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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 10

저 독립수 앞으로 걸어가시오

 

 그곳이

 

 남쪽 수색조가 나오는 출입구요

 

 곧 새벽 수색조가 도착할 시간이니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시오

 

 혹시

 

 (세리)  저기까지만 같이 가는 건 안 되고?

 

 (정혁)  여기선 한 걸음도 넘어갈 수 없소

 

 [한숨]

 

 저 돌만 보면서 걷는 거 잊지 말고

 

 [한숨]

 

 [아련한 음악]

 

 리정혁 씨도 나 아주 잊지는 말고

 

 못 잊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여자를  무슨 수로 잊갔소?

 

 [피식한다]

 

 떨어진 게 아니고 강림

 

 기렇다 칩시다

 

 [살짝 웃는다]

 

 갈게요

 

 ♪ 당겨 안을 수도 ♪

 

 [떨리는 숨소리]

 

 ♪ 없는 내 맘 ♪

 

 ♪ 사랑인 듯이 벅차다가 ♪

 

 ♪ 그리움에 자꾸 아파와요 ♪

 

 ♪ 어떤 날엔 ♪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 그대를 ♪

 

 ♪ 어떤 날엔 그려요 ♪

 

 한 걸음 정도는

 

 괜찮갔지

 

 [흐느낀다]

 

 ♪ 맘이 가는 대로 ♪

 

 ♪ 그렇게 맘껏 슬퍼져요 ♪

 

 ♪ 어떤 날엔 그대를 ♪

 

 ♪ 어떤 날엔 빌어요 ♪

 

 ♪ 혼자서 사랑하는 일  조금 서러워져 난 ♪

 

 ♪ 흐르는 눈물 ♪

 

 ♪ 닦아 주러 와줘요 ♪

 

 ♪ 그대여 ♪

 

 "세리스초이스"

 

 (직원1)  우리 회사 퀸즈그룹에  넘어간단 얘기 들었어?

 

 대기업에 넘어가면 좋은 거 아니야?

 

 (직원1)  구조 조정 생각은 안 하냐?

 

 (직원2)  씁, 하긴

 

 아니, 갑자기 대표는 죽어 가지고  이 난리가 나냐

 

 [당당한 음악]

 

 잠깐만요

 

 (세리)  사진이 왜 이래?

 

 누가 고른 거야?

 

 아, 이건 내가 봐야지

 

 "방명록"

 

 누가 내 명복을 빌었는지

 

 누가 안 빌었는지

 

 저, 누구세요?

 

 [직원들의 놀라는 신음]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 (직원3) 이야, 이게, 이야...  - (직원4) 살아 계셨어

 

 (세리)  빨리들 소문내세요

 

 윤세리 돌아왔다고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세리)  저 때문에 놀라셨던 분들 죄송하고요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또 제가 사라져서  좋으셨던 분들께도 유감이네요

 

 저 멀쩡하게 살아 돌아왔어요

 

 [직원들의 놀라는 신음]  (직원5)  대박!

 

 (세리)  감사하고 기념하는 의미에서

 

 오늘부터 일주일

 

 세리스초이스의 전 제품을

 

 절반가로 할인 판매합니다

 

 - (직원6) 어? 진짜야?  - (직원7) 대박이다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세리)  다들 아시겠지만

 

 세리스초이스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할인하지 않던 브랜드예요

 

 역대 특급 한정 할인 행사로

 

 프리미엄 제품을 누려 보세요

 

 [감성적인 음악]

 

 이렇게 물의를 일으키게 돼서...

 

 (혜지)  너무 당당해, 자기야

 

 본의 아니게

 

 (세준)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  [혜지의 한숨]

 

 너무 소심하지, 그건  [세준의 한숨]

 

 진짜 죄지은 사람 같잖아

 

 [혜지의 재촉하는 신음]

 

 앞으로...

 

 [울먹이며]  아, 몰라, 나 못 하겠어, 진짜

 

 아, 왜 못 해?

 

 (혜지)  당신 폭행죄로 기소된 거야

 

 최대한 예의 바르고 착해 보여야

 

 사람들이 '아, 저 사람이  그럴 사람은 아니구나' 그러지

 

 다시 해 봐  [손가락을 탁 튀긴다]

 

 (세준)  아이씨, 안 해, 못 하겠어, 못 해!  [혜지의 놀란 신음]

 

 (혜지)  아, 자기야, 자기야! 어?

 

 포토 라인 서야 되잖아

 

 죄인은 공소 시효가 있지만

 

 사진에는 공소 시효가 없다고

 

 영원히 남는 거라고

 

 [혜지가 등을 토닥인다]  알겠어

 

 [익살스러운 음악]

 

 (혜지)  앉은 김에 자기 흑채 좀 뿌리자

 

 아유, 많네, 많아

 

 - 여기  - 스트레스는 탈모의 원흉이야, 자기야

 

 스트레스받지 마

 

 (혜지)  자

 

 난 윤세형 그 새끼가  킥킥거릴 거 생각하면

 

 나는 자존심이 너무 상한단 말이야

 

 세형이 그 새끼는 회삿돈 횡령하고  천억짜리 사기를 당해도 넘어가고

 

 나만 기소당하고

 

 [울먹이며]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우리 삼재인가?

 

 차라리 윤세리면 덜 쪽팔리겠어

 

 걔는 솔직히 능력이 있잖아

 

 근데 세형이 그 새끼랑 나랑  둘이 남았는데 내가 까인 건...

 

 [흐느낀다]

 

 [휴대전화 벨 소리]

 

 [세준이 계속 흐느낀다]

 

 여보세요

 

 어, 뭐?

 

 누구?

 

 누가 와?

 

 [사무실이 분주하다]

 

 [훌쩍인다]

 

 (부장)  안 죽었다며?

 

 자신 있다며?

 

 무슨 윤증평 회장을 직접 만났다며?

 

 세상에는 절대 진리 두 가지가 있다며?

 

 어, 서울 부동산값 안 떨어지는 거랑  윤세리 안 죽은 거랑

 

 이 두 가지가 절대 진리라며?

 

 [훌쩍인다]

 

 (부장)  어? 뭔 말을 해 봐

 

 죄송합니다  [훌쩍인다]

 

 아, 왜 고개를 못 들어?

 

 (부장)  저번처럼 고개 빳빳하게 세우고  개겨 보기라도 하든지

 

 하, 왜 말을 못 해? 뭐 입이 잠겼어?

 

 - (부장) 0, 0, 0, 0, 안 열리네  - 죄송합니다

 

 (부장)  비밀번호가 바뀌었나? 1, 2, 3, 4  [속상한 신음]

 

 [밝은 음악]  말을 해!

 

 [부장의 놀라는 신음]

 

 [수찬의 놀라는 숨소리]

 

 [흐느끼며]  대표님

 

 대표님!

 

 (사회자)  오늘 긴급 이사회는

 

 대표 이사 교체 및

 

 대주주 변경 건에 관해  열리게 됐습니다

 

 (상아)  그동안 풍전등화 같은 회사의 현실에

 

 걱정 많으셨을 겁니다

 

 이번 일 전화위복 삼아야죠

 

 (상아)  앞으로 퀸즈그룹에서

 

 세리스초이스를  흡수 합병할 예정입니다

 

 [웅성거린다]

 

 물론 임원진 여러분의 처우는

 

 그에 맞게 상향 조정될 거고

 

 아마 파격적 수준이 되겠죠?

 

 [웅성거린다]

 

 (창식)  야, 수찬아, 바쁜데, 지금?

 

 무슨 일인데?

 

 [긴장되는 음악]

 

 뭐?

