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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11

 

- [다해] 추워? - [귀주] 어? 아니

 

왜 그러고 있어?

 

[다해] 어, 어, 되게 예쁘다

 

잠깐만, 다시 봐 봐 좀 자세히 좀 보자

 

[귀주] 아, 싫어

 

- 아, 좀 보자, 보자, 어? - [귀주] 안 돼, 싫어, 아

 

[힘주며] 아, 안 된다니까

 

[다해] 아유, 치사하다, 치사해

 

그래, 꽁꽁 싸매, 더 어이구, 어이구

 

- 고마워 - [다해] 참…

 

- [다해] 한번 보자! - [귀주의 당황한 소리]

 

- [부드러운 음악] - [함께 웃는다]

 

- [귀주] 야 - [다해의 웃음]

 

아유, 이제 따뜻하다

 

[귀주의 편안한 숨소리]

 

[다해의 한숨]

 

[다해] 근데

 

과거로 어떻게 돌아갔어?

 

도다해 없이 어떻게 행복했냐고?

 

가족

 

[귀주] 가족은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니까

 

누가 그랬더라?

 

가족은 서로를 구해 주는 거라고

 

[잔잔한 음악]

 

니가

 

나랑 이나 구해 준 것처럼 나도…

 

- [귀주의 놀란 소리] - [다해] 구하지 마

 

- [귀주가 웅얼거린다] - 가지 마

 

[귀주가 웅얼거린다]

 

약속해

 

[연신 웅얼거린다]

 

안 가면?

 

[귀주] 지금까지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이 사라질 수도 있어

 

니가 우리를 구한 것도 다 없었던 일로

 

[귀주의 힘주는 소리]

 

누가 당장 간대?

 

[귀주의 옅은 웃음]

 

너랑 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다가

 

이나가 다 크면

 

아니다

 

이나가 커서 애 낳고

 

- 그 애가 커서 - [다해의 피식 웃는 소리]

 

결혼하는 거까지만 보고

 

[다해] 뭐야

 

[귀주] 너무 욕심부리진 말고

 

한 아흔아홉 살 됐을 때

 

그때 너 구하면 되는 거 아니야?

 

- [다해] 치 - [귀주의 웃음]

 

[귀주] 응?

 

아니

 

[다해가 힘주며] 내가, 내가

 

안 놔줄 거야 [힘주는 소리]

 

[귀주] 나도 안 놔줄 거야

 

[다해가 웃으며] 숨 막혀

 

[다해, 귀주의 한숨]

 

[귀주] 다해야

 

[다해] 응?

 

- 음, 뭐야 - [귀주의 웃음]

 

[다해의 힘주는 소리]

 

[다해의 웃음]

 

[계속되는 잔잔한 음악]

 

- [갈매기 울음] - [파도 소리]

 

[한숨]

 

[통화 연결음]

 

[문 여닫히는 소리]

 

- [다가오는 발소리] - [식당 주인] 어서 오세요

 

[일홍의 시원한 숨소리]

 

[일홍] 앉아

 

[어두운 음악]

 

- 혼자 왔나? - [귀주의 한숨]

 

[귀주] 저, 곰칫국 2인분 포장해 주세요

 

[식당 주인] 네

 

[한숨]

 

역시 살아 있었구나

 

[일홍] 근데 난 좀 이해가 어렵네

 

다해 일 처리가 철저한 편이긴 하지만

 

나한테서 도망치느라

 

복귀주까지 속일 필요가 있었을까?

 

[귀주] 당신한테서 도망친 게 아니니까

 

나한테서 도망친 거지

 

[시원한 숨소리]

 

내가 도다해를 구하고 죽어

 

날 살리려고 사라지기로 했던 거야

 

[탁]

 

[일홍] 설명이 좀 불친절하네

 

[귀주] 13년 전 화재에서 도다해를 구한 사람이

 

나였어

 

아직 나한텐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고

 

언젠가 반드시

 

내가 해낼 일이고

 

[일홍] 죽을 걸 알면서도 다해를 구하겠다는 건가?

 

맞아

 

[귀주] 난 목숨 걸었어

 

목숨 걸고 도다해 지킬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다해 건드리는 사람

 

그게 누가 됐든

 

목숨을 걸어야 될 거야

 

[갈매기 울음]

 

[파도 소리]

 

[옅은 숨소리]

 

[귀주] 아

 

그, 죽이는 곰칫국집이 있다 그래 가지고

 

이거

 

[한숨]

 

[부드러운 음악]

 

어서 와

 

[귀주, 다해의 웃음]

 

[귀주] 저기 봐 봐, 진짜 이쁘다

 

[다해] 응, 여기 진짜 이쁘더라고

 

[다해, 귀주의 웃음]

 

[귀주] 짠

 

[감탄하며] 고마워

 

[귀주, 다해의 웃음]

 

[다해] 음

 

[웃으며] 맛있어

 

 

예쁘다

 

샌드위치가

 

- [다해의 헛웃음] - [귀주의 음미하는 소리]

 

- 맛있지? [웃음] - [귀주] 진짜 맛있다, 음

 

뭘 자꾸 힐끔거려?

 

아니야, 아무것도 [웃음]

 

[귀주] 음

 

내 목선이 좀 섹시하긴 하지

 

[다해] 그러게, 자꾸 끌리네

 

[귀주] 대놓고 봐도 되는데

 

- 지금 방으로 갈까? - [다해] 어?

 

[웃으며] 아, 뭐야

 

아, 집에 가야지

 

지금 집에 간다고?

 

[귀주] 난 아직 여행 시작도 안 했는데

 

가족들 기다려

 

[차분한 음악]

 

[귀주] 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던 거지?

 

이나만 빼고

 

[다해] 근데 이나도 곧 알게 되지 않을까?

 

숨기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

 

[귀주의 한숨]

 

[이나] 아빠가 죽는다고?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이나는?

