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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거신 전화는 11

 

[사언] 그 침실은 이제부터 니가 써

 

내가 그 방에 들어갈 일은 없을 거야

 

나는 입구 쪽 방을 쓸 거고

 

너도 이 방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으면 해

 

[한숨]

 

[문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사언] 어제 메시지 못 봤어?

 

식사 챙길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퇴근 몇 시에 할지 몰라 기다리지 마

 

[사언] 내가 그때

 

니가 이 집에 있어 안심이 된다고

 

니가 내 아내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간밤에 너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더라면

 

[엘리베이터 알림음]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홍희주

 

[사언] 너 나랑 결혼한 거

 

좋아, 싫어?

 

싫지 않으면

 

우리 천천히

 

서로 알아 가 보는 건 어때?

 

[극적인 음악]

 

[사언] 증오와 복수에 인생을 걸지 말고

 

너와의 사랑과 행복에 내 인생을 걸었더라면

 

그러지 못한 대가를

 

이제야 치른다

 

희주야

 

- [사람들의 기침 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기침]

 

희주가 안 보여요!

 

[인아] 분명 같이 있었는데

 

[사언] 내가 찾아 볼게

 

희주야!

 

희주야! [기침]

 

[기침]

 

희주야!

 

[휴대폰 진동음]

 

[어두운 음악]

 

[납치범] 백, 백사언

 

죽, 죽이려고

 

내가

 

진짜 죽여 버리려고

 

당신 아내

 

희주야, 걱정하지 마

 

내가 갈게

 

- 지금 바로 갈 테니까 - [희주가 떨며] 오지 마

 

말했잖아

 

[떨리는 숨소리]

 

나도 한 번은

 

당신을 지키고 싶다고

 

[희주의 거친 숨소리]

 

이거 하나만 기억해요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한다는 거

 

희주야

 

사랑해요

 

- [차 가속음] - [고조되는 음악]

 

이런 미친년이 또, 씨!

 

[희주] 기억나?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는 거라고

 

니가 그랬잖아

 

내가 시작했으니까

 

끝내는 것도 내 손으로 할 거야

 

니가 다시는 그 사람 괴롭힐 수 없게

 

- [충돌음] - [통화 종료음]

 

[음악이 멈춘다]

 

희주야

 

희주야!

 

[떨리는 숨소리]

 

[비장한 음악]

 

[불안한 숨소리]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한숨]

 

[휴대폰 진동음]

 

- 여보세요 - [강 형사] 찾았습니다

 

찾았다면서요

 

[사언] 뭘 찾은 겁니까 차가 안 보이잖아요

 

아, 그게, 쯧…

 

사고 당시

 

주행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던 모양입니다

 

[강 형사] 가드레일을 받고 그대로…

 

[침울한 음악]

 

그리고

 

현장에서 이게…

 

[한숨]

 

수색을

 

시작해야 될 거 같습니다

 

[가까워지는 엔진음]

 

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희주는요?

 

[인아] 차가

 

저 아래로 떨어진 거예요?

 

말도 안 돼

 

- 희주야, 희주야, 희주야! - [일경] 여보, 진정해

 

[일경] 진정해, 여보, 여보!

 

수색은 바로 시작합니까?

 

[거친 숨소리]

 

그러게 왜 살려 둬서 이 사달을 만들어

 

그 죽일 놈 당장 내 눈앞에 데려와, 당장!

 

뭔 헛소리야

 

[의용] 누가 누굴 살려 줬다 그래!

 

당신 아버지가 날 속였어

 

이 천하의 능구렁이 같은 노인네!

 

그만들 하세요!

 

[인아] 이제 와서 누가 누굴 탓해요

 

언제부터 자식 생각 그렇게 했다고

 

자업자득이라는 거 모르시겠어요?

 

[연희] 우리 희주 찾을 수 있는 거죠?

 

제발 빨리 좀 찾아 주세요

 

희주야

 

희주야

 

[연희가 흐느끼며] 아, 희주야

 

[의미심장한 음악]

 

어머니가 안 왔네요

 

예?

