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4
(민준) 나는 400년 전에 외계에서 이곳에 왔고 [감미로운 음악]
이 땅에서 400년을 살아왔어
[트럭 경적이 빵빵 울린다]
12년 전에 그때 너를 구한 게 나야
400년 전 그 아이
이 비녀의 주인인 그 아이를 닮았으니까
[민준이 울부짖는다]
그런데
네가 그냥 천송이기만 하다면
난 관심 없어
가!
(송이) 단 한 순간도
내가 좋았던 적이 없었어?
나 때문에 설레었거나
진심으로 내가 걱정되거나
그 여자랑 상관없이
그냥 내가 좋았던 적이
진짜 단 한 번도 없었어?
없었어, 단 한 번도
(휘경) 우리 송이가 싫은 거야?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거야?
천송이를
네 형으로부터 지켜
(민준) 네가 원하는 게 이거야?
이것만 건네주면 다 멈출 거야?
(재경) 누가 감히 나한테 명령을 해!
반드시 널 죽여 버릴 거야!
[무거운 효과음]
우리 민준이 곧 떠납니다
(영목) 혹시 마음이 있으면
이쯤에서 정리하는 게 맞지 싶습니다
(민준) 제가 앞으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잘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민준) 제안을 하려고 왔어
모든 걸 내가 안고 사라져 주길 바라는 거 아닌가?
그쪽이 원하는 걸
내가 하지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는데
(민준) 기분이 어떠냐고요?
[흐느낀다]
[긴장되는 음악]
[철컥거린다]
[송이의 아파하는 신음]
[송이의 비명]
[사이렌이 울린다]
(의료진) 하나, 둘, 셋
[심전도계 비프음]
[사무실이 분주하다]
[휴대전화 벨 소리]
(기자) 어, 왜?
뭐 있어?
진짜야?
죽었어?
대박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키보드를 탁탁 치며] 촬영 중…
(영목) 미치셨어
미치셨어
[긴장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한 숨소리]
웬일이야?
지금쯤
검사를 만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우리 약속대로라면?
[신비로운 효과음]
[우당탕 소리가 난다]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의 힘겨운 숨소리]
[재경의 힘겨운 숨소리]
내가 널
어떻게 할 거 같아?
[힘겨운 숨소리]
[웃음]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의 놀라는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는 신음]
[웃음]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널
죽일 거야
날?
네가?
감히 네가?
그래
내가 널
지금
[신비로운 효과음]
[거리 소음이 들린다]
[재경의 당황한 신음]
[겁먹은 숨소리]
네가
천송이한테 했듯이
똑같은 방법으로 널 죽일 거야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의 놀라는 신음]
[겁먹은 신음]
[울리는 효과음] 죽어!
[활기찬 음악]
[남자1의 당황한 신음] [영목의 놀라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남자1) 아이, 죄송합니다
[영목의 아파하는 숨소리] 괜찮으세요?
(영목) 아, 예, 괜찮습니다
아이고, 아
아, 고마워요
아휴
(영목) 혹시 기억을 지워 버리는 건 안 됩니까?
예? 무슨 기억을 지워요?
아니, 영화 보면 그런 거 있던데, 왜
외계인이 무슨 봉 같은 걸 누르면
사람들 기억이 다 지워지고 그러는 거
그런 건 안 됩니까?
영화잖아요
[불안한 음악] (녹음 속 영목) 아니 시간을 멈추는 능력도 있고
염력도 있고
웬만한 건 다 되시는 분이
왜 그건 없대?
진짜 없어요?
(녹음 속 민준) 없어요
(녹음 속 영목) 하긴 이젠, 뭐 있던 능력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고 [의아한 숨소리]
될 땐 되고, 안 될 땐 안 되고
이젠 뭐, 복불복인 거죠, 초능력도
이거 원, 불안해서…
(민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잘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난 이제 [영목의 한숨]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녹음 속 민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해 주고
(녹음 속 영목) 선생님이 해 줄 수 있는 게 뭔데요?
뭔데요? 예?
혹시라도
그걸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죠?
그건 안 됩니다
(영목) 만약에 선생님 능력으로 누군가를 죽게 만든다면
그때는
그랬어?