 

[귀주 모] 이나도 다 알았다

 

난 그동안 손녀 눈 한 번 안 들여다보고

 

어딜 보고 있었던 건지

 

먼 미래나 본답시고 바로 눈앞에 있는 건 못 봤어

 

[멀어지는 발소리]

 

[이나] 내가 다 망쳤어요

 

아줌마는 아빠 구하려고 힘든 선택을 한 건데

 

바보 같은 선택이겠지

 

[귀주] 아무것도 안 망쳤어

 

그런 생각 하지 마

 

- [잔잔한 음악] - [울먹인다]

 

[이나가 훌쩍인다]

 

아빠 좀 봐, 응?

 

이나야

 

안 볼래요

 

[이나] 못 보겠어요

 

[한숨]

 

나 좀 봐

 

[다해] 죄송해요

 

제 사기가 완벽하지 못해서

 

도다해 씨는 충분히 할 만큼 했어

 

[귀주 모] 귀주를 위해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 줬어

 

정말 고마워

 

전 아직 안 끝났어요

 

- [의미심장한 음악] - [다해] 다른 방법 찾을 거예요

 

미래를 바꿀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저 구해 준 사람 목뒤에 붉은 반점이 있었는데

 

귀주 씨 목엔 없어요

 

여사님이 꿈에서 단서를 조금만 더 찾아 봐 주시면…

 

[귀주 모] 꿈은 예지몽이 아니었어

 

네?

 

저주였어

 

잘 한번 생각해 봐

 

도다해가 정말로 니 선택이었는지

 

엄마 꿈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거 아니냐고

 

[동희] '도다해가 니 짝이다'

 

'니가 구해야 할 운명의 상대다'

 

'그렇게 정해져 있다'

 

아이, 뭐 너도 모르게 그런가 보다 했겠지

 

그러다 보니까 좋아하는 감정도 생겼을 거고

 

- [발랄한 음악] - 뭐, 도다해 구하는 게

 

대단한 운명처럼 느껴지고 그런 거 아니야?

 

[귀주] 응, 그런 건 아니야

 

아, 그런 거야

 

[동희] 너 누나 말 듣고 정신 똑바로 차려라

 

[한숨 쉬며] 귀주야

 

너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아니?

 

니가 나한테 별 관심이 없어서 몰랐겠지만

 

나 굉장히 주목받는 신인 모델이었어

 

단숨에 메인 모델이 되고 쇼의 피날레까지 서게 된 거야

 

나한텐 엄청난 기회였지

 

근데 쇼 전날 밤에 엄마가 꿈을 꿨대

 

무슨 꿈?

 

쇼 메인 모델이 크게 다치고 쇼가 엉망진창이 된다고

 

- [의미심장한 음악] - 그래서 절대로 가지 말라고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른다] - [카메라 셔터음]

 

[디자이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진짜! 씨

 

복동희가 연락이 안 된다

 

그래서 미안한데

 

니가 대신 신어 줄 수 있겠니?

 

[카메라 셔터음]

 

[스태프1] 고

 

대기

 

[동희] 나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힐이었어

 

나만 신을 수 있는

 

- [모델의 비명] - [사람들의 놀란 소리]

 

- [어두운 음악] -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 [스태프2] 괜찮아요? 어유 - [스태프3] 괜찮으세요?

 

- [스태프2] 괜찮으세요? - [모델의 아파하는 소리]

 

[디자이너] 잠깐만요 비켜 주세요, 비켜 주세요

 

- [스태프3] 많이 다친 거 같아요 - [디자이너] 찍지 마세요

 

찍지 마세요

 

[동희] 쇼는 내가 망쳐 버린 거야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그 꿈 아니었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들이야

 

그러네

 

결국 엄마 꿈에 휘둘린 거였어

 

[차분한 음악]

 

[동희] 엄마는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 안 좋아했거든

 

능력 들킬까 봐

 

엄마 꿈을 무릅쓰고 쇼에 섰으면 어땠을까

 

내 손으로 내 미래를 바꾸면 어땠을까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그 생각을 지우려면

 

내 입안에 뭘 쑤셔 넣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먹고

 

또 먹고

 

[입소리를 쯧 낸다]

 

넌 엄마 꿈에 갇히지 마

 

미래는 바꿀 수 있어

 

난 못 했지만

 

복귀주 넌 꼭 해내

 

[귀주 모] 동희가 불행해질 거야

 

왜…

 

꿈에 어떤 여자랑 머리채를 잡고 싸웠는지

 

[귀주 모] 둘 다 머리가 산발이 된 걸 봤어

 

- [어두운 음악] - 그것도 신혼집에서

 

조지한

 

그놈한테 다른 여자가 있는 거야

 

동희가 서럽게 울고 있었어

 

꿈에서 본 걸 말씀하시고

 

- 결혼을 말리면… - [귀주 모] 난 말 못 해

 

동희 꿈 망친 걸로 모자라

 

그렇게 원했던 결혼까지 가로막아?

 

다시는 꿈꾸고 싶지 않아

 

그동안 내가 본 건 미래가 아니었어

 

내 새끼들 지옥으로 몰아넣는 저주였다고

 

[귀주 모의 한숨]

 

[이나] 저주는 나예요

 

[울먹이며] 엄마도 내 생일에

 

아빠도 내가 태어난 시간에서

 

- 이나야 - [이나] 보지 말았어야 했어요

 

[흐느끼며] 다른 사람 눈

 

다신 안 보고 싶어요

 

- [흐느낀다] - [음악이 잦아든다]

 

[다해] 이 집안에 저주가 내리긴 내렸네

 

[잔잔한 음악]

 

남들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걸

 

손에 쥐고 태어났으면서

 

감사할 줄도 모르고

 

남들한테 들킬까 봐

 

혼자만 가지려고

 

[한숨]

 

지레 겁먹어서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저주

 

그 저주

 

내가 풀게

 

[이나가 훌쩍인다]

 

할머니가 꿈에서 본 미래

 

바꿀 거야

 

저주 풀고

 

니 아빠 복귀주도

 

살릴 거야

 

[지한] 여기야

 

[지한의 탄성]

 

여기 디자이너가 요즘 완전 핫하거든

 

그치만 이 집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짠!

