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전화는 12
안 돼
[형철] 저 새끼 잡아!
[희주] 안 돼
[고조되는 음악]
[희주가 흐느낀다]
안 돼, 안 돼
[흐느끼며] 어떡해, 어떡해
[희주가 엉엉 운다]
- [음악이 뚝 끊긴다] - [놀란 숨소리]
[휴대폰 진동음]
여보세요
네?
[남자] 바른문화재단 김필석…
- 희주 씨도 몰랐다는 거죠? - [희주] 네, 몰랐어요
거기가 어디예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
아니요, 오지 마세요
지금 여기 기자들도 많고
중요한 건 그 자식 여기 안 왔어요
[불안한 음악]
[혁진] 오늘 오전 백사언 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고 백장호 총재로부터 상속받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모든 법적 절차와 후속 조치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서만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한편 대통령실은 백 전 대변인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희주] 그가
사라졌다
- [아이들의 환호] - [음악이 잦아든다]
[상우] 얘들아, 밥 먹자!
[아이들의 환호]
조심, 조심
[유리] 자
- [아이1의 말소리] - [상우] 네
[유리] 자, 많이 먹어
- 먹고 또 먹어도 돼요? - [유리] 그럼
많이 먹어야 빨리 크지
저 상우 쌤보다 키도 훨씬 크고
더 멋진 남자 될 거예요
그러니까 상우 쌤이랑 결혼하면 안 돼요
- 결혼? - [상우] 야
[아이2의 당황한 소리]
천천히 커라 귀여운 게 최고야, 인마
- 메롱 - [상우] 메롱
[유리, 아이2의 웃음]
[유리] 참…
[질색하는 소리]
[질색하는 소리]
왜 견제를 해요, 애한테?
견… [헛웃음]
견제는 무슨
소식 들었어요?
백사언 대변인 전 재산 환원
들었죠
그 대박 소식을 어떻게 몰라요
[상우] 원장님이 그러시는데
우리 누리꿈마을도 후원받는대요
선배한테요?
뭐, 익명의 후원자라는데
누구겠어요
재산은 기부해
대변인은 사퇴해
연락은 안 돼, 어디 있는지도 몰라
백사언이라는 사람이 그냥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거 같아요
맞잖아요
백사언은 죽었잖아요
[무거운 음악]
맞아요, 죽었죠
[유리] 속보입니다
조금 전 백사언 대통령실 대변인의 아내 홍희주 씨가
실종 나흘 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소란스럽다]
서울 성랑경찰서는 홍희주 씨를 납치, 살인 교사 한 혐의로
자유민성당 백의용 후보의 아내 심규진 씨를 입건한 한편
심 씨에게 교사를 지시받은 민 모 씨를 체포해 조사 중인데요
민 모 씨는 추락사로 위장하기 위해
사고 차량을 강으로 밀었으며
신발과 휴대 전화 등 홍희주 씨의 소지품을 흘려
경찰의 수사를 방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홍희주 씨를 납치한 용의자는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총기로 피해자를 위협해
결국 경찰이 쏜 실탄에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음악이 뚝 끊긴다]
[털썩 주저앉는 소리]
[납치범이 울먹이며] 엄마!
[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소리치며] 엄마!
[어두운 음악]
[납치범의 성난 숨소리]
거기 있지?
바, 밖에 있는 거 다 알아, 이씨
[납치범이 쾅쾅대며] 나 왜…
[절규하며] 왜 여기 가둔 거야!
[납치범의 거친 숨소리]
언제까지 가, 가둘 거야?
말했지?
