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6
이건 아직 모르는 거 같아서
확실하게 얘기할게요
나도 이제 도민준 씨
싫어요
이러니까 더 싫어
(송이) 그러니까 내 눈앞에서, 아니
내 인생에서 사라져 줘요
제발
그리고
본인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았으면 좋겠네요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내가 너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짓
[당황한 숨소리]
[한숨]
(송이) 도민준 당신
정말 못 하는 게 없네
진짜 짱이다
왜?
당신 나 좋아해?
좋아해?
[떨리는 숨소리]
도민준 씨 정말 거짓말 못 하는구나
(송이) 이 분위기에
그냥 좋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힘겨운 숨소리]
너희 별에선 그러니?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한테 키스하고 막 그래?
우리 별에선
[한숨]
이건 아니거든
우리 별 남자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한테만 그러거든
이건 아니지
도민준 씨
안 그래?
[무거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놀라는 숨소리]
[송이의 힘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송이) 아유, 젠장!
진짜, 아유
도민준 씨, 아
아, 정신 좀 차려 봐
아유, 나한테 왜 이래?
[송이의 힘겨운 비명]
[송이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송이) 아휴
[송이의 한숨]
아니, 뭔 남자가 초능력 있으면 뭘 해?
아, 키스만 하면 기절이야, 씨
[송이의 힘주는 신음]
키
키 어디 있어?
주머니
주머니? [다급한 숨소리]
[송이의 한숨]
[자동차 시동음]
아
[부드러운 음악]
너 진짜
어느 별에서 왔니?
[활기찬 음악]
[자동차 가속음]
야, 비켜!
[자동차 가속음]
[송이의 못마땅한 신음]
지금 우리 급한 거 안 보여?
[차 경적을 빵빵 울린다] (송이) 야, 안 비켜?
이, 씨 지금 사람 죽어 가는데, 씨
[송이가 차 경적을 빵빵 울린다]
거기 하얀 붕붕이
안 비켜? 우리 지금 급한 거 안 보여? [차 경적을 계속 빵빵 울린다]
[자동차 가속음]
천천히 가
(민준) 이러다 진짜 죽겠어
내가 지금 그쪽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안 보여?
[힘겨운 숨소리]
(송이) 괜찮아, 도민준 씨?
괜찮아?
앞에 봐
어? 뭐라고?
(송이) 말해 봐, 도민준 씨
어?
앞!
제발 앞 좀 보라고!
어?
[타이어 마찰음]
[송이의 놀라는 신음]
아, 씨
(송이) 아, 부딪힐 뻔했네
[송이의 한숨]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의 당황하는 신음]
[송이의 놀라는 신음]
(송이) 아휴, 괜찮아?
[민준의 힘겨운 신음] [송이의 안간힘 쓰는 신음]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의 한숨]
[아파하는 신음]
말해 봐, 이거 우연 아니지?
뭐가?
아, 그때도 그 키스, 그거
(송이) 하자마자 기절
이번에도 하자마자 혼절
뭐야? 뭐 때문인 거야?
[힘겨운 한숨]
못 들은 척하지 말고 얘기해 봐
뭔데? 무슨 비밀인 건데?
외계인보다 더 쇼킹한 건가?
[송이의 생각하는 숨소리]
[송이의 한숨]
이거 암만 봐도 스킨십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아, 근데 손잡았을 땐 별일 없었잖아
그런데 키스는 안 된다는 거고?
어? 맞아?
시끄러워
(송이) 아니 진짜로 그쪽 말대로라면
그쪽이 외계인이라면
나랑은 다른 종족인 거잖아?
그쪽은 외계남
[웃으며] 나는 지구녀
하, 웬일이니, 진짜?
아, 뭐, 아무튼
아, 뭐가 되고 뭐가 안 되고를 알아야지
뭐, 주의 사항이라든가
어디까지는 되고 어디까지는 안 되는지
그러니까
키스부터는 다 안 되는 거야?
그 이상은
다 안 돼?
좀
아니, 어차피 외계인인 거 커밍아웃도 한 마당에
뭔 말을 못 해 줘?
뭐뭐는 되고 뭐뭐는 안 되는지
(송이) 어?
(민준) 이건 돼
[잔잔한 음악]
[송이의 당황한 신음]
어, 되는 거 알았으니까
이거 좀 놓지?
아, 놓으라니까
(송이) 아, 사람 말 참 안 들어
할 수 없지
(송이) 근데
우리 정리라는 걸 좀 하자
내가 예전에 도민준 씨한테
'나 어때? 나 여자로 어때?'라고 물어봤었지?
그 이후에 도민준 씨 나 개무시한 건 말해야 입 아프고
아, 그러면서 도민준 씨는
비녀 주인 여자 들먹이면서
내가 그 여자랑 닮아서 나한테 관심이 있었을 뿐
내가 그 여자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고
얘기했어, 안 했어?
아이, 뭐, 아무튼
그래서 내가 마음을 접었잖아?
근데 도민준 씨 오늘 느닷없이 나타나서
나한테 동의하지 않은 키스를 했단 말이지
아, 내 입장에선 궁금하지 않을 수 없잖아
그 키스
누구한테 한 거야?
나한테 한 거야?
아니면 나 닮은 그 여자한테 한 거야?
세상에서 제일 골치 아픈 삼각관계가 뭔 줄 알아?