 

 [다가오는 발걸음]  [직원8의 놀라는 숨소리]

 

 홍 팀장님

 

 (창식)  어, 간지러워, 대표님 맞는데

 

 맞네

 

 맞네, 진짜!

 

 (세리)  나 할 말도 많고 따질 것도 많은데

 

 그래도 일단은 반가우니까

 

 (창식)  [서류를 탁 던지며]  아니, 어디 있었던 거예요?

 

 [직원8이 흐느낀다]  [울먹이며]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데!

 

 뭐야

 

 (세리)  무슨, 날 얼마나 찾았다고

 

 진짜로?

 

 [창식과 직원8이 흐느낀다]

 

 [창식이 계속 흐느낀다]

 

 얼굴은 더 좋아진 거 같은데?

 

 [부인하는 신음]

 

 (창식)  [흐느끼며]  아니에요

 

 그럼 거수로 찬반 의견을  제시해 주시겠습니다

 

 (사회자)  먼저 대표 이사 교체 건에 관해  찬성하시는 분

 

 [흥미진진한 음악]

 

 [이사들의 놀라는 신음]

 

 (이사1)  대표님

 

 [이사들이 웅성거린다]  (이사2)  대표님, 대표님 맞습니까?

 

 자기 장례식장에서

 

 [당황하는 숨소리]  (세리)  관 뚜껑 열고 나오는 기분이

 

 이런 걸까요, 여러분?

 

 누가 내 장례식에 부의금 얼마 했는지

 

 누가 병풍 앞에서 내 뒷담화를 했는지

 

 [헛웃음]

 

 다 알게 돼 버린 기분이네요

 

 방금 손든 분들?

 

 못 본 걸로 해 드릴 테니까

 

 얼른 가서 업무들 매진하시고요

 

 새언니?

 

 [흥미로운 음악]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

 

 (세리)  상견례를 일식집으로 잡을 때부터

 

 '아, 저 언니  날로 먹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생각은 했는데

 

 미안해요

 

 내 회사까지 날로 먹는 건 안 되겠어

 

 내가 왔잖아?

 

 [애국가가 울려 퍼진다]

 

 (치수)  ♪ 높고 구름 없이 ♪

 

 ♪ 밝은 달은 우리 가슴 ♪

 

 ♪ 일편단심일세 ♪

 

 ♪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

 

 ♪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

 

 기걸 다 외웠습니까?

 

 (치수)  야, 기럼 해 뜨고 질 때마다  만날 듣는데 외우지 않고 배기간?

 

 모르긴 몰라도 남조선 사람들도

 

 4절까지 다 외운 사람은 몇 없을걸?

 

 (치수)  ♪ 이 기상과 이 맘으로 ♪

 

 왜 저러니? 누가 듣습니다

 

 (치수)  누가 듣네? 중대장도 없는데

 

 긴데 우리 중대장 동지는  어디 가셨습니까?

 

 글쎄  [주먹의 한숨]

 

 요새 통 잠도 못 주무시고

 

 [한숨 쉬며]  통 밥도 못 드시고

 

 상사병도 이런 상사병이 없어

 

 [잔잔한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한숨]

 

 (세리)  저거 그거라면서요?

 

 물 떠 놓고 비는 거

 

 아까 표치수가 그러던데

 

 이 집에 60년 전에

 

 전쟁 나간 아들을 둔  어머니가 살았대요

 

 알고 있소

 

 [한숨]

 

 그 어머니는

 

 아들을 만났을까?

 

 [한숨]

 

 (세리)  간절히 기다리고 기도하면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까?

 

 그거라도 하는 거요

 

 기다리기라도 해야 살갔으니까  하는 거요

 

 ♪ 그 봄에 우리 ♪

 

 ♪ 영원을 기도했죠 ♪

 

 ♪ 너와 마주 앉아 입 맞춰 부르던 ♪

 

 [옅은 한숨]

 

 ♪ 노랫소릴 기억합니다 ♪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동무, 그때 그 장마당에서...

 

 예, 맞습니다

 

 (정혁)  여긴 어케 들어온 거요?

 

 보위부 출입 허가증을 받은 거요?

 

 초소장 중 하나가  군 물자로 밀수를 한 거를

 

 내가 알고 있었디요

 

 (만복)  기걸로 거래를 하고 들어왔습니다

 

 난 하루 종일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이라

 

 비밀도 많이 알고 있디요

 

 누굴 만났는지  무슨 거짓말을 하는지

 

 무엇이 그이의 약점인지

 

 도청을 하는 자요?

 

 귀때기라고 하디요

 

 (만복)  열일곱부터 난 남의 말만 듣느라

 

 내 이야기를 누구에게  해 보질 못했습니다

 

 [잔잔한 음악]  근데 수년 전

 

 처음으로 내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을  만났댔습네다

 

 그이가 내 생일이라고 선물도 줬디요

 

 동무가 찾아 준 이 지갑

 

 [정혁이 종이를 바스락 펼친다]

 

 내 형을 아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병원 안이 소란스럽다]  [아기 우필이 응애 운다]

 

 [만복의 다급한 숨소리]

 

 (만복)  선생님, 저희 아이 좀 봐 주십시오

 

 (의사)  오면서 복도 못 봤소?

 

 지금 신종 플루라고 돌림병이 도는데

 

 약이 떨어져서 우리도 방도가 없소

 

 치료 주사약을 직접 구해 오면  놔 줄 수야 있갔디만

 

 이, 이거이 장마당에서 사 온 겁니다

 

 이거 가짜요

 

 (의사)  그냥 풀가루 녹인 건데

 

 지금 같은 때 진짜 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을 거요

 

 뭐, 11호 병원이라면 모를까

 

 [응애 운다]

 

 (명순)  열이 안 내립니다

 

 (만복)  기래?  [명순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우필아

 

 (무혁)  [문을 쿵쿵 두드리며]  만복 동무!

 

 [풀벌레 울음]  [무혁의 가쁜 숨소리]

 

 [무혁의 반가운 숨소리]

 

 (무혁)  [가쁜 숨을 내뱉으며]  약 구했네

 

 간호원 동무도 같이 왔으니 안심하게

 

 [놀라는 숨소리]  [감동적인 음악]

 

 [감격하는 숨소리]

 

 [옹알거린다]

 

 [안도하는 숨소리]

 

 [아기 우필이 옹알거린다]

 

 약값으로 부족하겠지만

 

 (만복)  받아 주게

 

 내 새끼 목숨값이니 꼭

 

 [옅은 한숨]

 

 (무혁)  기래, 받지

 

 충분하네

 

 고맙네

 

 (만복)  [울먹이며]  고맙네

 

 [훌쩍인다]

 

 (만복)  리무혁 대위 동지를  도감청하라는 말씀입니까?

 

 제대로 들어 놓고  와 두 번 물어보고 기래?

 

 아, 리무혁 동지와  친한 사이 아니었습니까?

 

 기거는 동무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철강)  동무 오마니 말이야  [의미심장한 음악]

 

 장사한다고 국경을 넘으려다가  수용소 드가게 생겼어

 

 예?

 

 그, 노인네가 수용소 들어가면

 

 올겨울 버티갔어?

 

 결핵도 있다믄서?

 

 내가 빼 주고 조치도 취해 줄 테니까니

 

 동무는 시키는 일이나 잘하라

 

 기렇지만...

 

 (철강)  아니믄, 뭐

 

 동무 오마니 기케 영영 잃어버리든가

 

 일없갔어?

 

 (무혁)  철강이는 이미 선을 넘었어

 

 내 말도 듣질 않아

 

 문화재 도굴에 마약 밀매도 모자라서

 

 자기 비리를 감추기 위해  사람도 죽였지

 

 곧 평양 예심국으로 갈 거야  [한숨]

 

 (부하)  증거 확보는 되셨습니까?

