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7
(휘경) 지금 대답하기 싫으면
나중에 해도 돼
아니야
나 지금 대답할게
(송이) 내 대답은…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잔잔한 음악]
[자동차 가속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아휴
왜 그래?
(송이) 아휴, 방금 이 상황 뭐지?
어디선가 본 거 같기도 하고
(휘경) 어?
뭐, 데자뷔 같은 거?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아휴, 아무튼 기분이 되게 이상해
기분은 나도 이상하거든
1초가 영원 같아
대답
안 해 줄 거야?
미안
[부드러운 음악]
왜?
나 분명히 1초 전엔
'예스'하려고 했었거든
솔직히 사랑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존재한다면
우리 엄마 아빠도 그렇고
이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일 것 같진 않거든
너 말대로 그렇게 생각하려 했었어
내가 너 좋아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사랑이라 치자고
(송이) 그래서 천송이 팔자 한번 늘어지게 펴 보자고
네 덕에 호의호식하자고
우리 엄마 소원 성취도 시켜 드리고
근데
진짜 미안
겨우 1초 만에 생각이 바뀌어서
못 하겠다, 난
많이 발전했다, 천송이
(송이) 뭐?
'예스'라고 하려고 했다며?
그만큼 생각해 준 게 어디야
(휘경) 옛날에 이런 얘기 하면
'꺼져'
그랬는데
드디어 진도 뺐다
야, 그게 아니라…
[쪽 소리가 난다]
야
그냥 난 '예스'라고 하려고 했다
거기까지만 들었어
(휘경) 언젠가
'예스'라고 하겠지
[차 문이 탁 닫힌다]
[화살이 푹 박힌다]
[애달픈 음악]
(민준) 처음으로
누군가를 지켜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채
그 사람을 잃어야 했습니다
[울부짖는다]
그것은 내가 지구에서 처음으로 목격한
죽음이었습니다
(민준) 사람들이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아십니까?
[밝은 음악]
잊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존재했던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그대로고
나만 잊히기 때문입니다
난 두렵지 않았습니다
내가 살던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간다고 해도
그래서
아무도 날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나는 조금 두려운 거 같습니다
잊히고 싶지 않은 한 사람이
생겨 버렸습니다
이제 곧 다른 세상으로 가야 하는
하필 이때
[활기찬 음악]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숨을 카 내뱉는다]
[가쁜 숨소리]
휘경아
(세미) 너 취했어?
(휘경) [술 취한 목소리로] 오, 유세미
야, 내가 사랑하는 내 친구
유세미
[휘경의 힘주는 신음] [세미의 당황한 신음]
왜 이래?
앉아
[술 취한 신음]
[휘경의 한숨]
너 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애가
무슨 일 있어? [휘경의 한숨]
천송이
그 계집애 내가 진짜 아닌가 봐
내가 좀 비겁하게
돈으로 꼬셨거든?
지금 힘드니까
그럼 나한테 넘어올까 해서
그랬는데
싫대?
싫다는데
그만하면 안 되니? 그만할 때도 됐잖아
너는
그게 돼?
네 마음이
네 마음대로
돼?
[휘경의 옅은 한숨]
(휘경) 난 그게 잘 안된다
하, 씨, 쪽팔리게
[씁쓸한 숨소리]
[한숨]
혹시 천송이 그 바보 같은 게
진짜 그 남자를 기다리는 거 아니야?
그때 그 사고에서 자기 구해 줬던
그 도깨비 같은 놈
[트럭 경적이 빵빵 울린다]
[타이어 마찰음] [쓸쓸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옅은 한숨]
[잔을 탁 내려놓는다]
[숨을 하 내뱉는다]
[한숨]
휘경아
나 그 남자를 본 거 같아
나도 믿을 수가 없는데
그 남자가 맞는 거 같아
[코를 훌쩍인다]
[울먹이며] 휘경아
나도 안 돼
나도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 돼
[초인종이 울린다]
(미연) 어머나 얘 아직 안 왔나 보네
휘경이랑 얘기가 잘돼 가나?
경비실에 맡겨 놓고 와, 그럼
[통이 달그락거린다] (미연) 야!
네 누나 집에 이사하고 한 번도 안 와 봤는데
뭐, 어떤 꼬라지로 살고 있는지는 봐야 할 거 아니야
어떻게 들어가? 전화도 안 받는데
기다려 봐
이 계집애, 비밀번호 빤해
자기 전화번호 뒷자리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기계 음성] 비밀번호가 맞지 않습니다
(미연) 응? 아니네?
뭐지, 그럼?
[의기양양한 신음]
[도어 록 작동음] [미연의 기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헉, 어떻게 알았어?
이 계집애
비밀번호 복잡한 거 못 해
자기가 까먹어
(미연) 음
(송이) 어머나, 깜짝이야 [미연의 비명]
아, 뭐야?
너 뭐야?
집에 있으면서 왜 문을 안 열어?
(송이) 나 천송이야
아, 벨 누른다고 뭐, 다 열어 줘?
보안이 그렇게 허술해도 되겠어?
보안 그렇게 생각하는 년 비밀번호가 1111이냐?
개나 소나 다 들어오겠다, 치
대박, 어떻게 알았어?
아, 가서 입이나 헹궈 더러워 죽겠네
아이, 씨
[초인종이 울린다]
(미연) 어, 윤재야, 나가 봐라
쯧, 아휴 [통이 달그락거린다]
- (미연) 뭔데? - (윤재) 몰라
[미연의 들뜬 숨소리]
(미연) 우리 송이 아직 안 죽었네?
