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6
(박 형사) 근데 막간에 하나 물어봅시다
한유라 사고 나던 날 어디 있었어요?
크루즈에는 어떻게 탔어요?
초대장도 없이
[민준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저거 범인 맞네, 야!
[차 경적]
도민준 씨!
야, 도민준!
야, 도민준!
야, 도민준!
[신비로운 효과음]
야, 도민준!
야!
[아련한 음악] (이화) 저 따라오지 마십시오
군졸들이 저를 쫓고 있습니다 [민준의 힘겨운 신음]
[가쁜 숨소리] [이화가 울먹인다]
가세요
나리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세요
(민준) 내가!
지켜 준다 하지 않았습니까
네가
다치는 거 싫어
그러니까
같이 가
[하늘이 콰르릉 울린다] [긴박한 음악]
(박 형사) 야, 도민준!
[신비로운 효과음]
[활기찬 음악]
(경비원1) 아, 기자들이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걸
우리더러 통제하라 그러면 그게 돼?
[신비로운 효과음]
누구세요?
[흥미로운 음악]
아, 그게
입주민입니다
2302호
오신 지 얼마 안 되셨나 봐요 두 분 다
예전 분들하고는 얼굴 잘 아는데
(민준) 아, 그럼 수고하시고
(경비원1) 들어오는 거 봤어?
(경비원2) 못 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지 않았어?
잠시만요
거기 서세요
차 뭐 마실래요?
(송이) 우리 집에 진짜 좋은 원두 있어요
[통을 달그락거리며] 이게 코스타리카에서 물 건너온 건데
똑 떨어졌네
다방 커피 괜찮죠?
[송이의 웃음]
또 비 오는 날엔 달달하게 다방 커피 먹어 줘야지
[재경과 송이의 웃음]
[송이가 컵을 달그락 놓는다]
[긴장되는 음악]
[클러치를 탁 내려놓는다]
[짜증 섞인 숨소리]
(송이) 거기서 뭐 해요?
여배우 드레스 룸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
내가 실례한 건가?
커피 마셔요
(재경) 응
[송이가 입바람을 호 분다]
(재경) 너 괜찮아?
- (송이) 네? - 한유라 그렇게 된 거 때문에
말들이 많길래
오빠는 괜찮아요?
나?
왜?
아, 실은
나 오빠랑 유라 언니 사이 아는데
[긴장되는 음악]
둘이 그날 결혼 발표 하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피식 웃는다]
왜 그렇게 생각해?
나 들었어요
뭘?
둘이 얘기하는 거
[피식 웃는다]
[재경의 옅은 한숨]
(재경) 뭘?
어디까지?
그날 두 사람 화장실 앞에서 싸웠잖아요
(송이) 결혼 발표 문제 때문에
딱 들어도 잠깐 만난 사이 같진 않던데
(재경) 그 얘기
누구한테 한 적 있니?
(송이) 아니요
그런 걸 누구한테 얘기해요?
[한숨 쉬며] 난 그냥
유라 언니랑 그런 사이였는데
언니가 그렇게 돼서
둘이 그렇게 싸운 게 마지막이라면
오빠가 너무 마음 아프겠다 싶어서
위로해 주고 싶어서요
네가 그날
다 들었구나
일이 번거롭게 됐네
네?
너 불면증 있다 그러지 않았어?
요샌 괜찮아?
[살짝 웃는다]
그냥 뭐, 예민할 때는 좀 심해지고
그럼 수면제 먹고 그래요
건강 관리 잘해
유라 그렇게 되고 나니까 너도 신경 쓰여 들러 본 거야
고마워요, 오빠
[옅은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송이) 야, 너 웬일이야?
야, 넌 도대체 연락도 안 되고 참, 쯧
[도어 록 작동음]
이거 누구야?
어떤 자식이야?
뭐?
옆집 그 자식이야, 설마?
아, 그 자식이냐고!
(송이) 어휴 네 형이다, 이 자식아
뭐?
(휘경) 어? 형
형이 왜 여기…
누구 좀 만나러 왔다가 생각나 들렀어
그, 암만 형이라도 형도 남자인데
(휘경) 우리 송이랑 이렇게 집 안에 단둘이 있는 거
- 나 좀 그런데 - (송이) 야
[재경의 웃음]
얼굴 봤고
잘 있는 거 확인했으니까 됐다
나 그만 가 볼게
(송이) [웃으며] 네, 오빠
가실 때 얘 좀 데리고 가세요
(휘경) 나 방금 왔거든?
형 가
엄마한테 나 오늘 못 들어갈지도 모른다…
(송이) 아휴, 씨
[혀를 쯧 찬다]
[멋쩍은 웃음]
[웃음]
[경비원2의 난감한 숨소리]
(경비원2) 죄송합니다 지침 때문에요
아이, 아시잖아요
요즘 배우 천송이 씨 때문에
외부인 출입 통제가 좀 힘들어서, 예
그, 입주민들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가 봐도 되죠?
(경비원1) 아유, 예, 물론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경비원들의 한숨]
(경비원1) 어?
(경비원2) 응? 저게 뭐야?
계단 센서 등이 어떻게 동시에 켜지냐?
뭐가 지나갔는데?
(경비원1) 에이, 저렇게 빨리 지나가는 게 어디 있어?
귀신이면 모를까
고장인 거 같은데?
