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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 7

 

 

 (광범)  빨리 내리셔야 합니다

 

 [세리의 당황한 숨소리]

 

 [총성이 요란하다]

 

 [굉음]

 

 [놀란 비명]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놀란 신음]

 

 [거친 숨소리]

 

 다친 데는?

 

 없어요, 리정혁 씨는?

 

 [힘겨운 숨소리]

 

 [총성]  [정혁의 놀란 신음]

 

 [총성]  [광범의 신음]

 

 [세리의 놀란 신음]

 

 [광범의 힘겨운 신음]

 

 [세리의 놀란 숨소리]

 

 [총성]

 

 [세리의 놀란 신음]

 

 [세리의 당황한 신음]

 

 [세리가 흐느낀다]

 

 리정혁 씨

 

 [세리의 당황한 신음]

 

 아, 안 돼, 정신 차려 봐요

 

 어떡하지?

 

 어, 리정혁 씨

 

 [광범의 힘겨운 신음]  과, 광범 씨, 괜찮아?

 

 중대장 동지, 중대장 동지  [세리의 거친 숨소리]

 

 어떡하지? 어떡해?

 

 빨리 출발해야 합니다  비행기 시간이...

 

 어, 그, 그래, 시간이 없지?

 

 과, 광범 씨, 열쇠 줘 봐  차, 차 열쇠

 

 - 예?  - 광범 씨도 다쳤잖아

 

 (세리)  그 다리로 운전 못 해

 

 빨리 열쇠 달라고! 어?

 

 저기로 나가면 병원 있어?

 

 예? 비행장 가야지 무슨 말입니까?

 

 있어, 없어!

 

 사리원시 병원이 있긴 합니다만...

 

 [무거운 음악]

 

 (광범)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단은 공항부터 가고  그다음은 저희가 알아서...

 

 알아서 하다가 저 사람 죽으면?

 

 여기서 어디로 가?

 

 빨리 말해, 시간 없어

 

 좌회전

 

 이러다 총상이 아니라  교통사고로 다 죽갔습니다

 

 [타이어 마찰음]

 

 (광범)  어카지?

 

 돌아갈라믄 한참 걸릴 텐데요

 

 [떨리는 숨소리]

 

 광범 씨

 

 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 알아?

 

 예?

 

 '매드맥스, 분노의 질주'

 

 예?

 

 [긴박한 음악]

 

 (간호사1)  혈압 70에 50, 의식 없습니다

 

 어깨에서 출혈이 심합니다

 

 출혈성 쇼크 상태야

 

 이거 심정지 오면 큰일인데

 

 가제로 압박하고 관 수축제 넣고

 

 - 즉시 수술 준비하자고  - (간호사1) 알갔습니다

 

 (광범)  세리 동무, 이제라도 가시라요

 

 서둘러 가면 비행기 뜨기 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간호사2)  환자가 출혈이 심해서 피보충할  비상용 구급 혈액이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엔 없으니  어서 구해 오시라요, 급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세리)  네?

 

 뭐, 뭐라고?

 

 구해 와? 피를? 우리가?

 

 병원에 혈액이 없는 거 같습니다

 

 아니, 그럼 어떡해  지금 사람이 다 죽어 가는데

 

 - 급하다며  - (광범) 내 피라도 주면 좋갔는데

 

 피형이 맞지 않아...

 

 피형? 혈액형?

 

 - 리정혁 씨 혈액형이 뭔데?  - (광범) O형

 

 O형? 내가 줄게, 내 거 주면 돼

 

 세리 동무!

 

 지금 안 가면 진짜 못 갑니다

 

 (감독)  보라

 

 지금부터 이름 부르는 순서대로  려권을 받아서 들어간다

 

 단, 탑승이 끝나는 대로  려권은 다시 반납할 것

 

 알갔어?

 

 (선수들)  예!

 

 - (감독) 김선숙이  - (선수1) 예!

 

 - (감독) 라영실  - (선수2) 예!

 

 - 김정순  - (선수3) 예

 

 (코치)  저, 감독 동지

 

 [의미심장한 음악]  그, 후보 선수 말입니다

 

 총정치국에서 내려온 락하산

 

 - 어, 기래  - (코치) 아직 안 왔습니다

 

 리정혁 중대장하곤  연락도 안 되고 말입니다

 

 (승준)  안 온 거 맞죠?

 

 아, 출발했다면서

 

 아, 그럼 중간에  조철강 소좌가 막은 거예요?

 

 그, 내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 양반이 일 하나는 야무지게 합니다

 

 (승준)  아니, 그러니까  야무지게 애를 어디로...

 

 어디로 빼돌린 거냐고

 

 조철강한테 빨리 연락 좀 해 보라고

 

 [긴장되는 음악]  총 맞은 자들 상태는?

 

 (부하)  총알이 급소나 뼈는 비켜 맞아서

 

 만약 일부러 그런 거라면

 

 상대의 사격술이 대단하다고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리정혁이 지금 어디 있어?

 

 (부하)  기렇지 않아도  좀 전에 5중대에 확인했는데

 

 방식상학이 있다고 해서  참관 출장 갔다고 합니다

 

 방식상학? 총참모부에서 말이가?

 

 예, 기래서 평양에 갔답니다

 

 당장 본부에 리정혁이 행처에 대해서

 

 - 수사 협조 요청하라  - (부하) 예!

 

 - 5중대의 무기 반출 대장도 압수하고  - (부하) 알갔습니다!

 

 [무거운 음악]

 

 (간호사3)  여기서 기다리시라요  [세리의 거친 숨소리]

 

 - 세리 동무  - (세리) 어, 광범 씨

 

 수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리정혁 씨네 집에  연락해야 되는 거 아닐까?

 

 중대장 동지 손전화가  못 쓰게 됐습니다

 

 [한숨]

 

 일단 알았어

 

 (세리)  광범 씨도 가서 얼른 마저 치료받아

 

 여기 내가 있을게

 

 [한숨]

 

 [세리가 훌쩍인다]

 

 [한숨]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세리)  우리 같이 한 장 찍는 건?

 

 아니...

 

 나 가고 나면 다신 볼 일 없을 텐데  기념으로

 

 기념할 이유도, 기억할 이유도  없을 거 같은데

 

 뭐야

 

 [어이없는 웃음]

 

 잘난 척이나 말든가

 

 웃겨, 진짜

 

 ♪ 어떤 아픔도 ♪

 

 [심전도계 작동음]

 

 (의사)  핀셋

 

 (간호사1)  핀셋

 

 ♪ 애써 웃는 거 다 알아 ♪

 

 (의사)  지혈 가제 흡착

 

 혈장 주입

 

 우로키나아제 정주하고  광폭 항생제 근주하라우

 

 (간호사1)  네

 

 (의사)  소독 핀셋

 

 ♪ 비록 내 품이 좁더라도 ♪

 

 [의사가 말한다]

 

 [걱정스러운 숨소리]

 

 (의사)  수술은 원만하게 잘됐습니다

 

 이 대동맥이 다치지 않았나  의심했는데

 

 천만다행히도 기건 아닙니다

 

 - 예  - (의사) 기렇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서

 

 혈압도 올라와야 하고

 

 파상풍이나 패혈증도 조심해야 하고

 

 - 네  - (의사) 무엇보다도

 

 환자의 의식 회복이 시급합니다

 

 (의사)  경과를 한번 잘 지켜보자요

 

 감사합니다

 

 ♪ 내가 안아 줄게요 ♪

 

 ♪ 편히 쉬어요 ♪

 

 리정혁 씨

 

 난 이런 거 익숙하지가 않아

 

 [무거운 음악]

 

 난 그냥...