그런 거였어?
그런 게 있었어?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도민준을 만나야겠어
[의미심장한 음악]
그쪽이 한 제안
생각해 봤어
(재경) 모든 걸 안고 사라져 주겠다고 했잖아
나쁠 게 없겠더라고
사실은 나도
점점 귀찮던 참이었어
약속만 지켜 준다면
나도 여기서 더 할 이유가 없어
난 잃을 게 많은 사람이거든
만약
당신이 약속을 깬다면…
난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란 걸 알아
(재경) 여러 번 보여 줬잖아
어떻게든 없애 보려고도 해 봤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도 잘 알아
괜히 건드렸다가
재미없을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왜?
난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
약속을 깬다면
당신을 내 손으로 없앨 거야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네 말대로 여러 번 보여 줬으니
잘 알 거야
그래
잘 알아
(은아) 지난번에 휘경이가 얘기한 거요
재경이 처
당신
그 아이 소식 뭐, 아는 거 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범중의 헛기침]
아, 내가 어떻게 알아?
이혼하기 전에
그 아이가 나한테 한 말이 걸려서 그래요
(은아) 나더러 그러더라고요
재경이가 무섭다고
자기를 살려 달라고
[범중의 못마땅한 헛기침]
(범중)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천애 고아나 다름없는 거를
며느리로 삼아 줬더니
다 뿌리치고 도망간 인물이 뭐?
감히 누구더러 무섭대!
[망설이는 숨소리]
당신은 안 그래요?
(은아) 난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재경이가 어렵거든요
뭐 하나 트집 잡을 게 없는데도
어쩐지 휘경이랑은 다르게
조심스럽고
[웃음]
그래서
[헛기침하며] 재경이가 내 후계자라는 거야
그놈은 저, 우두머리 성향을 타고난 놈이야
휘경이하고는 달라
난 어렸을 때 그 일들이 아직도 걸리고…
언제 적 얘기를 하는 거야?
(범중) 그 일은 입 밖에도 꺼내지 말라 그랬지?
(휘경) 다녀왔습니다
어, 이제 오냐?
(휘경) 네
쉬세요
(범중) 응, 그래
(휘경) 아
다음 주말에 큰형 산소 가려고 하는데
시간 되세요?
[헛기침]
(은아) 어
그래
다음 주말에 엄마랑 같이 가자
[옅은 웃음]
[헛기침]
[긴장되는 음악]
"안내"
(휘경) 환자 중에 양민주 씨요
아, 그런 분 안 계십니다
이 병원
환자가 총 몇 명이죠?
네?
그건 왜요?
(휘경) 아니
여기 꽤 큰 병원 같아서요
그런데 이름 듣자마자 찾아보지도 않고
그런 사람 없다고 하니
머리가 굉장히 좋으신가 봐요
[난감한 신음]
무슨 말씀인지…
아무튼 그런 분 없으니까 돌아가 주세요
아
네, 그렇군요
(휘경) 알겠습니다
(선영) 얘기 들으셨죠?
우리 세미랑 송이 같은 영화 출연하게 된 거
아, 예, 어머니
우리 세미가 송이를 강추했다고
(선영) 얘가 이래요
이렇게 착해 빠져서 죽겠어요, 대표님
자기가 송이한테 당했던 거 생각하면
어떻게 이러냐고요
(안 대표) 아니, 송이도 예전에
늘 세미랑 같이 하겠다고 같이 하겠다고
감독이 안 된다고 하니까
아, 세미 안 해 주면 자기도 빠지겠다고 빠지겠다고
아주 생난리를 쳐서 제가 얼마나 골치가 아팠는…
다 지난 얘기죠
아무튼 대표님
신경 좀 써 주세요
네?
아, 지금도 많이 쓰고 있는데
현장에 우리 세미 스태프들
더 보내 주시고요
(선영) 누가 봐도 주인공처럼요
천송이랑 확 차이 나게
아, 엄마
(선영) 그리고요
말 나온 김에 할게요
뭘…
'제2의 천송이'니 뭐니
그런 기사 더 이상 안 나오게 해 주시라고요
'조연의 반란'이니 뭐니
[당황한 숨소리]
(세미) 엄마, 그만해
대표님도 충분히 아셨을 거야
아
굿 뉴스가 있습니다
우리 세미가 오매불망하던 그
옥외 광고
(안 대표) [손가락을 딱 튀기며] 성사됐습니다
[감격하는 신음]
(세미) 정말요?