엄마는
엄마는 널 다시는 잃고 싶지 않다고
[규진] 후회 많이 했었어
엄마가 그때
그때 널 지켰다면
그렇게 잃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까 사언아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어
엄마는
엄마는 널 가두는 게 아니야
지키는 거야
[규진의 떨리는 숨소리]
[쿵 부딪는 소리]
[쿵 부딪는 소리]
[허탈한 숨소리]
- [흐느끼는 숨소리] - [격정적인 음악]
[오열한다]
[음악이 잦아든다]
그동안 저는
남들보다 운 좋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용] 정치 명문가 집안
온 국민의 존경을 받던
제 아버지
[의용의 떨리는 숨소리]
[훌쩍인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실체는
제가 믿었던 것과 정반대의 허상 그 자체였으며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은
살아 돌아와
제 목을 더 옭아맸습니다
그래서 전
제 집안, 배경 모두 버리고
인간 백의용으로 다시 서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모자람과 과오를
너그러이 포용해 주신다면
이 백의용
더 나은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아련한 음악]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
"메리 크리스마스"
[음악이 잦아든다]
[TV 속 기자] 백의용 후보는 3.4%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희주] 백씨 가문에선 끝내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다
- [차분한 음악] - [판사] 피고인은
시아버지를 살해하였으며
반성의 기미 없이 다시금 살인을 교사하는 등
결국 사상자가 발생하는 범죄를 반복하였다
본 법정은 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
피고인 심규진을
무기 징역에 처한다
[희주] 결국 두 번이나 아들을 지키지 못한 어미는
항소했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평생 백씨 가문에 충직했던 집사는
죄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TV 소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백씨 가문의 스캔들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그는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음악이 잦아든다]
또 오셨네요
잘 지냈어요?
왜 계속 오시는 겁니까?
[도재] 잘 아시잖아요
제가 대변인님 배신자라는 거
배신했다는 걸 알기 전까지
그 사람이랑 제일 자주 통화하고
제일 많이 얘기 나눴었잖아요
예, 그랬죠
뭐라도 좋아요
[희주] 그 사람이랑 했던 얘기 중에
생각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해 주세요
먼지처럼 사라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도재] 복수가 끝난 다음
그분의 인생을 지탱해 왔던
목표와 대상이 다 없어지고 나면
자폭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원래는
[의미심장한 음악]
원래는?
예,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까?
물론
난 복수 이후의 삶을 살 겁니다
[사언] 남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랑 같이
[도재] 그래서 저는 그분이
복수가 끝났기 때문에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음악이 잦아든다]
어? 희주 씨
과장님
아, 이, 이게 얼마 만이에요
잘 지내셨…
오랜만이네요
박도재 씨 만나러 오신 거예요?
아, 예, 종종 옵니다 [웃음]
[영우] 대변인님 생각하면 괘씸하긴 해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으니까
또 봬요
종종 물어보셨어요
[잔잔한 음악]
부부 사이엔 어떤 대화를 하는지
[영우] 애정 표현은 어떻게 하는지
좋은 남편은 어떻게 되는 건지
[사언] 부부 사이에
뭐, 서로 감추는 거라든가
속인다든가 하는 건 없냐고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영우] 부부 사이에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노력?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겁니까?
예?
'사랑해, 우주 최강'
[영우] 서툴지만
노력 많이 하셨어요
더 듣고 싶어요
[영우의 한숨]
대변인님이
이걸 배우셨어요
[웃으며] 믿겨지세요?
그, 워크숍 갈 때였는데
버스 안에서 저한테
애정 표현에 대해서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요걸 가르쳐 드렸죠
근데 이제
'홍희주 씨를 위해서 연습을 했다'라곤 상상도 못 했고
보고 싶네요, 아이고, 참
[음악이 잦아든다]
멋지다, 잘 어울려
[웃음]
아빠, 기억나?
[희주] 어릴 때 크리스마스 되면 아빠가 꼭 돈가스 사 줬던 거
돈가스 맛있어
홍 회장님 집에서도
[희주] 크리스마스마다 온갖 맛있는 음식 다 먹었지만
나는 아빠랑 먹는 돈가스가 제일 맛있었어
나 돈가스 좋아해 그래서 내가 사 달라고 했어
내가 오자고 한 거잖아
[직원] 음식 나왔습니다
[희주] 감사합니다
[직원] 어? 또 오셨네요?
- [웃음] - [직원] 맛있게 드세요
맛있어
[희주] 근데 아빠
여기 온 적 있어?
내 생일날
내가 사 달라고 했어
누구한테?
우리 사위
[탄성]
뭐?
[애틋한 음악]
그게 언제야? 아빠 생일이면 7월?
그 후로는 안 왔어? 못 봤어?
