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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불시착 1

 

 (홍보팀장)  예, 잠시 후 오전 7시면  기사가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세리스초이스, 윤세리"

 

 그나마 제가 데스패치 쪽에다가  [세리의 한숨]

 

 '손깍지 끼면 전부 사귀는 거냐?  길을 막고 물어봐라'

 

 또 뭐, 자세히 보시면 깍지가 아니라  손목을 붙잡으셨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이렇게 강력히 항의를 해서

 

 장난기 가득한 좋은 친구 사이로  정리를 했습니다

 

 저게 장난치는 거다?

 

 (홍보팀장)  예, 두 분이 워낙에 친하셔서  이렇게 놀고 있다고

 

 아, 노, 노, 노, 노시는 걸로, 예

 

 [세리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세리가 연신 웃는다]

 

 그래, 친했지, 한땐

 

 이젠 다 끝났지만

 

 [세리의 한숨]

 

 [훌쩍인다]

 

 [세리의 한숨]

 

 (세리)  그래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아요

 

 다 좋은데

 

 저 모자이크 좀 어떻게 안 될까?

 

 (홍보팀장)  음...

 

 이 얼굴을 좀 더 뭉개 달라고  우겨 볼까요?

 

 그게 아니고

 

 내 귀걸이까지 모자이크돼 버렸잖아

 

 (세리)  저게 이번 시즌 액세서리 라인에서  내가 제일 밀고 있는 애인데

 

 그, 모자이크를 뭐랄까  좀 더 섬세하게 줄여서

 

 귀걸이가 딱 보이게, 응

 

 가능하면 전신 숏이면 좋겠는데?

 

 이왕이면 백이랑 구두도 노출이 되게

 

 네

 

 (세리)  [손가락을 딱 튀기며]  구매팀장님

 

 지금 뭐 하셔야겠어요?

 

 - 예?  - (세리) 귀걸이, 백, 구두

 

 물량 확보 하셔야죠

 

 실검 뜨고 그러면  오더 막 쏟아질 텐데

 

 (구매팀장)  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1)  누군데 저렇게 요란해?

 

 (여자1)  그 여자 아니야?  배우 차상우랑 스캔들 난

 

 (여자2)  아, 맞네  [세리의 한숨]

 

 연예인병이야? 웬 경호원?

 

 얼굴도 그냥 그렇구먼  [카메라 셔터음]

 

 - (여자3) 차상우가 아깝다  - (남자2) 돈으로 꼬셨겠지

 

 나 지금 평소보다  더 주목받는 거 같은데

 

 (세리)  대체 이 경호원들은 뭐예요?

 

 (홍보팀장)  아, 그, 차상우의 성난 팬들이  대표님 언제 공격할지 몰라서

 

 성난 팬들?

 

 아니, 걔들이 왜 성이 나?  성질은 누가 내야 되는데

 

 (구매팀장)  대표님, 기분 푸십시오

 

 반년 치 매출이 하루에 터졌습니다  주가도 상한가

 

 [휴대전화 진동음]

 

 (세준)  아주 뭐, 셀럽이 나셨네요

 

 누구세요?

 

 쯧, 네 큰오빠다!

 

 (혜지)  자기 오빠 번호도 없대?  어머, 싸가지

 

 왜, 뭔데?

 

 (세준)  야, 너 저번엔 무슨 야구 선수라더니

 

 - 축구 선수  - (세준) 축구 선수라더니

 

 이번엔 또 아이돌이냐?

 

 - (혜지) 배우, 배우  - (세준) 배우냐?

 

 그래서 그거 때문에 전화한 거야?

 

 (세준)  집안 망신 시키시느라 바쁘셔서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는 모양이신데

 

 너 뉴스도 안 봤냐?  오늘 아버지 집행 유예로 나오신다

 

 네가 무슨 명절이며 제삿날

 

 코빼기를 비추든가 말든가  난 상관없지만

 

 오늘은 좀 와 봐야 되지 않냐?

 

 이 번호 오빠 거야?

 

 그래, 내 거라고, 저장 좀 하라고

 

 번호 바꾸지 마  두 번 차단시키기 귀찮아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아, 진짜, 씨...

 

 - 자기 또 끊긴 거야?  - (세준) 이건 진짜...

 

 [세준을 툭 치며]  아, 놔둬

 

 아, 윤세리가 집에 발길 끊은 지가  몇 년인데, 하지 마

 

 아버지가 꼭 부르라고 하니까  그런 거지, 쯧

 

 근데 아버님이 오늘  무슨 일 때문에 부르시는 거지?

 

 (혜지)  아무래도 그거겠지?

 

 (함께)  [흥얼거리며]  후계자 발표

 

 [흥미진진한 음악]

 

 (뉴스 속 기자)  지난 3월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퀸즈그룹 윤증평 회장이

 

 283일 만에 집행 유예로 석방됐습니다

 

 (뉴스 속 기자)  윤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해

 

 장남 윤세준 퀸즈모터스 대표와

 

 차남 윤세형 퀸즈산업 대표 중

 

 누구에게 후계자 자리를 넘겨줄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문이 철컥 닫힌다]

 

 (혜지)  [손뼉 치며]  와!

 

 [혜지의 웃음]

 

 아버님, 제가 아버님 출소 기념으로

 

 두부 케이크를 한번 만들어 봤어요

 

 (세준)  큰며느리밖에 없네요  출소 축하드려요, 아버지

 

 [혜지와 세준의 웃음]

 

 (정연)  넌 아주 기분이 좋아 보인다?

 

 저야 아버님  빵에서 나오신 것만으로도 기쁘죠

 

 밖에선 온통 후계 구도가 어떠니

 

 (혜지)  회사가 누구 손에 넘어가느니

 

 이런 데에만 관심 있지만요

 

 [증평의 헛기침]

 

 아니, 사람들은 왜 그러나 몰라요

 

 우리 같은 재벌들은  가족도 없는 줄 알아요

 

 오히려 얼마나 끈끈한데요

 

 안 그래, 동서?

 

 그렇죠

 

 [혜지의 웃음]

 

 (상아)  아, 맞는다, 아주버님

 

 노조 위원장하고 주먹다짐하신 건  잘 해결됐나요?

 

 [세준과 혜지가 멋쩍게 웃는다]

 

 (혜지)  아, 쌍방으로 원만히 잘 해결 중이야

 

 남자들끼리 대화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어, 어, 어

 

 어, 당연히 그럴 수 있지  [혜지의 웃음]

 

 그나저나 동서

 

 서방님 투자 사기 당하셨다면서

 

 [익살스러운 음악]  (세준)  아이, 언제?

 

 (혜지)  주가 반토막 난 거야 그렇다 쳐도

 

 리더십, 자질 문제까지 거론된다는 게

 

 난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거액 사기 좀 당했다고 사람을 바보

 

 모질이 취급 하니까요

 

 (세준)  아, 누가 우리 동생을 또...

 

 (세형)  사기 아니에요  [혜지가 버벅댄다]

 

 그 친구가 잠시 연락이 두절됐어요

 

 (세준)  대처 잘해라  [정연의 한숨]

 

 주주들 줄소송 하겠던데

 

 (세형)  형이나 잘해, 이, 씨

 

 아버지, 형이 노조 위원장 패 가지고  이빨 나갔대요

 

 (세준)  임플란트 해 주기로 했어, 이 새끼야

 

 - (세형) 자랑이야?  - (세준) 자랑으로 들리냐, 모질이야?

 

 - 뭐, 이 새끼야?  - '이 새끼야'? 형보고 '이 새끼야'?

 

 - (증평) 세리는!

 

 (증평)  오늘 세리 부르라는 얘기  전달 못 받았냐?