추억 속의 여자와의 삼각
현실에 있는 여자라면 내가 어떤 여자인지 알 수도 있고
맞짱이라도 시원하게 한번 붙을 수 있을 텐데
아, 이건 추억 속에 박제돼서 아름답게 남아 있는 여자를
어떻게 이기겠어?
그런데 나 그거 알고 싶어
아까 그 키스
누구한테 한 거야?
나한테 한 거야?
아니면 그 여자한테 한 거야?
응?
어?
(민준) 천송이한테 한 거였어
누구?
[한숨]
천송이
뭐라고?
누구?
(민준) 참
천송이
(송이) 나?
그래, 너
[옅은 웃음]
[의아한 숨소리]
[중얼거린다]
(윤재) 뭐야?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윤재) 너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송이) 어
나 밤샘 촬영하고 이제 막 지하 주차장 도착했어
지금 들어가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놀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송이) 어
그래,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근데 그런 게 아니야
밤샘 촬영을 해?
어, 오해할 만도 하지
근데 그런 거 아니야
따라 들어와!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윤재의 한숨]
[윤재의 성난 숨소리]
밤새 그 남자 집에 있었어?
(윤재) 너 정신 나갔냐?
아, 말했잖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애 상태가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니까
상태가 뭐가 중요해?
남자는 다 똑같아, 이 바보야
(송이) 아니
(윤재) 해 떨어지고 벽 막혀 있고 지붕 있고
그럼 끝이야
뭐가?
남자들이 원하는 필요충분조건 같은 거라고, 어?
깜깜해
(윤재) 사방이 벽이야 지붕도 있어
그러면 드는 생각이 딱
하나라고
[한숨]
걔 그런 애가 아니라니까
애가…
아파요
[답답한 숨소리]
아픈 남자는 남자 아니냐?
(윤재) 어? 야, 아프면 이불도 덮고 있었겠네
야, 이불까지 있었으면 너 진짜 게임 끝이야
아, 생각해 보니까 열받네
(송이) 야, 이 새끼야
아무것도 못 했다고, 아무것도
해 떨어지고 깜깜하고 지붕 있고
벽도 있고 이불도 있었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무것도 못 했다고
아무것도!
[한숨]
[불안한 음악]
(신) 그날 사고 현장에 동생분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라도 거기서 저를 보셨다면…
어, 형, 오랜만
(재경) 어 [범중과 은아의 웃음]
[범중의 안도하는 숨소리]
휘경이 언제 깨어났어요?
(은아) 응, 아까 오전에
- (범중) 응 - (은아) 간단한 검사도 마쳤어
[범중의 웃음] 괜찮은 겁니까?
마비 증상도 없고
운동 신경에도 별다른 이상 없는 걸로 봐서
(의사) 수일 내에 일상 복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 내가 뭐랬어?
아무 일도 없을 거랬지?
이 멀쩡한 것 좀 봐라
[범중과 은아의 웃음]
너
괜찮아?
조금 어지럽긴 한데
아, 그나저나 박사님
(휘경) 저 이거 머리 안 밀고
[멋쩍은 숨소리]
두개, 그…
두개 천공술이요
[웃으며] 아, 예
아무튼 그걸로 이렇게 이쁘게 수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웃는다]
(은아) 근데 얘가
사고 나던 그날을 기억을 못 한다
(휘경) 어 [긴장되는 음악]
내가 송이 촬영장에 밥차 보내려고
예약하고 그랬던 건 기억이 나거든?
근데
사고 났다는 그날이 기억이 안 나
그래?
(의사) 뇌출혈이 온 건 뇌진탕도 왔다는 건데
뇌진탕 때문에 잠깐씩 그럴 수 있습니다
(범중) 아 그날만 기억 안 나는 거라면
무슨 상관이야?
그럴 수 있어, 어?
[웃음]
아, 근데 형
우리 송이는 이제 괜찮으니까 퇴원한 거지?
(은아) 으이구
이 와중에 그 계집애 걱정이니?
네 몸이나 걱정해
아, 엄마!
우리 송이한테 그 계집애라고 하지 마
[한숨]
(은아) 살 만한가 보네
입 여니까
이제는 아주 그냥 미운 소리만 한다
아, 안 되겠다
(휘경) 내 휴대폰 어디 있어?
우리 송이한테 전화해 볼래
(박 형사) 표정에 변화가 없어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입니다
한유라 씨와 제가
연인 관계였다고요?
(재경) 사실은 좀 애매한 상태여서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말씀드린 건데
그게 문제가 됩니까?
(석) 정확하게 말씀하세요
한유라 씨와 연인 관계가 아니었습니까?
저는 아니었습니다
(재경) 한유라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일 관계로 몇 번 만나고
식사하자고 해서 만나기도 했고요
이미 제 여자관계에 대해서 알아보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혼 이후
한 여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습니다
전 부인하고는 연락하고 지내십니까?
헤어진 사이입니다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으십니까?
영국에 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불안한 음악]
그게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한유라 씨가 이재경 씨 전처를 만난 적이 있더군요
아
그게 정말입니까?
(재경) 그럼
제 전처가 국내에 있다는 얘기입니까? 아니면
한유라 씨가 영국으로 가서 만났다는 얘기입니까?
(박 형사) 이 눈빛 보라고
이거 진짜 궁금해하는 눈빛이야
자기가 이, 공간 이동 한다는 헛소리하는 자식보다는
백배 이성적인 눈빛이야
일단
이재경 씨 전처를 찾는 데 전력을 다해 보죠
뭔가를 알고 있던 거 같던데
(박 형사) 영상에 나온 장소가 어디 정신 병원인 거 같아서
지금 다 돌려서 알아보고 있는데
안 나와요
요양 급여 지급 내역도 다 뒤져 보고 있는데
병원 간 기록도 없고
소재지는요?
