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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10

 (변호사) 이거 저쪽 로펌에서  개싸움 끌고 가려는 거예요

 

 괜히 말려들면 우리만 손해입니다

 

 거짓말이라고 반박 보도  한 번만 내면 안 돼요?

 

 딸이 학교에서 스트레스가 많아요

 

 (변호사) 그보다는

 

 그, 노모께서

 

 어서 출석 진술 하시는 게  효과적입니다

 

 (변호사) 공판을 계속  미루고 있을 수는 없어요

 

 [숨을 씁 들이마시며] 저…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

 

 [의아한 숨을 들이쉬며]  어머님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니요

 

 근데 갑자기 왜…

 

 (변호사) [안도하듯 웃으며]  다행이네요

 

 저쪽에서 모친분 의료 기록을  참고 자료로 요청했거든요

 

 (변호사) 뭐, 어떡해서든  증언 능력을 훼손시켜 보려는 건데

 

 [픽 웃는다]

 

 (변호사) 졸린다는 방증인 거죠

 

 [쾅 부딪친다]  [놀란 신음]

 

 (우진) 아, 씨, 정말

 

 (변호사) 예?

 

 [우진의 깊은 한숨]

 

 아니요  [난감한 숨소리]

 

 저기, 나중에 통화해요

 

 [우진이 안전띠를 달칵 푼다]

 

 [어두운 음악]

 

 (교수) 괜찮으세요?

 

 [교수의 미안한 숨소리]

 

 죄송합니다, 안 다치셨어요?

 

 - (우진) 아, 예  - (교수) 네?

 

 (우진) [놀라며] 차가…

 

 [우진의 골치 아픈 한숨]

 

 (교수) 저…

 

 [우진의 답답한 한숨]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가시죠

 

 (우진) 됐어요

 

 보험 처리하게 명함이나 주세요

 

 (교수) 아, 예

 

 [우진의 짜증 섞인 한숨]

 

 이대로 운행하시면  위험할 거 같은데 견인 부르시죠

 

 (우진)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괜찮아요

 

 (교수) 저…

 

 커피 한잔하실래요?

 

 [멋쩍은 웃음]

 

 [쑥스럽게 웃으며]  멘트가 너무 올드했나요?

 

 (교수) 이 앞에  새로 연 카페가 하나 있는데

 

 커피 맛이 정말 좋거든요

 

 [권유하는 신음]

 

 이거 작업이에요?

 

 영업이라고 해두죠

 

 [멋쩍은 웃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우진) 카페 영업을  희한하게 하시네요?

 

 [교수가 숨을 씁 들이마신다]

 

 (교수) [멋쩍게 웃으며]  아, 예, 제가…

 

 사실 아직 정식 오픈 안 했어요

 

 저도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지금 이렇게 보내드리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수가 입을 쩝 뗀다]

 

 커피 좋아하시죠?

 

 [교수의 다정한 웃음]

 

 [교수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깊은숨을 내쉬며] 자

 

 [커피 머신 작동음]

 

 술은 없어요?

 

 네?

 

 술 없냐고요

 

 (우진) 뭐, 차 가져갈 일도 없고

 

 [우진이 숨을 씁 들이마신다]

 

 마침 술친구도 필요해서

 

 아, 아, 뜨거워, 뜨거워

 

 (도쿄) 작전 두 달 전

 

 교수는 선우진 경감에게

 

 우연을 가장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양육권 소송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차라리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와 잠시

 

 웃고 떠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감에 대해

 

 거의 모든 걸  파악하고 있던 교수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녀의 마음속 빈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경감을 자신의 계획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다

 

 [우진의 잠에 취한 숨소리]

 

 [우진의 당황한 숨소리]  [교수의 잠에 취한 숨소리]

 

 [우진의 난처한 신음]

 

 [조심스러운 숨소리]

 

 [옅은 한숨]

 

 [우진이 깊은숨을 내뱉는다]

 

 [힘주는 신음]

 

 (교수) 인사도 없이 가게요?

 

 사실 나 유부녀예요

 

 (우진) 뭐  이혼 소송 중이기는 하지만

 

 미안해요

 

 이럴 생각으로 따라온 건 아닌데

 

 [심란한 한숨]

 

 요즘 내 마음이 복잡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우진의 깊은 한숨]

 

 [차분한 음악]

 

 저 어이없죠?

 

 [자상한 웃음]

 

 (교수) 괜찮아요

 

 난 처음부터  이러려고 데리고 온 거니까

 

 [픽 웃는다]

 

 [교수의 따뜻한 웃음]

 

 계획대로 됐네요?

 

 이제부터 시작이죠

 

 전 우진 씨랑 하고 싶은 일들이  잔뜩 있는데요?

 

 예를 들면요?

 

 [교수가 입을 쩝 뗀다]

 

 (교수) [손뼉을 짝 치며]  어디 보자, 음

 

 여행 좋아해요?

 

 (우진) 좀 식상한데?

 

 어디로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라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지나  키이우까지 가는 거예요

 

 뭐야?

 

 한 일주일 정도  걸리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거기까지 가서  열차를 갈아타고

 

 헤르손까지 가는 거죠

 

 거긴 또 어디예요?

