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3
용케 비밀번호는 알아냈어
타이핑이 느리셨습니다, 원장님
제가 가끔 글을 대신 올려 드리곤 했습니다
[한숨]
심정이야 알지만
방법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경문) 본인은 철저히 뒤에 숨고
돌아가신 분 앞세운 선정적인 폭로 말고
(경문) 예 선생은
우리한테 무기를 던져 준 거야
우리가 들고일어날 근거
거기에는 어떤 꼼수도 있어선 안 돼
꼼수는 결국 빌미를 주는 거야
상대한테 치고 들어올 빌미를
사소한 일로 책잡히고 무너지는 걸
한두 번 봤어?
정당한...
[한숨]
밥은 먹어
오던 길 아니었나?
먹을 수 있을 때 먹어
생각 없습니다
[한숨]
(정희) 우리를 무슨 돈 먹는 하마 취급 했다는 거 아니야
하, 참...
그래 놓고 우리 앞에선
어디보다 산모가 더 죽네 마네 그딴 소리를
암만 기름밥 먹다 온 놈이어도 그렇지
윤리 의식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자식이 어디서...
(경문) 어떻습니까, 그쪽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뭘 어떻게 해요?
(경문) 그냥 있게요?
위험 무릅쓰고 폭로해 준 사람 수고는 물거품 되라고요?
(정희) 그렇다고 뭐
지난번처럼 모여 봤자 저기 구 사장 들이닥쳐서
자기 할 말만 와다다다 해댈 텐데
그 멍석을 왜 또 우리가 깔아 줘요?
구 사장이 왜 또 옵니까?
좀 있다 저희 외과 전체 의국 회의입니다, 4시에
[긴장되는 음악]
그때 하자고요?
기습적으로 우리만?
기습이 아니죠
의국 회의는 원래 우리 의사들 건데
(정희) 병동에는 내가 얘기할게요, 이따 봐요
사람이 참 됐어, 주 교수
왕따시킬 때는 언제고
(재혁) 예 선생님!
(진우) 왜!
경찰이 저분 데려가도 되냐고...
(은하) 어떻게 된 거예요?
아빠 보는 데서 애를 찌른 거예요?
자살 기도인데요
(순경) 동반 자살
(은하) 애 아빠가 자기 딸을 그랬다고요?
(재혁) 동반 자살이든 어쨌든 살인죄니까
어쩌죠?
뭐가 문제야?
(재혁) 치료는 끝나지만 정신과 소견이 좀...
직접 문진해 보시면 어떨까 해서
보내
네
데려가시래요
(순경) 네
[통화 연결음]
어, 양 선생, 오후에 시간 돼?
어, 3시 수술 좀 바꾸게
간단한 거야, 하지 정맥
아, 그럼 내가 맡기나?
나 지정한 거 아니고 응급실에서 올라온 거니까
양 선생 들어가도 돼
어, 그래, 고마워, 응
[긴장되는 음악]
이제 갓 돌 지난 애인데 3도 화상이에요
그것도 조금만 늦었으면 스킨 그래프트도 힘들 뻔했어
(윤모) 아, 소아고 응급이고 다 나가면 이런 케이스는 다 죽으라고?
아...
뭐, 내 코가 석 자지 누구를 걱정하겠어요
하는 꼴 보니까
여기도 좀 있으면 돈 되는 수술만 하랄 거 같은데
나중에들 봐요
여기도 이제
죄다 코 세우고 쌍꺼풀 찢고 있는다
아유, 4시에 봅시다
[펜을 탁 집는다]
[발로 버튼을 탁 누른다]
(상엽) 응급실은 다른 데로 트랜스퍼할 인력 정도만 남긴다고?
그럼 다른 데서 오는 것도 없어지...
끝났으면 가, 뭘 턱 받치고 있어?
(창) 우리 응급실에는 응급 환자가 와도
뭐, 다른 병원으로 트랜스퍼시킬 인력만 남긴다는 얘기 듣고, 이 교수님
뭐, 그 말씀만 하셨어요
'다른 데서 오는 것도 없어지...'
뭐, 거기까지만
내뱉고 속내 들킬까 봐 아차 했겠네, 이 교수
속내요?
응급 암 환자 안 받게 생겼으니까 좋은 거지
암 센터에서는
딴 데서 먼저 치료받다가 병원 옮겨서 오는 환자 안 좋아해
(민기) 병원을 옮긴다는 거 자체가
원래 병원에서도 까다로운 케이스였다는 뜻인데
그런 환자 받아 줬다가 여기서 잘못되면
그게 웬 독박이야
그렇다고 응급실로 실려 온 사람
'너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라' 내칠 수도 없고
예
(민기) 응급실 없어지면 그런 거도 없어지니까
골치 하나를 던 거야, 암 센터는
(창) 뭐, 그래도 다들 4시에는 오시겠다던데요?
내가 알아보라고
창 선생한테 시켰다는 얘기는 안 했지? 사람들한테
안 했죠
다들 자기 생각뿐이네
과장님 생각은 어떠신데요?
