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19
(민준) 교산 허균 선생의 명성은
산중에 홀로 사는 저로서도
익히 들어 보았습니다만
어찌 이곳까지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최근
소설을 한 편 집필 중입니다
(균) 주인공이 홍길동이라는 자인데
도술에 능하고 그 도술로써
어려운 백성들을 구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그래서요?
선생께서
도술을 부린다 들었습니다
(균) 아무래도
소설 속의 인물은
실제 인물이 아니고 허구이다 보니
실제로 그 도술을 부리는 분을 만나 뵙고
그 기이한 광경을 직접 보고
소설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에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피식 웃는다]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는 숨소리]
헐
[흥미로운 음악] (균) 아니
[겁먹은 신음]
무섭게 왜 이러십니까?
(민준) 이런 걸 말씀하신…
[균의 기겁하는 신음]
(균) 아, 갓
[균의 놀라는 숨소리]
과연…
과연 놀랍습니다
이, 꿈인지 생시인지
잠깐 만져 봐도…
아 [균의 놀라는 신음]
제가 이, 둔갑법이니 축지법이니
경공술 같은 것을 연구 중인데
방금 보여 주신
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것은 어떤 도술에 속하는지…
저는
도술을 쓰는 자가 아닙니다
[균의 당황한 신음]
(균) 아니
아니, 이게 도술이 아니면
그,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는 거 같습니다
제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하고도 통하는 면이 있고
그렇지 않습니다
(민준) 선생의 소설 속 주인공은 의협심이 강해
자신이 가진 재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지 몰라도
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균의 한숨]
이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이런 재주를 숨기고
없는 존재처럼 숨어 사느니
세상에 나서
어려운 백성을 구하고 희망을 주는 편이…
제 정체를 드러내면서 도움을 줘 본 적도 있지만
그들에게 저는
자신과는 다른
괴물일 뿐이었습니다
(민준) 그런 어리석은 짓은 이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잔잔한 음악]
만약에
선생이 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요?
(균) 그 사람을 위해서라고 하여도
정체를 드러내고
구하지 않으시렵니까?
안타깝게도
저에겐 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만
지금은 그렇다 하여도
이 넓은 세상 긴 세월을 살다 보면
수없는 사람들을 만날 터인데
그런 사람 한 사람쯤 나타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민준) 그리고 하나
저는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때가 되면
본디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긴 세월 넓은 세상 살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겪는다 한들
그 누구에게 이 마음을 다 던질 리가 없습니다
저는 그리 어리석지 않습니다
[생각하는 숨소리]
[활기찬 음악]
[잔잔한 음악]
(민준) 이번에 돌아갈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나는 어쩌면
이곳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죽게 되겠지
(송이) 안 가도
그래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송이) 정말
괜찮아?
[피식 웃는다]
[놀라는 숨소리]
[흐느끼는 숨소리]
[송이가 흐느낀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송이) 아버님
아닙니다
아버지 아닌 거 아시지 않습니까?
도민준 씨가 그랬어요
진짜 아버님 같으신 분이라고
(송이) 지난번에 도민준 씨 아플 때 그러셨잖아요
석 달 뒤면 돌아가야 된다고
그때 왜 그러셨어요?
도민준 씨
어디로 돌아가요?
다 알고 오신 거 아닙니까?
아니, 전 아직 현실로 와닿지를 않거든요
도민준 씨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송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그런 거 다 봤는데도
다른 별 사람이라니
전 아직도 믿어지질 않거든요
그런데 심지어
자기 별로 돌아가야 한다니
사실입니다
[부드러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송이) 도민준 씨
나한테 그랬어요
돌아가지 않겠다고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런데 제가
도민준 씨 일기장을 봐 버렸어요
거기에 그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돌아가지 않으면
죽는다고
벌써부터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지셨습니다
[한숨]
(영목) 추운 거, 더운 거 전혀 못 느끼시던 분이었는데
요즘은 자꾸
추위를 느끼시고
갖고 있던 능력도
갑자기 사라져 버리곤 하고
그래서 정말 안 가게 되면
죽는 거예요?
(송이) 그럼 그 사람은
죽을지도 모르면서
내 옆에 있겠다고 한 거예요?
