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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1

 

정문 다 왔대요

 

(재혁) 예 선생님!

 

C로젯 1번 수술장 열었습니다

 

(진우) 누구야?

 

(재혁) 주경문 교수님이랑 NS에서는 오세화 교수님요

 

[사이렌이 울린다]

 

(재혁) 온다

 

[사이렌이 뚝 멈춘다]

 

[의미심장한 음악]

 

[펜라이트를 달칵 누른다]

 

사망 시간

 

부원장님

 

지금 몇 시냐

 

(응급 대원1) 11시 48분요

 

사망 시간 11시 47분

 

[긴장되는 음악]

 

[통화 연결음]

 

(창) 아, 교수님, 쉬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원장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방금 전에 사고로요, 네

 

근데 지금 다른 분들 다 오신다는데

 

서 교수님도 계셔야 할 거 같아서요

 

[종이를 사락 넘기며] 네

 

[떨리는 숨소리]

 

[문이 쓱 닫힌다]

 

(창) 지금 가야 검사한테 장기 적출 승인을 받을 수 있어서요

 

어느 분이 담당이신지...

 

- (세화) 유족은? - (창) 동의하셨습니다

 

부검부터

 

(창) 부검에 영향 없게 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각막만요

 

지금 안과에 사람 없어

 

(창) 서 교수님 오십니다

 

원장님...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너무 시간이 지나면 각막도 놓치게 돼서요

 

[세화가 훌쩍인다]

 

(창) 감사합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옅은 한숨]

 

- (경문) 나 가요, 어 - (보훈) 어

 

- (보훈) 야, 야, 잠깐만 - (경문) 아, 왜, 아, 왜요, 뭐요

 

(경문) 어?

 

- (경문) 뭘 또 이런 걸... - 씁!

 

(보훈) 가만있어 봐, 인마, 쯧

 

 

에이, 난 또...

 

(경문) 기어코 하셨어?

 

때 되면 네가 이쁘게 좀 해 줘

 

아, 왜 나한테 그래요 이식 팀은 뒀다 뭐 하려고

 

아, 때 되면, 쯧

 

나 요즘 배가 나와서 딴 사람 싫어

 

내가 해 주면 원장님 나한테 뭐 해 줄 건데요?

 

아, 야

 

다 죽은 마당에 내가 뭘 해 주냐?

 

(경문) 그럼 다 죽은 마당에 이거 튀어나온 거

 

이건 뭔 상관이래? [보훈의 당황한 신음]

 

- 이게... - (경문) 나 참

 

야, 가만있어 봐, 야, 야, 야

 

(경문) 아, 싫어요, 싫어, 왜 이래

 

(보훈) 2천 원

 

(경문) [어이없다는 듯] 많이 좀 써라, 아이고, 참

 

(보훈) 야, 야! 씨...

 

(경문) 천국의 자리로 돌아간 제 형제에게

 

영원한 빛과 평화를 내려 주시고

 

남아 있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소서

 

(진우) 떨어지셨어

 

골반뼈까지 완전히 부서졌어

 

(진우) 옮기는데

 

허리가 종이처럼 접히더라

 

(선우) 형

 

됐어

 

미안

 

(선우) 원장님한테 그 얘기 했어?

 

(선우) 원장님이 그거 듣고, 알고

 

돌아가셨냐고

 

[훌쩍인다]

 

(진우) 응

 

그 얘기...

 

[한숨]

 

좀 안 퍼지게 해 봐

 

벌써 보고 끝났어

 

곧 다 알게 될 거야

 

그래도 어떻게든

 

(선우) 해 볼게

 

그렇게 되셨다는데

 

우리도 막무가내로 어쩌진 않겠지

 

(진우) 그래

 

(선우) 형, 괜찮아?

 

모르겠어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소란스럽다]

 

[어두운 음악]

 

(방 선생) 거의 다 왔대요

 

여섯 살이고 칼에 다섯 군데 정도 찔렸대요

 

(노을) 누가 애를, 무슨 일이래요? 멘탈은?

 

(방 선생) 뭔 일인지는 모르겠고 멘탈은 있대요

 

- 지혈되면 바로 CT 갈게요 - (방 선생) 네

 

원장님

 

어디서 그렇게 되셨는지 들었어?

 

(진우) 응

 

왜 하필 부원장님 댁이었을까?

 

(진우) 응

 

이상하지 않아?

 

(진우) 어

 

응?

 

왜 그래?

 

(응급 대원2) 소아 CPR요! 연락 드린 스탭 운드입니다

 

- (방 선생) 이쪽요 - (응급 대원2) 네

 

멘탈 있다면서요

 

(응급 대원2) 들어오기 직전에 어레스트 났어요

 

(방 선생) 자, 잡고, 하나, 둘, 셋

 

펄스 체크해 주세요

 

펄스 없습니다

 

컴프레션

 

(노을) 리듬 확인할게요

 

에이시스톨, 컴프레션

 

인투베이션 준비해 주시고 에피네프린 투여할게요, CPR 유지요

 

(응급 대원2) 옆구리, 배, 팔, 다리를 찔렸고요 배는 두 군데예요

 

보호자는요?

