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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거신 전화는 10

 

[속삭이며] 희주야

 

[희주의 나른한 소리]

 

잘 잤어?

 

[희주의 피곤한 소리]

 

음, 나 더 잘래

 

더 자, 자

 

- [사언] 그럼 지각인데? - [희주] 응?

 

몇 신데?

 

- [사언] 지금? - [희주] 어

 

쓰읍, 토요일?

 

아, 진짜! 씨

 

[웃음]

 

일어나

 

[웃으며] 아, 하지 마

 

- [사언의 웃음] - 하지 마!

 

[희주] 꿈을 꿨다

 

- [문 열리는 소리] - [희주] 치약은!

 

이거 가운데부터 짜지 말고

 

이 밑에서부터 이렇게 꾹꾹 눌러서 짜라고

 

내가 몇 번을 얘기해요

 

[헛웃음]

 

[사언] 아니, 누가 옷을 이렇게 뒤집어서 벗으래, 어?

 

[당황한 소리]

 

자긴 맨날 양말 뒤집어 벗으면서

 

내, 내가 언제?

 

맨날 그러잖아

 

그래서 내가 빨래 통에 넣을 때 다시 다 이렇게 이렇게…

 

[사언] 어, 언제? 몇 시 몇 분 몇 초?

 

- [희주] 유치해 - [사언] 아, 뭐가 유치해

 

[희주] 아, 씨

 

[희주] 꿈속에서 우린

 

남들처럼 평범한 모습 그 자체였다

 

살면서 누구나 누리는 그 평화로운 행복이

 

우리한텐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우린 그저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고

 

[희주의 웃음]

 

언제나 아끼며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을 뿐인데

 

- [음악이 잦아든다] - [휴대폰 진동음]

 

[계속되는 휴대폰 진동음]

 

[진동이 멈춘다]

 

[어두운 음악]

 

[통화 연결음]

 

- [통화 종료음] - [헛웃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뭐야

 

- 어디 있어? - [휴대폰 진동음]

 

[한숨]

 

[한숨]

 

놀자더니

 

어디 간 거야? [헛웃음]

 

너야?

 

니가 선생이야?

 

[고조되는 음악]

 

[도재] 협상 팀 타임라인입니다

 

[휴대폰 진동음]

 

[납치범] 봤어? 내 솜씨 어때?

 

[화난 숨소리]

 

[도재] 앞으로 단독 행동은 금지합니다

 

[납치범] 그러게 왜 나를 안 끼워 줘?

 

나도 재밌는 거 하고 싶어

 

[도재] 할 일을 주겠습니다

 

그 여자가 발 빼지 않게 단도리 하세요

 

[한숨]

 

[납치범] 홍희주는?

 

[납치범의 헛웃음]

 

근데 왜 속였어?

 

속인 건 너지!

 

[퍽 소리]

 

[무거운 음악]

 

[영우] 대변인님

 

좀 전에 전화가 한 통 왔는데요

 

이…

 

[음악이 잦아든다]

 

[쨍그랑 소리]

 

[납치범] 어디 가려고?

 

[헛웃음] 왜?

 

나한테서 도, 도망칠 일이라도 했어?

 

- [힘없이] 그만해라 - [납치범] 뭘 그만해

 

[상훈] 니가 한 짓인 줄 다 알아

 

그 애를 내버려둬

 

[납치범] 아…

 

[납치범의 웃음]

 

뉴, 뉴스에서

 

내 얼굴 봤구나 [웃음]

 

그래서

 

그, 그 새끼한테 이, 이르기라도 했어?

 

[상훈] 그 애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애초에 널 죽이려고 한 게 니 할애비랑 부모인데

 

왜 엉뚱한 사람한테 복수하려 그래

 

- [납치범의 화난 소리] - [긴장되는 음악]

 

[납치범] 그 새끼가 왜 잘못이 없어?

 

수십 년간 내 자리를 누, 누린 놈인데

 

내 이름으로 살, 살아온 놈인데!

 

[상훈] 널 살리는 게 아니었다

 

백장호가 널 죽이려고 할 때

 

[힘겹게] 그냥 뒀어야 했어

 

[한숨]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늦었어

 

[납치범] 방해나 하지 마

 

그 새끼 편도 들지 마

 

나, 나 그 새끼

 

박, 박살 낼 거야

 

[웃음]

 

[쨍그랑 소리]

 

- [음악이 멈춘다] - [힘겨운 숨소리]

 

[도재가 떨며] 니놈이 진짜 백사언이었어

 

들켰네?

 

[납치범] 그래서 그거 확인하려고

 

홍희주 미끼로 나 낚은 거야?

 

백사언도 불렀어?

