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4
혜원집 마당. 밤.
-혜원의 두 손이 망설이는 중에 선재의 입술이 다시금 다가오자, 혜원, 밀어내며,
혜원 들어가자.
선재 (쿵!)
음악실 앞.
혜원 (문을 열고 들어가라 고갯짓)기다려.
선재 (머뭇)
주방.
-혜원, 들어와 가방을 의자에 놓고, 전기 포트 스위치 켠다. 외투 벗는다.
-싱크대에서 손 씻고,
-티 팟에 차를 집어넣는데,
-미순이 곁방에서 나온다. 자다 깨서 잔뜩 찡그린. 잠옷에 스웨터 차림.
미순 많이 늦으셨네요.
혜원 (흠칫)왜 깼어요? 업어 가두 모르시는 양반이?
미순 (시계를 보고는)교수님 전화 여러번 왔댔어요.
혜원 아,네, 묵음으루 해놓구 깜빡했더니,(가방에서 핸드폰 꺼내는)확인할게요. 주무세요.
미순 (시계를 보고는)보안 켜지 마세요, 곧 오신다니까.
혜원 (엉?!)
미순 (들어가려다)손님 계세요?
혜원 아뇨.
미순 차 드실 거믄 제가,
혜원 (핸드폰 확인하며)괜찮아요. 들어가세요.
미순 네, 그럼,
-핸드폰 들여다 보는 혜원.
-‘남의 편’ 부재중 전화 및 문자 여러 통.
준형 소리 뭐 하는 거야. 왜 답이 없어. 서영우랑 여태 놀아주나?...애들 대충 조인서한테 맡기구 나왔어. 지금 출발 해.
혜원 (정신 번쩍...내가 무슨 짓 한 거야...급히 단축 버튼 누른다...)어, 여보...전화 못 받아서 미안. 어디야?..(소리 지르는지, 미간 좁히며 전화기 잠깐 보고는)아침에 온다구 해서 당신 전화 신경 안썼지...
음악실 앞.
-혜원, 급히 다가온다. 문 손잡이 잡고 잠깐 머뭇. 할 수 없지, 문을 연다.
음악실.
-혜원이 자못 도도하게 들어선다. 선재가 불안하게 바라본다.
혜원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천연덕)너 왜 여깄어?
선재 (네?!)
혜원 안 갔어?...이 시간에 널 집안에 들였을 리 없는데.
선재 (혼란)
혜원 미안하다, 기억이 안 나. 내가 원래 술이 한꺼번에 올랐다가 확 깨는 체질이거든.
선재 (그렇다면, 방금 전의 일이 술김이었다고?)
혜원 가라. 피아노 다시 칠 거믄 연락하구, 아니믄 하지 마. 난 니가 재능이 있어서 이쁜 거니까.
선재 (그런 거예요?...눈빛이 흔들린다.혼란.무참...)
혜원 택시 불러 줘?
선재 (담담하려 안간힘)아니요.
혜원 뭐 타구 왔는데.
선재 공무용 트럭,
혜원 그럼 알아서 가. 조용히.
선재 (아주 조금 웃음. 분노와 수치심이렇게 비져 나온다)강교수님께 죄송하네요. 저 원래 남의 여자 관심 없는데,
-순간 혜원, 선재 뺨 찰싹. 손목만 써서 때리니까 더 앙큼해 보인다.
혜원 남의 여자라니, 선생님이지.
-선재, 피하지 않고 본다. 혜원, 마주 본다. 지면 안 돼.
선재 제가 큰 실수 했어요. 술두 안 처먹구 맨 정신에,
혜원 말 안 해줘두 돼. 난 모르니까. (돌아선다)
현관.
-혜원이 문을 열고 서 있다. 신발 신고 나가는 선재. 혜원, 문을 닫고 고개를 턴다.
혜원 집 부근. 새벽.
-트럭이 뒤로 확 빠졌다가 방향 돌려 간다.
-난폭하게 달려 내려가는 트럭.
-마주 오는 차 한 대, 급히 비켜간다. 준형의 차.
-트럭 안. 거칠게 수동 기어 변속하는 선재.
혜원 소리 어, 왔어?!
혜원 욕실.
-준형이 들여다본다. 김서린 샤워 부쓰 안에서 혜원이 샤워 중. 커다란 월풀 욕조, 세면대, 나무 벤치 등등, 근사한 꾸밈새.
준형 방금 들어 온 거야?!
혜원 좀 전에!
-혜원, 눈 감고 서서 정수리에 물줄기를 맞으며 소리 높여 말한다.
혜원 무슨 일 있었어? 엠티 가믄 끝까지 놀아주잖아.
침실.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혜원이 파우더 룸에서 얼굴에 화장솜 두드리고, 준형은 소형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마개 딴다.
준형 학과장 되구 보니까 것두 이상해. 눈치 없이 앉아 있다간 꼰대 소리나 듣겠지. 맥주 두 박스 넣어주구 그냥 왔어. 조인서 그 자식 인격 자랑 하는 것두 꼴보기 싫구.
혜원 그래서 울적한가봐?
준형 거 말야,
혜원 응?
준형 관리소에 차량 통제 좀 잘 하라구 해. 이 시간에 웬 고물 트럭이 폭주를 하더라고. 미친 놈인지 도둑놈인지, 사고날 뻔 했잖아.
혜원 (이선재구나)
강변 국도. 새벽.
-1톤 트럭 달린다.
혜원 주방.
-까운 차림 혜원, 작동 중인 커피 머신 물끄러미 보며 중얼. 마음 한 켠이 좀 아프다.
혜원 허접하네, 오혜원..
면사무소 마당. 이른 아침.
-트럭 도착.
-핸드브레이크 확 잡아당기는 선재.
면사무소 숙직실. 아침.
-근무복 갈아 입는 선재.
-책상 위, 혜원이 보내온 책과 선재 핸드폰.
-선재, 책을 집어 휴지통에 던진다. 핸드폰 집어들고 나간다.
사무실.
-선재, 핸즈프리 통화 하면서 대걸레질.
선재 두구 나갔었어.
뷰티 샵 직원 락커 룸.
-통화 하며 들어와 락커 열고 가방 집어 넣는다.
다미 미친 거 아냐?...한 시간 기다리다 찜질방서 자구, 지금 출근 했다!...뭐가 일찍이야. 내가 젤 먼저 나와야 되는구만!...어디 갔었는데!
사무실.
선재 (통화. 책상 아래 구석구석 닦는)뻘짓 하러...
플래시 백.
-스치듯 닿고 또 닿는 둘의 입술.
혜원 소리 미안하다. 기억이 안나.
사무실.
-선재, 대걸레 짚고 서서 눈물이 핑. 어이없고 화 나고 헷갈린다.
거리. 혜원 차 안.
-출근길, 꽉 막힌 도로. 그 중에 혜원 차.
-운전석의 혜원. 무심히 창밖 보며 중얼.
혜원 절대 기억 안 나지...
-핸드폰 울린다. 급히 받는 혜원.