여기 강남구에
자기 이름으로 된 집이 있는데
(박 형사) 사람은 영 없다고 하거든요
[노크 소리가 난다]
(직원) 검사님
차장 검사님께서 좀 오시라고…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갑자기 공판부 발령이라니요?
(차장 검사) 초임이라 의욕이 넘치는 것도 알겠고
뭐, 좀 열심히 해 보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내버려 뒀는데
왜 쓸데없는 짓은 하고 다녀?
한유라 사건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수 있습니다
누가?
S&C 후계자가?
(차장 검사)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봐
다 가졌어
그런 놈이 왜
그런 짓을 했겠어?
그건 수사를 조금 더 진행해 봐야…
자살이야
[서류를 뒤적이며] 이미 자살인 게 너무나 명확한 사건이야
사건 종결해
[어두운 음악]
(범중) 음, 그 죽은
연예인 아이하고는
뭐, 좀 만나던 사이인 게야?
아, 어쩌다 검찰까지 불려 들어가?
가서
사실대로 얘기했습니다
별 관계 아니었어요
아, 그래
네가
[웃음]
실수 같은 걸 할 애가 아니지
(범중) 잊지 마라
네 형 급작스럽게 그렇게 되고 나서
이제 내 희망은 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한 치의 흠도 없이
[웃음]
너는
[재경의 팔을 툭툭 다독이며] 내 후계자 아니냐?
[범중의 웃음]
네
[도어 록 작동음]
뭡니까?
어제 우리 누나 여기서 잤죠?
아, 잔 게 아니라…
잠깐 실례합시다
뭔 남매가
남의 집을 자기 집처럼…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편하게 앉아요
(민준) 편해, 여기 내 집이거든
내가 김치 통 때부터 뭐가 있다 싶어서 지켜봤어요
그런데 결국은 일이 이렇게 되네요?
[피식 웃는다]
[어이없는 웃음]
남자 대 남자로 물을게요
우리 누나 좋아해요?
이름이 뭐라고?
천윤재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누나 좋아하냐고요?
[웃음]
[어이없는 숨소리]
웃어요?
사람 앞에 앉혀다 놓고 웃어요?
내가 앉혀다 놓은 건 아니고
윤재 군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앉은 거잖아
(윤재) 물론 그렇죠
남자 대 남자
수컷 대 수컷으로 물으러 온 겁니다
우리 누나
좋아하냐고?
초코우유 먹을래?
있어요?
[흥미로운 음악]
[멋쩍은 숨소리]
[입소리를 쯧 낸다]
우리 누나가
(윤재) 학교 다닐 때부터 워낙 쫓아다니는 놈들이 많아서
쯧, 내가 그거 정리하고 다니느라 바빴는데
아,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는 처음이란 말이에요
아니,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흥미로운 음악]
[감탄하는 숨소리]
이거 굴절 망원경이죠?
(민준) 응
대박
이거 어디까지 볼 수 있는 거예요?
목성, 토성까진 볼 수 있지
대박
[감탄하는 숨소리]
[놀라는 숨소리]
이건…
(민준) 극한 등급 13.28등성
집광력 816.32배
안드로메다 은하와 성운, 성단까지 볼 수 있는
반사 망원경이야
이게 다 형 거예요?
(민준) 응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해
셀카 한 장만 찍어도 될까요?
이 녀석 옆에서?
[피식 웃는다] 찍어
[윤재의 들뜬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민준) 별 좋아하면
사진 가질래?
[윤재의 감탄하는 숨소리]
(윤재) 이거…
(민준) 맞아, 아타카마 사막
(윤재) 칠레 아타카마 사막
나 돈 벌면 여기 가는 게 소원인데
내가 지구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
(민준) 일조량 높고 건조하고
하늘도 맑아서
밤이 되면 사막 위로 별이 쏟아진다는 기분이 들거든
(민준) 아까 얘기했듯이
2014년 3월에
2003QQ47이라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서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얘기는 믿지 마
그것 때문에 공부 때려치운다는 둥 그런 소리도 하지 말고
(윤재) 아
나사에서 얘기해서
그래서 진짜인 줄 알았는데
정말 아니에요?
발견 당시엔 나사에서
충돌 가능성이 25만분의 1이라고 예보했는데
(민준) 곧 충돌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발표했어
[윤재의 깨닫는 신음]
(윤재) 그렇구나
형 말대로 소행성 믿고 공부 안 하는 일은 없도록 할게요
(윤재) 간만에 소울 통하는 형을 만나서
나 무지 기분 좋아요
[피식 웃는다]
우리 누나
여러모로 모자라고
형한테 참
기우는 여자지만
좀 잘해 줘요
그런 의미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민준) 응?
또 놀러 와도 돼요?
[노크 소리가 난다]
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우리 송이 왔구나
[부드러운 음악]
이리 와
왜 그래?
나 심장 떨려서 다시 기절한다?
바보야
너 죽었으면 어쩔 뻔했어?
왜 그랬어?
아, 내가 왜 죽어, 널 두고?
너 어떻게 됐었으면
나도 못 살았어
(송이) 내가 어떻게 사니?
나 때문에 네가 왜?