 

삼자대면해서 확인해야지

 

 

삼자대면시켜 줄 테니까

 

넌 닥치고 기다려

 

- [어두운 음악] -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 [도재의 신음] - [납치범의 기합]

 

[납치범의 거친 숨소리]

 

[납치범] 이제 넌 필요 없어

 

잘 가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납치범의 비웃음]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납치범의 기괴한 웃음]

 

뭐야

 

너 이 새끼

 

백, 백사언 쫄따구였어?

 

그럼 같이 더 놀자

 

[납치범의 웃음]

 

재밌겠다!

 

[힘주는 소리]

 

[납치범] 나랑 놀자, 백사언

 

경찰 달고 오면

 

홍희주는 죽어

 

알지?

 

[음악이 뚝 끊긴다]

 

[떨리는 숨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잔잔한 음악]

 

[납치범] 나랑 놀자

 

놀자, 백사언

 

[거친 숨소리]

 

희주야

 

[강조되는 효과음]

 

[사언의 힘겨운 소리]

 

희주야

 

[거친 숨소리]

 

[음악이 멈춘다]

 

박도재

 

박도재,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박도재!

 

[힘겨운 신음]

 

[사언] 희주 어디 있어

 

희주 어떻게 했어!

 

[힘겹게] 그놈이 여기에…

 

[차 시동음]

 

[차 엔진음]

 

- [차 엔진음] - [긴장되는 음악]

 

희주야, 희주야!

 

[납치범] 그래!

 

와 봐

 

[사언] 희주야!

 

희주야!

 

[납치범의 웃음]

 

[납치범] 깼어, 언니야?

 

[놀란 숨소리]

 

희주야!

 

멈춰

 

싫은데?

 

[희주] 멈추라고, 이 개자식아!

 

[신음]

 

- [음악이 멈춘다] - [희주의 거친 숨소리]

 

[납치범의 신음]

 

[사언] 희주야!

 

[떨리는 숨소리]

 

괜찮아?

 

- 안 다쳤어? - [희주] 난 괜찮아요

 

[차 엔진음]

 

- [납치범의 웃음] - [불안한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사언] 괜찮아?

 

- [사언의 힘주는 소리] - [납치범의 신음]

 

[어두운 음악]

 

너야?

 

니가 그놈이야?

 

[납치범] 때깔이

 

좋네

 

여기서 맨, 맨손으로 물고기나 잡던 놈이

 

그래서 니가 원하는 게 뭐야

 

[사언이 울부짖으며] 니 이름, 니 자리

 

다 돌려줘?

 

[웃으며] 진짜?

 

- 그래! - [납치범의 신음]

 

얼마든지 다 가져가!

 

난 한 번도 원한 적 없으니까

 

[사언] 원래대로 다 가져가

 

[기괴한 웃음] 그래?

 

[통화 연결음]

 

그럼 홍희주도 나 주는 거야?

 

[납치범] 어?

 

홍희주가 이제 내 아내 되는 거야?

 

[사언의 힘주는 소리]

 

- [납치범의 기합] - [긴장되는 음악]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힘겨운 소리]

 

- [도재의 기합] - [음악이 멈춘다]

 

[힘겨운 숨소리]

 

[납치범의 신음]

 

[사언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거친 숨소리]

 

[납치범의 놀란 숨소리]

 

[사언] 박도재!

 

[도재의 신음]

 

[납치범의 비웃음]

 

눈물겹다, 눈물겨워

 

[도재가 힘겹게] 잡아

 

쫓아, 저놈

 

- 입 다물어 - [희주] 구급차 불렀어요

 

작정하고

 

당신 옆에 붙어 있었던 거

 

[도재] 맞습니다

 

당신이

 

내 형을 죽인

 

백사언이라고 믿었으니까

 

[사언] 다 줄 수 있습니다

 

희주가 원한다면

 

- 얼마든지 - [도재의 헛웃음]

 

대신 약속해

 

내가 노력해서

 

우리가 달라질 수 있다면

 

다시는 이 전화 하지 않는다고

 

[도재] 산에서

 

밀었던 것도

 

나입니다

 

[도재] 계획 변경

 

- 오늘이 디데이 - [문자 전송음]

 

[도재가 흐느끼며] 내가

 

유일한 가족을 잃었던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도재의 흐느끼는 소리]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기를 바랐으니까

 

[희주] 오해한 거예요

 

이 사람이 아니라 다 저놈 짓이라고요!

 

그럼 도대체 당신은 뭐야

 

왜 백사언이 아니야

 

난 그동안

 

도대체 뭘 한 거야

 

[도재의 흐느끼는 소리]

 

[쿨럭이는 소리]

 

[사언] 박도재

 

박도재!

 

박도재!

 

정신 차려! 박도재!