 

 (세준)  그건요, 제가 연락을  진짜 여러 번 했는데요

 

 그 계집애가 제 전화를  쩝, 차단시킨 거 같아요

 

 [문이 철컥 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정연의 한숨]

 

 (세리)  아버지 집행 유예 받으신 거  축하드려요

 

 저 부르셨다고 들어서요

 

 하실 말씀이라도...

 

 너 이제 집에 들어와

 

 [세리의 한숨]

 

 그 얘기 하시려고...

 

 난 또

 

 얼굴 좋으시네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인사드렸으니까 전 이만 가 볼게요

 

 내 자리 너한테 주마

 

 - (아들들) 아버지!  - (며느리들) 아버님!

 

 (정연)  여보

 

 (증평)  너...

 

 집 나가서 네 회사 만들어 꾸린 지  벌써 10년이야

 

 네 능력 충분히 봤어

 

 그러니까 네가 나 대신 내 회사 맡아

 

 [떨리는 숨소리]

 

 그럴게요

 

 - (세준) 야  - (세형) 네가, 이 자식아

 

 - (세형) 뭘 한 게 있다고, 이, 씨  - (세준) 그래

 

 (세리)  근데 아버지 자리라면

 

 자회사 대표들 인사권도  주어지는 건가요?

 

 당연하지

 

 (세리)  잘됐네요

 

 몇몇 대표들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어 직원들과 불화나  [긴장되는 음악]

 

 법적 소송이 잦거나

 

 본인의 무지로 인해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사람은

 

 단호히 잘라야 되지 않을까...

 

 그걸 네가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세리)  근데 저한테도 시간을 조금 주세요

 

 이번에 제 회사도  익스트림 스포츠 라인까지 늘리면서

 

 규모가 커져서요

 

 전문 경영인 찾아볼게요

 

 (증평)  그래, 내일 회사로 들어올 수 있겠냐?

 

 (세리)  내일은 안 돼요

 

 중요한 신제품 최종 테스트가 있어서요

 

 그럼 곧 있을 주총에서  공식 발표 할 예정이니까

 

 그 전에 보자

 

 알겠습니다

 

 (세리)  그럼 식사들 하세요

 

 저 있으면 소화들 안 되실 테니  전 이만

 

 [정연의 한숨]

 

 [기분 좋은 숨소리]

 

 대표님, 패러글라이딩은  언제 또 배우셨어요?

 

 내가 말 안 했나?

 

 스위스 갔다가 인터라켄에서  패러글라이딩 자격증 땄다고

 

 아, 그러셨구나

 

 근데 저희가 테스트를 해 보고

 

 나중에 보고드려도 되는데  이렇게 굳이 직접...

 

 음, 내가 좀 바빠질 거 같아

 

 급하게 서둘러서  올라가야 할 곳이 있어서요

 

 올라가신다면 어디를...

 

 많이 위로?

 

 (홍보팀장)  지금도 충분히 위에 계신 거 같은데  더 위로요?

 

 빠르면 내일 아침

 

 제 이름으로 매스컴이 도배될 거예요

 

 너무 놀라진 마시고요

 

 설마 또 여, 열애설...

 

 아니고요

 

 (세리)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근데 그, 아까부터  바람이 이게 심상치가 않아서요

 

 저희가 일기 예보는 좀 뭐  체크는 했는데 그래도 괜찮으실는지...

 

 팀장님

 

 바람이 왜 부는 거 같아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나가려고 부는 거예요

 

 머물려고 부는 게 아니고

 

 저게 저렇게 지나가야  내가 날아갈 수 있는 거고

 

 [흥미진진한 음악]

 

 [달칵 채운다]

 

 [낙하산이 쫙 펴진다]

 

 [바람이 쌩 분다]

 

 (홍보팀장)  대표님, 조심하세요!

 

 [기분 좋은 숨소리]

 

 [힘주는 신음]

 

 [만족스러운 숨소리]

 

 [만족스러운 신음]

 

 "세리스초이스"

 

 [바람이 세차게 분다]

 

 [세리의 기분 좋은 숨소리]

 

 (세리)  수고했다, 진짜, 하...

 

 그동안 너무너무 고생했어, 세리야

 

 [뿌듯한 숨소리]

 

 이제 높이높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

 

 좋네

 

 숲 색깔도 예쁘고

 

 음, 들판도 푸릇푸릇한 게

 

 하, 얼마 만이니, 이런 풍경

 

 어머?

 

 [세리의 웃음]

 

 저기 트랙터 날아가는 거 봐

 

 왜 날아가지?

 

 [긴장되는 음악]

 

 [바람이 거세진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아, 깜짝이야

 

 [비명]

 

 [남자3의 비명]

 

 [자전거 벨이 울린다]

 

 [멧돼지 울음]  [놀라는 신음]

 

 [세리의 비명]

 

 [세리의 비명]

 

 [세리의 비명]

 

 [어두운 음악]  [풀벌레 울음]

 

 [총성]

 

 [긴장되는 음악]

 

 [철컥]

 

 [총성이 탕 울린다]

 

 (치수)  중대장 동지

 

 총성 방향으로 보믄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총성이 계속 울린다]  남조선 부대에서

 

 놀가지 생긴 거 아닙니까?

 

 현 위치에서 교전 지점까지 400m

 

 (정혁)  진입각 11시 방향, 교전 인원 열

 

 K2 자동 소총 6정

 

 떼떼33 토카레프 권총 3정으로  교전 중이다

 

 떼떼33이라믄...

 

 우리 쪽 사람들이다

 

 (정혁)  물러서라, 한 발만 더 내디디믄

 

 우리 측 위수 구역이다

 

 이 셋을 넘겨라, 그럼 물러서겠다

 

 - (정혁) 우리 사람들이다  - (도굴꾼1) 대위 동지

 

 우린 보위 사령부 허가를 받고  노루 새끼 잡으러 들어왔다가

 

 돌개바람이 불어서  길을 잃었을 뿐입네다

 

 (남쪽 중대장)  이자들은  우리 측 남방 한계선 지역에 침입해

 

 불법으로 문화재 도굴을 하다가  적발됐다

 

 (정혁)  증거는?

 

 (남쪽 중대장)  열 감지 카메라 영상을  시간대별로 복사한 페이퍼다

 

 사상자는 있는가, 대위

 

 없다

 

 (정혁)  서로 상황 파악이 끝난 거 같은데  무기를 내리는 게 좋갔소

 

 저들의 문제는 조국의 명예를 걸고  본때 있게 조사하갔다

 

 처벌의 수위로만 따지자면

 

 우리 북조선이 남조선보다  월등히 강력하다

 

 하나, 둘, 셋 만에 동시에 내린다

 

 하나, 둘

 

 셋

 

 [박진감 있는 음악]

 

 [총을 탁 집는다]

 

 [총성]

 

 [총을 철컥 장전한다]

 

 [총성]

 

 [도굴꾼2의 신음]  [남쪽 중대장의 기합]

 

 [도굴꾼1의 아파하는 신음]

 

 [정혁의 기합]

 

 [총을 철컥 장전한다]

 

 (무전기 속 남쪽 지휘관)  알파원, 알파원  충돌하지 말고 철수하라

 

 북측과 충돌하지 말고 철수하라

 

 (무전기 속 북쪽 지휘관)  번개 하나, 번개 하나  내 말 들리네?

 

 남측과 충돌하지 말고 즉시 돌아오라우

 

 [장전을 달칵 푼다]

 

 대대 보위 지도원 동지

 

 제5중대는 비무장 지대  경계 근무 과정에서 체포한

 

 도굴꾼들의 신병을 인계하기 위해서  대기 중에 있습니다

 

 5중대장 대위 리정혁

 

 수고했소

 

 또 남은 일이 있나?

