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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12

 

[약사] 음, 풀독이 맞는 거 같네요

 

별거 아니에요, 금방 없어져요

 

혹시 시간이 얼마나…

 

뭐, 반나절 안에 없어지기도 하고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하고요

 

[무거운 음악]

 

[약사] 많이 불편하세요?

 

약만 잘 발라 주면 금방 없어질 거예요

 

수고하세요

 

[귀주] 이건 좀 너무한데

 

이렇게나 빨리

 

[한숨]

 

- 다해야, 여긴 어떻게… - [다해의 웃음]

 

아이, 아드님이 약국 앞에서 비 맞는 꿈을 꾸셨다면서

 

아, 전화도 안 받는다고 걱정을, 걱정을

 

그래서 내가 해몽을 해 드렸지

 

우리가 한 우산 쓰고 데이트할 꿈이라고

 

- [차분한 음악] - [귀주] 미래를 바꿀 순 없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

 

[다해] 근데 여기는 왜 왔어?

 

[살짝 웃는다]

 

[귀주] 데이트하러 갈까?

 

[다해의 들뜬 웃음]

 

가자

 

- [학생1] 야, 쟤 좀 봐 - [학생들의 비웃음]

 

[학생2] 고혜림 왕따 됐어?

 

[학생3] 잘난 척하더니

 

- 좋겠네, 큰 책상 혼자 다 쓰고 - [학생들의 웃음]

 

- [학생2가 키득거리며] 그러네 - [학생1이 웃으며] 그러네, 진짜

 

[학생2] 완전 추락한 여왕벌이네

 

뭐냐?

 

[코웃음]

 

내가 불쌍해?

 

니가 필요해

 

같이 하자

 

- [학생4] 복이나 쟤 뭐 하냐? - [한숨]

 

- [학생5] 왜 저래? - [어두운 음악]

 

[혜림] 나는 나 빼고 니네끼리 대회 나가서

 

개망신당하는 거 꼭 보고 싶거든?

 

[코웃음] 거짓말

 

[이나] 너도 하고 싶잖아

 

니가 뭘 알아

 

[이나] 집에서 혼자 연습하잖아 엔딩 요정 포즈까지

 

[헛웃음] 야, 아니거든?

 

아니어도 상관없어

 

니 마음 맞춰 주려고 같이 하자는 거 아니니까

 

[이나] 내 마음이야

 

내 마음대로 할 거야

 

- 뭐? - [이나] 내 마음이 너 붙잡으래

 

같이 춤추자

 

[한숨]

 

아, 됐어

 

[혜림] 재수 없게 멋있는 척은

 

[분위기 있는 음악]

 

[동희의 후 내뱉는 숨소리]

 

- [그레이스] 복덩어리 언니 - [동희] 아, 바쁘다

 

오늘은 누구 데려왔는데

 

[동희의 한숨]

 

[그레이스] 들어와

 

[다가오는 발소리]

 

짜잔, 소개할게

 

생긴 건 좀 거칠거칠해도 사람은 참 착해

 

[부드러운 음악]

 

- [뚝 멈추는 부드러운 음악] - [동희의 헛기침]

 

[동희] 좀 당황스럽네

 

이런 건 미리 상의를 했어야지 저분께 실례잖아

 

제가 당분간 남자 만날 생각이 없어서요

 

죄송합니다

 

아, 누가 남자 만나래?

 

[그레이스] 요즘 신규 회원 늘어서 트레이너 더 필요하다며

 

[익살스러운 음악]

 

좀 낯이 익은 거 같기도…

 

[그레이스가 멋쩍게 웃으며] 아

 

찜질방에서 봤겠지

 

아, 실은 우리 삼촌

 

공들였던 대작을 말아먹는 바람에 급하게 일자리가 필요해서

 

씁, 아이…

 

[동희] 찜질방 말고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어요?

 

- [강조되는 효과음] - [놀란 숨소리]

 

[풀벌레 울음]

 

[부드러운 음악]

 

[동희] 식어서 온 적은 단 한 번도

 

국물 한 번 넘친 적 없고

 

음식이 한쪽으로 쏠리지도 않고 담음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어

 

마치

 

갓 요리한 것처럼

 

[그레이스] 어, 배달

 

그거 사기 치려고 염탐한 건데…

 

[옅은 웃음]

 

이상한 데서 통한다?

 

- [그레이스의 어이없는 웃음] -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내 저것들을 진짜, 씨

 

[긴장되는 음악]

 

[동희의 가쁜 숨소리]

 

[의아한 숨소리]

 

[동희의 가쁜 숨소리]

 

[후 내뱉는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동희의 어이없는 숨소리]

 

[동희] 지한 씨?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한숨]

 

[영상 속 그레이스] 진짜 최고야!

 

[지한] 동희 너 처음 모델 데뷔하던 날

 

나 첫눈에 알았어

 

우린 같은 동족이라는 거

 

- 동족? - [지한] 나한테도 있어

 

남들한테 없는 특별한 능력

 

[한숨]

 

네 살 때

 

한글과 사칙 연산을 스스로 깨쳤어

 

[어이없는 숨소리]

 

소위 영재 코스를 거친 대한민국 0.1% 최상위층

 

너도 내가 의사라서 좋았잖아

 

글쎄

 

좋았던 기억이 너무 오래전이라

 

[떨리는 숨소리]

 

[지한] 너 특별한 사람이야

 

나도 널 가질 만큼 충분히 특별한 사람이고

 

샐러드 카페 걔? 그레이스?

 

널리고 널린 평범한 여자들

 

[동희] 준비한 말이 많은 거 같은데

 

땀 식으니까 요약 좀 해 줄래?

