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9
(세리) 사람이 참 한 치 앞을 몰라요
암튼 인생은 뭘 장담하면 안 돼
[긴장되는 음악]
[총이 철컥 장전된다]
[세리의 떨리는 숨소리]
[세리의 겁먹은 신음]
[떨리는 숨소리]
[총을 철컥 장전한다]
시키는 대로만 말하라
[통화 연결음]
[떨리는 숨소리]
(정혁) 여보시오 [무거운 음악]
나예요
(정혁) 어디요, 지금
왜 안 들어오고 전화를...
긴데 이건 누구 손전화요?
나 가요, 리정혁 씨
(정혁) 어디를?
뭐가 어디야?
다 얘기했잖아, 구승준이랑 갈 거라고
(정혁) 지금 간다고?
어, 갑자기 일이 그렇게 됐어요
일정이 당겨졌네?
(정혁) [힘주며] 어디요, 지금, 내가 가갔소
어, 아니에요
차 타고 벌써 멀리 떠났어요
(세리) 미안해요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왔네
근데 우리 벌써 인사 여러 번 했잖아
새삼스럽게 안 해도 될 거 같아
(정혁) 아니오
벌써 했어도 여러 번 했어도 해야 하오
그, 새삼스럽게 해야 하니까 지금 어디인지만 말하시오
[다급한 목소리로] 끊지 말고
내 말 들으시오
보이는 걸 말해 보시오 내가 다 찾아갈 수 있으니까
[흐느낀다]
리정혁 씨
사랑해요
[세리의 힘주는 신음]
[총성]
(괴한) 출발하라! [자동차 엔진음]
[차분한 음악]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찾고 있는 가입자는 응답하지 않습니다
[통화 종료음] [떨리는 숨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이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거나
봉사 구역 밖에 있으므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통화 종료음]
[망연자실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영애) 정혁 동무?
지금 집에 좀 빨리 와 봐야갔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옥금) 어, 옵네다, 옵네다
- (옥금) 어, 정혁 동지 - (영애) 어, 정혁 동무
(영애) 아니, 지금 보위부에서 동무네 집을 수색한다고 난리가 났어
저기, 삼숙 동무를 찾는 거 같은데
다들 같은 생각인 거가?
사람이 성이 잔뜩 났는데 더 멋집니다
- (명순) 옳습니다 - (영애) 기렇지?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철강) 왔구먼, 리정혁이
위에서 지령이 떨어져서 말이야
우리 11과 특별 대상께선 어디로 가셨나?
좀 모셔 가야갔는데 말이디
무슨 이유입니까?
난 다 알디
그년은 11과도 특별 대상도 뭣도 아닌 거
(철강) 너, 네 아비
네 가족들을 개박살 내 줄 살아 있는 증거일 뿐이디
그년 입 열게 하는 건 내 전문이니까 걱정하지 말라
죽기 직전까지 패든
전기로 살을 태우든 한 사나흘만 고문하면...
[철강의 신음]
[정혁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정혁의 신음]
[정혁이 기침한다]
[정혁의 신음]
[철강이 침을 퉤 뱉는다]
[정혁의 힘겨운 신음]
[철강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철강) 내가 말했디?
작년 고랑이 금년 이랑 된다고
넌 새끼야
끝났어
끌고 가라
[사람들이 놀란다]
(옥금) 리정혁 동지, 괜찮습니까?
(영애) 잘생긴 얼굴 다 망가졌다, 야
- (월숙) 정혁 동지! - (옥금) 리정혁 동지
(월숙) 어캅니까, 이거!
정혁 동지! 이거 어떡합니까 [옥금의 놀란 신음]
- (옥금) 영애 동지 - (월숙) 이게 무슨 일입니까?
(옥금) 대좌 동지한테 알려야 되는 거 아닙니까?
(명순) 저거 저렇게 끌고 가게 냅둬도 됩니까?
(옥금) 어캅니까!
어유, 정혁 동지!
[거친 숨소리]
(세리) 정신 똑바로 차려, 윤세리
생각하자, 뭐라도
그래, 좋은 거 생각하자
기분 좋아지는 거
어...
[아련한 음악]
(세리) 국수 삶는 리정혁
향초랑 양초도 구분 못 하던 리정혁
이젠 구분할 수 있게 된 리정혁
♪ 아니라도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말 ♪
♪ 우리 처음 만난 그날엔 어색해 웃어도 보고 ♪
♪ 지금의 나는 그리운 눈물 애써 참아봐요 ♪
(세리) 물 마시러 가다가 이불 덮어 주는 리정혁
(세리) 배웅해 줄게요, 집 앞까지만
일없소
아무 일 없소
약 먹고 한숨 자면 일없소
[철컥]
일없소
(세리) 별의별 일들이 많은데도
자꾸만 일없다고 뻥치는 리정혁
(정혁) 안전할 거요 내 눈에 보이는 데만 있으면
보이는 걸 말해 보시오 내가 다 찾아갈 수 있으니까
(세리) 자기가 무슨 진짜 어벤져스도 아니면서
뭐든 다 할 수 있고 다 찾아갈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허세 쩌는 리정혁
[흐느낀다]
보고 싶어
♪ 내 모든 이유도 그대라고 ♪
♪ 햇살이 좋은 날 ♪
[문이 철컥 열린다]
[정혁의 신음]
♪ 함께라는 이유만으로 난 행복했어 ♪
[문이 철컥 닫힌다]
♪ 이게 사랑인가 봐 ♪
[힘겨운 숨소리]
♪ 그대라는 선물을 만난 건 ♪
[한숨]
♪ 내 모든 순간이 전부 그대로 다 물들어 ♪
♪ 그대가 내 맘에 온 날부터 ♪
[울먹인다]
♪ 사랑이라는 말론 모자란 맘으로 말할게요 ♪
♪ 꼭 안아줄게요 내 모든 순간은 ♪
♪ 그대니까 ♪
[새가 짹짹 지저귄다] [옅은 신음]
[놀란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여기가 어디야?
[긴장되는 음악]
[힘주는 신음]
여기요, 여기요!
(세리) [문을 연신 쿵쿵 치며] 아무도 없어요?
여기요!
그래
두드린다고 열어 줄 거였으면 왜 가뒀겠어
어떤 놈이 날 납치해서 가뒀어
왜 안 죽이고?
뭘 원해서?
혹시 지금 날 보고 있나?
당신 누구야?
[문이 철컥 잠긴다]
(치수) 씁, 거, 아시갔지만
저희 같은 일반 군인들이 여기 이케 들어오기가 쉽지가 않았는데
딱 마침 제 짜개바지친구가 여기 검찰 구류장에
계호원들 사관장으로 근무 중이라
(광범) 상사 동지가 생색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먹) 맞습니다, 이거이 다 누구 때문인데
일전에 서단 동무 오마니가 오셨습니다
긴데 표치수 동지가
그날 술 먹고 세리 동무에 대해서 막 다 떠벌려 가지고...
