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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2

 

(승효) 이야, 원장님, 이거 대단하십니다

 

아니,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매출표는 처음 봤어요

 

뭐가 이렇게 다 빨개?

 

그리고 여기는 뭐야, 이거

 

응급, 소아 청소년, 산부인과?

 

이거 세 개가 지금 다 깎아 먹고 있네요?

 

그나마 딴 과에서 벌어들인 거를?

 

알죠, 필수 과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마취과

 

정신 의학, 치과

 

정신 의학, 치과 등을 포함한 9개 이상의 진료 과목과

 

전속 전문의를 상급 종합 병원은 갖춰야 한다, 의료법

 

3조 3항

 

근데 이게 필수 과라고 해서 적자까지 필수일 필요는 없잖아요?

 

차트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이거 직무유기입니다, 이보훈 원장님

 

아니, 구조 자체가 수익이 안 나면 구조를 바꾸면 되지

 

원래 그렇다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아, 됐고요

 

나 2주 후에 그쪽으로 갑니다

 

내 취임식 때는 청사진 받읍시다

 

예?

 

뭐요?

 

(승효) 한번 해 보세요

 

우리 회장님을 직접 찾아가시든가

 

각 과별로 이익률 올릴 방안

 

내 취임식 때까지 가지고 오십시오 끊습니다

 

참 나

 

아니, 병원은 원래 적자라고

 

나더러 계속 돈돈거리면 이사회에 재고 요청 하겠다는데요?

 

나 사장으로 오는 거 막아 달라고 [컴퓨터 알림음]

 

병원 직원 프로필 파일 지금 올렸어요

 

내가 가자마자 메스부터 들어야겠네

 

(승효) 이 파일은 방금 그 병원 원장이 보낸 겁니까?

 

원장 거에 친구분이 따로 보내신 내용까지 합친 건데요

 

아니, 그렇잖아요

 

우리 회의에 이런 숫자 들고 왔으면 벌써 재떨이 날아왔어

 

의사들이 숫자를 뭘 알겠어요

 

알게 해야죠, 쯧

 

[마우스 클릭음]

 

(승효) 뭐야

 

상국대

 

"이력서"

 

상국대, 상국대, 상국대...

 

이거 죄다 상국대 판이구먼? [휴대전화 진동음]

 

우리 계열사 쭉 불러 볼래요?

 

(경아) 화정물산, 화정전자, 화정생명

 

화정생명...

 

- 또? - (경아) 화정디스플레이

 

화정생활화학

 

화학, 화학...

 

그래, 걔네 이번에 광고 수십억 처바르고 망한 거 뭐죠?

 

(경아) 항노화제 세마든

 

다이어트 약도요

 

아, 망했어요

 

[마우스 클릭음]

 

(승효) 김해대학?

 

김해대

 

오, 상국대 출신 아닌 사람도 있긴 있네

 

계열사 계속할까요?

 

파견?

 

[프린터 작동음] [통화 연결음]

 

어, 나다, 그, 요즘...

 

어?

 

어, 그래, 오랜만이다

 

그, 어...

 

요즘 대학 병원 파견도 가냐?

 

(승효) 의사들이 가라면 가?

 

[손님들이 대화를 나눈다]

 

(승효) 자, 잘 부탁드립니다, 차관님

 

(차관) [웃으며] 별말씀을요

 

화정그룹 같은 대기업에 계셨던 분인데

 

병원 사업은 또 얼마나 잘하시겠습니까

 

저 지금도 거기 계시는데

 

(차관) [웃으며] 아, 그럼요, 그럼요

 

지금도 화정그룹 사장님이시죠

 

제 말씀은 이제

 

병원하고 기업은 아무래도 좀 다르니까

 

그렇죠

 

저도 미리 자료를 좀 받아 봤는데

 

아, 어렵더라고, 우리나라 병원 사정이

 

(차관) 상국대학병원은 그래도

 

빅5 중의 하나인데 훨씬 낫죠

 

저기 지방 가 보면 요즘

 

완전 말도 아닌 데 많습니다

 

아, 지방이 그렇습니까?

 

(차관) 그럼요

 

의사나 환자나 다 서울로 몰리긴 마찬가지고

 

저희로서는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파견 제도도 해 보고 하는데

 

아, 파견요?

 

그런 것도 있어요?

 

(차관) 일반인은 들어 본 적도 없을 정도로 홍보가 참...

 

지역 병원에 의사들 파견 사업이 시행되고 있긴 한데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안 해요

 

(승효) 그게...

 

파견을 해도 월급은 원래 병원에서 주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차관) 전문의야 따로 협상을 해야겠지만

 

파견받은 쪽에서 지급하죠

 

뭐, 우리 보건 복지부에서 인건비도 지원하고요

 

아, 복지부에서요?

 

(승효) 아니, 그렇게 좋은 취지로 애쓰시는데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도 하고 그래야 되는데

 

[승효가 병을 탁 내려놓는다] (차관) 그래서 저희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네 [잔을 달그락 부딪친다]

 

(경아) 사장님, 이보훈 원장이 사망했습니다

 

방금 전에 부원장 집에서요

 

(보훈) 사장님, 기계에 손 껴 본 적 있으세요?

 

일하다 배달 오토바이에 깔려 본 적 있으세요?

 

없죠?

 

아, 예, 부자들도 사고는 납니다

 

그렇지만 없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죠

 

지금 바로 응급실 가 보십시오

 

90%가 이런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무슨 돈벌이를 합니까

 

애 낳는 데 피는 또 얼마나 쏟아지는데요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기사) 죄송합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보훈) 애 낳는 데 피는 또 얼마나 쏟아지는데요

 

출산이라는 게 원래 극도로 위험한 겁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애 낳으면서 잘못되는 일이 어디 있냐고

 

전부 다 병원만 걸고넘어집니다

 

(보훈) 이런 위험 다 무릅쓰고

 

어떻게든 안고 가려고 하는 게 필수 진료과입니다

 

구조상으로 수익을 낼 수가 없습니다

 

[태상이 옅은 숨을 내뱉는다]

 

(태상) 아, 그...

