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16
구승준!
[힘겨운 숨소리]
[잔잔한 음악]
[단의 다급한 숨소리]
[승준이 꺽꺽거린다]
(단) 구승준, 정신 좀 차리시라요
[힘겨운 목소리로] 괜찮아요
어, 안 돼
[단이 흐느낀다]
(단) 구승준
구승준!
[사이렌이 울린다]
[의료 기기 작동음]
[단이 흐느낀다]
[심전도계 경고음]
(의사) 5DW 500 하나 더 달아 주시고요
바이털 사인 다시 체크해 주세요
환자분, 환자분!
[정혁의 거친 숨소리]
(의사) 에피네프린 사이드로 넣어 주세요
(간호사1) 네, 알겠습니다
[한숨]
[심전도계 경고음]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의사) 환자분, 환자분! [긴박한 음악]
제 말 들리세요? 환자분!
여기 CPR 시작하세요
(간호사2) 네, CPR 시작하겠습니다
- (의사) 제세동기 준비해 주세요 - (간호사1) 네, 알겠습니다
(의사) 제세동기 시작하겠습니다 150줄 올려 주세요
[제세동기 작동음] (간호사2) 150줄 올렸습니다
(의사) 하나, 둘, 셋!
200줄 올려 주세요
- (간호사2) 200줄 올렸습니다 - (의사) 하나, 둘, 셋!
[승준의 힘겨운 숨소리] [단의 놀란 숨소리]
정신 듭니까?
(단) 정신 놓지 말고
나 보고
나 똑바로 보고
그랬잖아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나중에 멀쩡한 모습으로
좀 멀쩡한 모습으로 서단 씨 찾아오면
(승준) 근데 그때도
만약에 서단 씨가 혼자면
나한테 한 번만
기회 줘요
기회 주려고 그랬다고
당신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그러려고 그랬단 말이야
(승준) 나 서단 씨 좋아요
좋으니까 이제
어디로 가는지 알고 갈 거야
[단이 흐느낀다]
그렇게 살 거야
나 이제 그럴 거야
기뻤다고
당신이 기케 말해 줘서
기뻤다고
[힘겨운 숨소리]
(승준) [힘겨운 목소리로] 서단 씨
그때...
뭐가 좋았던 거예요?
라면?
어떤 남자?
아니면 나?
왜 '아니요'라고 합니까?
난 좋은데
뭐가?
(승준) 뭐가 좋은데요? 라면이?
그, 어떤, 남자가?
아니면...
내가?
너
(단) 너였어
구승준 너였다고
그럴 줄 알았어
[훌쩍인다]
[무거운 음악]
구승준...
(단) 구승준
[놀란 숨소리]
구승준!
여기...
이 사람 정신 잃은 거 같은데 어케 좀 해 보시라요
(단) 뭐라도 해 보시라요, 뭐라도...
이 사람 너무 불쌍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뭐라도 제발...
아, 제발, 제발!
[단이 흐느낀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구승준, 제발 일어나
제발...
구승준
[심전도계가 삐 울린다]
(간호사2) 하트 레이트 돌아왔습니다
[의사의 한숨]
- (의사) 산소 풀로 넣어 주세요 - (간호사2) 네
[정연이 울먹인다]
(의사) 일단 안정은 찾았습니다
[정연의 안도의 한숨]
경과는 좀 더 지켜보시죠, 네
[정연의 떨리는 신음]
[잔잔한 음악]
위급하다는 소식 듣고
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김 과장) 그래도 다행입니다 큰 고비는 넘기신 것 같은데
그럼...
다시 가 봐야 하나요, 혹시?
(정연) 또 안 좋아질 수도 있고요
깨어나서 혹시 찾을 수도 있고...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주먹) 간만에 이케 모여서 먹으니까 좋습니다 [주먹의 웃음]
(치수) 야, 야, 웃지 말라우
예?
자칫 자본주의에 현혹된 정신 나간 군인들이라고
허투루 보일 수가 있어
(치수) 아직 저들의 간악한 계략이 끝났다고 볼 수가 없다 이 말이야
[치수의 헛기침]
무슨 계략?
생각해 보시라요
조선의 최정예 요원인 큰 인재를
놓치고 싶갔습니까?
(치수) 지 발로 걸어 들어온 능력자를
기래서 배식 음식 하나도 이케 신경을 써 주는 거고
[흥미진진한 음악]
사실은...
벌써 입질이 왔습니다
입질?
미 제국주의 말로는
스카우트 제의...
라고 해야 하나
원하신다면 송환은 가능하지만
우린 개인의 의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치수) 예?
남겠다고 결정하시면 정착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헛웃음]
탐을 내더라고, 나를
자본주의가 기렇지, 뭐
달삼쓰뱉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달달한 내 능력을 호시탐탐 노리는 거고
(주먹) 자본주의 기케 질색하시면서
벌써 남조선 언어를 많이 습득하셨습니다
[헛기침]
뭐...
(주먹) 긴데 그 질문은 우리 모두 다 받았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 다? - (주먹) 예
은동이 너도?
나더러 혼자 남으라 기러믄
내가 외로워서 싫다 할까 봐 기랬나?
(주먹) 어휴... [치수의 웃음]
우리 중대장 동지 본 사람 있습니까?
[만복의 한숨]
한 번을 못 봤네
(만복) 조사관에게 물어봐도 답을 안 해 주니
[함께 한숨을 내쉰다]
[의미심장한 음악]
송환 대상자들을 맞교환하자고 제안하셨다고요?
어차피 우리 쪽에서도
(충렬) 간첩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남쪽 사람들이 있으니
서로 밑지는 건 없는 거래 아니갔어?
다르지요
남측에 체포된 우리 측 여섯 명은 아직 조사 중이고
우리 측에 체포된 아홉은 이미 형이 집행 중입니다
비중이 다르지요
거, 우리끼리니까 좀 솔직해 보지 그러나
(충렬) 당 군사부에서 조사와 재판을 건너뛰고 형을 집행한 거 아니가?
기러믄 억울한 사람이 생기는 법이야
국장 동지
자루 속에 송곳을 감출 수는 없는 법입니다
[충렬의 한숨] (군사부장) 지금 국장 동지는
아들이 여자에게 홀려서 배신행위 한 것을 감추려고
우리가 완전히 밑지는 거래를 진행하면서
무리수를 두고 있지 않습니까
(국정원 관계자) 밑지는 거래인 걸 모르진 않을 텐데 무조건 넘겨 달라고 했다?
급하긴 급했구먼
(김 과장) 예, 대신 빠른 시일 안에 넘겨줄 걸 요구하고 있고요
비공식 송환을 바라고 있습니다
상호 보안 기간은 5년으로 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고위급 관계자의 아들이 섞여 있다 보니
민감해하는 것 같습니다
(청와대 관계자) 그들이 우리 쪽에 머무르는 동안 [긴장되는 음악]
간첩 행위나 이적 행위를 한 적이 없는 건 확실합니까?
(김 과장) 예, 조사 결과를 담은 요약본 자료와
조사 대상자들의 자필 사인이 있는 사고 조서를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조철강이라는 자와 벌인 총격전 외에는 특별한 행위가 없었습니다
송환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향은요?
