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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 12

 

 (세리)  안 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겁먹은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가 들린다]

 

 [세리의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가 연신 울린다]

 

 [멀어지는 발걸음]

 

 [긴장하는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가 들린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정혁)  왜 이케 전화를 받지 않고...

 

 어이, 리정혁이

 

 반갑구먼기래

 

 남조선에서 또 보게 되다니

 

 (철강)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대단해

 

 어, 나 지금 윤세리 동무랑 같이 있어

 

 피차 어디 신고할 수 없는 처지인 건  알고 있갔지?

 

 오래는 기다릴 수가 없어

 

 전화 끊지 말고 지금 오라

 

 [긴장되는 음악]

 

 [세리가 딸깍 누른다]

 

 [긴장하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정혁의 거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철강)  허튼수작하면 이 에미나이 머리에  총알 박히는 거 순간이야

 

 [떨리는 숨소리]

 

 앞만 보고 걸으라

 

 (정혁)  당신이야말로 그 여자에게  손끝 하나라도 대면

 

 반드시 죽여 주갔어

 

 [놀라는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발걸음 소리가 난다]

 

 (세리)  [떨리는 목소리로]  야, 조철강!

 

 후라이 까지 마!

 

 [떨리는 숨소리]

 

 저거 다 거짓말이고

 

 저 사람 지금 총 가졌어요!

 

 나 괜찮으니까 일단 도망가요!

 

 [떨리는 숨소리]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긴장하는 숨소리]

 

 [세리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차분한 음악]

 

 (경비원1)  아, 뭐, 불이 꺼지냐?

 

 (경비원2)  그러게, 갑자기 정전된 거 아니야?  [빠직 소리가 난다]

 

 (경비원1)  한번 내려가 보자  기계실이 어디지, 여기?

 

 (경비원2)  기계실?

 

 그 사람이 어떻게  우리 경비 팀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 주시고

 

 그리고 앞으로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야간 근무 팀도  새롭게 보강해 주시고요

 

 아니요

 

 경찰에 신고는 됐어요

 

 관련 CCTV는 저한테 넘기시고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는 물론이고요

 

 아참, 그리고 제 핸드폰은 찾으셨어요?

 

 (직원1)  찾긴 찾았는데  차 바퀴에 깔린 모양입니다

 

 파손이 돼서  쓰시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네, 일단 자세한 건 내일 얘기해요

 

 [통화 종료음]  [임 박사의 한숨]

 

 - 어때요?  - (임 박사) 어, 심한 건 아니고

 

 칼에 조금 스친 정도야

 

 [안도하는 숨소리]

 

 (임 박사)  처치는 했는데 그나저나 누구니?

 

 (세리)  아, 그냥 좀...

 

 암튼 이 시간에 감사해요

 

 그리고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만

 

 보안 유지만 좀 신경 써 주세요

 

 (세형)  남자가 있다고요?

 

 (임 박사)  네

 

 [의미심장한 음악]

 

 [도어 록 작동음]

 

 (세형)  잘됐네, 얘 정신 못 차렸구먼

 

 이 와중에 연애질이야?

 

 (상아)  근데

 

 왜 병원에 안 가고  집에 데려와서 치료를 했을까?

 

 윤세리가 연애할 때  남자를 집에 데려간 적이 있었나?

 

 [다가오는 발걸음]

 

 (세리)  그 어깨는 총 맞은 게 언제라고

 

 또 칼을 맞고 있어

 

 스친 거요, 전혀 이럴 필요 없는...

 

 아니에요

 

 이럴 필요가 반드시 있지

 

 (세리)  그리고

 

 난 조철강 이 미친 인간이  딴 데도 아니고 어떻게

 

 내 회사에 위장 취업까지 해서  이런 짓을 벌일 생각을 했는지

 

 난 도저히 용서가 안 되네

 

 위쪽에선 당했지만 여긴 얘기가 다르지

 

 [부드러운 음악]

 

 [세리의 한숨]

 

 당신이 날 지켰소

 

 무서웠을 텐데

 

 고맙죠?

 

 (세리)  그럼

 

 이거 다 아물 때까지 어디 가지 말기

 

 이거 다 아물 때까지만

 

 그것만 약속해 줘

 

 다 아물고 나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그런가 보다 할게

 

 (뉴스 속 기자)  강원도 철원군 강호리

 

 새우젓을 숙성시키고 있던 토굴에서  지하 땅굴이 발견됐습니다

 

 1차 조사 결과에 의하면

 

 땅굴은 발견된 장소로부터  직선거리 9,296미터 떨어진

 

 북한 강원도 철원군  증산리 일대의 폐광과 연결된

 

 간접 땅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금광 개발을 목적으로 일제가...  [문이 덜컥 열린다]

 

 (중개인)  아유, 어서 오세요  [TV 종료음]

 

 [당찬 음악]

 

 (창식)  대표님, 괜찮으세요?  여기 분위기가 좀...

 

 걱정 마요

 

 (세리)  내가 이래 봬도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 본 여자예요

 

 (세리)  그리고 서울은 내 구역이야

 

 [발걸음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세리)  25-1번지, 25-2번지

 

 25-3번지 세입자 여러분

 

 들으셨겠지만 오늘부로

 

 여러분들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그 건물들은

 

 모두 다 제 소유가 됐어요

 

 [남자1이 테이블을 탕 친다]

 

 [중국어]  - 뭐래?  - (남자2) 너 뭐라는 거야?

 

 예쁘게 생겼네

 

 [남자들의 웃음]

 

 [한국어]  지금부터 굴러온 돌이  이벤트를 좀 하려고 해요

 

 (세리)  일주일 전 여기서 한국어, 중국어

 

 2개 국어가 능통한 다수의 분들과

 

 외모가 능통한 남자 한 분이  몇십 대 일로 붙었던 그 사건

 

 다들 아시죠?

 

 (남자2)  [중국어]  우린 몰라!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야, 어?

 

 (세리)  모른다고?  [익살스러운 음악]

 

 칼도 막 날아다니고 그랬을 텐데?

 

 (남자3)  중국어를 하네?

 

 (남자4)  어떻게 중국어를 하지, 응?

 

 [한국어]  그 사람들에 대한 제보를 받아요

 

 (세리)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가장 결정적인 단서를 주시는  딱 한 분에게만

 

 건물주의 권한으로

 

 앞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일절 받지 않겠습니다

 

 [남자들의 의아한 신음]

 

 [중국어]  - 진짜?  - (남자5) 안 받는다고?

 

 [한국어]  - (세리) 그리고  - (창식) 아

 

 (세리)  그 사진 잘 봐요

 

 이 사람 찾아 주는 딱 한 분에게도  보상금을 줄 거예요

 

 [중국어]  빨리 찾으면 찾을수록 금액은 셉니다

 

 (남자2)  누구지?

 

 (창식)  [한국어]  수고하세요

 

 (남자2)  [중국어]  이 사람 본 적 있어?

 

 (남자1)  못 봤어

 

 (남자2)  어디서 찾지?

 

 [통화 연결음]

 

 이봐

 

 [남자들이 저마다 중국어로 통화한다]

 

 (구매팀장)  [한국어]  대표님, 진짜 다시 봤습니다

 

 아이, 어떻게 그렇게  쫄지도 않으시고 촥

 

 난 반드시 갚는 편이야

 

 (세리)  은혜도, 원수도

 

 그런 맥락에서 하는 말인데요

 

 지난번에 얘기했던 팀장님 친구  내 보험 담당자

 

 (창식)  수, 수찬이요?

 

 [흥미진진한 음악]

 

 [웃음]  [영상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수찬)  아, 진짜 잘되셨어  [영상 속 세리가 말한다]

 

 [웃음]

 

 (부장)  개인 구상권 청구까지는 안 갔는데

 

 예정대로 감원 명단에 올라가 있던 걸  취소하기가 좀 어렵게 됐다

 

 [추워하는 숨소리]

 

 (부장)  아, 난 윤세리 대표 살아 돌아와서  괜찮을 줄 알았더구먼

 

 아유, 위에서 그냥  예정대로 하라시잖아

 

 내가 뭔 힘이 있냐, 어?  쯧, 하라는 대로 해야지

 

 미안하다

 

 [수찬의 웃음]

 

 [수찬의 추워하는 숨소리]

 

 (세리)  안녕하세요, 박수찬 씨

 

 나 몰라요?

 

 한국의 에바 비스니어스카 씨

 

 윤세리예요

 

 (세리)  그동안 박수찬 씨가

 

 나를 위해서 해 준 일들을 확인했어요

 

 [잔잔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수찬)  DMZ를 수색해 봐야 함

 

 창식아, 이 자료들 좀 살펴봐  아직 포기는 이르다

 

 [살짝 웃는다]

 

 서해에 무인도 더 있는지 찾아보자

 

 더 있을 거야, 대표님은 살아 계신다

 

 (세리)  일면식도 없는 우리인데

 

 그 누구보다  내가 살아 돌아오길 바라고

 

 믿어 줬다는 거 알아요

 

 (수찬)  아, 아, 그, 그거야, 아, 아닙니다

 

 저도 저 살자고 그런 건데

 

 오늘 찾아온 건 고마워서만은 아니에요

 

 내가 사라진 그동안  박수찬 씨가 우리 홍 팀장님한테

 

 하루 평균 전화를  서른일곱 통 하셨더라고요?