혜원 네, 이사장님, 아침 잘...네?
서회장 집 침실.
성숙 (바깥 쪽 힐끗거리며 통화)영우 쟤 웃긴다...간만에 부부가 같이 와서 멀쩡히 아침 먹길래 기특하다 했더니, 지 남편 먼저 보내놓구는 대뜸 눈물 바람이야...울면서 지 아부지 끌구 서재루 들어가더니 30분 째 안 나와.
서회장 서재.
-영우가 뚝뚝 떨어지는 눈물 닦고, 출근 차림 서회장이 혀를 찬다.
영우 왜 사는지 모르겠어.
서회장 허허, 참,
영우 태어나 지금까지 좋은 날이 단 하루두 없었어. 난 희생양이잖아. 엄마는 날 낳구부터 아빠가 딴 여자 보기 시작했다며 하나 밖에 없는 딸을 꼭 무슨 요물이나 보듯이, 한 번 제대루 안아 준 적두 없구 따뜻한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휭 먼저 가버리구,
서회장 2절은 내가 해주랴?
영우 몰라. 다 너무 슬퍼.
서회장 어른이 돼라. 결혼해서 애를 둘 씩이나 낳구두 꺼떡하믄 옛날 얘기야? 그게 그렇게 사무치믄 니 애들한테는 좋은 부모가 돼 줘야지.
영우 애들두 맘대루 못보게 하면서.
서회장 애들한테 간다구 나가서 사고나 치니 널 뭘 믿구 내보내겠어.
영우 (콧물 닦으며 핼끔 눈치)
서회장 원하는 게 뭐냐.
서재 앞 복도.
-성숙이 문에 귀를 대고 서 있다가 복도 어귀로 비서가 지나가자 시치미 떼고 돌아선다.
아트센터 이사장실. 낮.
-성숙이 외투를 벗고, 왕비서가 받아서 옷걸이에. 미리 와서 기다리던 혜원이 곁에 서서.
-탁자 위에는 혜원의 태블릿과 서류철.
성숙 고까지 밖에 못 들었어. 감질 나. 고성능 특수 장비라두 달던가 해야지. 나 여행 간 동안 인테리어 바꿔야 한다 그러구 공사 한 번 해볼래?
혜원 (웃음)그건 자신 없네요.
성숙 하긴, 너라구 만능이겠니. 영감 눈치를 어떻게 피하겠어.
혜원 그러니까요.
-왕비서가 성숙의 어깨에 스카프 둘러주고 목례한 뒤 나간다.
-마주 앉은 둘. 차 마시며.
성숙 걔 쑈 하는 거지, 이혼하구 싶어서?
혜원 글쎄요.
성숙 영우 애인한테 인제 만나지 말라구 했대며.
혜원 네...뭐, 제 말 듣지는 않겠지만 그래두 그게 제가 할 일이라.
성숙 남자애가 헤어지자 그랬나?
혜원 그랬을 수두 있어요. 영우가 더 많이 좋아하는 거 같거든요.
성숙 글쎄 왜 그런 티를 내냐 말야. 그건 곧 연애 관계에서 권력을 포기한다는 건데. 그럴듯한 상대라믄 또 몰라. 겨우 업소 남자애한테.
혜원 걔가 많이 외롭잖아요.
성숙 핑계야. 아무리 외로워두 자존심은 지켜야지. 원조 교제가 다 뭐래? 얼마나 자신이 없으믄 자기를 여자가 아닌 돈으로 보게 만드니? 난 이 나이에두 오직 나의 여자됨, 그거 하나루 승부한다. 그 쫌팽이 서필원이한테서 쪼꼬렛 값 받아 내는 거 봐. 감정노동은 좀 했지만.
혜원 대단하세요. 인정합니다.
성숙 너, 영우 그냥 말리는 척만 하구 냅둬. 갈 데까지 가서 만천하에 개망신 당하게.
혜원 그랬다간 저 해고 당하게요? 서영우 사생활 관리두 제 업무 중 하난데.
성숙 (짐짓 샐쭉)고생 많다 얘. 이중 첩자 노릇 하느라.
혜원 보답해야죠. 영감님 돈으루 유학했으니까요.
성숙 니 남편 교수 만들어 준 건 나야.
혜원 그 보답으루 삼중 첩자.
성숙 너두 대단하다. 나보다 몇 배 더.
혜원 (태블릿 집어들며)확인 차 다시 한번 보고 드릴게요. 우선 이번 여행 스케줄부터,
-혜원이 성숙에게 태블릿 피씨의 출장 일정표 짚어가며 설명.
혜원 빠리 사흘, 베를린 이틀, 스위스 쮜리히 열흘이예요.
성숙 거길 하루 일찍 가믄 좋겠는데. 베를린 하루만 잡으믄 안돼? 재단 장학생 모임만 가구.
혜원 연주회를 한 번은 보셔야죠. 음악계 시찰인데.
성숙 지사 직원, 스위스까지 따라붙는 거 아니지?
혜원 네, 거기부턴 현지 경호 업체가 수행해요.
성숙 그럼 됐구,
혜원 (태블릿 화면 터치)쪼꼬렛 값은 지금 이렇게 분산 돼 있어요. 오늘 백선생 얘기 듣구 결정하시는대로,
-노크 소리.
혜원 네.
-왕비서가 열어주는 문으로 백선생과 민학장이 들어온다. 혜원이 얼른 일어서서 다가가며 맞이한다.
혜원 어서 오세요...
성숙 말씀들 잘 나누셨나요.
백선생 아유, 저는 바늘방석이었죠, 자식 일이라. (혜원의 손을 잡는)내가 아주 강교수님께 애원을 했어요.
민학장 따님이 학교엘 통 안 와.
혜원 아유 저런.
성숙 학교에 남을 애가 그럼 어떡해?
백선생 그르니까요. 딸 하나 있는 거, 언감생심 교수 한번 만들어 볼려는데 도무지 희망이 없네요.
민학장 오실장두 얘기 좀 잘 해 줘, 강교수한테.
백선생 네, 부탁드려요.
혜원 저 힘 없는데,
백선생 무슨 말씀을요.
성숙 난 세상에서 젤 재미없는 게 자식 얘기야.
백선생 아유 죄송합니다.(혜원에게도)미안해요.
혜원 (웃음)앉으세요.
민학장 자, 용건 처리 합시다. (앉으며 성숙에게)돈 얘기가 젤 재밌지?
성숙 왜 아냐?
서회장 집무실.낮.
-서회장이 비서에게 지시한다.
서회장 영우, 바람 좀 쐬게 해 주지.
비서 저, 서대표 여권, 압수 중인데요, 분실 재발급 신청 하시려는 것두 김전무 지시로 간신히 막았구요.
서회장 내 주라고...김서방한테는 내가 긴히 심부름 보내는 걸로 해 둘테니. 믿지는 않겠지만.
비서 알겠습니다.
뷰티 샵. 마사지 룸.
-영우, 발 맛사지 받으며 통화.
