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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너무 예의 없다고 생각 안 해?

 

아무리 내 고백이 너한테

 

[힘주어] 아무것도 아니었어도

 

이런 식으로 거절하는 건 아니지, 김리안

 

[분한 한숨]

 

너 내가 부탁했지

 

방해하지 말라고

 

방해하면 가만 안 있을 거라고

 

[들이마시는 숨소리]

 

가만히 안 있으면?

 

[헤라] 그럼 어디 한번 기대하고 기다려 봐

 

너희들이 내다 버린 예의

 

어디 한번 내가 제대로

 

- 내팽개쳐 볼 테니까 - [철컥 문 열리는 소리]

 

- [가쁜 숨소리] - [탁 문 닫히는 소리]

 

우진아

 

헤라 조심히 잘 데려다줘

 

나쁜 년

 

윤헤라

 

사라져 줄게

 

그게 먼저겠다

 

[멀어지는 발소리]

 

[철컥 차 문 열리는 소리]

 

[한숨]

 

[헤라] 나 더는 안 참아!

 

놔! 김리안 무례함 정재이 네 오만함!

 

[헤라의 서글프게 우는 소리]

 

나 더는 안 참아! [울음소리가 울린다]

 

[계속되는 잔잔한 음악]

 

[헤라의 말소리가 울리며] 아, 놔!

 

놓으라고!

 

[분한 탄성] 대체 넌 왜 날 말려?

 

선택해

 

정재이, 김리안이야, 나야?

 

어?

 

[말소리가 울리며] 선택하라고!

 

[음악이 잦아든다]

 

[의미심장한 음악]

 

[톡 치는 소리]

 

[톡 치는 소리]

 

[깊은 한숨]

 

[차 시동음]

 

[멀리 개 짖는 소리]

 

- [엔진 가속음] - [끼익 타이어 마찰음]

 

[음악이 잦아든다]

 

[잦아드는 차 엔진음]

 

- [탁 차 문소리] - [직직 꽁초 부비는 소리]

 

[멀어지는 차 엔진음]

 

[헤라 부] 왜 이렇게 늦었어 우리 딸

 

못 찾는 줄 알고 아빠 걱정했잖아

 

[옅은 한숨]

 

좀 불편하겠지만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

 

아빠가 그래도

 

우리 딸 생각해서

 

스위트룸으로 잡아 뒀어

 

초밥

 

사 가지고 올게

 

먼저 올라가 있어

 

- 여기 - [남자] 예

 

- [헤라 부] 안내 좀 해 주세요 - [남자] 예

 

[헤라 부] 아, 헤라야

 

아빠가 우리 딸 주말에 외출할 때 입으라고

 

원피스도 한 벌 사다 놨어

 

올라가면 그거부터 입어 봐

 

[끼익 문소리]

 

[남자] 편히 쉬세요

 

[끼익 문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사락 종이 소리]

 

[헤라 부] 다음에는 더 예쁜 옷으로 사 줄게

 

[사락 종이 소리]

 

[한숨]

 

[리안] 여기 셰프

 

다른 호텔로 간다는 거 내가 간신히 붙잡아 뒀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정재이 너 이거 되게 좋아하잖아

 

[옅은 웃음]

 

강하한테 사과해

 

[옅은 한숨]

 

걔한테 그런 걸 할 만할 일을 내가 했던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학교 안에서 너로 인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질서와 폭력이 있었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게 다 내 탓이야?

 

[재이] 강하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왜 그러는지

 

난 충분히 이해해

 

우리 둘 다 인한이 일에 책임 있어

 

난 리안이 네가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어

 

[리안] 망치지 말지

 

이렇게 앉아서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간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아서

 

제법 괜찮거든

 

오늘 내 기분이

 

어려운 거 아니잖아

 

사과

 

할 줄 몰라

 

어떻게 하는지도, 해 본 적도 없고

 

[다정한 말투로]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같이 먹는 저녁 되게 오랜만이잖아

 

맛있게 먹자, 재이야

 

- [한숨] - [식기 부딪는 소리]

 

[톡톡 끄적이는 소리]

 

[어렴풋한 새소리]

 

[깊은숨을 내쉰다]

 

[다가오는 발소리]

 

[우진 모] 어째

 

공부하고 있던 표정이 아니네

 

[우진] 아, 이 스케치…

 

예, 스케치하고 있었어요

 

아빠가 드디어

 

결심을 굳히셨다네

 

아, 대선이요?

 

전폭적인 서포트는

 

재율그룹에서 받을 수 있을 거 같고

 

주신이 아니라

 

재율그룹에서요?

 

[의미심장한 음악]

 

[묵직한 효과음]

 

아직 어디서도 몰라

 

뭐예요, 그게?

 

재율그룹 장녀가 미국에서

 

산부인과를 다녔다는 증거

 

[한숨]

 

[계속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학생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주원] 강하야

 

[한숨]

 

가자, 애들 기다려

 

[한숨]

 

[지수] 위험한 취향 같은데

 

- [다가오는 발소리] - [음악이 멈춘다]

 

장학생들한테만 쏟는 재이 네 관심

 

나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번번이 결과가 나빴잖아

 

미국 안 가게 됐다고 들었어

 

그래서 더 걱정이 되네

 

담임으로서

 

학교가 또 들썩거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서 말이야

 

[재이] 내 취향이 뭐든

 

그거 걱정할 만큼

 

고상한 취향도 아니잖아요

 

선생님도

 

- [멀어지는 발소리] - [의미심장한 음악]

 

[옅은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뒤따라 멀어지는 발소리]

 

[남학생1] 맞서자니?

 

[하] 계속 이런 부당한 대우 당하면서

 

학교 다닐 수는 없잖아

 

[남학생2] 그런 걸 따지는 거 자체가 부당한 거 아니야?

 

재벌가 애들만 다니는 이런 학교에

 

돈 한 푼 안 내고 다니면서

 

언감생심 부당?

 

그래서?

 

'아, 당연한 대우구나'

 

감사라도 하면서 당할 생각이야?

 

[남학생3] 안 당하면?

 

방법은 있고?