팬이 보낸 건가 보지
[미연의 기대하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미연의 비명]
왜 그래? 뭔데? [미연의 기겁하는 신음]
[미연의 질색하는 신음]
보지 마, 보지 마
쥐, 쥐, 죽은 쥐
[미연의 겁먹은 신음]
[송이의 기합] [미연의 놀란 신음]
[미연의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윤재의 뛰어가는 발걸음]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오토바이 시동음]
[오토바이 엔진음]
(윤재) 야, 이 새끼 너 거기 안 서!
[오토바이 가속음]
[가쁜 숨소리]
[미연의 성난 신음]
(미연) 아니 도대체 어떤 자식이야, 응?
경찰에 신고해
(미연) 또 기사 나라고?
지금은
네 누나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비호감이야
얜 지금 뭘 해도 욕먹는다니까
웃으면 뻔뻔스럽다고 욕먹고
울면 가증스럽다고 욕먹고
한마디로
'국민 밉상'이잖아, 얘가 지금
고맙습니다, 어머니
퍽도 위로가 되네요
(미연) 됐고
넌 내일 엄마랑 같이 안 대표 만나러 다시 가
드러눕는 건 내가 할 테니까
협상은 네가 하라고
아니, 우리가 여태 자기들한테 벌어 준 게 얼만데
이럴 때 널 보호하는 게 소속사지
애가 이런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는데
테러는 무슨, 오버하지 마
저기 보이는 곰돌이 보이지?
(송이) 저런 거 보내 준 팬도 있었어
힘내라면서
다 나 미워하는 건 아니라고
[미연의 코웃음]
너 미워하는 애들이 훨씬 더 많은 게 현실이야
(미연) 근데 혼자 싸돌아다니겠다고?
매니저도 없이?
보디가드 겸 매니저
새로 구했어
누군데?
[우편물을 부스럭 집어 든다]
[미연의 한숨]
(미연) [발을 탁 구르며] 아, 참
나 정신 빠진 거 봐
너 오늘 휘경이랑 어떻게 됐니?
뭐가?
어유, 야
오늘 휘경이가 너한테 무슨 말 안 해?
뭐, 이를테면
프러포즈 같은 거
엄마가 얘기해 줬어?
나 생일엔 대관람차 타는 거 좋아했다고?
(미연) 어?
아니
[애잔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미연) 오케이했지?
했어, 안 했어?
(송이) 안 했어
[반짝이는 효과음]
(미연) 왜? 도대체 왜?
너 휘경이 걔가 지금
콩깍지가 좀 오래 씌어 있어서 망정이지
내일이라도 걔 제정신 들면 어쩌려고
자꾸 튕기니, 튕기길
튕기는 거 아니거든
튕기는 건 기면서 아니라고 하는 거고
(송이) 난 아니니까 아니라고 한 거야
걔에 대한 예의인 거 같아서
[피식한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송이) 어? 이제 와?
나보다 먼저 갔잖아
아, 우리 엄마, 내 동생
처음 뵙겠습니다
도민준입니다
(미연) 아, 네
아, 그런데 누구…
(송이) 아 [흥미로운 음악]
아까 말한 내 새 매니저
- 아닙니… - (송이) 옆집 살아
집도 가깝고 좋지, 뭐
하버드 나왔어
할리우드 가려면 영어 되는 매니저 필요해서
내가 특별히 영입했어
저기…
(송이) 매니저 있는 거 봤으니까 됐지?
야, 너도 어서 가, 어유
- 아니, 저기 - (송이) 안녕
(미연) 그게 아니고…
[송이의 한숨]
(민준) 이거 좀 빼지?
(송이) 웁스
[혀를 굴리며] 아, 쏘리
아, 미국에서 공부도 했다면서
무슨 남자가 그렇게 스킨십에 관대하지 못해?
[혀를 굴리며] 아메리카에서 친구끼리 이 정도 하지 않나?
아메리카에 친구 없어서 몰라
(송이) 그러니까
[혀를 굴리며] '아메리카에서나 코리아에서나'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이런 걸 좀 시리어스하게 고민 좀 해 보라고
자기 자신의 성격적 결함 같은 거
그리고
나 매니저 하겠다고 한 적 없거든
(민준) 사람들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얼마냐며?
물어만 봤지, 내가 하겠다고 했나?
[코웃음]
밀당 좀 하는데? [도어 록 조작음]
(송이) 얼만데? 얼마면 되는데?
[한숨]
(송이) 왜?
비밀번호 누를 거야
눌러, 어차피 봐도 못 외워
우리 집 것도 맨날 까먹는데, 뭐
[도어 록 조작음]
(송이) 도 매니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하지 마…
[부드러운 음악]
한유라 영정 사진이 배달됐었어
오늘은 죽은 쥐가 배달됐고
나더러 죽으래
들어와
[도어 록 작동음]
(송이) 15년을 연예계 생활 했는데
무너지는 건 2주면 충분하더라
그동안 해 왔던 노력들
확인되지 않은 소문 하나로 다 물거품됐어
난 그냥
꽃 같은 여배우 하나를 죽음으로 몰아간 나쁜 년
그러고도 얼굴 똑바로 들고 잘 살고 있는 뻔뻔한 년
그렇게 돼 버렸어
너 아니잖아
그럼 돼
(송이) 나도 아니면 되는 건 줄 알았지
그거 순진한 생각이야
사람들은 다 내 마음 같지 않아요
아휴, 앞으로 나 어떻게 살…
[부드러운 음악]
왜?
아, 괜히 거절했나?
뭘?
내 친구 휘경이 알지?