 

 내가 나를 사랑했다가 미워했다가

 

 내가 나를 지켰다가 버렸다가 그랬지

 

 나한텐 나만 있었지  누가 있지 않았거든

 

 그래서 어색하다고, 이런 거

 

 나한테 나 말고 누가 있는 거

 

 (세리)  나랑 마주 보고

 

 내 얘기 들어 주고

 

 나 보고 웃어 주고

 

 같이 밥 먹고

 

 나랑 한 약속

 

 계약서도 없는데 끝까지 지켜 주고

 

 나 지켜 주고 그런 것들

 

 근데...

 

 당신이 그랬더라

 

 그래서 나한텐 당신이 있었더라

 

 내가 진짜

 

 웬만한 거 뭐 무섭고 그런 사람 아닌데

 

 지금 좀 무섭네

 

 리정혁 씨 어떻게 될까 봐

 

 이제 당신이

 

 나한테...

 

 웬만하지 않은 사람이 된 건가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계속된다]

 

 (교수)  정혁

 

 [독일어]  평양 너희 집에서 급한 연락이 왔다

 

 [영어]  무슨...

 

 (교수)  네 형이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빠른 귀국 요망이라는 소식이다  [무거운 음악]

 

 [덜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 시동음]

 

 [독일어]  저 피아노 아저씨 거예요?

 

 피아노 칠 줄 알아요?

 

 쳐 주세요

 

 [독일어]  어쩌면 내가 피아노를 치는 건  이제 마지막이 될 거야

 

 왜요?

 

 글쎄...

 

 내가 내 형을 위해 만든 곡이 있어

 

 네가 내 마지막 관객이 되어 줄래?

 

 [호응한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진다]

 

 [한숨]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

 

 [빗소리가 들린다]

 

 [한숨]

 

 [한숨]

 

 리정혁 씨

 

 [세리의 놀란 숨소리]

 

 잘했어, 애썼어

 

 (세리)  진짜 장하다

 

 괜찮아요?

 

 여기 왜...

 

 [기침]

 

 아직 말하지 마요

 

 (세리)  전신 마취했다 깬 거잖아, 나중에

 

 아, 지금 일어나면...

 

 일어나지 말지

 

 [세리의 놀란 신음]

 

 [세리의 당황한 숨소리]

 

 비행기를...

 

 타지 않은 거요?

 

 못 탔어, 비행기

 

 왜?

 

 그게...

 

 갈 수가 없었어요, 상황이

 

 가, 갔었어야지

 

 (세리)  그래요

 

 갔어야 했는데...

 

 그래도 갈 수가 없었다고

 

 - 내 말 좀...  - 당신 하나 보내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목숨을 걸었소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나 있소?

 

 알아요

 

 아는 사람이 아직 여기 있는 거요?

 

 이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놓고서?

 

 우릴 얼마나 궁지에 몰고

 

 얼마나 더 폐를 끼쳐야  미안함이란 걸 느낄 거요?

 

 [당황한 숨소리]

 

 리정혁 씨 마취가 덜 깼네

 

 덜 깨니까 막 본심이 나오네

 

 무조건 절대 안정이라고 했는데

 

 나 때문에 화내면 안 되니까

 

 일단 사라져 줄게

 

 나중에, 조금만 나중에 나아지고 나면  그때 화내

 

 [문이 달칵 여닫힌다]

 

 환자 깨어났습니다  좀 부탁드립니다

 

 (간호사4)  아, 그렇습니까?  당직 선생님께 연락하갔습...

 

 상처 부위도 깨끗하고  혈성 분비물도 없고

 

 (의사)  출혈이 기케 심했는데

 

 피보충을 잘해 줘서  혈압도 많이 올라갔고

 

 동무 참 운이 좋소

 

 기렇지만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면 안 되고

 

 한 보름 동안은  치료를 잘 받아야 합니다

 

 (간호사4)  애인이랑 천생연분인가 봅니다

 

 어케 피형이 딱 같아서

 

 애인이 제때 수혈 안 해 줬으면  쇼크 와서 정말 큰일날 뻔했습니다

 

 (의사)  기래, 그 여성 동무

 

 [차분한 음악]  수혈하고 기케 울면 탈진한다고

 

 내 암만 뭐라 그래도  온종일 울고 있더니 어디 갔나?

 

 안 깼을 땐 안 깼다고 기케 울더니

 

 깨나니까 또 깨났다고 울더구먼요  [의사의 웃음]

 

 (의사)  기케더랬어?

 

 아, 안정 취하시라요

 

 어디 가서 또 울고 있는 거 아니가?  [문이 달칵 여닫힌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이럴 때 진짜...

 

 확 어디를 가 버려야 되는데

 

 차도 없고

 

 (세리)  갈 데도 없고

 

 아, 구질구질해

 

 [세리의 속상한 한숨]

 

 [세리의 한숨]

 

 미쳤어요?

 

 (세리)  벌써 움직이면 어떡해!

 

 추운데 감기에 걸리고 싶소?

 

 아, 지금 누가 누구 걱정을 해요

 

 아, 당신 오늘 총 맞은 사람이에요

 

 (세리)  아, 진짜...

 

 나 잡아요, 들어가자고

 

 (정혁)  아까는...

 

 본심이 아니었소

 

 미안하오, 말을 심하게 해서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과받겠다고

 

 안 죽었잖아

 

 살아 준 게 너무 고마우니까

 

 (세리)  이 정도 용서하는 건 아무 일도 아니야

 

 나 빨리 잡아요, 얼른 들어가요, 얼른

 

 [잔잔한 음악]

 

 왜요

 

 그렇게 가고 싶어 했으면서

 

 그냥 가지

 

 [세리의 답답한 한숨]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고요

 

 (세리)  나도 한 번쯤은...

 

 리정혁 씨 지켜 줘야 됐다고

 

 그렇게 그윽하게 보지 마요

 

 오해가 있나 본데

 

 - 그냥 본 거요  - (세리) 아닌데

 

 방금 아주 잠깐이었지만  엄청 그윽했는데?

 

 봐, 지금도  계속 그윽하게 보고 있는데?

 

 ♪ I’m still and I’m here ♪

 

 ♪ 이렇게라도 널 담을게 ♪

 

 ♪ 우리 서로 밀어내더라도 ♪

 

 ♪ 그 때문에 더 깊이 새겨져 ♪

 

 ♪ 여기 또 거기 ♪

 

 ♪ 다른 하늘이라도 ♪

 

 ♪ And I'm still, I'm here ♪

 

 [무거운 음악]

 

 [한숨]

 

 (부하)  아무래도 총격전을 벌인 게  그자가 확실해 보입니다

 

 아직까지 부대 복귀를 못 한 거 보면  십중팔구는 부상이다

 

 지금부터 부대 교환대

 

 - 전원 비상 대기 상태 들어간다  - (부하) 예!

 

 (철강)  총격전이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반경 20km 이내에 있는  모든 병원에 확인 전화 넣어라

 

 도, 시, 군은 물론 리 단위 병원과  진료소들까지 모조리

 

 (부하)  알갔습니다!

 

 [교환수들이 저마다 전화한다]

 

 송림시 인민 병원 구급소생과입니까?

 

 (교환수1)  그곳에 527 군부대 대위  리정혁이라고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교환수2)  네, 알겠습니다

 

 (교환수3)  527 군부대 대위  리정혁이라고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풍덕리 인민 병원입니까?

 

 여기는 527 군부대입니다

 

 왜 이케 전화를 받지 않니?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통화 연결음]

 

 [한숨]

 

 [안내 음성]  지금 찾고 있는 가입자는  응답하지 않습니다

 

 [통화 종료음]

 

 뭐야, 계속 안 받아?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찾고 있는 가입자는  응답하지 않습니다

 

 어, 어떻게 됐어요?  조철강 만났어?  [문이 탁 닫힌다]

 

 (천 사장)  예, 어휴

 

 윤세리 어디 있대요?

