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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회 14


 

혜원집 음악실..

-선재 혼자 소파에 앉아 있다.

-바깥쪽에서 사람들 떠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지만누가 가고 누가 왔는지 모르겠다좀 전까지 양 옆에 준형과 혜원이 앉아 있었다는 것 말고는.

-문이 조금 열리고 종수가 들여다본다떠드는 소리 좀 더 크게 들린다.

 

종수 야...(대답 없자어라들어서서 문닫는다)이선재,

선재 네, (선다)

종수 너너무 오래 멍때린다?

선재 아아...(그랬나봐요)

종수 나가봐민우 환송회 2차 여기서 하구 있어.

선재 저기 형,

종수 뭐,

선재 제 옷 좀 갖다 주실래요?

종수 뭘 갈아 입어...

선재 (간곡)아니요,

종수 (그럴만도 하지)알았어.

-종수나가고선재막막하다악몽 속편.

 

거실/주방.

 

-소파에 가득 둘러 앉은 준형 부부인서 부부와 정희한석이 왁자지껄 웃음고교 시절 어떤 선생님 얘기를 하는 듯. ‘이러구(귀 잡힌 시늉)끌려 갔잖아’ (한석) ‘교문에서부터’(혜원) ‘애들이 창문에서 다 내다 보구’(지수) ‘대박 웃겼지’(인서), ‘살려주세요그러면서’(정희), ‘한심한 놈’(준형)...

(앉은 위치는준형이 1인용 소파혜원은 그 곁 바닥에 앉아 준형의 소파에 살짝 기댄 자세. 3인용에 지수와 인서 정희나란히한석스툴에)

-탁자 위에 와인과 안주 접시정희 앞에만 주스(차 때문에).

-문이 열려 있는 혜원 서재에서 민우와 세진이 잡지를 보며 뭔가 얘기 중인 모습이 보이고주방에선 미순이 접시에 뭔가를 담고,

-종수가 계단 끝에 놓인 선재의 옷을 집어 음악실로 가는데,

-준형이 종수를 부르고다들 아랑곳없이 계속 떠든다(그런 것 같지만 정희와 지수가 각기 다른 뜻에서 혜원 눈치 살핀다)

준형 어종수야선재 깨워라.

종수 (멈칫)?

혜원 뭘놔 둬.

준형 아냐나와서 인사 해야지.

종수 ,

 

음악실.

 

-선재가 등보이고 서서 급히 바지를 올려 단추를 채우고종수가 오디오 앞

에 엉거주춤 앉아 씨디들을 건성 살피며,

 

종수 너 잠깐 잠든 걸로 돼 있으니까 알아서 해.

선재 네.

종수 야너 근데 왤케 바짝 쫄았냐아까부터?

선재 쫀 게 아니라, (준형의 옷을 집어 소파 팔걸이에 걸쳐놓고 급히 나간다)

종수 (자식쯧쯧)

 

거실.

 

-드높던 얘깃소리 웃음 소리가 잦아들면서,

-선재가 좌중을 향해 꾸벅 절.

 

한석 오오너구나?

선재 (얼핏 보며 목례뉘신지는 모르지만)

혜원 (한석에게)맞어너만 첨 보는 거네?

준형 (혜원 어깨에 손을 얹은 채)잘 봐 둬뒤풀이 후원 없체 사장님이시다.

선재 (그 손 좀 내리시지)

한석 우리 가게 와서 이름 말해공짜로 주께.

정희 (손을 들어 보이는)안녕우린 구면이지?

인서 인터뷰 했다며,

한석 그런 거 재미없지?

선재 (일일이 응대 할 수 없어 시선 떨구고 서 있을 뿐인데)

준형 그것두 다 공부야일루와 앉어.

지수 (손을 들며)라면 먹을 사람!

인서 나,

혜원 (얼른 일어서며 서재 쪽 향해)너네두?

 

-혜원 서재 쪽고개 내민 세진과 민우종수.‘

 

혜원 (주방으로 가며)아주머니...

미순 (통조림 뜯다가 밀어놓고)...

-주방들어서는 혜원등 뒤가 당긴다.

-선재가 준형 옆 스툴에 앉고 있다다들 뭐라뭐라 선재에게 한마디씩 하느라 시끌짝민우와 종수도 다가가 앉고,

-커다란 들통을 불에 얹는 미순라면 봉지 뜯는 혜원세진이 다가온다.

 

세진 제가 할게요.

혜원 아냐아냐종수 심심하잖어.

세진 (애 쓰시네요)

 

-거실사람들 속섬처럼 앉아 있는 선재.

혜원 집 외경.

 

-흥겨운 소음민우의 가벼운 연주 소리와 함께 웃고 떠드는 소리 흘러나온다.

 

혜원 집 거실주방/음악실.

-거실방방이 문 다 열려 있다음악실에서 민우연주 중.

-계단 옆 복도식당 쪽에서 나오는 준형들냅킨으로 입을 닦거나 물잔을 들고.

-식당세진빈 라면 그릇들 국물 비우고 포개서 쟁반위에 얹는다종수가 거든다위의 수저며 김치 그릇들 모아 주는선재엉거주춤 행주 두 개 들고 서 있다.

-주방미순이 과일을 씻고혜원와인 셀러를 연다.

 

세진 (작게)놔두구 가 봐교수님 또 부르기 전에.