어떻게…
그만큼
천송이 씨를 많이 좋아하시니까요
천송이 씨가 선생님 좋아하기 훨씬 그 이전부터
많이 좋아하셨어요
(영목) 천송이 씨가 아는 거
훨씬 그 이상으로
많이 좋아하셨고요
[울먹이며] 천송이 씨
마음 다치는 거 싫어서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셨습니다
아, 저도 여러 차례 말려 봤지만
뭐, 어쩝니까?
자기 목숨까지 내놓고
옆에 있고 싶다잖아요
[긴장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의 어이없는 숨소리]
(민준) 뭐야?
사람 오라고 해 놓고
[술 취한 목소리로] 아
하이
우리 도민준 씨네?
(휘경) 역시
문 열어 주지도 않았는데 막 들어오고
대단해
근데 우리 도민준 씨는
정체가 뭐야, 도대체?
마법사인가?
그런 거 물어보려고 오라고 한 건가?
당신 능력은 어디까지야?
12년이 지났는데
얼굴도 그대로고
엄청나게 빨리 움직일 수도 있고
(휘경) 손도 대지 않고
문을 통과할 수도 있고
[한숨]
난 15년을 줄기차게 사랑해 왔는데
얻지 못한
천송이 마음도 얻을 수 있고
[쓸쓸한 음악]
[옅은 한숨]
[휘경의 한숨]
다 가졌잖아, 도민준 씨는
난 당신이 부러워
나는
당신이 부러워
[어이없는 웃음]
내가 부러워?
[웃음]
난
내 혈육이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죽이려고 했고
내 큰형을
죽였어요
그날
큰형이 죽던 날
(재경) 휘경아
이거 큰형 방에 좀 갖다줄래?
[이어폰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오케이
[힘주는 신음]
[울먹이며] 내가
(휘경) 내 손으로 큰형에게
그걸 갖다줬어, 내가
[휘경이 흐느낀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세상 사람들에게
모든 게 다 밝혀지게 된다면
아버지
어머니
얼마나 괴로워하실까?
우리 집안은 또 어떻게 될까?
마음은 알겠지만
이대로 덮을 순 없어
이미 이재경은
이휘경 씨에 대해 악감정 품었을 거고
(민준) 그렇다면
천송이를 다시 건드릴 수도 있어
[한숨]
그래서 당신을 불렀어
(휘경)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이런 걸 물어야 할 사람이 당신이라는 게
너무 싫지만
[떨리는 숨소리]
대답해 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위치 조작음]
(송이)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냥 가 [감미로운 음악]
도민준 씨, 우리 내일 봐
그래
내일 봐
천송이
(영목) 천송이 씨가 선생님을 좋아하기
훨씬 그 이전부터
많이 좋아하셨어요
천송이 씨가 아는 거
훨씬 그 이상으로 많이 좋아하셨고요
[울먹인다]
[흐느낀다]
[송이가 계속 흐느낀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1) 저 남자가 S&C 후계자래
요즘 저 남자 꼬시려고 여자들 여기 많이 오잖아
근데 인간성도 완전 좋대
(여자2) 하, 대박
- (여자1) 그리고 멋있지? - (여자2) 응
[휴대전화 벨 소리]
[트레드밀 조작음]
이재경입니다
(녹음 속 한경) 살려 줘, 재경아 [불안한 음악]
[녹음 속 한경의 힘겨운 숨소리]
(재경) 누구야, 너?
너
도민준이야?
(휘경) 아니, 나야
당신이 죽인 이한경 동생
이휘경
[의미심장한 효과음]
[웃음]
휘경아
너
뭘 가지고 있는 거야?
형이 다 설명해 줄게
너 지금
어디야?
[문이 달칵 열린다]
형이 좀 들어가도 될까?
[긴장되는 음악]
[덜컥 소리가 울린다]
(재경) 안 마시던 술을 다 마셨네?
[술 취한 숨소리]
내 동생이
그 여자가 줬어?
양민주?
어디서 그런 게 나온 거지?
[재경의 웃음]
전혀 몰랐네
7년간 그렇게 벌을 줬는데도
날 감쪽같이 속였어, 그 여자가
[입소리를 쯧 낸다]
이래서 내가 좋은 맘을 못 먹는 거야
거슬릴 때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일이 늘 번거롭게 꼬이니까
그래서 그랬어?
