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8
(송이) 도민준!
도민준 씨!
도민준 씨!
도민준 씨!
도민준!
(민준) 뭘 그렇게 사람을 불러?
[송이의 안심하는 한숨]
(송이) 어딜 갔다 와?
아…
답답해서 산책 좀
놀랐잖아
가 버린 줄 알고
어딜 가, 내가
가 버릴 거 같단 말이야
안 가
너 두고 안 가
여기 있을 거야
무슨 말이야?
안 가겠다고
한 달 뒤에도, 두 달 뒤에도
(민준)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말라고
안 가도
그래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피식 웃는다]
[안도하는 숨소리]
[송이의 벅찬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의 힘겨운 숨소리]
왜 그래?
가자
어딜?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고
지붕도 있고
깜깜하고 아무도 안 보고
너랑 나랑 둘만 있을 수 있는 곳
[웃으며] 뭐야?
윤재랑 한 얘기까지 다 들은 거야?
[옅은 웃음]
[의미심장한 음악]
(재경) 손님 있는 거면 미리 얘길 해 주지
(휘경) 미리 얘기하면
형이 안 올 거 같아서
오랜만이야
7년 만이네요
당신이 날 가둔 지
7년 됐으니까
뭐라고?
(석) 양민주 씨는 지난 7년 동안
용산 소재의 정신 병원에
감금돼 있었습니다
(재경) 아
그랬군요
(박 형사) 그리고 이재경 씨는 지금
양민주 씨를 불법 감금한 용의자로 여기 앉아 계신 거거든요
내가요?
내가 왜?
(재경) 너무 한쪽 말만 듣고 우르르 몰려오신 거 아닌가요?
그것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 말인데
나 멀쩡해요, 나 미치지 않았어
난 당신
유학 가서 잘 살고 있는 줄만 알았어
당신이 가겠다고 해서 내가 보내 줬잖아
휘경이 너도 놀랐겠다
(재경) 그런데 오해가 있는 거 같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형
진실을 말해
무슨 진실?
아, 어쩌죠?
다른 일정이 있어서요
(재경) 뭔가 더 조사할 게 있으시면
제 변호사와 함께 시간을 내 보죠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재경) 무슨 짓이야, 이게?
정말 아무런 할 말이 없어?
- 무슨? - (휘경) 형수에 대해
한유라에 대해
그리고
큰형에 대해
(재경) 너
돌았어?
내가 그 사람들에 대해서 무슨 할 말이 있을 거란 거야?
마지막이었어
내가 형을 포기하기 전
마지막 단계
뭐?
내가 좋아하고 존경했던 형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어
(휘경) 변명이라도 할 마지막 기회
억지로라도 이해해 보고 싶었어
그런데 이제 완전히 포기할게
형을
그리고
내가 형을
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포기할게
이제 당신은
[떨리는 숨소리]
내 형이 아니야
(송이) 근데
방이 달랑 이거 한 개라니
(민준) 누가 그래? 옆방도 있어
거기 보일러 약하다며?
나 추운 데서 못 자
그럼 내가 자?
번거롭게 뭐 하러 그래?
할 수 없잖아
(송이) 상황이 이렇게 빼도 박도 못하게 됐는데
그냥 여기서 자
그렇게까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은 아닌 거 같은데
(송이) 그렇지만 경고할게
키스는 절대 안 돼
진짜 안 돼
내가 암만 원래 꿈이 백의의 천사여도
병 수발 하는 거 이제 지치거든
뭔 소리인지
난 원래부터 안 하려 그랬어
앞일은 장담하는 거 아니야
장담이 아니고
안 한다고
(민준) 난 할 생각이 없었다고
그래?
그럼 안심하고 한 침대에 누워 볼까?
[흥미로운 음악]
표정이 왜 그래?
표정?
얼굴 왜 빨개져?
내가?
귀는 왜 빨개져?
아, 뭐가?
더워서 그래
더워?
어, 그런 거 모르겠는데?
그래, 그럼, 더워서 그렇다 치고
그럼 난 이만 먼저 누울게
(민준) 어?
안 잘 거야?
자야지
[민준의 헛기침]
[민준의 한숨]
(송이) 그때 그거 꿈 아니었지?
나 크루즈에서 팔베개해 준 거
(민준) 몰라
(송이) 맞지?
나 뽀뽀해 준 거
네가 한 거거든?