(경비원2) 아이, 씨 야, 괜히 으스스하다
[초인종이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지난번 병원에선 엄청 고마웠다
(휘경) 네 덕에
나 경호원한테 한 대 맞을 뻔했거든
천송이 어디 있어?
뭐?
(휘경) 천송이 어디…
[헛웃음]
송이가 네 친구야? 애인이야?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당황한 신음]
(송이) 방금 벨 누른 사람 그쪽이었어? [초인종이 울린다]
(휘경) [문을 쿵쿵 두드리며] 송이야
야, 송이야, 문 열어
아, 뭐야?
아, 오늘따라
(송이) 우리 집 찾아오는 남자들 왜 이렇게 많아?
(민준) 괜찮아?
뭐가?
(휘경) [문을 쿵쿵 두드리며] 야 옆집
야, 문 열어!
아, 쟨 또 밖에서 왜 저러고 있어?
[초인종이 계속 울린다]
뭐야?
밖에 있는 사람 말고 여기 또 온 사람 누구 없었어?
누구? 재경 오빠? [휘경이 문을 쿵쿵 두드린다]
그게 누군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저 인간의 형
(송이) 쟤하고는 달리 인격적으로 아주 훌륭하고
S&C 그룹의 후계자이기도 하지 [초인종이 울린다]
근데 그게 왜 궁금해?
[휘경이 문을 계속 두드린다]
(휘경) 천송이!
야, 문 열어, 천송이!
야, 옆집!
야, 문 안 열어!
아, 비켜 봐, 쟤부터 문 열어 주고
- (휘경) 야! - (민준) 무슨 여자가 [휘경이 문을 계속 두드린다]
문 열어 달라 그러면 다 열어 줘?
뭘 다 열어 줘?
어떤 놈들일 줄 알고 함부로 집 안에 들이냐고
겁이 없어, 여자가
[어이없는 숨소리]
[초인종이 계속 울린다] (송이) 그렇네, 진짜
그쪽이 어떤 놈일 줄 알고 함부로 집에 들였지, 내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난다]
겁대가리 없이
지금 내 얘기 하는 게 아니잖아
나 빼고 다른 남자…
너는 왜 빼냐고
나가 주세요, '나우' [초인종이 울린다]
[흥미로운 음악]
(민준) 잠깐
나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거 질색이야
(송이) 질색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송이의 힘주는 신음]
[휘경의 놀라는 신음]
[휘경의 당황한 숨소리]
(휘경) 야, 송이야, 너 괜찮아?
이 자식 이거, 뭐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야?
(민준) 이거 봐
나 이상한 짓 같은 거 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야
너 내가 저번에도 말했지?
(휘경) 딱 봐도 인상이 별로야
하,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민준) 나 그런 소리 처음 듣는데?
왜? 많이 들었을 거 같은데
저기
나 오늘 몹시 피곤하거든?
그만 가 줄래?
(휘경) 그래
그만 가 봐
너도
야, 우리 며칠 만에 보는 건데
(휘경) 야, 커피 한 잔만 하고 갈…
[민준의 헛웃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조작음]
어이, 옆집
잠깐 볼까?
할 얘기가 있는데
(휘경) 지금 사는 옆집 그거
자가인가?
전세? 월세?
그게 왜 궁금한데?
그쪽 소유면 내가 살게
시세보다 두 배, 어때?
쓸데없는 얘기 할 거면 들어간다
[휘경이 발을 탁 구른다]
(휘경) 지금 우리 송이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는데
지금 하는 그 모든 생각을
하지 마
왜?
천송이 걔
내 여자니까
'내 여자'
그거
합의된 건가?
(휘경) 합의는, 뭐
뭐, 그, 약간, 어
덜 되긴 했지만
[코웃음]
곧 할 거거든?
내가 이런 말까지 굳이 안 하려고 했는데
나랑 천송이 굉장히 특별한 사이야
나 걔 중학교 때부터 봤어 [서정적인 음악]
학원 단과반도 같이 다녔고
졸업식 꽃돌이도 내가 했고
처음 마시는 술도 나랑 같이 마셨고
난 그랬거든?
그래서 난 앞으로도 걔랑 뭐든 같이 할 거거든
걔 인생 통째로 다 책임질 거거든, 내가
죽을 때까지
(민준) 질투는 인간의 감정 중 가장 낮은 쪽에 속하는
치졸하고 유치한 감정입니다
상대방의 애정이 다른 사람에게 향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비롯된 감정이니까요
분노와 비슷한 양상을 띠는 이 감정은
유아기 때부터 발현이 되는데
어머니가 다른 아동을 안고 예뻐하는 모습을 보면
떼를 쓰거나 먹은 음식을 토하거나
손가락을 빠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게 그 예입니다
흔히 '퇴행'이라고 하죠
다 자란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 퇴행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상대방을 누군가에게 뺏길까 봐
치졸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질투의 감정을 표현하는 거죠
(학생) 교수님은 누구 좋아해도 질투 같은 거 안 하세요?
(휘경) 내 말 알아들었지? [흥미로운 음악]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 송이 주변에 쓸데없이 얼쩡거리고 그러지 말…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갔던 거야
무슨 볼일?
천송이 씨가 우리 집에
보라색 머리 끈을 놓고 갔더라고
그거 가져가라고
뭐?