걔한테 프러포즈 받았거든, 오늘
CF 위약금 물어 주고
소속사 재계약 못 하면
나 솔직히 거의 빈털터리나 마찬가지거든
(송이) 우리 엄마가 하도 날려 먹으셔서
그렇다고 보는 눈들 있는데
후줄근하게 살 순 없고
진짜 막막했는데
걔가 오늘 그러더라
나랑 내 가족
죽을 때까지 책임지겠다고
아주 잘 먹고 잘살게 해 주겠다고
그런데 왜 거절했어?
그러니까, 그걸 왜 거절했지?
(송이) 지금이라도 그러자고 그럴까?
[발끈하며] 뭘 그러자 그래?
시집가고 장가가는 데 재물을 논하는 건
'오랑캐의 도'라고 했어
누가?
'명심보감'에 나와
(송이) 솔직히 말해 봐
하버드 출신 아니고 청학동 출신이지?
왜 이렇게 사람이 고리타분해?
(민준) '명심보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거기 좋은 말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에 그런 말은 없어?
'내 이웃이 곤란에 처했을 때 무조건 돕고 봐라'
내일부턴 내 옆에 꼭 붙어 다녀
오케이?
꼭 붙어 다녀?
생각은 해 보지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감미로운 음악]
(민준)
(민준)
(민준)
(민준)
(민준)
(민준)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처럼'
[기분 좋은 숨소리]
(민준)
(민준)
(선영) 새벽부터 너무 많이 고생해서 어떡해, 우리 아들
[놀라는 신음]
어유, 얼굴이 반쪽이네
괜찮아요
(선영) 몸 좀 아껴 가면서 해
엄마가 챙겨 준 보약은 먹고 있지?
(세미) 오빠 고3이야, 엄마?
서른 넘은 사람한테 우쭈쭈가 너무 심하시네
얘, 장가가 봐라
이렇게 멋진 내 아들을
(선영) 생판 모르는 계집애한테 홀랑 뺏길 텐데 [석의 웃음]
이 짓도 할 수 있을 때 실컷 해야지
아, 맞다
엄마가 어제 셔츠 하나 새로 산 거 있는데
그거 입고 가, 아들
[젓가락을 놓으며] 챙겨 놓을게
네
[멀어지는 발걸음]
- (세미) 오빠 - 어?
나 어제 오빠 방 갔다가
[부스럭거린다]
(세미) 이거 봤거든
야
너 이거 마음대로 가져가고 그러면 안 돼, 어?
[석이 사진을 탁 내려놓는다]
사진 속의 그 남자
누구야?
몰라
그것도 수사상 비밀이야?
[한숨]
진짜 몰라
알아보려고 해, 이제부터
(석) 이렇게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박 형사) 죄송은
그날은 갑자기 왜 그렇게 간 겁니까?
급한 일이 있었습니다
(박 형사) 그날 내가 벌금 얼마나 물었는지 아세요?
불법 주차료 과태료에
견인료에 무단 횡단 벌금에
내가 10만 원 넘게…
그런데
왜 저를 참고인으로 소환하신 거죠?
(석) 사건 당일 CCTV 화면에서
도민준 씨를 발견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박 형사) 그리고
한유라랑 천송이랑
한판 붙었던 청담동 미용실 CCTV 화면에서도
당신을 또 발견했고
[탁 소리가 난다]
알고 보니까 천송이 옆집 살고 있더라고요
대학에서 천송이가 수강한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고
씁, 이게 다 우연입니까?
그래서 지금
제가 그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의심하는 게 저희 역할이니까요
저는 매일 일기를 씁니다
소환장을 받고
(민준) 사건 당일 제가 무엇을 했나
일기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잘 아는 변호사님과 약속이 있어서
자정쯤 귀가를 했더군요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이 어떻게 되죠?
밤 11시 반에서 12시 반 사이입니다
사건은
한강 한가운데 크루즈에서 일어난 걸로 알고 있는데
대치동 집에 있었던 제가
30분 만에 사건 현장을 오가는 게
가능할까요?
그 시간에
집에 있었다는 거 증명해 줄 사람 있어요?
CCTV는
제가 사는 건물 엘리베이터에도 있습니다만
[어이없는 웃음]
[무거운 음악]
(박 형사) 맞네
(석) [한숨 쉬며] 그렇네요
심지어 이게 더 선명하네
[옅은 한숨]
그 사람 말대로
30분 만에 한강 한가운데 있던 크루즈까지
왔다 갔다 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박 형사) 심지어 CCTV 화면에도
집에 들어간 것만 있고
나온 건 없으니
알리바이 완벽하게 성립하네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박 형사가 목을 가다듬는다]
여보세요?
아, 예
필적 검사 결과 나왔어요?
알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박 형사의 한숨]
한유라 유서 필적 검사 나왔대요?
네
본인이 쓴 유서 맞대요
(박 형사) 100% 본인 필적이랍니다
[한숨]
(기자) 한유라 씨 유서가 100% 본인 필적으로 밝혀지면서
천송이 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 때문에
[카메라 셔터음] 배우 천송이 씨와의 계약을 끝내시는 겁니까?
[웃음]
그건 절대 아닙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계속 울린다]
(안 대표) 아, 이번 달 말까지가 계약 기간이었고요
차후 예정된 스케줄이 없는 관계로
실질적인 업무를 종료하는 것뿐입니다
네 [안 대표의 옅은 웃음]
(기자) 천송이 씨는 칩거 중인 걸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상황인지 아시나요?
음, 천송이 씨는
그간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태로
(안 대표) 이, 독서와 음악 감상 그리고 명상 등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놀라는 신음]
어!
[흥미로운 음악]
촬영
(송이) 어머
[다급한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야, 범아
너 지금 해가 중천에 떴는데 너 지금 어디야? 이 새끼…
(범) 저, 현장인데요
현장?