 

증거를 모아야지

 

걔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거

 

그게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거

 

학교도, 선생님도 알려 주지 않을 거야

 

학교에는 기대하지 마

 

걔들 부모가 주신고에 행사하는 영향력을 생각해 봐

 

우리 때문에 학교가 걔들과 맞서 줄까?

 

[남학생2] 반장 말이 맞아

 

그리고 강하야, 너

 

솔직히 이러는 의도가 뭐야?

 

네 형 복수에 우리를 이용하려는 거 아니야?

 

맞아

 

그게 시작이기는 했어

 

지금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지금 참으면

 

앞으로도 계속

 

대학에 가고 어른이 돼서 아니, 평생을 참아야 돼

 

그래도 정말 상관없어?

 

바꾸려는 시도조차 안 했잖아

 

한번 해 보자

 

[흥미로운 음악]

 

[옅은 웃음]

 

[주원] 너랑 나

 

같은 생각, 같은 목표 가지고 있는 거 맞지?

 

만만치 않을 거야

 

걔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돼

 

우리가 걔들하고 직접 맞선다면 모를까

 

걔들하고 직접?

 

학교는 모든 걸 알고 있어

 

우리 일거수일투족 전부

 

그러니까 신중해야 돼

 

학교가 다 알고 있다니?

 

너 그 정보랑 애들 개인 영상들

 

그건 다 어디서 난 거야?

 

[고조되는 흥미로운 음악]

 

[마우스 클릭음]

 

[띠링 알림음]

 

[주원]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

 

그것보다는 너랑 내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꼭대기부터 부수자

 

정재이, 김리안 동영상부터 터트리는 거야

 

언론을 이용해도 좋고 SNS도 좋아

 

한 번에 무너질 거야

 

[한숨] 그건 안 돼

 

안 된다니?

 

너 진짜 정재이 좋아하는 건 아니지?

 

확실히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나랑 함께할 건지

 

아닌지

 

[통화 연결음]

 

[음악이 잦아든다]

 

[덜컥 문 열리는 소리]

 

- [통화 연결음] - [다가오는 발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전화 안 받아?

 

[깊은숨을 내쉰다]

 

누구한테 건 줄 알고?

 

헤라

 

요 며칠 학교도 안 나오고 전화도 안 받고

 

마음이 많이 다쳤나 보네

 

리안이는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고 안심하던데

 

재이 네 진짜 마음은 뭐야?

 

대답

 

해야 하는 질문인 건가?

 

어느 쪽이든 명확하게 해 줘

 

재이 네 선택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어

 

모두?

 

리안이

 

헤라

 

그리고 나까지

 

[우진의 한숨]

 

[우진] 네가 리안이를 밀어내고

 

그 장학생한테 가지 않았다면 헤라…

 

리안이한테 고백 안 했을 거야

 

그럼 너희 둘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거고, 그리고

 

[옅은 한숨]

 

나도 이렇게까지

 

마음 아프지 않았을 거고

 

[부드러운 음악]

 

[함께 놀라는 소리]

 

- [리안] 잘했어 - [헤라] 뭐야?

 

- [재이] 잘했지? - [리안] 잘했어

 

[헤라] 빨리빨리, 빨리빨리, 빨리

 

이우진, 이우진

 

빨리 와, 딱 대 이번에는 안 봐준다

 

[아쉬운 한숨]

 

진짜

 

- 아! 잠깐만, 잠깐, 잠깐 - [헤라의 놀란 소리] 깜짝아

 

- [헤라의 힘주는 소리] - [우진의 아파하는 탄성]

 

- [리안] 야, 대 - [재이의 웃음]

 

- [우진] 잠깐, 아니, 왜? - 다 같이 맞는 거지

 

- [헤라] 한 번씩이지 - 다 같이 맞는 거야

 

- [우진] 왜? 아 - [헤라] 한 번씩

 

[헤라] 너도 때려, 빨리

 

[아파하는 소리]

 

[함께 웃는 소리]

 

[계속되는 부드러운 음악]

 

전부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우진] 탓이 아니라

 

걱정이야

 

우리가 같이해 온 그 시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

 

다 무너질까 봐

 

그게 겁나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 줘라

 

[우진] 응?

 

난 내 마음 [한숨]

 

단 한 번도 리안이 옆에서 움직인 적 없어

 

내가 내 마음 거기 두고 발을 뗐던 건

 

리안이 위해서야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여전히 그게

 

내 유일한 선택이야

 

내가 자격이 없거든

 

[한숨]

 

노력

 

해 볼게

 

나도 너만큼 우리 지키고 싶으니까

 

뭐든

 

어떻게든 해 볼 거야

 

그러니까 너도 [한숨]

 

어느 쪽인지 명확하게 해 둬

 

헤라야?

 

아니면

 

에르메스 백을 든 여자?

 

어디가 진짜인데?

 

네 마음은?

 

[음악이 잦아든다]

 

[멀어지는 발소리]

 

[덜컥 문 열리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감각적인 음악]

 

[휴대폰 진동음]

 

[계속되는 발소리]

 

[계속되는 휴대폰 진동음]

 

[선우의 감탄하는 소리] 와

 

- 진짜 오늘 나 생일 -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 DM 보고 열 번을 확인했다니까요 - [손뼉 치는 소리]

 

'진짜인가?'

 

'진짜로 누나가 나랑 데이트를 해?'

 

약속 지켜 줘서 고마워요, 누나

 

[신난 말투로] 실컷 봐야지

 

누나가 또 나 언제 만나 줄지 모르니까

 

볼 수 있을 때 마음껏 봐야겠다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남들은 '못됐다, 싸가지 없다'

 

뒤돌아서 내 욕 하기 바쁜데

 

누나는 그게 매력인데

 

- 야, 나쁜 년 취향 삼지 마 - [덜컥 문 열리는 소리]

 

- 너만 괴로워져 - [탁 문 닫히는 소리]

 

어? 헤라 누나!

 

어쩐 일이야?

 

[재혁] 아니, 나 안 그래도 누나한테 연락하려 그랬는데

 

나한테?

 

[재혁] 우리 누나

 

뉴욕행 무산됐잖아요

 

[재밌어하는 웃음] 그, 그래 가지고

 

[씁 숨소리] 지금이 누나한테 이걸 전달하기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이 들어서

 

좋은 때?