 

 [옅은 숨을 들이쉬며]  우크라이나 남부의  작은 항구 도시인데

 

 정말 아름다운 곳이래요

 

 굳이 거길 갈 거면

 

 비행기 타고 가는 게  빠르지 않아요?

 

 (교수) 오래 걸리기는 해도  기차 여행이 낭만적이잖아요?

 

 미안한데 저한테는 없네요

 

 (우진) 그런 낭만이

 

 [우진의 옅은 한숨]

 

 (교수) 연락할게요

 

 [입을 쩝 떼며] 가끔  사고 현장에서는 괜찮았는데

 

 나중에 뒷목 잡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교수가 살짝 웃는다]

 

 [우진의 옅은 웃음]  [교수의 호탕한 웃음]

 

 [입을 쩝 떼며] 오늘 정작  커피 맛을 못 봐서

 

 시간 될 때 들를게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풀벌레 울음]

 

 [옅은 한숨]

 

 "영업 종료"

 

 [우진의 힘겨운 숨소리]

 

 (도쿄) 왜 하필 그때였을까?

 

 그때 경감이 과로로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그때 교수가 헤드쿼터를  정리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은 죽는 날까지  평생 마주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긴박감이 고조되는 음악]

 

 그래야만 했다

 

 (교수) 우진 씨, 우진 씨!

 

 정신 차려요

 

 정신 차려요, 우진 씨!

 

 (교수) 정신 차려요!

 

 우진 씨!

 

 [주제곡]

 

 (TV 속 앵커1) 이들의 폭로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난 가운데

 

 강도들이  이런 거짓 선동을 한 것은

 

 남북 경협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상만의 한숨]  이로 인해 경협특위 위원장으로  경협 회담을 주도 중인

 

 유력 대권 주자  김상만 의원의 지지율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여론 조사 결과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분간  [안도하는 숨을 내쉰다]

 

 여론은 걱정 안 해도 되겠습니다

 

 남조선 언론은  좀 다를 줄 알았더니만

 

 중앙방송이나  크게 차이가 없나 봅니다

 

 (재윤) 우리 그룹에서 집행하는

 

 광고비가 얼마인데  알아서들 기어야죠

 

 안에 있는 놈들 족치면

 

 바깥에 있는 일당까지  잡아들이는 것도

 

 (용수) 시간문제 아니갔소?

 

 [입을 쩝 떼며]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어서  [옅은 숨을 내쉰다]

 

 회담 전에 싹 다 밀어버리시죠

 

 그러다 역풍이라도 불면  [고민하는 숨소리]

 

 (상만) 거, 어차피  손발 다 묶여있는데

 

 회담 끝나고  처리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지지율 때문에 그러시오?

 

 (용수) 어차피 의원님이나 저나

 

 이번 회담 성사 아니 되믄  이후 정치생명은…

 

 (재윤) 잠깐만 조용히 해봐요

 

 (영상 속 베를린) 우리의 행동은

 

 [긴장되는 음악]  도둑맞은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이 땅의 진짜 주인인  민중들에게 돌려주기 위함이오

 

 (베를린) 하디만  바깥에 있는 자들은

 

 이런 우리의 의도를 감추고

 

 (영상 속 베를린)  거짓으로 덮기 급급한 모양인데

 

 아마도 지들이 진짜  도적 떼인 게 두려운가 보디

 

 [베를린의 결연한 숨소리]

 

 (베를린) 길타면  북남, 남북 민중들에게

 

 인질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베를린) 저 진짜 도적들과  우리 중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선택할 기회를 주갔어

 

 내일 오후 3시

 

 우리는 인질 일부를 석방할 것을

 

 (베를린) 이 자리에서 약속하디

 

 [인질들이 술렁인다]

 

 [영민의 놀란 숨소리]

 

 (서장) 당장 방송 중지 요청해!

 

 (경찰1) 라이브는 중지됐는데

 

 시청한 사람들이 영상을 계속  퍼 나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막아!

 

 (서장) 실시간 댓글 올라오는 거  다 체크하고!

 

 [휴대전화 진동음]  아이, 씨

 

 아, 예, 예, 의원님

 

 안 그래도 저희가  이제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새끼들 통신 장비도 부서졌겠다

 

 이걸로 밖에 있는 패거리들한테

 

 그, 신호 같은 거  보내는 걸 수도 있어요

 

 아, 저, 그러기에는 저희가

 

 철저하게 감청을  하고 있어서 지금…

 

 (상만) 아니, 그러니까

 

 자꾸 저딴 식으로 개수작 못 하게  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 뭐, 아예  그 통신망을 끊어버리든지!

 

 (서장) 그럼 우리 측 통신망도  끊어집니다, 그리고

 

 어쨌든 인질을 풀어준다는 건

 

 우리한테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게…

 

 (상만) 그, 유불리는  내가 판단할 테니까

 

 당장 저 새끼들 입부터 막으라고!

 

 [상만이 혀를 쯧 찬다]  [서장의 한숨]

 

 [통화 종료음]

 

 (용수) 놈들이 선수를 쳤소

 

 이러면 회담 전에  밀어버리는 건 쉽지 않갔어

 

 [고민하는 숨을 들이쉰다]

 

 차라리 그…

 

 회담을 조금 연기하는 게…

 

 (재윤) 의원님

 

 [짜증 섞인 숨소리]

 

 장난하세요, 지금?