 

결혼하자

 

[헛웃음]

 

다 끝난 얘기 할 거면 그냥 가고

 

살면서

 

나 한 번도 실패한 적 없어

 

[지한] 내 인생 이대로 실패할 수 없어

 

내 인생은 실패뿐이었어

 

진짜 내 특별함을 발견하기 전까진

 

[동희] 남들 눈에 보이는 특별함 말고

 

사랑하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진짜 특별함

 

너도 그거 발견해 주는 사람 만나

 

- [지한] 그 떡대 새끼 때문이야? - [어두운 음악]

 

나랑 결혼해, 아니면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거 싹 다 뿌려 버릴 테니까

 

뿌려

 

[동희] 요즘 그런 가짜 영상 만드는 거 일도 아니고

 

누가 믿어?

 

준비한 말 다 했지?

 

[지한] 아니

 

너 정 그러면

 

내 돈이라도 돌려줘

 

20억

 

20억?

 

[지한] 하, 진짜 나 다 잃었어, 씨

 

니가 나한테 떠안긴 사채 빚

 

너 사채 이자가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순식간에 병원, 차 다 날렸다고, 나, 씨

 

[동희] 2억이 어떻게 20억이 되니?

 

[동희의 기가 찬 소리]

 

- [동희의 한숨] - [지한] 야

 

나 이거 올린다

 

진짜로 올려!

 

올린다고! 진짜

 

씨, 진짜

 

아유, 저걸 진짜, 씨

 

- [지한의 신음] - [흥미진진한 음악]

 

[아파하는 소리]

 

어이쿠, 죄송

 

아, 아파

 

내가 주워 줄게

 

[지한] 아, 내 핸드폰, 그거…

 

[신음] 어유, 야

 

아휴, 그냥 내가 주워 준다니까

 

[지한] 야, 너 그거 건들지 마

 

야, 거기 고, 고대로 냅둬 내 거야, 내 거, 내 거…

 

[퍽]

 

아, 아파, 아…

 

- 아유 - [지한의 신음]

 

[형태] 피 나는데

 

아, 아, 피…

 

[지한의 놀란 소리]

 

여기, 여, 여긴 어떻게 아시고 오셨어요?

 

- [흥미로운 음악] - [한숨]

 

- 자 - [지한] 예?

 

가져가

 

아, 아, 예

 

그럼 제가 감사히

 

- [지한] 받겠습니다 - [익살스러운 효과음]

 

[당황한 웃음]

 

[형태] 어이쿠

 

[지한의 비명]

 

[지한] 아, 내 폰, 안 돼!

 

[절규한다]

 

야, 아, 어떡해, 아유…

 

실수

 

[지한] 안 돼, 내 폰, 내 폰

 

안 돼, 안 돼 [다급한 숨소리]

 

아! [분한 소리]

 

으, 저걸 진짜 죽여? 아유!

 

- [의미심장한 음악] - [멀리 사이렌 소리]

 

[째깍거리는 소리]

 

[요란한 화재경보음]

 

[놀란 소리]

 

[귀주 부] 괜찮아요?

 

[어두운 음악]

 

[귀주 모] 학생들이 겁에 질려 덜덜 떠는 게 보였어

 

담요를 뒤집어쓴 것도 보였고

 

[소란스러운 현장 소리]

 

그리고요?

 

시계

 

[귀주 모] 학교 건물에 걸려 있었다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봤어

 

공중에서?

 

야, 막내!

 

[귀주] 잘 지내셨습니까

 

[소방관] 야, 반갑다, 이 자식아

 

[함께 웃는다]

 

뭐?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봤다든지

 

아니면 학생들이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거나…

 

- [무거운 음악] - [소방관의 후 내뱉는 소리]

 

야, 인마

 

너 아직도 거기서 못 헤어 나온 거야?

 

꼭 마무리할 일이 좀 있어요

 

아, 몰라

 

[소방관] 아, 10년도 더 된 일을 내가 어떻게 기억해

 

그러니까 보고서 좀 보여 주세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귀주 부] 팔팔 끓으면 중약불로 줄여서 뭉근히

 

[다해] 네

 

중약불로…

 

[다해의 긴장한 숨소리]

 

[가스레인지 조작음]

 

또 뭐 가르쳐 줄까?

 

[다해] 음

 

- 아버님 좋아하시는 거요 - [잔잔한 음악]

 

나?

 

 

어, 나…

 

누가 나한테

 

뭐 좋아하는지 물어봐 준 적이 하도 오래되어서

 

[귀주 부의 멋쩍은 웃음]

 

앞으론 제가 많이 여쭤볼게요

 

[웃음]

 

[연신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음]

 

- [한숨] - [지한] 받아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 [한숨] - 너 몸 망가졌을 때를 생각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너한테 내가 손 내밀어 줬잖아

 

[어이없는 숨소리]

 

나니까 너랑 니 가족들 인내와 희생으로 견뎠지

 

너랑 니 가족들이 괴물이라는 거

 

세상이 다 알게 할 거야

 

나 무시하면 싹 다 불 싸질러 버린…

 

으!

 

- [동희의 짜증 섞인 한숨] - [다해] 형님, 식사요

 

[한숨]

 

누군데요?

 

[한숨 쉬며] 스팸

 

[이나] 혜림아, 공연장에서 보자

 

기다릴게, 꼭 와

 

왔어?

 

대회 준비는 잘됐고?

 

네, 뭐…

 

응? 맛있는 냄새

 

[다해의 옅은 웃음]

 

[귀주 부] 자, 맛나게 드세요

 

[차분한 음악]

 

이나야, 가지도 먹고

 

[귀주 모] 좀 먹어라

 

 

[다해] 샐러드도 왔습니다

 

- [귀주 부] 음 - [다해의 웃음]

 

[작게] 집에서 웬 목 폴라?