 

 (무혁)  돈을 받고 철강이의 범죄를  눈감아 준 사람들의 명단과

 

 그 돈이 어디서 왔는지  내역 모두 확보했어

 

 [무혁의 한숨]

 

 하나는 가지고 갈 거고

 

 만에 하나 모르니 나머지 하나는...

 

 (부하)  시계 안에 말입니까?

 

 (무혁)  기래

 

 [자동차 엔진음]

 

 (만복)  출발합네다

 

 [긴장되는 음악]

 

 (만복)  방금 두 번째 초소 검문 통과했습니다

 

 목표 차량 봉덕 굽인돌이 쪽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덜컹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방지턱 통과합니다

 

 [자동차 가속음]

 

 [굉음이 들린다]  [놀라는 신음]

 

 (명순)  이제 옵니까?

 

 생일인데 생일상도 못 받고

 

 고깃국 끓여 놨습니다

 

 아, 아까 리무혁 중대장이  찾아왔습니다

 

 당신 생일이라고  좋은 고기도 사다 주고

 

 자기는 평양에 일이 있다더만요

 

 아!

 

 길구 이것도...

 

 [만복이 상자를 탁 받는다]

 

 [잔잔한 음악]

 

 지갑 아닙니까?

 

 [놀라는 숨소리]

 

 돈이...

 

 우필이 아버지, 편지도 있습니다

 

 [훌쩍인다]

 

 (무혁)  만복 동무

 

 생일을 축하하네

 

 좋은 지갑을 가지고 있으믄  행운도 따라온다고 하지

 

 내가 좋아하는  만복 동무와 그 가족에게

 

 늘 행운이 함께하기를 바라겠네

 

 평양에 다녀올 일이 있는데

 

 다녀와서 우리 술 한잔하자고

 

 리무혁

 

 [흐느낀다]

 

 [만복이 서럽게 운다]

 

 [가슴을 탁탁 친다]

 

 [오열한다]

 

 이제 와서 나에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뭐요?

 

 오랫동안 후회를 했디만  소용없었습니다

 

 내 마음 편하자고

 

 어쩔 수 없었다고 다독여 봐도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차분한 음악]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 때마다

 

 [울먹이며]  미안했습니다

 

 내가 그이에게

 

 한 짓이...

 

 [훌쩍이며]  또...

 

 너무 그리웠습니다

 

 내 하나뿐이었던 동무가

 

 [만복이 훌쩍인다]

 

 [만복이 연신 훌쩍인다]

 

 이 죄를 갚고 싶습니다

 

 [만복이 흐느낀다]

 

 난 이제 어케 돼도 좋으니

 

 내 식솔만 지켜 주십시오

 

 [만복이 훌쩍인다]

 

 ♪ 그대 듣고 있나요 ♪

 

 ♪ 많이 그리울까요 ♪

 

 [흐느낀다]

 

 [한숨]

 

 [녹음기 버튼을 딸깍 누른다]

 

 (무혁)  내 동생이 말이지

 

 스위스에 유학을 가 있어

 

 (부하)  아, 기렇습니까?

 

 (무혁)  그 녀석이 피아노 천재거든

 

 [부하의 탄성]  이 장학금을 받고 공부하고 있어

 

 얼마 전에 연주회가 있었는데

 

 전체 기립 박수를 받았다지 뭐이가?

 

 [차분한 음악]

 

 우리 정혁이가 나를 위해  곡을 하나 만들었대

 

 조국에 돌아오면 연주해 준다는구먼

 

 [부하가 살짝 웃는다]

 

 좋으십니까?

 

 응, 좋아

 

 그 녀석 생각을 하면  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

 

 (정혁)  형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미안해

 

 [흐느끼며]  미안...

 

 (무혁)  그 녀석이

 

 행복했으면 좋갔어

 

 [연신 흐느낀다]

 

 [굉음이 흘러나온다]

 

 [떨리는 숨소리]

 

 [녹음기 버튼을 딸깍 누른다]

 

 [정혁이 흐느낀다]

 

 (월숙)  이야, 이, 춥구나!

 

 [힘주는 신음]

 

 [훌쩍인다]

 

 [훌쩍인다]

 

 [힘주는 신음]

 

 뭐이네?

 

 (영어 교사)  '웨어 아 유 프롬'?

 

 (아이들)  '웨어 아 유 프롬'?

 

 당신은 어데서 왔습니까?

 

 (아이들)  당신은 어데서 왔습니까?

 

 (영애)  아니, 기러니까

 

 삼숙 동무가 남쪽에서 왔다 그 말이가?

 

 (옥금)  예

 

 (월숙)  기러니까

 

 삼숙 동무가 삼숙 동무가 아니고  윤세리라는 거지요  [영애의 놀라는 숨소리]

 

 (영애)  윤세리라 하믄...

 

 [흥미진진한 음악]

 

 (옥금)  예, 우리 모두  장마당에서 보지 않았습네까?

 

 아랫동네 고급 제품

 

 '세리스초이스'의 그 세리가  이 윤세리랍니다

 

 (월숙)  예  [영애가 말을 버벅댄다]

 

 (영애)  그 찰떡 쫀득 크림의 그 세리스초이스?

 

 (옥금)  예!

 

 [영애의 놀라는 숨소리]

 

 그 모공 박멸 스킨 토너의  그 세리스초이스?

 

 - (옥금) 예  - (월숙) 맞습니다

 

 (월숙)  물광 퐁퐁 에센스  그 세리스초이스입니다

 

 (영애)  아이고, 야

 

 아이고, 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가?

 

 그 세리가

 

 아니, 왜 여기서  그 삼숙이 짓을 하고 있었단 말이야?

 

 (옥금)  아니, 여기 보시믄

 

 그 불의로 사고로 기케 됐다  이렇게 쓰여 있지 않습니까? 여기

 

 (영애)  아니!

 

 아니, 왜 떠나는 마당에

 

 우리한테만 그 사실을  털어놓고 간 거냔 말이야

 

 (옥금)  아

 

 (월숙)  이유는 이거 아니갔습니까?

 

 '언니들, 그동안  속이게 되어서 미안해요'

 

 언니래?

 

 예

 

 (월숙)  '영애 언니, 월숙 언니  명순 언니, 옥금 언니'

 

 딱 이케 쓰여 있습니다

 

 내가 처음이지?

 

 (월숙)  예, 여기 딱 처음입니다

 

 '언니들, 그동안  제가 한 이야기들을 다 믿어 주고'

 

 '같이 화내 주고  수다도 같이 떨어 줘서 고마워요'

 

 '정말 위로가 됐어요'

 

 '나 지금 가지만'

 

 '언니들한테만은  내 진짜 이름 얘기해 주고 싶었어요'

 

 [잔잔한 음악]  '어쩔 수 없이 거짓말 많이 했지만'

 

 [훌쩍이며]  '언니들에 대한 내 마음은 진짜였어요'

 

 [영애와 옥금의 심란한 신음]

 

 참 힘들고 무서웠갔습니다, 삼숙 동무

 

 (명순)  모르는 곳에 혼자 사고로 떨어져서

 

 혹시나 들킬까, 잡혀가지는 않을까

 

 얼마나 겁이 나고 무서웠갔습니까?

 

 [한숨]  (월숙)  저 안에 누가 있습니다!

