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4
(동수) 그건 밖에다가 보여 주려고 만든 게 아니라니께 글쎄!
[어두운 음악]
아니, 어디서 모탈리티는 주워듣고 와서 이러는지 모르겄는디
그건 그냥 환자 사망하면
우리끼리 내부적으로다가 원인 얘기하고
뭐, 그러고 마는 거래도 이러네
뭐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통상적으로요!
(직원1) 응급 센터는 제출 거부로 기록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십니까?
여기는 제가 있을게요
올라가서 말씀하시죠, 과장님
(동수) [버벅거리며] 그래, 여기 꼭 지키고 있어
[동수의 한숨]
"응급 센터 근무 스케줄"
[도어 록 작동음]
어디 갔어요?
외근 중이십니다, 말씀드린 대로
(태상) 언제 와요?
(경아) 미정이십니다
[도어 록 작동음] 어유, 사장님 진짜...
아, 내가 이래서 진짜...
아, 좀 옮겨 달라고, 좀!
아유, 진짜
오, 오, 걸렸어, 아유,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가만
[어두운 음악]
[마우스 클릭음]
[문이 쓱 열린다]
야, 거의 다 왔어
(레지던트) 아이씨...
(의국장) 야, 그걸 어느 세월에 하나하나 지우냐, 몽땅 날려
- (레지던트) 예? - 싹 지워, 그냥
(레지던트) 예
[마우스 클릭음]
(동수) 아니, 부원장...
(윤모) 아, 이게 뭡니까?
갑자기 쳐들어와서 무슨 압수 수색도 아니고
(영재) 그나마 제일 통하시잖아요 부원장님이 사장하고
가서 뭐라고라도 좀 해 보세요
(태상) 사장이 지금 자리에 없어요
나는 뭐, 손가락만 빨고 있었겠어?
올라가 봤는데
씁, 자리를 피한 거 같아, 이 인간이
그러면 이대로 당해요?
걔들이 봐 봐야 뭐 알겠어?
그냥 적당히 협조하는 척해요
아니, 알자고 달겨들면 못 알아낼 건 또 어디 있대요?
(동수) 모탈리티까지 달래요! 예?
[동수의 한숨]
이거, 이 뒤에 전문가들 끼고 있는 거야, 이거
여기는 홀딱 디비 놓고 또 얼로 튀었어, 또, 씨
[새가 지저귄다]
(병수) 아유
(병수) 거참...
[개가 왈왈 짖는다]
[개가 연신 왈왈 짖는다]
(승효) 어, 있어, 있어, 자
어이쿠
에이, 잘 먹네
자
(주민) 이 댁에 오신 건감?
아, 네, 안녕하세요
(주민) 손님이 다 오고, 별일일세
아니, 뭐 자제분들 가끔 오시고 할 텐데요
(주민) 자식들이야 있다니까 있겄지
있으니께 이래라저래라 지랄을 떨겄지, 어휴
아이고, 너도 사람이 고프냐?
(승효) 옳지
아유, 이쁘다, 너
장관님 댁은 개도 예쁘네, 참, 응?
아유, 이뻐
아, 일어나셨어요, 아버님?
[병수의 헛기침]
아, 개는 진짜 이거 똥개가 제일 예쁜 거 같아요
그, 똥개 아니여!
죄송합니다
그럼 얘는 뭔데요?
(병수) 그게 저...
에헤, 그, 냅두라니까 그러네요
- 안녕하세요, 어머님 - (병수 처) 예
(병수 처) 저, 우리 아직 아침 전인데
아, 예, 천천히 드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아유, 그게 아니라 같이 식사라도...
[병수의 못마땅한 신음]
[헛기침]
[병수의 헛기침]
(병수 처) 저기...
우리 둘째가 보냈담서요, 맞아요?
- (승효) 네 - (병수) 아, 갸가 보낸 게 아니라
송탄 땅에 눈독 들인 인사라니까 그러네요, 쯧
(병수 처) 진짜 우리가 그 땅을 계속 갖고 있으면 우리 애한테 나빠요?
(병수)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아, 그놈 허는 소리지, 뭔
아, 땅 한 뙈기 없는 장관 집안이 어디 있다고!
아, 걸리긴 뭐가 걸린다고 사내자식이 쫄아 가지고는, 참
아이고, 걔가 괜히 쫄았겄어요?
저...
그냥 땅 한 뙈기가 아니잖습니까, 아버님
(승효) 농지로 등록된 땅이 3만 평인데요
그런데 거기 안 사시잖아요 농사도 안 지으시고요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아, 내가 힘이 없어 못 짓지 왜 안 지어유
농지법 위반입니다
(승효) 그, 청문회는 어떻게 넘어가셨는진 모르겠지만
이게 앞으로 영원히 잠잠할 수가 없어요
공직자 신분에 이런 게 바로 시한폭탄인 겁니다
폭탄요?
(승효) 그, 토지 거래 잘못해 가지고 낙마한 장관, TV에서 한둘 보셨어요?