 

[음악이 잦아든다]

 

[강 형사] 예, 확인해 봤는데

 

쯧, 없네요

 

추모객들 차량 블박도 싹 다 훑었는데

 

심규진 교수 잡힌 건 하나도 없었고요

 

생가 후문 쪽 CCTV는 실시간 감시용이어서

 

녹화가 안 됐습니다

 

[한숨]

 

일단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불길한 음악]

 

[셔터 작동음]

 

[차 키 조작음]

 

[사언의 한숨]

 

[통화 연결음]

 

[강 형사] 예

 

심규진 교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지워져 있습니다

 

[사언] 압수해서 복구하고

 

휴대폰 기록, 위치 기록 파악해서

 

사고 당시 어디서 뭘 했는지 알아내야 됩니다

 

예, 일단 압수 수색 영장 신청하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달칵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여기서 뭐 하는 거니?

 

무슨 짓이야?

 

울지 않으셨네요

 

[사언]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사고 현장엔 오지도 않고

 

울지도 않으셨네요

 

참 대단하십니다

 

내가 왜

 

울어야 하지?

 

[어두운 음악]

 

[규진] 니 아버지 백장호가

 

내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갔다가

 

그 애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

 

호수 바닥을 다 뒤집었지만

 

그 아이는 없었어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몸부림을 치고

 

가슴을 치며 울고 또 울고

 

물에 떠내려온 시신을 발견했다고 하면

 

맨발로 달려가고

 

그 짓은 이미

 

20년 전에 충분히 했어

 

그리고 이제

 

그 고통은

 

니가 겪을 차례 아니니?

 

[음악이 잦아든다]

 

[유리] 백사언 대변인의 기자 회견 이후

 

홍희주 씨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발견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구조 당국은 강 하류까지

 

수색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피디] 뭐야? 쟤 왜 안 해?

 

야, 나유리, 넘겨!

 

시청자 여러분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유리] 홍희주 씨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 [윤 피디의 탄식] - 돌아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조 요청드립니다

 

[잔잔한 음악]

 

괜찮겠죠?

 

괜찮아요

 

나 아직 체력 많이 남았어요

 

아니, 날씨요

 

아…

 

[유리] 비는 안 온댔는데

 

설마 하늘까지 안 도와줄까요?

 

기도합시다 [웃음]

 

[상우] 나 무교인데 요즘처럼 기도 많이 하는 거 처음이야

 

나도요

 

근데 언제쯤 물어볼 거예요?

 

뭘요?

 

희주가 백사언 씨 아내인 거 알고 있었냐

 

[상우] 알았으면 왜 말 안 했냐

 

지난번에 직접 들으라고 했던 거

 

희주 씨 얘기 맞죠?

 

네, 미안해요

 

왜 쌤이 미안해요?

 

희주 씨가 미안해해야지

 

그동안 나 속이고 재밌었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따질 거야

 

[유리] 사과받을 거야, 꼭

 

홍희주 큰일 났다

 

혼나겠다, 진짜

 

[옅은 웃음]

 

[상우] 근데 그거 알아요?

 

희주 걔 말도 해요

 

뭐, 뭘 한다고요?

 

말 엄청 잘해요

 

목소리는 또 얼마나 좋다고

 

[헛웃음]

 

우와…

 

[헛웃음]

 

안 되겠다, 쌤

 

- 밟을까요? - [유리] 네

 

우리 희주 씨 빨리 찾아요

 

찾아서

 

그 목소리 내가 직접 들어야겠어요

 

[음악이 멈춘다]

 

자, 우리 저기, 모여 볼까요?

 

[봉사자들의 대답]

 

[영우] 예, 저 오늘도 시작해 봅시다, 예

 

다들 저기, 정신 차리고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부탁드립니다

 

- 예, 시작해 주세요 - [봉사자들] 네

 

- 센터장님 - [센터장이 흐느낀다]

 

아니, 그냥

 

[센터장] 눈에 뭐가 좀 들어가서 그래

 

[가까워지는 엔진음]

 

아, 오셨네

 

[영우] 여기

 

[상우]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다들 와 주셨네요

 

[유리] 도움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유, 제가 할 소리죠

 

[떨며] 다들 이렇게 발 벗고 나서 주셔서

 

[센터장] 제가 얼마나 고마운지

 

근데 사언 선배는요?