 

[빗소리]

 

[도재]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님

 

수습기자로 들어온 박도재입니다

 

- 대통령실이요? - [사언] 어

 

별정직 행정관으로

 

근데 뭐

 

대통령실 대변인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교체될지 모르는 자리라

 

상관없습니다, 영광입니다

 

[도재]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선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배님

 

[음악이 잦아든다]

 

[침울한 음악]

 

[희주] 다친 데는 없어요?

 

모든 걸 다 맡겼어

 

처음 납치됐던 날

 

번호 추적, 위치 추적

 

널 경호해 줄 경호 팀

 

그것도 모자라서

 

널 내 손으로 박도재한테 맡겼어

 

당신 잘못 아니야

 

자책하지 마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놈 말대로 난

 

여기서 물고기나 잡고 살던 놈이었는데

 

[음악이 잦아든다]

 

[힘겨운 숨소리]

 

[고통스러운 신음]

 

[신음]

 

[납치범의 기괴한 웃음]

 

[음산한 음악]

 

이 새끼나 저 새끼나 [한숨]

 

사, 사방에서 죽자고 덤비는 놈들 천지네

 

[의미심장한 음악]

 

[납치범] 곧 일주기네

 

삼, 삼 일 남았나?

 

딱 1년 전 이맘때쯤

 

백장호가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다 생각이 났어

 

TV 틀 때마다 나오는 이 면상을 보니까

 

기억이 나더라

 

- [첨벙대는 소리] - [아이가 힘겹게] 살려 줘!

 

[납치범] 날 물속에 처박던

 

그 얼, 얼굴

 

[음악이 잦아든다]

 

[웃으며] 그래서 내가

 

- 무슨 생각 한 줄 알아? - [무거운 음악]

 

아, 아깝다

 

백장호 저 새끼는 내가 죽였어야 했는데

 

내 손으로

 

내가 직접

 

왜?

 

내 손이 이상해?

 

더러워?

 

[떨리는 숨소리]

 

울어?

 

왜? 내가 불쌍해?

 

아니

 

불쌍한 건 나야

 

속았어

 

[사언 모] 니가 죽었다고

 

아니, 너를 죽였다고

 

저, 저 노인네가

 

나를 속였어

 

[웃음]

 

뭔 개소리야

 

[납치범] 다 내가 죽어 없어지길 바란 거잖아

 

왜 제일 먼저 당신네들을 안, 안 찾아간 줄 알아?

 

또 날 죽일 거니까

 

또 가둘 거니까!

 

아니야, 아니야

 

[흐느끼며] 아니야, 아가

 

[사언 모] 아가…

 

엄마는 니가…

 

내가 뭐? 말해 봐

 

내가 살아와서 기뻐? 돌아와서 반가워?

 

엄마는 널

 

다시는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이것만은 진심이야

 

[달려오는 발소리]

 

[사언 모] 안 돼!

 

- [지지직 소리] - [긴장되는 음악]

 

- [민 실장] 교수님 - [납치범] 니들 뭐야!

 

잡아

 

- [지지직 소리] - [남자들의 기합]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 [남자의 기합] - [납치범의 힘주는 소리]

 

[남자의 아파하는 소리]

 

[납치범] 다 물러서

 

안 그러면 이 새끼 죽어

 

[납치범의 거친 숨소리]

 

곧 봐, 영감

 

불꽃놀이 거하게 한번 해 줄게, 씨

 

[남자들의 아파하는 소리]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천둥소리]

 

찾았어요?

 

아니

 

여보, 어떻게 끝까지 이럴 수가 있어

 

지옥에서 살아서 돌아온 애잖아

 

- 어떻게 이래! - [의용] 지옥?

 

걔가 지금 우리를 지옥으로 만들게 생겼어

 

정신 좀 차려!

 

[웃음]

 

[어두운 음악]

 

[사언 모의 웃음]

 

언제는 사는 게 천국이었나 보지?

 

[사언 모] 당신은 어땠을지 몰라도

 

난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

 

피해자 코스프레 좀 그만해

 

걔 찾으면 뭐!

 

세상 당당하게 우리 아들이다 말할 수 있어?

 

평생 뒤치다꺼리할 자신 있어?

 

걔는

 

우리가 낳은 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사언 모] 그 애가 당신을 참 많이 닮았더라

 

근데 그거 알아?

 

당신도 그 애도

 

백장호를 전혀 안 닮았다는 거

 

지금 그 얘기를 왜 하는데!