[어두운 음악]
[병수의 한숨]
(승효) 아버님, 어머님, 예
저 송탄 부지 탐납니다
그런데 제가 여기까지 온 건
장관님 정치 인생에
그 땅이 걸림돌로 작용할 게 너무 눈에 보여서예요
그분을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재를 뿌리는 것만큼은 막고 싶습니다
[병수 처의 한숨]
[젓가락을 탁 내려놓는다]
580억 드릴게요
(병수) 그게 그렇게 올랐나?
아버님 돈 욕심 없으신 거 압니다, 보여요
하지만 580억
그 돈으로 두 분 노후 어떻게 보내실지 상상 가시죠?
그런데 굳이 아들 인생 망쳐 가면서
단지 선산이라는 이유 하나로 짊어지고 가시겠다고요, 그 땅을?
어머님, 저희 병원에 지금 아픈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그 환자분들이 지금 병원이 좁아서 갈 데가 없어요
(승효) 부탁드리겠습니다 [병수 처의 옅은 한숨]
송탄 땅에 저희 병원 좀 짓게 해 주십시오
[헛기침]
[병수의 힘주는 신음]
(병수 처) 아유, 참...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어머님
(병수 처) 어쩌나? 하나도 먹지도 못했네
아, 저, 밖에서라도 뭐든 먹어요, 어? 거르지 말고
[인사한다]
(승효) 에이, 그거 뭐 좋은 거라고 담배를 찾고 그러세요?
(병수) 아, 무슨
내가 안 태운 지가 언제인데, 쯧
(승효) 참 좋네요, 여기
(병수) 좋겄지, 외지 사람들 눈에는
(승효) 아버님도 서울에 집 사 놓고 왔다 갔다 하시면
여기가 더 좋아 보이실걸
옛날에
여기가 말도 못 하게 황무지였어
(병수) 여기 마을 사람들이 맨손으로 개척한 거여, 이것이 다
대단하네요
대단해서 혔나
(병수) 안 하면 매질하고 도망가면 총질하고
죽지 못해 했지
[무거운 음악] 난 포항에서부터 몇 시간을 잽혀 왔는지 몰라
군인들이 그, 뭐냐
기관 단총을 우리 등짝에다 막 찌르고 움막에다 처넣더라고
아니, 지금 언제 적 얘기 하시는 건데요? 일제 시대요?
(병수) 일제 시대 같은 소리 허네
아, 내가 지금 그때 그 나이면 시방 거의 백 살이게?
날 상늙은이로 보나, 이 사람이, 쯧
[병수의 힘주는 신음]
[병수의 한숨]
(병수) 몇 년을 부려 먹고 말이여
그나마 물 막아서 땅 생기면 우리 준다고 해서 그거 하나 믿었더만
인자 와서 국유지랴
나라 땅이니께 내놓으랴
내가 소싯적에 깡패 짓을 쪼까 했어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끝까지 지키다 나한테 물려주신 땅이여
송탄의 그것이
여기 사람들하고 같이 살라고 혔지
국유지라 불안해서
내 마음대로 오줌을 깔길 수가 있나, 여기선
[병수의 한숨] 송탄에 다 같이 가신다고요?
마을 사람 전부 다요?
아, 전부라고 해 봐야 뭐, 쯧 몇이나 되가니?
아, 3만 평이나 되는데 가시면 되잖아요
천 평만 남기고 저한테 파셔도
아니면 땅값 그, 받으신 걸로 더 좋은 데를 골라서
다 같이 이주를 하시든가요
(병수) 둘째 놈이 싫어햐
아주 펄쩍 뛰어
내가 그 개척단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자기는 아싸리 죽겄디야
근디 참말 땅을 안 팔면
갸가 욕을 보남?
장관 자리 꼬꾸라져?
응?
네, 그렇습니다
[병수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엔진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의사) 저희 과장님 곧 오신다고 기다리라고 하셨는데
(직원2) 저쪽입니까?
(세화) 어디를 들여보내!
누가 내 허락 없이 아무나 들여보내랬어, 어?
누가 너희들 동료인지 누가 외부인인지 구분 못 해?
- (직원1) 참여 공지... - (세화) 시꺼멓게 차려입고
단체로 몰려오니까 쫄았니?
조폭들이 하는 짓거리에 겁먹었어? 어?
(세화) '환자 기록 열람, 사본 교부'
'의료 종사자는 그 내용 확인에 응하여서는 안 된다'
의료법 기본도 모르는 것들이 내 의국에서 설쳐 대는데
너희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눈뜬장님이야? 어? 보고만 있어?
우리 근무 일지 필요하면
제대로 절차 밟아서 제대로 신청하라고 해
너희나 나나 꿀릴 거 하나도 없어
다 가져가라고 해!
그렇지만 이따위 실력 행사로 나오면
내가 이 병원 관두는 한이 있어도
전부 의료법 위반으로 걸어서 끝까지 갈 거니까!
너희들도 본분 지켜
(의료진들) 네
꺼져
[어두운 음악]
다들 고개 들어
지금 머릿속에 무슨 생각 들어?
'시킨 일 빨리 끝내야 되는데'
'이따 당직인데'
'오늘 집에는 몇 시에나 갈 수 있을까'
그래, 다 자기 일로 바쁘겠지
남의 센터까지 걱정할 여력도 관심도 없지
나도 그랬어
근데
그렇게 계속 관심 없으면
저렇게 되는 거야
(세화) 쟤들이 우리 미래의 주인이야, 알아?