[세미의 웃음]
[불안한 음악]
(석) 회사에 확인해 보니까
지난해 이재경 상무가 여름휴가를 쓴 게
7월 24일부터 27일까지거든요
그때 핸드폰 기지국이
청평으로 잡혔어요
그런데…
(박 형사) 한유라 쪽은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청평
청평 별장을 알아낸 거 같습니다
조치를 취하셔야 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석) 좀 봐도 되죠?
(남자2) 예
(남자2) 여기는 이재경 상무님 개인 별장입니다
거의 오시지 않아요
(박 형사) 에이
작년 여름휴가도 여기서 보내셨던데?
아
여기서 2킬로미터만 가면 회장님 소유의 가족 별장이 있어요
(남자2) 상무님은 거기서 작년 여름휴가 보내셨습니다
(석) 그럼 여기는 누가 주로 머무르는 겁니까?
상무님이 초청하신 해외 바이어 분들이나
개인 손님들한테 빌려주십니다
배우 한유라 씨 오신 적 있어요?
예, 작년 여름에 왔었죠
(남자2) 어, 백화점 모델이라서
상무님이 빌려주신 거라고 들었어요
씁, 웬 남자랑 왔던데?
(박 형사) 이 남자입니까?
(남자2) 예, 맞아요
[박 형사의 웃음]
(박 형사) 아 기억력 되게 좋으시네
작년에 본 사람 그냥 딱, 어? 알아보시고
[어색한 웃음]
(박 형사) 나 검사님한테 무슨 병 옮았나 봐
(석) 네?
(박 형사) 이렇게 딱딱 들어맞는데
왜 이상하지?
왜 도민준이 아닌 거 같지?
실은
내일 도민준이 오기로 했어요
어디를요? 왜?
자수하겠답니다
예
예?
참…
씁, 진짜 희한한 놈일세
[잔잔한 음악]
(민준) 흘러도 흘러도
끝이 없는 시간을 갖고 있을 땐
단 한 번도 그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민준) 이젠 함께할 수 있는 단 하루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면
가진 모든 것을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려도
그것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압니다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아름다움을 넘어"
(송이) 웬일이니?
서울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이 뜰 때도 있네
도민준
네가 정말 저 별들 중
한 곳에서 왔어?
(송이) 그냥 나 싫다고 하고 말지
별에서 왔다는 둥
그런 소리는 왜 해서
앞으로 난
평생 밤하늘 볼 때마다
네 생각 해야 할 거 아니야
[한숨]
(민준) 그리고 나는
또 압니다
사랑하는 존재가 생기면
두려움 역시 생긴다는 사실을
지켜 내야만 하는 사람을
지켜 내지 못할까 봐
나는 지금 두렵습니다
[촬영장이 분주하다]
[밝은 음악]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네, 여보세요?
(조감독) 여기 영화 '목격자' 팀인데요
아, 네
지금 거의 다 준비 다 돼서 나가려고 하는데
(조감독) 감독님이
메이크업 안 하고 나오셨음 하셔 가지고요
이게 액션 신이라 아무래도…
[마스카라를 탁 내려놓는다]
안 하죠
하겠어요?
안 합니다
(미연) 야
너 꼬라지가 그게 뭐야?
메이크업 자기가 한다더니
안 돼, 숍 들렀다 가자
됐어, 어차피 뛰어내리고 진흙밭 구르고 할 건데
꽃단장해서 뭐 해? 그냥 가
차는?
내가 운전하면 되지, 뭐
아, 모양 빠지지, 그럼
아니, 도 매니저는 뭐 하는 사람이니?
(미연) 어
도 매니저, 잘 만났네
이제 우리 송이 일 안 봐…
안 봐
[엘리베이터 도착음] (미연) 안 봐?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송이) 나 먼저 타고 가도 될까요?
같이 타는 거 피차 불편할 것 같아서요
[부드러운 음악]
(미연) 얘, 너 왜 그래? 싸웠어?