선재 아니요,

혜원 (다 들려화이트 와인 두 병 들고 라벨 살피는 척)냅 둬.

세진 네.

선재 (혜원 힐끗)

-거실준형이 떠들고정희는 주방의 혜원 동정 살피는.

 

준형 글쎄오중주를 하는 건 좋은데레파토리가 선재랑 맞질 않아요브람스가 드보르작을 높이 평가하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지만솔직히 뭔가 뽕끼가 있지 않냐?

한석 에이무슨,

인서 감상적이라는 거야?

준형 감상이 아니라 애상이지 마,아주 그냥 쥐어짜잖아.

지수 개인의 취향이지 뭐.

준형 내가 지금 취향을 말하는 게 아냐.

-혜원,나온다.

 

혜원 가벼운 걸로 마감해. (간다)

준형 앉지 또 어디 가.

혜원 (계단 쪽으로)이 딲으러.

준형 대충하구 내려와.

정희 (본다)

준형 그러니까 내 말은구성주의에 애상을 우겨 넣어가지구 뽕짝이 돼버렸단 거야.

인서 (마개 따고 오프너 박는다)

한석 그걸 그렇게 말하믄 안되지.

지수 한석이 너 신기하다난 다 까먹었어.

정희 (주방 쪽 힐끗)

 

-계단 올라가는 혜원.

-계단 굽이 유리벽 저쪽식탁 위 박박 닦다가 고개 드는 선재.

-혜원굽이 돌아 이층으로.

-선재다시 닦는다.

 

침실.

 

-혜원들어와 파우더 룸 향하다가 멈칫.

-침대 위리흐테르가 엎어져 있다.(3분의 지점)

-선재가 봤구나!

 

주방.

 

-선재종수세진과 함께 치워진 식탁에 앉아 있는데,

 

준형 선재야!

선재 (엉거주춤 일어선다)

세진 거 봐.

침실.

 

-혜원무릎에 책을 펼쳐 얹은 채 물끄럼...(P.197에 새로운 밑줄)

 

선재 소리 우리는 차를 타고 떠난다피아노를 실은 차가 뒤따른다전염병을 피하듯고속도로를 피해서 달린다어느 작은 도시 귀퉁이에서 연주를 한다극장이 될 수도 있고학교가 될 수도 있다정말 좋은 점은사람들이 속물 근성 때문이 아니라오직연주를 들으러 온다는 것이다...

 

-책장 넘기는 혜원눈이 멈춘다또 다른 밑줄.

 

선재 소리 나는 미친 놈이 아니다...정상이다...그런데 어쩌면 미친 놈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혜원눈 앞을 본다눈물 그렁.

-노크 소리.

 

혜원 (황황히 책을 접어 내려 놓는다).

 

-지수가 들여다 본다.

 

혜원 (웃음)나 또 찾어?

지수 (이것아...)이게 뭐야...감당두 못할 거면서...

혜원 그러게.(눈물 후두둑)

거실.

 

-준형이 선재의 어깨를 감싸안고 한 말씀 중.

-지수와 혜원이 내려온다준형이 옆에 앉으라 손짓하고혜원준형 곁에 앉는다.

-웃으며 잔을 드는 준형과 혜원.

-숨죽여 견디는 선재.

서회장 집 서재.

 

-인겸이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 들여다 보고(비서의 이메일), 소파의 영우와 성숙차를 마시며 인겸의 눈치 살피는.

-이윽고,

 

인겸 우선 내일부터 기사 조금씩 나갈 거예요타이틀은, ‘서한 재단 연루설’, 내용은국내 예술 재단 운영 실태와 외국 사례 비교그런 게 될 겁니다.

성숙 (웃음)무슨 소리야?...

인겸 놀라실 거 없습니다분위기 조성이죠실명 거론 없이오혜원이가 자신을 겨냥 하고 있다는 것만 알면 되니까.

성숙 말 좀 이쁘게 해 줘내가 뭐 감추는 거라두 있는 거처럼 몰아가지 말구.

인겸 그럼 된 거죠.

영우 그래서뭘루 그 앨 찔리게 할 건데?

인겸 학력 및 경력 중에 문제 삼을 만 한 건대학원 시절 뉴욕 휘트니 미술관 인턴쉽 근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예요.

영우 그건 아닌데내가 알지같이 살았는데.

인겸 (본다.너 딱해)

성숙 기구 아니구가 뭐 중요하니사람들 뇌리에 일단 박히면 되는 거지?

영우 글쎄 그 정도로 걔가 겁을 먹겠냐고.

인겸 일단 띄워 보고 반응 보죠.

성숙 (무선 전화기 집어 내선 번호...)그거김전무 갖다 드려......(끊으면)

영우 뭘?

성숙 문건이 하나 있지경고용으로 정리해 둔 거.

 

-장비서가 서류 봉투 들고 들어온다.

-인겸이 봉투 받고장비서 나간다.

 

성숙 오혜원 비리 목록이야.

인겸 (찬찬히 본다)

영우 혜원이두 알아요?

성숙 아니사람 통해서 이선재 여친이라는 애한테만 보여줬어니 애인 뺏어간 여자가 이런 사람이라구.

영우 진짜 치사하다애들까지 써먹냐. (전화기 꺼내며)죄 받어요.

성숙 어차피 다 죄 덩어리야한 숟갈 더 먹는다구 어떻게 되겠어?