 

 거, 조 소좌도 모른답니다

 

 뭔 소리예요

 

 거, 공항 못 가게 하려고  트럭 부대를 동원했는데

 

 트럭 부대?  뭐, 그런 부대도 있어?

 

 에이, 그런 부대는 없지

 

 (천 사장)  다 조철강이가 사적으로  돈 써서 움직이는 애들이니까네

 

 아, 뭐, 뭐야, 뭐, 그래서 뭐

 

 교통사고라도 냈다고?

 

 - (승준) 뭐, 트럭으로?  - 예

 

 [긴장되는 음악]

 

 근데 그, 윤세리가 사라졌다지 뭡니까

 

 근데 사라져?

 

 (천 사장)  그건 뭐, 조 소좌 쪽에서 찾고 있다니  곧 찾갔지

 

 아니, 그렇다고 사고를 내면 어떡해  사람 다치면 어쩌려고!

 

 아이...

 

 거, 우리 목적은 윤세리가 어케든

 

 남조선에 못 돌아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 그래서

 

 뭐, 죽었어도 상관없다고?

 

 상관없는 줄 알았는데

 

 거, 바쁘갔습니다

 

 뭐가요

 

 사기꾼 주제에 인간 노릇까지 할라니

 

 (천 사장)  거, 바쁘갔지

 

 [새가 짹짹 지저귄다]

 

 [닭 울음이 들려온다]

 

 (옥금)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흥미진진한 음악]

 

 저거이 누굽네까?

 

 저거이 그때 왕싸가지입니다

 

 [영애의 헛웃음]

 

 (영애)  삼숙 동무가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하는구나

 

 아주 제가 눈물을 쏙 빼 주갔습니다

 

 그 엄마 인상을 보아하니  눈물까지는 어렵갔고

 

 (옥금)  기러믄요?

 

 존대하는 마음이 우러나올 정도까지만

 

 (명은)  여기 인민반장이 있다고 하던데

 

 (옥금)  어머나? 다짜고짜 반말을 합네다

 

 [월숙의 어이없는 신음]

 

 난데, 누구신가?

 

 아...

 

 나는 여기 전방 부대

 

 (명은)  리정혁 대위의  정혼녀의 엄마 되는 사람인데

 

 여기 살림집 하나를  구할까 해서 말이지

 

 안 되갔는데?

 

 [헛웃음]  [흥미진진한 음악]

 

 왜 안 되는 건데?

 

 마땅한 집이 없으니까  안 된다는 거 아니간?

 

 (명은)  저 마을 입구에 고층 살림집  텅텅 비었다고 내가 다 듣고 왔어

 

 기라고

 

 나이도 나보다 한참 아래 같은데  말이 왜 이케 짧아?

 

 [헛웃음]

 

 (단)  그만하고 가자요  딴 데 가서 알아보면 돼

 

 - 놔 보라  - (단) 안 잡았어

 

 [월숙과 옥금이 킥킥거린다]

 

 아니, 암만 교양이 없어도 그렇지  진짜 오 마이 갓 아니네?

 

 (명은)  처음 온 사람한테 카인들리하게  대하지 못할망정

 

 이 애티튜드는 뭐란 말이야? 응?

 

 알아듣게 말하라

 

 (영애)  왜케 시끄럽네!

 

 [당당한 음악]

 

 누구야, 또

 

 (영애)  나는 리정혁 동지 부대의  최고 지도자인

 

 대좌 안사람 되오만

 

 (명은)  귀한 분을 이런 길바닥에서 뵙습니다

 

 단아, 뭐 하니? 인사 안 드리니?

 

 [닭 울음]

 

 [황당한 숨소리]

 

 이러지들 마시고  어디 가서 단물 한잔씩 하시면서

 

 대화의 물꼬를  평화롭게 터 보는 것이 어떻갔습니까?

 

 단물은 됐고

 

 살림집이 왜 필요한지나 말하라요

 

 [명은의 웃음]

 

 우리 딸이 리정혁 대위하고  곧 결혼을 하게 돼서

 

 신혼집을 구하러 왔지요

 

 사정은 알갔소, 기렇지만...

 

 아 참!

 

 내 정신 좀 보라

 

 (명은)  사실 내가  평양에서 백화점을 운영합니다

 

 기래서 그런가?

 

 [익살스러운 음악]

 

 이런 게 자꾸 가방에 있네, 무겁게

 

 다음번에 올 땐 더 필요한 것들로

 

 더 많이 챙겨 오갔습니다

 

 [명은이 가방을 뒤적인다]

 

 [작은 소리로]  특별히 하나 더

 

 여기가 우리 고모 집이라서  내가 아주 잘 압니다, 예

 

 (월숙)  한번 올라가 보시라요, 예

 

 예, 예

 

 역시 결혼은  집안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흥미진진한 음악]  [옥금의 멋쩍은 웃음]

 

 뭐, 부모 말 잘 들어서 나쁠 거는 없지  대체적으로다가

 

 기렇지요? 예

 

 인생 경험적으로 기래

 

 - (월숙) 기렇죠, 경험적으로  - (옥금) 기렇죠, 기렇죠, 예

 

 (월숙)  가시죠, 예

 

 (옥금)  이 고층 살림집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전 세대 탁 트인 산림 조망권 확보!

 

 (월숙)  지리적으로 여기가 배산수산이죠, 예

 

 - (영애) 배임산수  - (월숙) 아, 내 정신 좀 보라

 

 (옥금)  마을의 모든 핵심 시설들이  도보로 단 5분!

 

 아, 감사합네다, 이쪽으로 오시라요

 

 (월숙)  하, 두 개를 받았구나, 야

 

 어서 오시라요

 

 (운전공)  몇 층 갑니까?

 

 - (월숙) 운전공 동무, 5층 부탁하오  - (운전공) 예

 

 (월숙)  층수도 참 적당하지요?

 

 [엘리베이터가 탁 멈춘다]

 

 (명은)  이거이...

 

 이케 자주 멈춥니까?

 

 (월숙)  아...

 

 내가 이래서 적당한 층수다 한 겁니다

 

 내가 아는 사람은 17층 사는데

 

 정전되면 다시 걸어 올라갈 일이  암담하다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  잠을 청하곤 했다지 뭡니까

 

 (영애)  기렇지, 야, 17층이면 암담하지

 

 - (월숙) 기렇죠  - (옥금) 기렇죠

 

 (옥금)  5층이면 걸어 올라갈 만합네다

 

 (운전공)  자, 자, 작은 힘들을 좀 보태시자요

 

 - (월숙) 그러자요  - (옥금) 걱정 마시라요, 응

 

 [운전공의 힘주는 신음]

 

 [옥금의 힘주는 신음]

 

 (운전공)  올라오시라요

 

 (월숙)  [힘주며]  아유, 이거 부드럽게 열리는구나, 아주

 

 (옥금)  여기, 여기 잡으시라요

 

 오시라요

 

 아, 걱정하지 마시라요

 

 - (운전공) 어여 오시라요  - (옥금) 아유, 자, 자, 자, 자, 자

 

 [옥금의 힘주는 신음]  (운전공)  자, 오시라요

 

 (월숙)  이 구라파 풍의 벽지를 보시라요

 

 고급의 극치지 않습니까?  [영애의 탄성]

 

 (영애)  이야, 집주인이  평양예술대학 출신이라 그런지

 

 집이 정말 예술이구나, 야

 

 - 예  - (영애) 어?

 

 아이고, 이거이 그 유명한  쑹 냉장고 아닙니까?

