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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 4


 

 (경비정장)  뭐 하네? 열라  [쿵 소리가 들린다]

 

 (정혁)  지금부터 뭐라도 하갔소

 

 부디 놀라지 말고 나만 보시오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경비정장의 놀라는 신음]

 

 [선창 문이 탁 닫힌다]  [선장의 의아한 신음]

 

 뭐이네, 이거?

 

 [멋쩍은 숨소리]

 

 (경비정장)  야, 다시 열라우  [선창 문이 탁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경비정장의 놀라는 숨소리]

 

 (경비정장)  뭐 하네, 응?

 

 나오라우, 당장 나오라우!

 

 [긴장되는 음악]

 

 [경비정장의 한숨]

 

 [경비정장의 헛기침]

 

 (경비정장)  거참, 그, 알 만한 양반이

 

 그, 왜 여기까지 와서 이러는 겁니까?

 

 (선장)  아이참, 거 아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이 젊은이들이 그 밤낚시 좀  하갔다고 해서 배를 띄웠습니다

 

 내가 목도했던 것은

 

 밤낚시가 아니었잖소

 

 아이참, 정장 동지!

 

 (선장)  아, 한참 피 끓는 젊은이들이

 

 그, 그 산보 가자 해서  그, 산보만 합니까?

 

 [경비정장의 헛기침]

 

 아니, 막걸리 한잔해서  이 막걸리만 먹냐 이 말입니다

 

 [경비정장의 헛웃음]  거, 밤낚시 하자 해서

 

 순진하게  이 낚시대만 드리우고 있어서야

 

 우리 공화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위대한 그 새싹들은

 

 어느 세월에 싹을 틔운단 말입니까?

 

 안 그렇습니까?

 

 거, 그랬던 거요, 응?

 

 (경비정장)  그, 이 안에서 그, 공화국의 새싹들을  틔웠던 것이오?

 

 [수줍은 웃음]

 

 오해가 있나 본데 싹이라기보다는...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즈이가 곧 결혼할 사이라

 

 여러모로 급해서

 

 [세리의 어색한 웃음]  [경비정장의 헛기침]

 

 알갔소

 

 기렇지만은 더 이상은 안 되오

 

 (경비정장)  볼일들 봤으면은 돌아가시오

 

 [경비정장의 헛기침]  [세리의 어색한 웃음]

 

 (세리)  [다급해하며]  저, 즈이가

 

 어, 아직 일이 조금 더 남았슴다

 

 - (세리) 저, 시간...  - (경비정장) 거, 거, 거...

 

 [무거운 음악]  배 돌리오

 

 (선장)  아, 여부, 여부가 있갔습니까?  바로 돌리갔습니다

 

 (경비정장)  가자

 

 (세리)  저기요, 저기요! 잠시만...

 

 어떻게 좀 해 봐요, 이대로 돌아가요?

 

 저기 저 배 아니에요?

 

 방금 상황 다 보지 않았소?

 

 [초조한 숨소리]

 

 더는 갈 수가 없소

 

 그럼 난 어떡하냐고!

 

 [배 시동음]

 

 [세리의 답답한 숨소리]

 

 [배 가속음]

 

 [차분한 음악]  [절박한 숨소리]

 

 [세리의 안타까운 숨소리]

 

 [세리의 안타까운 숨소리]

 

 [세리의 속상한 숨소리]

 

 [세리의 초조한 숨소리]

 

 [답답한 숨소리]

 

 [세리의 속상한 숨소리]

 

 이거 보세요, 리정혁 씨

 

 (세리)  나 지금 가야 돼요

 

 가다 죽더라도 지금 가야 된다고

 

 (정혁)  가다 죽갔다면 말리지 않갔소

 

 하나 아무 죄 없는 이 배의 선장에게  함께 죽자고 할 테요?

 

 저자가 동의하갔소?

 

 [한숨]

 

 [거친 숨소리]

 

 [체념하는 숨소리]

 

 사람이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할 수 있죠

 

 (세리)  뭐, 헤맬 수도 있고

 

 나 아는 사람은 운전 처음 배울 때

 

 좌회전 못 해서  강남에서 대전까지 갔대

 

 나도 그런 거지, 뭐, 물론

 

 난 대전이 아니고 북한인 거지만

 

 뭐 거리로는

 

 비슷할걸요?

 

 - 안 탈 거요?  (세리) 오늘 일은

 

 그래요

 

 조금 더 헤매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게요

 

 그렇지만 다음 주 안엔 갈 수 있겠죠?

 

 무리요

 

 물론  [한숨을 후 내뱉는다]

 

 무리겠지만

 

 찾아보면 방법이 아예 없진 않겠죠?

 

 (정혁)  없소

 

 (정혁)  한 번 해상 통제 명령이 떨어지면

 

 해제될 때까지  짧아도 열흘에서 보름이 걸리니까

 

 아니, 지금 이 상황에  [한숨]

 

 [버럭 하며]  말을 그렇게밖에 못 해요?

 

 나는 사실 그대로 말한 것뿐...

 

 (세리)  내가 지금 있는 사실 그대로  듣고 싶겠어요?

 

 나더러 거짓말을 하라는...

 

 거짓말이 아니라 위로를 하라는 거지

 

 '괜찮다, 할 수 있다'

 

 거짓 위로는 할 수 없소

 

 가증스러워

 

 가, 가, 가증?

 

 태어나서 거짓말이라곤

 

 한 번도 안 해 본 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마요

 

 내가 눈이 원래 이케 생겼...

 

 (세리)  평소에 잘만 하더구먼, 거짓말?  왜 이럴 땐 못 하지?

 

 아, 내가 언제...

 

 나더러 약혼녀라면서요

 

 아니, 그때는 상황이 불가피...

 

 아까 한 키스는?

 

 [익살스러운 음악]

 

 (세리)  뭐, 미리 말해 두지만

 

 나 그런 거에  연연해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뭐, 고조선 사람도 아니고

 

 정확히는 키스도 아니고 뽀뽀잖아

 

 뭐, 그 정도 파리에선 인사로도 한다고

 

 그렇지만  뭔가 더 설명은 필요하지 않겠어요?

 

 여긴 파리가 아닌데?

 

 아니, 나는 뭐라도 하라고 해서...

 

 내가 뭐라도 하랬지, 뭐라도 하랬지

 

 키스하랬나?

 

 방금 키스가 아니라 뽀뽀라고...

 

 [세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세리의 어이없는 숨소리]

 

 선 긋기 하는 거 봐  [놀라는 숨소리]

 

 그러니까 뽀뽀니까 상관없다?

 

 아니, 상관없는 게 아니라...

 

 (세리)  아무 의미 없다?

 

 의미 없는 게 아니고...

 

 (세리)  어머, 쿨내 진동이다  할리우드가 따로 없으시네

 

 할리우드는 안 가 봤...

 

 (세리)  됐고요!

 

 나한테 미안하죠?

 

 미안하면 약속해요

 

 나 다음 주엔 강남에서  제일 핫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먹게 해 주겠다고

 

 할 수 없는 걸 약속할 수는 없소

 

 [분한 숨소리]

 

 [씩씩댄다]

 

 [짜증 섞인 신음]  [발을 탁 구른다]

 

 [풀벌레 울음]

 

 [대문이 덜컹 열린다]

 

 [풀벌레 울음]

 

 (세리)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무거운 음악]

 

 더 이상 민폐 끼치지 않고

 

 제 살길과 제 갈 길은 제가 찾겠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세리)  그래

 

 이렇게 넋 놓고 있느니 뭐라도 해 보자

 

 가다 죽으면

 

 쩝, 할 수 없고

 

 [한숨]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여기는 세리 1호, 여기는 세리 1호

 

 누구라도 들리면  '응'이라고 딱 한 마디만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됐어, 가다 보면 터질 거야  [무전기 조작음]

 

 [세리의 비장한 숨소리]

 

 (정혁)  윤세리!

 

 [정혁의 가쁜 숨소리]  (세리)  어? 아니, 어떻게...

 

 [가쁜 숨소리]

 

 자고 있을 때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왔는데

 

 쥐나 새는 몰랐갔지만 나는 알았지

 

 [정혁의 가쁜 숨소리]

 

 대문 닫는 소리가 워낙 커서

 

 근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가쁜 숨을 내뱉는다]

 

 (정혁)  일부러 질질 끌고 온 거요?  따라오라고?

 

 아니고요

 

 내 편지 못 봤나?  더는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세리)  뭐, 올 때도 이렇게 왔는데  갈 때라고 못 가겠어요?

 

 올 땐 천재지변의 상황이었지만

 

 (정혁)  갈 땐 보다시피 기렇지가 않소

 

 [한숨]

 

 (정혁)  무동력 비행체니  레이더망에 걸리진 않갔지만

 

 육안으로 발견될 가능성은 높소

 

 발견되면요?

 

 지금 상상하고 있지 않소?

 

 [차분한 음악]  [세리의 편안한 숨소리]

 

 [종이 뗑뗑 울린다]

 

 [놀라는 숨소리]  (정혁)  발견 즉시 사살이지

 

 북측, 남측 할 것 없이

 

 [의미심장한 음악]  [총성이 요란하다]

 

 [놀라는 신음]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정혁)  이거 얼마 동안이나 켜져 있던 거요?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철강)  무슨 일이야?