 

 [철컥 장전한다]

 

 (철강)  나오라

 

 (월숙)  하긴

 

 그 동무가 혼자 센 척은 다 했지만  겁이 많다고

 

 간이 쥐콩만 하다고

 

 (옥금)  처음엔 도덕 없다, 도덕 없다  기렇게 생각했는데

 

 지내다 보니 기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탈맥이나 하시죠들

 

 [저마다 말한다]  - (옥금) 찧읍시다  - (월숙) 땁시다

 

 (옥금)  자, 자, 자

 

 나는 '어서 가세요' 머리

 

 (명순)  무사히 잘 도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애가 입소리를 쩝 낸다]

 

 그 동무 떠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를 보면은

 

 (영애)  쯧, 잘 돌아갔거나

 

 죽었거나  [옥금의 놀라는 숨소리]

 

 둘 중의 하나 아니갔어?

 

 [옥금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월숙의 한숨]  (옥금)  어캅니까?

 

 (영어 교사)  '하우 아 유 두잉'?

 

 (아이들)  '하우 아 유 두잉'?

 

 (영어 교사)  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아이들)  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옅은 한숨]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감성적인 음악]

 

 [아이들의 웃음]

 

 어?

 

 [자동차 경적]

 

 [문이 탁 닫힌다]

 

 (혜지)  아니

 

 이게 누구야, 진짜

 

 새벽마다 기도하면서

 

 내가 너무 기적을 바라는 건  아닌가 했는데

 

 미라클이다, 정말, 어?

 

 그동안 어디서 뭐 한 거야?

 

 얼굴 상한 거 봐  안 되겠다

 

 내일 오후에 나 다니는 에스테틱 가요

 

 내 시간에 들어가

 

 거기 진짜 예약 안 되는 데거든

 

 [혜지가 살짝 웃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언니

 

 어, 그래요

 

 (혜지)  으아, 잠깐만  거기 뭐, 마디 꼈어요, 잠깐만

 

 아, 잠깐, 거기 꼈어, 꼈어, 잠깐만  [혜지의 아파하는 신음]

 

 내 드레스 룸에 들어갔어요?

 

 아니, 난 안 가려고 그랬는데  어머니가

 

 내 집 문은 어떻게 열고?

 

 어머니가 열어 주셨지

 

 아시던데, 비번?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옅은 한숨]

 

 [한숨]

 

 미안해요, 엄마

 

 무슨 뜻이니?

 

 엄마

 

 내가 돌아오길 바랐어요?

 

 내 회사 주식 바닥까지 떨어지고

 

 여러 사람들이 헐값에  열심히 사 모았던데

 

 (세리)  그중에 둘째 새언니가 가장 많이 샀고

 

 그다음이

 

 엄마더라고요

 

 그건...

 

 (세리)  그건 내가 노력해서 만든 내 회사예요

 

 엄마 자식들 거 아니고 내 거야

 

 그거까지 다 뺏고 싶으셨어요?

 

 [살짝 웃으며]  세리야

 

 (세리)  아, 내가 죽은 줄 알았으니까?

 

 [차분한 음악]  그래요, 그럴 수 있지

 

 그럴 순 있는데

 

 엄마 좋았지?

 

 나 죽은 줄 알고 엄마 좋았지?

 

 그래서 미안하다는 거예요

 

 살아 돌아와서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세준)  어머니는 왜 안 드시고...

 

 (증평)  어, 네 어머니는 속이 좀 안 좋으시대

 

 (혜지)  하긴 저희도 지금 다  너무 충격이 가시질 않아서

 

 속도 너무 울렁울렁거리고  [세준이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아버지는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거예요?

 

 얘 살아 있는 거?

 

 그게 뭐가 중요해?

 

 그때였죠?

 

 한 2주 전인가?

 

 (세준)  아버지 한 사나흘 갑자기  어디 출장 가신다고 하고 안 오셨던 날

 

 뭐, 중요한 문제 아니니까 더 이상...

 

 맞을 거야, 그날

 

 [익살스러운 음악]  (세리)  나 병원에 있을 때

 

 (혜지)  병원에? 왜?

 

 사고 난 다음에  쭉 병원에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연락이 안 됐던 건가?

 

 기억 안 나요

 

 (혜지)  기억 안 난다고?

 

 그럼 뭐야?

 

 이거 그 말로만 듣던 기억 상실증

 

 뭐, 그런 건가?

 

 아예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아, 그건 아니고

 

 거기까진 기억나

 

 - (증평) 내 자리 너한테 주마  - (세리) '내 자리 너한테 주마'

 

 (세리)  딱 거기까진 나네, 정확하게

 

 어제 일 같아

 

 (혜지)  아버님,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후계 구도 관련된 모든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요?

 

 형님

 

 그렇잖아

 

 (혜지)  암만 고도리가 날고 오광이 떠도

 

 - 패 안 맞으면 게임 리셋되는 거고...  - 좋네요

 

 다들 여전하시고

 

 난 항상 배고프다가도  집에만 오면 안 고파

 

 그만 가 볼까 봐요

 

 [세리가 와인을 조르르 따른다]

 

 [기분 좋은 신음]

 

 언제 전기 나갈까  조마조마 안 해도 되고

 

 한밤중에  누가 숙박 검열 나올 일도 없고

 

 하, 너무 좋아

 

 이게 집이지, 그럼

 

 [세리가 살짝 웃는다]

 

 [숨을 카 내뱉는다]

 

 이거지, 이거야

 

 목욕은 원래 이렇게  발을 쭉 뻗고 하는 거지

 

 (세리)  따뜻한 물이 언제든지 나오니까

 

 가마솥에 데울 필요도 없고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 윤세리 웬일이니

 

 하, 참, 가마솥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잔을 탁 내려놓으며]  얘, 여기 서울이야, 정신 차려

 

 어?

 

 쩝

 

 그동안 10년은 늙었을 거야

 

 돌아가야 돼

 

 난 원래 '영 앤드 리치'였다고

 

 그냥 '리치'기만 하면 안 돼, 세리야

 

 다시 '영'해져야지

 

 [화장품을 탁 내려놓는다]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한숨]

 

 [한숨]

 

 [기기 작동음]

 

 원래대로 모든 걸 돌리는 거야

 

 [만족스러운 신음]

 

 돌아가고 있어

 

 [기분 좋은 숨소리]

 

 이거지

 

 하, 침대는 이렇게 운동장만 하고

 

 폭신폭신해야지

 

 그렇죠, 리정혁 씨...

 

 [한숨]

 

 [헛웃음]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약통을 탁 내려놓는다]

 

 [훌쩍인다]

 

 [숨을 하 내뱉는다]

 

 [차분한 숨소리]

 

 [한숨]

 

 [바람이 휭휭 분다]

 

 [의미심장한 음악]

 

 [연장을 탁 내려놓는다]

 

 [메모리 카드를 탁 꽂는다]

 

 [한숨]  [마우스 클릭음]

 

 [마우스 클릭음]

 

 [팩스 알림음]

 

 어이

 

 (보안원)  신분증 좀 봅시다  [긴장되는 음악]

 

 (승준)  [영어]  아, 신분증은 내 방에 두고 왔어요

 

 [영어]  그럼 방으로 함께 갑시다

 

 (보안원)  당신 거동이 수상하다는  신고가 들어왔소

 

 난 외교관이에요

 

 당신의 신분은 우리가 직접 확인하겠소  갑시다

 

 [한국어]  저건 뭐야?

 

 (단)  알베르토?

 

 알베르토  안 기래도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외삼촌!

 

 여기 내 류학 시절 동무입니다  알베르토 구

 

 아, 기래?

 

 (단)  알베르토는 외교관입니다, 삼촌

 

 오, 반갑구먼, 알베르토?

 

 [승준의 호응하는 신음]

 

 긴데 무슨 일들이야?

 

 (보안원)  아, 거, 거동이 수상하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확인하려고 했는데

 

 이케 확실한 보증인이 있으니  더 할 것도 없갔습니다

 

 기럼!

 

 우리 단이 류학 동무인데

 

 (명석)  이거보다 확실한 신원 보증이  어디 있갔어, 어?