하긴 한 거네, 그날 첫 뽀뽀
[송이가 입소리를 쯧 낸다]
아, 졸리다
불 좀 꺼 봐
[송이의 웃음]
외계인이랑 연애하니까 이런 게 좋네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비켜 봐
[흥미로운 음악]
[버튼 조작음]
(송이) 뭐야?
초능력으론 불 못 꺼?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래
알았으니까 이리 와 봐
[민준의 헛기침]
(민준) 뭔 여자가 이렇게 적극적이야?
어디 딴 데 가서 또 그러는 거 아니야?
[민준이 혀를 쯧 찬다]
(송이) 또 해 봐
(민준) 뭘?
(송이) 방금 그거
(민준) 방금 그거 뭐?
무슨 여자가 부끄러움도 없이…
[송이의 웃음]
(송이) 그래, 그거 완전 귀엽다
또 해 봐
- (민준) 어허 - 어허
- (민준) 쯧 - 쯧
[웃으며] 또 해 봐
(민준) 너나 또 해 봐, 너나 [송이의 웃음]
(송이) 알았어, 알았어, 안 할게
(민준) 무슨 여자가…
[송이의 행복한 신음]
아니, 어디 가신 거야? 전화도 안 받으시고
[잔잔한 음악]
(민준) 무수한 시간이 내게 왔다가 흘러갔지만
정작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잘 압니다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중요한 건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입니다
이제 난
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만을
이곳에 남기겠습니다
[활기찬 음악]
[경쾌한 음악]
[송이의 힘주는 신음]
(민준) 일어나, 아침 먹게
나 좀 띄워 줘 봐
뭐?
아니
그때 야외 세트장에서 한 것처럼 나 좀 띄워 줘 보라고
나 눈 딱 뜨면 세면대 앞에 있게
까불지 말고 그냥 일어나
[송이의 투정하는 신음]
나 그때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게 뭔 일인가 했는데
(송이) 근데 생각해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재밌잖아
나 한 번만 더 해 줘 봐, 어?
안 돼?
[옅은 한숨]
아, 물론
안 되는 건 아니지
해 줘 봐, 어?
[어이없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송이) 하고 있는 거야?
너 몇 킬로야?
아, 뭔 상관이야? 저번엔 됐잖아
[신비로운 효과음]
어, 뜬다, 뜬다
[사그라지는 효과음]
뭐, 끝이야?
더 안 되는 거야?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얼굴 보니까 안 되는 거네
막 일어나서 그래
[실망하는 신음]
그래
[송이의 한숨]
아, 내가 괜한 부탁을 했네
(송이) 내 발로 나가면 되지
신경 쓰지 마
[지글거린다]
[민준이 달걀 껍데기를 탁 놓는다]
[송이의 옅은 웃음]
(민준) 앉아 있어, 갖다줄게
(송이) 내가 뭐 도와줄 건 없고?
(민준) 음
다 됐어
아이, 그거 말고
초능력 안 되는 거
되긴 됐잖아
아이, 너무 짧던데
(송이)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
우리 약 좀 먹을까?
녹용이 몸에 받나?
아이, 삼 쪽이 나으려나?
(민준) 말했지?
아깐 내가 막 일어났고
어제 또 피곤하기도 했고
어제 뭘 한 게 없는데 뭘 했다고
(송이) 불도 못 끄더구먼
앞으로 힘쓸 일 더 많을 수도 있는데
어떡하나?
[흥미로운 음악] 불편하다, 이런 대화
[놀라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기죽지 마, 기죽지 마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긴장했나 보지, 그럴 수도 있지
(송이) 기죽지 마, 도민준 씨
어? 파이팅!
힘내
(민준) 하지 마
[송이의 애교 섞인 신음]
아, 하지 말라고
[송이의 애교 섞인 신음]
아, 하지 마 [송이의 애교 섞인 신음]
(송이) [귀여운 말투로] 할 거야 할 거야
그게 계속 안 되는 거야? 아니면…
(민준) 씁, 쯧
(송이) 아, 궁금해서
재밌었는데 계속 안 되는 건가 하고
[민준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미연) 야, 천송이 너
어젯밤에 어디서 자고 이제 들어와?
아, 그게
촬영
얘가 어디서 뻥이야?
(미연) 영화 쪽에 벌써 스케줄 체크 다 해 봤거든?
네 신 있지도 않았다던데?