 

 (대원)  소좌 동지, 방금 자남산 일대에서  수상한 전파가 감지됐습니다

 

 교신 내용이 있어?

 

 분석 중인데  교신 주파수나 대역으로 봐서

 

 남쪽과 교신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일대 봉쇄 명령 내리고  철저히 수색하라

 

 - 긴급 지시야  - 알갔습니다!

 

 차 돌리라

 

 정찰대요?

 

 (정혁)  수상한 전파가 감지되면 10분 안에  현장에 도착하는 게 원칙이오

 

 벌써 출발했을 거고

 

 [세리의 한숨]

 

 어디로 내려가든 잡히게 되어 있소

 

 (세리)  리정혁 씨, 여기 있어요

 

 내가 내려갈게요

 

 내려가다 잡힐게

 

 그럼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겠지, 뭐

 

 잡힌 다음엔?

 

 어차피 보위부에선  당신을 내 약혼녀로 알고 있는데

 

 [한숨]

 

 그럼 어떡해요?

 

 일로 가도 절로 가도 다 잡힌다며?

 

 [긴장되는 음악]

 

 (정혁)  여기로 갑시다

 

 (세리)  예? 거기?

 

 지금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뭐 하려고, 지금?

 

 이걸 타고 갈 수 있는 곳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

 

 (세리)  잠깐만요

 

 [세리의 다급한 신음]

 

 [감성적인 음악]  [새가 지저귄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거친 숨소리]

 

 [정혁의 거친 숨소리]  [세리의 겁먹은 신음]

 

 [캐노피가 탁 펼쳐진다]  [정혁과 세리의 놀라는 신음]

 

 [정혁의 거친 숨소리]

 

 [안도하는 한숨]

 

 꽉 잡아요

 

 (정혁)  그러지 않을 수가 없소

 

 아깐 화나고 속상해서 그런 거였어

 

 알고 있소

 

 사실은 고마워요, 번번이

 

 알고 있소

 

 다 안대

 

 (철강)  신호가 거기서 잡혔는데

 

 그새 하늘로 솟았다는 거가  땅으로 꺼졌다는 거가?

 

 (대원)  계속 수색 중입니다

 

 [철문이 탁 닫힌다]

 

 [철강의 다부진 숨소리]

 

 가서 일 보라

 

 [문이 탁 열린다]

 

 평양으로 가지 않고 다시 돌아왔다?

 

 예, 오늘 새벽에  둘이 같이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아, 그거는 잘...

 

 희한하게 찜찜해

 

 (철강)  계속 잘 감시하라

 

 난 나대로 알아보갔으니

 

 (만복)  예

 

 철야하고 인차 집에 가는 거가?

 

 [장갑을 탁 내려놓는다]  [힘주는 숨소리]

 

 [철강이 지폐를 착착 센다]

 

 (철강)  가는 길에 장마당 들러  고기라도 끊어 가라

 

 아, 아닙니다

 

 체면 차리지 말라

 

 우필인가, 아들 이름이?

 

 열 살이고

 

 예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때 아니가?

 

 (철강)  잘 챙겨 먹이라

 

 고맙습니다

 

 [장마당이 시끌벅적하다]

 

 (상인1)  20원입니다

 

 (상인2)  입담배 있시오, 입담배 사시라요

 

 (상인3)  선화야

 

 오늘 저녁 8시에 출발하는 차로

 

 활동복이랑 정구화랑 쏠 테니까  역전 가서 잘 찾으라

 

 과일이랑 단설기랑 딸기향 알껌은

 

 회령 충성이네로 보내 달라, 알았니?

 

 돼지고기 한 킬로만 주시오

 

 (상인4)  누구 생일입네까?

 

 웬일로 고기를 다 사 가십니까?

 

 아들놈 먹이려고 하오  좋은 거로 주시오

 

 (상인4)  걱정하지 마시라요

 

 여기 장마당에서  우리 집 고기가 제일 좋습니다

 

 (정혁)  커피콩 있소?

 

 (상인5)  커피콩요? 막대기 커피는 있습니다

 

 저 아랫동네 코리아

 

 (정혁)  커피콩을 구했으면 하는데

 

 (상인5)  구할 수는 있디요

 

 미리 선금을 주시면은  오늘 저녁 양강도에서 오는

 

 달리기 장사꾼한테 부탁하갔습니다

 

 거기 장마당에는  고양이 뿔 빼고는 다 있거든

 

 (상인4)  자, 여기 있습니다

 

 (만복)  아, 아이...

 

 [굉음]  [놀라는 신음]

 

 [남자1의 힘주는 신음]  [상인4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상인4)  아, 저기

 

 (상인4)  야, 저 따기, 따기꾼 잡아라, 저거!

 

 따기꾼 잡아라!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1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남자1)  비키라!

 

 (상인5)  인차 방금 마당새패 아니가?

 

 (상인4)  마당새패야?

 

 야, 야, 그러면은 저거  군관 혼자서 어림도 없갔는데?

 

 야, 좀 말릴 걸 그랬나?

 

 (상인5)  저 사나운 놈들이  사람 하나 잡갔구나, 야

 

 [남자1의 가쁜 숨소리]

 

 [남자1의 짜증 섞인 숨소리]

 

 [어두운 음악]

 

 [남자1의 가쁜 숨소리]

 

 (대장)  어이, 대위 동지

 

 우리도 다 제대 군인 출신들임메

 

 어디다 대고 헛가다를 잡고 있음메

 

 살려 줄 때

 

 조용히 갈 길 가라

 

 [거친 숨을 내뱉는다]

 

 [헛웃음]

 

 기래?

 

 뭐, 꼭 오늘 죽고 싶다믄, 뭐

 

 [남자2의 기합]

 

 [긴박한 음악]

 

 [남자2의 신음]  [남자1의 기합]

 

 [소란스럽게 싸운다]

 

 [대장의 거친 숨소리]  [대장의 기합]

 

 [대장의 신음]  [남자3의 기합]

 

 [연신 소란스럽게 싸운다]

 

 [정혁의 기합]  [남자3의 기합]

 

 [남자3의 아파하는 신음]

 

 [대장의 기합]

 

 [대장의 힘주는 신음]

 

 [대장의 신음]

 

 [대장이 콜록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대장의 거친 숨소리]

 

 [남자2의 신음]  [남자2가 털썩 쓰러진다]

 

 [만복의 가쁜 숨소리]

 

 [거친 숨을 내뱉는다]

 

 [시끌벅적하다]  [자전거 종이 따르릉 울린다]

 

 (만복)  뭐라고 고맙단 인사를 해야 할디

 

 (정혁)  일없습니다

 

 장마당에 따기꾼 많으니 조심하라요

 

 (만복)  예

 

 (정혁)  그럼

 

 [무거운 음악]

 

 [세리의 옅은 한숨]

 

 [주먹의 헛기침]

 

 (주먹)  그, 작은아바지께 소식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걱정 마시라요

 

 지금 중대장 동지가  다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응

 

 나 원래 아침을 잘 먹질 않아

 

 간헐적 단식을 하거든

 

 먹더라도 정말 가볍게

 

 캐나다산 유기농 오트밀에

 

 (세리)  역시 캐나다산인 유기농 메이플 시럽을  살짝 뿌려서 두어 스푼 정도

 

 뭐라는 거네?

 

 너희는 미슐랭 모르지?

 

 (세리)  난 거기 별 받은 셰프의 식당에서만  저녁을 먹었거든

 

 근데 그 셰프들 소원이

 

 내가 접시 다 비우는 거였어

 

 [살짝 웃는다]

 

 뭘 줘도 딱 세 입이었으니까

 

 그래서 내 별명이  '짧은 입 공주'였던 거지

 

 그랬던 내가

 

 [세리의 한숨]

 

 왜 설탕 뿌린 누룽지가  이렇게 맛있는 거니?  [발랄한 음악]

 

 원래 누룽지에 설탕 뿌리면 맛있습니다

 

 이걸 왜 다섯 개째 먹고 있는 거냐고

 

 (치수)  에미나이, 중대장 동지 살림을  아주 거덜 내는구먼

 

 죄책감을 가지라우!

 

 너희 안 보이니?

 

 (세리)  나 여기 너무 잘 적응하는 거?

 

 나 진짜 빨리 돌아가야 돼

 

 더 적응했다간  그냥 아주 눌러살게 생겼다고

 

 (치수)  미친 에미나이가 누룽지 잘 먹고  왜 개나발을 부는 기야!

 

 그렇지? 너도 무섭지?

 

 나 너무 무서워

 

 그러니까 너희들이 날 도와줘야 돼

 

 리정혁이만 믿고 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어

 

 [한숨]

 

 (광범)  기런데 중대장 동지는 어디 갔습니까?

 

 (세리)  몰라, 뭐 사러 간다고 나갔어

 

 (주먹)  어, 그래서 우리더러  빨리 와서 좀 지키고 있으라 했구먼요

 

 뭐? 지켜?

 

 누구를?

 

 그거야 동무를

 

 나를?

 

 (세리)  치

 

 뭐, 내가 여기  조금 뭐 혼자 있는다고 어떻게 돼?

 

 [밝은 음악]

 

 또 뭐래?

 

 리정혁이 나에 대해서?

 

 혼자 두면 큰일 난다고

 

 아, 뭐야?