 

 아, 네, 좀, 어  말해 줄 것들이 있어서

 

 문자와 이메일은  뭐, 수백 통에 이르고요

 

 전해 줄 자료들이 있어서

 

 그런 집착으로 찾아낸 거잖아요

 

 세리 1호 목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라디오 속 세리)  여기는 세리 1호, 여기는 세리 1호

 

 지금 드, 들었어?

 

 (수찬)  어, 어때? 대표님 목소리 같아?

 

 어, 대표님 목소리 맞는 것 같은데?

 

 그렇지? 맞지?  [창식이 호응한다]

 

 [살짝 웃으며]  예, 그때

 

 아, 진짜 기뻤는데

 

 (세리)  전 그런 집착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말인데

 

 제가 스카우트해도 될까요?

 

 예?

 

 물론 지금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는 거 알아요

 

 아니요, 저 그런 건 아니고  저 좀, 좀 전에 잘렸...

 

 (세리)  지금 연봉 세 배 드릴게요

 

 인센티브도 많이, 어때요?

 

 [울먹이며]  좋습니다, 대표님

 

 [수찬이 훌쩍인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내가 고마워요, 박수찬 씨

 

 [훌쩍인다]

 

 (세리)  여기선 가마솥 말고  이걸로 커피 마셔요

 

 [커피 머신 뚜껑을 탁 내린다]

 

 [커피 머신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세리의 가쁜 숨소리]

 

 (정혁)  그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이 와 있었다

 

 "방패"

 

 "첨부 파일"

 

 "활성화 코드를 입력하시오"

 

 "작동 중"

 

 [정혁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남자6)  사냥견은 세리스초이스의  경비 하청업체 통해서 입직

 

 NVD 경비 하청업체 사장은  한때 사냥견의 키핑 대상이었음

 

 (정혁)  돈을 받고 남조선과  그 외 국가의 범죄자들을

 

 은닉해 주는 일을 해 온 조철강은

 

 이곳에 와서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자는 짐작보다 영리했고 집요했다

 

 내가 와 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섣불리 나서지는 않을 테지만

 

 또 다른 방법을 찾갔지

 

 [박진감 넘치는 음악]

 

 [긴장되는 음악]

 

 [만복이 숨을 하 내뱉는다]

 

 (만복)  오늘 하루 성과를  발표해 보도록 하갔소

 

 - (은동) 예  - (치수) 예

 

 먼저 나부터

 

 (만복)  나는 오늘  윤세리 대표의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서

 

 (직원2)  고기 어때, 고기?

 

 (직원3)  저 고기 너무 좋아해요

 

 (직원4)  씁, 제육덮밥 어때?

 

 [직원들이 대화한다]  (만복)  윤세리 대표가 자주 출몰한다는

 

 회사 근처에 잠복을 하며

 

 소식을 수집했소

 

 (직원5)  이야, 진짜 충격적이다, 충격적이야

 

 - (직원6) 그러니까 말이야  - (직원5) 와

 

 (직원6)  와, 야, 어떻게 될지 진짜 궁금하다

 

 (직원5)  하, 진짜, 아, 가자, 가자  [직원6이 살짝 웃는다]

 

 (만복)  여러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회사의 깊은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말 유용한 내부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가 있었디

 

 (창식)  대표님, 요즘 많이 변하신 것 같아요

 

 응? 뭐가?

 

 예전엔 식사는 혼자만 하셨잖아요

 

 응, 같이 먹으니까  입맛이 더 좋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몰랐지, 예전엔

 

 (구매팀장)  아

 

 [함께 웃는다]

 

 씁, 근데 대표님  아까부터 누구랑 그렇게 문자를...

 

 씁, 설마 또

 

 열애?

 

 아니고요

 

 - (구매팀장) 예  - (창식) 예

 

 [창식이 콜록거린다]

 

 (구매팀장)  아니구나

 

 [창식의 헛기침]

 

 (만복)  일단 마케팅부 노 과장과  해외 영업부의 양 대리는

 

 목하 열애 중이었어

 

 (은동)  예?

 

 (부대원들)  예?

 

 근데 노 과장의 아내 되는 사람이  회사에 투서를 넣었대

 

 (주먹)  노 과장이 유부남이었습니까?

 

 (만복)  응

 

 [은동의 탄성]  아침 드라마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구나, 야

 

 (치수)  지금 기딴 걸 듣고 다닌 겁니까?

 

 (만복)  아, 긴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노 과장과 연애를 한 여성이

 

 양다리 하나가 아니었어

 

 [다리를 탁 치며]  아이고!

 

 [은동의 한숨]  (만복)  내가 한번 쭉 적어 봤는데

 

 하, 이 정도면

 

 노 과장 아내도  참을 만큼 참은 거이 아닌가

 

 - (주먹) 기렇기는 합니다  - (은동) 예

 

 기거를 뭘 다 듣고 있습니까?

 

 (치수)  윤세리랑 아무 상관도 없는 대화를

 

 아니, 대화의 끄트머리에  세리 대표에 대한 얘기가 나올까 봐

 

 (만복)  중간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어

 

 (치수)  기러니까 혀는 길게 터셨지만

 

 결론적으로 성과는 없었다  그 얘기디요?

 

 (만복)  기러는 표치수 동무는  어떤 성과를 올렸는지 말해 보라

 

 [헛기침]

 

 [치수가 바스락거린다]

 

 [치수가 지폐를 슥슥 센다]

 

 [흥미진진한 음악]

 

 - 돈 아닙니까?  - (치수) 나는!

 

 자본주의의  심장부와 같은 강남에서

 

 적들의 돈을 갈취해 왔지

 

 (주먹)  세리 동무가 산다는 청담동 쪽에 가서

 

 집을 찾아보갔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이 한양서  김 서방 찾기 같은 일 아니간?

 

 (치수)  그리하여 범위를 좁히기 위해서  작전을 세웠지

 

 어떤 작전 말입니까?

 

 (치수)  윤세리는 말끝마다

 

 지가 하루 세끼 중 두 끼는  고기를 먹는다 기랬거든?

 

 - 예  - (치수) 자고로 육고기로는

 

 소, 돼지, 닭이 아니갔어?

 

 - (은동) 예  - (주먹) 기렇지요

 

 (치수)  그러므로 일단은  닭 쪽을 공략해 보자 싶어서

 

 그 동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닭집 앞을 지키고 서 있기로 했디

 

 (가게 직원)  치킨 나왔습니다

 

 (치수)  참 냄새가 참 기가 막히는구나, 야

 

 [한숨]  [꼬르륵 소리가 난다]

 

 [흥미진진한 음악]

 

 (치수)  난 기냥 거기 서 있었는데  [치수의 한숨]

 

 지 차 열쇠를 내게 주더라 이기야

 

 내가 워낙 믿음을 주는 인상이라서  기랬던 것 같아

 

 (손님1)  발레 되죠?

 

 - 발...  - (손님1) 잔돈은 가지세요

 

 (치수)  자, 잔...

 

 (손님2)  안녕하세요, 주차 좀 부탁드릴게요

 

 대리 주차 맞으시죠?  [살짝 웃는다]

 

 [웃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누구세요?

 

 (사장)  아이, 그런 오해가 있었군요

 

 오늘 발레 해 주시는 분이  안 나오셨는데

 

 누가 주차를 하셨나 하고 놀랐어요

 

 [어색한 말투로]  미안합니다

 

 (사장)  아, 저희가 일손이 좀 부족해서  사람을 좀 구하는데

 

 혹시 오토바이를 좀 타시나요?

 

 (치수)  [웃으며]  오토바이는...

 

 [어색한 말투로]  걸음마와 함께 뗐습니다

 

 (만복)  기래서

 

 닭 배달을 했다는 거가?

 

 생각을 좀 해 보시라요

 

 (치수)  가가호호 닭 배달 하다 보믄

 

 고기에 환장하는 세리 동무 집에  갈 수도 있지 않갔습니까?

 

 [주먹의 탄성]

 

 (은동)  예

 

 아, 기래서?  세리 동무 집에 배달을 갔고?

 

 [한숨]

 

 오늘 정말 많은 집에 배달을 갔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 (사장) 아, 영배 씨  - (영배) 예

 

 [힘겨운 신음]

 

 (사장)  개나리 맨션 1동 203호  프라이드 반, 양념 반

 

 - (영배) 예  - (사장) 응

 

 (사장)  첫날이라 힘들죠?