도 매니저, 대답해 봐
송이 스케줄은 도 매니저가 알고 있었을 거 아니야
설마 두 사람 어젯밤…
둘이 어디 여행이라도 갔다 오는 거야?
(민준) 어머님, 그게…
나랑 얘기해, 나랑
내가 가자 그랬어
[엘리베이터 도착음] 누가 가자고 한 게 중요해?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간 게 중요한 거 아니야 갔다는 게 중요하지
하버드 다니고 미국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미연) 나 우리 딸 그렇게 안 키웠네
어디 남의 집 딸을 데리고 여행이야?
죄송합니다
죄송은…
네가 뭘 죄송해? [흥미로운 음악]
(영목) 천송이 씨, 대답해 보세요
우리 민준이가
강제로 손 끌고 데리고 갔습니까?
(송이) 아니에요 제가 가자고 졸랐어요
이것 보십시오
그럼 도 매니저, 대답해 봐
우리 송이랑 결혼할 텐가?
지금 무슨 말씀을…
뭐야? 왜 대답을 못 할까?
(미연) 설마 그럴 마음도 없이 여행까지 간 거야?
앞으로
아들 간수 부탁드릴게요
미래에 대한 계획도 없이
이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제가 아들 간수를 못 한 게 뭐 있다고 이러세요?
(영목) 이놈이요
천송이 씨 만나기 전에는
여자라고는 만나 본 적도 없는 놈이에요
이 순진한 놈을 천송이 씨가 살살 꼬셔 가지고
요새 아주 안 하던 짓들을 하고 다닌단 말입니다!
아니, 우리 송이가 꼬시긴 뭘 꼬셔?
얘, 네가 꼬셨니?
어…
아, 그게, 내가 좀 꼬시긴 했지
(민준) 아닙니다
'고장난명'이라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 어느 한편의 잘못이 아니고
더욱이
남자인 저의 잘못을 탓하시는 어머니의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송구한 마음입니다
아드님이
몇 살이라고요?
(영목) 기어코 안 가기로 하셨다고요?
네
저도 이제 모르겠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영목)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여기 있고 싶으시다면
그야 뭐, 생각해 보면
안 죽는 사람 어디 있습니까?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그런데 몸에 이상이 있으시거나 그런 건 없으시죠?
[한숨]
그게…
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한숨]
[숟가락을 달그락거린다]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옅은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너무 먼가?
[흥미로운 음악]
[민준의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너, 너무 무거운가?
[흥미로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한숨]
[시계에서 맑은 음악이 흐른다]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 도민준 씨
도민준 씨
내 얘기 들려?
나 하는 말 들려?
들릴 거야
아, 있잖아
못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보고 싶지?
있잖아
내 앞에 순간 이동 해서 와 주면 안 돼?
어? 어? 어? 도민준 씨
왜 대답 안 해? 나 놀리는 거지? [흥미로운 음악]
왜 대답 안 해?
[귀여운 말투로]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그러지 마
나 지금 도민준 씨가 내 말 듣고 있는 거 생각하면
나 얼마나 설레는지 알아요?
응? 응?
응? 응? 응?
어? 안 올 거야?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전화 조작음]
(민준)
(송이) 진짜? [송이의 웃음]
빨리 와
[민준의 심호흡]
[신비로운 효과음]
[사그라지는 효과음]
(송이) 아, 뭐 해? 왜 안 와?
나 기다리고 있는데
(민준) 좀 기다려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알았어
[숨을 후 내뱉는다]
[심호흡]
[신비로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타이어 마찰음] [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린다]
[민준의 당황한 신음]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송이) 뭐야, 안 오는 거야?
(민준) 아
못 갈 거 같아
(송이) 왜?
설마 순간 이동도 못 해? [난감한 숨소리]
못 한다기보다는, 그…
지금 좀 상황이
그래
[휴대전화 조작음]
[범중의 헛기침]
[은아의 초조한 숨소리]
[범중의 힘주는 신음]
(은아) 아유, 아유, 아유
(은아와 범중) - 아유, 여보, 왜 이래요? 여보 - 이런 미친놈
- 야, 이 미친놈아! - (은아) 아, 여보, 여보, 여보
(범중)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알고 한 짓이야?
아버지
[무거운 음악]
형은 형수를
7년 동안 감금했어요
[헛웃음]
형수? 누가 네 형수야?