 

백장호를 빼다 박은 사람은 따로 있지

 

그게 무슨…

 

[천둥소리]

 

[사언 모] 이제 와서 당신이 알아 봤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백장호는 죽었고

 

그 아들은 당신보다 승승장구

 

백씨 가문에서 목숨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대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뭘 할 수 있겠어

 

[무거운 음악]

 

[천둥소리]

 

[쨍그랑 소리]

 

[허탈한 웃음]

 

[음악이 잦아든다]

 

[천둥소리]

 

[거친 숨소리]

 

[유리] 성랑경찰서는 어제 오후

 

백사언 대변인 협박 사건의 공범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A 씨를 체포하고

 

거주지를 압수 수색 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 김정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정선] 경찰 수사관들이

 

용의자 A 씨의 서울 자택에 들이닥칩니다

 

다섯 시간에 걸친 압수…

 

- [계속되는 뉴스 소리] - [수영] 저게

 

박도재 행정관 집이라는 거예요?

 

[진희] 하, 말도 안 돼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래요

 

대변인님한테 왜…

 

대변인님은 괜찮으실까요?

 

아, 아까 잠깐 통화했는데

 

괜찮지 않으신 거 같았습니다

 

[영우] 뭐, 그럴 만도 하죠

 

늘 옆에 두고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인데

 

[진희]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영우] 박 행정관은 경찰 조사와 처벌을 받을 거고

 

대변인님은 조만간 입장 정리를 하시겠다고

 

[한숨]

 

[한숨]

 

[TV 속 유리] 관련 뉴스

 

- 계속해서 전해 드립니다 - [통화 연결음]

 

경찰이 체포된 공범 A 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인 가운데

 

범인의 은신처 두 곳을 특정하고

 

집중 수색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범행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 [통화 종료음] - [유리] 흉기가 발견돼

 

- 안 받습니다 - [유리] 정밀 조사를 벌였는데요

 

채취된 지문에서 신원이 조회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 [통화 연결음] - [유리] 범인은 주민 등록이 없는

 

가족 관계 미등록자일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휴대폰 진동음]

 

[형사가 한숨 쉬며] 박도재 자택에서 입수한

 

컴퓨터 하드웨어를 분석 중인데

 

그간 백도어 해킹을 해 왔던 걸로 보입니다

 

그걸로 날 도청하고 위치 추적 해 왔다?

 

예, 근데 대변인님 말고

 

해킹 대상이 하나 더 있었는데

 

공범으로 추측됩니다

 

그 협박범이요?

 

[사언] 그럼 지금 바로

 

그놈 위치 알아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아, 근데 문제는 프로그램이 암호화돼 있어서요

 

[형사가 한숨 쉬며] 이거 푸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그럼 박도재한테 알아내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이겠네요

 

예, 근데 묵비권을 행사 중인 데다

 

말씀드렸다시피 오늘 아침…

 

상태는요?

 

뭐, 다행히 생명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한숨]

 

[한숨]

 

꼴 좋습니다

 

[사언] 뭘 잘했다고, 대체

 

[한숨]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실은 줄곧 진범을 돕고 있었던 거고

 

완벽하게 놀아났으니까

 

허무하고 창피해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었겠지

 

날 오해하고 복수해 온 건

 

속아서 그랬다고 쳐

 

근데 아무 잘못 없는 홍희주를 해치려고 한 건

 

다른 문제지

 

그거 살인 미수야, 알아?

 

날 비난할 자격 없는 거 같은데

 

[도재] 당신도 백사언으로 살아오면서 누릴 거 다 누렸잖아

 

- 아니야? - [사언] 맞아

 

날 포함해서 죗값 치러야 할 사람들 모조리 다 치르게 할 거야

 

그러니까 그놈부터 잡을 수 있게 날 도와

 

- [쾅 내려치는 소리] - [긴장되는 음악]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도재] 당신 스스로 백씨 가문 치부 다 드러내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버리겠다고?

 

안 속아

 

속은 건 한 번으로 족해

 

그럼 넌 왜 날 살렸는데

 

한 번이라도 날

 

니가 증오하는 그런 놈이 아닐 거란 생각

 

해 본 적 없어?

 

[한숨]

 

난 선처할 생각 없으니까

 

형량 줄이고 싶으면 경찰에라도 협조해

 

[도재] 한 번도

 

날 의심한 적 없습니까?

 

내 본심을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당신이라면

 

날 꿰뚫어 보고도 남았을 테니까

 

믿었습니다

 

[음악이 잦아든다]

 

나 사람 안 믿는데

 

박도재는 믿었어

 

[고조되는 음악]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날

 

믿어 볼 생각 없습니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음악이 멈춘다]

 

[쾅 내려놓는 소리]

 

[유리] 그러니까

 

정진석 씨가 키운 게 사언 선배고

 

죽은 줄 알았던 진짜가 돌아와서 사언 선배를 죽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개새…

 

[상우의 헛기침]

 

[유리의 헛기침]

 

그 나쁜 놈이 별장 소년이다?

 

아니, 정리를 잘하네요

 

쓰읍, 그, 원래 당사자한테 듣는 게 맞는데

 

뭐, 어차피 다 알게 될 거 같아서

 

나머지는 직접 들어요

 

나머지?