영우 (전화)어머 정말?!...아빠 땡큐. (끊고 급히 단축번호)어,나... 내 친 구 땜에 서운했지?... 맘 풀어. 빠리 가서 쇼핑이나 하자.
이사장실.
-혜원, 태블릿에 메모하는 척 하면서 딴 생각.
-둘러 앉은 넷. 탁자 위에 찻잔들. 백선생,종이에 가득 써진 한자며 숫자에 밑줄 긋거나 하면서 이야기. 돋보기 쓴 성숙과 민학장,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백선생 이번에는 종목을 확 바꾸셔야 돼요.
민학장 이게 전망이 있으까?
성숙 그러게,
백선생 이하태상, 혁괘라, 지금 이게 딱 이사장님 현재 형국이거든요. 이녀동거, 기지불상득, 두 여자가 한 집에 사는데 불행히두 서로 해친다 이겁니다. 혁이 뭐겠어요. 바로 그걸 과감하게 바꾸라는 뜻이죠. 리스크 감수할 만 합니다. 선물 쪽으루 다 넣으세요. 두 분 올해 신수하구두 잘 맞아서 관재 구설두 막아 줄 거구, 즐겁게 여행 다녀 오시믄 확 불어나 있을 거예요.
-혜원, 조심스레 핸드폰 들고 일어선다.
혜원 잠깐 실례 좀, 급히 처리할 게 있어서요.
성숙 어, 그래, 얼른 하구 와.
면사무소 마당. 오후.
-선재, 뒷마당에서 나온다. 장갑 낀 양 손에 페인트 통과, 붓이며 신문지 따위 들어있는 나무 상자.
-선재, 철제 울타리 밑에 신문지 깔고 페인트 통 뚜껑을 연다.
-상자에 걸터 앉아 마른 걸레로 울타리 닦아낸 뒤 붓을 페인트 통에 담그는데,
-문자 도착 신호.
혜원 소리 잘 갔니?
선재 (핸드폰 든 채,대체 뭔가, 싶은데)
아트센터 복도 일각.
-혜원, 답전 기다리는 듯, 핸드폰 보다가 또 문자.
면사무소 마당.
혜원 소리 내가 묻는 말엔 대답 해두 돼.
-선재, 핸드폰 던져 놓고 통에 담긴 붓을 집어든다.
-맞은 편 발레 학원 앞에 승합차가 서고, 아이들이 내려 우르르 올라간다.
-필요 이상 꼼꼼하게 칠하는 선재. 집중하려 애쓰는.
-귀를 후벼파듯 거슬리는 피아노 소리.
-붓을 든 채 어금니 악무는 선재.
-피아노 소리 점점 커지면서 선재의 인내심도 한계치 도달.
-선재, 벌떡 일어나며 페인트붓 내팽개친다. 어으, 시바.
-부르르 길 건너며 장갑 벗는 선재.
-김주사가 나오다가 의아.
김 어디 가냐!
무용 학원 복도.
선재 소리 나 좀 그만 괴롭혀요!
- 우당탕탕탕, ‘꺅“ 반주자 비명 소리,
- 겁에 질려 소리 지르며 뛰어나오는 연습복 차림 아이들.
무용 학원.교실
- 구석에 피아노 의자와 함께 처박힌 반주자(여.30대 중반).연습복 차림의 강사(여.40대 중반)는 바들바들.
선재 (분노) 들어 줄 수가 없어, 증말. 인간이라믄 쪼끔이라두 나아지는 게 있어야지.
-반주자, 벌떡 일어나서 선재를 확 밀어버린다.
반주자 이거 미친 놈 아냐?
선재 이딴 거 맨날 들으믄 누구라두 미쳐!
반주자 니까짓게 뭘 안다고, 나 체르니 50번까지 쳤어! 미치겠음 안들으믄 될 거 아냐!
선재 귀 막구 살어, 그럼?! (피아노를 주먹으로 쾅 치고는)당신이 한 번 당해 볼래? 매일 같은 시간에, 엉?
반주자 (강사에게)언니 이놈 정신병자야,빨리 신고 해!
-강사,핸드폰 집어들고 뛰어나가고, 선재, 엎어진 피아노 의자를 세운 뒤 반
주자 어깨 잡아 앉히려.
선재 신고같은 소리 하지 말구, 내가 하란대루 해봐요!
반주자 (뿌리치는)어디 손을 대, 미친 놈아!
학원 앞.
-경찰차 서 있다. 선재, 경관 두 명에게 팔 잡힌 채 반항하며 나오고, 뒤따라 강사와 반주자가 뭐라뭐라 떠든다.
-면사무소 직원들, 주민들,원생들 구경한다.
선재 그런 게 아니라요, 아 진짜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강사 저 미친놈이, 갑자기 나를 번쩍 들더니 집어던지구, 피아노 의자까지 들어
서, 나 증말 죽는 줄 알았어요!
-선재, 경관들 뿌리치고 반주자의 양 어깨 잡더니 무릎을 세워 그녀 등에 대고 어깨를 한껏 뒤로 젖힌다.
선재 당신은 자세부터가 잘못됐어!
반주자 악,
선재 (더 세게 젖힌다)이게 안돼 있으니까 발전이 없는 거야!
-경관들 달려들어 선재를 떼내고 수갑 채운다.
남양주 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 담당형사 책상 앞에 앉아있는 선재.그 곁에 김주사.
- 그 뒤에 앉아있는 반주자, 이마에 물수건을 대고 죽겠다는 표정.
-학부모들이 모여 서서 흥분.
형사 (키보드 두드리며)공익 요원이 시민한테 폭력을 행사하셨고.
선재 (고개 숙인다)
형사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도 계속 반항하셨고.
학부모 삼촌, 애들이 놀라서 막 울구 경끼 하구, 난리도 아니에요.
형사 (끄덕끄덕하며 키보드 두드리는)
김주사 선배님, 이 친구가 평소엔 매우 얌전하구 성실해요. 폭력성이라구는 전
혀,(하다가 선재에게)너 정신적으루 뭔 문제 있냐?
반주자 그냥 쳐넣어요!
형사 거, 좀 가만 있어봐요. (선재에게)합의 안할 거야?
선재 ...
김주사 안 하믄 감방 가야 돼. 넌 군인두 아니구 민간인두 아냐. 준공무원 신분인
데, 폭행? 그럼 곱하기 1.5지, 마!
형사 보호자 대신할 만한 사람 없냐?
김주사 하,참 나, 누구 없냐고.
선재 ...
형사 없어?
선재 없습니다.
유치장 면회실. 밤.
-다미와 장호, 선재.
-선재는 아직 이 모든 일이 실감나지 않아 멍하기만.
장호 김주사라는 사람이 니 핸폰 보구서 그래두 친할 거 같은 이름을 찾았더니, 성 없이 이름만 있는 게 나랑 다미 딱 둘이더래. 전화 받구 병원에 먼저 갔다, 합의금 견적 낼라구.
다미 딱 보니까 뻥이두만. 전치 6주라면서 치맥 쳐먹구, 막 돌아다녀.
