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12
학과장 조교방.
-종수, 선재.
선재 저, 오디션 동영상 주실 수 있어요?
종수 홈피에 올려놨잖아.
선재 아니요, 원본.
종수 (응?!)아, 맞다. 너 준다는 걸 깜박했어. 당연히 줘야지...(서랍 열고 찾으며)너, 연주 좋더라.
선재 감사합니다.
종수 여기, (케이스 건넨다)
선재 (공손히 받고는)그리구, 저 혹시 강의 들을 수 있어요? 영어랑 독일어,
종수 응?!
복도.
-선재가 나온다. 준형, 오다가 멈칫.
-선재, 본다.
준형 (황황히 웃음. 무슨 말이든 해야겠어서)학교 왔구나...협주곡 하나 끝내구 나니까 후유증 오지?
선재 (그런가?)
준형 신앙을 한 번 가져 봐. 나두 힘들 때 의지가 많이 됐어.
선재 참고하겠습니다. (꾸벅, 하고 간다)
준형 (뭐야?!)
조교실.
종수 초급 독일어, 영어, 듣겠다구 하던데요.
준형 응?!..
로비라운지(혹은 학생 휴게실)
-선재, 시간표 보며 표시하는데, 시은이 다가간다.
선재 (본다.왜?)
시은 (멋쩍)협연 봤어. 좋더라. 언제 나랑 2중주 한번 해 줄래?
선재 어어,
시은 또 봐. (간다)
선재 (대학교가 이렇구나...다시 시간표 보는데)
-유라가 마주 앉는다.
선재 (넌 또 뭐?)
유라 걔 니 여친 아니지? 미용실.
선재 (정유라구나)
유라 니 가짜 대학생 친구 손장호랑 아주 잠깐 만났지.
선재 (상대 안해. 주섬주섬)
유라 강준형 교수 부인이 너 무척 아낀다며?
선재 (간다.여기서도 그 얘길 들어야 해?)
유라 (핸드크림 바르며 선재 뒷모습 본다. 꼬셔볼까)
아트센터 다음날 아침.
-혜원, 성숙에게 선재 동영상 준다.
혜원 (담담히)이선재 디브이디 나왔어요.
성숙 (반색)오, 이걸 인제야 받네...
혜원 워낙 경황이 없으셔서요.
성숙 (짐짓 앞 뒤 찬찬히 보면서)그래두 이 와중에 즐거운 일이다..
혜원 (조금 웃고는)몇 군데, 대회 운영위에 발송 했어요.
성숙 좋은 소식 있겠지?
혜원 그러길 바랍니다.
성숙 학교 쪽에는.
혜원 이선재가 전했답니다.
혜원 (디브이디 내려 놓고)밥이라두 사주지 그랬어?
혜원 만나질 못해서요.
성숙 하긴, 니가 요즘 너무 바쁘다, 그치? 그래두 애가 좀 서운하겠네. 가족이 없다며.
혜원 저,오후에 회장님 면회,
성숙 그렇구나. 어서 가 봐.
혜원 전화 드릴게요.
-혜원, 목례하고 나간다.
복도.
-민학장이 오고, 왕비서가 일어서서 인사.
민 어, 안녕.
왕비서 아직,
-혜원이 나온다.
혜원 (잠깐 멈칫)오셨어요.
민 아이고, 고생 많지. 영감님 면회는 했어?
혜원 지금 가려는 참이예요. 들어가 보세요.
민 그래, 수고해요.
-혜원, 간다. 왕비서가 문 열고, 민학장, 들어가며 혜원 힐끗.
혜원 사무실.
-혜원, 무표정하게 가방 챙긴다. 모든 게 따갑고 불편한 지금, 총력을 다 해잘 넘겨야 한다는.
아트센터 이사장실.
-민학장과 성숙.
성숙 면회 순서를 보면 서열이 보인다는데, 오실장이 2등이야. 김전무 다음. 그자식이야 현안 총 책임자니까 그렇다 치지만.
민학장 (빙긋)거 봐. 오실장 파일, 분명 있다니까? 그거 땜에 잠이 다 안오지?
성숙 웃지 마. 기분 나빠.
민학장 역사를 따지자믄 영감님이 당신보다 혜원일 먼저 알아 본 거야. 영우랑 유학 보낼 때.
성숙 누가 몰라?
민학장 영감만큼 오혜원을 잘 써먹는 사람이 없어요.
성숙 그거야 두구 봐야 알지.
민학장 이번에 잘 하문 돼...상황이 기가 막히잖아.
성숙 그러게.
민학장 영감 상태는 어때?
성숙 죽겠다구 난린데, 모르지 뭐. 그 속을 어떻게 알아.
민학장 한성숙이 눈에두 안보일 정도믄 얼마나 검은 거야?
성숙 아우 고만 좀 해. 뭐가 좋다구.
민학장 재밌잖아...
구치소 면회실.
-서회장, 멀쩡하니 팔짱 끼고 여유 있게 앉아 있다. 차분한 혜원.