 

 아, 내가 어린애야? 아, 뭔 큰일이 나

 

 음, 리정혁 진짜 오버야

 

 걔 좀 오버쟁이지? 치  [치수의 어이없는 숨소리]

 

 못 믿는 거지, 너를, 사고 칠까 봐

 

 감시하라는 거지, 우리더러

 

 넌 조용히 하고

 

 (치수)  망할 에미나이

 

 하, '이제 갔구나' 하고  속이 다 후련했구먼

 

 또 기어 와서는, 씨

 

 - 야, 표치수 동무  - 뭐?

 

 이런 말 하긴 내가 좀 미안하긴 한데  돌려줘야 될 것 같다

 

 뭐를 말이야?

 

 (세리)  내 샴푸, 내 린스, 내 보디 워시

 

 - 미안하지만 거절이다  - 뭐?

 

 (치수)  없을 땐 몰랐지만

 

 난 이제 엘라스땡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어

 

 (세리)  뭐래?  [치수가 숨을 씁 들이켠다]

 

 정수리에서 이런 향내가 나는 경험은  처음이라서 말이야

 

 (치수)  기러고 우리 공화국에선  줬다 뺏는 법은 없어!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세리가 대문을 철컥 연다]

 

 또 무슨 일로...

 

 [월숙이 입소리를 쩝 낸다]

 

 (월숙)  중요한 공지 사항이 있어서

 

 오늘 우리 영애 동지 생일이야요

 

 영애 동지가 누군데요?

 

 (월숙)  지난번에 인사하지 않았습니까?

 

 대좌 동지의 부인이자 우리 마을의...

 

 (세리)  아, 대빵

 

 대, 대빵?

 

 뭐, 아무튼 누군지 알겠어요  그래서요?

 

 (옥금)  기, 기래서 생, 생일 축하연을  열 예정인데...

 

 (세리)  아, 초대 정말 감사합니다

 

 (월숙)  응, 그러면 오늘 오후 3시까지  모두 모여서

 

 음, 음식 장만도 하고 또...

 

 (세리)  감사는 한데

 

 제가 원래 남의 생파엔  안 가는 게 원칙이라, 죄송

 

 그럼 안녕히 가세요

 

 [세리가 대문을 철컥 잠근다]

 

 [옥금의 어이없는 숨소리]

 

 생파가 뭡네까?

 

 어쨌든 축하연에는  안 오갔다는 소리 아닌가?

 

 기렇지요?

 

 이야, 오세 없습니다

 

 오세도 없고 도덕도 없고

 

 없는 게 많구나, 야

 

 [최 국장이 숨을 카 내뱉는다]

 

 (최 국장)  그 일 이후에  리정혁이 별소리 없었던 거가?

 

 뭐, 보복이라든가 복수라든가

 

 중앙당 호출이라든가...

 

 없었다지 않아

 

 기래도 내 여기 온 김에  정중히 사과라도 하고 가야 하지 않간?

 

 (최 국장)  내가 그때 그자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미쳤지, 내가

 

 (철강)  날 보러 온 게 아니고  리정혁이한테 빌러 온 거야?

 

 아니, 뭐 꼭 기렇다기보단

 

 (최 국장)  내가 요새 불면증이 와서  잠약까지 먹고 있어

 

 리정혁이는 섣불리 보복하거나  움직일 놈이 아니야

 

 아니면?

 

 제대로 캐내려고  조용히 준비하고 있갔지

 

 그게 더 무서운 거 아니가?

 

 아유, 안 되겠다, 야

 

 나 지금이라도 가서 무릎을 딱 꿇고...

 

 동무

 

 통일전선부에  누구 일가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사촌 형이 통전부 3과 과장이지, 왜?

 

 [무거운 음악]  리정혁이한테 약혼녀가 있는데 말이야

 

 그 여성이 11과 대상이라는 거야

 

 11과?

 

 이야, 이거야 천하무적이구나, 야

 

 아버지는 총정치국장에  약혼녀는 11과라니

 

 (최 국장)  아이고, 야

 

 기런데 좀 수상해

 

 (철강)  그 여성이 진짜 11과 대상인지  확인을 좀 해 봐야갔어

 

 동무 돌아가는 차편으로 평양 갈 테니

 

 그 과장 동지 좀 만나게 해 달라

 

 (은동)  아

 

 [은동의 힘주는 신음]

 

 그, 지난번에 누구지?

 

 (세리)  왜, 소도둑놈처럼 무섭게 생긴

 

 밤에 우리 집 막 문 까고 들어온

 

 (광범)  아, 조철강 소좌 동지 말입니까?

 

 어, 소좌

 

 (세리)  하, 난 차라리  그 소좌 집 앞에 서 있다가

 

 그 사람 눈에 띌 걸 그랬어

 

 다들 절절매던데? 그 사람 높지?

 

 (주먹)  많이 높습니다

 

 리정혁은?

 

 물론 우리 중대장 동지도, 이...

 

 낮구나?

 

 그야 조철강 소좌보다는 이제...

 

 낮잖아

 

 (주먹)  [한숨 쉬며]  예

 

 (세리)  하, 그러니까, 난 거길 갔었어야 돼

 

 하, 리정혁 너무 쫄따구야

 

 어떻게 빨리 진급할  방법 같은 거 없어?

 

 (치수)  네가 그 걱정을 왜 해?

 

 하, 리정혁이 좀이라도  끗발 있는 사람이 돼야

 

 뭔가 좀 유리해질 거 아니야

 

 야, 표치수

 

 (세리)  나 그냥 여기 확 뼈를 묻어?  눌어붙어 봐? 그걸 원하니?

 

 방법이 있을 것도 같다

 

 (세리)  응?

 

 배려별

 

 [흥미진진한 음악]  (은동)  아

 

 배, 배려별?

 

 (주먹)  곧 배려별 받을 사람이 발표가 됩니다

 

 뭔데, 그게? 그게 무슨 별인데?

 

 씁, 아, 정식 진급 시기가 아니지만

 

 특별히 진급할 수 있는  기회 같은 거디요

 

 오, 완전 좋네?  그 별은 누가 주는 건데?

 

 그야 대좌 동지지요

 

 그래?

 

 그, 대좌 동지란 사람이  리정혁 예뻐해?

 

 이번에 어떻게 배려별 받겠어?

 

 [주먹의 난감한 숨소리]

 

 (치수)  윗사람들은 중대장 동지 하면 아주  [숨을 들이켠다]

 

 치를 떨지

 

 기래서 우리만 고달픈 거고

 

 그래

 

 알 만하다

 

 그럼 대좌 동지의 최측근은 누구야?

 

 (세리)  왜 그, 대좌에게로 가는  가장 빠른 문고리랄까

 

 대좌 동지는  자기 부인 말만 듣기로 유명합니다

 

 (세리)  오, 애처가?

 

 잠깐만

 

 그 대좌 동지 부인이 아까 그 대빵?

 

 [새가 지저귄다]  (월숙)  자, 자!

 

 오늘 영애 동지의 생일을 맞이하여  [종이 딸랑거린다]

 

 본식에 앞서서  평화로운 진행을 위해서

 

 생일 선물 사전 검열을 진행할 테니까  협조들 좀 해 달라요

 

 (옥금)  자  [옥금의 놀라는 숨소리]

 

 아이고, 야  저기, 이거를 포장을 했습니다

 

 포장은 왜 한 거네?

 

 (월숙)  혹시 내용물이 떳떳지 못한 거 아니가?

 

 (향이네)  아랫동네 거라

 

 뭔데?

 

 (향이네)  약입네다

 

 [익살스러운 음악]  홍삼

 

 고조 갱년기 여성들의  울화증과 신경질을 다스리는데

 

 아주 그만이라 그래서

 

 기러면 작년 생일에 샀어야디

 

 그러면 우리가 지난 일 년  고생을 덜 하지 않았갔어?

 

 (향이네)  반성하갔습니다

 

 기래, 기래

 

 나도 좀 구해다 주고

 

 (월숙)  다음, 음

 

 [옥금의 놀라는 숨소리]  어머나, 어머나

 

 (옥금)  이를 어캅니까, 월숙 동지?

 

 이 동무래 책을 사 왔습니다

 

 (월숙)  [버럭 하며]  동무는 공지 사항을

 

 전달을 못 받았어?

 

 이번 생일 선물 주제가 뭐이간?

 

 미용과 보신입니다

 

 기래, 그러면 한번 말해 보라

 

 도대체 이 책은 미용과 보신 둘 중에  어디에 속하는 거이가?

 

 (옥금)  영애 동지가  고운 거랑 몸에 좋은 거만 보다가

 

 이 책을 보는 순간 이 잔치는 파장이야

 

 잔칫상이 엎어지는 수가 있어!

 

 (여자1)  미안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월숙)  비키라우, 비키라우, 비키라우!  [옥금의 짜증 섞인 숨소리]

 

 [월숙의 한숨]

 

 이거는...

 

 (월숙)  옷이가?

 

 예, 직접 만든 겁니다

 

 (명순)  이거이 아주 안 입은 것처럼  아주 편안합니다

 

 [웃음을 참으며]  안 입는 게 낫지 않갔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세리)  안녕하세요  [옥금의 놀라는 숨소리]

 

 (월숙)  뭐이네?

 

 아까는 안 오갔다고 기러더니!

 

 (옥금)  웬일입니까?

 

 뭐, 남의 생파는  안 온다 그카지 않았습니까?