어... 막 다 떠벌린 것까진 아니고...
(주먹) 그 오마니가 평양서 백화점 하는 엄청 큰 돈주라고 하던데
사람 풀어서 세리 동무 잡아가 어케 했을 수도...
(치수) 야, 서, 서, 설마...
남조선 드라마에 이런 거 엄청 많이 나옵니다
자기 자식 혼사에 제삼자가 껴들면
(주먹) 남조선 돈주들은 주로 낯짝에
물 싸대기를 날리거나 돈 봉투를 날립니다
하...
긴데 우리 공화국 돈주는 강단 있는 만큼
[의미심장한 음악] 납치로 본때기를 보여 준 것이 아닌가
(치수) 중대장 동지, 그 아주마니가 기럴 분 같지는 않았는데요
(단) 경고했습니다
후회할 짓 하지 마십시오
동무들
나가서 내가 시키는 일들을 좀 해 줘야갔어
처음으로
날 보고 싶다고 부른 곳이 영창이군요
그 여자가 사라졌소
기래서요?
거기에 대해 동무는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누구 짓인지, 어디로 데려갔는지
지금 무사한지
참 볼만합니다
결혼 며칠 앞둔 남자가 다른 여자 무사한지 걱정돼서
기케 세상이 무너진 표정이라니
(단) 차라리 잘됐군요
결혼식 전까지 여기 두 손 두 발 꽁꽁 묶인 채 갇혀 있다가
결혼식 때 나오십시오
그때 보자요
내 아버지요?
나더러 후회할 짓 말라고 했지
날 후회하게 만들려고 누굴 찾아간 거요?
(정혁) 보위부를 찾아간 것 같진 않고
동무 어머니가 그랬을 리도 없고
설마 내 아버지를 만난 거요?
[긴장되는 음악]
내 아버지가 그 여잘...
데리고 간 거요? 그 여잘...
예, 죽였습니다
(단) 이제 어디 가도 없습니다
그러니 포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정혁) 내 아버지에게 전하시오
만에 하나 그 여자 털끝이라도 다쳤다면
아버지는 하나 남은 아들 잃어버리시는 거라고
꼭 전하시오
[문이 쾅 닫힌다]
나도 같이 들어가 볼 걸 기랬나?
정혁인 어케 하고 있대?
(명석) 구, 국장 동지가 아직 정혁이 소식을 모르시는 거디?
아, 어카다가 영창에 다 온 거가?
- 알면 아주 난리가 나실 텐데 - (단) 두시라요
[차분한 음악] 어?
(명석) 야, 곧 결혼식인데!
그이를 저 안에 둬야
내가 결혼을 합니다 [명석의 한숨]
알아듣게 말을 좀 하라!
[속상한 숨소리]
[명석의 답답한 한숨]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만복) 우필아!
- 아바지! - (만복) 아니...
(만복) 아, 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온 거가?
어제 어떤 사람들이
고, 남조선 말 쓰는 예쁜 누나 잡아갔습니다
(우필) 기러고 그 누나가 이걸 떨어트리고 갔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세리의 겁먹은 신음]
[당황한 신음]
[놀란 숨소리]
[겁먹은 숨소리]
[째깍거리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만복) 우필아
너 이거 누구 보여 준 적 있니?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 어?
예, 아버지
긴데 그 누나 일없갔습니까?
(치수) 이야, 열 길 물속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더니
한솥밥 먹은 지가 얼마인데 여태 우릴 속인 거란 말이가?
중대장 동지도 참...
(광범) 우리 리정혁 중대장 동지가
어디 자기 출신 자랑할 사람입니까?
- 맞습니다 - (치수) 기래도 그렇지
이런 어마어마한 사실을 숨긴 게 말이 되냐 말이야
와, 우리 대위 동지가 총정치국장 아들이라니
(치수) 와,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 야, 내가
(주먹) 자기 금쪽같은 아들이 영창 가 있는 거 알면
총정치국장께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어케든 알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일단 중대장 동지가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라 했으니까
입 다물라우들
(함께) 예
[치수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충분히 다들 들었갔지요?
(치수) 동무 목소리 좀 작았던 거 아니가?
너무 대놓고 떠들면 더 수상합니다
[치수의 깨닫는 신음] (은동) 긴데 이 정도로 소문나갔습니까?
씁, 야, 야
(치수) 꽃 100 송이 피우는 데 벌 100 마리가 필요한 거이 아니야
이 소문을 동네 지나가는 똥개까지 다 아는 데 반나절이면 된다
씁, 이, 문제는
이거이 진실이냐 기건데...
나가서 해 줄 일이 하나 더 있는데
내 출신에 대해서 소문을 좀 내 줘야갔어
내 아바지가...
총정치국장이다
[치수가 풋 웃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쉬며] 내 아바지가 지금 사정을 알아도
날 여기서 내보내 줄 것 같지 않거든
소문을 내서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니 동무들이 좀 도와줘야갔어
[치수의 한숨]
(치수) [작은 소리로] 내가 말했디?
총 맞을 때 대가리 다친 거 같다고
걱정 말라, 표치수 동무
다 사실이니까
시간이 없다
(정혁) 되도록 빨리 소문이
대좌 동지 귀에까지 들어가게 해야 한다
씁, 자기 아버지가 총정치국장이라니...
(치수) 이런 되지도 않는 후라이에 괜히 우리만 놀아난 건 아니갔지?
아직도 우리 중대장 동지를 모릅니까? 기럴 분 아닙니다
총정치국장... 아들?
(금순) 예, 우리 집 세대주가
그, 부대원들 말하는 걸 직접 들었다지 뭡니까
[월숙의 놀란 숨소리]
(월숙) 기러고 보니까
뭔가 달랐어 [익살스러운 음악]
벌써 이, 외모가 혁명적이었지 않아?
말투, 걸음걸이도
그, 일개 중대장치고는 너무 당당했거든
- 옳습니다 - (옥금) 어, 기래기래
(옥금) 사실 나도
그, 어깨 떡 벌어진 거 봤을 때 뭔가 심상치 않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 (명순) 어깨 말입니까? - (옥금) 어
생각해 보시라요
(옥금) 그 어깨가 어디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렇게 마음 놓고 떡 벌어진 거지
성장기 때부터 어디 가서 기가 죽거나
오그라들 일 있었으면
그렇게 태평양처럼 마음 놓고 드넓게 떡 하고 벌어질 수 있었갔습니까?