 

그러게, 내내 현장에 붙어 있더니

 

아, 그게…

 

좀 전에 연락받고 가셨어요

 

어디를…

 

모르겠어요, 워낙 급하게 가셔서

 

[무거운 음악]

 

[강 형사] 확인해 주시죠

 

홍희주 씨 물건이 맞는지

 

[강 형사의 한숨]

 

이 소지품이 발견된 하류 바로 아래쪽으로는

 

댐이 있어서

 

여기까지 수색했는데도 발견되지 않았다면

 

[한숨] 생존 가능성은…

 

시체가 나오거든

 

그때 얘기하세요

 

[강 형사] 예?

 

그런 얘기는

 

시체가 나오거든 하라고요

 

아직은 더 찾아 봐야 합니다

 

압수 수색 영장은요?

 

아직입니까?

 

- 안 그래도 방금 연락이 왔는데 - [의미심장한 음악]

 

기각됐답니다

 

[강 형사] 심증이나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려운 데다

 

잘 아시잖아요

 

상대는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아내입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기도 합니다

 

[사언] 영장 다시 청구하십시오

 

받아 낼 방법 있습니다

 

[음악이 잦아든다]

 

24년 전

 

[의용] 할아버지와 함께 물놀이를 갔던 제 아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시신도 찾지 못한 저희 부부는

 

차마

 

자식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사망 신고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

 

제 아들이 종종 가던 낚시터에서

 

부모도 이름도 없이 자라던 아이

 

지금의 사언이를 만나게 됐습니다

 

제 아들과 같은 나이였던 사언이가

 

저희 부부에게는

 

운명처럼 느껴졌습니다

 

- [긴박한 음악] - [사이렌 소리]

 

- [팀원1] 이쪽 맞지? - [팀원2] 예, 맞습니다

 

[혁진] HBC 장혁진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친아들분은 살아 있으면서 왜 부모를 찾지 않았고

 

백사언 대변인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 이유는 뭡니까?

 

어, 질문은 잠시 후에…

 

[의용] 아닙니다

 

답변드리겠습니다

 

항간에

 

제 아들이 백 대변인을 협박했다

 

살해 위협을 했다

 

이런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한숨]

 

제 아들은 물놀이 사고 이후

 

정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고…

 

협박 및 살해 위협이 사실이 아니라니요?

 

[혁진] 홍희주 씨 납치 당시

 

백 대변인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아드님의 음성과 통화 내용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00년에 있었던 신일애육원

 

아동 실종 살해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데요

 

자, 한번 들어 보시죠

 

[녹음 속 도재] 그놈을 처음 본 건

 

작년 대통령실 부근에서였습니다

 

그게 뭡니까?

 

용의자의 공범이 한 진술입니다

 

더 들어 보시죠

 

[음악이 멈춘다]

 

백사언 대변인한테 적개심이 있는 사람을 본 건

 

[도재]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 [납치범] 아이씨! - [남자] 빨리 보내!

 

[납치범이 소리치며] 백사언 나와!

 

백사언!

 

무슨 일입니까?

 

[남자] 저 사람이 계속 대변인님을 만나겠다고

 

- 무작정 들어가겠다고 해서요 - [납치범] 놔!

 

이 새끼들아!

 

[납치범의 거친 숨소리]

 

반드시 돌아온다

 

내가

 

백, 백사언 그 새끼 모가지 딸 거야!

 

[의미심장한 음악]

 

[도재] 저 사람도 피해자인 걸까?

 

저 증오심을 이용해 볼 수 있을까?

 

저랑 목표가 같은지 확인해 보려고 며칠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그놈이

 

결정적인 장소로 향하는 걸 봤죠

 

결정적인 장소요?

 

[철컹대는 소리]

 

[도재] 형과 신일애육원 아이들이 실종된 장소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랑 같은 피해자라고 확신을 했죠

 

[카메라 셔터음]

 

[도재] 당신 누굽니까?

 

왜 백사언한테 복수하고 싶어 하는 겁니까?

 

[문자 전송음]

 

[녹음 속 도재] 그놈은 낚시터에서 자랐다고 했습니다

 

백장호는

 

손자가 죽인 시체들을 가져와

 

낚시터지기에게 처리를 맡겼는데…

 

뭐 해? 빨리 처리해!