 

 다음 배달 때까지 이것 좀 먹고 쉬어요

 

 (치수)  예? 고, 고맙습니다

 

 [코를 훌쩍인다]

 

 [감격하는 숨소리]

 

 [전화벨이 울린다]  [익살스러운 음악]

 

 1분만 쉬자우, 1분만

 

 [치수의 웃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께서 통화 중이오니  잠시 후 다시 걸어 주세요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께서 통화 중이오니  잠시 후 다시 걸어...

 

 (만복)  아, 기래서 그 집을 찾아냈냐고!  [전단지를 사락 넘긴다]

 

 오늘은 소를 먹지 않았나 싶은데

 

 (치수)  사흘 안에 닭을 한 번은 찾지 않갔나

 

 성과가 없기로는  나와 마찬가지구먼기래

 

 [치수의 헛기침]

 

 거, 두 사람은

 

 (치수)  남조선 정보의 보고와도 같은  피시방에서

 

 임무를 수행하갔다 하지 않았나?

 

 주먹이, 어케 됐어?

 

 (주먹)  [헛기침]  일단은 첫날이니까니

 

 환경과 체계 파악에 집중을 하고

 

 더불어 남조선 인민들이

 

 어떤 부분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는가  정서 파악에...

 

 드라마 봤디?

 

 예

 

 [애절한 음악]

 

 (주먹)  [울먹이며]  안 된다, 대길아

 

 아휴, 씨

 

 이케 가면은 어카니, 아휴

 

 [책상을 탕 친다]

 

 [주먹이 흐느낀다]

 

 [피시방이 소란스럽다]

 

 [익살스러운 음악]

 

 [주먹이 연신 흐느낀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마우스 클릭음]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를 탁 두드리며]  동

 

 맹

 

 (은동)  시, 신청

 

 동맹 신청

 

 [코웃음]

 

 [숨을 후 내뱉는다]

 

 [은동의 비장한 숨소리]

 

 [키보드를 격하게 두드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잔잔한 음악]

 

 [마우스 클릭음]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마우스 클릭음]

 

 [무거운 효과음]

 

 [숨을 후 내뱉는다]

 

 가만히 두지 않갔어, 피타는 노력

 

 [분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리정혁 씨

 

 어디 나가요?

 

 어, 그, 잠시 볼 사람이 생겨서

 

 왜? 또 설마...

 

 하, 아니고

 

 [안도하는 숨소리]

 

 어쨌든 안 된다고 했잖아요

 

 (세리)  지금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았는데  위험하게 또 어딜 나간다는 거야?

 

 청담역 3번 출구면 바로 근처 아니오?

 

 맞긴 한데

 

 위험한 사람 아니고

 

 내가 잠깐 타일러 줄 사람이 있어서

 

 잠깐만

 

 씁, 아까 무슨 문자가 왔는데

 

 (세리)  게임 아이템 결제?

 

 (정혁)  나 잠깐 그러면 다녀오갔소

 

 15분이면 될 거요

 

 (세리)  [부드러운 말투로]  거기 스톱, 리정혁 씨

 

 [익살스러운 음악]

 

 [세리의 한숨]

 

 게임을 했어요?

 

 심심하믄 컴퓨터 하라지 않았소?

 

 (세리)  그래, 그랬지

 

 근데

 

 벌써 마법사 4단계?

 

 사실 내가 워낙  다방면에 뛰어난 편이고

 

 (정혁)  한번 요령을 익히고 나니  거칠 것이 없었고

 

 (세리)  쩝, 아이템 많이도 샀던데?

 

 아무래도 마법사다 보니

 

 (정혁)  전장을 지배하고 경험치를 올리려믄

 

 영약 버프 받고  컨부 켜고 돌리는 건 필수고

 

 그, 전장 지역에서 순찰도 돌고  떼쟁도 하려면

 

 수호령도 필요하다 보니

 

 던전에서 사냥만 하는 건  시간적인 한계가...

 

 [숨을 후 내뱉는다]

 

 아무튼 힘든 전투였소

 

 그랬구나

 

 근데 그렇게 힘든 전투 끝났으면  그냥 쉴 일이지

 

 어디 가려고?

 

 (세리)  '현피 뜨자'

 

 이게 뭘까요, 리정혁 씨?

 

 나도 '현피'가 무언가 해서 찾아보니

 

 '현실 플레이어 킬'의 줄임말이라고

 

 음, 그래서 지금

 

 현실 플레이어 킬 하러 나가는 거다?

 

 청담역 3번 출구에?

 

 아, 기거는 아니고

 

 무분별한 언어 공격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정혁)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타이름과 따끔한 교훈을 전할까 하고  [세리의 호응하는 신음]

 

 외투 벗어요

 

 [세리의 한숨]

 

 (세리)  앉고

 

 로그아웃

 

 지금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세리)  씁, 로그아웃

 

 [게임 종료음]

 

 [바람이 휭휭 분다]

 

 [은동의 추워하는 숨소리]

 

 기러면 기렇디

 

 도마도재배자, 겁먹은 기야

 

 [킥킥댄다]

 

 [은동의 추워하는 숨소리]

 

 [정혁의 심통 난 숨소리]

 

 [입소리를 쯧 낸다]

 

 [숨을 후 내뱉는다]

 

 [세리의 한숨]

 

 (세리)  인터넷 키즈 모드로 다 전환시켰어요

 

 [발랄한 음악]  게임 사이트랑  성인 사이트는 접속 금지고요

 

 오늘부터 인터넷은 딱 하루 두 시간만

 

 리정혁 씨같이 승부욕 과다한 사람은

 

 진짜 위험한 거라고, 이게

 

 (정혁)  [혀를 차며]  아이... 너무하오

 

 (세리)  안 너무하거든?

 

 (정혁)  너무한데?

 

 (세리)  안 너무하다고  [정혁의 억울한 신음]

 

 (치수)  기래서 넌 정보 수집하랬더니

 

 도마도재배자인지 뭔지랑  컴퓨터로 쌈박질이나 했단 말이간?

 

 미안합니다

 

 [못마땅한 숨소리]

 

 (만복)  광범 동생은?

 

 [흥미진진한 음악]

 

 (광범)  저는 청담동 일대를  돌아보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 예?  - (만복) 아, 왜?

 

 한 걸음 떼기가 무섭게  낯선 사람들이 다가와

 

 (광범)  이런 걸 줘서

 

 (치수)  이거이 뭐이가?

 

 SN, YJ?

 

 (만복)  JYB?

 

 무슨 암호디?

 

 이걸 주면서 뭐라 기런 건데?

 

 (남자7)  혹시 어디 계약돼 있으신가요?

 

 씁, 저희가 딱 찾던 분인데

 

 (만복)  찾던 사람이라고?

 

 국정원인가?

 

 (주먹)  거, 광범이 형  신분 노출된 거 아닙니까?

 

 (치수)  난 어딜 가도 남조선 사람들과  이질감 없이 섞이는 편인데

 

 넌 아무래도 위에서 온 거이  티가 나는 것 같다

 

 미안합니다

 

 [부대원들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치수)  너 앞으로 길거리 나다닐 때

 

 입 가리개 딱 하고  눈 딱 내리깔고 다니라우

 

 알갔습니다

 

 (만복)  예상은 했디만

 

 두 사람과 만나는 일이  난이도가 높은 임무이긴 하구먼

 

 기렇지요

 

 (치수)  쉽지 않습니다

 

 활동비도 이제 별로 없는데

 

 (부하)  조철강 소좌로부터 온 소식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남조선에서  리정혁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곧 윤세리라는 여성의 가족과 연계해

 

 윤세리를 여기로 데리고 와서  모든 걸 밝히갔다고 합니다

 

 긴데 말이야

 

 일이 자칫 틀어지믄

 

 그 불똥이 나한테 튈 수가 있어

 

 총정치국장도

 

 지금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말라

 

 (부하)  예!

 

 [하품한다]

 

 [책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한숨]

 

 안 자고 왜 또 기럽니까?

 

 (승준)  [힘없는 목소리로]  서단 씨

 

 여기 오늘 하루 종일 전기가 안 들어와

 

 잘됐군요

 

 깜깜하니까 입 닫고 잠이나 자믄  딱 좋갔습니다

 

 여기 지금 춥고 나 너무 아프다고

 

 (승준)  전화기 충전도 못 해서 배터리...  [통화 종료음]

 

 [헛웃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전등 스위치를 탁 누른다]

 

 [단의 옅은 한숨]

 

 [전등 스위치를 탁 누른다]

 

 (단)  쩝, 이, 씨

 

 [흥미진진한 음악]

 

 개나발 분 거믄 가만두지 않을 거다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린다]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우지직 소리가 난다]

 

 [우지직거린다]

 

 [문이 탁 여닫힌다]

 

 구승준 동무?

 

 [신음 소리가 난다]

 

 (단)  [놀라며]  엄마야! 이게 뭐...

 

 [승준의 힘겨운 신음]  [단의 놀라는 숨소리]

 

 [승준의 아파하는 신음]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겁니까?