 

 오늘 오후에 불어온 돌개바람 탓에

 

 철책 여러 구간이 진대나무에 깔려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혁)  전기 철조망 고압 변압기도  전부 나가 버린 상태입니다

 

 원상 복구 하기 전까지는  파손된 철책 구간에 대한

 

 경계 감시 근무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해야디

 

 내일인가? 중대 근무 교방이

 

 그렇습니다

 

 (철강)  마지막 날 딱하게 됐구먼기래

 

 돌개바람에 도굴꾼들까지

 

 일없습니다

 

 [숨을 씁 들이켠다]

 

 근데 말이야  저자들 뭔가 착각을 하고

 

 남방 한계선을 넘었댔나 본데  융통성 있게 넘기자우

 

 (정혁)  저희 중대 위수 구역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철강)  우리 보위 사령부에서

 

 비무장 지대 출입 허가증을  내줬다는 건 동무도 잘 알지 않나

 

 상부 최종 심의에서  문제 돼서 좋을 일이 뭐 있갔어?

 

 보위 사령부에서 도굴꾼들에게

 

 (정혁)  남방 한계선 넘어가  문화재 도굴을 해 오라고 허가해 줬다

 

 기런 말입니까?

 

 [어두운 음악]  [헛웃음]

 

 그럴 리가 있나, 대위 동무

 

 (정혁)  조국의 명예를 걸고 조사하갔다고  남조선 대위에게 약속했습니다

 

 지키고 싶습니다

 

 (철강)  기래, 본때 있게 그 약속 지키라우

 

 긴데 말이야, 나도 약속 하나 할까  대위 동무?

 

 나 조철강이는 토대 높다고  봐주는 거 없어

 

 우리 군의 안보를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라도

 

 내 눈에 띄는 날엔 그날로 끝이야

 

 물론 우리 리정혁 중대장 동무야  그럴 일은 없갔지만

 

 그래도 작년 이랑이 금년 고랑 되고

 

 작년 고랑이 금년 이랑 된다는  말도 있잖아

 

 인생사 다 그런 거 아니갔어?

 

 [발을 탁 구른다]

 

 (치수)  야, 야, 말도 마라

 

 지가 보위 지도원한테  길케 시건방을 떨믄

 

 우린 어케 되갔어?

 

 뭐, 지야 뭐, 헛가다 잡고  멋있어 보이갔디

 

 길티만 앞으로 보위국에서  아주 눈깔에 쌍심지를 켜고

 

 우리 5중대를 지켜보지 않갔나 이기야

 

 (중대원1)  긴데 중대장 동지는  왜 전초선까지 온 겁니까?

 

 아, 그, 평양서 왔으믄  토대도 높갔구먼

 

 평양서 편하게 살면 되지 않갔습니까?

 

 기러니까 있는 놈들이  더 무섭다는 거야

 

 (치수)  전후방을 훤히 꿰차서, 어?

 

 장군님께 영원히 사랑받겠다는  심산 아니갔어?

 

 아, 기렇구먼, 그...

 

 (치수)  자, 자, 자, 이 술이

 

 최소 일천구백오십삼 년

 

 휴전 이전에 담가진 술이라는 것들만  똑똑히 알고들 마시라우, 응?

 

 [웃음]

 

 이 60년 묵은 뱀술 한 잔이믄

 

 허약 걸린 사람도 막  펄펄 난다 이기야, 어?  [함께 웃는다]

 

 이게, 이게 술이 아니야  약이야, 약

 

 [치수의 웃음]  기럼 저 약 한 잔만 하갔습니다

 

 [함께 웃는다]

 

 기래, 기래, 기래

 

 (치수)  자, 자, 자, 자, 응, 기다리라우, 응  [중대원1의 탄성]

 

 - 자, 자, 자, 자, 자  - (중대원2) 긴데

 

 - 응?  - (중대원2) 근무 중에

 

 이렇게 술 마셔도 됩니까?

 

 (치수)  야, 두 달을 주야간 근무 서지 않았네

 

 이제 해만 뜨믄 교방인데  별일 있갔어?

 

 [치수의 웃음]

 

 [산새 울음]

 

 [어두운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경찰1의 만류하는 신음]  (홍보팀장)  아, 아니, 아, 그게 아니라

 

 안에 대표님이...

 

 대표님, 대표님이 여자분이신데...

 

 어유, 어유,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아유, 어떡해, 아유, 아유

 

 [무전기 작동음]

 

 (경찰1)  진정하세요

 

 - (홍보팀장) 아유, 아유, 좀 놔 봐요  - (경찰1) 안 되니다, 선생님

 

 (경찰1)  저기요!

 

 - (홍보팀장) 저기요! 저기요, 저기요  - (구조대원) 뒤에 조심

 

 우리 대표님은요? 예?

 

 아, 몰라요

 

 아니, 뭐라도 찍었을 거 아니야  카메라 어디 있어!

 

 아, 그 상황에서 찍긴 뭘 찍어!

 

 - 그럼 뭘 한 거야!  - (남자3) 나 진짜 죽을 뻔했다고!

 

 아, 그러니까 대표님 어디 있냐고!

 

 (남자3)  나 당신들 고소할 거야, 진짜

 

 [홍보팀장이 소리친다]

 

 근데 저기요, 아, 미치겠네  [차 문이 탁 닫힌다]

 

 일을 무슨 저렇게 해  [사이렌이 울린다]

 

 (홍보팀장)  아, 그러니까  나중에 보고를 드린다니까

 

 무슨 갑자기 자기가 하겠다고  미치겠네

 

 [한숨]

 

 뭐, 서둘러 어디를 올라가겠다고

 

 아,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신 거예요, 대표님

 

 [산새 울음]

 

 [새가 지저귄다]

 

 뭐야?

 

 나 기절한 거야?

 

 어머, 여기 어디야?

 

 [아파하는 신음]

 

 아이고

 

 (세리)  아, 여기 뭐야?

 

 아, 내 무전기

 

 [무전기 작동음]  여기는 세리, 여기는 세리

 

 응답하세요, 팀장님

 

 [다급한 신음]

 

 여기요, 여기요

 

 [무전기가 지지직거린다]  [놀라는 숨소리]

 

 아, 뭐야

 

 [긴장한 숨소리]

 

 아, 이거 뭐야

 

 국립 공원이야, 뭐야

 

 [놀라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오, 너무 높아  [버클을 달칵 잠근다]

 

 [긴장되는 음악]  [세리의 다급한 숨소리]

 

 여기요!

 

 여기요, 아무도 없어요?

 

 여기요! 도와주세요!

 

 (세리)  아무도 없어요?

 

 [뻐꾸기 울음]  [새가 지저귄다]

 

 좀 전에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네?

 

 (광범)  예? 못 들었는데

 

 여자 목소리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섭게 왜 기러십니까?

 

 (무전기 속 중대원3)  여기는 부엉이, 여기는 부엉이  비둘기 나와라

 

 [무전기 작동음]

 

 여기는 비둘기, 무슨 일이가

 

 (무전기 속 중대원3)  와 보셔야갔습니다

 

 돌개바람 때문에 자연 차단물과  모래사판이 전부 다 마사졌습니다

 

 (광범)  알겠다

 

 [무전기 종료음]

 

 - (광범) 중대장 동지  - 먼저 가 있으라우, 나 좀 살펴보고

 

 (광범)  [발을 탁 구르며]  예!

 

 [흥미진진한 음악]

 

 [무전기 작동음]

 

 [놀란 신음]

 

 여기요! 오, 여기요, 예

 

 [반가운 탄성]

 

 (세리)  아, 군인이시구나

 

 근처 군부대가 동원됐나요?  나 찾느라?

