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20
당신은 날 위해서
어딘가에 존재해 줘
(송이) 날 위해서
죽지 말고
어딘가에 존재해 줘
그러니까 내 말은
가
당신이 있었던 곳으로
안 가면 안 된다며?
죽는다며?
지금도 힘들다며?
그러니까 가라고
천송이
난 이미 마음 정했어
네 옆에 있을 거야
(송이) 나도 정했어
당신이 내 옆에 있다가 죽으면
나도 죽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난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보단
그편이 쉽다고
그렇게 안 해
너 혼자 만들지 않아
(민준)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찾을게
(TV 속 해설자) 백주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문이 달칵 열린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 형사의 헛기침]
이것은 미스터리한 남자의 모습입니다
(박 형사) 뭐 보세요?
(TV 속 해설자) 한류 여신 천송이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박 형사) 야, 벌써
(TV 속 해설자) 미스터리한 남자와 함께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박 형사) 아까 취재해 갔는데
빠르네
(TV 속 해설자) 그의 이름은 도민준
[밝은 음악] 그런데
그를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의 제보도
속속 도착했습니다
(TV 속 해설자) 도 씨와 친분이 있다는 주변 사람들은
그를 아주 좋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우리 팩트만 갖고 얘기하시죠
(TV 속 해설자) 그는 정말 초능력자일까요?
그저 평범한 사람의 상업적인 눈속임 쇼에
모두가 속은 것일까요?
아니면
그는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도 되는 걸까요?
[TV 종료음]
(박 형사) 쯧 [박 형사가 코를 훌쩍인다]
[박 형사의 한숨]
쯧 [박 형사가 코를 훌쩍인다]
아휴, 그냥 하루 종일 기자들한테 시달려 가지고
아이, 내가 무슨 걔 아버지냐고
왜 자꾸 걔가 어디 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야?
쯧, 어유
모두가 보고 있는 데서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게요
우리가 얼마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마음으로
그 비밀을 지켜 줬는데
(박 형사) 쯧, 한 방에 그냥
[코를 훌쩍인다]
근데요
도민준
걔 지금
어디 가 있는 걸까요, 도대체?
자?
왜?
[한숨]
(송이) 당신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었어
질렸다고 할까?
휘경이랑 잘 먹고 잘 살 테니
걱정 말고 가라고 할까?
(송이) 무서워서
당신이 내 옆에 없다는 것도 무섭지만
내 옆이 아닌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게 무서워서
[한숨]
당신은 안 무서워?
죽음
[잔잔한 음악]
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 가고
죽어 가는 모습을
아주 많이 봐 왔어
그래서 생각했지
결국은 저렇게 죽을 걸
왜 애를 쓸까?
순서만 다를 뿐
결국은
늙고 주름져 사라질 사람들인데
왜 저렇게 아등바등
전쟁을 겪듯 악착같이 살까?
한발 떨어져서 바라본 지구인들의 삶은
한심하고 허무했어
그런데
죽음을 생각하고 나서
깨달았어
[한숨]
죽기 위해 사는 사람은 없어
살아가는 그 순간이 중요한 거였어
그래서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행복할 수 있는 거고
살아갈 수 있는 거였어
(민준) 간단한 건데
깨닫는 데 오래 걸렸다
[활기찬 음악]
[홍 사장의 놀라는 숨소리]
천송이
어, 어떻게…
(혁) 저런 게 우정이다 저런 게, 어? [홍 사장이 흐느낀다]
친구 뭔 일 생겼을까 봐 저, 우는 거 봐라, 아휴
(철수) 하, 나 이참에 홍 사장
진짜 다시 봤다
도민준 님
내 남자인데
어, 어떻게…
[흐느낀다]
[형사1이 자판을 탁탁 친다] 아니, 납치가 아니고요
(영목) 두 사람 연인 사이라니까
그럼 지금 어디 있는데요?
아, 어딘가 있겠죠
[무전 소리가 흘러나온다]
(라디오 속 앵커1) 현장에서 이재경 상무가 체포되는 데
도움을 준 도민준 씨는
배우 천송이 씨와 함께 갑자기 사라진 채
현재까지 연락 두절된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라디오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아저씨
그, 라디오 좀 꺼 주시겠어요?
(택시 기사) 아, 예
[터치 패드 조작음]
네
저 맞아요, 천송이예요
(송이)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
[부드러운 음악]
근데
그동안 재경 오빠 이야기
왜 나한테 솔직하게 안 했어?
너 같은 다혈질한테?
자기 속 5분도 잘 못 숨기는 애한테?