내가 따로 불러서 얘기해 봐?
안 되겠다
내가 불러다가 한마디 따끔하게 해야지
엄마
(미연) 응?
엄마 저 사람 귀찮게 하면
나 저 사람이랑 확 살아 버린다
뭐?
내가 저 사람 많이 좋아해
그래서 고백했는데 차였어
너 미쳤어?
(미연) 아니, 휘경이를 두고…
그러니까
[울먹이며] 나 마음 어렵게 접었으니까
얘
너 울어?
[미연의 놀라는 숨소리]
네가 남자 때문에 울어?
어
(송이) 나 울어
남자 때문에 구질구질하게 울어
그러니까 귀찮게 하지 마, 저 사람
나 방금도 확 매달리고 싶은 거 겨우겨우 참았으니까
(미연) 너 미쳤구나
어
나 미쳤어
[한숨]
(영목) 미치셨어요?
왜요?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아니면
내가 이재경을 죽여야 됩니다
(민준) 죽이든지, 멈추게 하든지
둘 중 하나예요
아니면 천송이가 죽을 수도 있어요
천송이가 형사에게
이재경과 한유라 관계를 얘기했어요
시간이 없습니다
(영목) 아유
(영목) 그러면 하나만 약속하세요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그런 인간 같지 않은 놈 때문에
저 진짜 그 꼴은 못 봅니다
약속하세요
그거라도 하세요
그냥 모르는 척 갈 길 가시라는 제 말
죽어라고 안 들으시잖아요
남은 시간 편하게 계시다가 그냥 가시라는 제 말
귓등으로도 안 들으시잖아요
이거 하나라도 약속해 주세요
[잔잔한 음악]
약속합니다
약속하셨습니다
진짜 이 약속 어기시면
저 선생님 진짜 안 봅니다
[영목의 성난 숨소리]
(석) 이제부터 하는 말은 영상 녹화에 들어갑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동의합니다
(석) 시작하시죠
[긴장되는 음악]
(영상 속 민준) 한유라 씨가 사망한 당일
크루즈에서 찍혔던 사람은
내가 맞습니다
계속하시죠
(민아) 언니, 핫 팩이요
(세미) 응
(세미) 범이 씨
네?
나 대사 좀 맞춰 봐야 하는데
같이 해 줄래?
아, 지, 지, 지금요?
응, 싫어?
아니요, 싫긴요, 몇 신요?
17신?
(범) 예
(세미) '당신'
'날 놔주는 게 좋을 거예요'
'곧 형사들이 와요'
'그 입 닥쳐'
(세미)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범) '사랑?'
'너는 날 사랑한 게 아니야'
'내 번듯한 외모와 재력을 사랑한 거겠지'
'그렇지만…'
'그런 변명은 지옥에서나 듣지'
바이, '짜이젠'
탕! [선영의 웃음]
[웃음]
[범의 웃음]
'바이, 짜이젠'이 어디 있어?
아, 죄송
애드리브 해 본 건데 이상해요?
[한숨]
[미연의 힘겨운 신음]
(미연) 세미 저게 너를 왜 추천했겠니?
이제 자기가 주연이라 이거야
그거 네 눈앞에서 뻐기고 싶은 거지
자기 엄마는 그 모양이지만 저건 착한 줄 알았더니
저게 더하네
(송이) 엄마
나 대사 외워야 돼
네 대사가 뭐가 있다고 외워?
(미연) 딱 세 글자네
'거기 서'
액션이 많잖아
하, 로맨스는 세미가 다 따 먹고
넌 아주 발 차기만 실컷 하게 생겼다
(미연)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것들은
의자 하나를 안 갖다줘?
[다가오는 엔진음]
[놀라는 숨소리]
[경쾌한 음악]
역시
[감격하는 숨소리]
저기 천송이 씨 앞으로 다 놔 주세요
[감독의 웃음]
(휘경) 오셨어요, 어머니?
(미연) 응, 어서 와
(송이) 너 여길 어떻게…
엄마가 얘기했어?
(미연) 어?
아, 묻길래, 촬영장 어디냐고
이게 다 뭐야?
