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5
미쳤구나?
천송이, 그게…
(송이) 쉿
남의 꿈에 나와서
막 얘기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송이의 옅은 숨소리]
그래
내가 그동안 너무 외로웠던 게야
몸도 힘든 거지
이제 막 야한 꿈도 꾸고
시집갈 때가 됐어
[한숨]
호르몬은 솔직해
자식
종종 꿈에 나와서 팔베개도 좀 해 주고 그래라
추워
추워
[난감한 숨소리]
[한숨]
[문이 끼익 닫힌다]
(신) 잘 끝냈습니다
(재경) 본 사람 없지?
(신) 네
[긴장되는 음악]
(재경) 항상
욕심이 문제야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는 없었잖아
[긴장되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 어?
[아파하는 숨소리]
[송이가 혀를 쯧 찬다]
(송이) 아무튼 내가 참 살다 살다
별놈의 웃기지도 않은 꿈을 다 꿔
내가 나오는 꿈이면
뭐, 어떤 꿈?
그런 거 알아 뭐 하게?
야한 꿈인가 보네
[헛웃음]
아, 내가 뭐가 부족해서?
아, 나 지난달에도 조인성이랑 키스한 여자야
영화에서
누가 뭐래?
[송이의 못마땅한 신음]
(송이) 조인성은 아나 보지, 어?
조인성은 알면서 천송이는 왜 몰랐대?
이렇게 이렇게 TV도 떡하니 있는 양반이 [TV 전원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TV를 틀면 그렇게 나온다고, 내가
드라마면 드라마, CF면 CF
틀면 나온다고 해서 수도꼭지야, 내 별명이
난 뉴스만 보거든
(뉴스 속 앵커) 한승구 기자입니다
그 좋아하시는 뉴스 하네
(뉴스 속 기자1) 오늘 저녁 7시경 서울 광화문 상공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 UFO가 여러 시민들에 의해 목격됐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TV에서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송이) 뭐야, 웬 UFO?
아유, 아무튼 순 개뻥
잠깐
아, 이런 거 좋아해?
(송이) UFO, 외계인, 뭐 이런 거?
오, 웬일이니
초딩이야?
(뉴스 속 기자1) 가파른 속도로 비행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일치하며
일반 항공기와 달리
빛의 반사 현상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기계 엔진음]
[기계 엔진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기계 엔진음]
[사람들의 헛기침]
(현감) 보름 전 백주 대낮에
큰 호리병 같기도 하고
접시 같기도 하고 세숫대야 같기도 한 물체가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미혹게 하더니
어제저녁 또다시
쌀알처럼 생긴 것이 밤하늘에 푸른빛을 내며 날아다녀
백성들이 불안해하고 있사옵니다
새를 잘못 본 것이겠지
(최 현감) 새가 아니었사옵니다
새가 어찌 화광을 내뿜으며
그토록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현감들은
지금 나더러 전하께 이 사실을 치계하라 이거요?
(유 현감) 아니 그럼 안 하시게요?
이보시오, 유 현감
지금
'멀쩡하던 밤하늘에', 어?
(형욱) '갑자기 무슨 접시처럼도 생기고'
'호리병처럼도 생기고'
'세숫대야처럼도 생긴 물체가 나타나서'
'화광을 내뿜으며'
'막 그냥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하옵니다'
'새도 아닌데 말이옵니다'
[흥미로운 음악]
내가 이런 말을 어떻게 하나?
지금 정권 초기라 분위기도 굉장히 어수선하고
전하께서도 굉장히 예민하신데
(유 현감) 나리
이는 심히 불길한 징조이옵니다
무엇보다 민심이 불안해하고 있사옵니다
장사 하루 이틀 해 먹으시오?
(형욱) 민심은 돌리라고 있는 것이오
사건은 사건이 덮는 법
또 다른 센 사건이 생기면
아둔한 민심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요
그래서 말인데
뭐 좀 없소이까?
[현감들의 한숨]
[최 현감의 헛기침]
(최 현감) 저희 관내에
희한한 소문이 하나 돌고 있기는 하온데
무엇이오?
(최 현감) 열다섯에 마당과부가 돼 한양으로 간 서 씨 아이가
최근 자결을 해
그 시집에선 열녀비를 받기 위해
조정에 치계를 올렸던 모양이온데
그 아이가 살아서
친정집으로 가는 걸 본 사람들이 있다 하옵니다
외간 남자와 함께 말이옵니다
[현감들이 웅성거린다]
[형욱의 기가 찬 신음]
그럼 열녀비를 받기 위해 거짓 자결을 했다는 것이오?
(최 현감) 열녀비가 서면 이래저래 많은 혜택이 있다 보니
거짓 자결을 하는 이도
뭐, 간혹 있다고들 하옵니다
[긴장되는 음악]
사실이라면
일거양득이 아닌가?
(형욱) 최 현감은 들으시오
당장 서 씨의 집안을 샅샅이 뒤져
열녀 행세를 한 그 아이를 잡아들이시오!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하인들의 비명]
(하인) 대감마님, 나와 보십시오!
대감마님!
(이화 부) 이게 뭐 하는 짓들인가!
예가 어딘 줄 알고!
(군관) 대감의 여식이 여기 숨어들었다 들었소
거짓 자결로 열녀비를 하사받으려 계략을 꾸미고
조정과 임금을 능멸한 죄를 엄중히 물으려 하니
어서 내놓으시오!
내 딸은 이미 죽었네
(이화 부) 죽은 자식을
부관참시 하려는 것인가!