- (명순) 아... - (월숙) 일리가 있어
- (옥금) 응 - (월숙) 그럴듯해
- (옥금) 기렇지요? - (월숙) 일리가 있어 [황당한 숨소리]
[사이렌이 울린다]
(군인) 31호 잠복 초소에서 놀가지 발생
31호 잠복 초소에서 놀가지 발생
(지휘관) 중대 비상! 중대 비상!
(군인) 31호 잠복 초소에서 놀가지 발생
31호 잠복 초소에서 놀가지 발생
(대좌) 뭐? 아, 또 놀가지야?
에이, 쯧
전 중대 비상 대기 하라우
조철강 소좌는?
평양?
아니, 그자는 이 시국에 무슨 반탐강습이야
에이, 알갔어
[수화기를 달칵 내려놓는다]
나 밥 좀 빨리 줘
얘기 들었습니까?
뭐?
리정혁 중대장
아, 거, 영창 갔다며?
[대좌의 웃음]
(대좌) 그, 요즘 젊은것들은 위아래도 없는지 말이야
아니, 자기 상관을 치받으면 어카자는 거야
그 자식 당분간 햇빛 볼 일 없어
당신은 기런 생각은 안 합니까?
리정혁이는 왜 위아래가 없었을까
그, 도덕이 없으니까 기렇지
(대좌) 지난번에도 그놈이 예심국에 찔러서
그, 조철강이랑 내가 조사받고 온 거야
아, 자꾸 여기저기 캐고 다녀서 골 아프다고
왜 그 동무는 겁대가리 없이
(영애) 찌르고 캐고 쑤시고 다녔을까
아이, 또 왜 빙빙 돌리고 난리야
에두르지 말고 그냥 직진하라우
당신 태어나서 총정치국장 만나 본 적 있습니까?
아이, 내가 기런 높은 양반을 어케 만나
왜, 그, 누구 줄 있대?
아, 있었지
긴데 누가 싹 잘라 버려서
아, 누가, 어떤 미친놈이!
(영애) 네가! [대좌의 아파하는 탄성]
와 기래!
리정혁이가 쥐고 태어났단다
그 총정치국장 수저를
응? [익살스러운 음악]
(대좌) 아니, 그 집 수저를 왜? [영애의 한숨]
아들이라고! 리정혁이가 총정치국장의 아들!
어?
[대좌의 아파하는 탄성] 그때 내가 리정혁이한테 배려별 주자고 했지? 응?
(영애) 말 안 듣고 애먼 놈한테 주더니 뭐? 햇빛을 못 봐?
당신 인생이 햇빛 못 보게 생겼다
어? 어? 어칼 거야, 어? 어칼 거냐고!
어디 도망가니! 쯧 [문이 탁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놀란 신음]
(세리) 누구세요?
[세리의 겁먹은 신음]
왜 이러세요? [세리의 겁먹은 신음]
차 들지 기러나
송이버섯차네요
(세리) 향도 좋고 감사하지만
마시지 않겠습니다
제가 뭐, 여기 손님으로 놀러 온 것도 아니고
납치당해 와서 먹으란다고 먹을 만큼 바보는 아닙니다
여기가 어디인 거 같네?
아버님 되시는 거죠?
놀라실 거 없으세요
똑같이 생기셨는데요, 서단 씨랑
[의미심장한 음악]
입매며 콧대며
(세리) 특히 사람 째려볼 때 그 눈매가 아주 똑 닮으셨습니다
- 기래 보이나? - (세리) 네
제가 이런 거엔 좀 남들보다 빠르고 예민한 편입니다
기렇군
솔직히 처음에 끌려올 땐 누가 이런 짓까지 하나
막 열받고 또 궁금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 좀 이해가 되네요
이해가 된다?
제가 따님 앞길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세리) 두 사람 사이에 제가 껴서 방해하는 거 같고
충분히 그러실 수 있습니다
[충렬의 한숨]
기래, 말해 보라
무슨 목적을 가지고 리정혁이에게 접근을 하고
그의 곁에 붙어 있었는지
목적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세리) 저는 그러니까...
그, 예기치 못한 강력한 돌풍으로 생긴
남북 상호 방어 시스템의 한시적 오류로 [익살스러운 음악]
찰나의 군사적 공백기가 만들어 낸 순수한 피해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뭐라?
사고였다는 거죠
아버님, 생각해 보십시오
(세리) 저는 남한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뭐, 그냥 구멍가게 정도가 아니라 엄청 큰 패션 회사요
[웃으며] 뭐, 제 자랑 같지만
뭐, 해외 스토어도 한 14 군데나 되고요
그런 제가 무슨 목적이 있다고 여길 일부러 와서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이 돈을 다 어디다 쓸까 죽기 전에 다 쓸 수는 있을까, 뭐...
그냥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온 선량한 서울 시민일 뿐입니다
리정혁 씨는 그런 저를
그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도와준 거고요
기럼 이 모든 건 다 리정혁 때문이다?
네? 아니요?
아니, 왜 얘기가 그렇게 되죠?
아니요, 그 사람은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세리) 정말이에요, 그 사람은 죄가 없어요
그것만은 정말 확실히 해 주셨으면 합니다
(충렬) 죄가 없다니
남조선에서 넘어온 정체불명자를 숨겨 주지 않았니
아니, 처음에는 그 사람이 신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제가 협박했어요
(세리) '너 신고하기만 해라'
'너랑 너희 부하들 그거 근무 잘못 선 거'
'내가 확 다 불어 버릴 거다'
그러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는
부하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거죠
기래서 둘 사이는 그거이 전부라는 거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리정혁 씨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씁!
(세리) 어쩌다 보니까 좋아하게 됐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그 사람은 아니었어요 저만 그런 거였습니다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그 사람은 지금쯤 제가 돌아갔다고 생각할 거예요
신경도 안 쓸 거예요
그러니까 아버님
저 좀 도와주세요
내가?
[긴장되는 음악] 사람 써서 납치도 하시고
딱 봐도 그 정도 힘은 있으신 거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충렬의 헛기침]
제가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통 크게 힘 한번 써 주십시오
(세리) 사실 리정혁 씨는, 아시잖아요
일개 대위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그 사람 정말 아무런 힘이 없어요
[헛기침]
아버님께서 저 한번 딱 도와주시면
틀림없는 보상과 보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아버님, 아버님!
(세리) 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문이 달칵 열린다]
[보글보글 소리가 난다] [문이 달칵 닫힌다]
뭐야
간헐적 단식으로 다져진 나야
[꼬르륵 소리가 난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세리) 저는 여기서 쌀 한 톨도 삼키지 않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하루 종일 굶었는데
위험할까 봐 그러면 내가 먼저 먹어 볼까요?
누구세요?
아니...
