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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요

 

전부 다 미쳤어!

 

[거친 숨을 뱉으며] 알릴 거예요, 여기서

 

내가 이 미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밝힐 거라고요! [깊은숨을 내쉰다]

 

- [쾅 부딪는 소리] - [끼익 타이어 마찰음]

 

- [음악이 멈춘다] - [쇠막대 나뒹구는 소리]

 

- [덜컥 차 문 열리는 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탁 소리]

 

[계속되는 달그락 소리]

 

[탁 콘솔박스 뚜껑 닫히는 소리]

 

[삑]

 

[하] 경비 아저씨는?

 

[태호] 놓고 온 게 있다고 얘기했어

 

- 한 10분쯤은 괜찮을 거야 - [음악이 멈춘다]

 

[태호] 근데

 

정확히 뭘 찾고 있는 건데?

 

 

김리안이 최윤석한테 약을 받았어

 

그걸 로커에 넣는 걸 봤고

 

담임은 자낙스인가 하는 무슨 우울증 약이라는데

 

분명 다른 것도 있었어

 

걔들이 그런 거 주고받는다는 얘기는

 

나도 들은 적 있어

 

대마 캔디나 'G' 같은 거

 

[삑삑 키패드 누르는 소리]

 

[잠금장치 작동음]

 

[태호] 찾아봐

 

[철컥 소리]

 

[잔잔한 음악]

 

[태호] 찾았어?

 

왜?

 

이 사진에 뭐가 있어?

 

[하] 신기해서

 

이렇게 웃을 줄도 아는구나

 

[파도 소리]

 

- [멍멍 개 짖는 소리] -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 [부드러운 음악] - [재이의 웃음소리]

 

[재이가 웃으며] 아, 차가워!

 

[재이] 자, 가자

 

간다

 

[재이의 웃음소리]

 

[웃으며] 아니!

 

[재이의 신난 탄성]

 

[까르르 웃음소리]

 

[도르르 필름 도는 소리]

 

[딸깍 조작음]

 

[딸깍 조작음]

 

- [재이의 신난 탄성] - [딸깍 조작음]

 

[리안의 웃음소리]

 

[재이의 웃음소리]

 

[멍멍 개 짖는 소리]

 

[재이의 신난 탄성]

 

[재이] 예쁘다

 

[리안] 너도

 

[재이의 옅은 웃음]

 

[재이] 리안아

 

나 지금 되게 좋아

 

내가 재율그룹 정재이라서

 

항상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뭘 해야 되는지

 

머릿속에 못처럼 박혀 있는데

 

너랑 있으면 그런 생각이 안 나

 

[리안의 옅은 웃음]

 

알지

 

내가 주신의 후계자고

 

김리안이라는 사실마저 까먹는 그 기분

 

나도 정재이랑 있을 때 그렇거든

 

[옅은 웃음]

 

좋아해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고조되는 부드러운 음악]

 

[태블릿 진동음]

 

[음악이 잦아든다]

 

[리안 모] 집에 가는 길이구나

 

엄마는

 

지금 막 도착해서 비행기 안이야

 

우리 아들

 

어제 어땠는지 궁금한데

 

어땠냐니 뭐가요?

 

[리안 모] 앞으로 네가 갖게 될 것들

 

네 몫의 사람들

 

눈앞에 펼쳐놓고 보니

 

이제 좀 실감이 났을까?

 

엄마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 너에게 물려주려고 하는지 - [한숨]

 

사랑이요?

 

[한숨을 뱉으며] 그래

 

물론 다루기 쉬운 사랑은 아니지

 

주신이 그동안 지켜온 명성

 

네 앞에 선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미래

 

그 책임이 전부 네 손에 쥐어지는 거니까

 

화려하고 무거운

 

왕관이랄까

 

그러니 리안

 

그걸 가질 자격을 지켜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특히나

 

저급한 스캔들 따위에 휘말리지 않게

 

매 순간

 

네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자각하기 바래

 

[불안한 음악]

 

또 보자, 우리 후계자

 

[뚜뚜뚜 통화 종료음]

 

[미묘한 음악]

 

[여자] 수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옷 갈아입고 내려오시죠

 

좀 쉬었다 하죠

 

[여자] 경영전략론은 서울대 조남훈 박사님이

 

국제기업론은 하버드 손유승 교수님이

 

대기 중입니다

 

두 수업 모두 재계 순위 10위권 내 기업의

 

[발음을 굴리며] '석세서'들의 필수 항목으로

 

어렵게 선정해 초빙한 교수님들이고요

 

게다가 내일 스케줄 시작이 05시부터여서

 

조정이 어렵습니다

 

열여덟이에요, 나

 

아직 고등학생이고

 

새벽부터 시작해서

 

다시 새벽까지 [한숨]

 

아니, 하교 후에 숨 쉴 틈 정도는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여자] 피곤하고 힘드신 건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리안의 한숨]

 

[새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남자] 야, 우진아

 

엄마가 참 눈치가 없다

 

아빠가 대권 도전하려면

 

주신그룹 후계자한테 잘 보여야 되는데

 

- [우진 부가 웃으며] 고작 - [옅은 웃음]

 

이 미역국이 웬 말이냐, 이게

 

리안이가 먹고 싶대서 끓인 거거든요

 

[우진 부의 웃음]

 

리안이 미역국 좋아해요

 

맛있게 잘 먹을게요

 

[멋쩍어하며] 아, 우리는 그만 나가야겠지?