그걸 왜 그 집에…
아, 또 술 꽐라 돼서 그 집 들어갔던 거야?
아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안도하는 한숨]
멀쩡한 정신으로 우리 집에서 하루 잤어
(민준) 아, 머리 끈 빨리 돌려줘야 되는데
(학생) 완전 시크해 보이셔서
질투 그런 거 안 하실 거 같은데
아까 설명했듯이
질투는 가장 저급하고 유치한 감정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민준) 자존감 약하고 열등감 강한 사람들이나 느끼는 그런 감정이라
난 느껴 본 적 없습니다
[학생들의 탄성]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예고했던 대로 다음 주는 기말고사입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하도록
[학생들이 구시렁댄다]
(유라 팬1) 꺼져, 천송이
(유라 팬2) 유라 언니 죽여 놓고 양심은 있냐?
(유라 팬3)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와?
[유라 팬들이 저마다 외친다]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잔잔한 음악]
(범) 누나, 안 되겠는데요
지금 기자들이며 한유라 팬들이 너무 많이 와 있고요
유족들도 들어오지 말라고…
[입소리를 쩝 낸다]
일단은 돌아가시죠
[바깥이 소란스럽다]
유라 언니 거
돌려주려 했는데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범) 그,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
(미연) 우리 애 만신창이 되는 거 안 보여?
소속사 대표라는 사람이 뭘 하고 있냐고, 지금!
[미연의 성난 숨소리]
입이 달렸으면 말을 해 보라니까?
(안 대표) 어머니 저희도 이번 사건 때문에
손해가 막대한 거…
그 막대한 거 다 우리 송이가 벌어다 준 거 아니야?
[한숨]
(미연) 벌어다 줄 땐 안 대표 뭐랬니?
'평생 가자', '가족이다' '공동 운명체다' 그래 놓고
이제 손해 좀 보니까 꼬리 자르고 혼자 내빼겠다는 거야, 지금?
어머니, 어머니
냉정하게 말하자면
(안 대표) 배우 천송이와 저희 회사와의 계약
이번 달 말까지입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어머나, 그래서?
[안 대표의 난감한 숨소리]
(미연) 어, 우리 송이 들어오네
우리 송이 앞에서 계속 얘기해 봐, 안 대표
[안 대표의 멋쩍은 숨소리]
회사랑 계약이 이번 달 말까지라서 뭐?
[안 대표의 난감한 숨소리]
그래서 저, 재계약은 보…
보류해요, 재계약
- (안 대표) 어? - (미연) 얘
[흥미진진한 음악]
웬만하면 지금까지 쌓아 온 정이 있어서
재계약하려고 했는데
(송이) 이번 사건 터지고 일 처리하는 거
너무 구렸어
이래 가지고 내 매니지먼트 할 수 있겠어?
재계약은 좀 더 두고 봐야겠어
[멋쩍은 숨소리]
그럴래?
이번 사건으로 CF 위약금 물어 줘야 하는 건 내가 책임져요
지, 진짜?
굳이 그럴래?
(미연) 처, 천송이 너 미쳤니?
그걸 네가 왜!
계약대로 해, 계약대로
당분간 쉴 테니까 연락하지 마요
(안 대표) 그래, 안 할게 그래, 좀, 좀 쉬어
(송이) 따라오지 마
너도 이제 내 매니저 아니야
[성난 숨소리]
(안 대표) 하, 참 잘됐다, 그렇지?
왜?
자기가 한다잖아, 자기가!
(미연) 야, 이 계집애야 너 미쳤니?
그게 다 얼마인데 그 돈이 어디 있다고
어차피 나 때문에 생긴 손해잖아
그걸 어떻게 안 대표한테 다 떠밀어?
[기가 찬 숨소리]
너 되게 낯설다
언제부터 이렇게 착했어?
(미연) 네 어미한테 이렇게 착하게 굴어 봐, 이것아
지금 드라마 까이고 CF 다 잘리고
그 돈 어디서 나서 물어 줄 건데! [다가오는 발걸음]
[선영의 놀라는 숨소리]
[미연의 멋쩍은 웃음]
세미 오랜만이다
(미연) 사무실 온 거야?
(선영) 응
안 대표 만나러
갑자기 드라마 역할 수정되고 그래서
지금 준비해야 될 게 너무 많은 거 있지
역할이
어떻게 수정됐는데?
언니 못 들었어?
드라마 중반이라서
누구 새로 캐스팅하긴 어려워서
(선영) 송이 유학 가고 나면
남자 주인공이랑 우리 세미가 엮이는 걸로 스토리를 틀었대
뭐?
[놀라는 숨소리]
(세미) 아, 엄마 얘기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어, 송이야
오해하지 마
감독님이 그렇게 제안하신 건 사실이야, 근데
난 싫다고 했어
뭐? 정말이야?
어, 엄마
[무거운 음악]
(세미) 미리 얘기 못 해서 미안
안 대표님 앞에서 같이 얘기하려고 했어
(선영) 정신이 있니?
너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그걸 어떻게 해?
암만 어렵게 온 기회라도 나 이런 식은 싫어
(세미) 송이 억울한 일 당해서 이렇게 됐는데
제일 친한 친구라는 게
그 자리 차고 들어가는 꼴밖에 더 돼?