 

[술렁이는 소리]

 

[도재] 어느 날 손자 얼굴을 봤다는 이유로

 

자기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고

 

그 뒤부터 온전치 못한 상태로 살고 있다

 

자기를 이렇게 만든

 

백씨 가문에 복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 거짓말이었지만요

 

[혁진] 아, 예예, 가져가요, 어

 

이미 경찰에 다 넘겼으니까

 

[의용이 다급하게] 자자자, 여러분

 

지금 사람이 두 명이나 실종됐고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어, 근거 없는 가짜 뉴스에 현혹될 게 아니라…

 

저, 무슨 일입니까?

 

심규진 씨 맞습니까?

 

그런데요?

 

성랑서 강력계 강형철 형사입니다

 

[형철] 심규진 씨를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긴급 체포 합니다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형철] 자, 심규진 씨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지금부터 하는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형철] 연행해

 

[소란스러운 소리]

 

[싸우는 소리]

 

[음악이 뚝 끊긴다]

 

[연희의 한숨]

 

[휴대폰 두드리는 소리]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통화 종료음]

 

- [애잔한 음악] - [한숨]

 

엄마는

 

[훌쩍인다]

 

나처럼 산전수전 안 겪고

 

고생 안 하고

 

[연희] 부잣집에 시집가서 예쁜 옷 입고 사치도 부리고

 

그렇게 살길 바랐어

 

그게 널 위한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목멘 소리로]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안 나

 

못 본 거 같아

 

[흐느끼며] 희주 니 웃는 얼굴

 

[흐느낀다]

 

- [쾅 문 열리는 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왜 이러고 계세요?

 

뭐라도 하셔야죠!

 

- [인아] 왜요? - [한숨]

 

아버지가 나섰다간 20년 전에 백 총재랑 했던 거래가

 

만천하에 드러날까 봐 무서우세요?

 

좋아요

 

아버지가 못 하면 제가 할게요

 

우리 두 집안에 왜 이런 비극이 생겼는지

 

세상 사람들도 다 알아야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가만있으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보셨잖아요

 

[인아] 20년 전에 아버지가

 

막내아들을 잃고도 가만있었던 결과가 뭔지

 

[한숨]

 

[연희가 다급하게] 회장님, 회장님

 

[연희의 가쁜 숨소리]

 

이, 이게 무슨 소리예요?

 

무슨 일이야?

 

[불길한 음악]

 

사, 살인?

 

심규진 이년이 누굴 죽였다는 거예요?

 

아니죠?

 

우리 희주는 아니죠?

 

[떨리는 숨소리]

 

- [떨리는 숨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키보드 조작음]

 

[규진] 뭐 시신이라도 발견된 거예요?

 

무슨 시신이요?

 

살인 혐의라면서요

 

내가 누굴 죽였으니까 이 자리에 불려 온 거 아닌가?

 

[규진] 아니, 그 전에

 

형사님, 옷 벗을 각오는 돼 있죠?

 

명예 훼손, 직권 남용

 

난 옷 벗길 이유 얼마든지 있는데

 

[형철] 시신을 찾았냐…

 

실종된 홍희주 씨 살인 혐의로

 

이 자리에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서늘한 음악]

 

살해 혐의 인정합니까?

 

이게

 

어떻게…

 

[문 닫히는 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사언] 할아버지 인장입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제게 주셨죠

 

[강조되는 효과음]

 

[사언] 며칠 뒤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지금 제가 가져가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그때 찍힌 겁니다

 

[사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그 순간의 진실이

 

[음악이 뚝 끊긴다]

 

[장호의 힘겨운 숨소리]

 

[장호가 힘없이] 아가

 

내 며느리로 사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야

 

용서를 구하시네요

 

용서?

 

니 아들을

 

내 손으로 보낸 죄

 

[장호] 그 얘기냐?