 

 (재윤) 그럴 거면 차라리  저 새끼들 진술한 게

 

 다 사실이라고 아예 대놓고  기자 회견이라도 열까요?

 

 - (상만) [한숨 쉬며] 아니, 그게…  - (재윤) 비즈니스는요

 

 타이밍입니다

 

 대통령 할 기회가  또 올 거 같으세요?

 

 대북 개발 붐이  또 불 것 같냐고, 제발! 쯧!

 

 [재윤의 답답한 한숨]

 

 (재윤) 정신들 좀 차리세요

 

 회담은 3일 후에 무조건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재윤) 저것들 막을 방법은

 

 알아서들 찾으세요

 

 그러라고 두 분 여기 있는 거잖아!

 

 [풀벌레 울음]  [프로펠러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덴버) 인질들이  뭐, 말 안 듣고 개기다가

 

 마, 갈 데까지 가면

 

 뭐, 돈으로라도 포섭을 한다, 응?

 

 (덴버) 그거야

 

 교수가 수업 때  다 말한 적 있으니까

 

 마, 그렇다 치겠는데

 

 근데 이 나머지는  굳이 와 내보내는 건데?

 

 어차피 남아있어 봐야  도움도 안 되고

 

 (나이로비) 그 정도는 해야  남은 인질들이

 

 우리 말을 믿지 않겠어?

 

 (베를린) 그런 이유도 있디만

 

 중요한 건 도쿄가  다시 들어오는 거야

 

 - (덴버) 어?  - (나이로비) 뭐?

 

 (리우) 야  나갈 때도 목숨 걸었는데

 

 뭐, 그보다 더한 짓을 하라고?

 

 이미 도쿄랑은 얘기 끝났어

 

 (베를린) 처음부터 도쿄의 임무는

 

 교수를 만나고 오는 거였어

 

 - (덴버) 어?  - (리우) 아니, 야, 그렇지만

 

 아, 저 밖에는 저격수도 있고…

 

 그래서 인질들을  이용하자는 거 아니네?

 

 (나이로비) 인질 사이에  섞여 있으면

 

 쉽게 쏘지 못하겠지

 

 맞는 말이야

 

 (리우) 야, 그냥  원래 계획대로 좀 하면 되잖아

 

 아니, 탈출로도 곧 뚫릴 텐데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해야 되냐고?

 

 (베를린) 원래 계획대로였으면  통신이 끊기지도 않았갔디

 

 [리우의 한숨]  도쿄가 상황을 전달했으니

 

 교수의 지시가 있을 거야

 

 기걸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베를린의 비장한 숨소리]

 

 (TV 속 앵커2) 김상만 의원의  차기 대선 지지율이

 

 10퍼센트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폐국 사건 경과가  경협 회담은 물론

 

 나아가 차기 대선 판도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밤 조폐국 인질범들이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인질 일부 석방을

 

 예고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질범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강도 인질극이 아닌

 

 남북경협회담을 둘러싼

 

 특정 세력의 부패를 폭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점을 강변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에 반응하여  부패의 진실…

 

 (도쿄) 교수는 밤새 급변하는  조폐국 안팎의 상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을 무너뜨릴 만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작전을 변경한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서울) 이제 며칠만 있으면  탈출로도 뚫리는데

 

 회담 날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더 이상 그럴 여유가 없어

 

 (서울) 뉴스에서 밤새 떠드는 거  못 들었어?

 

 여론도 우리 편이 더 우세한데

 

 놈들이 갑자기  들이칠 리도 없잖아!

 

 (교수) 호랑이 등에  탈 수는 있어도

 

 우리가 원하는 데로 가게  만들 수는 없어

 

 여론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게

 

 탈출을 위한 전제 조건이었지만

 

 (교수) 상황이 예상 이상으로  급변하고 있어

 

 (도쿄) 그래서 답은 찾았어?

 

 (교수) 쉽지는 않겠지만

 

 그럼 됐어

 

 내가 전달하면 되잖아

 

 [옅은 한숨]

 

 부탁할게

 

 (교수) 지금 수정된 계획을  전달하지 못하면

 

 탈출은 고사하고 전원…

 

 몰살당할 수 있어

 

 [교수의 옅은 한숨]

 

 [의료 기기 작동음]  (TV 속 앵커3)  조폐국을 점거한 강도들이

 

 오늘 오후 3시

 

 인질 일부를 석방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강도들의 이러한 돌발 행동이  [우진의 힘겨운 숨소리]

 

 자신들의 폭로에  힘을 싣기 위함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그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민아) 엄마

 

 (필순) 정신이 좀 드니?

 

 어떻게 여기에 온 거야?

 

 (민아) 과로래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지 뭐야

 

 (필순) 아니, 몸을 좀 챙겨가면서  일을 해야지

 

 길에서 쓰러지도록…

 

 [필순의 속상한 숨소리]

 

 근데 누가 날 병원에…

 

 (필순) 아니, 우리도  병원에서 전화해서 온 거야

 

 (민아) 간호사 언니 말로는

 

 어떤 분이 병원까지 데려왔다는데

 

 우리 왔을 때는  엄마 말고는 아무도 없었어

 

 [의미심장한 음악]  (교수) 우진 씨, 정신 차려요!