 

- [우진 부] 아! - [함께 웃는 소리]

 

엄마 그렇게 센스 없지 않아, 아들

 

맛있게 잘 먹고 가요, 리안 군

 

[리안] 네,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탁 문 닫히는 소리]

 

[옅은 한숨]

 

[쩝 입소리]

 

그냥 미역국인데 [한숨]

 

우리 집에서는 왜 이런 맛이 안 날까?

 

[우진] 너희 집에 톱급 셰프들 다 모여 있는데

 

너희 집에서 안 나는 맛이 어디 있어?

 

야, 있어

 

뭐랄까, 따뜻한 맛?

 

평범한 집에서 먹는 음식

 

뭐 그런 맛

 

[쩝 입소리] 그런 게 없어 우리 집 음식에는

 

자주 와서 먹어, 그럼

 

나도 효도 좀 하게

 

우리 어머니, 아버지 엄청 좋아하실걸

 

[옅은 웃음]

 

친구밖에 없네

 

앞으로는 나도 여기 와야겠다 [옅은 한숨]

 

[감미로운 음악]

 

[리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같이 있는 게 너무나도 당연했거든

 

재이랑 난

 

함께 있는 시간, 공간

 

그게 우리한테는 따뜻함이고

 

편안함이고 안도감이었고

 

그래서 요즘 난

 

계속 뭘 잃어버린 사람처럼

 

계속 불안하고 허전한데

 

[들이마시는 숨소리]

 

아니, 근데 정재이는 괜찮나?

 

그 불안덩어리 겁쟁이가?

 

아니 [한숨]

 

그럴 리가 없거든

 

너 괜찮아?

 

먹자

 

[달그락거리는 소리]

 

[식기 부딪는 소리]

 

[우진] 자

 

- [옅은 웃음] - [식기 부딪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재이 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는

 

표적들도 알아

 

곧 총알이 자기 몸을

 

뚫고 지나갈 거라는 걸

 

뭐가 먼저냐의 차이지

 

둔하게 서 있다 죽느냐

 

기민하게 죽음을 피하느냐

 

[딸깍]

 

그때 보이는 눈빛

 

죽기 직전 혹은 살기 직전의 그 눈빛

 

[허허 웃으며] 그게 참 짜릿하고

 

오묘하다는 말이야 [허허 웃는 소리]

 

[재혁] 저도요, 아빠

 

잽싸게 도망치는 걸

 

딱 맞혔을 때

 

[웃으며] 아드레날린이 확 솟구치는 거 같아요, 네

 

아빠는 그래서 사냥이 재밌는데

 

재이 넌 어떠니?

 

[재이] 전

 

그냥…

 

[재이 부] '불쌍하다' '측은하고 가엽다'

 

- 뭐 그 비슷한 감정인가? - [철컥 채우는 소리]

 

[긴장감 도는 음악]

 

그 장학생이라는 아이 말이다

 

사냥터에서 쫓기고 도망치는

 

짐승들을 볼 때 느끼는

 

그 불쌍한 측은지심 같은 거

 

[딸깍]

 

[후 입바람 소리] 그게 아니면 아빠는 이해가 안 가는데

 

[재혁의 킥킥대는 웃음]

 

'장학생'

 

아니

 

누가 그 여자 딸 아니랄까 봐

 

[비웃으며] 천박한 년들끼리 통하는 게 있나 보지?

 

[헛웃음을 뱉으며] 아, 진짜

 

[웃는 소리]

 

[코웃음]

 

[재이 부] 재혁아

 

네, 네, 아빠

 

[힘겨운 소리]

 

[재이 부] 터진 입구녕이라고 이 새끼가

 

네가 떠들 만한 말은 아니잖아

 

어? 그래, 안 그래?

 

[재혁의 힘겨운 소리]

 

[재혁의 아파하는 소리]

 

[재이 부] 나가

 

 

[멀어지는 발소리]

 

[깊은 한숨]

 

[탁 문소리]

 

동정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불쌍한 장학생에 대한 측은지심일 뿐이었는데

 

그게 애들 사이에서 와전됐나 봐요

 

그 하찮은 동정심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배울 만큼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왜?

 

지난번 그 아이 일로는 부족했나?

 

[긴장감 고조되는 음악]

 

죄송해요

 

그만하면 오래 다녔어

 

주신이랑 재율그룹 앙숙이다 뭐다 하는 가십도

 

어지간히 사그라들었고

 

준비되는 대로

 

뉴욕으로 들어가

 

[계속되는 음악]

 

[한숨]

 

[재혁] 누나

 

[한숨을 뱉으며] 진짜 짜증 나게

 

내가 누나 때문에 또 [한숨]

 

처맞았네

 

사리 분별 못 하고 함부로 떠드는

 

네 입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 누나 소리 입 밖에 좀 내지 마

 

진짜 소름 돋으니까

 

[헛웃음을 뱉으며] 뭐?

 

뭐?

 

소름?

 

[음악이 멈춘다]

 

[어이없는 웃음] 진짜

 

와! [기가 찬 소리]

 

[비꼬며] 와, 아주 당당하네, 응?

 

[긴장되는 음악]

 

잊지 마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누나

 

내가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네가 어디다 사인했는지

 

[음산한 효과음]

 

[멀어지는 발소리]

 

[음악이 멈춘다]

 

[학생들의 대화 소리]

 

[옅은 웃음]

 

- [뛰어오는 발소리] - [헤라] 김리안!