 

 [명석의 멋쩍은 신음]

 

 (승준)  진짜 나한테 연락하려고 그랬어요?

 

 아까 그랬잖아

 

 기거이 기냥 하는 소리지, 뭐

 

 아니지, 그럼 안 되지!

 

 그쪽이 나한테 진 신세, 받은 은혜  이런 걸 생각하면

 

 그런 말 그냥 하고 그러면 안 되지

 

 신세는 무슨 신세입니까?

 

 아니라고 못 할 텐데?

 

 생색을 내요, 내 입으로?

 

 (승준)  내가 그날 술 마셔서 운전도 못 하고

 

 호텔 바에서 집까지  약 2킬로미터의 거리를

 

 만취한 우리 단 씨 업고 갔다고

 

 근데 나한테 자꾸 그러더라?

 

 자고 가라고

 

 [익살스러운 음악]

 

 내가?

 

 - 하, 참  - '자고 가라우'

 

 기억 안 나요?

 

 내가 원래 술 먹어도  통 취한 티가 안 나고

 

 술버릇도 굉장히 고운 편인데

 

 그날 과음해서  실수가 좀 있었나 보군요

 

 술버릇은 있거나 없거나지

 

 이 세상에 고운 술버릇은 없다고

 

 아니, 고운데  막 길바닥에서 막 뒹굴거리고

 

 - 아유, 자고 가라고 소리 지르고...  - 뭐, 좌우당간, 주고받은 거로 하자요

 

 (단)  그쪽도 오늘 내게  신세 지지 않았습니까?

 

 그래, 뭐, 그런 거로 합시다

 

 (승준)  아, 근데요, 아, 그건  계속 진행하는 건가?

 

 결혼식요

 

 뭐, 리정혁 씨  비무장 지대 들어갔다면서요?

 

 뭐, 그럼 한동안은  못 나오는 거 아닌가?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무거운 음악]

 

 기억 안 나요?

 

 그날 술 취해서 다 얘기해 줘 놓고

 

 난 그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그랬나?

 

 확실해요? 그럼 난 어떻게 알았지?

 

 꿈을 꿨나?

 

 정혁 동무에게 들었습니까?

 

 네

 

 [힘겨운 신음]

 

 [승준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운동 부족이야, 운동 부족  [휴대전화 벨 소리]

 

 아유, 씨

 

 네, 접니다

 

 내일 세리 동무를  남조선으로 보내려고 하오

 

 예?

 

 (정혁)  남조선에 있는 세리 동무 가족들이

 

 그 사람 소식을 알고 있다는 것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는 것

 

 모두 사실이오?

 

 [헛웃음]  나를 믿어요?

 

 지금은 믿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뭐, 뭐, 돌아오길 바라지 않으면  안 돌려보내시게요?

 

 기건 아니지만 알고 싶어서

 

 아, 그게 다는 아니고

 

 윤세리 오빠 중의 한 명이  알고는 있는데

 

 썩 반기는 편은 아니에요

 

 (승준)  더 솔직히 말하면 안 돌아오길 바라지

 

 뭐, 그, 세리가 돌아오면  자기 자리 뺏기게 생겼으니까

 

 어때요?

 

 세리 씨 돌아가도  꽃밭은 아닐 거 같은데

 

 그냥 여기 있게 하는 거?

 

 [의미심장한 음악]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마시오

 

 거게가 그 사람의 세계고

 

 (정혁)  그 사람은 돌아가길 바라고 있소

 

 [한숨]

 

 반드시 보내 줘야 하오

 

 아이, 그래서요?

 

 어, 그럼 그렇게 하시지  저한테 왜 전화하신 건데요?

 

 - 도와주시오  - 예? 제가 왜...

 

 아, 아니지, 뭐, 이유를 알 필요 없고

 

 난 이거 못 들은 거로 하고  끊겠습니다, 예?

 

 나 끊는다고요!

 

 오래된 친구라고 들었는데

 

 안 지가 오래됐지  친한 사이도 아니고요

 

 새해, 크리스마스, 생일  이런 날 난 자기한테 톡 보내도

 

 자기는 나한테  이모티콘을 보낸 적이 없고

 

 늘 읽씹...

 

 무엇보다 윤세리는  나한테 모욕감을 줬다고

 

 (승준)  결혼 몇 주 앞두고 파투를 냈잖아

 

 근데, 근데 내가 왜 도와줘?

 

 아, 뭘 도와 달라는 건데, 대체?

 

 아, 미쳤어요?

 

 (지도원)  주변 경계 철저히 하라우

 

 (초소병1)  네!

 

 [흥미진진한 음악]

 

 (승준)  아, 짜증 나

 

 내가 왜 여기...

 

 윤세리 서울 돌아가면  윤세형이 가만 안 있을 텐데

 

 아유, 참, 튈까?

 

 아니야, 아니야, 째?

 

 아니야!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수도 있어!

 

 [거친 숨소리]

 

 그래도 돼!

 

 [짜증 섞인 말투로]  하, 진짜 짜증 나

 

 (지도원)  들어온 차만 있고  나간 차는 없다 이거디?

 

 (초소병2)  예

 

 (지도원)  나가는 차도 보안 검색 철저하게 하라

 

 만에 하나  그 차에 모르는 여성이 타고 있을 땐

 

 반드시 나한테 알리고

 

 - 알갔어?  - 알갔습니다!

 

 (정혁)  [작은 목소리로]  갑시다

 

 [통화 연결음]

 

 지금이오

 

 [긴장되는 음악]

 

 [긴장하는 숨소리]

 

 침착해, 침착해  [차 창을 징 내린다]

 

 신분증 제시하십시오

 

 아

 

 "여권, 구승준, 영국 시민"

 

 (승준)  [영어]  영국 대사관이 이쪽에 있다고 들었소

 

 문 좀 열어 주시오, 멋진 양반

 

 [승준이 경적을 빵빵 울린다]  [초소병2의 당황하는 신음]

 

 [영어]  대사관은 이쪽이 아니오

 

 - 대사관? 나도 알아요  - (초소병2) 여기, 여기가 아니오

 

 여기가 아니라고요?

 

 그, 대, 대동강으로 가시오

 

 (초소병2)  문수동으로 가시오

 

 - (승준) 가라고요?  - (초소병2) 돌아가시오, 돌아가시오

 

 [놀라는 숨소리]

 

 (승준)  [버럭 하며]  왜! 무슨...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왜 안 되는데!

 

 이봐요!  날 좀 봐요, 날 좀 봐!

 

 (초소병2)  [한국어]  아, 이거 뭐라는 기야, 이거?

 

 (승준)  [영어]  대체 무슨 문제...

 

 (초소병2)  [한국어]  그, 차 빼라, 아이, 카, 카 빼

 

 [영어]  알겠어요, 고마워요  [초소병2의 당황하는 신음]

 

 내가 가서 찾아볼게요

 

 [한국어]  승준 씨, 고마워

 

 [승준의 헛웃음]

 

 (세리)  그날 그렇게 도망가서 미안하고

 

 어, 나는 무슨  레이싱 선수인 줄 알았어

 

 코너링 어디서 배웠대?

 

 나 사실 승준 씨 한국에서부터

 

 되게 사기... 아, 양아치...

 

 (세리)  그, 머리는 되게 좋은데

 

 그걸 올바른 데에 잘 사용하지 못하는

 

 그런 미숙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거든?

 

 근데 알고 보면 되게 괜찮은 사람 같아

 

 의리도 있고

 

 그래?

 

 - (세리) 응  - (승준) 반지는?

 

 (세리)  어?

 

 나처럼 의리 있고 괜찮은 사람이 준  프러포즈 반지는?

 

 설마 팔아먹었니?