(휘경) 아휴, 쯧, 감기 들겠다
[못마땅한 숨소리]
(미연) 아무튼 돈도 써 본 사람이 쓸 줄 안다고
고맙다, 휘경아
우리 송이 기가 확 살겠어
[미연의 웃음] 어유, 그래야죠
천송이가 기가 죽으면 천송이인가요?
[미연의 흡족한 숨소리]
와서들 먹으라고 해야겠네, 응?
[미연의 웃음]
(송이) 뭘 이렇게까지 해?
아, 스태프들한테 우리 송이 잘 찍어 달라고 아부해야지
아참, 같이 하는 배우 누구야?
[잔잔한 음악]
- (범) 누나 - (민아) 언니
(휘경) 세미였구나
같이 하는 배우가
(송이) 응
실은 나도 알아
세미가 많이 좋아한다며?
근데 분위기 왜 저래?
조금이라도 빨리 마음 정리하게 해 줘야지
나도 그랬어야 했던 거지?
늦었어, 너는
[한숨]
(휘경) 오늘 저거 찍어?
(송이) 응
시간 되면 보고 가
내가 오늘 액션 영화의 새 역사를 쓸 거거든
[스태프1이 지시한다]
[의미심장한 음악]
(미연) 어서 오세요
배고팠죠? 아유, 그래요, 먹고들 해야지 [스태프2가 호응한다]
자, 저쪽 가서 드세요
[스태프들이 저마다 말한다] 맛있게 드세요 오늘 천송이가 쏘는 거예요
- (스태프3) 네, 고맙습니다 - (스태프들) 잘 먹겠습니다
(스태프4) 감독님 많이 좀 드셔야죠
(스태프5) 아이, 이게 뭔 일이래?
- (스태프6) 맛있게 드세요 - (스태프7) 예 [스태프8의 웃음]
[스태프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스태프9) 맛있게 드십시오
(미연) 많이 드세요, 감독님
- (감독) 아유, 감사합니다 - (미연) 네, 네, 드세요, 네 [스태프들이 인사한다]
- (미연) 네, 드세요 - (스태프들) 잘 먹겠습니다
[스태프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한숨]
와서 좀 먹지 그래?
됐어
그래?
그래, 그럼
(선영) 그런데
좀 그렇지 않아?
뭐가?
아니
주연도 가만있는데
조연이 너무 나대는 거 같아서
(선영) 어휴, 뭐야, 유치하게?
먹는 걸로 사람들 환심 사려는 거야?
[피식 웃는다]
(미연) 있잖아 처음이라 잘 모르는 거 같은데
네 딸 진짜 주연 만드는 법 가르쳐 줄까?
뭐?
대사 몇 줄 더 많다고 주인공이 아니야
여유를 가져
(미연) 그렇게 초조해하면 다 티 나잖아
네 딸은 감이 아닌데
주인공 자리에 세워 놓고 바닥 들킬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거
(미연) 어머, 조감독님
가서 식사하세요
[어이없는 신음]
[한숨]
(감독) 타이트하게 들어가야 될 거 같아, 이거는
[휘경의 한숨]
너 안 무서워?
아, 무섭긴 하지
아, 그래도, 뭐 최악의 경우 죽기밖에 더 하겠냐?
야, 너는, 쯧
그게 할 소리냐?
아, 걱정 마, 안 죽어
이따가 저녁 같이 먹자 내가 맛있는 거 살게
[한숨]
(무술 감독) 한번 올려 봐
[송이의 힘주는 신음]
[한숨]
내려 봐
어때, 괜찮아?
네, 저…
(무술 감독) 그, 중간까지만 떨어지면
와이어 당겨 줄 거야
(감독) 그렇지, 어
(무술 감독) 그리고 착지하는 건 풀 숏 찍을 때 그때 다시 찍자고
음, 네
(무술 감독) 이 컷에서 중요한 거는
뛰어내릴 때 멋있게 뛰어내리는 거
- (감독) 그렇지 - (무술 감독) 그게 중요한 거야
네
(무술 감독) 자, 긴장해
[긴장되는 음악]
[긴장한 숨소리]
[도르래가 드르륵거린다]
(신) 새어 나갔을 위험은…
- (신) 네 - (휘경) 형
(재경) 응
[삐걱 소리가 난다]
[쿵 소리가 난다]
뭐야?