[세화가 펜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환자들 기다려 파업 투표 빨리 끝냅시다
(의료진들) 네
(직원3) 찬성
찬성
(직원3) 찬성
(창) 찬성
오늘 우리 투표하라고 하는지 한산하네요
[함께 탄식한다]
(소정) 응급실에서 절대 한산하다는 소리 말랬지?
(소정) 이제 너 때문에 뺑이 친...
추락 사고 한 명이랑 칼부림 사고 한 명 이송 중요
(은하) 갑니다
(소정) 왜 저러냐, 아...
(은하) 소생실 2번, 처치실 1번 베드요
(방 선생) 칼부림은 안면 쪽 블리딩이 심하고요
추락은 멀티플 립 프랙처 의심이래요 둘이 거의 같이 오나 봐요
예
(은하) 괜찮을까요?
(진우) 우리는 어차피 열외인데요, 파업
아니요, 구조 조정실에서 일지를 다 가져갔어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은하) 잡자고 치면 꼬투리 잡힐 거투성이인데
하도 눈코 뜰 새 없어서 생기는 실수들인데
의사도 아닌 사장이 그걸 이해해 줄까요?
꼭 이해해 줘야 하나요?
네?
- (진우) 추락요? - (응급 대원) 네
(진우) 이쪽요
[재혁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재혁) 어? 어?
(안 선생) 왜요?
이 선생
(방 선생) 하나, 둘, 셋
(함께) 하나, 둘, 셋
[순경의 신음]
김지훈 님, 상처 안 깊어요
(진우) 엑스레이랑 CT 검사 할 건데요
신경 손상이나 내부 출혈 없는지 확인하려고 하는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마취하고 봉합하면 되니까
제 말 알아들으시죠?
[힘겨운 신음]
어떻게 된 겁니까?
그놈
그놈이...
자기 딸 죽인 놈이
커터 칼로...
(재혁) 치료는 끝나지만 정신과 소견이 좀...
(진우) 보내
(재혁) 데려가시래요
[순경의 힘겨운 숨소리]
박재혁
- 박재혁! - (재혁) 예
- (진우) 지혈 - (재혁) 예
[순경의 신음]
(진우) 예, 응급 의학과인데요 김지훈 환자 브레인 CT요
(진우) 다행히 신경 손상이나 내부 출혈은 없네요
상처 여기서 봉합하실래요 성형외과에서 하실래요?
성형외과는 좀 기다리셔야 되고요
이따 7시 이후에 된다는데요
여기... 괜찮을까요?
상처 안 깊어서 여기서 하셔도 돼요
예
박재혁, 네가 해
[차분한 음악] 네?
(진우) 준비해 주세요
(안 선생) 네
(진우) 이리 와, 나랑 같이 해
[재혁의 등을 툭 치며] 김지훈 님, 이 친구 아시죠?
잘하는 선생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흉터 하나도 안 남게 해 드릴게요
- 예 - 누우시면 됩니다
준비해
[어두운 음악]
[승효가 가방을 탁 닫는다]
굿 잡
(남형) 역시 구 사장이 직접 뛰니까 다르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남형) 땅 문제도 해결됐고
대통합 이뤄 냈다며?
그, 구조 실장이 업무 파악이 빠르네요
저희 병원 온 지 만 24시간도 안 지났는데
(남형) 내 매제만 봐도 그렇지만
의사 집단이 의외로 콩가루야
하도 개인 개인이 잘나서인지 단합이 잘 안되거든
근데 벌써 단체 파업 결의면 상당히 빠른 거야
이거 좋은 거 아니야, 구 사장
네
(남형) 화물 연대는 아직도 말썽이야
그런데도 내가 강성 노조 깨부수기 일인자를
굳이 화물 회사에서 빼내서 병원 총괄로 보낸 건
먹여 살리라고
우리 그룹 전체를
[긴장되는 음악]
[남형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남형) 의대, 병원, 보험, 약품
우리 화정에 의료 산업 네 기둥이 드디어 완성됐어
내가 왜 그 자리에 구 사장을 앉혔을까?
지금 있는 우리 계열사들 중에서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게 몇 개나 될 거 같아?
의료 서비스업은 평생이야
100세 시대에 병원은 마지막 집이야
의료를 서비스업으로 인식시키려고 우리 기업들이 수십 년을 공들였어
괜히 분쟁 겪어 가면서 민간 병원 세우고
병상 키우고 투자한 줄 알아?
이제 시장 만들어졌어
[책상을 탁 치며] 키워서 먹어야 돼
회장님께서 인수하시자마자 병원 삐걱댄다는 소리 안 나올 겁니다
안 나오게 하겠습니다
구 사장 입에서 나온 말이니까
(승효) 그리고 송탄에 새 건물 공사비는 본사에서 나오는 거죠?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니까
다는 아니고
다는 아니고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먹여 살리라고
우리 그룹 전체를
[도어 록 작동음] (경아) 사장님 오십니다
(승효) 아...
(종상) 화정생활화학 상무 박종상 인사드립니다
(승효)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나 보네?