난 해 준 것도 없는데
(휘경) 야, 천송이
넌 내가
널 사랑하게 해 줬잖아
이렇게 해 봐
어디 흉터 남게 다친 데 없어?
휘경아
미안해
[옅은 웃음]
울지 마
네가 이렇게 해 줘도
난 여전히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없단 말이야
내가 널 불행하게 만드는 거 같아
(송이) 난
도민준 씨가 좋아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옅은 웃음]
알아
나도 날 어떻게 할 수가 없는데, 뭐
아, 야, 그러지 마
나 진짜 비참해지려 그러거든?
[한숨]
내가 친구 이휘경 없이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아
우리…
(휘경) 찬스
[어린 송이의 놀라는 신음] (어린 휘경) 아!
(학생) 야, 가자
[어린 송이의 당황한 숨소리]
휘경아, 괜찮아?
찬스!
야
이 와중에 무슨 찬스야?
왜, 고맙다며?
나 나중에 찬스 한 번만 쓰게 해 줘
누가 끼어들래?
남자애들이 날 괴롭히든 말든
네가 왜 끼어들어서 이 꼴을 당해?
(어린 휘경) 안 되지
너 괴롭힌 애들은 나한테 다 죽어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어린 휘경이 씩씩댄다] [한숨]
웃겨, 진짜
(어린 송이) 괜찮아?
[어린 휘경의 아파하는 신음]
아이
미안하면 대신 찬스 한 번만 쓰게 해 달라니까
[한숨] [어린 휘경의 아파하는 숨소리]
찬스 뭐?
나중에
내가 딱 한 번만 내 소원 들어 달라 그러면 들어줘
알았어
진짜?
[따뜻한 음악]
(어린 휘경) 사, 사인
[어린 송이의 한숨]
[웃음]
- (어린 휘경) 도장 - (어린 송이) 아유
[웃음]
기억나지?
도장 찍은 거
응, 기억나
나 그 소원 진짜 쓰고 싶은 거
꾹꾹 참으면서
여태 아껴 둔 거 알지?
소원이 뭔데?
지금 너 하려는 말
하지 마
[쓸쓸한 음악]
물론
내가 사랑하는 네가
날 사랑할 수 없어서
난 조금 불행하지만
(휘경) 그런 너라도 내 옆에 없으면
난 정말로 불행해져
[휘경의 한숨]
그러니까
하지 마
지금 하려던 그 말
(재경) 간병인이 그러던데
송이가 왔다 갔다면서?
(휘경) 응
[불안한 음악] 실은
(송이) 지난번에 찾아와서 하도 캐묻길래
그래서 내가 얘기했어요
오빠가 유라 언니 남자 친구였다고
그런데 너 그 사실
(재경) 형사 말고 누구한테 얘기했어?
휘경이 말고는…
참
[긴장되는 음악]
(재경) 송이가 죽은 한유라 관련해서
너한테 뭐라고 했다던데?
응, 했지
뭐라고?
아, 둘이 사이 안 좋았거든
한유라 때문에 엄청 피곤하다고
자기를 뒤에서 엄청 씹고 다녔대
그리고
또?
또?
뭐?
한유라 사건 관련해서
별 얘기 없었어?
[생각하는 숨소리]
뭐라고 했었나?
뭐, 어떤 거?
아, 그냥
한유라 자살한 거 자기 때문 아닌데 억울하다, 뭐
그런 얘긴 했는데
다른 건 잘…
[힘겨운 신음]
나 진짜 떨어질 때 어디 잘못 부딪혔나 봐
최근 기억들이 막 조각조각 깨진 거 같아
생각해 내려고 하면
어지럽고
그래
일부러 애쓸 것까진 없지
쉬어라
(휘경) 어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윤재) 옆집 형
사람 괜찮더라
뭐?
별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거든
(윤재) 집에 천체 망원경까지 갖다 놓고 별 보는 사람이면
말 다 했지
[송이의 한숨]
(송이) 그 사람은 별을 보는 게 아니라
거기서 왔다
뭐?
[한숨 쉬며] 그런 게 있어
너 외계인이 있다고 보냐?
있지, 그럼, 없냐?
(윤재) 나는 막말로
우리 바로 옆집에도 외계인이 살고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보는 사람이다
천재인데?
[한숨]
도민준
왜?
[문이 탁 닫힌다] [탄성]
[부드러운 음악]
대박
왜 불렀어?
아니 진짜 들리나 안 들리나 보려고
장난해?
(송이) 아, 도민준!
아, 도민준 씨!
아, 그렇다고 그냥 들어가냐? [문이 탁 닫힌다]
아, 들리나 안 들리나 보려고 부르는 게 아니고
보고 싶어서
아, 보고 싶어서 부른 거라고
어?
아, 보고 싶어서 부른 거라니까?
아이, 은근히 속 좁아
밴댕이 소갈딱지 완전, 아유
[신비로운 효과음] 아, 깜짝이야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아, 대체 어떻게…
아, 봐도 봐도 적응 안 된다, 진짜
[송이의 웃음]
응?
좀생이?
밴댕이 소갈딱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음? 아, 놔, 이거 안 놔?
(송이) 아, 아, 이거
아, 놔, 아, 왜?
놓으라고, 아이, 진짜
[송이의 아파하는 신음]
(윤재) 나 한 잔 주려던 거 아니야?
어린 게 커피는…
근데 왜 두 잔이야?