 

어때? 전망 죽이지?

 

- [동희가 살짝 웃으며] 응, 좋네 - [지한의 감탄하는 소리]

 

그래, 동희 니가 좋아할 줄 알았어

 

[지한] 너 이렇게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거 좋아하잖아

 

- [지한의 웃음] - [어색한 웃음]

 

내가 이 집 구하려고 발품을 얼마나 팔았는 줄 알아?

 

그럼 계약한다?

 

- [동희] 저기, 지한 씨 - [지한] 응

 

혹시

 

우리 집에 들어가서 살면 어때?

 

나보고 처가살이를 하라고?

 

아, 왜, 우리 식구들이 무서워?

 

- 아니? - [동희의 옅은 웃음]

 

[지한] 나는 딱히 상관이 없는데

 

동희 니가 가족들 지긋지긋하다며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며

 

그래서 내가 너 거기서 꺼내 주려고

 

이렇게 근사한 집까지 구한 거 아니야

 

[한숨]

 

[동희] 그랬나, 내가? [옅은 웃음]

 

그냥 해 본 소리야

 

[웃음] 동희야

 

[지한] 내가 올해 들은 말 중에 제일로 오싹했다

 

너 이거 봐, 어? 등줄기, 식은땀 보여?

 

- [어색하게 웃는다] - [지한의 웃음]

 

[지한] 내가 계좌 번호 보낼 테니까

 

보증금 쏴 줘

 

여기 보증금이 좀 센데

 

대신 내가 잘 얘기해서 월세 좀 낮췄다?

 

- [어두운 음악] - [지한의 웃음]

 

[종업원]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지한] 예, 감사합니다

 

[탁 놓으며] 짠

 

자기가 좋아하는 베리베리

 

나 자기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거짓말

 

진짜야, 어떻게, 보여 줘?

 

보여 줘

 

[지한] 어유, 진짜, 어? 어?

 

[연신 울리는 카메라 셔터음]

 

[연신 울리는 카메라 셔터음]

 

[지한이 웃으며] 뿅! 들어가

 

[휴대전화 진동음]

 

- [지한] 뭐야, 이거? -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음]

 

씨, 어떤 놈이야?

 

[흥미로운 음악]

 

[차 문 열리는 소리]

 

[차 문 닫히는 소리]

 

[차 문 열리는 소리]

 

[비밀스러운 음악]

 

- 누구세요? - [다해] 복씨 집안 사람이 되려면

 

각오가 필요해

 

그 집에 비밀이 있거든

 

아직 눈치 못 챘지?

 

예?

 

[다해가 속삭이며] 그 집 사람들

 

초능력 가족이야

 

예?

 

장모는 미래를 봐

 

처남은 과거를 보고

 

[다해] 조카는 마음을 봐

 

그리고 그쪽이랑 백년가약을 맺을 예비 신부는

 

무려 하늘에서 내려다봐

 

머리 꼭대기에서 드론 띄우는 거지

 

- 지금 무슨 소리… - [다해] 그러니까

 

당신이 어디서 무슨 헛짓거리를 하든

 

앞, 뒤, 속까지 까뒤집어서

 

탈탈 털릴 거란 소리지

 

포기해, 결혼

 

그러는 게 본인한테도 좋아

 

재미없는 장난 그만하고

 

[지한] 원하는 금액이나 불러

 

얼마?

 

[헛웃음 치며] 오

 

못 물러나시겠다?

 

일생일대의 혼테크를 내 코앞에서 날려 버리라고?

 

이 정도는 투자라고 생각해야지

 

2천, 어때?

 

[다해] 음… [생각하는 숨소리]

 

동그라미 하나만 더 써

 

2억?

 

결혼식장 입장 전까지 준비 못 하면

 

[다해] 내가 보낸 인증 샷

 

결혼식장 대형 화면으로 보게 될 거야

 

오케이?

 

- 이게 누굴 개호구로 보고, 씨 - [다해의 놀란 소리]

 

어디서 협박이야?

 

- [다해가 힘주며] 놔 - [지한] 이거 내놔

 

내 핸드폰 내놓으라고

 

- 내놔, 내… - [차 문 열리는 소리]

 

[지한의 비명]

 

- [지한의 아파하는 소리] - [우두둑 소리]

 

[지한의 힘겨운 소리]

 

협박은 이렇게 하는 거고

 

[지한이 캑캑댄다]

 

[지한]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진짜로 돈이 없어요

 

[캑캑대며]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내가 그, 풍기는 이미지가 좀 고급스러워 가지고

 

오해를 했나 본데

 

나 진짜로 돈이 없어요

 

아, 그리고

 

당장 결혼식이 코앞인데 내가 돈을 어디서 구하라고…

 

 

[지한이 캑캑댄다]

 

[지한이 콜록거린다]

 

[다해] 그럼 결혼을 접어

 

간단하지?

 

 

[한숨]

 

[한숨]

 

[다해] 응

 

괜찮아?

 

나 때문에 엄마 배신한 거 들켰는데

 

- [툭 놓는 소리] - [형태의 한숨]

 

내가 여기 왜 왔을 거 같아?

 

[헛웃음]

 

[다해] 아이고, 아직도 엄마가 나한테 미련을 못 버렸나 보다

 

왜? 내가 그렇게 좋대?

 

[형태] 한가하게 남 일이나 참견할 때가 아니야

 

삼촌도 내 일에 그만 참견하고

 

[다해] 이제부터 엄마가 시킨 일이나 잘해

 

- [무거운 음악] - 아니

 

13년 전에 죽을 운명이었는데

 

이 정도 살았으면 됐지, 뭐

 

내 작품에 흠집만 내지 마

 

진짜야

 

그렇게까지 복귀주 살려야겠어?