(세리) 아니, 그거보다
저를 왜 여기 데려오신 거예요?
미안하게 됐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음식은 안전하니 먹어도 됩니다
(세리) 저기...
혹시 리정혁 씨...
지금 잘 있는지
그 사람이 저 때문에 여기서 난처해지거나
뭐, 어떤 처벌 같은 걸 받거나 그런 일은 없어야 되거든요, 절대로
리정혁이 기케 좋습니까?
아니, 그...
꼭 그렇다기보다는
[한숨]
여자가 이케 찬 데서 자면 몸에 안 좋습니다
[차분한 음악]
(윤희) 오늘은 여기서 자는 게 좋갔시요
근데 여기 방 주인이 누군지...
(세리) 저는 원래 책장을 보면
그 사람의 인격, 성품, 취향
뭐, 이런 것들이 두루두루 다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아는 누군가랑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명은) 단아, 그, 정혁이가 몇 호실이라고?
[세리의 다급한 숨소리]
[명은의 거친 숨소리]
서단 씨 어머니 아니시죠?
혹시 리정혁 씨 어머니세요?
[충렬의 한숨]
남조선에선 사망 신고까지 된 재벌 딸이
씁, 아이, 대체 왜 여기 와서 내 아들을 만난 건지
(참모) 절대로 돌려보내시면 안 됩니다
저대로 남조선에 돌아가면 파장이 커질 겁네다
반드시 국장 동지가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거라고 봅네다
군사부장 쪽 움직임도 심상치가 않고 한시가 급합니다
명령만 내려 주시면 오늘 밤이라도 데리고 나가
제 선에서 조용히 처리하갔습니다
[헛기침]
오늘 밤은 좀 늦었고
예?
내 마누라가 말이야
잠은 재워 보내자고 자꾸...
에이, 쯧
일단 오늘 밤은 좀 두고 보자우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세리의 한숨]
(세리) 아, 진짜 미치겠다, 리정혁
[잔잔한 음악] 하, 아역 배우야?
하...
혼자 이렇게 튀게 잘생길 일이냐고
[세리의 귀여워하는 신음]
이 글씨를 어쩔 거야
너무 귀여워
[세리의 웃음]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거야? 리정혁 씨?
근데...
군인이 됐네?
[잔잔한 연주]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정혁의 한숨]
(소장) 대좌 동지
면회 정도야 제 손에서 가능하지만 보석은 다릅니다
(대좌) [잔을 잘그락 내려놓으며] 검찰소 구류소장이
보석 정도로 절절맬 일이오?
상관을 폭행한 사건입니다
그것도 대대 보위 지도원을
하극상도 이런 하극상이 없다고
보위 사령부에선 아주 아래턱들을 덜덜 떨고 있다 이 말입니다
우리 소장 동무 이케 소식에 늦어 가지고
중앙 진출 하갔어?
[소장의 헛기침]
[대좌가 소곤거린다]
나도 아직까지 그, 다리가 후들거려서
어케 여기까지 왔나 모르갔다
아...
사실 저는 사단 검찰 구류소장으로서
이 사건이 과연 구타 사건이 맞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은 있었습니다
- 기렇지? - (소장) 구타라는 건 [익살스러운 음악]
이게 구타거든요
(소장) '주먹 구'에 '때릴 타'
'칠 구'에 '때릴 타' 아니고?
아니고요
자고로 주먹으로 때려야 구타디요
(대좌) 어, 긴데?
우리 리정혁 중대장 동무는
손바닥을 쫙 펴고 때렸다는 것 같았습니다
얼핏 기케 들은 것 같습니다
- 기럼 구타가 아니구먼 - (소장) 아니디요
그, 억울하게 영창살이하고 있는 리정혁이 어디 있나
내가 데리고 나가야갔어
(대좌) 이번 일로 배운 게 있을 거야
첫째
살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둘째
기럴 땐 항상
이 형을 찾는다
기런 일이 있었으면 이 형부터 찾았어야지
그 점 반성하라우
예
자, 자
(대좌) 큰 경험했으니까 며칠 푹 쉬고
뭐, 우리 안사람이 뭘 상다리 부러지게 준비했다니까
일단은 우리 집으로 가자우
청이 한 가지 있습니다
어, 기래 [긴장되는 음악]
뭔데?
(대좌) 아, 뭔데
(옥금) 자, 리정혁 동지가 좋아하는 무생채를 여기다가
- (월숙) 아이고, 참... - (옥금) 아, 중앙에 놔야지 이쁜데
- (월숙) 어! 대좌 동지 오셨습니까 - (옥금) 아이고, 오셨습니까
(영애) 아이고! 오셨시라요
아니, 왜 당신 혼자야? 우리 리정혁 동무는?
(대좌) 몰라, 뭐, 어디를 급히 가야 한다고
씁, 긴데 이상한 부탁을 하네
무슨 부탁?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리정혁 씨가 어머니 닮아서 요리를 잘하나 봐요
우리 정혁이가 국수를 삶아 줬나?
네, 국수도 잘 만들어 주고 커피도 맛있게 내려 주고요
[세리의 탄성]
어머니 닮아서 따뜻한가 봐요 리정혁 씨
[잔잔한 음악]
(윤희) 정혁이 네 생각은 어떠니?
너무 서두르는 거 같으면...
오래된 약속 아닙니까, 지켜야지요
원랜 우리 정혁이가 따뜻한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터 기렇지가 않았거든
(윤희) 아무한테도 곁을 안 주고 차갑고
긴데 따뜻하다니
다행이네
[거친 숨소리]
어디 있습니까?
누구 말이니?
아시지 않습니까!
(정혁) 아바지가 그 여자 데려가신 거 다 알고 왔습니다
어디 있습니까?
저 어디 숨을까요?
(세리) 걱정 마시고 딱 잡아떼세요
저 사람 인생이...
저 때문에 너무 멀리 와 버렸네요
저도 더 이상은 안 보고 싶거든요
봐 봤자 울기나 하지
어디...
지하실 같은 데 없어요?
(정혁) 설마...
죽었습니까?
주, 죽였습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충렬) 넌 네 앞날에 대해서 생각이란 걸 하지 않는 거네?
아니요, 생각해서 이럽니다
[무거운 음악]
앞날의 제가 오늘을 끝없이 되돌아보고
후회하면서 사는 게 싫어서 이럽니다
(정혁) 내가 좀 빨랐다면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더 잘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자책 더는 하고 싶지 않아서 이럽니다
기케 사는 게 얼마나 지옥인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바지도!