 

 [긴장되는 음악]

 

 - 군호  - (세리) 예?

 

 그게 뭔데요?

 

 어어, 오지 마세요, 오지 마세요  거기서 얘기하세요

 

 (세리)  [떨리는 목소리로]  거기서 얘기하세요

 

 내려오라

 

 아, 저도 지금, 하, 내려가고 싶은데

 

 (세리)  보시다시피 여기 너무 높고

 

 제가 지금 온몸에 힘이 풀려 가지고

 

 [철컥]

 

 어머, 내려가요, 내려가죠  지금 버클 풀고 있어요

 

 [세리의 비명]

 

 [세리의 당황한 신음]

 

 [정혁의 당황한 신음]

 

 [새가 지저귄다]

 

 [정혁의 힘겨운 신음]

 

 [정혁의 버거운 신음]

 

 [세리의 난감한 숨소리]

 

 [정혁의 한숨]

 

 소속, 성명

 

 (세리)  어...  [한숨]

 

 그, 소, 소속은 저, 패션 회사인데

 

 어디라고 말씀드려도  잘 모르실 거 같고

 

 그, 이름도...  [어색한 웃음]

 

 그, 초면에 가르쳐 드리기가 좀...

 

 그리고 참 힘든 결정 하셨네요

 

 대한민국에 참 잘 오셨어요

 

 - 대한민국?  - (세리) 그, 뭐라더라?

 

 귀국, 귀순, 귀순 용사신 거죠?

 

 아니신가? 그럼...

 

 무장 공...

 

 아니면 간처...

 

 [세리의 떨리는 신음]

 

 (세리)  [한숨을 내쉬며]  그, 어떤...

 

 특수 임무 수행을 위해서  엄청난 지령을 받고

 

 급하게 긴급 투입 된 그런...

 

 북한 엘리트?

 

 암튼 뭐든 안심하세요  저 신고 같은 거 절대로 안 할게요

 

 저는 남의 일에  조금도 관심이 없거든요?

 

 제 일만으로 너무 바빠서, 그럼 이만

 

 - 거기 서  - (세리) 섰어요, 보세요, 서 있잖아요

 

 [세리의 겁먹은 숨소리]

 

 (세리)  저...

 

 그냥 집에 가게 해 주시면 안 돼요?

 

 집이 어디요?

 

 서울시 강남구 청...

 

 더 이상의 상세 주소는 곤란해요

 

 멀 텐데

 

 아, 그건 제가 알아서 갈게요  염려 감사드려요

 

 뭔가 착각하는 거 같은데

 

 내가 남에 오지 않았소

 

 - 네?  - (정혁) 그쪽이 북에 온 거요

 

 [흥미진진한 음악]

 

 북? 북한?

 

 '노스 코리아'?

 

 아유, 무슨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세리)  아, 여기가 어떻게...

 

 [까마귀 울음]

 

 정말이에요?

 

 아, 농담하지 말고 진짜로

 

 하, 대박

 

 이곳은 군사 분계선  제38도선 비무장 지대

 

 북방 한계선 지역이오

 

 비무장 지대?

 

 오, 그, 그  영화 'JSA'에 나오는 거기?

 

 그럼 아예 북한은 아닌 거네요

 

 (정혁)  엄연한 우리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령 영토요

 

 그런 곳에 남조선의 정체불명인이  무단 침입 했으니  [세리의 다급한 숨소리]

 

 - (정혁) 적법한 절차를 거쳐...  - (세리) 잠깐만요

 

 그, 어, 무단 침입이 아니고요

 

 (세리)  저기 보세요, 저기

 

 아니,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데

 

 갑자기 햇빛 쨍쨍하고 멀쩡하던 날씨가  막 미쳐 가지고 토네이도가 부는 거라

 

 일기 예보도 없었다고요

 

 막 트랙터가 날아다니고  돼지가 날아오고

 

 막 사람들이 다 떠내려갔어

 

 그리고 나도 막 날아가다가  난 기절을 했는데

 

 여기인 거죠

 

 그러니까 제 말은 사고였어요  어쩔 수 없는

 

 [장전을 철컥 푼다]

 

 좋소

 

 (세리)  하, 감사합니다, 대화가 통하시네요

 

 기케 설명하시오, 조사받을 때

 

 [긴장되는 음악]  아니, 조사를...

 

 - 내가 왜요?  - (정혁) 공화국법에 의거하면

 

 의거 입북자도 임시 결박하고 조사하오

 

 결박? 나를 묶는다고요?

 

 (정혁)  하물며 무동력 비행체를 타고  넘어온 자를

 

 어케 조사하지 않고 돌려보낸단 말이오  [세리의 놀라는 신음]

 

 아니, 그랬다가

 

 아무 죄도 없는 나를, 어?

 

 막 미녀 스파이라든가  미녀 간첩이라든가

 

 (세리)  막 그렇게 몰아가면서  어? 막 고문하고

 

 아오지 탄광 막 이런 데 보내고 그러면  난 어떡해요?

 

 [세리의 걱정하는 숨소리]  그런 일은 없을 거요

 

 - 장담해요?  - (정혁) 장담은 할 수 없지

 

 아, 그럼 내가 그쪽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쪽 같으면 믿겠어요?

 

 [헛웃음 치며]  믿고 안 믿고는 내 소관이 아니오

 

 아이참

 

 무책임하게 그러지 말고요

 

 [떨리는 숨소리]

 

 이, 뛰어가면 금방일 거 같은데

 

 그냥 가게 해 주세요, 네?

 

 저 달리기 진짜 잘하거든요?

 

 흔적도 없이 쏜살같이 사라질게요  그쪽한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고

 

 - 서시오  - (세리) 사람 하나 살리는 셈 치고

 

 그냥 잠깐 못 본 걸로  해 주시면 되잖아요

 

 (정혁)  서시오, 거기는 지뢰밭이오!  [세리의 놀란 신음]

 

 (세리)  지뢰?

 

 [한숨]

 

 (세리)  어, 어디요?

 

 유실 지뢰가 많은 곳이오

 

 (정혁)  큰비가 내린 뒤에 떠내려와  흔적도 없이 묻혀 있지

 

 난 그 방면으론 전문가요

 

 내 도움 없이  거길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소?

 

 (세리)  아, 알겠는데  거기서 얘기하시면 안 돼요?

 

 [작은 소리로]  아까부터 왜 자꾸 다가와?

 

 내 지시 안 듣고 잘못 움직였다간  발목 나가는 수가 있...

 

 [철컥]

 

 왜 그러세요?

 

 일없소

 

 일 있는데, 무슨 일이

 

 일없다지 않소

 

 그거 밟은 거 같은데, 유실 지뢰

 

 아니오

 

 아니라고요?

 

 진짜?

 

 내 도움 안 필요하겠어요?

 

 (세리)  그럼 여기 한번 돌아, 돌아봐요  움직여 봐

 

 [정혁이 무전기를 탁 꺼낸다]

 

 못 움직이네

 

 (정혁)  여기는 산매, 여기는 산...

 

 [긴장되는 효과음]

 

 [정혁의 힘주는 신음]

 

 (무전기 속 광범)  여기는 비둘기, 여기는 비둘기  산매 나와라, 산매 나와라

 

 여기는 비둘기, 여기는 비둘기  산매 나와라, 산매 나와라

 

 고맙소

 

 고맙긴요, 안 줄 건데

 

 [긴장되는 음악]  내 손에 총이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오

 

 (세리)  그 총으로 나 쏘면

 

 유일하게 도와줄 사람도  사라진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근데 제가 그쪽으로는  잘 몰라서 그러는데

 

 가끔은 전문가도 지뢰를 밟나요?