- [초인종 소리] - [음악이 잦아든다]
- [도어 록 작동음] - [희주의 다급한 숨소리]
가자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인아] 곧 크리스마스잖아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평창동이 싫으면 나랑 어디 여행이라도 가든가
언제까지 이 집에 있을 거야
언제까지 얘기해야 돼
나 이 집에서 안 나가
계속 이렇게 기다린다고?
[인아] 벌써 6개월이나 지났어
이 집 비웠는데
그 사람 돌아오면?
[희주] 왔는데
내가 없어서 엇갈려 버리면 어떡해
난 아직도
그 사람이 없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 언니
그때 구조되고 병원에서 눈떴을 때만 해도 분명히
내 옆에 있었어
[잔잔한 음악]
[희주] 탈진 상태로 며칠 동안 잠을 자고 또 자고 할 때
[떨며] 눈뜰 때마다
내 옆에 꼭 붙어 있었어
늘 거기 있을 것처럼
[옅은 한숨]
[희주의 떨리는 숨소리]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밤에도
[사언] 희주야
희주야
괜찮아
꿈이야, 응?
다행이다
당신이 총 맞는 꿈을 꿨어
아니야, 나 이렇게 옆에 있잖아
안심하고 자
[애잔한 음악]
[희주가 울먹이며] 날 재워 주던 따뜻한 손길이
아직도 너무 선명해
금방이라도 돌아올 거 같은데 내가 어떻게 이 집을 떠나?
안 돌아와
뭐?
[인아] 시간 지나면 단념할 줄 알았어
잊을 줄 알았어
근데 어쩜
하루도 한시도 잊지를 못하니?
언니는 아는 거야?
그 사람이 왜 떠났는지 왜 안 돌아오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어?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거 이거 하나야
잊어
[인아] 그 사람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왜!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고
언니, 말해 줘
부탁이야
[한숨] 희주야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은 안 들리겠지
[인아] 근데 난
이제 니가 덜 아프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니야
[흐느낀다]
그 사람이 있어야 내가 덜 아프고
더 행복할 수 있어
[희주] 나 그 사람이 너무 필요해
너무 보고 싶어
[계속 흐느끼는 소리]
[휴대폰 진동음]
[사언]
여길 왜?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 주십시오
[통화 종료음]
[한숨]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신 후 걸어 주십시오
[통화 종료음]
[한숨]
[휴대폰 진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 [영어 안내 음성] - [한숨]
[통화 종료음]
아르간?
[음악이 잦아든다]
[혁진의 헛기침]
예? 아르간에서 전화가 와요?
전화만 온 게 아니에요
[초인종 소리]
[집배원] 홍희주 씨?
네, 저인데요
예, 여기
국제 우편입니다
여기 사인 한 번만 해 주세요
[집배원] 네
[잔잔한 음악]
[남자가 영어로] 홍희주 님, 감사합니다
전쟁으로 청각을 잃은 아이들을 위해
수어 학교가 지어졌습니다
당신의 기부금 덕분입니다
[한국어로] 내 이름으로?
[남자가 영어로] 이제 아이들이
세상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아이들의 눈엔 희망이 가득하고
그들의 미래는 밝습니다
이 아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 주세요
[희주가 한국어로] 뷔벤 국제 수어 학교…
"위치 안내"
[음악이 잦아든다]
얼마를 기부했다고요?
20억이요
20억?
[혁진의 놀란 숨소리]
아니, 희주 씨 그렇게 돈이 많았어요?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까요
[희주] 나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어요
그럼 누가…
그 사람이랑 같이
아르간에서 종군 기자 했었죠?
[희주] 아르간에 혹시 있을 만한 곳 모르세요?
아니, 그건 또 뭔 소리…
백사언
아니, 그 자식이 이 짓거리를 했다는 거예요?
아니면 누구겠어요
[희주] 아르간에서 걸려 온 전화
20억은 왜 20억이며 406, 604…
이게 다 우연 같아요?