 

기억나죠?

 

[감각적인 음악]

 

내가 가지고 있다던

 

확실하고 치명적인 패

 

- [메시지 진동음] - 확인해 봐요

 

그, 확실하고 치명적인

 

내 패

 

[재밌어하는 웃음]

 

이제 누나 거니까

 

[재혁의 깔깔 웃는 소리]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후 내뱉는 소리]

 

[헤라] 재혁아

 

[재혁의 호응하는 소리]

 

[재혁] 다 봤어요?

 

어?

 

마음에 들죠? [헤헤 웃는 소리]

 

[계속되는 재혁의 웃음]

 

- [헤라] 씨 - [재혁의 아파하는 탄성]

 

[재혁의 아파하는 탄성]

 

[헤라의 어이없는 웃음] 이 새끼가, 진짜

 

[헤라의 들이마시는 숨소리]

 

[헤라] 너 짐작은 했는데

 

- 진짜 개새끼구나? - [재혁의 당황한 숨소리]

 

그것도 선 넘는 개새끼

 

[재혁의 당황한 숨소리]

 

누나!

 

[기가 찬 한숨]

 

[재혁] 아, 동족을 알아보고

 

호의를 베풀어 줬더니

 

돌아오는 게 뺨이면 안 되지!

 

[헤라의 어이없는 웃음]

 

[헤라의 들이마시는 숨소리]

 

[헤라] 내가 썅년은 맞는데

 

좀 고지식한 썅년이라

 

최소한의 인간성도 없는 너 같은 새끼랑 동족이라 하면

 

좀 억울하지

 

[헤라가 화난 말투로] 어?

 

[어이없는 웃음]

 

[옅은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기가 찬 탄성]

 

[재혁의 어이없는 탄성] 저 미친년, 진짜!

 

[재혁의 기가 찬 웃음]

 

와, 나 존나 어이없네 와, 씨발!

 

와, 씨

 

- [속상한 한숨] 정재이 이 등신 - [서정적인 음악]

 

[훌쩍이는 소리]

 

이런 꼴을 당하면서 살고 있었어?

 

그것도 저런 거한테?

 

[깊은 한숨]

 

[계속되는 서정적인 음악]

 

- [멀리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멀어지는 발소리]

 

할머니, 여기 둘게요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할머니가 웃으며] 매번 고마워서 어째

 

아, 잠깐만

 

짜잔!

 

[하] 아이고 [웃는 소리]

 

아, 그리고 고맙기는 다 알바비 받고 하는 건데

 

잘 먹겠습니다, 많이 파세요

 

[할머니] 세상에 말도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할까

 

[할머니의 웃음소리]

 

[리드미컬한 음악]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 [아이1의 웃음] - [아이2] 야, 맞아라

 

- [아이1의 웃음] - [물총 소리]

 

[아이3] 형, 형!

 

- [놀란 소리] - [물총 소리]

 

[아이3의 웃음소리]

 

- [하] 야 - [아이2] 무너지지 마

 

- 야, 너 줘 봐, 어? - [아이들의 웃음]

 

- 너 형이 조심하랬지, 어? - [아이3] 형, 형!

 

[아이들의 웃음]

 

너희들 빵빠레 떨어졌으면 죽었다

 

- [하] 어쭈? - 옷 다 젖었다!

 

어, 사과도 안 하고 웃어?

 

야, 한번 해 보자 이거지, 어?

 

- 야, 야, 야! - [아이3] 형, 형!

 

[하] 너 죽었어

 

- 야! [웃음] - [아이3] 이러다가 다 죽어!

 

[하] 야, 항복, 항복, 항복, 항복

 

- [아이2] 무너지지 마! - [하] 항복

 

[아이2] 나 죽은 거 아니다

 

[하] 야, 야, 그만, 그만, 그만!

 

- [아이들의 웃음] - [아이1] 어디 가!

 

[아이1의 신난 말소리]

 

[멀어지는 아이들의 웃음]

 

안녕, 강하

 

[목 가다듬는 소리]

 

[하] 아, 먹어 봐

 

- 진짜 맛있어 - [음악이 멈춘다]

 

[어렴풋한 새소리]

 

[웃는 소리]

 

[하의 개운한 탄성] 날씨 너무 좋다

 

바람도 좋고

 

구름도 예쁘고

 

참 신기해

 

[하] 응?

 

넌 뭐가 그렇게 항상 좋을까?

 

내 눈에는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은 날씨가

 

너무 예쁘대

 

유치한 물총 싸움이나 하면서

 

어린애처럼 즐거워하고

 

[웃는 소리]

 

난 한 번도 그런 기분 느껴 본 적 없거든

 

늘 부족했고 불안했어

 

근데 넌

 

나보다 가진 게 훨씬 없는데

 

고작 이런 것들이 어떻게 다 즐겁지?

 

[하] 음

 

- 형이랑 학원 갔다 오는 길에 - [부드러운 음악]

 

꼭 떡볶이 할머니네 들렀어

 

컵볶이 하나 사 먹고

 

무거운 거 옮겨 드리고

 

그러고 나면

 

할머니가 아이스크림 하나씩 꼭 사 주셨다

 

[쩝 입소리] 난 그런 게 그렇게 좋더라

 

집에 오는 길에 하는 오락 한 판

 

날씨 좋은 날 길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숨차게 뛰어가서 타는 마을버스 빈자리

 

난 그런 게 다 너무 좋아

 

부럽네

 

재이 너한테도 있어

 

꼭 바람이고 구름이 아니더라도

 

네가 좋아하는 거

 

널 기쁘게 하는 거

 

그거 찾아

 

그리고 지켜

 

내 경험상

 

두려운 건 철벽 뒤에 숨는 것보다는

 

맞서 싸우는 쪽이

 

좀 더 승산이 있기는 하더라

 

그러니까 상처받는 한이 있더라도

 

맞서 싸워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네가 좋아하는 거 찾아가는 건데

 

난 네가 즐거웠으면 좋겠어 재이야

 

내가 봐도

 

너 하나도 안 행복해 보이거든

 

[옅은 웃음]

 

[웃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이 잦아든다]

 

[어렴풋한 새소리]

 

[하] 이제 얘기해

 

할 얘기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뭘 어쩔 건지 알고 싶어

 

인한이 일

 

밝히겠다고 했잖아

 

너 협박하는 사람 누군지

 

찾았어

 

[감성적인 음악]

 

목적이 뭐래?

