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8
말해 보십시오
알고 있었습니까? 이 여자의 정확한 신분을
알고 있었소
남조선 여자가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정혁) 시작은 사고였고
그다음은 우연이었소
[한숨]
곧 돌아갈 거요
기래서 숨겨 주고 있는 거고?
그렇소
그 여자 하나 숨기다가 당신 가진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단) 이 여자가 당신
죽일 수도 있단 말입니다
기래도 좋습니까?
솔직히
죽고 싶지는 않지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갔소?
(정혁) 긴데
어쩔 수가 없어졌소
무슨 말입니까?
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던 사람을 지키지 못하고 잃어 봤는데 말이오
[애잔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정혁이 흐느낀다]
(정혁) [흐느끼며] 성...
죽는 게 나았소
기래서요?
[떨리는 숨소리]
그 여자를 안전하게 집에 보내 주어야 하오
그 과정에서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소
죽어도
상관없다고?
(승준) 상관없어?
당신 때문에 그 남자가 어떻게 돼도?
총 맞았잖아
오늘은 군인들도 들이닥쳤다며?
(승준) 총 다음에 군인들 다음에
그 사람한테 뭐가 닥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상관없어?
지금 나 협박해?
협박이 아니라 팩트야
원래 되게 똑똑한 윤세리
잘 생각해 봐
(승준) 네가 그 사람한테 고맙거나 미안하다면
또는 만에 하나라도 좋아한다면
[무거운 음악]
지금 이대로 사라져 주는 게 맞아
알잖아
그쪽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연락을 해?
불난 데 기름을 붓겠다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승준이 의자를 쓱 당긴다]
지금까진 운이 좋았을 거니까
앞으로 까딱 잘못하는 순간
당신 숨겨 준 사람들, 도와준 사람들 다 잘못될 수 있어
비켜 주시오
지금 가 봐야 하오
아무것도 상관없이 그 여자를 지키겠다고 했습니까?
나도 기렇습니다
나도
내 정혼자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겁니다
당신 발로 죽으러 걸어가는 꼴
그대로 두고 볼 순 없습니다
(단) 경고했습니다
후회할 짓 하지 마십시오
아유, 여보, 여보
아, 지금 퇴근이 문제가 아니야요
총정치국장 아들이
언제 또 전화를 쓰갔다고 올지 모르는데
[웃음]
아이, 당신, 그케 그, 평양, 평양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이케 지척에서 잘 보일 기회는 다신 오지 않아요
[웃음]
[노크 소리가 난다]
(원장) 어, 누구야?
무슨...
(정혁) 병원 안의 모든 것을 제 것처럼 써 달라고 하셨던 말이
얼핏 기억이 나서
그러믄요
마구 써 주시라요
[원장의 웃음] [어두운 음악]
잘 갔다 오시라요
(원장) 잘 갔다 오시라요!
(승준) 세리 씨가 개입되면서 그 사람 인생도 틀어지기 시작했을걸?
[한숨]
벌써 궤도를 벗어났을 거고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겠지
[타이어 마찰음]
[놀라는 숨소리]
[정혁의 거친 숨소리]
(승준) 그 끝은 어디일까?
[차 문이 탁 닫힌다]
뭐가 있을까?
[한숨]
[혼란스러운 숨소리]
(승준) 두렵지 않아?
[한숨]
(은동) 세리 동무, 납치당한 건 아니갔지요?
(치수) 지 발로 따라 타는 거 보고도 기래? 쯧
씁, 아니, 그 남자를 남조선에서부터 알았으믄
뭐, 애인 기런 겁니까?
아니다, 그런 거
(정혁) 어제 보위부에서 들이닥치는 걸 보고
내게 피해가 갈까 봐
딴엔 내 생각 해서 잠깐 몸을 피했나 본데
(치수) 아니, 생각한 사람이
기럼 기렇다 연락도 못 해 주겠습니까?
[문이 탁 열린다]
(광범) 중대장 동지
여기 손전화 수리 다 됐습니다
[전원음]
[휴대전화 벨 소리]
(주먹) 어? 세리 동무 아닙니까?
(치수) 에미나이입니까?
나요
아, 누굴 줄 알고 '나요'지?
(승준) 윤세리 기다렸어요?
나 구승준인데
세리 동무와 같이 있는 걸 알고 있소
거기가 어디요, 가갔소
(승준) 아,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막 찾아다닐까 봐 연락 준 건데
다 알고 있었다니 괜히 전화한 건가?
어디냐고 물었소
윤세리는 나랑 같이 잘 있어요
(승준) 아주 안전하고 편안하게
그러니까 찾지 마요, 이제 나머진 내가 할게요
윤세리도 그걸 원하니까
아, 알갔소
일단은 잘 있는지 확인차 목소리를...
[통화 종료음]
(정혁) 여보시오, 여보시...
- 왜 기럽니까? - 끊은 거지
누구랑 있다고 합니까?
누구긴 누구갔어? 그 남조선 애인이갔지
(주먹) 아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이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거나 봉사 구역 밖에 있으므로...
[안내 음성이 계속 흘러나온다] (은동) 손전화가 꺼진 겁니까?
(치수) 말해 뭐 해, 꺼진 거야
아니, 왜 세리 동무는 직접 전화를 하지 않고
지가 낯짝이 안 서니까
(치수) 그 남조선 애인한테 대신 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
다시 전화를 해 볼까요?
(치수) 아, 해서 뭐 해?
아주, 응? 남조선 애인 다시 만나니까
과거는, 응? 다 잊고 싶은 거 아니갔어?
망할 에미나이, 씨
우리도 아주 만세다, 만세!
[버럭 하며] 애인 아니라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정혁) 아니라고, 애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거 좀 말 함부로 하고 그러는 거 아주 나쁜 습관이오
아니, 남조선에서 둘이 서로...
아니라고!
파혼을 한 사이인데 애인은 무슨 애인!
파혼을? 아니, 그럼 약혼을 했었던 남자란 겁니까?
(치수) 어쩐지
보통 사이가 아니다 싶었지
(정혁) 보통 사이지, 아니, 보통 이하지
동무는 파혼의 뜻을 모르나?
혼인이 깨졌다고
깨지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거야
아니, 왜 화를 내십니까?
내가 언제 화를 냈다 기래
치수 동무의 평소 나쁜 습관이 내내 걸리던 차에
(정혁) 이 계기에 지적을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언제 화를 냈다 기래
[노크 소리가 난다]
누구요?
(여자) 옆방인데 너무 시끄러워서 왔습니다
서로 주의 좀 하자요
아, 미안하오
(여자) 어?
리, 리정혁?
[여자의 반가운 숨소리]
반갑습니다!
나를 아시오?
남조선 말 잘하는 그 이쁜 언니는 어디 갔습니까?
(여자) 리정혁이란 남성이 그 언니 최애라고 하던데
매력 쩐다고
(은동) '최애'?
'매력 쩐다고'가 뭡니까?
주먹 동무, 통역하라
[헛기침]
아, 남조선 최신 유행 용어입니다
'최', 최고로, '애', 사랑하는
그러니까 최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최애'라고 이렇게 합니다
[치수의 어이없는 신음]
(치수) 니 우리 잘 모른다고 막 아무케나 후라이 까는 거 아니간?