성숙 (인겸에게)

영우 (문자 본다...)난리 났네.

성숙 뭐니?

영우 (보여준다)얘들 연기가 아주 죽인다는데?

성숙 (본다)

정희 소리 오혜원 강준형둘이 지금 천상의 커플 연기 중.

혜원 거실/주방.

 

-음악실민우의 흥겨운 연주.

-혜원 서재에서 내다보는 정희.

-인서,한석과 지수가 얘기 중(드보르작 오중주난 보로딘하구 리흐테르 께젤 좋던데특히 1악장피아노 파트는 3악장이 죽이지피날레도등등)이고,

-취한 준형과일 한쪽 찍어 혜원에게 내민다혜원손으로 받으려 하자준형굳이 입에 넣어주려,

-선재일어나 간다비켜 드리지.

-혜원입으로 받아 먹으며무참한.

 

서회장 서재.

 

성숙 그거 보여 줄려구 집으루들 불렀겠지너두 가지 그랬니?

영우 (핸드폰 집어 넣으며)재미없어요.

인겸 이걸 토대로 구체화 해보죠.

성숙 정기 감사 결과랑 대조해 봐참고가 될 거야.

인겸 (봉투에 넣으며)그러죠...두 여성 동지께서는 당분간 팀웍 지켜 주세요.

성숙 그래야지.(영우에게 손 내민다)

영우 (마주 잡는)

성숙 화목하다그치?

 

혜원 거실/주방.

 

-주방식탁의 세진과 종수주스 한잔씩 들고 거실 쪽 보며 나직나직미순도 조리대 위 정돈하며 힐끗.

세진 불안해서 못보겠다...그거 땜에 저러는 거니?

종수 아니면 뭐겠냐학장한테 조종당하는 거야불쌍하지.

세진 오실장님이 더 안됐지 않어?

-거실민우의 연주.

준형 (인서 잔에 술 따른다흘려가며)너는 애들한테 저런 것좀 하지 말라 그래.

인서 (준형 손 받쳐 주며 웃음)...

준형 뭐냐정통 째즈두 아니구,

인서 (선다)알았어, (음악실 쪽 향하며)민우야!

 

음악실.

 

-민우연주 멈추고소파의 선재가 일어선다인서가 문간에서,

 

인서 너두 여깄었어?

선재 네.

인서 곧 갈 거야좀만 참어.

선재 (진심 고맙다)

민우 왜요교수님?

인서 강교수님이 정통 클래식 치랜다.

민우 (웃음)좋죠. (작은 별 변주곡 시작하며)정통 클래식.

 

-민우계속 연주하고,

-인서선재 한번 보고 간다선재앉는다.

 

거실.

 

-작은별 변주곡 울려 퍼지는 가운데인서가 온다.

인서 됐수?

준형 선재 거깄냐?

한석 제자 되게 밝히네.

인서 지들끼리 놀게 둬.

준형 그 넘은 내 얘기 좀 들어야 돼. (일어셔려다 풀썩)

지수 선배 취했다.

혜원 (뼈아프다내꾀에 내가 넘어간 거지)

 

-준형과 인서들민우 연주에 대해 얘기하고(인서너무 이쁘게 친다는 게 흠이라면 흠지수인제 달라지겠지혼자 객지 생활 하다보믄준형그게 달라지냐등등)

-혜원선재가 무섭게 혼난 뒤 저 곡을 쳤었지...

 

회상.

 

-작은별 변주곡 연주하며 혜원 기색 살피는 선재.

-선재 등 뒤에 앉아 혼자 웃는 혜원.

음악실.

 

-민우연주하고,

-선재 역시 그 날 밤 생각.

-어느 새지수인서한석세진종수들어와 듣고 있다.

 

음악실.

 

-민우 연주 마치면 다들 박수.

-민우일어서서 인사하고선재에게 피아노 앞에 앉으라 손짓너도 해.

-선재선다인서본다니가 할 말이 있지?

거실.

 

-준형과 혜원만 남아 있다.

 

준형 이선재너두 보여 줘!!

혜원 (외면처참하다)

 

음악실.

 

준형 소리 보여 주라고!!!

 

-피아노 앞의 선재건반에 손 얹는다불쌍한 그녀를 위해.

거실.

 

-준형옆으로 고스라지고혜원물끄러미 보는데,

-선재의 연주 들려온다.

 

음악실.

 

-선재의 연주거칠고 강렬한 변주.

-세심하게 지켜보는 인서.

 

거실.

 

-미순이 곯아떨어진 준형의 머리 들고 쿠션을 받쳐주며 혜원 힐끗.

-혜원물끄러미 턱을 괴고 선재의 연주 들으며 간신히 삼킨다.

음악실.

 

-선재의 연주.

 

거실.

 

-혜원목이 멘다.

 

음악실.

 

-마치며 일어서는 선재오혜원들었나요?

혜원 집 앞.

 

-세진과 민우선재가 먼저 나오고그 뒤혜원한석지수인서정희가 나와서 계단 내려가며,

 

한석 야뭐 또 이렇게 쫓아내냐...

혜원 너는 말을 해두,

지수 준형 선배 취했잖아...

인서 우리집으루 가.

정희 애들 다 깨워서 가족 음악회 하게?

 

혜원 거실.

 

-거실소파의 준형이 일어서려다 풀썩 주저 앉는다어후.

 

준형 다 어디 갔어...