[세미의 대사가 들린다]
(세미) 어떻게 그래?
세미 누나 촬영장이요
(세미) 벌써 이렇게 죽을 거 같은데
(세미) [울먹이며] 안 돼, 가지 마
제발 [흐느낀다]
(최 감독) 컷!
오케이
좋아요, 세미 씨
(조감독) 예, 오케이입니다
(세미)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감독) 와, 어떻게 그 어려운 신을 한 방에 나가요?
이거 주인공이 바뀌니까
촬영장 분위기도 바뀌네요
[최 감독의 웃음] [웃음]
(조감독) 자, 오늘 끝나고 단체 회식 있습니다
[사람들의 환호]
(범) 누나, 무슨 일 있으세요? [현장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니야
그냥 너 어딘가 해서
회식 있다며, 어서 가 봐
[휴대전화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
[송이의 힘주는 신음]
[송이의 힘주는 신음]
아유, 나 오늘 뭐 하냐?
[삐삐 알림음]
[삐삐 조작음]
[안내 음성]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녹음 속 홍 사장) 도민준 님 저 홍혜인 사장이에요
[흥미로운 음악]
아니, 신간을 빌려 가셔서
여태 반납을 안 하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도민준 님 인상이 좋아서
신분증도 안 받고 신간 빌려드렸는데
되돌아오는 건 장기 연체라니
씁쓸하네요
빠른 시일 안에 반납 부탁드립니다
[안내 음성] 두 번째 메시지입니다
(녹음 속 송이) 어, 나 천송이인데
[경쾌한 음악] 아니, 무슨 매니저가 말도 없이 나가고 그래?
어딜 간 거야?
연락 줘
핸드폰 하나 사면 안 돼?
그 정도는 매니저의 기본 장비 아닌가?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점원) 어서 오세요
핸드폰 잘 터지는 거
(점원) 아 [점원의 웃음]
아, 요샌 터지기는 다 잘 터져요
그중에 제일 잘 터지는 거
(범중) 에, 거, 바빠 죽겠는데 무슨 프레젠테이션이야?
엄청난 아이템입니다
놓치시면 후회하실 겁니다
[헛기침]
(휘경) 이건 아들이 아버지께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S&C 사원이 회장님께 드리는
획기적인 제안입니다
됐고, 뭔데?
(휘경) 저희 S&C 그룹이
백화점, 자동차, 영화, 아파트 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헛웃음]
바로, 그러니까 [보고서를 쓱 민다]
한 장 넘겨 주세요
[못마땅한 헛기침]
한류의 핵
연예 기획사입니다
그만해라
아, 다른 연예 기획사랑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저, 한 장만 더
[못마땅한 헛기침]
(휘경) 바로 1인 기획사인 것이죠
현재 소속사가 없으면서 대한민국의 독보적인 스타
아시아의 별
바로 그 1위는
제 여자, 천송이입니다
[못마땅한 신음]
나 골프 약속 있다
- 천송이의, 천송이를 위한 - (범중) 그만해라, 이 자식아
- 천송이에 의한! - (범중) 이 자식이
(휘경) 아유 [범중의 헛기침]
아유, 아유, 아유, 아버지, 이거
[범중의 힘주는 신음] 아버지, 아버지
- (범중) 놔 - (휘경) 저, 아, 그런…
[힘주는 신음]
1인 기획사를 차려 주세요, 아버지
[범중의 한숨]
그 아이가 그렇게 좋으냐?
[가다듬는 숨소리]
네
[범중의 한숨]
(범중) 일단 한번 보자
허락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야
[어이없이 웃으며] 허락을 왜 아버지한테
아, 그건 송이한테 받아야 돼요
(휘경) 제가 지금 그거 받으려고 십수 년째 얼마나 생고생 중인데
[범중의 헛기침] [휘경이 입소리를 쯧 낸다]
[범중의 한숨] 아!
1인 기획사는 꼭 좀 차려 주세요
제가 어필할 만한 게 일단 아버지 재력밖에 없어요
아, 그런 의미에서 망하시면 안 돼요, 아버지
[흥미로운 음악]
(범중) 에라, 이 자식아
[휘경의 비명]
[휘경의 아파하는 신음]
[밝은 음악]
(TV 속 쇼 호스트) 아유 올겨울 날씨 정말로 춥죠?
(송이) 아휴, 춥지, 추워
그런데 춥다고 해서 몸매 관리를 안 할 수는 없어요
아유, 안 되지, 큰일 나지 안 하면 안 되지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뒹굴뒹굴하기만 하면 늘어나는 거는 있어요
내 허릿살, 아휴, 이 뱃살들 어떡하시겠어요?
(TV 속 쇼 호스트) 요즘 너무 바쁘시죠?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어머, 어머, 나 살찐 거 같아 어머, 나 이거 어떡해
(TV 속 쇼 호스트) 운동 시간 얼마만큼 쪼개 가면서 하고 계세요
이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허리주러를 허리에
30분만 딱 착용만 해 주시면 돼요 그러면…
아니, 내가 여태 저걸 모르고 뼈 빠지게 운동을 한 거야?
(TV 속 쇼 호스트) 쏙 빠지는 기쁨을 느껴 보실 수 있어요
왜 우리요, 윗몸일으키기 고객님들 몇 번이나 하세요?
우리가 윗배, 아랫배
옆구리 운동 방법이 다 다르다고 하는데 [송이의 짜증 섞인 신음]
허리주러를 허리에만 착용을 해 주시면…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5, 5, 5 [휴대전화 벨 소리]
아, 바빠 죽겠는데, 쯧 [휴대전화 조작음]
아, 여보세요
(민준) 나 도민준인데
어, 빨리 말해, 나 바빠
이거 내 번호야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핸드폰 샀어?