 

 우진 씨!

 

 (나이로비) 아니  진짜 남아서 도와주면

 

 30억을 주겠다고?

 

 (베를린) 기래

 

 (덴버) 씁, 아이, 근데 인질들이

 

 뭐, 돈이고 나발이고  씨발, 뭐, 내 그냥 나가겠다

 

 (덴버) 그라믄 그때 우짤 낀데?

 

 기런 일은 없을 거야

 

 돈 앞에서 인간들이  얼마나 간사해지는지

 

 지켜보라우

 

 [멀어지는 발소리]

 

 (교사) 내보내 주겠다는 거  진짜 같지 않아요?

 

 예고 방송까지 한 걸 보면

 

 [박 대리의 미심쩍은 숨소리]

 

 (박 대리) 남으면  돈 주겠다는 것도 진짜일까요?

 

 (최 과장) 박 대리 니…

 

 설마 진짜면 남을라 하니?

 

 [박 대리가 피식 웃는다]

 

 (박 대리) 아니, 30억이  누구 애 이름도 아니고

 

 솔직히 팔자 고칠 금액 아닙니까?

 

 게다가 찍고 있는 돈  다 나쁜 놈들 돈이라잖아요

 

 (영민) 제정신이야?

 

 그 나쁜 놈들이

 

 우리 월급 주는 분들이라는  사실을 잊었냐?

 

 [최 과장의 코웃음]

 

 [최 과장이 숨을 씁 들이마신다]

 

 (최 과장) 긴데 진짜  국장 동지씩이나 되믄

 

 30억 정도는  콧방귀도 아니 나오는 겝니까?

 

 (영민) 당연하지

 

 그깟 30억?  [박 대리의 놀란 숨소리]

 

 [영민의 비웃음]

 

 (베를린) 자  이제 결정할 시간인데

 

 다들 어드래, 선택들 했네?

 

 [베를린이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쉬며] 기래  고민이 좀 될 거야, 음

 

 (영민) 저, 우리한테  선택권을 줬으니까

 

 국장으로서 제 의견을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해보라우

 

 여러분!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

 

 (영민) 이건 다 속임수입니다!

 

 이 강도 새끼…

 

 [못마땅한 숨소리]

 

 이 강도들이

 

 (영민) 왜 우리한테  그 큰돈을 나눠주겠습니까?

 

 그냥 우리를  이용해 먹으려는 겁니다

 

 [떨리는 신음]

 

 (베를린) 정말로

 

 기케 생각하네?

 

 (영민) 돈 준다고 해도

 

 [떨리는 숨소리]

 

 실컷 부려 먹다가

 

 나중에 모른 척하면 땡 아닙니까?

 

 (영민) 그리고 풀려나면

 

 강도들한테 협조한 대가로

 

 멀쩡히 다니던 조폐국에서  우리가 다 잘리는 거지!

 

 [못마땅한 숨소리]

 

 [베를린이 숨을 들이켠다]  (앤) 어차피 아저씨는  지금 나가나 나중에 나가나

 

 잘리지 않을까요?

 

 [인질들이 키득거린다]

 

 뭐?  [덴버와 나이로비가 픽 웃는다]

 

 (앤) 지금까지 한 일들을  좀 돌아보세요

 

 자기만 살겠다고

 

 사람들 위험에 빠뜨린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앤) 아!

 

 이미 나간 사람들이 다 얘기했겠다

 

 [인질들이 웃는다]

 

 (영민) 야! 지금 그게 중요해?

 

 이게 다 속임수라니까?

 

 헬싱키!

 

 가지고 들어오라우

 

 [다가오는 발소리]

 

 [헬싱키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헬싱키가 가방을 탁 내려놓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베를린) 자, 이거 보라우

 

 [인질들이 술렁인다]  우리는 거짓말하고 있는 게 아니야

 

 지금이라도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져가도 좋아

 

 [인질들이 웅성거린다]

 

 (영민) 그럼 뭐 합니까?

 

 성공한다 쳐도

 

 나중에 경찰들한테 다 뺏길 건데

 

 (베를린) 기렇디, 맞아

 

 다른 안전한  전달 방법을 찾아야갔디

 

 우리가 이미 생각한 방식이 있어

 

 기거는…

 

 [망설이는 신음]  지금 말해줄 수가 없어

 

 (베를린) 석방된 인질들이  발설해 버리믄

 

 나중에 이 돈 다 뺏기디 않갔어?

 

 뭐, 이마저도 못 믿겠다믄

 

 너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갔어

 

 이 국장 동지 말대로

 

 우리와 함께한다믄  직장에서 잘릴 수는 있갔디만

 

 이 30억이믄

 

 새 삶을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이디

 

 (나이로비) 자

 

 그럼 지금부터 한 명씩  따로따로 면담할 거니까

 

 (나이로비) 잘 생각해서 고민해

 

 [인질1의 갈등하는 숨소리]

 

 인당 30억?

 

 [리드미컬한 음악]  (나이로비) 10명이면 300억이야

 

 (교수) 인질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테니까

 

 탈출이 임박했다면 특히

 

 돈으로 꼬셔야 되나?