 

그, 뭐, 공장 스크랩하듯이 뜯어내면

 

그, 분명히 문제가 되긴 될 겁니다

 

(보훈) 이사회에 호소를 하든

 

언론이나 시민 단체에 자료를 뿌리든 할 수 있는 건 다 할 겁니다

 

사장님이 병원을 돈줄로만 본다고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승효) 네 [버튼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리모컨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승효) 그래, 병원 직원들은 뭐랍니까?

 

(태상) 아, 뭐랄 게 뭐 있겠습니까?

 

심장 마비 때문에 실족사한 거 다 아는데

 

(승효) 장례 말입니다

 

원장이 그렇게 됐는데 장례 절차 논의 안 했어요?

 

[당황한 숨을 내뱉는다]

 

(태상) 우리도 이번 같은 죽음은 처음이라

 

[승효가 숨을 들이켠다]

 

(승효) 이번 같은 죽음...

 

유족은

 

조촐하게 가족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유족하고는 벌써 얘기 끝내고

 

진짜 친하셨나 보네 원장하고 부원장이

 

같이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요

 

평가 지원금은, 그것도 얘기 끝냈어요?

 

아, 예

 

그, 당사자가 돌아가셨는데 뭐, 굳이 시끄럽게 할 필요 있냐

 

지원금도 다 회수했으니까 이걸로 덮자 얘기해 뒀습니다

 

심평원에서는 바로 물었고?

 

(태상) 아, 그럼요

 

구설수를 피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건데요

 

[숨을 들이켠다]

 

(승효) 업무 중 사망이려나요, 이것도?

 

[태상의 난처한 숨소리]

 

그, 사장님이 처리하시기 나름이지만

 

퇴근 후 음주에

 

지병도 있었는데요, 이 원장

 

그렇죠?

 

마지막이 좀 야릇하긴 한데

 

(승효) 그래도 업무 재해에 인한 사망은

 

오버죠?

 

마지막이 뭐가 야릇합니까?

 

그러니까

 

같이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

 

알겠습니다

 

아, 그, 지원금 문제는

 

(승효) 이 건물에서는 지금 여기 두 사람만 아는 거 확실하죠?

 

네, 여기 두 사람만 압니다

 

[긴장되는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리모컨 조작음]

 

"화정"

 

(승효) 어느 병에 걸렸었나 질병 이력

 

[어두운 음악] 어느 병에 걸릴 확률이 있나 잠재 위험군 분류

 

심지어 복용약, 가족들 유전 병력 다 나와 있습니다

 

우리 대학 병원 누적 방문자 2,460만 명분입니다

 

2,460만 명

 

남 사장님

 

뭐, 화정보험이 아무리 국내 최대 생보사여도

 

사장님께서 저희 아니면 어디 가서 환자 정보를

 

이만큼이나 구할 수 있을까요?

 

(생보 사장) 병원 사장 자리를 너무 즐기시네 우리 구 사장께서

 

같은 계열사끼리 너무 돈, 돈 하는 거 아니신가?

 

아이고, 같은 계열사니까 돈, 돈 하는 거죠

 

다른 회사였으면 벌써 셔터 내렸습니다

 

(승효) [자료를 펄럭 흔들며] 이거 표본 데이터 세트 한 건당 백

 

딱 떨어지게 가시죠

 

(생보 사장) 아니, 2천만 명이 넘는다며

 

한 세트당 백만 원을 부르면 우리는 어쩌라고

 

어차피 구 사장도 병원에 깔려 있던 거 공짜로 얻은 거 아니오?

 

(승효) 남 사장님

 

아니, 뭐, 저희가

 

뭐, 환자 정보를 단순히 생보사 영업하시기 쉬우라고

 

그냥 넘겨 드립니까?

 

계약자의 질병을 미리 알면 나중에 지불 거부할 수 있고

 

지불 가능성 높은 상품은 아예 가입 못 하게 할 수도 있고

 

그 계약서에다 미리 지불 거부 약관 집어넣으면

 

그 깨알 같은 거 그거 누가 읽어 봅니까?

 

아, 귓구멍에다 대고 설명해 줘도 못 알아듣는 계약자가 태반인데요

 

순익하고 직결된다는 거 딱 봐도 보이시지 않습니까?

 

(상사 사장) 구 사장, 우리끼리 얘기지만

 

솔직히 이거 불법인데 서로 감안 좀 합시다

 

(승효) 음...

 

개인 건강 정보 영리 목적으로 사용 불가

 

그러니까

 

불가 조항 2016년 8월 삭제

 

업데이트 좀 하시죠

 

아유, 접으세요, 됐습니다

 

(승효) 아, 저 건강 보조제 유통은 되는대로 영업 사원 보내 주십시오

 

우리 병원에서 뭘 팔지는 제가 먼저 봐야 되니까요

 

물론이죠, 구 사장

 

[휴대전화 진동음] 뭐, 그럽시다

 

(남형) 구승효 사장 병원에 보내길 잘했네

 

역시 우리 그룹이 근로 장학생 하나는 잘 뽑았어

 

[술렁인다]

 

아, 그럼요

 

그, 선대 회장님께서 하신 일인데요

 

이것도 해내려나?

 

[긴장되는 음악]

 

(경아) 아, 예

 

아직요, 네

 

예, 알겠습니다

 

서산농장요?