 

 뭐 하고 있긴, 죽어 가고 있지

 

 [승준의 힘없는 신음]

 

 (승준)  눈부셔요

 

 [단의 어이없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입바람을 호 분다]

 

 [추워하는 신음]

 

 대박

 

 입김이 나, 입김이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일어나시라요

 

 (승준)  [힘겨운 목소리로]  아, 추워

 

 [승준의 아파하는 신음]

 

 환자를 때리고 그래요?

 

 [승준의 힘겨운 신음]

 

 [승준의 힘겨운 신음]

 

 [승준이 살짝 웃는다]

 

 죽 끓인 거예요? 고마워요

 

 (승준)  아

 

 조금만 둘러봤어도

 

 (단)  아궁이며 땔감이며  다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파트에 아궁이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우아, 죽 진짜 대박이네

 

 기케 맛있습니까?

 

 완전 짜

 

 아! 괜찮아요

 

 (승준)  내가 얼핏 럭셔리해 보여도

 

 사실은 참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과거를 간직한 사람이거든

 

 이 죽 먹으니까  예전에 짠 죽 먹던 때가 생각이 나네

 

 또 무슨 후라이를 까 대려고 합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 예?  - (단) 몰랐을 것 같습니까?

 

 당신이 남쪽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명석)  니가 이걸 왜 보고 싶다는 거야?

 

 뭐, 심심풀이지요

 

 (단)  윤세리와 파혼하고 나서

 

 그 둘째 오빠 회사의  해외 비자금을 들고 사라진

 

 영국 출신 사업가 구 모 씨

 

 그 인물이 동무 맞죠?

 

 오, 서단 씨, 정보력까지

 

 역시 완벽한 여인

 

 나한테까지 사기 칠 생각이믄  꿈 깨십시오

 

 (승준)  그런 꿈은 안 꿨고요

 

 그냥 난 진짜

 

 이 죽 먹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우리 가족 마지막으로 함께했던  저녁 식사

 

 우리 아버지가 믿었던 사람한테  사기당해서

 

 회사를 다 날리고  [잔잔한 음악]

 

 가족이 영국에 가게 됐는데

 

 제일 힘든 게

 

 의외로 음식이더라고요

 

 입에 맞는 것도 없고 돈도 없어서

 

 어느 날 저녁엔

 

 쌀죽에 소금 간을 해서 먹었지

 

 (단)  근데 기거이  함께한 마지막 식사였다는 겁니까?

 

 아버지는 곧 돌아가셨고

 

 (승준)  엄마는 재혼하셨고

 

 난 기숙 학교로 갔거든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기케 된 것을 봤으면서

 

 왜 본인은 남에게 사기를 친 겁니까?

 

 난 그걸...

 

 복수라고 불러 보고 싶은데?

 

 [의미심장한 음악]

 

 기러면

 

 구승준 동무 아버지 회사를  기케 만든 게

 

 윤세리네란 말입니까?

 

 맞아

 

 그래서 나는 원위치시키고 싶었어

 

 (승준)  처음엔 그 집 사위가 돼서

 

 트로이의 목마처럼  적진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세리)  난 안 넘어가요

 

 내 눈엔 다 보이거든

 

 당신 지금 큰 거 한탕 하려고  공들여 밑밥 까는 거잖아

 

 나랑 결혼해서 다 갖고 싶은 모양인데

 

 그건 안 될 것 같네

 

 난 눈칫밥을 너무 먹고 자라서  눈치가 백 단이거든

 

 그냥 우리 둘째 오빠  주머닛돈이나 털어먹고 끝내요

 

 [헛웃음]

 

 윤세리가 너무 똑똑해서 실패했지

 

 (승준)  근데 그 오빠들은 덜 똑똑해서  내가 해볼 만했던 거고

 

 특히 그 둘째 오빠가 욕심이 많았거든

 

 욕심 많은 사람 꼬시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쉽고

 

 처음엔

 

 [무거운 음악]

 

 아버지가 뺏긴 돈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받으면

 

 그게 복수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긴데?

 

 돈을 뺏었으니까  복수를 한 건 맞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 시원하지가 않고

 

 머리만 아프네, 이게

 

 (승준)  누가 그러더라고

 

 내가 더 완벽하게 행복해지는 게  진짜 복수라고

 

 돈 다 돌려주고

 

 그냥 홀가분하게 행복해지는 게  진짜 복수 아닐까, 서단 씨?

 

 누가 기딴 말을 합니까?

 

 (단)  내 눈에 눈물 났으면

 

 상대 눈에서 피눈물을 뽑아 주는 것이  진정한 복수입니다

 

 역시 서단 씨

 

 (단)  이렇게 나약하게 자빠져 있어서야  어느 세월에 복수를 하갔습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빨리 기운 차리고 남조선에 가서!

 

 윤세리네 집안을  아주 풍비박산 낼 생각을 해야디!

 

 이게 지금 나한테 복수하라는 거야  [단의 성난 숨소리]

 

 자기가 복수하겠다는 거야?

 

 (승준)  어?

 

 뭐야, 술인데?  [단이 뚜껑을 뻥 딴다]

 

 어? 안 돼요

 

 [한숨]

 

 리정혁 씨 혼자 뭐 하고 있어?

 

 한잔하갔소?

 

 콜이지

 

 근데 난 맥주 말고 딴거

 

 취하네

 

 취했소?

 

 완전

 

 [한숨]

 

 다행이군

 

 다행이라고?

 

 취한 것이 확실하믄

 

 한마디 하고 싶어서

 

 뭐? 무슨 한마디?

 

 (세리)  나 예쁘다고?

 

 아니

 

 뭐 이렇게 취중에도 단호해?

 

 그럼?

 

 (정혁)  나

 

 가기 싫다고

 

 안 가고 싶다고

 

 그냥 당신이랑

 

 여기 있고 싶다고

 

 [잔잔한 음악]

 

 나 술이 깨려 그래

 

 (정혁)  어?

 

 깨믄 안 되는데

 

 [세리가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안 깼어요

 

 얘기해

 

 (세리)  나 지금 너무 취했으니까

 

 깨고 나면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그냥 하고 싶던 말 다 해

 

 여게서

 

 당신이랑 결혼도 하고

 

 (정혁)  당신 닮은 아이도 낳고

 

 난 딸이 좋은데

 

 난 쌍둥이

 

 헐, 쌍둥...

 

 나 또 깨려 그래

 

 [술병을 탁 잡는다]

 

 안 깼으믄 좋갔는데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알았어, 계속해요

 

 [한숨]

 

 또 뭐 하고 싶은데?

 

 [정혁의 한숨]

 

 다시 할 거야

 

 피아노

 

 (세리)  해야지

 

 무조건 해야지

 

 내가 콘서트 열어 줄게, 리정혁 씨

 

 리정혁 씨 실력이면은  예술의 전당에서도...

 

 잠깐만

 

 내가 아예 예술의 전당을 사 버릴까?

 

 (세리)  씁, 나 얼추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짜 많이 취했구먼

 

 완전 취했다니까

 

 영원히 안 깰 것 같아

 

 보고 싶소

 

 (정혁)  당신 흰머리 나는 거

 

 주름도 생기고

 

 늙어 가는 거

 

 [술을 조르르 따른다]

 

 그때도 이쁘갔지

 

 [옅은 숨을 내뱉는다]

 

 당연하지

 

 (세리)  난 아주 천천히 늙을 거니까

 

 그거 보려면

 

 리정혁 씨 진짜로  오래오래 내 옆에 있어야겠다

 

 그래야갔군

 

 근데 리정혁 씨

 

 [세리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세리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세리)  오래오래 있는 건 있는 거고

 

 앞으로 딴 데 가서  술은 먹지 말아야겠다

 

 (정혁)  응?

 

 술 취하니까 더 내 스타일이야

 

 (세리)  다른 여자들한테  이런 모습 보이고 다니면

 

 내가 너무 불안해서  발을 뻗고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아

 

 술은 앞으로 집에서만 먹는 걸로

 

 기캅시다

 

 기카는 거야, 진짜?

 

 약속

 

 도장

 

 (세리)  복사, 코팅

 

 [웃음]

 

 [잔을 챙 부딪는다]

 

 [세리가 술잔을 탁 내려놓는다]

 

 [새가 지저귄다]

 

 [노크 소리가 난다]

 

 단아, 굿 모닝

 

 [놀라는 숨소리]

 

 오, 마이 가시!

 

 우리 단이가 외박?

 

 아, 머리야

 

 [승준의 힘겨운 신음]

 

 [승준의 놀라는 신음]

 

 이야

 

 (승준)  어제 이걸 기어코 다 먹더니

 

 [부드러운 음악]  나쁜 놈 옆에서 잠을 이렇게

 

 잘 자도 되나?

 

 겁도 없이

 

 [옅은 신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찾고 있는 가입자는  응답하지 않습니다

 

 (명석)  안 받아?

 

 명석아

 

 어, 기래

 

 살면서

 

 나는 니가 별을 단 장군이라는 사실을  실감해 본 적이 없어

 

 지금이 찬스다  [흥미진진한 음악]

 

 니 힘을 보여 달라

 

 어? 어케?