 

 (덴버) 와, 그 있다 아이가  그 영화 같은 거 보면

 

 같이 막 생사를 막 넘나들다가

 

 마, 끈끈해지는, 어?

 

 마, 그런 거 있다 아이가?  [리우의 깨닫는 숨소리]

 

 그 스톡홀름 신드롬?

 

 (오슬로) 아, 그 어디서 봤는데?

 

 뭘 또 봤다 하니? 씨

 

 (덴버) 뭔데, 그게?

 

 뭐, 정신병 같은 거가?

 

 뭐, 대충 비슷한 거지

 

 (모스크바) 인질이

 

 자기 감정을 인질범과  동일시하게 되는 심리 현상

 

 (덴버) 어?  [강도단의 탄성]

 

 [강도단이 감탄한다]

 

 그런 말도 할 줄 아나?

 

 (모스크바) 그냥  빵에서 주워들었다

 

 [모스크바의 쑥스러운 신음]  [덴버의 탄성]

 

 (교수) 물론 일부 인질들은  그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인질극이 길어지면  점점 통제하기가 어려워질 거야

 

 (교수)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돌발 상황이라면?

 

 (리우) 인질들이 반란 일으키고  뭐, 탈출하고 그런 거?

 

 무슨, 새끼야

 

 근마들이 마, 씨  브루스 윌리스가, 응?

 

 (오슬로) '다이 하드'

 

 (덴버) 맞지

 

 [강도단의 웃음]

 

 가능성은 있어

 

 기래, 만일 기런 일이 벌어지믄

 

 (베를린) 남은 인질들이 더 이상  우리를 겁내디 않게 되갔디

 

 (나이로비) 거기다  파업이라도 하면

 

 절대로 돈 제때 못 찍어내

 

 (모스크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덴버) 아, 근데… 씁

 

 그런 상황에서도  이, 통할 거란 말이가?

 

 그 30억 어쩌고가, 어?

 

 생각해 봐

 

 어떤 인질이 자유 대신  30억을 선택했다면

 

 (교수) 그 순간부터  우리가 성공하길 바랄 거야

 

 30억을 갖고 싶은 마음만큼  간절하게

 

 공범이 되는 거구먼기래

 

 그렇지

 

 긴장할 거 없고 편하게 얘기하소

 

 정말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해 준단 거예요?

 

 네

 

 [웃으며] 아, 뭐  선생이 속고만 살았나?

 

 (모스크바) 마, 조건이  하나 있다 카믄

 

 뭐, 지금 그냥 나가면  [의미심장한 음악]

 

 개털이라는 거

 

 (베를린) 기래, 어드래?

 

 아까 기 말 듣고도  나가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네?

 

 저…  [긴장한 숨소리]

 

 그… 생각을 좀 해봤는데

 

 그 돈, 미리 줄 수 있다고 했죠?

 

 - 기런데?  - 그거 30억

 

 조폐국에 숨기는 건 어떨까요?

 

 (영민) 여기 숨겼다고  생각하겠어요?

 

 저만 아는 장소가 있는데

 

 (미선) 물어볼 게 있어요

 

 (덴버) 뭔데?

 

 니 나가게?

 

 [고민하는 숨을 들이쉰다]

 

 - 이름이 뭐예요?  - 응?

 

 이름?

 

 아

 

 아, 그거는 근데, 그  얘기하면 안 돼 가지고

 

 (앤) 도쿄 나가서 어떡해요?

 

 썸 타는 사이 아니었나?

 

 아, 일방이었지?

 

 닥치시고요

 

 (리우) 그래서 니 어떡할 건데?

 

 이번에 나도  선택권이 있는 거였어?

 

 의외네?

 

 [숨을 들이마시며] 야  이 머리로 어케 국장을 한 거야?

 

 (베를린) 딴에는  머리를 굴린 모양인데

 

 경찰들이 기걸 모를 것 같네?

 

 [베를린이 옅은 숨을 들이마신다]

 

 (베를린) 사건이 끝나면  여기는 범행 현장이야

 

 머리카락 하나까지  탈탈 털디 않갔네?

 

 [깨닫는 숨소리]

 

 (청명) 바로 답하갔습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소

 

 내 남을 겁니다

 

 정말?

 

 나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입소리를 쩝 내며]  뭐, 우리를 믿기 힘들다믄

 

 [베를린이 영민을 툭툭 친다]  원하는 대로 내보내 주갔어

 

 (영민) 아, 저, 저기요

 

 그쪽 방법이라는 게 뭡니까?

 

 (영민)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사실 저

 

 여기 남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거든요

 

 그래, 뭐

 

 너도 봤지?

 

 (리우) 밖에 놈들 아주 미쳐 갖고

 

 이제 네가 안에 있든 없든  신경도 안 쓰는 거

 

 [한숨]

 

 택수다

 

 오택수

 

 택수…

 

 난 돈 같은 거 필요 없고

 

 (미선) 남을 거예요

 

 택수 씨랑 같이 있고 싶어요

 

 참 우스운 얘기디만

 

 내 평생 그 어느 때보다도

 

 합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청명)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모셔본  최고의 상사요

 

 (베를린) 우리 국장 동지한테만

 

 내가 솔직히  특별히 미리 알려 주디, 응?