어떻긴
큰 걱정이지, 없애면 안 되는데
(민기) 진짜 자본주의 논리로 퇴출되는 거면 우리도 흑자 낸 적 없어
다음은 우리야
살아남는다고 해도
솔직히 응급실 없어져 봐 그럼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응급실 없애면 뇌사자 확 줄어
장기 이식한테는 응급실이 필수야
예
(민기) 너무 걱정 마라
진짜 뭐, 그렇게야 되겠냐, 응?
[민기의 한숨]
(동수) 그려도 산부인과장이 애쓰네
다른 쪽들은 강 건너 불구경인디
(진우) 산부인과장님이 소집하셨어요?
(동수) 뭉치자는 사람이 있으니 뭉치지
다들 태생이 각개 전투인디
(방 선생) 과장님, 부르셨어요?
(동수) 어, 김 선생 퇴근혔지? 방 선생이 가자
(방 선생) 어디를요?
(동수) 방 선생이 잘 듣고 나중에 간호 쌤들한테 설명햐
(방 선생) 뭐, 뭐를요?
(동수) 가 보면 알아
[휴대전화 알림음]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정희) 이 사람은 왜 안 와? 말은 제일 먼저 올 것처럼 해 놓고선
(동수) [거친 숨을 내뱉으며] 누구요?
주 교수요, 사람이 앞뒤가 달라
오실 분들 다 오셨죠?
네, 이제 시작합시다
(세화) 여러분
저는 오늘 아침에
이걸 보고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분하더라고요
(박 선생) 네
과장님!
[뛰어오는 발걸음]
이장욱 님 쇼크 왔대요
양 쌤 혼자 안 되나 봐요
무슨 쇼크?
(박 선생) 혈압이 갑자기 내려가서 지금 CPR 중이래요
(경문) 다른 건?
(박 선생) 기관지 경련 증세가 있다고 했어요
- (경문) 기관지 경련? - (박 선생) 네
(상엽)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룸메이트가 사고로 이거 두 개가 컷됐어
근데 이 친구가 병원을 갔다 오더니 검지만 붙인 거야
[영어] 왜 그랬어?
[한국어] 그랬더니 한다는 소리가
[영어] 돈이 없어서
[한국어] 이건 만 오천 달러인데 이거까지는 6만 달러라고
이게 말이 돼요?
(지용) 거, 그거는 좀 내리고 하시죠?
[지용의 장난 섞인 신음]
[의료진들의 웃음]
(창) 은하 씨는요?
교대했죠
'은하 씨'는, 씨... 김 쌤이지
(상엽) 암에라도 걸리면 그날로 환자가 아니라 죄인이 되는 나라예요, 거기가
(상엽) 근데 우리 오너 플랜이 이거잖아
[영어] 미국처럼 되자
(동수) [한국어] 지금 저기
[동수의 헛기침]
'내 일 아닙네' 하는 분들
(동수) 매출표로 줄 시우기로 한 이상
나머지들도, 예? 내일 아니면 모레여
(세화) 지금 그게 관건이 아니에요
네 일, 내 일이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세화의 한숨]
우리는 사람 목숨 살리는 의사예요
이 손이 하는 행위는 돈으로 채점할 수 없다는 거죠
저는 이 프라이드 하나로 버텼고요
(영재) 그렇기도 하고
아, 지금 이런 것까지 드러났는데 유야무야하면
사장이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어요?
단체로 호구 될 일만 남은 거죠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파업합시다
파업은 안 됩니다 의약 분업 때 잊었어요?
(세화) 파업이 유일한 수단이에요, 우리한테
(세화) 아니면 우리가 뭐로 싸워요?
뭐, 다른 수가 있어요?
(지용) 우리가 단체 행동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거기 젊은 선생들은 모르지?
의약 분업 때 온 나라가 우리를 완전 도둑 취급 했다고
약값 몇 푼 때문에
잘 먹고 잘사는 놈들이 파업한다고 난리도 아니었어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욕 처먹었던 거 그거 생각 안 나요?
엄연히 법이 있는데 사장 마음대로 필수 과를 없앨 것도 아니고
김해의료원은 법이 없어서 폐쇄됐나요?
(세화) 이 나라에 공공 의료원 10%도 안 남았어요
그것도 적자라고 지금 다 갈아엎는 판에
법이 무슨 수로 우리를 막아 줘요?
여러분
재벌 기업이 학교를 왜 사들이겠어요?
돈 때문이잖아요
그 돈 어디서 뺄 건데요, 애들 등록금?
대학에서 돈 나올 데라고는 병원밖에 없어요
우리가 처음부터 타깃이었다는 거죠
파업을 망설일 이유도 시간도 없어요
(의료진1) 파업밖에 더 있겠습니까?
(의료진2) 맞습니다, 파업합시다
(의료진3) 파업하죠
[의사들이 파업하자며 술렁인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태상) 누구야? 지금 말한 거
(태상) 가만있어, 누가 무슨 말 했나?
신임 사장한테는 명분이 있습니다
지방 의료원 지원이라는 명분요
(동수) 아이, 거, 핑계라고 밝혀졌잖아
이 글 올라온 거 안 봤어?
(진우) 지목당한 3과가 우리한테만 적자입니까?