혜원 듣기보다 신색이 좋으세요. 영우가 하두 상심을 해서 걱정했는데.
서회장 내가 정신을 좀 차렸지. 다들 나 쓰러지기만 바라구 있다 생각하니까 아주 분기가 오르더라. 밥맛두 돌구.
혜원 다행입니다.(얇은 시집을 들어보인다)홍이사가 시집을 한 권 주던데요. 읽어드리라구.
서회장 (됐다고 손짓)
혜원 (본다)긴한 말씀이 있으시다구 들었어요.
서회장 그럴까 했는데, 밤새 또 생각을 해 보니까, 그건 또 아니지 싶다. 내 좀 더 버텨보마.
혜원 알겠습니다.
서회장 보나마나, 너 이렇게 왔다가면 한마디 얻어 듣자 하구 다들 기웃거릴거다.
혜원 조심하겠습니다.
서회장 성숙이가 머릿속이 젤 바쁠 거야.
혜원 글쎄요.
서회장 잘 살펴라.
혜원 네.
뷰티샵 마사지실. 밤.
-성숙이 마사지 받고, 백선생이 곁에 앉아.
백선생 아직은 그냥 두세요. 그저 너를 백프로 믿는다, 하시구.
성숙 얼마나 될까? 내 쪼꼬렛 값 하구는 비교가 안되겠지?
백선생 그렇지 않겠어요?...
성숙 오실장이, 나한테 끝까지 감추겠지?
백선생 그 입을 열게 해야죠. 그 친구(다미) 움직일 만큼 물증 확보되면, 그닥 어렵지 않을 거예요...
까페. 밤.
-인서, 혜원.
혜원 (짐짓 웃어보이는)나 그냥 맘 놓구 선재 걱정 할게. 들어주라.
인서 (웃음)어쩌겠어. 들어야지
혜원 너, 독일서 몇 년 있었지?
인서 도합 7년.
혜원 미국서 디플롬 하구 간 거지?
인서 아니지. 학부 때 2년 갔다오구 다시 간 거야.
혜원 그렇구나.
인서 독일은 왜...선재 걱정 한다며.
혜원 니가 한번 얘기 좀 해볼래? 독일 가라구?
인서 내가?
혜원 내가 요즘 걔를 못만나서 그래.
인서 그건 아는데,
혜원 (외면하며 글썽)
인서 (클났구나...)
인서 집 침실. 밤.
-방금 들어온 인서가 자켓을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고 앉는다. 지수는 찬프라이팬의 멸치 볶음을 찬통에 담는다. 식탁 위 쟁반에는 뚜껑 덮인 컵(인서에게 늘 주는 약차). 땅콩 따위 담긴 접시.
-둘은 이미 혜원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안다. 그게 혜원의 인생에 어떤 의미라는 것, 감히 충고, 만류 따위 할 수 없다는 것도. 그런 안타까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더 일상적으로 말한다.
인서 애들 일찍 자네?
지수 어...영래가 다 몰구 수영장 갔다 왔거든.
인서 중간고사 아닌가?
지수 걘 시험 때 더 놀잖아...여태 같이 있었어? (혜원이랑?)
인서 어. (컵 뚜껑 열고 집어든다)멸치 좀 고만 볶지?
지수 네 놈이 먹어 대는 걸 생각해봐. (팬과 주걱을 싱크대에 넣는다)혜원이 얼굴 좀 괜찮아졌어?
인서 (마시다가)까맣게 죽었지 뭐...이선재 독일 보냈으면 하던데.
지수 희망사항. (찬통 뚜껑 닫아 놓고 마주 앉는다)강준형이 절대 못보내지.
인서 (마신다)
지수 담 달에 민우 나갈 때, 선재두 같이 보냄 안되나? 그럼 뭐라구 못할 거 아냐...그렇게 좀 해 봐...이대로는 너무 불안해. 준형 선배는 지금 목표가 있으니까 일단 다 덮구 가겠다는 건데, 그 전에 터질 수두 있어. 어떻게든 잘 좀 구슬러 봐.
인서 그래야겠지.
지수 아, 나...애가 그 지경이 되도록 뭐 했나 몰라.(글썽. 뼈아프고 가슴도 아프고)
음대 연습실. 다음날.
-선재가 들어온다.
-인서, 민우와 서서 얘기 하다가 반색.
인서 어서 와라.
민우 안녕?
선재 어,
민우 나 며칠 있다 나가.
선재 ?
인서 주네브 예심 통과 했어.
선재 아아,
민우 결선 대비해서 미리 가는 거야. 가기 전에 파티 할 건데, 너두 와.
선재 어, 봐서,
민우 갈게요, 교수님.
인서 그래, 내일 보자.
-민우가 나가면,
인서 얼굴이 반쪽이 됐네?
선재 (울컥. 하지만 웃음)
-둘, 앉아서,
인서 힘들 때 한 곡 집중해서 파면 니꺼 돼. 경험이야. 근데 아주 힘들면, 이런 방법두 있어. 유학이나, 연수 같은 거. 니 선생님은 니가 독일 쪽으로 갔으면 하던데.