 

 아, 이건 생파 아니고  생일 축하연이라면서요

 

 이건 괜찮아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옥금)  여기, 여기, 여기

 

 제일로 좋아하시는 거야

 

 (영애)  아이고, 고생이 많았어

 

 어서 앉으라, 앉으라, 앉으라  고생했다, 앉으라

 

 [영애의 웃음]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월숙이 속삭인다]

 

 거기 약혼녀 동무

 

 (영애)  오늘 처음 왔으니

 

 특별히 내 옆자리에 앉지 그래?  [여자2의 부러운 신음]

 

 싫어요

 

 너무 예쁜 사람 옆엔  앉지 않는 게 제 철칙이라

 

 [영애의 멋쩍은 웃음]

 

 [옥금의 어색한 웃음]

 

 (세리)  저는

 

 [사람들의 멋쩍은 웃음]

 

 여기가 좋아요

 

 (영애)  아이고, 참

 

 [영애의 웃음]

 

 동무 아주 철칙이 확실하구나

 

 [사람들의 웃음]

 

 [옥금의 어색한 웃음]

 

 (월숙)  영애 동지  영애 동지의 생일을 축하하는

 

 저희들의 정성을  이렇게 한데 모아 봤습니다, 예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옥금)  축하드립니다

 

 (영애)  아, 이런 거 하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월숙)  기런데  [저마다 말한다]

 

 저기 저 약혼녀 동무는 빈손으로...  [사람들의 웃음]

 

 (세리)  어, 여기도 있네요, 선물  [명순의 놀라는 숨소리]

 

 아닙니다, 너, 너무 비루해 가지고...

 

 비루하긴요?

 

 (세리)  딱 올해 전 세계를 휩쓴  패션 트렌드잖아요

 

 - 뉴트로  - (영애) 응?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2)  뭔 트로? 뉴트로가 뭐네?

 

 (세리)  어떻게

 

 제가 한번 살짝 손을 좀 봐도 될까요?

 

 [사람들이 대화한다]

 

 [옥금의 놀라는 숨소리]

 

 (옥금)  아니, 어케 그 나리옷이  이렇게 변신을 한 겁니까?

 

 이거이 뭐라고, 이름이?

 

 [유창한 말투로]  플라워가든요

 

 (세리)  이 꽃무늬가  이렇게 소프트하게 전개되는 게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인데요

 

 블러드 이펙트의 이 번진 듯한 효과와

 

 이 불규칙한 배열이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감성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스 여신을 방불케 하는  이 드레이프들의 극적인 운동감

 

 우리 영애 동지의 에스트로겐 수치의

 

 절정을 표현한 패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애의 탄성]

 

 - (영애) 응  - (옥금) 응

 

 (영애)  이거이 그런 거래  [사람들의 웃음]

 

 아유, 이 동무가  아주 솜씨가 좋지 뭐니, 응?

 

 [영애의 웃음]

 

 (세리)  가지고 오신 옷이 기본적으로  감각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명순의 멋쩍은 웃음]

 

 (영애)  명순 동무, 많이 먹으라

 

 갈 때 음식 좀 싸 가고

 

 (명순)  네? 네, 고맙습니다

 

 (향이네)  좋갔습니다  [영애의 웃음]

 

 [영애의 만족스러운 숨소리]  아, 아니, 기러고 보니까

 

 아직 이름도 모르고 있구먼

 

 [익살스러운 음악]  네?

 

 (영애)  에이, 암만 11과래도

 

 이름 정도는 알려 줄 수 있갔디  우리 사이에

 

 그럼요, 우리 사이에

 

 제 이름은

 

 삼숙이에요, 최삼숙

 

 [영애가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광범)  미안합니다

 

 그 동무가 갑자기  영애 동지 생일잔치에 가겠다는 바람에

 

 생일잔치는 왜 갑자기...

 

 (광범)  중대장 동지가 배려별을 받도록  내조를 하갔다면서

 

 내조는 무슨...

 

 [웃으며]  진짜로 내 약혼녀라도 된 거가 뭐이가

 

 (광범)  기래야 자기가 여기서 빠져나가는데  유리할 거라더만요

 

 지금은 중대장 동지가 너무...

 

 쫄, 쫄따구라...

 

 - 쫄따구?  - (광범) 예

 

 중대장 동지가  지위가 낮고 힘도 없어서

 

 자기가 여기서 못 나가고 있다

 

 (광범)  그 동무는 그케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혁의 어이없는 숨소리]

 

 [어이없는 숨소리]

 

 아이, 내가 힘이 없고  그러지 않을 텐데

 

 (광범)  예?

 

 [한숨]

 

 아니다

 

 (광범)  긴데 공병대 정비조엔  왜 가시는 겁니까?

 

 그날 밤 충돌 사고 말이야

 

 이건 분명 우연은 아니라고 봐

 

 소문 속의 그 트럭 부대가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비 차량 내역서를 달라고 할 참이야

 

 (광범)  예?

 

 순순히 내주갔습니까?

 

 (정비조장)  안 되오!

 

 (광범)  조장 동지

 

 조사할 게 있어서 그럽니다

 

 [긴장되는 음악]  잠깐 확인만 합시다

 

 [정비조장의 어이없는 숨소리]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정비조장)  조사를 한다고?

 

 조사는 보위부가 하는 거디

 

 어디서 개건방이가!

 

 뭐? 개건방?

 

 말 가려 하라!

 

 (광범)  중대장 동지

 

 충분해

 

 (정혁)  고맙소

 

 (광범)  시간을 끌라고 해서 끌긴 했습니다만

 

 진짜 충분합니까?

 

 충분해

 

 (통전부 과장)  평양까지 먼 걸음 했소

 

 (철강)  아닙니다

 

 이케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직원)  뭐로 드시갔습니까?

 

 (통전부 과장)  아, 나는 아이스 캐러멜마키아토

 

 역시 평양 시민은 세련됨이 다르구먼요

 

 음료 이름이 무슨 암호 같습니다

 

 뭘 이 정도로

 

 나는 생강 소다수 주시오

 

 예, 기다리십시오

 

 (통전부 과장)  동생에게 얘기는 들었소

 

 11과 대상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누구요?

 

 [숨을 씁 들이켠다]

 

 제 담당인  민경부대 중대장의 약혼녀입니다  [무거운 음악]

 

 - 약혼녀?  - 예

 

 30대 초중반 정도의 여성인데

 

 (철강)  말투로 보아 남조선에서  오랜 기간 지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조국으로 돌아왔댔고요

 

 사실 특별 관리 대상의 신원을  유출하는 건

 

 우리 쪽에서도 금기요

 

 기래서 이케 은밀히  부탁드리는 거 아닙니까?

 

 (통전부 과장)  이 정도 특별 관리 대상은

 

 몇 년에도 몇 명 정도로 흔치 않으니

 

 내 선에서 후보를  추려 볼 순 있을 것 같소

 

 30대 초중반 여성

 

 남조선 말투

 

 혹시 이름은 모르오?

 

 (영애)  삼숙 동무

 

 네

 

 (영애)  오늘 정말이지 수고가 많았소

 

 덕분에 이렇게 고운 옷도 얻어 입고

 

 고맙게 됐지 뭐야

 

 아니에요, 너무 즐거웠어요

 

 [세리의 웃음]

 

 (세리)  그, 나중에 기회 되시면

 

 남편분께 저희 리정혁 동무에 대해서

 

 말씀 좀 잘...

 

 응? 우리 세대주에게 말이야?

 

 아, 남편이 세대주...

 

 어, 그렇죠

 

 세대주 동지님께 좀 잘...

 

 (영애)  무, 무슨 문제 있소?

 

 우리 리정혁 동무야, 뭐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디 않아?

 

 사람이 허우대는 멀쩡한데  사회성이 좀 없어서

 

 속으로는 대좌 동지에 대한 존경심이  막 끓어 넘치면서도

 

 아휴, 바보같이 그걸  잘 표현을 못 하나 보더라고요, 쯧

 

 아, 아유, 기래, 기래

 

 내가 잘 말해 놓을 테니 걱정을 말라

 

 [놀라는 숨소리]

 

 어머, 정말요? 고마워요, 언니

 

 (영애)  응?  [익살스러운 음악]

 

 어머

 

 언니라고 해도 될까요?

 

 (세리)  나이 차이 얼마 안 날 것 같은데

 

 저보다 어리신 거 아니죠?

 

 아이고, 참

 

 아, 내가 기래 보여?

 

 (세리)  네

 

 (영애)  [멋쩍게 웃으며]  아유, 아이고, 참

 

 아유, 편한 대로 부르라, 뭐!  [웃음]

 

 [영애와 세리의 웃음]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세리)  나중에 더 예쁜 거  많이 만들어 드릴게요

 

 (영애)  기래, 기래, 걱정 마라

 

 [영애의 웃음]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세리)  어? 리정혁 씨?

 

 나 기다렸어요?

 

 [정혁의 헛웃음]

 

 아, 무, 무슨 소리를

 

 (정혁)  방금 보지 못했소?

 

 나 여기서  아니, 여기서 이케 지나가던 길인데

 

 여길 왜요?

 

 그, 같은 동네니까

 

 나 기다린 거 같은데?

 

 아니고

 

 (정혁)  근데 다저녁때까지  남의 집에서 뭐 한 거요?

