?

혜원 아니 내가.

선재 (힘주어 안는 거 말고는)

혜원 (장차 어찌 되려나...)

 

-쾅쾅쾅,

-흠칫.

 

장호 소리 이선재!...

 

-마주 보는 둘.

 

장호 소리 선재야!...

-선재혜원 팔 잡고 큰 옥상으로 가려,

 

혜원 (팔 빼내고 선재를 민다)나가 봐나 숨을 데 알어너 들키믄 가만 안둬구두부터 감추구!.

 

-혜원은 계단 내려가고선재는 맥주캔 집어 구석의 상자에 골인집안으로 들어간다.

 

장호 소리 야이선재!!!!!

선재 지금 나가!!!!

 

선재집..

 

-선재계단 뛰어 내려간다.

 

선재 잠깐 기다려!

장호 소리 뭐하냐?!

선재 (방 안 두리번)밖에 있었어!

다미 소리 달밤에 체조했냐?!

선재 (혜원 신발 집다가 헉)너두 왔어?!

다미 소리 그렇다 왜!

현관 앞.

 

-유리창 안선재 모습 어른거린다.

장호 뭐 해빨리 안열구.

다미 누구 있어?!

선재 소리 아니.

 

선재 집.

 

-선재혜원 신발을 싱크대 밑에 넣고서랍 장 위의 파우치는 침대 밑에 던진다.

-현관문 여는 선재.

선재 아뭐야갑자기.

장호 왜선생님 오시냐?

선재 아니저기나가자내가 쏠게나 장학금 탔잖아.

다미 뭘사왔는데,

 

-장호와 다미들어온다선재비켜서며 후우,

 

옥상.

 

-천막 안에 숨어 있는 혜원.

-다른 입주자들이 갖다놓은 온갖 잡동사니.

-천막 틈으로 뭐가 쓱 지나가는 게 보인다.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캬오으르렁...

 

다미 소리 (비명)!

-혜원바들바들.

 

다미 소리 쫓아 내!

 

선재 집.

 

장호 (뛰어 올라가며)뭐야...

다미 (옥상 문 앞을 가리키며)저거저거!

선재 그 문 열지 말라 그랬잖아.(봉다리의 캔맥주와 과자를 꺼내 상위에 놓는 참이었다)

다미 야빨리...

장호 (옥상 문 밖으로 고개 내밀어)!

 

옥상..

 

장호 소리 어이못써!

 

-천막안혜원우습지만 초긴장.

 

선재 집.

-둘러 앉은 셋장호와 다미맥주 딴다선재앞에 놓인 캔을 보기만.

 

장호 안 마셔?

선재 나 너네한테 할 얘기 있거든?

다미 (?!)

장호 너 좀 진지하다?

선재 어...(결심한 듯)박다미.

다미 (본다)

선재 (미안한)나한테 여자 아냐.

다미 (올 것이 왔다)

장호 허허허,

선재 너두 알지 않냐?

다미 (의외로 침착)알지...

장호 왜케 진지해둘다...

다미 근데 딴 여자 생긴다면 빡칠 거야.

장호 (선재 눈치)야 넌솔직히 선재가 너한테 무슨 책임질 일을 한 것두 아니구,

다미 넌 좀 가만 있어. (선재에게)너 나한테 아무짓두 안 했구나 혼자 들이댄 거 맞는데그래두 내가 니 덕에 일진 청산 했잖아독대 분식 골목에서 애들 패다가 너랑 눈 딱 마주쳤을 때나 그때 챙피해서 죽을 뻔 했어.(장호에게)가라구 막 소리지르구뭐 던지구그러는데두 안가는 거야철가방 떡하니 들구 서서.

선재 (웃음)신기해서 구경한 거다난 너 소문만 들었지현장은 첨 봤거든.

장호 너 그 시절에 멋있었는데.

다미 멋 좋아한다나름 힘들었어,. 2인자가 쉬운줄 알어그 기집애가 돈 쓰는데 혹해가지구, (마시고는)암튼담날 당장 문신 지웠지.솔직히살면서 자기를 변하게 하는 사람 만나기가 쉽냐나는 너한테 평생 보답해두 모자란다나한테는 얘밖에 없다그렇게 생각하구 보니까뭐 해줄 게 있어야지작정하구 좋아해주는 거 밖에.

선재 나두 그거 고맙지...니 덕에 학교 생활 쫌 편했구...근데인제 고만해너 상처 받으믄 우리 셋 다 힘들어...

다미 (후우...)

선재 나 니들 둘 말구는 친구 없잖아...그건 내가 절대 잃으믄 안되는 거구...

장호 어,분위기 참,

다미 알았어.(마신다)

장호 뭐야이렇게 정리 끝?