 

 아니, 그건 아니고

 

 맡겼어, 잠시 어디

 

 어디?

 

 장마당 전당포

 

 - 왜...  - (세리) 급전이 필요해서

 

 리정혁 씨 선물 하나 해 주고 싶은데  내가 무슨 돈이 있어

 

 (세리)  근데 나 그날  그거 바로 잃어버렸잖아요

 

 되게 근사한 빈티지 시계였는데, 쯧

 

 일없소

 

 당신이 안 다쳤으니 다행이지

 

 (승준)  둘 다 내 차에서 내려 줄래?

 

 하하, 비 온다

 

 [긴장되는 음악]

 

 고맙소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엔진음]

 

 (승준)  그날 거기까지 바래다주고 헤어졌어요

 

 그 뒤론 뭐 어떻게 됐는지  나도 아직 모르고

 

 기러니까

 

 정혁 동무가  긴급 교방을 자청해서 들어간 이유가

 

 그 여성 때문이다?

 

 (승준)  그렇죠

 

 자기 거 다 걸고 말이지요?

 

 내가 그 두 사람  왜 도와줬는지 알아요?

 

 (승준)  서단 씨 첫사랑  빨리 끝내 주고 싶었어요

 

 예?

 

 첫사랑 그거 오래 하는 거 아니에요

 

 (승준)  뭐든지 오래 하면 별로라고

 

 사람이나 사랑이나

 

 멀리서 잠깐

 

 그게 피차간 좋아요

 

 깔끔하고 아름답고

 

 동무가 그 두 사람을 도와주믄  내 첫사랑이 끝납니까?

 

 리정혁은 목숨 걸고  윤세리 지킨다고 거길 들어갔어

 

 그럼 끝 아닌가?

 

 [차분한 음악]

 

 끝을 봤으면 끝을 내야지, 이제

 

 참 모르는 소리 합니다

 

 끝을 봤다고 끝나지는 건  사랑이 아닙니다

 

 서단 씨야말로 모르는 소리 하지 마요

 

 (승준)  내가 누군가를 기다려

 

 근데 그 기다리는 모습이  내가 봐도 초라해

 

 그럼 그건 사랑이 아니야

 

 집착이야

 

 [단의 한숨]  사랑이 오래돼서  변하고 썩어 버린 거지

 

 그런 건 버려야지, 이제

 

 호텔에서 봤다는 그 남자

 

 (명은)  눈썹 진하고 피부색 하얗고

 

 키는 좀 큰데 비리비리하고

 

 기러지 않았어?

 

 [손가락을 탁 튀기며]  맞아!

 

 기럼 지난번에 단이 들쳐 업고 왔다는  그자와 동일인?  [익살스러운 음악]

 

 [명은의 탄성]

 

 기렇지 않아도 내가 마음이 심란해서

 

 이걸 보고 있었단다

 

 (명석)  응?

 

 (명은)  팜 파탈

 

 남녀노소를 파탄에 빠뜨리는  천상의 미모

 

 저 정도 미모면 부가 필요치 않고

 

 이 정도 부유하면  저 정도 미모가 필요 없는데도

 

 우리 단이는 둘 다 가졌으니

 

 남자가 따르는 건  당연지사 아니갔어?

 

 아!

 

 기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나?

 

 네가 뭘 알아?

 

 아니

 

 내가 이상하다 생각한 건  [앨범을 탁 내려놓는다]

 

 (명석)  정혁이가 전초선에 긴급 교방돼서  들어갔다는데도

 

 단이가 전혀 섭섭하게  생각하질 않더라 이거야

 

 정혁이만 닭 쫓던 개 꼴이 난 셈이지

 

 [명은의 골치 아픈 숨소리]

 

 우리 단이를 어케 설득한다?

 

 [명석의 웃음]

 

 (명석)  긴데 누나 약간 기분 좋아 보인다?

 

 야, 기분이 좋긴

 

 혼사가 깨지게 생겼는데  걱정돼 죽갔다, 야, 쯧

 

 뭐, 깨져야 한다믄

 

 까이는 거보다 까는 거이 낫갔지

 

 뭘 까고 까이나?

 

 [휴대전화 벨 소리]

 

 [명석의 헛기침]

 

 여보시오

 

 어, 무슨 일이가?

 

 (재판장)  본 재판소는

 

 특수한 여건에서 진행되는  특별 재판인 만큼

 

 일반 사법 재판에 참여하는  인민참심원 제도를 약식하고

 

 검사와 변호사만으로 구성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 (재판장) 자, 검사  - (검사) 예!

 

 (재판장)  발언 진행하시오

 

 피고 조철강은

 

 2011년 전승동 네거리  차량 충돌 사건을 비롯한

 

 (검사)  여섯 건의 위장 사고로

 

 11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암살한 자입니다

 

 뿐만 아니라  보위군관의 직책을 악용해서

 

 민족 문화 유산 도굴과 밀매

 

 마약 제조와 판매 등의  수많은 범죄 행위들도 자행했습니다

 

 증거는 제출된 자료들을  참조해 주십시오

 

 (재판장)  이 자료들은 어케 확보했습네까?

 

 민경대대 중대장  리정혁 대위가 제보했습니다

 

 증인석으로 나오시오!

 

 (재판장)  이 자료들은 어케 확보했습네까?

 

 사고의 희생자 중 한 명인

 

 제 친형 리무혁 대위가  확보해 뒀던 자료들입니다

 

 (철강)  재판장 동지!

 

 차량 위장 사고로  사람들을 암살했다는 건 모함입니다

 

 전 트럭을 운전했던 자들을  잘 알지도 못합니다

 

 저 말이 맞소?

 

 이거 보십시오

 

 (철강)  단순 사고였습니다

 

 (정혁)  사고를 낸 트럭들이 부착한

 

 고강도 재질의 특수 장갑인  세라믹 복합 장갑의 원재료입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정혁)  세라믹 복합 장갑은  땅크나 장갑차에 사용되는

 

 (정혁)  고강도 재질의 특수 장갑으로

 

 러시아산 장갑차에 사용됐지만

 

 러시아에서도  수출 금지시킨 품목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공병 부대에 있었습니다

 

 하산 두만강 교두를 통해  밀반입된 것입니다

 

 공병 부대 내부엔

 

 원재료로 특수 범퍼를 제작할 수 있는  설비까지 있었습니다

 

 (재판장)  이 모든 것들의 주체가  피고라는 증거가 있습네까?

 

 (정혁)  자료에 보시믄 사고 일자  일주일 내외 기간엔

 

 보위 사령부 수정 무역 회사 명의로

 

 거액의 달러가  러시아 계좌로 넘어간 기록이 있습니다

 

 계좌의 주인은 마피아 조직원 중  특수 강철 구리를 대량 밀매 한 죄로

 

 얼마 전 러시아 정부에  체포된 자입니다

 

 [책상을 탕 치며]  모든 게 날조입니다!

 

 [철강이 씩씩댄다]

 

 (철강)  저자는 남조선에서 넘어온  간첩을 은닉했고

 

 제가 그걸 캐내자  11과 대상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조용히 하시오!

 

 (철강)  제가 그것마저 알아내자

 

 거짓 증거를 날조해서  절 제거하려고 하는 겁니다

 

 감찰국장을 증인으로 불러 주시라요!

 

 (재판장)  본 사건과 관련이 없는 발언이니  받아들이지 않갔습니다

 

 재판장 동지!

 

 판결하갔습니다

 

 재판장 동지!