[혁진의 헛기침]
[헛웃음] 난 뭔 소린지 잘 모르겠고
뭐, 아르간에 있을 만한 곳 알면 뭐요
설마 거길 가 보겠다는…
[희주] 짐작 가는 곳 있으면 알려 주세요
아니, 희주 씨
아르간 내전 지역인 거 몰라요?
[혁진] 아무나 못 갈 뿐만 아니라
가면 죽어요
여기서 그 사람 기다리다 피 말라 죽으나
[희주] 거기 가서 총 맞아 죽으나 나한텐 매한가지예요
그러니까 알려 주세요
듣기 전엔 나 안 가요
[한숨]
[비장한 음악]
[혁진] 노을
노을이요?
그놈 핸드폰 잠금 화면 본 적 없어요?
[혁진] 그 자식 노친놈이에요
노을에 미친 놈
[혁진] 아르간에 있었을 때
해 질 녘만 되면 달려가곤 했어요
거기 죽이는 선셋 스팟이 있거든요
거기서 노을 진 하늘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어린 사언] 붉은 게 꼭 터진 니 볼 같네
[음악이 잦아든다]
- [영어로] 감사해요 - [남자] 별말씀을요
전쟁 중에 청각을 잃은 아이들이 많은데
[남자] 덕분에 이렇게 좋은 학교가 생겼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이 사람이…
제 이름으로 이 학교에 기부금을 낸 사람인가요?
[남자] 글쎄요… 홍희주라는 이름으로 기부금만 받았을 뿐
직접 온 사람은 없었어요
여기 근처에 선셋 스팟이 있다던데 어떻게 가나요?
선셋 스팟?
[남자] 베스틴 성당을 말하는 건가요?
네, 거기요!
거긴 지금 못 가요
왜요?
그 근방을 반란군이 점령했거든요
[남자] 갔다간 죽어요
[불길한 음악]
"베스틴"
"베스틴"
[종소리]
[반군] 손 들어!
손 머리에 올려!
[음악이 뚝 끊긴다]
- [폭발음] - [포로들의 비명]
[긴장되는 음악]
- [반군1] 지뢰다! - [반군2] 앞차가 당했어!
[반군3] 가자!
[고조되는 음악]
[포로들의 겁먹은 소리]
[긴장한 숨소리]
- [가쁜 숨소리] - [차분한 음악]
[놀란 숨소리]
[안전벨트 채우는 소리]
[차 문 여닫히는 소리]
[긴박한 음악]
[반군1] 젠장!
[반군2] 저기다!
[요란한 총성]
[희주의 거친 숨소리]
- [타이어 마찰음] - [음악이 뚝 끊긴다]
[멀어지는 엔진음]
- [다급한 숨소리] - [안전벨트 푸는 소리]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가쁜 숨소리]
[애틋한 음악]
[한국어로] 기다리라고 했지
내가 널 찾을 때까지
[사언] 근데 대체 왜
니가 여기 있어
[가까워지는 엔진음]
[떨리는 숨소리]
[멀어지는 엔진음]
[사언, 희주의 가쁜 숨소리]
[사언] 너 때문에…
너 때문에 내 계획이 몇 번이나 바뀌는 줄 알아?
[한숨]
아니, 애초에
니 앞에선 아무 계획도 소용없었어
그냥 죄다 엉망이 돼
엉망이 되라지
[희주] 다 망쳐 버릴 거야
[희주의 거친 숨소리]
그놈의 계획, 계획
그래서
우리 관계에 계획대로 된 게 하나라도 있어?
난 하나도 없어
당신하고 이혼하는 게 내 계획이었는데
알잖아
이혼은커녕
[흐느끼며] 당신을 벗어나긴커녕
하루도 당신 없인 못 살겠어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여기까지 왔어
너 바보야?
어떻게 나 없이 못 산다는 소리가 나와?
[사언] 어떻게…
다 아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뭘 안다는 거야?
[인아]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거 이거 하나야
그 사람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
혹시 언니가 무슨 말 했어?
아니, 그 전에
[무거운 음악]
[희주] 그날 당신이 알게 된 건 뭐야?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본 거야?
대답해, 도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냐고!
[납치범] 그거 알아?