아, 앉으세요, 앉으세요
앉으세요
아...
(승효) 그래, 첫 스타트는?
(종상) 드럭 머거부터 파고들려고 합니다
독한 약을 장복하다 보면 간이 상하거나
필요한 영양분을 약에 뺏기는 드럭 머거 현상이 나타나지 않습니까?
종합 병원이니까 이 점을 공략해서
환자들한테 부족해지는 필수 영양소를 저희 영양제로 채우는 거죠
(승효) 음...
(종상) 여기 의사들이 환자한테
'지금 당신이 먹는 약물은 이런 이런 영양소 흡수를 파괴한다'
그러면서 저희 제품을 추천해 주면 되겠죠?
그리고 이건
병원 벽이나 엘리베이터 같은 데 눈에 띄게 붙여 놓으면
환자들도 자연스럽게 저희 제품에 노출될 거고요
이건 다이어트 보조제입니다
신제품인데 최근에 체중 감량한 배우를 모델로 해서 반응이 좋습니다
(승효) 음,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거 놓고 가시죠
(종상) 제가 올라오다 보니까
1층에 지금 베이커리 매장이 위치가 제일 좋던데요?
크기도 저희 매장에 적당하고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
(종상) 예, 그럼 구승효 사장님께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셨다고
저희 사장님께 말씀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저거 좀 안 보이게
(경아) 아, 예
[중얼거린다]
그런 거 먹지 말고 걸어요
(경아) 아, 생보사는 환자 건강 정보 150에 사겠다고 컨펌 왔습니다
참, 어차피 그럴 거
(승효) 그, 생활화학은 우리 병원에서 올리는 매출의 30%로
커미션 계약서 작성하세요 [휴대전화 알림음]
(경아) 네
(승효) 아, 그리고 병원 내 상가 계약 현황 좀 봅시다
(경아) 네
[경아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진우) 네가 왜 그래, 네 잘못도 아닌데
[진우가 옷걸이를 탁 건다]
나 찔리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내가 환자 내보내서 그 순경 다쳤다고?
[진우가 옷걸이를 달그락 건다]
(재혁) 아니에요
전의 어떤 환자가 기억나서요
제가 괜찮다고 내보냈는데
(진우) 그 환자 기억나세요?
예? 저요?
(진우) 내가 전공의일 때
원래는 심장 전문의를 불렀어야 했는데
그냥 내가 봐도 울혈성 심부전인 게 보였어
환자 폐로 혈액이 역류해서 호흡이 힘든 게
청진기만 대도 알겠더라고
아스피린이랑 이뇨제 처방하니까 금방 호전되는 거야
기분 좋았지
퇴원시키셨어요?
(진우) 응
밤이었고 전문의 콜했다가 잔소리 듣기 싫었고
다 변명이지
아마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 잘했다'
그게 필요했던 때 같아
[잔잔한 음악]
(진우) 다음 날 집에 가는데 은하 쌤이 그러는 거야
'그 환자 기억나세요?'
(은하) 기억나세요? 다시 왔어요
'다시 왔어요'
이강민 환자 4일인가 5일 후에 죽었어
그게 꼭 쌤 때문인 건 아니죠
[한숨 쉬며] 나 그 말 정말 싫어
'그 환자 기억나세요?'
'다시 왔어요'
어떠셨어요?
(진우) 우리 의국 사람 누구한테도 말 못 했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실수한 걸 말하면 다들 갑자기 불안해해
날 피하면서 얼버무려
이 집단은 실수를 인정을 안 해
없을 수가 없는데 없대, 무조건 없대
의사들도 실수를 인정해야 돼
그렇지만...
그렇긴 하지만 인정했다가...
환자를 기억하는 건 좋은 거야
(진우) 기억하면 실수가 줄어
(재혁) 가세요
(창) 여기!
[의미심장한 음악]
(승효) [숨을 깊게 내뱉으며] 아이고
(창) 어, 타코와사비랑, 여기 사케가 좋은데
다이긴조 사케랑 오징어통구이요 [휴대전화 진동음]
아, 빙어구이도 주세요
(종업원) 네
뭐, 파업 투표는 내일쯤 다 끝날 거고
내일 반대가 나온다 해도 뭐, 결과가 뒤집힐 거 같진 않고
(승효) 응
(창) '응'? 그게 끝?
뭐 때문에 보자고 한 거야?
나왔어
뭐가?
귀신 흉내 낸 놈
아, 몰래 매출표 올린 놈
(창) 응?
(승효) 예진우라고 있지?
(창) 응급에? 진짜?
[숨을 들이켠다]
그래서 어제 회의 때도 갑자기 발언을 했나?
의외네
- 뭐가? - (창) 아니, 되게 뭐랄까
고인 물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 흉부외과 주경문 라인이야? 예진우가?
라인? 왜?
아니, 둘이 합작했을 가능성
(창) 음
주 과장은
(창) 타 대학 출신 듣보잡은 아니지만
원래 흉부과장 후보가 있었을 거 아니야
뭐, 상국대 출신?
그거 제치고 원장님이 뽑아다 앉힌 케이스
내가 썼잖아, 왕따라고
위든 아래든 주 과장은 라인이라는 게 없어
그럼 누구랑 친한데? 그 둘 다
(창) 씁, 이 형님이 또 뭔 짓을 하려 그러시나?