뭐 해? 얼른 당겨!
[송이의 신음] [긴장되는 음악]
[놀라는 숨소리]
(미연) 이게 뭐야?
왜, 왜 이래?
왜 저러는 거야?
[툭 소리가 난다]
[비명]
[비명]
휘경아!
[힘없는 신음]
[소란스럽다]
[미연이 털썩 쓰러진다]
(무술 감독) 천송이 씨
야, 만지지 마
만지지 마, 만지지 마 구급차 불러
[사이렌이 울린다]
[흐느끼며] 휘경아
[사무실이 분주하다]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왜? 뭐 있어?
진짜야?
죽었어?
대박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키보드를 탁탁 치며] 촬영 중…
[쓸쓸한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다가오는 발걸음]
(은아) 세미야
이거 뭐니?
어떻게 된 거니, 우리 휘경이?
어머니
어허, 그, 수선 떨지 말아요
그, 보는 눈들도 많은데
[흐느끼는 숨소리]
[범중의 한숨]
[헛기침]
[심전도계 비프음]
(미연) 우리 송이는
왜 수술 못 들어가는 건데요, 선생님?
비장 파열로 출혈량이 많은데
(의사1) 환자가 외상도 입었기 때문에
수혈 확보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항체 선별 검사 결과
천송이 씨는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예?
(의사1) Rh 혈액형의 일종인 특이 혈액형 E형으로 확인됐는데
이게 워낙 특이한 항원을 가진 혈액 타입이라
저희 병원에서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요
뭐, 알아보긴 하겠지만 워낙 급한 상황이라
가족분들 모두 혈액 검사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가족분은 안 계십니까?
[미연의 거친 숨소리]
[홍 사장의 당황한 숨소리]
(혁) 아휴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
(철수) 아, 어쩌다가?
(혁) 아, 근데 이런 기사에도 악플이 달리나?
(철수) 그러게, 참
- (혁) 아휴 - 내 이것들을 그냥…
[혁과 철수가 만류한다] (홍 사장) 아, 놔 나 이것들 다 고소해 버릴 거야
(철수) 아, 참아요, 사장님 왜 그래, 진짜
- (홍 사장) 하, 진짜 - (혁) 에이
(학생1) 야, 천송이 사고 났대
(학생2) 완전 쌤통, 밉상이었는데
(홍 사장) 야
(함께) 너희들이 인간이냐?
나가!
(홍 사장) 우리 만화방 출입 금지야
(함께) 나가!
(혁) 이 새끼들이 진짜, 쯧
(철수) 아이, 참아, 예? 나 보고 참아
[홍 사장의 한숨] 응? 봐 봐
- (홍 사장) 하, 진짜 - (철수) 봐 봐, 예?
(여자2) 오빠, 천송이 사고 났대
촬영하다가 와이어 끊어져 가지고
[긴장되는 음악] [여자2의 놀라는 숨소리]
(남자3) 많이 다쳤나 본데? 위독이면
(민구) 어디래요?
어디래요, 병원!
[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린다]
[민구의 가쁜 숨소리]
(미연) 너도 나도 안 맞으면 어쩌라는 거야?
하, 우리 송이
어쩌라는 거야?
(윤재) 다른 병원에 더 알아본다고 하잖아
[미연이 코를 훌쩍인다]
[미연의 한숨]
[뛰어오는 발걸음]
[슬픈 음악]
[민구의 거친 숨소리]
[미연의 놀라는 숨소리]
송이 아빠
송이 엄마, 우리 송이는?
[코를 훌쩍인다]
[미연이 흐느낀다]
(박 형사) 뭐야? 너무 쉽네
물어보고 말 것도 없이 다 자기가 했다고 하니
씁, 이게 다 사실이면
긴급 체포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검사님?
[한숨]
변호사라는 양반은 따라와서, 뭐
한숨만 푹 쉬시고
뭐라고 말 좀 하세요
좀 쉬었다 하시죠
[박 형사의 어이없는 숨소리]
(박 형사) 그럽시다
(영목) 뭐, 음료수라도?