어디야, 지금?
왜?
회의해야지
안 할 거야, 회의?
나 같은 거물급 스타를 영입해 놓고?
[흥미로운 음악] [송이가 펜으로 쓱 긋는다]
(민준) 회의하자며, 안건이 뭔데? [송이의 고민하는 숨소리]
(송이) 음
그, 내가 이번에 살짝 놓기는 했지만
그, 요구르트며 쌀국수며 커피며
각종 즉석요리들이며
그, 내가 식품 광고를 어마무시하게 했었거든
씁, 내가 재기하게 되면
반드시 다시 하게 될 텐데
그때 뭔가 업그레이드된
나만의 먹방을 좀 보여 줘야 되지 않을까?
고로 나의 이 소중한 휴식기에
각종 먹거리들을 접해 보는 게
몹시 중요할 거 같아
그래서?
[생각하는 숨소리]
오늘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을까, 도 매니저?
참고로 나는
(송이) 개불
이, 개불이 올겨울 가기 전에 꼭 먹어 보고 싶어
이, 개불을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 되지?
횟집? 백화점?
씁, 그 노량진 수산 시장은 어떨까?
시중보다 좀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거 회의하자고?
내 15년 동안 저녁 메뉴는
닭 가슴살 아니면 양배추였단 말이지
(송이) 앞으로 나에게 한 끼 한 끼의 메뉴는
몹시 중요한 안건이 될 거야
함께 집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내 줬으면 좋겠어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다저녁때 올 사람이 없는데?
(민준) 누구시죠?
(택배 기사) 택배입니다
(민준) 택배시킨 적 없는…
(송이) 네, 잠깐만요
문 열어 줘
나 택배시킨 적 없어
내가 시켰어
내가 요즘 시간적 여유가 되잖아
(송이) 그래서 홈쇼핑 보다 보니까
그게 참 새로운 세계더라고
좋은 게 너무 많아
그걸 왜 내 집에 시켜?
천송이잖아 천송이가 택배 받을 수 있어?
(송이) 내일도 두어 개 더 올 거야
대신 좀 받아 줘
매니저 좋다는 게 뭐야?
누가 네 매니… [초인종이 울린다]
[놀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이름이 '도 매니저'세요?
(택배 기사) 사인 좀
[상자가 뽀득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송이의 탄성]
[송이의 감동하는 탄성]
[들뜬 신음] [코를 킁킁거린다]
[송이가 감격한다] (민준) 뭐야, 그게?
간장게장이잖아
(송이) 밥 있지?
이 게딱지에 뜨끈뜨끈한 밥 비벼 먹으면
끝장이지
[송이가 뚜껑을 달그락 놓는다]
어딜 들어가?
(송이) 같이 먹어야지
난 또 치사하게 혼자 먹겠다 그러는 애는 아니거든
얘기했지? 나 누구랑 밥 먹는 거 싫어해
난 혼자 밥 먹는 거 싫은데?
[수저가 달그락거린다]
아휴, 이건 뭐, 낚시를 해서
게를 잡아 넣든지 해야지, 이거
(송이) 아휴, 그냥
가만있어 봐
아유, 이거 맨 국물만 있고
[송이의 놀란 신음] 이거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이라더니, 이거
아휴, 그냥 사기당했네 사기당했어
[민준이 혀를 쯧쯧 찬다]
이런 밤중에 버티고개 가서 앉을 놈들
뭘 버텨?
(민준) 아, 그게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어
- '버티고개'라고 - (송이) 근데?
옛날엔 그 고개로 장사꾼들이 많이 다녔는데
좁고 험해서 도둑들도 거기 많이 숨어 있었거든
(민준) 그래서 남한테 사기를 치거나
못된 사람들을 보면 이렇게 말하곤 했지
'밤중에 버티고개 가서 앉을 놈'
아휴, 한동안 조선 욕 좀 안 쓰나 했더니
븅자년에 이어서 버티고개냐?
(송이) 아, 그런 건 다 어디서 배워?
교육 방송 같은 거 즐겨 봐?
아, 맞다
드라마 할 시간인데
우리 거실에서 밥 먹자
밥은 식탁에서 먹어야지
나 그런 거 제일 싫어해
[흥미로운 음악]
(TV 속 세미) 이게 마지막이라고?
(송이) 어휴 오늘 메이크업 왜 저래?
화장 완전 떴다, 그렇지?
(민준) 이쁜데?
(TV 속 세미) 마주치면 모른 척하라고?
넌 그럴 수 있어?
아유,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아, 그걸 모르나? 그 삘 그걸?
(송이) 쟤는 꼭 연기를 머리로 하더라
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게 없어
아유, 내가 언제 한번 만나면 어드바이스 좀 해 줘야겠다
먹든가 보든가
저거, 저거 진짜 눈물 아니네, 저거
(송이) 누액이네, 누액, 가짜 눈물
진짜로 울면
저렇게 눈물이 예쁘게 톡 하고 한 줄로 떨어지지 않거든
여기 눈 옆의 사이로 확 떨어지고
콧물이 막, 콧물 팍팍팍 나고, 어?
추잡스럽게 콧물 막 나면서
어? 알지?
이게 진짜로 울면 그렇게 되거든
안 궁금하니까 설명 그만해
그, 티슈 좀 줘 봐
[신비로운 효과음]
어? 이게 원래 여기 있었어?
[흥미로운 음악]
어, 아까부터
(송이) 아, 방금 저기 있는 거 봤는데, 내가?