 

 씁, 아휴, 계속 그러고 있으면  발 저릴 거 같은데

 

 - 일없소  - (세리) 쯧, 알겠어요

 

 자꾸 일이 없다고 하시니  전 이만 가 볼까 봐요

 

 전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럼

 

 좋소, 그...

 

 그것만 좀 주고 가시오

 

 (세리)  음...

 

 좀 있으면 그쪽으로 흘러갈 거예요

 

 나도 도망갈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이해하시죠?

 

 [한숨]

 

 [입소리를 쩝 내며]  저도 지금 제가 당한 일이  너무 큰일이라

 

 누굴 걱정하고 그럴 여유가 없네요

 

 그럼

 

 치사하게 가는데 뒤에 대고 쏘기 없기

 

 (정혁)  바로 앞에 네모난 나무함 보이오?

 

 (세리)  어, 보이는데요?

 

 목함 지뢰요

 

 [놀라는 숨소리]  (세리)  아, 지뢰가 왜 이렇게 많아

 

 기슭으로 최대한 붙을 수 있겠소?

 

 [세리의 거친 숨소리]

 

 발밑을 잘 보면서 나가시오

 

 (세리)  다신 안 볼 거라서 하는 말인데

 

 얼굴 완전 내 취향이에요

 

 통일되면  우리 다른 식으로 봐도 좋을 듯

 

 아, 지금...

 

 이 상황에 농이 나오시오?

 

 (세리)  근데 남쪽으로 가는 쪽이  어느 쪽이에요?

 

 그 길로 쭉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올 거요

 

 (정혁)  거기서...

 

 오른쪽 길로 가시오

 

 믿어도 될까요?

 

 묻지 말고 선택하시오  나는 이미 답을 말했으니

 

 그럼

 

 (광범)  중대장 동지!

 

 [세리의 놀란 숨소리]  무슨 일 있습니까?

 

 - (광범) 중대장 동지!  - (정혁) 여기다!

 

 씨...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뛰어오는 발걸음]

 

 (광범)  중대장 동지!

 

 [광범의 가쁜 숨소리]

 

 한참 찾았습니다

 

 (정혁)  어서 중대원들에게 알려라

 

 우리 위수 구역 내에 거동 수상자가  발견되는 즉시 체포할 것

 

 의거 입북자입니까? 아니면 간첩?

 

 단순 사고로 흘러들어 온  남조선 여성이다

 

 (정혁)  쏘지 말고 체포하라, 명령 하달

 

 (광범)  예!

 

 [중대원들이 코를 드르릉 곤다]  (무전기 속 광범)  여기는 비둘기, 여기는 비둘기

 

 뻐꾸기 나와라

 

 여기는 비둘기, 여기는 비둘기

 

 - (무전기 속 광범) 뻐꾸기 나와라  - (치수) 누기야?

 

 누가 뻐꾸기를 찾네

 

 (무전기 속 광범)  여기는 비둘기, 여기는 비둘기  뻐꾸기 나와라

 

 (광범)  무전은 다 쳤습니다

 

 중대장 동지

 

 일없으신 거디요?

 

 설마...

 

 아무 걱정 마십시오

 

 곧바로 공병 부대를 부르갔습니다

 

 (정혁)  기냥 광범 동무가 하라

 

 지뢰 해체는 해 봤지?

 

 신병 때 딱 한 번...

 

 내가 많이 믿는다

 

 최선을 다하갔습니다

 

 (정혁)  잠깐

 

 거, 지금 맨손으로 하갔다는 거가?

 

 (광범)  아...

 

 [한숨]

 

 (정혁)  이걸로 격침 고정 핀부터  제거하고 해야지

 

 예, 걱정 마십시오

 

 (정혁)  어, 조심

 

 핀이 잘못 풀리면 폭발기가  신관을 때릴 수가 있다

 

 예  [긴장한 숨소리]

 

 [달그락거린다]

 

 (정혁)  아, 그짝은 특히 조심하라

 

 [익살스러운 음악]

 

 [정혁의 옅은 신음]

 

 [흙을 쓱쓱 걷어 낸다]

 

 (정혁)  어, 어, 어, 어, 살살  그, 그, 좀...

 

 [헛기침]

 

 주, 주의하라  [광범이 흙을 쓱쓱 걷어 낸다]

 

 [옅은 한숨]

 

 (광범)  저를 많이 믿으신다더니

 

 믿었다

 

 - 끝났나?  - (광범) 예, 끝났습니다

 

 [정혁의 안도하는 한숨]

 

 - (정혁) 가자  - 예

 

 [흥미진진한 음악]

 

 [세리의 놀란 신음]

 

 [세리의 거친 숨소리]

 

 오른쪽이랬는데

 

 믿어야지 어쩔 거야

 

 애가 거짓말하겐 안 생겼어

 

 (세리)  어떻게 믿어, 북한 놈이잖아  계략일 거야

 

 [거친 숨소리]

 

 "세리스초이스"

 

 (치수)  무슨 남조선 에미나이 하나가

 

 우리 위수 구역으로 흘러들어 왔댔는데

 

 뭐라더라?  발견하면 반드시 쏘라는 거 보니

 

 무장한 특수 간첩  뭐, 기런 거 아니갔어?

 

 - (중대원2) 아이, 간첩?  - (중대원1) 무장간첩?

 

 (치수)  이야, 도굴꾼에 간첩까지, 씨

 

 아, 중대 교방 코앞에 두고  운수가 사납...

 

 아, 와 이라나, 피곤해 죽갔다, 야

 

 야, 2인 1조로 흩어져라

 

 - (중대원4) 알았습니다  - (중대원2) 흩어지라

 

 아니, 기어들어 올라믄

 

 우리 교방하고 나서  내일이나 올 것이지, 씨

 

 기럼 6중대한테  떠넘길 수 있었을 거 아이가

 

 기래도 무장간첩을 잡게 되면  포상이 크지 않갔습니까?

 

 [치수가 구시렁댄다]  사관장 동지 진급도 하셔야디요

 

 [중대원1의 가쁜 숨소리]

 

 - 진급?  - (중대원1) 기럼요

 

 [중대원1의 가쁜 숨소리]

 

 기럼 백발백중  명사수 표치수가 한번 나서 봐?

 

 - (중대원1) 사관장 동지  - 기래

 

 - 내래 볼일 좀...  - (치수) 기래, 기래, 기래

 

 [중대원1의 다급한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놀란 숨소리]

 

 [총을 철컥 장전한다]

 

 아이...

 

 장군님 훈장 타는 날이  언제 오는가 했더니

 

 오늘이구나

 

 [긴장이 고조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아니...

 

 헛걸 본 기가?

 

 어? 이런, 씨

 

 [다급한 신음]

 

 (치수)  야, 야, 좀 가만있어 봐라

 

 아, 움직이지만 않으면 백발백중인데

 

 에미나이 드럽게 빠르네

 

 [거친 신음]

 

 이야, 이거 귀신이가 뭐이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여기는 뻐꾸기, 여기는 뻐꾸기  협조 요청한다

 

 [다급한 신음]

 

 [거친 숨소리]

 

 아, 왜 다 쫓아오고 난리야, 가라며

 

 [다급한 신음]

 

 [중대원들의 당황한 신음]

 

 (치수)  저긴 그야말로 악성 지뢰밭인데

 

 [치수의 당황한 신음]

 

 [거친 숨소리]

 

 긴데 저 에미나이  왜 지뢰밭을 막 건너지?

 

 저리로 가면 우리 측 철책인데

 

 (정혁)  두 사람 좌측 지뢰 해체로를 따라  추격할 것

 

 내가 우측으로 간다

 

 (치수와 광범)  예!