큰형도
한유라도
몇 명이나 더 그런 거야?
[웃음]
[노크 소리가 난다]
(세미) 좀 주무셨어요?
이거라도 좀 드세요
(민주) 세미 씨
(세미) 네
휘경 도련님이랑 친하죠?
네
왜 그러시는데요?
[한숨]
내가 괜한 얘기를 해서
휘경 도련님
위험해지시는 건 아닌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휘경이가 왜요?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무거운 음악]
(재경) 형은 너한테 아무 유감이 없어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손을 툭 올리며] 너한텐
아무 짓도 안 해
[휘경의 한숨]
[긴장되는 음악]
(재경) 아까 형한테 들려준 건 뭐야?
어디 있어?
몰라
꼬맹아
네가 만약 여기서 형 말을 안 들으면
넌 술 먹다가 마취총으로 자살한
비운의 S&C 왕자가 되겠지
이건 네 명의로 구입했거든
(재경) 난 뒤늦게 이 호텔에 널 만나러 왔다가
급히 병원에 옮겨 보지만
구하지 못한 게 될 거고
어디 있어?
녹음 파일
그리고
양민주
좋아
그 정도 찾아보는 건
네가 없어진 후에도 가능해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재경) 아
내 동생이 지원군을 불렀네?
자수해
[웃음]
자수하면
적어도 마지막은 감옥에서 맞게 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다시는 우리 가족 앞에
나타나지 마
(재경) 도민준
이러지 않기로 했던 거 아닌가?
크게 실수하고 있어, 지금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 앞에서 해
[신비로운 효과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재경의 힘겨운 신음]
[재경의 기가 찬 숨소리] [다가오는 발걸음]
(석) 이재경 씨
당신을 살인죄, 살인 교사죄
그리고 납치 감금죄로 긴급 체포 합니다
지금 실수들 하시는 것 같은데요
(재경) 제 변호사 불러 주세요
아무런 증거도 없이…
조금 전 이재경 씨가 있던 방엔
CCTV가 있었습니다
(석) 이휘경 씨가 설치해 놓은 거고요
물론 방금 전 상황도
모두 찍혔을 테고요
(재경) 아
좀 전에 있었던 일
그건 그냥
동생을 겁주려던 것뿐이었습니다
형제간의 작은 실랑이였고
결과적으로 전
동생에게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살인죄
살인 교사죄라니요?
[박 형사의 웃음]
(박 형사) 와이어 사고 후에 이휘경 씨 제보로
이재경 씨 수행 비서를 찾았습니다
[박 형사의 웃음]
아휴,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기자1) 나왔다!
[기자들의 다급한 신음]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기자2)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3) 어떤 범죄에 연루되신 겁니까?
(기자2) 한유라 씨 사건과 관련 있다는 건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4)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기자들 불렀니?
(기자5) 한 말씀 해 주십시오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잘했네
(기자6) 여기 좀 봐 주세요
방송국도 오는 건가?
- (기자2) 한 말씀 해 주세요 - (기자4) 한 말씀 해 주십시오
(기자들) 여기 좀 봐 주세요
동영상 촬영도 되겠네
(재경) 휘경아
난 처음부터 너한테 마취총 쏠 생각이 없었어
대신
다른 장치를 해 놨었지
네가 내 얘기를 거절 못 하게 할
다른 장치
[긴장되는 음악]
천송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
샤토 페트뤼스
93년산
무슨 소리야?
(재경) 천송이가 자주 가는 와인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 뒀거든
도민준 당신 이름으로
[문이 달칵 열린다]
천송이는 당신이 초대한 걸로 알고 [문이 달칵 닫힌다]
지금 거기 가 있고
아마 지금쯤
천송이 앞에
와인이 왔을 거야
[웃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니까
받자마자 마시지 않았을까?
물론 그걸 마셨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난 모르겠어
[신비로운 효과음] [기자들의 놀라는 신음]
(기자7)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카메라 셔터음] (박 형사) 찍지 마세요 사진 찍지 마세요
(석) 도민준 씨, 그만하세요
[재경의 웃음]
(기자8) 여기 좀 봐 주세요
(재경) 지금 이럴 시간이 있어?