모두 송환을 원하고 있고요
그럼 그쪽 요구대로 비공개 송환 시키는 게 어떻습니까?
(경찰청 관계자) 뭐, 공개돼 봤자 여론이 좋을 것 같지도 않고요
같은 생각입니다
송환 조건도 우리 쪽이 더 유리하고
(통일부 관계자) 통일부도 그 부분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딜을 아예 안 할 순 없는 거 아닐까요?
이참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 건까지 함께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급하거나 손해 볼 일은 전혀 없을 것 같은데
(군사부장) 그쪽에선 이 기회에 뭐라도 더 얻어 내려고
거래를 걸어오갔지요
이 모든 걸 어케 책임지실 겁니까?
(충렬) 난 나대로 계획이 있어
군사부장 동무의 계획은 뭐이가?
예?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서류를 사락 집는다]
(충렬) 남쪽에서 보내온 증거 자료들인데 말이야
우리 쪽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호송 중에 살인을 저지르고 남으로 간 조철강이가
군사부장 동무와 지속적인 연락을 취했다는구먼기래
동무가 지시를 한 거이가?
[군사부장의 한숨]
그럴 리가 있습니까?
(충렬) 기렇지?
씁, 긴데 말이야
내 아들도 기럴 리가 없어
여자에 홀려 조국을 배신하는 행위 따위는 할 리가 없거든
지금 서로 돕자는 말씀을 하는 겁니까?
기케 들렸나?
[군사부장의 한숨]
좋습네다
대신 조건이 있습네다
(군사부장) 송환 장소와 그 과정 등 모든 것들은
당 군사부에서 독립적으로 지휘하갔습니다
이것까지 안 된다 하진 않으시갔지요?
[한숨]
- (창식) 안녕하세요 - (경호원) 예
- (창식) 별일 없었죠? - (경호원) 네
- (수찬) 안녕하세요 - (구매팀장) 안녕하세요
(창식) 대표님 [문이 탁 닫힌다]
좀 어떠세요?
왔어요?
너무 힘들어 보이십니다, 대표님
이제 괜찮아요
- 앉아요 - (창식) 아, 예, 예
언제 일어났니?
좀 전에요
저, 저, 잠시만요
(정연) 그, 세리한테 급히 할 말이 좀 있어서
- (창식) 아, 예 - (구매팀장) 예
[문이 탁 여닫힌다] (정연) 세리야
방금 연락이 왔는데
송환이 결정됐대
언제 가는데요?
지금
[애잔한 음악]
지, 지금?
응, 지금 떠난대
내 인생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것보다
지금 당신 보는 게 더 괴롭소
잘됐다
잘됐어요
그래도 끝까지 거짓말은 안 했나 보네, 그 사람
조사 결과가 잘 나왔으니까 돌아갈 수 있게 된 거잖아
정말 다행이다
가 볼래? 데려다줄까?
마지막 인사 여러 번 했어요
너무 여러 번 해서
이제 할 말이 남아 있지도 않아
(세리) 그리고 이런 꼴 보여 봤자
그 사람 가는 길만 더 힘들게 할 거고
나 아팠다는 거 알리고 싶지도 않아요
(정연) 몰랐을까 봐?
그 사람
내내 네 옆에 있었어
(정연) 너 수술받던 그 긴 시간 동안에도
(세준) 아니, 아파하는 걸 왜 이렇게 자꾸 봐, 잔인하게
가, 빨리
자기야, 내가 여기 그냥 좀 더 있어야 될 거 같아
뭐? 왜?
(혜지) 아니,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새언니인 내가 옆에 있어야지
(세준) 씁! 혼나
- (혜지) 자, 잠깐만 - (세준) 빨리 와
[잔잔한 음악]
(정연) 너 깨어나길 기다리는 며칠 동안에도
먹지도 자지도 않고 계속 네 옆에 있었어
- (의사) 환자분 - (혜지) 어머니!
- (의사) 이제 정신 좀 드세요? - (혜지) 어머니, 눈 떴어요
(혜지) 어머니, 눈 떴어요
[창식의 놀란 탄성]
(창식) [흐느끼며] 대표님, 대표님...
[창식이 흐느낀다]
(의사) 5DW 500으로 바꿔 주세요
(간호사1) 네, 알겠습니다
(정연) 너 눈 뜨는 거 보고 그때야 떠났고
[슬픈 숨소리]
마지막 인사 여러 번 했어도
그래도 보고 싶을 텐데
안 갈래?
갈래요
데려다줘요, 데려다주세요
너무 보고 싶어요
(치수) 기래도
천만다행 아닙니까?
그 에미나이 깨어났다니
(주먹) 기러게나 말입니다
우린 그동안
세리 동무 쓰러져서 기케 된 줄도 까맣게 모르고
동무들로선 알 수가 없었던 상황 아니가
이케 가고 나믄
(은동) 소식 들을 길도 영영 없었는데
고비 넘기고 깨어났다니 너무나 잘됐습니다, 중대장 동지
[잔잔한 음악]
이젠 일없을 겁니다
거, 과장 동지
(치수) 우리 간다고 도로에 차를 이케 많이 깔아 놓은 겁니까?
고생 좀 했갔습니다
예, 고생 좀 했습니다
다시 올 일 없갔디요?
있으믄 되갔냐?
비도 오락가락하는구먼
(만복) 다시 올 일이야 없갔지만
생각은 좀 날 것도 같네
(정연) 간다, 꽉 잡아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예?
아니요, 시간이 없진 않지만...
지금 어디십니까?
저거이 금단선 맞디요?
(치수) 응, 맞는 것 같다
(은동) 기러믄 저기 금단선 넘으면 조선인 겁니까?
기렇지
(김 과장) 자, 내리시겠습니다
[무거운 음악]
[김 과장의 한숨]
약속된 시간이 아직 5분 정도가 남아 있는데
(김 과장) 금단선 넘어가는 건 정시에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돌아갈 길이 바쁜데 뭘 기다립니까
지금 합시다
아...
예
[한숨]
그러시죠, 그럼
[긴장되는 음악]
[차 문이 탁 열린다]
[거친 숨소리]
[차 문을 탁 닫는다]
안 돼, 그걸 왜...
왜 그걸...
[세리의 다급한 신음]
(세리) 리정혁 씨!
뛰지 마시오
리정혁 씨!
그렇게 가 버리면 어떡해
(세리) 그렇게 끌려가 버리면 난 어떡해
뛰지 말라고!
그렇게 가 버리면 난 어떡해
(세리) 난 어떻게 살아, 그렇게 끌려가 버리면
난 어떻게 살아
[세리의 거친 숨소리]
아직 몸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뛰다가 또 쓰러지면 어칼라고
(정혁) 왜 이케 자기 몸을 아낄 줄 모르는지
저 사람들이 수갑 왜 채우는 거예요?
(세리) 끌려가는 거예요?
안 돼, 나 못 보내, 못 보내겠어
가지 마요, 그냥 안 가면 안 돼?
(정혁) 걱정 마시오
[잔잔한 음악]
날 아직 모르시오?
아무 일 없을 거요
(세리) 근데 왜 사람을 끌고 가는 거냐고
가서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해
나 때문에...
이게 다 나 때문에...