 

 [박진감 있는 음악]

 

 (치수)  에이, 저 에미나이

 

 [거친 숨소리]

 

 [가쁜 숨소리]

 

 [놀라는 신음]

 

 [세리의 당황한 숨소리]

 

 - (치수) 거기 서, 이 무장간첩!  - 어떡하지?

 

 - 에이, 씨  - (치수) 이 남조선 에미나이

 

 (치수)  이리 오라! 이리!  [세리의 놀라는 숨소리]

 

 야, 이리 오라!

 

 목숨만은 살려 주갔어!

 

 야, 저, 저, 저...

 

 저 미친 에미나이 저기를 왜...

 

 (세리)  이것들이 여기까지

 

 (치수)  아니야, 가지 말라!

 

 거기는 너희, 너희 나라가 아니고야!

 

 이리 오라, 이리!

 

 [치수가 계속 소리친다]  뭐?

 

 [광범과 치수가 소리친다]  뭐라는 거야?

 

 거기 가면 우리 다 뒤지는 기야!

 

 (치수)  가지 말라!

 

 - (광범) 거기 아니라고!  - (치수) 미친, 야, 이 에미나이야!

 

 [다급한 숨소리]

 

 [치수의 힘주는 신음]

 

 [놀란 탄성]

 

 [총성]

 

 바보 아니니?

 

 (치수)  저길 와 넘어가니?

 

 [거친 숨소리]

 

 어, 어캅니까?

 

 초소에 무전부터 쳐라

 

 (치수)  여기는 뻐꾸기, 갈매기 나와라  [무전기 작동음]

 

 여기는 뻐꾸기

 

 (무전기 속 치수)  갈매기 나와라

 

 갈매기, 야, 갈매기!

 

 '사랑하는 사람들은'

 

 (주먹)  '만나는 거야'

 

 '아무리 먼 길을 떠나도'

 

 '결국...'

 

 [주먹이 울먹인다]

 

 '돌아오는 거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아유...

 

 [주먹이 코를 훌쩍인다]

 

 [당황한 신음]

 

 [놀란 신음]

 

 [주먹이 울먹인다]

 

 (주먹)  붙이라, 목걸이 붙이라

 

 [코를 훌쩍이며]  이야...

 

 [거친 숨소리]

 

 [거친 숨을 연신 내뱉는다]

 

 [허둥대는 신음]

 

 [놀란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숨소리]

 

 [힘겨운 숨을 삼킨다]

 

 (은동 모)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 은동아

 

 몸 건강히 군 생활 잘하고 있느냐?

 

 10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10년 군 복무 잘 마치고서

 

 영웅 메달 가슴에 달고  고향으로 돌아오너라

 

 [울먹이며]  오마니

 

 [은동이 흐느낀다]

 

 [멀어지는 발걸음]

 

 [정연의 한숨]  [휴대전화 작동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

 

 [한숨]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여보세요

 

 아, 나 비서님

 

 뭐요?

 

 무슨 소리예요, 지금 그게

 

 전 오늘 여러분들께

 

 중보 기도를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저와 제 남편에게

 

 정말로 생각지 못한 시련이...

 

 (교인1)  어머나

 

 (혜지)  아니, 사람이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는지

 

 어디 그 되지도 않는  그, 그, 그, 아...

 

 그 누군가가 제 남편의 자리를  탐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아니, 제 남편이 장남이니까 당연히...  [휴대전화 진동음이 연신 울린다]

 

 [말을 버벅댄다]

 

 [혜지의 귀찮은 신음]

 

 여러분,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혜지의 한숨]  (세준)  여보!

 

 아, 나 기도 모임 중, 끝나고 연락할게

 

 (세준)  세리가 실종됐어

 

 (혜지)  [큰 소리로]  뭐?

 

 [의미심장한 음악]  뭐야, 그래서, 진짜야?

 

 어, 어, 알았어요, 어

 

 소식 업데이트되는 대로  바로 연락 주고, 어, 어, 어

 

 [옅은 탄성]

 

 [밝은 음악]  오, 마이 갓!

 

 어머, 어머, 어머  [기쁨에 찬 신음]

 

 [기쁨의 탄성]

 

 집사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니, 제가 기도를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바로 응답을 주시네요

 

 - (교인2) 주님  - (교인3) 할렐루야

 

 [사이렌이 울린다]

 

 (경찰서장)  일단 저희가  헬기, 드론, 탐침봉, 수색견

 

 동원할 수 있는 건 최대한으로  동원해서 수색을 하고 있으니까

 

 너무 염려들 마시고요

 

 예, 뭐, 그런 건  알아서 잘해 주실 거 같고

 

 근데 사실 저희가 가장 걱정하는 거는

 

 언론입니다

 

 (세준)  기자들이 냄새 맡고 써 재끼면  이게 시끄럽거든요, 주가도 그렇고

 

 예,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경찰서장)  사고 자체는 보도가 되겠지만

 

 개인 신상에 대해선  비밀에 부치겠습니다

 

 (세형)  이런 경우 생존 골든 타임이  어떻게 됩니까?

 

 (경찰서장)  이게 재난 상황이라  딱 정해진 시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상 48시간 정도...

 

 그렇게 길어요?

 

 - 기네?  - (경찰서장) 예?

 

 살아 있으면 이 시간 정도엔  연락이 와야 하지 않나?

 

 인근 병원에도 없었다면서요

 

 아, 근데 벌써 열몇 시간째면

 

 (세준)  사실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거 아닌가?

 

 - 그렇지  - (세준) 그렇지

 

 (홍보팀장)  개 있죠? 개, 개도 좀 더 푸시고  [개가 왈왈 짖는다]

 

 아니, 땅이 이렇게 큰데  이게 범위가 넓잖아요

 

 (홍보팀장)  이거 갖다 언제 찾아요

 

 (경찰2)  아, 지금 상부에  요청은 계속하고 있는데요

 

 (홍보팀장)  아, 저쪽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기 보면  아무, 아무도 안 하시는데, 저쪽엔

 

 (구매팀장)  부탁을 드렸잖아요

 

 (경찰2)  아니, 사안이 사안이라 지금 상부에...  [정연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정연)  사라져 준다며

 

 연 끊겠다며

 

 [다가오는 발걸음]

 

 그래도 주는 건 받고 싶은가 보지?

 

 아버지한테 네가 말씀드려  못 하겠다고

 

 [잔잔한 음악]  [숨을 들이켠다]

 

 나는 아직도

 

 깜짝 놀라거나 무서울 때 그래요

 

 '엄마야!'

 

 [헛웃음]

 

 웃기죠?

 

 난 엄마 없는데

 

 (세리)  세상에 자기 딸이  사라지길 바라는 엄마가 어디 있겠어

 

 그렇죠?

 

 [숨을 크게 들이켠다]

 

 (세리)  엄마야!  [팍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세리의 아파하는 신음]

 

 [힘주는 신음]

 

 [아파하는 신음]

 

 [속상한 숨소리]

 

 (세리)  이거 봐, 이럴 때도 안 찢어져야지

 

 [울먹인다]

 

 가기만 해 봐

 

 테스트 불합격이야

 

 가만 안 둬, 다들

 

 [씩씩댄다]

 

 [세리가 울먹인다]

 

 [거친 숨소리]

 

 [아파하는 탄성]

 

 [힘겨운 숨소리]

 

 (세리)  근데 철조망을 넘었는데

 

 왜 사람들이 아무도 없지?

 

 뭐야?

 

 군인들이 단체로  휴가를 간 거야, 뭐야?

 

 - (주먹) 이게 다 저 때문입니다  - (은동) 아닙니다! 저 때문입니다!

 

 (치수)  야, 야, 야!

 

 지금 누구 때문  기딴 거 따져서 뭐 하갔어?