지금쯤
마실 텐데
하, 천송이, 전화 좀 받아, 제발 [통화 연결음]
(재경) 너 잘하는 거 있잖아
사라져 봐
[긴장되는 음악]
천송이 구하려면
그 방법뿐인 것 같은데
아, 하긴
안 되나?
[재경의 웃음]
그러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지?
[재경의 웃음]
[재경과 기자들의 놀라는 신음]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박 형사) 자, 물러서요
사진 찍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기자9) 어유, 뭐야, 이거? 어디 있어? 어디로 갔어?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박 형사) 아유 이러지 마시라니까
- (기자10) 아까 있었잖아 - (기자11) 사라졌잖아
(기자12) 저기 방금 사람 사라진 거 맞죠?
공중에 붕 떠서, 뭐야, 이거?
아이, 뭔 소리야? 난 못 봤는데
잘못 봤겠지, 물러서, 물러서
(박 형사) 아, 물러서요, 빨리
아이, 정말, 물러서
(기자들) 뭐야, 이거?
- (기자13) 어디야? 어디 간 거야? - (기자14) 뭐야?
도민준은 천송이를 못 구할 거야
[재경의 코웃음]
[박 형사의 짜증 섞인 신음]
[기자들의 놀라는 신음]
(기자15) 찍어, 찍어, 찍어 찍어, 찍어
네가 인간이야?
(휘경)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웃음]
(박 형사) 아, 물러서세요!
아이, 물러서세요
자, 사진 사진 찍지 마시고 물러서…
[신비로운 효과음]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손님1이 놀란다]
(손님2와 손님3) - 깜짝이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 뭐야?
(손님2) 위에서 떨어진 거 같단 말이야
(손님4) 위에서 뭐가 떨어져?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옅은 웃음]
- 괜찮아? - (송이) 응
근데 방금 어떻게 온 거야?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의미심장한 효과음]
[송이의 힘겨운 신음]
아, 근데 나 몸이 좀 이상…
[힘겨운 신음]
[긴장되는 음악]
(손님2) 어? 천송이다 천송이 쓰러졌어 [저마다 말한다]
어, 쓰러졌어, 지금 [카메라 셔터음]
(손님3) 대박이다, 이거
천송이야? 야 [손님2가 대답한다]
[신비로운 효과음]
- (손님5) 뭐야, 뭐? 뭐야, 이거? - (손님6) 야, 이게…
(민준) DI 환자입니다
커프 확장 준비해 주시고 개스트릭 래비지 준비해 주세요
지금 선생님께서 안 계시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그럴 시간 없다고, 지금!
(간호사) 저기요
그러시면 안 됩니다 [신비로운 효과음]
[간호사의 놀라는 신음]
(의사) 당신 뭐야?
[신비로운 효과음]
[사람들의 놀라는 비명]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의사) 뭐 해? 경찰에 빨리 신고하세요
(간호사) 네
[의사가 말한다]
(세미) 범 씨
한국병원 응급실로 가 줘요
네?
[소란스럽다]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다가오는 발걸음]
(직원1) 변호사님
이분 저희 사무실에 가끔 오시던 그분 아니에요?
[도어 록 작동음] (미연) 어머! 아
얘, 송이 안에 있…
엄마, 천송이 응급실에 있대
또?
아, 얘는 올해만 응급실을 몇 번을 가는 거야, 도대체?
(미연) 이번엔 왜, 또?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기자16) 야, 천송이 씨
[잔잔한 음악] (기자17) 우아, 예뻐, 예뻐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18) 무슨 일이야?
(기자19) 어? 매니저 아니야?
도민준
괜찮아?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기자20) 천송이가 왜 여기 있어?
(기자21) 아, 옆에, 옆에, 옆에 아까 그 천송이 매니저 아니야?
(기자22와 기자23) - 천송이가 다쳤던 거야? - 어떻게 지난번에 다치고 또…
사람 너무 많다
너무 시끄러워
사람 없는 데로 가자
그래
그러자
[신비로운 효과음]
(기자24) 또 사라졌어
(기자25와 기자26) - 뭐야, 어디 갔어? 어디 간 거야? - 어디 갔어?