 

 (명은)  적당하니 좋습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월숙)  세로로 책을 꽂기에 딱 좋지요, 응

 

 요 아래 칸에는 옷을 넣고요, 응

 

 (옥금)  전기가 왔다 갔다 해서리

 

 냉동기는 주로 저렇게  장식용으로 사용합네다

 

 (영애)  정말 정리 정돈이 잘돼 있구나  [명은의 못마땅한 한숨]

 

 - (옥금) 기렇죠?  - (월숙) 네

 

 [염소 울음]

 

 [반가운 숨소리]

 

 아이고야, 너 내가 새끼 때 보냈는데  [영애의 웃음]

 

 - 아니, 여기서 염소를 키우는 겁니까?  - (영애) 많이 컸구나, 야

 

 친환경적인 공간 활용이디요

 

 (옥금)  평양에선 아마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옥금의 웃음]  (월숙)  저거이 우리 고모가

 

 아들 대학 가면  잔치하갔다고 키우고 있는데

 

 내가 봤을 때 그 새끼는 공부는 텄어

 

 - 아이고, 어캅니까?  - 아유, 야

 

 공부는 부모 마음대로 안 돼

 

 - (옥금) 기렇지요?  - (월숙) 그 새끼는 처맞아지요, 응

 

 [염소 울음]

 

 딱 잡아먹기 좋은데

 

 [닭 울음]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옥금의 의아한 신음]  (단)  아...

 

 닭도 여, 여, 여기서 키웁니까?

 

 (옥금)  우린 다 내밈대에서 닭을 키우는데?

 

 기렇담 평양에선  어데서 닭을 키운단 말입니까?

 

 아이고야, 닭알이구나, 야

 

 수고했어

 

 [옥금의 힘주는 신음]

 

 - (단) 엄마  - (명은) 응?

 

 - 집 구경 계속할 겁니까?  - 어, 왜?

 

 난 정혁 동무한테 가 보려고 해요

 

 (명은)  어, 어, 어, 기래기래  [닭 울음]

 

 [단과 명은의 비명]  [옥금의 놀란 탄성]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찾고 있는 가입자는  응답하지 않습니다

 

 [한숨]

 

 진짜 뭔 일 난 거 아니야?

 

 (승준)  뭐야, 여긴 또 왜 왔대?

 

 [승준의 의아한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단)  [놀라며]  엄마야

 

 아, 뭐, 뭡니까?

 

 그러게요, 뭡니까, 서단 씨?

 

 (승준)  아, 맞다

 

 그때 차 얻어 탔을 때도  이 동네 왔었죠?

 

 여기 왜 또 왔어요?

 

 내 약혼자 집입니다

 

 약혼자? 여기가?

 

 왜 그럽니까?

 

 아, 아니요

 

 아, 내가 이 집이라면 나도 좀 알아서

 

 리정혁 동무를 안단 말입니까?

 

 아, 그렇죠, 미스터 리

 

 아, 나도 지금 기다리는 중인데  없어요, 집에

 

 (승준)  어, 괜찮으면  내 차에서 같이 기다려요, 추워

 

 아...

 

 푸는 게 나아요

 

 아까

 

 묶는 거보다 푸는 게 이쁘다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 모르갔군요

 

 모르지 않을 텐데?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헛웃음]

 

 (간호사4)  어, 열은 없는데

 

 왜 이케 얼굴이 빨갛습니까?

 

 아닌데

 

 (간호사4)  빨갛습니다

 

 뭐, 못 볼 거라도 봤습니까?

 

 하긴, 못 볼 건 내가 봤지

 

 (간호사4)  오늘 새벽에 말입니다

 

 요 앞에서 깜깜한데 누가 입맞춤을  아주 찐하게 하고 있지 뭡니까

 

 [혈압 측정기 조작음]

 

 아, 말세지, 말세

 

 아니, 기 새벽에  기게 무슨 망측한 짓이야

 

 (세리)  뭐, 다들 잘 때니까

 

 아니, 다들 잘 때 지들도 잘 것이지

 

 (간호사4) 왜 비 오는데 기어 나와서  그 난리냔 말이지요

 

 기케까지 난리는 아니었을 텐데

 

 아니, 목격한 사람이 난리라는데  뭘 안다고 그럽니까?

 

 어? 갑자기 혈압이 왜 이케 높아지지?

 

 맥도 너무 빨리 뛰는데

 

 일없소

 

 일없긴요, 절대 안정이 중요하댔는데

 

 (간호사4)  담당 선생님께 말씀드리갔습니다

 

 (간호사4)  동무

 

 - 응?  - (세리) 응?

 

 뭐라고 했소?

 

 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 아무 말 안 했군

 

 응, 안 했어요

 

 긴데 아까부터 뭘 하고 있소?

 

 리정혁 씨 옷 구멍 났잖아

 

 총 맞아서

 

 (세리)  내가 피 묻은 거 세탁했거든

 

 예쁘게 꿰매 줄게요

 

 (세리) 이래 봬도 내가

 

 아시아의 패션계를 아주 그냥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이라고

 

 [세리의 한숨]

 

 [옷을 툭 내려놓는다]  자, 우리한텐 세 가지 옵션이 있어요

 

 (세리) 첫째

 

 어제 일은 없었던 걸로 하고  이전처럼 행동한다

 

 둘째

 

 어제 일을 서로에게 내색하지 않고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

 

 같은 말 아닌가?

 

 미세하게 달라요

 

 셋째는?

 

 쯧, 솔직히 우리가 무슨 고딩도 아니고

 

 뭐, 이 정도 일에  서로에게 부담 주지 않는다

 

 이것도 미세하게 다른 거요?

 

 다르지

 

 셋째로 합시다

 

 [흥미로운 음악]

 

 세 번째 걸로 하자고?

 

 기캅시다

 

 부담스러웠나 봐요? 어제 일이?

 

 아니, 나는 고르라고 해서...

 

 응, 그랬지, 내가 그랬어

 

 아니, 잘 골랐어요, 잘 골랐는데

 

 어쨌든 부담스럽긴 했단 거잖아?

 

 (세리)  하긴, 어제 총 맞았지

 

 수술받았지, 마취 덜 깼지

 

 비는 막 오지

 

 나는 엉엉 울지

 

 쯧, 뭐, 그러니까 얼결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 아니...  - 부담 갖지 마요

 

 (세리)  나 그런 거 제일 싫어해

 

 뭐, 이 정도 스킨십에  의미 부여하고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피차 쿨하게 해요

 

 [실을 탁 끊는다]

 

 [세리의 한숨]

 

 [반짇고리를 탁 닫으며]  반짇고리 돌려주고 와야겠다

 

 [문이 철컥 닫힌다]

 

 [의아한 숨소리]

 

 (은동)  세리 동무!

 

 [은동의 반가운 탄성]  [세리의 놀란 신음]

 

 너희 어떻게 온 거야?

 

 어케 오긴, 비보를 듣고 왔지

 

 핑계 대고 나오느라  이따 진지 보수용 시멘트 사 가야 돼

 

 (은동)  중대장 동지는 많이 안 다쳤습니까?

 

 아, 나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세리)  지금은 괜찮아, 걱정 마

 

 (치수)  더 큰 비보는  네가 또 안 떠났다는 거야

 

 우리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지

 

 그래도 사관장 동지가

 

 소식 듣고 세리 동무 걱정  엄청 했습니다

 

 진짜야?

 

 치, 걱정은 뭐...

 

 (주먹)  아, 이거, 먹을 것 좀 사 왔습니다

 

 어, 그러게  여기 병원에선 밥만 주더라?

 

 반찬을 안 줘, 만들어 먹으래

 

 그래서 내가 아까 이것저것 사다가  도시락 만들었잖아

 

 도시락이 뭐이가?

 

 곽밥 말입니다

 

 아...

 

 - 기거를 니가 직접?  - 어

 

 (치수)  기거를 거, 아픈 사람한테 먹였다고?

 

 그래

 

 (치수)  이야, 이거는 뭐...

 

 곽밥, 아니, 도시락 폭탄이  따로 없었갔구나

 

 가자

 

 [헛기침하며]  이야...

 

 먹는 사람 생각도 하면서 좀 만들라우

 

 (세리)  어? 그새 잠들었네?