 

같이 가자

 

뭐 먹을래, 오늘?

 

역시 윤헤라

 

확실한 생존 전략

 

생존 전략?

 

지금 이 상황에 재이랑 단독으로 부딪쳐 봐

 

그대로 굿바이 이승 확정인데

 

- [씁 숨소리] 리안이 옆에 - [바다의 호응]

 

찰싹 붙어서 쉴드 제대로 치는 거지

 

[깨닫는 소리]

 

[서정적인 음악]

 

[들이마시는 숨소리]

 

[재이] 사과하려고 불렀어

 

그날

 

아빠 때문에 당황했을 거 같아서

 

[헤라] 재이 남자 친구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하] 안녕하세요

 

강하라고 합니다

 

[묵직한 효과음]

 

[속삭이며] 이건 뭔데

 

[말소리가 울리며] 여기서 함부로 입을 열지?

 

[묵직한 효과음]

 

[하] 에이, 그 얘기면

 

그 정도 일은 나한테 타격감 제로야

 

그동안 주신에서 너무 당해 가지고

 

면역이 생겼달까

 

[감미로운 음악]

 

아무튼 고마워

 

고맙다니?

 

[하] 그동안 나한테 잘못한 사람은 진짜 많은데

 

그걸 인정하고 사과한 사람은

 

주신에서 재이 네가 처음이거든

 

[옅은 웃음]

 

앞으로는 피해

 

학교 안에서 누가 너한테 잘못을 하든

 

못된 짓을 하든

 

부딪치지 말고 그냥 피해

 

재이야

 

아직도 김리안 좋아해?

 

뭐?

 

좋아하는 거면

 

왜 헤어지고 도망치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

 

꼭 그래야 하는 무슨 이유가 있어?

 

같이 있으면 안 되는

 

특별한 이유 같은 거

 

얘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넘지 말라고

 

[웃는 소리]

 

나도 너 웃는 얼굴 보고 싶어

 

그러니까

 

앞으로 가짜 말고 진짜 할래?

 

김리안이 아니라

 

내가 네 옆에 있을게

 

불안하지 않게

 

외롭지 않게

 

내가 재이 너

 

웃게 해 줄게

 

[웃는 소리]

 

[음악이 멈춘다]

 

[인한] 너무 불안해하지 마

 

내가 도울게

 

재이 네 옆에 있을게

 

[옅은 웃음]

 

[재이] 이상하게

 

비슷해

 

[감성적인 음악]

 

[옅은 한숨]

 

진짜든 가짜든

 

아무 의미 없어, 나한테

 

의미가 없다니?

 

말해도 넌 이해 못 해

 

내가 너랑 다른 장학생이라서?

 

[재이] 아니

 

난 너랑 나 다르다고 생각 안 해

 

근데

 

내 생각이 어떻든, 어떤 마음이든

 

그런 건 상관없는 세상 속에서 살아, 난

 

아니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돼

 

적어도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살아남아야 된다니?

 

[재이] 이해 못 할 거라고 했잖아

 

오늘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할게

 

[음악이 잦아든다]

 

저희 어때요, 교장 쌤?

 

잘 어울려요?

 

전 못 본 걸로 하겠습니다

 

[교장의 깨닫는 소리] 리안 군

 

어머님께서 친히

 

학교 행사에까지 참석해 주셨는데

 

인사가 미흡했습니다

 

걸음 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직접 하세요

 

평소에 하시던 대로

 

 

[어이없는 한숨]

 

누가 어른이고 윗사람인지

 

[우진] 힘 있는 사람

 

[다가오는 발소리]

 

어?

 

[탁 창문 닫히는 소리]

 

[우진의 한숨]

 

[우진] 나이

 

성별

 

직책을 불문하고

 

힘 있는 사람이 윗사람이 된 지가 언제인데

 

주신에서 아직도 그걸 모르면 어떡하지?

 

한지수 선생님

 

- [멋쩍은 웃음] - [메시지 진동음]

 

[헤라] 알았어, 라운지로 와

 

점심 챙겨서 먹어

 

나 애들이랑 먹기로 했어

 

사랑 아니지, 나?

 

[불안한 음악]

 

너한테

 

질투?

 

[우진의 씁 들이마시는 숨소리]

 

그건 대상이 불분명하고

 

사랑?

 

둘 중 뭐예요, 쌤?

 

[지수] 누구야?

 

이우진 마음속에 있는 여자는?

 

[계속되는 불안한 음악]

 

[탁 집는 소리]

 

이따 스튜디오에서 봐

 

[여학생1] 너 이지현이랑 사귀지?

 

- [여학생2] 쌤, 안녕하세요 - [여학생3] 안녕하세요

 

[지수] 응

 

[여학생3] 야, 저 가방 뭐야?

 

- [여학생4] 아니야 - [여학생1] 맞잖아, 너희 삘이…

 

- [지수의 콧노래] - [남학생들] 안녕하세요

 

- [여학생4] 비밀인데 - [여학생1] 맞지? 맞지, 맞지?

 

[흡족한 웃음]

 

[지수의 아파하는 탄성]

 

[지수의 옅은 한숨]

 

[지수] 재이야?