장호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하라는데 진짜 황당하더라. 정신 완전 건강해보이던데.
다미 무조건 빌었어야지, 바보야. 바라는 게 돈인데.
선재 (퉁명)어떻게 빌어.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장호 안그럼 어째? 7백을 당장 무슨 수로 만드냐고. 너 살던 집이라두 나간다믄 모르까.
다미 요새 누가 그런 집 들어가냐? 원룸이 넘쳐나는데.
장호 야,저기, 그 교수한테 좀 도와 달라믄 안되까?
선재 (엉?!)
장호 밑져야 본전이지. 자기가 먼저 너를 이쁘게 보구 키워 주겠다구 했잖아.
다미 맞어! 대학까지 보내 준다구.
장호 물론 니가 시험을 쌩까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구,
선재 안 돼!
플래시 백. 혜원 집 음악실.
-혜원, 선재의 뺨을 찰싹.
-찰싹찰싹찰싹(이건 선재의 상상)
면회실.
선재 (방금 맞은 듯 뺨을 감쌌다가 얼른 다시 손을 내리는) 그러지 마, 절대!
장호 왜,마. 밑져야 본전,
선재 (떨린다.자기 자신이 더 겁나서)사람이, 사람이 너무 쪽 팔리구 재수 없구 화가 나믄, 심장이 그냥 멎을 수두 있어. 나 그냥 징역 살을래.
다미,장호 뭐?!
선재 그게 더 좋아.
다미 거기가 어떤 데라구!
장호 말두 못들었어? 별 놈 다 들어와서 별 짓 다 한다는데!
선재 가만 있음 되잖아.
장호 니가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다미 (선재 팔 잡으며 글썽)야, 정신 차려...
선재 (선다)진짜야. 진심이라고!
인천공항 전경.
전용 엘리베이터.
-영우와 우성, 가방들 실린 카트.
-4층 버튼 옆에 ‘CIP 라운지’라 쓰여 있다.
영우 (우성 뺨 토닥)기분 좋아?
우성 씨아이피?
영우 기업인 전용 귀빈실.
우성 그럼 몸 수색 안하구 바루 들어가나?
영우 하긴 하는데 간단하지. 탑승 수속 대신 해주구.
우성 클래스 죽인다.
영우 별 거 아냐.
CIP 라운지(기업인 전용 귀빈실)
-혜원과 성숙, 다과를 들며 얘기 중..
-입구, 직원이 대기 중인 것 보인다.
성숙 나 없는 동안 영감이 또 너 불러내겠지?
혜원 매운탕 설렁탕 이런 거 사주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겠죠. 혹시라두 이사장님 애정이 식지나 않았을까.
성숙 내 딴주머니에 신경이 쓰이는 거다.
혜원 왜 그러세요, 여전히 사랑하시는데.
성숙 그건 유통기한 이미 지났어. 암튼 적당히 알아서 둘러대구, 감시나 잘 해. 엄한 년 건드리구 다니믄 나 짜증나. 여자 취향이 워낙 독특해 야 말이지. 영우가 그걸 고대루 닮은, (멈칫 놀라는)
혜원 (? 돌아본다)
-영우가 직원1에게 카드를 내밀고, 직원2, 영우의 카트 밀고 간다.
성숙 (나직)세상에, 저거 뭐니...
혜원 (벙)
-영우와 우성이 들어온다.
-혜원, 순간 판단. 일어선다.
혜원 어머, 서대표님!
-영우,우성, 흠칫.
-혜원, 개의치 않고 다가가며 활짝 웃음. 우성에게 아는 척.
혜원 안녕하세요.
우성 (벌개져서 어쩔 줄 모른다)
영우 (나직)어, 어떻게 된 거야.
혜원 (나직)너야말루 어떻게 된 거야. 나한텐 미리 말을 했어야지.
영우 저 여자 오늘이었냐구!
혜원 얼른 인사시켜. 사업차 동행한다구.
-성숙, 어느 새 여유있게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딱 걸렸지?
성숙 너무 했다...명색이 모녀지간인데, 이렇게 만나니...
영우 (새침)내가 요즘 뭐 하나 구상하느라 바빠서요. 소개할게요. 이쪽은 신우성씨, 사업상 파트너예요.
성숙 반가워요. 나 영우 새어머니 되는 사람예요.
우성 (꾸벅)
혜원 (성숙에게)이 분은 저두 몇 번 뵌 적 있어요, 패션 쪽의 무서운 신인,
성숙 (됐고, 영우에게)행선지가 어디야?
영우 같은 비행기만 아니믄 좋겠네. 우린 빠리행 10시 20분.
혜원 (헉)
성숙 절묘하네.
혜원 (우성에게)나중에 기회되면 또 뵙기루 하구요, (영우 팔 가볍게 잡는다)대표님 잠깐 얘기 좀,
-우성, 바짝 얼어 혼자 앉아 있고,
-성숙과 마주 앉은 영우와 혜원. 성숙,타이른다. 표정은 자상하게, 언사는 독하게.
성숙 저녁 비행기루 바꿔.
영우 내가 왜요? 싫은 사람이 바꿔야지?
혜원 이사장님은 공식 스케줄이라 그쪽에 다 대기 중이거든.
영우 나두 마찬가지야.
성숙 니가 욕을 번다. 아무리 그래두 내가 엄마구, 1등석 자리 겨우 열 몇 갠데, 고개만 좀 돌리믄 뻔히 다 보이는 공간에서 새파란 애 끼구 희희낙락하구 싶어?
영우 정말 이상하시네. 사업 파트너라는데 왜 자꾸 이상하게 몰아가?
성숙 우길 걸 우겨야지. 넌 지금 나한테 매달려 통사정을 해두 시원찮어. 안할 말루, 쟤랑 나란히 앉아 있는 거 사진 찍어 퍼뜨려 봐. 옛날 같으믄 저런 아들 장가 들일 나이에. 돌 맞을 일이야.
영우 찍으라지. 겁 안나요. 내가 워낙 동안이잖아?
성숙 (혜원에게)이래두 되는 거니?
혜원 (난처한 듯 웃지만 아프게 찔린다)글쎄요,
-겁먹은 듯 앉아있는 우성.
-선재의 모습 스친다.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간절한 눈. 해맑은 이마. 어린애처럼 좀 벌어진 입.
-혜원, 확 닳아오른다.
직원 (조심스레)저, 탑승 시각,
혜원 (정신 차리자!)아, 네, 알겠습니다. (성숙과 영우에게)제가 어떻게 도와 드림 될까요?
성숙 (핸드백 집어들며 일어선다)난 상관없어.
영우 (선다)나두 상관없지.
혜원 잘 됐네요. 그럼,(가시자는)
-혜원, 성숙과 영우들을 에스코트 하듯, 좀 비껴 앞장 서 나간다.
-혜원, 등 뒤의 청년이 의식되어, 또 선재 모습 스친다.
-아트센터 연습실 복도, 혜원의 뒤 따라 오는 선재(3부)
-혜원, 소리없이 숨을 헉 들이마시는.
이륙하는 비행기.