아닙니다
(여자) '최애'는 그 뜻이 맞습니다
(주먹) 그리고 '매력 쩐다'는 말은 [밝은 음악]
배추가 소금에 푹 절여지듯이
나는 당신의 매력에 한 포기 배추처럼 절여져 버렸다
뭐, 그런 뜻이 되갔습니다
(여자) 대체 어떤 인물인가 궁금했는데
직접 보니 과연 그럴 만합니다
인정합니다!
(치수) 야, 네가 뭔데 인정하고 말고야?
(여자) 편하게 떠드시라요
그 언니의 최애시니 내 특별히 봐드리갔습니다
[여자의 웃음]
[여자가 살짝 웃는다]
[치수의 어이없는 신음] [문이 탁 닫힌다]
지금 웃는 겁니까?
아니, 아닌데
(정혁) 세리 동무 문제는 내가 좀 알아보갔으니
동무들은 가서 일들 보라
오늘 와 줘서 고마웠고
- 예 - 예
(은동) 수고하시라요
[문이 탁 여닫힌다]
[치수의 의아한 숨소리]
씁, 그, 총 맞을 때 대가리 다친 거 아니네?
화냈다, 웃었다, 왜 저러네?
(은동) 아, 저 정도면 기쁨슬픔증 아닙니까?
중증이디
[치수의 한숨]
총알이 세긴 세구나, 야 [치수의 의아한 숨소리]
(명은) 그거는 저 창가 쪽으로
- (인부) 네, 알갔습니다 - (명은) 돌리라, 돌리, 돌리라
- (명은) 이쪽으로 돌리... 아니! - (명석) 여기가 딱 좋갔구만
(명석) 아, 거참
(명은) 돌리, 빨리, 빨리, 빨리 돌리, 이리
- (명석) 햇볕이 이리 들어오지 않아? - (명은) 아니, 아니, 참
- (명석) 어, 어 - (명은) 나쁘지 않은데? [한숨]
(명은) 신혼집 이사 하는데 왜 그케 똥 씹은 표정이네?
내가 뭘
(명석) 기럴 수 있다, 누나
결혼식 앞두고는 생각이 많아지는 거 아니갔어?
(명은) 기래?
난 뭐, 별생각 없었는데
우리 안사람도 말이디
결혼 한 달 전에 못 하갔다 그랬었디
아니, 왜?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고
[의미심장한 음악]
기런 일이 있었어?
그땐 내가 참 별의별 생각을 다 했디
가시어머니, 가시아버지를 찾아가서 사정을 해 볼까?
미향이가 좋아한다는 그 썩어질 놈을 찾아내서
다리몽둥이를 똑 분지를까 그랬는데 말이야!
내래 어케 했을 거 같네?
(명은) 아이! 아랫동네 드라마도 아니고
결정적인 데서 끊고 지랄이네
어케 했는데?
'가라'
'네가 기케 좋으면 그 사람한테 가라'
'행복을 빌어 주마', 기랬디 [무거운 음악]
[명은의 헛웃음] 기랬더니요?
딱 사흘 만에 찾아와서
(명석) 미안하다고 울고불고해서 무사히 결혼했디, 뭐
[명석의 웃음] [명은이 혀를 찬다]
(명은) 가라 할 때 가지
미향이도 지 팔자 지가 꽜구나, 야
(명석) 기렇디
미향이 팔자도, 참
아, 진짜 누나!
나 머리가 아파서 바람 좀 쐬고 오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문이 탁 열린다]
(명석) 싸웠나? [문이 탁 닫힌다]
(천 사장) 이야, 이, 내일부터 눈이 마이 온다는데
벌써부터 엄청 춥습...
[어두운 음악]
누구셔?
응
여기 관리도 해 주시고 관광도 시켜 주시고, 그러는 분
천 집사님
천 집사입니다
(천 사장) 아이, 뭘 어쩌자는 겁니까?
저 동무 일로 빼돌리면 어캅니까?
아이, 사기꾼 주제에 인간 노릇 하지 말라면서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에이씨, 언제부터 내 말 그케 잘 들었다고
(천 사장) 그리고 암만 이런 일이라고 해도
상도라는 거이 있는 겁니다
조철강 소좌 동지랑 한 약속이 있지 않습니까?
천 사장님
조철강 끼면 커미션이 반이야
(승준) 빠지면 혼자 다 먹는 거고 어떡할래요?
거, 내 말은
그 계획을 좀 공유를 하자는 거지
(천 사장) 내는 뭐 어케 하면 되는지
우선 우리한테 급선무는
리정혁이란 놈이랑 윤세리랑 떼 놓는 거야
(승준) 리정혁 놔두면 어떻게든 윤세리 서울로 돌려보낼 놈이야
그, 냅두면 안 되갔구먼
[휴대전화 벨 소리]
(단) 이 동무를 아는 거지요?
예전에 호텔에서 둘이 같이 커피 마시고 있는 것도 봤으니
거짓말할 생각은 말라요
거짓말을 뭐 하러 해요?
이 여자 알죠, 아주 잘 알지
11과 대상 아니고
남조선에서 무단으로 우리 공화국에 침투한 사람
[긴장되는 음악] 맞죠?
- 침투는 아니고 사고가 좀 있었죠 - 중요하지 않습니다
신고할 때 난 그케 말할 거니까
신고하게요?
신고하면 당신 남자도 다쳐요
내가 지금 기딴 거 무서운 것처럼 보입니까?
(단) 난 그이가 다쳐도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관계 확인했으니 이만 가 보갔습니다
(승준) 잠깐만요
아
뭔 말인진 알겠는데
신고하기 전에 우리 공조부터 좀 합시다
아, 동무도 리정혁이랑 윤세리랑 떨어뜨려 놓고 싶은 거잖아요
나도 그래요, 그러니까...
(단) 동무, 동무 하니까
우리가 진짜 동무라도 된 줄 아는 겁니까?
내 말은 우리가 감정을 좀 내려놓고
쿨다운해서 이성적으로 접근하자는 거죠
의외로 방법은 심플한데
5, 4, 3
(승준) 2, 1 [다가오는 발걸음]
간단한 방법, 어디 들어나 보갔습니다
(의사1) 아, 원장 동지께서 이케 직접...
(원장) 아, 이 정도 정성은 들여서 잘 얼러 놔야 할 거 아니갔어?
내일쯤엔 슬슬 평양 병원 얘기도 던져 보갔어
[원장의 웃음] (의사1) 가실 때 저도 좀 어케...
(의사2) 어, 저, 저, 저도 좀...
[원장의 웃음]
기래, 기래 우리 다 같이 평양에서 만나자우
- (의사1) 평양, 평양 - (의사2) 평양 [함께 웃는다]
(의사1) 식사 안 하셨디요?
- (원장) 어디 갔네? - 몰랐습네까? 아까 퇴원했습니다
(간호사) 남은 치료는 군 병원서 받갔다고...
[원장의 힘없는 신음] [의사들이 놀란다]
(의사2) 기케 되면 평양은...
- (의사1) 지금 평양이 문제가? - (의사2) 그렇죠
[문이 탁 닫힌다]
중대장 동지
(감독관) 날도 추운데 어케 여기까지
전화로 미리 얘기한 것처럼
내가 감독관 동무에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소
뭐든 말씀하시라요
중대장 동지 아니었으면
(감독관) 우리 막내 수술도 못 받고 죽을 뻔했는데
내가 평생이라도 은혜를 갚아야 하지 않갔습니까?