(범중) 그 여자는 내가 네 형한테 준 장난감이야!
네 형이 좋다고 하니까 내 집에 들인 거라고!
그 미친 게 뭔가 네 형을 거슬리게 했겠지
그러니까 네 형이 그 짓을 했겠지
그렇다고
네 형을 검찰에 불려 가게 해?
네 형이 어떤 사람인데!
형이 어떤 사람인지
그걸 알아야겠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형이 어떤 사람인지 무슨 짓들을 했는지!
다른 사람 아닌 제가
알아야겠어서요
나가
나한테 이제 자식은
재경이 하나밖에 없어
(범중) 내 자식으로서의 네 권리는
오늘부터 없는 거로 할 테니까
나가, 나가
나가!
[은아의 다급한 숨소리]
(변호사)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재경 씨의 변호인인 제가 하겠습니다
(석) 변호인 참여권은
수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합니다
(변호사) 그렇지만 이재경 씨는
이번 사건의 참고인입니다
(박 형사) 참고인이요?
이보세요
7년을 불법 감금 당해 있었던 피해자가
피의자로 이재경 씨를 지목했습니다
(변호사) 양민주 씨의 정신과 진료 기록입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정신과 진료를 받아 온 기록입니다
(석) 양민주 씨와 이재경 씨가
결혼 생활을 할 당시네요?
(변호사) 이런 상태인 사람의 증언만을 그대로 믿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이거는 10년 전 기록이고요
이거는 바로 어제
(박 형사) 양민주 씨에 대한 정신과 전문의 소견서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로 불안감이 높긴 하지만
심신이 크게 상실된 상태가 아니고
정확한 진술을 하기에 충분한
아주 정상적인 심신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이거 보이시죠?
이재경 씨, 보이시죠?
[웃음]
(석) 양민주 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7년 동안
이재경 씨의 주도하에
강제로 입원, 감금됐다고 하는데
인정하십니까?
아니요
[긴장되는 음악]
만약 그 병원에 그렇게 오래 갇혀 있었다면
그건 제 전처와 그 병원 간의 문제겠죠
(박 형사) 우리가 또 다 준비했죠, 예
이재경 씨 개인 전화로
하늘정신병원에서 양민주 씨가
전화를 해 온 기록들
이거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아
주기적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 오기는 했습니다만
장난 전화라고만 생각했지
(재경) 제 전처가 정신 병원에서 걸어 온 전화라고는
[웃으며]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게 잘못입니까?
이재경 씨가
병원장이랑 짜고 양민주 씨를…
(변호사) 그 어떤 물적 증거도 없는데 [재경의 웃음]
피해자의 진술만을 의존해서
우리 이재경 씨를 피의자로 몰아가는 조사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석) 일단
이재경 씨와 양민주 씨의 증언이 엇갈리기 때문에
대질 신문을 요청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그런데
(재경) 제 전처 말입니다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스위치 조작음]
[문이 달칵 닫힌다]
(선영) 그렇다고
저렇게 모르는 사람을 집에 들이면 어떡해?
우리가 막 위험해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엄마는
어떻게 모르는 사람이야? 재경 오빠 와이프인데
엄마도 결혼식 갔었잖아
정신 병원에 있던 여자라며
오빠 사건 증인이시라잖아
그리고
억울하게 갇혀 있었다는 얘기 못 들었어?
휘경이 일이라면 아무튼…
[한숨]
[쓸쓸한 음악]
(한경) 야!
너 왜 이렇게 늦어?
형이 한참 기다렸잖아
우리 송이 내일 졸업식이잖아
꽃돌이 해야지
너도 하잖아, 졸업
그게 뭐 중요해?
내 여자가 졸업하는 게 중요하지
[어이없는 웃음]
하, 참
자
졸업 선물
[한경의 뿌듯한 숨소리] (어린 휘경) 뭐야, 이게?
볼펜?
그냥 볼펜 아니고
녹음되는 펜이야, 줘 봐 봐
[보이스 펜 조작음]
[가다듬는 숨소리]
휘경아
졸업 축하한다, 내 동생
[보이스 펜 조작음]
(녹음 속 한경) 휘경아
졸업 축하한다, 내 동생
우아
[옅은 웃음]
형은 이거 일기장처럼 쓰거든?
너도 그때그때 생각나는 거
메모해 두고 그러면 도움 될 거야
[좋아하는 숨소리]
아유, 자식, 이거, 이거
벌써 졸업을 다 하고
으이구, 응?