집 안을 샅샅이 뒤져라
(군관) 발견 즉시 포박해 끌고 오라
(군졸들) 예
[놀라는 숨소리]
[하인들의 당황한 신음]
[이화 모의 힘겨운 숨소리]
(이화 부) 부인
[불안한 숨소리]
영감, 우리 이화…
(이화 부) 이화는 잘 도망갔소? [이화 모의 떨리는 숨소리]
죽이라면서요?
어찌 자식을 죽이라는 아비가 있을 수 있소?
부인을 믿었소
난 우리 이화 잘 보내 줄 거라고
저, 함께 온 남자에게 갔습니다
[놀라는 숨소리]
자기 목숨 살려 준 은인을 그렇게 죽일 수 없다면서
(이화) [흐느끼며] 일어나시어요
나리 저승사자 아니셨습니까?
도깨비 아니셨습니까?
그런데 왜 이리 누워만 계십니까?
눈을 뜨셔요
절 지켜 주신다면서요
나리!
(군관) 비키시오!
물러들 가라!
[군졸1의 기합]
[소란스럽게 싸운다]
[푹 소리가 난다] [이화 부의 아파하는 신음]
[힘주는 신음]
[군졸2의 기합] [이화 부의 아파하는 신음]
[문이 덜컹 열린다]
[무거운 음악] [칼이 쨍그랑 떨어진다]
[힘겨운 신음]
[군졸3의 거친 숨소리]
아무도 없습니다
[기계 엔진음]
아, 저, 저기!
[기계 엔진음]
[TV에서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뉴스에 난 게 다 진짜 UFO면
아, 외계인은 왜 없는 거냐고
(송이) 슈퍼맨 이런 애들 진짜로 있어야지
나쁜 놈들 막 물리치고
불쌍한 애들, 응? 도와주고
외계인이 왜 지구인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민준) 자기 행성 일도 아닌데
외계인의 뜻을 모르나?
지구 이외의 행성에 존재할 수 있는 지적인 생명체
슈퍼맨도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인데?
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기꺼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데?
극단적인 이타주의 역시 정신 장애라고 봐, 나는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민준) 너희들끼리 돕고 살라고
왜 외계인더러 도와 달래?
네가 외계인이야?
[까마귀 울음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 아니 - (송이) 너 초능력 있어?
그럴 리가
(송이) 근데 왜 네가 정색이야?
누가 너더러 도와 달래?
[활기찬 음악]
[부드러운 음악]
(송이) 내가 왜 이 건물에 이사 왔는지 알아?
저게 잘 보이잖아
저기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비싼 자리거든
저기에 광고를 걸려면 한 달에 무려
1억
그래서 저 자리에는
당대 최고로 잘나가는 스타의 얼굴이 걸리는 거지
그래서 지금
그게 나고
저기 그런 게 있었는지 오늘 처음 알았네
그렇게 둔팅이니까 날 몰랐겠지
내가 저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렸거든
(송이) 밤에 잠을 자기 전에
아침에 일어날 때도
우울할 때
배고픈데 다이어트하느라 아무것도 못 먹을 때
저걸 딱 보고 있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배도 부른 거 같고
사람들한테 상처받을 때도
내가 저렇게 이쁘게 웃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좀 위로도 되고
난 그렇단 말이지
사람한테 상처 안 받는 법
알려 줘?
[민준이 차를 호로록 마신다]
아무것도 주지도 받지도 말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민준) 그럼 실망할 것도 상처받을 것도 없어
그럼 무슨 재미로 살아?
(송이) 집에 누구 놀러 온 적 없지?
딱 보니까 친구도 없는 거 같고
가족은 있나?
이렇게 섬처럼 사는 거
안 외로워?
집 앞에 그쪽을 기다리는 기자들이 열 명은 넘고
저 아래 사는 사람들 중
절반도 넘게 그쪽을 잘 알고 있을 거고
(민준) 매니저, 코디, 팬들
늘 주변에 사람들 많은데
지금 여기 혼자 있잖아
왜 혼자야?
우리 함께 있잖아
[탄성]
이거 사진 찍히면 진짜 엄청난 건수인데
(송이) 아휴, 바보들
[컵을 탁 내려놓는다]
여기요!
나 천송이인데 이러고 있다!
(민준) 1미터!
(송이) 아유, 정말 치사해
[송이가 입소리를 쯧 낸다]
[기분 좋은 숨소리]
[시끌벅적하다]
(기자2) 아유, 고마워요, 자
아유, 초면에 잘 먹겠습니다
[웃으며] 뭘요
(휘경) 아유, 많이들 드세요, 네
(기자3) 감사합니다
[기자4의 만족하는 신음]
(휘경) 저, 근데요
아직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 자살이 아닐 수도 있고
그래요, 뭐, 자살이라 쳐
아니
여배우끼리 사이 안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동료 배우랑 사이 좀 안 좋다고
물에 뛰어드는 또라이가 어디 있어요?
아, 그리고 그날
한유라는 노서영 부케까지 받았다니까?
그게 곧 죽을 사람이 할 행동이에요, 어디?
(기자5)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봤나?
본 건 아니고 얘길 들었죠
(휘경) 결혼식 참석했던 사람한테, 쯧
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천송이 씨는 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 이거죠
[웃음]
[기자들이 피식 웃는다]
(기자4) 아, 뭐 관련이 없어도 어쩌겠어요
사람들은 관련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데요
(기자5) 아휴, 아직 초짜인가?
사람들은 팩트를 알고 싶은 게 아니야
분풀이할 상대가 필요한 거지
누군가 이 불행에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럼 천송이는요?
천송이가 만약에 아무 죄가 없으면 걔는 어떻게 되는 건데요?
(휘경) 그건 누가 책임지는 건데요?
[흥미로운 음악]
(기자5) 당신
어디 기자라고?