기다리면 기회는 또 올 거라고 생각해
안 와도
할 수 없고
세미가 엄마보다 낫네
그러니까 송이야, 마음 쓰지 마
나 그 얘기 하러 들어가는 거니까
해, 너
어?
어차피 너 아니라도 누군가 메꿔야 되잖아
너 때문에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난 어차피 못 하는 상황이 됐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하라고
(선영) 그래
송이가 엄마보다 낫네
하, 그래도…
괜찮아, 정말
해, 너
[한숨]
송이야
안 대표 기다리겠다, 어서 들어가
발목에 금 가셨는데
힐 신으셔도 괜찮으세요?
[의미심장한 음악] 왜? 무슨 문자야?
어
(세미) 어, 엄마가 얼음판에 넘어지셨대
발목에 금이 갔다고
(선영) 응?
발목?
무슨 금?
(선영) 너 진짜야?
진짜 감독님 만나서 그렇게 말했어?
얘, 가자
감독님한테 다시 가서 말씀드리자고
(세미) 그럴 필요 없어
나 이미 하겠다고 말씀드렸어
뭐?
아니, 그럼 방금 왜…
어, 거짓말했어
내 딴에는 송이한테 미안해서
송이가 먼저 나한테 해도 좋다고
얘기해 주길 바라서 그렇게 얘기했어
근데 엄마
[세미의 떨리는 숨소리]
송이 표정 봤지?
[한숨]
전혀 축하해 주는 표정이 아니더라
난 그 오랜 세월을
늘 축하만 해 줬었는데
[세미의 떨리는 숨소리]
그게 다
널 친구가 아니라 자기 들러리로만 생각해서인 거야
(선영) 너
이참에 진짜 제대로 보여 줘
들러리한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음산한 효과음]
[놀라는 비명] [유리가 쟁그랑 깨진다]
[긴장되는 음악] [송이의 겁먹은 숨소리]
[송이의 다급한 숨소리]
도민준 씨!
도민준 씨 안에 없어요?
[가방을 달그락 연다]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뭣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어디 간 거야?
(박 형사) 아, 어디 갔는지 그냥 사라져 버렸다니까요
그 틈에 내 차는 견인되고
나는 무단 횡단 했다고 벌금까지 내고 말이지
평생 이, 준법정신 하나로 살아온 내가
(석) 참고인인데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고
일단 정식으로 소환장부터 보내죠
근데
암만 생각해도 이상해
(박 형사) 분명 내 눈앞에 있었는데
연기처럼 없어졌어
뭐, 어디 건물로 들어갔거나 그랬겠죠
씁, 그러기에도 시간이 짧은데
설마…
아니
CCTV에서도 1초 만에 사라졌잖아요
혹시
초능력?
(남자1) 하, 진짜
[연필을 달각 내려놓는다]
아, 박 형사님
(박 형사) [웃으며] 그렇죠?
아이, 내가 어저께 비를 너무 많이 맞았어
아이, 그 자식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서류를 쓱 집으며] 제가 좀 알아봤는데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요?
[의미심장한 음악]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석) 이건 뭐, 재벌급이에요
[놀라는 신음]
(영목) 어?
어?
아이고, 잡으셨네
아이고, 아휴
아유, 추워
[영목이 숨을 하 내뱉는다]
[영목이 지퍼를 직 연다]
아휴, 부동산만 대강 정리했는데요
하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웃으며] 도대체 재테크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
한 400년 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부가 축적된 거죠
(영목) 아 선구안이 있으셨던 겁니까?
아니, 무슨 강남에 땅이 이렇게 많이…
처음 부동산을 시작한 게
1753년이었는데
그때 윤성동이라고
한양에서 굉장히 이름을 날리던 집주름이 있었어요
[밝은 음악]
(성동) 저기, 응? 응
[웃으며] 저기, 응?
이게, 이게 돌밭 같아도
여기다가 뽕을 심으면, 그냥
겁나게 잘될 자리라니까, 어?
(민준) 뽕밭이나 만들까 하고
그 땅을 쌀 200가마니 정도 주고 샀는데
그 자리에 잠실 놀이동산이 들어서더라고요
(성동) 저기, 저기, 어?
씁, 그, 이 땅 주인이 그, 승정원에 계시던 분인데
그, 임금님 앞에서 입을 잘못 놀리는 바람에
지금 좌천돼 가지고
눈물을 머금고 내놓으신 땅이에요
급, 급, 급매로
[성동이 말한다] (민준) 풍광 좋은 데 정자나 지으려고
헐값에 샀던 배밭이
지금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가 됐고요
당시 강남은 한양에 속하지도 않았어요
당연히 땅값도
한양인 강북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저렴했고요
삼성동만 해도
당시에 무동도리 저자도리, 부로도리
이렇게 세 개 마을로 나눠졌거든요
근데 거기 사는 사람들 다 합쳐도
200명이 될까 말까
아이고
(민준) 말 그대로 허허벌판
불모지 중의 불모지였죠
아마 그때 살던 사람이 지금 삼성동 보면 기절할 겁니다
천지개벽 수준이니까요
아니, 우리 조상님들은 뭐 하신 거야?