고맙소 [감독관이 살짝 웃는다]
자남산 구역 안에 비밀 초대소가 있는 모양인데
주소도 검색되지 않아서 찾을 수가 없소
동력 탐색을 해서 찾아보시려고 오셨구먼요
그렇소
초대소 같은 특각들은
일반 동력선 외에 특별 동력선이 따로 설치돼 있습니다
(감독관) 잦은 정전을 대비해서 그카는 건데 [어두운 음악]
우리 구역의 특별 공급소는
12호, 13호, 30호
이렇게 세 개가 있습니다
만약 그중 비밀 초대소가 있다믄
숲속으로 뻗어 있는 30호 선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만
[가쁜 숨소리]
[거친 숨소리]
[한숨]
(세리) 이게 다 도청 장치예요?
이곳 호텔방엔 이런 장치들이 기본적으로 설치돼 있어서
[어두운 음악] [세리의 다급한 숨소리]
[어이없는 숨소리]
[스위치를 딸깍 끈다]
[스위치를 딸깍 끈다]
[도청 장치 작동음]
[물이 쏴 나온다]
[물이 쏴 나온다]
[세리의 한숨]
몰랐죠?
아, 내 몰랐네
아니, 이게 다 뭐야?
도청 장치
(세리) 내가 평양 가서 보니까 호텔에도 이런 게 다 있더라고
조심해야 돼
뭐, 여기도 일종의 숙박업소인 셈이잖아?
좀 고급 펜션?
그렇지
어떻게 승준 씨 방도 한번 봐 줘?
아니야, 난 뭐
이런 걸 그, 어떻게 다 아는 거야 세리 씨는?
나야
누가 알려 주더라고
가서 다시 쉴래?
아니야
우리 모인 김에 회의나 좀 해 볼까?
[흥미진진한 음악]
(세리) 자, 먼저 각자의 플랜들을 들어 볼게요
빠른 시일 안에 날 어떻게 돌려보낼 줄 건지에 대해서
우리 가족들이 그랬다며
비밀리에 안전하게 돌아갈 방법 곧 찾겠다고
뭔가 계획이 있을 거 아니야?
뭐, 루트는 뭐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지?
육, 해, 공?
네, 천 집사님, 발언하세요
이거이 진짜 은밀한 건데
'빠다치기'라는 거이 있습니다
- 빠다, 뭐요? - 어, 빠다치기
(세리) 배끼리 공해상에서 만나는 거야
주로 작은 배 타고 가서 큰 배로 갈아타는 거지
근데 당분간은 어려워
왜 어렵습니까?
(세리) 몰랐어요?
해상 통제 명령 떨어졌잖아요
이번에 새로 바뀐 경비정장이 엄청 빡빡하다고
전화 카드도 안 먹혀
- 아, 안 먹힙니까? - (세리) 뭐야?
이런 거밖에 없어요?
- (세리) 이거 나 다 아는 거라고 - 윤세리
(승준) 난 너 그렇게 위험한 방법으로 데리고 나갈 생각 없어
- 그럼? - 나 세리 씨
그 어떤 위험도 없이 비즈니스 항공편 타고
편안하게 집에 돌아가게 할 거야
그러니까 어떻게?
잊었나 본데 나 이름 하나 더 있잖아, 알베르토 구
(승준) 나 외국인이야, 영국 여권 소지자라고
- 근데? - 세리 씨도 그렇게 만들면 돼
그러니까 어떻게?
(승준) 나랑 결혼을 하는 거지
오!
알베르토
돌았니?
일단 혼인 신고부터 하고
여기 있는 대사관에서 너 여권 다시 발급받으면 돼
[잔잔한 음악] (승준) 당신은 대한민국 윤세리가 아니라
알베르토 구 와이프의 자격으로 나랑 같이 비행기를 타는 거지
하, 그 말 되는데
되기는!
위장 결혼을 하라고, 너랑?
이 문제 때문에 나갔다 온 건데, 오늘?
(승준) 서류는
대충 다 준비됐어
세리 씨 가족들도
그걸 원해
(명은) [영어] 실례합니다
[한국어] 굴뚝에 연기가 나길래
누구신가?
우리 리 중대장 대원들이신가?
[익살스러운 음악]
(명은) 어, 자, 음식들 좀 들라
[치수의 헛기침] 그, 술도 한 잔씩들 하고
(치수) 아, 술은 좀
그 사관장인 제 인솔하에 잠깐 나와서
중대장 동지 퇴원 준비 하던 중이라
(명은) 아이고 [치수의 헛기침]
내가 장차 그 중대장의 가시어머니가 될 사람이야
걱정 말고 들라요
(치수) 아이, 아, 이러시면 안 되는데
자, 한잔, 응 [주먹의 난감한 신음]
(명은) 괜찮아, 괜찮아
우쭈쭈쭈, 자
- (은동) 아, 저는 탄산 단물로 - (명은) 아, 기래, 기래, 기래
그, 우리 리 중대장이 좀 사람이 빡빡하고 기렇지?
(치수) 먼저 말씀을 꺼내 주시니까
- 편하게 말하자면 - (명은) 응
(치수) 예, 사실은 좀 기렇습니다
(명은) 아휴, 기래
기래도 그 바늘 틈 하나 없어 보이는 모습이 매력적이니까
그 뭐, 따르는 여자들도 많고 기렇갔지, 뭐
(치수) 제 생각에는 본인도 그걸 알고
일부러 더 냉담한 척하는 것 같기도
(명은) 음 [치수의 웃음]
(광범) 상사 동지
(치수) 응?
아, 내가 뭐 없는 말 한 건 아니니까, 응?
[치수의 웃음] [긴장감이 도는 효과음]
[명은의 힘주는 신음]
(명은) 나는 본디 술을 여럿이랑 마시질 않아
상사 동지, 자, 오늘 나랑 한번 밤을 패고 잔을 찧어 보자우
아, 이러시믄 진짜 안 되는데...
[치수의 기분 좋은 신음]
[치수와 명은이 숨을 카 내뱉는다]
"혼인 신고서"
"혼인 요건 증명서"
[노크 소리가 난다]
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만찬 해야지?
한 시간 뒤에 내려와
어, 그래
[문이 탁 닫힌다] [한숨]
쩝,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구나
[한숨 쉬며] 눈 오네
[쓸쓸한 음악]
[산새 울음]
[긴장되는 음악]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정혁의 힘주는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세리 씨 부야베스 좋아하지? 소비뇽 블랑에
[잔잔한 음악]
(세리) 아니, 난 조개 요리는
부야베스 아니면 잘 먹질 않는데
(세리) 음
[주먹의 웃음]
자, 이것도
하, 곤란하네
난 정말 해산물엔 소비뇽 블랑밖에 먹질 않거든
주먹이 여기 설탕 탔니?
[주먹의 웃음]
앉아
고마워
[세리의 한숨]
[승준의 힘주는 신음]
먼저 한잔하자
(승준) 어때?
뭐, 그냥, 좀 쓴데?
아, 그래?
씁, 좋은 거 가져오랬는데
다른 거 따 볼까?
됐어, 술 생각 없어
씁, 아
아까 한 얘기 말인데
아무리 서류상이라고 해도 갖출 건 갖춰야지 싶어서
(승준)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웨딩드레스까지는 몰라도
이 웨딩 링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뭐야, 이게?