아무 일도 생기지 않갔지만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기건 당신 탓이 아니오
난 아무 후회도 없고
(정혁) 당신이 내 인생에 선물처럼 와 줘서
감사할 뿐이오
나도...
나도 고마워요, 리정혁 씨
지난번에 당신에게 아픈 말 해서 나도 아팠소
정말 미안했소
맘에 두진 마시오
아니야
그거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하나도 마음 쓰지 마요
(세리) 근데...
이제 우리 못 봐요?
이제 우리 다시는 못 보나?
평생?
어떡해?
나 리정혁 씨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떡해?
간절히...
기다리고 기도하믄
보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냐고 묻지 않았소?
만날 수 있소
사랑하오
사랑해요
사랑해
[세리의 당황한 신음]
[세리가 흐느낀다]
[수갑을 찰칵 채운다]
(은동) 세리 동무!
잘 있어라
에미나이야
건강하시라요!
(세리) 잘 가
잘 가...
모두들 잘 가
다치지 말고
[세리가 계속 흐느낀다]
[긴장되는 음악]
기래?
[문이 탁 닫힌다]
뭐 하는 거요?
정혁이 데리러 가지요?
우리 아들
꼭 살려서 데리고 와 주시라요
부탁합니다
정혁이가 당신에게만 아들인가?
정혁이가 잘못되든 당신이 잘못되든
난 금방 따라갈 테니
(윤희) 내가 혼자 남아 어케 될까 봐 그 걱정 때문에 나약해지지 마시라요
다녀오갔소
[무거운 음악]
[차 문이 탁 열린다]
왜 우릴 여게 내리게 한 겁니까?
우린 평양으로 가던 길입니다
동무들은 어차피 군사 재판 받고 죽게 돼 있어
(군사부장) 괜히 부모 형제한테 폐 끼치지 말고
여기서 사라져 주는 거이 피차간 좋지 않갔어?
죽더라도 재판을 받고 난 다음에 죽갔습니다
(정혁) 그리고 내 뒤에 있는 동무들은
세계 군인 대회에 참가했다가 늦게 도착한 것뿐입니다
나와는 다릅니다
죄는 내가 지었습니다
[웃음]
중요한 문제 아니야
(군사부장) 혼자 보내면 외로울까 봐 같이 보내 주는 거니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만복의 다급한 신음]
[총성이 연신 울린다]
군사부장 동무, 내래 말하지 않았어?
(충렬) 조사와 재판을 건너뛰고 형을 집행하면 안 된다고
기러믄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고
물론 내 아들을 죽이려고 했던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경우엔 좀 다르갔지
동무는 억울하믄 안 돼
(군사부장) 씨...
[총성] [군사부장의 신음]
[총성]
걱정 끼쳐 드렸습니다
기래도 돌아와 줬으니
(충렬) 죽지 않고 돌아와 줬으니 됐다
윤세리는 무사한 거가?
예
너 지금 우는 거가?
[잔잔한 음악]
[한숨]
[문이 탁 열린다]
어머니
[윤희의 웃음]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고맙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
(윤희) [울며] 살아 있어 줘서 고마워
(우필)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 무궁화꽃이... ♪
[아이들의 웃음]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우필아
아바지!
(만복) 우필아
오마니!
[바구니가 툭 떨어진다]
(명순) 우필이 아버지
왜 이케 소식 한 장이 없었습니까?
죽은 줄만 알았습니다
왜케 전화 한 통이 없었습니까?
미안하오, 미안하오
(만복) 미안하오
(명순) 살아 줘서 고맙습니다
살아 줘서 고맙습니다
[명석의 한숨]
또 실패야?
어카면 좋으니
[명석의 한숨]
어케든 말을 붙여 보자우 애 잡갔어
[문이 탁 닫힌다] 나가 줘요
단아, 말을 좀 해 보라
(명은) 엄마랑 외삼촌이 뭘 좀 어케 해 주면 좋갔니?
없어
(단) 아무것도 없으니까
[한숨]
제발 나가 달라고
왜 없어
[명은의 속상한 숨소리]
우리 보라
[잔잔한 음악]
(명은) 우리는
너랑 같이 울어 줄 수가 있어
니 얘길 들어 줄 수도 있고
같이 이 기막힌 시간을 버텨낼 수 있다 이 말이야
(명석) 기럼!
기리고 나는 더 멋있는 남성을 구해 줄 수도 있어!
왜?
(명은) 이...
나가 주시라요 [명은의 당황한 신음]
[한숨]
아, 아, 왜 [명은의 성난 숨소리]
오지 말라, 오지 말라
(명석) 오지 말라, 오지 마, 아, 아, 아 아니, 왜!
[문이 달칵 닫힌다] [명은과 명석이 실랑이한다]
(명은) 지금 나오디? 나오디? 어? [명석의 신음]
- (명석) 아, 왜 - 정신이 있어, 없어?
(명석) 아, 나도 뭐...
[명은의 놀란 숨소리]
(명은) 단아!
왜, 밥 줄까?
- 엄마 - (명은) 어
- 외삼촌 - (명석) 어, 기래
나 복수를 해야갔어
[흥미진진한 음악]
그 분야야 우리가 전문이지
안 기러니?
어! 기렇지!
먼저 찾아줘야 할 사람이 있어요
[천 사장이 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구승준 동무 일은...
참 안됐습니다
그날 그자들을 보낸 조직의 일원이
아직 우리 조선에 남아 있다고 들었는데
뒷일은 염려하지 말고 어디 있는지 대십시오
(단) 그자들이 우리 조선에서
살아서 나갈 일은 없을 테니
기카고 그 조직에 돈을 댄 자들이 있을 겁니다
아마도...
특히 그, 둘째 오빠가 욕심이 많았거든
(승준) 욕심 많은 사람 꼬시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쉽고
윤세리의 둘째 오빠가 아닐까...
싶은데
[한숨 쉬며] 자, 정리를 해 보자
(세형) 난 구승준 잡아 오라고 시킨 적 없어 당신이 시킨 거지
맞잖아
구승준이 그 과정에서 죽어 버린 것도
어쨌든 당신이 일을 시킨 그 새끼들이 그런 거니까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고
그렇지?
말을 좀 해 봐
오 과장이 조철강 데려와서 세리 데려가네 죽이네
황당한 개소리 했을 때도 나는 화내면서 그 자리 박차고 나갔어
조철강이 세리 데려가라고 사주한 것도 당신이고
인정하지?
[어두운 음악]
[비웃음]
윤세형 멀었네
상대방 동의가 없는 녹취는 법적인 효력이 없어
그게 뭐, 중요해, 지금?
난 지금 팩트만 말하고 있다고
그 말을 누가 믿어 주겠니?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은 다 윤세형 당신을 위해서 한 일인데
날 위해서라는 그딴...
개소리 하지 마!
(세형) 날 위해서 했던 짓들의 결과를 봐 봐
나 지금 회장 자리까지 잃게 됐고
잘못 엮이면 감방까지 가게 생겼다고 너 때문에! 씨...
흥분 가라앉혀
(상아) 구승준이 죽은 곳은 북한이야
거기서 벌어진 사건 처리를 왜 대한민국에서 하겠어
그쪽에 송금한 계좌며 통화 내역
이쪽 경찰이 절대 알 수 없게 처리 다 해 뒀어
그리고 윤세리 납치하려고 했던 조철강도
자기가 알아서 죽어 버렸어
판은 우리한테 불리할 게 없다고
너 진짜 확실한 거지?