잘못 봤겠지
[송이가 게를 탁 놓는다] [송이가 티슈를 톡 뽑는다]
[송이의 한숨]
(송이) 쯧, 큰일 났다
이거 시청률 떨어지겠다
아휴, 내가 영혼을 실은 연기로
시청률 17까지 올려놨는데
천송이 빠지면서
시청률 반토막 났다고 난리가 나겠네
요즘 시청자들은 냉정하거든
내가 봤을 땐 내일 시청률…
8?
어떻게 알아, 그걸?
[코웃음]
[송이가 게를 쭉 빤다]
(송이) 쯧, 내가 이 바닥 생활 또 15년이잖아
귀신이라고
딱 보면 보인다니까
[생각하는 숨소리]
진짜 많이 나와야
8?
[사람들의 박수]
[함께 입바람을 호 분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최 감독의 탄성]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최 감독) 자
[카메라 셔터음]
걱정했었는데 세미 씨, 고마워
천송이도 못 뚫은 20을 뚫냐, 어떻게? [카메라 셔터음]
[웃음] (조감독) 아 그, 기사 많이 나왔던데요?
'유세미의 재발견' 아니면 '조연의 화려한 반란' [사람들의 웃음과 탄성]
다들 너무 감사드려요
오늘 점심은 제가 쏠게요
한국갈비로 모이세요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함께) 유세미, 유세미, 유세미 [최 감독이 인사를 건넨다]
(최 감독) 수고 많았어요 수고 많았어요 [저마다 '유세미'를 연호한다]
(민준) 아, 장 변호사님 걸음이 왜 이렇게 빠르십니까?
(영목) 제 걸음이 뭐가요?
(민준) 저한테 화내시는 겁니까?
(영목) 제가 무슨 화를 냅니까?
(민준) 아니
핸드폰 사라, 사라 하셨잖아요
샀다고 번호까지 가르쳐 드렸는데 왜 화를 내세요?
(영목) 제가 핸드폰 사라, 사라 한 거
10년도 넘었습니다
여태 제 말은 안 듣다가
떠날 시간 두 달 반 남겨 놓고
이제 와서 핸드폰을 왜 사십니까?
(민준) 아이 그냥 좀 필요할 것 같아서
(영목) 잠깐 줘 보세요, 핸드폰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익살스러운 음악]
(민준) 아, 자주 쓸 거 같아서 [휴대전화 조작음]
보세요 2번은 장 변호사님이잖아요 [통화 연결음]
누가 뭐, 그런 거
(영목) 1번이나 2번이나
누가 뭐, 그런 거 신경 쓴다고
[휴대전화 조작음] (민준) 아, 바꿔요?
장 변호사님 1번으로?
하이고, 참
누가 그런 거 뭐, 유치하게
됐습니다
(민준) 아, 같이 가요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민준) 어
나 지금 밖에 좀 나와 있어
(송이) 아, 무슨 매니저가 이렇게 바깥출입이 잦아?
나가면 나간다고 얘기를 해 줘야지
무슨 일 있어?
있지
아, 우리 점심 메뉴 회의 안 해?
나 냄비우동 당기는데
이, 별, 끊어
[통화 종료음]
아이, 씨, 나 배고픈데 [휴대전화 조작음]
[초인종이 울린다]
누나
뭐냐?
(송이) 유세미 안 따라다니고 왜 왔어?
이거요, 지난번에 차에 놓고 가셨잖아요
아, 맞다
저 누나 기다릴 거예요
(범) 제가 나쁜 여자한테 길이 들었는지
세미 누나는 너무 착하고 잘해 주시는 거
불편하고 좀 어색해요
누나의 욕과 폭력이 그리워요
[흥미로운 음악]
그래, 조금만 기다려
(송이) 누나가 재기하면
거칠게 다뤄 줄게
아휴, 버리기도 찜찜하고 이거
아, 갖고 있긴 더 찜찜해
[당황한 신음]
[달그락거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힘주는 신음]
씁, 뭐지, 이거?
(영목) 저는 밥 먹고 싶었는데
제가 냄비우동이 꼭 좀 먹고 싶어서요
근데 웬일이십니까?
(영목) 진짜 30년 동안
밥 한 끼 같이 먹기가 힘들더니
지난번에는 집에서도 같이 식사하시고
[웃으며] 오늘도
(민준) 밥이라는 게 참 이상합니다
같이 먹기 시작했더니
혼자 먹는 게
좀 쓸쓸하네요
앞으로 자주자주 같이 드시자고요, 그러니까
[웃으며] 네
아, 여기
(민준) 냄비우동 하나 포장해 주세요
(직원1) 네
아, 아니
두 개
(직원1) 네
두 개나 뭐 하시게요?
그냥 뒀다 먹으려고
(영목) 잘 먹었습니다
왜 그러세요?
춥네요
(영목) 춥죠, 그럼, 겨울인데
추우세요?
추운 거 잘 못 느끼시잖아요
(민준) 정말
떠날 때가 가까워 온다는 얘기겠죠
조금씩 몸에 변화가 생기는 거 같아요
(송이) 어휴, 여기 앉아 있어, 응?
그렇지
[힘주는 신음]
[입소리를 쯧 낸다]
[USB를 달그락거린다]
[USB 연결음]
[키보드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영상 속 K) 나 좀 여기서 꺼내 줘요
[비밀스러운 음악]
나 미치지 않았어요
뭐야, 이거?
(영상 속 K) 여기 있다간 정말 미칠 거 같아
(영상 속 유라) 말해 봐요
여기 왜 들어오게 됐어요?
(영상 속 K) 그 사람이 날 여기 집어넣었어요
내가 그 사람 비밀을 알았거든요
(영상 속 유라) 비밀이 뭔데요?