 

저기요

 

- (은하) 이쪽으로 오실게요, 네 - (응급 대원3) 여기 다른 환자입니다

 

(응급 대원3) 환자분, 정신 잃으시면 안 돼요

 

- (응급 대원3) 옮기겠습니다, 둘, 셋 - (은하) 네, 네, 셋

 

[응급 대원4의 힘주는 신음]

 

(은하) 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

 

환자분, 여기 어디인지 아시겠어요?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

 

- (진우) 산소 투여하고 CT - (재혁) 예

 

- O2 2리터 주세요 - (은하) 네

 

다른 상처는요?

 

여기만요, 애 아빠는 한 군데예요

 

[의료 기기 작동음] (노을) DC기! 40줄 차지

 

[제세동기 작동음] 다들 비켜요

 

하나, 둘, 셋!

 

[소란스럽다]

 

(여자1) 선생님, 먼저 봐 주세요 [아이가 엉엉 운다]

 

아기 좀요, 예?

 

우리 아기 좀 먼저 봐 주세요 열이 너무 많이 나요, 선생님...

 

환자분, CT 결과 확인하고 봉합해 드릴게요

 

(형사1) 실례합니다

 

저기, 응급실이 어느 쪽이죠?

 

1층 내려가셔서 건물 밖으로 나가세요

 

그럼 바로 보여요

 

- (형사1) 예,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여닫힌다]

 

경찰이

 

여기까지 왔다 갔네요

 

사고사니까

 

(세화) 그거보다는

 

앰뷸런스가 부원장님 댁에서 출발한 걸로

 

떠서겠죠

 

내 집에서 그렇게 됐으니까

 

뭐가 그렇게요?

 

아, 뭐가 그렇게겠어?

 

질문에 질문으로 응하시네요

 

[한숨]

 

이 원장

 

내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술이 많이 돼 있었어

 

(태상) 그놈의 담배를 못 끊어 가지고

 

담배를 꺼내길래

 

'끊은 사람 집에서 꼭 피워야 되겠냐'

 

'옥상 올라가서 피워'

 

뭐, 쿵 하는 소리가 나길래 올라갔는데

 

[한숨]

 

차마 아래는 내가 내려다볼 생각도 안 했어

 

심근 경색

 

이번에는 못 피하신 거네요, 원장님이

 

그렇지

 

[태상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예, 사장님

 

(태상) 예, 지금 가겠습니다

 

[태상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세화) 구 사장 도로 왔나 보네요? 아까 퇴근하는 거 같더니

 

자기가 와야지 사장 된 지 며칠 됐다고

 

(태상) 책임자가 그렇게 죽었는데

 

너무 멀쩡해 보이진 마세요

 

벌써 말들 많아요

 

무슨 말?

 

(세화) 어쨌든 원장님의 마지막을 본

 

장본인이시잖아요

 

[문이 탁 닫힌다]

 

[태상의 옅은 한숨]

 

실례합니다

 

저, 한성경찰서에서 나왔는데요

 

혹시 아빠랑 같이 실려 온...

 

보호자는 저기요

 

[형사1이 혀를 찬다]

 

(형사1) 어린게 고 잠깐 새 죽었네

 

여기부터 들를걸

 

(은하) 저, 어떻게 된 거예요?

 

강도예요?

 

아빠 보는 데서 애를 찌른 거예요?

 

자살 기도인데요

 

동반 자살

 

애 아빠가 자기 딸을 그랬다고요?

 

[어이없는 숨소리]

 

(재혁) 근데 애는 다섯 방이고

 

아빠는 겨우...

 

(진우) [한숨 쉬며] 입원시켜

 

(형사1) 저, 선생님

 

어떨 거 같으세요?

 

자기 딸 따라가진 않겠네요

 

어디 다른 데 먼저 들렀다 오셨나 봐요?

 

(형사1) 아, 부원장실요

 

왜요? [어두운 음악]

 

 

(진우) 실례합니다

 

왜냐는데 '예'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여자2) 일단 검사만 받는 거니까 너무 혼 빼지 마

 

(남자1) 알았어, 알았어

 

(보훈) 야, 진우야

 

[한숨]

 

그럴 수도 있지

 

둘이 술 마실 수도 있지

 

술?

 

부원장하고 원장님

 

두 분 다 술 냄새가 많이 났어

 

서로 네 집 내 집 찾아다니며 술친구 하는 사이였다고? 두 분이?

 

그럼 넌 왜 찾아갔다고 생각하는데?

 

(노을) 그건 몰라

 

(진우) 모르는구나, 그건

 

뭐는 아는데?

 

뭐가 이상한데?

 

그래

 

두 분 사이 안 좋았던 거 여기들 다 알아

 

그래도 아무도 안 나서

 

(노을) 나섰다간 사람 죽은 일에 부원장 의심하는 꼴이 되니까

 

내가 너 곤란하게 하고 있는 거야?