상황이 좀 웃기긴 한데
(승준) 지금 와인도 촛불도 있고
난 지금 청혼하는 거야
7년 전에 깨진 인연이 돌고 돌아 다시 왔다고 생각해
[어이없는 숨소리] 분위기 잡지 마
(세리) 이러니까 무슨 진짜 결혼하는 거 같잖아
진짜면 안 돼?
(승준) 지금 세리 씨가 다른 사람 좋아하는 거 잘 아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충분히 커질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
[잔잔한 음악] 외롭고 무섭고
기댈 데도 없었을 테니까
근데 그 감정 진짜 아니야
여기 떠나면 사라질 가짜야
그러니까 다 잊어버리고
(세리) 아...
결혼하자, 나랑
[바람이 휭휭 분다] [긴장되는 음악]
[CCTV 작동음]
[손잡이를 딸깍 돌린다]
[CCTV 작동음]
[전기가 펑펑 꺼진다]
뭐야?
여긴 정전 안 된다고 했는데?
아, 어떻게 된 거야?
아, 천 집사님! 천 집사님!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경호원1) 변전소에 연락 좀 하라
난 전선목에 뭔 문제 생겼나 보고 오갔어
(경호원2) 알갔습니다
[경호원1의 신음]
[거친 숨소리]
[경호원2의 신음]
[경호원2의 힘주는 신음]
[서로 연신 힘준다]
[싸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저 사람이 왜 저기 있어?
[경호원3의 신음] [경호원4의 기합]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미쳤어
병원에나 있지 여길 왜 와?
[경호원4의 신음]
[정혁의 신음]
[놀라는 신음]
[무거운 음악] [소란스럽게 싸운다]
[세리의 다급한 신음]
(승준) 나가서 어쩔 건데!
뭐, 따라갈 거야?
같이 가서 살 거야, 여기서?
아니면 같이 갈 거야, 서울로?
어떡하려고?
답이 없는 질문을 하는 나도 답답하다
이건 아니야, 세리 씨
그 문 열지 마
[무거운 음악]
저 사람이 세리 씨 집에 가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계속 실패했잖아
(세리)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저 사람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에 내가 안 간 거야
우린 다시 방법을 찾을 거고
(승준) 그래
그럼 두 사람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다고 치자
그 대가는?
누가 치르는 건데?
무슨 대가?
여기 북한이야
세리 씨가 무사히 돌아간다는 건
리정혁 씨는 무사하지 못할 거란 얘기도 돼
뭘 근거로 그렇게 단정해?
서단이란 여자 알지? 리정혁 씨 약혼녀
승준 씨가 그 여자를 어떻게 알아?
그 여자가 다 알았어
(승준) 세리 씨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게 됐다고
더 이상 리정혁 씨가
세리 씨 숨겨 주고 보호해 준다고 설치고 다니면
가만있지 않겠대, 다 까발리겠대 그럼 리정혁?
여기서 죽는 거야
죽는다고
지금 눈 딱 감고 참으면 괜찮아져
다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세리 씨 원래 자리로
저 사람은 저 사람 자리로
[떨리는 숨소리]
[정혁의 힘주는 신음] [경호원3의 신음]
[정혁의 힘겨운 신음]
[경호원4의 기합]
[정혁의 힘주는 신음]
[가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다친 덴 없소?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해?
하, 어이가 없네
(세리) 총상이 장난이야?
의사 선생님 말 못 들었어요?
보름에서 한 달은 진짜 조심해야 한다 그랬다고
이 날씨에
이 시간에 여길 왜 와서 이러고 있냐고, 도대체!
왜 왔갔소?
데리러 왔소, 기다릴 것 같아서
미안한데 안 기다렸어요
나 좀 가자, 리정혁 씨
나 가야 돼요, 그래야 살지
내가 곧 다른 방법을...
(세리) 못 찾았잖아!
계속 실패했잖아, 내가 어떻게 믿어?
구승준 씨는 다른 방법이 있대
혼인 신고 하고
외국인 여권 받아서 안전하게 나갈 방법
나 방금 청혼도 받았어요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린 이제 그만 보는 게 좋겠어요
[헛웃음]
우리라니, 내가 말해 놓고도 우습네
우리가 뭔데?
아무것도 아니잖아
우린 그냥 이렇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법인 사람들인데
나 진짜 여기 너무 지긋지긋해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니까 내 발목 잡지 마요
리정혁 씨 지금 이러는 거 나 진짜 부담스럽고 싫어요
진심이오?
진심이에요
알갔소
[애잔한 음악]
알갔으니까
울지 마시오
♪ 어디쯤인 건지 ♪
♪ 그대와 나 있는 곳 이렇게 ♪
♪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나는 ♪
[세리의 슬픈 숨소리]
♪ 떨림을 느껴요 ♪
[세리가 흐느낀다]
♪ 당겨 안을 수도 ♪
(승준) 됐어요, 들어가세요
♪ 없는 내 맘 ♪
♪ 사랑인 듯이 ♪
들어가자
먼저 들어가, 혼자 있고 싶어
그래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말고 얼른 들어와
♪ 어떤 날엔 그대가 ♪
[세리가 흐느낀다]
♪ 웃어요 ♪
[세리가 계속 흐느낀다]
[소리 내어 운다]
♪ 곁에 있고 싶어요 가까이 ♪
♪ 크게 부를 수도 ♪
[흐느낀다]
추워 죽겠다
이렇게 추운데
혼자 가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어떡해
아, 나 진짜 미치겠네
[흐느낀다]
♪ 어떤 날엔 울어요 ♪
♪ 행복을 빌어주는 일 ♪
♪ 너무 어려워서 난 ♪
[세리가 계속 흐느낀다]
(세리) 어떡해...
[숨을 카 내뱉는다] [자동차 시동음]
윤세리! 윤세리!
아니...
[초조한 숨소리] [애잔한 음악]
어디 갔어?
아, 그새 어딜 간 거야?
[흐느낀다]
♪ 그냥 길을 따라 걸어가도 ♪
[세리가 계속 흐느낀다]
♪ 여기 너의 앞에 ♪
[놀라는 숨소리]
[세리가 안전띠를 딸깍 푼다]
♪ 흔들렸던 나의 맘에 네가 다시 다가와 ♪
♪ So I'm still, I’m here, and I’ll be there ♪
♪ 얼어붙은 이 길을 지나 ♪
(세리) 일단 타요
데려다줄게
♪ I'm still and I'm here 다시 널 놓치지 않을래 ♪
♪ 세상 어느 곳에 있더라도 어디라도 내가 찾아갈게 ♪
이거 놔요
이러려고 온 거 아니거든?
♪ 곁에 늘 서 있을게 ♪
♪ 나의 맘이 움직여 ♪
♪ and I'm still, I'm here ♪
와, 윤세리
와, 차를 갖고 튀어?
[승준의 분한 숨소리] 그,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그렇게 눈탱이를 맞으면 어카나?
뭘 맞아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무슨 문제요, 또?