내가 어디서 분명히 본 것 같은데?
[휘경의 멋쩍은 웃음]
(휘경) 그…
잘 모르실 거예요, 네
[부스럭거리며] 아유, 치킨이
어이구, 맛있겠네
[휘경의 만족스러운 신음]
(송이) 이휘경 저건 뜬금없이 저기서 치킨을 뜯어 먹고 있어?
[송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우리도 시켜 먹을까?
치맥 어때? 치맥
난 우울할 때 무조건 치맥
잠이나 자, 시끄럽게 하지 말고
(송이) 아, 근데
그거 뭐야?
무슨 마지막 3개월이 어쩌고 한 거
[못마땅한 숨소리]
아니, 뭐, 어쩌다 일기 본 건 미안하긴 한데
뭐, 어디 가?
아니면 뭐, 지병이 있으신가?
질문하지 말랬지
아휴, 진짜
[송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송이) 아, 소파에서 잠이나 올지 모르겠네
아니, 나 불면증 있거든
예술 하는 사람들은 보통 감성들이 예민해서 다들 그렇다고
[침구를 탁 내려놓으며] 거기다 남의 집이지
난 잠자리 바뀌는 건 좀 민감하거든, 쯧
아, 뭐, 책이나 몇 권 줘 보든가
[송이의 옅은 신음]
[부드러운 음악]
(민준)
(민준)
(민준)
[리모컨 조작음]
[리모컨 조작음]
(민준)
(민준)
[한숨]
(이화) 저…
나리가 좋습니다
제가 빨리 나이를 더 먹어서
어여쁜 여인이 된 모습을
나리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한숨]
다 찾아 봤다니까요?
어제도 다 찾아 봤는데 분명히 쪽지나 편지 이런 거 없었…
[의미심장한 음악]
(박 형사) 왜 그러세요?
(박 형사) 여보세요?
한유선 씨, 한유선 씨
[놀라는 숨소리]
뭐 나왔어요?
[울먹인다] 아, 뭐 찾았어요?
[유선이 흐느낀다]
[문이 달칵 닫힌다]
[휘경의 놀라는 신음]
아휴, 형
아, 출근을 벌써 해?
외박했냐, 너?
쉿
[멋쩍은 신음]
송이네 집 앞에 갔는데 기자들이 아주 진을 치고 있더라고
(휘경) 애가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고
형이 말했지?
수사 중이니까 지켜보라고
(재경) 너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더 골 아파질 텐데
거긴 왜 갔어?
만에 하나 수사해서
진짜 자살인 거면 한유라는, 뭐
우리 송이 때문에 죽은 게 되는 거야?
아, 그럼 우리 송이는 어떻게 되는 건데?
(범중) 어떻게 되면 네놈이 어쩔 건데!
[휘경의 한숨]
저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범중) 아, 그래라
저도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범중) 너 거기 딱 안 서!
[문이 달칵 닫힌다]
그 아이가 어떻게 되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네가 어쩔 거야?
여보, 이 후레자식 이거
3년 전에 내가 휠체어 타고 저, 검찰 조사 받으러 들어갈 때
어떡하고 있었지?
천송이인지 만송이인지 그 계집애
(은아) 밀라노 화보 촬영 가는데 쫄래쫄래 따라갔었죠
(범중) 어이구
그때 그냥 연을 끊었어야 되는 건데
[한숨]
대체 왜 그러고 사는 거냐?
왜!
사랑이죠, 아버지
(휘경) 저 이런 부탁 잘 안 드리는데
이번에 힘 좀 써 주시면 안 돼요?
뭘 써?
대한민국에서 재벌이 못 하는 게 뭐가 있어요?
힘이든 돈이든 백이든 뭐든 써서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 좀 해 주세요
[범중의 한숨]
[범중의 헛기침]
저 진짜
내 여자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요
아…
사람들이 이럴 때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하는구나 싶고
그러니까 아들 하나 살린다 생각하시고…
(범중) 여보
(은아) 네?
새로 산 골프채 좀 가져오시오
(범중) 우리는
아들 하나 죽었다고 생각합시다!
(은아) 당신은 또 왜 그러세요?
넌 얼른 들어가 씻기나 해
아이고, 냄새나
(휘경) 아, 저 우리 송이 이대로 못 놔둬요
애가 지금 얼마나 힘들겠냐고요, 아유
(은아) [찰싹 때리며] 아, 냄새나!
[익살스러운 음악]
[혀를 굴리며] 굿 모닝
(송이) 하긴 굿 모닝일 수가 없겠네
나 때문에 못 잤지? 설레서
그 점은 쏘리
응? 쏘리
뭐 하는 거야, 지금? 무섭게
아휴, 라면 먹고 잤더니 다리가 부어서
(송이) 같이 해 볼래?
부기 빼는 데 효과 짱인데
(민준) 그냥
한 사람이 여기서 잠을 잤을 뿐인데
집이 전혀 딴 집이 됐네?
그렇지?
여자가 있으니까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지?
뭐가 뭔지 모르게 화사한 맛이 있지, 어?
나 집 어질러지는 거 아주 딱 질색이거든?
당장 일어나서 치워
아, 맞다, 1111
뭐?
(송이) 1111이라고 우리 집 비밀번호
하도 자주 까먹어서 제일 쉬운 걸로 바꿨더니
이제야 생각이 딱 나네
역시 피가 머리로 몰리니까
머리가 좋아지는 기분이야
[한숨]
[송이의 놀라는 신음]
(송이) 아이, 씨, 뒈져!
[흥미로운 음악] 아, 어쭈, 어쭈, 야, 야, 야
[송이의 비명]
어!