선재 네?...(신기하다. 나도 독일 좋은데)
인서 걱정 많이 하더라.
선재 저기, 제 걱정 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세요...
인서 (웃음)그래?..그거 잘됐네.
선재 (조금 웃어보인다. 정말이예요)
복도.
-준형이 유리창으로 보다가 간다.
학장실.
-준형과 민학장.
민학장 조인서가, 애들을 끄는 데가 있지. 그래두 어떡해. 자네가 아량을 보여야지.
준형 애가 나쁜 영향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이 돼서요...
민학장 지켜보는 것두 교육이야. 괜히 문제 삼았다간 오해 받기 십상이지. 강준형 조인서, 둘 다 차기 학장 후보루 올라 있는 마당에...
준형 (힐끗)
민학장 와이프랑은 어때?
준형 아무 문제 없어요. 뭐 주변에서 이상한 오해들 하는 모양인데,
민학장 협연날 뒤풀이에 안나타났다구 그러는 거지?
준형 그 상황은 제가 압니다.
민학장 그럼 됐지 뭐.
준형 (된 걸로 칩니다)
민학장 총장 선출 때까지, 학내 분위기 신경 좀 써 줘.
준형 그럼요...
석양. 인서트.
혜원 사무실.
-혜원, 소파 한켠에 앉아 있다. 핸드폰 만지작.
선재 방.
-선재의 피아노 연주. 브람스, 인터메쪼.
-책상 위, 초급 독일어 책, 영어 책,
대성식당. 밤.
-선재가 들어서면, 옥진, 턱으로 구석자리 가리킨다.
-혜원이 등 보이고 앉아 밥 먹고 있다.
-선재, 밥 한그릇 들고 가 마주 앉는다.
-둘, 목이 메면서도 말없이 꾸역꾸역 먹기만.
-옥진이 갖다준 과일도 다 먹고.
선재 차는요.
혜원 회사에.
-한참.
달리는 시외 버스 안. 밤.
-선재, 혜원, 나란히 앉아 있다. 중간 쯤. 혜원이 창 쪽에.
한옥(펜션) 외경. 밤.
-야트막한 담장 안, 불켜진 사랑방이 보인다.
사랑방.
-안채로 통하는 문 열리고 선재가 들어온다. 씻었다. 셔츠와 헐렁한 바지. 입었던 옷은 한손에 들고.
-혜원, 무릎에 담요를 덮고 기대 앉아 있다. 감았던 눈을 뜬다. 곁에 몇 모금 마신 생수병.
(-구석에 옷걸이. 선재와 혜원의 겉옷이 걸려 있고,
-반닫이 위에 1인용 이부자리 두 채와 누비 깔개(요 위에 까는 것), 베개 등.
-반닫이 옆에 선재의 가방)
-선재, 옷을 가방 옆에 놓고, 이부자리 한 채 내려 편다. 접힌 자국 손으로 쓸어가며.
-둘, 깊이 울적하다. 그동안 각자 힘들었고, 그걸 서로 아는데 위로도 못한다. 식당에서 만나는 순간부터 말도 감정도 꾹꾹 눌러가며 제법 멀리까지 왔다. 여자의 남편에게 거의 발각된 불륜 남녀가 감히.
선재 화장실은 마루 지나서 복도 왼쪽에 있구요, 꺾어지면 공동 주방이예요. 냉동만두랑 라면은 공짜. 쌀두 있긴 있는데, 반찬거리는 없어요. 그릇, 행주, 수저 다 깨끗해요.
혜원 그 새 위생 검사두 했어?
-선재, 대답 없이 이불 펴놓고, 베개도 반듯하게 놓고 나서, 요 하나 마저 내리는데...
혜원 니 껀 저 쪽에 펴.
선재 (본다)
혜원 짐승이니?..끌려나가 돌맞을 판에 무슨,
선재 그러죠 뭐. (멀찍이 요를 대충 편다. 이불도 대충 편다)
혜원 니 껀 왜 대충 깔어?
선재 짐승이라. (발로 이불 자락 툭 차고 반닫이 앞에 앉아 가방을 연다)
혜원 (허이구 참)
-선재, 대꾸없이 티셔츠와 바지를 꺼내 혜원 쪽으로 조금 밀어놓고, 충전기, 이어폰 등 꺼내 가지런히 늘어 놓는다.
혜원 내 옷두 챙겼어?
선재 (충전기 집어든다)네...(두리번. 콘센트 찾아 꽂는다)배 안고프세요?
혜원 고파. 터미널 내려서 택시 탈 때부터 출출했어. 걸신이 들렸나봐.
선재 (핸드폰 충전기에 연결하며 힐끗)
주방.
-식탁에서 30대 후반의 남녀(흥신소)가 구운 만두와 맥주를 먹고 있다. 묵묵히.
-선재, 어귀에서 빼꼼 들여다보다 돌아선다.
