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5
(기자) 총파업 기간은 얼마나 예상하십니까?
(태상) 어, 일단 재단의 반응을 봐야죠
명령을 철회하면 즉시 철회하겠습니다, 우리도
(기자) 이렇게 극단적으로 파업을 선언하신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태상) 아...
의료계만의 특수성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완전히 무시를 하면 그 폐해가...
그 폐해가 어디로 가겠습니까?
당연히 국민께 가지 않겠습니까?
이번 파업은 국민 여러분께 그, 의료계의 현실을 좀 이해해 주시고
도와주십사 이렇게 말씀드리는 호소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기자들이 질문한다]
(방 선생) 예진우 쌤, 예 선생님 어디 있어?
소아과 갔나 보다, 그새
이노을 쌤한테
온콜할 사람이 없어졌다는데 가 봐야지
(안 선생) 에이, 그게 아니라...
하긴
쌤이 썸을 알겠어요?
어느 쌤?
무슨 썸?
(안 선생) 차라리 터진 풍선을 불지
어, 우리 파업 기사 났을 텐데
(안 선생) 어... 났긴 났는데 이게 우리 기사 맞나?
- (방 선생) 어? 이건 언제... - (은하) 잠깐만
[안 선생의 당황한 신음] [마우스 클릭음]
(은하) '의료진이 주장하는 적자 센터'
[어두운 음악] '일방 퇴출은 사실이 아니며'
(은하) '지방 의료 지원을 둘러싼'...
(승효) 지방 의료 지원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이나
[경아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사전에 충분히 교감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한다
이는 비의료인 총괄 책임자와
의료 전문 집단 사이의 반목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의료 기관 자체가 지닌 폐쇄성에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초반 의료진의 반발을 딛고
본 대학 병원은 개원 이래 최초로 전 의국을 대상으로
경영 진단을 이뤄 냈으며
그 결과 사망자가 발생한 투약 사고를 자체적으로 밝혀낸 점은
불행 중에도 작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승효) 잠깐만
'가슴 아픈 불행'으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가슴 아픈 불행 중에도 작은 성과'
예, 고쳤습니다
(승효) 본 재단 측은
투약 사고 희생자 유족에게 즉시 진단 결과를 통고한바
항시 이와 같은 태도로
의료진과의 협의에도 성심성의를 다해
파업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상
[경아가 계속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카메라 셔터가 연신 터진다]
[마이크를 탁탁 친다]
(태상) 파업 결의문
상국대학병원은
산부인과, 소아 청소년과, 응급 의학과
이상 세 개 과의...
[마우스 클릭음]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그게 새벽에 애가 계속 깬다고 보호자 컴플레인 들어와서
(노을) 아니, 아니, 아니, 크라목신은 그대로
그, QID에서 TID로만 바꾼 거예요 [마우스 클릭음]
예
[노을의 한숨]
(노을) 왜... [전화벨이 울린다]
[한숨]
(노을) 미안
응, 누구?
김예진 환자?
PRN은 확인했어요? [마우스 클릭음]
몇 도까지 올라갔는데?
아, 그럼 데노간으로 바꿔 주세요
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아, 어떡해, 완전 뒤죽박죽이야
레지던트 관리를 왜 네가 다 해?
(진우) 이거 뭐야?
(노을) 모르겠다
모른다니, 주치의에 다 네 이름이잖아
다른 펠로들은?
아무래도 파견 대비한 거 같아 [마우스 클릭음]
너한테 몰빵한 게 파견 대비야? 어떻게?
강원도 가면 인력 확 줄일 거 아니야
아니, 근데 왜 다 너한... [노을의 한숨]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아침은 먹었니?
지금 같아선 뭐 먹었다간 체할 거 같아
(노을) [숨을 깊게 내뱉으며] 가자, 가자
얼마 안 남았나 봐, 우리
암만 파업이니 뭐니 발버둥 쳐도 사장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거 보면
사장 짓이야, 이게?
아니, 자기가 뭔데 스케줄까지 자기 마음대로야?
진짜 미친 거 아니야, 그 인간?
(노을) 내 생각이 그렇다고
너무 그러지 마
구 사장 말 틀린 거 없잖아 다 너무 사실이야
이 조그마한 나라에서 서울에만 너무 쏠렸어
불균형 정도가 아니라 이러다가 엎어질 거야
그거 진짜로 바로잡자는 거면 누가 뭐래?
나 전부터 많이 고민했어
서울에만 붙어 있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자발적으로 가는 거하고 같니?
안 갔잖아, 나도 고민만 했지
이렇게라도 안 보내면 누가 가냐?
이노을 선생
우리 병원 사람 다 가도 되는데 너는...
나? 나 뭐?
너는...
넌 안 돼, 오늘은
(진우) 너 오늘 우리 담당 콜이잖아
주치의 백 건이건 만 건이건 콜할 거야
아, 진우야 [휴대전화 진동음]
(노을) 어, 지금 가요
많이 내려갔네?
야, 노을...
(영재) 스킨 태그 같은 건 어차피 성형외과인데
왜 자꾸 차트에 올려?
그런 거는 보호자한테 다이렉트로 설명해 줘도 되잖아, 어?
아, 뜨거워, 씨
아, 왜 남의 목덜미에 숨은 내뿜고 그래
참, 착각할 뻔했네
전에 어떤 교수님이 펠로한테 복수한다고
주치의로 뺑이 치게 했다는 얘기 들은 적 있는데요
내가 그랬다는 거야, 지금?