[웃으며] 그때 땅 좀 사 놓으시지
서서히 처분 시작해 주세요
골동품이나 미술품들은
제가 돌아간 다음에 서서히 내놔 주시고요
(민준) 너무 고가의 물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의심받으실 겁니다
예, 그러겠습니다
(영목) 근데요
이렇게 정리를 시작하시니까
이제야 실감이 나네요
정말 떠나신다는 게요
(민준) 저에게 이 순간은
[잔잔한 음악] 400년 동안 기다려 왔던 순간이에요
떠나는 걸 준비할 때가 오면
훌훌 털고 아무 미련 없이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데요?
끝은 점점 다가오는데
내 뒤에 사람 하나가 남아 있어요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
미련, 슬픔
이런 것들도요
400년 전과 다른 듯 닮아 있는 이 기묘한 상황이
두렵습니다
죽음은
끝이고
사라짐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닌 걸까요?
(송이) 웬만하면 핸드폰 하나 사요
급할 때 연락이 안 되잖아
[옅은 한숨] (민준) 영원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긴 세월 돌고 돌아서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걸까요?
[개 짖는 소리가 난다]
[재경의 웃음]
왔어?
이렇게 너처럼 꼬박꼬박
센터 봉사 시간 안 어기고 오는 놈도 없다, 진짜
일주일에 하루
여기서 봉사하는 시간이 제일 좋은데
이 좋은 걸 왜 거르냐?
유기견 센터에서 봉사 활동 하는 재벌 2세?
씁, 이건, 뭐 기자들이 알면 난리 날 텐데
언론 보도도 못 하게 하고 [개가 낑낑댄다]
[피식 웃는다]
[개가 계속 낑낑댄다]
그 녀석은 왜 그래?
(수의사) 누가 고속도로에 버리고 간 녀석인데
디스템퍼야
하드 패드에 피부 발진도 또렷하고
진단 검사는?
(수의사) 양성 반응
혈액 검사 결과도 림프구와 호중구가 증가한 상태고
엑스레이에선 기관지 폐렴 징후인 폐엽 경화도 보이고
중추 신경계 쪽도 더 이상 손을 못 쓸 지경이고
안락사만 답인가?
(수의사) 그렇지
오늘 밤에 해야 할 거 같다
마그네슘 설페이트?
마취부터 하고
참
요새 마취제 프로포폴 쓴다
왜, 요새 연예인들 이걸로 한창 논란되고 있잖아
그렇지
줘 봐
[수의사의 힘주는 숨소리]
[재경의 어르는 숨소리]
(수의사) 모과차 마실래?
[낑낑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조금만 기다려
네 고통도 이제 곧
끝나
[미연의 감탄하는 숨소리]
어머나
[감격하는 숨소리]
(미연) 마이 버스데이도 아닌데 뭐 하러?
어머니가 제일 고생하신 날이잖아요
[감격하는 신음]
(미연) 하, 하긴
[미연의 한숨]
그 계집애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성질머리가 고약해서
내가 고생 좀 했지, 쯧
오늘 송이랑 뭐 할 거야?
걔 당분간 스케줄 없어서 시간 많아
아, 저녁 먹으려고요
아유, 365일 먹는 저녁
(미연) 그런 거 말고 좀 특별한 거를 해
뭔가 특별…
내가 팁 하나 줄까?
[흥미로운 음악]
(휘경) 제가 오늘 오후 너무 중요한 일이 생겨서요
월차 썼으면 하고요
월차?
(조 부장) 아, 그래그래 그래, 써, 써, 써
[멋쩍은 웃음]
죄송합니다
이따 3시에 컨소시엄 계약하는 데 같이 가기로 했었는데
아유, 괜찮아, 괜찮아 우리끼리 하지, 뭐
(휘경) 아
계약하는 거 처음 보는 거라
꼭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었어?
[조 부장이 머뭇거린다]
(조 부장) 미룰까, 계약을?
(김 과장) 영국에서 오신 분들이라 일정이 오늘밖에 안 된다고…
(조 부장) 아휴
영국에서 또 한 번 오시면 되지, 뭐
직항으로 12시간밖에 안 걸리잖아
[조 부장의 웃음] [김 과장의 어색한 신음]
미룰 테니까 다음번에 계약할 때 꼭 보라고, 응?
그래도 되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한숨]
[부드러운 음악]
(민준) 오후 4시 기말고사 실시
꼭 참석할 것
미참석 시 F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글씨 봐라
아휴, 아무튼 고리타분한 인간
[휴대전화 알림음]
[휴대전화 조작음]
(휘경)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너 이놈의 새끼
너 누나 생일인데 축하도 안 해 줘?
(윤재) 괜찮냐?
(송이) 괜찮지, 그럼
엄마 말이 너 여기저기 다 까였다던데?
웃기시네
오늘도 꼭 와 달라고 아주 애걸복걸하는 데가 있어서
나 거기 가 봐야 돼
바빠 죽겠는데 아주 꼭 참석해 달라 그러네?
(윤재) 소속사랑도 쫑 났다며
혼자 돌아다니려고?
당연하지
내 차 있겠다, 면허증 있겠다
못 갈 데가 없지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자동차 시동음]
[송이의 웃음]
우리 붕붕이
오랜만에 언니랑 달려 볼까?