 

나랑 같은 목적

 

주신에서 일어난 일들

 

그걸 조장하고 방관하고 일으킨 사람들이

 

거기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거

 

나도 그 친구랑 함께할 생각이야

 

나한테 활이 하나 생겼어

 

그래서

 

난 지금부터 그 활시위를 당길 거야

 

근데 난 그 화살이

 

널 다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더 이상 너 협박하는 일은 없게 할게

 

난 너도 지키고

 

형을 괴롭혀서 죽게 만든 장본인들에게

 

책임도 묻고 싶어

 

[계속되는 감성적인 음악]

 

얘기 안 했던가?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지킬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리안이 하나라고

 

네가 그 활시위를 리안이한테 겨냥한다면

 

이거 하나 분명해

 

내가 바로 그 앞에

 

리안이 앞에 설 거야

 

[옅은 한숨]

 

그럼 결국 우리는

 

마주 보게 되겠네

 

[고조되는 음악]

 

[깊은숨을 내쉰다]

 

[음악이 잦아든다]

 

저 재이랑

 

사귀는 중이에요

 

뭐, 꽤 오래됐고

 

이제는 엄마도 아셔야 될 것만 같아서요

 

세상 모든 권리와 혜택에는 [한숨]

 

의무가 뒤따르는 거야, 리안

 

후계자로서 네가 나아가야 할 방향

 

짊어져야 할 무게

 

그걸 감안하면

 

지금 그런 시답잖은 이슈는…

 

[리안] 전 엄마, 아빠처럼 살 생각 없어요

 

사랑도 없이 만나서 엄마, 아빠처럼

 

1년에 한두 번 안부나 물으면서 살 생각

 

없다는 얘기예요

 

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나서

 

행복하게 살 거예요

 

[리안 모] 좋아하는 사람?

 

[웃는 소리]

 

그 나이에는

 

그게 꽤나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지

 

근데 리안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될 거야

 

그게 얼마나 시답잖은 청춘의 치기이자

 

감정 놀음인지

 

엄마가 뭐라고 생각하시든 상관없어요

 

저 재이 없이 안 돼요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멀어지는 발소리]

 

[철컥 문 열리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천둥소리]

 

[지수]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안 되고

 

답답해서

 

기다리다가 지쳐서 왔어

 

차 내가 고쳐 왔는데, 어때?

 

감쪽같지?

 

[옅은 한숨]

 

[멀리 천둥소리]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말끔하던데, 차?

 

그거 없던데?

 

폐기 처분 했어요, 이미

 

우리한테 위험한 물건이니까

 

그 차…

 

[지수]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네가 나를 피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이리저리 널을 뛰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이리저리 널 뛸 만큼의 감정

 

난 우리가 그런 감정을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헛웃음]

 

[옅은 한숨]

 

알아, 사랑 아닌 거

 

내가 널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것도

 

근데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상하네

 

[우진] 아무리 감정이 상했어도

 

그거 함부로 가지고 나가면 안 되는 물건인 거

 

[달그락 내려놓는 소리]

 

잊었어요?

 

[지수] 아니

 

- 어떻게 잊겠어? - [비밀스러운 음악]

 

그 차

 

너와 내가 함께한 흔적이자

 

감춰야 할 비밀이잖아

 

헤라, 맞지?

 

이우진 마음속에 있다는 사람

 

그, 쓸데없는 상상은

 

끼워 넣지 말죠

 

[우진] 두고 가요

 

왜?

 

내가 이걸로 위협이라도 할까 봐?

 

위협이 아니라

 

위험할까 봐

 

위험해도 지금 날 지켜 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인 거 같은데

 

선생님을 지킬 힘은

 

그게 아니라

 

나한테 있다는 거 잘 알잖아요

 

[한숨]

 

다 진심이었다고는 말 못 해

 

근데 적어도 거짓은 아니었어요

 

위로받고

 

기댔어요

 

그래도 여기까지만

 

그만해요, 우리

 

[깊은 한숨]

 

학교에서 봐

 

이우진 학생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철컥 문 열리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옅은 한숨]

 

[스산한 효과음]

 

[멀리 산새 소리]

 

[재이 부] 눈, 심장, 머리 아니면 목

 

한 번에 숨통 끊을 곳을 조준해

 

제대로만 맞으면

 

피가 사방으로 쏟아질 거야

 

저 갈색 토끼가

 

네 손놀림 하나에

 

[말소리가 울리며] 순식간에 붉게 물드는 거지

 

[고조되는 음악]

 

그런 사냥의 묘미가

 

[떨리는 숨소리]

 

널 강하게 만들어 줄 거다

 

뭐 해? 어서 당기지 않고

 

[깊은 한숨]

 

- 재이야 - [스산한 효과음]

 

[말소리가 울리며] 눈은 떠야지

 

쏘지 않고 뭐 해?

 

당장 숨통을 끊어 놓으라니까

 

쏴, 지금

 

[떨리는 숨소리가 울린다]

 

- [탕 총성이 울린다] - [음악이 멈춘다]

 

- [재이의 심호흡] - [멀어지는 토끼 발소리]

 

[재이의 심호흡]

 

[재이 부] 정재이

 

쏘고 싶지 않아요

 

아무것도 죽이고 싶지 않아요

 

- 이제 안 올 거예요 - [의미심장한 음악]

 

사냥도

 

아빠 강요도

 

다 싫어요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내 얘기를 거스르겠다 뭐 듣지 않겠다

 

그런 뜻으로 들리는데

 

맞니?

 

아빠의 딸이고

 

재율그룹 장녀이기 이전에

 

전 그냥 저예요

 

정재이로서

 

전 제가 원하는 걸 지키면서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이 부] 아니

 

그건 네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내가 지은 네 이름

 

네 몸에 흐르는 내 피

 

그걸 포기할 방법이나 권리가

 

과연 너한테 있을까?