넌 언제 퇴원했냐?
오늘
퇴원하자마자 온 거야
앉아
여기가 네 집이야? 앉으라 마라야
[세형의 한숨]
국정원 조사는 언제 받아요?
받고 왔어요
나 기소될 거 같아요
(세형)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 보안법 위반이면
변호사 잘 써라
(증평) 걱정 마, 이놈아
내 변호사 붙일 거니까
불고지죄에 속한다는데
정상 참작이 될 소지가 충분해서
집행 유예 아니면 벌금형 정도로 그칠 거라고 했다
그래도 그게 뭐 작은 죄는 아니죠, 아버지
(세형) 기사 한 줄이라도 나가 봐요
(증평) 너희들 걱정이나 해
너희들 둘은 집행 유예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
- 예? - (세리) 법 무서운 거 알면
더 잘 좀 살펴보지 그랬어
죄를 범하거나 범하려는 자라는 점을 알면서
(세리)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통신, 잠복 연락을 위한 장소를 제공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네, 오빠?
뭐라는 거야, 저게
나오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세리) 국정원에서 조사받은 김에 같이 왔어
(오 과장) 죄송합니다
위쪽에서 천 사장이라고
구승준이 도와주던 브로커가 있는데
아, 이 양반이 중국 통해서
거래 계좌 내역이랑 통화 녹취록까지 싹 다
윤세리 대표님 쪽으로 보내는 바람에
아, 저야 뭐, 여기 계신 두 분이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엔 없죠
(세형) 뭘 시켜, 이 새끼야, 누가 시켜! 미친놈 아니야, 저거, 씨
이것 봐요
지금 누구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야!
(김 과장) 두 분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거 같은데
이번 사건은 살인 교사에 납치 교사에 범죄자 편의 제공에
이건 뭐, 너무 기소 항목이 많아서
경찰과 국정원이 합동으로 조사를 해야 할 거 같거든요
일단은...
가시죠
괜찮을 거라며
(세형) 어, 좀 빨리 좀 해 봐, 좀 빨리!
[상아의 신음]
(세형) 아버지
저 이렇게 끌려가는 거 보고만 계실 거예요?
우리 회사 이미지도 생각을 하셔야죠, 아버지!
(증평) 조용히 해, 이놈아!
넌 사업하겠다는 놈이
모르겠냐? 내가 지금 너 손절하고 있다는 거
더 썩기 전에 도려내는 거야, 이놈아
[애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슬픈 숨소리]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메시지 수신음]
[놀란 숨소리]
(정혁) 아직 안 자고 있소?
이 문자를 지금 본다는 건 안 자고 있단 얘기갔지
리정혁 씨, 어떻게...
[잔잔한 음악]
(김 과장) 메시지예요
원하는 날짜
시간, 완료
입력
한번 해 보세요
(정혁) 난 아직 당신이 많이 걱정되고
해 줄 말도 많이 남아 있으니 [세리의 놀란 숨소리]
[애잔한 음악]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여기 남기도록 하갔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당신 책장에 남겼고
당신이 지난번 내게 준 메시지에 대한 답장이랄까?
(세리) 뭐야
초딩이야, 뭐야
별걸 다 따라 하고 그래
[메시지 수신음]
(정혁) 좋은 아침이오
아침에 공복으로 나가지 말고
사과 한 알씩이라도 꼭 먹으시오
(정혁) 혹시나 해서 말인데
운전할 때 선 딱딱 잘 지키는 건 좋지만
앞만 딱 보지 말고 가끔은 옆도 보시오
[세리와 직원들의 웃음]
(정혁) 밥은 정해진 시간에
혼자 먹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맛있게
(주먹) 오자마자 고기부터 확인하는 겁니까?
(치수) 야, 그리고 아까 마을 입구에 있을 때 봤네?
그, 여성 동무들이 날 쳐다보는 눈빛이 아무래도
- (은동) 못 봤습니다 - (치수) 아휴
(정혁) 12시 반부터 30분 동안 산책 어떻소?
나도 그 시간엔 꼭 산책하갔소
걸으니까 좋네, 리정혁 씨
걸으니까 좋네
윤세리
(치수) 감자는...
감튀지
예?
감튀 모르네, 감튀? 감자튀김
뭐냐, 후, 후레이...
- 프렌치프라이 말입니까? - (치수) 기렇지, 그거
(치수) 기거이 자고로 겉바속촉의 대명사 아니갔어?
겉바속촉이 뭡니까?
[주먹의 헛기침] (치수) 야, 넌 겉바속촉도 모르네? 아이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고
[은동과 광범의 탄성]
(치수) 뭘 그 정도 가지고...
(주먹) 우리 중 그 누구보다 서울 사람 다 됐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치수) 나랑 잘 맞더라고
아, 사실 저는
(은동) 오늘 아침 냉수 틀어 놓고
온수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저 자신을 보다가
아주 깜짝 놀랐지 뭡니까
나도 전깃불 왜 안 들어오나 하고 한참 기다렸어
(주먹) 기러게나 말입니다
전기는 원래 안 들어오는 거이 맞는데
(은동) 저는 딴건 다 참갔는데
고, 인터넷이 안 된다는 거이, 와...
새로운 지옥이 열리는 기분이랄까
밤에 누우면
천장에 게임 창이 왔다 갔다 합니다
[함께 한숨을 내쉰다]
(명은) 헬로, 에브리원?
- (옥금) 아이고 - (월숙) 아이고, 이게...
(월숙) 이게 누구십니까? 사장 동지 아니십니까?
(영애)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아, 기별도 없이 어쩐 일입니까?
아, 오늘 우리 단이 살림집 이사 나가는 날입니다
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눈치들 보지 마시라요
나 아주 홀가분하고 기분 좋으니까네
아이고, 저기, 날도 아직 쌀쌀한데 들어가서 얘기하자요
그럴까요?
내가 얼마 전에 잠시 구라파에 다녀왔는데
- 구라파? - (영애) 아유, 기러셨구먼요
우리 사택 마을 동지들이 보믄
아주 좋아할 만한 한정판 제품들이 있기에
이케 바잉을 해 왔습니다
- 바잉? - (명순) 바잉?
[차분한 음악]
[명순의 놀란 숨소리] (월숙) 영, 월?
(옥금) 명, 옥? [영애의 의아한 숨소리]
이것은 어쩐지...
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월숙) 이거이 나 시집올 때 얼굴이랑 비슷한데
(옥금) 실물보다는 못하지만
이건 분명 내 얼굴이 맞습니다 [월숙이 호응한다]
- (영애) 똑같구나, 야 - (옥금) 예
(명순) 이거이 대체 어케 된 겁니까? [월숙의 탄성]
세리스 초이스에서 나온 올봄 신제품입니다
- 세리스 초이스? - (월숙) 진짜입니까?