 

[다해] 안 답답해?

 

[작게] 목감기 기운이 좀 있어

 

- 스튜 더 드실 분 - [귀주 부] 응?

 

- [귀주 모] 자 - [귀주 부] 자

 

- [옅은 웃음] - 수고 많았어요

 

- 맛있게 드세요 - [잔 부딪는 소리]

 

[어두운 음악]

 

[귀주의 옅은 숨소리]

 

[한숨]

 

왜 말 안 했어?

 

가족들한테 알리자

 

내일 이나한테 중요한 날이야

 

[귀주] 나한테도 중요하고

 

망치기 싫어

 

지금… [한숨]

 

지금 그게 중요해?

 

내일까지만

 

[귀주] 내일까지만 비밀로 하자, 응?

 

[한숨]

 

[무거운 음악]

 

[다해] 제발 생기지 말라고

 

그렇게 기도했는데

 

왜?

 

왜, 어쩌다?

 

과거에서

 

[다해] 13년 전 그 불이

 

널 해칠 수 있다는 뜻이네

 

13년 전 너한테 가는 길을

 

열 수 있게 됐다는 뜻이야

 

[다해의 한숨]

 

[다해의 떨리는 숨소리]

 

막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다해] 미래를 바꿔 보겠다고…

 

내가 틀린 건가?

 

결국엔…

 

어떡해?

 

어떡해, 귀주 씨?

 

도다해 안 틀렸어

 

[귀주] 반점 생겼다고 허둥거릴 필요 없어

 

평생 안 없어지는 반점이래

 

우리가 헤어지는 날은

 

우리가 정해

 

아흔아홉 살 생일

 

달라진 건 없어

 

[차분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새 지저귀는 소리]

 

[놀란 숨소리]

 

[힘겨운 소리]

 

[귀주 모] 아유…

 

좀 잤어요?

 

- [한숨] - [탁 내려놓는 소리]

 

여기, 물요

 

[귀주 부] 또 왜요?

 

[의미심장한 음악]

 

[귀주 모] 미안하다

 

내가 또 나쁜 꿈을 꿔서

 

[동희의 한숨] 무슨 꿈?

 

공연장에서 동희 니가 날아오르더라고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왜?

 

모르겠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아무래도 오늘 공연장엔 가지 않는 게…

 

[동희] 가야겠는데요

 

[차분한 음악]

 

기회네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회

 

나 공연 꼭 갈 거야

 

가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날지 않을 거야

 

그게 가능하면 귀주도 살릴 수 있는 거고

 

안 그래요?

 

- [밝은 음악] - [귀주 모의 한숨]

 

[귀주 부] 우리가 좀 과했나?

 

응원 점수도 있다면서요

 

[귀주 모] 우리 손녀 기 살려 줘야지

 

[일홍] 오늘 뭐 응원 점수도 있다면서요?

 

[그레이스] 기세에서 밀리는 건 못 참지 [옅은 웃음]

 

[옅은 웃음]

 

[동희] 들어가시죠 앞자리 맡아야지

 

- [동희의 헛기침] - [그레이스] 그래

 

[직원] 감사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귀주] 네, 팀장님

 

[소방관] 어, 귀주야

 

보고서 찾았는데 외부 반출은 좀 그래서

 

지금 좀 올 수 있나?

 

아…

 

네, 지금 가겠습니다, 네

 

[다해] 어딜 간다는 거야?

 

이나는?

 

이나 순서까지 아직 시간 있잖아

 

중요한 일이라

 

그럼 나도 같이 가

 

이나한테 먼저 가 줘

 

지금 엄청 긴장하고 있을 거야

 

부탁할게

 

[스태프] 원스 팀 리허설 준비해 주세요

 

[준우] 얘들아, 갈까? 파이팅

 

[학생들] 파이팅!

 

[심호흡]

 

[다해의 헛기침]

 

[이나] 아줌마

 

[준우] 이나야, 빨리 와

 

- 이나야, 오늘 너무 예쁘다 - [문 닫히는 소리]

 

[다해] 축하해 [웃음]

 

아빠는요?

 

아, 어디 좀 들렀다 오느라

 

갑자기 어딜요?

 

음, 금방 오실 거야

 

[다해] 근데 여기 좀 춥다

 

괜찮아?

 

추운 건지 떨리는 건지

 

[살짝 웃는다]

 

[이나] 혹시

 

아빠 못 와요?

 

아빠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

 

[차분한 음악]

 

무슨 일 있어도 올 거야

 

[다해] 얼마나 기대했는데

 

아빠 꼭 와

 

걱정 마

 

아빠가 그랬어요

 

[이나] 끝인 것처럼 보여도 끝이 아니라고

 

꼭 그다음이 있다고

 

시신 없는 장례식

 

저는 그 꿈이 끝이 아니라고 믿어요

 

[잔잔한 음악]

 

아빠가 돌아오는 데 그냥 좀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그래

 

맞아

 

[소방관] 자

 

별일은 없는 거지?