아, 말하면 알게 되세요
(창) 뭐, 예진우는 소아과 이노을 선생
내가 보기에는 뭐, 둘이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아닌 척해
주 과장님은 두루 다 좋아하고
두루 다 안 친하고
너 예진우랑 친한가 보구나? 여자관계도 알게
남자관계를 아는 거지
뭐야, 그러면 이노을이가 남자야?
근데 예진우하고 둘이...
(창) 에이, 이노을이 여자
나는 예 선생은 잘 모르고 이노을은 조금 가깝고?
얼마나 가까운데?
그 여자한테 곤란한 일 생기면 네 마음이 좀 싸할 정도?
뭐, 곤란한 일 생기나 보지?
[피식 웃는다]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됐어, 다 거지 같아
의사나 간호사나
자리 옮겨 주랴? [창의 웃음]
(창) 좋네, 아는 형이 사장으로 오니까
병원 일 다 도긴개긴이야
옮겨 봤자, 씨
아니, 병원 일 말고
구조 조정실 어떠냐
(창) 아이참, 안 그래도 스트라이크 한다고 난리인데
구조를 조정하든 조지든
나중에 좀 부르지 왜 불을 질러?
타이밍 딱이니까
지금이 타이밍이 딱?
이 판국에 구조 조정실이 딱?
딱
형
(승효) 응?
이 짓이 뭔데 이걸 하겠다고
그 고생을 해 가면서 우리가 학교를 다녔을까?
야, 네 매일매일은 네가 두근거리게 만드는 거지
그런 마음으로 뭐, 다른 일은 뾰족한 수가 있을 거 같냐?
저기요, 팩트 폭력 자제 좀요
뭐든 해서 먹고살아야 했으니까
(창) 그렇지
난 지금도 그래
[잔을 잘그락 부딪친다]
[긴장되는 음악]
(직원4) 그거 프린트한 것 좀 갖다줄래?
(직원5) 네 [프린트기 작동음]
(구조 실장) 내부 문건이라고 해도
원래는 신청서 작성해서 요청하는 게 맞긴 합니다
신경외과 외에는 절차를 지적한 데가 없긴 했지만
[승효의 힘주는 신음]
(승효) 신경외과 오세화 과장...
암 센터 왜 이래요?
참여 점수가 제로인데?
기록 일부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켜서 제출한 것 같습니다
(구조 실장) 센터 회의 기록인데
특정 날짜 데이터만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재차 요구하니까 데이터가 실수로 날아갔다고 하더니
그럼 저희가 복구하겠다고 하니까 그때는 아예 기록이 없다 하더라고요
특정 날짜 언제요?
3월 3일부터 3월 5일입니다
사장님 부임 전이시긴 합니다만
[한숨]
해당 날짜 암 센터 기록 전부 다 봅시다
[펜을 달그락 누른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컵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두 개가 색깔이 같아서 육안으로는 구분 안 된대요
암 센터장 의국에다 갖다 놔요
[긴장되는 음악]
실장님, 암 센터 의국으로 빨리요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전화기 버튼음]
최도형
[거친 숨을 내뱉는다]
'2017년 4월 7일 입원'
'루키미아, 백혈병'
먼저 제 얘기를...
[종이를 사락 넘기며] '2018년 2월 16일 유지 치료로 전환 후 퇴원'
퇴원 후에 다시 입원한 기록이 없는데
(승효) 3월 5일 전체 사망자 명단에는 최도형 환자가 있으니
동명이인인가요?
사인은 뇌막염
유지 치료 때 항암제 두 개가 집중 처방 됐던데 뭡니까?
항암제 빈크리스틴
빈크리스틴하고
- 시타라빈 - (상엽) 시타라빈입니다
어떻게 투여되는 거죠?
어떻게 투여됩니까?
[한숨]
빈크리스틴은 쇄골 밑에요
정맥 주사라
(상엽) 시타라빈은 척수강에
(승효) 두 약은 어떻게 구분해요?
냄새? 색깔?
둘 다 무색무취라 육안으로 구분 안 됩니다
그런데
(상엽) 육안으로 안 되므로 라벨이 붙은 약병 채로 환자한테 가져갑니다
환자 앞에서 하나씩 주사기에 옮기고 그 순서대로 투약합니다
또 있잖아
상급자 관리 감독하에
(경아) 어머
바뀌면 어떻게 됩니까?
(승효) 두 약이 바뀌면
정맥 주사를 척수강에 잘못 놔서 약이 바뀌면 어떻게 되냐고요
환자는 사망하죠
죽였죠?
의료상 착오입니다
최도형 환자 당신들이 죽였네 의사라는 인간들이
(상엽) 사람이 쉬지 않고 일만 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요?
여기 있는 애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 줄 아냐고요
주당 120시간씩 일해요, 얘네들 전부
그렇게 하면 사람 죽어요
세상 사람들이 너희들 전부 의사라고 불러 줘도
너희들은 그러지 마
환자 죽인 것들은 의사도 아니야
(상엽) 사장님 우리 병원 오자마자 한 일이 뭡니까?