 

두 분이서 싸웠어

 

[긴장되는 음악]

 

싸우는 걸 들었어, 직접은 아니지만

 

언제?

 

누가 들었는데?

 

저녁에, 7시쯤

 

누가가 뭐가 중요해?

 

[문이 탁 닫힌다]

 

(태상) 어디서 개수작이야! 누구 인생 망치려고

 

내가 너 가만 안 둬!

 

(노을) 부원장이 또 누구 사람 잡는 거 같아서 불똥 튀기 전에 피하려고 했다는데

 

[문이 달칵 열린다]

 

(진우) 개수작? [문이 달칵 닫힌다]

 

(노을) 아무리 부원장이라도 너무 대놓고 막말이라

 

상대가 펠로급도 아니겠다 싶었다는데

 

원장님이셨어

 

원장님한테 한 소리였어

 

그러곤 그날 밤에 그렇게 되신 거야

 

가만 안 두겠다는 사람 집에서

 

본 사람도 그 사람뿐이고

 

(노을) 진짜로 그러진 않잖아

 

동료끼리 싸웠다고 정말로 어떻게 해 버리고

 

우리가 진짜 그러진 않잖아 사는 게 영화는 아닌데

 

그렇지? 진우야

 

경찰한테 말해?

 

[휴대전화 진동음]

 

[진우의 한숨]

 

(진우) 왜!

 

예 선생님

 

아까 자살 환자요

 

외과에서 입원 안 된다는데요

 

자살이라고 입원 거부당했어요

 

[한숨]

 

주 교수님 계시면 받아 주실 텐데

 

원장님 장기 적출 때문에 지금...

 

뭐 때문에?

 

(재혁) 원장님 각막 기증요

 

그거 지켜보신다고 안 계셔서...

 

죄송합니다

 

내 이름으로 입원시켜, 지금 가

 

(재혁) 네

 

[휴대전화 조작음]

 

[어두운 음악]

 

"안구"

 

(진우) 2018년 4월 5일 DOA

 

오늘 밤은 현재 두 명입니다

 

한 명은 믿었던 아빠의 칼에 찔려서 사망

 

한 명은 믿었던 후배의 말에 찔린 뒤 사망

 

(은하) 예 선생님

 

- (은하) TA 환자 검사 결과요 - (진우) 네

 

(진우) 한 명은 지상에서 겨우 6년을 살다...

 

머물다 갔네요

 

거의 그 열 배를 사신 분의 삶도

 

제게는 이토록 순간처럼 느껴지는데

 

(진우) 환자분, 불편하세요?

 

(환자1) 괜찮습니다

 

(진우) 느낌 다 있으시죠?

 

댁에 가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진우) 몹시도 고된 하루였겠죠, 두 사람에게

 

2018년 4월 5일

 

내가 모진 말을 퍼부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진우) 당신의 마지막 날

 

[마우스 클릭음]

 

[창이 숟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사이렌이 울린다]

 

- (형사2) 안녕하세요 - (형사1) 어

 

(형사1) [웃으며] 일찍 왔네?

 

[진우의 힘겨운 신음]

 

예진우라고 합니다

 

[헛기침]

 

어제 뵀었죠?

 

(형사1) 엄청 궁금하셨나 보네

 

당직 풀리자마자 여기 오시고

 

(진우) 제가 사망 진단서를 써야 하는데 아는 게 없어서요

 

어떻게 된 건가요?

 

(형사1) 부원장한테 물어보시죠?

 

그쪽이 제일 잘 알지 바로 코앞에서 봤는데

 

형사님도 다이렉트로 서장님께 뭘 묻긴 좀 그렇지 않으실까요?

 

마지막으로 원장님을 뵌 때가 언제죠?

 

어제 낮요

 

(형사1) 어제 낮이면...

 

[어두운 음악]

 

(선우) 우리 쪽도 그때는 일괄 지급 해서 몰랐는데

 

방금 전에 발각됐어

 

형네 병원 평가 지원금이 들어간 계좌가

 

원장님 개인 통장이래

 

(형사1) 원장님 마지막으로 뵀을 때 평소하고 뭐, 다른 점 없었습니까?

 

(선우) 원장님이 병원 지원금 3억 6천을 자기 개인 통장으로 받았어

 

우리 쪽에서도 문제가 될까 봐 몰래 회수를 시도했던 모양인데

 

원장님이 벌써 돈을 옮겼나 봐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주워듣고, 이게

 

(선우) 형 병원에서는 아무도 몰랐어?

 

(진우) 누가 그딴 소리를 해?

 

밥 먹고 할 짓 없으면 우리 진료비나 가져와!

 

[휴대전화 조작음]

 

이게 지금 누구한테, 씨

 

(형사1) 아, 저, 뭐 이상한 점 없었냐니까요?

 

(진우) 없었습니다

 

(형사1) 무슨 얘기 했는데요? 마지막으로 원장님이랑

 

(진우) 늘 하는 얘기요, 업무 얘기

 

원장님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거예요?

 

(진우) 언제까지 숨기려고 하셨어요?

 

누...

 

누, 누가 그래?