 

또 뭐가 있어요?

 

[한숨]

 

우리 사언 선배

 

[유리] 그동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혼자 그 많은 비밀을 다 끌어안고

 

[탁 내려놓으며] 센 척이나 하지 말든가

 

[옅은 웃음]

 

[유리] 잘 부탁해요

 

- [흥미로운 음악] - 우리 사언 선배

 

원래 사적인 얘기 절대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근데 쌤한테는 다 말했다?

 

이거는

 

- 그린 라이트 - [상우] 그린 라이트요?

 

우리가?

 

[유리] 아, 빨리 연락을 해 봐요

 

밥은 먹었냐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내가 밥 친구 해 주겠다

 

친구? 내가?

 

[상우의 옅은 웃음]

 

[휴대폰 진동음]

 

[놀란 숨소리]

 

봐요

 

[유리] 통했잖아

 

[상우의 헛기침]

 

[상우] 아, 예

 

예, 여보세요

 

[어두운 음악]

 

찾았습니까?

 

[유리] 운전 내가 할게요

 

아니요, 내가 할게요, 괜찮아요

 

[유리] 얼른 타요

 

[형사] 백골화가 진행되면

 

정확한 사망 시점은 물론이고

 

신원 확인이 좀 어렵습니다

 

그래도 유류품이 나온 게 있어서

 

확인해 주시면 도움 될 거 같습니다

 

[상우] 예, 이 구슬

 

제 거예요

 

구슬치기하다가 져 가지고

 

영석이한테 줬어요 이거는 민우 반지고

 

[형사] 사이즈가 좀 큰데요

 

[상우] 음… [한숨]

 

곧 데리러 오겠다고 하면서

 

엄마가 줬다고 했어요 [한숨]

 

[한숨] 몇 년이 지나도 못 왔지만

 

그럼

 

[유리] 이건 진영이 거겠네요

 

자동차 좋아했던 아이, 이진영

 

맞죠?

 

[음악이 잦아든다]

 

[유리] 자, 마셔요

 

고마워요

 

아이고, 뭘 이 정도로

 

내 친구들 같이 기억해 줘서

 

[무거운 음악]

 

[상우] 유리 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밝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밀려들 때마다

 

잘 버텼습니다

 

유리 씨 덕분에

 

고마워요

 

[음악이 잦아든다]

 

진짜 백사언이 살아 있었고

 

[인아] 그 협박범이었다는 거야?

 

[희주] 응

 

[인아] 아…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리는 거 같다

 

나 어릴 때 유진이 울음소리 듣고 마당에 나갔던 적이 있어

 

- [의미심장한 음악] - [아이의 우는 소리]

 

[어린 인아] 유진아! 유진아, 괜찮아?

 

[인아] 우리 또래로 보여서 백사언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백사언 처음 봤을 때

 

그 뒷모습보다 훨씬 키가 커서

 

그럼 그때 본 건 백사언이 아니었나 싶었거든?

 

언니가 본 건 진짜 백사언이었을 거야

 

그랬겠지

 

그리고 얼마 후에 그 교통사고가 났어

 

그 뒤로 진짜 백사언은 사라졌고

 

그럼

 

그 교통사고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유진이가 만약

 

백씨 집안에서 감추고 있던

 

그 진짜 백사언의 얼굴을 봤다면?

 

[놀란 숨소리]

 

[초인종 소리]

 

- [한숨] - [음악이 잦아든다]

 

[조작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연희] 니가 왜 여기 있니?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와 있어?

 

설마 진짜 희주 밀어내고 눌러앉을 작정이야?

 

[헛웃음]

 

왜 웃어?

 

내 말이 우스워?

 

희주야, 다시 얘기하자

 

[인아] 나 먼저 갈게

 

[연희] 범인을 잡네 공범을 잡았네 난리도 아니던데

 

어떻게 돼 가는 거야?

 

자꾸 이렇게 시끄러우면 대선에 지장 있는 거 아니야?

 

이러다 대통령 며느리 물 건너가는 거 아니냐고!

 

아휴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그냥 영화건설 둘째한테 보낼걸

 

내가 생각을 잘못했어

 

[무거운 음악]

 

아니

 

내 잘못이 아니라 저년이 문제야

 

저년이 야반도주하느라 다 이렇게 된 거잖아!

 

나도 후회돼

 

뭐?

 

어?

 

엄마를 사랑한 걸 후회해

 

[희주] 아니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

 

너…

 

인아 쟤가 입 트니까 너도 튼 거야?