휘경이 힘들겠다
(휘경) 너 여기 어떻게…
어머니가 전화하셨어
너 며칠째 계속 잠만 잔다고
괜찮으니까 그만 가 봐
치, 왜?
내가 너 잡아먹냐?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세미의 한숨]
(세미) 휘경아
나 송이가 너무 싫었어
[차분한 음악] 그 애가 추락하는 게 보고 싶었어
송이가 무언가를 잃어 갈 때마다
그게 고소하고 좋았거든
근데
돌아보니까 가장 많이 잃어버린 건
[옅은 웃음]
나더라
날 가장 친한 친구로 믿었던 송이한테도
날 천사표라고 불러 주던 너한테도
난 솔직할 수가 없었잖아
아무한테도 진심을 털어놓지 못했더니
내 진심은 곪아서 못 쓰게 돼 버렸어
[세미의 심호흡]
이제 너를
완전히 놓으려고
내가 살아야겠어서
너를 놔야 네 친구로 돌아갈 수 있고
그래야 너한테라도
진짜 내 속 털어놓을 수 있을 거 아니야
이번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거 알아
아무한테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지 말고
나한테 해
나한테 털어놓고
내 앞에서 울어, 휘경아
[불안한 음악] (재경) 영장 실질 심사에서
불구속 수사 요청에 최선을 다하세요
난 S&C 그룹의 상무입니다
이 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도주의 우려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세요
또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백을 유도하는 신문을 받았고
검찰은
함정 수사를 펼쳤습니다
이 점도 짚고 넘어가세요
불법 CCTV를 자료로 채택해 제출한 점도
그냥 못 넘어갑니다
피의자 방어권을 걸고
공격해 주세요
[휴대전화 벨 소리]
아, 잠시만요
여보세요
예
곧 금방 다시 걸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시라도 빨리 밖에 나가
꼭 처리할 일들이 있습니다
구속 수사는 안 돼요
아시겠습니까?
예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기자1) 아, 몇 시야?
(기자2) 벌써 3시가 다 돼 가요
(택시 기사) 다 왔습니다
네, 잠시만요
[숨을 후 내뱉는다]
(송이) 긴장하지 마, 도민준 씨
안 해
떨지도 말고 쫄지도 말고
도민준 씨가 나한테 그랬잖아
(송이) 잘못이 있을 때만 숨는 거라고
당당하게, 어?
도민준 씨는 잘못한 게 없어요
알아
그러니까 너나 쫄지 마
내가 뭘?
(송이) 어, 어, 어, 어
일단 내가 먼저 내릴게
같이 내려
[민준의 다리를 탁 치며] 아휴
내가 이런 일 많이 당해 봤잖아
나만 믿으라고, 도민준 씨는
어떻게 할 건데?
어, 일단 차에서 내리는 순간
기자들은 나한테 쫙 몰릴 거라고
(송이) 나를 본 이상 시선을 못 뗄 거란 말이지
그 틈을 타서 도민준 씨는 건물 안으로 진입해
어? 괜히 무리하게
그, 초능력 쓰지 말고
요즘 몸도 안 좋은데
괜히 더 튈 수가 있어요
어? 어?
떨지 말고, 어? 어?
[떨리는 숨소리]
어?
어, 어, 어, 고마워
어
[혀를 굴리며] 자, 레디
앤드 액션
[입바람을 후 내뱉는다]
[기자들이 대화한다]
[경쾌한 음악]
(기자3) 어? 천송이다
(기자4) 어? 천송이다
(기자5) 천송이, 천송이야
(기자6) 천송이 씨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카메라 셔터음] (기자7) 어떻게 된 겁니까? 납치됐던 겁니까?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저 납치된 거 아니고요
(기자6과 기자8) - 그럼 어떻게 된 겁니까? - 도민준 씨 어딨습니까?
(기자7) 사실을 말씀해 주세요
- (기자6) 도민준, 도민준 - (기자9) 도민준이다!
(기자10) 어? 도민준 씨 [기자들의 다급한 신음]
(기자11) 도민준 씨
천송이 씨를 납치하신 게 맞습니까?
아, 저기요, 헤이, 익스큐즈 미!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저기요, 여러분
(송이) 나 인터뷰하고 있잖아요
아, 제가 천송이…
(기자12와 기자13) -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 두 분 어떤 관계입니까?
(송이) 저기요, 잠시만요
아, 여기 잠시만요
사진은 안 찍을게요
사진 안 찍을게요
아, 여러분 아, 사진 안 찍을게요
아, 찍지 마세요, 찍지 마시라고요
아, 저를 찍으세요, 저를
아, 카메라 치우라고 알았어요, 알았어
- (송이) 찍지 마 - (기자8)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기자8) 의도적이었던 거 아니었습니까?