- (기자27) 무슨 마술 쇼야? - (기자들) 어디 간 거야?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의 힘겨운 신음]
[새가 지저귄다]
[힘겨운 숨소리]
[평화로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도민준 씨
여기 어디야?
[민준의 힘겨운 신음]
[민준의 거친 숨소리]
제대로 왔네
(민준) 이렇게 멀리까지는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송이) 어딘데?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며?
(송이) 어?
여기
아무도 없는 곳
(민준) 너랑 나밖에 없는 곳
정말로?
[옅은 웃음]
아무도 못 찾을걸?
(송이) 여기 혹시
도민준 씨네 별이야?
외계 행성
막 그런 데?
(민준) 응
진짜?
진짜로?
그렇다니까
(송이) 근데 나 괜찮은 거야?
몸도 막 뜨고 안 그러네?
나 진짜 괜찮아
숨도 쉴 수 있고
몸도 안 뜨고
[송이의 발걸음]
나 괜찮아, 도민준 씨!
- 바보냐? - (송이) 어?
여기가 무슨 외계 행성이야?
거기가 얼마나 먼 덴지 알기나 해?
[옅은 한숨]
아니야?
아니지, 그럼
그리고 외계 행성이면 어쩔 건데?
뭘 어째? 살아야지
(송이) 난 숨만 쉴 수 있으면 살 거야
난 적응력도 빠르고
이 정도 미모면
도민준 씨 별에 가서도 빠지지 않을걸?
인기 많을걸, 거기서도?
뭘 하든 먹고살 거야
(민준) 참 나
그럼
여기 어딘데?
[상쾌한 음악] [송이의 신난 탄성]
[송이의 탄성]
[송이의 탄성]
(송이) 여기 우리만 있다고?
여기 우리 둘만 있다고!
경찰도 없고 기자도 없고
사람도 없고
아무도 없다고!
나 천송이다!
나 잡아 봐라!
[송이의 즐거운 신음]
얘 외계인인데
얘도 잡아 봐라!
우리 둘이 여기 같이 있다!
우리 여기서 같이 살 거다!
여기서
우리 둘만
잘 먹고 잘 살 거다!
도민준 씨도 해
뭘?
해, 나처럼
[헛기침]
잘 먹고 잘 살 거다, 우리 둘만!
(송이) 그럴 거다, 어쩔래!
[송이의 웃음]
좋다!
[송이의 개운한 숨소리]
우리 사진 찍을까?
어?
아, 무슨…
찍자
나 세수도 했는데
도민준 씨 핸드폰 있지? 줘 봐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응
[카메라 셔터음]
[파도 소리가 솨 들린다]
(송이) 어, 나무 특이하다
(민준) 연리지
나무 두 그루 뿌리가 얽혀서
한 나무처럼 자라는 거야
이건 동백나무
저건 생달나무
[송이의 깨닫는 신음]
같은 나무끼리도 아니고 종류도 다른데
그게 가능하구나
(송이) 부럽다
어쨌든 죽을 때까지 같이 있는 거잖아
[부드러운 음악]
우리 사진 찍을까?
또?
그만하지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요
[휴대전화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새가 지저귄다]
(송이) 지금쯤 난리 났겠다
(민준) 아마도
(송이) 있잖아
도민준 씨 별과
여기 지구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듯이
우리 여기서도 그런 걸로 하자
여기서 난
온 국민의 미움을 받는 천송이도 아니고
도민준 씨는
정체를 들켜선 안 되는 외계인도 아니야
아무 상관 없어
그러니까 여기 있는 동안엔
우리 바깥세상 일에 신경 끄자
도민준 씨
그래, 천송이
[감미로운 음악]
사랑해
당신이 이 별에서 산다고 하면
나도 이 별에서 살고 싶고
당신이 다른 별로 간다고 하면
나도 따라가서 살고 싶을 만큼
사랑해
당신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불안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을
영원히 멈출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고 싶지만
(송이) 이런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가끔은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되돌려도
난 당신을 다시 만날 거고
그렇게 툭탁거리면서 싸울 거고
당신한테 반했을 거고
사랑할 거야
(민준) 그래
[송이의 웃음]
(송이) 뭐야?