 

[남학생들의 대화 소리]

 

[지수] 부딪혔을 때는 미안하다는 인사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교사와 제자 간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학칙 제8항이잖아

 

존중

 

해야 하나요?

 

혹시 상담이나 도움 같은 게 필요할까?

 

상담이요?

 

[빈정대며]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예민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그 장학생 강하랑 어울려 다니는 것도 그렇고

 

[미묘한 음악]

 

재이 너

 

요즘 부쩍 불안하고 위험해 보여

 

선생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와

 

우리 모두 큰 파도를 한 번 겪었잖아

 

다시는 그런 비극

 

생겨서는 안 되고

 

에르메스 버킨 백

 

저보다는 선생님이

 

더 위험하고 불안할 거 같은데요

 

[멀어지는 발소리]

 

[새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놀란 숨소리]

 

주원아

 

이 시간에 네가 여기 웬일이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 집…

 

카드 키를 두고 왔…

 

[교장] 그거 없어도 비밀번호로 열리잖아, 도어록은

 

[당황한 숨소리]

 

맞다

 

[주원의 떨리는 숨소리]

 

저, 그, 독서실에 늦어서

 

그만 가볼게요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주원] 평균 변화율을 실질적인 수치로

 

- 어떻게 표현하냐면 - [윙 스피너 도는 소리]

 

x 증가량은 b에서 a를 빼면

 

이게 델타 x값이 되는 거지

 

- [태호] 고마워 - [계속되는 스피너 도는 소리]

 

여기서부터는 내가 풀어 볼게

 

태호 너

 

주신에 오기 전에 미국에만 있었댔지?

 

 

그럼 한국에 따로 친구도 없었겠네?

 

응, 뭐, 그렇지

 

[메일 알림음]

 

"메일 - 만하임 대학교"

 

- [탁 스피너 멈추는 소리] - 만하임?

 

미국이나 영국으로 안 가고?

 

다들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니까

 

난 좀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어서

 

주신 애들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거구나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태호 넌 여기 애들하고 좀 달라

 

내가?

 

[주원] 재율호텔 아들인 네가

 

나 같은 이끼를 상대해 주는 것도 그렇고

 

그 장학생

 

강하랑도 친하잖아

 

누가 그래?

 

[미묘한 음악]

 

[당황한 소리]

 

내가 그딴 장학생 새끼랑 친하다고?

 

[주원] 나 봤어

 

너랑 강하 버거집에 같이 있는 거

 

[태호가 당황하며] 그, 그게 무슨…

 

[주원] 걱정 마

 

나 입 무겁잖아

 

소문 안 내

 

[주원] 근데 강하 걔…

 

볼수록 죽은 인한이랑 좀 닮지 않았어?

 

[점점 커지는 휭 돌아가는 소리]

 

[메시지 알림음]

 

[계속되는 미묘한 음악]

 

[계속되는 발소리]

 

[학생들의 대화 소리]

 

[영상 속 시끌벅적한 소리]

 

- [영상 속 퍽 때리는 소리] - [영상 속 남학생1의 신음]

 

[영상 속 찬민] 야, 너 돌았냐?

 

너 돌아이야? 이 씨발!

 

네가 뭔데 씨발 재이랑 같이 있어? 어?

 

- 어? - [시끌벅적한 소리]

 

대답 안 해? 대…

 

야, 이 새끼 이름 뭐라고?

 

- [남학생2] 강인한? - [찬민] 강인한?

 

- 야, 네가 그렇게 강인해? - [어두운 음악으로 변주된다]

 

- 개새끼야 - [스산한 효과음]

 

- 이 미친 새끼야! - [인한의 아파하는 탄성]

 

- 미친 새끼야 - [인한의 신음]

 

- [인한의 기침 소리] - 야

 

[찬민의 신난 탄성]

 

[계속되는 시끌벅적한 소리]

 

[잔 부딪는 소리]

 

[음산한 음악]

 

[고조되는 음악]

 

[헤라] 꼭 이렇게 구질구질한 데를 좋아하더라

 

- 너희 장학생들은 - [음악이 잦아든다]

 

고맙다는 인사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니니?

 

인사라니?

 

[헤라] 이 동네에서도 웬만한 성골 아니면

 

눈도 못 마주치는 분이야 재이 아버지

 

그런 분한테

 

내 덕분에

 

정식으로 인사까지 했잖아

 

[하] 너 그거 재이 곤란하게 하려고 한 짓이잖아

 

근데 미안하다고는 못할망정

 

인사?

 

미안할 건 내가 아니라 너지

 

결국 따지면 재이가 곤란해진 건

 

너 때문이잖아

 

네가 재이 옆에 알짱거려서

 

[헤라] 재밌는 얘기 하나 해 줄까?

 

옛날에 꼭

 

댕댕이 너 같은 애가 하나 있었거든?

 

걔도 재이랑 친했고

 

근데 걔가 결국 어떻게 됐을까?

 

[불안한 음악]

 

너도 들은 적 있지?

 

김리안 때문에 죽었다는 장학생

 

리안이?

 

리안이 주신그룹 후계자야

 

고작 장학생 따위를 리안이가 뭐 하러?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난 차라리

 

재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두운 음악]

 

재, 재이 때문이라니?

 

[헤라] 재이가 준 게 동정이었든 연민이었든

 

걔는 받지 말았어야 돼

 

그랬으면

 

이 비극적인 사고까지는 없었을지도 모르지

 

재이가 죽인 거야

 

그 장학생

 

[스산한 효과음]

 

이건 남의 일이 아니야, 댕댕이

 

너라고 뭐 다를까?