니 아버지 백장호가
홍희주 동생 죽인 거
[웃으며] 그래
그 교통사고
백장호가 사주해서
트럭으로 다 밀어 버린 거야
- [충돌음] - [애달픈 음악]
백장호가 그렇게 숨겼던 내 얼굴을
홍희주 동생이 봐 버렸거든
[사언] 몸속에 흐르는 피부터 이름까지
죄 많은 내 인생에
유일하게 잘한 일이
희주 너 하나 지킨 거였는데
알고 보니 난
널 지킨 게 아니라
너한테서 많은 걸 빼앗았더라
니 동생
니 어린 시절
니 꿈
다 짓밟은 사람이 내 아버지였어
[떨리는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이제
다 알았어요?
희주는…
알고 있어요, 전부
[인아] 다 알면서도
당신을 위해 목숨 건 거예요
[흐느낀다]
[흐느끼는 숨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그래서 날 떠난 거야? 나한테 미안해서?
널 떠난 게 아니라
날 벌주는 시간이 필요했어
내가 핑계를 찾고 있더라고
[애잔한 음악]
[사언] 어차피 넌 다 아는데
상관없다는데
그냥 이대로 모른 척
옆에 있어도 되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행복하게 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사언의 헛웃음]
언제부터 너 없이 못 살았다고
널 자유롭게 해 주는 게
목표였던 놈이
그런 내가
너무 환멸스러워서
벌을 주고 싶었어
[사언]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데?
알잖아
우린 서로 아끼고 사랑한 시간보다
오해하고 멀리했던 시간이 더 많아
그런데도 기다려야 되면
얼마나 더 걸리는데?
[희주가 울부짖으며] 아니, 벌을 줘도 내가 줘야지
나한테 받아야지!
[희주의 흐느끼는 소리]
지금 벌주고 있잖아
[울먹이며] 내 눈앞에 있는데
당장 안고 싶어 미치겠는데
참고 있는 거 안 보여?
난 더는 참고 살지 않을 거야
[감성적인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진짜네
[희주] 3년을 같이 살았는데
한 번도 핸드폰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어
다 노을이네
온통 다 너였어
[부드러운 음악]
그래서 아르간으로 온 거야?
너랑은 멀지만
널 볼 수 있는 곳이거든
근데 진짜 이렇게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
604
그 번호로 전화했던 거 맞지?
그날
꿈을 꿨어
꿈에서 니가 많이 울고 있더라
그래서
사실 그 걱정 핑계로
너 목소리 한번 듣고 싶었던 거거든
그렇다고 이렇게
무작정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
국제 수어 학교는 왜 내 이름으로 기부했어?
기부금 20억
생각나는 거 없어?
20억…
[희주] 1, 신랑이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
2, 어떤 경우에도 두 사람은 이혼할 수 없다
3,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배할 시
위약금은 20억
맞아
너한테 주는 위자료
우리 결혼 서약문
내가 위배할 거거든
백사언은
홍희주랑 이혼할 거야
[희주] 어?
그리고 백사언이 아닌 내가
너랑 결혼할 거야
[음악이 잦아든다]
[초인종 소리]
- 저랑 자리 바꾸실래요? - [상우] 네? 왜요?
아, 이 문이 열리면
대변인님이 나오실 텐데
뭔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 [사람들의 웃음] - 긴장되기도 하고
- 저랑 자리 바꾸실래요? -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아, 여기가 무슨 대통령실이에요?
[혁진] 지가 아직 대변인이야, 뭐야
아이, 긴장 풀어요
[영우] 그렇죠? 참
[영우의 어색한 웃음]
- [도어 록 작동음] - 안녕하세요
[사람들의 반가운 웃음]
빨리 들어오세요
이야, 배고프다, 배고파
[사람들의 감탄]
[센터장] 어머, 어머
[편안한 음악]
[영우] 우와
[혁진] 뭐가 이렇게 계속 나와
[센터장이 감탄하며] 이걸 희주 니가 다 한 거야?
[상우] 그러니까
다 맛있어, 음식이
- 내가 했는데 - [유리] 에, 엥?
- 선배가요? - [혁진] 니가?
[영우] 이제 내 여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겠다는 거죠?