 

또 있습니다

 

[규진] 내 아들 자리에

 

당신 아들을 갈아 끼운 죄

 

역시

 

[장호] 알고 있었구나

 

[규진] 처음엔 몰랐죠

 

[무거운 음악]

 

내 아들이 죽자마자 아이를 하나 데려와

 

사언이라고 여기고 키우라면서 들이밀었을 때는요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아버님을 닮아 가는

 

그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를 향한

 

아버님의 그 사랑 가득한 시선

 

그 자랑스러워하던 모습을 보면서

 

모를 수가 없더군요

 

내 아이를 키우며 누렸어야 할 기쁨과 영광을

 

아버님이 대신 누리셨네요

 

그게 아니지

 

[장호] 니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니가 겪어야 했을 고통과 비극을

 

내가 막아 준 거다

 

끝까지

 

용서를 빌지 않으시는군요

 

- [힘겨운 숨소리] - [격정적인 음악]

 

[한숨]

 

그럼

 

제가 빌게요

 

[고조되는 음악]

 

용서하세요, 아버님

 

[장호의 고통스러운 소리]

 

[심전도계 경고음]

 

[빨라지는 경고음]

 

[장호의 힘겨운 소리]

 

[심정지 경고음]

 

- 사람들은 - [음악이 잦아든다]

 

마지막 순간이 오면

 

진실을 말하기 마련이죠

 

[사언] 그래서 준비해 뒀습니다

 

일평생 숨겨 뒀던

 

어머니의 진심이 드러나는 그 순간을 위해서

 

[규진] 역시

 

백장호 아들답구나

 

아버지를 죽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 주겠다?

 

백장호를 위해 찍어 둔 게 아닙니다

 

[사언] 이 집안의 추악한 민낯을 공개하는 날

 

그때 쓰려고 아껴 둔 카드였죠

 

근데 누굴 망치려는 게 아니라

 

누굴 살리기 위해 꺼내 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어머니

 

이제 다 밝히세요

 

희주가 어디에 있는지 희주를 어떻게 했는지

 

어머니 핸드폰, 블랙박스는 이미 다 경찰에 넘어갔습니다

 

증거가 나오기 전에 자백하면 유리하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흥미로운 음악]

 

그런데 궁금한 게 있구나

 

그래, 그 아이를 납치했다고 치자

 

[규진] 그런데 니가 찾고 싶은 건

 

시신이 아니라

 

그 애의 살아 있는 모습이겠지?

 

- [긴장되는 음악] - 그런데 말해 보렴

 

내가 그 아이를 살려 둘 이유가 하나라도 있니?

 

인질 삼을 것도 아니고

 

걔를 살려 둬서 뭐 하지?

 

너라면 번거롭게 걔를 살려 뒀겠어?

 

[휴대폰 진동음]

 

예, 교수님, 태웠습니다

 

희주 양은 어떻게 할까요?

 

예?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긴장되는 음악]

 

[사언] 어머니라면

 

반드시 살려 두셨을 겁니다

 

절 위해서

 

널 위해서?

 

[사언] 어머니가 그러셨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 수 없어서

 

몸부림치고 가슴을 치며 울고 또 울고

 

물에 떠내려간 시신이 발견됐다고 하면

 

맨발로 달려 나가는 그 고통을 겪는 건

 

이제 제 몫이라고

 

그래, 그랬지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셨겠죠

 

[사언]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머니는

 

나를, 백장호의 아들을 더, 더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끝까지 찾고야 말았을 겁니다

 

[음악이 멈춘다]

 

- [벌컥 문 열리는 소리] - [형철] 어떻게 됐어?

 

- CCTV 영상 있습니다 - [형철] 띄워

 

[형철] 오른쪽 카메라

 

확대해

 

며칠째 아무것도 먹질 않는구나

 

굶어 죽을 셈이니?

 

왜지?

 

[한숨]

 

내가 널 죽일 수도 있었어

 

[규진] 그런데

 

기껏 여기까지 데려와서 살려 줬더니

 

대체 왜 죽으려는 거야?

 

[힘없이] 당신 속셈을 아니까

 

내 속셈?

 

그게 뭔데?

 

지금쯤 아마 그 사람이 나를 미친 듯이 찾고 있을 거야

 

1년

 

[희주] 2년

 

그러다 한 10년쯤 세월이 흐르면

 

단념하게 되겠지

 

내가 죽었다고

 

받아들이게 되겠지

 

[조용한 음악]

 

그러다 20년이 넘게 지난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랑하는 사람이

 

사실은

 

살아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함께하지 못한 지난날들을

 

마음 아파하며

 

후회와

 

회한으로

 

가슴 치게 하려는 거잖아 그 사람을

 

[가슴 치는 소리]

 

저를 위해서

 

[사언] 그 마지막 고통을 마련해 두셨을 겁니다

 

어머니라면요

 

홍희주 씨 찾았습니다

 

[긴박한 음악]

 

[형철] 자, 주소 체크하고 빨리 이동해!