 

[희주] 엄마 말 잘 듣는 게

 

엄마를 사랑하는 건 줄 알았어

 

하라는 대로 하면

 

언젠간 엄마도 날 사랑해 줄 줄 알았어, 근데

 

[희주] 사랑받아 보고

 

사랑해 보니까 알겠어

 

사랑은

 

엄마처럼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나처럼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

 

희생?

 

내가 나 잘되자고 그랬니?

 

다 너 잘되라고 널 위해서 그런 거 아니야!

 

가스라이팅 좀 그만해!

 

[희주] 나 이제 엄마 말 안 들어

 

그리고 나

 

대통령 며느리 될 일 없어

 

그러니까 꿈 깨, 제발

 

[한숨]

 

나쁜 년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인아] 마셔

 

[음악이 잦아든다]

 

왜 까맣게 잊고 있었지?

 

저번에 보여 줬던 그 DNA 감정서

 

누가 보낸 건지 모른다고 했었잖아

 

[희주] 응

 

이제야 누군지 알 것 같아

 

누군데?

 

[도어 록 작동음]

 

[잔잔한 음악]

 

홍희주

 

[희주] 우리 결혼 서약문이에요

 

다 읽을 필요 없어 이것만 기억하면 돼요

 

1, 신랑이 먼저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

 

2, 어떤 경우에도 두 사람은 이혼할 수 없다

 

3, 두 사람이 부부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매우 적극적으로 알린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배할 시

 

위약금은

 

20억

 

뭐 하는 거야?

 

나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훨씬 더 전부터였는데

 

아주 훨씬 전에

 

그 훨씬 전이라는 게

 

[희주]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3년 전부터라는 건 확실해

 

결혼식 전날

 

DNA 감정서를 언니한테 보낸 사람

 

당신이죠?

 

[사언] 홍희주 영화건설 둘째한테 보낸다는 거

 

사실이야?

 

[음악이 잦아든다]

 

[인아] 그런 쓰레기 망나니한테 딸 팔아먹을 여잔

 

- 희주 엄마밖에 없죠 - [애틋한 음악]

 

[사언] 내일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야

 

단, 신부를 바꾸지

 

니가 아닌 니 동생으로

 

대타가 아니었어

 

당신 아내는

 

처음부터 나였어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나랑 결혼해 줄래요?

 

아니

 

모든 일이 다 끝난 다음

 

프러포즈는 내가 할 거야

 

사랑해

 

홍희주

 

[음악이 잦아든다]

 

[형사가 한숨 쉬며] 발견된 유해 네 구 중 셋은

 

참고인이 유류품을 확인하고 신원을 특정했지만

 

남은 한 명은

 

단서를 못 찾았어요

 

박도재 씨와 동일한 유전자인지 감식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불안한 음악]

 

[어린 도재가 울며] 형아!

 

형!

 

형!

 

[떨리는 숨소리]

 

[어린 도재가 울며] 어디 있어!

 

빨리 나와!

 

형!

 

[흐느낀다]

 

[상우]

 

[사언]

 

[상우] 쌍둥이 중 한 명이요?

 

[사언] 네

 

[음악이 멈춘다]

 

나도 자폭이었습니다

 

[사언] 복수가 끝난 다음

 

내 인생을 지탱해 왔던

 

목표와 대상이 다 없어지고 나면

 

나도 먼지처럼 사라질 거라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까?

 

물론

 

난 복수 이후의 삶을 살 겁니다

 

[사언] 남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랑 같이

 

또 시도할 건가?

 

죽은 형만 불쌍하고

 

남은 박도재 인생은 안 불쌍합니까?

 

- [떨리는 숨소리] - [잔잔한 음악]

 

도대체 그놈 때문에

 

몇 명이 인생을 버려야 끝이 나는 건지

 

아직

 

안 끝났습니다

 

[도재] 놈을 잡아야죠

 

그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하겠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변인님이

 

내가 생각했던 그 백사언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음악이 멈춘다]

 

[시스템 알림음]

 

- [팀원] 열렸습니다 - [형사] 몇 개야?

 

박도재 말로는 놈이 사용하는 통신, 이동 장비에

 

스파이 칩, 위치 추적 장치 다 심어 놨다던데

 

[팀원] 총 세 개 중에 두 개는 정지 상태고요

 

나머지 한 개는 살아 있습니다

 

GPS 확인하고 정확한 위치 파악해, 빨리

 

[일경의 한숨]

 

백 서방은?

 

[일경] 공범 잡혔다더니

 

협박범 잡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

 

[희주] 협박범이 누군지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누군데?

 

[헛웃음]

 

[인아] 역시 아버지

 

전혀 안 놀라시네요

 

하긴 다 알고 계셨겠죠

 

이 집안에 아버지 모르게 벌어진 일은 없으니까

 

[일경] 하던 얘기나 마저 해

 

협박범이 누구라는 거야?