(영애) 아니, 그르믄 이거를 우리 세리 동무가
(월숙) 기러니까
(영애) 아유, 아유, 아유, 아유
(명은) 아아, 그, 눈치들 보지 말라 기러지 않았습니까
나 이제 그 남쪽에서 온 제비 동무에 대해서
별 유감 없습니다
뭐, 원수도 눈에 보여야 목을 따든 다리를 부러뜨리든 하지
이거는 볼 수도 만날 수도 없으니 유감도 없습니다
[영애의 헛기침] 짧았던 인연 잊지 않고
이런 걸 만들어 내는 걸 보니
아주 도덕 없는 동무는 아닌 것 같고 말이지요
기렇지요?
도덕이 없지 않았습니다
마음씨가 아주 착했습니다
(명은) 이번 세리스 초이스의 [따뜻한 음악]
리미티드 라인의 이름은
'그리움'이더구먼요
여기 '그리움'
- 아, 어카니 - (옥금) 어캅네까?
(월숙) 이야, 이거 어카네
- (옥금) 영애의 영 맞지? - (월숙) 네
이건 월숙의 월
명순의 명입니다
옥금의 옥이고요
잘 갔구먼
잘 지내고 있고 말이지
우릴 아직 잊지 않았나 봅네다
잘 받았고
(월숙) 고맙다고, 잘 쓰갔다고
말이라도 전해 주고 싶은데
어데다가 말을 해야 하나
말 안 해도 알갔지요, 뭐
(월숙) 기렇갔지?
[훌쩍인다]
그짝에 뭐가 있소?
- 아닙니다 - (영애) 아유
(영애) 햇빛을 보니까 눈물이 나는구먼그래
[함께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뭘 보고 있습니까?
안 내려옵니까?
(승준) 아니, 내가 금방 내려가요
10분만, 10분만 아니, 5분만, 5분만
3분 주갔습니다
3분, 3분, 이건 아니야
[옷걸이가 툭 떨어진다]
(승준) 3분이 너무 짧아서...
옷 괜찮아요? 성심성의껏 입어 봤는데
(단) 뭐...
그래도 서단 씨랑 첫 데이트인데
데이트는 무슨
날씨 진짜 좋다
기냥 기런데
난 좋은데
(승준) 아, 근데 여기 나중에 꽃 피면 어때요?
뭐, 봐줄 만하디요
음...
꽃 피면 그때 서단 씨랑 다시 한번 와야지
누가 와 준답니까?
♪ 와 주면 좋겠는데 ♪
[헛웃음]
(승준) ♪ 봄바람 휘날리며 ♪
♪ 흩날리는 벚꽃 잎이 ♪
[단이 흐느낀다]
(승준) 서단 씨는 예뻐요
이 여자 앞에서는 나도 좀 착한 사람이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신은 괜찮다고
괜찮은 여자야
[슬픈 숨소리]
[단이 흐느낀다]
기렇지 않아도
일간 자리를 한번 마련할까 했는데
(윤희) 먼저 찾아와 주셔서 고맙고
참 면목이 없습니다
(명은) 아닙니다
할 말 있는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순리지요
왜 이러시는 겁니까?
너무나 미안한 말을 꺼내야 해서 미리 사과드린 겁니다
(명은) 우리 단이는
국장 동지 댁과는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신 겁니까?
다른 이야기나 다른 이유가 왜 필요합니까?
(명은) 우리 단이가
더 이상 정혁이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는구먼요
10년 세월 저도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 부분은
우리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사과하지 마시라요
(명은) 사과는 제가 하갔습니다
결혼 앞둔 여인에게 아무 말 없이 교방 들어간 정혁이
결혼식이 미뤄졌다는 말 외엔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으시던 정혁이 부모님
그땐 나도 분했습니다
내게 사과해 주길 바랐지요
긴데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우리 단이가 싫다고 해서
내가 이 결혼 시키지 않갔다고 선언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미안합니다
우리의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저간의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제대로 설명을 드리지 못해서
(명은) 저는 설명을 드리갔습니다 우리의 사정
우리 단이에게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지 뭡니까?
[잔잔한 음악]
그 남자도 우리 단이를
지 목숨보다 더 사랑하고요
기러니 어캅니까?
한 번 사는 인생
지 목숨보다 좋다는데 기거를 어케 이깁니까?
옳습니다
그 생각이
기렇지요?
예
단이 어머니
정말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이번 주말에 내가 찾아간다고 연락을 했었는데
예, 알고 있습니다
(단) 긴데...
내가 여기 다시 한번 와 보고 싶었습니다
주인 없을 때 이 집
와 본 적 있었습니다
내 집엘 말이오?
[잔잔한 음악]
(승준) 나 같은 놈이
서단 씨 같은 여자한테
이런 짓 하면 안 되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주고 싶어서
구승준 동무랑 여기 왔었습니다
아...
그 동무가 날 많이 도와주었소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소? 통 연락이 되질 않던데
멀리 갔습니다
다신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아니, 왜...
글쎄요
나도 왜인지 그 이유는 모릅니다
살다가 생기는 많은 일들 중
왜 생기는지 이유를 알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갔습니까
(단) 내가 스위스에 정혁 동무를 만나러 찾아갔던 그때
그때도 난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난 당신 보러 간 건데
당신은 계속 풍경 사진만 찍어대는 이유를
[애잔한 음악] [거리가 시끌벅적하다]
우리 커피... [카메라 셔터음]
[종소리가 울린다]
(여자) [영어] 실례합니다, 거기 제 자리 같은데요
[단의 힘겨운 숨소리]
[카메라 셔터음]
[단이 코를 훌쩍인다]
[단의 못마땅한 신음]
(단) [한국어] 기칸데 지난번 이 집에 왔던 날 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지요
이건...
(단) 그날 밤 초를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스위스에서 그 카메라가 얼마나 꼴도 보기 싫었는지
단번에 알아보갔더군요
기래서 확 갖다 버리려고 챙겨갔댔습니다
10년 동안 당신 약혼녀로 살았는데
이 정도 자격은 있지 않갔습니까?
오래된 카메라라 고장이 났을 텐데
내가 수리했습니다
기카고 봤디요
뭘 말이오?
스위스에서
당신이 날 보지 않았던 이유
[픽 웃는다]
[감성적인 음악] 모든 일은 이렇게 되려고 했었나 봅니다
[카메라 버튼음]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
[세리가 훌쩍인다]
(세리) [울먹이며] 그렇다고 너무 잘 살지는 말고
[카메라 셔터음]
[메시지 수신음]
(정혁) 오늘은 절기상 망종이오
씨 뿌리는 날이지
뭐? 망종?
아니, 무슨 전생에 농부였어?
아, 리정혁 씨 진짜...
[엘리베이터 알림음] (세리) 감사합니다
[도어 록 작동음] (정혁) 그런 의미에서
화분이 하나 배달될 거요
이게 뭔데?
(정혁) 뭔지는 키워 보믄 알 거요
[잔잔한 음악] 좀 예민하고 까다롭긴 하지만
시키는 대로만 잘하믄
2주쯤 후부턴 싹이 트기 시작할 거고
물을 주긴 줘야 하갔지만
또 습기에 약하니 너무 많이 주믄 안 되고 적당히
적당히는...
어느 정도?
이 정도?