 

 알 동무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라

 

 응! 알갔어

 

 [방망이질 소리가 요란하다]

 

 (명순)  긴데 한번  찾아가 봐야 되는 거 아닙니까?

 

 (옥금)  며, 며칠 전부터 영애 동지가

 

 계속 바깥출입을 안 하고 계시는데

 

 뭐, 찾아가서 어칼 건데?

 

 (월숙)  괜히 남편 잡혀간 집에

 

 기신기신 찾아갔다가  그 불똥 튀고 싶어 기래?

 

 하긴 언제 그 집 대문 널빤지에  대못질될지 모르는데

 

 위험하긴 하디요

 

 (명순)  기래도 며칠째 두문불출이라

 

 집 안에 땔감이랑 먹을 거이 남았는지  어쩐지도 모르갔고

 

 [입소리를 쩝 낸다]

 

 다들 잘 들으라

 

 (월숙)  지금 보위부에서

 

 아주 쌍심지들을 켜고 있다고

 

 괜히 그 집 기웃대다가

 

 같이 잡혀 들어가는 사달이 생겨도

 

 나는 인민반장으로서  도움을 줄 수가 없어

 

 기러니까 알아서들 처신하라우

 

 - 예  - (옥금) 예

 

 [고무장갑을 쓱 낀다]  [코를 훌쩍인다]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세리)  준비 다 했어요?  [다가오는 발걸음]

 

 오!

 

 리정혁 씨 오늘 진짜 멋진데?

 

 [세리가 살짝 웃는다]

 

 오늘 큰 행사가 있다지 않았소?

 

 낯선 사람들도 많이 오갈 거고

 

 그렇죠

 

 그러니까 보디가드가  내 옆에 딱 하고...

 

 (세리)  어?  [잔잔한 음악]

 

 이거 그 시계인데?

 

 무슨...

 

 내가 말했잖아요

 

 거기 진짜 좋은  남자 시계도 있더라고요

 

 내 얘기 듣고 있어요?

 

 여기 사람들은 내 얘기를 안 들어

 

 (세리)  근데 나 그날  그거 바로 잃어버렸잖아요

 

 되게 근사한 빈티지 시계였는데

 

 그게 이 시계였단 말이오?

 

 어, 이거 어디서 찾았어요?

 

 너무 신기하다

 

 [한숨]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날 살렸군

 

 내가?

 

 나도 그런 거예요? 리정혁 씨처럼?

 

 당신도 그랬소

 

 [감격하는 숨소리]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치수)  이것은

 

 [흥미진진한 음악]

 

 절호의 기회다

 

 윤세리는

 

 여기 반드시 나타날 거야

 

 긴데 기냥 갔다가  지난번처럼 쫓겨나면 어캅니까?

 

 [주먹의 생각하는 숨소리]

 

 우리도 남조선식으로 좀  꾸미고 가야 하지 않갔습니까?

 

 "세리스초이스"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끌벅적하다]

 

 [카메라 셔터음]

 

 [긴장하는 숨소리]

 

 [한숨]

 

 나 간만에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려니까  너무 떨려요

 

 나 어때요?

 

 - 근사하오  - (세리) 정말?

 

 전혀 떨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소

 

 (정혁)  안심하고 나가서 얘기하시오

 

 (사회자)  자, 여러분  [긴장하는 숨소리]

 

 오픈식 첫 순서로  [카메라 셔터음]

 

 세리스초이스의 기적처럼 돌아온  바로 그분!

 

 윤세리 대표님을 모십니다!

 

 [직원들의 환호와 박수]  [웅장한 음악]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 온  세리스초이스의 인테리어 초이스

 

 이제 시작인데요

 

 (세리)  오늘 이 자리까지 함께 와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가 실종된 회사

 

 많이 불안하셨을 텐데

 

 걱정시켜 드린 만큼 제가 더 잘할게요

 

 여러분 덕분에  우리 회사 이만큼 성장하고

 

 돈도 많이 벌었어요

 

 그래서 제가 선물을 보냈습니다

 

 지금

 

 [휴대전화 알림음이 저마다 울린다]

 

 [직원들이 웅성거린다]

 

 [직원들의 놀라는 신음]

 

 (세리)  특별 보너스예요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직원들의 환호]

 

 자, 이제 문 열고 영업 시작해 볼까요?

 

 (직원들)  네!

 

 (직원7)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원들의 환호]

 

 [부드러운 음악]

 

 [당당한 음악]

 

 [치수의 헛기침]  [주먹이 코를 훌쩍인다]

 

 (치수)  이 정도믄 외모로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구나

 

 말만 좀 조심하면 되갔습니다

 

 (주먹)  여기서는 부자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얼마믄 돼? 얼마믄 되갔어?

 

 (치수)  기래?

 

 가격만 집요하게 물어보면  된다 이거디?

 

 (주먹)  예

 

 (치수)  음, 기케 어렵진 않구나

 

 [숨을 후 내뱉는다]

 

 진격하자우!

 

 (치수)  이거는 얼마나 하나?

 

 (직원8)  네, 371만 원입니다

 

 음

 

 (치수)  탁자에 긴 의자에  작은 의자 하나 가격이 그 정도믄

 

 아주 적당하구먼

 

 의자 하나 가격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음, 오, 기래도 적당하구먼

 

 (직원8)  마지막 제품인데  어떻게, 구매하시겠습니까?

 

 해야디, 해야디, 응

 

 씁, 근데 그 전에

 

 (치수)  여기 대표 얼굴을 좀 보고서  구매를 결정하고 싶은데

 

 네?

 

 물건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저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

 

 [치수의 탄성]

 

 (치수)  나 이거 사고 싶은데

 

 (직원9)  [살짝 웃으며]  네, 콘솔요?

 

 (치수)  아니, 이거

 

 이게 콘솔입니다, 고객님

 

 아니, 그, 내 말은!

 

 이거, 이거, 저거, 저거, 저거까지

 

 아니, 여기 있는 거  싹 다 하믄 얼마요?

 

 (치수)  우리 같은 사람이야 시간이 금인데

 

 시간 아깝게 뭘 고르고 말고 하겠어?

 

 (광범과 주먹)  기렇지요

 

 이걸 다 사신다고요?

 

 (치수)  아무래도 이걸 싹 다 사려믄

 

 사장이랑 얘기하는 편이 빠르갔디?

 

 가격 흥정 면에서도 그렇고

 

 (직원9)  아니요, 저희하고 얘기하시는 게  빠르십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직원8)  저 고객님들 맞죠?

 

 (직원9)  [놀라며]  네

 

 저분들이 저한테도  자꾸 대표님 좀 보자고

 

 [직원8의 미심쩍은 숨소리]  (직원10)  아무래도 좀 이상해요

 

 씁, 얼마 전에

 

 본사에서 대표님이 스토커한테  당할 뻔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직원9의 놀라는 신음]

 

 씁, 혹시...

 

 (직원8)  아, 경호 팀이라도 불러야 되나...

 

 [직원들의 놀라는 신음]

 

 (직원9)  고객님

 

 [어색하게 웃으며]  뭘 도와드릴까요?

 

 (만복)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만복이 문을 탁 연다]

 

 [만복의 다급한 신음]

 

 (만복)  내가 들었는데  [치수와 주먹의 놀란 숨소리]

 

 작전이 노출된 것 같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우

 

 (치수)  예? 아니, 왜...

 

 (주먹)  어? 그때 우리 봤던 그 경호원입니다

 

 (만복)  저이가 우리를 신고라도 하게 되믄...

 

 (치수)  야, 야, 야, 야, 일단 나가자우

 

 [흥미진진한 음악]

 

 (광범)  은동이, 은동이는?  [치수의 놀라는 신음]

 

 (치수)  어디 갔네, 은동이? 은동이 챙기라우  [주먹의 당황하는 신음]

 

 [만복의 놀라는 신음]

 

 (치수)  아새끼래 왜 저기서 처자고 있네?  날래 깨우라우!

 

 (주먹)  야, 야, 야, 야, 일어나라, 어?

 

 [유리를 탕탕 두드리며]  야, 우리 다 잽혀 가게 생겼어  어서 나오라, 어?

 

 어서 나오라우! 아이!

 

 [밖이 소란스럽다]

 

 야, 야, 야, 일어나라, 어?

 

 야, 은동아  우리 다 잽혀 가게 생겼어, 어?

 

 어서 나오라, 나오라, 나오라  [치수의 다급한 신음]

 

 다 잽혀 가게 생겼어, 나오라

 

 [함께 재촉한다]

 

 (치수)  가자우

 

 (만복)  가자우, 야, 은동아...

 

 [치수의 다급한 신음]

 

 (경호원)  어, 고객님! 고객님!  [부대원들의 다급한 신음]

 

 고객님! 고객님!

 

 [은동의 신음]

 

 [은동의 아파하는 신음]

 

 [차분한 음악]

 

 고객님! 신발!