 

 피고 조철강은 형법 제60조

 

 (재판장)  테로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를 저질렀으며

 

 형법 제116조 밀수죄

 

 [긴장되는 음악]  형법 제198조 역사 유물 도굴죄 등

 

 수많은 범죄 행위들을  감행 또는 지시하였다

 

 따라서 본 특별 재판소는

 

 피고 조철강의 전 재산을 몰수하고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국민권을 박탈하며

 

 철저하게 사회와 격리된 구역에서

 

 평생 강제 노동으로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무기 징역 로동 교화형에 처한다!

 

 본 판결은 '항소권 없음'으로 판결한다

 

 이상!  [탕탕탕]

 

 [철강의 성난 숨소리]

 

 [웅성거린다]

 

 [철강의 힘주는 신음]

 

 [경비 군인의 힘주는 신음]

 

 (철강)  리정혁이!

 

 네가 하나 놓친 게 있어, 어?  [의미심장한 음악]

 

 [철강의 힘주는 신음]

 

 [철강의 신음]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경비 군인들의 힘주는 신음]  [철강의 신음]

 

 [경비 군인들이 발로 퍽퍽 찬다]  [철강의 힘겨운 숨소리]

 

 그 하나 때문에

 

 그 에미나이는

 

 반드시

 

 [신음을 내뱉으며]  반드시 죽는다

 

 [철강의 신음]

 

 [철강의 힘겨운 신음]

 

 [철강의 성난 신음]

 

 [철강의 비열한 웃음]

 

 [문이 탁 닫힌다]

 

 [펜을 딸깍거린다]

 

 [한숨]

 

 [마우스 휠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정혁)  내가 놓친 것, 무엇일까?

 

 [철강의 한숨]

 

 [서류를 사락 넘긴다]

 

 (정혁)  밀수된 강철 구리의 양과

 

 압수된 세라믹 복합 장갑의  개수가 차이가 있다

 

 수십만 달러를 주고 밀수한 원재료를  폐기했을 리는 없다

 

 특수 장갑을 제조하는 곳이  한 군데가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믄

 

 [자동차 시동음]

 

 (지휘관)  목표, 만달산 입구 동굴

 

 타격 대상 차량 번호  평양 0758에 3617, 출발!

 

 [자동차 엔진음]

 

 [긴장되는 음악]

 

 (호송병1)  저거 뭐이네?

 

 (호송병2)  뭐야, 저거?

 

 (호송병2)  아, 이 간나 새끼들, 저거

 

 [호송병2의 의아한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호송병2)  야, 야, 야, 야, 후진하라  날래 후진하라!

 

 날래, 날래!

 

 [총성이 요란하다]

 

 [총성이 요란하다]

 

 [호송병3의 신음]

 

 [총성이 요란하다]

 

 [연신 총성이 요란하다]

 

 [의미심장한 음악]

 

 [굉음]

 

 (정혁)  누군가 의도적으로 낸 사고입니다

 

 [명석의 한숨]

 

 기렇디

 

 조철강이한테 뇌물 받아먹은  고위급 간부들이

 

 어디 한둘이갔니?

 

 일이 커지기 전에  그놈 입부터 막자 싶었갔디

 

 호송차에 탄 인원은 다섯

 

 발견된 사상자는 넷입니다

 

 뭐, 사고 현장이 난장판이던데  곧 발견이 되지 않갔어?

 

 (명석)  충돌하믄서 근처 어디로  튕겨져 나갔을 수도 있고

 

 조철강에게 협조한 자들이 벌인  사고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넌 왜 자꾸 추리를 해?

 

 있는 사실만 좀 보라

 

 [한숨]  (명석)  인과응보야

 

 조철강이란 자는

 

 자기가 죽인 사람들이랑  똑같은 방법으로 죽은 거라니까

 

 [한숨]

 

 [긴장되는 음악]

 

 [전화벨이 울린다]

 

 민경대...

 

 (철강)  내 선물은 잘 받았나, 리 대위?

 

 놀랐구먼기래

 

 난 나약한 네 형과는 달라

 

 기케 간단히 죽지 않아

 

 내 형을 걸고 맹세하지

 

 당신은 내가 반드시 잡아서  죽는 것만 못한 삶을 살게 하갔어

 

 (철강)  기래?

 

 긴데 어카니?

 

 그 전에

 

 난 지금부터 그 여자 목을 따러  남으로 갈 거라서 말이야

 

 따라올 테믄 따라오든가

 

 곧 보자우  [통화 종료음]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거친 숨소리]

 

 [수찬이 숨을 카 내뱉는다]

 

 한 잔만 먹고 일어나자

 

 나 철야 기도회 가야 돼

 

 (수찬)  감사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우리 대표님 건강하시지?

 

 뭐, 질병이나 상해 없는 거 확실하고?

 

 응, 근데 약간 이상해

 

 왜?

 

 [익살스러운 음악]

 

 [저마다 말한다]

 

 쉬엄쉬엄해요  [목소리가 울린다]

 

 [살짝 웃는다]

 

 그게 왜?

 

 난 입사 이래 쉬엄쉬엄하란 말을  들어 본 적이 없거든?

 

 (창식)  원래 우리 대표님은 언제나

 

 잠은 죽어서 자라고 하셨어

 

 아

 

 (창식)  그리고 지난 주말엔

 

 뜬금없이 북한산엘 가자고 하는 거야

 

 [새가 지저귄다]  [창식의 힘겨운 숨소리]

 

 (창식)  대표님, 이제 슬슬 내려가시죠

 

 [놀라는 숨소리]

 

 팀장님  저기, 저기 갈대밭처럼 생긴 데

 

 (세리)  저 뒤로  사람 움직이는 거 같지 않아요?

 

 (창식)  잘 모르겠는데요

 

 잘 봐 봐요

 

 잘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창식)  그냥 솔직하게 말한 건데 갑자기...  [한숨]

 

 [세리가 흐느낀다]

 

 울어, 갑자기 우는 거야

 

 저, 저, 대표님, 갑자기 왜...

 

 (창식)  제가 뭐 잘못했으면  그냥 말씀을 해 주세요

 

 뭐든 열심히 할 테니까

 

 [울먹이며]  이러지 마세요, 진짜!

 

 [훌쩍인다]

 

 [울먹이며]  아니에요

 

 [한숨]

 

 쉬엄쉬엄해요

 

 [짜증 섞인 신음]  [수찬의 걱정스러운 신음]

 

 [창식의 옅은 한숨]

 

 그냥 원래가 나아, 더 무서워, 더, 아

 

 [긴장되는 음악]

 

 "세리스초이스, 윤세리"

 

 [중얼거린다]

 

 [펜을 탁 내려놓는다]

 

 [피곤한 신음]

 

 [한숨]

 

 [엘리베이터가 울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쓱 열린다]

 

 (경비원)  대표님  [자동차 열림음]

 

 - (세리) 어?  - (경비원) 이제 들어가십니까?

 

 (세리)  네, 수고가 많으시네요

 

 (경비원)  운전 조심하십시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동료)  만복 동무  [만복의 피곤한 숨소리]

 

 [기계가 탁 멈춘다]

 

 누가 밖에서 기다립네다

 

 [긴장되는 음악]

 

 [치수가 말한다]

 

 (주먹)  마음에도 없는 말 하고  그러지 마십시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십니까?

 

 (치수)  어? 뭐, 뭐이가?

 

 [은동의 놀라는 신음]

 

 [대원들이 당황해한다]

 

 [힘주는 신음]

 

 [차분한 숨소리]

 

 [한숨]

 

 [차분한 숨소리]

 

 [한숨]

 

 [한숨]

 

 ♪ 있잖아 지금  나 할 말이 있어 ♪

 

 [한숨]

 

 (세리)  생각해 본다

 

 어떤 게 사랑일까?

 

 내가 그렇듯

 

 당신도 내 걱정을 했으면

 

 날 그리워해 줬으면 하는 마음

 

 이게 사랑일까?