적자 난다고 돈 못 번다고 사람 자를 생각부터 했잖아요
그렇게 해서 줄이면 나머지 일은 누가 하는데요?
오죽하면 전공의법이라는 게 생겼겠어요?
주당 88시간만 일 시키라고
사장님 회사원한테 갖다 대는 거 좋아하시죠?
88시간이면 보통 회사원들
하루에 18시간씩 책상 옆에 붙어 있어야 하는 수치입니다
근데 그것도 안 돼서
그걸로는 도저히 넘쳐나는 환자가 감당이 안 돼서
위에다가는 전공의법 지킨다고 하고 여전히 100시간, 120시간씩 뜁니다
의사도 사람이에요
그렇게 바빠서 기록 지우고 죽은 사람 없는 걸로 만들었어요?
(승효) 당신들이 죽인 환자 가족한테 뇌막염이라고 둘러댈 때도
잠 못 자서 제정신 아닐 때였습니까?
당신들 믿고 찾아온 환자를!
(상엽) 의사가 과로로 죽습니다
오죽 힘들면 자살을 해요
우리가 환자를 죽였으면 의사를 죽인 건 병원입니다
인건비 줄이겠다고 우리를 끝없이 돌리는 댁 같은 사람들
내가 하나만 묻죠
그럼 센터장도 100시간, 120시간씩 뜁니까?
(승효) 약 잘못 들어갈 때 당신은 어디서 뭐 하고 있었는데?
고생하는 애들이 그렇게 끔찍하면 전공의법 지키게 일을 나눴어야지
그렇게 당당하면
피곤해서 사람 죽였다 만천하에 떳떳하게 밝혔어야지!
자기들끼리 쉬쉬하다가 들키니까
이제 와서 애들 불쌍하다 그딴 소리?
그리고 당신
지금 밑의 사람들 감싸 주는 척하지만
실은 '나는 잘못 없다 다 얘네들 실수다'
그거 주장하고 있는 거 아니야!
(승효) 어떤 변명을 끌어다 붙여도
이 안에 살인범이 있고
어떤 인간은 그걸
은폐하고 공조한 겁니다
은폐 안 했습니다
보고했어요
어디까지?
어디까지겠습니까?
원장님요
(승효) 이보훈 원장?
(상엽) 예, 원장님께 보고했습니다
우리를 철면피로 몰고 싶은 모양이신데
원장님께서 전 의국 차원에서 뇌 수막염으로 내리신 결정입니다
본교와 이 대학 병원을 위해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진정으로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창) 사고 아니야
오류야, 약물 오류
거의 매일
환자한테는 절대 안 알려 줘
이 안에서만 알지
(창)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래
너무 일이 많아서
큰 사고만 아니면 되니까
(경아) 아까 그 주사
잘못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대요
그래서 뭔 법까지 제정했다는데 그래도 못 막나 봐요
(창) 우리만 그런 거 아니야
어느 병원이나 투약 오류는 항상 있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문이 탁 닫힌다]
(창)
(창) 환자들은 절대 모르니까
갑자기 중환자실로 옮겨져도
그게 약이 잘못 들어가서라고 누가 생각하겠어?
이런 미친놈의 새끼들
아니, 회사에서는 불량품 하나만 내도 클레임이 걸리는데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창) 거의 매일, 항상
(경아) 어떻게 할까요?
[한숨]
염병할 인간
그 주사로 잘못된 사람
또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병원에
그쪽은 어린 아들이 죽었는데 그냥 묻었대요, 부검 안 하고
다시 꺼내야겠네
(경아) 아니요
주사제가 잘못됐다는 거 짐작했는데도 그냥 장례 치렀어요
부검이라는 게
[슬픈 음악] 자식을 또 죽이는 거 같았대요
전 그게 이해가 되네요
저도 엄마다 보니까
그 약이 잘못되면 그렇게 아프대요
내 아이가 그 고통을 겪다 갔는데
또 몸에 칼 대는 거
저도 못 할 거 같아요
저는
(경아) 근데 만약 제가 죽었다면요
'엄마, 나 좀 제발 부검해 줘'
그럴 거 같아요
'엄마, 나 아파서 죽은 거 아니야'
'약 때문에 죽었어'
'나 너무 억울해'
그럴 거 같아요
[경아가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보호자 연락해요
(경아) 네
(간호사) 여기 말씀하신 서류요
(노을) 왜 이래요? 우리도 뭐 걸렸어요?
걸릴까 봐요
과장님, 암 센터 소문 듣고 막 기겁해 갖고 와서는...
소문 아니에요
정말 다행이죠? 이제라도 밝혀져서
다행은요
과장님 막, 막
수고
[무거운 음악] 그저 감추려고만...
(승효) 병원은 공공재다
이 땅의 모든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내가 지금 공공재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겁니까?
아니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을 달칵 잠근다] [긴장되는 음악]
[잔잔한 음악]
(어린 진우) 방 안에서 공 차지 마, 남 숙제하는데
아, 가만히 좀 있으라니까, 시끄러워!
(진우 모) 진우야!
[글을 쓱쓱 쓴다]
(보훈) 누구랑 얘기했니?