 

농장이야 전원생활이고

 

송탄에서 제일 땅 부자 3만 평 좀 넘어요

 

(승효) 아, 네

 

(남형) 병원도 돈 되는 시설은 따로 있다며

 

새로 증축하겠다고 한 데가

 

(승효) 아, 암 센터, 검진 센터 그리고 장례식장입니다

 

아, 송탄에 지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이 농장 주인 땅에 저희 병원 센터를요?

 

아들이 김석현이에요, 환경부 장관

 

[승효가 숨을 들이켠다]

 

저, 회장님 이게 본교에서 좀 너무 먼데요?

 

(남형) 시세로 따지면 500억 정도

 

580억에 매입해요

 

듣기도 좋잖아

 

국내 굴지의 대학 병원 경기도 남부 송탄에 투자

 

지역 발전 도모

 

매입 금액은 어디서 나옵니까?

 

병원 시설 짓는 건데

 

병원에서 나와야지

 

(승효) 저, 시세에서 80억이나 더 쳐주는데

 

저한테 굳이 따로 맡기시는 이유가...

 

아들하고 부모가 의견이 좀 갈려요

 

뭐, 어느 집안이 안 그렇겠...

 

안 팔려고 할 거야

 

오를 대로 올랐는데 노친네들이 아주 꽉 틀어쥐고 안 놔

 

예, 매입하겠습니다

 

저, 그리고 700억만 더 쏴 주시죠, 회장님

 

[술렁인다]

 

(남형) 그깟 땅 쪼가리 700억 더 얹어 주면 누가 못 해요?

 

내가 직접 할까?

 

아니요, 아니요 저, 센터 증축 말입니다

 

(승효) 저, 병원 생돈 500억 넘게 들게 생겼는데

 

우리 본사에서 증축비 지원해 주셨다고 하면

 

얼마나 고마워들 하겠습니까

 

이 검진 센터나 저기, 장례식장은

 

완전히 캐시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캐시 카우인 데다가요

 

또 더군다나 모든 시설이 전부 회장님 거 아닙니까?

 

700억 절대 후회 안 하세요 제가 자신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자신 있다는데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승효)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그거 메이드부터 시키고

 

예, 알겠습니다

 

(직원) 지금 내려오신답니다

 

(상사 사장) 살이 더 올랐네, 강 팀장?

 

병원 밥이 아주 그냥 달아?

 

(승효) 사장님께서는 몇 살 때부터 밥이 그렇게 다셨어요?

 

(상사 사장) 덕분에 많이 줄었어

 

(경아) 저기, 사장님

 

저희 강당에 의사들 지금 다 모였대요 그 문제 때문에

 

저 생보사 남 사장한테 연락 오면 세트당 150 불러요

 

자존심 때문에 나한테는 직접 안 할 거야

 

150? 네

 

(승효) 그, 환경부 장관 가까운 친척 중에

 

취직 못 한 조카나 백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고요

 

(경아) 네?

 

뭐가 '네?'예요? 선물 준비하라고

 

(승효) 파견 문제는 복지부랑 다시 한번 말 맞추시고

 

(경아) 네

 

[통화 연결음]

 

(병수) 예

 

아이고, 안녕하세요 김병수 선생님 되시죠?

 

저 상국대학병원의 구승효라고 합니다

 

처음 인사드리죠?

 

(병수) 병원요?

 

여보, 병원이라는디?

 

당신 검사 나왔는게벼!

 

아니요, 아니요, 선생님

 

저, 건강 문제차 연락을 드린 게 아니고요

 

그, 송탄에 부동산 가지고 계신 거 때문에

 

- (병수) 땅 문제로 거셨소? - 제...

 

- (병수) 안 팔아유 - 아니요, 선생님

 

제가 먼저 인사 여쭈려고요, 제가...

 

(병수) 사고팔고 할 땅이 아니라니께 참 나, 쯧!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한숨]

 

(상엽) 뭐, 원래 무슨 화물 회사 사장 하다 온 사람이라면서요?

 

자기가 아무리 대기업에서 사장을 했어도

 

병원을 알아? 의사도 아닌 게

 

[긴장되는 음악]

 

(정희) CEO를 앉혔다는 건

 

이 회사가 우리를 무슨 사업 부서쯤으로 여기는 겁니다

 

여러분, 우리 병원이 회사입니까?

 

(민기) 낙산에서는 뭐랍니까?

 

(태상) 아, 그쪽에서는 우리한테 절을 해도 부족하지

 

제가 들은 거하고는 다른데요?

 

(세화)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암만 이래 봐야

 

사장이 눈 하나 깜짝할 거 같아요?

 

장사하는 기업이

 

이 나라 교육 시장에 무슨 대단히 큰 뜻이 있어서

 

대학까지 인수했겠습니까?

 

여러분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승효) 아이고, 진짜 많이들 모이셨네

 

아, 그러면 지금 환자들은 누가...

 

(지용) 필수 인원 남겨 뒀습니다

 

 

말씀하시죠

 

수술 얘기 하자고 다 모이신 거 아닌가요?

 

아, 무슨 수술 말씀입니까?

 

대한민국 아픈 곳 살리는 수술 말입니다

 

인종, 종교, 사회적 지위를 떠나서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노라 선서하신 우리 의사 선생님들께서

 

(승효) 이제 우리 땅 소외된 곳을 몸소 가서 돕고 싶다

 

해서 모였다고 난 알고 있는데요

 

시작하시죠

 

저 진짜 여러분들 얘기 들으러 왔다니까요?

 

먼저

 

(세화) 청을 따로 드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와 주셔서 네, 감사합니다

 

우리 신경외과장께서는 여기 따로 청을 받고 왔나 보죠?