[충렬이 흐느낀다]
무혁아
[힘겨운 신음]
집까지 오는 내내 숨도 잘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정혁) 나 때문에 그 사람 잘못되기라도 했을까 봐
그 사람이 잘못됐다면
전 죽는 날까지 지옥에서 살게 될 겁니다
숨 쉬어라, 정혁아
(윤희) 왜 숨을 못 쉬니
내 새끼 지옥에서 살게 할 순 없지 않습니까?
[부드러운 음악] [슬픈 숨소리]
리정혁 씨 말 잘하네
그렇게 말 길게 하는 거 처음 봤어
♪ 지나가는 길에 보인 ♪
♪ 나의 한 뼘보다 작은 꽃에 ♪
♪ 눈이 가듯 너의 작은 ♪
얼굴은 또 왜 이래요
(세리) 또 다친 거예요?
일없소
맨날 일이 없대
누가 이런 거예요, 진짜
늦어서 미안하오
(세리)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나 때문에...
항상 내가 문제야
문제 아니오
나만 여기 안 왔어도
아니오
아니오
♪ 잊지 마요 내가 있다는 걸 ♪
(충렬) 음, 기래
아버지 면전에 큰소리 실컷 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하네?
아버님께 사과드려요
(세리) 사고는 자기가 쳐 놓고
불효 자식처럼 막 그렇게 화를 내면 어떡해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요?
(충렬) 잘했다는 거네?
아니, 기, 기건 아니지만...
(정혁) 사실을 아셨을 때 차라리 저에게 말씀을 해 주셨다면...
말했으면 순순히 내줬을 거고?
네가 숨겨 둔 여자 하나로
우리 집안이 끝장날 수도 있는 상황이야!
기렇지만 기건 다 제 잘못이지 이 여잔 잘못 없습니다
(충렬) 에?
아, 저 동무 말로는 다 본인의 잘못이라던데
본인이 널 협박했고
기래서 넌 어쩔 수 없이 보위부에 신고를 못 한 거고
무슨...
(정혁) 아닙니다, 저는 기딴 협박 따위 개의치도 않았고
제 자의로 신고를 안 한 겁니다
와?
다칠까 봐서
뭐...
[따뜻한 음악]
보위부를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안에 들어가 어떤 일 당할지도 모르고
(정혁) 다칠 수도, 이용당할 수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기래서 보낼 수 없었습니다
리정혁 씨...
(충렬) 이야, 이거, 이거
야, 야, 야, 야 거, 꼴도 보기 싫으니까 썩 꺼지라
예
우리 밥 먹던 중이었는데 가서 먹자
이야, 이거, 이거
[승준의 헛기침]
아, 이거? 괜찮아요
(승준) 보위부 애들이 들이닥쳐서 한바탕 뭐...
[승준의 웃음]
나 지금도 초대소 못 가고 호텔에 있잖아요, 응
누가 물어봤습니까?
뭐 시켰어요?
(승준) 아, 하루 종일 제대로 못 먹었더니 배가 고프네
[단이 입바람을 후 분다] 왜 그래요, 무섭게
어어?
(단) 내가 리정혁 동무 언제 처음 봤는지 압니까?
모르지만 나 진짜 안 궁금한데
진심이야, 안물안궁, 저...
(단) 열일곱 살 때였습니다
우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말이지요
[아련한 음악]
(어린 단) 오른쪽은 초 칠이 덜 된 것 같구나
좀 더 빡빡 문지르라
(여학생들) 빡빡 문지르라
(여학생1) 아니, 저거 리정혁 동무 아니네?
(여학생2) 어데, 어데?
[여학생들의 함성]
(어린 단) 청소하다 말고 와 기래!
(여학생3) 야, 저건 봐야 돼
빨리 와 보라우
리정혁 동무 농구하는 걸
날이면 날마다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네
(어린 단) 리정혁이 누구인데?
너 리정혁 몰라?
전국 예술 경연 대회에서 최우수상 세 번 받고
이번에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비한다는 애
- 멋지구나, 야 - (여학생3) 멋있다, 야 [여학생들이 소란스럽다]
[여학생들의 환호]
(단) 그때부터였습니다
어디를 가도 정혁 동무만 보였던 게
[부드러운 음악]
[여학생들이 말한다]
(단) 한 번도 말은 안 했지만
난 우리가 서로를 안다고 믿었습니다
[종소리가 울린다]
(단) 기래서 집안끼리 정혼을 하고
부푼 마음으로 정혁 동무가 유학하던 스위스까지 날아갔습니다
[종소리가 울린다]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함께 인사를 나눈다]
하, 참...
리정혁 동무
아, 서단 동무?
[호응한다]
아바지께 얘기 들었습니다
우리 금성중학교...
처음 보갔습니다
[차분한 음악]
처음 보갔습니다
[단의 헛웃음]
(단) 처음 본다니...
자기가 날 처음 봐?
지나가는 똥개도 기케 자주 마주쳤으면 알아보갔다
내가 먼저인데
내가 그 여자보다 먼저 아닙니까?
내가 먼저 보고 먼저 좋아했는데 기딴 거 소용없는 겁니까?
바보네, 서단 씨
원래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는 거예요
(승준) 아, 그만 마셔요, 몇 잔째야
내가 취한 것 같니?
예
[한숨]
새끼 어케 알았지?
(단) 이 새끼가 뭘 좀 아네
[헛웃음 치며] 서단 씨
반말까진 억셉트하겠는데 갑자기 욕은 좀...
- 야! - (승준) 예?
내 마음이야
아, 나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
뭘?
이렇게 매력적인데 왜 싫다는 거예요, 리정혁은?
[익살스러운 음악]
- 뭐? - 다시는 그 입으로 욕하지 마요
(승준) 볼수록 내 타입이야
나 떨리니까 이제 그만
쯧
이런...
사람 볼 줄 아는 새끼
너 좀 괜찮다
그렇죠? 나 괜찮죠?
[혀를 쯧쯧 찬다]
괜찮으면 뭐 하니
그 에미나이한테 까여서
(단) 아니, 네가 까이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 지경이 됐갔니?
뭐래, 내가 까인 게 아니고
아이, 서단 씨가...
(승준) 어어? 어?
[단의 술 취한 신음]
(명은) 아니, 동무는 누구야?
- 죄송합니다 - (명은) 아니, 동무 누군데...
[명은의 놀란 숨소리]
(단) 야, 자고 가라
(명은) 어머, 이 미친 에미나이 이거 셧업하지 못하갔니?
동네 창피하게, 진짜, 아이!
아, 진짜... [익살스러운 음악]
[멋쩍은 웃음]
운전공 동무가 방금 뭘 봤을 거야
예, 본 게 없지는 않습니...
(운전공) 다만 뭘 봤는지 생각이 잘 안 납니다
(명은) 기래기래, 계속 그렇게 생각이 안 나야 할 거야
(운전공) 긴데 약혼자가 전방 부대 대위라고 들었는...