(기자14) 아, 뭐야? [기자들이 구시렁댄다]
도민준 씨?
같이 가시죠
(송이)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저 납치당한 거 아니거든요?
서에 가서 얘기하시죠
갑시다
(송이) 아, 근데 이거, 이거 놓고 말씀하세요 [기자들이 질문한다]
(TV 속 앵커2) 사라졌던 천송이 씨가
매니저 도 씨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천송이 씨는 자신은 도민준 씨의 약혼녀라며
납치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입을 닫았습니다
(미연) 뭐? 약혼녀?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얘, 쟤 미친 거 아니니?
누구 마음대로?
그리고 저 계집애 지금 손가락 멀쩡하지?
나쁜 계집애
근데 무사하다고 집에 전화 한 통을 안 해 줘?
우리 민준이 형 경찰서에 잡혀가는 거야, 지금?
어, 씨
안 되는데
안 되긴?
네 누나가 더 안 되지, 여배우인데
(미연) 저기가 어디 경찰서야?
왜?
가게?
애가 경찰서에 갔다는데?
어디 안 다치고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됐지, 뭐
집에 잘 도착하면 전화 한 통 달라고 해 줘
(미연) 아니
이따가 애 오면
밥은 한 끼 먹고 가야지
안 그러니?
(윤재) 나한테 물어봐, 그런 걸?
먹고 가시든가요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도민준 씨는 조사가 길어질 거 같으니까
(형사2) 안으로 가시고요
천송이 씨는 여기서 진술해 주세요
아니, 왜요? 왜 같이 못 들어가죠?
(송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시는 건가요?
[형사2의 기가 찬 숨소리]
뭔 짓을 해요, 내가?
그럼 여기서 정정당당하게 얘길 해요
제가 오면서 말씀드렸잖아요
(송이) 저 도민준 씨 약혼녀고요
납치당한 거 아니라고요
- 저 정말 이러면 가만히 안 있… - (민준) 천송이
어?
괜찮아
(송이) 알았어, 근데
무슨 이상한 짓을 할 거 같으면
바로 나와, 소리 지르든가
내가 여기 딱 지키고 서 있을 테니까
어? 도민준 씨
(형사2) 아이고, 참
사람을 어떻게 보고
갑시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이거 아니다 싶으면 응하지 말고
나한테 전화를 해, 전화…
아, 내 전화가 없지?
아무튼 뭔가 강압적이다 싶으면 112에 신고를 하라…
하, 그래, 여기가 경찰서지
(형사2) 먼저 천송이 씨 약취 유인죄부터 얘기하죠
[형사2의 의아한 숨소리]
근데
그건 어떻게 한 겁니까?
눈앞에서 사라지는 거
그거 진짜 초능력…
[웃음]
그거 아니죠?
제가 어떤 이유로 사라졌든 간에
그게 범법 행위가 됩니까?
구체적으로 적용할 법 조항이 있습니까?
그건…
뭐, 이런 일이 처음이니까
그 행위 자체가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면
구체적인 범법 행위부터 조사를 하시죠
(민준) 개인적인 호기심을 풀어 드리려고
여기 앉아 있는 게 아닙니다
(형사3) 아, 그…
짜장면이라도 좀 드실래요?
도민준 씨는
밥은 먹여 가면서 조사하는 건가요?
안 먹겠다고 했다던데
그럼 나도 안 먹어
[뛰어오는 발걸음]
(박 형사) 어?
천송이 씨
저번에 저 찾아왔던 그 형사님 맞으시죠?
네, 아, 기억하시네
[웃음]
아, 저…
도민준 씨 안에 있죠?
(형사2) 어?
- (형사2) 선배님 - (박 형사) 야
넌 내가 도민준 씨 사건 병합하겠다고 연락을 했는데
왜 소식이 없어?
얘기 못 들었어?
아이, 한국병원 관할이 저희라…
아니지, 아니지
(박 형사) 도민준 씨가 처음 사라졌던 호텔
그게 내 관할이잖아
그리고 애초에 내 담당 사건에서 파생된 사건이고, 이게
뭐, 그렇긴 하죠
그리고 내가 도민준 저 친구에 대해서는
(박 형사) 사전 정보가 많아요
[입소리를 쯧 낸다]
안 그래도 내가
이, 뒤를 캐고 있는 친구거든 이 친구가, 응?
확, 이 자식, 아주 그냥
에이, 뭘 엿듣고…
[헛기침]
내가 딱 부러지게 조사할 거니까
우리 관할로
걱정하지 말고 넘겨, 응?
(박 형사) 내가, 어?
기자들 없는지 먼저 볼 테니까
뒤따라오세요
(경찰) 어?