[송이의 비명]
[송이의 힘겨운 신음]
[송이의 아파하는 신음]
[송이가 씩씩댄다]
아, 아, 아버지
예?
아니, 응?
아, 저, 저, 제가
아니, 내가
주책없이 벨도 안 누르고 그냥 막 들어와서
많이 다, 다, 다, 당황했지?
(영목) [웃으며] 아이고
나도 들어왔는데 여자분이랑 있어서
그게
처, 처, 천송이 씨라 많이 당황했다
[익살스러운 음악]
[송이의 당황한 숨소리]
[송이가 살짝 웃는다]
아이, 아버님이시구나
많이 놀라셨죠?
(송이) 저 이웃 주민 천송이입니다
안녕하세요
아니, 아드님이 참 정이 많으세요
제가 곤란한 처지에 처한 걸 보더니
이웃 주민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다면서
잠깐 와 있으라고 해서
다른 오해는 안 하셔도 됩니다, 아버님
(영목) 아, 예
안 하겠습니다
[살짝 웃는다]
근데 그건 뭐예요?
(영목) 아, 이거?
아, 이거 집사람…
아, 애 엄마가 반찬 좀 싸 줘 가지고
반찬이요?
무슨 반찬?
(민준) 아, 나 누구랑 같이 밥 안 먹는다니까?
아버지가 집에 오셨잖아, 아버지가
(송이) 평소에 싸가지 없는 건 상관없지만
이건 불효막심이지
안 그래요, 아버님?
아, 좀 그런 것 같긴 하네요
같이 먹지 그러느냐?
[한숨]
(송이) 비켜
[송이의 탄성]
아, 집밥 먹어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요
[송이의 웃음]
잘 먹겠습니다, 아버님
[한숨]
[송이의 탄성]
아주 그냥 어머니 손맛이 짱이시네요
(송이) 아유, 너무 맛있다
그 입 좀 다물고 먹지?
입 다물고 어떻게 먹나?
그렇죠, 아버님?
아, 예, 아무래도 그건 힘들죠
[송이의 웃음]
언제 봤다고 아버님이야?
(송이) 에이 나이가 어려서 뭘 모르네
친구의 아빠도 내 아빠 이웃의 아빠도 내 아빠
다 그런 거지
인생을 덜 살았네, 덜 살았어
너보단 오래 살았을걸?
(송이) 그러니까 증을 까 보라고, 증을
[흥미로운 음악] 어허
생선 뒤집어 먹는 거 아니야
뭐?
생선 뒤집어 먹으면 바다에 있는 배가 뒤집힌댔어
누가 그런 어이없는 소리를…
우리 아빠가
(송이) 그러니까 얌전히 놓고 잘 발라 먹으라고
[무거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한숨]
[박 형사가 휘파람을 분다]
[헛기침]
아이, 그거
밤새 들여다본다고 뭐, 답이 나옵니까?
(석) CCTV 업체랑 통화했는데
녹화분 자체를 편집하거나 그럴 순 없답니다
아…
(석) 뭐, 누군가 일부러 백업을 해서
그걸 편집하면 가능하고
또 시간 자막 조작도 가능하고요
근데 문제는
우리가 본 건 원본이고
원본으로는 그런 장난 못 친다는 거죠
아
[헛웃음]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의자를 드르륵 끈다]
사건 종결된 거 같은데요?
[헛기침] (석) 네?
(박 형사) 이래서 탁상행정은 아무 소용 없다는 거예요, 이거
발로 뛰어야지, 발로, 예?
새벽에 한유라 동생 한유선이가 뭘 발견했다고 해서
나 지금 거기 갔다 오는 길인데
이게 나왔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보세요, 유서잖아요
자살 맞는데, 그냥
하지 말라는 부검은 왜 해 봤냐고, 저기
가족들한테 욕 엄청 먹었습니다
아이참
그리고 여기, 여 부검 결과도 나왔는데, 어?
이 혈액 검사에서
그, 죄송합니다, 여…
그래, 이거 아미트리프틸린, 클로르페니라민
신경 안정제의 일부랑
진통제, 항우울증제 성분이 검출됐답니다
처방받아서 쭉 먹어 오던 거 맞고
다 치료 농도 이하라 사망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고요
직접 사인은 익사가 확실합니다 [석의 한숨]
거기다가 이거 유서 딱, 어, 나왔고
게임 오버지, 이거는
일단 국과수 문서 감정실에 필적 감정 의뢰해 주세요
(석) 그리고 결과 나오기 전까진
언론에 보안 유지해 주시고요
아, 이거 가족들이 가만있겠어요?
여동생이 이거 딱 보더니
자기 언니 글씨 맞다고 막 대성통곡하고 그러던데?
아귀가 이거 딱딱 맞는데
너무 딱딱 맞아 주니까 좀 이상해서요
(석) 어제까지 유서 같은 거 발견 안 됐다고 했었잖아요
아, 그래서 지금 타살 의심하세요?
(박 형사) 보통 타살을 의심할 때는
그 죽음으로 무언가를 얻을 사람이 누군가
그거를 보거든
근데 이 죽음에는 그게 없단 말이지
한유라의 죽음으로 무언가를 얻을
그 누군가 [조 부장이 말한다]
(조 부장) 이상입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재경) 네
준비 꼼꼼하게 잘하셨네요
2014년도 서유럽 5개국 정보화 사업 계획에 대한 자료 조사
아, 이거 양이 굉장한데
누가 한 겁니까?
[웃으며] 아, 예, 제가…
에이, 씨
이휘경 씨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재경의 어색한 웃음]
(재경) 조 부장님
이휘경 씨는 회사 나온 지 보름밖에 안 된 걸로 아는데요?