 

 좀 전까지 깨어 있었는데  [문이 달칵 닫힌다]

 

 (은동)  중대장 동지 안색이 많이 창백합니다

 

 (주먹)  회복되고 있는 거 맞습니까?

 

 (치수)  그, 기세가 당당하던 사람도  이케 누워 있으니

 

 부대에서 볼 때랑  인물이 좀 다른 거 같지 않니?

 

 다르긴 뭘 달라

 

 기렇잖니

 

 (치수)  어쩌다 총은 맞아 가지고

 

 평상시에 날랜 척이나 말지, 쯧  [익살스러운 음악]

 

 기런 말 마십시오

 

 누워 있는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갔습니까?

 

 창피하갔지

 

 - 야  - 작전 중에 총에 맞아 버렸으니

 

 (세리)  여태 뭐 들었니?

 

 나 지키다 그런 거라고

 

 나 대신에 총에 맞은 거라고

 

 쩝, 못 피했을 수도...

 

 - (주먹) 아...  - (은동) 아...

 

 (치수)  대신 맞았다기보다는

 

 대위 동지는 어케든 피하려고 했는데  총알이 너무 빨라서

 

 못 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지

 

 솔직히 우리끼린 다 알잖니

 

 영화도 아니고

 

 총알이라는 게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아

 

 [한숨]

 

 오늘 와 줘서 고마웠다

 

 이제 이만 가 봐도 될 거 같은데?

 

 - 야, 기래도 어렵게 문병 온 건데  - (세리) 어, 가방 주고

 

 (치수)  탄산 단물 같은 거 없냐?

 

 (세리)  어, 단물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라고

 

 (치수)  야, 야, 야, 밀지, 밀지 마라우

 

 (주먹)  그럼 수고하시라요

 

 - (은동) 또 오갔습니다  - (세리) 그래

 

 (세리)  잘 가, 안녕

 

 [세리가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눈 떠요

 

 (세리)  뭘 자는 척을 해, 완전 발 연기

 

 - 갔소?  - 갔지, 그럼

 

 기냥 중대원들 보기가 미안해서...

 

 말해 봐요

 

 (세리)  못 피한 거예요?

 

 [헛웃음]

 

 [정혁의 아파하는 탄성]  못 피한 거냐고

 

 [한숨]

 

 안 피한 거지

 

 왜?

 

 내가 피했다면 당신이 맞았을 테니까

 

 [한숨]  [잔잔한 음악]

 

 감동이긴 하네, 영화 같고

 

 (세리)  근데 앞으론 그러지 마요

 

 뭐, 설마 또  그런 상황이 생기진 않겠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 하더라도

 

 멋있는 척하지 말고 꼭 피하라고

 

 당신도 그러지 마오

 

 (정혁)  만약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나 때문에 못 가지 말고 기냥 가시오

 

 암튼 한마디도 안 져요

 

 (정혁)  진심이오

 

 어쩌면 벌써 서울로 돌아갔을 수도  있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

 

 내 마음이 좋질 않소

 

 (세리)  내가 설마 대안도 없이 그랬을까?

 

 구승준이 우리 집에  내 소식 전해 주기로 했어요

 

 아마 지금쯤 나 살아 있다는 거  전해 줬을 거야

 

 [짜증 섞인 신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게임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휴, 추워

 

 (승준)  그 게임 이름이 뭐예요?

 

 '소년 장수'

 

 재밌어요?

 

 나 한 번만 해 볼게요

 

 서단 씨 몇 살?

 

 어유, 치사해

 

 그 게임 이름 뭐라고?  그거 내가 깔면 되지, 뭐

 

 못 깝니다

 

 왜 못 깔아? 앱 스토어 가서 깔면 되지

 

 여기 손전화엔 기딴 거 없습니다

 

 나중에 평양 가면

 

 앱 장마당이란 곳을 찾아가서  깔아 달라고 하라요

 

 앱 뭐요?

 

 앱 장마당

 

 평양 봉사 시장 가서 찾아보십시오

 

 헐

 

 앱을 진짜 시장 가서 사라고요?

 

 같은 걸 몇 번 물어봅니까?  집중 좀 하자요, 쯧

 

 아니...  지금 약혼자 기다리는 거 아니었나?

 

 (승준)  전화도 안 받고 집에도 안 오는데  걱정도 안 되나 봐

 

 지금 게임에 집중할 때예요?

 

 기케까지 집중한 건 아닙니다

 

 배 안 고파요? 난 고픈데

 

 어디 가서 국수라도 한 그릇씩  먹고 기다리는 건 어때요?

 

 국수는 무슨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단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승준)  근데요, 약혼자는 어떻게 만난 거예요?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진 혼처입니다

 

 아, 정략결혼?

 

 (단)  응

 

 날도 잡았고?

 

 다음 달

 

 근데 약혼자는  딴 여자랑 막 호텔 가 있고?

 

 기런 거 아닙니다

 

 방도 따로따로 잡았고  모든 걸 따로따로

 

 그 여성하곤  비밀 작전 수행 중이란 말입니다

 

 고백은 받았고?

 

 고백은...

 

 뭐, 곧 결혼할 건데

 

 이거 봐, 이거 봐, 이거 봐

 

 (승준)  내가 저번에 옥상에서 그랬지?

 

 내가 가르쳐 줄 게 좀 있는 거 같다고

 

 자, 잘 들어 봐 봐요

 

 이런 말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서단 씨랑 약혼자는  절대 설레기가 힘들어

 

 - (단) 왜?  - 끝이 정해져 있잖아, 결혼으로

 

 기거이 뭐!

 

 갑자기 반말을...

 

 암튼 사람이 설레는 건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를 때거든

 

 [잔잔한 음악]  (승준)  우리가 계속 만날지 헤어질지

 

 고백을 했다 까일지 해피 엔딩이 될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어야  막 궁금하고 생각나고

 

 초조하고 심장 쪼이고 미치겠고 막  설레지

 

 날을 잡았으니까 안 설렌다?

 

 마음을 안 잡고  날부터 잡으니까 안 설렌다

 

 [헛웃음]

 

 (단)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여기 소주 달라요

 

 (주인)  예

 

 (승준)  다들 날 잡고 싶어 가지고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고백하고 싸우고  밤새 잠 못 자고

 

 헤어졌다 다시 달려가고  이 생쇼를 하는 건데

 

 날을 잡아 버렸잖아

 

 할 게 없잖아

 

 두근거리질 않잖아

 

 이게 정략결혼의 폐해라니까?

 

 뭐 이케 잘 알아?

 

 [뚜껑이 딱 떨어진다]

 

 (승준)  나도 할 뻔했거든, 정략결혼

 

 [승준이 술을 졸졸 따른다]

 

 근데 깨졌지

 

 깨지고 나니까  그때부터 두근거리더라고

 

 자꾸 생각나고, 그 여자가

 

 [문이 탁 닫힌다]

 

 (간호사4)  소등하갔습니다

 

 [달칵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세리의 힘주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또 거기서 자겠다는 거요?

 

 그럼?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와 추울 거요

 

 여기서 자시오

 

 그럴까, 그럼?

 

 여기가 좀 춥긴 해  나 어제 입 돌아갈 뻔했잖아

 

 뭐 해요, 지금?

 

 여기서 자라고, 나는 저기서...

 

 그럼 리정혁 씨도 추울 거 아니야

 

 나야 뭐, 동계 훈련 때 땅 파고  자고 기래도 까딱없던 사람인데

 

 이깟 추위쯤 문제 되지 않소

 

 아, 지금 훈련할 때랑 같아?  지금은 환자잖아

 

 여길 같이 쓰자고?

 

 부담 갖지 말고

 

 내 침대요

 

 내가 늘 얘기하죠?