 

엄마한테 내가 기대한다고 전해 줘

 

[멀어지는 발소리]

 

[형태] 어차피 13년 전에 자긴 죽을 운명이었다면서

 

자기 작품에 손대지 말라네

 

[일홍의 어이없는 숨소리]

 

[일홍] 이것들이 아주 서로 앞다퉈 목숨을 내놔

 

눈물겨워 못 봐 주겠다

 

그레이스 불러

 

[노크 소리]

 

[차분한 음악]

 

[한숨]

 

[부스럭거리는 소리]

 

[귀주] 누나, 안 자?

 

[부스럭대는 소리]

 

[동희가 당황하며] 오지 마!

 

아, 오지 말라니까

 

아니, 왜 숨어서 먹고 있어? 죄인처럼

 

죄인 맞지

 

날지도 못하는 주제에

 

[동희] 또 이렇게 먹고 있잖아

 

진짜 내 모습은

 

영원히 못 찾는 건가?

 

누나 원래도 그렇게 마른 편은 아니었는데

 

[동희] 야 너 나 20대 때 기억 안 나?

 

[귀주] 그보다 더 전에

 

초등학교 때

 

흑역사 들추지 마라

 

[귀주] 내 기억에는 그때가 누나 리즈 시절이야

 

[동희] 뭐? 확 그냥

 

안 닥칠래?

 

나 초등학교 때 병원 입원했던 거 기억나?

 

기억나지

 

[동희] 그 오토바이에 치인 강아지

 

걔 구할 거라고 그냥 몇 날 며칠 밥도 못 먹고

 

막 과거를 헤매다가

 

- 결국 영양실조로 너 병원… - [신비로운 효과음]

 

[놀라며] 어디 갔어?

 

- [영양사] 맛있게 먹어 - [동희] 감사합니다

 

- 밥 먹어 - [귀주] 안 먹어

 

- [문소리] - [동희의 한숨]

 

너 밥 안 먹어서 아픈 거래

 

[한숨]

 

먹기 싫어

 

안 먹으면 엄마한테 혼나

 

[귀주] 누나가 먹어 줘

 

- 아, 나는 먹으면 혼나고 - [흥미로운 음악]

 

[귀주] 엄마 오기 전에 빨리

 

[동희] 아, 진짜

 

그럼 내가 먹는다

 

 

[웃으며] 음

 

우와

 

[귀주] 맛있어?

 

[동희] 응, 맛있어 [웃음]

 

[귀주] 나 한 입만

 

'아' 해

 

[동희] '아'

 

어때? 맛있지?

 

[귀주가 웃으며] 응

 

누나 먹는 거 보면 기분 좋아져

 

나도 막 먹고 싶고

 

그래?

 

[귀주] 누나 먹는 거 찍어서 TV에 틀어도 되겠다

 

- 사람들 입맛 돌고 기운 나라고 - [잔잔한 음악]

 

하, 말도 안 돼 그런 거 누가 보냐?

 

[귀주] 프로그램 제목은

 

'먹방' 어때? 먹는 방송

 

[동희의 헛웃음] 진짜 웃기지 마

 

그런 방송을 누가 봐

 

[함께 웃는다]

 

자, 너도 줄게, '아'

 

[귀주] '아'

 

- [동희] 음, 맛있어 - [귀주] 아, 뭐야!

 

- [동희의 웃음] - 아, 누나 때문에 뱉었잖아, 이거

 

- 아, 내 기억이 맞네 - [신비로운 효과음]

 

이야

 

[귀주] 다시 봐도 초딩 때 복동희

 

진짜 예뻤다

 

돌아갈 과거가 없어서 하필

 

이런 걸 재능 낭비라고 하는 거야

 

[귀주] 난 그때가 진짜 누나 같아

 

누나 그때 오히려 더 잘 날았어

 

하도 붕붕 날아다녀 가지고 난 무슨 꿀벌인 줄 알았다니까

 

[동희] 흠, 그랬나?

 

[헛기침]

 

[귀주] 몸무게가 문제가 아닌지도 몰라

 

무엇보다 그때 누나는

 

[한숨]

 

행복했어

 

누나랑 있는 게

 

나도 행복했고

 

근데 나

 

왜 이렇게 안 행복하냐

 

[동희] 뚱땡이 초딩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날씬한데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하고

 

드디어 결혼도 하는데

 

[쓴웃음]

 

근데 나 왜 이렇게 안 행복하지?

 

[귀주]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과거형으로 말했어, 방금

 

[한숨]

 

[지한의 못마땅한 소리]

 

[지한의 한숨]

 

[직 지퍼 여는 소리]

 

돈을 구, 구했네?

 

- [흥미진진한 음악] - [지한의 한숨]

 

어, 어디서?

 

[헛웃음] 알 거 없고

 

[지한] 금액 정확히 맞췄으니까

 

딴소리하지 마라

 

[차 문 열리는 소리]

 

아이씨!

 

[부스럭거리는 소리]

 

- 야, 씨! - [그레이스] 도다리

 

[반가운 웃음]

 

살아서 만나다니

 

반갑다

 

엄마가 보냈어?

 

[지한이 흥얼거린다]

 

[옅은 웃음]

 

- 짠 - [여자] 짠

 

내일이면 오빠 유부남이네

 

그래서 서운해?

 

[여자] 아니

 

원래 라면은

 

남의 라면 한 젓가락 뺏어 먹는 게 제일 맛있어

 

[피식 웃는다]

 

[지한] 으유, 귀여워

 

[동희가 한숨 쉬며] 결혼 선물을 보냈다고?

 

[그레이스] 아, 배송이 너무 일찍 오면 안 되는데

 

아, 무슨 선물인데 이 밤중에 사람을 불러내

 

생물이라 금방 썩거든

 

아, 신혼집 구경도 좀 하고, 응?

 

[동희의 한숨]

 

[어두운 음악]

 

[지한의 옅은 웃음] 과감하네

 

라면 주인이 먹기 전에 한 젓가락 뺏어 먹어 볼까?

 

[지한의 벅찬 웃음]

 

[지한] 오늘따라 진짜 과감하네, 응?

 

이러려고 여기서 보자 그랬어?