 

 기리케 따지자믄  그, 지뢰를 밟는 바람에

 

 최초에 그 에미나이를 놓친  뭐, 중대장 동지는 뭐, 책임이 없간?

 

 아니, 중대장 동지가 밟고 싶어  밟았갔냐, 어? 이기야

 

 그 계곡이 그, 유실 지뢰밭인 거

 

 응? 군대 막 들어온 은동이도  다 아는 사실인데 조심을 하셨갔지

 

 그런데 밟은 거를 어카니?

 

 표치수 동무는 술을 마셨어?

 

 (치수)  예?

 

 그, 술이라기보담  저, 약을 한 잔...

 

 [헛기침하며]  그, 재차 말하지만

 

 우리가 지금 누구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어서 빨리 그 에미나이를  잡아야 하지 않갔습니까?

 

 (치수)  그 에미나이 보위부 애들한테  잡히기라도 하는 날이면

 

 우리 모두는 다 끝장입니다

 

 끝장이믄?

 

 선선한 데 걸어 들어갔다가  누워서 나오갔지

 

 (은동)  서, 선선한 데...

 

 (치수)  많이 봐줘도 생활 제대일 거고...  [은동의 한숨]

 

 오마니...  [은동이 울먹인다]

 

 [옅은 한숨]

 

 [정혁의 한숨]

 

 중대 교방 시간 다 됐어

 

 - 가자  - (중대원들) 예!

 

 (정혁)  중대 차렷!

 

 제5중대는 비무장 지대

 

 근무 초소에 대한 인계를  완료하였습니다

 

 5중대장 대위 리정혁

 

 (은동)  긴데 그 무동력 비행체는  어케 우리 영토까지 넘어온 겁니까?

 

 흠, 무동력이니까

 

 (치수)  동력이 있으면 암만 센 바람이 불어도  레이다가 다 걸러 냈갔지

 

 무동력은 열 감지가 되지 않아서  눈으로 못 잡으면 놓치는 기야

 

 [은동의 탄성]

 

 씁, 바람 타고 잘못 넘어온 거라믄

 

 그 여성 동무도 참 놀랐갔습니다

 

 야...

 

 (치수)  나는 안 놀랐갔냐, 나는, 쯧

 

 들키기 전에 잡을 수 있갔디요?

 

 잡아야지, 어케든!

 

 [새가 지저귄다]  [어두운 음악]

 

 근데 나 여기 왜 아까 온 데 같냐

 

 아, 더 이상 헤매면 안 되는데

 

 [한숨]

 

 나 이제 여기 다신 안 올 거야

 

 우리 절대 다시 만나지 말자, 어?

 

 안녕

 

 [세리의 거친 숨소리]

 

 [세리의 실망하는 숨소리]

 

 찾고 있어?

 

 봤잖아, 지금 대대적으로 찾고 있는 거

 

 당신은 그래서 안 돼

 

 (상아)  지금 내가 윤세리 못 찾을까 봐  묻는 거야?

 

 당신이 찾아야 될 사람이 윤세리야?

 

 뭔 소리야?

 

 자꾸 퀴즈를 내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

 

 비었잖아

 

 자리가 지금 비었다고

 

 또 놓칠 거야?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상아)  그 자리 영영 뺏기고 싶지 않으면  당장 찾아

 

 당신 돈 들고 튄 구승준

 

 [상아의 한숨]

 

 [거리가 소란스럽다]

 

 [숭준의 힘주는 신음]

 

 [오 과장의 힘주는 신음]

 

 아, 자네는 문 앞에 딱 지키고 있어요

 

 수상한 놈 나타나면 바로 알려 주고

 

 (보디가드)  네

 

 [멀어지는 발걸음]

 

 저 친구는 믿어도 돼요?

 

 [웃으며]  아이고, 우리 사장님

 

 저 사람 함부로 안 쓰는 거  아시면서 그러세요

 

 (오 과장)  저 친구 믿을 만합니다

 

 오 과장은요?

 

 아이, 믿어도 돼?

 

 [어이없는 웃음]

 

 아니, 이 상황에서  저를 못 믿으시면 안 되죠

 

 [오 과장의 웃음]

 

 내가 딱 그렇게 말하고  윤세형이 뒤통수를 쳤는데  [헛웃음]

 

 아이, 그러게요

 

 (오 과장)  아, 사장님 참 대단하셔요, 예?

 

 윤 사장 지금쯤 아마  난리가 났을 거예요, 아마, 예?

 

 [오 과장의 웃음]  [오 과장이 손뼉을 짝 친다]

 

 그 자식 그렇게 쉽게  포기할 인간이 아니야

 

 (승준)  필리핀까지는 지금 쫓아왔을 거고

 

 이쪽 루트 아는 데 길어야 한 사흘?

 

 씁,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그렇죠, 뭐, 사실  자금력과 인력만 있다면

 

 (오 과장)  세계 어디에 숨어도 쫓아올 수가 있죠

 

 [승준의 한숨]  딱 한 군데만 빼고

 

 [어두운 음악]  인터넷 안 되고, 인터폴 안 되고

 

 핸드폰 로밍 안 되는 뭐, 그런 곳

 

 아, 그러니까 거기가 어디인데요  말, 말을 해요, 말을!

 

 [후루룩 먹는다]

 

 [도굴꾼1의 놀란 신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굴꾼1)  소좌 동지

 

 (철강)  어, 어, 앉으라, 편히들 먹으라

 

 [카메라 조작음]

 

 [카메라 렌즈를 탁 접는다]

 

 [힘주는 숨소리]

 

 이번에 성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고려청자에 금불상도 있습니다

 

 (도굴꾼2)  금불상은 뺑급입니다, 뺑급

 

 황금 타구도 있습니다

 

 수고들 했어

 

 물건은 어데 있어?

 

 확실하디?

 

 여부 있겠습니까?

 

 (도굴꾼1)  긴데 저희는 어케 됩니까?

 

 (도굴꾼2)  그 망할 대위 놈 때문에  일이 커졌습니다

 

 평양으로 송환이 된다는데  일없갔디요?

 

 리정혁이는 내 상대가 안 돼

 

 비공개 표창 받을 준비들이나 하라

 

 (도굴꾼1)  고맙습니다!

 

 - (철강) 식갔어  - (도굴꾼1) 아, 먹으라

 

 [어두운 음악]

 

 [트럭 시동음]

 

 [긴장되는 음악]  [남자들의 신음]

 

 [남자들의 신음]

 

 (도굴꾼1)  [놀라며]  아, 뭐, 뭐이가?

 

 뭐야, 문 열어! 문 열어!

 

 [쾅]  [차 유리가 와장창 깨진다]

 

 저 안에 사, 사람이...

 

 [놀란 신음]

 

 아이고야

 

 [신음]

 

 [도굴꾼1의 비명]

 

 [충돌음]

 

 [굉음]

 

 [비명]

 

 [울먹인다]

 

 [다급한 숨소리]

 

 [여자4의 놀라는 신음]

 

 [트럭 시동음]

 

 [산새 울음]

 

 (치수)  그, 중대장 동지

 

 그 에미나이가 여기를  무사히 통과하진 못했을 겁니다

 

 벌써 멧돼지 밥이 됐을 수도 있고요

 

 그, 괜히 보위 사령부에 신고해서

 

 긁어 부스럼 만들 일은  없지 않갔습니까?

 

 그게 무슨 뜻이오?