 

[긴장감 있는 음악]

 

그걸 가진 이상

 

넌 그 어떤 것도

 

혼자 결정할 수가 없어

 

- [철컥 소리] - 그게 네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철컥 소리]

 

대가고

 

의무고

 

전부야

 

[고조되는 음악]

 

넌 애초에 내가 만든

 

나의 일부니까

 

[재이의 심호흡]

 

[깊은 한숨]

 

[쿵 소리가 울린다]

 

[교사가 영어로] 동아시아 국제관계의 역동성은

 

- 유럽 중심의 - [메시지 진동음]

 

국제법에 잘 나타나 있지 않았지만

 

이 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해 왔습니다

 

정치적 상황을 보면 어떻게 그것을 변화시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미스터리한 음악] - 이 논문을 보면

 

[말끝이 점점 흐려지며] '국제법의 새로운 한 분야는…'

 

[교사의 머뭇거리는 소리]

 

[깊은 한숨]

 

[휴대폰 조작음]

 

[리안이 한국어로] 누가 찍었는지

 

[화난 말투로] 그걸 감히 누가 나한테 보냈는지

 

그 동영상 출처부터 찾으세요

 

최대한 빨리 조치하겠습니다

 

[리안] 이거

 

어디에도 유출되면 안 됩니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막아요

 

학교, 어머니

 

그 어느 쪽에서도 몰라야 돼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부

 

자리 걸고 막아요

 

무조건

 

[탁 발소리]

 

[멀어지는 발소리]

 

[깊은 한숨]

 

- [어렴풋한 새소리] - [음악이 멈춘다]

 

[바다] 이거 실화인가?

 

진짜 망한 거?

 

[예지] 헤라네 부도라잖아

 

그것도 최종 부도

 

[바다] 그럼 헤라 이제 어떡해?

 

리안이한테 까이고, 재이랑 척지고

 

집까지 망하면 완전 끝장 아니야, 퀸헤라

 

[여학생] 야, 퀸헤라는 무슨

 

걔가 그동안 학교에서 한 짓이 있는데

 

완전

 

- [깔깔 웃으며] 폭망이지 - [다가오는 발소리]

 

- [계속되는 깔깔 웃는 소리] - [문소리]

 

[여학생의 깔깔 웃는 소리]

 

[스르륵 문 열리는 소리]

 

[지수] 자, 조회할게요

 

- 모두 자리에 착석 - [스르륵 문 닫히는 소리]

 

[스르륵 문 열리는 소리]

 

[스르륵 문 닫히는 소리]

 

잠깐

 

[스르륵 문 열리는 소리]

 

[리안] 상의해야 될 얘기가 있어서

 

[재이] 무슨 일인데?

 

[리안] 작년

 

별장에서

 

누군가 우리를 찍었어

 

[어두운 음악]

 

근데 걱정은 하지 마

 

아무 문제도 없게

 

내가 해결할 거야

 

누가 그걸 너한테 보냈어?

 

찾고 있어

 

정재이는 그냥 내 옆에만 있어

 

다른 건 내가 다 해

 

도망만 치지 마

 

내가 너 지킬 수 있게

 

[하] 기회를 드린다고 말씀드렸어요

 

이 주신고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계시잖아요

 

더 이상 묵과하지 말고

 

규정대로 처벌해 주시면 돼요

 

[계속되는 어두운 음악]

 

마지막으로

 

학교가 학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가 드리는 겁니다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할까?

 

저한테

 

주신을 날려 버릴 엄청난 폭탄이 있거든요

 

폭탄?

 

만약에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시면

 

제 친구들과 함께

 

그 폭탄을 터트리겠습니다

 

[멀어지는 발소리]

 

[철컥 문 열리는 소리]

 

[어이없는 한숨]

 

[탁 문 닫히는 소리]

 

[뛰어오는 발소리]

 

[주원] 무슨 짓이야?

 

나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교장 쌤부터 만나면 어쩌자는 건데?

 

바로잡으려는 거야

 

[주원이 울먹이며] 바로잡는데 왜 교장 쌤을 건드려?

 

김리안부터 쳐야지

 

꼭대기부터 치자며

 

주신고가 이렇게 되게 둔 어른들

 

거기가 꼭대기야

 

너 이러려고 나랑 같이한댔냐?

 

[고조되는 음악]

 

나한테 접근한 진짜 이유가 뭔데?

 

너 설마

 

정재이 지키려고 나랑 같이한댔냐?

 

야, 남주원

 

왜 이렇게 다짜고짜야?

 

아, 맞구나, 정재이 때문인 거?

 

너 정재이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네가 본 게 다가 아니야 그 비밀이 뭔 줄 알면…

 

[재이] 너구나

 

[음악이 잦아든다]

 

그 협박범

 

[주원의 떨리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학생들의 대화 소리]

 

[재이] 결국

 

활시위를 당겼구나

 

[하] 말했잖아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

 

집안에 알릴 거야

 

학교에도 얘기할 거고

 

그런 영상이 있고

 

곧 그 영상이 세상에 알려질지도 모른다고

 

내가 직접 내 입으로

 

- 다 말할 거라고 - [하] 아니

 

그걸 네가 왜…

 

재이야, 너 그랬다가는…

 

아빠 손에 반쯤 죽겠지

 

뉴욕으로 끌려가서 처박힐 거고

 

그래도

 

끝까지 막아는 줄 거야

 

아빠도 학교도

 

무슨 수를 쓰든

 

그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할 거야

 

주신은

 

[하] 그래서

 

그걸 너 혼자 다 막고

 

감당하겠다고?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리안이만 지키면 돼

 

[허망한 한숨]

 

왜?

 

전부니까

 

[하] 그러니까 왜!