 

(세화) [픽 웃으며] 아니요

 

저희 의료진은

 

이번 사태가 참으로 당혹스럽습니다

 

지방 의료원 활성화도 좋지만

 

갑자기 딱 지목해서 '너, 너, 너, 짐 싸서 가'

 

뭐, 저희한테는 사실 이런 거 아닌가요?

 

여기는 병원도 캠퍼스라고 부르죠?

 

(승효) 그러면 그, 작년에 이 캠퍼스에 있던 검진 센터

 

강남으로 옮긴 걸로 아는데

 

그때도 이런 반응이었습니까, 다들?

 

[어두운 음악]

 

(영재) 아이, 그때는...

 

(승효) 네, 그때는 뭐요?

 

(정희) 그거하고 어떻게 같습니까?

 

만약에 사장님더러 갑자기 지방엘 가라면 가시겠어요?

 

산부인과장이시죠?

 

아, 잘됐네요, 내가 안 그래도 궁금한 게 하나 있었는데

 

(승효) 씁, 그, 최근에 읽은 기사 중에

 

진짜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걸 하나 봐 가지고

 

강원도에서 아이를 낳으면

 

중국에서보다 산모가 더 많이 죽는다는 기사

 

그거 사실입니까?

 

아니죠? 그거

 

통계상으로는...

 

네, 잘 안 들리네요

 

틀렸다는 겁니까?

 

사실입니다

 

그 점은 저희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음, 안타까워하시는구나, 거기 앉아서

 

이 세상 모든 의료 문제를 우리 손으로 풀 수 없는 거 아닙니까?

 

사장님은 이 자리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어요

 

나더러 지방에 가라고 하면 가냐고요?

 

대답 드리죠

 

네, 갑니다

 

(승효) 내가 먼저 갑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자, 존경하는 상국대학 의료진 여러분

 

그동안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습니까?

 

아니, 서울 사람의 두 배가 넘는 엄마들이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어 가고 있는데

 

여러분들 의사지 않습니까? 간호사잖아요

 

여러분들이 가면 그 사람들 안 죽는 거 아닙니까?

 

여기가 회사였다면 말이죠

 

회사에서 일부 사업 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로 했다면

 

뭐, 다 같이 모여 가지고 '서울 팀은 없어지냐'

 

'왜 우리가 가야 되냐'

 

이러고 있을 거 같습니까?

 

천만에

 

벌써 지방 현지 가서 자기들 살 집 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 회사원하고 같습니까?

 

그럼 뭐가 그렇게 다른데요?

 

(경문) 상급 병원은 공공재입니다

 

의국 옮기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응급, 소아, 산부 이 3과에

 

하루 내원 환자만 얼마인지 아십니까?

 

평균 500명입니다

 

한 달이면 만오천 명의 사람들이 여기서 병을 고치고

 

상처를 꿰매고 있어요

 

예, 저희 말고도 서울에 종합 병원은 많죠

 

하지만 저도 여쭙죠

 

이 많은 사람들을

 

만오천 명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해체시키고

 

더 멀리 분산시킬 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그건 보건 복지부 가서 물어보시죠

 

(동수) 지금 사장님이 되셔 갖고

 

'난 모른다, 내 책임 아니다'

 

뭐, 그 말씀 하시는 거예요?

 

아니요, 아니요

 

복지부에서도 똑같은 얘기 들었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병원은 공공재다

 

그렇죠

 

이 땅의 모든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공공재

 

(승효) 흉부외과 주경문 과장님

 

내가 지금 공공재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겁니까?

 

또요? 또 있으신 분?

 

(은하) 저희는 노조원이라서...

 

(승효) 네, 어디 소속 누구시죠?

 

응급 의료 센터 김은하입니다

 

(은하) 저희 간호사들은 노조에 가입돼 있어서

 

단체 교섭을 통해서 움직일 수 있는데요

 

(승효) 네, 그래야죠

 

(동수) 그, 지방 클리닉 지원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고요

 

꼭 파견 아니더라도 방법은 많잖아요, 예?

 

뭐, 비용을 대 준다든가, 뭐

 

음, 그 비용은 그럼 응급학과에서 대시게요?

 

(승효) 그쪽 누적 적자가 얼마인지는 아세요?

 

아니, 응급과는

 

지금 다른 과들 덕분에 겨우 먹고살고 있습니다

 

지금 그런 말씀이 그렇게 쉽게 나와요?

 

적자...

 

마이너스

 

너희들 허구한 날 마이너스일 때 그거 누가 메꿔 주고 있어?

 

필수 과만 아니면 벌써 없어졌을 것들이

 

(동수) 아, 아니, 지, 지금, 지금

 

도, 돈으로 우리를...

 

[동수의 한숨]

 

(진우) 흑자가 나는 과는 그럼

 

파견 대신 돈으로 된다는 뜻입니까?

 

응급 의학과 예진우입니다

 

그런 겁니까?

 

(방 선생) 웬일로 질문을 다 한대?

 

절대 안 나서는 양반이

 

(승효) 지방 병원 의사들 월급이 거기 원장보다 많다는 거 아시죠?

 

그 사람들이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 그 사람들이... - (진우) 아니

 

(진우) 그 사람들 돈 있고 없고 그 얘기가 아니고요

 

자꾸 말 돌리시는데 그러지 마시고요

 

지원금을 낼 수 있으면 안 가도 된다, 그겁니까?

 

뭐, 내가 그렇다고 하면 진짜 돈으로 때울 기세신데

 

그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래요?

 

응급학과시라며?

 

(진우) 아, 재원

 

그렇죠

 

못 마련하죠

 

[긴장되는 음악]

 

달라질 건

 

이중 몇몇의 근무지뿐입니다

 

그렇죠, 여러분?

 

(정희) 얘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라 선고하러 온 거잖아요

 

(영재) 부원장님

 

이러다 저희 진짜 가는 거 아닙니까?