 

(형사1) 어떤 분이셨습니까? 원장님

 

(진우) 좋은 분이셨습니다

 

저희 모두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형사1) 아, 저희로서는 뭐 딱히 의심할 만한 것도 없고

 

목격자 진술하고도 일치하고

 

목격자가 있습니까?

 

옆집 사람요

 

혼자 나온 걸 옆집 사람이 확실히 봤다고 했나요?

 

원장님 혼자?

 

둘이 나왔으면요?

 

혼자였답니다, 확실히, 남자 혼자

 

 

(형사1) 원래 심근 경색이 있으셨다고 원장님께서

 

어, 게다가 술 자시고 담배까지

 

이 상태로 떨어지신 거 같던데?

 

그렇겠죠

 

(형사1) 사인, 사망 시각

 

뭐, 이런 것만 알면 되는 거 아닙니까 사망 진단서는?

 

여기 온 진짜 이유가 뭡니까?

 

[긴장되는 음악]

 

(선우) 친구가 죽었으니까요

 

아버지였고

 

그렇지?

 

놀고 있네

 

빽 하긴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된 겁니까?

 

(형사1) 원장님이 딴 데서 1차를 하고

 

벌써 좀 취해 가지고는 자기 집에 왔다고 했어요

 

(태상) 아, 술이 많이 됐네

 

(보훈) 야, 국물 없냐? 국물

 

(형사1) 꽤 늦은 시간인데 다른 식구들은 하나도 없었냐고 했더니만

 

학기 중인데 우리나라에 있는

 

엄마나 아이가 얼마나 되겠냐고 하더라고요

 

(보훈) 굿, 굿

 

(형사1) 아,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아, 유학 보냈다는 소리를 참 당연하게도 한다 그랬죠

 

(보훈) 아유, 기가 막혀, 기가 막혀

 

아, 올라가서 피워, 좀 올라가서 피워

 

(태상) 끊은 지가 언제인데

 

알았어, 알았어, 아유 시어미 잔소리, 아유, 아유

 

(태상) 아유, 저거 언제 끊으려 그러냐

 

[보훈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형사1) 전에도 종종 있는 일이었대요

 

근데 소리가 나서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원장님

 

(남자2) 어? 저, 저, 사람!

 

(태상) 야!

 

[태상의 다급한 신음]

 

목격자...

 

(형사1) 옆집 사람도 그 시간에 옥상에 나와 있다가

 

[초인종이 울린다] 어떤 남자가 혼자 옥상으로 나오는 걸 봤대요

 

그러더니 거의 바로 쿵

 

[둔탁한 효과음] 소리가 났다고

 

[진우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자동차 시동음]

 

(보훈) 환자가 돈줄로 보이기 시작하면 그 의사는 더 갈 데가 없어

 

배우러 온 학생한테 돈 뜯어낼 궁리만 하는 선생을

 

선생이라고 할 수가 있나?

 

학생은 선생이 푼 문제의 답이 잘못된 거나 알지

 

우리가 하는 수술, 우리가 내리는 처방

 

일반인들은 죽었다 깨나도 몰라

 

그래서 의술이 무서운 거야

 

그래서 우리가 더욱더 독하게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고

 

근데 이딴 걸 지침이라고 내려보내?

 

아무리 사기업이 대학 재단을 통째로 먹었다고 해도

 

이건 아니야

 

이래서는 안 되는 거야

 

그... 위에서는

 

이 성과급제가 효율성과 직결된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보훈) 효율?

 

더 비싼 약품

 

더 고가의 시술 처방하는 의사한테 돈 더 많이 주는 거

 

그게 효율인가?

 

환자가 위급하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달려가야지

 

남의 환자 보는 시간에

 

내 환자 잘못돼서 성과 떨어질까 봐 몸 사린다면

 

그 성과는 어떻게 할 거야?

 

무슨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뛰어가는 사람들이

 

간호사 선생들이야

 

그건 어떻게 수치화할 거야

 

(경문) 어떡하실 겁니까?

 

사장이 새로 오자마자 내놓은 겁니다

 

이거부터 짰단 뜻입니다

 

절대 안 물러설 겁니다

 

누가 물러설지 어디 두고 보자고

 

(진우) 바로 가시게요, 사장실?

 

(보훈) 어

 

[진우가 숨을 들이켠다]

 

새로운 사장 눈에 성깔이 든 게 아주 일당백으로 생겼던데

 

한 번밖에 못 봤지만

 

여러 번 봐도 똑같아

 

일당백을 왜 원장님 혼자 상대하러 가세요?

 

원장님 군사가 뒤에 수백인데

 

(보훈) 수백이 함께 싸우면 전쟁이야

 

장수끼리 멱따는 게 빨라

 

장수가 쓰러지면 그 판 끝납니다

 

성과급제 찬성하는 사람 없어요

 

원장님 개인 대 사장이 아니라

 

의국 총합 대 사장 구도로 바꾸세요

 

(진우) 대기업에서 꽂은 인간이에요, 구 사장

 

꽂힌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근데 부원장은...