[웃음]
[흥미로운 음악]
[송이가 흥얼거린다]
[타이어 마찰음]
[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린다]
[송이의 웃음]
(송이) 네, 안녕하세요
천송이예요
[송이의 웃음]
진짜, 어머, 격하게 반겨 준다
간만에 이렇게 나오니까
아휴, 근데 누가 운전을 개발새발 하나 보네
하여튼 운전 못하는 것들은 차를 끌고 나오지 말아야 돼
그렇지, 붕붕아?
오? 어유, 우리 붕붕이
맘마 먹고 갈까? 맘마?
[송이가 흥얼거린다]
기름 주세요
휘발유요, 경유요?
기름 달라고요, 만땅
[흥미로운 음악] (송이) 어머
어머, 내 가방, 어머
어머, 내가 가방 어디다 놨지?
아, 나 분명 아까 가방 놨는데?
가만있어 봐
[직원의 헛기침]
가방…
웁스, 생스
[송이의 웃음]
[직원의 옅은 숨소리]
(송이) 어?
(직원) [펜을 탁 놓으며] 여기 사인 좀 해 주세요
[펜을 달그락 집는다] [흥얼거린다]
[쓱쓱 서명한다]
[의아한 신음]
(직원) 이게 뭐야?
[옅은 웃음]
[흥미로운 음악]
[안내 음성] 어서 오십시오
버튼을 눌러 주차권을 받아 가세요
어서 오십시오
버튼을 눌러 주차권을 받아 가세요
[안전띠를 달칵 푼다]
[힘주는 신음]
아이, 씨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가 안전띠를 달칵 잠근다]
[안내 음성] 주차권을 받아 가세요
주차권을 받아 가세요
발레 되죠?
- 네? - (송이) 발레
[경쾌한 음악]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기어 조작음]
(송이) 오케이
오케이
아이, 씨
아이, 참 나
아, 발레는 왜 안 해 주는 거야, 진짜?
[송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기어 조작음] [송이가 중얼거린다]
[안전띠를 달칵 푼다]
[쿵 소리가 난다] [놀란 신음]
엄마야, 아니, 어떤 자식…
(기자1)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이거 어떻게 해?
[흥미로운 음악] 여기는 배우 천송이 씨의 집 앞입니다
[당황한 신음]
[놀라는 숨소리]
(기자1) 아, 죄송해요
뒤에서 차를 좀 박았는데 아, 잠깐 나오세요
아, 아
괜찮아요, 그냥 가세요!
(기자1) 아, 어떻게 그냥 가요? 이렇게 좋은 차를 박았는데
저기, 잠깐 내려 보세요
아, 괜찮다고요!
이거 안 비싸요, 그냥 가요!
(기자1) 아유, 저기
비싸고 안 비싸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사고가 났잖아요, 예?
지금 내려서 확인 좀 해 보세요, 예?
- (기자들) 천송이 씨! - (기자2) 어, 천송이 아니야?
(기자3) 천송이 씨 인터뷰 좀 해 주세요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기자4) 뭐야, 사고 난 거야?
(기자5와 기자6) - 천송이 씨, 얼굴 좀 보여 주세요 - 얼굴 좀 보여 주세요
(기자1) 천송이 씨 이제 그만 나오세요, 예? [난감한 숨소리]
[한숨]
[무거운 음악] (기자1)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거예요?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여기를 정리를 하셔야죠
[신비로운 효과음]
천송이 씨, 여기 사고 난 거 정리를 하셔야 되니까
잠깐 나와 보시라고요
지금 뭐 해요?
여기 정리를 하셔야죠
[기자들이 저마다 재촉한다]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기자1) 아 이러지 말고 나오죠, 예?
지금 한 시간 다 돼 가는데 이게 무슨 민폐야
아, 교통사고 같은 경우에는
[손뼉을 치며] 내려서 확인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자꾸 이렇게 나오면 억지로 문 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급한 신음]
(기자7) 왜 안 나와?
[기자들이 저마다 불평한다]
[송이의 울먹이는 신음]
(민준) 이건 교통사고가 아니라 고의 사고입니다
[난감한 신음]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고
다칠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었으면서
의도적으로 사고를 냈으니까요
고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손괴죄에 해당됩니다
당신 누군데?
천송이 씨 법적 대리인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고의 사고의 목격자이기도 하고요
(민준) 만약 이 안에 있는 여자가 조금이라도 다쳤을 경우엔
상해죄 내지 폭행죄를 같이 물을 수도 있죠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죄입니다
[멋쩍게 웃으며] 아, 아니, 나는
(기자1) 아, 나와서 대화로 해결을 하려 그랬던 거지
내가 무슨…
(민준) 내리기 싫다는 이에게
계속해 내리라고 언성을 높인다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한 건
형법 제283조 협박죄에 해당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하도록 돼 있죠
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현행범으로 처벌 가능합니다
경찰 부를까요?
찍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동의 없이 유포할 시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구시렁댄다]
[기자1의 한숨]
나와, 괜찮아
잘못이 있을 때만 숨어
아무 때나 숨지 말고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어디 있다 이제 온 거야? 도 매니저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가자
(송이) 도 매니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기자1) 야, 찍어
- (기자8) 어, 이거 안 되는데? - (기자5) 이거 왜 이래?
- 어? 이거 고장이야? - (기자1) 안 돼?
(기자9) 아, 배터리 나갔나? 이거 왜 이러지?