선재 (미안해 다미야)

 

식당 앞..

-다미와 장호 가면서,

 

장호 너 한바탕 할 줄 알았더니.

다미 어디 가서 좀 더 마시자.

옥상..

 

-선재천막 들치고나오세요.

 

혜원 갔어?...

선재 (미안한)

 

-선재 손 잡고 천막에서 나오는 혜원얼굴에 검댕이 막 묻어있다.

선재 집.

 

-혜원욕실에서 세수 하고선재혜원의 신발 꺼내 놓는다.

-혜원수건으로 얼굴 닦고선재문간에 서서 물끄러미 본다.

 

선재 이런 거네요들킨다는 게.

혜원 이 정도는 애교지지옥문이 열린 거야.

선재 (그냥 같이 살았으면)

혜원 뭘 또 그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보니?

선재 그러게요.

혜원 그거 좀 닫을래나 화장실.

선재 (황황히 가리개 닫아주고 돌아선다)안 들을게요편하게 하세요.

혜원 소리 고마워.

 

-수돗물 소리와 함께.

 

혜원 소리 택시 불러 줘.

선재 (보면)

혜원 소리 내 전화기에서 택시 찾아봐.

선재 네.(두리번.혜원 파우치 집어든다)

 

-파우치 안에 전화기 두 개.

-선재먹먹해진다...

-욕실 안혜원변기 물 내리고 손씻으며입 꾹 다문눈물 번뜩인다난 쟤 못버려.

아트센터 혜원 사무실다음 날.

 

-혜원이 들어오면,

 

세진 대표님이랑 통화 하셨어요?

혜원 아니?...전화 왔었어?

세진 네...뷰티샵에 계신데회사 회계 서류 가지구 오시라구,

혜원 어떻게 된 거지? (가방을 뒤진다아차선재 집에 두고 왔다)

 

복도.

 

-혜원급히 나온다뛰어간다정신줄 놓으면 안돼.

-문간에서 바라보는 세진.

 

세진 점점 이상하시네...

 

연습실.

 

-선재가 혜원 핸드폰 들고 문간에 서있다.

-문이 열리고 혜원,

 

선재 어제 택시 부르구 다시 집어넣는다는 게,

혜원 그러구 나서 내가 통화 했잖아그때 빼먹었어내 실수.(선재 손의 핸드폰 나꿔채 부재중 전화 문자 확인하며)연습해라이따 와서 체크한다.(간다)

선재 (문 밖으로 고개 빼는)

 

복도.

 

-혜원급히 가고선재본다.

 

연습실.

 

-피아노 앞의 선재악보와 상관없이 브람스 인터메조 나직히...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너무 자주 봅니다.

 

뷰티샵 라운지.

 

-혜원조심스레 지나간다.

-다미가 본다.

 

맛사지룸.

 

-영우마사지 중혜원 곁에 앉아 서류 덮으며 설명 마무리.

 

혜원 투자 금액은 그쪽 결정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영우 그니까 그쪽이 어디냐구.

혜원 싱가폴 소재 다국적 창투사,

영우 주인이 누구냐니까?

혜원 주식회사면 주주들이 주인 아니겠어요?

영우 계속 약 올린다 너난 지금 현금이 필요하다고...

혜원 (치민다)그런 건 회장님께 말씀하세요.

영우 수틀리믄 너 그 이쁜 제자 지원 끊어버린다?

혜원 4년간 지원금이미 책정 돼 있어요.

영우 잘났다.

혜원 확실하게 해야죠.

영우 비행기표나 끊어줘스위스랑 밀라노우성이 꺼 까지.

혜원 알겠습니다.

 

-마치고 내려선 영우마사지사가 까운 자락 여며주고,

 

영우 한마담 차명 주식 관리 잘해라내가 다 까버리기 전에.

혜원 저 이만 가봐두 되겠죠?

영우 그러던가.

-영우샤워실로 가고혜원서류와 가방 챙기는데,

-다미가 빼꼼 들여다보더니 성큼 들어선다타월 따위 들고서.

 

다미 (생글)안녕하세요.(실은 동정 살피며 기다렸다)

혜원 (내심 당황)어어안녕다미씨.

다미 (깊숙이 인사)정말 감사드립니다.

혜원 응웬 인사야?

다미 강준형 교수님 사모님이시죠서한재단 오혜원 실장님이시구.

혜원 (웃음으로 얼버무리려)어떻게 알았어?

다미 제 남친이 이선재거든요.

혜원 (과장되게 반색)어머그렇구나...알지...강교수 제자...

다미 선재가 선생님 선생님 해서 누구신가 했더니.

혜원 어어,

다미 다시 한번 감사드리구요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또 뵙겠습니다.