요거, 요거, 요거, 요거 다 컸네
[한경의 웃음] (어린 휘경) 내일 졸업식 올 거지?
당근 빠따지
[한경의 탄성]
[함께 웃는다]
[보이스 펜 조작음]
(녹음 속 한경) 휘경아
졸업 축하한다, 내 동생
[휘경이 훌쩍인다] [보이스 펜 조작음]
[휘경의 한숨]
[신비로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안도하는 숨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웃음]
어디야?
(송이) 왜?
(민준) 그냥 아침이나 같이 먹을까 하고
(송이) 아, 어쩌지?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밖에 좀 나와 있거든
급한 일 있으면 나한테 얘길 하지
혼자 돌아다니는 거야?
(송이) 친구랑 왔어
친구 누구?
이휘경?
(송이) 아니, 있어
나중에 통화해
그래
그럼 집에 들어올 때 전화… [통화 종료음]
해
뭐야?
[입소리를 쯧 낸다]
[신비로운 효과음]
보여 달라더니
[아름다운 음악]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송이) 어때?
씁, 아, 이거 또 화보 때랑 느낌이 또 다르네?
(홍 사장) 근데
너 합의는 하고 나서 이 짓을 하는 거냐?
내 보기엔 그쪽은 떡 줄 마음이 없는데
너 혼자 그냥 김칫국을 원샷하는 거 같아요
합의는 한 거나 마찬가지야
어떻게?
(송이) 음
원래 그 사람이 어디 멀리 가기로 돼 있었는데
나 때문에 포기했거든
- 어디? - (송이) 아, 그것까지 알 거 없고
근데 안 가도 되는 거야 그 사람은?
되니까 안 간다고 했겠지
아니
그쪽 입장에선 어쨌든 가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홍 사장) 간다고 했던 거 아니야?
혹시 네가 막 울고불고
구질구질 매달리고
안 가면 안 되냐고 하고
갈 거면 보지 말자고 하고
그런 건 아니고?
[잔잔한 음악] (송이) 안 와?
안 온다고?
(송이)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
왜 하필 지금이야?
나랑 같이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
뭐, 별로?
그랬구먼
[옅은 한숨]
(홍 사장) 잘 확인해 봐라
안 가면 무슨 불이익 같은 거 없는지
너 좋자고 앞길 창창한 청년 인생 꼬일 수도 있는데
그리고
이런 걸 입어 보려면
먼저 남자랑 합의를 좀 하고
그쪽에서 결혼의 결 자라도 좀 꺼내면 시작을 하란 말이야
[홍 사장의 한숨]
저번부터 느꼈는데
너 진짜 자존심 없는 것 같다
[홍 사장의 한숨]
[도어 록 작동음]
형
나 할 말 있어서 왔는데
들어와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윤재)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저는 형 마음에 듭니다
(민준) 어
고맙다
엄마가 문제인데
엄마는 제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윤재) 3학년 때부턴
가출 안 한다고 각서를 써 준다거나
뭐, 그럼 먹힐 거 같기도 하거든요
그럼 허락하실 수도 있어요
뭘 허락해?
두 분 결혼이요
(민준) 어?
저는 큰 거 안 바라거든요
사람 하나만 보자는 주의예요
(윤재) 그런데 형은
별을 사랑하는 순수함을 가졌잖아요
[윤재가 손가락을 딱 튀긴다]
그 부분이 절 사로잡았죠
[한숨]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윤재야
(윤재) 대신
사나이 대 사나이로 약속해 주세요
우리 누나 평생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우리 누나 고생 진짜 많이 했어요
아버지는 집 나가셨죠
어머니는 정신 나가셨죠
우리 엄마 한때
돈에 정신 나가셔서
누나 많이 힘들게 했거든요
그랬구나
(윤재) 누나 눈에서
눈물만 빼지 마세요
그런 의미에서요, 저는
합격
[흥미로운 음악] 드릴게요
천송이가 자기 말만 하고 다니는 게
왜 그러나 했더니
둘이 많이 닮았구나
그런데
한 사람 더 만나 보시긴 해야 할 거 같아요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남자1) 아저씨
(민구) 예?
아, 예
(남자1) 여기 발레도 없어?