 

 ♪ 그날엔 어색해 웃어도 보고 ♪

 

 ♪ 지금의 나는 그리운 눈물  애써 참아 봐요 ♪

 

 ♪ 이게 사랑인가 봐 ♪

 

 (세리)  아니면 당신이 나와는 달리

 

 아무런 걱정도 없었으면

 

 그리울 것도 없이 다 잊었으면

 

 이런 마음이 사랑일까?

 

 그것도 아니면

 

 당신을 만나기 위해

 

 그 모든 일들을 처음부터 다

 

 다시 겪어야 한대도

 

 그러고 싶은 마음

 

 이게 사랑일까?

 

 ♪ 내 모든 순간은  그대니까 ♪

 

 [감성적인 음악]

 

 ♪ 나의 마음이 움직여  그냥 길을 따라 걸어가도 ♪

 

 ♪ 다시 여기 너의 앞에 ♪

 

 ♪ 흔들렸던 나의 맘에  네가 다시 다가와 ♪

 

 ♪ So I'm still, I’m here,  and I’ll be there ♪

 

 ♪ 얼어붙은 이 길을 지나 ♪

 

 한참 헤맸소

 

 (정혁)  '서울시 강남구 청담'까지만 말해 주고

 

 구체적인 주소를 말해 주지 않아서

 

 ♪ I'm still and I'm here  다시 널 놓치지 않을래 ♪

 

 ♪ 세상 어느 곳에 있더라도  어디라도 내가 찾아갈게 ♪

 

 ♪ 여기 나 여기 ♪

 

 ♪ 곁에 늘 서 있을게 ♪

 

 ♪ 나의 맘이 움직여 ♪

 

 ♪ and I'm still, I'm here ♪

 

 [문이 철컥 열린다]

 

 [문이 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내 아들이자  너희들의 상사이고 동무인 정혁이가

 

 [한숨]

 

 남으로 넘어갔어

 

 이건 극비야

 

 (충렬)  정혁이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5중대원 동무들과

 

 내 아들 무혁이가  와 죽었는지 밝히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던 정만복 동무에게

 

 리정혁이 아비로서  내래 특별히 부탁을 하려고 한다

 

 우리 정혁이를

 

 데리고 돌아오라

 

 우아! 차가 엄청 많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이것들이

 

 (치수)  우리 오는 거 알고  도로에 차 깔아 놓느라

 

 고생 좀 했갔구나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의 환호]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기자1)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사람들이 연신 시끌벅적하다]

 

 (기자2)  자,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 네?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기자3)  여기요, 여기  여기 한 번만 봐 주세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긴박한 음악]

 

 (선수단장)  세계 군인 체육 대회 폐막식은  2주 후요

 

 그때까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시오

 

 기렇지 못할 시의 상황은  책임질 수 없소

 

 (대원들)  예!

 

 (치수)  넌 기거이 뭐이네?

 

 아, 잘 모르겠어서

 

 뚜껑이 가장 큰 거로 골랐습니다

 

 동무는?

 

 (광범)  까르보나라?

 

 까르...

 

 (치수)  이름이 왜 기따위야?

 

 (주먹)  난 짜장 라면입니다

 

 위에서 드라마 볼 때  짜장면이 기케 먹고 싶었단 말입니다

 

 비, 비슷하갔지, 뭐

 

 (은동)  이야

 

 남조선 참 대단합니다

 

 라면만 종류가 수십 가지입니다

 

 정신 차리라우!

 

 (치수)  우리가 라면의 다양성 따위에  무릎 꿇어선 안 돼!

 

 생각해 보라우

 

 쌀이 풍족하믄 와 라면을 먹갔어?

 

 이거이 다 밥이 없으니까니...  [흥미진진한 음악]

 

 [만복의 힘겨운 신음]

 

 (만복)  앗, 뜨거워, 아, 뜨거워, 아, 뜨거워

 

 아, 뜨거워, 아...  [만복의 힘겨운 신음]

 

 [만복의 만족스러운 웃음]

 

 [밥을 탁 내려놓는다]  [만복의 힘주는 숨소리]

 

 [만복의 탄성]

 

 [은동과 주먹의 놀라는 신음]

 

 (만복)  여기 온갖 밥들이...

 

 [주먹의 놀라는 숨소리]

 

 (TV 속 기자4)  전 세계 군인들의 축제죠

 

 한국에서 열린 세계 군인 체육 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우여곡절 끝에  참가했습니다

 

 참가한 북한 선수단은  전체 173명으로

 

 선수단 외에도 임원과 심판  의료진 등이 포함됐습니다

 

 [뉴스가 계속 흘러나온다]  - (치수) 자, 이거 먹으라우  - (은동) 예

 

 고맙습니다

 

 (은동)  아, 뜨거워

 

 - (주먹) 치수 동지도 드시라요  - (치수) 기래기래, 기래기래

 

 (TV 속 기자5)  대회를 통해 공유하려는 가치 역시  [주먹의 탄성]

 

 경쟁이 아닌 스포츠를 통한 우정입니다

 

 7천3백여 명의 선수들은  총칼을 내려놓고

 

 스포츠 정신으로 무장해

 

 2주 동안 치열한 승부를...  [저마다 숨을 카 내뱉는다]

 

 우리는 인차 어디로 갑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치수)  튀지 말라우

 

 저들과 자연스럽게 섞이라 이 말이야

 

 (주먹)  치수 동지가 가장 튑니다

 

 (남자)  다들 몸에 힘 좀 빼라  진짜 튀기 싫으면

 

 앞으로 전진

 

 돌아보지 말고

 

 (남자)  정지

 

 남에 온 지 얼마나 됐어?

 

 (주먹)  이, 이틀 됐습니다

 

 (남자)  하나원 물 안 먹은 티가 잔뜩 나는데

 

 공작 수행 하러 온 11과들이가?

 

 (치수)  기거는 아니고

 

 우린 누굴 꼭 데려갈 사람이 있어서

 

 (남자)  쉽지 않은 길을 왔군기래

 

 긴데 동무는 누구시길래...

 

 내래 말이야

 

 (남자)  동무들보다  좀 많이 먼저 이곳에 왔지만

 

 도통 지령이 내려오질 않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자'

 

 라고 해 둘까?

 

 [탄성]

 

 너무나 이쪽 사람 같습니다

 

 (치수)  적응이 완벽히 끝나셨나 봅니다

 

 [피식한다]

 

 [코를 훌쩍이며]  뭐,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데다

 

 너무 두려워 말라

 

 (식당 주인)  동구야! 너 배달 안 가고 뭐 해?

 

 [흥미진진한 음악]  [어눌한 말투로]  허, 아, 갔다 왔는데

 

 [바보스럽게 웃는다]

 

 진짜야

 

 - (식당 주인) 야, 빨리 가, 빨리 가!  - (동구) 갈 거야, 진짜야

 

 [한숨]

 

 (동구)  내래 동무들에게 선물 하나 하갔어

 

 최저 시급 8,590원보다

 

 1,100원 많은  9,690원의 시급을 받을 수 있고

 

 짜장면, 짬뽕, 군만두 등을

 

 원할 때마다 먹을 수 있는  꿀알바인 동시에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아서  [활기찬 음악]

 

 정체를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일자리인데

 

 내래 양보하디

 

 행운을 빌갔어

 

 [동구가 바보스럽게 웃는다]  (식당 주인)  야, 동구야, 너 어디 가?

 

 [동구가 중얼거린다]

 

 [동구가 바보스럽게 웃는다]

 

 (식당 주인) 어디 가, 인마!  [허허 웃는다]

 

 야!

 

 야, 일로 와!

 

 [만복이 철가방을 드르르 민다]

 


.사랑의 불시착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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