 

 금은동이는 홀어머니에  동생이 넷씩이나 달린

 

 기관차 대가리입니다

 

 (치수)  은동이 어머니는 아들이 영웅 돼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다

 

 [한숨]

 

 그거야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 아닌가

 

 씁, 근무 시간에 남조선 드라마를 본  김주먹이는

 

 아마 선선한 데 가기 전에

 

 지 아버지 주먹에  맞아 뒤질지도 모르고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갔지

 

 초소를 비운  금은동이와 김주먹이뿐 아니라

 

 최초에 그 여성을 놓친 나도

 

 (정혁)  근무 시간에 술을 먹은  표치수 사관장 동무도

 

 (광범)  중대장 동지!

 

 이거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편안한 음악]

 

 [세리의 놀란 숨소리]

 

 [안도하는 숨소리]

 

 아, 됐어

 

 [감격하는 탄성]

 

 아, 다 왔어, 세리야

 

 아...

 

 아, 나 진짜 북한 갈 뻔

 

 오늘 일은 진짜 CNN 인터뷰 각이다

 

 [어이없는 숨소리]

 

 [감격한 웃음]

 

 이제 얼른 가서

 

 전화도 빌리고 콜택시도 불러서  얼른 집에 가자

 

 임 박사님 불러서 물리 치료도 받고

 

 (세리)  다 왔어

 

 다 왔어, 이제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아니, 여긴 왜 이렇게 깜깜해?

 

 다들 자나?

 

 [종이 딸랑딸랑 울린다]

 

 [소 울음]  [세리의 놀란 숨소리]

 

 어, 어, 저기요  [소달구지꾼의 기합]

 

 저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

 

 [어두운 음악]

 

 [소의 거친 숨소리]

 

 [소달구지꾼이 소를 어른다]

 

 [소의 거친 신음]  (소달구지꾼)  가자, 어서 가자, 빨리

 

 [소달구지꾼의 기합]  [종이 연신 딸랑거린다]

 

 (소달구지꾼)  가자

 

 [멀어지는 종소리]

 

 (명순)  영애 동지  밤새 구멍탄불 안 죽었지요?

 

 (영애)  어, 일없소

 

 (월숙)  영애 동지, 밤새 안녕하십니까?

 

 - (영애) 어, 월숙 동무도 잘 잤어?  - (월숙) 예  [닭 울음]

 

 [전등이 탁 켜진다]

 

 (명순)  이야, 전기 들어오는구나, 야

 

 (월숙)  아니, 밤새 정전이더니  날 밝을라니 불이 들어오는구나?

 

 (영애)  아, 새벽밥하는데 불 들어오믄  좋지 뭘 기래

 

 기건 기렇디요  [월숙과 영애의 웃음]

 

 (월숙)  아니, 오늘은 왜 10분이나 늦었시요?

 

 (소달구지꾼)  아, 내래 늦었수? 소래 늦었지

 

 이거 돼지 뜨물이나 주시오

 

 (명순)  여기 있습니다, 닭알 쪽지 주십시오  [소달구지꾼이 답한다]

 

 (월숙)  자, 여기 닭알 쪽지 10장이야요

 

 [명순의 놀란 신음]  10장 다 모았으니 닭알 어서 주시라요

 

 - (명순) 많이도 모았다  - (월숙) 어, 어, 어

 

 (영애)  야, 너 참 부지런하구나, 야

 

 (세리)  저 사람들...

 

 [소달구지꾼이 말한다]  뭐 하는 거야?

 

 (소달구지꾼)  아직 따끈따끈하오

 

 [월숙이 호응한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스피커 속 옥금) 자, 여러분  - 엄마야!

 

 (영애)  어, 나오네

 

 (스피커 속 옥금)  우리 모두 율동 체조 시작하자요  [여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영애)  시작하자

 

 [세리의 당황한 신음]  (스피커 속 옥금)  어서 나오시라요!

 

 [경쾌한 음악이 연신 흘러나온다]

 

 [당황한 숨소리]

 

 - (아이1) 림진주 동무  - (아이2) 옛!

 

 - 정옥필 동무  - (아이3) 옛!

 

 [아이1이 출석을 부른다]  쟤네 뭐 하는 거야?

 

 (아이4)  은별 동무는 아직 안 왔다

 

 (세리)  말투가 왜 저래?  [아이1이 말한다]

 

 (아이1)  걔 기다리다가 집단 등교 늦갔시야  우리끼리 가자요

 

 [의미심장한 음악]  (함께)  가자!

 

 (아이1)  앞으로가!

 

 (아이들)  ♪ 어데까지 왔니, 마을까지 왔다 ♪

 

 ♪ 어데까지 가려니  학교까지 가련다 ♪

 

 ♪ 무엇 하러 가려니  공부하러 간다 ♪

 

 [의미심장한 효과음]

 

 [경쾌한 음악이 연신 흘러나온다]

 

 (아이들)  ♪ 어데까지 왔니, 마을까지 왔다 ♪

 

 ♪ 어데까지 가려니  학교까지 가련다 ♪

 

 ♪ 무엇 하러 가려니  공부하러 간다 ♪

 

 뭐야?

 

 나 아직 북한인 거야?

 

 [세리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세리의 당황한 신음]

 

 [부드러운 음악]  어?

 

 [안도하는 숨소리]

 

 [정혁이 가쁜 숨을 내뱉는다]

 

 (세리)  홍 팀장님

 

 [무전기가 지지직거린다]

 

 여기요, 아, 아

 

 홍 팀장님, 들리죠?  내 말 들리잖아

 

 오늘 행사 업체 잘라요

 

 아니, 날씨를 체크를 한 거야, 만 거야

 

 아,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해

 

 나 진짜 돌아가면 가만히 안 둘...

 

 아니야, 아니야

 

 가만둘 거야

 

 나 진짜로 가만히 둘 거야

 

 나 화 안 났어요

 

 나 화났을까 봐  지금 대답 못 하고 있는 거죠?

 

 음, 나 화 안 났어, 진짜로 괜찮아

 

 대답 좀 해 줘요, 어?

 

 내 생각에는

 

 여기가 무슨 국립 공원 같아

 

 내가 아까 고라니도 봤다고

 

 근처에 국립 공원 있나  한번 샅샅이 뒤져 봐요

 

 얼핏 명령 같겠지만 부탁이에요, 어?

 

 [무전기가 지지직거린다]

 

 [한숨]

 

 아니, 왜  [차분한 음악]

 

 나한테 이러지 마, 진짜

 

 나 할 일이 너무 많아

 

 산더미 같다고!

 

 예를 들면

 

 직원들 월급 올려 주려고 했는데

 

 인센티브도 진짜 많이

 

 이건 들려? 들렸을 텐데

 

 지금 갑자기 대답하기 민망해서  못 하고 있는 거죠?

 

 [무전기가 지지직거린다]

 

 [무전기 종료음]

 

 [한숨]

 

 누구라도 좀...

 

 나한테 와 주세요, 제발

 

 [속상한 숨소리]

 

 어!  [총을 철컥 장전한다]

 

 여기요!

 

 (세리)  [웃으며]  여기요

 

 여기요!

 

 (세리)  나는요, 남한의 재벌 딸  [카메라 셔터음]

 

 안 궁금하오  [치수의 놀란 탄성]

 

 (세리)  내가 여기 있는 게 밖에 알려지면

 

 나만 죽는 게 아닌 거 같던데?

 

 불명예 제대 같은 거지?

 

 - 그거 하면 안 된다며  - (은동) 죽었댔는데

 

 (철강)  천억대 대형 사기를 치고 잠적

 

 계좌를 하나 새로 틀 것 같습니다

 

 (세리)  [울먹이며]  왜 왔어요, 왜!

 

 (철강)  간부 이력서를 봐도 가족 관계며 뭐며  아무것도 없고

 

 (책임 부관)  모든 게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세리)  은혜 갚으려고요

 

 (정혁)  갚지 않아도 되오, 베푼 적 없으니

 


.사랑의 불시착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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