복도. 밤.
-선재, 사랑방 향하다가 문득 선다. 마당 쪽 본다.
-열려 있는 장지문. 마당이 다 보인다.
-주인의 차 옆에 승용차 서 있다.
-선재, 저 사람들 차구나... 혹시...
-선재, 조심스레 장지문턱 넘어 툇마루로. 사랑방 문 앞에 놓인 혜원의 구두와 선재 운동화를 집어든다.
혜원 집. 밤.
-준형, 혜원의 문자 본다.
혜원 소리 지수랑 있어. 늦을 거야.
-준형, 쓴 웃음. 답전 친다. ‘잘 놀다 와’
펜션 사랑방.
-혜원, 준형의 문자 보는데, 선재가 들어온다. 신발은 어디 감췄는지 빈 손.
선재 사람들 있어서 그냥 왔어요...(미안한 웃음)신발 감췄어요,비싼 거라.
혜원 (픽 웃음)참지 뭐. (담요 걷어내고 선재가 꺼내놓은 옷을 집어든다)화장실 망이나 봐 줘.
선재 네...
라이브 까페. 밤.
(민우 송별 파티 할 곳)
-준형이 들어온다. 주인 한석이 계산대 안으로 들어가려다 반색.
한석 어, 형.
준형 잘 되냐? (손 내민다)
한석 (가볍게 마주 잡고 준형의 등을 감싸며)인맥으루 버티는 거지 뭐...들어가요, 안쪽에 있어.
준형 어,
-안쪽 홀. 영우가 손을 들고, 인주가 돌아본다.
-준형, 다가가 앉는다. 맥주와 마른 안주 등.
준형 같이 있네?
인주 집 앞이잖아.
영우 니 와이프 씹을려구 나오랬어. 우린 오혜원 덕에 안싸우잖아. 한 성질 하는 올케랑 시누이가.
인주 (잔을 들어 보인다)좀 할래?
준형 아니 됐어. (종업원에게)주스 같은 거 하나 줘.
인주 해. 요즘 기분두 좀 그렇잖아.
준형 내가?
영우 혜원인 뭐해?
준형 어어,
인주 한번 같이 나와보지.
준형 (힐끗)일찍 자더라구.
영우 나 이거 진짜 궁금한데, 그날, 뒤풀이 할 때, 너네 삼자대면 했어?
준형 거 참,
인주 뭘? 이 바닥에 아주 없는 일두 아닌데?
영우 아주 없는 정도가 아니라 일상다반사지. 예술적 교감에서 비롯된 사랑.
준형 (웃음)니들 오혜원 모르냐?
인주 그냥 터놓구 얘기 해.(혜원에게 앙심이 있다. 악기 껀으로)
영우 위로 좀 해주겠다는데.
준형 위로는 무슨, (핸드폰 꺼내 보는)
-영우와 인주, 들여다보려 하자 준형, 일어서서 피한다. 가면서 문자 본다.
-영우와 인주,마주 보며, 삐쭉.
-일각. 서서 문자 보는 준형.
남자 소리(트럭남) 혹시 다른 데도 부탁했어요?...아무래도 우리 말고 한 팀이 더 있는 거 같은데...
준형 (미간 좁히는...답전 친다)
한옥 뒤 솔숲. 밤.
-두툼한 잠바 차림 트럭남, 담장에 기대 앉아 문자 본다.
준형 소리 누군지 모르지만, 그쪽, 막아주세요. 증거는 내가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인센티브 드릴게요.
한옥 사랑방.
-낮은 불빛.
-선재, 이불 위에 배깔고 엎드려 핸드폰 두 개(선재 꺼, 비밀폰) 번갈아 보며 뮤직룸 어플 시험해 본다. 한쪽 귀에 이어폰. 열중해 있는 선재 모습 어린애 같다.
-혜원, 모로 누워 선재 물끄러미 본다.
혜원 장난감 재밌어?
선재 (이것저것 터치 하면서)있어보세요...
혜원 뭔데...
선재 (귀 기울여 들어보고는)됐어요.
-일어나 혜원 곁으로.
선재 짐승이지만, 실례할게요.
혜원 (픽 웃음)
-선재, 혜원 곁 맨바닥에 엎드려 사용법 설명.
선재 지금 두 개다 어플 깔았거든요?
혜원 어플 뭐,
선재 보세요, 이리루 들어가면 공유자 이름이 떠요.
-‘집집집’
혜원 왜케 강조해?
선재 한 글자는 인식을 못해요, 이게...암튼, 오혜원은 이걸 집이랑만 공유한다, 그거죠.
혜원 너는.
선재 저는 비밀폰이 아니니까 누가 들어올 수두 있는데, 차단하면 돼요.
혜원 그 담에,
선재 상대방 목록에 있는 거 아무거나 골라서 듣는 거죠. 감상 리플 달 수 있구, 선물두 할 수 있어요.
혜원 (나직히 웃음)넌 나한테 뭐 선물할래.