아, 저 대리 주차 하는 친구가 잠깐 화장실 갔나 보네요
[남자1의 한숨]
그럼 아저씨가 대
아, 제가, 저 운전을 잘하지 못해서요
비싼 차인데 저, 혹시 기스라도 나면…
(남자1) 아, 하라고, 좀 잔소리하지 말고
월급 받아먹으면서 놀고먹을 거야?
아저씨
위에다 얘기해서 확 잘리게 하는 수가 있어
저런, 씨
[신비로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남자1의 당황한 신음]
[타이어 마찰음]
[신비로운 효과음]
(남자1) 뭐야, 이거?
[여자1의 겁먹은 숨소리]
(여자1) 자기야 급발진 뭐, 그런 건가?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남자1) 아무도 없는데
[남자1의 당황한 숨소리]
넌 또 뭐야?
주차도 남의 손에 맡길 정도로 운전 실력이 없으면
차를 가지고 다니는 걸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떨지?
뭐?
[남자1의 어이없는 웃음]
내가 진짜 별 재수가 없으려니까, 씨
[신비로운 효과음]
[펑 터지는 소리가 난다]
[타이어 바람이 쉬익 빠진다]
[여자1의 놀란 숨소리]
[남자1의 당황한 숨소리]
정말 재수가 없는 일이 생겼네
어떡하죠?
[남자1의 짜증 섞인 숨소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맞지?
네
(민구) 알고 있겠지만
난 자격이 없는 아버지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물어보고 싶어
자네 건강한가?
예
그럼 됐네
(민구) 내가 살아 보니까 돈도 별 필요 없고
명예 이딴 것도 다 지나가면 끝이고
건강밖에 없어
건강하면 내 사람을 지킬 수가 있어
[민구의 한숨]
그땐 그걸 몰랐어
돈도 없어지고 명예도 땅에 떨어지니까
난 이제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없게 됐다고만 생각했거든
[차분한 음악]
어리석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었어야 했는데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지나가 버린 그 시간들을 어디 가서 보상받을 수가 없어
자네가
살면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 송이 곁에 있어 줄 수만 있다면
난 정말 고맙겠네
내가 하지 못했던 그 일을
[울먹이며] 자네가 해 준다면
[코를 훌쩍인다]
[민구의 울음 섞인 웃음]
자
한잔하게
[코를 훌쩍인다]
[힘겨운 숨소리]
[윤재의 한숨] [민준의 술 취한 신음]
(윤재) 언제 걸어가지?
우리 매형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진짜
(민준) 아, 다 왔다
(윤재) 에이, 정신 차려요 30분 더 걸어가야 돼요
아, 여길 왜 들어가요, 매형? 아…
[민준의 웃음]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 아이고야, 아이고야
[민준의 술 취한 신음]
[놀라는 숨소리]
[민준의 술 취한 신음] (윤재) 형
민준이 형
- (민준) 음 - (윤재) 이게 어떻게 된 거…
(민준) 윤재야 [신비로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놀라는 숨소리]
[민준의 술 취한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뭐야? 언제 왔어?
(윤재) 어
방금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뭐야, 도민준?
(송이) 하루 종일 연락도 없더니 왜 여기…
너 도민준 씨한테 무슨 짓 했어?
너 혹시 도민준 씨한테 침 뱉었니?
[부정하는 신음]
[송이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그럼 술 마셨어?
아, 진짜
아, 못 살아
(윤재) 비켜! [송이의 당황한 신음]
우리 민준이 형 그런 취급 받을 분 아니셔
뭐?
더는 묻지 마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어이없는 숨소리] (윤재) 민준이 형
[윤재의 힘주는 숨소리]
[어이없는 숨소리]
[민준의 힘겨운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 아이고야, 아이고야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는 숨소리]
[한숨]
[민준의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쉿!
윤재야, 그게…
비밀 지킬게요, 꼭
(민준) 어
그래
고맙다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
[흥미로운 음악]
(민준) 뭐 하자는 거야?
오해가 있나 본데
난 그런 쪽이 아니야
[애원하는 신음]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감격하는 숨소리]
[민준의 한숨]
[한숨]
어때? 어때?
국 끓이지 마
[숟가락을 탁 놓으며] 다시는
[숟가락을 달그락 집는다]
(송이) 아, 근데 도민준 씨는 관리비 얼마나 나와?
(민준) 왜?
아, 뭐, 겨울이라 그런가?