 

장학생이 우리 사이에 끼면 항상 문제가 생겼어

 

근데 그 끝이 파국이든 불행이든

 

그건 우리 애들한테 안 와

 

전부 너희한테 가지

 

[분한 숨소리]

 

나한테 이런 얘기 하는 이유가 뭔데?

 

걱정?

 

걱정이라고 해 둘까?

 

우리는 같은 비극을 또 겪고 싶지는 않거든

 

[멀어지는 발소리]

 

[시계 소리 효과음]

 

[한숨]

 

[계속되는 시계 소리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시계 소리 효과음이 멈춘다]

 

[계속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화면 전환 효과음]

 

[남학생] 자, 따자, 따자 리바 따자

 

[여학생] 우진이 파이팅!

 

[학생들의 환호성]

 

[포효하는 탄성]

 

[화면 전환 효과음]

 

- [화면 전환 효과음] - [예지] 아니, 오늘

 

진짜로 쇼핑 가야 돼

 

- [헤라] 왜? - [휴대폰 촬영음]

 

나 어제 퍼스널컬러 진단받았잖아

 

[헤라] 뭔데?

 

- 뭘 거 같아? - [휴대폰 촬영음]

 

- 여름? - 겨쿨 아님?

 

- [예지] 여름, 여름 - 맡아봐

 

[예지] 야, 나 그래서 화장품 바꿔야 돼

 

[헤라] 좋지?

 

[화면 전환 효과음]

 

[속삭이는 소리]

 

[화면 전환 효과음]

 

[고조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어렴풋한 교사의 말소리]

 

[시계 소리 효과음]

 

[계속되는 교사의 말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 [교사의 스페인어 말소리]

 

[키패드 두드리는 소리가 울린다]

 

- [메시지 진동음] - [키패드 소리가 멈춘다]

 

[누군가 변조된 음성으로] 타임 리밋이 걸렸네?

 

- [긴장되는 음악] - [시계 소리 효과음이 멈춘다]

 

뉴욕으로 쫓겨난다며?

 

좀 더 재밌게 놀고 싶었는데

 

이제 시간이 없어서

 

- 안 되겠네 - [재이의 가쁜 숨소리]

 

- [강조하는 효과음] - [재이의 가쁜 숨소리]

 

[스산한 효과음]

 

[재이의 불안한 숨소리]

 

[재이의 가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 [깔깔 웃는 소리가 울린다] - [키패드 두드리는 소리]

 

[연신 울리는 메시지 알림음]

 

- [계속되는 깔깔 웃는 소리] - [계속되는 키패드 소리]

 

- [음산한 효과음] - [재이의 거친 숨소리]

 

[고조되는 긴장되는 음악]

 

[멀어지는 발소리]

 

[옅은 웃음]

 

[키패드 두드리는 소리]

 

[재이의 옅은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하] 재이야

 

- [재이의 놀란 숨소리] - 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정재이!

 

[탁 부딪는 소리]

 

그냥 두지?

 

이게 다 너 때문인 거 같은데

 

나 때문이라니

 

안 그래도 불안이 많은 애야

 

근데

 

정재이 옆에 너 같은 장학생 같은 게

 

있다는 것까지 아셨잖아

 

재이 아버님이

 

어떤 압박을 받았을지

 

그것 때문에 어떤 불안감에 시달릴지

 

우리가 뭘 견디고 사는지

 

짐작조차 못 하나 본데

 

[의미심장한 음악]

 

하기는

 

너희들이 알 리가 없지

 

이 지긋지긋한 장학생 새끼들

 

[하] 이런 눈으로 봤겠구나

 

우리 형도

 

[리안] 그거 알아?

 

번번이 유해하다 못해 위협이야

 

항상 너희들이 망쳐 놔

 

재이를

 

[발소리]

 

[윤석] 야, 야, 야

 

리안아, 리안아, 리안아

 

아, 왜 이런 걸 직접 만져

 

놔둬, 우리가 할게, 어?

 

[남학생] 그래, 리안아 우리가 할게

 

[윤석] 놔둬, 놔, 놔, 놔, 놔

 

야, 이 씨, 너 어디 가냐?

 

이리 안 와?

 

[하] 아, 너희들 진짜 무섭다

 

아, 이러다 나까지 험한 꼴 당하는 거 아니지?

 

아, 왜

 

그, 너희들이 죽였다는 그 장학생처럼

 

[고조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헛웃음]

 

[어이없는 소리] 표정들이 왜 그래?

 

[능청스럽게] 아!

 

주신에서

 

그것도 김리안 앞에서 이 얘기 금기였던가?

 

강하

 

[음악이 잦아든다]

 

너 누구야?

 

[흥미로운 음악]

 

[고조되는 음악]

 

[삑 버저음]

 

- [남자] 파라드, 리포스트, 투슈 - [삐 신호음]

 

[가쁜 숨소리]

 

프레

 

알레

 

- [포효하는 탄성] - [삑 버저음]

 

[짜증 난 탄성]

 

[삐 신호음]

 

프레

 

알레

 

[힘주는 소리]

 

- 아타크, 투슈 - [삑 버저음]

 

- 포인트 - [삐 신호음]

 

프레, 알레

 

- [힘주는 소리] - [삑 버저음]

 

아타크, 투슈

 

- 포인트 - [삐 신호음]

 

[우진의 가쁜 숨소리]

 

[리안] 어

 

[음악이 잦아든다]

 

[우진의 힘주는 소리]

 

[우진의 가쁜 숨소리]

 

장학생 신상 좀 알아봐 줄 수 있지?