응급, 소아, 산부 3과는 지방에서는 더 마이너스입니다
그래서 지방일수록 해당 클리닉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진우) 구 사장은 이걸 밀고 나갈 겁니다
그럼 우리는 시골 가기 싫다고 버티는 이기적인 집단밖에 안 돼요
대의명분까지 뺏긴 판에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요?
(진우) 구 사장이 바라는 것도 이런 거라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누구야, 이 인간
(진우) 우리가 우리 무덤 파는 행위요
응급 의학과 예진우입니다
[마우스 클릭음] [승효의 거친 숨소리]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이력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예진우
[인터폰 작동음]
(승효) 원장 비서 자리 붙어 있으라고 그래요
[인터폰 버튼을 탁 누른다]
(세화) 그래서 어떡하자고?
대안 없는 반대만 하지 말고
어떡할 건지 다 같이 말해 보자고 마련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요
[의료진들이 술렁인다]
어...
이런 물증까지 드러난 이상
가만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투표합시다
(태상) 접수 과하고 특수 클리닉 포함해서
37개 의국별로 찬반 투표 들어가고
그중에서 80%, 그러니까 30개 국 이상에서 가결되면 파업
단,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 불가
이의 있나?
(의료진들) 없습니다
(정희) 투표 기한을 아예 여기서 정하죠?
이번 주말까지들 어때요?
[저마다 말한다]
(의료진4) 빨리합시다
(의료진5) 다른 방법이 없어요, 빨리하시죠
(의료진4) 빨리합시다
[긴장되는 음악]
[걸어오는 발걸음]
(승효) 차라리 옥상 가서 확 뿌려 버리죠?
귀신 뒤에서 꼼수나 쓰느니
그냥 속이나 시원하게 천 장 만 장 카피해서
드나드는 인간들 다 보라고 확...
왜 못 그랬을까?
무슨 말씀이시죠?
자기 살 궁리는 한 거지
어떻게 하면
내 모가지는 지키면서 서울에는 붙어 있을까
나름 머리를 쓴다고 쓴 거야
쓴 건데
근데 어떡하나
바로 발각이네
지금 얼마나 쪽팔려요?
혼자 하시는 말씀이시면 전 이만
(승효) 이보훈이 좋은 거 많이 가르쳤네?
알겠네요, 어떤 오해를 하신 건지
오해?
갓 부임한 새 일터인데 사고는 계속 터지지
뭔가는 보여 주고 싶지
급한 마음에 한 오해이실 테니
사장님은 쪽팔려 안 하셔도 됩니다
(진우) 그리고 원장님
좋은 거 많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장님 인생도 그분하고 좀 겹쳤으면 지금보다 나았을 텐데요
(승효) 축하합니다
목적 달성했네
낙산은
안 가게 될 겁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선우) 어떻게 알았을까?
(승효) 귀신 뒤에서 꼼수나 쓰느니
(경문) 거기에는 어떤 꼼수도 있어선 안 돼
(선우) 낙산 안 갈 거라는 게
무슨 뜻일까?
[도어 록 작동음] (경아) 예, 알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도어 록 작동음] 사장님, 생보사인데요
건강 정보 세트 150만 원 죽어도 못 주겠대요
- 남 사장? - (경아) 네
[승효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예, 구승효입니다
아, 죽어도 안 되신다면서요?
아니, 환자 정보 미리미리 알아서
보험금 안 털리게 해 드리겠다는데도 싫으시면
그냥 쫑 내면 되죠
뭘 이렇게 따로 연락까지 주셨어요 수고스럽게
(생보 사장) 보험금을 안 털리다뇨 우리가 도둑이에요?
고객들이 필요할 때 달라고 납입한 건데
내줄 일 생기면 내드리는 거지
그게 고객 만족인데
아, 그래요?
씁, 이상하네, 그럼?
아, 언제든 고객한테 내줄 마인드를 잡숫고 계신데
왜 고객 납입금을 생보사 자산으로 떡하니 잡아 놓으셨을까요?
아니, 아니, 아니, 그렇잖아요
언젠가 계약자들한테 다 내줄 돈인데
엄연히 남의 돈인데
제로네요, 제로?
한 푼도 없어, 생보사 현금 자산
(생보 사장) 구 사장, 자꾸 이럴 거요?
거, 옛날 일은 좀 옛날 일로 묻읍시다 프로답지 못하게
그, 보험금 안 주려고 갖은 수법 다 쓰는 게 보험사라는 거
세 살짜리 애들도 아는데
저한테 고객 만족 운운하시는 거 보니까
(승효) 진짜 거래하실 마음 없나 봅니다
예, 잘 알겠고요, 저희도 안 팝니다
수고하십시오
이게 얻다 대고 옛날이래?
내가 아직 기억하고 내가 아직 안 잊었는데
내가 자기들을 그렇게 괄시하고 무시했으면
아예 날 죽이려고 할 것들이
어차피 자기들이 목마르지 우리 아쉬울 것 없어요
당분간 연락받지 마요
[휴대전화를 쓱 집어 든다]
아, 그리고 응급 센터 예진우 해고 처리 하시고
예? 그 조각 선생요?
무슨 조각?
걸어 다니는 조각인데
언제 봤는데요?