 

- 왜 하필 네 전부가… - [서정적인 음악]

 

김리안인 거냐고

 

리안이한테도

 

내가 전부야

 

우리는 그렇게 자랐어

 

서로가 서로한테 기대서

 

리안이가 무너지면 나도 무너져

 

그럼 마음대로 해

 

난 포기 안 할 거야

 

네가 김리안 앞에 서든 말든

 

다 같이 죽든 말든

 

나 끝까지 갈 거야

 

[한숨]

 

[멀어지는 발소리]

 

[한숨]

 

아이를 가졌었어

 

돌아보지 마

 

그냥 거기서 들어

 

[계속되는 서정적인 음악]

 

무서웠어

 

나도 엄마처럼

 

아빠한테 내쫓겨질까 봐

 

하루아침에 내가 가진 거 다 빼앗기고

 

바닥으로 내몰릴까 봐

 

그래서 혼자 미국까지 갔는데

 

못 하겠더라

 

두 번이나 병원에서 돌아왔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서

 

그랬는데

 

어느 날 너무 아팠어

 

내가 나쁜 마음을 먹은 걸 알았는지

 

처음에 올 때처럼

 

갑자기 사라졌어

 

김리안은?

 

알아?

 

몰라

 

그냥

 

무작정 피했어

 

차마 아무렇지도 않게

 

정재이!

 

[재이] 리안이를 볼 자신이 없어서

 

차라리 잘된 거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으니까

 

그러려고 미국에 갔던 거니까

 

그냥 이대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잊혀지겠지

 

헤어지면 끝이겠지

 

그렇게 버텼는데…

 

네가 나타나서 다 망쳤어

 

강하 네가

 

자꾸 도망치고 싶던 마음들을 마주치게 해

 

덮어 둔 기억을 헤집고

 

나도 모르는 내 생각들을 알게 해

 

네가

 

[떨리는 숨소리]

 

[옅은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한숨]

 

네가 가르쳐 준 대로 해 보려고

 

[시계 소리 효과음]

 

싸워 보겠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지킬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그러니까 그 활

 

당길 거면 당겨

 

[계속되는 시계 소리 효과음]

 

내가 기꺼이 그 앞에 마주 서 줄게

 

[시계 소리 효과음이 멈춘다]

 

- [한숨] - [고조되는 음악]

 

[시계 소리 효과음]

 

[음악이 잦아든다]

 

- [시계 소리 효과음이 멈춘다] - [한숨]

 

[띵동띵동 소리]

 

[끼익 문소리]

 

[깊은숨을 내쉰다]

 

겨우 찾았네

 

[우진의 깊은 한숨]

 

[우진] 아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상황이 이랬으면 우리한테 얘기했어야지

 

[헤라] 우리?

 

누가 우리야?

 

뭐, 김리안, 정재이?

 

아니면 눈치 보느라 구경만 하고 있는 이우진 너?

 

내가 이 중에 누구랑 우리인데?

 

우선 방법을 좀 찾아보자

 

아니, 내가 그냥 찾아볼게

 

[쩝 입소리] 일단 여기 말고

 

내 스튜디오로 가자

 

[헤라] 어디서 백마 탄 왕자님 흉내야?

 

너까지 보태지 마

 

나 진짜 여러모로 엿같으니까

 

헤라야

 

[한숨] 자퇴할 거야

 

김리안, 정재이, 이우진

 

이제 진짜 전부 굿바이 좀 하자

 

더 이상 어울려 놀 이유 없잖아, 우리

 

야,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지긋지긋해, 너희들

 

특히나 정재이 그 등신 같은 계집애는…

 

[옅은 한숨]

 

진짜 말을 말아야지, 내가

 

그래서 우리 때문에

 

재이 때문에 자퇴를 하겠다고?

 

다 꼴 보기 싫어 내가 떠나고 말지

 

아직도 화났구나

 

그새 화가 가라앉을 일은 아니지 않니?

 

정재이가 그간 나한테 한 짓이 있는데

 

나쁜 계집애

 

어떻게 나한테 말 한마디를 안 해, 한마디를!

 

선택하라고 했지?

 

헤라 너야

 

내 선택

 

[감각적인 음악]

 

[헤라] 그래서?

 

네 선택이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는데?

 

복수

 

자퇴하지 마

 

그냥 주신에 있어

 

[고조되는 음악]

 

[철컥 문 열리는 소리]

 

[훌쩍이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계속되는 감각적인 음악]

 

[한숨]

 

[멀리 자동차 경적]

 

[음악이 잦아든다]

 

[다가오는 발소리]

 

[옅은 한숨]

 

고작 한다는 게 도망이야?

 

뭐가 이렇게 항상 극단적이야?

 

앞도 뒤도 없이 자퇴부터 하면 어쩌자는 건데?

 

귀찮아 죽겠네, 진짜

 

[탁 펜 놓는 소리]

 

왜 이렇게 돌아가면서 나타나 난리야?

 

네 앞가림이나 잘해

 

정재이

 

넌 주신고가 어떤 데라고 생각해?

 

[재이] 어떤 데라니?

 

[헤라] 정글이지

 

잠깐 한눈팔면

 

누구라도 날 공격하고 건드리고 짓밟을 수 있는

 

근데 그 와중에 아주 확고한 철학도 하나 있어

 

가난하고 돈 없는 사람한테는

 

가당치도 않은 곳이 되겠다는 철학

 

그래서 우리가 그 가당치도 않은 애들 내려다보고

 

없는 사람처럼 무시해 온 거 아니야?

 

근데 나더러

 

[헛웃음을 뱉으며] 여기서 그 꼴을 견디라고?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헤라] 그게 뭐든 내 걱정 할 시간 있으면

 

네 걱정이나 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

 

- [애잔한 음악] - [옅은 한숨]

 

넌 나한테 네 얘기 단 한마디도 안 하면서

 

무슨 자격으로 내 일에 이래라저래라야?

 

정재이

 

너한테는 내가 단 한 순간이라도 친구기는 했니?

 

[멀어지는 발소리]

 

[덜컥 문 열리는 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한숨]

 

[학생들의 대화 소리]

 

[남학생] 야, 윤헤라다

 

- [여학생] 진짜 윤헤라네 - 야

 

[여학생] 쟤네 집 부도 났다면서

 

[음악이 잦아든다]

 

등신

 

[예지] '등신'?

 

[리안] 인사가

 

너무 과격해졌네

 

- 인사 아니고 욕이야 - [찰랑 물소리]

 

- [꿀꺽 삼키는 소리] - 얼마나 등신 같으면

 

자기 여자 친구 하나를 제대로 못 지켜?

 

무슨 소리야?