 

[귀주] 네

 

[어두운 음악]

 

[귀주] 선재여고 5층 창고로 가는 최단 거리는…

 

[소방관] 근데

 

정 반장 유족들한테 돈 보내 준 거 너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다 알아

 

[소방관] 우리 팀 이름으로 매년 장학금 부쳐 줬잖아

 

아들내미 듬직하게 잘 컸더라

 

공부도 잘한대

 

[웃으며] 정 반장 닮아서 먹성도 좋고

 

[잔잔한 음악]

 

[사락 넘기는 소리]

 

[통화 연결음]

 

[초조한 숨소리]

 

어디야, 귀주 씨

 

[긴장되는 음악]

 

[진행자]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 대회에 오신 여러분

 

- 환영합니다! -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 [경쾌한 음악] - 네, 어마어마한 상금과

 

전국 제일의 댄스 동아리라는 영예를 쟁취하기 위해서

 

오늘 10대 친구들이 보여 줄 멋진 한판승이 기대가 되는데요

 

더불어서 열띤 경쟁만큼이나 응원전도

 

- 굉장히 뜨거울 것 같습니다 - [저마다 응원하는 말소리]

 

심사 위원분들 오늘 공정한 심사 부탁드립니다

 

그럼 더 이상 긴말할 것 없이

 

오늘 댄스 경기의 문을 열어 줄 첫 번째 선수들을

 

무대 위로 모셔 보도록 하겠습니다

 

세련된 왁킹 무대를 선보일 서소중학교의 팀 비바입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응원하는 말소리]

 

음악 주세요

 

-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사람들의 환호]

 

[휴대전화 진동음]

 

[지한] 조카 이쁘다, 고모 닮았네

 

뭐야

 

[지한]

 

[한숨]

 

[계속되는 사람들의 환호]

 

[어두운 음악]

 

[동희] 아, 이 미친놈 잡히기만 해 봐, 죽여…

 

 

[진행자] 여기서 잠깐

 

오늘 있을 특별 공연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공연 팀 박골박스가

 

참가자 여러분을 응원하기 위해서…

 

[준우] 아직 안 왔어? 보여 주고 싶은 사람

 

[계속되는 진행자의 말소리]

 

[한숨] 곧 우리 차례인데

 

[진행자] 음악 주세요

 

-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사람들의 함성]

 

[힘찬 음악]

 

[긴장되는 음악]

 

[한숨]

 

[직 지퍼 여는 소리]

 

- [강렬한 음악이 흐른다] - [사람들의 응원하는 소리]

 

[귀주 부의 반기는 소리]

 

- [귀주 부의 환호] - [사람들의 웃음]

 

아빠

 

아빠?

 

아빠였어?

 

[피식 웃는다]

 

[어두운 음악]

 

아, 진짜, 조지한

 

- [학생의 연습하는 말소리] - [동희의 한숨]

 

[동희] 진짜…

 

- [성난 숨소리] - [탁 문소리]

 

어?

 

[긴장되는 효과음]

 

[진행자] 네 명의 학생들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스태프] 다음 차례예요 준비하세요

 

[준우] 얘들아, 모여

 

[진행자] 네, 소울크루 친구들

 

리듬감이 넘치는 아주 귀여운 무대였습니다

 

다음으로 한아중학교의 원스…

 

[학생1] 고혜림 안 온다니까

 

올 거야

 

이제 정말 시간 없어

 

[준우] 사람들 기다려

 

[다가오는 발소리]

 

[혜림] 저 사람들이 다 누굴 기다리는데?

 

- [밝은 음악] - 다 나 보러 온 사람들인데?

 

[이나의 반가운 숨소리] 혜림아

 

- [준우] 왔구나 - [학생2] 고혜림!

 

올 줄 알았다니까

 

[학생3] 아, 올 거면 좀 빨리 좀 오지

 

[혜림] 복이나가 하도 사정사정해서 와 줬다

 

[학생4] 고혜림 잘난 척 중독성 있었네

 

야, 오랜만에 들으니까 짜릿한데?

 

[학생들의 웃음]

 

아, 야, 우리 나가야 돼, 모여

 

- 위 아 더! - [학생들] 원!

 

[동희] 어?

 

[어두운 음악]

 

[지한] 서프라이즈

 

- [동희의 한숨] -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한테 프러포즈를 제대로 못 했더라고

 

[지한의 들뜬 숨소리]

 

아, 두야

 

[지한] 찐으로 결혼하자, 동희야

 

[지한이 목 가다듬는다]

 

'나의 사랑스러운 자이언트 베이비'

 

아! 하지 마, 하지 마

 

[동희] 아이씨, 미친놈 진짜 돌았나

 

[지한] '동희야'

 

'너에게 내 마음을 다 드러낼 수는…'

 

[진행자] 한아중학교의 원스 팀입니다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귀주 모] 할미 왔다!

 

- [여자1] 할 수 있어 - [남자] 원스 파이팅!

 

- [여자2] 할 수 있다! -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귀주 모] 응? 왜 그래?

 

- [여자3] 왜 안 해? - [여자4] 왜 시작을 안 하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진행자] 네, 우리 원스 팀이 조금 긴장을 한 것 같죠?

 

긴장 풀라는 의미에서 응원의 박수 한번 부탁드릴게요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학생분들, 준비되면 알려 주세요

 

[준우] 이나야, 왜 그래?

 

사람들 눈이…

 

[이나의 떨리는 숨소리]

 

이제 사람들 안 보이지?

 

이러고 어떻게 춤춰

 

- [잔잔한 음악] - 나 보여?

 

넌 보이는데…

 

그럼 됐네

 

[준우] 나만 보고 춤춰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 음악 주세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

 

[귀주 모의 환호]

 

[가족들] 복이나! 복이나!

 

- 복이나! - [사람들의 환호]

 

복이나! 잘한다!

 

복이나! 복이나!

 

[사람들의 환호]

 

[일홍의 탄성]

 

[이나] 아빠, 보여요?