뭐야, 이거?
(영상 속 K) 말할 수 없어요
독립 영화인가?
(영상 속 K) 제발 나 좀 여기서 꺼내 주세요
(송이) 아니면 몰카 같은 거?
(영상 속 K)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한테서 떨어져
한유라 말고 저 여자 누구지?
(영상 속 K) 안 그러면 당신
죽을지도 몰라
[초인종이 울린다]
[송이가 노트북을 탁 덮는다]
[도어 록 작동음]
(송이) 어?
[옅은 웃음]
뭐, 안 사다 줄 것처럼 그러더니
누가 주길래 들고 온 거야
(송이) 두 개네? 아직 점심 안 먹었어?
(민준) 어
[비닐봉지를 든다]
잘됐네, 같이 먹자
(민준) 난 따로 먹어도 되는데
그러지, 뭐, 그럼
[불안한 음악]
일이 번거롭게 돼 버렸어
시작해
[문이 달칵 열린다] (휘경) 뭘 시작해?
[피식 웃으며] 왜 그래?
[웃음]
좀 귀찮은 일이 있어서
왜?
저녁에 송이 불러내서 저녁 먹을 건데
형도 같이 먹을래?
다 같이 밥 한번 먹자 그랬었잖아
어쩌지?
오늘 저녁에 선약 있어
그래?
어, 내일 저녁은?
괜찮아
알았어
송이한테 얘기해 보고 약속 잡을게
(재경) 응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아마 송이는 내일 저녁… [문이 탁 닫힌다]
못 먹을 거야
[후루룩 소리가 난다]
[송이의 탄성]
(송이) 어디서 샀어? 맛있다
(민준) 50년 된 집이야 3대째 하고 있는 집
(송이) 음, 어쩐지
처음 손맛만 못해, 그래도
옛날에 먹어 본 사람처럼 얘기해
영감 같단 얘기 많이 듣지 않아
[민준이 우동을 호록 흡입한다] 생긴 건 멀쩡한데
(송이) 꼭 속에 영감이 든 거 같아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어
아, 그게 벌써 나왔어?
오늘?
어, 잠깐만, 내 스케줄 좀 볼게
어, 잠깐 빈다
얼른 갈게
어, 다음 스케줄 이동 때문에, 응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의 들뜬 신음]
도 매니저, 우리 스케줄 생겼어
- (민준) 뭔데? - 옷 수선 맡겼던 게 나왔대
(송이) 하, 간만에 외출인데 뭘 입고 가야지?
[송이의 다급한 발걸음]
저건 뭐야?
(송이) 아, 저거?
얼마 전에 익명의 내 팬이 선물해 준 곰 인형
이쁘지?
[긴장되는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감시 카메라 작동음]
[무거운 효과음]
뭐 하는 거야?
이게 뭐야?
누가 날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송이) 왜?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미워할 만큼
아, 내가 그렇게 미운가?
[기어 조작음] (민준) 일 보고 나와
[송이가 안전띠를 달칵 푼다]
가지 마
안 가
고마워
[문이 탁 닫힌다]
[옅은 한숨]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2가 인사한다]
[구두를 달칵 내려놓는다] [어색한 숨소리]
나 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하려 그랬는데
잠깐 시간 돼?
[잔잔한 음악]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드라마 잘 봤다
어, 그래
그, 지난번엔
네가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오해한 거 없어
너 그날 감독님 문자받고 나간 거잖아
나한텐 엄마 다치셨다고 거짓말하고서
(송이) 그리고 이미 감독님한테 오케이한 거 다 아는데
나한테 왜 안 한다고 거짓말했냐?
내가 뭐, 하지 말라고 방해라도 놓을까 봐 그랬냐?
너 기분 나쁠까 봐
(세미)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니까
네가 전혀 인정 안 하는
내가 네 자리 차지한다고 하면
너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쁠까 봐
[긴장되는 음악]
내가 널 인정 안 해?
널 인정 안 해서
작품 할 때마다
제작사나 감독님들한테 네 얘기 해 가면서
널 꼭 출연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랬을까?
(세미) 너 샘 많은 아이잖아
누구보다 승부욕 강하잖아
그런 네가
나는 전혀 경계하지도 않고 나랑은 경쟁하려고도 안 하고
늘 네 옆에 두려고 했어
그 의미가 뭔지
그것도 모를 만큼 날 바보로 알았니?
그 자리에 서기가 죽기보다 싫어도
다른 방법이 없어서
거기 서서
널 보며 웃어야 했던 나
기분이 어땠을지 생각해 본 적 있었어?
난
네가 단 한 번이라도
[울먹이며] 날 질투해 주고
날 경계해 주고
나하고도 경쟁해 주길 바랐어
유세미, 그건…
(세미) 내 말 들어!
난 늘 네 말만 들었어
이제 내 말도 좀 들어
뭘 기대했던 거야?
아!
너 대신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너한테 미안해하길 바랐어?
넌 노력도 없이 얻었던 그 모든 걸
난 피나는 노력으로
이제 겨우 얻기 시작했을 뿐이야
하, 미안?
전혀 안 미안해
[의미심장한 음악]
너…
날 한 번이라도 친구로 생각한 적 있었니?
아
그건 미안
한 번도 없었네
[째깍거리는 효과음]
(송이)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 가지 좋은 점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적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거
한 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 내라는
하느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째깍거리는 효과음이 계속된다]
[한숨]
[째깍거리는 효과음이 계속된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긴박한 음악]
[신비로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날카로운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세미의 놀라는 신음]
[한숨 쉬며] 아, 환자복
[짜증 섞인 탄성]
[송이의 한숨]
(송이) 근데 나 진짜 입원해야 돼?