혜원 그래요.

 

-다미나가면서입술 잘근걸리기만 해 봐아줌마야.

-혜원서둘러 가방 챙기며 후덜덜.

음대 교정열흘 후.

 

-교정 곳곳 게시판에 포스터 붙어 있고,

음대 로비 라운지.

 

-게시판에 스태플러로 포스터 붙이는 종수.

-그 중 하나 게시판 앞시은이 부러운 듯 바라보고,

-민우는 씩 웃고 지나친다.

-종수붙이고 나서 단체 카톡 문자.

 

종수 소리 공지사항다다음 주 화요일 피아노과 전학년연주회 참관 바람.

 

-유라문자.

 

유라 소리 오빠 친구 협연하네?

김인주 방.

 

-인주첼로 현 튕기거나 활을 긋거나 하면서 소리 내본다학생이 곁에 서 있고,

 

인주 사운드 포스트 위치를 바꿔 봐그 정도는 니 손으루 할 줄 알아야지.

 

-준형이 들어온다살짝 들뜬 상태조증 모드.

 

준형 어이구방해 했나?

인주 아니괜찮아요. (활을 학생에게 주고 준형에게로)

준형 (학생 눈치 살피고 소리 조금 낮추어)악기 땜에 뭐 문제 있었다구 하더니, (눈으로쟤야?)

인주 아냐.. 걘 지도교수 바꿨지그런 앨 어떻게 가르쳐.

준형 잘 했네.

인주 포스터 봤어요.

준형 어잘 나왔지?

인주 너무 좋아한다...

준형 뿌듯하지.

인주 실상은 오실장 애제자라면서.

준형 집사람은 서포터구,

인주 서포터가 식음을 전폐하구 가르쳐요?

준형 내가 바쁜 날만 맡기는 거야아니 저기그보다두기악과두 협조 좀 해 줘요수업 대신 연주회 참관으루?

인주 어머우리가 뭐 땜에?

준형 걔가 실전 경험이 전혀 없잖아최대한 실황 분위기 내 줘야지이거 시뮬레이션 겸실제 레코딩두 해야 돼디비디 떠서 부조니 예심에 낼 거라고.

인주 알았어요근데 난 못 가선약이 있어서.

준형 암튼 땡큐. (나가며 손 들어보이는)

인주 (손들어 답해주고 보다가 문이 닫히면 돌아서며)좋아 죽네. (학생에게)다시 한 번 들어보자.

 

학장실.

 

민학장 (포스터 보면서)애 많이 썼네.

준형 이런 게 보람이죠.

민학장 근데 좀 서두르지 그랬어결선이 내년 여름이잖아올해 안에 실적이 나믄 딱 맞구 좋은데.

준형 이만만해두 큰 다행이죠중간에 사건 사고가 좀 많았습니까.

민학장 아쉽긴 하지만 예선 통과 하는대루 화제를 좀 만들어 보지 뭐.

준형 네그건 오실장이 알아서 할 겁니다.

민학장 (웃음)어련하겠어...자네 부부 팀 플레이가 드디어 결실을 보는 거지?

준형 (일단은 웃어보이고)

식당 밀실.

 

-서회장이 차를 들고 있다혜원이 들어온다(종업원한테서 서회장이 미리 왔다는 얘기 들었다). 서회장여늬 때와 다르게 울적한 모습.

 

서회장 어서 와라...

혜원 제가 늦었나봐요...

서회장 아냐...내가 이른 거지...

 

-혜원이 앉고종업원이 차를 따른다.

서회장 이것저것생각을 좀 정리하느라 일찍 왔다.

혜원 혹시 안좋은 일이라두.

서 (한숨)

혜원 (종업원에게)좀 이따 부를게요.

종업원 네.

 

-종업원 나간다.

서 (탄식)에이고 참자식이 뭔지...

혜원 (뭘까차 한모금 마신 뒤 입 열기를 기다린다)

서 내가 웬만해선 결정을 미루는 법이 없는데 말이지.

혜원 무슨 일이신지...

서 엊그제 영우 시어른이 좀 보자길래 만났더니만뜻밖에 얘길 한다.

혜원 ?

서 조만간에 몇 군데 손을 좀 봐줄 거라구 하더구나...정보를 주는 대신 자기한테 알아서 하라는 거지그쪽이진작부터 욕심이 과하지 않았냐.

혜원 그럼,

서 검찰에서야 언제든 터뜨릴 준비가 돼 있다는 거 익히 아는 터에 영우 문제를 들이 미니내가 참.(눈물마저 글썽)

혜원 (냅킨을 앞에 놓아 준다)

서 (냅킨으로 눈 가 찍어내고는)김서방 영우랑 이혼 안한다는 조건으루 참 이렇게 저렇게 섭섭잖게 집어줬는데...