미순 방금들 나갔어요.

준형 (다시 일어서려다 또 풀썩)

미순 올라가 주무세요인사 다 나누셨는데.

준형 그랬나?

 

집 앞.

 

-위에서부터 종수 차정희 차인서 차순으로 서 있다종수 차는 언덕 위쪽 향해서.

-세진과 종수한석이 종수 차에 타고정희도 자기 차에.

-각각 한마디씩 하느라 시끌시끌먼저 갈게요(세진), 지민우잘해라(종수), 자주 좀 보자(한석), 먼저 간다(정희), 그리고 혜원과 인서 부부민우의 대답.

-종수 차정희 차 떠나고,

-인서 부부와 민우선재혜원만 남았다선재는 두어 걸음 떨어져 선.

지수 아우 정신 없어. (선재에게)너 오늘 완전히 벌 섰다.

인서 어른들 노는 것두 별 거 없지?

선재 (어색)아니요,

혜원 (잠깐 눈길)

민우 만나서 좋았어갔다 와서 보자.

선재 어.

민우 (혜원에게)공항에서 전화 할게요.

혜원 뭘...가서 잘 해야지.

민우 네.

인서 선재 우리 차 타.

선재 아니요저는 걸어가면 돼요.

지수 그래두 같이 가.

혜원 (선재에게)그럴래? (하는데)

 

-준형이 위태롭게 계단 내려온다.

 

준형 이선재...

 

-다들 돌아 본다선재도.

준형 당신차 좀 빼지이 놈 델다 주게(비틀)

지수 어머어떡해, (넘어지겠어)

 

-선재가 얼른 다가가 부축한다싫지만.

민우 진짜 많이 취하셨나봐요.

혜원 (이마를 잠깐 짚고는 지수 어깨 돌려세우는)가라.

인서 괜찮겠어?

혜원 (인서 등까지 민다)얼른 가시라고...

지수 알았어.

 

-인서들걱정스레 차를 향하고혜원준형의 한 팔 잡는다.

 

혜원 들어가요.

준형 (선재에게 기댄 채 혜원 손 뿌리친다)아니지.

혜원 (그 서슬에 움찔 물러서고)

준형 우리 둘이 사이좋게이 놈 태워다 주자구그래야 완벽하지.

선재 (한 손으로 준형의 팔 올려 어깨에 건다)저 괜찮으니까요들어가시죠.

준형 차 꺼내라고!...

혜원 (딱해)알았어. (선재를 한번 보고 집안으로)

선재 (혜원 뒷모습 한번 보고는 준형에게)괜찮으세요?!

준형 괜찮냐고?

선재 ()

준형 허허허니가 나한테괜찮냐고?...

선재 (할 말이 없잖아!)

 

차고.

 

-혜원급히 나와 리모콘 버튼 두 개 누르고 차에 탄다.

-차고 문 올라가고시동 걸리는 소리헤드라이트 켜진다.

-차고 문이 웬만큼 올라가자 선재가 준형을 걸머메고 들어온다운전석의 혜원조수석 연다.

-준형선재를 뿌리친다.

 

준형 너뒤에 타.

 

-혜원선재불안하게 지켜본다.

-차에 타려다가 풀썩 주저 앉는 준형.

 

준형 아후이거,

혜원 안되겠다.

선재 모시구 들어갈게요.

혜원 (외면).

 

-혜원악몽을 견디려 가만히 앉아 있다선재가 준형을 끌고 쪽문 들어서는 것이 백미러에 잡히자고개 돌린다악몽이 너무 길다.

 

현관.

-선재미순에게 축 쳐진 준형을 건넨다.

 

차고.

 

-차갑게 굳은 혜원시동 버튼 끄고내린다.

-쪽문 열고 들어가는 혜원.

 

차고 계단.

-혜원들어서다 멈칫선재가 층계참에 서서 서서 보고 있다눈이 말한다.슬픕니다아픕니다벽에 고개 기대며 내색치 않으려는.

 

혜원 ...부끄럽다...

선재 (알아요)

혜원 (올라서서 마주 본다글썽선재 얼굴 싸쥔다)너한테 못할 짓 시켰어내가 잘못 생각했어오만했다이러믄 안되는 건데.

선재 (미동 없이 혜원을 볼 뿐)

혜원 (목을 끌어 안는다)뭐라구 말 좀 해.

선재 (할 말이 없어요)

혜원 제발선재야, (입을 맞추려)

선재 (혜원을 밀어 떼낸다끌어 안는다)제발 자기를 불쌍하게 만들지 마세요불쌍한 여자랑은 키스 못해요.

혜원 (울먹)그렇게 말하지 마.

선재 (떼낸다)주무세요...

혜원 (이대로 갈 거니?)

선재 (그래야죠...)

혜원 서재.

 

-혜원무너진다.

 

거리.

-선재걷다가 결국 담벼락에 기댄다북받쳐 소리 없이 흐느낀다이게 뭐야미안하다며 매달리는데그럴 건 뭐야...

-하지만 설움이 터진다오래 운다.

음대 연습실아침.

 

-선재 혼자 퀸텟 피아노 파트를 치고 있다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라.악보를 넘겨가면서.

-한참.

-종수가 들여다 본다한참 보다가 다가간다.

-선재멈추고 엉거주춤 섰다가 앉는다.

종수 마그거 하지 말래잖아.