(정혁) 햇빛도 쪼여 줘야 하는데
그렇다고 또 너무 막 오래 쪼여 주면 그, 안 되니까 적당히
마지막으로 식물 재배하는 법 중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갔지
하루에 예쁜 말 열 개
[한숨]
이거 은근 피곤하네
[한숨]
완판녀, 상한가, 스톡옵션
매출 신화, 우수 브랜드, 고수익
코스닥 상장, 업계 1위 리미티드 에디션
리정혁
어!
어, 생큐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매미 울음]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대표님 요즘 어떠셔?
그냥 좀 이상해
저번이랑은 또 다르게 이상해
왜 또
막 좀...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창식) 신났어
(정혁) 일만 하지 말고 [밝은 음악]
가끔은 맨손 체조도 하면서
(세리) 일단 그거는 우리가
다음 주 출장 갔다 와서 얘기하는 걸로 해요
- (창식) 예, 알겠습니다 - (구매팀장) 예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신제품 라인은
중국 유명 전자 상거래 업체와 우리가 컬래버를 하게 됐어요
(세리) 새로운 디자인 패턴을 적용한 신제품들이에요
이거는 1차 샘플이고요
오늘 여러분들의 모니터링을 통해서 수정 보완 될 예정이니까
기탄없는 의견들 내주세요
[직원들이 대답한다] (창식) 네, 알겠습니다
(창식) 회의 시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만 나도 싫어했거든?
예민 끝판왕
근데... [휴대전화 벨 소리]
(직원) 죄송합니다
쇼팽이네요
나도 쇼팽 좋아하는데
특히 녹턴
(세리) 통화하고 와요
덕분에 우리도 잠깐 쉬지, 뭐
- (구매팀장) 예, 예, 예 - 어, 예, 예
(창식) 갔다 와, 자... [구매팀장이 호응한다]
[창식의 웃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잔잔한 음악]
(정혁) 난 쇼팽을 좋아하오
특히 쇼팽의 녹턴
(세리) 계절이 바뀌어도 그의 문자는 계속되었다
[메시지 수신음]
(정혁) 오늘은 말복이오
내가 아주 우리 리정혁 씨 때문에
절기 박사 되겠어
(정혁) 그 계절에 피는 꽃을 보고
그 절기에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먹으며
[매미 울음]
[직원들의 탄성]
(세리) 자, 오늘 말복이니까 치킨 다들 맛있게 먹고
퇴근 일찍 하기
[직원들의 환호]
(정혁) 당신이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고 찾아야 할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말아 줬으면 하오
(세리) 함께 봄을 맞아 본 적도
여름의 더위를 견뎌 본 적도 없는 우리였지만
며칠에 한 번씩 선물처럼 날아드는 문자 덕분에
새로운 계절을 그와 함께 보내는 것 같았다
내가 슬프면 그도 슬플까 봐
난 최선을 다해서 웃고 감사하고
행복하려고 노력했다
[메시지 수신음]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정혁) 밤 12시니까
당신 생일이군
생일 축하하오
고마워요
(정혁) 이게 마지막 문자가 될 것 같소
예약은 1년밖에 되질 않는다고 하고
나도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어서
정말?
(정혁) 꽃은 폈는지 모르갔군
폈어요
(정혁) 에델바이스요
(세리) 알아요
(정혁) 우리 그 꽃이 피는 나라에서 만납시다
[긴장되는 음악] 언제라고 약속할 수는 없소
난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노력하다 보믄
운명이 우릴 거기 데려다주지 않을까
뭐야
이렇게 막연하게...
[종이 딸랑거린다]
(옥금) 영애 동지, 안녕하셨습니까?
- (두부 장수) 자, 따끈따끈합네다! - (월숙) 오셨습네까!
- (옥금) 아이고 - (두부 장수) 두부 사시라요!
- (월숙) 하나씩 주시라요 - (두부 장수) 아, 예, 예, 예, 예, 자
(남식) 앞으로가!
(아이들) ♪ 어디까지 왔니 마을까지 왔다 ♪
[아이들이 계속 노래한다]
- (두부 장수) 여기 있습네다 - (옥금) 저도 하나 주시라요
(두부 장수) 자, 예
- (두부 장수) 자, 여기 있습니네다 - 아이고, 감사합네다
- (두부 장수) 맛나게 드시라요 - 예
- 많이 파시라요 - (월숙) 예
- (옥금) 들어가시라요 - (두부 장수) 예
- (월숙) 아주 따끈따끈하다, 이야 - (옥금) 예
참, 오늘인가?
[옥금의 설레는 신음] 예, 오늘입니다
아휴, 두 달이라니
매번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긴 시간이었지 뭐니
너무 길었지요 [옥금의 웃음]
이, 정혁 동무가 없는 텅 빈 사택 마을을 볼 때마다
우리 집에서 놀고먹는 나그네 잡아다가
대신 전초선 근무를 시켰으면 좋갔다
(월숙) 이런 생각이 굴뚝같이 치솟았습니다 [옥금의 웃음]
[월숙을 탁 치며] 동무 마음이 내 마음이지
기럼 어떻게, 닭알부터 삶을까요?
아, 삶아야지
오늘 잔치 음식 준비는 내가 직접 하갔어
- (옥금) 아, 예 - 언제나처럼 장독은
제가 채우갔습니다, 예
자, 기러믄 각자 준비해서 이따 점심때 보자우
[대문이 탁 열린다]
[놀란 숨소리]
[대문이 탁 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명순의 놀란 신음]
춥지 않습니까?
춥긴
아, 몰랐구먼기래?
(옥금) 나는 본디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 [대문이 탁 열린다]
전혀 춥디가 않아, 응
(월숙) 어, 왔어?
[명순과 옥금의 놀란 신음]
왜 기래?
(옥금) 아니, 입술에 불이 났습네까?
음, 이거?
장마당에서 웃돈 주고 산 아랫동네에서 온 입술연지야
(월숙) 상품 이름이 '봄을 부르는 입술'
봄이 아니라
초장인 줄 알고 멸치가 와서 달라붙갔습니다
뭐야?
[웃음] [대문이 탁 열린다]
(영애) 아니, 다들 모였으면 일 시작하지 않고 뭐 하고 있나
(월숙) 이야, 한번 돌아보시라요
- (옥금) 아, 아이고 - (명순) 곱습니다
(월숙) 이야...
아니, 봄이 오는 거 같아서
- (월숙) 이야... - (영애) 아이, 기리고 또
내가 이케 몸에 열도 많은 체질이고
- (옥금) 아, 예 - (명순) 아, 기렇구나
[바람이 세차게 분다]
[떨리는 숨소리]
봄바람이 부는구나, 야
- 들어가자우 - (명순) 기럴까요?
- 몸에 열이 많다면서 어디를 들어가 - (옥금) 아니, 봄바람이...
이케 다 같이 모이니까 참 좋구먼기래
(영애) 내가 이 동네 어른으로서
진작에 이런 자리를 좀 마련했어야 했는데
- 앞으로는 아주 자주자주 마련하갔어 - (월숙) 옳습니다
고맙습니다
(정혁) 새로운 중대장에게 꼭 기케 해 주시면 더욱 고맙갔습니다
아이고, 아, 걱정을 말...
뭐?
새로운 뭐, 뭐?
아...