 

최선을 다해 봅시다

 

젊은 사장이 의욕이 지나치네

 

(경문) 어떻게 생각해?

 

무슨 생각요?

 

시키는 대로 가겠다고?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죠

 

원하는 것도 그거일 텐데

 

(경문) 그렇게 쉬워?

 

누가 쉽답니까?

 

출가해서...

 

이 절 구석 하나에 온 청춘을 바쳤는데

 

발이 쉽게 떨어지겠어요?

 

예 선생 발만 안 떨어지겠어? 환자들은?

 

응급실 없어지면 환자도 없습니다

 

(진우) 과장님은 저희가 보내는 노숙자 마이너스 환자

 

더 안 받으셔도 되고요

 

마이너스 환자라니?

 

콜이 밀려서요

 

예진우 선생

 

아까 질문 무슨 뜻이야?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의사의 놀란 신음]

 

(진우) 실례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과장님!

 

[동수가 벽을 쾅 치며 씩씩거린다]

 

(동수) 우리를 말이여

 

돈이나 밝히는 그런 속물로다가...

 

[동수의 한숨]

 

[동수의 한숨]

 

[동수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동수) 왜, 왜, 왜, 왜, 안 선생, 왜, 왜, 왜!

 

(안 선생) 대동맥 박리 환자요

 

대전에서 수술받았는데 또 쓰러졌대요

 

(동수) 이씨...

 

(진우) 가장 먼저 변하는 게 위장이라고 하셨죠?

 

보채는 일 없이 목구멍에 넣을 수 있을 때

 

받아들이는 순간이 온다고

 

(간호사1) 예 쌤, 격리실 환자요

 

(진우) 위장이 인내심을 획득하셨습니다

 

(여자) [엉엉 울며] 살려 주세요, 선생님

 

(진우) 배 속에서 안내서를 받아야 [여자가 연신 운다]

 

응급실에 발 들일 자격이 생긴다고

 

- (진우) 셋, 넷, 다섯, 여섯... - (은하) 보호자분

 

(진우) 힘들어 죽겠지 않냐는 질문을 [심전도계 경고음]

 

가장 많이 받습니다

 

(진우) 사람이 죽는 건

 

심정지와 혈액 손실 때문이지 힘들어서 죽진 않죠

 

[심전도계 비프음]

 

(진우) 왜 이 길을 택했냐는 질문이 그다음이더군요

 

[진우의 안도하는 한숨]

 

- 혈압 체크해 주세요 - (방 선생) 네

 

출혈성 쇼크였는데 일단 고비는 넘겼습니다

 

[여자의 다급한 신음]

 

- (은하) 잠깐 나가서... - (진우) 수혈 끝나면 검사 부탁해요

 

(은하) 네, 네

 

(진우) 공부한 게 아까워서

 

사람 살리는 방법을 죽도록 공부했으니까

 

그리고...

 

용기가 없어서

 

예 선생님, 복막염 의심 환자요

 

(진우) 선생님 목소리 들리죠?

 

여기 배 아파요?

 

(진우)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생명을 외면할 용기가 없어서

 

왜 이렇게 오래 깔아 뒀어?

 

아, 소아과에 자리가 없어서

 

기다리면 생겨? 없으면 만들어, 지금 데려가

 

(재혁) 네

 

[휠체어가 벽에 탁 부딪는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진우) 저는 앞으로도

 

계속 용기가 없을 건가 봅니다

 

원장님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이력서"

 

[승효가 의아한 숨을 들이켠다]

 

[프린터 작동음]

 

재수 없어

 

(경문) 만오천 명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해체시키고

 

더 멀리 분산시킬 권리는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네가 더 재수 없어

 

[도어 록 작동음]

 

(승효) 어디 있었어요? [도어 록 작동음]

 

진단표 보자고 하셨잖아요

 

[경아가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경아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참...

 

진짜 효율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네

 

(승효) 전부 주먹구구야, 엘리트라는 인간들이

 

 

일반 기업에서 이딴 식으로 일했으면 벌써 모가지 잘렸지

 

 

두 가지 먼저 합시다

 

업무 프로세스 개편

 

(승효) 수술실 가동률 85%

 

씁, 아니...

 

[파일을 탁 내려놓으며] 90% 이상

 

[펜으로 쓱쓱 메모한다]

 

환자 평균 대기 시간표인데요 각 병동별로

 

(경아) 이전 재단에서는 이런 데 관심이 없었는지

 

수치를 뽑아 놓은 게 없더라고요

 

일단 무인 접수처에 등록한 환자의 경우에

 

실제 문진이 입력된 시간 차로 계산했어요

 

의사당 환자 수랑

 

(승효) 그, 1억 원 넘는 의료 기기당 환자 수도 같이 봅시다

 

아, 장사의 기본이 뭐야, 회전율이잖아

 

비싼 기계 사 주면 뭐 해요

 

그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느려 터졌는데

 

수술실도 마찬가지예요

 

정규 운영 시간 10시간 중에

 

가동되는 게 6시간밖에 안 된다니까

 

아니, 이게 비싼 트럭 사 줬는데

 

차고에 계속 처박아 두는 거랑 뭐가 다른데?

 

(승효) 뭐요?

 

왜요?

 

사장님이야

 

'수술실 가동률을 올려라' 하면 끝이시지만

 

저는 어떡해요?

 

저도 병원 일은 처음인데

 

[한숨]

 

그 빅5 병원 중에

 

가동률 90% 이상인 데 있죠?

 

그쪽 데이터 받아 봅시다

 

네 [휴대전화 진동음]

 

[경아가 숨을 후 내뱉는다]

 

(승효) 어, 그리고

 

이것도 좀 채워 놔요

 

어머, 의사야?

 

(경아) 조각 아니야?