혜원 사무실. 낮.
-왕비서와 세진, 하이파이브 하고 만세 부르며 몸을 흔든다.
왕 해방이다!
세진 둘 다 없어!
-왕비서 전화벨. 얼른 집어드는 왕.
왕 어, 혜원아, 무지 당황했지...최기사두 여행 계획 전혀 몰랐대...
공항도로. 혜원 차 안.
혜원 애인이랑 놀러 가는데 기사 불러대겠어? 24시간 컨택 했어야지...앞으루는 신경 더 쓰자...점심 둘이 먹어. 난 한 가지 더 남았어...어...(건조한 음성.방금 전 극도의 긴장에 탈진했다)
비행기 안.
-성숙은 혼자, 영우와 우성은 나란히 앉아. 각자 불편하고 불쾌한 두 여인. 기대지도 못하고 등을 세운 채 굳어 있는 우성.
서회장 소리 껄껄껄.
허름한 설렁탕집. 점심.
-혜원과 서회장. 식사 전. 수육 따위와 소주를 먹으며 이야기. 혜원은 간간이 서회장 술잔이 비는대로 따라 준다.
서회장 거 아주 재밌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두 없구.
혜원 웃으실 줄 알았어요.
서회장 웃지 그럼...영우는 싫은 일두 싫지 않게 넘기는 법을 좀 배워야 해. 사이가 좋으니 나쁘니, 기분이 어쩌니 저쩌니, 그게 뭐 대수냐. 성질만 팩 했지 그릇은 작아.(술잔 들어보이는)요것만두 못하다. (마시고 고기 한 점 집는다)
혜원 (빈 잔 채워 준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나름 사업 구상두 있구.
서회장 사업 구상이 아니라 돈 까먹을 구상이겠지.
혜원 저기, 뭐 이건 어차피 다 아실 일이라 말씀드리는데요, 서대표 실은, 동행이 있어요.
서회장 뭐?
혜원 (네.웃어 보이는)
서회장 남자야?
혜원 네.
서회장 거 참 맹추같기는...아니, 뭐하러 같이 다녀. 가서 만나믄 될 걸.
혜원 제가 소홀했어요.
서회장 됐다.(고깃점 집는다)
혜원 서대표한테, 크지 않은 거라두 뭔가 믿구 한번 맡겨 보시믄 어떨까 싶은데요. 책임두 지워 주실 겸.
서회장 어떻게 맡기냐. 니가 붙어서 전담해주믄 모르까.
혜원 제가 사업 쪽으루 뭘 아는 게 있어야죠. 예술재단을 떠날 상황두 못되구.
서회장 (떠보는)뭣보다 성숙이가 널 안 내놓겠지.
혜원 (웃음)
서회장 한 잔 해라.
혜원 운전 땜에.
서회장 그 밑에 있으믄 평생 실장일텐데.
혜원 (짐짓 농담)평생이믄 고맙죠. 직함이야 어찌됐든.
서회장 한성숙이는, (끅 트림)아직 젖두 크구, 다 좋은데 딴주머니가 너무 커져버렸어.
혜원 (민망하지만 미소 지우지 않고,시선도 돌리지 않는다)
서회장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 놨다.
혜원 어떡하죠, 회장님? 제 원칙대루라면, 지금 그 말씀 이사장님께 보고 해야 하는데,
서회장 허허 참, 이거, 니가 진짜 큰 여우다, 나한테 협박을 다 하구.
혜원 죄송합니다.
서회장 칭찬이야. (새끼 손톱으로 잇사이를 쑤셔내 냅킨에 닦는다)내가 너를 식구처럼 여기니까 하는 말인데,
혜원 (더럽지만 참 소박하셔)
서회장 영우가 니 반만 돼두 걱정이 없겠어. 니가 사내라믄 사위 삼았을 거다.
혜원 아, 설렁탕 오네요.
-쟁반(설렁탕 두 그릇) 들고 다가와 앉는 40대 연변 아지매.
아지매 뚝배기 뜨겁습니다.
혜원 감사합니다.(그릇 좀 옮겨 놓을 자리 만들어 주는)
서회장 어째 올 때마다 수심이 가득하신가. 무슨 걱정이 있길래.
아지매 뭐 사는 게 다 그렇지요.
서회장 나두 인생 걱정이 많아요. 자식이구 마누라구 다 아주,
혜원 (작업 시작인가봐)
아지매 뭐 더 필요하시믄 말씀 하십시오.
서회장 (숟가락 들며)그러지.
-아지매 나가고 소금, 파 따위 떠넣는 서회장과 혜원.
서회장 (바깥 쪽 힐끗)눈매가 맹하구두 처연한 게, 늘 맘이 짠 해. 내 언제 한 번 품어 줘야겠다.
혜원 (그러시겠죠)
서회장 (한 술 뜨고 밥을 만다)어으 좋다...릴리 여사 오기 전에 소풍 한 번 나가보자. 날두 따뜻한데.
혜원 (알겠습니다)
식당 홀.
-혜원, 아지매 손에 만원 쥐어주며 정답게 포개 쥔다.
아지매 아유 이거, 늘 고맙습니다.
혜원 별 말씀을요...어 참, 둘째 넷째 월요일에 쉬시던가요?
식당 앞.
-서회장은 차 안에 있고, 혜원, 비서와 뭐라뭐라 이야기. 평일에 막무가내 불러내믄 안되겠죠?...비서 연신 끄덕이며 듣는다. 혜원의 차 그 곁에.
-비서가 조수석에 타고, 혜원이 서회장에게 공손히 절. 서회장 손을 흔들어 보이고 차 떠난다.
음대 교정.오후.
-예쁜 스포츠 카 도착 (영우가 우성에게 선물한). 운전석의 장호가 바깥쪽 기웃.
-유라가 나오고, 뒤쫓아나온 시은이 유라를 잡는다.
시은 오늘은 진짜 안돼. 수업 하구 가!
유라 (뿌리치는)웃겨 증말.
시은 그럼 너 땜에 나 에프 맞어? 조별 수업을 맨날 빠지믄 나는 어떡하라구!
유라 알아서 해라? (간다)
시은 야! 정유라!
-유라,차에 타고, 얼른 문 닫는다.
유라 빨리 가.
-시은, 차를 두드리지만, 그냥 출발하는 차.
-차 안,
장호 뭔데?
유라 꼭 저런 애들이 수업에 목을 매요.
장호 어떤 애길래.
유라 아, 몰라. 짜증나. 대충 좀 살지.
인주 방.
-인주, 준형 마주 서서,
인주 (답답하다는)어떻게 봐 줘요, 출석이 엉망인데.
준형 왜 그래. 맘만 먹으믄 방법이 다 있지.
인주 이중주 실기 딱 한번 들어 왔어.
준형 신경 좀 써 줘요. 나, 학장한테 같은 말 여러 번 듣게 만들지 말구.
인주 (내선 전화)악기 갖다 놔.(끊고는)아우 증말.
준형 좋게 가자고.