선재 못들었는데요?

종수 그럼 지금 다시 전한다하지 말래.

선재 (잠시 생각)형이 알아서 적당히 말해주면 안돼요?

종수 마,내가 뭘 알아서 말해.

선재 그냥,

-시은과 태진푸름규현이 조심스레 들어 온다혹시나 했는데미리 와 있다니마주 보며 반갑고 고맙지?

 

종수 야니들연습실 신청두 안해놓구.

선재 그거 내가 형 책상 위에 써놓구 왔어요.

종수 뭐?

선재 그랬다구요.

-시은들조용히 악기 꺼낸다.

 

종수 알았어. (나간다)

선재 (일어서서 꾸벅)

 

-시은들악보 펴놓고 각자 앉으면,

-선재, ‘음 연타시작하자고.

-각자 튜닝.

 

규현 (소리 내다가 쩝)내가 들어두 후지다.

태진 (현 감으며)그 정도믄 좋은 거지가격 대비.

시은 김은수 교수님은 예고 때 전교에서 젤 싸구려 쓰셨대그걸로 유학 오디션두 하구다 했다더라.

푸름 그 분만 계셨어두 우리가 이렇게 찬밥 신세 안됐을 거래.

선재 (듣기만 하다가)시작해두 돼?

시은 어.

 

-다들 연주 자세선재를 본다.

-선재눈 맞추고연주 시작.

-첼로가 들어오고...

-바이얼린 비올라.

-어제보다 합이 좋다흥이 오른다.

아트 센터아침.

 

-전화벨 소리,

-직원들 답변정신없다.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습니다’ ‘이사장님은 관련이 없습니다’ 등등.

 

아트센터 혜원 사무실.

 

-책상혜원모니터 본다곁에 세진괜히 미안하다.

 

세진 외부 전화 차단 부탁했어요이것두 안보시믄 좋겠네요.

혜원 뭘.(마우스 스크롤)

-화면속 기사 제목들. ‘서한그룹 비자금예술재단과 관련 있나’ ‘예술 재단은 회장님 비밀 금고?’ ‘한성숙 이사장오른팔은 아트센터 부대표’ ‘예술재단 막후 실세 오모씨는 누구인가’ 등등.

 

혜원 (픽 웃으며 그 중 하나 클릭)

-노크 소리.

세진 어머, (급히 문 쪽으로)현팀장님인가봐요.

 

-편집장이 들어오고 세진이 맞이 한다.

 

세진 어서 오세요...

편집장 안녕하세요.

혜원 (모니터 밖으로 고개 뺀다)어서 오세요...

편집장 나 너무 놀래가지구...

혜원 (일어서며 웃음)내가 너무 떠버려서?

편집장 많이 놀라셨죠...

혜원 (소파로)놀라긴요.

세진 앉으세요.

편집장 네, (앉는다)

혜원 (앉는다)세진씨우리 그 티 마시까토핑은 알아서.

세진 네,

까페.

 

-세진이 차를 주문한다토핑 뭐뭐뭐...

-직원이 차를 준비하고,

-세진앉아서 기다리다가 전화 받는다.

 

세진 네왕선배님...?...

 

이사장실 앞.

왕 (책상 위 정리 하며)나 오늘 이리 바루 나왔거든?...들어오면서 너 봤어간 김에 내껏두 하나 부탁하자.

 

까페.

 

세진 ()...그럴게요.........(끊으며)OOO 하나 추가할게요.

직원 네.

 

이사장실 앞.

 

-왕비서통화 중이고세진이 급히 와서 차를 하나 놓아주고 간다.

 

왕 사실과 전혀 다른 건 또 아니죠그런 전화는 오혜원 부대표 방으로 돌리던가.

세진 (가면서 중얼)대단하다.

 

혜원 사무실.

 

-혜원과 편집장차 마시며 얘기하고세진종수의 문자에 답. ‘기사 봤어?’ ‘여기 완전 전화 폭주

편집장 기사 내용이 다 저질이예요강경하게 대응하세요.

혜원 대응은 안할 거구요혹시 문제 된다면우리 기사 안 내두 돼요강교수는 좀 서운하겠지만.

편집장 실은 그래서요...저희보다두두 분께 죄송해서요...누가 될 수두 있구...

혜원 신경 쓰지 마세요...

편집장 그럼일단 보류 할게요상황 봐서 다음 달에 내던가.

혜원 그러세요. (웃어주는)

 

서회장 침실같은 시각.

 

-서회장이 환자복 갈아 입는다장비서가 거든다검찰에 조사 받으러 가는 날.

-성숙영우인겸이 서서.

 

서회장 이런 거 입구 사진 찍히는 거 싫은데아둔해 보이잖아.

성숙 그러게 말예요. (인겸에게)꼭 이래야 해?

영우 혜원이랑 후딱 담판 지어서 아빠 대신 들여 보낸다더니?!

서회장 어린 놈이랑 바람이 났다구 했던가.

성숙 그렇대요.

영우 스무살.

인겸 그 카드를 섣불리 쓸 수 없는 이유를 말씀 드리죠서씨 집안 일원모두가 거기 돌 던질 수 없고그걸 오혜원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서회장 험,

성숙영우 (새침)

인겸 가시죠.

서회장 그러지.

 

-다들 나간다서회장장비서(서회장의 외투와 담요를 든), 인겸이 앞서고성숙과 영우가 뒤따르며 서로 나직히 할퀸다.