내가 다 마시려 그래
대사 외워야 하는데 졸려서, 왜?
[탄성]
(송이) 근데
아버님도
도민준 씨처럼 다른 별에서 오신 거야?
아버님?
아…
사실은 아버지는 아니고
아버지 같은 분이셔
(송이) 진짜 아빠 아니고?
(민준) 응
그럼 여기 가족이 하나도 없는 거야?
(민준) 있을 리가 없잖아
(송이) 그렇구나
그럼 가족도 없이 그 오랜 시간을 혼자서?
[잔잔한 음악]
나 기쁜 소식이 있어
나 이번에 우리 아빠 만났어
사고 때문에 놀라고 힘들긴 했었지만
덕분에 우리 아빠 다시 만났잖아
지금 바로 같이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라도 전화하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상하게 안심이 돼
뭔가 마음 한편에 무거웠던 게
사라진 거 같고
다행이네
도민준 씨
이제 내가 있잖아
내가 도민준 씨 옆에서
오래오래 도망 안 가고…
[놀라는 숨소리]
(민준) 왜?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왜 그래?
근데 도민준 씨
얼굴 앞으로도 계속 이럴 거야?
어?
그렇겠네
100주년 사진만 봤을 때도
헤어스타일만 다르고 얼굴은 고대로던데
어떻게 되는 건데? 어?
[한숨]
우리 별에서의 시간과
이곳에서의 시간의 개념은
많이 달라
노화 속도도 마찬가지고
그럼 난 어떡해?
난 피부도 늘어지고 주름도 생기고
흰머리도 생기고
(송이) 허리도 점점 꼬부라져서
점점 호호 할머니가 될 텐데
진정해, 넌 늙어도 이쁠 거야
(송이) 됐어
이래서 뱀파이어 영화 보면
여자도 목 확 물려서 뱀파이어가 되는 거야
남자는 안 늙고 계속 멋진데
여자는 계속 늙어 가면
그건 같이 있어도 해피 엔딩이 아니니까
천송이
나 지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거든?
나 먼저 들어갈게
찬 바람 쐬면 피부 노화가 빨라질 수 있잖아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흥미로운 음악] [송이의 속상한 신음]
아, 이걸로 되겠어?
[속상한 신음]
아, 나 망했어
[흥미로운 음악]
[송이의 거친 숨소리]
안 돼
안 돼
내일모레가 서른인데
[속상한 숨소리]
나 어떡해
[괴로운 신음]
(TV 속 진행자) 오늘은 노화 방지 특집으로
45세 동안 미녀 박민희 씨를 모셨습니다
고무장갑을 가져오셨어요
이걸로 뭘 하시는 거죠?
[여자가 입바람을 후 분다]
네, 이렇게 고무장갑을 불게 되면
폐활량이 좋아지고 활성 산소가 제거돼서
노화 방지에 그렇게 좋다고 합니다
와,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얼굴이 동안이셨…
[익살스러운 효과음]
[입바람을 후 분다]
[송이가 입바람을 세게 후 분다]
(영목) 천송이 씨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근데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않나요?
선생님이 한 달 뒤면
- (영목) 곧… - 쉿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민준) 가방에 도청 장치가 있는 거 같습니다
[영목이 콜록거린다]
그냥 자연스럽게 말씀하세요
참
이재경 상무를 만났어요
(영목) 아
그랬습니까?
(도청기 속 민준) 자길 도와 달라고 하더군요
제 뒤를 봐주겠다면서요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민준) 나쁘진 않은 제안 같았어요
저야 어차피
천송이만 지키면 되니까
그래도요
단
이재경 쪽에서 당분간
(민준)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있어 준다는 전제를 뒀어요
그 약속만 지킨다면
협조할 생각도 있습니다
(영목)
아, 뭐
그러시다면
그것도 뭐
(영목) 생각해 볼 만은 합니다
(미연) 연락받고 깜짝 놀랐잖니
계약 파기됐다고
도민준이 계약금 세 배를 입금했더래
(윤재) 민준이 형이?
(미연) 민준이 형?
진짜 멋있는 형이셔
(윤재) 난 누나가 그 형이랑 사귄다고 하면
무조건 찬성
(미연) 야, 난 싫어
휘경이가 있는데
그리고 도 매니저는
그 아버지 자리가 꽝이야
[한숨]
참, 휘경이 내일 퇴원하지?
(휘경) 저 형 차 탈게요
(범중) 응?
아, 송이네 집 들르려고
(은아) 저녁은?
송이랑 같이 먹기로 했어요
나 그 앞에 좀 떨궈 주고 가
그러자
아이고, 뇌 수술을 받아도 철딱서니 없기는
매한가지로구먼
아, 자, 갑시다
[은아의 못마땅한 숨소리]
[범중의 헛기침]
[불안한 음악]
(휘경) 저…
오랜만이에요
예전에 형 방 놀러 갔다가 뵌 거 같은데
(비서) 네?
저는 며칠 전에 새로 왔습니다만
아, 그러세요?
아…
(휘경) 잘 부탁합니다
아,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맨날 실수해
[입소리를 쯧 낸다]
(재경) 너 아직 정상 컨디션 아니야
조심하고
[옅은 웃음] 어
송이한테
안부 전해 주고
그럴게, 가
(재경) 응
(휘경) 그러니까
크레인은 지정 업체에서 부르고
도르래는 특수 효과 팀에서 준비한다는 거죠?