아, 잠깐 놀라서 기절한 거야
피도 안 났고
눈에 보이는 외상 없어도 검사는 해야 돼
(민준) 뇌출혈 가능성도 있고
만에 하나지만 급성 경막하 출혈 위험도 있고
아무튼 CT랑 MRI 곧 찍을 거니까 얌전히 있어
저번부터 생각했는데
도 매니저, 닥터가 꿈이야?
내가 웬만한 의사보다 낫다는 것만 알아
[송이의 코웃음]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민준) 여보세요?
잡혔습니까?
지금 가겠습니다
누구? 나 테러한 놈? [휴대전화 조작음]
- (민준) 응 - (송이) 헬멧 썼다 그랬지?
걔 맞아
걔가 우리 집에 죽은 쥐도 보내고 곰 인형도 선물하고
피 칠갑 한 사진까지 보낸 놈이라고, 걔가
그래도 잡혔다니까 다행이잖아
나쁜 새끼
합의는 없다 그래
(송이) 근데
아까 사고 났을 때 말이야
나 분명 도 매니저가 차 안에 있는 거 봤거든
근데 어떻게 날 구한 거야?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의미심장한 음악]
잘못 본 거야
아니 분명히…
갔다 올게, 쉬고 있어
[문이 탁 닫힌다]
(스토커) 아, 장난이었다니까요
장난도 못 쳐요?
너 인마, 살인 미수야
(경찰) 장난? [무전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경찰의 한숨] [경찰이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아, 그냥 한번 해 본 거예요
(스토커) 아니 피해자가 연예인이라고
선량한 시민한테 너무 강압 수사 하시는 거 아닌가?
[한숨]
나 아까 옥상에서 넘어져서 지금 발목도 아프단 말이에요
(민준) 도민준입니다
아, 예, 신고하신 분?
(민준) 범인이…
이 사람입니까?
[휴대전화 조작음]
[따분한 숨소리]
이 인간 늦으려나?
[휴대전화 조작음]
[불안한 음악]
[문이 드르륵 열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신) 주사 놔 드릴게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송이) 도 매니저
올 때 노량진 들러 개불 좀 사 와
[휴대전화 조작음]
(경찰) 정리를 해 보면
[키보드를 탁탁 치며] 지난주 목요일
천송이 씨 자택으로
피 묻은 영정 사진을 보냈고
(스토커) 반성하라는 의미지
우리 유라를 죽였으니까
(경찰) 지난 일요일
죽은 쥐를 보냈고
이것도 맞지?
영 반성을 안 하더라고
[경찰의 생각하는 숨소리]
(경찰) [키보드를 탁탁 치며] 그리고 오늘 오후 4시경
어항 테러
이게 또 뭐, 하나가 있었는데…
(민준) 곰 인형이요, 카메라 달린
아, 예
곰 인형도 네가 보냈지?
카메라 달린 거
그건 나 아닌데?
[긴장되는 음악]
[탁 울린다]
(스토커) 내가 딴건 다 인정했잖아요
근데 왜 이것만 인정 안 하겠냐고
그거 내가 보낸 거 아니라니까
(경찰) 아, 그럼 이놈 말고
천송이를 노리는 딴 놈이 하나 더 있는 건가?
[경찰의 의아한 숨소리]
[긴박한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휴대전화 조작음]
[놀라는 신음]
[겁먹은 신음]
[신비로운 효과음]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흥미진진한 음악]
[자동차 가속음]
(송이) 사,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브레이크페달을 탁탁 밟는다]
[자동차 가속음]
도 매니저, 도 매니저
[신비로운 효과음]
사, 사, 살려 주세요
도민준!
[비명]
[천둥이 콰르릉 친다] [신비로운 효과음]
[쾅 소리가 난다]
[쉭 소리가 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차가 덜그럭거린다]
[바람이 휭 분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감미로운 음악]
(송이) [아기 어르는 말투로] 맘마 맘마, 맘마
[귀여운 말투로] 맘마, 맘마, 맘마
[거친 말투로] 내가 다 먹을 거야
[거친 탄성]
[만족하는 탄성]
[흥얼거린다]
[송이의 웃음]
(송이) 곰돌이
귀여운 곰돌이
[송이의 웃음]
[송이의 웃음]
♪ 에브리바디 세이 ♪
♪ 북치기 박치기 뿜뿜빠 ♪
[흥얼거린다]
[당황한 신음]
[장난스러운 기합]
(송이) 어휴, 여기 앉아 있어
[USB를 달칵 꼽는다]
(영상 속 K) 나 좀 여기서 꺼내 줘요 [어두운 음악]
(송이) 뭐야, 이게?
(영상 속 K) 나 미치지 않았어요
여기 있다간 정말 미칠 것 같아
(영상 속 송이) 뭐 하는 거야 지금!
[지지직거린다]
[긴박한 음악] (휘경) 애한테 무슨 약을 주사하셨길래
1시간 동안의 기억이 전혀 없냐고요
아, 어떤 새끼인지 내 손에 걸리면 진짜 죽여 버릴 거야
(홍 사장) 그 남자가 몸으로 그 차를 막아 주고?
그리고 1초 만에 사라지고?
(송이)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그런 거 있잖아요
갑자기 나타났다는 놈이 누군데?
(신) 모르겠습니다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
(민준) 당분간 여기 있어
(송이) 내가 힘들 때면 이상하게
늘 내 옆에 도민준 씨가 있네
(세미) 12년 전 그 남자
나, 그 남자를 봤어
내가 송이한테 이 얘기를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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