그 보름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에이, 씨 뭐라는 거야?
- (직원1) 잘했어, 어떻게 했냐? - (직원2) 예
(조 부장) 아이고, 우리 이휘경 씨
(휘경) 아, 예
아, 뭐 힘든 일 있어요? 표정이 안 좋아
아이, 아닙니다
아, 근데
(휘경) 유준상 과장님 요즘 통 안 보이시네요?
아
유 과장은 내가
경남 쪽, 저기 거제도 쪽으로 발령을 냈어요
지난번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고 해서
예?
아니, 왜…
아니야, 아니야
평소에도 주제넘어서
'내가 무슨 조치를 취해야지'
이러던 참이었거든
(조 부장) 아무튼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고
거슬리는 놈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파이팅
(휘경) 파이팅
씁, 유 과장님 좋은 분 같았는데
아쉽네
[의미심장한 음악] (신) 일반적인 케이스라면
유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자살의 정황들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론이 났을 텐데
초임 검사랍니다
뭘 모르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모양인데
별다른 단서는 못 찾을 겁니다
그 검사
이름이 뭔데?
(선영) 우리 유석 검사님
밤을 꼴딱 새운 거야? 얼굴이 반쪽이네
괜찮아요
(선영) 그러게 그냥 아나운서나 하라니까
넌 딱 얼굴이 아나운서 얼굴인데
네 아버지 평생을 보고서도 검사가 하고 싶던?
저 옷만 갈아입고 다시 나가 봐야 돼요, 어머니
그래서
처음 맡은 사건이란 게 뭔데?
아
배우 한유라 사건이요
뭐?
진짜?
(선영) 야!
너 왜 그런 걸 이제 말해?
(세미) 아, 왜 또 이렇게 시끄러우셔, 우리 엄만?
(선영) 얘, 네 오빠가 이렇다
한유라 자살 사건
네 오빠가 맡았대
(석) 자살이라고 결론 난 거 아닌데요?
(선영) 왜?
TV에서는 다들 그렇게 얘기하던데?
그래서 지금 천송이
아주 욕을 되 바가지로 먹고 있잖아
[헛기침]
어떻게 될 거 같은데?
(석) 아직 수사 중이라 얘기해 줄 수 없어
가족끼리인데 뭐 어떠니? 가족끼리인데
엄마만 알고 있을게
(선영) 엄마 입 무거운 거 알지?
뭔데?
안 돼요, 어머니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스태프1) 아, 그날 암튼 난리도 아니었거든요
조명 다 깨지고
(석) 두 사람 몸싸움으로요?
(스태프1) 아, 네
- (스태프1) 그렇지? - (스태프2) 응
(스태프2) 천송이가 한유라를 밀어서
조명이 깨진 거 아닌가?
(스태프1) 아, 그랬던 거 같아요
(박 형사) '그랬던 거 같아요'가 뭡니까?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스태프1) 아, 저희는 그때
메이크업실에 있다가 늦게 나와 가지고
(박 형사) 그럼 직접 본 것도 아니네
그래 놓고 TV에 나가서 본 것처럼 인터뷰하면 어떡해요?
CCTV 볼 수 있을까요?
[긴장되는 음악]
(박 형사) 뭐야?
집어던진 건 한유라네
[전구가 펑 터진다]
[영상 속 사람들의 놀란 비명] 조명도 자기 혼자 깨졌네
어? 맞죠?
그때, 어? 그…
(영목) 칫솔, 치실, 핸드크림
(남자1) 옥수수로 살게, 어
(영목) 인조 속눈썹?
집에서 이런 게 왜 필요하냐는 거죠, 제 말은
핸드폰 충전기도 팝니까? 이런 데서
[웃음]
왜요?
(남자2) 아까 전에 사 오라 그랬던 참치가 이게 맞나? 이건가?
(남자3) 어, 여보
양조간장 사? 조선간장 사?
[웃으며] 어, 알았어, 여보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건데요?
(영목) 아니, 그사이에
두 사람이 많이 친해진 것 같아서
아, 솔직히 저는 선생님하고 30년 넘게 알았지만
식사 같이 한 건 오늘이 처음 아닙니까?
(민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저 다른 생각 있어서 그런 거 아닙니다
저는 단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겁니다
이화와 그 여자 사이에 정말 뭔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닮은 사람인 건지
정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영목) 인조 속눈썹, 거기
[민준이 부스럭거린다]
[애잔한 음악]
[기자들이 저마다 통화한다]
(기자4) 아니 지금 알려 주시면 어떡해요?
아, 예, 지금 갈게요
아, 문자로도 찍어 주시고요
아, 지금 엘리베이터 타니까, 예
[기자들이 계속 통화한다]
아, 몰라요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거친 숨소리]
어, 왔어?
(민준) 아, 그거 좀 하지 말라니까 물구나무 귀신 같은 거
[송이의 힘주는 신음]
휴대폰 충전기 사 온 거지?
[송이가 뒤적인다]
오케이
(송이) 기자들 아직 밖에 있어?
- (민준) 어? - (송이) 몇 명이나?
그냥 뭐, 좀
아휴, 그것들은 집도 없냐는 말이지
(송이) 아휴, 밖에도 못 나가고
아유, 답답해 죽겠네
- 어디 가게? - (송이) 뭘 어디 가?
밤새 우리 국민 여신 안녕한가 보려 그러지
(송이) 밤에는 묘하게 섹시했지?
낮에 보면 또 그렇게 청순해요
같이 볼래?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 깨졌다, 저거
[익살스러운 음악]
왜 깨졌지, 갑자기?
(송이) 뭘 보고 섰어?