제가 잘 가르친 보람이 있네요
- [영우의 어색한 웃음] - [사람들의 웃음]
아, 뭐, 그게 아니라
이 사람 생각보다 요리에 좀 소질이…
[유리가 놀라며] 어머어머
반지 너무 예쁘다
손 이리, 이리 줘 봐
[센터장이 놀라며] 이야, 이거
반지가 아주 상당히 예쁘다만
쓰읍, 나는 도통 이해가 안 가네, 응?
왜 결혼을 두 번씩이나? 그것도 같은 사람이랑
[혁진] 내 말이
하지만
[센터장] 이 결혼은 인정 [웃음]
축하한다, 찐 사랑의 결실
고마워요
아, 근데 너 그거 진짜냐?
- 너 개명했다며 - [상우] 개명?
무슨 이름으로요?
아, 아… [헛기침]
[희주, 사언의 옅은 웃음]
백유연이요
백유연?
무슨 뜻이에요?
유일한 유, 사랑할 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사랑
[유리가 감탄하며] 어머나
[기겁하는 소리]
야, 너 이런 놈이었냐?
[사람들의 웃음]
왜 또 그렇게 봅니까?
최고의 사랑꾼 남편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사람들의 웃음]
아, 그래서 저기…
대통령실은 언제 복귀하십니까?
거긴 안 돌아갑니다
예? 그럼 뭐 하시려고요?
자, 아무튼
적응은 안 되지만 우리 백유연과
[사람들의 웃음]
[혁진] 홍희주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면서
자, 다 같이 짠 할까요?
- [영우] 자, 축하합니다 - [유리] 축하합니다
[함께 축하한다]
[상우] 저기, 그
저희도 축하해 주시죠
그, 저, 사실
저희도
결혼해요
[센터장, 영우의 놀란 숨소리]
- 어머, 와! - [사람들의 놀란 소리]
야, 나유리!
[희주] 와, 너무 축하해요 유리 씨, 선배
고마워요
와, 진짜 전혀 몰랐는데
축하합니다
축하한다
[영우] 와, 진짜 축하해요
잘 어울린다, 근데
한잔 제대로 하시죠, 예예
- [혁진] 자, 축하합니다 - [함께 축하한다]
그런데 결혼 좋은 거죠?
- [헛웃음 치며] 뭐야 - [혁진, 센터장의 헛기침]
[유리] 당연히 좋은 거죠
그쵸?
[혁진] 아유, 그럼, 유리야, 좋아
[사람들의 웃음]
[유리] 아이
[혁진이 놀라며] 뭐야, 저거
[사람들의 환호]
[음악이 잦아든다]
피곤하지?
[희주] 치…
요리는 자기가 다 했다면서?
아니, 맞잖아
[부드러운 음악]
고생했어
시끌벅적해서 좋더라
앞으로도 이 집이 조용하지 않고 시끌시끌하면 좋겠다
그래?
그럼 우리 둘 말고
[유연] 사람이 더 필요하겠는데?
[유연, 희주의 웃음]
아참, 나 다음 주부터 방송국 출근 해요
- 방송국? - [희주] 응
뉴스 수어 통역사 다시 하기로 했어요
앞으로도 통역 계속할 거예요
난 이 일이 좋아
그래, 축하해
[유연, 희주의 웃음]
[희주] 어머
협조해, 홍희주
이 집이 시끌시끌하려면
- 식구가 더 필요하니까 - [유연, 희주의 웃음]
[희주가 웃으며] 왜 이러는데
- 협조해! - [유연, 희주의 웃음]
[차 문 열리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상훈] 어서 먹어 봐라
너 좋아하는 매운탕이야
그날 이후로
생선을 못 먹겠더라고요
[유연] 비린내를 맡으면
낚시터의 기억이 떠올라서
[첨벙대는 소리]
[아이가 힘겹게] 살려…
[힘겨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한숨]
다른 걸로 준비해 오마
아니요, 두세요
솜씨는 여전하시네요
고맙다
[상훈] 백김치가 이게…
[음악이 잦아든다]
[연희] 혼인 신고?