내가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그래'가 끝이야?
여자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얘길 했으면
어느 정도 그럴듯한 답을 해 줘…
[송이의 힘겨운 신음]
아유, 이런 젠장
(송이) 아휴, 아이고
[송이의 힘겨운 신음]
(직원2) 아, 뭐, 지금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가
다 천송이 씨랑 도민준 씨 관련이에요
아, 내가 '저 인간 어쩐지 범상치 않다'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그 기사에 묻혀서 그렇죠
(범) S&C 이재경 상무가
한유라 씨 사건 피의자로 긴급 체포 돼서요
우리 송이 누나는 어떻게든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재기할걸요?
그래?
그동안 억울하게 욕먹었던 거에 대한
동정설도 만만치 않고요
아, 거기다가 오늘 사건까지 해서
(직원2) 관심이 장난이 아니에요
아직 저희 소속인 줄 알고
광고주들 문의 전화도 여러 통…
광고주가? 그래?
(범) 아무튼
우리 송이 누나는
스캔들이 나도 뭔가 클래스가 달라요
초능력자랑 연애라니
완전 신비로워 보이잖아요
일반인들 반응도 그래요
우리 송이 그래서 지금 어디 있는 거니, 어?
[흥미로운 음악] (안 대표) 내 안 그래도
송이 촬영장에서 자기 스태프들도 없이
그 고생 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나라도 나서야 되나?' 그랬는데
돌아오면
바로 접촉을 좀 해 봐야겠네
응
(TV 속 기자28) 서울 한복판에서 믿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배우 천송이 씨의 매니저였던 도 모 씨가
천송이 씨와 함께 사라진 겁니다
바로 눈앞에서 두 사람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수십 명에 이르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과 SNS에는
여러 목격담이 올라오고 있으며
외계인설, 마법사설 등
다소 허무맹랑한 추측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과학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TV 종료음]
이제 만족하십니까?
행복하세요?
[부드러운 음악]
[송이의 옅은 웃음]
(송이) 언제 일어났어?
(민준) 아까
피곤하면 더 자
으응, 아니야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 열 좀 내렸네?
[옅은 웃음]
그래도 처음보단 많이 나아진 거 같아
뭔가 좀 적응이 되는 거 아니야?
우리 사진 찍을까?
또?
배 안 고파?
고파
근데 도민준 씨
우리 아기는 몇 명이나 낳을까?
[민준이 캑캑거린다]
[콜록하며] 어?
아니
우리도 찬찬히 계획을 세워야지
몇 명이 좋아, 응? 몇 명?
일곱?
[송이의 놀라는 숨소리]
(송이) 일곱?
일곱은 너무 많지 않아?
(민준) 옛날엔 다들 그랬어
일고여덟은 보통이고
열둘 이렇게 낳는 집도 흔했다고
그래?
[민준이 후루룩 먹는다] 그럼 딸 넷, 아들 셋?
딸 일곱
뭔 딸만 일곱이야?
난 딸이 좋단 말이야
사내자식들은 시끄럽기만 하고
[민준이 후루룩 먹는다] 그래, 그럼 고려해 볼게
근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아들이 중간에 나오면 어떡해?
[옅은 웃음]
할 수 없지, 뭐
나오면 키워야지
근데 애들 일곱이나 키우려면
지금 사는 데는 안 되겠다 그렇지?
[옅은 웃음] 아무래도
서울 근교나 시골 같은 데
(송이) 아파트보단 주택이 좋을 거 같아
마당 있는 집
우리 이모가 평택 사시거든 정원 있는 집
근데 손이 엄청 많이 간대
뭐, 아무래도 아파트보단 그러겠지
우리 강아지도 몇 마리 키울까?
왜?
아니
나도 마당 있는 집이 좋을 거 같아서
강아지도 좋고
그렇지?
근데 도민준 씨는
나한테 뭐 할 말 같은 거 없어?
(민준) 응?
(송이) 아니 좀 치사한 말이긴 한데
도민준 씨는 한 번도
자기 마음을 직접 얘기한 적이 없잖아
뭐
좋아한달지
아니면, 뭐
사랑한달지?
[사랑스러운 음악] [옅은 웃음]
라면이나 먹어
[민준이 후루룩 먹는다]
난 꽤 여러 번 한 거 같은데? 아까도 그렇고
어?