아니요, 과장님이신데
근데 스케줄표는 진짜 누가 손봤을까요?
[숨을 깊게 내뱉으며] 몰라, 나도
하다 하다 이런 것까지 구조실 오더 받게 생겼다니까, 쯧
구조실이면 구 사장이잖아요, 결국
버릇 고치기일까?
나가라는데 안 나가고 버틴다고?
버릇 고치기인데 왜 한 사람한테 몰아주기를 합니까?
(영재) 나는 전에도 어떤 펠로가 자기 친구 뺑이 치게 한다고
과장한테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저희 오늘 콜 이 선생 대신 누구 불러요?
- 과장님요? - 아이씨, 기다려 봐, 쯧
가뜩이나 손 없어 죽겠는데
[영재의 힘주는 신음]
(영재) 아, 얘는 어제 당직이라 안 되고
[진우의 옅은 한숨]
아휴...
[버튼을 탁 누른다] [물이 쏴 나온다]
[다리로 버튼을 탁 누른다]
[긴장되는 음악]
(승효) 본 재단 측은
투약 사고 희생자 유족에게 즉시 진단 결과를 통고한바
항시 이와 같은 태도로
의료진과의 협의에도 성심성의를 다해
파업을 미연에 방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근데 파업한다면 구 사장이 가만있을까요?
아주 큰 건수를 잡았는데?
[심전도계 비프음]
(태상) 구 사장이 나가도 어차피 재단에서 또 꽂을 텐데
우리가 재단을 갈아 치울 것도 아니고
사람 하나 밀어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의사들이 전부 싫다고 들고일어나서 전임자가 쫓겨나면
뒤에 오는 애는 고분고분한 게 오겠죠
(동수) 아, 그러다 전임자 꼴 나지 말라고 완전 독사 같은 걸 보내면요?
(정희) 그러니까 일단 구 사장부터 몰아내고
후임자 임명에 우리가 개입해야죠
(지용) 아, 재벌 회장이 임명하는 걸 우리가 무슨 수로요?
(정희) [헛웃음 치며] 아니, 우리가 화정 회장은 몰라도
정치인, 법조계, 회장 부인들
몸 한 번씩 안 주물러 본 사람 있어요?
우리 백이야말로 거미줄이지 누구를 무시해?
[심전도계 비프음]
(태상) 누구를 무시해?
[의료 기기로 탁탁 내리친다]
[의료 기기 작동음]
[보훈이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자기 취임식 전까지
청사진 가져오라네
(태상) 열흘도 안 남았는데
이거 어떻게 하시려고?
원장님이 움직이셔야 돼
(태상) 정식으로 들어오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니까
내가 그랬잖아요, 내 처남이 그러는데 구승효 그거 보통 놈이 아니래요
화물 연대 좀 강성이냐고
근데 그걸 그냥 박살 냈다니까? 나이 마흔도 안 된 게
[한숨]
아, 원장님
원장님 자그마치 네 번째야
원장 연임만 네 번째
혼자 했나? 우리가 뽑아 줬지
다들 지금 원장님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인데
아,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예?
[한숨]
(간호사1) 부원장님, 죄송합니다
매체 인터뷰 들어오면 꼭 전하라고 하셔서요 [태상이 의료 기기로 탁탁 내리친다]
(태상) 응? 뭐라고?
(간호사1) 새글 21이라는데 하신다고 할까요?
(태상) 새글 21?
(간호사1) 예, 신생 미디어 같긴 한데요
(태상) 씁, 그거 어디서 들어 봤더라? 새글...
아!
[탁탁 내리친다] 됐어
왜 직접 안 하시고요?
부원장님 인터뷰 좋아하시잖아요
과장님
(세화) 아, 뭐, 제가 없는 소리 했어요?
[마우스 클릭음]
아...
네, 알겠습니다
(의사1) 거기인데요?
전에 화정그룹 남자들 군대 안 갔다고 터트린 데
(세화) 아휴, 그래서 나한테...
참...
(진우) 여기서 쟀을 땐 130에 80 맞아
어
[휴대전화 진동음] 아, 별문제 없었어
예, 알았어요, 어
[휴대전화 알림음]
(소정) 왜 흉부 모탈리티 회의를 우리한테까지 보내지?
(진우) 뭐예요?
마, 내가 니 반만치만 생겼어도 내가 혔어
뭔데 얼굴 때문에 못 하시는데요?
씁, 꼭 그래, 씨, 얼굴이라고
울 어무니 섭섭하게, 쯧
인터뷰 하나 혀라, 이따 7시
네?
(동수) 아, 구 사장이 씨게 선빵 안 날렸냐
우리도 맞짱을 떠 줘야지
왜 우리가 파업까지 할라 하는지
니가 좀, 좀 잘 좀 설명시키라고
아, 너는, 저 뭐냐
잘 알잖여
[동수의 한숨]
저기, 뭐냐, 저
너무 거시기해 갖고, 응? 화정 본사까진 끌어들이지 말고
그, 새글 거기가 아주 골수 반골들 집합소라니께
적당히까지만
'새글 21'
(동수) 아, 그리고 저, 흉부에 하지 정맥 니가 올렸담서?
방금 그거요? 테이블 데스 나온 환자?
그, 조만간에 회의한다니까
암만해도 니가 올라가야지 싶은디
마취 사고에 웬일로 우리까지 부를까요?