저는 이번에 소환제대 되어
국립 교향 악단에 피아노 연주자로 배치받게 됐습니다
(영애) 아이고, 저, 아이고, 아이고 [월숙과 옥금의 당황한 신음]
- (월숙) 어, 저... - (영애) 뭐라 그랬니?
- 갑자기 말입니까? - (정혁) 예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린 거가
(명순) 섭섭해서 어캅니까
(정혁) 이 집도 새로운 중대장이 쓰게 될 테니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함께 난감해한다]
(영애) 아니, 그...
기러믄 새로운 중대장은 누가...
- (옥금) 아, 여기... - (월숙) 아...
(여자들) 아...
(주먹) 아니, 이쪽은 아니고
- (주먹) 저, 저쪽입니다 - (광범) 저기...
[월숙의 놀란 숨소리]
[옥금의 놀란 신음]
(여자들) 아... [익살스러운 음악]
저, 저, 저 동무?
예
(옥금) 예...
(치수) 표치수라고 합니다
이 동네 인심이 대단해서
소금독에 고기가 마르질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기대가 큽니다
[여자들의 어색한 웃음]
(월숙) 그 소금독 얘기는 낭설이고
사택 마을 인심이 기케 좋지가 않아요, 어
오히려 우리는 박한 쪽이지
- (옥금) 기러믄요 - (영애) 응
(옥금) 시도 때도 없이 아무한테나 막 기렇게 인심이 막
솟, 솟구치고 기, 기렇진 않습네다, 예
- (월숙) 기렇지 않아 - (옥금) 예
솟구치게 되실 겁니다
(옥금) 아...
[월숙과 옥금의 어색한 웃음]
(영애) 아휴, 아니, 이케 가면...
또 언제 보는 건데
볼 날이 있을 겁니다
(정혁) 다음에 공연을 하게 되믄
모두들 평양에 초청하갔습니다
[여자들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월숙의 한숨]
(정혁) [멋쩍게 웃으며] 음식들 드시지요
잘 먹갔습니다
예, 잘 먹갔습니다
(중대원들) 잘 먹갔습니다
잘 먹갔습니다
많이 먹어라, 자
야, 야, 저 고기 좀 달라
- (월숙) 예, 고기 - (영애) 어
[치수의 어색한 웃음] (월숙) 여기 드시라요
(영애) 자, 이건 거기다 놓고
자
- 아, 예, 드시지요 - (영애) 많이 먹으라
[따뜻한 음악] [함께 웃는다]
[저마다 대화를 나눈다]
(옥금) 내 세대주는 보이질 않아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건지...
[저마다 연신 대화를 나눈다]
(옥금) 어이구, 많이 먹어, 아유
엄마 보고 싶어서 어카네
(월숙) 손으로 그러네!
(옥금) 드시라요
[함께 대화를 나눈다] [세준이 하품한다]
- (세준) 다녀왔습니다, 엄마 - (혜지) 어, 여보
- (세준) 안녕 - 왔어?
(세준) 미안해, 미안해
아유, 골프만 치는데 하루가 다 가네, 아유
당신이 치는 게 그냥 골프공이야?
그게 다 비즈니스야
오, 충전
(세리) 오빠가 태어나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야
뭐가?
뭐, 골프가?
아니
회사 전문 경영인한테 맡기는 데 동의해 준 거
(세리) 봐, 얼마나 좋아
너 지금 나 먹이냐?
그럴 리가
엄마, 말 좀 해 주세요
(세준) 일은 전문 경영인이 해도 나는 나 나름대로 할 일이 많다고
하나하나 내가 다 보고
지시 내리고, 컨펌하고
안 그럼 뭐가 안 돌아가, 알아?
그래?
그래, 그렇다고
[잔을 잘그락 내려놓으며] 그럼
내가 괜찮은 거 하나 제안해도 될까?
(세리) 뭐,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딱인 사업이긴 한데
음, 뭐, 들어는 줄게, 뭔데
씁, 아니다
암만 그래도 오빠가 실권이 없는데
됐어, 못 들은 걸로 해
[익살스러운 음악] 야, 누가 실권이 없어
(세준) 엄마, 말 좀 하시라고요
안 하실 거구나? 봐, 주식만 따져도
우리가 그 쪽수가 얼마냐?
근데 나는 이 집안의 장자야
근데 내가 왜 실권이 없어
아, 빨리, 뭔데, 무슨 사업인데
(세리) 장학 재단 설립하는 건데
뭐라고?
국내외 할 것 없이 저소득층 아이들 중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한테
클래식 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는 재단이야
[혜지가 호응한다]
(정연) 요즘 클래식 쪽에 지원 사업들 많이 하지?
(세리) 전 세계 음악 천재들이 모인다는
스위스 쪽 대학이랑 연결해 볼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아니다
예술 쪽 지원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혜지) 뭔 소리야, 해야지
자기야, 이거 해
예술 천재 장학 사업
엄청 폼 나잖아
- 아, 그래? - (혜지) 어!
(세리) 진짜 할 수 있겠어?
하, 얘가 사람 간을 보네
(세준) 야, 못 할 거 같아? 야, 껌이야, 그런 거
그럼 내가 실무자 연결해 줄 테니까 한번 추진해 봐
알았어
엄마, 나 백화점 갈 건데 같이 갈래요?
(정연) 응, 뭐 사 줄까?
얘기해 주고
- (세리) 안녕 - 그래 [혜지가 호응한다]
전 세계 클래식 천재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니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자기야, 너무 멋지다
진짜 너무 멋지다
- 그 멋진 거 네 거야 - (혜지) 어, 어, 어
- (세준) 충전 - 아, 진짜 너무 멋지다
[잔잔한 음악]
못 만났어?
쉽지 않을 거예요
(세리) 내 나름대로는 '세리스 초이스와 퀸즈가 함께'
'음악 영재들을 위해서 장학 사업을 한다'
'스위스에서 1년에 한 번 공연도 한다'
그렇게 계속 기사를 내면서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그 기사를 본다는 보장도 없고
또 거기 올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도 없으니까
맨날 갔다가 그렇게 실망해서 돌아오면 어떡해
[세리의 한숨]
기다리기라도 해야 살 수 있으니까
근데 엄마
(세리) 그 사람은
내가 어디 있든지
잘 찾거든
언젠간...
찾을 거예요
(정연) 그래
엄마는 너 응원해
출발 안 해요?
작은오빠 면회 간다며
[한숨 쉬며] 어...
변호사랑
그 자식은 또 무슨 감방 안에서 이혼 소송을 하네 마네
나도 아직 안 한 걸
(정연) 머리 아프다
갈게 [세리의 한숨]
- (세리) 다녀오세요 - 응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잔잔한 음악]
(세리)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라는데
어떡하지, 리정혁 씨?
나는 당신을 추억으로 남겨둘 수 없거든
그러니까 올해 못 만나면 다음 해
그래도 못 만나면 그다음 해
당신이 날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고 기도할래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세리) 난 그러기로 했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이지만
나는, 내 인생은 [잔잔한 음악]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만나고
그 사람을 보내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걸로 [세리의 한숨]
난 그러기로 했으니까
당신도 같다면
날 만나러 와 줘
[세리의 신음]
[힘겨운 신음]
꼭 이래, 꼭
[장갑을 착 떼며] 다 좋다가 끝에 꼭
아휴...