기억이 전혀 나질 않습니다
[거친 숨소리]
자고 가라
[어이없는 숨소리]
아이고, 저, 저, 저, 저
(명은)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어머!
어머나, 어머나
어머나, 이 종간나 새끼
어디로 튄 거야?
[거친 숨소리]
운동 부족이야, 운동 부족 [휴대전화 벨 소리]
아이, 씨
네, 접니다
예?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 [문이 달칵 열린다]
아, 난 또 [문이 달칵 닫힌다]
누굴 기대했길래?
아, 뭘 기대해요
아무래도 남의 집에서, 남의 방에서
혼자 좀 불안하고 불편하고 그래서 잠도 잘 안 오고
불안하고 불편해서 어젯밤 밤새도록 피아노를 친 거요?
어머니가 그러세요?
아니...
그냥 너무 좀 심란하고 그래서
우울할 때는 어떤 뭐
그런 예술로 마음을 좀 달래곤 하는 게 습관이야
근데 우리 리정혁 씨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거예요?
(세리) 본의 아니게 보게 됐네? 어린 시절의 꿈을
다 지나간 일이오
그럼 나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세리) 내가 어제 쳤던 건데
혹시 이 곡 뭔지 알아요?
[잔잔한 연주]
[잔잔한 음악]
내가 사람들한테 다 물어봤거든?
음악 좀 안다는 사람들한테도
근데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잔잔한 피아노 연주]
이 곡을 어케 알고 있는 거요?
(세리) 스위스 갔을 때 누가 연주하는 거 우연히 들었어요
근데 그때 내가 딱 듣고 너무 좋아서 외워 놨거든?
근데 도무지 누구 곡인지를 찾을 수가 없었던 거지
[어이없는 숨소리] 거기가
아, 눈 쌓인 진짜 예쁜 호숫가였어
씁, 이름이 뭐였더라?
(정혁) 이젤트발트
어, 맞아요, 거기
근데 리정혁 씨가 그걸 어떻게 알지?
[정혁의 옅은 숨소리]
[잔잔한 연주]
[차분한 음악] 이거 맞아요
아는구나
이거 누구 곡이에요? 제목이 뭐예요?
늦은 오후였고
물안개가 자욱했고
난 형의 부고를 듣고 스위스를 떠나던 길이었지
그게 무슨...
내 형을 위해 만든 이 곡을
그 호숫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주했었소
[세리의 놀란 숨소리]
[잔잔한 피아노 연주]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그날...
거기서 연주한 사람이 리정혁 씨였다고요?
[차분한 음악]
하, 어떻게...
[놀란 숨소리]
말도 안 돼
(세리) 나 그날 진짜 외로웠는데
그때
나 정말 죽고 싶었는데
풍경이라도 예쁜 데 가서
아무한테도 폐 끼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사라지자
그러고 떠난 여행이었거든요
근데 당신이...
거기 있었네
당신은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도
날 살렸네
잘 들으시오
내일 당신은 집으로 돌아갈 거요
[놀란 숨소리]
[군사부장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철강) 부대 사택 마을에
그 시간대에 드나든 외부 차량들 중에
가번호를 쓰고 있는 수상한 차량이 있어서 추적을 해 보니
평양 서재골 방향에서 사라졌습니다
총정치국장의 자택이 있는 동네지요
[한숨]
그 에미나이가 그 차를 타고 거기로 갔다고 치자우
(군사부장) 지금도 있으라는 법은 없잖아
진작에 없애 버렸을 수도
마침 서재골 초대소 담당 보위 지도원이
(철강) 제 보위 대학 동기여서 은밀히 알아봤습니다
들어온 차는 있었지만 아직 나간 차는 없었답니다
[한숨]
군사부장 동지
지금 치면 굉장한 것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받들어총!
(군사부장) 뒤에 따라오는 차도 동행이야 통과시키라
예!
[통화 연결음]
예, 국장 동지
제가 긴히 토의할 일이 있어서 지금 댁 앞에 와 있습니다
잠깐 좀 뵐 수 있갔습니까?
미안합니다, 총정치국장 동지
군사부장 동무가 기랬으면 기럴 만한 긴급한 일이 있었갔지 [긴장되는 음악]
음, 우린 구면이구먼
예, 지난번 리정혁 동무 병실에서 잠깐 뵀습니다
(충렬) 음, 기랬지
긴데 어케 두 사람이 같이 왔네?
[멋쩍게 웃으며] 이 동무가...
좀 이상한 제보를 하나 제기해서 말입니다
제보?
보위 사령부에서 수배 중인 인물이 여기 숨어 있다고 하니
이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기래서 지금 내 집을 가택 수색이라도 하겠다는 거이가?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케 감히...
(군사부장) 기렇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인물이 여기 숨어 있다가
국장 동지에게 해라도 가하면
기건 안 되는 일 아니갔습니까?
나 생각해 주는 건 동무밖에 없구먼기래
(철강) 보위 사령부에서 발급된 긴급 수사 협조 공문입니다
잠시만 집 안을 좀 살피갔습니다 국장 동지
(군사부장) 다 형식적인 거지요
예를 갖춰서 하라
(보위부원) 수색하라! [보위부원들이 대답한다]
하...
기가 막힌다
긴급 교방이라니
(치수) 긴급 교방이라니!
(주먹) 중대장 동지가 총정치국장 아들이면
그 직속 부하인 우리들에게도 콩고물 정도는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케 살짝 기대도 했는데
콩고물은 고사하고 날벼락이라니
(은동) 원래대로라면 내년 봄에나 근무 서도 되는 거 아닙니까?
야
우린 다 중대장 후라이 깐 거에 뒤통수 맞은 거야
(치수) 생각들 해 보라우
자기가 진짜 총정치국장 아들이었으면
길바닥에서 총은 왜 맞고 영창은 왜 끌려가갔어
[은동의 깨닫는 숨소리]
기냥 다음 세상이 있다믄
총정치국장 아들 정도로는 태어나고 싶다
뭐, 기런 개인적인 소망이 담긴 후라이를 깠는데
우리 모두 놀아난 거라니까
왜 한마디도 안 하고 있습니까?
(주먹) 뭐, 혹시 중대장 동지한테 미리 들은 얘기라도 있습니까?
[긴장되는 음악]
(월숙) 기래서 우리 정혁 동지가 대좌 동지에게 뭘 부탁했다는 겁니까?
(영애) 리정혁 동무가 글쎄 우리 세대주한테
(정혁) 청이 한 가지 있습니다
어, 기래
뭔데?
(대좌) 아, 뭔데
긴급 교방에 제 중대를 투입시켜 주십시오
[여자들의 놀란 숨소리]
(옥금) 이 엄동설한에
전초선 긴급 교방을 시켜 달라 기랬다는 겁니까?