암 센터 꼴 안 나려고 각성했나?
아, 하라고 시켰디야, 빌어먹을
- 누가요? - 아, 누구겄어!
(동수) 너야 뭐, 별 탈 있겄냐? 양 선생이 문제지
암튼 그, 흉부 모탈리티랑 이따 인터뷰
둘 다 이내 땡겨
(진우) 아, 과장님...
[어두운 음악]
(동수) 아, 너는 저, 뭐냐
잘 알잖여
[문이 탁 닫힌다]
(의사2) 아, 모탈리티는요
저희끼리 그냥 배우자고 만든 자리입니다, 저희 대학에서는
저희 대학?
(의사2) 아, 예
근데 이거는 외과 전체 앞에서 자아비판 하라는 거 아닙니까?
이거 완전 선전 포고 아니에요?
위에서 따져 묻고 간섭하겠다고?
저희 마지막으로 사람 들어온 게 작년 초입니다
(의사3) 있는 인력 짜내고 짜내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진짜 경영 진단을 하려면 그런 걸 봐야죠!
최선 다한 사람 조리돌림 시킬 게 아니라
[문이 달칵 열린다]
(의사3) 과장님
언제까지 수술만 하실 겁니까?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요동을 쳐 놨네
다 같이 들고일어나는 걸 어째요?
적자 순으로 줄 세웠다는 걸 애초에 나불댄 놈이 있었으니까요
이기적인 집단이라 '나만 아니면 돼' 넘어갔을 것을
[리모컨 조작음]
(구조 실장) 매출로 보면 민간 병원 두 곳과 국립대 병원 한 곳의 뒤를 이어
상국대학병원이 전체 4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켓 셰어도 톱이 아니고 영업 이익도 간당간당이고
(구조 실장) 그래도 꾸준히 빅5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꽤 선방하고 있는 겁니다
5위권 밖의 병원들이 여기 들어오려고 정말 발버둥을 치고 있거든요
나가떨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라는 뜻이죠
돈을 버는 건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 두 가지
소비자한테서 더 받아 내거나
(승효) 인건비에서 쥐어짜거나
둘 중에 적용 가능한 건?
(경아) 병원에서 소비자는 환자인데 진료비를 마음대로 올릴 순 없잖아요
(구조 실장) 적자 3과가 퇴출되면 인건비 절감은 상당 부분 개선됩니다
수술실 가동률은?
(경아) 병원 수술장 중에
3개 정도만 응급용으로 따로 지정해서 빼놔도
가동률을 12% 이상 올릴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 병원 수술장이 전체 35개인데
그중에 3개만 빼도? 어떻게?
교수들이 자기들은 기다리기 싫으니까 미리 두어 개씩 잡아 놓는대요
(경아) 이걸 누가 뭐라고 못 하나 봐요
그러면 수술은 계속 밀리고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고
(구조 실장) 수술도 '이 병원은 특히 어떤 분야를 잘한다' 하면
거기에 맞춰서 특화시킬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상국대병원에 대한 평가는 전체적으로는 쓸 만한데
'이거 하나가 특히 톱이다'
그런 게 없었습니다
수술장을 최대한 가동한다 한들
할수록 손해나는 수술들은?
그건 의외로 많습니다
(구조 실장) 환자가 수술비를 다 내는 게 아니니까
나머지는 병원도 건강 보험 공단에서 돈을 타 내야 하는데
이게 원가도 안 되는 수준으로 주더라고요
이건 저희도 병원 경영 진단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번에 알게 돼서요
공장으로 치면 만들수록 손해인 거죠
(승효) 아, 그러니까 그 손해를 흑자로 전환시키려면?
(구조 실장) 보험 공단에서 주는 돈은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가장 빠른 방법은 정부 기관하고는 상관없이
환자한테서 100% 받아 내는 걸 늘려야죠
그런 건 사실 부르는 게 값이니까요
오케이, 그럼 수술장은 3개를 빼놓고
네
(승효) 보험하고 상관없는 부가 가치 분야
비만, 금연, 탈모 안티에이징부터 시작합시다
(구조 실장) 그렇지만 소위 미용 분야는 중소 병원 전문이라
골목 상권이나 마찬가지...
네
(승효) 강 팀장님은 부모님 돌아가시면 어디다 모시고 싶어요?
(경아) 예?
[작은 목소리로] 아니, 멀쩡한 부모님을...
사장님은 어디로 모실 건데요?
우리나라에서 장례식장은
단순히 상 치르는 데가 아니더라고
자식의 사회적인 지위와
부모에 대한 효심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지
나는 화장돼서 어디 뿌려져도 상관없다는 사람들도
적어도 내 부모만큼은 변두리 병원에서 안 보냅니다
왜?
조문객한테 면이 안 서거든
보험금으로 커버 안 돼도 돈 아끼지 않는 장례식장
원가 대비 이익률 톱인 건강 검진 센터 확충합시다
(승효) 성과급제도 전체적으로 확대 시행 하고요
(경아) 예
(승효) 아, QL의 홍성찬 회장 약속 잡으세요
QL 회장을요?
- 예 - (승효) 그리고
병원에 자회사 하나 세웁시다
이거 절차가 어떻게 되려나?
(구조 실장) 예, 알아 오겠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
환자한테 부르는 게 값인 게...
(경아) 있긴 하죠
이번에 우리 애 아픈데 수술비가 진짜 자기 마음대로더라고요
자녀분이 아프셨어요?