 

 서로 선만 딱딱 잘 지키면  전쟁 날 일 없다고

 

 (정혁)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아파하는 신음]

 

 [정혁의 아파하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자요?

 

 (세리)  벌써?

 

 치...

 

 이 와중에 잠이 오나 봐

 

 [한숨]

 

 [감성적인 음악]

 

 ♪ 지나가는 길에 보인 ♪

 

 ♪ 나의 한 뼘보다 작은 꽃에  눈이 가듯 ♪

 

 ♪ 너의 작은 흔들림에 마음이 가 ♪

 

 ♪ 비 오면 떨어질까  눈 오면 얼어질까 ♪

 

 ♪ So I’m worried about you  And I’m worried about you ♪

 

 ♪ 그런 예쁜 말 익숙하지 않아 ♪

 

 ♪ 단 한 번도 네게  해 준 적은 없지만 ♪

 

 ♪ 이 순간이 참 행복하다면 ♪

 

 ♪ 그대가 있어서겠죠 ♪

 

 ♪ Always  잊지 마요 내가 있다는 걸 ♪

 

 리정혁입니다

 

 있습니까? 확실합니까, 총상 환자?  [긴장되는 음악]

 

 - (철강) 사리원시 인민 병원?  - (부하) 예

 

 (부하)  함께 입원한 하사 이름만  등록을 해 놔서

 

 파악이 좀 늦어졌습니다

 

 (철강)  병원 보위원에게 연락하라

 

 - 도착할 때까지 잘 감시하고 있으라고  - (부하) 알갔습니다!

 

 [못마땅한 신음]

 

 [동전을 댕그랑 넣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세리)  승준 씨?

 

 윤세리?

 

 야, 나, 나 안 그래도 미스터 리한테  진짜 여러 번 연락했어

 

 너...

 

 괜찮아?

 

 지난번에 내가 부탁했던 거 있잖아

 

 우리 아버지한테  내 소식 전해 달라고 했던 거

 

 그거 어떻게 됐나 하고, 전했어?

 

 (승준)  어, 내가 그거 때문에  여러 번 연락한 거였어, 그...

 

 아, 전화로 이럴 게 아니고

 

 너 어디야? 내가 갈게

 

 어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긴장되는 음악]

 

 [놀란 숨소리]

 

 [문이 벽에 탁 부딪친다]

 

 여기 있었구먼, 리정혁 중대장

 

 (철강)  기것도 모르고 우린 한참을 찾았어

 

 수술 때문에 경황이 없어  부대 보고가 늦었습니다

 

 (철강)  기래

 

 동무가 병원에  신상을 늦게 제출하는 바람에

 

 우리도 파악이 늦어졌어

 

 달라

 

 다들 나가 있으라

 

 [의미심장한 음악]

 

 5중대 무기 반출 대장이야

 

 거기 있는 수표 동무 거 맞디?

 

 예

 

 9밀리 자동 보총

 

 (철강)  전투 정량분 탄약

 

 유탄 발사기까지 반출을 했어

 

 어디 전쟁이라도 하러 가셨댔나?

 

 동무가 반출한 탄환이

 

 어제 사리원 근처에서

 

 우리 공병 부대원들을 공격한 탄환과  같은 종류야

 

 이거이 무슨 말일까?

 

 제가 쐈다는 얘기디요

 

 [헛웃음]

 

 동무가 남조선 간첩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공병 부대원들에게  총을 쐈다 이 말이지?

 

 간첩이 아니고

 

 내 여자가 탄 차를 보호하기 위해서

 

 고의로 충돌 사고를 내려는 자들에게  총을 쏜 것뿐입니다

 

 고의?

 

 기걸 어케 확신해?

 

 근거라도 있네?

 

 [헛웃음 치며]  소좌 동지는 뭘 근거로

 

 그 동무가 간첩이라고 확신하십니까?

 

 기거야...

 

 통전부 제3과장이 기케 말했습니까?

 

 (명석)  참, 정혁아

 

 일전에 네가 부탁했던 거 말이야

 

 알아보니까 조철강 소좌와  내통했던 최 국장이

 

 통전부 제3과장이랑  둘을 연결시켜 줬더구나

 

 [긴장되는 음악]  11과 대상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 기랬다던데

 

 너 혹시 무슨 일 있는 거네?

 

 비밀 관리 대상 제3조 2항엔

 

 '11과 대상 중에서도'

 

 (정혁)  '특별 관리 대상에 속하는  대상에 대해선'

 

 '개인적인 신상 정보 확인 시  반드시 건당 방침이나'

 

 '제의서를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  라고 돼 있디요

 

 기케 한 겁니까?

 

 전수 조사 의뢰해도 되갔습니까?

 

 리정혁 동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가 본데

 

 (철강)  어디 보위부 조사실에 가서도  기케 할 말 다 하는지 가 보자요

 

 하사!

 

 리정혁이 긴급 체포하라

 

 (충렬)  총상 수술 받은 환자를 끌고 갈 만큼  급박한 사안인 거가?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간호사1)  엄마야, 이게 다 무슨 일이니

 

 보위 사령부에서 들이닥치질 않나

 

 그, 총정치국장이 오질 않나

 

 아주 하루의 시작이  흥미진진하구나, 야

 

 우리 병원에 총정치국장 아들이  입원해 있단 소문이 있어

 

 (간호사1)  나도 들었어

 

 구급소생실 실려 온 총상 환자

 

 아, 그, 키 크고 잘생긴?

 

 (간호사1)  그 동무가 총정치국장 아들이래

 

 [헛기침하며]  다들 있어 보라

 

 내가 총정치국장 집에 시집을 가서

 

 (간호사2)  우리 병원의 경제에 결정적 전환과  눈부신 부흥을 일으켜 보갔어

 

 그, 여자가 있는 거 같던데

 

 (간호사2)  야, 야, 문지기 있다고 골 못 넣간?

 

 - (간호사1) 못 넣는다  - (간호사2) 에잇

 

 (명은)  단아, 그, 정혁이가 몇 호실이라고?

 

 [흥미진진한 음악]

 

 [세리의 다급한 숨소리]

 

 [명은의 거친 숨소리]

 

 - 뭐 합니까? 누굽니까?  - 쉿

 

 아니, 누구길래...

 

 방탄소년단

 

 너 BTS 뮤직비디오 보는 거  내가 다 봤거든?

 

 - 미안합니다  - 응, 아니야, 내가 미안해

 

 조용히 가자, 응?

 

 (충렬)  네가 추천한 아무개를 후보 선수로

 

 비행기 타게만 해 달라 그러지 않았니

 

 기런데 와 보위 사령부에서  널 체포해 가려고까지 한 거가!

 

 여보

 

 [발끈하며]  당장 이유 말 못 하갔어?

 

 (윤희)  [한숨 쉬며]  일단은 그만하시라요, 나중에

 

 당신은 끼어들지 말라우!

 

 대체 무슨 위험한 일을  벌이고 있는 거가?

 

 (충렬)  너 하나 까딱 잘못하면

 

 기거 트집 잡아 날 깨부수려는 자들이  사방에 널렸어, 야!

 

 아휴, 이 하나 남은 아들이라는 녀석이

 

 내가 왜 못 끼어듭니까, 내 아들 일에!

 

 총에 맞았습니다  죽을 뻔했다 말입니다

 

 당신 하나 남은 아들이

 

 (윤희)  부모를 장례식장으로 불러들이지 않고  병실로 불러들였으니

 

 얼마나 고맙습니까?

 

 살아 있어 주니 얼마나 기특합니까?

 

 상한 덴 없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위로는 못 해 줄망정

 

 왜 자꾸 몰아세웁니까?

 

 당신이 보위부원입니까?  아버지입니까?

 

 [속상한 숨소리]

 

 (명은)  정혁아!