어, 어, 어, 어?
[휴대전화 조작음]
[타이머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라면 먹는 모습이 섹시해서
[민준이 후룩거린다]
(민준) 별…
하루 종일 사진만 찍냐?
[웃음]
[어두운 음악]
(범중) 아, 긴급 체포라면서?
그럼 영장 실질 심사에서
영장 발부되지 않도록
막아 보라는 말이야
아, 이건 엄연히 저, 함정 수사 아니야!
그리고, 저
기자들 막아
지금 당장 쓰고 있는 기사 내려놓지 않으면
우리 회사 광고
다 빼 버리겠다고 그렇게 말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돼
재경이는 내 뒤를 이을 저, 후계자 아닌가?
절대로 흠집 내서 안 돼
알았어? [범중이 수화기를 탁 놓는다]
[범중의 못마땅한 신음]
네가 이런다고
네 형 자리 네가 차지할 수 있을 거 같아?
네 형은 큰일을 많이 할 사람이야
작은 흠결 정도 있다고 해서
그거를 빌미로 삼아서 넘어뜨려?
네깟 놈이 뭔데!
네 형을 네가 모함을 해도
네 형 몫은
너한테 털끝 하나 안 가
아무것도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못마땅한 숨소리]
저는 지금
아버지가
형의 죄를 덮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형은 그동안 너무 많은 죄를 지었어요
오늘은
송이를 죽이려고 했고요
[책상을 탁탁 치며] 말이 되는 소릴 해!
(범중) 네 형이 뭐가 부족해서?
자기가 그렇게 가진 게 많은데
네 형이 왜 그런 짓을 해!
[못마땅한 숨소리]
[병을 탁 내려놓는다]
오늘
형이 송이에게 먹이려던 와인이에요
다행히 송이는
치사량을 다 먹지 않았고요
[코웃음]
마시겠습니다
제가
[의미심장한 음악]
제가 이걸 다 마시면
그땐 믿어 주세요
이재경은
자기 목적에 따라서
사람 목숨 빼앗는 것도 서슴지 않는
[떨리는 숨소리]
괴물입니다
(범중) 만에 하나 네 형이
천송이란 아이한테 해를 끼치려고 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 아이가 그만한 짓을 했을 거야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 우리 재경이는
[보이스 펜 조작음] (녹음 속 한경) 살려 줘, 재경아
[녹음 속 한경의 힘겨운 숨소리]
[보이스 펜 조작음]
누구 목소리인지
기억하시겠어요, 아버지?
아니, 너 지금 무슨 수작을…
[쓸쓸한 음악]
죄송합니다, 아버지
[보이스 펜 조작음]
(녹음 속 재경) 취하는 건 아니고
마비가 오는 걸 거야, 형
[녹음 속 한경의 힘겨운 숨소리]
(녹음 속 한경) 뭐?
(녹음 속 재경) 곧 손발에 힘이 없어져서
제대로 걷기가 어려워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혀가 마비될 거고
결국 잠에 빠져들 거야
[녹음 속 한경의 힘겨운 숨소리]
(녹음 속 한경) 너 지금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녹음 속 재경) 그리고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발견될 거야
음주 운전으로 사망한 게 되겠지
(녹음 속 한경) 재, 재경아
(녹음 속 재경) 오래전부터 형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우당탕 소리가 흘러나온다]
너무 걸리적거렸거든
아버지는 내가 형보다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어
[우당탕 소리가 흘러나온다]
[떨리는 숨소리]
(녹음 속 한경) 살려 줘, 재경아
[녹음 속 한경의 힘겨운 숨소리]
[보이스 펜 조작음]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미연) 아, 전화 다시 해 봐
(윤재) 아유, 여기 앉아
[미연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전화기가 꺼져…
꺼져 있다니까
아니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미연) 우리 송이 데리고 도대체 어디로…
이 망할 도 매니저
걱정하지 마, 엄마
아, 어떻게 걱정이 안 돼?
우리 민준이 형
누나 위험하게 만들 사람 아니라니까?
그래, 송이 엄마
나도 만나 봤는데 좋은 청년 같았어
좋은 청년이 왜 우리 송이를 데리고 사라져요?