어머, 아니요, 걔 말고 우리 강아지요
(경아) 개들은 보험이 없잖아요
얼마던가? 몇백이 나오던데
[긴장되는 음악]
[경아의 한숨]
(경아) 사장님, 약물 사고 밝히신 걸로 사방에서 인터뷰하자고 난리인데
하실래요?
(영상 속 유족) [변조된 목소리로] 솔직히 저희 입장에서는
[울먹이며] 아무것도 모르니까
(영상 속 유족)
[무거운 음악] (영상 속 유족) 자기들도 손쓸 새도 없이
그렇게 됐다더니
(영상 속 유족)
(영상 속 유족) 사장님 아니었으면 우리는 여태...
(영상 속 피디) 상국대병원 사장실에서 먼저 알려 주셨어요?
(영상 속 유족)
(영상 속 유족) [슬픈 숨을 삼키며] 의사들이 쉬쉬하는 거
그래도 그분이 직접 사과는 하셨는데
사람은 죽었고!
(영상 속 피디) 그럼 약이 잘못돼서 돌아가셨는데
그, 의사들 양심 고백이 아니라
경영진 조치로 밝혀졌다는 말씀이세요?
(영상 속 유족) [흐느끼며]
[영상 속 유족이 흐느낀다]
(고 위원) 하루 종일 검색어 1위 찍더라
투약 오류 낸 레지던트도 신상 털렸다고 하고
씁, 1년 차라는 거 같던데
근데 타이밍이 좀 그렇지 않아요?
파업 기사 완전 다 묻혔던데
뭐, 우리는 심의만 하면 되지
병원 경영에는 관여 안 하니까
(고 위원) 안에서 뭔 일이 벌어지는 거야?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선우) 엄마
어, 선우야
(진우 모) 아이고, 우리 아들
[진우 모의 웃음]
아이고
옷을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 어?
아, 원래 봄에 얼어 죽는 거야, 이놈아
아유, 쯧
목도리라도 좀 두르지
(선우) 봄 다 지났어, 여름이야, 이제
(진우 모) 말 좀 들어!
내가 진짜 못 살아, 정말
나이가 몇인데 속을 썩여?
(진우 모) 이따 이거 가져가는 거 까먹지 마
네가 좋아하는 파김치랑 연근조림이랑 다 했어, 어제
이거 한다고 하루 종일 내가, 아...
유럽 갔다 온 사람 선물이 밑반찬이야?
(진우 모) 유럽이라고 살 거 아무것도 없어
이쁜 건 우리나라에 다 있어
파김치는 내가 아니라 형이잖아
난 잘 먹지도 않는구먼
징그럽게 서른 넘어 편식은
(진우 모) 좀 잘 먹고 다녀
(선우) 너무 잘 먹어서 살찐 거 안 보여?
(진우 모) 살은, 말라비틀어졌는데
어? 아유
- (선우) 이게? - (진우 모) 그래
(진우 모) 어? 뼈만 남았잖아, 아유
(종업원) 어서 오세요
저쪽으로 앉으실게요
(진우 모) [작은 목소리로] 저기 가서 앉자
(종업원) 주문 도와드릴게요
(선우) 보리굴비 정식 두 개 주세요
(종업원) 아, 네, 알겠습니다
어디가 제일 좋았어? 프랑스?
(진우 모) 음...
스페인
음식은 좀 짠데
[탄성]
남자들이 그렇게 잘생겼더라, 어?
(진우 모) 그냥 5분마다 제임스 본드가 한 명씩 지나가는데
우아, 이거 선글라스만 씌워 놓으면 다 영화배우야
아저씨는 재미없었겠다
여자들은 더
(진우 모) 아유, 어휴...
- (선우) 엄마 - (진우 모) 어?
[함께 웃는다]
(진우 모) 아, 내년에 뭐, 자기 혼자 다시 가겠대
그, 젊은 애들 사, 산, 산티아고? 어, 뭔가
거기 걷는 거 보더니 자기도 걷겠다고
그이가 진우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 달래
- 아저씨가? - (진우 모) 응
형한테 왜?
(진우 모) 저번에 그이 형님이 대장염으로 진우네 병원에 입원했었거든
난 몰랐는데 그때 걔가 그...
담당 의사한테 직접 잘 봐 달라고 부탁했나 봐
덕분에 VIP 대접 받았다고 완전 좋아하셨단다
(선우) 이야...
의사 아들 둔 보람 있네 시댁에 엄마 면도 서고
(진우 모) 그럼, 어?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인데, 어?
이 나이가 되면
재산보다 자식 자랑하는 맛에 사는 거야, 응?
의사 어머니, 의사 어머니
[진우 모의 웃음]
[진우 모가 장난스럽게 입소리를 낸다]
[진우 모의 웃음] [차분한 음악]
(진우 모) 근데 형은 뭐래?
[추워하는 숨소리]
(선우) 뭘?
[코를 훌쩍인다]
(진우 모) 진우네 병원
파업할 거라며
(선우) 아...
기사로만 본 거야, 나도
형 바쁜지 전화 안 받던데?
(진우 모) 하여튼 걔는 전화 한 통 하기가 아주 하늘의 별 따기야
선우야!
(진우 모) 어유, 엄청 춥다, 오늘
(선우) 빨리 가
(진우 모) 이거 목도리 좀 하고, 응?
오늘 수업은 어땠어? 어?