 

뭔 소리야? 오빠가 여기로 불러 놓고

 

- 내가? - [여자] 응

 

[웃음]

 

- [도어 록 조작음] - 응?

 

- 뭐야 - [지한] 자, 잠깐, 잠깐

 

- 아, 잠깐, 일로, 일로 와, 빨리 - [여자] 어떡해?

 

- [지한] 우선 와 봐, 좀 - [여자] 아, 어떡해

 

[도어 록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 지한 씨 있었네? - [문 닫히는 소리]

 

- 응, 동희야, 왔어? - [도어 록 작동음]

 

[그레이스] 오빠, 안녕?

 

[그레이스의 숨 들이켜는 소리]

 

[지한] 어, 그레이스, 오랜만

 

[웃으며] 아, 이거

 

내가 서프라이즈 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딱 맞춰 왔네

 

우리 통했다

 

[그레이스의 탄식]

 

내가 보낸 선물이 여기 어디 있을 텐데

 

무슨 선물?

 

[그레이스가 씁 맡으며] 어휴 봐 봐

 

벌써부터 썩은 내가 이렇게 진동을 하잖아

 

[그레이스가 킁킁거린다]

 

[지한의 어색한 웃음]

 

음…

 

[연신 씁 냄새 맡는 소리]

 

어?

 

어?

 

- [지한] 야, 야, 너… - [긴장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동희의 떨리는 숨소리]

 

[여자] 아, 오빠가 샐러드 카페 차려 준다고 그래서요

 

야, 내가 언제?

 

[여자] 뭐야

 

[지한] 야

 

[한숨]

 

[지한의 힘주는 소리]

 

내가 잘못했다

 

한 번만 봐줘

 

[동희] 이 집 계약 취소해야겠다

 

그래, 알았어, 어

 

[지한] 나 니가 원하면은 니네 집에 들어가서 살게

 

널 위해서라면 나 처가살이도 할 수 있어

 

겨우 이런 걸로 결혼 취소하고 그럴 거 아니지?

 

우리 결혼식장이랑 신혼여행 위약금 그거 다 어쩌려고

 

어차피 그건 내 돈이고

 

너만 돈 쓴 거 아니야

 

[지한] 나도 이 결혼 지키려고 얼마나 큰돈 썼는지 알아?

 

[어두운 음악]

 

내가 그 돈을 어떻게 구했는데

 

결혼해야 할 이유

 

돈 말고는 없구나

 

그게 아니라…

 

[동희] 알고 있었어

 

내가 봐도 나한테 돈 말고는 사랑스러운 구석이라곤 없었으니까

 

그렇게라도 니가 날 원하면

 

사랑해 주면

 

나도 날 사랑할 수 있을 거 같았어

 

[옅은 웃음]

 

[지한] 사랑해

 

 

나 진짜 사랑한다, 동희야, 어?

 

진짜, 진짜 사랑한다

 

[동희] 너무 늦었어

 

너 말고 나 이쁘다고 해 주는 사람도 생겼고

 

너 딴 놈 생겼어?

 

[동희] 무슨 상관이야

 

우리 사이에 남은 정리라고는 돈 말고는 없는 거 같은데

 

병원 차릴 때 빌려준 돈이나 갚아

 

[지한] 야, 복동희

 

[다해] 벌써 받았어요

 

[흥미로운 음악]

 

- [다가오는 발소리] - [한숨]

 

도다해?

 

형님 대신 미리 받았어요

 

[그레이스의 웃음]

 

- '형님'? - [그레이스] 우리 복덩어리, 쯧

 

물렁물렁해서 제대로 돈이나 받겠냐고, 응?

 

[지한의 기가 찬 숨소리]

 

[지한의 헛웃음] 참

 

뭐야

 

이것들이 지금 날 한통속으로 속였어?

 

- 오케이 - [그레이스] 응

 

그 돈 내놔

 

[흥미진진한 음악]

 

[그레이스의 장난스러운 소리]

 

[지한] 으이그 [분한 소리]

 

- [그레이스] 와우, 오! - [지한] 돈 내놔, 야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이게, 아유!

 

야, 안 내놔?

 

- 내놔, 씨, 야, 이리 안 내놔? - [그레이스] 자, 자, 자, 자, 자

 

읏차!

 

받아!

 

[지한] 동희야

 

- 그레이스 이거 아주 나쁜 년이야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얘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 - [동희] 알아

 

- 너랑 호텔 간 거 - [지한] 그래!

 

알아?

 

[그레이스] 몸만 엑스 스몰이지

 

마음은 여전히 엑스 라지 대인배

 

이런 복덩어리를 왜 걷어찼니, 오빠야?

 

[지한] 닥쳐, 씨

 

[지한의 성난 소리]

 

- [흥미진진한 음악] - 내놔, 씨, 내놔

 

- [다해의 힘주는 소리] - 아, 아유, 씨

 

- [그레이스의 힘주는 소리] - 아유, 야, 아, 허리, 아이씨

 

야, 내놔, 내놔

 

- [그레이스의 약 올리는 소리] - 야, 야, 일로 와

 

서라고, 좀!

 

- 아유, 씨, 야 - [그레이스의 웃음]

 

[그레이스의 약 올리는 소리]

 

[그레이스] 으아! 아, 안 돼

 

- [그레이스의 힘겨운 소리] - [지한의 힘주는 소리]

 

안 돼, 씨

 

- [그레이스의 거친 숨소리] - [지한의 신음]

 

- [그레이스] 야, 씨 - [지한] 내놔

 

[그레이스의 힘겨운 소리]

 

- [지한의 힘주는 소리] - [그레이스의 비명]

 

- [와장창] - [그레이스의 비명]

 

[놀란 숨소리]

 

- [긴장되는 효과음] - [놀란 소리]

 

[긴박한 음악]

 

[귀주 모] 너 또 뭐 먹어? 그러다 못 날아!