[옥금의 놀란 숨소리] (명순) 전초선?
(월숙) 정혁 동무가 영창 들어갔다가 정신이 나간 겁니까?
왜 기런 부탁을 합니까? [옥금이 호응한다]
[문이 탁 열린다]
[보위부원들이 우당탕거리며 뒤진다]
(광범) 중대장 동지는 세리 동무와 전초선으로 들어갑니다
기래서 교방 근무를 신청한 겁니다
뭐? 뭔 소린 거가, 거긴 왜!
왔던 길로 들어가 다시 가는 겁니다
아니, 기게 말이 되...
(주먹) 어케든 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말이 아주 안 되지는 않습니다
기건 기렇지
우리만큼 거길 잘 아는 사람들이 없지
(치수) 막말로 초소도 우리가 지키는데
(은동) 수색도 우리가 하고
총책임자도 우리 중대장 동지고
(주먹) 거기는 완전한 우리 구역이니까니
[호응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무거운 음악]
[충렬의 한숨]
동무가 날 생각해 주는 마음은 잘 알갔지만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갔어?
좀 있으면 날 저물갔구먼
물론입니다
아무래도 제기된 제보가 오보였던 것 같습니다
[군사부장의 힘주는 신음] [철강의 신음]
(군사부장) 이런 거랑말코 같은 새끼
너 대체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 지금 장난해? - 어허
(충렬) 그만하오
(철강) 리정혁 동무가 여기 오지 않았습니까?
와서 그 여성을 빼돌린 거 아닙니까?
야!
음...
아직 소식 못 들었나 보구먼
(충렬) 전방 부대에 놀가지가 나와서 긴급 중대 교방이 있었소
[긴장되는 음악] 내 아들놈은 긴급 교방된 중대장으로서
지금쯤 거기 있을 거요, 전초선에
(군사부장) 기런 줄도 모르고
정말 결례했습니다, 국장 동지
거기입니다 기래서 전초선으로 간 겝니다
그 여자를 남쪽으로 내려보내려고 말입니다
(군사부장) 입 다물라
제 말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그 둘이 비무장 지대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군사부장의 힘주는 신음]
미안합니다, 국장 동지
(군사부장) 이자는 제가 처리하갔습니다
끌고 가라!
(철강) 부장 동지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세리) 비무장 지대 안에도 이런 마을이 있구나
전쟁 전엔 여기도 사람 사는 데였으니까요
(치수) 주먹아
이 집이 이 마을에선 그나마 상태가 제일 말짱한 집이야
일단 여기 와서들 앉으라우, 응
[치수의 힘주는 신음]
(치수) 자...
이거이 술이 아니야, 응? 약이야
이, 적어도 1953년 이전에 담가진
표치수 동무
예
(세리) 근데 왜 장독대 위에 물그릇이 있어?
(은동) 아, 기거이 정한수 그릇입니다
그, 물 떠 놓고 비는 그거?
예
[호응한다]
(치수) 이 집에 전쟁 나간 아들이 있었던 거 같다
[치수가 숨을 후 내뱉는다]
방 안에 아직도 사진이 걸려 있거든
우린 저 정한수 그릇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지
우리도 다 오마니는 있으니까
(주먹) 인차 돌아가믄 세리 동무 오마니도 참 좋아하시갔습니다
얼마나 기다리셨갔습니까
글쎄, 뭐...
(주먹) 아! 여기서도 보입니다
뭐가?
저기 조그맣게 보이는 산 말입니다
- (세리) 어 - (주먹) 북한산입니다
(주먹) 서울에 있디요?
진짜?
[잔잔한 음악] (세리) 저게 저렇게 가깝다고?
(은동) 저게 저케 가깝게 있어도
우린 이제 영영 못 보는 거지요?
기래도 가믄 오마니도 만날 거 아입니까
난 부럽습니다
어...
근데 막상 난 엄마랑 그렇게 친하지는 않아서
은동이도 얼른 제대해서 엄마 만나면 되잖아
(치수) 약 올리니?
금은동이 제대하려면 9년 7개월 남았어
뭐? 9년 7개월?
[세리의 놀란 숨소리]
(세리) 이야, 어마어마하다
우리 은동이 엄마 많이 보고 싶겠네?
(은동) 예
보고 싶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우리 고향은 여기보다 추운데
땔감은 넉넉한지
동생들 밥은 잘 먹는지
우리 막내가 몸이 많이 약해서 감기도 잘 걸리는데
다들 잘 있을 거야
(세리) 너희 다 여기서 다치지 말고
뭐라도 악착같이 잘 챙겨 먹고
그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란 말이야
또 혹시 아니?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될 수도 있고
(치수) 헷소리하지 말고 너나 가서 잘 살라우
이번에 또 돌아오면 내 진짜 확...
묻어 버릴 거니까
- (세리) 치... - (치수) 산이든 강이든
그러든가
산이든 강이든
(치수) 거, 해가 왜 이케 안 떨어지는 거네?
깜깜해져야 저 시끄러운 에미나이 어서 보내지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오류음]
어머니, 이거 사람 불러야 돼요 마스터키도 없고요
엄마가 여기 웬일이세요?
문이나 열어라
[도어 록 조작음]
(세리) 내 생일이에요
죽다 살아난 날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어머님, 비번 어떻게 아세요?
와, 장난 아니다 어떻게 다 알지?
(혜지) 우리 집 비번도 아시는 거 아니야?
동서는 걱정 안 돼?
(혜지) 어머, 어머
이거 홍콩 옥션에서 누가 가져갔다 그래서 누군가 했더니 [혜지가 손가락을 탁 튀긴다]
이게 바로 여기 있었네 [혜지가 손뼉을 탁 친다]
[잔잔한 음악]
[한숨]
[한숨]
(세리) 커피 드세요
(정연) 그래, 고맙다
근데 무슨 일이세요?
너 상장한다며
안 그래도 네 오빠들 일 잘 안 풀리는 거 너도 알 텐데
꼭 그래야겠니?
[한숨]
오빠들, 아버지랑 아무 상관 없이 내가 만든 회사예요
(세리) 내가 만들어서 내가 키워서 내가 상장하는 거예요
엄마
나 여기까지 혼자 오는 거 쉽지 않았어
정말 힘들었어
누가 그러라고 시켰니?
[어두운 음악]
네 속 모를 거 같니?
(정연) 네 아버지 보시라 이거잖아
오빠들보다 잘난 너 봐 달라는 거잖아
너 뽑아 달라는 거잖아 네가 다 갖겠다는 거잖아
- 엄마 - 허, 엄마?