 

나한테도 같이 눈 맞춰 줄 친구들이 있어요

 

투명 인간 아니에요

 

나도 색깔이 생겼어요

 

그러니까 내 걱정은 마요

 

사랑해요, 아빠

 

[리드미컬한 음악이 끝난다]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잔잔한 음악]

 

- [진행자의 말소리] - [학생들의 가쁜 숨소리]

 

[학생들의 신난 말소리]

 

[준우] 야, 야 야, 우리 기념사진 찍자

 

[스태프] 다음 팀 나오세요!

 

[준우] 찍는다

 

- 하나, 둘, 셋 - [카메라 셔터음]

 

- 야, 야, 눈 감았잖아, 한 번 더 - [학생들의 웃음]

 

- 하나, 둘, 셋 - [카메라 셔터음]

 

잘 나왔다, 오케이 [웃음]

 

[학생] 어떻게 나왔어?

 

[이나] 같이 사진 찍을래?

 

싫은데

 

[카메라 셔터음]

 

[혜림] 아, 뭐야 자꾸 니 마음대로

 

니 마음대로 해 줘도 넌 나 싫어했잖아

 

[혜림의 한숨]

 

왜 갑자기 내가 싫어졌어?

 

너 원래 이렇게 시끄러웠어?

 

말 되게 많아졌다?

 

[이나] 니 마음에 들려고 되게 노력했는데

 

[혜림] 그게 싫었어

 

너만 내 마음에 들고 싶어?

 

나도 니 마음에 들고 싶었어

 

[이나] 응?

 

[혜림] 근데 넌 니 마음은 하나도 안 까더라

 

- [잔잔한 음악] - 준우 좋아하면서 거짓말하고

 

준우가 고백한 것도 말 안 하고

 

그건 니가 준우 좋아하니까

 

솔직히 말해 주지

 

[혜림] 나도 니 마음이 듣고 싶었어

 

친구니까

 

[긴장한 숨소리]

 

실은 나

 

비밀이 하나 있는데

 

나한테 초능력이 있어

 

[이나] 눈을 보면

 

마음이 들려

 

[혜림] 나도 있어, 초능력

 

너도?

 

눈을 끄는 능력

 

사람들이 그렇게 나만 쳐다봐

 

[혜림의 웃음]

 

[혜림] 미안해

 

체육관에서 많이 무서웠지?

 

근데 이제 괜찮아

 

[이나의 웃음]

 

[흥미진진한 음악이 흐른다]

 

[다해] 아, 기억났다, 이 옷

 

이나 학교 체육관에 갇혔다고 알려 줬을 때

 

- 그때도 이 옷 입고 있었어 - [긴장되는 음악]

 

잠깐만

 

[귀주 모의 의아한 숨소리]

 

[귀주 모] 그러고 보니까 아까부터 동희도 안 보이고

 

- [동희] 그만해! - [지한의 다급한 숨소리]

 

- 아, 진짜… - [지한] 아, 동희야

 

동희야, 어, 알겠어

 

- 내가 진짜 잘할게 - [동희의 한숨]

 

동희야, 나한테 딱 한 번만 기회를 줘

 

끝났어, 놔

 

[지한이 울먹이며] 동희야, 제발

 

[동희] 아, 좀 놔!

 

그만 좀 하자, 좀!

 

[한숨]

 

아직 서프라이즈 안 끝났어!

 

[지한의 거친 숨소리]

 

[동희의 한숨]

 

내가 말했지?

 

나 무시하면 싹 다 불 싸질러 버린다고

 

- [신비로운 음악이 흐른다] - [쉭 새어 나오는 소리]

 

[귀주 부의 놀란 소리]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도 봤어

 

[긴장되는 음악]

 

[쉭 새어 나오는 소리]

 

과거의 화재가 아니었어요

 

[귀주 부] 무슨 소리예요?

 

[째깍거리는 소리]

 

[요란한 화재경보음]

 

불이 날 거예요

 

바로 지금 여기서

 

[일홍] 예?

 

[진행자] 관객 여러분 박수와 함성!

 

[사람들이 환호한다]

 

[동희] 병에 든 거 뭔데?

 

물?

 

[답답한 숨소리]

 

냄새 한번 맡아 보든가, 어?

 

[숨을 씁 들이켠다]

 

내가 못 할 거 같아?

 

[동희가 웃으며] 어, 너 못 해

 

뭐?

 

난 너 좀 잘 알잖아

 

너 그럴 배짱 없어

 

쫄보야

 

- [지한의 어이없는 숨소리] - 시늉만 내고 못 할 거면서

 

뭐?

 

나 진짜 한다!

 

해 봐

 

아유, 너…

 

야, 너 내가 여기다 뿌려?

 

어? 뿌리…

 

[지한이 당황하며] 뿌, 뿌, 뿌려?

 

어? 여기 불 보여? 안 보여?

 

내가 불에다가도 이렇게 뿌린다고

 

아이, 깜짝이야! [놀란 소리]

 

- [헛웃음] - 그래

 

나 못 해, 씨

 

[동희] 그래, 그게 너지

 

그래서 니가 좋았어

 

어?

 

내가 사랑했던 너의 특별함은

 

그 소심함이었어

 

[동희] 나쁜 놈이긴 한데 악랄한 놈까지는 못 되고

 

좀 엉성한 나쁜 놈?

 

[울컥한 숨소리]

 

그게 귀여웠다

 

[울먹이며] 동희야

 

[옅은 웃음]

 

흘린 거 다 잘 닦고 가

 

- [문 열리는 소리] - [한숨]

 

[문 닫히는 소리]

 

- 귀주 씨 - [무거운 음악]

 

잠깐 갔다 올게

 

지금 이나가 어디 있는지만 말해 주고 금방 올 거야

 

[다해] 꼭 지금 가야 돼?

 

왜 그래? 쫓기는 사람처럼

 

어제보다 옅어졌어?