 

성숙 이번 기회에 너두 어린애들 정리 좀 해낯 뜨거워.

영우 다 늙은 구렁이칙칙하지두 않아요?

 

아트센터 이사장실 앞.

 

-성숙이 오고왕비서가 문을 연다.

 

성숙 백선생 왔니?

왕 네.

성숙 차는 됐구내 전화 연결 하지 마.

왕 네그런데 기사 관련문의 대응 매뉴얼을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성숙 (짜증)알아서 해야지! (들어간다)

왕 (아오실수했네...)

 

-앉아서 마작 책을 펼친다컴퓨터 화면마작 인강 번갈아 보는.

이사장실.

 

-성숙과 백선생마주 앉아.

 

백선생 오혜원이 넘겨준 자료들 살펴 봤는데차명 계좌들확인 할 길이 없어요우리가 모르는 계좌가 많은 걸 보면분명 분산 처리 했을 거예요.

성숙 그럴 거 같더라니.

백선생 아직은 덮어 둬야 하는데.

성숙 그렇죠? (전화단축 번호 누른다)...강교수 옆구리 좀 찔러 봐.........(끊는다)

백선생 (활짝 웃음)그렇지요...

성숙 (끄덕)

학장실.

 

-민학장준형.

 

민 이건 오혜원 답지 않아버틸수록 손해야...

준형 (곤혹)그럼 제가 어떡하면 좋을까요.

민 도와 줘야지...지금 오혜원을 고소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 뿐인데...형법 제241그건 배우자한테만 제소 권한이 있잖아.

준형 저그것만은 안하구 싶습니다...

민 글쎄 그러라는 게 아니라좋게 얘길 하라고...설마하니 자네 와이프가 그걸 모르겠어적시에 들어가 줘야 순교자 대접을 받는다는 거누구보다 잘 알텐데.

준형 (그렇죠)

 

아트센터오후.

 

-혜원기획실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 마친 참이다세진과 직원들 두엇 나가고 혜원 문까지 배웅하며 격려.

 

혜원 각자 자기 자리만 지키면 돼요다음 달엔 마스터 클래스두 있구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직원들 그러니까요알겠습니다,

혜원 기운들 내구?

세진 (서류철 들어보이며)총무과에 전하구 올게요.

혜원 어.

-혜원직원들 등 두드려 내보내고 돌아서서 는데,

-문자 도착 신호.

-혜원확인준형의 문자.

 

준형 소리 당신 오늘 많이 힘들지?...

혜원 (미간 좁히며 눈 감는다징그럽고 축축한 게 몸에 닿는 것 같다)

-혜원책상 앞에 앉아 있다냉정하게 따져보기로 한다만나는 게 득이다.

준형 소리 위로해 주구 싶은데저녁 같이 할래?...예약은 내가 할게.

-사이혜원답전. ‘좋아고마워’ 찍어 보내고는단축 번호 목록 누른다뷰티샵.

 

혜원 네안녕하세요.....(웃음)그래서 오늘 갈려구요...얼굴두 보여 드릴 겸.

 

-노크 소리.

 

혜원 잠깐만요, (전화기 떼고)...

 

-지수가 들여다 본다혜원잠깐 멈칫.

 

지수 혼자 있어?

혜원 (어색),

 

-종이가방을 든 지수가 들어오고혜원다시 통화.

-지수종이가방을 소파 앞 탁자 위에 올려 놓는다.

 

혜원 아죄송해요손님이 오셔서...네시 쯤에마사지부터요.....네에.(끊고 소파로)웬일야?

지수 냉장고에 넣어 놓구 한병씩 꺼내 마셔.

혜원 앉어.

지수 아냐가야지차 앞에다 그냥 세워 놨어.

혜원 (짐짓 웃음)말 해.

지수 (정색)걱정돼기사두 장난 아니구아침부터 내 전화 완전 불났잖어.

혜원 그랬겠지.

지수 너강준형이랑 계속 연극 해라선재 그애두 살살 달래서 맘 돌려놓구세상에서 젤 끔찍한 게 마녀사냥이야오천만이 다 재판관,

혜원 (자른다)마사지 갈래예약 했는데.

지수 됐구암튼 다시 생각해 봐.

혜원 (지수 돌려 세워 민다)그럼 가나중에 전화 하께.

 

-혜원지수 어깨 안고 문으로.

지수 나 니 편인 거 알지?

혜원 알지...

지수 내 말 들어?

혜원 (웃으며 글썽)..

 

학교 연습실.오후.

 

-선재구석에서 핸드폰 들여다본다.

 

뷰티샵 마사지실.

 

-마사지 끝내고 가운 입는 혜원맛사지사가 거든다.

 

혜원 샴푸실 박다미 좀 불러 주실래요?

마사지사 아. (간다)

 

-혜원탁자 위 주스 마신다.

-의자에 앉아 있는 혜원반쯤 마신 잔을 들고.

-다미가 들어온다. (마음이 복잡해서 골이 난 것처럼 보인다)

 

혜원 (담담히)안녕...

다미 (깎듯이 인사)안녕하십니까...

혜원 왜 그래...다미씨랑 화해 할려구 불렀는데.

다미 (눈 맞추지 못한다혜원이 너무 담담해서)그동안 별별 소리 다 들었습니다.

혜원 그랬을 거야...