[경찰의 탄성]
어유, 저기, 사인 좀
아이, 지금 좀 바쁜데
성함이…
정말 초능력으로 막 사라지시는 거예요?
[흥미로운 음악]
마술 쇼라는 얘기도 있던데?
아, 이분은 사인해 주고 그러는 분 아니거든요?
사인이 안 되면
사진이라도…
아니면
악수라도
(송이) 아이, 악수는 무슨
안 됩니다
[웃으며] 아휴
우리 애가 영상 보고 너무 좋아해서요
(경찰) 슈퍼맨인 줄 알아요 우리 애는
아, 애가 있으세요?
결혼하셨구나
(송이) 해 드려
애가 좋아한다잖아
(박 형사) [흥얼거리며] 여기는 기자들이 없네
천송이 씨 그만 가 보시라니까?
싫다고요, 같이 있을 거예요
아, 놀러 갑니까? 조사할 건데
여기 아무나 막 들어오고 그럴 수가 없어요
가는 길에 집 앞에 내려 줄게
- 싫어 - (민준) 천송이
이건 당신이 뭐라 그래도 싫어
옆에 있을 거야
조사실 앞에서 기다릴게요
그건 제 마음이잖아요
(박 형사) 병원에서 마음대로 의료 행위 한 거
그거 의료법 위반인 거 알아요, 몰라요?
(석) 그런데
당시 천송이 씨의 상태가 매우 위급했고
조금이라도 치료를 늦췄다면 위험했을 상황이었다는 게
게다가
시술을 받은 천송이 씨도
지금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박 형사) '응급 상황이었고'
'영리를 목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
아, 그럼 그거 정상 참작 해야 되겠네
- 그렇죠, 예? - (석) 아무래도?
[흥미로운 음악] (박 형사) 그렇지만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예?
레스토랑 재물 손괴죄
이거 어떻게 할 거예요?
접시가 지금 굉장히 비싼 게
열두 개가 깨지고
그 사업장이 지금 손해가 막심하다는데
(석) 그래도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니
경미한 사안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요?
야, 참, 도민준 씨는 운이 좋네
(박 형사) 그거는 이렇게
주인이랑 합의만 보시면
벌금형만 때리면 되겠네 이거, 예?
또 뭐 있더라? 음…
이재경 씨 폭행죄!
걔는 맞을 만했어, 어
(민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박 형사) 보면 몰라요?
사건 축소하잖아요
도민준 씨
왜 그랬습니까?
뭘 말씀이십니까?
(석) 허윤으로
한서진으로
그리고 도민준으로 살아오는 세월 동안
지키고 싶었던 게 분명 있었을 텐데
왜 한순간에 그 모든 걸
허무하게 만들어 버렸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분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부드러운 음악]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민준) 그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졌을 뿐입니다
그 어떤 계산도 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입니다
돌아보니 다들
그렇게 자신만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고
싸우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고
손해 보기도 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더군요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 생겼을 뿐입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다 끝났어?
(송이) 가자, 집에
[신비로운 효과음]
아직 안 왔다고요
조사가 안 끝났나 보죠
(미연) 아니, 기자분들이
집 대문 앞이며 주차장이며 다 지키고 계시잖아요
거길 안 통과하고 집을 어떻게 와요?
순간 이동?
지금 장난하세요?
진짜 그런 걸 할 리가 없잖아요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의 힘겨운 신음]
[놀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아…
아, 아무튼 아직 안 왔고요
(미연) 꼭 집으로 오라는 법도 없고
(송이) 어떻게 된 거야?
(미연과 민준) - 또 딴 데로 갔을 수도 있고 - 미안
- (미연) 끊을게요 - 조절이 안 됐어
이놈의 계집애!
- (송이) 도민준 - (윤재) 민준이 형
[송이의 피곤한 신음]
(미연) 뭔데?
도 매니저 정체가 뭔데?
뭐가?
TV에서 사람들 떠들 때도 안 믿었다고, 내가
근데 방금 너희 어떻게 들어온 거냐고
나 진짜 식겁했어, 얘
나중에 얘기해, 나중에
[미연의 다급한 숨소리]
(미연)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
윤재는 뭘 좀 아는 거 같던데?
네가 말 안 하면 윤재 캔다?
엄마
세상에 딱 한 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잔잔한 음악]
(송이) 그전에도 없고
다음에도 없어요
저 사람
평범하지 않은 사람인 건 맞지만
나한텐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도민준 씨
밥 좀 줘라
(송이) 뭐뭐 했어? [송이의 탄성]
굴비 구웠네?
잘됐다, 우리 도민준 씨 좋아하는…
야, 한 마리씩 먹는 거거든?