 

그래서 서두르는구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거지?

 

[다해의 떨리는 숨소리]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일을

 

하려고?

 

다해야

 

[불안한 숨소리]

 

역시 어쩔 수 없는 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아니

 

[귀주] 어쩔 수 없는 운명 그딴 거 절대 아니야

 

내가 왜

 

어떻게 그 시간으로 가게 될지는 나도 몰라

 

근데 분명한 건

 

반점 때문도 아니고

 

어머니 꿈 때문도 아니라는 거

 

내가 널 구하러 간다면

 

그건 기꺼이 내가 선택한 거야

 

- [감성적인 음악] -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내 선택

 

[다해가 울먹인다]

 

[옅은 한숨]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

 

지금까지 했던 우리 선택을 절대 부정하지 마

 

멈추지 말고 계속 선택해

 

미래를 바꿀 수 없으면 그다음 미래를 만들면 돼

 

나쁜 꿈에 지지 말고

 

 

미래를 밝혀 줘

 

금방 올게

 

[다해의 애달픈 숨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신비로운 효과음]

 

[다해] 이나 학교에 있대 체육관에

 

- 서둘러야 된대, 빨리 - [과거 귀주] 어

 

[문 열리는 소리]

 

[귀주] 이나를

 

부탁해

 

[귀주 부] 귀주야

 

[훌쩍인다]

 

귀주는?

 

아, 잠깐 과거에…

 

하필 지금

 

[귀주 부] 불이 날 거야

 

집사람이 꿈에서 본 불이 지금 당장 여기서

 

네?

 

- [귀주 부의 다급한 숨소리] - [어두운 음악]

 

[다해] 이나야

 

[지한의 힘주는 소리]

 

[구시렁댄다]

 

[짜증 섞인 숨소리]

 

- [후 부는 입소리] -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연신 후후 부는 소리]

 

[놀란 소리]

 

[지한이 당황하며] 이거 뭐, 뭐, 뭐, 뭐야?

 

아,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화재경보음]

 

- [실내에 흐르는 신비로운 음악] - [사람들의 의아한 소리]

 

[스태프] 야, 이거 뭐야? 빨리 확인해!

 

[일홍] 음악 꺼!

 

화재경보 안 들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레이스] 맨 뒷줄부터 차례차례 나가십니다!

 

[남자] 야, 야, 불났대 빨리 나가자

 

천천히, 차례차례!

 

[지한이 콜록대며] 이거 어떡해

 

이거, 이, 이거면 되나?

 

뭐야, 뭐야, 아,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이거 어떡해

 

[콜록거린다]

 

아, 이거 어떡해!

 

[놀란 소리]

 

으아, 으아!

 

잠깐, 이거, 이, 이거 아닌데

 

내가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아, 뜨거워! 이거 아니야, 불…

 

불났어요, 여기 불났어요, 불!

 

[문소리]

 

- [요란한 화재경보음] -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도다해

 

[다해] 이나야!

 

[다급한 숨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형태] 한 줄로!

 

[일홍의 힘주는 소리]

 

[스태프1] 무대 뒤쪽에 불났어요, 불!

 

- [남자1] 불이야! 불이야! - [스태프1] 무대 뒤편이에요!

 

- [긴박해지는 음악] - [여기저기 소란스럽다]

 

[여자1] 빨리, 빨리!

 

[그레이스] 천천히 가세요 천천히!

 

[형태] 아, 밀지 마시고!

 

자, 천천히, 천천히!

 

- [귀주 모] 야, 동희야, 괜찮아? - [동희] 어? 어어

 

[스태프2] 방화 커튼부터 내려! 방화 커튼!

 

아, 그 바보가…

 

[기계 작동음]

 

- [삐걱거리는 소리] - [작동 오류음]

 

방화 커튼이 걸렸습니다

 

[스태프1] 스모그 장비에 걸린 거 같은데

 

[남자2] 불이야!

 

- [여자2] 우리 어떡해 - [사람들의 비명]

 

[귀주 모] 아유, 야…

 

[동희의 한숨]

 

[툭 내려놓는 소리]

 

이건 내 선택이야

 

[형태] 차례차례!

 

아, 밀지 마시고!

 

[힘찬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 [화재경보음] - [이나, 혜림의 다급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이나, 혜림이 콜록거린다]

 

[혜림] 이게 뭐야?

 

[이나의 가쁜 숨소리]

 

- [이나] 방화벽 - [혜림] 그걸 누가 몰라?

 

이제 어떡해? 우리 여기 갇힌 거야?

 

여기서 죽는 거야?

 

[흐느낀다]

 

[이나가 콜록댄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혜림] 어? 아, 안 돼, 안 돼, 가지 마

 

나만 두고 간다고? 아, 안 돼

 

[이나] 여기서 나가야 될 거 아니야

 

[흐느낀다]

 

다른 길 없는지 찾아 보고 올게

 

여기 잠깐 앉아 있어

 

금방 올게

 

[이나가 연신 콜록거린다]

 

[혜림] 이나야 [콜록댄다]

 

[혜림이 계속 흐느낀다]

 

[긴장되는 음악]

 

[다해] 이나야

 

이나야!

 

[소란스러운 주변 소리]

 

[스태프1] 무대 뒤쪽에 사람 있지? 다 나오라 그래

 

[스태프2] 불 번졌어요, 불!

 

[혜림의 겁먹은 소리]

 

- [흐느낀다] - [귀주의 거친 숨소리]

 

괜찮니?

 

너 이나 친구지? 지금 이나는?