 

[경아의 좋아하는 신음]

 

완전 만찢남이네

 

(노을) 가뜩이나 골치 아픈데 왜 남의 과 수익을 물어?

 

우리 사정 몰라?

 

(진우) 사정 아니까 묻지

 

너희도 따로 자료 뽑을 거 아니야

 

내가 뽑아? 애들이 뽑지

 

(노을) 그래

 

이번 달 우리 역대 최저 찍었다 적자 1위

 

꼭 그렇게 아픈 데를 찔러야겠냐

 

 

약 발라라

 

야, 뭔데?

 

(진우) 어이 [레지던트의 당황한 신음]

 

(레지던트) 안녕하세요

 

과장님 컨디션 좀 브리핑해 봐

 

저희 과장님 컨디션요?

 

오늘 당직 GS에서 바꿔 달라는데

 

너희 과로 돌리겠다고 그러면

 

과장님이 내 뚝배기 깨겠냐, 안 깨겠냐?

 

아까 회의 갔다 오셔서 내내...

 

아이씨, 그럴 줄 알았어

 

(레지던트) 회의에 저기, 사장도 왔다면서요

 

어때요, 새 사장?

 

[한숨]

 

아, 근데 산부인과 적자 많이 나냐?

 

엄청 갈구게 생겼더라

 

(진우) 하기야 레지던트 나부랭이가 자기네 과가 적자인지 뭔지 알겠어?

 

아, 왜 몰라요, 제가 밭갈이 담당인데

 

(레지던트) 그냥 우리 과 자료 다 제가 만든다고요

 

그나저나 우리 지지난달부터인가?

 

끝에서 톱 찍었는데

 

적자로다가

 

(진우) 욕봐라

 

[엘리베이터 버튼을 탁 누른다]

 

[긴장되는 음악]

 

(선우) 쟤도 앞길이 훤하다

 

툭 건드리니까 술술

 

떠보는 티 줄줄 나더구먼

 

닥쳐

 

(선우) 어째?

 

심증은 있는데 확증이 없네, 하... [엘리베이터 도착음]

 

(진우) 어디로 가야 되나

 

회계 팀은 갖고 있지 않으려나?

 

[엘리베이터 도착음] 회계 팀?

 

여기 회계 팀 아닌데? 어디 가는 거야, 형!

 

[선우의 신음]

 

[차분한 음악]

 

[선우의 아파하는 신음]

 

아, 뭘 그러셔, 새삼스럽게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린다]

 

[기침]

 

(선우) 너무 나만 보고 있지 마요

 

[고 위원의 찌뿌둥한 신음]

 

(고 위원)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나?

 

종일 앉아 있었더니 당최 내려가질 않네

 

외근 나가시죠

 

왜 나보고 가라 그래, 이 사람이, 쯧

 

오다 주웠어요

 

감사합니다

 

진짜 외근 싫어하는 부서는 우리밖에 없을 거야

 

그래도 자기는 개인 병원이잖아 거리도 가깝고

 

개인이 더해요

 

어유, 얼마나 우는소리들을 하는데요

 

(고 위원) 종합 병원 의사들 불평불만에

 

귀에서 피가 나 봐야 그런 소리 안 하지

 

가뜩이나 이번에는 지방 가는 거 때문에

 

잔뜩 열받았을 텐데, 하필...

 

고 위원님 이번에 상국대학병원 담당 아니세요?

 

(고 위원) 왜 아니야?

 

근데 거기가 지방엘 가요? 왜요?

 

나도 처음 듣는 소리인데 누가 가는데요?

 

[어두운 음악] 소아 청소년이랑 산부인과랑 응급

 

(고 위원) 병원에서 발령 냈다는데? 못 들었어, 집에서?

 

[환자의 비명]

 

(환자) 아프다고, 진짜

 

[환자의 아파하는 신음]

 

(동수) 아니, 움직이면 뼈를 맞출 수가 없다니까

 

- (동수) 가만있어요, 가만 - (환자) 아프다고

 

- (동수) 가만있어요! - (환자) 아, 고만!

 

[환자의 아파하는 신음] (동수) 아이참

 

에헤! 씨...

 

아이, 아, 방 선생!

 

(방 선생) 네

 

- (동수) 움직이면 안 돼, 빨리빨리 - (환자) 아, 고만해

 

- (환자) 야, 너 고만해 - (동수) 그냥 잡아, 잡아

 

(환자) 야, 아, 의사가 사람 잡네!

 

[환자의 비명] [뼈가 우두둑거린다]

 

[동수의 거친 숨소리]

 

(동수) 휴, 아직 안 죽었네, 말 허시네

 

아휴

 

저, 리덕션 됐으니까 엑스레이 보내 줘

 

(방 선생) 예

 

(동수) 요 손 배 위에다가 살포시 얹고 있어요 엑스레이 찍을 때까지

 

(환자) 감사합니다

 

(동수) 이

 

아, 예 선생은 어디 가 박힌 거야? 아까참부터

 

그러게요? 김 쌤도 안 보이고

 

(동수) 신발은 또 어디 갔어, 씨

 

(방 선생) 아, 김 쌤

 

아까부터 교육생들 기다리는데

 

아, 알았어

 

(동수) 아, 저기, 예 선생 어디 있대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유

 

뭐여 [휴대전화 진동음]

 

예, 이동수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태상) 산부인과, 소아 청소년과

 

응급 의료 센터, 이상 3개 과

 

자, 존경하는 상국대학 의료진 여러분

 

그동안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습니까?

 

(승효) 여러분들 의사이지 않습니까? 간호사잖아요

 

여러분들이 가면 그 사람들 안 죽는 거 아닙니까?