 

 [문이 달칵 열린다]

 

 아이고, 아이고, 정혁아

 

 어디 보자, 어디 보자

 

 [명은의 걱정하는 신음]

 

 아휴...

 

 일단 사지는 오케이구나

 

 아이고...

 

 아니,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총상이라니

 

 이거 우리 정혁이  계속 군인 시켜도 되는 겁니까?

 

 엄마, 지금 하시려는 말이 뭐든  안 하는 게 좋갔...

 

 나중에 더 큰 일 생기기 전에

 

 진로를 바꾸는 거 어케 생각하십니까?

 

 (명은)  우리 집안에 과부는 저 하나로  댓츠 이너프, 충분합니다

 

 정혁이는 애초에 예체능 아니었습니까?

 

 다행스럽게도 인민 배우였던  어머니를 닮아 가지고

 

 비주얼도 수려하고  예술적인 피도 타고났고

 

 애초에 난 그 점이 좋아서

 

 첫째 아드님 말고 둘째 아드님과의  혼인을 밀어붙였던 거인데

 

 엄마, 좀!

 

 (단)  미안합니다

 

 어머니도 소식 받고  많이 놀라서 이러십니다

 

 아, 예, 아유, 진짜 식겁했습니다

 

 [명은의 걱정하는 신음]  (정혁)  모두에게 폐를 끼쳤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보다시피 수술도 잘됐고

 

 회복만 잘하면 되니까 염려들 마십시오

 

 [긴장되는 음악]

 

 가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세리)  고마웠다, 앉아, 너

 

 기런데 언니  서울말 왜케 잘합니까?

 

 [여자1의 헛기침]

 

 [어색한 서울말로]  난 늘 드라마 보고 따라는 하는데요  잘 안돼요

 

 어, 뭐, 그냥 말이란 게  많이 듣고 많이 하다 보면

 

 아, 역시

 

 기본에 충실한 게 비법이구먼요

 

 언니, 난 평양 최고의 아미  현민지라고 합니다

 

 어, 그래, 반갑다

 

 기런데 언니는 최애가 누굽니까?

 

 - 어?  - 난 전정국

 

 매력 쩝니다  언니는요? 최애가 누굽니까?

 

 나는...

 

 리정혁

 

 예?

 

 [익살스러운 음악]  매력 쩔어, 진짜

 

 내 최애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안녕

 

 안녕

 

 쩐다

 

 여기 간병하는 사람은  따로 있나 봅니다

 

 누굽니까?

 

 동무가 짐작하는 그 사람이오

 

 함께 작전 중인 동료라더니

 

 동료가 간병도 합니까?

 

 서단 동무

 

 해야 할 말이 있소

 

 (정혁)  처음부터 속일 마음은 아니었지만

 

 속이게 되었소

 

 뭘 말입니까?

 

 난 그 여자가...

 

 좋소

 

 [잔잔한 음악]

 

 좋아하고 있소

 

 속였다고 생각합니까?

 

 (단)  아닙니다

 

 내가 속지 않았으니 속인 건 아닙니다

 

 속은 적 없습니다

 

 동무를 좋아하지 않은 채로  결혼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소

 

 (정혁)  기렇지만 다른 사람을 좋아한 채로

 

 결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오

 

 곧 떠날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 맞소  - 바로 그게 이유입니다

 

 모르갔습니까?

 

 (단)  곧 떠날 사람이라서  헤어지는 게 안타깝고

 

 다신 못 볼까 봐 두렵고

 

 기래서 두근거리고 기런 겁니다

 

 기거를 사랑으로 착각하는 겁니다

 

 착각이 아니...

 

 우리가 무미건조한 이유는  날을 잡아서고요

 

 두근거리질 않는 거지

 

 정략결혼의 폐해입니다, 이게 바로

 

 저기, 동무, 이게 다 무슨 소리...

 

 어쨌든

 

 우리 결혼이 변동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동무가 좋습니까?

 

 좋아하시라요

 

 떠나면 다 사라질 겁니다, 기런 마음

 

 [문이 철컥 여닫힌다]

 

 다 사라져, 기딴 거

 

 벌써 대화 다 마친 거야? 더 하지

 

 엄마, 나 웨딩드레스

 

 어?

 

 웨딩드레스 맞추러 가자요

 

 결혼식 준비 서둘러야지

 

 (명은)  어, 어, 기래, 기래

 

 [세리의 심란한 한숨]

 

 고마워

 

 계속 거기 있기  좀 곤란한 상황이었거든

 

 왜?

 

 어

 

 암튼 그런 게 좀...

 

 근데 지금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어

 

 내가 여기 있을 때 머무는  숙소 같은 데인데  [세리의 호응하는 신음]

 

 (승준)  세리 씨 보아하니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거 같아서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쉬라고

 

 어떤 데인데?

 

 가 보면 알아

 

 뭐야? 이 화려함은?

 

 뭐야? 윤 회장님 고명따님께서  겨우 이거 보고 놀라는 거야?

 

 나 그거부터 얘기해 줘

 

 우리 집에 연락했어?

 

 일단 앉아

 

 - 됐어, 연락?  - 여기선 한국이랑 통화가 안 되잖아

 

 세리 씨 급한 거 같아서  외국에 있는 친구 통해서 연락했지

 

 - 그랬더니?  - 뭘 그랬더니야

 

 난리 났지  살아 있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정말? 누가? 엄마? 아버지?

 

 다들 그러셨대, 다들

 

 아버지, 어머니, 형님들  다들 난리 났어, 좋아서

 

 - 거짓말이지?  - 어?

 

 (세리)  윤세준, 윤세형 그 인간들이  그랬을 리가 없어

 

 지지고 볶아도  가족은 가족이야, 세리 씨

 

 생판 남보다 그래도 가족이라고

 

 아, 세리 씨 실종 상태였다며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정말 연락됐구나?

 

 그렇다니까

 

 아, 근데 사고로 여기 떨어진 거야?  진짜 황당하네

 

 그날 날씨도 그랬고

 

 나중에 알았는데 패러글라이더는

 

 무동력 비행체라서  레이더망에도 안 잡힌대

 

 엎친 데 덮친 거지

 

 그랬으니 암만 수색을 해도  찾을 리가 있어?

 

 오빠들이 사설 업체까지  총동원해서 엄청 찾았대

 

 (승준)  이제 살아 있는 거 알았으니까  아무 걱정 하지 말래

 

 무리해서 당장 돌아오려고도 하지 말래

 

 요즘 정치도 좀 예민하고

 

 세리 씨가 워낙 알려져 있는  사람이니까

 

 비밀리에 안전하게 돌아올 방법  곧 찾겠대

 

 참

 

 세리 씨 없인 의미 없다고  주총도 미루시겠대

 

 [의미심장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증평)  개회에 앞서서

 

 최근에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서  퍼지고 있는

 

 제 가족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

 

 직접 진상을 밝히고자 합니다

 

 세리스초이스 대표이자 제 딸이기도 한  윤세리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실종되었고

 

 지난 한 달여간  비공개로 수색을 벌였지만

 

 끝내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에 호적법 제90조  인정 사망 제도에 의거...

 

 [증평의 한숨]

 

 사, 사망 보고를 완료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증평의 한숨]

 

 (여자2)  이거 봤어? 윤세리 죽었다는데?

 

 - (여자3) 차상우 전 여친 아니야?  - (여자2) 맞아, 맞아

 

 [휴대전화 진동음]  (여자3)  죽었다고? 허

 

 (수찬)  어, 창식아

 

 [신호등 알림음]

 

 [수찬의 당황한 신음]

 

 (창식)  여보세요

 

 수찬아

 

 너 기절한 거니?

 

 아, 미치겠네, 아...

 

 (의장)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

 

 9,482만 3,847주 중에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주주 5,798명

 

 출석 주식 7,004만 947주가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전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윤세형 씨의  경영권 수임이 결정됐습니다

 

 [사람들의 박수]  [창식의 놀란 탄성]

 

 [의미심장한 음악]

 

 (명은)  아이고, 사장 동지  꼭 이케까지 해야 해?