빨리 가자고
[진우 모가 말한다]
(선우) 거기도 원장님 돌아가시고 예전 같지 않은가 봐
(진우 모) 그분 참 생각할수록...
[진우 모의 한숨]
그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전화 한 통
인사 한 번이라도 더 드릴걸
엄마
(진우 모) 응?
식어
영정 사진 보는데
사람이 한순간에 어떻게 그럴까
(선우) 원장님 장례식장 갔었어?
(진우 모) 가지, 그럼
(선우) 아저씨랑 같이?
(진우 모) 아니, 무슨
그이는 원장님 알지도 못하는데
같이 가지, 나랑
어쩌다 보니까
형은?
간 김에 좀 보고 오지, 오랜만에
잠깐 응급실 갔었는데 바빠 보이더라
그래도 얼굴은 봤어
[휴대전화 조작음]
형 오라고 할까?
응? 될까?
아니면 우리가 그쪽으로 갈까?
[통화 연결음]
어, 형, 지금 나올 수 있어?
바쁘면 우리가 그쪽으로 간다고 해
응, 지금 엄마랑
(선우) 응
응
할 수 없지
응
[진우 모의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이 시간에 약속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진우 모의 당황한 신음]
(진우 모) 왜 날 줘, 응?
자, 먹어
야, 이거 먹어, 이거, 발라진 거
어이구
다 컸네
다 컸지, 그럼 [진우 모의 웃음]
[사이렌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주변이 소란스럽다]
(소정) TA, 트럭에 가슴 치이고 골반 깔렸어요
(진우) CT랑 수술 먼저 되는지 흉부 바로 되는지 체크해 주세요
(방 선생) 네
(방 선생) 지금 TA 응급 환자 수술 가능해요?
15분요
예
(진우) 정형은 바이털 잡고 GS 먼저요
(방 선생) 네
[심전도계 경고음]
텐션이야
CTA 준비해 주시고 혈액 검사랑 수혈도
(은하) 혈액 검사
(방 선생) 지금 K로젯 된대요 주 교수님 한 시간 후에 가능하시고요
(진우) 예
[심전도계 경고음]
(은하) 관 연결할게요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차분한 음악]
[사이렌이 울린다]
[진우의 한숨] [쓱쓱 닦는 소리가 들린다]
(소정) 지금요?
예, 알겠습니다
[소정이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소정) 주 교수님 방금 들어오셨대요 바로 시작한답니다
[진우가 지친 숨을 내뱉는다]
[진우의 한숨]
[키보드를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키보드를 탁탁 치는 소리가 들린다]
(진우) 저...
(진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 근데 혹시 새글 21 분 맞으십니까?
- 최서현입니다, 반갑습니다 - (진우) 예
(진우) 예진우라고 합니다
예씨는 처음 봐요, 진짜로
(선우) '난 많이 봤는데요?' 그래야지
맨날 그러잖아
흔한 성은 아니라서
늦어서 죄송합니다
(서현) 저기, 예진우 선생님이 누구예요?
(간호사2) 저쪽에서 응급 환자 시술 중이세요
(진우) 왜 안 드시고...
(서현) 환자분은 어떻게 되셨어요?
예?
피 많이 흘리시던데
설마 한 시간이나 연락도 없이 늦는 상대를
제가 가만히 기다리기만 했을까요?
아, 죄송합니다
사과만 세 번째네
이런 게 필요하실 거 같았어요
저...
네?
저도 커피 좀...
아, 예
- (직원) 주문하시겠어요? - (진우) 예, 차가운 아메리카노
(진우) 하나 주세요
(직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포스 단말기 작동음]
이뻐
(진우) 절로 안 가?
근데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물어봐, 전에 혹시 만난 적...
꺼져, 이씨
(영재) 별 독종 새끼 하나 때문에 여럿 피 보네
아, 내가 이 옛날 거까지 뒤져 보게 생겼냐고, 지금, 쯧
[영재의 한숨]
흉부도 난리 났어, 어?
아니, 같은 의사인 우리도 다른 과 일에는 왈가왈부 안 하는데
그, 자기가 뭐라고, 어?
얼마나 안다고 우리를 평가하고 진단을 하겠대
참, 의사도 아닌 게, 젠장
(노을) 이런 걸로 난리 피우는 사람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같은 의사가 못 해서 결국 암 센터 같은 일도 터진 거잖아요
이 선생이었어?
뭐가요?
(영재) 우리 과 전체 파업 반대표 딱 하나 나왔어
아이고, 억울하겠어, 어?
유일하게 구 사장 편들어 줬는데 주치의 몰빵은 혼자 당하고
에이, 편이 아니라...
(영재) 어유 [노을의 놀란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잔잔한 음악]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독종... 인 건가?
실례했습니다
(서현) 성과급제를 언급하시던 중이었는데요
(진우) 성과급제를 반대하는 건
줄 세우기나 경쟁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똑같이 공장에서 나온 물건 갖고
'누가 더 많이 파냐'하고는 근본적으로 달라요
결국 검사를 얼마나 더 하고
비싼 수술을 얼마나 더 하냐인데
예를 들어 검사비는
비슷한 것도 누구는 100만 원이 넘게 나올 게
누구는 30, 40만 원으로 끝나요
수술은 더 말할 것도 없죠
그야말로 의사 재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네요?