 

(승효) 적자 부서를 오래도 끌어안고 있었네요

 

다들 인내심도 대단하네

 

난 아닌데

 

정리합시다

 

(태상) 아, 예, 예

 

- (창) 어? 은하 씨! - (은하) 네...

 

(노을)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니요

 

아, 퇴근하세요?

 

(노을) 네, 그쪽은 어때요?

 

뭐, 얘기 나온 거 있어요?

 

[한숨 쉬며] 글쎄요

 

옮기는 거야 다들 반대지만

 

(은하) 그런다고 없던 일이 될 거 같지도 않고

 

저기, 혹시 아세요? 다른 과는 어떤지?

 

(노을) 벌써 계산들 들어갔대요

 

(창) 뭐, 다 같이 나서서 반대할 거냐

 

나라 명령인데 뭔 수로 뒤집냐

 

뭐, 분분하더라고요

 

그렇죠, 뭐

 

뭐가 그래요?

 

(은하) 아무리 자기들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도 그렇지

 

[어두운 음악] [은하의 헛기침]

 

(노을) 어? 진우야...

 

가요,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창의 헛기침]

 

과장님?

 

아, 저기요

 

왜?

 

[옅은 한숨]

 

[심전도계 비프음]

 

(진우) 주 교수님 계세요?

 

(박 선생) 수술 중이세요

 

언제 끝나요?

 

(박 선생) 끝나긴요, 이제 막 들어가셨어요

 

오늘 벌써 세 번째 수술이라 자정 넘어서나 올라오실 거예요

 

- (경문) ICU로 - (진우) 무슨 수술인데요?

 

(경문) 30분마다 체크하고

 

(박 선생) 오피캡요

 

고령인 데다 워낙 까다로운 케이스라

 

뭐, 주 과장님 수술 중에 안 까다로운 게 어디 있겠어요?

 

암튼 오래 걸려요

 

예, 끝나면 콜 주세요

 

(박 선생) 저, 예 선생님

 

[무거운 음악]

 

저희 과장님 환자 거절 못 하시는 거 아시죠?

 

(박 선생) 그러니까 여기로 좀 [경문의 지친 숨소리]

 

보내지 말아 주세요

 

오늘만 해도 다른 병원에서 쓰러진 사람을...

 

그러다 여기서 잘못되면 저희만 독박 써요

 

그리고 제발 노숙자 좀 그만 보내시고요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그래서 저희도 한 번에 세 명 이상은...

 

(박 선생) 그럼 저희는요?

 

저희도 난처해요, 정말

 

이게 수납은 돼야 되잖아요

 

자꾸 이러시면 저희만 혼나고 죽어나요

 

[호출기가 울린다]

 

저야 우리 과장님 이해하지만 아직 어린 간호사들은요?

 

그 원망 다 듣는 건 결국 과장님이세요

 

저 선생님 믿고 가요, 저

 

"연말 결산 보고서"

 

[어두운 음악]

 

[리모컨 조작음]

 

(승효) 'ICU 중환자실'

 

'CSR 중앙공급실'

 

[리모컨 조작음]

 

'메젬바움시저'

 

뭐야? 이발소 가위구먼

 

'메이요시저'

 

'봉합사 절단용'

 

봉합사...

 

아, 실

 

[리모컨 조작음]

 

가위만 몇 개야?

 

[리모컨 조작음]

 

'오스테오톰'

 

[숨을 들이켠다]

 

안 되겠다

 

[리모컨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기계 작동음]

 

(승효) 이거 어떻게 여는 거야? 이거

 

(승효) 어...

 

씁, 이게

 

오스, 오스테오톰

 

뼈 깎을 때 쓰는 거고

 

이게...

 

타올클램프인가? 뭐지?

 

가만있어 봐

 

장갑이...

 

장갑이 어디 있냐

 

 

[놀란 숨소리] 아이씨...

 

깜짝이야, 씨

 

별, 씨... 쯧

 

주경문이

 

"이력서"

 

[차분한 음악]

 

[경문의 신음]

 

(경문) 아이고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숨을 깊게 내뱉는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한숨]

 

[청소기 작동음]

 

[청소기를 뚝 끈다]

 

[도어 록 조작음]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선우) 왔어? 피곤하지?

 

(진우) 어

 

누구 오냐?

 

(선우) 이 시간에 무슨

 

[휴대전화 벨 소리]

 

어, 왜?

 

(진우) 아, 흉부에서?

 

 

(선우) 내 것도

 

지금 끝나셨대?

 

어, 알았어

 

(박 선생) 저희 과장님 환자 거절 못 하시는 거 아시죠?

 

[잔잔한 음악] 그 원망 다 듣는 거 결국 과장님이에요

 

[옅은 한숨]

 

나 전화 한 통만 하고

 

[선우가 술병을 잘그락 딴다]

 

[한숨]

 

(진우) 공무원 모시고 살기 힘드네

 

[잔을 탁 내려놓는다]

 

심평원에서 들었냐? 나 팔려 간다고?

 

왜 말 안 했어?

 

지금 하려고

 

내가 들어오자마자 할 거였는데 왜 네가 먼저 선수 쳐?

 

[선우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선우) 참 나, 뭘 얼마나 찍혔길래 병원에서 먼저 자진해서 내려보내겠대?

 

[술을 졸졸 따르며] 우리가 먼저 자진했대?

 

(선우) 복지부에서는 지원금 내랬는데 병원에서 아예 발령 낸 모양이더구먼

 

(진우) 야, 지구는 둥근데 어디를 올라가고 내려가냐?

 

하여튼 서울 놈들

 

[술을 졸졸 따르며]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알아

 

3분만 진지합시다

 

안 가, 안 가, 걱정 마

 

(선우) 형이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혼자 안 가?