- (스태프1) 예 - (휘경) 그럼
도르래 점검하고
크레인에 걸고 하는 건 어디서 합니까?
아, 그것도 우리 팀에서 하죠
아, 그나저나 괜찮아요?
(스태프1) 하, 걱정 많이 했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스태프1) 아 그런 사고 잘 안 나는데
아, 이게 그때 썼던 건데
여기 도르래 볼트가 마모돼 있더라고요
[긴장되는 음악]
하, 꼼꼼히 살폈어야 했는데
저희 측 과실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휘경) 아뇨
책임 따지러 온 건 아니고요
궁금해서요
특수 효과 팀은
계속 같이 일했던 팀원들끼리만 합니까?
아니요
일손 모자랄 땐
다른 특효 팀한테 도와 달라고 요청해서
(스태프1) 협업도 하고요
알바생 뽑아서 할 때도 있죠
그날은요?
그날은
알바가 한 서넛 있었죠
명단 있습니까?
잠시만요
[도어 록 작동음] (윤재) 아, 형
오셨어요?
(민준) 누나 아직 준비 안 됐나?
(윤재) 야, 천송이
아, 빨리 나와!
아, 민준이 형 기다리시잖아
아, 진짜
아, 그런데
네
누나한테 약간
버릇없는 게 아닌가 싶은데
아, 제가 그랬나요?
고칠게요, 형
[문이 달칵 열린다]
[흥미로운 음악]
왜?
(윤재) 뭐냐?
고딩이냐?
나 이상해?
(민준) 어
아이, 씨
[문이 달칵 닫힌다]
(윤재) 저희 누나가
여러모로 부족하네요
(송이) 황당한 게 뭔 줄 알아?
저번에 하루 종일 대기한 신 그냥 날아갔대
아, 그럼 왜 하루 종일 대기시키냐고
오늘 촬영은 무슨 신인데?
액션 신하고
- 키스 신 - (민준) 뭐?
액션 신하고 키스 신
대역 써
- 액션 신? - (민준) 아니, 키스 신
(송이) 말이 돼?
요새 키스 신 대역 쓰는 배우가 어디 있냐?
그러니까 한번 써 보라고
(민준) 왜 꼭 남들이 하는 대로만 하고 살아야 돼?
독창적인, 좀 더 창의적인 배우가 돼야 하는 거 아닌가?
키스 신 대역 배우 쓰는 게 독창적인 거야?
도민준 씨 진짜 보수적이네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 게 아니라
경우가 그렇잖아
뻥이야
(송이) 온통 액션 신밖에 없어요
뛰고 슬라이딩, 매달리고 구르고
그것도 대역 써
왜 또?
(민준) 의사한테 얘기 못 들었어?
비장 파열에 폐부종까지 왔었으면
이렇게 무리해서 하다가
재출혈이나 2차 감염까지 올 수 있다고
그럼 그냥 키스 신으로 수정해 달라 그럴까?
야!
[웃음]
도민준 씨, 나 지켜봐 줘
[잔잔한 음악]
주연 아니면 쳐다도 안 보던 천송이
'꼴좋다' 그럴 사람들 많은 거 알아
(송이) 그렇지만 주연할 때보다 난 지금이 더 행복한 거 같아
날 지켜봐 주는 도민준 씨가 내 옆에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줘
좀 오래 걸리겠지만
내가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 (세미) 대본 챙겼니? - (범) 아, 누나, 제가 챙겼어요 [범의 웃음]
(범) 어?
(세미) 아
오랜만이에요, 교수님
네,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송이) 뭘 어떻게 와? 나 따라왔지
왜 따라오셨는데요?
천송이 씨 매니저로 왔습니다
아, 네
[옅은 웃음] 송이야
(세미) 잘됐다
안 그래도 너 소속사도 없이 힘들겠다 했는데
우리 엄마가 그러시던데
S&C랑 계약한다더니
그건 아니고?
어, 그건 아니고
참, '한밤'에서 인터뷰 나왔더라
(세미) 촬영하기 전에 인터뷰 좀 하재
너랑 나 단짝 인터뷰
어? 뭔 짝?
[흥미로운 음악]
(리포터) 안녕하세요? 유세미 씨, 천송이 씨
이번에 영화 '목격자'를 함께 찍고 계신 두 분
연예계의 소문난 단짝이시던데요?
아참, 얼마 전에, 그
천송이 씨 재벌 2세와
스캔들이 났던데
저희에게 살짝 얘기 좀…
아, 그냥 친구예요
(송이) 물론 제가 아주 좋아하고 아끼는 친구죠
(리포터) 아니, 근데 천송이 씨는
끊임없이 이렇게 핑크빛 스캔들이 나는데
씁, 우리 유세미 씨는 왜 이렇게 조용하세요?
남자 친구 소식 없어요?
[웃음]
그러게요
아, 송이는
어릴 때부터 늘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었어요
(세미) 그래서
양다리, 세 다리…
(송이) 야!
내가 언제!
[웃으며] 어유, 야, 농담이야
[세미의 웃음] [황당한 숨소리]
(리포터) 천송이 씨 이참에 우리 유세미 씨한테
인기 비결 좀 알려 주시죠
이쁘면 됩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 네
(리포터) 하, 유세미 씨
이번에 주연을 당당히 차지하셨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아, 솔직히 부담돼요
그렇지만
(세미) 송이랑 같이 해서 안심돼요
어, 왜 그럴까요, 천송이 씨?