-조교가 들어와 두 대의 첼로 케이스 중 하나 집어들려,
인주 아니, 그거 말구,
-조교, 옆엣 것 들고 나간다.
인주 그렇담 무슨 반대급부라두 확실하게 있어 주던가.
준형 있지 왜 없겠어. 중간 고사 끝나구 회식 자리 한 번 또 만들겠대.
인주 밥이야 늘 먹는 거구,
준형 밥만 사겠어?
인주 좋은 정보 있음 좀 줘 봐요. 한성숙 해외 계좌설 파다하던데, 그거 다 정유라네 엄마가 불려준 거라며. 자기네두 거기 숟가락 얹지 않았어?
준형 무슨, 난 전혀 모르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인주 그럼 나두 몰라요.(나간다)
준형 (따라나가는)거 참, 김교수는 그런 거 관심 없어두 되잖아.
복도.
-인주와 준형, 가면서,
준형 암튼 그건 학장님께 얘기 해볼테니까, 부탁 좀 하자고,응?
인주 알았어요. (간다)
연습실.
-인주가 들어온다. 시은이 케이스에서 악기 꺼내다가 멈칫.
-인주의 악기가 세워져 있고,
시은 (주눅)안녕하세요...
인주 또 혼자야?
시은 정유라가 도망 가서요,
인주 그럼 다른 애라두 데려 와야지, 왜 남탓을 하니?!
시은 네, (나가려)
인주 시간 아까워. 그냥 해. (피아노 앞에 앉는다)
-연주 중에 건반 쾅 치고 일어서는 인주, 시은, 연주 하다 겁에 질려 멈추고, 인주, 시은의 손에서 활을 나꿔채 악보 가리키며
인주 이거 안 보여? 읽어 봐, 뭐라구 써 있나.
시은 모데라토 칸타빌레...
인주 근데 그렇게 악을 써? (활로 찔러가며 독일어)정말 들어 줄 수가 없다. 너 같은 애가 어떻게 붙었는지 몰라. 분명 채점 실수겠지. 너는, 인간이 아니라 돼지야.
시은 (눈물 뚝뚝)
인주 울어? 뭔 말인지 알아듣기나 하구 우니? 이걸루 해 봐.
-시은, 삐질거리며 인주의 악기로 연주.
인주 (활로 피아노 언저리 탁 친다)그만.
시은 (멈춘다)
인주 명색이 전공자라믄 이 정도는 써 줘야지. 억울하믄 악기부터 바꿔. 내 귀, 더 이상 고문하지 말구, 알았어?
시은 네...
인주 (쯧)다시 해 봐.
유라 집 앞.밤.
-장호, 유라의 뺨에 쪽.
장호 잘 자.
유라 또 이게 끝이야? 초저녁인데?
장호 내가 정한 너의 귀가 시간은 열시 아니니. 널 그만큼 격하게 아낀다는 뜻이구,응?
유라 짱 나, 진짜.
장호 어,참,
유라 뭐.
장호 저기 말야, 너희 어머님, 인맥이 역대급이시라며. 혹시 검찰이나 경찰 쪽에두, 아시는 분 있어?
유라 뭐래,갑자기.
장호 내 친구가 지금 좀 곤란하게 됐거든. 근데 어른들 모르시게 처리할려구...우리 집에 말해두 되긴 되는데, 걔네랑 무지 친해요. 아빠들끼리 친구구.
유라 무슨 일인데.
장호 어, 뭐 별 건 아니구...없으까?
유라 그딴 거 몰라. 난 우리 엄마가 잡혀갈까 겁나는 사람이야. 안녕. (내린다)
장호 어,그래,(손 들어 보이는)
-유라,가고, 장호 보다가, 낙담의 한숨.
술집 앞.
-주차요원들 바삐 움직이는 중에 지배인이 장호 혼낸다. 곁에 우성의 차.
지배인 누가 니 맘대루 끌구 다니래.
장호 급한 일이 있어서요. 카운터에 차 키가 있길래,
지배인 왜 맘대루 건드리냐고. 우성이가 너한테 맡긴 것두 아닌데, 어?
장호 잘못했는데요, 형, 혹시 주변에 힘 있는 분 없어요?
지배인 됐구, 얼른 차 집어넣구 들어가 일 해.
장호 네...
-장호, 차에 타며 전화 받는다.
장호 어, 다미야...어디,(두리번)
부근 주차장 일각.
-다미와 장호, 마주 서서,
다미 선재는 그러구 있는데 넌 외제차 끌구 다니면서, 가짜 대학생 노릇이나 하구 다니냐?
장호 선재 일 땜에 잠깐 빌려 탔다.
다미 좀 알아 봤어?
장호 다 좌절이지 뭐...아, 시바, 기댈 데가 이렇게 없나...
다미 (눈물 그렁)
유치장.
-코고는 소리 요란하다. 복도 쪽의 불빛 뿐이라 어둑. 남자 두엇 자는 모습.
-오그려 누운 선재, 손바닥으로 양 쪽 귀 막고 중얼중얼. 딴 생각 하는 것으로 코골이 굉음을 막아 보려는.
선재 좋은 거만 생각해. 난 그럴 수 있어. 좋은 거만.
-서서히 집중이 되면서, 침상 모서리에 손 걸치고 꼼지락꼼지락. 흥얼거린다. 띠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리라리라리...
회상.
-혜원집 음악실. 혜원과 선재의 연탄.
혜원 침실. 새벽.
-혜원이 조용히 일어나 이불을 걷어 내고 침대에서 내려온다.
-깊이 잠든 준형.
혜원 서재.
-컴퓨터 키보드 위 자판 치는 혜원 손.
-클래식 사이트 대화방. 접속자들 닉네임 훑어 본다.
-게시물 검색. ‘나천재’ 치고 검색 클릭.
-‘등록된 게시물이 없습니다’
-불안하게 모니터 보는 혜원.
-혜원, 엄지손가락 끝으로 관자노리 꾹꾹.
뷰티샵 손님용 락커룸.
-혜원이 직원의 도움 받아 까운 입는다.
혜원 나, 머리가 너무 아파가지구...왜 그, 샴푸실에 지압 잘하는 친구 있던 데, 다미씨던가?
직원 아아,네. 불러 드릴게요.
샴푸실.
-다미가 들어오며 의례적인 인삿말(요즘 선재 일로 시종일관 시무룩하다). 혜원, 직원 도움으로 자리에 앉으며 답한다.
다미 안녕하세요.
혜원 안녕.
직원 머리 좀 충분히 눌러 드려?
다미 네.
-직원이 나가고 다미가 다가선다.
혜원 잘 지냈어요?
다미 (문득 멈칫, 목걸이 가린다)
혜원 왜?
다미 (손을 떼며)죄송합니다. 이거,
혜원 응?
-다미 목의 목걸이.
다미 버리라구 하셨는데.
혜원 아아,
다미 고쳐서 제가 해요. 이뻐서 그냥...죄송해요.
혜원 죄송은. 기분 좋지, 내가 하던 거 맘에 든다는데. 대신 두통 좀 확 날 려 줘봐.