 

[동희의 힘주는 소리]

 

- [놀라며] 사람들 본다 - [신비로운 효과음]

 

함부로 날지 마

 

[귀주 모] 넌 못 날아

 

날면 안 돼, 들키지 마

 

[신비로운 효과음]

 

[고조되는 음악]

 

[동희의 힘주는 소리]

 

[힘찬 음악]

 

[동희의 웃음]

 

- [동희의 후련한 소리] - [그레이스의 겁먹은 소리]

 

[그레이스의 비명]

 

- [동희의 웃음] - [그레이스의 놀란 소리]

 

[그레이스] 나, 나, 나, 나, 나 나는 거야?

 

소원이라며

 

[울먹이며] 복덩어리

 

날았어

 

[흐느낀다]

 

해냈구나!

 

- [동희] 어, 안 돼, 야! - [그레이스의 겁먹은 소리]

 

돈 잘 잡아!

 

- 아, 정말 - [그레이스] 잡았어, 잡았어

 

[그레이스의 웃음]

 

자, 꽉 잡아

 

[그레이스] 읏차!

 

[함께 웃는다]

 

- [그레이스, 동희의 신난 탄성] - [경쾌한 음악]

 

[지한] 내가 안 그랬어 내, 내, 내가 한 게 아니야

 

그래, 이건 사고야, 사고, 어?

 

[그레이스, 동희의 신난 탄성]

 

[놀란 소리]

 

[그레이스, 동희의 신난 소리]

 

- [지한의 놀란 숨소리] - [그레이스] 진짜 최고야!

 

[지한] 저게 뭐, 뭐야

 

[놀란 소리]

 

[그레이스] 복덩어리! [탄성]

 

[동희의 힘주는 소리]

 

- [동희, 그레이스의 거친 숨소리] - [밝은 음악]

 

[귀주 모] 꿈에 어떤 여자랑 머리채를 잡고 싸웠는지

 

둘 다 머리가 산발이 된 걸 봤어

 

- 그것도 신혼집에서 - [동희, 그레이스가 울먹인다]

 

[다해] 설움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이었고

 

꿈에서 본 게

 

전부가 아니었어

 

[벅찬 숨소리]

 

[동희] 나, 나 날았어

 

[웃으며] 나 날았어

 

- [그레이스] 도다리! [웃음] - [동희가 흐느낀다]

 

도다리!

 

[그레이스, 동희의 웃음]

 

[그레이스의 환호]

 

[다해, 그레이스의 환호]

 

[함께 웃는다]

 

[다해] 저주가 아니었어요

 

여사님 꿈 예지몽 맞아요

 

여사님이 형님 미래를 봐 줘서 뭔가 준비할 수 있었던 거고

 

덕분에 불행을 피한 거예요

 

[동희의 힘겨운 숨소리]

 

똥차에 치일 뻔한 거

 

살짝 밟은 거 정도로 넘겼네

 

[동희의 한숨]

 

[귀주 부] 꿈보다 해몽이었다?

 

 

[다해] 아버님은 잘 아시겠죠

 

미래를 마냥 기다린 게 아니라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하셨잖아요

 

[잔잔한 음악]

 

꿈은 바꿀 수 없지만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어요

 

꿈에서 본 게 전부는 아닐 거예요

 

두려워서 피하는 바람에 미처 다 못 본 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계속 꿈꾸세요

 

복귀주

 

살릴 수 있어요

 

[한숨]

 

[귀주 부] 당신 꿈이

 

우리 집에 구원자를 데려왔네요

 

[다해의 멋쩍은 웃음]

 

근데 좀 불쾌하네

 

[귀주 모] 동희는 형님 이 사람은 아버님

 

왜 나만 여사님이야?

 

하! 참

 

[동희] 아유, 엄마도 참

 

죄송합니다

 

어머님

 

[가족들의 화기애애한 웃음]

 

[귀주가 작게] 이나야

 

아빠랑

 

어디 좀 갈까?

 

[시끌벅적한 소리]

 

[귀주] 아…

 

여긴 왜 왔어요?

 

그, 오래전 니 생일

 

[귀주] 못 지켰던 약속 지키려고

 

동물원 가고 솜사탕도 먹고

 

결국 못 가네요

 

아이고

 

다음에 다시 오자

 

[귀주] 다음엔 아빠가 제대로 잘 알아볼게, 알았지?

 

- [차분한 음악] - 다음이 없으면요?

 

두 장 주세요

 

- [직원1] 시간 다 끝났는데요 - [귀주] 괜찮아요, 주세요

 

[직원1] 여기요

 

네, 고맙습니다

 

[귀주의 웃음]

 

[귀주] 이나야, 가자

 

[아이 아빠, 아이의 대화 소리]

 

[직원2] 환영합니다

 

[귀주, 이나의 가쁜 숨소리]

 

[귀주] 잠깐만

 

혹시 솜사탕 지금 살 수 있을까요?

 

[직원3] 마감했는데요

 

[귀주] 저희 딸이 되게 좋아해서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직원3] 잠깐만 계세요

 

- 4천 원이요 - [귀주] 네, 고맙습니다

 

[직원3] 감사합니다

 

[훌쩍인다]

 

[이나의 연신 훌쩍이는 소리]

 

[한숨]

 

끝인 거처럼 보여도

 

[귀주] 항상 그다음이 있어

 

이나가 태어난 시간도 끝일 리가 없어

 

오히려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되는 거야

 

아빠가 도다해 구하고

 

도다해가 우리 가족 구하고

 

니가 아빠 꿈 이뤄 주는 거야

 

내 행복한 시간으로

 

다 같이 행복해지는 꿈

 

[울먹인다]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마음을 보는 게 슬플 거야

 

고통스럽고

 

남들이 못 보는 걸 본다는 건

 

외롭고 무서운 일이니까

 

아빠도 처음엔 저주라고 생각했었어

 

차라리 아무것도 안 보고 싶기도 했고

 

근데 그랬더니

 

남들이 다 보는 것도 못 보게 되더라

 

바로 눈앞에 있던 너도

 

너무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피하지 마

 

아빠도 안 피할 거야

 

니가 온 시간은

 

아빠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

 

[훌쩍인다]

 

아빠는 그 선물 받을 거야

 

안 피해

 

소중하게 받을 거야

 

[이나가 흐느끼며] 아빠

 

다음엔 일찍 와요

 

다음엔

 

아줌마도 같이

 

- [귀주] 응 - [이나] 다음엔

 

츄러스

 

실은 나 츄러스 되게 좋아하는데

 

- [이나가 흐느낀다] - [옅은 웃음]

 

알았어

 

[이나가 훌쩍인다]

 

[귀주의 한숨]

 

[멀리 개 짖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멀어지는 오토바이 엔진음]

 

손님 왔어

 

좀 기다리라고 해야겠다

 

[여자1] 언니, 빨리하고 나와

 

- 저쪽에 있을게 - [여자2] 어, 이따 봐, 어

 

삼촌이 전달을 안 했나 봐?