왜 전화는 안 해 주냐고
(윤재) 아까 뉴스 안 봤어?
죽을 뻔한 누나 위세척해서 살려 준 거
우리 민준이 형이라잖아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할 수 없이 피한 거야
자기가 뭔데?
자기가 의사야?
우리 송이가 많이 좋아하는 남자야
별일 없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자
하, 못 살아, 내가 정말
당신은 옷이
그거 한 벌밖에 없어요?
(민구) 어?
[못마땅한 신음]
(송이) 도민준 씨 살았다던 별 어디야?
(민준) 여기서 어떻게 보여?
(송이) 여기서 보이지도 않아?
그럼 어디 가야 볼 수 있는데?
(민준) 왜?
(송이) 그냥, 알았으면 해서
남쪽인가, 북쪽인가
저기야?
아니면 여기야?
아니면 저기야?
[민준의 어이없는 웃음] 어?
[송이의 웃음]
[잔잔한 음악]
(민준) 안 추워?
(송이) 따듯해
도민준 씨
(민준) 응
우리 매년 여름마다 여기에 오자
그러자
우리 애들 일곱 명이랑
강아지 다섯 마리랑
(송이) 더, 더 나중에는
손자 손녀들이랑
어디 해외 멀리 나갈 거 있어?
우리 여기로 오자
그러자
(송이) 와, 대가족이네
걔네들 먹여 살리려면
우리 일 열심히 해야겠다
도민준 씨는 강의 몇 탕 더 뛰고
난 조연이든 단역이든
닥치는 대로 다 하고
[민준의 웃음]
(민준) 그래야지
그러자
약속한 거다?
그래
약속해
[송이의 편안한 숨소리]
(송이) 나 노래 불러 줘
한 번도 불러 준 적 없잖아
무슨 노래?
내가 앞으로
'도민준' 하면 떠올릴 노래
(송이) 도민준 씨도
'천송이' 하면 떠올릴 노래
뭐, 우리가 오래오래
추억할 노래, 뭐, 그런 거
♪ 별이 ♪
♪ 유난히도 밝은 ♪
♪ 오늘 ♪
(민준) ♪ 이 시간이 가면 ♪
♪ 그대 ♪
♪ 떠난다는 말이 ♪
♪ 나를 ♪
♪ 슬프게 하네 ♪
♪ 이 밤 ♪
♪ 다 가도록 ♪
[감미로운 기타 선율]
♪ 아, 행복했던 시절 ♪
♪ 많은 우리들의 약속 ♪
♪ 자꾸 ♪
♪ 귓가를 스쳐 ♪
♪ 나를 ♪
♪ 슬프게 하네 ♪
♪ 그대 ♪
♪ 잘못 아니에요 ♪
♪ 왠지 ♪
♪ 울고 싶어져요 ♪
♪ 나는 ♪
♪ 너무나도 파란 ♪
♪ 꿈을 꾸고 있었 ♪
♪ 어요 ♪
고마워
천송이
(민준) 네가 듣고 싶어 하는 말들
다 해 줄 순 없지만
네가 그리는 미래에
내가 함께하고 싶은 건 사실이야
[상자를 달칵 연다]
[반짝이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송이) 나 끼워 줘
나 이런 유치한 프러포즈
꼭 받아 보고 싶었는데
난
이렇게 유치한 프러포즈
하게 될 줄 몰랐어
완벽하게 행복하다
도민준
왜, 천송이?
내가 사랑하는 도민준
왜?
우리 이제 꿈에서 깰 시간이야
당신은 날 위해서
어딘가에 존재해 줘
(송이) 날 위해서
죽지 말고
어딘가에 존재해 줘
그러니까 내 말은
가
당신이 있었던 곳으로
[아련한 음악]
(균) 오늘 말씀 잘 나눴습니다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제 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도
영감을 줄 아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일어나기 전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제가 예지력이 있는 자는 아니지만
제가 본 선생은
이곳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마음을 다해 사모할 여인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균) 그리하여
그 여인을 위해
선생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연유로 그런 말씀을…
워낙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짓궂어서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더더욱 강력하고 꼼짝달싹 못 할 방법으로
찾아오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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