 

 소란이 잦아들고 나믄

 

 너네 집으로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을 할 거야

 

 (베를린)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베를린) 자

 

 이제 선택하라우

 

 30억?

 

 아니면 자유?

 

 (나이로비) 자유는 왼쪽

 

 돈은 오른쪽

 

 [인질2의 갈등하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인질들의 고민하는 신음]

 

 (박 대리) 어? 국장님  저, 이쪽인데?

 

 [인질3의 의아한 신음]

 

 [멋쩍은 헛기침]

 

 [코웃음]

 

 (교사) 앤, 뭐 하니?

 

 당신들 뭐예요?

 

 나가고 싶으면  그러라고 했잖아요!

 

 (앤) 괜찮아요  제가 남겠다고 한 거예요

 

 (교사) 어?

 

 (베를린) 좋아  기럼 자유를 택한 동무들은

 

 잠시 후 약속한 시간에  여기서 나가게 될 거야

 

 (나이로비) 남기로 한 사람들은  바로 조폐 공장으로 이동한다

 

 가서 신나게 돈 찍으면서

 

 30억을 어떻게 받을지  어떻게 쓸지 얘기 나눠보자고

 

 따라와

 

 [뛰어오는 발소리]  (덴버) 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가쁜 숨을 내쉬며]  내 시계를 잘못 봐 가지고

 

 윤미선이는

 

 [손을 탁 잡으며] 남기로 했다

 

 (나이로비) 오케이, 이쪽으로 서

 

 - (덴버) 아, 잠깐, 와, 와, 와?  - (모스크바) 씁

 

 (덴버) 아, 잠깐  아이, 잠깐만, 잠깐만

 

 아이, 잠깐, 아이, 잠깐, 잠깐

 

 아, 와 이라는데?

 

 [덴버의 짜증 섞인 신음]

 

 니 뭐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자는 뭔데?

 

 뭐기는?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라

 

 [입을 쩝 뗀다]

 

 [단호한 숨을 내쉰다]

 

 (덴버) 아빠  [덴버가 입을 쩝 뗀다]

 

 내 있잖아

 

 내 저 여자 사랑한다

 

 뭐?

 

 아빠, 우리 여서 나가면  [들뜬 숨소리]

 

 마, 돈도 잔뜩 있겠다

 

 (덴버) 내 미선이랑

 

 아빠 잘 모시면서  행복하게 잘 살게

 

 우리 손주도 보고 이제 마…

 

 [덴버의 숨이 턱 막히는 신음]  [덴버가 모스크바를 탁탁 친다]

 

 [덴버의 답답한 신음]  (모스크바) 니 미칬나?

 

 자는 인질이다!

 

 (덴버) 아, 그게 와?

 

 아이, 뭐, 서로 사랑하는데  뭐 문제 있나?

 

 (모스크바) 사랑?

 

 니 스톡홀름 신드롬 못 들었나?

 

 [웃으며] 아따, 마, 참말로, 씨

 

 어디서 주서들은 건 있어 갖고

 

 (덴버) 아, 마, 됐다, 마, 씨

 

 아빠, 니 뭐 안다고, 진짜

 

 [안타까운 숨소리]  [덴버의 한숨]

 

 그 여자가…

 

 (모스크바) 돈은  필요 없다고 안 카드나?

 

 아니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의미심장한 음악]

 

 [걱정하는 숨을 들이쉬며]  니 사랑만 있으면 된다 그카제?

 

 느그 엄마도 그랬다

 

 [놀란 숨소리]

 

 그기 뭔 소리고?

 

 [속상한 숨소리]

 

 [모스크바의 떨리는 숨소리]

 

 (모스크바) 아빠가

 

 느그 엄마 우째 만났는지  말한 적 없제?

 

 (모스크바) 아빠가 털러 간 은행

 

 창구 직원이었다, 느그 엄마

 

 (덴버) 어?

 

 [모스크바의 애달픈 숨소리]

 

 저 여자맹키로

 

 (모스크바) 느그 엄마도  아무것도 필요 없고

 

 내 손 잡고 도망가자 그캤다

 

 (모스크바) 우리도  사랑인 줄 알았제  [덴버의 혼란스러운 숨소리]

 

 근데…

 

 니 낳자마자 그러더라

 

 자기 놔달라고

 

 [모스크바의 슬픈 숨소리]

 

 (모스크바) [울먹이며]  아야, 니는 제발

 

 내처럼 살지 마라, 좀!

 

 [모스크바가 울먹인다]  [덴버의 혼란스러운 숨소리]

 

 (도쿄) 뭐라고 받아치고 싶었지만

 

 덴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덴버의 실성한 듯한 웃음]

 

 아버지의 과거를 비난해 봤자

 

 자신의 현재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아, 씨발, 진짜, 씨…

 

 [모스크바가 오열한다]

 

 (청명) 이쪽으로 들어가면 말이야

 

 이쪽으로 넘어와서  여기서 찍혀지는 거야

 

 (영민) 자, 자!

 

 밀린 작업량 메우려면  열심히 해야지! 어?

 

 어이, 거기!

 

 멀뚱히 서있지만 말고  일 좀 하라고!

 

 공짜로 돈을 얻어가려고 그래?

 

 나 일하는 거 안 보여?