 

말씀드리기 전에 여쭐 게 있어요

 

[인아] 아버지가 우리 교통사고를 그냥 덮은 이유

 

백장호 총재하고 무슨 거래를 하신 거예요?

 

[어두운 음악]

 

[천둥소리]

 

[일경] 우리 애들 깔아 버린 놈

 

필리핀까지 쫓아가서 목 따기 직전에

 

실토받았으니까

 

발뺌할 생각 하지 마

 

계산기는 충분히 두드려 봤나?

 

[장호] 날 쏜 다음엔 뭐가 남지?

 

자네가 내 대선에 태운 돈이 자그마치 수백억

 

날 쏘고 나면

 

자넨 그 수백억도 잃고

 

아들도 잃은 사람이 되는데

 

상관없나?

 

잘 아시네

 

[일경] 내가 이익보다 손해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거

 

손해는 자네 혼자만 본 게 아니라면 좀 낫겠나?

 

[장호] 지금쯤이면 나란히 걷고 있겠구먼

 

무슨 소리야?

 

황천길 말일세

 

[장호] 자네 아들과 내 손주

 

어떤가

 

이제 계산이 좀 들어맞나?

 

[천둥소리]

 

[인아] 이제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가 뭘 버리고

 

뭘 얻은 건지

 

[희주] 빨리 추도식장으로 오는 게 좋겠어요

 

예감이 안 좋아요

 

- [총성] - [사람들의 비명]

 

- 회장님 - [음악이 멈춘다]

 

[분한 숨소리]

 

[의용] 회장님

 

-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어두운 음악]

 

이게 지금 무슨 짓입니까!

 

[시스템 알림음]

 

[팀원] 위치 찾았습니다

 

경기 산성면 윤화리 인근입니다

 

잡았다, 이 쥐새끼 같은 놈

 

- 바로 출동해 - [팀원들] 예

 

[일경] 분명히 경고했죠

 

이 집안에 다 치워지지 않은 미꾸라지가 아직 살아 있다면

 

내 손으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토막 내서 뿌리겠다고

 

[사람들의 놀란 소리]

 

[일경] 내놓으세요

 

어디 있습니까, 그 미꾸라지!

 

[일경의 떨리는 숨소리]

 

- [폭발음] - [음악이 멈춘다]

 

- [화재 경보음] - [사람들의 놀란 소리]

 

[의용] 경호원! 경호원!

 

[불길한 음악]

 

[서늘한 효과음]

 

- [화재 경보음] - [긴급한 음악]

 

[남자] 불입니다, 피하십시오!

 

[사람들의 비명]

 

아빠!

 

[인아] 빨리 가야 돼!

 

[사람들의 비명]

 

[휴대폰 진동음]

 

- 네, 강 형사님 - [강 형사] 그놈 위치 잡았습니다

 

경기 산성면 윤화리 24번지

 

저희가 지금 가고 있습니다

 

어디라고요?

 

[사람들의 기침 소리]

 

[사람들의 괴로워하는 소리]

 

[기침]

 

희주가 안 보여요!

 

[인아] 분명 같이 있었는데

 

[사언] 내가 찾아 볼게

 

희주야!

 

희주야! [기침]

 

[기침]

 

희주야!

 

- [휴대폰 진동음] - [음악이 잦아든다]

 

[납치범] 백, 백사언

 

죽, 죽이려고

 

내가 진짜 죽여 버리려고

 

- [의미심장한 음악] - 당신 아내

 

[납치범] 나 이제

 

잘 알아

 

니가 세상에서 제, 제일 아끼는 게 뭔지

 

[사언] 희주야

 

[납치범] 대답해, 언니야 니 남편이 부르잖아

 

백사언!

 

[사언의 거친 숨소리]

 

[사언] 희주 손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넌 내 손에 죽어

 

당장 풀어 줘

 

니가 원하는 건 나잖아

 

다른 사람 건드리지 말고 나랑 해결해

 

[웃으며] 흥분하지 마

 

[납치범] 니가 흥분하면 내가 설, 설레잖아

 

[거친 숨소리]

 

[납치범] 곧 니 차례도 올 거니까 설치지 말고 기다려

 

넌 아직 한참 더 망가져야 돼

 

백장호의 손자가

 

너처럼 잘나고

 

멀, 멀쩡한 꼴로 사는 거

 

그거 백장호가 제일로 바란 거잖아

 

절대 그렇게는 못 두지

 

땅속에서 백장호 벌떡 일어나게 해 줘야지

 

이건 그냥 맛보기 같은 거야

 

너는 아직 고통이 뭔지를 모르잖아

 

나는 니가 진짜 제대로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

 

왜?

 

[음악이 잦아든다]

 

너는

 

[첨벙대는 소리]

 

[아이가 힘겹게] 살려 줘!