 

 (경호원)  두고 가셨는데, 이거, 아

 

 [경호원이 중얼거린다]

 

 [만복과 부대원들의 가쁜 숨소리]

 

 이제 쫓아오지 않습니다

 

 (만복)  [힘겨운 목소리로]  역시 눈치들이 보통 빠른 게 아니야

 

 어케 한눈에 딱 알아보고  기케 따라오는 거가?

 

 기러길래 말입니다

 

 아! 은동이 때문에 식겁했...

 

 (치수)  너 신발 어디 있네?

 

 (은동)  아, 아까  너무 급하게 나오다가 그만...

 

 (주먹)  야, 너 아무리 기래도 이 추운데, 씨  자, 앉으라

 

 (치수)  아, 기러니까 왜 거기서  처자고 있냐 말이야!

 

 우리가 거기 자러 간 거가?

 

 미안합니다

 

 기케 포근한 침상은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잔잔한 음악]

 

 됐어, 그만하라우

 

 얘가 자고 싶어 잔 것도 아니고

 

 지도 피곤하니까

 

 [치수의 한숨]

 

 (치수)  이거라도 신으라우!

 

 아닙니다, 일없습니다

 

 아새끼래

 

 니 그 발로 다니다가  어디 찔리기라도 하믄, 어?

 

 (치수)  우린 병원도 못 가는데  어카자는 거야?

 

 신으라우!

 

 [울먹이며]  미안합니다

 

 [한숨]

 

 [가쁜 숨소리가 들린다]

 

 [한숨]

 

 중대장 동지!

 

 [은동이 흐느낀다]  [정혁의 한숨]

 

 (정혁)  다들 여게가 어디라고

 

 여기까지

 

 어케 된 거가?

 

 - (주먹) 중대장 동지  - (광범) 중대장 동지

 

 [치수가 훌쩍인다]

 

 [정혁이 광범을 토닥인다]

 

 [부대원들이 훌쩍인다]

 

 [정혁의 한숨]

 

 (세리)  내 보디가드 못 봤어요?

 

 어, 저, 아까까지 있었는데

 

 아니, 이 사람이

 

 대표님 밀착 마크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어딜 간 거야?

 

 제가 따끔하게 혼내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고요

 

 [못마땅한 신음]

 

 [탕탕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세준)  세리야, 이 자식아

 

 너 그렇게 큰일이 있었으면  이 큰오빠한테 말을 했었어야지

 

 섭섭하다, 진짜

 

 (혜지)  가족끼리 이러기예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나 지금 바쁘거든?

 

 북한이 웬 말이야  [의미심장한 음악]

 

 세형이 그 자식이

 

 [혜지의 한숨]  널 거기서 못 나오게 하려고 했다는 게  그게 사실이니?

 

 말해 뭐 해? 사실이겠지

 

 아니,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냥  아유, 씨

 

 그런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그게 지금 중요하니?  [구시렁댄다]

 

 중요한 건 우리가 이제  한편을 먹어야 한다는 거죠

 

 2 대 1로 깨박살 내 버리자고요  윤세형네를

 

 그 얘기 하려고 온 거야?

 

 세리, 잘 들어

 

 엄마도 나 밀어주기로 했어

 

 (혜지)  응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붙어

 

 이제 그만 오빠 전화번호  차단 좀 풀고, 응?

 

 그래?

 

 그럼 오빠랑 엄마랑 힘을 합쳐서

 

 - 응?  - (세리) 세형 오빠 밀어내고

 

 (혜지)  응

 

 나 밀어주는 건 어때?

 

 [흥미진진한 음악]  (세리)  내가 원래 그 자리 주인이었잖아

 

 너...

 

 내가 이 집안의 장자로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세준)  상호 동등하게  당면 과제에 집중하는데

 

 자꾸 너만 생각할래?

 

 그럼 말해  누구한테 들었는지, 아까 그 얘기

 

 (혜지)  [세준을 탁탁 치며]  말해, 여보, 그냥

 

 오 과장이라고

 

 원래는 구승준이 도와주던 애인데

 

 (세준)  세형이네랑은 자꾸 접선한다는 걸  내가 파악하고 있었다고

 

 걔 찔러서 들었어

 

 근데 그 자식 좀 수상해

 

 아이, 최근에 대출 한 푼 없이  강남에 50평짜리 아파트를 산 거야

 

 그 돈을 누가 줬겠어요?

 

 누가 준 건지, 왜 준 건지  파악되면 연락해

 

 [의미심장한 음악]  - 내가?  - (세리) 응, 오빠가

 

 난 바빠서 먼저 가 볼게

 

 (혜지)  [살짝 웃으며]  응

 

 자기가 뭔데 나를 시켜?

 

 그래도, 여보

 

 알아내면 연락 달라고 했잖아

 

 그랬지

 

 전화 차단은 풀겠다는 거지

 

 우리랑 한 팀 먹겠다는 거고

 

 아, 그건가?

 

 [혜지가 살짝 웃는다]

 

 (혜지)  잘했어, 여보

 

 [세준의 웃음]  어, 잘했어

 

 [휴대전화 벨 소리]

 

 리정혁 씨, 지금 어디예요?

 

 [차분한 음악]

 

 뭐라고요?

 

 [세리의 반가운 숨소리]  [차 문이 탁 닫힌다]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은동)  세리 동지!

 

 [세리의 반가운 숨소리]

 

 세상에

 

 아, 이게 무슨 일이야

 

 (세리)  어떻게 이런 일이...

 

 너희 여기 있으면 안 되잖아

 

 보고 싶었습니다

 

 [세리의 반가운 숨소리]

 

 (치수)  치, 에미나이  여기서 보니까 몰라보갔구나

 

 표치수도 이리 오고

 

 (치수)  아, 와 이래? 남사스럽게

 

 [세리의 반가운 숨소리]

 

 (세리)  광범 씨도 이리 오고

 

 안 본 새 더 잘생겨졌잖아

 

 [세리의 반가운 숨소리]

 

 다들 건강한 거지?

 

 [부대원들이 대답한다]

 

 [부대원들이 훌쩍인다]  진짜 보고 싶었어

 

 - (은동) 저도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 (주먹) 저도요

 

 - (세리) 진짜?  - (치수) 난 뭐 그닥  [은동이 대답한다]

 

 (세리)  넌 머리는 왜 그래? 진짜

 

 [부대원들이 킥킥댄다]  (치수)  멋있으면 멋있다 해

 

 (세리)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

 

 - (정혁) 자, 자  - (세리) 어?

 

 (정혁)  자, 회포는 천천히 풀고, 응

 

 - (정혁) 아, 여기...  - (만복) 아, 정만복이라고 합니다

 

 네, 처음 뵐게요

 

 (만복)  난 마을에서 여러 번 보기도 봤고

 

 목소리도 많이 들었습니다

 

 절 아신다고요?

 

 예, 짧은 입 공주 아닙니까?

 

 (세리)  너희들이 말했니?

 

 우리 조선은

 

 (치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데

 

 이분이 바로 그 쥐고 새인 셈이디

 

 [멋쩍은 웃음]

 

 (세리)  여기가 내 집이야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열린다]

 

 [주먹과 은동의 놀라는 신음]

 

 [은동의 웃음]

 

 (치수)  자본주의는 문고리도 요란하구나, 야

 

 (주먹)  멋진데 뭘 기럽니까?  [은동이 호응한다]

 

 [주먹의 탄성]  [은동의 기대에 찬 숨소리]

 

 (치수)  이깟 세련됨에 현혹되지 말라우!

 

 [문이 탁 닫힌다]  (세리)  다들 들어와

 

 (주먹)  우아!

 

 (은동)  우아!

 

 (주먹)  와, 씨

 

 뭐 하세요?

 

 아, 혹시 도청 장치 있을까 봐

 

 [세리의 웃음]  [밝은 음악]

 

 여긴 그런 거 없어요

 

 (치수)  니가 기걸 어케 알아?  제집도 아니면서

 

 뭐래?

 

 (세리)  여기가 내 집이 아니면 누구 집인데?

 

 (치수)  이케 넓은 집에  너 혼자 산다 그 말이가?

 

 방이 몇 개인데?

 

 방은 다섯 개고 내가 혼자 다 써

 

 [치수의 웃음]

 

 (치수)  방 다섯 개를 혼자 쓴다?

 

 그 방을 다 얻다 쓴다 말이가?

 

 (세리)  하나는 자는 방, 하나는 서재  하나는 운동하는 방

 

 하나는 손님방  하나는 그냥 비워 두는 방

 

 됐냐?

 

 기래기래, 순발력은 인정해 주갔어

 

 쳇!

 

 와!

 

 이 따뜻한 물이 계속 나오는 거는  봐도 봐도 신기합니다, 이야

 

 저는 이 전기 안 나가는 게  제일 신기합니다

 

 (광범)  아궁이 없는데  방바닥 따뜻한 것도 신기하다

 

 - (은동) 맞습니다  - (주먹) 기러게나 말입니다

 

 (주먹)  이야, 별게 다 있구나, 응?