(정연) 네가 욕심만 안 내면
너랑 내 관계도 훨씬 편해질 수 있어 진짜 엄마, 딸처럼
욕심이 아니라
내 꿈이에요
넌 꿈까지 꾸게?
[가슴을 탁탁 치며] 내 인생은
너 때문에 이렇게 지옥인데
[정연의 한숨]
[한숨]
(혜지) 어머
어머니, 이 각인
디자이너 장 마리트가 병상에서 직접 이 사인을 한 직후에 죽었잖아요
이게 그 가방이에요, 어머니
오, 세상에
내려놔
네
- 나와 - (혜지) 지금요?
(정연) 그래
[카메라 셔터음]
(정연) 뭐 하니? [카메라 셔터음]
아...
어차피 세리스초이스 합병이든 인수든 해야 하는데
참고가 될까 해서요
[한숨]
[차분한 음악]
이거 어머니 아니세요?
(상아) 맞는 거 같은데?
[카메라 셔터음]
[풀벌레 울음]
(정혁) 잘 지내시오
일상으로 돌아가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금 누가 누구 걱정을 해
(세리) 내 걱정은 마요, 잘 지낼 거야
지금 가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금방 적응하지
늘 그랬듯이 돈도 잘 벌고 잘 쓰고
일도 열심히
남자도 만나고
남자를 만난다고?
그럼? 만나지 마?
아니, 뭐...
(정혁) 알아서 하는데...
아니, 그러지 않았나?
파혼 애도 기간을 갖자고
6개월이라고 했던가?
그건 리정혁 씨 그러란 거였고
(세리) 뭐야, 일상으로 돌아가라면서요
남자들에게 돌아가란 뜻은 아니었는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 지내라며
(정혁) 남자들이랑 잘 지내란 얘긴 아니었소
치...
6개월이면 돼요?
뭐, 쯧
[잔잔한 음악]
(세리) 알았어요 [한숨]
그럼 나 6개월만
우리의 이별을 애도해 보지, 뭐
우린 운명이잖아
생각해 봐요
어떻게 스위스에서 그렇게 우연히 만나고
북한에서 또 이렇게 만나고
왜요?
♪ 두렸웠던 나의 맘에 하얀 눈이 내려와 ♪
남자를 만나도 되고
다른 이들과 아무 일 없었듯이 잘 지내도 되오
대신
다신 외롭진 마시오
(정혁) 혼자 풍경 좋은 곳 가서
조용히 사라지겠다는 마음 따위 먹지 마시오
내가 있으니
옆에도 없을 거면서
(정혁) 옆엔 없어도
당신이 외롭지 않길 바라는
내가 항상 있소
사는 내내 행복하시오
기래 주면 고맙갔소
♪ And I'm still, I'm here ♪
[밤새 울음]
(은동) 씁, 여기서 남쪽 철책선까지 어케 갑니까?
(치수) 저리로 쭉 가면 역곡천이 나오지
[긴장되는 음악]
(치수) 거기 매생이 뗏목이 있거든
물 불어나문 수류탄 몇 방 터트려서 물고기 잡을 때 쓰려고 숨겨 둔 거
(치수) 그다음이 밀로야
높이 40cm 정도의
사각형 모양의 화강석으로 표시가 된 길이디
그 돌이 있는 곳에서 반경 10m 내엔 지뢰가 없다고 보면 돼
그 길을 쭉 가다 보문 남방 한계선이지
(은동) 아, 생각보다 멀지 않구먼요
(치수) 응, 기렇지, 뭐
여기서야 뭐, 왔다 갔다 해도 뭐, 한두 시간이문...
(주먹) 긴, 긴데 지금 시간이...
(광범) 곧 새벽인데
와 안 오지?
길 헤매시는 거 아닙니까?
(치수) 기럴 리가...
[차분한 음악]
(세리) 왜요?
(정혁) 이 길이 아닌가 보오
(세리) 또?
왜 자꾸 아니지?
근데 나 저기 아까 본 거 같은...
[세리의 당황한 신음]
[정혁의 난감한 신음]
여기가 워낙 그 길이 그 길 같고...
리정혁 씨
솔직히 말해 봐요
뭐를?
길치죠?
(치수) 중대장 동지는 우리 중 누구보다 밤눈이 밝고
길을 잘 찾는 사람이거든
응
[한숨]
내가 밤눈이 워낙 어둡고
길도 잘 못 찾아서
미안하오
기러니까 지금까지 안 오고 있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났거나
- (은동) 예? - (주먹) 예?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거지
- (주먹) 아... - (은동) 아...
[한숨]
다 왔소
드디어 왔네요
(정혁) 저쪽에 나무 보이시오?
저 독립수 앞으로 걸어가시오
그곳이 남측 수색조가 나오는 출입구요
곧 새벽 수색조가 도착할 시간이니 그들에게 도움을 청하시오
혹시...
(세리) 저, 저기까지만 같이 가는 건 안 되고?
(정혁) 여기선 한 걸음도 넘어갈 수 없소
저 돌만 보면서 걷는 거 잊지 말고
리정혁 씨도 나 아주 잊지는 말고
못 잊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여자를 무슨 수로 잊갔소
[피식한다]
떨어진 게 아니고 강림
기렇다 칩시다
갈게요
[차분한 음악]
[슬픈 숨소리]
[울먹인다]
[세리의 놀란 숨소리]
한 걸음 정돈...
괜찮갔지
[애절한 음악]
♪ 어떤 날엔 그대를 ♪
♪ 어떤 날엔 그려요 ♪
♪ 모른 체 참아내는 일 너무 힘에 겨워 난 ♪
♪ 맘이 가는 대로 ♪
♪ 그렇게 맘껏 슬퍼져요 ♪
♪ 어떤 날엔 그대를 ♪
♪ 어떤 날엔 빌어요 ♪
♪ 혼자서 사랑하는 일 조금 서러워져 난 ♪
♪ 흐르는 눈물 ♪
♪ 닦아 주러 와줘요 ♪
[문이 달칵 열린다]
[세리의 한숨]
참, 사람이
책들이 다 이렇게 어둡고 어렵고 말이지
아휴...
[부드러운 음악]
♪ 나의 마음이 움직여 그냥 길을 따라 걸어가도 ♪
♪ 다시 여기 너의 앞에 ♪
♪ 따뜻한 어깨에 기대어 ♪
♪ 이렇게 다시 너를 느껴 ♪
♪ I’m still and I’m here 이렇게라도 널 담을게 ♪
♪ 우리 서로 밀어내더라도 ♪
♪ 그 때문에 더 깊이 새겨져 여기 또 거기 ♪
♪ 다른 하늘이라도 ♪
♪ 너의 맘을 기억해 and I'm still, I'm here ♪
.사랑의 불시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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