(미연) 이뻐서 주는 건 아니고 밥때 돼서 주는 거야
[접시를 달칵 내려놓는다]
잘 먹겠습니다
나도 잘 먹을게, 송이 엄마
뭐…
[그릇이 달그락거린다]
(송이) 도민준 씨
우리 가족 이렇게 다 같이 둘러앉아서 밥 먹는 거
12년 만이다
[송이가 피식 웃는다] (미연) 얘
너 왜 밥을 그렇게 먹어? 팍팍 좀 떠먹지
(윤재) 내 마음이야
맛있게 좀 먹어, 윤재야
[헛기침]
네, 형
[흥미로운 음악]
어유
엄마, 국 끓이지 마
간이 왜 이래?
아니, 난 괜찮은데 왜?
(미연) 아무튼 이 계집애는
자기는 하지도 못하면서 남 트집만 잡고
도 매니저, 어때?
- 예? - (미연) 국 간 어떠냐고
이상합니다
(송이) 거봐 도민준 씨, 먹지 마, 입맛 버려
(윤재) 난 원래부터 엄마 국은 안 먹잖아
(미연) 다 먹지 마
웃기는 것들이야, 진짜, 어유, 참
[미연이 그릇을 탁 놓는다]
[젓가락을 달그락 집는다]
[피식 웃는다]
가족
[애틋한 음악] 이라는 사람들과
밥을 먹어 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느낌이요?
'천송이 곁에'
'이런 사람들이 있어 준다면'
'안심이다'
정도?
'나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
뭐, 그런 생각
(송이) 어이쿠야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택시 할증 붙기 전에 가 보시는 게…
[웃으며] 어, 그래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아빠 갈게, 우리 딸
(송이) 조심히 가세요, 엄마
나도 가라고?
(미연과 윤재) - 뭐 하려고? - 뭐를 하려고 그런다기보단
우리 민준이 형 불편하시니까 그러지
- 우리끼리 있을게요 - (송이) 너도 가, 엄마 모시고
- (윤재) 나도? - (송이) 네가 제일 거슬려, 네가 [문이 달칵 열린다]
(윤재) 내가 뭘?
(송이) 너 자꾸 우리 도민준 씨한테 껄떡대잖아 [문이 달칵 닫힌다]
왜? 할 얘긴 해야지
아이, 씨, 민준이 형이 네 거야?
(송이) 그럼 내 거지, 네 거냐?
빨리 가, 귀찮게 하지 말고
얘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쉬워, 애가?
(미연) 야, 내가 보기엔 네가 제일 껄떡댄다
너 여자가 그러면 진짜 매력 없어
됐어, 난 이쁘니까 예외야
그렇지, 도민준 씨?
[웃음]
[송이의 웃음]
(안 대표) 응, 그래 그거 가운데로, 어?
제일 예쁜 사진을 중앙으로 딱 놓으란 말이야, 어?
[안 대표의 웃음]
[안 대표의 힘주는 신음] (미연) 아니, 바쁜데 왜 사람을 오라 가라야?
아이코, 어머니
안 보던 사이에 얼굴이 그냥 확 피셨어요
[안 대표의 웃음] 무슨 일?
(안 대표) 제가 심사숙고를 했습니다
우리 송이
아역 때부터 키워 온 나의 송이
이 아이 어떻게 재기를 시킬 수 있을까
밤잠을 설치고 고민을 하던 끝에
마침내
결심을 했죠
어쩌라고?
제 손을 잡고
함께 가시죠, 어머니
(미연) 가기는 개뿔
천송이랑 계약은 이제 다 끝났다던
안 대표님이야말로 어디로 가셨나?
제가요?
제가 그랬나요?
(안 대표) 아이고, 어딜 가시게요?
나 바빠
보자는 데가 많아
(안 대표) 그러지 마시고
송이랑 원래 재계약하려던 그 금액으로
가시죠
[흥미로운 음악]
[콧방귀]
그리고 [서류를 부스럭거린다]
이거
이게 뭐야?
(미연) '제안서'? [안 대표가 호응한다]
우리 송이 거야?
아, 이건 그건 아니고
(안 대표) [웃으며] 도민준 씨에게 전달을 좀…
아, 제가 연락을 할 방법이 없어서
뭐야?
- 도민준을 영입하겠다는 거야? - (안 대표) 네
걔가 무슨 연예인이니?
[안 대표의 놀라는 숨소리]
(안 대표) 연예인이 문제입니까, 지금?
슉슉, 공간 이동을 하는 사나이
월드 투어 마술 쇼 한 번만…
어마어마한 아이템인 거죠
아이템이라니?