 

 [세리의 한숨]

 

 쩝, 말도 마요

 

 내가 우리 리 대위  고마운 것도 많고, 쯧

 

 나 있는 동안 쫄따구는  면하게 해 줘야지 싶어 가지고

 

 (세리)  배려별 한번 달아 주려고  진짜 애썼다, 애썼어

 

 아유, 참

 

 [헛웃음]

 

 오해가 깊은 것 같은데

 

 (정혁)  내가 사실 힘이랄까 권력이랄까  그런 게 없고 그렇지가 않고

 

 (세리)  자전거 되게 희한하다

 

 [밝은 음악]

 

 내가 앞에 타는 건가?

 

 (정혁)  여기 밤은 어두우니까  일찍일찍 다니시오

 

 (세리)  지금 나 걱정하는 건가요, 리정혁 씨?

 

 그런 거 아니고

 

 아니고?

 

 신경이 쓰이니까

 

 그게 걱정하는 거거든?

 

 다르오

 

 같거든

 

 (정혁)  다른데

 

 (세리)  같다고

 

 [자전거 종이 따르릉 울린다]

 

 (치수)  아이고, 맛나겠다

 

 (세리)  뭐야? 다들 저녁까지 부대 안 들어가고

 

 이렇게 막 땡땡이쳐도 돼?

 

 (주먹)  아, 우리 중대장 동지가  사관장 동지에게

 

 여기서 작업 마치고

 

 밤에 복귀할 거라고 말해 줘서  일없습니다

 

 (은동)  이리 오시라요

 

 중대장 동지가  장마당에서 조개 사 왔습니다

 

 (세리)  조개?

 

 - (세리) 어머, 깜짝이야!  - (주먹) 에헤!

 

 [발랄한 음악]  (세리)  야, 놀랐잖아

 

 [주먹의 웃음]

 

 무슨 캠프파이어 같아

 

 이거이 조개 불고기입니다

 

 (은동)  조개가 많이 뜨겁습니다  장갑을 끼시라요

 

 (치수)  우리는 이거를

 

 [입바람을 후후 분다]

 

 음, 이케 먹고

 

 [헛기침하며]  소주는

 

 카! 이케 마시지

 

 [웃음]

 

 치, 뭐야, 그게?

 

 (주먹)  자, 먹어 보시라요

 

 아니  [난처한 숨소리]

 

 난 조개 요리는

 

 부야베스 아니면 잘 먹지를 않는데

 

 - (세리) 다 익은 거 맞니?  - (주먹) 예

 

 (세리)  음

 

 [주먹의 웃음]

 

 자, 이것도, 씁

 

 하, 곤란하네

 

 난 정말 해산물엔  소비뇽 블랑밖에 먹질 않거든

 

 [한숨]

 

 [세리가 호로록 마신다]

 

 [입맛 다시는 신음]

 

 주먹이 여기 설탕 탔니?

 

 - 아니요  - 단데?

 

 [주먹의 웃음]

 

 (은동)  나도 한잔

 

 [치수가 살짝 웃는다]

 

 (세리)  너는 아기잖아  열일곱 살이 무슨 술이야?

 

 (치수)  참, 군대도 왔는데 술은 왜 못 먹갔나?  자, 들라, 들라

 

 - (세리) 안 돼, 안 돼!  - (치수) 자, 들라

 

 (세리)  미성년자는 안 돼, 그래도

 

 (치수)  에? 하, 참  [치수의 헛웃음]

 

 술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밝은 음악]  (치수)  허허, 참

 

 이거 왜 이렇게 달아?

 

 [주먹이 술을 따른다]

 

 - (주먹) 많이, 많이 드시라요  - (세리) 술이, 술이 달아

 

 [치수가 숨을 카 내뱉는다]

 

 (치수)  다시 시작해야지요

 

 (세리)  나 술 좀 줘

 

 - (은동) 조심하시라요  - (주먹) 어, 기래

 

 [세리와 주먹의 놀라는 신음]

 

 [치수와 주먹의 웃음]

 

 [웃음]

 

 (세리)  나도 줘

 

 [저마다 대화한다]

 

 [치수의 웃음]

 

 [저마다 연신 대화한다]

 

 [사람들의 탄성]

 

 [증평의 헛기침]

 

 [저마다 숟가락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증평이 입소리를 쩝 낸다]

 

 세형아

 

 (세형)  예예, 아버지

 

 네가 회사 맡아

 

 - (세준) 아버지!  - (혜지) 아버님!

 

 (세형)  감사합니다,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증평)  열심히 할 필요는 없어, 잘해야지

 

 잘하는 게 어떤 건지  제가 진짜 보여 드릴게요!

 

 [당황하는 숨소리]

 

 [세준이 그릇을 잘그락거린다]

 

 [세준의 속상한 숨소리]

 

 해도 해도 너무하네, 진짜! 씨!

 

 너 이놈의 자식, 지금 뭐라 그랬냐?

 

 이이가 화날 만하죠

 

 (혜지)  아니, 이건 너무 맥락이 없잖아요

 

 아버님 빵에 계시는 동안

 

 이이가 그 빈자리 묵묵히 지켜 가면서

 

 온갖 더럽고 힘든 일 다 했는데요?

 

 묵묵하진 않았죠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셨는데

 

 (혜지)  동서, 그 입 닫을래?

 

 [증평이 수저를 탁 내려놓는다]

 

 그만들 해라

 

 참는 건 여기까지야

 

 (세준)  아니, 내가 적응이 안 돼서 그래요

 

 아버지, 안에 계시면서  뭐, 무슨 일 있으셨어요?

 

 제가 세준이에요  제가 이 집안 장남이라고요!

 

 (세형)  아니, 여기가 무슨  맛집 대기 번호도 아니고

 

 순서가 무슨 상관이야?

 

 아버지가 평생 일구신 회사인데

 

 잘난 놈한테 몰아주시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지금 네가 나보다 잘나서  일이 이렇게 됐다는 거냐?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결과에 좀 승복하자, 씨

 

 어, 너는 그래서  결과에 승복을 했었고?

 

 (세준)  아버지, 아버지가 세리한테  다 주신다 그랬을 때

 

 세형이 저 자식이  뭐라 그랬는 줄 아세요?

 

 찌라시 뿌리자고

 

 [무거운 음악]

 

 세리 밖에서 데리고 들어온 자식인 거

 

 세상에 싹 다 까발리고  여론 몰이 하자고

 

 윤세리 쪽팔려서  한국에서 발붙이고 못 살게

 

 - (세준) 정확하지?  - (혜지) 어머, 어머

 

 - (혜지) 진짜 그랬어?  - (세준) 어

 

 (혜지)  어, 예상했던 거보다 더 비열하시네요

 

 형수님, 말 좀 가려 하세요

 

 너나 가려 해, 이 자식아!

 

 오케이, 그래

 

 - 씁, 형은 비열하지 않아서 그랬구나?  - (세준) 뭐?

 

 (세형)  세리 실종된 다음에 뭐랬더라?

 

 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그랬지?

 

 세리 죽은 게 형은 기쁜 거야  그랬잖아!

 

 아무리 콩가루라도 가족인데

 

 와, 와...

 

 (세형)  이야, 난 그때 형이 좀 무섭더라

 

 와, 와

 

 여보, 가서  흰색 페인트랑 망토 좀 가져와요  [혜지가 호응한다]

 

 너 아수라 백작이냐?

 

 이중인격 어이없네!

 

 (세준)  너 언제부터 우리한테  세리가 가족이었냐? 어?

 

 엄마! 뭐라고 말씀 좀 하세요, 좀!

 

 아니...

 

 [헛웃음]

 

 솔직해지자고요, 다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세리 걔를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긴 있었나?

 

 평생 어디 굴러 들어온  돌멩이 취급 했잖아요들!

 

 아버지가 데리고 들어온 딸!

 

 엄마도 사람들 보지만 않으면  확 갖다 버리고 싶었을 거 아니에요!

 

 조용히 해!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혜지)  어머니, 저희 편도 들어 주세요

 

 (세형)  무슨 편이에요?

 

 (어린 세리)  구십육

 

 구십칠, 구십팔

 

 구십구

 

 하나, 둘

 

 셋, 넷

 

 내 의견이 듣고 싶니?

 

 (혜지)  네

 

 난 당신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 그렇죠?  - (혜지) 그러니까요

 

 (세형)  엄마

 

 아직 모르잖아요, 세리 어떻게 됐는지

 

 (정연)  그러니까

 

 세리의 대안을 찾는 건  너무 빠른 결정이라고 생각해

 

 (세형)  엄마,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엄마,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게 내 의견이야

 

 아직은 모른다는 거

 

 [세준과 세형의 옅은 한숨]

 

 난

 

 세리가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해

 

 (세리)  계단

 

 계단, 빨리해

 

 단, 단...

 

 - 다섯, 넷  - 가만히 좀 있어 보라!

 

 - 셋  - (치수) 단

 

 단묵

 

 (세리)  어? 그게 뭔데?

 

 [치수의 웃음]

 

 뭐네?

 

 (치수)  남조선에는 단묵도 없네?

 

 [치수의 웃음]

 

 (주먹)  그, 단묵은 달달한 묵 같은 과자입니다

 

 - (세리) 아, 뭐 젤리 같은 거?  - (주먹) 예

 

 아, 치,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잘난 척하기는

 

 (세리)  묵, 묵, 묵사발

 

 발

 

 [바닥을 탁 치며]  발바리차

 

 응? 그건 또 뭐야?