(기자9와 기자5) - 갑자기 왜 이래, 왜 이래, 이거? - 이거 안 나오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송이) 아이 여기 강의실 쪽 아니잖아
나 시험 보러 안 가?
(민준) 끝난 지가 언젠데
(송이) 그럼 어디 가?
(송이) 오, 어디야, 여기가?
(민준) 대학 박물관
학교에서 사람 가장 없는 곳
아무튼 또 고맙게 됐네
(송이) 근데 부전공이 법이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근데 오늘 시험 못 본 거 어떡하지?
아까 봤다시피 내가
피치 못할 상황이 있었으니까 좀 봐줘
(민준) 어차피 시험 봤어도 F야
출석 일수 모자라
(송이) 아, 근데 왜 사람을 오라 가라 해서 이 사달을 만들…
박물관이야
아유, 진짜
(송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미술관, 박물관 이런 거라고, 내가
어? 들어오기만 해도 30초 내에 잠이 쏟아지는데
사람을 데리고 와도 꼭 이런…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노크 소리가 난다]
(세미) 오빠
어휴
아휴, 밤새웠다더니 피곤한가 보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
[카메라 셔터음]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세미의 들뜬 숨소리]
[심호흡]
[문이 끼익 열린다]
(어린 휘경) 송이야
메리 크리스마스
(어린 송이) 넌 여기 왜 또 왔어? [속상한 숨소리]
귀찮아, 비켜!
(어린 휘경) 송이야!
[울먹인다]
[트럭 경적이 빵빵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놀라는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어, 휘경아
오고 있지?
(송이) 근데 너 이 시간에 웬 놀이동산이야?
너 혹시 뭐, 거기서 이벤트 그런 거 하려 그러는 거 아니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나 진짜 세상에서 제일 싫다 놀이동산 이벤트
아, 그런 거 아니지, 물론
(송이) 옛날에 어떤 남자가 놀이동산에서 내 이름 천송이라고
장미꽃 천 송이씩 갖다주고 막 그랬거든?
너 장미꽃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되는 거 알아?
가시 때문에 봉투 막 다 찢어지고
아, 진짜 개짜증 나더라
그런 거 안 하지, 나는
어, 아유, 끊어
어, 어, 이따 보자
[당황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아유, 씨
(휘경) 이거 다, 이거
이거 다 치워 주세요, 얼른
(남자2) 다요?
(휘경) 아, 얼른요 치워 주세요, 빨리 치우고
어, 어, 저, 플래카드
저거 거둬요, 빨리
아, 빨리빨리, 빨리 거둬요, 빨리
하트, 풍선
어, 이거 촛불… [남자2가 말한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송이) 아, 그나저나 차가 공업사에 들어가면
수리가 며칠이나 걸리려나?
범이한테 물어봐야…
[헛웃음]
아, 범이 이제 내 매니저 아니지
이제 학기도 끝났는데 뭐 해?
혹시 투잡 뛸 생각 없나?
뭐?
방학 동안의 알바 같은 개념이지
내 매니저 어때?
말 같지 않은 소리 그만해
왜? 매니저가 맘에 안 들어?
그럼 법적 대리인
그거 멋있더구먼, 말이
(송이) 그것도 싫으면 보디가드
[송이의 못마땅한 숨소리]
나 혼자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거든
[부드러운 음악] 12살 때부터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서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이것만 해 봤지
내 손으로 해 본 게 별로 없어
나 커피 무지 좋아하는데
요즘은 매니저 없어서 그것도 못 사 먹고 있다고
어떻게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얼만데?
커피?
아니, 알바비
알바 뛰라며
[기대하는 숨소리]
(송이) 어?
[송이의 옅은 웃음]
저 자식이
여기가 어디라고, 씨
둘이 왜 같이 와?
(송이) 아,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여기까지 왔는데 밥이라도 같이 먹고 가
(휘경) 밥은 무슨
됐으니까 그만 가 보지?
야, 넌…
(민준) 너무 밤늦게까지 돌아다니지 말고
볼일 끝나면 일찍 집에 돌려보내 줘
(휘경) 알았어
네가 왜 그걸 지시…
아,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저…
자식이, 씨
(송이) 근데 왜 여기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이냐?
너 혹시 그딴 짓 한 거 아니야?
놀이동산 막 통째로 빌리고 그런 거? [휘경의 당황한 신음]
(휘경) 아, 아니
야, 내가 암만 있는 집 자식이라도 그런 건 좀 오버지
오늘 날이 추워서 그런가 봐
사람이 진짜 없긴 없네
(송이) 근데 여기 왜 오자 그런 건데?
(휘경) 아, 어
저거
[부드러운 음악]
(휘경) 너 어렸을 때
생일이면 무조건 저거 타러 왔었다며
(어린 송이) 움직인다, 움직인다
[민구의 웃음] (민구) 그렇게 좋냐?
(어린 송이) 응
난 이거 타면 내가 별이 된 거 같아
여기서 다 이렇게 내려다볼 수 있잖아
우리 딸 촬영하랴 학교 가랴 잠도 못 자고 힘든데 괜찮아?
네가 싫으면 촬영은 안 해도 돼
아빠가 엄마한테 얘기해서…
아니야, 나 좋아
내가 방송 나오고 돈 버니까
엄마가 예전처럼 아빠한테 화내고 그러지 않잖아
인마, 네가 무슨 돈 걱정을 하고 그래?