도민준이 아이템이니?
(미연) 그래
안 대표는 우리 송이도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니까 좋을 땐 킵했다, 나쁠 땐 버렸다
그럴 수 있었겠지
아이템은
게임할 때나 찾으시고요
난
사람을 맡아 줄 회사를 찾아볼 거야
[미연이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하, 저 아주머니가 왜 이렇게 착한 척을 갑자기…
어머니 제가 아이템이라고 했나요?
실수했네요
[도어 록 작동음]
(민준) 아이참
왜 고집을 부려? 데려다준다니까
지금 도민준 씨 촬영 현장 나타나 봐
아주 그냥 난리 나
나 그냥 혼자 후딱 갔다 올게
뭐, 키스 신, 백 허그 신
이런 거 있어서 나 못 오게 하는 거 아니고?
아니거든? [엘리베이터 도착음]
그런 게 있으면 대역을 쓰자고 하란 말이야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 송이야 - (송이) 어? 휘경아
(휘경) 아유, 우리 송이
[휘경의 힘주는 신음] [송이의 웃음]
야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말랐어? 쯧
아, 도민준 따라갔다가 고생 엄청 했나 보네
[웃음]
[이를 악물며] 무슨 일이야?
(휘경) 어
우리 송이 내가 촬영장까지 데려다주려고
도민준 씨
아직은 밖에 돌아다니기 힘들 거 같아서
보는 눈들도 많고
아참
그리고 너 핸드폰 잃어버렸지?
[휴대전화 조작음] 응
(송이) 뭐야?
나 안 그래도 오늘 나가서 하나 사려고 했는데
번호 바꿨어
뒷자리는 내 거랑 같다
(송이) 어유, 야, 잘됐다
나 안 그래도 내 번호 자꾸 까먹는데
네 번호는 내가 또 외우잖아
아, 나 지갑 놓고 온 거 같다 잠깐만
(휘경) 응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열받지?
아니
전혀
내가 너 인정해서 가만히 있는 거 아니야
지금은 송이가 널 너무 좋아하니까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거지
그런데
포기는 안 했어
(휘경) 만에 하나
네가 송이 곁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거나
걔 혼자 두는 순간
송이 옆자리는 내 차지가 될 거라는 거 알아 둬
그땐
절대 안 놓칠 거다
[부드러운 음악]
(휘경) 송이야
우리 형 일은…
알아
들었어
너한테 몇 번씩이나 그런 일 당하게 하고
미안하다
휘경아
너도 지금 웃고 있지만
마음이 참 말이 아니지?
내가 그렇거든
아무렇지 않게 밥 먹고
촬영하고
근데 나도 속은 말이 아니야
무슨 일인데?
세상이
나 빼고 다 행복한 거 같아
[촬영장이 분주하다]
(송이) 오랜만이다
(세미) 너 때문에 촬영장이 시끄럽다
기자들이 너무 와서
워낙에 내가 핫하잖니
[코웃음]
네가 아니라 네 매니저 찾는 거야, 다들
도민준 씨는 안 왔어?
신경 꺼, 남의 남자한테
허, 쯧
그 사건 때문에 우리 감독님만 노 났어
우리 영화 홍보 때문에 그런 쇼 했다는 소문 나서
내 덕에 네 첫 주연 영화 흥행 좀 되겠다
갑자기 대본이 수정됐더라?
네 비중이 확 늘어서
내가 또 신스틸러잖니
연기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다 따먹고, 어?
[세미의 어이없는 신음]
(세미) 야
15년을 해도 안되는 연기가 무슨 하루아침에?
그게 아니고
한유라 사건 해결되면서 너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는데
그, 도민준 씨 일 터지고 해서
너한테 무슨 이상한 신비주의 이런 이미지가 생기는 바람에…
너 내 기사 다 찾아보는구나
너 지금 내 기사 줄줄이 읊고 있잖아
너 그 밑에 악플은 안 달았냐?
(송이) 내가 언제 한번
악플러들 싹 다 고소할 거야
그때 민망하게 경찰서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으면
그만해라, 너
[멋쩍은 한숨]
내가 뭘?
너 지금 시간 좀 있냐?
아니
(미연) 내가 송이 이 계집애가 없는 사이에
잠깐 얘기 좀 하려고 그래
(민준) 예
(미연) 윤재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미연의 웃음]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아니, 외계…
그게 진짜야?
네
말도 안 돼
도 매니저 혹시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다든가 뭐, 그런 건 아니고?
아닙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아…
[흥미로운 음악]
껍질 안 벗겨지는데?
부모님은?
아니, 그때 그분은 진짜 아버지는 아니시라면서?
그럼 진짜 부모님은?