신임 사장이 부임하자마자 이거부터 시도했습니다
(진우) 추구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스스로 입증했다고밖에 볼 수 없어요
오늘 보도된 이 병원 암 센터 사망 사고
그것도 사측에서 물타기로 조작한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무조건 사측만 비난할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럼?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나요?
병원 내에서 의약 사고, 많죠?
(서현) 그런 때가 있어요
곤란한 질문을 하면 인터뷰가 뚝 끊겨 버리는 때
'아, 상대가 몸을 사리는 포인트구나' 할 때
전 꼭 남을 괴롭히는 게 좋은 인터뷰라고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대답 않는 것도 대답이다'
'곤란한 질문 내가 하자' 그쪽으로 마음을 정해서
전...
의약 사고에는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무슨 등급?
[어두운 음악] (창) 근접, 위해, 적신호
이게 오류 3등급이야
위험도에 따라서 나눈 거
음, 사고가 얼마나 치명타였냐 거기에 따라?
(창) 응, 누가 했느냐에 따라서도 다른데
의사가 하면 처방 사고 간호사가 하면 투약 사고
약사는 조제 사고
뭐, 환자가 잘못할 때도 많고
(승효) 명칭도 세세하네
야, 그렇게까지 다 분류해서 짜 놨다는 거는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 아니야 사고든 실수든
우리도 사람이야
어느 정도가 돼야 너희 사람들께서는 대외적으로 발표를 하시는데? 어?
[승효가 서류를 탁 내려놓는다]
죽어도 안 하는구나?
어찌 새어 나가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안 밝혀?
누가 안다고
야, 이 새끼들아
(창) 다시 말하겠는데 누가 안다고
(승효) 어이구 [창의 신음]
(창) 아, 왜 그래?
난 아니야
형은 이윤을 남기겠다는 사람이 왜 그런 거까지 신경을 써?
(승효) 거기 왜 '왜'가 붙냐? 둘 다 잡아야지
퀄리티, 이윤 둘 다
겪어 봐, 이 사람아
[한숨]
(서현) 원하시면 기사 내보내기 전에 원고 보내 드릴게요, 퇴고하실 수 있게
예, 감사합니다
저, 근데...
네?
혹시 전에 저랑 만난 적 없나요?
이 단골 멘트를 설마...
아, 아, 아니요, 아니요
저, 그게 아니라 진짜로 전에 뵌 적 있는 거 같아서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폰이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창) 누구 올 사람 있어?
[인터폰 조작음]
(승효) 씁, 이게 누구...
(창) 그, 왜, 있잖아, 내가 말했던
- 누구? - 이노을 선생
아, 근데 여기를 왜...
(승효) 아, 이 사람이...
(창) 응
[인터폰이 울린다]
[리모컨 조작음]
[노을의 신음]
[노을의 아파하는 신음]
[도어 록 작동음]
(노을) 저 소아과 이노을이라고 합니다
네
(노을) 구승효 사장님
저희 병동 아직 다 못 보셨죠?
현장을 아시면 일하시기가 좀 더 수월할 거 같아서...
잠깐 시간 되세요?
제가 안내할까요?
예, 그러시죠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아이1의 울음]
[잔잔한 음악]
(노을) 어? 아직 안 잤어?
(아이2) 우리 엄마 언제 와요?
(노을) 지금 너무 깜깜해서 못 오셔
코 자고 내일 기다리자, 응?
얼른 자
아니면 아야 해서 주사 맞아야 돼
[노을이 살짝 웃는다]
얼른
잘 자
[문이 쓱 닫힌다]
여기까지가 일반이고
저 앞은 신생아 중환자실이에요
(아이2) 우리 엄마 언제 와요?
(간호사3) 엄마 금방 오실 거니까 들어가서 얼른 자자
저 아이는 어디가 아파요?
폐렴이었어요
보호자는요?
(노을) 연락이 닿질 않네요
(승효) 아니, 자식이 아픈데 부모가 연락이 안 된다고요?
입원 수속은 엄마가 했는데
분명히 처음에는 같이 왔었는데
특별히 치료가 필요한 게 아니어서
저 애한테 돈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요
(노을) 마냥 둘 것도 아니고
곧 옮겨집니다
(노을) 이쪽요
(노을) 이건 신발에 씌우시고요 소독은 이쪽에서
[의료 기기 작동음]
[아기들의 울음]
(노을) 청색증은요?
(간호사4) 아, 청색증은 오늘은 안 나타났는데
심장 박동은 아직 정상 범위로 안 돌아왔어요
(노을) 혈압 계속 체크해 주세요
(노을) 산부가 임신 중독이었어요
저산소증 때문에 우리도 거의 잃을 뻔했는데
[아기의 울음]
캥거루 케어는 우리도 시작한 지 몇 년 안 돼요
(노을) 전엔 무조건 접촉을 금했거든요
저쪽은 74일 만에 처음이에요
엄마랑 아들이 살을 맞대는 게
여기는 2.5kg 이하로 태어난 미숙아들을 위한 데예요
우리 센터 중에서도 가장 민감해하는 곳이죠
다 마찬가지지만
[전화벨이 울린다]
(간호사4) 이 선생님
(노을) 실례합니다
[장갑을 탁탁 벗는다]
(노을) 네
몇 시쯤요?
탈장 가능성 있으니까...
수고하셨습니다
(노을) 구 사장님
[문이 쓱 열린다]
아니에요
USG 준비해 주세요
아, 지금 가요
네 [수화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노을) 쓸데없는 짓을 했나?