응급실 내려가서
당장 처리해요
(경아) 구조실은 저녁때까지 준비해서 오겠대요
(승효) 네
[전화벨이 울린다]
부원장인데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어두운 음악]
네?
어...
방금 의국에서 회의가 있었습니다
아...
그런데요?
(태상) 그, 안타깝게도
그, 파업 찬반 투표로 기울었습니다
어디를 가나 그게 무기죠
공장에서도 걸핏하면 파업
아니, 우리 의사 사회 의사 결정하고
공장 노동자들 실력 행사하고는 다르죠
아무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가급적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수고 부탁드리죠
예
[문이 탁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녹음 속 진우) 어떡할 건지 다 같이 말해 보자고 마련한 자리라고 생각했는데요
(녹음 속 태상) 어...
이런 물증까지 드러난 이상
가만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투표합시다
접수 과하고 특수 클리닉 포함해서
37개 의국별로 찬반 투표 들어가고
그중에서 80%...
[긴장되는 음악]
[양 선생의 한숨]
마취 쇼크로 심정지가 왔습니다
간단한...
간단한 거라고 했잖아요
[여자가 슬픈 숨을 내뱉는다]
(여자) 간단한 거...
[여자가 흐느낀다]
(박 선생) 저...
(경문) 어?
[경문이 파일을 달그락 집어 든다]
(박 선생) 과장님이 하셨어도 바뀌는 거 없어요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일이에요
그래
그냥 운이 안 좋았어요
그래
가 봐
(박 선생) 네
[경문의 한숨]
[박 선생이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문이 쓱 열린다]
[문이 쓱 닫힌다]
[무거운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쓱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경문) 뭐?
(진우) 어떻게 아셨어요?
게시 글 저라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원장님이
서운해하셨던 거 알고 있어?
예 선생이 병원에서는
원장님이랑 모르는 사이인 척한 거
사람들 앞에서는
일부러 거리 둔 거
서운해하셨어요?
[한숨]
[경문의 힘주는 신음]
[경문의 한숨]
서운해하셨어
어떻게 아셨냐고요
왜 혼자 내외했어?
그분이 누구를 개인적으로 안다고 특혜 주고 그럴 분도 아닌데
(경문) 아니었는데
살갑게 좀 굴어 드리지
(진우) 그래서 사장한테 말하셨어요?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원장님과 예진우라는 애 둘이 친했다
비밀번호 공유할 만큼
내가 사장한테 이를까 봐 걱정돼서 왔어?
내 입단속 하려고?
좀 나가지
들고일어날 무기에는
어떤 꼼수도 있어선 안 된다고 하셨죠
(진우) 그렇지만 전
정당한 절차 밟으려다 먼저 밟히는 걸 더 많이 봤습니다
나가
오늘 나가라는 얘기 여러 번 듣네요
아주 나가 드리죠
[문이 쓱 닫힌다]
'아주 나가 드리죠'?
[한숨]
[주변이 소란스럽다]
[차분한 음악]
(경문) 거, 좀 천천히 좀 드세요
[휴지로 쓱쓱 닦으며] 술이 뭔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씨를 말려?
난 잔이 차 있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이야
- (보훈) 자 - 참 자랑이십니다
(보훈) 자!
(경문) 아, 참, 팔 빠지겠네
이거 산업 재해예요, 산업 재해
원장님 술 시중 들다가 내 팔 빠져 버리면
[휴대전화 진동음]
뭐, 콜?
아니에요, 스팸
[한숨]
(보훈) 어떻겠어?
아직 뭐...
검사 결과 나와 봐야죠
(경문) 아, 근데 어떻게 예 선생네를 식구대로 다 아세요?
그, 어머니도 아신다면서요?
진우 어머니야 유명하셨지
왜요?
이쁘세요? [경문의 웃음]
에라! 쯧
(보훈) 야, 선우가 걔가 학교를 어떻게 다녔겠냐
말 그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걔 어머니가
걔를 밀고 끌고 휠체어 들었다 내렸다
전공의까지 내내
알 만한 사람들 다 알았어 우리 학교 사람들
(경문) 음, 대단하시네 아들 둘을 다 의대를 보내시고
몸이 불편한 막내까지
(보훈) 대단하지, 여자 혼자 몸으로
아버지 없어요? 예 선생네?
(경문) 아니, 어쩌다가
교통사고, 오래됐어
(경문) 음...
그래서 예 선생이...
[잔을 탁 내려놓으며] 왜? 뭐?
요즘에 뭐, 편부, 편모는 뭐, 일도 아니지만
예 선생 뭐랄까, 좀...
건방지다고 할까?
(경문) 어른을 대하는 게 좀 모나 보인다고 해야 되나?
[차분한 음악] 그거야 네가 어른같이 안 보였나 보지, 걔 눈에
에이그
병원에서는 아는 척도 안 하는 쌀쌀맞은 놈 감싸고 돌기는
(경문) 예 선생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아버지랑 이렇게 자연스럽게 부대끼지를 못했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죠, 뭐
(보훈) 진짜 이게 듣자 듣자 하니까, 이거
(경문) 어어, 사람 치시겠네, 왜...
왜 흥분하지?
숨겨 놓은 자식인가?