 

이나는 여기가 끝인 줄 알고

 

저기 다른 길로 갔어요

 

[혜림] 무대 뒤편 쪽으로요

 

어떡해요

 

[귀주] 일단 나가자, 일어나

 

[혜림이 흐느낀다]

 

혼자 나갈 수 있지?

 

 

[혜림이 울먹인다]

 

- [계속되는 화재경보음] - [콜록거린다]

 

[연신 기침한다]

 

[이나의 가쁜 숨소리]

 

[이나] 아빠…

 

[다해] 이나야! [콜록댄다]

 

이나야, 이나야

 

[다해의 가쁜 숨소리]

 

아줌마

 

[다해가 기침하며] 괜찮아?

 

여기서 나가자, 일어설 수 있어?

 

[삐그덕거리는 소리]

 

[다해의 비명]

 

[귀주의 힘주는 소리]

 

- [긴박한 음악] - [귀주의 거친 숨소리]

 

귀주 씨

 

이나 데리고 빨리 나가

 

같이 가

 

- [귀주] 빨리 가! - [다해] 아, 싫어!

 

너 두고 안 가

 

- [삐걱거리는 소리] - [귀주] 빨리!

 

[다해의 비명]

 

[귀주의 거친 숨소리]

 

[끼익 기우는 소리]

 

[거친 숨소리]

 

[귀주 모] 시계 학교 건물에 걸려 있었다

 

[귀주]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어차피 나는 여기서 죽는 거였다

 

[다해] 이나야, 이나야, 이나야

 

- [다해의 비명] - [쿵]

 

[귀주] 안 돼

 

[귀주] 더는 시간이 없다

 

[다해가 울먹이며] 귀주 씨

 

저기 뒤에 문이 있어, 빨리 나가!

 

- [흐느낀다] - [귀주의 거친 숨소리]

 

널 구하러 갈 거야

 

- [다해] 아, 아니야 - [귀주] 지금이야

 

아, 안 돼, 안 돼, 가지 마

 

[귀주] 우리가 같이 있었던 시간 그 모든 시간이 일어나려면

 

내가 널 구해야 돼

 

거기서부터 시작이야

 

[힘주는 소리]

 

- [연신 흐느낀다] - [귀주의 거친 숨소리]

 

다해야

 

빨리 가!

 

[다해의 힘주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다해가 흐느낀다]

 

[덜컹거리는 소리]

 

[거친 숨소리]

 

[힘주는 소리]

 

[쿵]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과거 귀주] 돌아오겠지

 

사춘기 때 방문 꽝 닫고 들어가도 올 거고

 

딴 놈이랑 논다고 나 따돌리면 그때도 올 거고

 

- [차분한 음악] - [세연] 수도 없이 오겠네

 

[놀란 숨소리]

 

[과거 귀주] 몇 번이고 돌아올 거야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니가 나한테 온 시간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세연] 이나야

 

아이구, 이뻐

 

- [이나의 옹알이] - 아이구구구구

 

고마워

 

[웃음]

 

[귀주] 우리 이나 낳아 줘서

 

이 시간 선물해 줘서

 

[어르는 입소리]

 

- [세연] 아이고, 이뻐 - 정말 고마워

 

[과거 귀주] 이나야 아빠 와서 좋아?

 

[살짝 웃는다]

 

[세연] 이나야, 아빠야

 

- 아빠한테 있어? - [옹알이한다]

 

말하는데? [웃음]

 

[과거 귀주] 응, 좋아?

 

에이, 뚝

 

[세연] 졸려, 졸려

 

[신비로운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귀주의 가쁜 숨소리]

 

[연신 울리는 자동차 경적]

 

[사이렌 소리]

 

[고조되는 음악]

 

[시끌시끌한 현장 소리]

 

[학생] 아저씨 5층 창고에도 사람 있어요

 

[반장] 5층 창고?

 

- 구급대원! - [구급대원] 네

 

[반장] 대피 좀 부탁드립니다

 

 

[음악이 멈춘다]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콜록거린다]

 

[반장] 빨리 나와요!

 

[귀주] 형! 안 돼!

 

- [쿵] - [학생들의 비명]

 

[소방관1] 빨리 상태 파악해 봐!

 

[소방관2] 시야 확보 어렵습니다!

 

[소방관3] 빨리 유압 장비 좀 가져와!

 

[소방관2] 아, 여기, 여기!

 

[소방관4] 중앙 붕괴 가능성 있습니다!

 

[소방관5] 빨리 사상자부터 확인해!

 

[어두운 음악]

 

[귀주] 현관이 무너지고

 

과학실 폭발까지 걸린 시간은 2분 남짓

 

시간을 단축해야 된다

 

[소방관들의 분주한 말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연신 울리는 폭발음]

 

[쨍그랑 깨지는 소리]

 

[펑]

 

[긴박한 음악]

 

[거친 숨소리]

 

[귀주의 힘주는 소리]

 

- [차분한 음악] - [귀주] 도다해, 도다해

 

도다해

 

- [쉭 산소 호흡기 소리] - 숨 쉬어

 

[콜록거린다]

 

숨 쉬어, 숨

 

그렇지

 

- 숨 쉬어, 도다해 - [연신 기침한다]

 

숨 쉬어

 

다해야, 숨 쉬어, 그렇지

 

나가자

 

[어둡고 비장한 음악]

 

[귀주의 거친 숨소리]

 

[폭발음]

 

[펑]

 

- [다해의 겁먹은 소리] - [귀주의 거친 숨소리]

 

[다해의 놀란 소리]

 

- [다해가 흐느낀다] - [귀주의 거친 숨소리]

 

[다해가 기침한다]

 

[귀주] 뛰어내려야 돼

 

[다해가 힘겹게] 나 혼자?