(민준) 괜찮습니다
[한숨]
도민준 씨
네
지키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겁니까?
(석) 아니면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겁니까?
완벽한 거짓말로
자기 자신을 코너에 몰아넣은 이유가 뭡니까?
당신이 뭘 위해서, 누굴 위해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당신 때문에
누군가의 죄가 덮일 수 있어요
(박 형사) 검사님
일 났어요
천송이가 이거 촬영하다 사고가 났다는데?
어? 위독하다는데? 이거 봐 [긴박한 음악]
실시간 검색어 1위, '천송이 위독'
맞다, 천송이 씨랑 친하시잖아요
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이 양반이 사람 말하는데 어딜 뛰쳐나가고…
도민준 씨!
도민준 씨 벌써 나갔어요?
네? 누구요?
조사받던 도민준 방금 안 나갔냐고요
안 나왔는데요?
뭔 소리야?
방금 저 문 벌컥 열고 나왔잖아요
(직원) 아니에요
형사님 나오기 전에 아무도 안 나왔어요
제가 계속 지켜봤는데요?
뭔 소리야?
방금 저 문 딱 열고 나왔는데
(직원) 아니, 안 나왔다니까요?
[박 형사의 답답한 숨소리]
(박 형사) 내 눈이 이상해진 거야?
도민준 씨 이쪽에 들어왔어요, 지금?
아니요
나갔잖아요, 방금
그러니까
나갔는데
없어요
(박 형사) 조금 전까지 있었는데
없어
근데 나 이 상황이 왜 이렇게 낯설지가 않냐?
(박 형사) 야, 도민준! [긴장되는 음악]
검사님
나 미친놈 소리 듣더라도
확인 좀 해야겠어요
(박 형사) 여기, 여기, 여기, 여기
봐
여, 여기서, 여기서 나갔는데, 어?
봐요, 봐 봐
[마우스 조작음]
여기선 안, 여기서는 안 나와
어? 야, 이거
아니, 무슨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뭐…
[박 형사의 기가 찬 신음]
아, 나 여기 지금 소름 돋는 거 봐 봐요
나 지금 여기 소름 돋는 거
야, 이 자식 뭐야, 이거?
해리 포터야, 해리 포터?
아니, 갖고 노는 거야? 진짜…
(박 형사) 얘기를 해 봐요
뭡니까?
마술?
그런 거예요?
고도의 눈속임, 어?
자기가 뭐, 이은결 친구야?
[한숨]
[탁자를 탁탁 치며] 아니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
잘못 보셨겠죠
환장하겠네
CCTV에 딱 찍혔다니까요
이쪽 문을 열고 나갔는데
(박 형사) 문밖엔 안 나타나
사라졌어요, 마법처럼
(영목) CCTV가 고장 났나 보죠
불량이거나
진짜 이러실 겁니까?
[한숨]
연락해 봐요, 어디 갔는지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 간 건지
[한숨] [박 형사의 답답한 숨소리]
나 지금 무슨 꿈 꾸고 있는 거 같아
[의미심장한 음악]
(영목) 미치셨어
미치셨어
[심전도계 비프음]
(의사1) 저…
아버님 항원이 천송이 씨와 일치하는 걸로 나왔습니다
수술 준비하라고 해 주시고 [간호사가 호응한다]
아버님은 바로 채혈실 가셔서 수혈 준비해 주십시오
(민구) 예, 예, 가겠습니다
[손을 탁 잡는다]
갈게, 걱정하지 마
[미연의 긴장한 숨소리]
[걱정스러운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한 숨소리]
웬일이야?
지금쯤
검사를 만나고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우리 약속대로라면?
[신비로운 효과음]
[우당탕 소리가 난다]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재경의 힘겨운 숨소리]
내가 널
어떻게 할 거 같아?
[힘겨운 숨소리]
[웃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의 놀라는 신음]
[웃음]
[재경의 거친 숨소리]
널
죽일 거야
날?
네가?
감히 네가?