 

너도 왔니?

 

나 말고 누가 또 있어?

 

선약이 있어, 넌 좀 기다려

 

[다해] 누군데 그래, 어?

 

나랑 얘기해

 

[무거운 음악]

 

[다해의 한숨]

 

오래 기다리셨죠?

 

왜 혼자서 오셨어요?

 

괜찮아

 

어른들끼리 긴히 할 얘기가 있는 모양인데

 

보자고 하신 용건은…

 

내가 뱉은 말은 웬만하면 책임을 지는 편이라

 

[부스럭 소리]

 

[부스럭 꺼내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일홍] 예단, 혼수 섭섭지 않게 해 드린다고 했죠?

 

엄마

 

[흥미로운 음악]

 

[일홍] 눈물겨워 못 봐 주겠다

 

그레이스 불러

 

[그레이스] 나 찾았어?

 

[일홍] 다해 걔는 나한테 뭘 배운 거니?

 

작품 스케일 좀 키워야겠다

 

조지한인지 뭔지

 

내가 못 먹은 걸 먹겠다고 설치는데 거슬려

 

이 구역 사기꾼이 누군지 보여 주자고

 

도와주겠다는 거야?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지한의 힘주는 소리]

 

으이구, 진짜

 

[분한 숨소리]

 

[지한의 한숨]

 

[지한] 대출

 

이자 싼 곳만 찾자

 

[지한의 한숨]

 

뭐야, 이씨

 

이자 싼 데 소개시켜 줄까?

 

예?

 

 

예 [웃음]

 

[신 여사 남편] 자

 

됐습니다

 

여기 보이시죠? 여기 찍으면 됩니다

 

저, 이거 확실한 거 맞겠죠?

 

아이, 걱정하지 마세요

 

[신 여사 남편] 자, 자 어서 찍고 끝냅시다 [웃음]

 

어? [권하는 소리]

 

그렇지, 그렇지

 

- 아이고, 잘했어, 잘했어 [웃음] - [지한이 웃으며] 네, 감사합니다

 

[다해] 엄마가 보냈어?

 

[그레이스] 요즘 작품 하나 한다고 삼촌한테 들었어

 

나도 끼워 줘

 

아, 우리 복덩어리

 

조지한 같은 놈한테 신세 조지는 거

 

차마 못 보겠어서

 

그리고 조지한 원래 내 담당이다?

 

내 밥그릇이라고

 

[잔잔한 음악]

 

왜 그랬대

 

엄마답지 않게

 

나한테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갚아 줄 거라 그랬지?

 

[일홍] 그래, 너 없는 건

 

나한텐 무엇보다 잔인한 일이더라

 

우리 딸

 

니가 살아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다

 

[귀주 모] 꿈에

 

다 자라 어른이 된 딸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어

 

니가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면서

 

어, 엄마

 

나 같은 사람도

 

엄마라고 불러 줘서 고마웠다

 

[일홍] 끝내 너한테

 

가족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진짜 가족 생긴 거 축하하고

 

아, 뭐야

 

왜 이래

 

내가 뭐라 그랬어?

 

도다해, 복귀주

 

두 사람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댔잖아

 

[일홍] 사기꾼 말이라고 허투루 들었니?

 

엄마

 

행복해라

 

[일홍] 그게 다 돈이잖아

 

황금알 쏟아지게 잘 살아

 

[헛웃음] 아, 참

 

 

이제야 엄마 같네

 

[울먹인다]

 

고생, 고생했다

 

[동희가 킁킁거린다]

 

[동희] 이 냄새

 

[귀주 부] 응?

 

[동희] 어디서 많이 맡아 본 냄새인데

 

- [잔잔한 음악] - [귀주] 이야, 역시

 

우리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주 해 줬던

 

[귀주, 동희] 코다리조림

 

[동희의 감격한 숨소리]

 

[동희] 오 [감탄한다]

 

[동희] 와, 맛 진짜 똑같아

 

- 그치? - [동희] 어

 

[다해가 웃으며] 오

 

왜 요즘은 안 만드세요?

 

[귀주 부] 아, 그러니까 그게…

 

[귀주 부의 난감한 숨소리]

 

[옅은 헛기침]

 

[귀주 모의 헛기침]

 

[이나] 할머니가 금지시켰어요?

 

[귀주 부의 웃음]

 

밥상에 아빠 코다리조림 올라오면

 

밥 두 그릇은 그냥 콱 뚝딱이었거든

 

- [가족들의 웃음] - [귀주 모의 헛기침]

 

[귀주 모] 아, 근데

 

귀주 니가 어떻게 이걸 만들었니?

 

[귀주 부] 그러게요

 

나도 까맣게 잊어버린 레시피를

 

과거로 가서 아버지 요리하는 거 보고 왔죠

 

[다해] 레시피 좀 드려

 

[웃으며] 과거의 자신한테 한 수 배우시라고

 

그럴까?

 

[가족들의 웃음]

 

[동희] 나도 그때로 돌아간 거 같아

 

귀주 너랑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가면 딱 나던 냄새인데

 

[동희의 옅은 웃음]

 

자, 잘 보세요

 

이렇게 밥에다가

 

무를 얹어서

 

[놀란 숨소리]

 

음, 좋아, 좋아

 

- [다해의 웃음] - 음!