 

[옅은 한숨]

 

별장

 

너희 둘 추억

 

그걸 누가 영상에 담았던데

 

그게 누구 짓일까?

 

[리안] 그걸 지금 네가

 

- 어떻게 알아? - [의미심장한 음악]

 

거기 재이네 별장이야

 

너랑 정재이 말고 거기 갈 사람이 한 사람밖에 더 있어?

 

[남학생들의 대화 소리]

 

- [남학생1] 아, 나오라고, 씨 - [남학생2] 아, 가라, 좀

 

[학생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고조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딸깍 버튼 누르는 소리]

 

[남학생들의 떠드는 소리]

 

[윤석] 야!

 

- [남학생들의 겁먹은 소리] - 정재혁 빼고 전부 나가

 

- [남학생1] 야, 나가 - [윤석] 나가!

 

[남학생2] 뛰어, 뛰어

 

- [남학생들의 수군대는 소리] - 뛰어

 

야, 나가, 안 나가?

 

[깊은 한숨]

 

[재혁의 아파하는 탄성]

 

[재혁의 가쁜 숨소리]

 

- [리안의 힘주는 소리] - [재혁의 아파하는 탄성]

 

- [재혁이 힘겹게] 형 - 쓰레기 같은 새끼

 

무슨 생각으로 찍었어?

 

- 그걸로 뭐 어떻게 하려고! - [재혁의 힘겨운 숨소리]

 

[작게 분한 탄성] 씨 윤헤라 씨발 년

 

아, 형

 

아, 그런 게 아니라…

 

- [리안의 힘주는 소리] - [재혁의 아파하는 탄성]

 

- [리안의 힘주는 소리] - [재혁의 힘겨운 소리]

 

[남학생1] 대화 중이니까

 

- 가라고 좀! - [수군대는 소리]

 

- [남학생2] 아, 가라고, 새끼들아 - [남학생3] 뭐 하는데?

 

- 죽는 거 아니야? - [남학생4] 그래, 뭔 일이야

 

- [남학생3] 쉿, 쉿, 쉿, 쉿 - [남학생4]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남학생3] 씨, 조용히 해

 

[남학생들이 조용해진다]

 

[재혁의 아파하는 탄성]

 

[리안의 힘주는 소리]

 

- [재혁의 신음] - [리안의 가쁜 숨소리]

 

[재혁의 가쁜 숨소리]

 

- [리안의 힘주는 소리] - [재혁의 놀란 숨소리]

 

[재혁의 가쁜 숨소리]

 

[리안의 힘주는 소리]

 

[재혁의 거친 숨소리]

 

이 쓰레기 같은 새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남학생1] 나가, 씨

 

[남학생2] 장학생 뭐야, 쟤?

 

- [남학생1] 어! - [하의 힘주는 소리]

 

[남학생1, 남학생3의 놀란 탄성]

 

- [윤석] 이 씨 - [하의 힘주는 소리]

 

[윤석의 아파하는 탄성]

 

- [하] 김리안! - [리안의 고함]

 

너 미쳤어?

 

- 야, 일어나, 너 이리 와 - [리안] 씨

 

- 야 - [하] 하지 말라고

 

아이, 씨발! 얻다 손을 대!

 

씨발, 개같은 장학생 새끼가

 

- [재혁의 가쁜 숨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 [리안] 비켜 - [하] 그만해

 

- 비켜 - 그만하라고!

 

[리안] 아이 씨

 

이거 놔

 

너부터 죽여 버리기 전에

 

- 그만하라고 - [리안] 근데 이 새끼가!

 

생각 좀 하고 행동해!

 

야, 네가 사람이나 패고 다니는 거 알면

 

재이가 어떤 기분일까?

 

[리안] 어디서 함부로

 

재이를 입에 올려?

 

[하] 한심한 새끼

 

[리안] 뭐?

 

재이가 뭘 감당하면서 버티고 있는지 모르지?

 

[잔잔한 음악]

 

너 때문에!

 

뭘 견뎠고

 

뭘 더 견디려고 하는지

 

무슨 소리야, 그게?

 

근데도 걔

 

그걸 다 혼자 짊어지겠대

 

그러니까!

 

[떨리는 숨소리]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지금 묻잖아

 

 

- [철컹 소리] - 대답 안 해?

 

- 그게 무슨 말이냐고! - [철컹 소리]

 

지금부터는 네가 지켜

 

재이 혼자 감당하는 일 없게

 

- [남학생1] 야, 공 줘 봐 - [남학생2] 패스, 패스

 

[남학생3] 공 패스, 패스

 

[여학생1] 진짜 존잘 아니냐?

 

[여학생2] 야, 누구야, 이거? 아, 나 알려 줘

 

- [여학생1] 미쳤지? - [여학생2] 팔로우해야지

 

- [여학생1] 너무 잘생겼지? - [여학생2] 잠깐만, 피드 좀 봐

 

[남학생2] 못 잡겠지? 못 잡겠지?

 

[남학생3] 아, 저 새끼 또 시작이야, 저거

 

[남학생2] 잡아 봐, 잡아 봐 못 잡겠지?

 

[남학생2] 잡아 봐, 잡아 봐 못 잡겠지?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 [남학생1] 야, 버스 왔다 - [남학생3] 야, 야, 가자, 가자

 

[칙 버스 문 열리는 소리]

 

[여학생들의 웃음소리]

 

- [삑 버스 버저음] - [버스 문 닫히는 소리]

 

[멀어지는 버스 엔진음]

 

[계속되는 잔잔한 음악]

 

[끼익 문소리]

 

[탁 문 닫히는 소리]

 

원피스 괜찮네

 

[짜증 난 한숨]

 

뭐야, 너

 

구경 왔어?

 

얼마나 망했나, 어떤 꼴인가

 

뭐, 직접 보고 축하하려고?

 

다른 건 다 상관없는데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아줬으면 좋겠어

 

난 너

 

한 번도 친구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

 

한결같이 네가 내 친구라서

 

그래서 같이 있었던 거야

 

지금도 그렇고

 

[헛웃음]

 

웬 뜬금없이 친구 타령

 

[휴대폰 진동음]

 

네, 아빠

 

[헤라 부가 들뜬 말투로] 헤라야, 됐어

 

이제 다 됐어

 

회사 살릴 수 있겠어

 

[옅은 웃음]

 

- 정말이에요? - [헤라 부] 그럼

 

정말이고말고

 

재율그룹에서 도와주시겠다고 나섰어

 

이제 걱정할 거 없어

 

좀 있다 보자, 우리 딸

 

사랑해

 

네가 그런 거야?