선재 (음원 리스트 검색하며)말만 하세요. 추억의 노래, 그런 거.
혜원 글쎄...
선재 (본다)90년대 히트곡이라구 쫙 나오는데,
혜원 기억 안나. 즐길 틈이 없었어.
선재 (본다. 왜요?)
혜원 암튼 그랬어...아, 생각 나는 거 있다.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그때 내가 투잡을 뛰었거든? 하나는 학과장 조교, 한국 유학생 담당. 또 하나는, 니가 이상하다구 했던 그 애,
선재 대표라는 사람이요?
혜원 어. 걔 수행원 노릇.
선재 그때부터요?!
혜원 (웃음)어...
선재 (먹먹...)
혜원 (웃음)왜, 웃겨?
선재 (웃음)아니요,
마루.
-복도로 사라지는 그림자(승용차 남).사랑방 문에서 새나오는 낮은 불빛.
뒤꼍.
-사랑방 쪽으로 접근하는 발자국(트럭남).
사랑방.
-벽에 나란히 기대 앉은 둘. 선재 곁에 폰 두 개.
혜원 어...밤마다 걔 클럽 들어가는 거 확인하구, 나올 때까지 근처 까페나 뭐 그런데서 기다렸는데, 단골 클럽 근처, 내가 늘 가던 데서 자주 들은 노래가 뭐냐면,
선재 이상해요...
혜원 (웃음)뭐가?
선재 (먹먹해서 웃음)아녜요. (본다)그래서요?
혜원 되게 허름한 데였어. 그랜드 스테이션 부근이라 손님들 성분두 가지각색이구...거의 다 혼자 와서 한잔씩 얼른 마시구 나가...맨하탄에서 일 마치구 집으로 가는 길에 들르는 사람들이야. 퀸즈, 브루클린...좀 더 멀리 가는 사람들은 기차 시간 맞춰서 좀 오래 앉아 있기두 하구...근데 그 주인이 아홉시 쯤 되믄 늘 같은 노래를 틀어줘..무지 옛날 꺼야. 너두 나두 태어나기 전, 우리 부모님 세대가 젊었을 때 들었겠지...
선재 (가만히 듣는다. 알 수 없는 지명, 상상이 안되는 시간과 공간을 그려보면서)
혜원 한 번 찍어봐봐. 간만에 들어보자.
선재 (폰 집어든다)
혜원 가수 이름이, 비아이엘엘와이 제이오이엘,
선재 (찍는다)
-곡명 주르륵 뜬다. 혜원에게 목록 보이는 선재.
혜원 (들여다 본다)세번째.
-‘piano man'. 선재, 결제, 저장.확인.
-혜원, 양쪽에 이어폰 낀다.
-선재, 플레이 누른다.
-혜원, 곡이 시작되는지, 쓰디쓴 추억에 잠기는 듯, 조금 웃는다.
-선재,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혜원을 본다. 눈물 어린 눈.
-선재, 조심스레 이어폰 한쪽 빼서 꽂는다.
-piano man. 전주 끝무렵무터.
-함께 듣는 둘.
-‘토요일 아홉시야. 평범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앉아 있어...내 옆에 나이든 남자가 말하지. 이봐, 추억을 연주할 수 있어? 어떡하면 되는지 난 잘 모르지만. 그거 슬프고, 달콤하지...
강.밤.
-어두운 강기슭.
-조용히 흐르는 강물.
담장 안 뒤꼍. 밤.
-쭈그리고 앉아 있는 트럭남.
마당.밤.
-승용차 남, 아궁이 속, 혜원과 선재의 신발 폰으로 찍는다.
방안.
-기대 앉은 둘. 손끝으로 박자 맞추며 담담한 슬픔.
-노래 후주. 라라라 리리 라라라...
-선재, 무슨 뜻인지 다는 모르지만, 다들 이러고 살아가니까, 피아노 맨이여, 노래 해달라, 위로해달라, 그러는 게 슬프다. 혜원의 젊은 날과 지금이 함께 그려진다...
-이어폰 빼며 씩 웃는 혜원. 눈물 닦는다. 선재, 눈 앞만.
혜원 산다는 게 다 그렇다잖니.
선재 ...아직 안 늦었구, 저, 매 맞을 수 있어요...다 털어놓구 나오시믄,
혜원 거 참,
선재 사는 데, 그렇게 큰 돈 안 들어요...저처럼 살면 국가경제가 망한다구 하겠지만, 다 저 같지는 않을 거구, 선택할 수 있잖아요...
혜원 (픽 웃으며 본다)니 재능은 썩히구?
선재 아닐 수도 있죠.
혜원 어떻게? 넌 뭘 그렇게 다 아는 듯이 말,(하니)?
-선재, 혜원의 얼굴 감싸쥐고 입맞춘다.
강변. 이른 아침.
-물안개 자욱하거나 말거나.
마당. 이른 아침.
-승용차, 없다.
-선재가 아궁이에서 혜원의 구두 꺼내 툇마루 아래 놓는다.