사람이 늘 착지가 중요한 건데
[세리의 한숨] (정혁) 뭐 기케까지
잘못된 착지를 한 것 같지 않은데
(세리) 아니, 착지는 했는데
아유, 줄이 다 꼬여 가지고
(정혁) 이번엔 와야 할 곳에 잘 떨어진 것 같소
줄만 안 엉켰...
[잔잔한 음악]
(정혁) 아, 떨어진 게 아니고 강림이랬나?
보고 싶었소
이럴 줄 알았어
리정혁 씨라면, 당신이라면
나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어
(세리) [울먹이며] 그래도, 그래도...
어떻게 여기까지...
너무 힘들었을 텐데
너무 위험했을 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기차를 잘못 타서
잘못 탄 기차가 데려다주었소
(정혁) 매일 아침, 매일 밤
오고 싶었던 여기
내 목적지에
(명은) 아주 용하시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고정된 신당 없이 이케 전화 상담만 받는다고
(점쟁이) 내래 몇 년 전에 단속반에 들켜서
선선한 데 갔다 왔거든
- 허, 아이고, 야, 야, 야 - (명석) 아이고
고생 좀 했갔구나
(점쟁이) 아, 말도 말라
선선한 데가 얼마나 선선했으면
아기 동자 신도 도망가지 않았갔어?
(명석) 도망?
기러믄 신발도 끝난 거 아니가?
(점쟁이) 기래
그래서 내가 잠시 폐업을 했었거든
근데 요즘 처녀 귀신이 딱 들어앉았지 뭐갔어
기래서 내가 연애, 결혼, 이혼, 재혼
기딴 것들은 아주 기가 막히지
아이고, 잘됐습니다
저, 우리 딸 결혼 운 좀...
어디 보자
[흥미진진한 음악]
[종을 탁 내려놓는다]
이 집 딸은
일평생에 남자가 하나야
(점쟁이) 긴데 3년 전에 지나갔어
기러니까 앞으로는 없단 말이디
(명석) 아니, 얼추 맞는 거 같은데?
(명은) [작은 소리로] 아이, 쯧, 비키라
(점쟁이) 대신 어마어마하게 성공을 한다
해외도 막 나가고
이 정도 성공이면 열 남자 부럽지가 않아
아, 아니, 기래도
혼자면 좀 외롭긴 하갔는데
저, 뭔 방법이 없갔습니까?
[흥미로운 음악] 방법이야 자본에서 나오지
(점쟁이) 남자가 1년 안에 생기는 거 6개월 안에 생기는 거
속성으로다가 한 달 안에 생기는 거
뭐가 좋갔어?
엄마 또 뭐 하는 거야?
[놀란 신음]
아, 저...
아, 용하다 기래서
너 시집 언제 가나 하고
엄만 나더러 항상 트렌디하게 살라지 않았어?
(단) 우리 다 좀 트렌디하자요
전 세계적으로 비혼과 미혼이 트렌드라 이 말이야
뭐, 기거야 기렇지만...
나 다음 달 러시아 초청 공연 때문에 바빠요
연습하러 갑니다 [명은이 어색하게 호응한다]
(명은) 이야, 누구 딸인지 멋지구나, 야
[문이 탁 닫힌다] 씁, 점사 동지
부적은 가장 빠른 한 달짜리로 부탁하자요
누나
단이는 시집가기 싫다지 않아
누가 우리 단이 한다 그러니?
단이는 저렇게 뜻이 확고하니
성공의 탄탄대로를 걷게 냅두고
나라도
[흥미진진한 음악]
아주 확실한 걸로 속도전 있게 부탁하자요
[명은의 웃음]
아니, 평양으로 이사 가는 일이야 축하할 일인데
섭섭해서리...
(옥금) 자고로 평양 가서 기죽지 않으려면 세련됨이 우선이니께니
우리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가라요
내가 '어서 가세요' 머리를 해 주갔어
고맙습니다
(영애) 그때 그 점쟁이가 아주 꽝은 아니구나, 야
어쨌든 멀리 가긴 가지 않니?
(월숙) 이야, 잘돼서 멀리 가니 얼마나 좋습니까?
이 집 세대주가 30년 동안
그 어두운 데서 남의 말만 엿듣고 살다가
이제는 햇빛 보고 살게 되지 않았어?
예, 이거이 다 우리 리정혁 동지 덕분이지요
(월숙) 기래
(영애) 아, 기런데
이번에 들어가는 직장이 그...
4.25 예술 영화 촬영소라 기러지 않았어?
예, 옳습니다
기러믄 거기서 우필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 거가?
[바람이 삭 분다]
[기러기 떼 울음]
아랫동네 물건이라니요 기딴 거 없습니다
아니, 진짜 없단 말입니까?
(치수) 여기서 샀다 기랬는데
기럴 리가요
샴푸, 린스, 보디 워시
(치수) 난 기거이 없으면 씻기가 곤란해서 기래
아니, 비누도 잘 안 쓰게 생겼는데
암튼 기딴 거 없습니다
[치수와 주먹의 한숨]
단속반 아닙니다
아닙니까?
생긴 건 이래도
우리 중대장 동지입니다
야, 쯧
(금순) 이거이 요새 가장 잘나갑니다
그, 새로 나온 샴푸인데 세리스 초이스 [익살스러운 음악]
(주먹) 세...
이거이 기케 잘나갑니까?
어, 기러믄요
1등입니다
에미나이 아주 돈을 갈쿠리로 긁겠구나
(주먹) 기러게나 말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우리 누이
(치수) [코웃음 치며] 누이는 무슨, 참
우리 중대장 동지는 출발을 하셨으려나
(주먹) 아, 지난주 통화할 때
이번 주말에 출발하신다고 했으니까네
아마 가셨을 것 같습니다
세리 동무도 갔갔지, 뭐
(구매팀장) 보시다시피 지금 시장 반응이 아주
뜨겁습니다
좋네요
다들 수고하셨어요
퇴근들 하시고
아, 나 내일부터 2주 동안 휴가인 건 다들 아실 거고
아주 급한 일 있으면
(세리) 자율적으로 결정해서 진행하세요 전화기 꺼 놓을 거니까
연락 절대 하지 말라는 얘기예요
(창식) 아, 대표님, 또 스위스 가세요?
아니, 거기 무슨 꿀 묻어 놓으셨어요?
하이디도 아니고 그...
자꾸 거길 왜...
[밝은 음악] 가세요
[문이 탁 열린다] 맞지, 그거?
꽤 오래 가네, 외국인 같은데 [문이 탁 닫힌다]
(구매팀장) 롱디 맞지?
우리 이제 영어로 보도 자료 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예
[영어] - 안녕하세요 - (세리)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오는데 어떠셨어요?
좋았어요
매년 후원해 주시고 공연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세리) 제 기쁨입니다
올해도 우수한 학생들이 많던데요?
대표님 회사가 안정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해 주셔서 그렇지요
아주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공연에 참가합니다
(관계자) 올해도 북한에서도 왔고요
네, 잘됐네요
이번에도 2주 머무르십니까?
네, 제 1년 중
가장 행복한 2주예요
(관계자) 반가운 소리군요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세리) [한국어] 방금 시작했어요
알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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