 

 (영민) 열심히들 해!

 

 너희들도 도와 봐라, 좀!

 

 [영민이 잔소리한다]

 

 그래야 돈 가져가지!

 

 (나이로비) 아름답지?

 

 멍하게 바라보게 된다니까?

 

 근데 왜 남았어?

 

 돈이 필요해서는 아닐 테고

 

 (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나이로비) 뭐?

 

 (앤) 그냥 당신들이 하는 일

 

 끝까지 보고 싶어서

 

 (서장) 과로로 쓰러졌다더니  벌써 퇴원했어?

 

 더 쉬어야 되는 거 아니야?

 

 그것보다 강도들이  석방 예고한 거 말이에요

 

 그렇게 요란하게 나오는 건…

 

 (서장) 아, 이쪽 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참에 좀 쉬어

 

 이미 휴가 처리 해놨어

 

 서장님

 

 [우진의 황당한 숨소리]

 

 (우진) [기가 찬 한숨을 내쉬며]  그래, 관두자

 

 (기사) 어서 오세요  어디로 모실까요?

 

 [지친 한숨]

 

 (우진) 카페 정리하는 거예요?

 

 [우진이 숨을 하 내뱉는다]

 

 우진 씨

 

 [옅은 헛기침]

 

 선호 씨죠, 나 병원에 데려간 거?

 

 금방 퇴원해서 다행이에요

 

 (우진) 나…

 

 조폐국 사건 손 뗐어요

 

 관두고 나니까 보고 싶고

 

 후회돼서 왔었어요

 

 (우진) 그때는 사건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내부 정보는 줄줄 새는데  갑자기 차무혁 대위도 사라지고

 

 (우진) 이제 와서  변명하는 건 아니고

 

 그냥…

 

 [혀를 쯧 찬다]

 

 [울먹이며] 상처 줘서 미안해요

 

 그렇지만 진심이었어요

 

 [우진의 울먹이는 숨소리]

 

 (우진) 다시 못 보게 되더라도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

 

 [우진이 옅은 숨을 들이쉰다]

 

 (우진) 갈게요

 

 [멀어지는 발소리]

 

 [차분한 음악]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갈등하는 숨을 들이켠다]

 

 [우진의 무거운 한숨]

 

 우진 씨

 

 (도쿄)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100%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교수는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수행하는 건

 

 감정에 휘둘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니까

 

 하지만 교수가 미처 몰랐던 건

 

 자신 또한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진) 이번에 저 휴가 받으면  기차 여행 할래요?

 

 아, 왜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선호 씨가 같이 가자고 했었잖아요

 

 그때, 어, 가자던 도시가…

 

 어디였죠?

 

 이름이…

 

 헤르손

 

 아

 

 [교수가 깊은숨을 내쉰다]

 

 [교수의 옅은 웃음]

 

 [옅은 탄성]

 

 (교수) 흑해와 드니프로강이  만나는 곳에 있는 항구 도시예요

 

 왜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에 가려던 거예요?

 

 사실 예전에 아버지가  여기를 다녀와 본 누군가한테

 

 얘기를 들은 후로

 

 (교수) 그분의 평생소원이 됐어요

 

 언젠가 그런 곳에서  가족 모두 같이 사는 게…

 

 아버지요?

 

 가족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 같아요

 

 [옅은 헛기침]

 

 [깊은숨을 들이켠다]

 

 아,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라서…

 

 마지막 몇 년 동안은  헤르손 같은 건 다 잊어버리시고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거든요

 

 [교수가 옅은 숨을 들이켠다]

 

 혹시 치매셨어요?

 

 [씁쓸하게 웃으며] 네

 

 저희 아버지도 치매셨어요

 

 [안타까운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가봐야겠어요  [난처한 한숨]

 

 가게 정리란 게 뭐가 좀  복잡하네요

 

 [교수의 멋쩍은 웃음]

 

 그럼 우리  헤르손 가는 거예요?

 

 (도쿄) 처음 헤르손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전혀 진심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교수도 진심으로

 

 그녀와 함께  그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며칠 후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했지만 말이다

 

 그래요

 

 가게 일 정리되면…

 

 같이 가요

 

 [숨을 후 내쉰다]

 

 아니, 그, 뭐 스톡홀름인지  그 씨팔홀름인지, 씨

 

 알 게 뭐라고, 그기, 씨…

 

 [복잡한 숨을 내쉰다]

 

 [덴버의 심란한 숨소리]  [덴버가 입소리를 쩝 낸다]

 

 [다가오는 발소리]

 

 [덴버가 라이터를 탁탁 켠다]

 

 너, 그… 왜 기카고 서있네?  [덴버가 라이터를 탁 닫는다]

 

 [덴버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덴버가 입소리를 쩝 낸다]

 

 (덴버) 아이다

 

 (베를린) 아바디가

 

 윤미선이 그 에미나이 버리라디?  [덴버가 숨을 후 내뱉는다]

 

 니…

 

 우찌 알았노?

 

 니 얼굴에 쓰여 있어

 

 [옅은 한숨]

 

 [덴버가 숨을 후 내뱉는다]

 

 (덴버) 네가 봐도…

 

 그 스톡홀름이가?