 

[팀원들] 예

 

[사이렌 소리]

 

[음악이 멈춘다]

 

[한숨]

 

[규진] 만일

 

내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실장님이 처리를 맡아 주세요

 

[강렬한 음악]

 

[고조되는 음악]

 

내 아들은 살리고

 

[음산한 음악]

 

[규진] 그 아이는

 

죽여요

 

- [긴박한 음악] - [사이렌 소리]

 

제발

 

희주야, 조금만

 

[불안한 숨소리]

 

[음산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차 가속음]

 

- [민 실장] 희주 양 - [놀란 숨소리]

 

[음악이 뚝 끊긴다]

 

도망치세요

 

빨리

 

[힘겨운 숨소리]

 

[극적인 음악]

 

[희주]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긴장한 숨소리]

 

[희주] 그런데

 

보고 싶어

 

[거친 숨소리]

 

[희주] 죽는 건 무섭지 않았지만

 

당신을 다시는 못 본다는 게 너무 무서웠어

 

[쾅 문 두드리는 소리]

 

[납치범] 밖에 있지?

 

누구야?

 

문 열어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열어

 

당장 열어!

 

나랑

 

같이 노, 놀래?

 

[납치범] 놀자

 

여기 재, 재밌는 거 많아

 

이거 가, 갖고 놀자

 

놀자!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전동 드릴 작동음]

 

- [납치범의 악쓰는 소리] -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문 뚫리는 소리]

 

[납치범의 다급한 소리]

 

[소리친다]

 

[납치범] 내가 반드시 너

 

죽여 버린다, 나가서

 

- [절규하며] 열어 줘, 열어 줘! - [음악이 잦아든다]

 

[한숨]

 

[철컥 장전 소리]

 

- [납치범] 열어 줘! - [의용] 열어

 

[납치범의 흐느끼는 소리]

 

[납치범] 내가 반드시 나가서 죽여 버린다

 

- [납치범] 열어 줘! - [의용] 아까 다 봤거든

 

눈짓 주고받는 거

 

- [팀원] 가만히 계세요! - [보좌관] 뭐 하는 거야, 지금?

 

[소란스럽다]

 

[의용] 뭔가 있구나 싶어서 따라왔더니

 

- 여기일 줄이야 - [납치범] 열어 줘!

 

[계속 쾅쾅대는 소리]

 

여기다 꽁꽁 숨겨 놨을 줄이야

 

[납치범이 울부짖으며] 열어 줘!

 

[의용] 자

 

내 업보

 

[납치범] 너 죽, 죽여 버릴 거야

 

내 손으로 처리할 테니까

 

[납치범] 죽여…

 

[의용] 그 문

 

[납치범의 흐느끼는 소리]

 

열어

 

[납치범이 쾅쾅대며] 열어!

 

[가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총성]

 

[놀란 숨소리]

 

[차 가속음]

 

[불안한 음악]

 

[힘주는 소리]

 

[의용의 힘주는 소리]

 

오랜만이야, 아, 아버지

 

[납치범] 이걸로 뭐 하게?

 

나 쏘게?

 

[규진] 그 애가 당신을

 

참 많이 닮았더라

 

[떨리는 숨소리]

 

[민 실장] 대표님!

 

[헛웃음]

 

반가웠어

 

[납치범] 잘 가

 

- 아, 아버지 - [음악이 잦아든다]

 

[총성]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휘파람 소리]

 

[계속되는 휘파람 소리]

 

[겁먹은 숨소리]

 

- 언니야 - [긴장되는 음악]

 

언니야!

 

왜 혼자만 갔어?

 

[납치범] 나, 나랑 더 놀아야지!

 

[서늘한 효과음]

 

[차 엔진음]

 

도와줘, 도와주세요

 

[희주의 가쁜 숨소리]

 

찾았다

 

[음악이 잦아든다]

 

[거친 숨소리]

 

- [극적인 음악] - [거친 숨소리]

 

[희주의 거친 숨소리]

 

희주야

 

[흐느끼는 숨소리]

 

[희주의 흐느끼는 소리]

 

희주야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

 

괜찮아? 다친 데 없어?