 

말했잖아

 

난 너 친구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달그락 소리]

 

정재이

 

- [재이 부] 임신? - [음악이 멈춘다]

 

[의미심장한 음악]

 

[쨍그랑 깨지는 소리]

 

네가

 

- [탁 놓는 소리] - 네가 날

 

미치게 만들려고 작정을 했지!

 

어쩌면 이렇게 제 어미를

 

소름 끼치도록 닮았을까?

 

이러저러한 말 나돌기 전에

 

당장 뉴욕으로 출발해

 

[탁 수화기 집어 드는 소리]

 

[한숨]

 

[재이 부] 대답

 

갈게요

 

대신

 

헤라 아버지 회사, 인터내셔널 윤

 

아빠가 도와주세요

 

헤라 저한테 둘도 없는 친구예요

 

네가 지금 부탁을 할 처지는 아닌 거 같은데

 

하물며

 

왜 내가 네 부탁을 들어줘야 할까?

 

그래야 뉴욕 가서

 

아빠가 원하는 걸 저도 할 테니까요

 

공성그룹과 재율그룹 사이에

 

제 역할이 필요하다는 거

 

저도 알아요

 

[한숨]

 

[재이] 나 뉴욕으로 들어가

 

한번 와

 

맛있는 거 사 줄게

 

[웃는 소리]

 

[옅은 한숨]

 

[깊은 한숨]

 

[잘그락 소리]

 

[통화 연결음]

 

[계속되는 의미심장한 음악]

 

[옅은 한숨]

 

잠깐 세워 주세요

 

- [탁 차 문 닫히는 소리] - [다가오는 발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리안] 어떻게 그걸 나한테 숨겨?

 

어떻게…

 

그걸 너 혼자서 다 견뎌?

 

결국

 

다 알았구나

 

널 혼자 둔 죄책감을 어떻게 감당하라고

 

너 혼자 그런 일 겪게 한 나를!

 

나를…

 

[감미로운 음악]

 

[울먹이며] 어떻게…

 

어떻게 용서하라고

 

[깊은숨을 내쉰다]

 

왜 아무리 도망쳐도

 

제자리 같지?

 

[리안의 씁 숨소리] 그러니까 왜 도망쳐, 왜!

 

내가, 내가 옆에 있잖아

 

너까지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죽을힘을 다해서 도망쳤는데

 

내가 너 보면 슬퍼지는 것처럼

 

너도 나 보면 슬퍼질까 봐

 

미친 사람처럼 도망쳤는데

 

[재이가 깊은숨을 내쉰다]

 

결국

 

이렇게 됐네

 

[훌쩍이는 소리]

 

[리안의 깊은 한숨]

 

[리안]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

 

너 혼자서 그걸 어떻게 다 견뎠어?

 

[리안의 울음소리]

 

[리안] 미안해

 

진짜 내가 너무 미안해, 재이야

 

[리안의 흐느끼는 소리]

 

내, 내가 다 미안해

 

다시는, 다시는 너 혼자 그런 일 겪게 안 할게

 

앞으로 절대

 

[씁 숨소리] 절대 네 손 놓는 일 없어, 이제

 

[리안의 울음소리]

 

[리안의 훌쩍이는 소리]

 

[리안의 울음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떨리는 숨소리]

 

- [잔잔한 음악] - [화면 전환 효과음]

 

[주원의 흐느끼는 소리]

 

[계속되는 주원의 흐느끼는 소리]

 

- [휴대폰 조작음] - [음산한 효과음]

 

- [휴대폰 조작음] - [음산한 효과음]

 

[휴대폰 조작음]

 

[주원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하] 네가 이런 걸로 무기 삼을 거 알았으면

 

애초에 같이 안 했을 거야

 

김리안, 최윤석

 

그 무리들이 애들한테 저지른 폭력, 방조, 내가 본 영상들

 

[한숨]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넘치는 증거잖아

 

[코웃음]

 

그깟 폭력?

 

이슈가 안 되잖아

 

이슈가 안 되면 아무 타격도, 의미도 없다고

 

[울먹이며] 휴대폰 줘, 당장

 

못 줘

 

[울먹이는 소리]

 

[주원] 내 정체를 정재이가 이미 알았잖아

 

정당한 방법?

 

정당한 방법으로 걔들 못 이긴다고

 

선수 쳐야 돼

 

김리안, 정재이

 

[떨리는 숨소리]

 

내가 먼저 부숴 버릴 거야

 

줘, 줘!

 

- [하] 그게 뭐든 - [딸그락 나뒹구는 소리]

 

이런 식은 아니야, 남주원!

 

[하의 한숨]

 

잘못된 걸 바로잡자는 거지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자는 게 아니라고

 

[주원] 이 새끼가! [씩씩대는 소리]

 

너 결국 정재이 때문에 이러는 거지?

 

야, 정신 차려

 

너 주신고에 왜 왔는지 잊었어?

 

너희 형 강인한!

 

걔들한테 어떤 꼴을 당했는지 잊었냐고

 

[주원의 울음소리]

 

[계속되는 잔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우진] 리안아

 

[훌쩍이는 소리]

 

[리안의 흐느끼는 소리]

 

눈물이

 

안 멈춰, 우진아

 

[리안의 흐느끼는 소리]

 

나도 그만 좀 울고 싶은데

 

그게 안 돼

 

[계속되는 리안의 흐느끼는 소리]

 

[재이 부] 그래서 우진 군은…

 

[음악이 멈춘다]

 

이걸로 나한테 뭘 얻어내고 싶은 거지?

 

재이

 

뉴욕으로 보내 주세요

 

[감각적인 음악]

 

[우진] 재이만 떠나게 해 주세요

 

다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요

 

[후 내뱉는 소리]

 

꼭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안 그러면 재율그룹 장녀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아이를 가졌었다는 사실을

 

뉴스에서 보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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