(미연) 그쪽 별에 계신 거야?
혹시
가족들이 갑자기 이쪽 별로 다 오신다거나
그럴 계획이 있으신 건 아니고?
그쪽 세계는 여기와 조금 달라서
가족이라든가 친구라든가 부부라든가
이런 개념이 없습니다
오케이
알겠어
가서 쉬어
[물소리가 솨 들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송이) 도민준 씨
어디 나간 거야?
지금 돌아다니면 안 될 텐데
(송이) 그래서 정말 안 가게 되면
정말 죽는 건가요?
(영목)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그, 선생님 댁에
아주 오래전부터 키워 오신 화초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부터 그 화초 뿌리가
썩어 가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그게 도민준 씨랑
관계가 있단 말씀이세요?
전 뭐, 그렇게 짐작하고 있습니다
(송이) 도민준 씨
[긴장되는 음악] 뭐야?
벌써 자는 거야?
[불안한 숨소리]
이제 나랑 한집에 있어도
하나도 긴장 안 한다
이거지?
[떨리는 숨소리]
[송이가 코를 훌쩍인다]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송이) 도민준 씨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이러지 마
무섭게 이러지 마
[무거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당황한 신음]
[흐느낀다]
안 돼!
안 돼!
[흐느낀다]
(송이) 도민준 씨
안 돼!
[흐느낀다]
안 돼!
[흐느낀다]
[놀라는 신음] [잔잔한 음악]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정신 차린 거야?
[안심하는 숨소리]
네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어떻게 정신이 안 들어?
[흐느낀다]
난
죽은 줄 알았잖아
죽어 버린 줄 알았잖아
[송이가 흐느낀다]
[송이가 계속 흐느낀다]
(송이) 그래서?
이제 며칠이나 남은 거야?
당신 돌아가야 하는 날
(민준) 일주일 정도
[송이의 한숨]
(송이) 너무 짧네
우리 남은 날을
가네 마네 싸우면서
낭비할 수는 없겠다
아까 나 봤지?
도민준 씨가 내 옆에 있다가 죽어 버리면
나 아까처럼 울 거야
몇 날 며칠을
아니, 몇 달을
아니, 몇 년을
아마 죽을 때까지
자책할 거야
나 때문에 죽었다고
괴로워할 거야
내가 그러길 바라?
그럼 난?
[부드러운 음악]
긴긴 시간 내내
네가 보고 싶으면 난?
(민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으면
그때 난 어떻게 할까?
우리 사진 많이 찍었잖아
그거 못 가져가나?
(송이) 난 여기서 당신 보고 싶을 때마다
당신 사진 많이 볼게
당신이 불러 준 노래도 듣고
당신 생각할게
당신도 그렇게 해
그리고 우리 아직 시간 많이 남았잖아
일주일을 7년처럼
70년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보내지, 뭐
그런 의미에서
당신 나 사랑하나?
세수나 해
못생겨졌다
그래서
그 일주일이
아주 특별했냐고요?
그 어느 때보다
심심하고 평범했습니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송이) 아니, 저거
[흥미로운 음악] 아, 저건 말이 안 되지
저건 홈 어드벤처지, 저거
홈 어드밴티지
(송이) 그래, 그거
아, 도민준 씨, 어떻게 안 돼?
내가 뭘 어떻게 해?
아, 왜 그것도 못 해?
아, 저거, 저거 억울한데, 저거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치맥을 시켜 줘야겠어
(민준) 술 먹지 말라 그랬지
한 잔만
안 돼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 돼
(민준) 나 없을 때 취해서
또 막 아무 집이나 들어가고 그러려고?
안 돼, 이참에 술 끊어
(송이) 아이, 아이
(민준) '어차피 인생은 선택이 아니던가?'
'난 그녀와 당신 중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 대본은 늘 대사가 왜 이래?
도민준 씨
나랑 장 변호사님이랑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할 거야?
뭐야, 뜬금없이?
어? 누구 구할 건데?
선택해, 어? 누구?
너
정말?
(민준) 장 변호사님 해병대 출신이셔
충분히 스스로 나올 수 있을 거야
(송이) 이유가 그것뿐?
나를 어찌어찌해서 뭐, 그런 건 아니고?
어찌어찌가 뭔데?
아, 왜, 그런 거 있잖아
에이
됐어, 내가 치사하고 더럽다
(송이) 아, 나 깨우지 마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네가 사
(송이) 아, 이상해 [경쾌한 음악]
어, 어?
아, 나 참
뭐가 이상해?
삼광에
(민준) 고도리
스톱
[민준이 화투장을 탁 놓는다] 아, 뭔가 이상해
속임수 쓰는 거 아니지?