 

 [한숨]

 

 오마니

 

 [영애의 놀란 신음]

 

 (영애)  아니, 니가 어케 상을 차렸어?

 

 좀 드시라요, 힘을 내셔야지요

 

 기래야지

 

 (영애)  아직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어서 먹자

 

 (남식)  오마니

 

 우리 이제 군관 사택 마을을  떠나는 겁니까?

 

 기딴 소리 말라

 

 (영애)  아버지가 어케 되실지  결론이 아직 나질 않았어

 

 긴데 왜 밖에 나가 동무들하고 놀믄  안 된다고 기러십니까?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영애의 긴장하는 숨소리]

 

 너 여기 꼼짝 말고 있으라우

 

 [작은 목소리로]  누구시오?

 

 (명순)  영애 동지

 

 [놀라는 숨소리]

 

 [명순의 조심스러운 숨소리]

 

 여긴 왜 온 거야?

 

 이것 좀 드시라고

 

 [부드러운 음악]  아, 아이고, 참

 

 아니, 뭐 내 집에  먹을 게 없을까 봐 갖고 왔어?

 

 일없으니까 그만 들고 가라우

 

 기래도...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명순의 놀라는 숨소리]

 

 (옥금)  영애 동지

 

 [영애의 놀라는 신음]

 

 [대문을 철컥 연다]

 

 술빵 좋아하시디요?

 

 [영애의 다급한 숨소리]

 

 (옥금)  이거 드시...  [옥금의 놀라는 신음]

 

 언제 왔어?

 

 - (명순) 방금  - (옥금) 아

 

 (영애)  아이고, 참, 겁들도 없구나

 

 내 집에서 괜히 얼쩡거리다  큰일 당하지 말고 어서들 가라우!

 

 [명순의 한숨]

 

 (명순)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기래야 앞날을 도모하지요

 

 맞습니다

 

 (영애)  아이, 아, 내 말이 가다 넘어졌나들?

 

 아, 어서들 돌아가라는데  들리질 않아?

 

 어서들 가라우! 가라우, 가라우!

 

 (월숙)  영애 동지, 딱 마침 나오시는구먼요

 

 영애 동지 집에  저, 장작이 떨어졌을 거 같아서

 

 좀 갖고 왔습니다

 

 일단 방이 뜨끈뜨끈해야 몸도...

 

 (월숙)  거참, 말들을 드럽게 안 듣는구먼

 

 [속상한 신음]

 

 아, 여기 오면 위험하다고!

 

 (영애)  [울먹이며]  아, 위험하니까 다들 돌아가라고!

 

 [영애가 흐느낀다]

 

 (옥금)  영애 동지

 

 (명순)  괜찮습니다, 영애 동지  [옥금의 안타까운 신음]

 

 - (월숙) 울지 마시라요  - (명순) 울지 마시라요

 

 [영애가 계속 흐느낀다]  [저마다 영애를 위로한다]

 

 (명순)  울지 마시라요

 

 (세리)  다들 많이 먹어

 

 야, 표치수, 맛있냐?

 

 너 내가 지금  맛있어서 먹는 걸로 보이네?

 

 그럼?

 

 너라는 에미나이가 우리 중대장 동지  식량 창고를 축냈듯이

 

 (치수)  나 역시 너의 식량 창고를  거덜 내려는 것이 내 작전이다

 

 아주 노후를  각설이로 보내게 해 주갔어

 

 (세리)  그래, 열심히 작전 수행 해라

 

 네가 나 거덜 내려면  우리나라 소를 아주 다 먹어야 될 텐데

 

 그놈의 후라이 까기는  지치지도 않는구나

 

 (세리)  후라이 아니라고

 

 (광범)  중대장 동지는 왜 먹지 않습니까?

 

 (정혁)  많이들 묵으라

 

 모두들 여기까지 올 때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지

 

 그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이 무거워

 

 [밝은 음악]

 

 말하는데 미안합니다만

 

 (치수)  고생은 저희가 했는데

 

 왜 고기는 저 에미나이 밥 위에만  쌓이는 겁니까?

 

 (세리)  너희는 너희가 집어 먹어

 

 구워 주는 사람 마음이지

 

 남조선에선 우리 중대장 동지 같은  부류의 사람을 기케 부릅니다

 

 사랑꾼!

 

 주먹이 넌 아무튼 모르는 게 없구나?

 

 사랑꾼?

 

 뭐, 따기꾼, 도박꾼 기런 건가?

 

 (주먹)  그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사실만으론  비슷도 하지요, 어

 

 (치수)  음, 하긴 여자 때문에  휴전선을 넘은 것은

 

 역사에 기록될 만큼의 미친 짓이지

 

 응  [부대원들이 킥킥댄다]

 

 기거이 아니고

 

 (정혁)  내가 아까 그간의 사정을  기케 논리정연하게 설명을 했는데...

 

 (은동)  맞습니다

 

 그 방면으로는 우리 중대장 동지  이길 사람이 없습니다

 

 [젓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1등입니다, 1등

 

 [주먹의 웃음]  [부대원들이 대화한다]

 

 (주먹)  1등입니다, 그쪽으로는!

 

 [주먹의 웃음]

 

 [부대원들이 대화한다]

 

 (만복)  중대장 동무

 

 시간이 없습니다

 

 정혁 동무 아버지께서  신신당부하셨습니다

 

 만나는 즉시 데리고 올라오라고

 

 [무거운 음악]

 

 세계 군인 체육 대회가 끝나는 대로  우리와 여기를 떠나야 합니다

 

 기케만 해도 문제없도록

 

 국장 동지께서 조처해 두셨습니다

 

 기렇지만 상황 설명 다 듣지 않았소?

 

 (정혁)  만에 하나 여기 있는 조철강이

 

 윤세리를 납치해 조국으로 데리고 가서

 

 나와 내 아버지를  함께 공격할 수도 있소

 

 [한숨]

 

 그,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조철강이를  어느 세월에 잡는단 말입니까?

 

 중대장 동무는 한시가 급합니다

 

 (만복)  윤세리 동무는

 

 여기서 지위도 높고  지켜 주는 사람도 많으니

 

 일없지 않갔습니까?

 

 [한숨]

 

 [한숨]

 

 (증평)  유태인 속담에 말이야

 

 큰 부자한테는 자식은 없고  상속인만 있다고 했다던데

 

 자기들 몫 챙기는 일 아니면

 

 식사 한 끼 하러 오는 자식이 없어

 

 쯧, 국 다른 거 없어?

 

 오늘 세리 생일이에요

 

 (증평)  당신이 언제부터 세리 생일 챙겼다고

 

 (정연)  당신은 알았죠?

 

 뭘?

 

 세리가 북한에 갔다 왔다는 거

 

 [당황하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정연)  지난번에 해외 출장이 아니고  그거 해결하고 온 거죠?

 

 [한숨]

 

 "아버지"

 

 (증평)  그 얘기 어디서 들었어?

 

 왜 나한텐 말 안 했어요?

 

 (정연)  내가 그걸로

 

 당신 딸 약점 잡아서  뭐, 괴롭히기라도 할까 봐?

 

 쩝, 뭐,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구먼

 

 근데 그건 알았어요?

 

 (정연)  세형이가 세리 거기 있는 거 알고

 

 사람 사서 못 오게 막았던 거

 

 [지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긴장되는 음악]

 

 (녹음 속 세리)  여기는 세리 1호, 여기는 세리 1호

 

 [녹음기 조작음]  [창식의 힘겨운 신음]

 

 (창식)  경찰서에서 그러더라고요

 

 오빠 내외께서 이거  대표님 목소리 아니라고 그랬다고

 

 이 성문 분석 자체도  아예 거부를 하셨다고

 

 세리 뉴스 난 다음에  이런 제보가 수십 통이었어요

 

 (세형)  세리를 어디서 봤네, 동영상 있다

 

 뭐, 녹취본 있다

 

 혹시나 해서 찾아가 보면  다 허위였어요

 

 이것도 마찬가지고요, 조작된 거예요

 

 (함께)  아닙니다!

 

 (세형)  세리 최측근 직원이  목소리 소스 제공했고

 

 세리 보험 담당자가  자기 살길 찾느라고

 

 이런 짓을 꾸민 거라니까요

 

 (수찬)  어, 회, 회장님, 정말 그런 거...

 

 (세형)  [큰 목소리로]  아버지!

 

 처음 본 이 사람들 말을 믿으실 거예요

 

 아니면 아버지 아들 말을  믿으실 거예요?

 

 당신 그 말 사실이야?

 

 (증평)  정말로 세형이가  세리 못 오게 막았다는 거야?

 

 (정혁)  벌써 나가는 거요?

 

 조찬 회의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아직 자죠?

 

 피곤한 모양이오

 

 리정혁 씨도 오늘은  부대원들이랑 같이 있어요

 

 - 나 할 말이...  - (세리) 참

 

 상처는 다 나았어요?