(세리) 내가 여기 온 건
몸도 성치 않은 그쪽이 얼어 죽기라도 할까 봐
그래서지 다른 뜻은 없어요
(정혁) 알갔소
집에 딱 데려다주고만 올 거고
우리 사이에 변한 건 없어요
아까 한 말 다 진심이고
이제부터 우린 각자 갈 길 가면 돼
[세리가 안전띠를 딸깍 채운다]
[세리의 한숨] [시동이 덜덜거린다]
[무거운 음악]
(천 사장) 윤세리가 갖고 튄 그 차가 기름이 없을 텐데
(천 사장) 그러지 않아도 보급 차 올 때
기름 갖다 달라고 말해 둔 상태인데, 이씨
그걸 몰고 나갔으니 어카나?
이야, 이 폭설 속에 이거
둘 다 얼어 죽갔습니다
[한숨]
(정혁) 눈이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은데
그럼 어떡해요?
근처에 민가는 없고 조금 가면 학교가 있소
(정혁) 가면 불을 피울 수 있을 거요, 갑시다
[어두운 음악]
[손전등 스위치를 딸깍 누른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최 국장) 어렵게 잡은 약속이야
나나 되니까 당중앙위 군사부장한테 줄 대 준 줄이나 알라
긴데 당중앙위 군사부장 정도믄
총정치국장과도 맞짱 뜰만 한 것 같지?
야가, 야가
총정치국장이 지는 해라믄 군사부장은 뜨는 해야
(최 국장) 뜨는 해와 지는 해 사이에서 타 죽고 싶지 않으면
실수 없게 잘하라우, 알갔어?
(철강) 걱정 말라
(최 국장) 군사부장이 왜 덜컥 당신 만나갔다고 했갔어?
지는 해는 빨리 져 줘야 하는데 지지를 않고 있으니까
뜨는 해가 지금 잔뜩 독이 올랐거든
총정치국장을 잡아 끌어내릴 치명적인 약점이 절실하다고
뭐 하나 제대로 된 거 안겨 주면
판이 확 뒤집어질 수 있어
야, 너 잘되면 나 잊으면 안 된다
알갔네? [피식한다]
[긴장되는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군사부장) 기러니까 총정치국장의 아들이
남조선 출신의 정체불명인 여자를 보호하고 있다?
기렇습니다
그 여성은 확인되지 않은 11과 특별 관리 대상이고?
확인되지 않은 게 아니라 확인할 수가 없는 겝니다
보위 사령부 차원에서 정식 수사 사건으로 기소가 돼야
11과 특별 대상에 대한 공식 확인이 가능한데
(철강) 아직 의혹 단계라 확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총정치국장과 관련된 인물이니 더욱 곤란합니다
[한숨]
기래서 날 찾아온 이유는?
(철강) 군사부장 동지께서 개별 방침만 받아 주시믄
모든 일은 단순해집니다
[군사부장의 고민하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적선만큼 엮기 쉬운 게 또 어디 있갔습니까?
제아무리 총정치국장이라고 해도
한 방에 정리하실 수 있을 겝니다
긴데 말이야
그 늙은 여우가
자기 아들이 그러고 다니는 걸 전혀 몰랐단 말이가?
알았으믄 가만히 있었을 위인이 아닌데
(철강) 등잔 밑이 어둡다고
제아무리 세상천지 똑똑한 자라도
제 자식한테 뒤통수 맞지 말란 법 있갔습니까?
[군사부장의 한숨]
개별 방침 받갔다고 나선다는 건
나도 내 목 걸고 하는 짓이야
[군사부장의 한숨]
그러려면 살아 있는 증거부터 확보해야 하지 않갔어?
그 남조선 여자 당장 내 앞에 데리고 오라우
알갔습니다, 부장 동지
[전화벨이 울린다]
예, 소좌 동지, 리정혁 중대장은 아직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그 중대원들이 저녁나절 다녀가긴 했습니다만
기래?
퇴원은 한참 전에 한 것 같은데
아직까지 집엘 안 가고 어딜 간 게야?
(철강) 알갔어
리정혁이나 그 여자가 집에 들어오면 재깍 나한테 알리라
(만복) 예!
[철강이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원장) 아, 거, 거기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어제 리정혁 동무가 이걸 보자고 그러더니
차 번호를 막 적어 갔댔습니다
[어이없는 숨소리]
이 새끼가
오늘 날씨가 이래서 찾으러 나갈 수도 없고
오늘 보니까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겠더라고요
듣고 있어요, 서단 씨?
듣고 있습니다
이번엔 서단 씨가 좀 움직여 줘야겠어요
[장작을 탁 집는다]
[무거운 음악]
진짜 할 거요?
뭘?
결혼
서류상인데 뭐 어때
서류상이지만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우리 상황도 지금 장난이 아니니까
어쨌든 난 결혼은 기케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오
그러는 리정혁 씨는
곧 결혼할 서단 씨가 나에 대해서 다 알았다던데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소
그러다 서단 씨가 신고라도 하면 어떡해?
그럼 뭐, 두 사람 결혼도 깨지는 건가?
지금 내 결혼이 깨질까 봐 걱정해 주는 거요?
당신 인생이 깨질까 봐
(세리) 여기에서의 당신 인생이
나 때문에 산산조각 날 수도 있어
난 그게 싫은 거고
[세리의 한숨]
서단 씨가 첫사랑?
같은 중학교 나왔다 그랬던가?
아니오
학교 땐 서로 알지도 못했소
그럼 누구?
리정혁 씨 첫사랑요, 누구냐고 [잔잔한 음악]
♪ 너와 마주 앉아 입 맞춰 부르던 ♪
[놀라는 숨소리] [정혁의 한숨]
[세리의 한숨]
(세리) 쯧, 하긴
스타일이 딱 모태 솔로야
모태 솔로가 뭔지는 정확히 모르갔지만
굉장히 모욕적으로 들리는 말인데?
응, 그 느낌이 맞을 거예요
그게 사실 좀 모욕적인 단어지
[어이없는 숨소리]
[세리가 피식한다]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 수줍은 달빛에 흩날리던 향기들도 ♪
♪ 너의 품에 ♪
♪ 머물던 밤 ♪
♪ 그대 듣고 있나요 ♪
[문이 덜컥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만복의 한숨]
우필이 아버지 이 밤에 웬 술을 그케 자십니까?
나 때문에 깬 거요?
가서 더 자오
[한숨]
(명순) 걱정돼서 기럽니까? 리정혁 중대장
아, 임자가 그걸 어케 아오?
귀때기 아내로 10년입니다
왜 모릅니까?
기렇소?
[쓸쓸한 음악]
(명순) 우필이 아버지
당신이야 조국이 내린 임무에 충실하는 겝니다
기래서 뭔 일이 생긴다고 해서 그거이 당신 탓은 아니지 않갔습니까?
임자
리무혁 대위 동지 기억하오?
기억하지요
우리 식구한테 얼마나 잘했습니까?
그이를 내가 죽게 했소
- 그거는 임무상... - 근데...
그 친동생이 리정혁 대위요
진짜입니까?
리정혁 대위에게마저 무슨 일이 생긴 거라믄
난 어케 살아야 할지 모르갔소
(만복) 날 사람 취급해 준 이들을 죽게 하고
날 사람 취급도 않는 자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조국이 내린 임무라믄
[만복이 숨을 들이켠다]
그거이 내 인생이라면
너무 불행한 거 아니오?
[헛웃음]
[명순이 훌쩍인다]
[떨리는 한숨]
[장작을 뒤적인다]
[한숨]
열 있네
[걱정스러운 숨소리]
[세리의 헛웃음]
군인 아니랄까 봐 어떻게 이러고 자?