 

그건 갑자기 왜?

 

[리안] 장학생 주신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입으로는 무섭다

 

뭐 잘 보이겠다 지껄이면서

 

틈만 나면 서슴없이 나한테 달려들었어

 

꼭 무서울 게 없는 인간처럼

 

아, 뭐, 그랬던 것도 같네, 어

 

인간이 겁을 상실하는 데는

 

항상 그만한 이유가 있거든

 

갑자기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져서

 

[재즈 음악이 작게 흘러나온다]

 

사과하라고 부른 거 알아

 

근데 나 안 할 거야

 

받을 생각 없어

 

하나 마나 한 네 사과 같은 거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거 어떻게 됐어?

 

[기가 찬 한숨]

 

[헤라] 이 와중에 심부름시킨 거 확인하려고 부른 거야?

 

학교 안에 있어

 

너한테 익명으로 다이렉트 보낸 사람

 

발신지가 주신고야

 

이제 됐지?

 

이게 내가 친구로서 너한테 주는 마지막 호의야

 

지금부터

 

나 너랑 친구 안 해

 

어차피 너도 나 친구로 생각 안 했잖아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는데

 

괜찮은 척, 친구인 척

 

같이 붙어 다니는 것도 너나 나나 별로고

 

그래서?

 

이제 친구도 아니니까 홀가분하게 얘기할게

 

나 리안이 좋아해

 

아, 나 진부하고 유치해서

 

이 대사는 진짜 하기 싫었는데

 

내가 먼저였어

 

리안이 좋아한 거

 

킨더 때부터야

 

그동안은 재이 너랑 친구여서

 

베프니까 내가 참고 양보했어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거고

 

[옅은 한숨]

 

리안이…

 

내가 가질 거야

 

그래, 그럼

 

나보다는

 

그게 낫겠네

 

표정이 왜 그래?

 

뭐, 내가 열받아서 뺨이라도 한 대 올려 칠 줄 알았어?

 

생각 같아서는

 

그보다 더한 짓도 할 만큼 화가 나는데

 

네 입으로 우리는

 

친구도 아니라며

 

그럼 피차 화낼 이유도

 

싸울 자격도 없지, 이제는

 

[멀어지는 발소리]

 

[떨리는 숨소리]

 

[철컥 문 열리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어린 헤라] 재이야 우리 '하나, 둘, 셋' 하면

 

- 같이 뛰어내리자 - [부드러운 음악]

 

[어린 재이] 알았어, 헤라야

 

[어린 헤라, 어린 재이] 하나, 둘, 셋

 

[어린 헤라, 어린 재이의 웃음]

 

[어린 재이] 헤라야

 

[어린 헤라] 재이야

 

찍을 거야

 

너 하는 거 찍을 거야, 찍고 있어

 

[헤라, 재이의 웃음소리]

 

[헤라] 아니, 우리 이거 하는 거 안 찍었어

 

[재이] 짠

 

[헤라, 제이의 탄성과 웃음]

 

[계속되는 부드러운 음악]

 

[훌쩍이는 소리]

 

[헤라] 아, 왜 이래?

 

아, 왜 우는데, 나

 

[헤라 부] 헤라 내년이면 졸업이야

 

[절박한 말투로] 어떻게 좀 안 될까?

 

그럼 김 대표네 둘째랑 같이 유학을 보내도 되고

 

그 집 둘째가 우리 헤라한테

 

관심 있어 했던 건 알지?

 

회사 넘어가기 직전이라 그래

 

김 대표네 정도면

 

[소리치며] 주신이랑 연결도 가능하잖아!

 

[헤라가 깊은숨을 내쉬며] 지금부터 생존이야, 윤헤라

 

정신 똑바로 차려

 

[음악이 멈춘다]

 

[재이 부] 뉴욕 들어가면 같이 생활하게 될 텐데

 

박 회장 장남이랑은 안면이 있어?

 

아니요

 

얘기만 들었어요

 

직접 만난 적은 없고요

 

오늘 자리 표면적으로는

 

너희 둘 인사 자리지만

 

박 회장이랑 재율그룹 전기 차 이슈 관련해서

 

주고받아야 할 문제가 있어

 

네 일이다 생각하고

 

분위기 봐가며

 

차질 없게 처신해

 

 

[멀어지는 발소리]

 

[우진]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장학생 생활기록부 좀 볼 수 있을까?

 

[옅은 웃음]

 

[지수] 알았어

 

챙겨둘게

 

[옅은 한숨]

 

[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

 

특별한 건 없던데?

 

[리안] 응

 

그러네

 

근데 왜 이 쌔한 기분이

 

사라지지를 않지?

 

뭐 그래 봤자 장학생인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 써?

 

그러니까 [옅은 한숨]

 

왜 이렇게까지 신경이 쓰일까?

 

[쩝 입소리] 익명 계정으로

 

그냥 이 동영상만 왔다는 거지?

 

[하] 응

 

누굴까?