 

 [치수의 웃음]

 

 야, 뭐네?

 

 남조선에는 발바리차도 없네?

 

 [사람들의 웃음]

 

 (주먹)  발바리차는 택시를 말합니다

 

 택시?

 

 (세리)  아! 택시가 없기는

 

 야, 16차선 도로가

 

 택시로만 꽉꽉 막히는 데가 서울이야

 

 (치수)  응, 후라이 많이 까 보라, 내 믿나

 

 [치수의 웃음]

 

 믿든가 말든가

 

 발바리차?

 

 발바리차, 차...

 

 - 다섯  - 차...

 

 - (치수) 넷  - (세리) 아, 하지 마 봐

 

 (치수)  셋

 

 (세리)  아, 숫자 빠르게 세지 말라고

 

 (치수)  야, 이거 뭐이가 빠르다고 기러네?

 

 둘!

 

 (세리)  차...

 

 차림표

 

 [따뜻한 음악]

 

 차가 버섯!

 

 섯?  [주먹의 놀라는 탄성]

 

 (주먹)  섯, 섯이면  이거는 끝난 거 아닙니까?

 

 끝났지

 

 섯...

 

 서, '섯'달그믐

 

 야, 그건 섣달, 디귿이잖아  이건 시옷이라고

 

 (치수)  섯...

 

 - '섯'쪽 하늘  - (세리) 섯...

 

 (정혁)  [또박또박 말하며]  서쪽 하늘

 

 [저마다 키득거린다]

 

 [세리의 웃음]

 

 (세리)  야, 표치수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깔끔하게 승복해

 

 [세리가 입바람을 하 분다]  [치수의 만류하는 신음]

 

 (치수)  나는 마시갔소

 

 - (광범) 자!  - (주먹) 자!  [은동의 탄성]

 

 (함께)  ♪ 빨리빨리 마시세 ♪

 

 (중대원들)  ♪ 어서어서 마시세 ♪

 

 ♪ 안 마시면 졸장부  잘 마시면 대장부 ♪

 

 [새가 지저귄다]

 

 [커피콩을 휘휘 젓는다]

 

 [옅은 숨소리]

 

 [놀라는 신음]

 

 나 어제 침대에서 잤네?

 

 [힘주는 신음]

 

 [놀라는 숨소리]

 

 커피 냄새인데  [다급한 숨소리]

 

 (세리)  아, 아니, 이런 게 있었어요?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정혁)  유학 시절에 쓰던 거요

 

 오, 리정혁 씨 유학파였어요?

 

 어디?

 

 맞는다, 그때 그 스위스?

 

 스위스에서 뭐 전공했는데요?  [정혁이 물을 조르르 따른다]

 

 (세리)  음, 냄새

 

 [세리가 숨을 들이켠다]

 

 [향을 씁 맡는다]

 

 [들뜬 신음]

 

 [세리가 커피를 호록 마신다]

 

 완전 맛있어

 

 [세리의 벅찬 숨소리]

 

 (세리)  쩝, 숙취엔 역시 핫 드링크 커피

 

 와, 나 속 풀려

 

 속은 콩나물국 끓여 놨으니  그걸로 풀고  [세리가 숨을 카 내뱉는다]

 

 뭐야? 진짜 왜 이렇게 맛있어? 대박

 

 (세리)  어, 리정혁 씨!

 

 그, 커피도 그렇고

 

 여러모로 고마워서 나도 줄 거 있는데

 

 잠깐만요

 

 [심오한 음악]

 

 [수줍은 웃음]

 

 이 수신호 말입니까?

 

 맞는다

 

 (치수)  기거는 이렇게 벌레를 잡아  짓이겨 죽이듯이

 

 내 이 양 손가락으로  너를 쳐부술 수 있다

 

 기런 의미 같디요?

 

 아닙니다

 

 이거는 하트입니다

 

 하, 하, 하트, 하트 아시디요? 심장

 

 [흥미진진한 음악]

 

 심, 심장? 심장을 왜...

 

 내 심장을 너에게 주고 싶다

 

 (주먹)  뭐, 그런...

 

 (치수)  아니, 왜 별안간  지 장기를 남에게 주고 싶다는 거야?

 

 아이고, 하트는 사랑 아닙니까

 

 남조선에서

 

 (주먹)  이거는 좋아한단 뜻입니다

 

 (치수)  야, 너 우리가 남조선 잘 모른다고

 

 아무케나 혀 털지 말라

 

 그게 말이 되는 거가?

 

 왜 말이 안 됩니까?

 

 (주먹)  이 일은 중대장 동지가

 

 사람들 앞에서 그 동무를  약혼녀라고 후라이를 깠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이 된 일이었습니다

 

 예상이 되다니?

 

 [한숨]

 

 그 뒤로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습니까?

 

 아무 일도?

 

 (주먹)  이쪽에선  단순한 위장 전술이었을지 몰라도

 

 저쪽에선 심쿵일 수 있다는 거디요

 

 심, 심쿵?

 

 (주먹)  심장이 쿵!

 

 아니, 뭘 그케 놀랍니까?

 

 여성이 먼저 좋아하는 일  뭐, 한두 번도 아니었을 것 같은데

 

 [주먹의 웃음]  (치수)  그,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일은 겪어도 겪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법이야

 

 사관장 동지도  잘 모르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침을 꿀꺽 삼킨다]

 

 (치수)  뭐 어떻습니까?

 

 그 에미나이야 금세 돌아갈 거고

 

 뭐, 중대장 동지가, 뭐  부인이 있다거나

 

 약혼녀가 따로 있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는

 

 도덕 없는 사내도 아니고 말이지요

 

 [치수의 웃음]

 

 (치수와 주먹)  있습니까?

 

 [비장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직원들)  사장 동지, 안녕하십니까!

 

 (명은)  속상해 죽갔다

 

 공부하러 러시아 보내 놨더니

 

 얼마나 음식이 입에 안 맞았으면  이 살 까인 거 보라

 

 엄마, 이거는 내가 자의로 깐 거야

 

 (단)  먹고 싶다고 다 먹으면  밖에 나가 돼지 소리 들어요

 

 [코웃음]  가을 뻐꾸기 소리 하고 자빠졌구나

 

 여성은 적당히 살이 있어야  귀티가 나고 복스러운 거이야

 

 [영어]  - (손님) 고 사장님!  - (명은) 안녕하세요

 

 (손님)  여기서 정말 좋은 시간 보냈어요

 

 다음에 또 봐요

 

 (명은)  그래요, 그래요

 

 고마워요

 

 [손님의 웃음]  (명은)  정말 고마워요

 

 - (손님) 갈게요  - (명은) 다음에 봐요

 

 (단)  [한국어]  엄마, 영어 배워?

 

 미제국주의 말이라고  그케 질색하더니?

 

 음

 

 아,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인민이  앞서나가는 거 아니갔니?

 

 (명석)  지난번 어디 모임 갔다가 영어 몰라서

 

 망신 한번 당하고 나서부터 저래야

 

 명석아, 니는 일하러 가지 않니?

 

 [영어]  안 가니?

 

 [한국어]  아, 가야디

 

 (명석)  아, 나는 가야 되는데

 

 운전해 달라고  불러 젖힌 게 누나 아니간?

 

 [영어]  지금 당장 가!

 

 (명석)  [한국어]  단아, 네 엄마 발음 보라

 

 빠다 발라 놓은 거 같지 않네?

 

 [명석의 웃음]  (명은)  야, 글로벌 영업을 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야

 

 망신은 누가 망신을 당했다 그래

 

 개놈의 새끼, 꺼지라!  [명석의 의아한 신음]

 

 (명석)  아이...

 

 (명은)  아, 이거는 너무 화려하지 않네?

 

 몇 년 만에  약혼자 만나러 가는 데 입기엔 좀...

 

 씁, 너무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갔네?

 

 이 정도야, 뭐

 

 (명은)  아, 기래도

 

 (명은 친구)  아니, 이거이 누구가?

 

 [명은 친구의 웃음]

 

 단이 아니가?

 

 너 언제 귀국한 거이야?

 

 아주머니, 그동안 잘 있었습니까?

 

 (단)  얼마 전에 들어왔습니다

 

 (명은 친구)  아니, 기런데 몸이 왜 이런 거이야?

 

 얼굴도 해쓱한 거이  아주 못쓰게 됐구나, 야

 

 [단이 살짝 웃는다]

 

 진숙이도 잘 있디요?

 

 잘 있디

 

 작년에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생산하더니

 

 (명은 친구)  이번에 또 아를 갖지 않았갔니

 

 그 집 시어머니가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아주 난리야, 난리야, 야, 야

 

 [명은 친구의 웃음]  (단)  잘했군요

 

 (명은 친구)  어, 지금 모자실에서 수유 중이야

 

 가서 만나 보라

 

 예, 아주머니, 그럼 또 보갔습니다

 

 기래

 

 (명은)  단아

 

 [영어]  잠깐만

 

 [무거운 음악]

 

 [한국어]  가서 코를 납작하게 깔아...

 

 뭉개 주고 오라

 

 [익살스러운 음악]  엄마도, 참

 

 기 정도는  아무케나 하고 가도 할 수 있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살은 다 까여서리

 

 마음고생이 너무 심한 거 아니가?