다미 감사합니다.
-다미, 의자를 눕히고, 혜원,누우며 숨을 내쉰다.
-완전히 눕혀진 혜원, 천장을 바라본다.긴장을 풀어야 해...
-천장에서 선재가 내려다 보는 것 같다.
플래시 백.
-혜원 집 음악실(2부)
선재 아니 저기, 이해가 안되는 게요,
샴푸실.
-혜원, 눈을 감고, 얼굴에 수건이 덮힌다.
회상.
-2부 혜원 음악실 몽타주.
선재 치면서 말씀드릴게요. (저음부 두 손으로 치다가 오른 손 고음부로 옮겨 멜로디 치면서 왼 손으로 저음부 멜로디)여기는, (오른손 멜로디 두 마디쯤 친다)이게 좋으니까, 고음부 화음 대신 왼손 멜로디를 쳤구요, 고 담에, 또,
선재 제가 좀 쳤는지,
혜원 넌 널 모르나보다? 정말 몰라?
혜원 누구한테 배웠어?
선재 그냥, 가지구 놀았습니다.
혜원 악보는...어떻게 외워?
선재 다운 받아서요, 백번쯤 치믄,
혜원 지겹지 않니?
선재 외우구 나믄 재밌습니다.
-3부 선재 방.
혜원 내가 괜히 왔나보네.
선재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니구요, 네, 분명히 아닌데, 근데 제가 너무, 아,아니, 잘, 모르겠습니다.
혜원 니 선생은 강준형 교수지.
선재 싫은데요,
선재 아닌데요. 왜냐믄요, 왜냐믄, 그건 그날, 선생님 첨 만나던 날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루.
혜원 (픽 웃음)
-3부 혜원 서재. 혜원, 모니터에 박히는 글자들 본다.
선재 소리 난 다 바쳤어, 여신한테.
-혜원 집 마당.
선재 상관 없어요, 다 지옥이라.(안는다)
-입술이 닿는다.
뷰티샵 샴푸실.
-흠칫, 진저리치는 혜원. 거품을 덮어쓴 채.
-다미, 얼른 손을 떼고, 혜원이 수건을 걷어내며 고개를 좀 든다.
다미 어,어디 불편하세요?
혜원 (혼미)어,어어...(웃어준다)괜찮아요..
미용실.
-거울 앞의 혜원, 물끄러미 눈 앞을 본다. 이건 아닌데...원장이 드라이어로 볼륨 업.
동 라운지.
-굳은 표정 혜원이 나가려는데,
다미 저기요,
-혜원, 돌아본다.
-다미가 급히 다가온다.
혜원 (웃어준다)나?
다미 네, 저기, 아줌마가 친절하셔서 용기를 냈어요. 힘 있는 분두 많이 아 실 것 같구.
혜원 (응?)
다미 (글썽)제 남친이요,
혜원 (귀엽다는 듯)연애 상담이야?
다미 (눈물 후두둑)그게 아니라, 걔가 사람을 패서, 잡혀 갔거든요.
혜원 어머...(얼핏 둘러보고는)잠깐 앉을까?
-라운지 한 켠, 혜원은 사려 깊게 바라보며 들어주고, 다미, 흐득거리며, 눈물 콧물 닦아가며 힘들게 이야기.
다미 절대 흑, 그런 애 아닌데, 흑, 갑자기, 흑. 공익 가더니,흑, 멘붕이 왔나봐요.
혜원 천천히,응?
다미 흑,
혜원 저런, 무지 좋아하나부다...
다미 네, 흑, 잠만 안잤다 뿐이지, 저는, 걔랑, 꼭, 결혼할 건데, 흑, 인생이 꼬여두, 흑, 너무 꼬 여요. 피아노 잘 쳐서, 대학 갈 뻔 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더니, 또,
혜원 (응?!)
-직원이 지나가다 급히 다가온다.
직원 어머, 아직 안가셨어요?
-다미, 얼른 일어선다. 혜원도 엉거주춤 일어선다.
혜원 아,네,
직원 무슨 일이세요? 얘가 무슨 실수라두,
혜원 어우, 아니예요, 아니예요. 내가 맘 아픈 얘길 괜히 물어 봐서, 곧 끝 낼게요. 괜찮겠죠?
직원 아,네, 그럼.
-직원이 다미를 한번 보고 물러가면,
혜원 피아노를...한다구?
다미 네...(정신을 좀 차린 듯 하다. 간간이 훌쩍이기만)저는 잘 몰랐는데, 교수가, 잘 한다구 했대요. 부인이랑 걔네 집에까지 막 찾아와 주구,
혜원 (확인하려는)정말 잘, 하나 봐?
다미 네, 서한대 장학생으루 뽑아준다 그랬대요.
혜원 (멍해진다. 이선재 맞네...)
혜원 (다시 눈물)냅두믄 감방 가요. 도와 주시믄 평생 갚을게요. 제발,
혜원 어어...(눈 앞을 보며 중얼거리듯)알아는 볼게...기대는 말구, 어쨌든 기운 내라...
동 주차장.
-차 안. 혜원, 멍한 채 통화.
혜원 뭐 하나 알아봐 줘...이선재 경위서에 신원 적혀 있지?...그걸로 사건 조회 할 수 있어?...
혜원 사무실.
세진 폭행, 협박, 기물 파손, 공무 집행 방해로 민사 및 형사상 고소 고발 돼 있구요, 관할은 남양주 경찰서,
-혜원, 여전히 멍한 채 세진의 보고 듣다가 일어선다.
경찰서.
-한 떼의 사람들이 싸우듯 떠들며 나가고 혜원이 그들 피하면서 들어선다.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둘러 보는 혜원. (천하의 혜원에게도 낯설고 싫은
곳)
-혜원, 멈칫멈칫 유치장 쪽으로.
유치장.
-면회실에서 싸우는 소리 들리고,
-창살문 바깥 쪽에서 조심스레 들여다 보는 혜원.
-선재,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서성인다. 무표정하게 입술을 달싹이고
있다. 빰바라밤밤 빰바라밤밤, 그러는 것 같다. 한 손을 빼내 박자를 젓는가
싶더니, 돌아선다.
-혜원, 얼른 돌아선다.
복도 일각.
-벽에 기대 선 혜원. 손에 든 종이컵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저 애는 왜 사람
을 팼을까. 왜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 왜 나한테 알리지 않았을까. 내게 화가
많이 나서?...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떡하면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내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즉 저애가 무참하지 않게, 쥐도 새도 모르게
손을 쓰나.
-잠시 후, 혜원, 종이컵 구기듯 접으며 뭔가 가닥이 잡힌 듯한.
혜원 집 주방. 다음 날 아침.
-혜원은 서서 커피를 따르며 눈치 살핀다. 준형, 토스트 먹으며 태블릿 피씨 검색하는. 둘 다 출근 차림.
준형 (엉?!)
혜원 왜?