[세리의 한숨]
[잔잔한 음악]
[세리의 한숨]
몸조심하라
형도
기래, 기래, 늦갔다, 어서 타라
(어린 정혁) 선물
야,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나 저번에 국제 콩쿠르 대회에서 받은 상금
아, 네 거나 사지, 쓸데없는 짓을
(어린 정혁) 전초소는 나무가 많아서 해도 잘 안 든다며?
몇 시인지는 알아야디
아, 이케 좋은 시계 아니면 내가 시간도 모를까 봐?
아, 차 보라
아, 어서!
[살짝 웃는다]
이거 좋긴 좋구나, 야
[살짝 웃는다]
고맙다, 정혁아
고맙긴, 내가 늘 고맙디
기래, 늦갔다, 얼른 타라
(어린 정혁) 형!
형!
괜찮아요?
[세리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안 되겠어
집을 가든 병원으로 다시 가든
해도 떴고 눈도 그쳤으니까 얼른 움직여요, 어?
[새가 지저귄다]
[충렬이 기침한다]
(충렬) 아, 기래
앉으라우
단아, 무슨 일이니?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천 사장의 추워하는 숨소리]
아이, 그,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그 보급 차를 날래 보내 달라 캤는데
그, 아무래도 눈 때문에 길 들어서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유, 정말 [천 사장의 추워하는 숨소리]
[자동차 엔진음이 들린다]
어, 온다, 아유
저 차는 아니지 않나?
저거 뭐야?
(승준) 쟤들은 왜... [긴장되는 음악]
(천 사장) 저것들 뭐야?
(철강) 당장 뒤져라!
(군인들) 네!
- 아, 왜 이래요? 아, 왜 이래요? - 동무, 그...
(승준) 아니, 왜 이래요? [놀라는 신음]
윤세리 때문에 그래요?
걔 여기 없어요
[승준의 신음]
[거친 숨소리]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승준) 나 여기 손님이야
당신 서비스 받을 권리 있는 손님!
[어이없는 숨소리]
그래, 마음대로 해
당신이 좋아하는 내 돈 하나도 못 갖게 될 테니까
어이, 남조선 애송이 난 돈 따위는 좋아하지 않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필요했을 뿐이야
(철강) 예를 들믄
아무나 아무 때나
내가 죽이고 싶은 놈들 죽일 수 있는 그런 힘 말이야
긴데 그런 힘 없어도 너 따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남조선에서 이미 없는 사람인 네가 여기서 죽어 없어진들
누가 알갔어?
윤세리 어디 있어?
[정혁의 힘겨운 숨소리]
아, 내가 기랬을 리가 없는데
(주먹) 아, 진짜 기억이 안 납니까?
그,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은동) 다! 싹 다 말했습니다!
하, 이제 우리 중대장 동지는 어케 되는 겁니까?
양가에서 개박살 나는 거지
(주먹) 혼사도 파투 날 거고
(은동) 아니, 기러면 우리 세리 동무까지 위험해지는 거 아닙니까?
내가 술 고문에 졌구나 [익살스러운 음악]
[치수의 자책하는 신음] [은동의 한숨]
(주먹) 술 고문은 무슨, 쳇 잊어버리기 전에 적으라고 막
이야, 그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었는지 압니까?
[탁자를 탁탁 치며] 아, 진짜 기억이 안 납니까?
야, 그 여성 동지가 날 딱 보고
'아, 이 중에 저자가'
'가장 지위가 높고 고급 정보를 보유하고 있갔구나'
이케 간파하고 나만 표적 수사하는데
그, 무슨 수로 이기갔어?
[헛웃음]
이 중 가장 만만해 보였갔지
그, 흠
과거에 연연해서야 동무들 큰일 하갔어?
거, 눈앞에 닥친 큰일부터 막으시라요
기렇지
[치수의 한숨]
(치수) 그, 내 생각엔 말이야
내가 어제 이 술 고문을 당해서
그 진실을 살짝 유출한 그 부분을
이 리정혁 중대장 동지만 모르믄 일없지 않을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입단속들 부탁한다 그 얘기지 [익살스러운 음악]
[광범이 잘그락 정리한다]
동무들?
[은동이 달그락 정리한다]
(치수) 동무들 우리, 우리 동무이지 않니, 응?
주먹, 은동아
[숨을 카 내뱉는다]
아침부터 어딜 갔다 오는 거니?
(단) 엄마는 어제 어디서 그케 술을 마신 거야?
(명은) 어, 사실은
아무래도 너랑 정혁이 사이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동네에 잠깐 갔었거든
정혁이네 병원에 전화하니까 퇴원하고 없다길래
집에 갔나 했지
엄마!
아이, 야, 들어 보라
집에 가니까 정혁이는 없고 정혁이네 중대원들만 있는 거야
그중에 입이 아주 그냥 종잇장처럼 가벼운 놈이 있더란 말이지
그래서 내가 살살, 살살, 살살 캐 봤지
기래서
무슨 말을 들은 거야?
들었어! 내가 다 들었어!
뭘?
그거이 생각이 안 나
[흥미진진한 음악] [코웃음]
[취한 목소리로] 기가 막히는구나, 야
그러니까 남에서 온 제비가!
삼시 세끼 중에 두 끼를 고기를 처먹어?
[웃음]
정수리에서 꽃향기가 나?
꽃향기가?
내가 분명히 다 들었거든?
(명은) 분명히 기가 막힌 얘기를 들었는데
왜 기가 막혔는지 기억이 안 나
내가 뭘 결심도 했거든?
근데 왜 결심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
[답답한 신음]
(단) 손목엔 뭐야, 이게?
(명은) 어?
어, 야, 기렇지!
야, 내가 잊어버릴까 봐 핵심 내용을 적어 놨는데
'남에서 온 제비'
제비가 원래 남쪽 나라에서 오지 않나?
뭐, 엄마는 쓸데없는 걸 적어 놓고 기래
씁, 삼시 세끼 중에 두 끼를 고기를 먹는다고?
고기 먹는 제비가 있나?
(단) 하, 몰라
'엘라스땡'?
(명은) '정수리 꽃향기'
아이씨
군사 암호도 이거보단 쉽갔다, 쯧
엄마
뭐가 기케 알고 싶은 건데?
나야
우리 딸이 결혼할 남자와 문제가 없는가 [잔잔한 음악]
(명은) 우리 딸이 지금
행복한가
그놈이 우리 딸 사랑해 주는가
그거이 제일 궁금하지
[한숨]
엄마, 아무 걱정 말라요
엄마 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정혁 동무랑 결혼해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 거니까
[명은이 단을 토닥인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세리) [한숨 쉬며] 아니, 그러니까
병원을 다시 가자고요
약 먹고 한숨 자면 일없소
[한숨]
또 일이 없대
[세리의 한숨]
(정혁) 아, 어디 가게?
안 가요
아, 그러니까 내 말은
갈 때 가더라도 지금은 아프잖아
(세리) 오늘은 크리스마스고
[안도하는 숨소리]
(세리) 그러니까 일단 푹 자고 낫기나 해요
[기쁜 숨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전화벨이 울린다]
예, 소좌 동지! [긴장되는 음악]
(철강) 리정혁이가 혹시 윤세리랑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
아닙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철강) 무슨 일 있으면 즉각 알리라
예!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사택 마을로 가자우!