 

 단이 쟤는 살을 자의로 깐 거야

 

 글로벌 추세에 맞춰서

 

 요즘은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으면  밖에 나가 돼지 소리나 들어, 야

 

 알고나 말하라, 쯧

 

 아니, 니는 왜 역정을 내고 기러니?

 

 (명은 친구)  남들 다 가정 이루고  아들딸 낳고 사는 나이에

 

 아, 저래고 있으니 걱정돼서 한 말에

 

 하, 걱정도 팔자다

 

 우리 단이 러시아 유학 간 동안

 

 7년을 하루같이 기다려 온  총정치국장 아들이 있는데, 쯧

 

 (명은 친구)  기래?

 

 기럼 다행이지, 뭐  [명은의 코웃음]

 

 소문엔 그 동무가  혼인엔 뜻이 없어서

 

 뭐, 전초선까지 내려갔다 기래서...

 

 야!

 

 그 혼인 올해 넘기지 않을 예정이니

 

 (명은)  와서 국수나 배 터지게 처먹고 가라

 

 기럼

 

 [영어]  잘 가라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의 즐거운 신음]

 

 [아이들이 노래한다]  [아이들의 웃음]

 

 [살짝 웃는다]

 

 [월숙이 중얼거린다]  [세리의 뛰어오는 신음]

 

 (영애)  [한국어]  집에만 있는 거보다

 

 이케 함께 나오니 더 좋지 않아?

 

 [함께 웃는다]

 

 (세리)  그러네요, 언니

 

 (금순)  영애 동지!

 

 지난번 분 찾지 않았습니까?

 

 여기 '너와 나' 화장품이 나왔습니다

 

 이거 원래는 그 유럽에  수출만 하는 건데

 

 특별히 제가 영애 동지 생각해서  가져왔지 말입니다

 

 (영애)  아, 다음에 사 갔소, 많이 팔라

 

 (금순)  아랫동네에서 온 것도 있습니다

 

 이 에센스가 아랫동네에서도  제일 잘 팔리는 겁니다

 

 아니

 

 "세리스초이스"

 

 우리 회사 제품이  언제 여기까지 진출을...

 

 (금순)  무려 어...

 

 천5백만 개나 팔렸다고

 

 (세리)  [콜록거리며]  2천만 개, 2천만 개, 2천만 개

 

 촉촉하긴 하갔다

 

 이 안에 뭐가 들었지?

 

 (금순)  기거이 그...  [금순의 난처한 숨소리]

 

 좋다는 거는 다 들어가 있지요, 뭐

 

 [세리의 답답한 숨소리]  그, 들판을 통째로 갈아 넣었다

 

 기렇게 보시면 되, 되...

 

 초피나무 열매 추출물이랑  할미꽃 추출물에

 

 백삼 추출물 등등인 것 같은데?

 

 [발랄한 음악]

 

 미백의 화사함은 물론이고요

 

 (세리)  [유창한 말투로]  슬림 핏 테크놀로지로 바르면

 

 공기처럼 가볍고 끈적임도 없다죠?

 

 아이고

 

 (영애)  역시 삼숙 동무는  미에 관해서는 아주 해박하구나, 야

 

 이케 고운 이유가 다 있어

 

 [영애의 웃음]  [옥금의 호응하는 신음]

 

 [옥금과 월숙의 어색한 웃음]

 

 누굽니까?

 

 말씨가 왜...

 

 (월숙)  아랫동네에서 특수 활동

 

 [금순의 놀라는 숨소리]

 

 아랫동네에서 특수 활동 했으면

 

 누구보다 이 제품에 대해서  잘 알갔구먼요

 

 그럼요, 누구보다 잘 알죠

 

 [영애의 들뜬 숨소리]  나 이거 하나 달라

 

 예!

 

 요 돈은 내가 내갔시오

 

 [월숙과 금옥이 실랑이한다]

 

 (세리)  저기요

 

 이 제품은 보습과 광채가 포인트니까

 

 - 그걸 강조해야죠  - 예?

 

 (세리)  그리고 제품의 전 성분을 외우는 건  판매자의 기본 아닌가요?

 

 - 미안합니다  - 주의하시라고요

 

 그리고 이거 천5백만 개 아니에요

 

 누적 판매 2천만 개라고요, 2천만 개

 

 (수찬)  너 우리나라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다  추락사하는 경우 굉장히 드물어

 

 지형 자체가 숲이 많아서  떨어져도 골절이나 타박상이라니까

 

 너 일단 가서 사우나 좀 하고 와  면도도 좀 하고...

 

 하, 친구야, 우리나라 산림률은  세계 4위야

 

 여기도 숲, 저기도 숲, 무인도도 숲

 

 심지어 DMZ도 숲이잖아

 

 야! 너 진짜...

 

 (창식)  아니, 무슨

 

 그럼 우리 대표님이 거기 그 DMZ  거기 떨어졌을 거란 소리야?

 

 모르지!  거리상으론 그렇게 멀지도 않아

 

 왜 이렇게 붙어?

 

 아, 그러면  국정원을 통해서 연락이 왔겠지

 

 그, 그건 뭐, 떨어질 때 충격으로  기억 상실?

 

 (수찬)  아니면 지뢰밭에서  지뢰 밟고 서 계신 거지

 

 꼼짝달싹 못 하고

 

 너 사우나 꼭 해라  냄새가 너무 많이 나, 지금...

 

 (수찬)  결정적으로 기체도 시체도  발견이 안 됐잖... 아

 

 (세형)  그러니까 그, 에바 비카...

 

 (수찬)  비스니어스카 씨입니다

 

 예, 뭐 어쨌든  그 사람의 경우도 그렇고

 

 (세형)  그날의 풍속과 풍향 등을  고려해 봤을 때

 

 서북쪽의 무인도나 뭐, DMZ 쪽을  더 수색해 봐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헛웃음]

 

 (창식)  이 말씀을 드릴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었는데요

 

 - 뭐야?  - (창식) 사고 당일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급하게 서둘러서  올라가야 할 곳이 있어서요

 

 올라가신다면 어딜...

 

 많이 위로?

 

 (창식)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일까 그랬는데

 

 이 친구 말을 듣고  이제 뭐, 생각을 해 보니까

 

 혹시 그 위라는 게...

 

 (수찬)  북쪽인 거지  너 왜 그 얘기를 이제야 해?

 

 딱딱 맞아떨어지네

 

 (세형)  그럼 지금 뭐, 세리가  월북이라도 했다 뭐, 그 말이에요?

 

 (창식)  아니요, 아니요

 

 [무거운 음악]  저, 절대 그런 게 아니고요

 

 그게 좀 뭔가 다가올 운명을  직감적으로 예지하셨던 것 같은데...

 

 - 됐고요  - (창식) 예, 흠

 

 - 박수찬 씨  - 예

 

 보험 금액이 커서  여러모로 걱정인 건 알고 있습니다

 

 (세형)  하지만 이런 유언비어  퍼트리고 다니는 건

 

 가족으로서 더 이상  묵과할 수가 없어요

 

 다시 이런 일이 생길 때는

 

 그땐 우리 고문 변호사랑  만나게 될 겁니다

 

 (수찬)  예?

 

 (세형)  그럼 단순히 회사 잘리는 데서  안 끝나게 될 거야, 당신

 

 (상아)  남편과 나는 오늘 여기  우리 가족 대표로 왔어요

 

 앞으로 벌어질 상황도  대비를 해야 하니까

 

 세리스초이스  재무제표 좀 봤으면 좋겠는데

 

 어디 있죠?

 

 [총성이 탕 울린다]

 

 [감탄]

 

 (천 사장)  [박수 치며]  이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닙니다

 

 남쪽에 있을 때 클레이 사격 좀 했죠

 

 [승준이 총을 철컥 장전한다]  [무거운 음악]

 

 (천 사장)  말 좀 조심하시라요

 

 그 남쪽의 '남'도  꺼내지 말라 하지 않았습니까?

 

 (승준)  천 사장님, 나한테 만 달러 줄 거예요?

 

 나한테 잔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쩝, 외교관 여권으로  신분 세탁을 했어도 여긴 조선입니다

 

 이거 들키면은 개작살 날 사람들  한둘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이고, 알았어요, 알았어, 거참  [개가 멍멍 짖는다]

 

 개가 다 짖네, 아유

 

 그렇지? 일로 와 봐, 그렇지, 자!  [개가 멍멍 짖는다]

 

 (승준)  아유, 자, 뛰어, 뛰어, 뛰어!  [천 사장이 말한다]

 

 (승준)  자, 옳지  [웃음]

 

 아, 그, 내가 잡은 꿩고기 들어간 냉면  준비해 줘요

 

 그게 들어가야 진짜 평양냉면이라며?

 

 그건...

 

 맛있겠다

 

 [시끌벅적하다]

 

 [흥미진진한 음악]

 

 (벌이꾼)  선생님, 벌이차 있습니다

 

 어디까지 갑니까?