그러게요
(세미) 어, 송이가 주인공하고
제가 서브 역할 할 때
늘 송이가 절 잘 챙겨 줬거든요
이번엔 제가 그럴 차례 아닐까요?
(리포터) 참
언제 봐도 천사표 유세미 씨예요
천송이 씨
좋으시겠어요 이런 친구 있으셔 가지고
자, 그렇다면
서로에게 하고 싶은 얘기 한마디씩 하시죠
유세미 씨?
[웃음]
송이야
우리 우정 앞으로도 변함없는 거지?
(송이) 어?
[송이의 어이없는 웃음]
[한숨]
(민준) 아니, 도대체
재기를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유세미 씨처럼
적당히 내숭도 떨고 가식도 떨고
그게 안 되나?
자꾸 저번부터 세미 편들어?
(민준) 아, 편드는 게 아니라…
(감독) 어, 송이 씨 왔어?
(송이) 아
아, 감독님 지난번에 어떻게 된 거예요?
사람을 대기시켜 놓고 가면 간다 말을 해야지
아무도 얘기 안 해 주고 싹 다 철수해 버리면 어떡해요?
(감독) 아, 그랬어?
야
연락하라니까
(조감독) 어, 영철이 니 연락, 연락 안 드렸니? 그…
(스태프2) 아, 맞다, 저…
전화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
(감독) 야, 인마
신경 좀 써
송이 씨가 이해 좀 해, 응?
아이, 조명 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감독의 못마땅한 신음]
(조감독) 아니, 왜 안 와? 자꾸 사람들이
(송이) 치, 기가 막히다, 진짜
옛날엔 나랑 눈도 똑바로 못 마주치던 것들이
[신비로운 효과음]
- (스태프2) 감독님 - (감독) 어?
[의미심장한 음악] (스태프2) 죄송합니다 제가 전달을 못 해서
(감독) 야, 됐어, 됐어, 잘했어
[감독의 웃음] (스태프2) 예? 아니, 왜…
(감독) 천송이 저게 내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깐 줄 아냐?
아주 도도하기가 하늘을 찌르더니
꼴좋다, 야
[감독과 조감독의 웃음]
(조감독) 그럼 감독님
천송이 신 앞에 몰려 있는 거 이거 확 뜯어 놓을까요?
(감독) 오늘 첫 신과 막신은 천송이다
아주 대기 줄곧 한번 해 보라고 해
[감독과 조감독의 웃음]
뭐 해, 도 매니저?
[힘겨운 신음]
(감독) 컷, NG!
에이, 송이 씨
표정이 안 산다
왜 있잖아, 좀 더 절박한 느낌
[거친 숨소리]
나 지금 진짜 절박하거든요, 감독님
(감독) 아니야, 아니야 약해, 약해
다시 한번만 갑시다
[한숨]
[스태프들이 대화한다]
(감독) 여기, 여기 낙엽 좀 더 깔고, 낙엽
어, 위험하니까
(민준) 대역 쓰자고 해
(송이) 안 돼, 타이트한 숏인데 어떻게 대역을 써?
의사한테 얘기 못 들었어?
비장 파열에 폐부종까지 왔었으면
이렇게 무리해서 하다가
재출혈이나 2차 감염까지 올 수 있다고
금방 해
아역 때부터 수도 없이 하던 거야
아, 괜찮았는데 뭐가 이상했던 거지?
(송이) 가만있어 봐
[리드미컬한 음악]
[다급한 신음]
[송이의 힘주는 신음]
[힘겨운 신음]
(감독) 컷, NG!
컷, NG!
[송이의 힘주는 신음]
아, 느낌이 좀 안 살아 느낌이 안 살아
NG!
[힘겨운 신음]
머리카락 좀 치워 봐
[힘겨운 신음]
NG!
아, 다시 갑시다
다시, 다시
[다급한 신음]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컷!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이제 됐죠?
(감독) 음
그냥 처음 게 제일 낫다
그걸로 가지, 뭐
이동, 음, 그래
[한숨] (조감독) 이동!
[스태프들이 대화한다] (스태프2) 이동할게요 바로 이어서 갈게요
(스태프3) 자, 조명 철수하자
(스태프4) 네
(감독) 자, 수고했어, 어
자 [신비로운 효과음]
[감독의 비명] [흥미로운 음악]
아야,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아파
아유, 아유, 아, 죽겠네 아유, 죽겠네
[스태프들이 웅성거린다] 아유, 야, 이게 뭐야, 이게? 어?
감독님, 괜찮으세요?
[힘겨운 신음]
(감독) 야, 나, 나 좀 잡아 봐
(조감독) 그, 조심 좀 하시지
[조감독의 비명] [스태프들의 놀라는 신음]
[조감독의 아파하는 신음]
야, 누가 밀었니? 누가 밀었어, 지금?
(감독) 이게 뭐 하는 거야, 이거?
(감독과 조감독) - 아, 아유, 허리야, 아유, 허리야 - 괜찮으세요?
(송이) 응
[송이의 힘주는 신음]
아까 맞지?
(민준) 뭐가?
(송이) 아까 감독이랑 조감독 자빠뜨린 거
도 매니저 맞지?
(민준) 내가 뭘?
(송이) 에이, 맞잖아
(민준) 무슨 소리인지, 원
왜 이래?
(송이)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근데 외계인 매니저 있으니까 되게 좋다
별게 다 되고
뭐뭐 돼?
(민준) 안 추워?