(보훈) 너 진우 앞에서 그런 소리 절대 하지 마
걔 그런 소리 듣는 거 죽기보다 싫어하는 애야, 걔
(경문) 자기가 싫어하면 싫어하는 거지, 뭐 농담한 거 가지고
어?
뭐 있나 본데?
어? 예 선생이 괜히 자식 소리를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너 콜라 이거 좀 그만 마셔
몸에 좋지도 않은 걸 자꾸 처마시니까
말이 떡이 되지, 이 자식이...
[술을 졸졸 따른다]
이 봐, 이 봐, 뭐 있다니까 그러네
아니야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예 선생 어머니요
진짜 예쁘셨구나, 그렇죠?
이뻤어
진우 10살 때 그 어머니가 혼자되셨는데
- 남자들이 좀 많이 그... - (경문) 음...
어머니 주변에 많이 꼬였겠네요
본인이 원하신 게 아니었어도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진우가 그걸 되게 싫어했어 엄마 주변의 남자들
동생도 힘든 마당에 예 선생이 쉽지는 않았겠네요
걔 좀 잘해 줘
뜬금없이
잘해 줘! 쯧
[한숨]
(진우) 그래서 사장한테 말하셨어요?
원장님과 예진우라는 애 둘이 친했다
오늘 나가라는 얘기 여러 번 듣네요
아주 나가 드리죠
(경문) 사장이...
알았네
[한숨]
(진우) 낮에 들어온 복통 환자 랩 결과인데
이제 통증은 없다니까 한 시간 후에 다시 보고 결정해
(소정) 네
이소정이
예?
(진우) 응급실은 교통정리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이야
저 잘해요, 이제
(진우) 백 있는 환자가 푸시 넣으면 못 이기는 척 먼저 처리해 줘
그러면 안 된다고 하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말씀으로라도?
그 환자 올려보내면서
오래 깔린 환자들 입원 거부당한 환자들 같이 묻어 보내
아유, 난리 나죠, 그럼
(진우) 나중에야 한 소리 듣겠지만
당장 VIP 환자가 몇 명인지 알 게 뭐냐
[마우스 클릭음] 응급실에서까지 백 쓰겠다는 사람들 그렇게라도 이용해 먹어야지
아, 예
(소정) 근데 예 쌤, 낙산 가시려고요?
우리 찢어져요?
찢어지기 전에 노하우 대방출 그런 분위기라
[잔잔한 음악]
넌 좋은 의사가 될 거야
좋은 의사 되면 뭐 해요?
못 쫓아내서 안달인데
속상하냐?
애들 속이 진짜 상할까 봐 걱정이에요
멀쩡한 애들 버려 놓을까 봐
이때 배워서 평생 가잖아요
아, 물론 중간에 공부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고
알아, 무슨 소리인지
(소정) 한창 쑥쑥 배울 애들 기 팍 죽여 놓고
이렇게 돈타령부터 가르치면
얘네들이 딴 데를 간다 해도 어떤 의사가 될까
그게 겁나요
시작도 전에 망쳐 놓는 거잖아요
응급은 개원도 못 하는 걸
돈을 바랐으면 오지도 않았을 걸 갖다가
그렇지
무엇보다
여기는 우리 학교잖아요
예과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먹고 자고
우리한테는 집이나 마찬가지인데
[소정의 한숨]
이소정이 다 컸네
(진우) 처음에 왔을 때는 코찔찔이더니
제가 언제요
[마우스 클릭음]
뭐야, 이거?
아, 어제 왔었던 하지 정맥류 환자요
(소정) 마취 쇼크가 왔대요
사망했다고, 그래서?
(소정) 예, 아까 한 4시쯤? 수술하다가
마취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진우) 어, 주 교수님은 아니구나
아, 주 교수님도 맞아요
안 되겠어서 콜 넣었는데 그것도 너무 늦었나 봐요
[어두운 음악]
(동수) 어, 어, 예 선생
(진우) 예, 과장님
니가 스케줄 좀 짜 봐라, 이?
(동수) 우리도 그, 뭐냐, 그...
그, 파업 투표 그거 해야지
진짜 해요, 파업?
(동수) 좀 살살 얘기햐
꼴이 그쪽으로 갈 거 같아
뭐, 즈그들은 괜찮은 척해도 불안하겄지
사장 짓거리도 싫고
아무튼 우리는 일은 계속혀도 투표는 할 거니께
응? 니가 진행햐
- (진우) 치프 - (소정) 예
(진우) 과장님 말씀 들었지?
내일 뵙겠습니다
(동수) 야, 너 아까 반대하더니 골났냐?
토끼는 거여?
(진우) 집으로 토낍니다
아, 저...
딴 사람 시키지 말고 니가 햐, 인마
(소정) 예
[통화 연결음]
박재혁이
미션을 주겠다
[차분한 음악]
(진우) 생명의 중심은 뇌일까, 심장일까
2천 년도 더 된 논란거리라 하셨죠
저는 피라고 답하고 싶었습니다
뇌와 심장을 잇고
우리 몸 구석구석을 순환하는 피가 생명의 꽃이다
피가 쏟아지는 게 보였습니다
뇌와 심장을 챙기겠다고
팔다리를 자르는 게 나의 모교라뇨
잘린 자리에서 쏟아질 피로
우리들 집이 물들게 할 수는 없었어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우) 원장님
제가 잘한 걸까요?