-방 옆 쪽, 데크.
-선재, 서성이다가 선다.
-방문 열린다. 방금 일어난 혜원, 부스스.
혜원 뭐하니...
-선재, 저 모습, 좋다.
-혜원, 비현실감에 물끄러미 내다보고, 선재, 다가가 문턱에 앉는다.
-방안, 이부자리 붙어 있고, 혜원이 요 위에 앉아 머리를 묶는다.
혜원 배고파. 읍내 나가서 밥먹자.
선재 네...
식당. 아침.
-선재와 혜원, 맑은 찌개와 밥과 반찬을 탐식하며, 툭툭 주고 받는다.
혜원 조인서한테 걱정 하지 말라구 했다며?
선재 네.
혜원 무슨 자신감?
선재 그래서가 아니라, 안된다 해두, 그게 맞으니까요.
혜원 니가 뭘 몰라.
선재 알아서 좋은 거 또 뭔데요?
혜원 할 말이 없네.
선재 점심은 해먹어요.
혜원 뭐.
선재 이제까지 먹어 본 중에 젤 맛있었던 거 말해보세요.
혜원 (힐끗)독일 빵.
선재 패스.
혜원 독일 소세지랑 양배추 절임.
선재 패스.
혜원 그거 만들어 보자. 간단해. 밥이랑두 먹을 수 있구.
한옥 사랑방. 아침.
-비닐 장갑을 낀 트럭남이 숨 죽이고 두 개의 요를 롤러로 구석구석 민다. 증거 채취 중.
-휴지통 들여다 보는 트럭남.
펜션 외경.
-트럭이 멀어져 가고,
식당.
-카운터 앞, 선재가 카드를 내고,
-식탁 앞 혜원, 손거울 보며 입가 정돈하고 일어선다.
-여주인, 카드 긁고 내준다. 선재가 서명.
여주인 이모야, 엄마야?
선재 커플인데요?
여주인 (에?)
-선재, 혜원의 손 잡고 나간다.
-여주인, 고개를 설레설레.
시장 안 야채가게.
-혜원과 선재가 진지하게 양배추, 감자 따위 고른다.
한옥 주방.. 낮.
-선재가 양배추 채썰고 혜원이 찬장 안을 들여다본다.
혜원 (후추 병 꺼내들고 본다)통후추를 갈아 써야 맛있는데.
선재 있는 걸로 맛을 내야 고수죠.
혜원 (힐끗 떠보는)너 외국 생활 잘 하겠다. 유학 가두 굶지 않겠어.
선재 혼자는 안가요.
혜원 (멈칫)
선재 (썰면서)여기저기, 훌륭하다구 소문난 선생들한테, 이멜이랑 동영상 보냈어요. 난 이만큼 치는 사람이구, 이런 여자랑 같이 공부하구 싶은데, 받아 줄 수 있냐.
혜원 뭐?...
선재 영어 못해서 머리 빠개지는 줄 알았어요. 결국 저희 집 건물에 학위논문, 그런 거 대신 써주는 데 가서 좀 봐달라구 했죠...
혜원 (말이 안나와...)
선재 (여전히 써는 채로)협주곡 디브이디랑 오디션 동영상, 한남동 돈으루 만든 거, 잘 써먹어야죠...
혜원 (벙...)
모텔 객실.(법무)
-인겸과 장비서.
장비서 아니요, 오늘은 못봤습니다.
인겸 (갸웃)그래요?
장비서 모녀분은 지금 면회 마치구 오시는 중이구요.
인겸 알았어요.
-장비서, 나가고, 인겸, 곰곰...
-성숙과 영우가 들어오고, 인겸 돌아본다.
영우 뭐야, 얘 안왔어?...
인겸 어. (성숙에게)무슨 다른 일 시키셨어요?
성숙 아니...(소파에 앉는다)
영우 그럼 왜 안나타나? 이런 비상 시국에, 24시간 대기 하는 게 기본이지.
성숙 너두 참, 사람 부릴 줄 모른다. 가끔 쉬게 해 줘야지.
영우 (인겸에게)좀 웃기지 않어? 아버지가 당신 다음으루 혜원이 오랬던 거부터?
인겸 (힐끗 보고는 성숙에게)구속 집행 정지 신청 하려고 합니다. 채널을 단일화 해주시죠.
성숙 채널은 무슨...그런 거 없어요. (전화기 꺼내며 영우에게)넌 어떡할래? 난 잠깐 쉬었다 집에 갈 건데.
영우 (인겸에게)저 두 여자, 뭐 있어. 캐 봐.
인겸 조용히 하지?
성숙 (전화)어, 오대표...
영우 부대표!
인겸 (지그시 탐색)
성숙 좀 쉬었어?..영우가 무척 서운해 하네?
영우 서운한 게 아니라 괘씸한 거지!
사랑방 앞 데크.
-혜원, 성숙과 통화.선재가 옆에 앉아 있다. 자리 피하지 않는다. 담장 밖 풍경을 보고 있다.