다미 잡혀 가실 거라는 말두 있던데요.

혜원 (웃고는)근데그거 뭐였어토나와서 안 깠다는 거?

다미 (입술 말아문다)

혜원 말하기 싫음 관두구.

다미 사진이나 뭐 그런허접한 거 아니예요.

혜원 (그래?)

 

회상동 샴푸실.

 

-다미의아한 표정으로 직원한테서 서류 봉투 건네 받는다.

 

마사지실현재.

다미 거기 높은 분이 누구 시켜서 보낸 거래요제가 봐야 한다구.

혜원 (이사장 짓이구나...)

다미 저 그거 보구 완전 빡쳐서찾아갔던 거예요.

혜원 잘 했어.

다미 저선재한테그랬어요그 아줌마가 다 버리구 너한테 가믄 믿어주겠다구요.

혜원 (웃음)멋있네...

다미 진심이예요...

혜원 (보다가)그거 선재한테 보여 줘.

다미 네?!

혜원 (선다)샴푸는 안해두 돼바로 머리 손질 할 거야.

다미 (벙하니 본다)

혜원 또 보자?

 

-혜원나가고다미혼란이게 뭐지?

동 미용실.

-원장혜원의 머리 만져주며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혜원 (웃음)정말 대단하시네어떻게 한 마디도 안물어 보세요?

원장 저는 들은 얘기 없답니다나 귀 없다하구 살죠그러지 않음 이 일 못해요...

혜원 하긴...성공하신 분들은 다 이유가 있다니까?

원장 저녁 모임 있으신 거죠?

혜원 모임은 아니구밥 먹기루 했어요강교수랑.

원장 그럼 여기 쪼끔 살려볼게요.

혜원 네...

레스토랑저녁.

 

-준형이 기다린다식전주로 나올 샴페인이 미리 준비돼 있다그런 그윽한 분위기 속에서 잔머리 굴린다오혜원을 어떻게 구워 삶을까따지자면 오혜원의 남편으로 살면서 얻은 게 훨씬 더 많다뿐인가나에 대해 그녀만큼 아는 사람 또 누가 있나치질무좀부터그보다 더 지저분한 내 뱃속까지그녀는 다 안다그거 믿고 그냥 울어볼까빌어볼까?

-웨이터가 혜원을 모시고 온다세심하게 치장한 모습우아하다준형의 저녁식사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준형의 말과 태도에서 민학장과 성숙의 속셈을 읽을 수 있을 것이므로.

-준형환하게 웃으며 일어선다혜원도 다가오며 웃어준다.

 

준형 차 많이 밀리지?

혜원 여유있게 왔어.

준형 잘 했네.

 

-앉는다.

 

혜원 이거 뭐야?

준형 돔 페리뇽.

혜원 좋지.

준형 (웨이터에게)조용히 따 줘.

 

-샴페인 두 잔 채워진다.

-준형과 혜원잔을 마주 든다.

학교 연습실.

 

-연습 중피아노와 태진규현이 맞춰 본다. 2악장 한 대목.

-구석에서 김밥과 음료수 먹는 시은과 푸름.

-다시 오중주.

 

레스토랑.

 

-식사 끝무렵이고반주는 와인.

-먹는 동안 준형이 주로 떠들었다속셈 감추고 끝없이 빙빙 돌려 말했다인제 준형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게다가 약간 취하기도 했는데계속 떠든다.혜원아직은 참을만 하다는 듯 들어준다.

 

준형 난 그거 좀 반대야음악가는 음악만 해야 되나그게 순수한 거야이 나라 예술 정책 입안자들몰라두 너무 몰라대체 우리가 언제까지 그런 무지한 행정가들 손에 끌려다녀야 하냐고...폴란드의 파데레프스키그 사람 봐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총리까지 했잖아인제 한국 음악계에도 그런 사람 나올 때가 됐어.

혜원 (작게 웃음)원대하다.

준형 남들 눈에는 내가 정말 이상한 놈으로 보일 수도 있지모든 사람이 다 아내와 제자 사이를 의심하는데나만 희희낙락이잖아그런데그것들이 모르는 게 있어요슈만이 말야브람스를 얼마나 아꼈나질투그런 거 전혀 없었지아니그럴 틈이 없었어요심각한 정신 질환에 시달리면서자기 세계를자기가 아는 모든 걸어떻게든 이 젊은 친구한테 다 가르쳐 줘야겠다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구 안타까운데.

혜원 내가 졸지에 클라라가 됐네?

준형 혜원아...

혜원 (마신다본론이 나오겠군)

준형 인제 그만 내려놔...

혜원 민학장이 그러래?

준형 만에 하나실형 살게 된다 해도 나 기다릴 수 있어선재 잘 돌봐 줄 거구그 놈이 원하면 유학도 보내줄수 있어근데 그게 다내가 힘이 있어야 가능해요안할 말로 내가 당신그걸로(간통죄고소하면 선재는 어떻게 되겠어그 이쁜 놈이 순식간에 상간, (목이 멘다)그런 더러운 굴레를 쓰게 된다고...

혜원 (잔 받침 만지작)

준형 (제발?)

혜원 당신두 나두 미쳤다...아직은 그래두 명색이 부분데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두 않게 주고 받겠니...

준형 그만큼 절박하다는 거지...

혜원 이왕 미친 거쪼끔만 더 기다려 봐원하는 걸 얻을래믄 참을 줄도 알아야지.