누구랑 했어?
친구? 아빠?
진우랑 여기서 한 얘기 절대 아무한테도 안 해
엄마랑 선우한테도
아저씨가 약속할게
(어린 선우) 하지 마!
안 돼, 말하지 마
형 미쳤다고 할 거야
정신 병원에 처넣을 거야
(어린 선우) 정신 병원에 묶어 놓고 엄마는 오지도 않을 거야
말하지 마
안 미쳤어요
여기 몇 명이 있니?
나 안 미쳤어요
그래, 알았어
엄마한테 그렇게 말씀드릴게 걱정 안 하시게
(보훈) 전에 엄마랑 너랑
여기로 선우 데리고 왔을 때 네가 그랬지?
다친 건 다리인데 동생이 왜 말을 안 하냐고
선우가 한마디도 안 해서 엄마가 걱정이 많다고 그랬지, 네가
기억나?
선우도 그때 지금 네 마음 같았나 보다
말하기 싫었나 봐
[잔잔한 음악] 근데 진우야
넌 컸으니까 내가 솔직하게 얘기할게
넌 선우 때랑은 좀 달라
큰 사고가 나면 한동안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있어
선우처럼
그런 거랑
너한테만 보이고 얘기하고 그런 사람이 있는 거랑은 달라
네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알 거라는 얘기지
너한테 너만 보이는 친구가 있다는 게
아주 잘된 일은 아니라는 거
그래서 얘기 안 하려는 거잖아
근데 지금 얘기 안 하면
나중에는 그 친구만 남아
엄마도 선우도
학교 친구들도 다 사라져
(어린 선우) 하지 마
(어린 진우) 친구 아니에요
(어린 선우) 하지 마!
친구 아니에요
선우예요
(어린 진우) [울먹이며] 근데 나도 알아요, 진짜 아닌 거
걔는 다리가 멀쩡해요
뛰어다니고
아빠 죽기 전이랑 똑같이
진짜 아닌 거
나도 알아요
우리 진우가 아주 많이 힘들었구나?
[어린 진우가 흐느낀다]
(보훈) 진우 네가 동생이 아파서 많이 속상했어
전처럼 같이 뛰고 놀고 싶어서
네 마음속에서
건강한 동생이 그리워서 만든 거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다 괜찮아
(진우) 주 교수님!
(경문) 어, 집에?
(진우) 예, 교수님도요?
어, 나 잠깐 요 앞에
- 가 - 저, 교수님
암 센터 투약 사고, 알고 계셨습니까?
남의 과 일을 내가 어떻게
원장님한테 들으신 거 없으세요?
(진우) 들으신 거 없으세요, 생전에?
암 센터에선 보고했다고 하던데요
예
저, 지난번에는 죄송했습니다
구 사장한테 이른 거 교수님이시냐고 한 거요
제가 글 올린...
(경문) 여기도 병원 안이야
듣는 귀 많아, 옮길 입은 더 많고
원장님이 암 센터 일을 아셨는지 모르셨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관리자라는 위치가 때로는...
쉬어
[무거운 음악]
(상엽) 원장님께서 전 의국 차원에서 뇌 수막염으로 내리신 결정입니다
본교와 이 대학 병원을 위해
(선우) 원장님이 병원 지원금 3억 6천을 자기 개인 통장으로 받았어
원장님이 벌써 돈을 옮겼나 봐
(진우) 제가 아는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
어떤 분이셨습니까? 원장님
[거친 숨소리]
(정희) 어, 왔어요?
(경문) 예, 수술이 막 끝나서, 죄송합니다
(세화) 디데이부터 잡죠
(상엽) 바로 치고 나갑시다
사장 대비할 시간 주면 안 돼요
나이만 어렸지 보통내기가 아니야, 고거
(지용) 아, 좀 알아보고 합시다, 거참
파업, 파업 말로만 들었지
뭐, 어떤 거부터 해야 될지 감도 안 잡히는구먼
정말 하시게요?
[긴장되는 음악]
아, 거...
(동수) 쯧
그, 파업 문구나 구호 그것도 우리가 짜는 건가?
외부에 대대적으로 알려야 효과가 있을 거인디
이미 시작된 거예요 전원 투표 결의할 때부터
(세화) 이제 진짜 기 싸움이에요
잠깐만 주저해도 밀려요, 우리
그럼 환자들은요?
(태상) 그렇지, 환자들...
부분 파업으로 갑시다
진료 인원, 농성 인원 교대로 로테이션 돌리고
여론 조성될 때까지
그래도 안 먹히면요?
전면전이지
우리가 처음부터 강짜 부린 게 아니란 명분도 챙겼겠다
(태상) 그러니까 주 교수가 당장 내일부터 돌릴
그, 로테이션 근무 조하고 시간표 좀 짜 보세요
네?
(정희) 전체 과를 다요? 주 교수 혼자서?
우리 병원에서
그 누구보다도 환자 걱정하는 사람 아닙니까
그 마인드면
환자들한테 피해 안 가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나는
아, 저는...
제가 다른 과 동선을 어떻게 제가...
(지용) 우리 인원표하고 근무표 드리라고 할게요
우리 주 교수님이 아주, 어?