 

이거 분명 알고 보낸 거야

 

내가 누구 동생인지

 

윤헤라는 형 사고

 

김리안이 아니라 재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대

 

윤헤라가?

 

갑자기 그런 얘기를 왜…

 

근데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걔들 다 공범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니야

 

아, 내가 본 재이는 걔들하고 달라

 

다르다니?

 

김리안, 윤헤라처럼 이기적이고 못된 애 아니야, 재이는

 

[떨떠름한 한숨]

 

[미묘한 음악]

 

[박 회장] 두 사람 이렇게 함께 있으니

 

너무 잘 어울리네요

 

[박 회장의 허허 웃는 소리]

 

- [재이 부] 선남선녀라는 말이 -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럴 때 쓰는 거였네요

 

[허허 웃는 소리]

 

아참, 그날은 내가 미안했어요

 

리안 군이랑 괜한 오해를

 

미안해요, 재이 양

 

별말씀을요

 

[재이 부] 워낙 말들이 많은 동네라

 

괜한 심려 끼쳤습니다

 

우리 선준 군도

 

좀 이해해 줘요

 

[선준] 이해를 하고 말고 할 게 있나요?

 

다 비슷한 친구들끼리 그렇게 어울리다 보면 뭐

 

그런 얘기 나돌 수도 있죠

 

전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그, 큰일 할 친구라 다르네

 

[웃는 소리]

 

재이 양 수속 마치고

 

뉴욕 들어오면 제가 옆에서 많이 챙기겠습니다

 

우리 졸업하면

 

바로 약혼식부터 하죠?

 

대학은 뭐 같이 다니면 되니까

 

[박 회장이 허허 웃으며] 내 살다 보니

 

이 천하태평인 녀석이 서두르는 걸 다 보네요

 

[허허 웃는 소리]

 

[선준] 아이, 뭐, 어차피 할 건데

 

미뤄서 좋을 거 없잖아요

 

게다가

 

이 동네에서는 뭐 다 비슷한 집안끼리 만나서

 

사실 예쁘기까지만 하면

 

그거야말로 퍼펙트인데

 

그 퍼펙트가 지금

 

제 눈앞에 앉아 있네요

 

[웃음] 놓치기 전에 잡아야죠

 

[박 회장의 허허 웃는 소리]

 

[박 회장] 혹여 둘이 잘 안 맞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제가 [옅은 웃음]

 

드시죠

 

많이 들어요, 재이 양

 

 

[물소리]

 

[선준] 재이 씨

 

아까 신경 안 쓴다는 말 진짜예요

 

- [메시지 진동음] - [선준의 옅은 웃음]

 

이 동네 결혼이라는 게

 

- 윈윈하자고 하는… - [스산한 효과음]

 

[누군가 변조된 음성으로] 이거 기억나?

 

[선준] 전략 같은 거잖아요

 

그래도 결혼하고 갇혀 지내면 답답할 텐데

 

고딩 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와요

 

[누군가 변조된 음성으로] 김리안은 알아?

 

[선준] 나는 이해하니까

 

[미스터리한 음악]

 

강아지 좋아해요?

 

아, 뉴욕 집에 개가 많아 가지고 [옅은 웃음]

 

[스르륵 문 열리는 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철컥 문소리]

 

- [재이의 옅은 한숨] - [긴장되는 음악]

 

[재이의 불안한 숨소리]

 

[누군가 변조된 음성으로] 아니, 이 사실을 알아야 될 사람이

 

김리안은 맞아?

 

[재이의 떨리는 숨소리]

 

[옅은 한숨]

 

[고조되는 음악]

 

[불안한 숨소리]

 

[계속되는 불안한 숨소리]

 

[선준의 말소리가 울리며] 재이 씨

 

[강조하는 효과음]

 

[리안] 이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하] 김리안이 아니라 내가

 

- 재이 너 웃게 해 줄게 - [인한] 너무 불안해하지 마

 

내가 도울게

 

[선준이 질색하며] 아, 씨발!

 

진짜, 미친년이!

 

아, 씨

 

아, 씨발

 

[깊은숨을 내쉰다]

 

[깊은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강조하는 효과음]

 

[쿵 소리가 울린다]

 

[교사] 셰익스피어 소네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죠?

 

소네트 18번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당신을 여름날에 비교해도 될까요?'

 

알다시피 셰익스피어는 400년 전 사람이에요

 

그만큼 지금은 쓰지 않는

 

그 시절의 고어적 표현이

 

이 시에도 많이 나타나고 있죠

 

이 시는 또한 '아이엠빅 펜태미터', 즉

 

- 약강 5보… - [서정적인 음악]

 

[들이마시는 숨소리]

 

[계속되는 서정적인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녕?

 

[선우] 데이트해 주기로 한 약속 지켜요

 

[헤라] 당연하지

 

내 성격 몰라?

 

그만 가 봐

 

[재혁의 당황한 한숨] 선우가 부탁해서 나오기는 했는데

 

누나가 날 왜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웃음]

 

너랑

 

친해져 볼까 해서

 

[어이없는 웃음] 누나…

 

누나 저 잘 모르시잖아요 [웃음]

 

잘 알지

 

적어도 네가

 

네 누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정도는?

 

[미묘하게 깨닫는 소리]

 

- [남학생] 어 - [여학생] 파티할 건데 올래?