 

괜찮아

 

[사언] 가자

 

[차 문 열리는 소리]

 

집에 가자

 

이제 다 끝났어

 

안 끝났어

 

그놈이 근처에 있어요

 

총을 갖고 있어

 

[형철] 빨리 피하세요

 

저희가 수색해서 체포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형철] 자

 

난 대변인님 차를 따라갈 테니까

 

나머지는 흩어져서 주변을 샅샅이 뒤져

 

용의자가 총을 소지하고 있으니까 유의하고

 

인근 지구대에 지원 요청부터 해, 빨리

 

[팀원들] 예, 알겠습니다

 

희주야, 잠들면 안 돼

 

병원부터 가자, 어?

 

조금만 참아

 

- [급정거 소리] - [음악이 멈춘다]

 

[사언의 떨리는 숨소리]

 

어딜 가?

 

더 놀아야지

 

[사언의 긴장한 숨소리]

 

백사언, 내려

 

[불길한 음악]

 

희주야

 

내 말 잘 들어

 

절대 내리지 말고 여기 있어

 

안 돼, 내리지 마요

 

내려!

 

[희주가 떨며] 안 돼, 안 돼

 

내가 끝내야 돼

 

절대 나오지 마

 

[사언] 우리 둘이 얘기하자

 

더 이상 홍희주는 끌어들이지 마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니가 이긴 거 같아?

 

[납치범의 웃음]

 

근데 말이야

 

진짜 니가

 

이긴 걸까?

 

난 널 이기길 원한 게 아니야

 

[사언] 말했잖아

 

니 걸 빼앗고 싶었던 게 아니라고

 

[납치범의 웃음]

 

그래

 

넌 그냥

 

[납치범] 이대로 홍희주랑 행복하게 잘, 잘 살고 싶겠지

 

근데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나?

 

 

니가

 

진짜 제대로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고 했던 거

 

너는 죄가 없어?

 

[납치범의 헛웃음]

 

그럴 리가

 

너는

 

죄 많은 백장호의 아들이잖아

 

뭐야?

 

- [무전기 작동음] - 용의자 발견

 

지원 팀 출동 바람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무음]

 

[비극적인 음악]

 

[떨리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납치범의 헛웃음]

 

[기괴한 웃음]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

 

[납치범] 그래!

 

이거야

 

[한숨]

 

[납치범의 웃음]

 

내가 보고 싶은 니 얼굴이

 

바로 이거였어

 

총 버려!

 

- [총성] - [음악이 잦아든다]

 

[사언] 홍희주

 

너 나랑 결혼한 거

 

좋아, 싫어?

 

싫지 않으면

 

우리 천천히

 

서로 알아 가 보는 건 어때?

 

[한숨]

 

좋아요

 

[애절한 음악]

 

좋아해요

 

[당황한 숨소리]

 

뭐?

 

좋아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언제부터?

 

어릴 때

 

[희주] 날 업어 주던

 

그 순간부터

 

[희주] 얘기할걸

 

그가 내 옆에 있을 때

 

숨기지 말고 감추지 말고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좋아했다고 말할걸

 

메리 크리스마스

 

예쁘다

 

[사언, 희주의 웃음]

 

[타이머 알림음]

 

- 어? 타는 냄새 - [사언] 어?

 

[놀란 숨소리] 안 돼

 

- [희주의 아파하는 소리] - 내 스테이크

 

안 돼, 안 돼!

 

[사언] 아!

 

아이고

 

[희주] 어떡해? [놀란 숨소리]

 

연기 봐! [놀란 숨소리]

 

- 불났다, 불 - [사언] 다 탔어, 어떡해

 

[희주가 웃으며] 고기 안 보이는데?

 

괜찮아

 

[음악이 잦아든다]

 

[희주] 이제야

 

그가 떠난 뒤에야

 

늦은 후회를 한다

 

[쓸쓸한 음악]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 주십시오

 

[통화 종료음]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 주십시오

 

[통화 종료음]

 

[한숨]

 

[희주] 그때

 

그가 들은 건 뭐였을까

 

무엇이 그를 그렇게

 

슬픈 눈으로 나를 보게 만들었을까

 

[한숨]

 

- [휴대폰 진동음] - [음악이 잦아든다]

 

[다급한 숨소리]

 

여보세요

 

여보세요

 

당신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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