일 처리 하나는 또 기가 막히게 하시니까
(동수) 아, 저도요, 우리 것도
아, 우리는 파업 열외지?
(태상) 그건 됐고, 그다음에...
(상엽) 잠깐만요
지금쯤은...
솔직히 자기 과에서는 알죠?
뭘요?
매출표 제보자요
(상엽) 지방 지원이 아니라 적자 순서대로 쳐내는 게
구 사장 복안인 거 제일 먼저 알아내고 터트린 사람
씁, 아무래도 퇴출 3과 중에 있지 싶은데? 그건 왜요?
(상엽) 누구인지 찾아내서 뭘 더 아는지
또 쥐고 있는 게 있는지 토해 내게 해야죠
써먹을 수 있는 건 다 써야죠
아는 게 더 있다면 추가로 터트렸겠죠, 뭐
부원장님은 모르세요?
구 사장도 모르는 눈치야
구 사장이 알았으면 진즉에 공개 처형 됐겠죠
안 그래도 소아과장이나 나나 우리 쪽인가 했는데
얘기가 전혀 없어요 어떻게든 새어 나오는데
아, 우리는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애들인디
(경문) 우리가 알면 다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제보자 신원만 노출됩니다
재단 비리 폭로한 의사를
대한민국 어느 병원에서도 받아 줄 리가 없고요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 막아 준 사람인데
우리가, 우리가 보호해 줘야죠, 예
[호출 벨이 울린다]
(지용) 술들 하실 거죠?
(경문) 아, 저는 온콜이라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거친 숨을 내뱉는다]
이야, 교수한테 밭갈이시키긴 또 처음이네
(지용) 동문 아닌 사람 있으니까 이런 건 또 좋아
낮의 일 때문에 그래요?
(동수) 하기사 구 사장한테 아주 큰 약점 잽히긴 했지
우리만 문제입니까?
다 까발려지면 뭐, 여기 떳떳할 사람들 있어요?
왜 없어요?
(세화) 그러니까 애초에 책잡힐 일들 만들질 말았어야죠
나는 이번에는 아주 구 사장 박수 쳐 주고 싶던데요?
왜요? 무슨 일이 터져도 내부 보고, 비공식 징계
그걸로 끝이잖아요
외부 사람한테 간섭받기 싫으면 환부를 키우질 말았어야지
일일이 간섭하기 시작하면
밑의 애들 죽어 나가니까 그러죠
말로만 전공의들 죽어 나간다고 하지 마시고
골프채 잡을 시간에
저처럼 병원에 나가서 소리를 지르세요, 차라리
[세화의 한숨]
가게요?
(세화) 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또 나가서 소리 지르죠
갑니다
[문이 드르륵 여닫힌다]
한마디를 안 져요
왜 져야 하는데?
예?
아유, 답답해, 정말, 아유
[무거운 음악]
참 나
사람 불러 놓고
그렇게 가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한숨]
늦게 퇴근하시네요?
아, 네
(노을) 안녕히 가세요, 내일 봬요
[새가 지저귄다]
[어두운 음악]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진다]
[태상의 헛기침]
파업 결의문
(태상) 상국대학병원은
산부인과, 소아 청소년과, 응급 의학과
이상 세 개 과의 퇴출 명령 철회를 위해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
3과 퇴출은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환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던 전 의료진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우리의 투쟁은 환자의 생명과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절박한 호소이다
(태상) 만약 예고 기간 내 재단 측과의 실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시에는
집행부는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며
여기에는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태상) 우리 의료진은 환자를 볼모로 파업하려는 게 아니라
의료 현실에 무지한 사측에 의해 자행되는 부정행위를 바로잡고
잘못된 점을 알리고자 하는 차원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투쟁으로 직원과의 신뢰는 물론 [진우가 환자에게 말한다]
본 대학 병원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과의 신뢰를 구축할 것이며
사측의 어떠한 압박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 사립 대학 병원의 명예와 위상을 수호할 것을 결의한다
[사람들의 박수]
[긴장되는 음악]
[한숨]
얼마 안 남았나 봐, 우리
암만 파업이니 뭐니 발버둥 쳐도 사장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 보면
(노을) 구 사장 말 틀린 거 없잖아
다 너무 사실이야
(태상)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니까
화물 연대 좀 강성이냐고
근데 그걸 그냥 박살 냈다니까? 나이 마흔도 안 된 게
(승효)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요동을 쳐 놨네
(구조 실장) 매출로 보면 상국대병원이 전체 4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승효) 나가떨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뜻이죠
돈을 버는 건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서현) 오늘 보도된 이 병원 암 센터 사망 사고
그것도 사측에서 물타기로 조작한 건가요?
무조건 사측만 비난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럼?
(승효) 어느 정도가 돼야 너희 사람들께서는 대외적으로 발표를 하시는데?
어찌 새어 나가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안 밝혀?
(소정) 내가 확인 안 하고 그냥 중복 투약 했으면?
죄송합니다
크라목신은 안 죽어서 괜찮아?
(소정) 우리라고 암 센터랑 다른 거 없어
그동안 운이 좋았던 거지
(태상) 그, 입후보는 정교수급이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우) 과장님, 입후보하시죠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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