 

 그건 다 나았소  애초에 큰 상처도 아니었고

 

 그렇구나

 

 다행이다

 

 [차분한 음악]

 

 리정혁 씨 약속 지켰네?

 

 상처 다 아물 때까지 있었잖아  안 사라지고

 

 이젠 언제 갑자기 사라지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을게

 

 섭섭해하거나

 

 기다리지도 않을게

 

 (세리)  걱정 말고

 

 갈게요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한숨]

 

 (구매팀장)  네, 이번 시즌 저희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록 시크 룩은요

 

 가죽 재킷, 뭐, 금속...

 

 [구매팀장이 계속 설명한다]

 

 [문 여는 소리가 울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노크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닫힌다]  무슨 일이세요?

 

 나 지금 나가 봐야 되는데

 

 너 세준이 만났지?

 

 너도 벌써 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뭘요?

 

 세형이가 한 짓

 

 (세준)  세리, 잘 들어

 

 엄마도 나 밀어주기로 했어

 

 (정연)  난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그래서...

 

 [헛웃음]

 

 날 위해서?

 

 아니면 엄마 큰아들을 위해서?

 

 세리야

 

 확실하게 해요

 

 누가 들으면

 

 엄마가 되게 내 엄마 같을 거 아니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넌 믿지 않겠지

 

 근데 그런 게 아니라...

 

 네, 안 믿어요

 

 안 왔잖아

 

 [잔잔한 음악]

 

 (정연)  세리야

 

 엄마 뭐, 따뜻한 거 좀 사 올게  여기 있을래?

 

 네

 

 엄마!

 

 자면 안 돼

 

 엄마 올 거야

 

 (어린 세리)  백 세면 올 거야

 

 하나

 

 둘

 

 셋

 

 [추워하는 숨소리]

 

 넷

 

 (어린 세리)  구십팔

 

 구십구

 

 하나

 

 둘

 

 셋

 

 넷

 

 (세리)  그날 이후로

 

 내 속엔 추운 밤바다가 있어  [여자가 어린 세리를 깨운다]

 

 (여자)  얘, 아기야

 

 (세리)  그 바다엔

 

 (여자)  정신 차려 봐, 아기야, 아기야

 

 (세리)  아침이 오지 않아요

 

 아무리 숫자를 세어도 해가 뜨지 않지

 

 엄마는 돌아오지 않고

 

 그때부터 매일 난 생각했던 것 같아

 

 난 왜 태어나서

 

 엄마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었을까?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사는 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

 

 네가

 

 내 말 다 안 믿어도 좋지만...

 

 앞으로 생일에 찾아오고  이런 거 하지 마세요

 

 최악이니까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세형의 한숨]

 

 [오 과장의 헛기침]

 

 [오 과장의 멋쩍은 웃음]

 

 (오 과장)  예, 저는요, 아

 

 이렇게 니즈가 맞는 분들을  연결시켜 드릴 때

 

 제 일의 보람이랄까  뭐, 그런 걸 느낍니다

 

 우리가 니즈가 맞는다고?

 

 아, 그럼요

 

 제가 보기에 여기 계신 분들이

 

 (오 과장)  원하는 게 다른데 같습니다

 

 여기 두 분께서는

 

 윤세리 씨가 없었으면 좋겠고

 

 그리고 이쪽 이분은

 

 윤세리 씨가 있었으면 좋겠고

 

 세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

 

 (세형)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도로 북한으로 데려가기라도 하려고?

 

 뭐, 그거까지 알아야 됩니까?

 

 (철강)  윤세리가 안 보이믄 되는 거 아닙니까?

 

 (세형)  이 사람 말하는 거 왜 이래?

 

 알아야지, 그럼 모르나?

 

 데리고 가면 안전하긴 한 거고?

 

 난 윤세리를 북에 데리고 가서  증명받을 일이 있소

 

 (철강)  그 여자 때문에 내 잃은 게 많아

 

 모두 다 회복해야갔소

 

 긴데 그 이후엔  목숨을 장담할 수가 없소

 

 [긴장되는 음악]

 

 피차 원하는 바 아니오?  괜한 후환도 없애고

 

 잠깐만

 

 없앤다고?

 

 와, 이거 얘기가 너무 나가네

 

 (세형)  큰일 날 사람이야

 

 오 과장, 당신 누구 인생 망치고 싶어?

 

 사람을 얻다 엮어, 이, 씨

 

 [한숨]  (세형)  오늘 만남은 없었던 걸로 할게요

 

 나 이 사람 안 만난 거야

 

 (오 과장)  아이, 저, 회, 회장님, 회장님, 회장님

 

 근데

 

 계획대로 하려면 돈이 필요하겠네요?

 

 많이

 

 [피식한다]

 

 필요한 정보도 많을 거고

 

 (상아)  윤세리 집이 어딘지는 알아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잔잔한 음악]

 

 [한숨]

 

 (세리)  그럼

 

 이거 다 아물 때까지 어디 가지 말기

 

 이거 다 아물 때까지만

 

 그것만 약속해 줘

 

 다 아물고 나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그런가 보다 할게

 

 리정혁 씨

 

 리정혁 씨

 

 [울먹이며]  갔어?

 

 간 거야?

 

 [흐느낀다]

 

 벌써?

 

 [흐느낀다]

 

 [세리가 흐느낀다]

 

 [세리가 계속 흐느낀다]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놀라는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놀란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치수)  남조선은 다 이케 한다며

 

 (주먹)  이케 하면 다 좋아하던데

 

 세리 동지, 오늘 생일 맞지요?

 

 (은동)  축하합니다

 

 [세리가 흐느낀다]  (주먹)  축하합니다

 

 (치수)  축하, 축하한다, 에미나이

 

 [주먹이 피리를 뿌 분다]

 

 [서럽게 운다]

 

 [주먹의 난감한 숨소리]

 

 [세리가 흐느낀다]

 

 [주먹의 난감한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치수의 짜증 섞인 숨소리]

 

 (정혁)  윤세리!

 

 오지 마요

 

 나 얼굴 지금 엉망진창이야

 

 미안하오

 

 좋은 날 놀라게 해서

 

 그게 아니고

 

 놀란 게 아니고

 

 [울먹이며]  무서워서 그래

 

 앞으로 생일이

 

 오늘만 생각날 거 아니야

 

 좋았던 날로

 

 [세리가 흐느낀다]

 

 [발걸음 소리가 울린다]

 

 오지 말라고요

 

 이런 얼굴 안 보여 주고 싶다고

 

 [놀라는 숨소리가 울린다]

 

 [따뜻한 음악]

 

 내년에도, 그다음 해도

 

 그다음 해도

 

 좋은 날일 거요

 

 (정혁)  내가 생각하고 있을 거거든

 

 윤세리가 태어나 줘서 고맙다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날들일 거요

 

 [세리가 흐느낀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무거운 효과음]

 

 [어이없는 숨소리]

 

 [분한 신음]

 

 [분한 숨소리]

 

 [숨을 후 내뱉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가만히 두지 않갔어, 피타는 노력

 

 [분한 숨소리]

 

 (녹음 속 세리)  오늘은 2월 2일 내 생일

 

 그리고 여기는  [감성적인 음악]

 

 시그리스빌 다리 위

 

 후회는 없어요

 

 아버지

 

 큰오빠, 작은오빠

 

 그리고 엄마

 

 [울먹이며]  나 진짜 멀리 떠나요

 

 그렇다고 너무 잘 살지는 말고

 

 가끔 한 번씩은 내 생각 해 주세요

 

 (녹음 속 정혁)  [영어]  실례합니다

 

 (녹음 속 세리)  [한국어]  엄마야!

 

 (녹음 속 정혁)  [영어]  사진 좀 부탁해도 될까요?

 

 [가쁜 숨소리]

 

 (세리)  그래요, 카메라 주세요

 

 [세리의 겁먹은 신음]

 

 근데 여기 무서운데

 

 꼭 여기서 찍어야겠어요?

 

 [놀라는 숨소리]

 

 [한국어]  남자가 아깝다

 

 내가 뭐랬소

 

 우연 아니고 운명이랬지

 

 [도어 록 작동음]

 

 (세리)  리정혁 씨

 

 어디 나가요?

 

 어, 그, 잠시 볼 사람이 생겨서

 

 [잔잔한 음악]

 

 (세리)  잠깐씩 스쳐 지나간 그런 남자들이에요  [정혁의 어이없는 탄성]

 

 어머, 우리 혁이 질투해요?

 

 (승준)  단이 씨가 어머니께 말씀 안 드리고  [명은의 놀란 신음]

 

 외박을 한 건가요?

 

 (단)  엄마가 생각하는 기런 사이 아니야  [승준의 놀란 신음]

 

 (승준)  그냥 제가 혼자  [여자들의 놀란 신음]

 

 서단 씨한테 반한 상태입니다

 

 [오 과장의 놀란 신음]  (정혁)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답만 하면 되오

 

 (철강)  윤세리를 데려가든 없애든  자유란 말입니까?

 

 [세리의 탄성]  (세리)  우린 맨날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기억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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