혜원 미안하다구 전해 주세요...아니요, 바람 쐬러...네...네...월요일에 뵙겠습니다...(끊으며 쓴웃음)바람 쐬는 게 아니라 피우구 있는 거다, 그치?
선재 그러네요...
혜원 (딴소리. 괜히 둘러보는)저런 거 좀 이쁘게 하지...
선재 (얼핏 돌아본다)
-에어컨 파이프 흉물스럽다.
혜원 참 무신경해...저런 게 다 눈에 안보이나봐...
선재 (조금 웃음)저희 집은 저거보다 백배 더한데.
혜원 다르지! 여기는 감성을 파는 데구, 니 집은, 내가 눈에 뭐가 씐 건데...니 역사 아냐.
선재 저것두 역사죠. 과정이구...다 그런 눈으루 보시믄 되잖아요.
혜원 (그렇구나...무안해서 괜히 시비)너 그런 말 쓰는 거 어색하지 않어? 역사, 과정, 동정, 운명,
선재 뭐가요...사전에 다 나오는 말인데.
혜원 알았어. 고만 좀 가르쳐.
선재 (웃음)제가 뭘 가르쳐요. 오혜원한테.
혜원 계속 그러구 있잖아. 아까부터, 아니 전에두 자주,
선재 그럼 배우시던가.
혜원 허허허...
-사이. 둘, 담장 너머 바라본다...
선재 이멜 보낸 데 중에 한군데라도 연락이 오면 좋겠어요.
혜원 기대하지 마. 결선 입상 까지는 해줘야지. 재단에선 너한테 분명히 바라는 게 있잖니.
선재 (본다)그거야 말로 쌩까두 되지 않나요?
혜원 (얘가...)
선재 인터넷 뒤져보니까 별로 깨끗한 돈두 아닌거 같던데.
혜원 (얘가 어쩌려고 이러나...)지혜롭게 숨으라구 했잖아...가만히 있는 게 날 돕는 거야...
선재 가보셔야죠.
혜원 어, 해떨어지기 전에.
선재 어디더라? 어린 왕잔가?...하루 중에 해 질 때가 젤 힘들다, 뭐 그런 얘기 나왔던 거 같아요...암튼 그렇다고요...
혜원 (씁쓸)내가 그래서 어제 그 식당엘 갔나보다...나이는 먹을만큼 먹어가지구...
선재 (두 팔로 혜원 어깨 안는다)
-정말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혜원 집. 준형 서재. 밤.
-준형, 온갖 상상,
남녀의 은밀한 행위부터
선재의 독일어 영어 시도 및 조인서와의 밀담 장면까지 다 떠올린다..
거실/주방.
-준형이 서재에서 나오다가 멈칫.
-현관 들어서는 혜원과 지수의 나직한 말소리 들린다.
지수 잠깐 보구 가야겠지?
혜원 자는 거 같은데?
-준형, 현관 향한다. 연극에 맞춰주지.
-혜원과 지수, 배추며 대파 따위 채소 자루 거실에 올려 놓는데 준형이 다가온다.
준형 윤지수 오랜 만이다.
지수 (과장되게 반색)우와, 선배...
혜원 이거(채소들) 땜에 태워다 줬어.
준형 어,(짧게 답해주고 지수에게)애들 잘 크냐?
지수 그러엄....근데 좀 심했다. 선배 우리 큰 애 돌 때 보구 안봤잖아.
준형 그러게 말야.
혜원 (못견디겠다. 지수에게)잠깐 있어라. 와인 갖다 주께.
지수 어.
-혜원,얼른 자루 하나 들고 주방으로.
준형 (잠깐 우왕좌왕 하다가)들어와.
지수 아냐, 가야지...밑에 두 놈 차에서 기다려.
준형 그래, 그럼...언제 인서랑 같이 한 번 와.
지수 선배!
준형 응?
지수 양심이 있지, 이걸(남은 자루들) 보구 어떻게 그냥 들어가냐?
준형 어, 그렇구나.(황황히 자루 집어든다)아줌마 나올 줄 알았지. 살펴 가라?(돌아선다)
지수 어...(하다가 눈흘긴다)
주방.
-혜원이 와인 꺼내들고 돌아서는데, 준형이 채소 자루 어귀에 놓으며 힐끗.
준형 (나직)이따 얘기 좀 해.
혜원 ...어. 나간다.
거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준형.
-혜원이 지수에게 와인 병 내민다.
혜원 봉투 없어서 그냥 준다.
지수 됐어...(안쪽 한번 살피고 작게)너, 빨리 정리해. 큰 일 나겠어.
혜원 (조금 웃음. 문 열어 준다)가...
지수 눈빛 봐...
혜원 글쎄 알았다고...
선재 집.밤.
-문간에 서 있는 선재. 나 혼자 왔구나.
-가방 내려놓고 욕실 향하는 선재.
-씻고 나온 선재, 속옷과 양말 넌다.
혜원 침실.밤.