혜원 그러셨죠...

서 영우 돈 단속 잘 해라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성숙이 모르게 변통할 요량으루 챙겨 둔 거다.

혜원 잘 알겠습니다...서대표는 다음 주 초에 귀국합니다만혹시 그 전에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서 꽁꽁 숨기는 거 말구 뭘 하겠냐이미 조사 대상으루 찍혀있다구 노골적으루 언질을 주는데야...

혜원 설마 실제로 무슨 조치를 취하겠단 뜻은 아니겠죠...

서 뭐나두 그쯤 생각한다만기분이 안좋다.

혜원 그러실 것 같아요...말씀대루하자 없도록 대비하겠습니다.

서 (쓴입맛)영우만 아니믄 내가 그것들한테 굽신 거릴 일이 없는데 말이지...자식 없는 니가 상팔자다.

혜원 (웃어 보이는)

아트센터 사무실.

 

-선재가 들어 온다혜원 없고 세진이 일어서며 맞이한다선재는 연습실에서 오는 길가방과 윗도리 거기 두고.

 

세진 어서 와요.

선재 선생님은,

세진 외출 하셨구요나랑 같이 가면 돼요.

선재 (어딜요?)

세진 이사장님께서 연주복 선물 하신다구,

선재 네?...

세진 금방 끝날 거예요칫수 재는 거니까.

선재 선생님두 아세요?

세진 그럼요저한테 잘 얘기하라구 하셨어요.

선재 (그렇구나)

세진 부담없이 받아두 돼요연주 잘 하믄 되지 뭐?

선재 아,..(하면서도 혼란)

이사장실.

-멀뚱히 선재외국인 양복장인이 줄자로 어깨며 팔길이어깨 둘레 가슴둘레다리길이허벅지 둘레 등등을 재는 동안세진이 장인과 성숙의 대화를 통역.

 

성숙 턱시도가 나을까 싱글이 나을까?

세진 통역.

장인 연주회 성격으로 봐서 싱글이 적당.

세진 통역.

장인 이 친구비율이 좋아요.

세진 (선재에게)비율이 좋대요.

선재 네?

성숙 이 친구글로벌하게 먹히겠어?

선재 (힐끗어이없다)

세진 (선재에게 미안한 눈길 잠깐 주고 장인에게 통역)

선재 (투명인간 취급이군)

성숙 쌍꺼풀 만들어 주자고 했더니 오실장이 반대하더라?

세진 (통역하려)

성숙 아니저 친구한테.

세진 (선재에게)선재학생한테 묻구 계세요.

선재 네? (성숙을 보면)

성숙 오실장은 니 얼굴이 썩 맘에 드나봐.

선재 (물끄러미 본다)

성숙 (미소)알구 있겠지만스타 조련사야이끄는대로 잘 따라가서대성해야지?

선재 (본다정말 무례한 아줌마네요)

성숙 (너 오혜원 좋아하지?)

연습실협연 전날.

 

-혜원과 선재의 연습변주 18긴장 속의 희열.

-준형이 뒤에서 팔짱 끼고 지켜본다.

-연주가 끝나면선재는 그대로 있고혜원이 준형을 돌아본다.

혜원 어때?...피날레 다시 한 번 들어볼래?

준형 아냐아까 그렇게만 해주믄 되지 뭐선재,

선재 (벌떡 일어선다).

준형 그동안 많이 좋아졌어.

선재 (시선 떨군)감사합니다.

준형 (혜원에게)연주복은,

혜원 어세진씨가 갖구 올 거야.

준형 그럼 됐구내일 리허설 때 보자.

선재 (꾸벅)

준형 (웃어주고 돌아선다)

혜원 집에서 봐요...

복도.

 

-준형잘 해다오이 나쁜 놈아.

 

연습실.

 

-혜원선재각자 피아노 곁에 서서...한참 말 없다가.

 

혜원 어,

 

-혜원가방에서 손수건 꺼내고선재그런 혜원 물끄러미 본다.

 

혜원 (내민다)이거 필요할 거야.

선재 (보다가받는다)

혜원 떨려?

선재 (손수건 만지작)...

혜원 (웃음)즐긴다며...

선재 (조금 웃음)

혜원 가서 일찍 자.

선재 (본다)

혜원 뭐,

선재 잘 못하면저 죽구 싶을 거 같아요.

혜원 허이구그런다구 죽어?

선재 ...이거선생님이 더러운 거 상대하면서 만들어 준 기회잖아요.

혜원 (웃음)그게 내 전공이라 그랬다?

선재 (외면하며 글썽)

9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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