조만간 그 사람이랑 다시 올게요
[희주] 같이 오겠다는데
오늘은 엄마가 좋은 소리 안 할 거 같아서
[연희] 잘 아네
지 팔자 지가 꼰다고
꾸역꾸역 그 위험한 데를 찾아가더니
이젠 맘대로 결혼까지
기막혀
희주 웃는 얼굴 본 적 없다며
[일경] 지금 웃잖아
행복해 보이잖아
그럼 됐지, 뭘 더 바라
[일경] 집은? 어디에 구했어?
여기서 좀 먼 동네요
거기가 어딘데?
천천히 하자, 엄마
내가 가끔 올게
[잔잔한 음악]
잘 살아
백 서방이 널 아끼는 건 내가 잘 알아
[연희가 떨며] 그러니까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아
[인아] 희주야
결혼 얘기 못 해서 미안해
[희주] 근데
언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축하한단 말 하려는 거 아니야
[인아] 우리가 다시 만난 뒤로
너랑 가까워져 보려고 나름 애썼는데
참
어렵더라
근데 생각해 보니까
순서가 잘못됐던 거 같아
친해지려고 하기 전에
이 말을 먼저 했어야 됐는데
희주야
미안해
나
오랫동안 널 힘들게 했던
가해자이자
방관자였어
- [애잔한 음악] - 언니
나 옛날 일은 다 잊으려고
[희주] 하나하나 기억하고 되새기다간
옛날 일 때문에 지금 이 순간까지 불행해지잖아
언니도 해 봐
지나간 건 다 잊어
그래도 될까?
[따뜻한 음악]
[희주] 언니
나 행복해
그리고 이젠
내 행복을 의심하지 않아
나는 충분히 그럴 자격 있는 사람이라고
그 사람이 믿게 해 줬어
언니도 행복해질 자격 있어
내 말 믿어
[떨리는 숨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유리] 속보입니다
팔티마 공습이 이어지고 있는 이즈마엘에서
한국인들이 무장 세력에게 납치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외교부 본부에
재외국민 보호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협상 전문가 백유연 씨를 급파한다는 방침인데요
정부는 피랍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전원 구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도에 이진혁 기자입니다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 [통화 종료음]
[조작음]
[휴대폰 진동음]
[희주] 여보세요
[유연] 왜 이렇게 늦게 받습니까?
어디예요? 괜찮아요?
- [활기찬 음악] - [유연] 협상 끝났습니다
귀국합니다
출발 준비 다 됐습니다
[희주의 안도하는 한숨]
기다렸잖아요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신호가 안 잡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근데
말투가 왜 그래?
[유연] 내 말투가 왜요?
사공육
오랜만에 설레고 좋지 않습니까?
설레?
왜, 사공육 그 여자가 그리운가 보지?
[음악이 잦아든다]
네, 그립습니다
뭐가 그리운데?
간담 서늘하게 협박하던 그 말투
- [부드러운 음악] - 가시 돋친 목소리
그게 왜 좋은데?
참지 않으니까
[유연] 나한테 불만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알 수 없는데
침묵하면 내가 잘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는데
내 아내가 참지 않는 게
난 좋으니까
앞으로도 참지 마십시오
떼쓰고 항의하고
잔소리도 하십시오
약속합니까?
네
맹세합니까?
네
단
내가 전화 걸면
[희주] 뭘 해 줄 건데요?
사공육이 시키는 건 뭐든 다
[유연]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평생 전화 걸어 줍니다
언제나 첫 통화인 것처럼 받을 테니까
그럼 지금부터 내가 원하는 걸 말할게요, 잘 들어요
뭡니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나한테 돌아와요
당장 내 곁으로
[유연이 속삭이며] 지금 가요
[감성적인 음악]
[유연] 여기 한 부부가 있습니다
[희주] 두 사람은
서로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유연] 좀 더 솔직했다면
마음속 진심을 보여 줬다면
달랐을까
[희주] 지금이라도 노력한다면
다른 평범한 부부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유연] 여기 한 부부가 있습니다
[유연, 희주의 웃음]
[희주] 서로에 대한 속마음과 진심을 감추지 않고
[유연]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약속한
부부가 있습니다
"사랑"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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