 

 (사장)  웨딩드레스 팔다 들키면  난 아오지입니다

 

 이것 좀 이해해 주시라요

 

 [놀란 숨소리]

 

 단이 외국물 먹더니 더 고와졌구나, 야

 

 앉으라우

 

 오늘 상해에서 돌아왔는데  섬싱 뉴가 있갔지?

 

 기카면 내가 거기까지 가서  샤오룽바오만 먹고 왔갔습니까?

 

 최신판 아랫동네 웨딩 잡지입니다

 

 아이고, 따끈따끈하구나

 

 (사장)  이거 몰래 들여오느라  간이 쫄아드는 줄 알았시오

 

 [명은의 탄성]  자, 고저스한 걸로 한번 골라 보라

 

 (사장)  우리 서단 동무는 얼굴이 희고  턱선이 가늘어서

 

 보우트 네크라인에  치마통을 아주 큰 걸로 하면

 

 돋보일 것 같습니다  [명은의 탄성]

 

 (명은)  치마통 큰 거 아주 괜찮갔어

 

 (사장)  서단 동무 이거

 

 살 까기를 훌륭하게 해서  아주 이거 봐라, 이거

 

 라인 쫙 살지 않니?

 

 - (사장) 응?  - (명은) 너무 깠어

 

 [긴장되는 음악]

 

 어케, 마음에 드는 게 좀 있네?

 

 아니, 얘는 웨딩드레스 골라 보라니까  뭐 이딴 걸 보고 있어

 

 엄마

 

 나 어디 좀 다녀와야갔어

 

 어디?

 

 - (단) 문 열라요  - 야, 야, 그건 안 돼, 놓고 가라!

 

 셔터 문 당장 열라요!

 

 - 못 찾았어?  - 예, 아무 데도 없습니다

 

 아유, 야, 야, 내가 이럴 줄 알았으면  마식령 스키장에 안 가는 건데 그랬어

 

 총정치국장을 알현할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구먼

 

 아, 기래도 그 아들 동지가  우리한테 도움을 청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 기래  [원장의 웃음]

 

 아, 내가 55살 때부터 풀린다 기카더만

 

 그, CCTV 영상 보갔다고 했댔지? 어

 

 (원장)  아니, 뭐  알아볼 게 있으시면 부르시지

 

 우리가 복사 딱 떠서

 

 침상에서 편안히 볼 수 있도록  해 드렸을 텐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편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정혁)  바쁘실 텐데 가서 일들 보셔도 되는데

 

 누구이 바빠?

 

 [원장의 웃음]

 

 우리 한가합니다

 

 일없으니 찾던 거 찾으시라요

 

 [정혁의 한숨]  (광범)  어? 여기

 

 [긴장되는 음악]

 

 (원장)  뭡니까? 무슨 일입니까?

 

 전화기 좀 쓸 수 있갔습니까?

 

 아이, 기딴 걸 와 묻고 그러십니까  우리 사이에

 

 병원 안의 모든 것을  제 것처럼 마구 써 주시라요

 

 차량 번호 조회 결과 나왔습니까?

 

 (명석)  어, 기게 인민 보안성  차 번호가 맞긴 한데 가번호였어

 

 - 가짜 번호 말입니까?  - (명석) 어

 

 더 알아보니까 말이디

 

 보위 사령부 수사국 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차량으로 나와

 

 (명석)  초대소 장기 행사에  동원된 차량이라는데

 

 이 초대소는 이미 폐쇄된 걸로 아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초대소가 어디입니까?

 

 (명석)  전자 지도상으론  개성 봉덕동 좌표 35에 129인데

 

 아마 찾기가 쉽진 않을 거야

 

 [당황한 숨소리]

 

 (승준)  어

 

 (세리)  나 좀 깨우지

 

 (승준)  아, 피곤한 거 같아서

 

 (세리)  나 전화 좀 쓸게

 

 (승준)  앉아, 다 됐어, 밥 먹자

 

 전화부터

 

 전화는 왜?

 

 얘기도 안 하고 나왔어  기다릴 거야

 

 누가?

 

 (승준)  그 보디가드?

 

 응

 

 이제 필요 없잖아

 

 뭐?

 

 이제 그 사람 필요 없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윤세리입니까? 그 동무 이름

 

 (승준)  내가 있는데

 

 나랑 여기 있다가 돌아가면 되잖아

 

 왜 그 사람이랑 같이 있으려고 해?

 

 곤란했다며, 그래서 도망친 거잖아

 

 오늘 같은 상황

 

 세리 씨뿐만 아니라  그 사람한테도 위험했던 거 아니야?

 

 솔직히 세리 씨는  가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사람은?

 

 여기 계속 살아야 하는 사람한테

 

 너무 못 할 짓 하고 있는 거 아닌가?

 

 당신 때문에 그 사람

 

 죽을 수도 있어

 

 [놀란 숨소리]

 

 이게 뭔지 설명해 보시갔습니까?

 

 (단)  이런 여자였습니까?

 

 당신이 좋아한다는 여자가

 

 말해 보십시오

 

 알고 있었습니까?  이 여자의 정확한 신분을

 

 알고 있었소

 

 남조선 여자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정혁)  시작은 사고였고

 

 그다음은 우연이었소

 

 곧 돌아갈 거요

 

 기래서 숨겨 주고 있는 거고?

 

 그렇소

 

 그 여자 하나 숨기다가  당신 가진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단)  이 여자가 당신...

 

 죽일 수도 있단 말입니다

 

 기래도 좋습니까?

 

 [리드미컬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상우 씨 학교 때 클래식 했잖아

 

 혹시 이 곡 알아?

 

 [잔잔한 피아노 연주]

 

 뭔데?

 

 몰라

 

 나도 옛날에  어디서 우연히 들은 곡이거든?

 

 (세리)  근데 누구 곡인지를 모르겠어

 

 내가 다 뒤져 봤는데

 

 음악 좀 아는 사람들한테도  다 물어보고

 

 근데 아는 사람이 없어

 

 다시 해 봐

 

 [잔잔한 피아노 연주]

 

 모르겠는데

 

 하...

 

 나 이거 꼭 한 번만  다시 들어 보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 없네

 

 어디서 들은 건데?

 

 몇 년 전에 스위스에 간 적이 있어

 

 [뱃고동이 붕 울린다]

 

 (세리)  그때 난 살고 싶지 않았거든

 

 이왕이면 경치 좋은 데서  마지막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았어

 

 그런데 여행하면서 깨달았지

 

 살기 싫을 뿐  죽고 싶은 건 아니라는 거

 

 그냥 난 위로가 필요했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삶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도 된다고  살아야만 한다고

 

 누가 말해 줬으면 좋겠더라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들려온다]

 

 그런데 그때  그 대답처럼 그 음악이 들렸어

 

 살아도 된다고, 꼭 살아내라고

 

 위로해 주는 거 같았어

 

 [잔잔한 음악]

 

 (승준)  좋아한다면

 

 지금 이대로 사라져 주는 게 맞아

 

 (정혁)  [버럭 하며]  파혼을 한 사이인데 애인은 무슨 애인!

 

 혼인이 깨졌다고

 

 (세리)  위장 결혼을 하라고, 너랑?

 

 (단)  나도 내 정혼자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군사부장)  그 남조선 여자  당장 내 앞에 데리고 오라우

 

 (정혁)  데리러 왔소, 기다릴 거 같아서

 

 (승준)  세리 씨가 무사히 돌아간다는 건  [소란스럽게 싸운다]

 

 리정혁 씨는  무사하지 못할 거란 얘기도 돼

 

 [세리가 흐느낀다]

 


.사랑의 불시착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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