(송이) 내가 따닥 귀신인데 어? 이럴 수가
지금 기운도 안 좋은데
초능력 막 이런 데다 남발하고 그러는 거 아니지? 어?
내 실력이거든?
스톱했으니까 이마나 까
아이
[화투장을 탁 놓으며] 진짜 때리게?
(민준) 응
[딱 소리가 난다] [송이의 비명]
[웃음]
아, 이렇게 세게 때리면 어떡해?
(송이) 너 오늘 두고 봐
내가 아주 너 딥 키스 해 버릴 거야
아주 오늘 기절 좀 제대로 해 봐, 응?
음, 음, 음!
음!
[반짝이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송이) 도민준
어
(송이) 잠깐 이리 와 봐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여자들의 놀라는 신음]
[아련한 음악]
(여자1과 여자2) - 뭐야? - TV에 나왔던 사람 아니야?
(여자1) 순간 이동 하던 사람?
(여자2) 진짜?
(여자2와 여자1) - 아, 뭐야? 신발도 안 신고 - 어머
(송이) 도민준 씨
어디 갔어?
[민준의 추워하는 숨소리]
[뛰어오는 발걸음]
[영목의 속상한 신음]
[영목의 한숨]
(영목) 아, 양말을 안 갖고 왔네
발 안 시려요?
에이
[영목의 한숨]
아니, 어쩝니까? 그렇게, 그렇게 조절이 안 돼서
얼마나 놀라셨어요, 그래?
장 변호사님
예?
그날도
이 공원이었던 거 같은데요
(영목) 예
저 죽을 뻔한 날
선생님이 저 구해 주시고
국밥 한 그릇 사 주신 다음에
여기로 데려오셨죠
[옅은 웃음]
(상인) [흥얼거리며] 메밀묵
[부드러운 음악]
찹쌀떡
(젊은 영목) 고맙습니다
[울먹이며] 저 붙들어 주셔서
어떤 능력이 있으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저와 제 어머니를 살리셨습니다
[부스럭거린다]
갚으세요
돈이 없다고 죽는 것부터 생각하는 걸 보면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은 거 같아서
도대체 사법 고시는 어떻게 합격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합격한 다음에 갚으세요
어떻게 저를…
무얼 믿고…
당신을 믿고 주는 게 아닙니다
난 누구도 믿지 않아요
그럼 왜…
인연이 시작되는 걸 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인연이라고 생각합시다
고맙습니다
[코를 훌쩍인다]
(젊은 영목)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코를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손 한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영목) [울먹이며] 선생님을
제 옆에서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웃긴다고 하겠지만
정말 꼭
자식 앞세우는
[코를 훌쩍인다]
부모 된 기분이에요
장 변호사님
(영목) 예
아주 예전에
누가 그랬어요
작별 인사는
미리 하는 거라고
진짜 마지막이 오면
[떨리는 숨소리]
작별 인사 같은 건
할 수가 없다고
[흐느낀다]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영목이 오열한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감미로운 음악]
괜찮아?
이리 와
우리 오늘
결혼하는 거야
뭐?
이혼은 못 한다
도민준 씨는 내일 떠나 버릴 거니까
천송이
이혼도 안 하고
거기 가서 바람피우면 죽는다, 진짜
(송이) 여자의 육감 알지?
너희 초능력보다
여자의 육감이 더 뛰어나다는 것만 알아
[옅은 웃음]
도민준 씨 나한테 프러포즈할 때
반지 선물해 줬었는데
나는 월세에 관리비 내느라 돈이 별로 없어서
프러포즈 선물
지금 보면 창피하니까
나중에 혼자 있을 때 봐
나 보고 싶을 때마다 봐
마르고 닳도록 봐
그리고 당신은 나한테
사랑한다고 얘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내가 당신 몫까지 다 할게
사랑해, 도민준
(송이) 나보다 오래오래 살다 보면
결국엔 잊어버리겠지만
나같이 완벽한 여자가
널 정말 많이 사랑하고
좋아했다는 거
잊지 말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내가 가진 가장 근사한 초능력은
시간을 멈추는 건데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그럼
난 네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대단한 남자야
[옅은 웃음]
수없이 시간을 멈추고
(민준) 네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이 얘길 했었어
사랑해, 천송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에 대고
이 얘길 하면
모든 게 흘러가
사라져 버릴 거 같아서
그래서
멈춰진 시간에 대고 말했었어
사랑해, 천송이
사랑한다
[경쾌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타이머 작동음]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웃음]
[웃음 섞인 울음]
[웃음 섞인 울음]
[경쾌한 음악]
도민준
나랑 결혼해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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