어서 가서 치워
나 유리 조각 밟으면 어쩌라고
내가?
(송이) 응
고무장갑 꼭 끼고
[휴대전화 알림음]
(민준) 문자 오는 거 아니야?
(송이) 어, 나중에 보면 돼
어제 꺼 놔서 저런 거니까
[휴대전화 벨 소리]
시끄러우니까
전화는 좀 받지
뭐, 시어머니야?
간섭은
(송이) 어, 범아
어휴, 어, 나 배터리가 없어서
무슨 일인데?
(범) 한유라 여동생이 유서 발견했다고 폭로했나 봐요
아직 검찰에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하는데
기자들은 벌써 난리 났어요
진짜 이러다 누나가 다 뒤집어쓰게 생겼어요
어쩌죠?
일단 끊어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왜 그러는데?
나 갈게
(송이) 나 기자들한테 할 말 있어
나 때문이 아니라고 얘기할 거야
내가 왜 여기 숨어 있어야 돼? 뭘 잘못했다고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왜?
나 때문이 아니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죽은 한유라도 알아
그러니까 괜찮아
(민준) 그게 아니라…
[부드러운 음악] [아파하는 숨소리]
움직이지 마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 진짜로 나 때문인 건 아니겠지?
[한숨]
진짜로 나 때문이면
어떡하지?
너 때문 아니야
(민준)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꼼짝하지도 말고
가만있어
(아이1) 조금만 쉬다 가자니까?
여기 나쁜 데 아니야, 나 못 믿어?
(아이2) 미안, 나 학원 가야 돼
(홍 사장) 어이, 아기들아
들어갈 거야, 말 거야?
잠시만요 저 지금 얘기 중이잖아요
[어이없는 숨소리]
[경쾌한 음악]
나 요즘 너 때문에 곱셈이고 나눗셈이고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와
나
너 좋아하냐?
미안, 난 네 마음 못 받아 줘
(아이2) 나 지금 학습지도 해야 되고
일기도 3일 치나 밀렸고
시험지 틀린 거 베껴 쓰기도 해야 돼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아이1의 한숨]
힘내라
인생이 이렇게 힘든 거예요, 누나?
(철수) 오늘 짜장 어때?
(혁) 에이, 짬뽕이 낫지
(철수와 혁) 짬짜면?
[철수와 혁의 웃음]
편하게 살려면 완전 편하지
근데 힘들게 살려면
무지 힘들어
상처 세척할 식염수 주시고요
(민준) 세정용 주사기 그리고 알코올이랑 베타딘 주세요
멸균 거즈랑 솜도 주시고
아, 트랜스페런트 필름 있습니까?
없으면 하이드로콜로이드 밴드로 주세요
천천히 좀 얘기해 주실래요?
[한숨]
상처 세척할 식염수…
(홍 사장) 그냥 나만 사랑하면서 살면 편한데 [민준이 계속 말한다]
누구 딴 사람 좋아하기 시작하면
[한숨 쉬며] 인생 꼬이고 힘들어지는 거야
뭐 이렇게 많아?
반창고 하나만 갖다주면 되는데
(민준) 소독해야 될 거 아니야
(송이) 소독?
[뚜껑을 달그락 돌린다]
야!
이리 내, 씨
[부드러운 음악]
[아파하는 숨소리]
다 됐어
(민준) 그리고
기자들 갔더라
고마웠어, 나 재워 줘서
그리고 나 때문이 아니라고 해 줘서
(홍 사장) 훅 들어오는 거야, 훅
그게 원래 그래
마음의 준비 따위 할 시간 없이
느닷없이 뜬금없이 어이없이
훅 치고 들어오는 거지
누나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피식 웃는다]
(홍 사장) 하, 어쨌든
지금 네 심정 누나는 안다
원래 첫사랑이 제일 당혹스러운 거거든
내가 뭘 잘못 먹었나 싶고
돌았나, 미쳤나 싶고
[감미로운 음악]
미쳤나
뭐 하는 거냐?
(학생1) 저희 진짜 아무 소리 안 했어요
저희는 저희끼리 얌전하게 놀면서
인터넷에 리플 달고 있었단 말이에요
(경찰1) 너희들끼리 얌전히 리플 달고 있었는데
피시방 알바가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팼다고?
너희 셋을 이렇게 다?
(학생들) 예
(학생2) 아, 그러니까 황당한 거죠
야, 아까 팰 때 뭐라 그랬지?
(학생3) 네가 천송이에 대해 뭘 아냐고
(학생2) 예, 그랬어요
천송이 빠돌이인가 봐요
[학생1의 헛기침]
이름?
이름 없어?
천송이 빠돌이야, 진짜?
째려보면 어쩔 거냐?
왜 그런 건데?
(경찰1) 진짜 네가 좋아하는 천송이
욕하는 게 싫어서 그런 짓을 한 거야?
(경찰2) 어리다 어려
연예인이 뭐라고 쌈박질까지 해?
(경찰1) 너 좋아하는 천송이 걘
이번에 확 맛이 같더구먼, 뭐
남자 때문에 미장원에서 머리 잡고 싸웠다며?
아휴, 딱 봐도 성격이 더러워 보였어
아무튼 이, 가정 교육이 중요해요
(휘경)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되죠
[한숨]
누구십니까?
(휘경) 얘네들은 철딱서니가 없어서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들 했다 치더라도
아실 만한 분이 그러시면 안 되죠
남자 때문에 미장원에서 머리를 잡고 싸웠다니요?
그거 보셨습니까? 증거 있으세요?
[헛기침]
이건 엄연히 공권력이 주도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거 아닙니까?