 

(태상) 원장님, 함께 올라가시죠

 

저도 올라가서 '이게 우리 의견이다' 이렇게 얘기하겠습니다

 

의견이 아니라 결론입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아, 예

 

[긴장되는 음악]

 

[번호표 알림음]

 

(진우) 아, 과장님

 

(동수) 응? 아, 니 어제 당직 아니었냐? 왜 또 기어 나왔어?

 

제 입원 환자가 있어 가지고요

 

거 한갓지게 혼자 갈랬더만, 쯧

 

(진우) 아, 저... 의국 회의 안 가세요?

 

아, 이짝부터

 

무슨 일인데요?

 

뭔 일이겄냐, 쯧

 

사람이 떴잖아

 

[여기저기서 한숨을 내쉰다]

 

(동수) 아, 2 빼기 1이여

 

뭐 하려고 둘씩이나 비워 놓는디야

 

그래서 원장님 눈은 누구 줬어요?

 

지금 하는 중이에요

 

거의 끝났겠네

 

근데 이식 센터에 어제 그...

 

나한테 전화한 걔는 누구예요?

 

(지용) 장례 때문에 오라는 줄 알았더니 오자마자, 이씨

 

딴 사람도 아니고 원장님 각막을 떼라고

 

이씨, 진짜, 이씨

 

자기네 센터 사람 없나?

 

(민기) 그랬어요?

 

영안실은 갔다들 오셨나?

 

(세화) 아침에 부검 끝나고 이제 입관하셨다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죠, 뭐

 

부검 결과는 뭐랍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보고서는 아직인데

 

심근 경색 맞답니다

 

(윤모) 아휴, 그 양반 술이 원수지

 

(동수) 원장님 막둥이가 장가를 갔던가?

 

[태상의 힘주는 신음] (윤모) 아직 안 갔을 거예요

 

- (윤모) 장례식 언제 가실 거예요? - (동수) 가야지, 내일이지?

 

[헛기침]

 

내 오늘, 어...

 

방금 그, 출근 전에 보건 복지부에 다녀왔는데

 

(태상) 호출이 와서 [긴장되는 음악]

 

지방 의료원에 필수 클리닉들이 없어서

 

지역 주민들 고통이 말이 아니라고

 

산부들은 애 낳을 데가 없고 또 소아과는 씨가 말라가고

 

(동수) 아침 댓바람부터 사람 불러다 놓고

 

복지부서 참으로 뜻깊은 소리를 했네

 

아, 맨날 허는 염불 잊어먹을께비, 뭐

 

뭐, 재방송 틀어 줬대요?

 

(태상) 그, 지방 의료원과 공공 의료 기관과의 연계 체계를 구축할 기관으로

 

우리 병원이 선정됐습니다

 

(정희) 뭐, 자매결연 맺으랍니까?

 

의사 인력 파견 사업에 동참해 달랍니다

 

(윤모) 무슨 파견...

 

어디 파견요?

 

어, 낙산 의료원

 

[술렁인다]

 

그, 대상은요?

 

산부인과

 

소아 청소년과

 

규모는 얼마나...

 

(태상) 응급 의료 센터

 

이상 3개 과

 

(세화) 세 개 과 전체 다를요?

 

언제까지요?

 

(정희) 여기는 누가 남고요?

 

얼마나 남고요?

 

(영재) 필수 진료 과목을 없애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태상) 아, 없애긴 누가 없앤대? 파견이야, 파견

 

(경문) 분원입니까? 완전 이전입니까?

 

인건비 지원은 해 주겠다니까, 뭐

 

돈 줄 테니

 

법에 안 걸릴 정도만 남기고 다 옮기라 이겁니까?

 

(세화) 아니, 국립대에서 해야 할 일을 우리한테 떠넘기는 게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우리도 거점 병원이야

 

우수하니까 보내라는 거지

 

(동수) 두 번만 우수했다가는 달나라도 보내겄네

 

아, 그래서 진짜 가라고요?

 

아, 여기는 어쩌고요?

 

서울 사람은 애 안 낳아요? 차에 안 치여요?

 

(태상) 아, 여기는 우리 없어도 많잖아

 

지방에는 응급 인력이 없어서 응급실 폐쇄고

 

(경문) 옮기겠다고, 따르겠다고 확답하고 오셨군요

 

(태상) 아, 그럼 어떡해!

 

내가 어떻게 안 된다고 얘기하나!

 

그렇게 불만이면 가서 직접 항의들 해 봐, 씨나 먹히나

 

(동수) 아, 왜 못 해요, 왜!

 

원장님이었어 봐

 

백 번도 더 안 된다 했을 것을

 

오늘 아침에 출근 전에 다녀오셨다고요? 복지부를?

 

뭘 들었어?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그냥 가지 않으면 뭘 어쩌라고!

 

[한숨]

 

일단 알릴 건 알려야 하니까 의국에들 전하시고

 

각 센터별로 중지를 모으는 게 어떨까요

 

(경문) 행동책을 정해야죠

 

시간을 정해서 전체 회의를 가집시다

 

(동수) 말이 파견이지

 

이거 뭐, 퇴출 아니여

 

(노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식으로...