(경문) 잘했고 못했고 얘기 듣자는 게 아닙니다
[긴장되는 음악]
매출표
내가 올렸습니다 그 말씀 드리는 것뿐입니다
칼은 뒤에서 꽂아 놓고
(승효) 굳이 얼굴 드러내시는 이유는?
사직 처리 하신대도 말 붙이지 않겠습니다
여러모로 선수 치시네
(승효) 글 올리세요
'내가 했다, 나 주경문이가 폭로했다'
(승효) 음, 올릴 때하고 똑같이
남의 이름으로, 돌아가신 분 아이디로
어려운 거 아니잖아요?
떠날 결심까지 하신 분이
비밀번호는 그새 까먹으셨나?
안 믿으신들 어쩌겠습니까 전 할 말 다 했습니다, 그럼
(승효) 오라는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닌가 보네
다시 김해라도 내려가시나?
(경문) '라도'... 라뇨
'김해라도'라뇨
고향 갈 수 있으면 좋죠 그러면 되겠네요
남강 바람에 세력 다툼이고 피 냄새고 다 보내고 살면
정말 좋겠네요
너무 옛날 영화 흉내 내는 거 아니에요?
'내가 반역을 일으켰다'
[책상을 탕 치며] '아니다, 내가 일으켰다 내 목을 쳐라'
(승효) 서로 자기들이 반역자라고 나서는 거
잡으러 온 군인 앞에서
진짜 내가 감동이랍시고 오글거리는 건 못 참아 가지고
아...
근데 이게 현실로 보니까
더 후지네
무슨 말씀이신지...
[인터폰이 울린다]
[인터폰 조작음]
(경아) 구조 실장입니다
반역자가 둘이면
날아갈 목도 두 개 아니겠어요?
그러시죠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구조 실장) 방금 도착했습니다
조금 후 다시 올까요, 사장님?
응급 예진우 해고 처리
- 아, 내일... - 중지하세요
(구조 실장) 오늘 밤까지 사무실 셋업 끝내고 내일부터 업무 시작하겠습니다
아, 그...
회장님은 좀 나아지셨나?
(구조 실장) 예?
회장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아, 그, 뭐야, 그... 우리 계열사 중에
그, 환경부하고 트러블 난 데가 어디였죠?
그거 때문에 골치시던데
(구조 실장) 아, 그...
제철 말씀이시죠? 환경 부담금 문제요
응, 그렇지
(승효) 씁, 그게 법대로 하면 꽤 깨지겠더라고요
(구조 실장) 예, 제철 회사 가스 배출권이 60%로 토막 났습니다
(승효) 아...
과징금만 수백억이겠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뭐 다 내야 되면
그래요
그럼 가서 준비해요
[문이 달칵 열린다] (경아) 저기, 사장님
제 책상도 구조실에 놓으면 참 좋을 거 같은데요
(승효) 음, 안 좋아요 [도어 록 작동음]
난 서산 갑니다
아니, 여기는...
내일 요 자리에서 봅시다
[문이 달칵 열린다]
아유, 씨...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불편한데, 여기, 아...
맨날 턱 받치고 앞에서 그냥, 쯧
아니, 뭘 이렇게 뭘 좀 쳐 주든가
아유, 진짜, 아유
(노을) 어디 비품 교체하나 봐?
- (재혁) 구하셨어요? - (소정) 쉿
(재혁) 우아, 이거 새로운 맛
(소정) 힘들게 구했어
나의 미션을 받는 자
절대 굶주리지 않는다
[어두운 음악] (직원1) 이 안의 거 전부 빼세요
(인부) 예
(소정) 응?
[재혁의 당황한 신음]
(재혁) 저기, 뭐 하시는 분이신데 이렇게...
(직원1) 본사 구조 조정실에서 나왔습니다
(직원2) 잠시만 나오세요
(동수) 구조 조정실?
야, 구조 조정실이면 저기 뭐, 저, 저, 저
회사 같은 데에서 막 사람 자르고 명퇴시키고
그런 데 아니여?
(재혁) 예
이씨, 그것도 하필 약품실을, 어?
우리 식량 창고를
아셨어요?
또 누구를 자르려고 사람까지 불러다 지랄이여, 사장 놈, 어?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나?
아주 파업하라고 꽹과리를 쳐 주네
갠지 갠지 갠지 갠지
[한숨] 다 와서 이러네?
(노을) 집 근처 와서 살걸
아까 회의 때 안 보이더라?
(노을) 예진우 어린이
[혀 짧은 소리로] 누나 찾았어요?
[진우가 숨을 들이켠다]
(진우) 하지 말랬지?
(노을) 다들 무슨 말 할지 너무 뻔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알잖아
원장님 이름으로 글 올릴 사람 나뿐인 거
(진우) 우리 집안이랑 원장님 관계 다 알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해?
애들은 캐물으면 더 입 꾹 다물잖아
이보쇼, 상꼬맹이 씨
아, 매출표는 누가 뽑아 준 거야?