아, 요번에 나 전기비랑 가스비 엄청 나왔어
아, 요즘 전기료가 무슨 누진세 뭐, 그런 거라며?
(송이) 관리비 엄청 나왔잖아
그리고 이 집 월세거든
관리비에 월세까지 하니까
이거 돈 새어 나가는 게 장난이 아닌 거지
[흥미로운 음악]
급전 필요해?
아니, 그게 아니고
바로 옆집인데
아, 밥도 이렇게 자주 먹고 잠도…
아, 뭐, 아무튼 그러는데
(송이) 관리비에 월세까지
이게 낭비가 아니고 뭐냐 싶은 거지, 나는
뭐라고? 아, 말을 좀 알아듣게 해
아, 몰라, 됐어
저녁에 거기 갈까?
어?
어디?
남산 타워
가고 싶다며?
[사랑스러운 음악]
그럴까?
그럼 나 이쁘게 하고 나갈 테니까
우리 도민준 씨도 최고로 멋지게 하고 와야 돼?
[옅은 웃음]
뭘 새삼스럽게
[젓가락으로 탁 집는다]
[세미의 반기는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내 방에 계셔
아침에 죽도 잘 드셨고
너한테 자꾸
미안한 일만 하게 된다
[옅은 웃음]
아니야
열혈 검사 우리 오빠가 자기 증인 보호하려고 한 건데, 뭐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의미심장한 음악]
(민주) 재경 씨와 결혼 생활을 할 때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계속했었어요
누가 봐도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뭔가 늘 감추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아주 우연히
찾지 말아야 할 물건을 찾아 버렸어요
돌아가신 큰형님 방에서
보이스 펜을 발견했거든요
거기에
뭔가 녹음이 돼 있었던 건가요?
혹시
큰형에 관련된 겁니까?
[불안한 숨소리]
재경 씨는 그런 물건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요
(민주) 재경 씨가 알까 봐
다른 곳에 맡겨 뒀거든요
그때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야 했는데
다 내 잘못이에요
내가 너무 무서워서
어디에 있습니까?
보이스 펜
[쓸쓸한 음악]
[보이스 펜 조작음]
[보이스 펜 조작음]
(녹음 속 한경) 2002년 2월 23일
아침엔 팀장급 회의 주재하고
오후에는 휘경이 졸업 선물 사러 백화점
저녁엔 재경이가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드라이브 가기로 했다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어린 휘경) 형, 주스 마셔
작은형이 갖다주래
(한경) 오냐
[어린 휘경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고맙다잉
아, 나 친구들 만나러 나갈 거고
엄마 아버지도 오늘 모임 있어서 늦으신대
그래?
나도 이따 재경이랑 나갈 건데
오늘 집 비겠네?
[문소리가 흘러나온다] [발걸음 소리가 흘러나온다]
(녹음 속 재경) 형, 나가자
(녹음 속 한경) 근데 재경아
나 아까부터
몸이 조금 안 좋다
(녹음 속 재경) 아, 왜?
[긴장되는 음악] [한경의 가쁜 숨소리]
모, 모, 모르겠어
왜, 왜 그렇게
어, 취, 취하는 기분이
드는지
(재경) 취하는 건 아니고
마비가 오는 걸 거야, 형
[힘겨운 숨소리]
뭐?
곧 손발에 힘이 없어져서
제대로 걷기가 어려워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재경) 혀가 마비될 거고
결국 잠에 빠져들 거야
[힘겨운 숨소리]
너 지금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그리고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발견될 거야
음주 운전으로 사망한 게 되겠지
재, 재경아
(재경) 오래전부터 형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너무 걸리적거렸거든
아버지는 내가 형보다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어
[우당탕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한경의 떨리는 숨소리]
(녹음 속 한경) 살려 줘, 재경아
[긴장되는 음악] [녹음 속 한경의 힘겨운 숨소리]
[보이스 펜 조작음]
[분노하는 숨소리]
[휘경의 거친 숨소리]
트렁크 좀
열어 볼래?
(송이) 어?
트렁크?
알았어
[사랑스러운 음악]
(민준) 거기 솔 있지?
솔 좀 갖다줄래?
[흥미로운 음악]
(송이) 자긴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아니면 그 잘난 초능력으로 갖다 쓰면 되지
왜 사람을 시켜?
타
[차 문이 탁 닫힌다]
(여자2) [놀라며] 천송이 아니야?
(남자2) 애인인가?