(군인들) 네!
[새가 지저귄다] [밝은 음악]
아휴, 애들 오늘부터 겨울 방학이니께니 시끌벅적하갔지?
그저 삼시 세끼 밥해 줄 생각하니까 아주 앞이 깜깜합니다
(옥금) 그러게요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월숙) 왔네
[저마다 대화한다] 어, 왔어?
자, 다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시험지들 좀 내놔 보라
학기말 시험 다 보지 않았어?
아, 기렇지
(우필) 엄마, 나 다 맞았다
기, 기래, 기래
(은별) 엄마, 나도 몇 개밖에 안 틀렸다
(옥금) [놀라며] 기랬어? 어디 보자, 어디, 어디? 자
허, 아이고, 우리 딸 커서 뭐가 되려고 기래?
못 하는 게 뭐이가? 아이고, 잘했어
호영이 너도 빨리 내놔 보라
엄마, 마이 부끄러울 텐데 일없갔어?
이놈의 새끼가
[버럭 하며] 너 또 꼴찌가?
- (월숙) 이 아새끼래 진짜! - (영애) 월숙 동무
이 공부는 누가 도와줘야 해
특히 이렇게 호영이처럼 좀 느린 애들은 꼭 도움이 필요하다고
기래서 남식이는 과외 공부 했다면서요?
[살짝 웃으며] 응, 김대 출신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 김대? - (명순) 진짜 김대 출신입니까?
[월숙의 탄성] 응, 김주영 선생이라고
(영애) 개성에서 족집게로 이름 날리고 있는 걸
내가 탁 채 왔지 뭐야?
[영애의 웃음]
이야, 기러믄 우리 호영이도 좀 소개를...
미안하지만 안 돼
(영애) 그 선생은 일 년에 한 명밖에는 받지를 않아
[옥금의 놀라는 숨소리] 긴데 그 한 명이 남식이라는 겁네까?
이야! 와!
(남식) 어머니!
(옥금) 아이고, 남식아!
너는 김대 의대는 떼어 놓은 당상이구나, 야
(월숙) 역시 우리 영애 동지의
정보력과 추진력은 정말 이겁니다
[살짝 웃는다]
기래서 남식이 너는 몇 점을 받은 거니?
나 이번에 100점 맞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사람들의 놀라는 숨소리] (영애) 진짜네? 아이고
아니, 아니, 좀 걸릴 거랬는데 이케 단박에?
(옥금) 역시 김대 선생님은 다르구먼요
(영애) 야, 어디 좀 보자우, 응, 보자 [설레는 숨소리]
[흥미진진한 음악]
(남식) 어머니, 개별 시험지를 보지 마시고 총점을 보시라요
합쳐서 딱 떨어지게 100점입니다
(월숙) 가자우, 가자
(옥금) 밥 먹자, 응, 밥 먹자 아이고, 잘했어
넌 어디 가니?
아, 저는 김주영 선생님과 심화 학습을 하기로...
(영애) 이놈의 아새끼래!
방망이 어디 갔어? 방망이 어디 갔어?
가지 말라고, 이 새끼야! 가지 마, 이 새끼야!
이리 와! 거기 서라!
이 새끼 내년까지 굶겨야 정신을 차리지!
그따우로 하려면 전부 때려치라우! [세리의 놀란 신음]
(월숙) 아, 이거 누구네? [영애의 놀라는 신음]
(명순) 삼숙 동무
[당황하는 신음]
[살짝 웃는다]
(영애) 아니, 저기
뭐를 알고 돌아온 거야?
네?
신혼집 이사 들어왔다고, 어제
아...
어마어마한 벽걸이 테레비에
최첨단 세탁기에 말하는 밥가마 그리고 또 뭐가 있었디?
아, 왜 기래?
어! 침대가 운동장만 했어
와, 나는 기런 침대는 또 처음 봤네
이따만 해 가지고... [옥금이 푸푸거린다]
- (세리) 신혼살림이 다 그렇죠, 뭐 - (옥금) 와 기래?
암튼 알겠고요
(세리) 전 여기 아주 온 건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까 그냥 잠깐 들른 건데
온 김에 은혜 갚을 사람들한테 선물 하나씩 해 주고 싶어서
- 선물? - 선물?
(영애) 아, 기렇지만 삼숙 동무는 돈이 없잖아
(옥금) 기렇지요
우리 중에 제일로 빈곤하면서 무슨
[살짝 웃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세리) 이게 보통 다이아가 아니고
[유창한 말투로] VVS 1등급 1캐럿
전등에 비춰 보시면 바로 아시겠지만
빛 번짐 하나 없는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의 다이아들이
물방울처럼 알알이
뭐, 굳이 18K 고순도 화이트 골드까진 얘기 안 해도 아시겠죠?
(영애) 응, 이거이 그런 반지래
내가 보증하지
(옥금) 이야, 고매한 안목의 우리 영애 동지가
함부로 뭘 보증하거나 기렇지 않습니다
이야, 확실히 광채가 독보적이긴 하다
- 기렇지? -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자, 이제 흥정 시작해 볼까요?
500부터 시작할게요
(전당포 주인) 어, 얼마라고?
그렇게 되물어 보실 때마다 10만 원씩 올리겠어요
(세리) 510
510만 원?
520
5백 2...
[전당포 주인의 한숨] [금고 작동음]
(전당포 주인) 이거이 다야, 우리 전당포 전 재산
[동전을 잘그락거리며] 한 다 합치면 14만 얼마쯤 되려나?
- 네? - 이거이 못 받아, 돈이 없어
깎아 드릴게요
아, 이걸 누가 가져가?
(전당포 주인) 먼젓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그, 두꺼운 가죽 잠바나
어, 머리카락도 받아
아니믄 이 입을 수 있는 거나 먹을 수 있는 거나
요런 거, 응
[한숨] (월숙) 저기, 주인 동무
우리 융통성 있게 하자요
여기 이 동무래 사연이 좀 있어서 기래, 어
저, 비켜 보라
[월숙이 속삭인다]
아...
(월숙) 그러믄 이 가게 안에 있는 현물로
맞교환 어떻갔습니까?
현물?
[염소 울음]
[염소 울음] [당찬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근데 아까 아저씨한테 뭐라고 한 거예요?
어, 별 얘기 안 했어
어, 신경 쓸 거 없어, 어
[작은 목소리로] 남자한테 차였어
기래서 정신이 온전치를 못해
이 반지 받으라우, 다시 찾으러 못 와
[월숙의 웃음]
[세리가 코를 훌쩍인다]
[기분 좋은 숨소리]
(녹음 속 세리) 여기는 세리 1호, 여기는 세리 1호 누구라도...
[형사가 자판을 탁 누른다] (수찬) 아, 아니라고요?
이게 지금 윤세리 대표님 목소리가 아니라고요?
예, 오빠 내외분이 확인해 주셨어요 확실히 아니래요
아니, 그 성문 분석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아, 했죠
아, 근데 소리가 너무 희미해서 확률이 떨어진대요
(형사) 그리고 어차피 지금 사망 신고 끝났잖아요
아, 엊그제 뉴스도 났더구먼 못 보셨어요?
[지직거린다] (녹음 속 세리) 여기는 세리 1호
여기는 세리 1호, 누구라도 들리면...