 

(동수) 이긴 사람이 애들 진 사람이 간호 쌤들

 

(진우) 아, 과장님, 그런 게...

 

[휴대전화 벨 소리]

 

아, 왜?

 

(은하) 무슨 소리야, 지금

 

(안 선생) [울먹이며] 너무해요

 

매일 100명을 넘게 봤어요

 

술 취한 환자들한테 맞고

 

희롱당하고

 

그러면서 지켰어요

 

(안 선생) 응급실이 제일 힘들었어요

 

다리는 끊어질 거 같고

 

응급으로 왔는데 왜 기다리게 하냐고 싸우고

 

근데 이거예요?

 

네? 선생님?

 

(방 선생) 말씀 좀 해 보세요

 

아니, 국립대에서 지방에 교수들 파견한다는 얘기는 들어 봤어도

 

갑자기 이게 무슨...

 

솔직히 저는요

 

그래, 힘들어 죽겠는데 너희들이 뺨 쳐 주는구나 싶어요

 

어차피 우리는 병원 소속이니까 딴 과 가거나, 뭐

 

그만두면 돼요, 갈 데는 많아요

 

그렇지만 이건 좀... [무전기 작동음]

 

(무전기 속 남자3) 소생실 환자 입실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간호사) 월요일 날 외래 진료 했던 HCC 환자래요

 

- (진우) 예 - HCV도 있는데

 

의식은 왔다 갔다 하고 통증은 반응 있고요

 

- 네, 진료 기록요 - (간호사) 네

 

(진우) 아, 이쪽요

 

[환자2의 아파하는 신음]

 

- (응급 대원5) 하나, 둘, 셋 - (응급 대원6) 하나, 둘, 셋

 

[환자2의 아파하는 신음]

 

(안 선생) 100에 60, 레이트 100 세츄레이션 95요

 

- (진우) 예, 산소 2리터 주시고요 - (안 선생) 네

 

(진우) 환자분, 눈 떠 보세요

 

통증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환자2의 아파하는 신음]

 

예, 예

 

- (진우) 일단 복수부터 뺍시다 - (방 선생) 네

 

[환자2의 신음]

 

[환자2의 신음]

 

형은 여기 아니어도 갈 데 있구나?

 

이쪽도?

 

이 사람들은?

 

(선우) 하루 수백 명인데 어디 가서 누워?

 

어디서든 받아 주겠지 길바닥에 뒹굴기야 하겠어?

 

(재혁) 아,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다른 학교 가서 빌붙으라고요? 수련의들 전부 다?

 

아니, 대학 병원이 왜 대학 병원인데요

 

지방 의료 활성화도 좋고 다 좋은데요

 

대학 병원에 응급실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돼요, 과장님?

 

아니, 없애는 게 아니고

 

[한숨]

 

우리가 왜 대학에 남았는데요

 

이러면 인턴 중에 누가 응급의를 지원하고요

 

아, 파업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소정) 파업이라도가 아니라 파업해야지

 

아, 더한 것도 해야지!

 

위의 사람들 전부 미친 거 아니에요?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려요?

 

[종이컵이 탁 떨어진다]

 

[한숨]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인터폰 조작음]

 

[인터폰 안내음] 문이 열렸습니다

 

[도어 록 작동음]

 

(선우) 며칠 만이네?

 

(진우) 그러네

 

[차분한 음악]

 

(진우) 하나, 둘

 

(진우) 걔 혼자서도 잘해, 나 필요 없어

 

알아, 잘하는 거

 

(노을) 그렇지만 그게 온전히 혼자여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잖아

 

정말 선우만 두고 너 혼자 강원도로 가야 되면 어떡해?

 

뭐 어떡해

 

각자 잘 먹고 잘 사는 거지

 

(진우) 야, 예선우

 

너 오늘 원장님 장례식 왔었냐?

 

(선우) 응

 

[한숨]

 

(진우) 우리 병원 왔었다고?

 

그럼 얘기를 하지

 

됐어

 

왜?

 

됐어

 

치, 잘났다, 새끼야

 

(선우) 노을이 누나는 봤어

 

장례식장 내려왔더라

 

(진우) 아...

 

그래서 네 얘기를...

 

내 얘기? 뭐?

 

됐어

 

(선우) 누나가 뭐라 그랬는데?

 

어?

 

[숨을 깊게 내뱉는다]

 

[어두운 음악]

 

[진우의 한숨]

 

(선우) 내가 잘못 안 걸까?

 

(선우) 원장님이 그러실 리 없잖아

 

횡령하고 공금 빼 가고

 

그럴 리가

 

내가 형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원장님을...

 

그렇게

 

가시게 한 걸까?

 

우리가 뭘?

 

형 말고 나

 

심근 경색이 왜 하필 그때 왔을까?

 

(진우) 쓸데없는 소리 아니야

 

어떻게 알았냐고

 

(진우) 누구한테 들었냐고

 

그게 원장님 첫마디였어 내가 물었을 때

 

형이 뭐라고 물었는데?