뭐야?
[여자2의 탄성] (송이) 아, 이리 와
여긴 시작하는 연인들의 필수 코스라고
거참
애들이나 하는 짓을 [송이가 자물쇠를 달각거린다]
[송이의 힘주는 신음]
이렇게 해서
(송이) 여기, 이리 와
네가 여기 넣어
그럼 나중에 어떻게 풀어?
풀지 말라고 매는 거지
우리 인연 여기에 꽁꽁 묶어 놨으니까
영원히 풀리지 말라고
영원한 종속, 완전한 구속 뭐, 그런 거지
[열쇠가 댕그랑 떨어진다] [잔잔한 음악]
(송이) 철커덕
도민준 씨
이제 나한테 낚인 거야
우리 완전 엮였어
[송이가 피식 웃는다]
어째 좋아하는 거 같지가 않다?
아니야, 좋아
(송이) 뭐야? 나 천송이인데
아, 도민준 씨 너무 나이브한 거 아니야?
좀 안일해
적극성을 좀 띠어 줬으면 해
[웃음]
[송이의 웃음]
어머
[포크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여기
(여자3) [감격하며] 어머
[익살스러운 효과음]
(여자3) 자기야, 어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감동이야 - (남자3) 마음에 들어?
(여자3) 어 [여자3과 남자3의 웃음]
하, 아이스크림?
- (남자3) 먹어 - (여자3) 응
[여자3의 웃음]
아, 응?
자기야
(남자3) 한번 껴 볼래?
[여자3의 감격하는 숨소리]
[여자3의 탄성]
- (여자3) 딱 맞아 - (남자3) 봐 봐
- (여자3) 이뻐? - (남자3) 어, 야, 예쁘다
[여자3과 남자3의 웃음]
자기야, 사랑해
- 너무 이쁘다 - (직원1) 부르셨습니까?
[여자3의 웃음]
[어색한 숨소리]
냉수 있나요?
(직원1) 네
밥 다 먹었어?
아직
아, 빨리빨리 먹고 가자
[송이의 한숨]
[송이의 한숨]
뭐, 기분 나쁜 일 있어?
아니
열쇠도 매어 놓고 밥도 잘 먹고 왔는데
기분 나쁠 일이 뭐가 있어?
[옅은 한숨]
천송이
왜?
[휴대전화 벨 소리]
[민준이 달그락거린다]
(민준) 여보세요?
알았어, 지금 갈게
누군데?
일이 좀 생겼어, 먼저 가 있어
나만?
집에 가 있어
너희 집 말고
우리 집
우리 집?
도민준 씨네 집?
그래
꼭
할 말이 있어
그래, 알았어
(민준) 천송이
(송이) 응?
[잔잔한 음악]
금방 갈게
기다려
그래, 알았어
기다릴게, 빨리 와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가속음]
(민준)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고 있다
400년 동안 기다려 온 혜성
석 달 뒤 난
내가 살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술 취한 여자, 주사 있는 여자
안하무인에 무식한 여자
딱 싫다
옆집에 그런 여자가 이사 왔다
잊히고 싶지 않은 한 사람이 생겼다
이제 곧 다른 세상으로 가야 하는
하필 이때
난 오늘 천송이를 잃기 위해서
내 정체를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녀가 나에게서 달아나 주길
나를 두려워해 주길 바라면서
이번에 돌아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나는 어쩌면
이곳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죽게 되겠지
[애틋한 음악]
(송이) 안 가도
그래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송이) 정말
괜찮아?
[피식 웃는다]
[놀라는 숨소리]
[놀라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흐느끼는 숨소리]
[송이가 흐느낀다]
[한숨]
[송이가 계속 흐느낀다]
(직원2) 어른들한테 인사드리러 가시는 거예요?
아니면, 뭐
취업 면접?
프러포즈…
천송이
소, 송이 씨
송이야
야, 이거
너 해
[답답한 숨소리]
이건 아니야
(민준) 트렁크 좀
열어 볼래?
[신비로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사랑해"
밥 다 먹었어?
아직
아, 빨리빨리 먹고 가자
(민준) 천송이
내가 언제까지
네 곁에 살 수 있을지는 몰라
그래서 지금 이 말
하면 안 되는 건지도 몰라
그렇지만
최선을 다할게
네 곁에
오래오래 있을 수 있게
그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몰라도
최선을 다해서
너를
사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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