돈은 아빠가 알아서 다 할 거야
그러니까 힘들면 넌 당장 관둬
아니라니까, 재미있어
방송국 가면 유명한 연예인도 많이 보고
(어린 송이) 나 저번에 원빈 봤다, 원빈
'가을동화'에 나오는 원빈 알지, 아빠?
엄청 잘생겼어
아빠랑 원빈이랑 누가 더 잘생겼어?
어유
아빠
암만 핏줄이라도 거짓말은 못 하겠네요
이 녀석이…
(민구) 대답해 봐, 어?
[어린 송이의 웃음] 누구야? 누가 잘생겼어, 어?
아빠야, 아빠라고
[어린 송이와 민구의 웃음]
(송이) 맞아
생일엔 언제나 저걸 타러 왔었어 아빠랑 같이
근데 너 어떻게 알았어?
[어색한 웃음]
아,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되냐?
가자
[감성적인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송이의 떨리는 숨소리]
(송이) 어휴
어, 나 기분이 왜 이러지?
이걸 보는데
왜 자꾸 슬픈 기분이 들지?
(민준) 그것은 슬픈 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이제는 멀리 있는 별처럼 아스라해진
전설 같은 이야기
[긴박한 음악]
[이화의 가쁜 숨소리]
나리
얼굴빛이 점점 창백해지고 있사옵니다
(군관) 잡아라!
[군관이 지시한다]
[이화의 당황한 숨소리] [민준의 가쁜 숨소리]
[말 울음]
(군관) 이쪽이다, 쫓아라
[군졸들의 기합]
[겁먹은 숨소리]
[아련한 음악]
[거친 숨소리]
[울먹인다]
(이화)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께서 그러셨습니다
[훌쩍인다]
작별 인사는
미리 하는 거라고
[이화가 흐느낀다]
진짜 마지막이 오면
작별 인사 같은 건
할 수가 없다고
지난번
첫눈이 오시던 날
소녀가 드렸던 말씀
기억하십니까?
(이화) 제가 빨리 나이를 더 먹어서
어여쁜 여인이 된 모습을
나리께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이화가 흐느낀다]
나리를 만나기 전에
아,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코를 훌쩍인다]
그 어떤 희망도 없었습니다
(이화) 체념과
원망만 있었습니다
[흐느낀다]
나리를 뵙고
처음으로
제 앞날을 그려 봤습니다
처음으로 간절히
살고 싶었습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이화) 반드시
본디 계셨던 곳으로
무탈히 돌아가십시오
잊지 않을 것입니다
잊지 못할 것입니다
죽음 이후
그 어떤 세상에서도
나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군관) 잡아라!
둘 다 잡아라!
[긴박한 음악] [이화의 놀라는 숨소리]
잡아라!
[군졸들의 기합] [말 울음]
생포하라!
[신비로운 효과음] [군졸들의 아파하는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저 사특한 것이 잡술을 쓰고 있다
(군관) 쏴라, 죽여라!
[의미심장한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화살이 푹 박힌다] [신음]
[처연한 음악]
(민준) 영원히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닥친
죽음의 순간
(민준) 보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그런 내 자신이 한없이 무력한
그런 순간
[울부짖는다]
[민준이 오열한다]
[부드러운 음악]
(송이) 요즘 사는 게 진짜 짜증 났는데
고맙다
어쨌든 오니까 좋네
나 너한테 얻어맞을 각오 하고
한마디 할게
나는 요즘
네가 힘든 게 좋다
너한테 안 좋은 일 생긴 거
솔직히 좋아
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생기니까
비집고 갈 틈이 생기니까
나 못됐지?
(송이) 응
엄청
근데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쳐주면 안 되겠냐?
(휘경) 15년 동안 장난치듯이 고백해 온 거
정색하고 했다가 네가 거절하면
너 계속 보기 어려울까 봐 그랬어
이런 찌질한 마음도
사랑이라고 쳐주면 안 될까?
너는 내 앞에서 우는 건 자존심 안 상한다 그랬잖아
어렸을 때부터 이 꼴 저 꼴 다 보여 줘서
내가 제일 편하다고 그랬잖아
그것도
우리 사랑이라고 치자
사랑이라고 치고
그냥 나한테 와
너, 네 가족
내가 죽는 날까지 책임질게
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살아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휘경) 지금 대답하기 싫으면
나중에 해도 돼
아니야
나 지금 대답할게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
(송이) 내 대답은…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민준) 영원히 멈추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듣고 싶지 않은
그런 한마디가 있습니다
[잔잔한 음악]
[애절한 음악]
뭐냐? [범이 훌쩍인다]
누나
부디 건강…
[흐느낀다]
뭐래?
(범) 우리 누나
술은 절대로 세 잔 이상 먹이면 안 돼요
[송이가 괴성을 지른다]
개 되거든요
진짜 물기도 해요
SNS는 못 하게 막으세요
입만 열면 홀라당 깨는 스타일이에요
마지막으로
우리 누나가 피해야 할 작품들이에요
메디컬 안 돼요
의료 용어 못 외워요
법정물 안 돼요
긴 거 못 외워요
사극?
안 돼요
조선 시대 싫어해요
요 새끼, 요거
날 잘 아네
아유, 근데 나 왜 조선 시대가 싫지?
이상하게 싫어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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