[경찰1의 헛기침]
누구시냐고요
천송이 빠돌이요
[한숨]
[윤재의 한숨]
(휘경) 야, 우리 미처 저녁은 먹었나?
'미처'?
아, 미래의 처남
[어이없는 숨소리]
(휘경) 어머니가 전화 주셨더라고
어머니는 얼굴이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셔서
혹시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곤란하니까 대신 좀 가 달라고
정신 차려요
우리 엄마 속셈은 따로 있으니까
뭔데?
어떻게든 우리 누나랑 그쪽 엮어 보려는 거지
듣던 중 몹시 반가운 속셈인데?
[헛웃음]
착각 마요
그쪽도 재벌 집 아들 아니었으면 턱도 없었어
(휘경) 그러니 내가 재벌 집 아들인 게 얼마나 다행이야
씁, 우리 집 거, 웬만해선 안 망할 거 같거든?
그럼 어머니가 계속 나 이뻐해 주실 거 아니야
[윤재의 헛웃음]
[휘경이 숨을 씁 들이켠다]
누나 지금 힘든 거 알지?
어머니랑 미래 처남은 내가 케어해 줄 거야
그러니까 무슨 일 있으면 뭐든지 나한테 얘기해, 알았지?
아, 진짜, 하지 말라고
하, 자식, 저거
윤재야!
(휘경) 아, 저녁 먹으러 가자
(미연) 많이 먹어, 응?
갑자기 차린 거라 뭐가 없네
(휘경) [웃으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잔칫상 차렸어?
우리 집 지금 경사 난 거야?
[웃으며] 아휴
[미연과 휘경이 살짝 웃는다]
(미연) 좀 전에 우리 송이랑 통화를 했는데
애가 그냥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게
'엄마가 죽이라도 싸서 갈까?' 그랬더니
오늘은 그냥 좀 일찍 쉬겠다고 그러더라고
내일부턴 스케줄 다 소화한다고
벌써요?
아휴, 좀 더 쉬지
(미연) 애가 책임감이 강하잖아
내가 우리 송이한테 물려준 게 미모만은 아니거든
강인한 정신력
그것도 외탁한 거야
야, 윤재야, 야
[웃음]
(미연) 내가 우리 딸 잘 아는데
강한 척은 해도 속은 진짜 무른 애야
아, 압니다
지금이 기회란 얘기지
예?
(미연) 아유, 참
순진해서 어떡해?
여자는 자기가 가장 힘들 때
손 내밀어 주는 남자한테 흔들리게 돼 있어요
(미연)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날 외면해도'
'이 남자는 날 지켜 주겠구나'
그럼 마음이 확 가게 돼 있거든
그러니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언더스탠드'?
[잔잔한 음악]
[한숨] [엘리베이터 도착음]
(직원3) 해신코스메틱에서
오늘 오전 예정된 CF 촬영 취소하겠다고
최종 통보가 왔습니다
(안 대표) 이야, 돌아버리겠네
아, 모델 해 달라고 해 달라고 그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우리가 자기네 매출을 올려 준 게 얼마인데
이제 와서 우리를 까?
이야, 이놈, 아니, 왜…
왜
벌써 나오고 그래?
좀 더 쉬지 않고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 나 오전에 해신코스메틱 CF 촬영 있잖아요
[안 대표의 한숨]
그게 있잖아
나 그거 못 한다고 해요
(안 대표) 응? [리드미컬한 음악]
(송이) 마법의 크림은 개뿔
내가 발라 봤는데
얼굴 땅겨
땅겨?
완전 땅겨
(송이) 지금 나더러 그런 후진 걸 들고
'촉촉해요' 이딴 걸 하란 거예요?
날 믿고 제품을 구매할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예의가 아니다, 그건
그쪽에 똑똑히 전해요
제품 고따위로 만들어서
날 모델로 세울 생각 꿈에도 말라고
(송이) 나 그 CF 안 찍는다고
내가
깠다고
(민아) 근데요, 언니
주인공 설정이
고아에 돈 없어서 월셋집에서도 쫓겨나는 설정인데
씁, 아, 좀 너무 럭셔리한 거 아닐까요?
얘, 넌 그런 편견을 버려
(송이) 어, 고아면 이쁜 옷 못 입니?
그리고 이 주인공이 그렇게 알바를 뛰는데
왜 월세도 못 내겠니?
그게 다 옷하고 백 때문에 그런 거야
[깨닫는 신음]
아, 근데 준비하다 날 새겠네
뭣들 하는 거야?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 아무 연락 못 받았다고요
아, 미리 말 못 했죠 좀 전에 결정된 건데요
(범) 그래도 주인공인데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와, 진짜, 너무들 하시네
(조감독) 아, 그 내가 무슨 죄입니까, 예?
아, 나는 그냥 위에서 한 결정 사항
전달하는 사람인데요
그래서, 뭐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건데요?
아, 그, 지난주에, 그 유학 가겠다고 폭탄선언 한 신…
그래서 유학 간 걸로 처리한다고요?
아, 예, 그렇게 될 거 같은데
[범의 성난 한숨]
얘기 좀 잘해 주세요
아니, 그런 얘길 어떻게 잘해요?
(범) 어떻게 하는 게 잘 얘기하는 건데요?
난 모르겠네?
[흥미로운 음악]
(송이) 범아, 시동 걸어라
네?
대본 봤는데
작가 집안에 우환 있니?
(송이) 대본 상태가 왜 그 지경이야?
나보고 그런 거지발싸개 같은 대본으로 연기를 하란 거야, 지금?