 

(진우) 언제까지 숨기려고 했냐고

 

진짜 아무도 모를 줄 알았냐고

 

[한숨]

 

무슨 소리냐고 하셨어야지

 

갑자기 쳐들어와서

 

어른한테 버릇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나한테 호통을 쳤어야지

 

(진우) 언제까지 숨기려고 하셨어요?

 

어, 어, 어떻게...

 

누구한테 들은 거야?

 

(보훈) 아니, 야, 야, 지, 진우야

 

그게 아니라 이건 나 혼자 숨기고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얘, 진우야

 

(진우) 평생을 믿고 따랐는데

 

(선우) 그래서?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퍼붓고 나와 버렸어, 더 실망하기 전에

 

원장님한테 그렇게 말했어?

 

실망했다고?

 

다시 알아봐야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분이 아니야

 

[한숨]

 

본인이 인정했는데 뭘 더 알아봐

 

쓸데없는 데 힘 빼지 말고 네 일이나 잘해

 

나 일 잘해, 걱정 마

 

문 닫아 줘?

 

내가 해!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잔잔한 음악]

 

[긴장되는 음악]

 

(태상) 아, 사람 많아?

 

아직 오전이라서요

 

(진우) 낙산 의료원

 

상태가 어떻답니까?

 

아, 무슨 상태?

 

재정 상태, 운영 실태, 뭐든요

 

뭔 뜬금포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게 왜 뜬금포입니까? [긴장되는 음악]

 

(진우) 한꺼번에 의국을 세 개나 옮기라고 해 놓고는

 

복지부에서 그만한 브리핑도 안 해 줬다고요?

 

무려 원장 대행을 아침부터 불러다 놓고는?

 

어제 아침에 부원장님

 

바로 출근하셨습니다, 댁에서 여기로

 

중간에 들르신 곳 없습니다

 

왜 거짓말하셨습니까?

 

무슨 쉰 소리야?

 

누구 앞이라고 넘겨짚어?

 

계속 이러시면 저도 경찰한테 갈 수밖에 없습니다

 

[헛웃음 치며] 뭐, 경찰?

 

뭘 계속 이러면?

 

내가 곧바로 출근했다 이걸 경찰한테 얘기하겠다고?

 

(태상) 그럼 걔들이 뭐라 그러겠니?

 

'어쩌라고'

 

댁에서 사람이 죽었지 않습니까

 

(진우) 두 분 싸우셨어요

 

근데 그날 밤으로 바로

 

원장님께서 기분 좋아서 술까지 사 들고 댁으로 찾아간 걸로 돼 있으니

 

경찰이 이걸 듣고도 과연

 

'어쩌라고'일까요?

 

안 싸웠어

 

본 사람이 있습니다

 

(태상) 안 싸웠어

 

싸운 게 아니라 내가

 

이 원장 참교육 좀 시켜 줬어

 

야, 예진우, 내 말 잘 들어

 

경찰

 

가고 싶으면 가

 

근데 그거 까려면

 

원장이 무슨 수작을 벌였는지도 밝혀야 돼

 

난 깔 수 있어

 

그렇지만 성인군자 우리 원장님은

 

상당히 쪽팔리게 될 거다

 

그것만 알고 있어

 

나는 망자의 명예를 위해서

 

어렵게 입을 닫아 주고 있는 사람이야

 

그래, 모르는 게 약이다, 그래

 

망자의 명예를 그렇게 위하셔서

 

(진우) 원장님이 그 애를 써 가며 지켜 온 의국을

 

돌아가시자마자 당장 쪽박 내요?

 

(태상) 야, 이 새끼야 누가 할 말을 하고 있어

 

진짜 쪽박 내고 있는 게 누구인데

 

너희들 허구한 날 마이너스인 거 여태 누가 메꿔 줬어?

 

응급실이야 아무 환자나 받으면 끝이지만

 

너희들이 마구잡이로 보내는 환자 때문에

 

딴 과에 손해가 얼마인데

 

그걸 손해로 치십니까?

 

내가 왜 하루 종일 팔 빠지게 수술해서 너희들 구멍 메꿔 주냐?

 

(태상) 필수 과만 아니면 벌써 없어졌을 것들이

 

(진우) 압니다, 부원장님 수술 많이 하시는 거

 

잘나가시는 거

 

무슨 뜻이야

 

(진우) 왜요, 정형 과장께서 수술 많이 하신다는 말이

 

뭐 잘못됐습니까?

 

(태상) 아니, 이 자식이 이게...

 

[휴대전화 진동음]

 

어, 무슨 일이야?

 

[휴대전화 진동음] (태상) 알았어

 

 

[어두운 음악]

 

[웅성거린다]

 

(태상) 자

 

바쁠 텐데 모이느라고 수고들 하셨고

 

이유는 다들 잘 알 테니까 생략하고

 

먼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매끄럽게 매듭짓느냐 이거인데

 

(동수) 아, 매끄러운 걸 찾으시면 안 되시죠

 

대구리를 잡고 싸워도 모지랄 판에

 

아, 이게 다 학교 재단이 대기업한테 팔리니까

 

이런 거 아니에요? 이것이 다

 

(지용) 이제 와 그 얘기는 해서 뭐 해요, 예?