(진우) 은하 쌤
(노을) 은하 쌤이 어떻게?
두 달 전에 임금 협상 때인가
몰래 뽑은 거 알고 있었어
전산실도 어차피 다 노조 편이니까
방법이야 잘못됐지만...
표 올린 게? 내가?
아니, 너 말고
(노을) 아, 뚫린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노을) 선우야
미안, 기다리느라 배고팠지?
(선우) 기다리는 것도 괜찮지
(노을) 이야, 얌전하게도 꺼내 놨네
업어 키운 보람이 있네, 우리 선우
나 손 좀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알아봤어?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형네 병원에서 조용히 덮자고 했다던데?
그걸 어떻게 조용히 덮어?
평가 지원금이 통째... [욕실에서 물소리가 뚝 끊긴다]
(진우) 로 없어졌는데
3억 6천이 덮어져?
돈을 찾았으니까 하는 얘기지
병원에서 회수를 했대
[포크를 탁 내려놓는다]
어떻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원장님이 벌써 통장에서 뺐다며
암튼 알려져서 좋을 거 없으니까 병원도 우리도
위의 사람들끼리 덮기로 했나 봐
너희 심평원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우리 위의 사... [문이 드르륵 열린다]
[문이 드르륵 닫힌다]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거봐라, 이거 치킨 사 가지고 다 식고
내가 찜닭 사자니까
- 아니거든? - 아니거든?
찌찌뽕 [선우의 한숨]
[노을이 캔을 딱 딴다] [노을의 아파하는 신음]
[맥주가 쉭 샌다]
- 괜찮아? - (노을) 응
[선우가 캔 뚜껑을 쉭 딴다]
생큐
[노을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노을) 오늘 뭐 했어?
(선우) 오늘 뭐...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노을의 놀란 신음]
(노을) 부지런하다
- (노을) 너 먹어, 너 - (선우) 응
(노을) 고마워
- (선우) 왜? - (진우) 맥주
(노을) 이거 있잖아
(진우) 네가 더 못 사게 했잖아
[도어 록 작동음] 어유,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머님은 어떠시대?
유럽 가셨어, 남편이랑
하, 놀러?
진짜 잘 지내시나 보다
[차분한 음악]
(진우 모)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어디를 가려 그래!
네 방에 들어가서 공부나 해, 빨리
(진우 부) 미안해, 진우야, 응?
(어린 선우) 아빠, 빨리 가자
[신발이 툭 떨어진다]
[애잔한 음악]
[노을이 담요를 쓱쓱 덮어 준다]
(선우) 괜찮대도
시리게 두면 안 돼
너는 괜찮은 거 같아도...
괜찮아, 정말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노을) 술은?
(진우) 지갑 없더라고
[선우의 어이없는 숨소리]
없는 줄도 몰랐어?
(선우) 그러고 어디까지 갔다 온 거야?
(진우) [힘겨운 숨을 내뱉으며]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야, 다 식었는데
[힘겨운 숨을 내뱉는다]
(진우) 내가 요즘 삭신이 쑤시는 게
은퇴할 날이 영 멀지 않은 듯하니
팔팔한 네가 이 형님을 먹여 살리거라
누구세요?
(진우) 진짜 그만둘까?
돈 잘 버는 공무원 동생 있는데
(선우) 왜, 힘들어?
병원에 요즘 무슨 일 있어, 누나?
(노을) 병원이야 맨날 일이지
(선우) 진짜 힘들어서 그러는 거면 며칠 쉬어
올해는 휴가도 제대로 못 갔잖아
에이, 미지근해
좋아하는 바다나 보고 오든지
[헛웃음]
내가 무슨 바다를 좋아하냐?
(진우) 쌍팔년도 시인이냐?
싫으면 관둬라
어떻게
같이 갈 텐가, 공무원?
공무원은 철 밥통 지키실 거야
쌓인 게 연차면서
왜? 가려고?
(노을) 내일 일찍 출근해야 돼서
(선우) 그래도 아직...
(진우) 네가 배웅해 줘
(노을) 아니야, 나오지 마, 있어
갈게
진짜 나오지 마
내일 보자
(선우) 잘 가, 누나
(노을) 응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에이그
[차분한 음악]
(노을) 우리 진짜 바닷가 마을 가서 작게 의원이나 할까?
너랑 나랑 선우랑?
난 싫어, 나 짠 내 싫어해
가고 싶다며, 아까
저게 자기가 가고 싶으니까
가자 그래도 싫대, 민폐라고
민폐는 무슨 민폐?
우리나라 사람들 되게 쳐다봐
뭘 저렇게까지 하고 굳이 밖에 나왔나
얼굴들이 그렇게 말해
내가 느끼는데 쟤가 모르겠어?
애들한테도 그래
화상 입은 애들한테 대놓고 물어봐 왜 다쳤냐고
(노을) 들어가, 선우 혼자 두지 말고
(진우) 너 너무 저기...
응?
[신호등 알림음]
(진우) 가라
(노을) 내일 봐
너도 너무 선우 어린애 취급 하지 마
(진우) 남들이 대놓고 쳐다보는 거보다
네가 그러는 게 걔는 더 아플 거야
[개구리 울음]
(승효) 여기 맞아?