아, 정말 독종인 건가?
너 왜 나한테는 엄마 안 물어봐?
엄마?
우리 엄마?
[무거운 음악]
[아이2의 울음]
(승효) 씨, 큰일 났네
씁, 잠깐만... [문이 달칵 열린다]
[승효의 당황한 신음]
(여자) 어머, 너 여기서 왜 울고 있어?
어? 아, 울지 마, 아유, 아유
자러 가야지, 빨리 자야지 엄마 오지? 내일 오니까
뚝 하자, 그래, 착하지, 착하지
[문이 쓱 닫힌다]
[숨을 후 내뱉는다]
파리 들어가겠다
(기사) 어디 들어가신다고요?
(승효) 아니에요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안 잤냐?
(선우) 다 형이 좋아하는 거야
이번에는 꼭 다 먹어라
[진우가 캔 뚜껑을 쉭 딴다]
(선우) 병원 기사 봤어
[진우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선우) 엄마도 기사 보셨대 걱정돼서 오신 거 같아
(진우) 어머니야 걱정이 일이지
원장님 장례식 엄마 혼자 다녀오셨대
혼자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셨나 봐
무슨 정리? 어머니가 왜?
알잖아, 두 분
잘됐으면 좋았을걸
잘될 수도 있었을 텐데
뭘 알아
누구를 자꾸 불륜으로 만들려 그래 얘가 진짜
(진우) 원장님 우리가 처음 봤을 때부터 유부남이었다니까?
아니었으면 괜찮았고?
아, 원장님 엄마 스타일 아니야
노잼이라서 못 살아, 엄마
(선우) 치
좀 더 일찍 놔드렸어야 했는데
원장님한테든 누구한테든
왜 그때는 그게
엄마를 지키는 거라고 믿었을까?
[리모컨이 툭 떨어진다]
(선우) 내가 할...
[진우의 한숨]
[막대기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미안하다
뭘 미안하기까지
[진우의 찌뿌둥한 신음]
(진우) 좀 켜 봐
먹으라니까?
[TV 전원음] 애써서 해 오셨는데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알림음]
[진우의 짜증 섞인 신음]
[도어 록 작동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도어 록 작동음]
[승효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잔잔한 음악]
(승효 모) [몽롱한 목소리로] 음, 나 안 자
(승효) 들어가서 주무세요
(승효 모) 아, 네 아버지 콧소리
[드르릉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승효) [가방을 툭 내려놓으며] 아이고
아유, 아유, 죽겠다, 아이고
(승효 모) 들어가 누워, 배겨
어머니
나도 어렸을 때 많이 아팠을까?
어릴 때 안 아픈 애가 어디 있냐?
어디 아파?
아니
아이고, 놀라라
[피곤한 신음]
- (승효 모) 네 병원 - (승효) 응
(승효 모) 자꾸 뉴스에...
(승효) 응
그래서?
뭐라고요?
[힘주는 신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어두운 음악]
진단에서는 15개월 [엘리베이터 도착음]
진단에서 15개월 약물은 4...
양 선생은요?
먼저
이례적이긴 하죠
요즘 이 병원에 상례적인 게 있던가?
정맥 절제로 테이블 데스 나온 거 말입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같이 껴서 돌 던지니까 좋아?
(진우) 오래전에...
[다가오는 발걸음]
(태상) 자, 응급 의학과 예진우 선생부터 시작합니다
(진우) 본 환자는 지난 4월 7일
저희 ER을 통해 내원했으며
극심한 통증으로 보행이 어려운 상태였고...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의사2) 자기가 들으면 뭘 안다고 여기를 와
(의사3) 지금 알아듣는 게 중요해?
과시하러 온 거지
(의사2) 과시?
(진우) 최초 검진은 제가 했으며
초음파 검사 결과 하지 정맥류로 판단
흉부외과로 트랜스퍼했습니다
(태상) 그럼 1차 병원에서 이미 하지 정맥류 진단을 받고
나프타존을 복용한 적이 있다
이렇게 환자가 진술했는데
1차 검사를 잘 알면서 왜 또 기초 검사를 한 거죠?
당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당시 검진 시점이 15개월이 지난 상태였고
(진우) 약물 복용 역시 4개월 전부터 중지한 상태라
초기 검진 때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이외에 특이 사항은요?
(진우) 없습니다, 저희 과는 여기까지였습니다
(태상) 마취과 최영진 선생 [영진이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영진) 아, 예
(태상) 환자의 사망 원인이 뭡니까?
[긴장되는 음악]
아나필라틱 쇼크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
(영진) 8일 3시 15분경
로비눌과 미다졸람을 IM으로 사전 투약하에
2.5% 펜토탈을 투여하면서 마취를 시작했습니다
마취 시작 시점에 생 징후는
혈압 110에 60, 맥박 분당 80회
호흡 분당 20회 이하의 체온 정상 상태였는데
마취 시작 5분 정도 시점에
혈압이 90에 50으로 감소되었고
마취 시작 10분 정도에는
혈압이 50에 30으로 급감하면서
맥박이 분당 140회 이상 되는 쇼크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태상) 그, 수술 진정 동의서에는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과거력이 없었나요?
(영진) 아, 예, 그 부분은 앞서 저, 응급에서 언급했듯이
특별한 수술 이력이나 마취 전력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몰랐을 겁니다
쇼크 외 다른 증상은요?