 

- [어두운 음악] - [아이의 힘겨운 소리]

 

살려 줘!

 

살려 줘!

 

[납치범] 내가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걸

 

구경만 했잖아

 

[웃으며] 그래서 나도 구경하려고

 

니가 살려 달라고 발버둥 치는 모습

 

숨통이 끊어질 듯 말 듯

 

숨이 막힐 듯 말 듯

 

너도 한번 실컷 괴로워해 봐

 

그 좋은 냄새가 나던 니 몸에서

 

비릿한 피, 피 냄새가 뒤, 뒤범벅이 될 때까지

 

괴, 괴롭혀 줄게

 

희주야, 걱정하지 마

 

내가 갈게

 

- 지금 바로 갈 테니까 - [희주가 떨며] 오지 마

 

[음악이 잦아든다]

 

[차분한 음악]

 

말했잖아

 

[떨리는 숨소리]

 

나도 한 번은

 

당신을 지키고 싶다고

 

[희주의 거친 숨소리]

 

이거 하나만 기억해요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한다는 거

 

희주야

 

사랑해요

 

[차 가속음]

 

[고조되는 음악]

 

[납치범] 이런 미친년이, 또, 씨!

 

[희주] 기억나?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는 거라고

 

니가 그랬잖아

 

내가 시작했으니까

 

끝내는 것도 내 손으로 할 거야

 

니가 다시는 그 사람 괴롭힐 수 없게

 

- [충돌음] - [통화 종료음]

 

[음악이 멈춘다]

 

희주야

 

희주야!

 

[떨리는 숨소리]

 

[절망적인 음악]

 

[무전기 신호음]

 

[카메라 셔터음]

 

[혁진] 사고 차량이 인양돼 있습니다

 

수색대원들은 보트를 타고 주변을 수색합니다

 

오늘 오전 청한강 상류에서

 

추락한 차량 한 대가 발견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가드레일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습니다

 

119 구조대는 약 20미터 깊이의 물속에서 차량을 찾아냈으나

 

탑승자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이 차량은

 

대통령실 백사언 대변인의 아내 홍 모 씨가

 

납치를 당한 뒤 주행하던 중

 

강물 속으로 추락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경찰은 그간 백사언 대변인을 협박해 왔던

 

범인의 몽타주를 공개하고 긴급 수배에 나섰으며

 

이와 관련해 백사언 대변인은

 

기자 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음악이 잦아든다]

 

적당히들 합시다, 좀!

 

[혁진] 가십 아니고 사건입니다

 

범죄 사건

 

[혁진의 한숨]

 

먼저 국민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숨겨 온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백의용 대선 후보의 아들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술렁인다]

 

[사언] 백장호 총재의 손자가

 

아닙니다

 

백사언이란 이름도

 

백의용의 아들이라는 신분도

 

[사언] 전부 가짜고

 

제 것이 아닙니다

 

저에 대해 진실되게

 

말씀드릴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저는

 

한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실입니다

 

제 아내는 이틀 전인 20일

 

그동안 저를 살해 위협 해 왔던 협박범에게 납치되었습니다

 

경찰 수사와 수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제 아내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대변인 백사언이 아닌

 

[목멘 소리로]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송구스럽지만

 

협조와 도움을 요청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 [무거운 음악] - [술렁이는 소리]

 

제 아내의 이름은

 

홍희주

 

[사언] 나이는 만 28세, 키 167

 

- 통역사님… - [사언] 마른 체격이며

 

[태영] 과장님도 모르셨어요?

 

- [영우] 어, 어 - [사언] 실종될 당시

 

[사언] 검은색 정장과

 

검은 구두 차림에 긴 생머리를 하고 있으며

 

대통령실 전담 수어 통역사입니다

 

[희주] 저도 잘 부탁합니다

 

[사언] 하고 싶은 거 있어?

 

[희주] 음…

 

있어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던 것들

 

말 안 되지만

 

아주 가끔 상상해 본 적 있거든요

 

남들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 모습

 

해 주지 못한 게 많습니다

 

행복해지자, 우리

 

아직 행복하게 해 주지 못했는데

 

모든 일이 다 끝난 다음

 

프러포즈는 내가 할 거야

 

다음이 없을 줄 알았더라면

 

그냥 다 해 줄 걸 그랬습니다

 

[센터장] 세상에, 희주야

 

[훌쩍인다]

 

[사언]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를 보신 분이 계시다면

 

지금 바로 신고해 주십시오

 

제 아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부디 관심 갖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음악이 멈춘다]

 

[잔잔한 음악]

 

[사언] 왜 태어났을까

 

늘 생각했어

 

남의 인생을 억지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근데 그 답을 찾은 거 같다

 

왜 태어났는지

 

왜 백사언으로 살아야만 했는지

 

그 이유

 

널 만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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