(송이) 춥지, 완전 추워
[송이의 깨닫는 숨소리]
혹시 그런 것도 돼?
손에서 확 불 나오고 그러는 거
아, 왜, 손가락 탁 튕기면 불 피우고 그러는 거
산불 난다
아, 그렇지
할 수는 있고?
벡터맨이냐?
아
못 하는구나?
(송이) 아, 나 춥단 말이야
아, 좀 따뜻하게 못 해 주나?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은 없는 거야?
[사랑스러운 음악]
[송이의 웃음]
(송이) 아, 완전 따뜻한데?
[송이의 웃음]
- (스태프5) 어, 봐 봐 - (스태프6) 돌려 봐
(스태프2) 자, 앞 신이 1시간 더 밀렸답니다
(스태프7) 아이, 몇 시야? [스태프들의 불평하는 신음]
[송이의 속상한 신음]
(송이) 1시간 밀린다고 하면 기본이 3시간이야
그동안 심심한데 뭐 하지?
- (스태프8) 어유, 씨 - (스태프9) 광이면 뭐 하냐?
(스태프10) 아이
(스태프9) 봤지? 앗싸 [스태프들의 탄성과 웃음]
읏차, 쌍피까지, 어, 1점 [스태프들의 탄식]
(송이) 나 무슨 뭐가 내 안에 들어왔나 봐 [흥미로운 음악]
[웃으며] 나도 오늘 내가 이렇게 잘 맞는 거
너무 신기해
내가 이걸 던졌는데
에, 여기서 고도리까지 하면
나 오늘 정말 신기 있는 거야
[송이의 힘주는 신음]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스태프들의 놀라는 신음]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스태프들의 웃음]
[송이의 웃음]
(스태프11) 고도리 어떡해, 어떡해
고도리, 고도리, 고도리, 고도리 [저마다 탄식한다]
(송이) 아휴,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너무 딴 거 같으니까
광 팔게
(스태프12) 팔아, 팔아
주세요 [스태프13의 헛기침]
(스태프14) 설마
[익살스러운 음악]
- (스태프14) 설마 - (스태프11) [놀라며] 오광이에요
[스태프들의 탄성] (송이) 대박
(스태프15) 이거 말도 안 되지
[송이의 웃음] (스태프12) 뭐야
천송이 씨 타짜야?
(송이) 천 타짜라 불러 주세용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의 힘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송이) 아이고, 이게 뭐야?
- (스태프12) 어? - (송이) 아이고
(송이) 엄마야,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이거, 이거, 이거 어떡해?
[스태프들의 탄식] 따닥
따닥, 따닥 [스태프들의 당황한 신음]
따닥, 따닥 [스태프들의 탄성과 박수]
(송이와 스태프12) - 따닥 - 경사 났네, 경사 났어
[송이의 탄성]
(송이) 내놔, 내놔 내놔, 내놔, 내놔
아유, 감사합니다 [스태프들이 구시렁댄다]
아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송이의 웃음]
[밤새 울음]
[송이의 웃음]
(송이) 내 살다 살다
대기하는 게 또 이렇게 재미있는 날은 또 처음이네
[송이의 옅은 웃음]
밤샘해도 상관없을 거 같아
근데
우리 100일엔 뭐 할 거야?
(송이) 응?
100일 땐 뭐 할 거냐고
- 100일? - (송이) 응
[웃음]
아, 내가 원래 그런 거 좀 비웃긴 했었는데
막상 내가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음이 좀 달라지네
유치하지만
단계적으로 좀 밟아야겠어
100일, 1년, 1,000일
이런 기념일은 꼭 챙기고 싶더라고
근데
우리 언제부터를 시작 날짜로 하지?
지금까지 좀 애매했으니까
그냥 오늘부터로 할까?
[부드러운 음악]
기념일에 뭐 하고 싶은데?
남들 다 하는 거 다 해야지
일단 100일엔 커플 링, 커플 티
(송이) 그리고 남산 타워 꼭대기 가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스토랑 있잖아
나 거기 가서 저녁 먹고 싶어 야경 보면서
그리고 그 밑에 열쇠 매달아 놓는 데 있거든?
내가 그때 촬영 때문에 간 적 있는데
나도 나중에 연애하면
남자 친구랑 가서 소원 빌고 열쇠 매 놔야지 했거든
그리고 1년 됐을 땐
아이스크림 좀 먹어 줘야지
(민준) 아이스크림?
(송이) 아, 왜 그런 거 있잖아
아이스크림 안에 반지 딱 있고
그리고 1주년 기념 여행 정도?
1,000일 때는 뭐 할까?
아, 1,000일 때는 햇수로 한 3년 정도 되나?
우리 그때 유럽 배낭여행 같은 거 갈래?
어? 한 달이나 한 달 반 정도 딱 잡고
어때?
왜?
천송이
(송이) 왜 또?
또 왜?
[송이의 옅은 한숨]
우리 사귀는 거 아니었어?
나 혼자 또 오버한 건가?
그래서 그때 그런 거야?
나한테 하는 이기적인 짓이 어쩌고저쩌고?
천송이 네가 하고 싶은 거
우리 미리 다 하자
[감미로운 음악] 미리?
응, 미리
한 달 안에
다 하자
왜?
왜 한 달 안에 다 해야 하는데?
어?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송이) 어?
내가
떠나야 돼
뭔 소리야?
뭘 떠나?
어딜?
어딜 가는데?
내가 원래
있던 곳
한 달 뒤엔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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