-파우더룸, 혜원, 로션 묻은 손등을 비비며 곰곰 생각. 무슨 말을 하려나.
-준형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가,
준형 멀었나?
혜원 어, 나가...
-혜원, 나와서 앉는다. 무슨 얘길 하려는지...
준형 솔직히 말해 줘. 이선재 말인데,
혜원 ...(선재와 어디까지 갔냐, 이런 건 제발 아니기를)
준형 당신 혹시, 조인서랑 작당하나?!
혜원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준형 니들 둘이 부추겨서 그 놈 외국 보내려는 거 아니냐고...
혜원 작당 한 적 없어.
준형 그러니까 내 말은, (하다가) 분명히 말하는데, 그거, 안되는 거야! 특례입학자 장학 규정에 명시돼 있거든? 유학을 갈 때는 지도교수 동의 및 추천이 있어야 한다!
혜원 그럼 신경 쓸 거 없네, 뭐. 당신한테 달린 거잖아.
준형 (잡지를 집어 던진다)그눔이 나한테 먼저 의논을 했어야지, 그 눔이! 엉?
-바닥에 동댕이쳐진 명품 잡지.
-준형, 일어나 드레스 룸으로.
-숨죽인 채 물끄럼한 혜원. 지수 말이 맞나보다. 빨리 정리해. 눈빛 봐...
-파우더 룸. 준형, 부들거리는 손으로 알약 몇 개 손에 던다. 입에 넣고 물 마신다.
-혜원, 일어서서 문으로.
-혜원, 문 열려는데,
준형 너 아주 나쁜 년이야!
-혜원, 가만히.
-준형, 침대 커버 거칠게 벗기고 눕는다.
-혜원, 나간다.
-준형, 이마에 손을 얹고 숨을 몰아쉬며 잠을 청한다.
거실.
-계단 내려오는 혜원.
선재 방. 밤.
-컴퓨터 앞.
선재 소리 막귀형, 신혼 여행 갔다가 신부를 딴 놈 방에 떨구고 온 거 같아.
혜원 서재.
-혜원, 물끄러미 보다가 답.
혜원 소리 말은 바로 해라. 신부가 아니라 헌부지. 니 신부, 남편 침대에 안 들어갔다에 한 표. 연식 그쯤 된 부부들, 안 해. 우리 큰오빠도 보 니까 그렇더라.(보내기 누르려다 화들짝. ‘큰오빠’를 큰 형으로)
선재 소리 그럴까?
혜원 소리 혹시 아냐? 니 신부도 이미 너를 그리워 하고 있을지?
선재 소리 고마워 형. 별로 위로는 안되지만. 이만.
-나천재 퇴장. 혜원, 물끄러미 본다. 혼자 있을 선재.
선재 방. 밤.
-어둠 속. 침대에 엎드려 우는 선재. 흐느끼다가 엉엉엉...
아트 센터. 이사장실. 월요일. 아침.
-소파에 성숙. 혜원, 서류철 들고 곁에 서 있다. 혜원은 어제 선재와 함께 있을 때 걸려온 성숙의 전화가 목에 닭뼈처럼 걸려 있고, 성숙은, 인제 슬슬 본론을 꺼낼 때라 생각한다.
성숙 주말 잘 보냈어?
혜원 덕분에요...면회 잘 하셨어요?
성숙 어, 뭐...
혜원 회장님은 좀 어떠세요? 두통이 심하시다구 들었는데,
성숙 이랬다 저랬다 하시지 뭐. 전 재산을 다 내놓고서라도 여기서 나가야겠다, 그러더니, 또 금방, 이 서필원이가 이깟 걸로 겁먹을 줄 아냐며 큰소리 치다가...
혜원 불안하시겠죠.
성숙 (본다)참 막연하네? 우리 사이, 그 정도 밖에 안돼? 좀 구체적인 얘길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혜원 궁금하신 걸 물어봐 주시면,
성숙 그러자. 법무 팀이 예상 추징금 액수 말해주던데, 영우 회사 내세워서 챙겨 둔 게 얼마나 돼?
혜원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성숙 그래? 내구두 남지 않어?
혜원 (미소. 난처합니다)
성숙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 전에, 내 쪽으로 옮겨두면 어떨까?...내 편만 하라구 했잖아.
혜원 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서요. 저는 회계전문가두 아니구, 보관만 할 뿐입니다.
성숙 (그래?)
혜원 (네)
복도.
-혜원, 생각에 잠겨 간다.
성숙 소리 잘 생각해 봐. 나는 정보전의 여왕 아니니.
-불안하지만 웃는다.
혜원 사무실.
-혜원이 들어서자, 세진이 일어서며 소파 쪽 가리킨다. 혜원, 본다.
-소파의 다미가 일어선다.
-혜원, 멈칫.
다미 (차분)안녕하세요...
혜원 (당혹감 수습)어머, 다미씨...
다미 뜬금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혜원 나 만나러 온 거야?
다미 네...선재 땜에요.
혜원 (철렁)
-세진,분위기 살피고 나간다.
1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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