 

- [귀주 부] 자, 먹어 봅시다 - [다해] 먹을까요?

 

- [동희] 먹어 - [다해] 잘 먹겠습니다

 

- 맛있게 드세요 - [귀주] 잘 먹겠습니다

 

[이나] 잘 먹겠습니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드륵 문 열리는 소리]

 

[애쓰는 소리]

 

뭐가 안 돼?

 

[이나] 아…

 

이거 이렇게 돌리는 거

 

 

[준우] 이렇게

 

맞지?

 

- [이나] 이거 맞지? - 아니

 

[준우의 옅은 웃음]

 

갑자기 왜 그렇게 열심인데?

 

[이나]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잔잔한 음악]

 

내가 좋아하는 거

 

막 그렇게 잘하지는 못해도

 

그냥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 주고 싶고

 

 

내 친구들도 보여 주고 싶어

 

나도 이렇게 괜찮은 친구들이 있다고

 

이젠

 

투명 인간 아니라고

 

[준우]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오케이

 

- 아, 팔 - [이나] 응

 

[준우] 근데 남자야?

 

- [귀주] 짠 - [다해] 짠

 

[실내에 흐르는 잔잔한 음악]

 

[장난스러운 입소리]

 

[귀주] 아니 어딜 그렇게 한눈을 팔아?

 

지금보다 나중이 더 멋있어

 

아니, 어떻게 점점 더 잘생겨져?

 

- 아, 왜 이래 [웃음] - [다해의 웃음] 짠

 

[귀주, 다해의 시원한 소리]

 

[귀주] 맛있다

 

- 이제 다 익은 거 같은데? - [다해] 응

 

자, '아'

 

- [긴장되는 음악] - [비명]

 

- [귀주 부] 여보 - [귀주 모의 거친 숨소리]

 

나 여기 있어요

 

또 불이 보였어요

 

뜨거운 불길이 치솟아서…

 

- [차분한 음악] - [귀주 모의 겁먹은 소리]

 

[귀주 부] 꿈에 자꾸 불이 보이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피하지 말고 똑바로 봐요

 

당신 잠자리는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눈만 뜨면 바로 옆에 내가 있을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요

 

[울먹이며 호응한다]

 

[귀주 모의 거친 숨소리]

 

[귀주 모의 힘겨운 소리]

 

[귀주 부] 물

 

음악 좀 틀까요?

 

[귀주 모의 호응]

 

- [노크 소리] - [귀주] 네

 

또, 또 훔쳐본다, 또, 어?

 

[다해] 아, 그러게

 

[한숨 쉬며] 눈을 뗄 수가 없네

 

[귀주] 아니, 어디에 그렇게 홀딱 빠진 거야, 어?

 

어디?

 

[다해] 음

 

- [부드러운 음악] - 여기 [웃음]

 

또 다른 데는?

 

다른 데?

 

[귀주가 씁 들이켜며] 내가 장점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요

 

[다해의 웃음]

 

- [다해가 웃으며] 겨드랑이 - [귀주의 웃음]

 

[다해, 귀주의 웃음]

 

[문 너머 밝고 서정적인 음악]

 

뭐야?

 

[밝고 서정적인 음악이 흐른다]

 

이 노래는…

 

당신도 기억나요?

 

까맣게 잊어버렸는데

 

[귀주 부] 귀주가 부리는 초능력을 나도 한번 부려 봤어요

 

오랜만에 한 곡 추실까요?

 

다른 여자하고 신나게 흔들어 놓고는

 

내가 미안해요

 

[귀주 부] 지나간 시간을 돌이키고 싶어요

 

[툭 던지는 소리]

 

저랑 같이 돌아가지 않을래요?

 

[귀주 모] 발 밟잖아요

 

[귀주 부] 그냥 나 따라와요

 

[신비로운 효과음]

 

[계속되는 밝고 서정적인 음악]

 

[의미심장한 음악]

 

[새소리]

 

- [아이들의 웃음] - [아이1] 야, 도다리

 

- [잔잔한 음악] - 너 아직 자전거도 못 타냐?

 

[아이2] 도다리는 자전거도 못 배웠나 봐

 

- [아이들의 비웃음] - [아이3] 그러니까, 저게 뭐야

 

[아이1] 도다리, 자전거 못 타지?

 

[다해] 아니거든, 잘 타거든?

 

뻥치시네

 

[아이들] ♪ 도다리는 자전거도… ♪

 

[다해] 야, 내 이름 도다리 아니야

 

도다해야

 

[아이들] ♪ 못 탄대요 ♪

 

♪ 도다리는 자전거도 ♪

 

♪ 못 탄대요, 못 탄대요 ♪

 

♪ 도다리는 자전거도… ♪

 

[다해] 어? 어?

 

된다, 된다! 우와! [웃음]

 

[신비로운 효과음]

 

[아이들]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아이1] 어?

 

- [아이들의 의아한 소리] - [아이3] 뭐야, 쟤 왜 잘 타?

 

[귀주] 오, 오

 

[다해] 귀주 씨

 

귀주 씨

 

내려와, 밥 먹자

 

[귀주] 어

 

[가쁜 숨소리]

 

뭐지?

 

[무거운 음악]

 

[다해] 귀주 씨

 

[귀주] 어, 어

 

[화기애애한 대화 소리]

 

[부드러운 음악]

 

[가족들의 웃음]

 

얼른 와

 

[계속되는 부드러운 음악]

 

[동희] 기회네

 

-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 - [감성적인 음악]

 

[다해] 귀주 씨

 

[다해] 왜 그래? 쫓기는 사람처럼

 

[귀주] 우리가 헤어지는 날은 우리가 정해

 

달라진 건 없어

 

[동희] 아, 좀 놔!

 

아직 서프라이즈 안 끝났어!

 

[귀주] 미래를 바꿀 순 없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귀주] 다해야

 

금방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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