 

 에이, 여기는 고조 전방 지구라

 

 나올 때 빈 차로 나와야 하고  못 갑니다

 

 [단이 지폐를 착착 넘긴다]

 

 아이, 아이, 돈 더 줘도 못 갑니다  길도 워낙에 험하고

 

 [익살스러운 음악]

 

 [단이 지폐를 연신 넘긴다]

 

 아이 되는데

 

 그, 좀 더 해 보시라요

 

 [지폐를 탁 모은다]

 

 타시라요

 

 [경쾌한 음악]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둥글둥글 왕감자 대홍단 감자 ♪

 

 ♪ 너무 커서 하나를 못다 먹겠죠 ♪

 

 ♪ 야하 ♪

 

 ♪ 감자 감자 왕감자 ♪

 

 ♪ 정말 정말 좋아요 ♪

 

 ♪ 못다 먹겠죠 ♪

 

 [택시 기사가 흥얼거린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새가 지저귄다]

 

 [타이어 마찰음]

 

 [차가 덜컹 멈춘다]

 

 응?

 

 [자동차 시동음]  [택시 기사의 힘주는 신음]

 

 [시동이 꺼진다]

 

 이, 와 이러네, 이거, 응?

 

 [시동이 덜덜거린다]

 

 (택시 기사)  아, 인차 곧 해 지갔는데 어카니?

 

 [택시 기사의 힘주는 신음]

 

 손전화기 필요합니까?

 

 (택시 기사)  아, 있으면 좀 달라요

 

 [택시 기사의 다급한 숨소리]

 

 [택시 기사의 힘주는 신음]  [통화 연결음]

 

 [삐삐 소리가 난다]  [택시 기사의 한숨]

 

 이건 또 왜 안 터지네, 이거

 

 응?  [휴대전화를 탁 끈다]

 

 산이라 그러네?

 

 [통화 연결음]  [초조한 숨소리]

 

 [삐 소리가 난다]  기카면 어캅니까?

 

 (택시 기사)  저기, 여기서 한 십 리만 걸어가면  마을이 있으니까네

 

 거기서 사람을  데려오는 수밖에 없갔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탁 당긴다]

 

 네, 기다리시라요

 

 [차 문이 탁 열린다]  아, 저...

 

 [택시 기사의 힘주는 신음]  [택시 기사의 한숨]

 

 [택시 기사의 다급한 신음]

 

 [차 키를 달칵 뺀다]  키를 두고 갈 뻔했습니다

 

 (단)  아...  [택시 기사의 한숨]

 

 [짜증 섞인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스톱

 

 [운전기사의 놀란 신음]

 

 (운전기사)  예?

 

 아니, 이, 차가 고장 난 것 같은데  여자 혼자 위험하잖아

 

 [흥미진진한 음악]

 

 (천 사장)  거 그냥 갑시다

 

 거 괜히 태웠다가  이상한 낌새라도 채면 어캅니까?

 

 에헤, 사람들이 인간미가 없어

 

 (승준)  백 해요, 백!

 

 (천 사장)  거, 어디까지 갑니까?

 

 전방 부대 사택 마을까지 갑니다

 

 (천 사장)  우린 거기까지 안 가는데

 

 그, 가는 데까지만 태워다 줘도  되겠습니까?

 

 에이, 삼촌

 

 그까짓 거, 저기  조금 돌아가면 되지 않갔습니까?

 

 걱정 말라요, 동무

 

 가는 데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갔습니다

 

 고맙습니다

 

 긴데 우리 어디서 보지 않았습니까?

 

 보지 않았습니다

 

 아, 낯이 익어서  [승준이 숨을 씁 들이켠다]

 

 거긴 왜 가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안 되갔습니다

 

 [천 사장과 운전기사의 웃음]

 

 그렇구나

 

 안 되는구나

 

 [시끌벅적하다]

 

 (여자3)  오마니! 만두 판매대 앞으로 오시라요!

 

 여기는 왜 가로등이 없는 거예요?

 

 (여자3)  만두 판매대 앞으로 오시라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상인6)  나머지 있시오!

 

 (세리)  영애 동지

 

 영애 동지! 어?

 

 다들 어딜 간 거야, 갑자기?

 

 어?

 

 [당황하는 숨소리]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시오

 

 (통전부 과장)  내가 좀 알아봤는데 말이오

 

 [무거운 음악]  예

 

 (통전부 과장)  최근 3년 사이에 그 나이대 여성이  11과 대상으로 들어온 경우는 없소

 

 그렇습니까?

 

 (통전부 과장)  최근에 여성 한 명이 들어오긴 했지만

 

 그 여성은 50대 후반에  나도 잘 아는 사람이고

 

 그 외엔 없소

 

 기래요? 이거 참 고맙습니다

 

 최 국장 동무 통해서  보답은 톡톡히 하갔습니다

 

 예, 기럼

 

 [한숨]

 

 [헛웃음]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 (월숙) 어, 정혁 동지!  - (옥금) 어, 정혁 동지!

 

 저, 안 그래도 찾아가려던 참인데

 

 - (정혁) 네?  - 그 약혼녀 동무 말입니다

 

 장마당에 같이 갔었는데 헤어졌습니다

 

 헤, 헤어져요?

 

 (옥금)  아니, 저, 잘 따라오더니마는

 

 자, 잠시 한눈파는 사이에  어디로 간 건지

 

 아, 날도 깜깜해지고  찾을 길도 없어서리 저...  [옥금의 놀라는 신음]

 

 지금 정혁 동지가

 

 최삼숙 동무 찾갔다고  저렇게 뛰어가는 거갔디?

 

 기렇겠지요?  [놀라는 숨소리]

 

 아니, 딴 여자한테 뜀박질해 가는데

 

 왜 내 심장은  덩달아 뜀박질하는 겁네까?

 

 [옥금의 설레는 숨소리]

 

 나대지 말라우

 

 [월숙과 옥금이 숨을 후 내뱉는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겁먹은 숨소리]

 

 (상인6)  여기 나머지 있시오  나머지 좀 사시라요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파도 소리가 들린다]

 

 [세리의 한숨]

 

 (어린 세리)  하나

 

 둘

 

 셋

 

 넷

 

 (세리)  오

 

 육

 

 (어린 세리)  여섯

 

 (세리)  칠

 

 (어린 세리)  일곱

 

 (세리)  팔

 

 구

 

 십

 

 십일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가쁜 숨소리]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정혁의 가쁜 숨소리]

 

 (승준)  여기입니까?

 

 (단)  아, 저쪽입니다

 

 (운전기사)  아, 예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세리의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정적이 흐른다]

 

 [발소리가 울린다]

 

 [감성적인 음악]

 

 [안도하는 숨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정혁)  이번엔 양초가 아니고 향초요

 

 맞소?

 

 [살짝 웃는다]

 

 맞아요

 

 [웃음]

 

 [웃음]

 

 [상자 뚜껑이 탁 닫힌다]

 

 [카메라 셔터음]

 

 [긴장하는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여기는

 

 시그리스빌 다리 위

 

 [차분한 음악]

 

 후회는 없어요

 

 (세리)  아버지

 

 큰오빠, 작은오빠

 

 그리고 엄마

 

 [울먹이며]  나 진짜 멀리 떠나요

 

 그렇다고 너무 잘 살지는 말고

 

 가끔 한 번씩은

 

 내 생각 해 주세요

 

 [훌쩍인다]

 

 [녹음기 조작음]  [숨을 씁 들이켠다]

 

 [세리의 한숨]

 

 [세리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계속 풍경 사진만 찍을 겁니까?

 

 [겁먹은 신음]

 

 (단)  정혁 동무 아버지께서  저에게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이번에 가면 꼭 둘이

 

 친해지라고

 

 아, 저, 나도 얘기는 들었소만

 

 한 번 본 사이에 친해지기가...

 

 동감입니다

 

 (단)  그래도 어른이 그리 말씀하셨으니  [세리의 겁먹은 숨소리]

 

 둘이 함께 찍은 사진 정도는  가져가야 하지 않갔습니까?

 

 맞습니다, 잠시만...

 

 [긴장하는 숨소리]

 

 (정혁)  [영어]  실례합니다

 

 (세리)  [한국어]  엄마야!

 

 [세리의 겁먹은 신음]

 

 [영어]  사진 좀 부탁해도 될까요?

 

 [가쁜 숨소리]

 

 (세리)  그래요, 카메라 주세요

 

 [세리의 겁먹은 신음]

 

 근데 여기 무서운데

 

 꼭 여기서 찍어야겠어요?

 

 [한국어]  벌써 갔어?

 

 (세리)  아, 아, 놀라라

 

 [힘겨운 신음]

 

 [떨리는 숨소리]

 

 [감성적인 음악]

 

 [새가 지저귄다]

 

 남자가 아깝다

 

 [카메라 셔터음]

 

 (세리)  혼란? 무슨 혼란? 내가?

 

 - (정혁) 난 여자가 있소  - (세리) 뭐라고요?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세리)  나 정말 모양 빠져서

 

 (명순)  삼숙 동무가 차인 겁니까?

 

 (영애)  자기 약혼녀를 두고  또다시 약혼을 했다면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그거는  모가지를 꺾어 놔야 할 사안이야

 

 (옥금)  평양 맵짠녀랑  붙어 볼 만하갔습니다

 

 약속이 생겼어요

 

 (세리)  꾸며서 납작하게 해 줄 일은 아니고요

 

 (세형)  어디서 봤는데, 세리를?

 

 (정혁)  나한테 궁금한 게 있으면  날 잡고 물어보십시오

 

 (세리)  내가 가고 나서라도  리정혁 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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