준형 이거 뭐냐.(태블릿 들어보인다)
-기사 제목과 사진. ‘쇼팽 콩쿨 최초 한국인 심사위원 나오나. 서한 음대 조인서 교수 후보군에’
준형 당신 알구 있었지?!
혜원 (커피잔 놓아주고 준형 어깨 쓰담쓰담)열 받지 마.
준형 (토스트를 던지며 일어선다)또 뒤통수야, 또!
혜원 (물러서며 나, 참)아직 결정된 것두 아닌데...
준형 거명이 된 것 자체가 기분 나쁘지! 내가 꼭 이렇게 알아야 돼? 당신 도대체 누구랑 사니! 이선재 일만 해두 그래. 당신이 좀만 신경 썼으믄 잡아 둘 수 있었어! 걔가 조인서 밑에 있었으믄 그렇게 손놓구 냅두진 않았을 거다. 내 말 틀려?
혜원 틀리지.
준형 뭐가 틀려.
-준형의 핸드폰 진동. 혜원, 얼른 집어 짐짓 대령하듯.
혜원 받으세요.
준형 (뺏듯이 건네 받아)네...전데요..어디요?...누구요?...네? (나가며)저, 자세
히 좀 말씀해 주시죠.
혜원 (어깨 으쓱)
달리는 준형의 차.
남양주 경찰서 강력계.
-형사와 반주자, 준형의 명함과 준형을 번갈아 보며 놀라는.
준형 제가 가장 아끼는 제잡니다.
반주자 제자...요? 쟤가 그럼 서한 음대,
준형 아니요, 개인적으루 저를 사사 중입니다. 저랑 같이 국제 대회 준비 하면서 심적으루 크게 부담이 너무 컸는지 정신과 치료 중이었어요. 그러니까, 저 친구는,
형사 환자란 말씀이세요?
준형 그렇죠. 저랑 의논두 없이 소집에 응하더니 이런 일이 생기구 말았습니다. 성품은 더없이 착한 애예요. 제가 다 책임 지겠습니다.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반주자 아우우,저는 그런 줄두 모르구, 김형사님, 당장 합의,
형사 거 참, 형사로 걸리는 부분이 있잖아요.
준형 아,네, 잠깐 전화 좀,(전화기 꺼내는)
둘 (본다)
준형 (전화)네, 조청장님, 저 강준형입니다. 좀 전에 말씀드린 것 때문에요...네...네...
아트 센터. 카페테리아. 낮.
-혜원, 세진, 쟁반 들고 자리에 앉는다. 점심 식사. 세진이 유쾌하게 재잘대고 혜원은 건성.
세진 좋다...높은 분들이 안계시니까 실장님이랑 같이 점심두 먹구.
혜원 이럴 때두 있어야지.
세진 그거 아세요? 저 입사하면서 실장님을 롤모델루 삼았거든요.
혜원 그랬어?
세진 껌처럼 달라붙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울 거야, 그랬는데, 실상을 보면서 완전 허걱. 난 죽었다 깨나도 저렇게 못하겠네, 깨끗이 포기했 죠. 나 같으믄 일주일두 못버틴다, 하면서요.
혜원 너 같으믄 어떡해. 나 같아야지.
세진 그르니까요.
혜원 오늘 야채 진짜 싱싱하다.
세진 네...어 참, 그 친구 어떻게 됐어요?
혜원 잘 풀리구 있어. 곧 나올 거야.
세진 다행이다.
혜원 (그렇구 말구)
경찰서 강력계.
-선재가 경관 따라 들어온다. 꾀죄죄하다. 멈칫하는 선재.
-준형, 과장되게 다가가 선재를 안는다.
준형 이게 무슨 꼴이냐.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더니...어머니 일은 가슴 아프구 니 심정 다 이해하는데, 그래두 그건 도리가 아니지. 알만한 놈이, 어? 결국 나한테 손내밀게 돼 있잖아?
선재 (무참하고 혼란스럽다)
준형 사람끼리 인연이라는 게 얼마나 질기냐. 너 나 첨 만났을 때부터,응?
강변 국도. 달리는 준형 차 안. 저녁 무렵.
-준형, 운전하면서 옆자리 보며 슬몃 웃는다. 선재, 정신없이 자고 있다.
혜원 집 마당. 저녁.
-준형의 차가 들어오고, 선재, 등을 세우며 두리번두리번. 준형, 시동 끄고 차 열쇠 뽑고 벨트도 끄른다. 선재도 얼결에 벨트 끄른다.
준형 푹 잤냐.
선재 (어디지?)
준형 우리 집이다.
선재 (당신 집이면 혜원 집!)저, 근무지 이탈...복귀해야 되는데요,
준형 안해두 돼. 넌 지금 환자거든?
선재 제가요?
준형 당분간 여기 있으면서 몸을 좀 풀어라. 그동안 손두 많이 굳었을 거 야. 들어가자.
-차에서 내리는 준형. 선재, 급히 따라내린다.
준형 일단 좀 씻구, 맥주 한잔 하면서 천천히 얘기 해.
선재 아니요, 저기, 지금 저,
준형 글쎄 안 가두 된다니까? 뭔 말인지 모르겠어? 너 중증이야. 시끄럽다 구 사람 패는 게 정상이냐? 그쯤이면 제대 사유 되구두 남어. 내가 다 알아서 손 써 놨어, 진단서 끊어 보내면 니 병역 문제두 다 처리 될 거다. 그냥 맡겨.
선재 싫은데요.
준형 뭐?
선재 합의금 내주신 건 감사한데요, 병역, 그건, 그건 아니거든요?
준형 마, 뭐가 아냐!
선재 아니죠, 왜냐믄,
-혜원의 차가 들어온다. 준형 반색.
준형 오,
선재 (철렁)
-혜원이 차에서 내리고, 선재, 얼른 시선 떨군다. 한껏 뽐내고 싶은 준형.
준형 여보, 이게 누군지 좀 봐.
혜원 (천연덕)그러게...
선재 (본다. 저 깔끔한 표정이라니. 알 수 없는 배신감에 차분해진다)안녕 하신 것 같아요...
혜원 (유감 많겠지)그래...근데 어쩐 일이야?
준형 내가 다시 건져 왔지. 애가 손이 근질거려 아주 발광을 했던가봐.
혜원 어쨌길래,
준형 글쎄 이 놈이,
선재 제가 말씀 드릴게요.
혜원 (그래?)
준형 허허허, 자식 이거 은근 허세가 있네?
선재 네, 맞는데요,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말씀을,
혜원 (웃음)들어가.
준형 (선재 어깨 감아 안으며)그래, 그럴 나이지. 이해한다.
-준형이 선재 어깨 안은 채 장광설 늘어놓으며 집안으로 통하는 문을 향한다. 혜원이 뒤따라 가면서 선재의 어깨를 물끄러미 본다.
준형 인제 넌 다른 거 생각하믄 안 돼.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재능을 배신 하구서는 살 수가 없어요. 매일 매일이 갈등과 번민의 연속이지만,
선재 (안 들린다. 혜원에게 묻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 순서를 정하느라)
혜원 (긴장을 지그시 누르는)
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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