 

재단 바뀔 때 나서서 반대를 하든가, 쯧

 

어차피 보건 복지부 명령을 어쩌라고

 

공무원이라는 것들이

 

(윤모) 책상머리에 앉아서 의사들 쥐어짜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상엽) 공무원 문제가 아닙니다, 예?

 

이거 우리 컨트롤 타워 문제예요

 

이사장실 없애고 난데없이

 

총괄사장이니 뭐니 할 때부터 내가 알아봤어

 

뭐, 원래 무슨 화물 회사 사장 하다 온 사람이라면서요?

 

자기가 아무리 대기업에서 사장을 했어도

 

병원을 알아? 의사도 아닌 게

 

당연히 위에서 뭔 결정이 떨어져도 모르지

 

이쪽 비즈니스를 아는 게 있나 관련 부처에 인맥이 있나, 어?

 

보건 복지부도 그러니까 안 거야

 

야, 상국대병원 사장이라고 눈뜬장님 왔다더라

 

지방에 얘네 보내자

 

얼마나 만만해

 

낙산에서는 뭐랍니까?

 

아, 그쪽에서는 우리한테 절을 해도 부족하지

 

(경문) 제가 들은 거하고는 다른데요?

 

낙산 의료원에서는 우리 가는 거에 대해서 얘기만 들었지

 

거의, 거의 모르고 있던데요

 

역시 주 교수님

 

지방에 대해선 잘 아셔

 

(정희)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암 센터장님 말이 맞아요

 

병원 사장에 의대 출신도 아니고

 

전문 무슨 CEO가 들어앉을 때부터 우리가 나섰어야 했어요

 

CEO를 앉혔다는 건

 

이 회사가 우리를 무슨 사업 부서쯤으로 여기는 겁니다

 

여러분, 우리 병원이 회사입니까?

 

이게 다 보험 수가 때문이죠

 

(의사) 여기서 보험 수가 얘기가 왜 나옵니까?

 

(세화) 수가만 높았어 봐요

 

산부인과든 소아과든

 

지방에서도 잘만 돌아가지 없어지진 않았겠죠

 

근데 여러분

 

우리가 여기서 아무리 이래 봐야 사장이 눈 하나 깜짝할 거 같아요?

 

장사하는 기업이

 

아니, 이 나라 교육 시장에 무슨 대단한 큰 뜻이 있어서

 

대학을 인수했겠습니까?

 

 

여러분,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먹을래요?

 

아니요

 

(창) 해외 직구 한 건데

 

(경문) 보험 수가 문제는 우리 모두 다 공감하는 거지만

 

그건 나라 정책의 문제고

 

[문이 달칵 열린다] 지금은...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아이고, 진짜 많이들 모이셨네

 

아, 그러면 지금 환자들은 누가...

 

(지용) 필수 인원 남겨 뒀습니다

 

 

말씀하시죠

 

수술 얘기 하자고 다 모이신 거 아닌가요?

 

아, 무슨 수술 말씀입니까?

 

대한민국 아픈 곳 살리는 수술 말입니다

 

인종, 종교, 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서하신 우리 의사 선생님들께서

 

(승효) 이제 우리 땅 소외된 곳을 몸소 가서 돕고 싶다

 

해서 모였다고 난 알고 있는데요

 

시작하시죠

 

(승효) 이걸 어떻게 손에 넣었지?

 

(경아) 그게 혹시...

 

죽은 원장이 내부 누군가한테 자료를 주고 간 거 아닐까요?

 

(보훈) 이사회에 호소를 하든

 

언론이나 시민 단체에 자료를 뿌리든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겁니다

 

사장님이 병원을 돈줄로만 본다고요

 

(승효) 아니, 구조 자체가 수익이 안 나면 구조를 바꾸면 되지

 

원래 그렇다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경문) 만 오천 명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해체시키고

 

더 멀리 분산시킬 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진우) 응급실 없어지면 환자도 없습니다

 

과장님은 저희가 보내는 노숙자 마이너스 환자

 

더 안 받으셔도 되고요

 

(선우) 뭘 얼마나 찍혔길래 병원에서 먼저 자진해서 내려보내겠대?

 

(은하) 혹시 아세요? 다른 과는 어떤지?

 

(노을) 벌써 계산들 들어갔대요

 

(창) 뭐, 다 같이 나서서 반대할 거냐

 

나라 명령인데 뭔 수로 뒤집냐

 

뭐, 분분하더라고요

 

(정희) 얘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 선고하러 온 거잖아요

 

(영재) 이러다 저희 진짜 가는 거 아닙니까?

 

최선을 다해 봅시다

 

(태상) 젊은 사장이 의욕이 지나치네

 

(승효) 이 건물에서는 지금 여기 두 사람만 아는 거 확실하죠?

 

네, 여기 두 사람만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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