 

그게 뭐라고 용까지 빼냐

 

[어두운 음악]

 

[진우의 한숨]

 

[마우스 클릭음]

 

[휴대전화 진동음]

 

(승효) 예, 여보세요

 

아니, 나 서산 갔다 온다고 그랬잖아요

 

지금 넘어가는 중인데, 왜요?

 

아, 뭐가 올라왔는데?

 

한번 보내 봐요, 그러면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긴장되는 음악]

 

[한숨 쉬며] 병원

 

- 네? - 한성동 병원으로

 

(기사) 지금요?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의료 기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태상) 응, 됐어

 

[발로 버튼을 탁 누른다]

 

(태상) 어이, 리덕션 아직도야? 내년에 할래?

 

에이, 게을러터져 가지고 바빠 죽겠는데

 

[발로 버튼을 탁 누르며] 아이참...

 

[간호사2가 발로 버튼을 탁 누른다]

 

[의료 기기 작동음]

 

- (간호사2) 부원장님 - (태상) 어?

 

(간호사2) 게시판에 글 올라왔는데 확인을 좀 해 보셔야 될 거 같은데...

 

[문이 달칵 닫힌다]

 

[경문이 코를 훌쩍인다]

 

- (승효) 올린 놈은? - 아직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경아) 글을 올린 시각은 오늘 아침 06시 54분

 

위치는 별관 307호에 있는 데스크톱 IP로 나왔습니다

 

근데 307호는 전공의 숙소라서요

 

그 안엔 CCTV가 없대요

 

복도 CCTV를 대신 찾아 놨습니다

 

작성자 아이디는?

 

그게, 올린 사람이

 

이보훈요, 죽은 원장

 

[한숨]

 

(승효) 이걸 어떻게 손에 넣었지?

 

아니, 이놈의 병원에서는

 

전체 이익률을 개나 소나 볼 수 있답니까?

 

(경아) 아니요, 센터장들은 월말 결산을 받습니다만

 

자기 센터 한정이고

 

이전 재단에서는 매출 총액을 원장하고 이사장만 받아 봤답니다

 

근데 왜 하필 2월 달 자료인데?

 

왜 두 달이나 지난 걸...

 

(경아) 그게 혹시

 

죽은 원장이 내부 누군가한테 자료를 주고 간 거 아닐까요?

 

자기 아이디랑 비번도 내주면서 나 죽은 다음에 올리라고요?

 

[엘리베이터 도착음]

 

(경아) 회계 팀은 조사 중입니다

 

매출 자료를 모아서 수치화하는 데는 거기니까

 

거기서 빼냈을 공산이 크니까요

 

전산실도

 

(승효) 회계 팀에서 숫자를 만져도 출력하는 건 전산실이에요

 

종이 장부 빼내기로는 거기가 최고니까

 

[어두운 음악] 근데 왜 두 달 전 거지?

 

큰 의미는 없지 않을까요?

 

파견 대상 3과는 어차피 내내 빨간색이었고

 

올린 사람이 가진 게 뭐 마침 2개월 전 거였나 보죠

 

그럼 이보훈 원장하고 각별한 친분이 있던 사람 중에...

 

(경아) 회계실이나 전산실에

 

최근에 자료를 요청한 사람이 있는지도 찾아볼게요

 

파견 3과 직원 중심으로 봅시다

 

그리고 그...

 

그중에... 몇 시라고요, 글 올린 게?

 

6시 54분요, 오늘 아침

 

그럼 그때 앞뒤로 307호 출입한 사람도

 

복도 CCTV를 바로 보실 수 있게 해 놨습니다

 

(경아) 근데 숙소라는 게 워낙 출입이 자유자재라

 

시간이 좀 걸리게 생겼네요

 

[기계 인식음]

 

[도어 록 작동음]

 

원장님이

 

많이 그리웠나 봐, 예 선생

 

(경문) 와

 

[숨을 깊게 내뱉는다]

 

구조실 불러요

 

(경아) 본사 구조실요?

 

자기들이 자초한 거야

 

[휴대전화 진동음] 밀월 관계 끝났어

 

알겠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글 올린 거

 

너지?

 

(승효) 귀신 뒤에서 꼼수나 쓰느니

 

차라리 옥상 가서 확 뿌려 버리죠?

 

(선우) 어떻게 알았을까?

 

(경문) 우리한테 무기를 던져 준 거야

 

거기에는 어떤 꼼수도 있어선 안 돼

 

(진우) 어떻게 아셨냐고요

 

(경문) 내가 사장한테 이를까 봐 걱정돼서 왔어?

 

(진우) 들고일어날 무기에는 어떤 꼼수도 있어선 안 된다고 하셨죠

 

정당한 절차 밟으려다 먼저 밟히는 걸 더 많이 봤습니다

 

이 손이 하는 행위는 돈으로 채점할 수 없다는 거죠

 

(세화) 저는 이 프라이드 하나로 버텼고요

 

(영재) 그렇기도 하고

 

아, 지금 이런 것까지 드러났는데 유야무야하면

 

사장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어요?

 

(승효) 존경하는 상국대학병원 임직원 여러분

 

금일부로 본사 구조 조정실이 주관하는 경영 구조 진단을 실시합니다

 

(세화) '의료 종사자는 그 내용 확인에 응하여서는 안 된다'

 

의료법 기본도 모르는 것들이 내 의국에서 설쳐 대는데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눈뜬장님이야? 어? 보고만 있어?

 

(민기) 진짜 자본주의 논리로 퇴출되는 거면 우리도 흑자 낸 적 없어

 

다음은 우리야

 

(승효) 오라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닌가 보네

 

사직 처리 하신대도 말 붙이지 않겠습니다

 

(승효) 여러모로 선수 치시네

 

(승효) 응급 예진우 해고 처리

 

(승효) 반역자가 둘이면 날아갈 목도 두 개 아니겠어요?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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