 

- [남학생] 아니 - [여학생] 시후도 되면…

 

- [남학생] 직접 말해, 왜, 야 - [여학생] 네가 물어봐, 빨리

 

[리안의 한숨]

 

며칠째 연락도 안 받고

 

학교까지 안 나오는 이유가 뭐야?

 

대답할 줄 몰라?

 

무슨 일인 거냐고 묻잖아

 

무슨 일이든 재이 일이야

 

내가 그걸 왜 너한테

 

대답해야 되는데?

 

[깊은 한숨]

 

모르는구나, 너도

 

[멀어지는 발소리]

 

[스르륵 문소리]

 

[감각적인 음악]

 

유배당했대

 

유배?

 

[헤라] 공성그룹 선준 오빠네랑

 

저녁 자리가 있었나 봐

 

근데 거기서 뭐 어쨌다더라?

 

뭐, 아무튼 망쳤대

 

그래서 분노한 재이 아버지가

 

학교고 뭐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눈앞에서 치워라

 

별장으로 처박았대

 

그 유배 끝나면

 

재이 뉴욕으로 끌려갈 거야

 

- [달그락 소리] - 뉴욕?

 

이렇게 갑자기?

 

[헤라] 야

 

너 재이 별장에 있다는 얘기 리안이한테 하기만 해

 

나 지금 화력 최고야

 

방해하면 누구든 가만 안 둬

 

[우진] 방해라니

 

너 또 무슨 짓 하려고?

 

[헤라] 나 오늘 어때?

 

예뻐?

 

[헛웃음을 뱉으며] 갑, 갑자기?

 

아, 그게 무슨 소리야?

 

[고조되는 감각적인 음악]

 

[흡족한 웃음]

 

예쁜 거 맞네

 

이 정도 반응이면 되겠다

 

확인해 줘서 고마워, 이우진

 

[계속되는 감각적인 음악]

 

[기가 찬 탄성]

 

- [음악이 잦아든다] - [통화 연결음]

 

[미묘한 음악]

 

[휴대폰 진동음]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

 

[계속되는 미묘한 음악]

 

[통화 연결음]

 

[한숨]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헤라] 비성로 186 재이 있는 별장 주소야

 

유배당해 있다는데

 

이럴 때는 남친이 가서 위로하는 게 맞지

 

[띵동 초인종 소리]

 

[계속되는 미묘한 음악]

 

[휴대폰 진동음]

 

[계속되는 휴대폰 진동음]

 

[우진의 한숨]

 

[계속되는 미묘한 음악]

 

[탁 차 문 닫히는 소리]

 

[깊게 숨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 [떨리는 숨소리] 재이야 - [음악이 잦아든다]

 

여기가 어디라고 와?

 

[삑 도어록 조작음]

 

[도어록 작동음]

 

[멀어지는 발소리]

 

[하] 걱정했어

 

연락도 안 되고 갑자기 학교도 안 나오고

 

왜 이런 데 와 있어?

 

말해 줘, 무슨 일인지

 

내가 너 어떻게 도와야 되는지

 

 

네가 도울 수 있는 거 없어

 

[하] 아니

 

도울 수 있어

 

그게 뭐든

 

너 혼자보다는 내가 옆에서 돕는 게 나아

 

[한숨]

 

왜 자꾸 밀어내기만 해

 

너 힘들어서 쓰러질 것 같잖아

 

죽을 것처럼 힘들어 보이는데

 

계속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내기만 하면

 

어떡할 건데?

 

[한숨]

 

[재이] 놔

 

못 놔

 

- [의미심장한 음악] - 나 뭐가 됐든

 

네 옆에 있을 거야

 

[깊은 한숨]

 

[절규하며] 놔, 좀 제발!

 

네가 뭘 해 줄 수 있는데?

 

협박당하고 있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말해 봐

 

네가 뭘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데?

 

협박?

 

누구한테?

 

아니, 네가 왜?

 

무슨 잘못을 했다고 협박을 당해?

 

[들이마시는 숨소리]

 

죽였거든

 

뭐?

 

[울먹이는 숨소리]

 

내가 죽였다고

 

[하의 당황한 숨소리]

 

[계속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김리안

 

갑자기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는

 

할 얘기 있어서

 

생각해 봤는데

 

나한테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밖에 없더라고

 

그것도 몹시 나랑 안 어울리는 카드기는 한데

 

카드?

 

재이 박 회장 아들이랑 뉴욕 간대

 

배 떠났다는 얘기야

 

지금 별장에 있어

 

거기 있다 준비 마치면 곧바로 뉴욕으로 간대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 김리안

 

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재이 뉴욕행? 그거 못 막아

 

[한숨]

 

새로 시작하자, 나랑

 

[사락 종이 소리]

 

나 너 좋아해

 

아니, 사랑해, 김리안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사락 종이 소리]

 

정식으로 시작하자, 우리

 

[묵직한 효과음]

 

[고조되는 음악]

 

재이

 

[깊은숨을 내쉰다]

 

별장에 있는 거 확실하지?

 

[리안의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묵직한 효과음]

 

[계속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죽였다니

 

누구를?

 

[울먹이는 숨소리]

 

장학생

 

[깊은 한숨]

 

강인한

 

[옅게 울먹이는 숨소리]

 

[당황한 한숨]

 

[울먹이는 숨소리]

 

내가…

 

[음악이 잦아든다]

 

동생이야

 

[감성적인 음악]

 

네가 죽였다는 강인한이…

 

내 형이라고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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