 

- 너 혼자 아니야 - [다해가 콜록거린다]

 

- [잔잔한 음악] - [귀주] 우린 같이 있어

 

니가 혼자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에서도

 

나뿐만이 아니야

 

다들 곧 만나게 될 거야

 

이런저런 쉽지 않은 일들도 겪겠지만

 

- 뒤돌아보면 - [다해가 콜록거린다]

 

우리가 같이 있었던 모든 시간이

 

행복일 거야

 

[콜록거린다]

 

[쿵]

 

그때까지 잃어버리지 마

 

꼭 갖고 있어 줘

 

- [다해의 힘겨운 기침] - 자

 

[다해가 콜록거린다]

 

잊지 마

 

[쿵]

 

끝이 아니야

 

[주변 소리가 아득해진다]

 

[귀주] 시작이야

 

[애잔한 음악]

 

[폭발음]

 

[펑 터지는 소리]

 

[귀주] 끝인 것처럼 보여도

 

절대로 끝이 아니야

 

항상 그다음이 있어

 

[쾅 닫히는 소리]

 

[철컹 닫히는 소리]

 

[탁탁 신발 벗는 소리]

 

[잘그락 잠그는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재소자들의 말소리]

 

[차분한 음악]

 

[다해] 그날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종자 한 명을 제외하고

 

[잔잔한 음악]

 

아직 끝이 아니다

 

혼자도 아니다

 

[다해] 복누리

 

방 안에서 공놀이하면

 

엄마한테 뽀뽀 백 번이라고 했는데?

 

- 누리 잡아야겠다 - [누리의 웃음]

 

아, 누리 잡으러 가자 누리 잡으러 가자

 

오, 누리 잡아야겠다, 오

 

어이구, 잡았다

 

- 어떡할 거예요? - [누리의 웃음]

 

엄마한테 뽀뽀 백 번 해 줄 거예요, 안 해 줄 거예요?

 

- 해 줄 거예요 - [다해] 해 주세요

 

- [쪽 뽀뽀 소리] - 백 번 해야지, 백 번, 빨리

 

- [다해] 우리는 여전히 - [화기애애한 말소리]

 

그다음을 기다린다

 

[청소기 작동음]

 

- [한숨] - [청소기가 뚝 멈춘다]

 

[형태의 비명]

 

[동희의 신난 탄성]

 

[밝은 음악]

 

[형태의 탄성]

 

[형태의 탄성]

 

[짜증 섞인 소리]

 

[그레이스] 어딜 또 한바탕 팔랑거리다 들어와?

 

저 봐, 저 봐

 

하, 맨날 둘이서만

 

[그레이스의 억울한 숨소리]

 

나도 태워 줘

 

내가 놀이기구냐? 어유, 참

 

[그레이스] 아, 누리 능력은 뭐래?

 

아직

 

복제 능력 같은 거면 좋겠다

 

[그레이스] 5만 원짜리 한 장을 5억 원으로 불리는 능력, 그런 거

 

- [동희] 음 - [행복한 웃음]

 

- [차분한 음악] - 참 너는 한결같이 그냥

 

날로 먹으려고, 응?

 

이씨, 개과천선하기 개처럼 힘들어서 그렇다

 

[탄식]

 

오디션 또 떨어졌어

 

쯧 [한숨]

 

열심히 해, 응?

 

[그레이스의 한숨]

 

[동희의 한숨]

 

- [여자] 감사합니다 - [일홍] 네, 맛있게 드세요

 

- 여기요 - [귀주 모의 웃음]

 

좋은 꿈 꾸셨으면 공유 좀 해 주시지

 

덕분에 지난번엔 보일러 퍼지는 거 미리 알았는데

 

오늘

 

반가운 손님이 올 모양인데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학생] 이나야, 복이나!

 

같이 가

 

야, 우리 오늘 뭐 먹으러 갈래?

 

[다해] 오셨어요?

 

어, 이게 뭐예요?

 

[귀주 모] 찔질방에서 미역국 주더라고

 

[다해의 호응]

 

오늘 이나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날이에요

 

오늘 특별히

 

전설의 코다리조림 준비돼 있습니다

 

[다해, 귀주 모의 웃음]

 

- 이것도 데울게요 - [귀주 모] 응, 응

 

[달그락 놓는 소리]

 

[가스레인지 조작음]

 

수저 한 벌 더 내놔야겠다

 

이나 말고 누가 또 와요?

 

글쎄다, 꿈에 수저 한 벌이 더 놓여 있더라고

 

[잔잔한 음악]

 

 

[문소리]

 

[다해] 응?

 

찾았네?

 

응?

 

공 어제 잃어버려서 누리 많이 울었잖아

 

엄마가 아무리 한참 찾아도 못 찾았는데

 

어디서 찾았지?

 

[누리] 어제에서 찾았어

 

어제?

 

[누리] 어제에서 가져왔어

 

[다해의 당황한 숨소리]

 

과거에서

 

가져올 수 있어?

 

과거가 뭔데?

 

어제 같은 거

 

엄마도 가져오고 싶은 거 있어?

 

[다해] 음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게 있는데 그것도 찾을 수 있어?

 

얼마나 어제?

 

어제의 어제의 어제?

 

[웃으며] 아니

 

더, 더, 더, 더, 더, 더 어제

 

엄마가

 

한 5년 전에 잃어버렸어

 

아니다

 

18년 전에

 

어떻게 생겼어?

 

잠깐만

 

[다해의 옅은 웃음]

 

아빠?

 

[다해] 응

 

누리가

 

아빠 데려올 수 있어?

 

[부드러운 음악]

 

[다해가 살짝 웃는다]

 

누리 놀고 있어

 

[옅은 웃음]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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