기관지에 미세한 경련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집도의 양준희 선생의 오더하에
(영진) 도파민과 에페드린을 투여했습니다
(태상) 그, 해당 처방 후 환자 상태는?
(영진) 15분간 저혈압 상태가 지속되면서
심정지 했습니다
흉부
양준희 선생
(태상) 쇼크 진단 이유와 해당 사항에 대한 조치
시작하세요
(양 선생) 저혈압과 맥박 수 증가 후
기관지에 경련 증세가 있었지만
동맥혈 가스 분석과 전해질 검사에서
특이 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아나필라틱 쇼크로 진단했습니다
(태상) 에피네프린 투약 시점은요?
진단 시점에서 바로 컨티뉴어스 IV 경로로 투약했습니다
(승효) 잠깐만요
왜 IV입니까?
용량 에러나 심혈관 합병증 때문에 초기 투약은 IM으로 하는 게
가이드라인에 맞는 프로토콜 아닙니까?
[긴장되는 음악]
왜 IM으로 안 했습니까?
아, 그, 저...
피부에 홍조가 보여서
소독포를 벗겨 봤더니
전신에 발진이 돋아 있어서
아, 혈압도 많이 떨어진
아, 예, 저기...
(양 선생) 이미 떨어진 상태였고
IM으로는 효과가 없을 거 같아서
곧바로 IV로 투여했습니다
그 판단은 전적으로 양 선생 오더였습니까?
차트 보니까 OP 말미에 주경문 선생이 투입됐던데요
(양 선생) 그 오더를 내린, 그...
그 IV 오더를 내린 이유는 또...
심혈관 허탈 증세를 보였기 때문에
(태상) 아, IV 오더 이유가 아니라
'그 오더를 내린 사람이 누구냐'가 질문입니다
아, 예
제가 했습니다
해당 조치 후 환자는?
심정지...
사망입니다
[무거운 음악]
(경문) 마취 중 아나필락시스 발생률이 얼마나 될까요?
예?
만분의 일입니다
쇼크 발생률 만분의 일
(경문) 저는 흉부외과장 주경문입니다
경남 김해 토박이입니다
김해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했습니다
2013년에 그곳을 떴습니다
환자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160명
전원을 잃었습니다
제가 파견 나가던 의료원이 폐쇄 조치 됐을 때
전 의료 기관이 파괴되는 걸 봤습니다
수많은 댓글도 봤습니다
근무 태만
혈세 낭비
불친절
어마어마한 적자
공공 의료원의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폐쇄에 동조하는 수많은 댓글들
제 동료인 여러분들은 그 누구보다 아마 잘 기억하실 겁니다
불친절하고 낡았어도
공공 의료원에 몸을 누일 수밖에 없었던
기초 생활 수급자
시골 노인분들, 어린아이들
이들을 길바닥으로 몰아낸 제1 원인은
재정 적자입니다
당시 의료원은
매년 30, 40억의 적자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30, 40억
엄청난 돈이죠
전부 우리의 세금이고요
그해
경남도 1년 재정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12조 원입니다
민간 병원에 밀려서
이제는 10%도 채 남지 않은 이 땅의 공공 의료원이
폐쇄 조치 된 이유 적자 30, 40억은
경남도 1년 재정의
0.025%
(경문) 전 늘 묻고 싶었습니다
그 돈 30, 40억이 그렇게 아까웠어요?
그 돈이 그렇게 목말랐습니까?
진짜 문제는 폐쇄 자체가 아닙니다
당시 의료원 문제 많았습니다 예, 인정합니다
하지만 문제점을 봤다는 건 고쳐서
어떻게든 개선시켜서 다시 쓸 수 있는 나름의 기회였는데
고민 대신 날려 버렸어요
지방 의료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그냥 없애 버렸습니다
구승효 사장님
저희 흉부는 늘 인력이 부족합니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너무나 쉽게 말하죠
요즘 젊은 의사들이 돈 되고 편한 데로만 몰려서라고
하지만 우리 젊은 후배들 전부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왜
한 해 나오는 흉부 전문의가 전국에
스무 명이 되지 않을까요?
병원이
흉부에 투자를 안 해서입니다
적자 수술이 많아서
병원이
채용을 안 해서입니다
일할 데가 없어서
[어두운 음악]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수술장에 들어갑니다
만분의 일의 사고 위험도로
환자를 죽인 의사라는
비난을 들어도
[긴장되는 음악]
11번에 크라목신 줬어?
(소정) 체크 안 됐던데?
내가 확인 안 하고 그냥 중복 투약 했으면?
죄송합니다
(소정) 우리라고 암 센터랑 다른 거 없어
그동안 운이 좋았던 거지
(세화) 구 사장 다음 플랜이 뭘까요?
뭘 낚으려고 할까요?
(세화) 사장님은 이 사람들 다 뭘로 보이십니까?
아프다고 살려 달라고 온 사람들 다 뭘로 보이시냐고요
(승효) 직원들 하는 일이 뭔데요?
회사에 이익 주고 월급 타 가는 겁니다
(승효) 여기서 자괴감이 왜 나오는지 난 도통 이해가 안 되네?
(노을) 구 사장 계속 뭔가를 할 텐데 마지막일까요?
(영재) 당장 내쳐 버릴 거니까
(노을) 할 수 있으려나요? 새 원장이
(태상) 제게 힘을 모아 주세요
그럼 구 사장 밀어내겠습니다
.라이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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