준형 야너 지금,

혜원 (손을 들어 웨이터 부른다)여기요...계산서 좀.

준형 (잔 들어 벌컥벌컥)

헤원 (이렇게 끔찍할 줄은 몰랐네)

교정. (혹은 복도)

 

-앞에 규현과 푸름태진이 연습 관련트레몰로 땜에 손목이 아퍼악력기 너무 많이 해서 그래그거 뻘짓이야얘기 하며 가고,

-뒤쳐저 시은과 선재.

시은 아침에 너 보니까 진짜 반갑더라고맙구.

선재 어어그냥...좀 일찍 일어나서...(개인적인 대화는 아직 어색아직 대학 생활이라고 할 수도 없고)

시은 당연히 예심 통과 할 거라구 하던데?

선재 (선다)저기,

시은 ?

선재 조교 형이 그러는데너 학교 관둘 거라며.

시은 (씁쓸)이유두 들었어?

선재 어...

 

-앞에 가던 친구들이 돌아본다.

 

시은 (친구들 향해)가구 있어.

푸름 응.

 

-친구들 다시 가고시은선재를 본다.

시은 이길 수 없을 때는 피하는 게 낫지 않니?

선재 그건 잘 모르겠구암튼관두기 전에 이거 한번 잘 해볼래?

시은 우리 다 그러구 싶지...너만 계속 같이 해준다면.

선재 할 거야.

시은 그럴 수 있어?

선재 (여러 가지 생각 스치는 중에 끄덕인다)...

시은 교수가 대회 준비 하라구 안해넌 재단 장학생이잖아예심두 신청 했다며.

선재 상관 없어난 그냥 이거 하면 돼.

시은 (어떻게?)

선재 (조금 웃음)한다고...

 

교문 앞.

 

-선재와 시은들 헤어진다안녕내일 봐가라등등.

-시은친구들과 가면서 갸웃쟤는 재단 장학생인데 왜?

-선재가면서 전화기 꺼낸다.

-아무것도 없다.

-다시 터덜터덜.

 

준형 서재.

 

-준형초조하게 서성인다.

 

혜원 서재.

 

-혜원늘어져 누워 있다손에 핸드폰.

-문이 벌컥 열리고 준형혜원일어나 앉는다.

 

준형 그냥 출두 해집행 유예 받아 준다잖아넌 나를 위해서 백번 희생해도 모자라당장 들어가라고!

 

-준형간다.

 

혜원 침실.

 

-준형알약 입에 넣고 물 마시고 나가려다에잇혜원의 화장품 쓸어버린다.

서회장 집 서재.

-인겸성숙.

 

인겸 (혜원 관련 자료들 가방에 넣는다)조사가 길어지면 불리해요이사장님 서한 어패럴 주식 매입 자금 출처도 드러날 겁니다전력이 화려하시다보니 단연 눈길이 갈 수 밖에요.

성숙 그래인정해근데 나 전혀 부끄럽지 않아수많은 현업 종사자들이 날 닮고 싶어 하지만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인겸 (가방 잠그며)존경합니다.

성숙 땡큐.

인겸 그런데 인제 시간이 없어요어떻게든 현장 나오게 유도 해주세요법 적용 이전에가장 뼈아프게 수치심을 줘야죠.

성숙 곧 둘이 따로 만나지 않을까수행자가 고기맛 야동맛을 봤는데못참지...얼마나 보구 싶겠어?..

인겸 (힐끗 보고 전화기 단축 버튼 누른다)...기획팀 점검해 둬항시 대기.

식당.

 

-다미장호선재찐달걀 까면서 말이 없다가.

장호 너 진짜 안보구 싶어?

선재 어.

장호 꼭 보여 주랬다는데?

선재 어.

다미 (눈치)나 좀 쫄리더라그 얘길 너무 아무렇지두 않게 하잖아.

선재 (달걀 우물우물)그게 왜 쫄리는데.

다미 니가 그거 보구 실망해서 도망가길 바라나뭐 그런 생각두 들구.

선재 (삼키고 물마신다)거기 뭐라구 써 있는진 모르지만꼭 봐야 아냐?

장호 아냐내가 봐두 이런 진짜 나쁜 엑스,가 막 나오더라별 거 다 있어청소용역비 떼먹은 거부터부정입학 알선공금 횡령,

다미 (고만 하라고 눈짓)

장호 너 학교 짤리는 거 아니냐장학금두 토해내구?

선재 하게 되믄 하는 거지. (냅킨 뽑으며 일어선다)간다.

다미,장호 야아...

선재 (나가면서 주방의 옥진에게저 가요.

옥진 어...(보다가다미와 장호에게)그런 짓 하게 생기지 않았던데.

다미 (선재가 걱정돼서 뚱)생긴 건 완전 귀티 나죠.

 

주방.

 

-혜원양주를 한잔 따라 마신다독하다잔을 싱크대에 넣으려다 또 한잔 따라 마신다....후우...

-선재 문자.

 

선재 소리 집 앞에 있어요따뜻하게 입고 나오세요.

 

-혜원쿵 내려앉는다막상 선재가 다미한테서 뭔가를 받아봤을 거라고 생각하니.

-답을 하려는데 손이 떨려서 멈춘다어떡해야 하나.

 

혜원 집 앞.

 

-선재오토바이 세워 놓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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