(창식) 이거 봐 소름이랑 두드러기 올라오잖아
내 몸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왜 네 몸도 기억하는 이 목소리를 가족들은 모른다고 하지?
[창식의 한숨]
[창식이 숨을 카 내뱉는다]
원래 이 집안이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해
(창식) 예전에 오빠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대표님이 바로 차단하더라고
왜?
원래 재벌 가족은 우리의 상식으로 생각해선 안 돼
내가 많이 봤잖아
이 사람들은 우애보다 우호 지분이고 자식보다 주식이야
에이, 그래도
부모는 안 그러겠지
대표님 엄마한테 가 보자
(수찬) 낳아 주신 분인데 설마 자기 자식 목소리 모를까
저, 친엄마 아니야
- 아 - 비밀,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그럼 회장님을 만나면? 회장님은 친아버지일 거 아니야?
네가 미쳐 가는구나
우리가 회장님을 어떻게 만나?
[의미심장한 음악]
[타이어 마찰음]
오셨어, 오셨어
(수찬) 회장님 [창식의 놀라는 신음]
- (수찬) 회장님? - 회장님?
(수찬) 회장님, 회장님!
(세형) 거기요, 봤어요
이리 와요, 오라고, 일로
저희 말씀이세요?
오라고, 빨리
여기 왜 왔어요?
지나던 길이었습니다
(세형) 지나던 길이었다고?
우리 회사 VIP들만 올 수 있는 이 주차장을?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증평)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세형) 아, 아니에요 그 뭐, 여기 뭐, 관리하시는 분들인데
예, 들어가세요
(증평) 그래?
(세형) 들어가세요
(수찬)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세형) 아버지 [긴박한 음악]
신경 쓰실 필요 없는 사람들이에요
사실 뭐, 돈이나 뜯으러 온 건데
제가 정리할게요, 들어가세요
(수찬) 회장님, 회장님!
회장님! 윤세리 대표님은 살아 계십니다!
(세형) 야, 빨리빨리 정리해 [수찬의 힘겨운 신음]
(수찬) 회장님 따님은 살아 있다고요!
[수찬의 아파하는 신음]
[비서를 탁탁 치며] 아! 아파
아, 아! 아, 잠깐만요
[힘겨운 숨을 내뱉으며] 회장님
회장님!
저건 또 왜 저래?
아, 뭐 하니? 빨리 좀 해!
[비서들이 대답한다] (창식) 윤세리 대표님 살아 계십니다!
제 이 두드러기가 증거입니다!
(수찬) 진짜입니다! 제가 들었습니다!
- (수찬) 목소리! - (세형) 당신들 각오해
(세형) 내일 내 변호사 만날 준비들 하고
(수찬) 회장님, 회장님!
[수찬의 아파하는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창식과 수찬이 소란스럽다]
(창식) 좀 놔 봐요, 놔 봐요!
[창식의 힘주는 신음] [수찬의 놀라는 신음]
[창식의 놀라는 신음]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옅은 숨소리]
[옅은 한숨]
[힘겨운 신음]
[헛기침]
[부드러운 음악]
"행복한 크리스마스, 미스터 리"
[숨을 하 내뱉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시오
(세리) [떨리는 목소리로] 나예요
어디요, 지금? 왜 안 들어오고 전화를...
긴데 이건 누구 손전화요?
(세리) 나 가요, 리정혁 씨
어딜?
(세리) 뭐가 어디야?
다 얘기했잖아, 구승준이랑 갈 거라고
지금 간다고?
(세리) 어, 갑자기 일이 그렇게 됐어요
일정이 당겨졌네? [무거운 음악]
(정혁) 어디요, 지금? 내가 가갔소
(세리) 어, 아니에요
차 타고 벌써 멀리 떠났어요
미안해요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왔네
근데 우리 벌써 인사 여러 번 했잖아
새삼스럽게 안 해도 될 거 같아
아니오
벌써 했어도 여러 번 했어도 해야 하오
(정혁) 새삼스럽게 해야 하니까 그, 지금 어딘지만 말하시오
[울먹이며] 답답하네, 리정혁 씨
벌써 멀리 왔다고요
(세리) 일이 그렇게 됐다잖아
그러니까 자꾸 어디냐는 둥 오겠다는 둥
그런 얘기 하지 말고
(정혁) 아, 윤세리, 제발!
[다급한 목소리로] 잠깐만 있으시오
멀어도 좋소, 내가 금방 가니까
[세리가 흐느낀다] (정혁) 잠깐만, 내가 금방...
잘 있어요
건강하고
(세리) 결혼식도 잘하고
좋은 가정 이루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아요
[훌쩍인다]
나랑 있었던 일들은 다 잊고
[흐느낀다]
꼭 그렇게 해요
(정혁) 끊지 말고
[가쁜 숨소리]
내 말 들으시오
보이는 걸 말해 보시오 내가 다 찾아갈 수 있으니까
(세리) 리정혁 씨
사랑해요
[총성이 탕 울린다]
♪ 너와 마주 앉아 ♪
♪ 입맞춰 부르던 ♪
♪ 노랫소리 ♪
♪ 기억합니다 ♪
♪ 살며시 감은 나의 두 눈 속에 ♪
♪ 그대 모습 담아봅니다 ♪
♪ 함께 걸었던 이곳에 홀로이 ♪
♪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
♪ 시린 겨울도 어두운 밤도 ♪
♪ 함께 있음에 난 웃었지 ♪
♪ 그대 내게 준 그 봄에 우리 ♪
♪ 영원을 기도했죠 ♪
♪ 두 눈에 담은 작은 사진처럼 ♪
♪ 그대 여전히 남아있네요 ♪
[구세군 종이 울린다]
"세리스초이스"
홍 팀장님, 내년 설 마케팅 플랜 자료 어디 있어요?
다시 뽑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왜요?
대표님, 진짜 이러실 거예요?
(창식)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지금은 밤 10시고요
약간 너무하신 것 같습니다
- 우리 홍 팀장님 크리스천? - 아니요
근데 남의 생일이 왜 중요해?
[감성적인 음악]
(세리) 따지고 보면 남의 생파 아니야?
그걸 뭘 그렇게 유난스럽게
반짝이 달아 가면서 트리를 만들고
축하를 하네 마네 카드를 쓰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미스터 리"
(세리) 아니, 선물은 왜 줘?
자기들 생일이야?
(세리) 그게 다 얼마나 우스운 짓이냐고, 응?
안 그래요?
어찌나 바보들 같은지
(세리) 사람이 참 한 치 앞을 몰라요
암튼 인생은 뭘 장담하면 안 돼
[긴장되는 음악]
[잔잔한 음악]
(세리) 리정혁 보고 싶어
죽였습니다, 이제 어디 가도 없습니다
날 후회하게 만들려고 누굴 찾아간 거요?
(승준) 아, 정신 차려 봐요!
(단) [취한 목소리로] 야! 자고 가라!
[비상벨이 울린다] (영애) 삼숙 동무가
남쪽에서 왔다 그 말이가?
(철강) 긴급 수사 협조 공문입니다
(철강) 리정혁 동무가 여기 오지 않았습니까?
(충렬) 네가 숨겨 둔 여자 하나로
우리 집안이 끝장날 수도 있는 상황이야!
그 사람이 잘못됐다믄
전 죽는 날까지 지옥에서 살게 될 겁니다
.사랑의 불시착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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