(기사) 예, 맞습니다, 사장님
[한숨]
[병수의 힘주는 신음]
[개가 왈왈 짖는다]
[병수의 힘주는 신음]
[병수의 힘주는 신음]
예, 제가 잡아 드릴게요
(병수) 아, 누, 누, 누구슈?
저 구승효입니다, 어르신
[병수의 힘주는 신음]
(승효) 이거 혼자서 하시려면 날 새우시겠어요
(병수) 아, 누구냐니께요!
(승효) 저...
상국대학병원의 구승효입니다
전에 연락드린 적 있었는데
[승효의 힘주는 신음]
(병수) 아, 그, 저...
아, 이제 생각나셨어요, 어르신?
[헛기침] [병수가 연장을 탁 내던진다]
(승효) 어르신
잠시만요 [병수가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저, 잠깐이면 됩니다, 어르신
아, 저, 아드님이 꼭 아버님을 만나 뵈라고 해서요
그래서 제가... [개가 으르렁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아버님
[개가 왈왈 짖는다]
아, 잠시만요
[개가 연신 왈왈 짖는다]
(승효)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유, 환경부 장관은 무슨
자기 부모 환경이나 좀 살리지
[개가 왈왈 짖는다]
(승효) 너도 잘 자라
(병수 처) 아니, 누구예요?
(병수) 아무것도 아니여! 어여 들어가 자자고
[한숨]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팰릿을 탁탁 해체한다]
(의사) 과장님, 이것 좀 보세요
[긴장되는 음악] (윤모) 왜 그래? 뭐 또 떴어?
(승효) 존경하는 상국대학병원 임직원 여러분
금일부로 본사 구조 조정실이 주관하는 경영 구조 진단을 실시합니다
전 의국을 대상으로 하는 [윤모의 헛웃음]
본 경영 진단은
(승효) 당사가 미래 지향적인 사업 구조로 나아가는 첫 단계이며
의료 서비스의 저효율과 비능률을 제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겠습니다
(세화) 얻다 대고 서비스래
(승효) 따라서 모든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는바
여러분들의 참여 또한
구조 조정실의 진단 대상이 될 것임을 고지하는 바입니다
본 대학 병원 60년 역사상 최초로 실시되는 이번 진단을 통해
더 합리적이고 더욱 고객 친화적인 의료 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야, 되게 우아하게 멕이네?
'까라면 까'를 너무 어렵게 말해서 저는 못 알아잡순 걸로요
준비 안 해 놓고 뭐 하는 거야?
(재혁) 죄송합니다
(소정) 먼저 어젯밤 2시에 이송된 3개월 된 아기 환자인데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동수) 늦었으면 싸게 처들어오지 뭔 노크여, 쯧
들어와
(직원1) 지난 1년간 응급 센터의 당직 스케줄
인턴 및 레지던트의 근무 평가 기록을 전달받고 싶습니다
뭐요?
- 그리고 - 그리고?
모탈리티 컨퍼런스 자료도 필요합니다
(동수) [고함치며] 뭐여?
(승효) 그래, 있어, 있어
자
어이쿠
옳지
아, 이뻐라
장관님 댁은 개도 예쁘네, 참, 응?
아유, 이뻐
아유, 이뻐
아, 일어나셨어요, 아버님?
[헛기침]
(승효) 아, 개는 진짜 이거 똥개가 제일 예쁜 거 같아요
그, 그, 똥개 아니여!
죄송합니다
그럼 얘는 뭔데요?
그, 그...
[부드러운 음악]
[어두운 음악] (진우) 이 집단은 실수를 인정을 안 해
없을 수가 없는데 없대, 무조건 없대
의사들도 실수를 인정해야 돼
(윤모) 아, 이게 뭡니까?
갑자기 쳐들어와서 무슨 압수 수색도 아니고
(태상) 봐 봐야 뭐 알겠어?
그냥 적당히 협조하는 척해요
(동수) 아니, 알자고 달겨들면 못 알아낼 건 또 어디 있대요?
모탈리티까지 달래요!
지금 머릿속에 무슨 생각 들어?
(세화) 남의 센터까지 걱정할 여력도 관심도 없지
그렇게 계속 관심 없으면 쟤들이 우리 미래의 주인이야
파업 투표 빨리 끝냅시다
(정희) 그래도 안 먹히면요?
(태상) 전면전이지
우리가 처음부터 강짜 부린 게 아니란 명분도 챙겼겠다
(상엽) 사장님 우리 병원 오자마자 한 일이 뭡니까?
적자 난다고 돈 못 번다고 사람 자를 생각부터 했잖아요
사람이 쉬지 않고 일만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여기 있는 애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 줄 아냐고요
(승효) 그럼 센터장도 100시간, 120시간씩 뜁니까?
고생하는 애들이 그렇게 끔찍하면 전공의법 지키게 일을 나눴어야지
자기들끼리 쉬쉬하다가 들키니까
이제 와서 애들 불쌍하다 그딴 소리?
(승효) 어떤 인간은 그걸
은폐하고 공조한 겁니다
은폐 안 했습니다
보고했어요
어디까지?
어디까지겠습니까?
(상엽) 원장님요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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