가서 전해
천송이는 이 드라마 못 한다고
천송이가
이 드라마 깠다고
너 도로 들어가서 똑똑히 전해
(송이) 나 다시는 이 미용실 안 온다고
내가 깠다고
(송이) 나 저 작가랑 화보 절대 안 해
넌 따라오지 말고 가서 다시 얘기하고 와
내가 안 한 거라고
내가 깐 거라고
또 깔 거 남았니?
(송이) 하루 종일 까고 다녔더니 배고파 죽겠네
내일 스케줄 없지?
(범) 네
(송이) 잘됐네, 스케줄도 없고
치킨 좀 시켜 봐라, 맥주하고
지금 시키면 나 도착할 때쯤 오겠네
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아, 여보세요?
골드팰리스 A동 2301호인데요
치킨하고 맥주…
아
안 된다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민아) 알겠습니다
(송이) 왜?
까였어?
나 지금 치킨한테도 까인 거야?
왜? 나 같은 애한텐 치킨도 못 팔겠대?
아니요, 언니, 그게 아니고요
주문이 밀려서 지금은 안 된다는 말인데
[불안한 음악]
[재경의 코웃음]
천송이였어?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송이) 넌 먹지 마 내일 촬영일 거 아니야
(세미) 내 문자 받았지?
우리 오빠가 네 담당 검사야
아무것도 확인된 거 없대
수사 끝나면 다 지나갈 거야
고맙다, 내 친구밖에 없다
다들 너무한 거 아니니?
암만 여론이 안 좋다고 하루아침에 주인공을 잘라 버리면
(세미) 뭐 어쩌겠다는 건데?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최 감독) 세미 씨
주연 교체 문제로 긴급히 의논할 게 있어
방송국으로 들어올 수 있나?
왜? 무슨 문자야?
어
[한숨]
어, 엄마가 얼음판에 넘어지셨대
발목에 금이 갔다고
야, 그럼 빨리 가 봐야지
(송이) 가자
안 그래도 저쪽 테이블에서
내 욕 하는 게 들려서 신경 쓰였거든
너랑 같이 자 주기로 했는데 미안
혼자 괜찮겠어?
그럼, 가자
[휴대전화 벨 소리]
(송이) 재경 오빠? [불안한 음악]
어, 송이야
너 어디 있어?
집이니?
네
아니, 근데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너 골드팰리스로 이사 왔다며?
휘경이한테 들었어
네, 맞아요
(재경) 친구 집이 이 건물인데
마침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네 얼굴이라도 보고 갈까 하고
(송이) 아, 그럼 잠깐 기다릴래요?
제가 금방 내려갈게요
아니야
너희 집 2301호 맞지?
근데 우리 집 어떻게 알았는데요?
며칠 전까지 기자들이 너희 집 앞에서 노숙하고 그랬다며
이 동네 사람들은 너희 집 다 알던데?
물론 내 친구도
아
아, 맞다, 그렇겠네
커피 한잔하고 가도 될까?
꼭
할 얘기도 있고
[리모컨 작동음]
[긴장되는 효과음]
(박 형사) 도민준 씨
[박 형사가 숨을 하 내쉰다]
네, 누구시죠?
영등포서에서 나왔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무슨 일인데요?
아, 예
배우 한유라 씨 사망 사건 아시죠?
(박 형사) 그 사건 관련해서 이것저것 여쭤볼 게 있습니다
원래는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 요구드려야 되는데
이게 워낙 사안이 핫해서
시간이 없어요
잠깐이면 되는데 얘기 좀 하시죠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린다]
[한숨]
(박 형사) 교수시라면서요?
(민준) 강사입니다
(박 형사)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면 다 교수 아닙니까?
[박 형사의 웃음]
낮에 학교에 잠깐 들렀었거든요
이것저것 알아볼 게 있어서
근데 다음 학기에는 수업 안 맡겠다고 하셨다면서요?
뭐, 어디 가십니까?
개인적인 일입니다
(박 형사) 아
아, 근데 하버드 나오셨더라고요?
이야, 나 하버드 나온 사람이랑 이, 차 처음 타 보네
[박 형사의 웃음]
[박 형사의 탄성]
[박 형사의 웃음]
(박 형사) 아 이 고질적인 교통 체증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하늘이 콰르릉 울린다] [긴박한 음악]
들어가도 될까?
그럼요
들어오세요
[도어 록 작동음]
[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린다]
(박 형사) 근데 막간에 하나 물어봅시다
한유라 사고 나던 날 어디 있었어요?
크루즈에는 어떻게 탔어요?
초대장도 없이
[민준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저거 범인 맞네, 야!
[차 경적]
도민준 씨!
(송이) 이야, 이거 사진 찍히면 진짜 엄청난 건수인데 [부드러운 음악]
아휴, 바보들
여기요!
나 천송이인데 이러고 있다!
1미터!
(송이) 아유, 정말 치사해
[송이가 입소리를 쯧 낸다]
[기분 좋은 숨소리]
1미터면
그거보단 가까이 와도 되는 거거든?
아, 정말 뉘 집 딸내미인지
(송이) 이쁘다!
[송이의 웃음]
참 이쁘다
아유, 어쩜 저렇게 생겼냐?
[송이의 웃음]
[경쾌한 음악]
[사람들이 저마다 외친다]
(미연) 우리 애 만신창이 되는 거 안 보여?
뭘 하고 있냐고, 지금!
잘못이 있을 때만 숨어
아무 때나 숨지 말고
(송이) 혹시 투잡 뛸 생각 없나? 내 매니저 어때?
(휘경) 지금 우리 송이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하지 마
천송이 걔 내 여자니까
(민준) 떠나는 걸 준비할 때가 오면
아무 미련 없이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람 하나가 남아 있어요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긴 세월 돌고 돌아서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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