그래
내가 널
지금
[신비로운 효과음] [긴박한 음악]
[거리 소음이 들린다]
[재경의 당황한 신음]
[겁먹은 숨소리]
네가
천송이한테 했듯이
똑같은 방법으로 널 죽일 거야
[재경의 놀라는 신음]
[겁먹은 신음]
[울리는 효과음] 죽어!
[힘겨운 신음]
[안도하는 숨소리]
넌 날 못 죽여
난
알거든
내가 죽으면
너도 죽게 된다는 걸
[웃음]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불안한 음악]
(영목) 혹시라도 그걸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죠?
그건 안 됩니다
만약에 선생님 능력으로 누군가를 죽게 만든다면 그때는
선생님도 죽게 되신다면서요?
(녹음 속 영목) 그래서 누군가를 해하지도 않고
잘 참고 살아오신 거 아닙니까?
아무리 죽이고 싶게 미워도
그 마음을 실행에 옮기면 절대 안 됩니다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놈 죽이자고
선생님이 죽을 수는 없는 겁니다
[긴박한 음악]
[웃음]
설마 목숨까지 버려 가면서 날 죽이려는 거야?
(재경) 우리 그렇게 각별한 사이였나?
난 너에 대해서 다 알고 있어
네 비밀
네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너의 치명적인 약점이 뭔지
전부 다
네가 외계인이라고 해서 목숨이 여러 개는 아닐 텐데
하나뿐인 목숨을 설마
나에게 쓰려고?
널 죽여서
널 멈출 수 있다면
내가 죽어도 상관없어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 천송이도 죽어!
[신비로운 효과음] [재경의 겁먹은 신음]
[떨리는 신음]
[긴박한 음악] [재경의 거친 숨소리]
내가 죽으면
지금 병원에 있는 천송이도 죽어
내가 너 같은 놈하고 게임을 하면서
그런 안전장치 하나 안 해 놨을 거 같아?
날 죽여도
날 멈추지 못해
[재경의 힘겨운 숨소리]
내가 죽으면 너도 죽고!
그럼
아무도 그 여자를 지켜 줄 수 없을걸?
그래도
괜찮겠어?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는 숨소리]
[비명]
[재경의 비명]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는 신음]
[재경의 거친 신음]
[긴박한 음악]
[놀라는 신음]
[재경이 쿨럭거린다]
[재경의 거친 신음]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천송이가 무사하길 기도해
그 여자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널 죽이러 다시 올 거야
잃을 게 많다고 했지?
(민준) 하나씩 잃게 되는 기분을
맛보게 해 주지
마침내
모든 걸 잃게 해 주지
[떨리는 숨소리]
파멸이 뭔지
똑똑히 알게 해 주지
네가 감히…
네가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도
내가 알게 해 줄게
[심전도계 비프음]
(의사2) 아, 일단 수술은 잘 끝났는데
출혈량이 많았고요
폐부종이 같이 와서
호흡이 안정될 때까지는 산소 호흡기를 사용하고
경과를 지켜봐야 될 거 같습니다
(미연) 생명엔요?
생명엔 지장 없는 건가요?
조금만 지켜보시죠
(의사2) 이틀 안에 정상 호흡으로 돌아오면
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민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고마웠어
우리 송이
당신이 살렸어
그만 갈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좀 부탁할게
송이 깨는 거 보고 가
(민구) 내 얼굴 안 보고 싶어 할 텐데
당신은 늘 그게 문제야
(미연) 사람 마음을 그렇게 몰라?
우리 송이
얼마나 자기 아빠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
나타나지 말란다고 진짜
한 번을 안 나타나냐?
나보다 독한 건
당신이야
[부드러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너 아빠한테 가서 인사 안 해?
난 아빠 없다며?
사진 한 장 안 남길 땐 언제고
(송이) 아빠
(송이) 어렸을 때 난
무서울 때마다 아빠를 불렀어요
(스태프10) 큐!
아빠
(송이) 그런데 나 이제
다른 이름을 불러요
도민준
[애절한 음악]
(송이) 처음으로
아빠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뭐든 다 같이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송이) 그 사람이 가라고 아무리 밀어내도
걸음이 안 떨어져요
싫어지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싫어지지 않아요
자꾸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슬픈 꿈을 꿔요
[부드러운 음악]
(송이) 자꾸만
슬픈 꿈을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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