 

 그 여자가

 

 [입을 쩝 떼며] 글쎄

 

 (베를린) 뭐 상관있네?

 

 기쪽 감정이 어떻든

 

 네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믄  되는 거 아니갔어?

 

 [덴버의 깊은 한숨]

 

 (덴버) [깊은숨을 내쉬며] 베를린

 

 니는 마, 어?

 

 수용소에서  그 여자 데리고 나왔다매?

 

 어? 그 서울이

 

 (덴버) 그라고 그 여자도  순순히 따라왔고, 어?

 

 그럼 서로  사랑하는 거 아이가, 그기?

 

 맞제?

 

 나는 후회한다

 

 어?

 

 [무혁의 힘겨운 숨소리]  [무혁이 수갑을 달그락거린다]

 

 [무혁의 안간힘 쓰는 신음]

 

 씨…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당신은 와 여기 있소?

 

 갑자기 뭔 소리야?

 

 평양에서 대학까지 나온  고위급 자제 아이오?

 

 서울말로 덮는다고 해도  말투에서리 드러나는 거이 있거든

 

 그래?

 

 (서울) 하긴

 

 쉽게 지워지진 않겠지  과거라는 게

 

 어쩌다가 저런 놈들이랑  한패가 된 거이요?

 

 얘기하자면 길어

 

 (무혁) 원하믄

 

 얼마든지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무혁의 옅은 숨소리]

 

 혹시 후회한다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 날 도와주믄…  - (서울) 전과도 지워주고

 

 새 삶을 주겠다, 뭐, 이런 건가?

 

 미안한데

 

 난 이미 새 삶을 살고 있어서

 

 그리고 그게 꽤나 마음에 들거든

 

 (서울) 이건 압수

 

 수갑은 알아서 풀어보시든지

 

 장난질한 벌이야

 

 [문이 탁 여닫힌다]  [짜증 섞인 신음]

 

 [지퍼가 지익 여닫힌다]

 

 (도쿄)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교수) 정리할 게 좀 있어서

 

 준비됐으면 출발할까?

 

 (서울) 잠깐만

 

 이거

 

 약이야

 

 베를린한테 좀 전해줘

 

 저기 혹시 베를린이  이상한 생각을 하면…

 

 (도쿄) 걱정 마

 

 목덜미를 잡아서라도  끌고 나올 테니까

 

 가자

 

 [시끌벅적하다]  (시위자1) 종이의 집은  우리의 것이다!

 

 [카메라 셔터음이 요란하다]  (시위자2) 밀실 회담의  진실을 규명하라!

 

 (시위자3) 책임자를 처벌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시위자들의 구호 소리]

 

 (시위자4) 밀실 회담의  진실을 규명하라! 규명하라!

 

 (시위자5) 협상을  반대한다! 반대한다!

 

 [시끌벅적하다]

 

 [시위자6의 불안한 신음]

 

 [시위자7의 놀란 신음]  - (시위자6) 아니, 뭐야, 지금?  - (시위자8) 왜 그래요!

 

 (상만) 에이, 씨

 

 아, 뭐가 저렇게 시끄러워요?

 

 (서장) 아, 지시대로

 

 반경 100m 이내  통제 중에 있습니다만은

 

 인질들 가족에 기자들까지 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상만) 놈들이  석방 예고까지 하면서

 

 이목을 끌려는 이유가 뭐겠어요?

 

 선전 효과를 노리는 겁니다

 

 (상만) 지난번에  저 새끼들이 쇼한 거 때문에

 

 일이 얼마나 복잡해졌는지 알아요?

 

 (상만) 뭔 꿍꿍이로  석방을 하겠다는 건지는 몰라도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됩니다  [서장의 답답한 한숨]

 

 [버럭 하며] 이 현장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건

 

 하나도 없어야 돼요  아시겠습니까?

 

 예

 

 (상만) 병력 빈틈없이 배치해서

 

 300m 안으로

 

 개미 새끼 한 마리  얼씬 못 하게 하세요

 

 저, 기자들은 어쩝니까?

 

 [입을 쩝 뗀다]

 

 저, 그…

 

 인터넷, 유튜브 찌끄레기들  다 내보내고

 

 (상만) 아, 저…

 

 여기 리스트에 있는  언론사만 받으세요

 

 라이브 안 하고 보도 방향

 

 다 협의해서 내보내는 거로  얘기됐으니까

 

 (서장) 예

 

 [골치 아픈 한숨]

 

 [기분 좋은 숨소리]

 

 [행복한 웃음]

 

 (교수) 저희 아버지도 치매셨어요

 

 [긴장되는 음악]  [떨리는 숨소리]

 

 '아버지도'?

 

 병력이 늘었어

 

 (서울) 설마  우리 작전을 눈치채고?

 

 아니

 

 여론이 무서운 거겠지

 

 (서울) 덕분에 일이 더 어려워졌네

 

 [블라인드가 챙 닫힌다]

 

 [나이로비의 한숨]

 

 (나이로비)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사람들이 좀 북적여 줘야  틈이 날 텐데

 

 (나이로비) 싹 밀어버렸어

 

 (베를린) 씨…

 

 (리우) 이거 지금이라도  당장 중단해야 돼

 

 병력은 몇 배로 늘어난 데다가  접근도 완전 차단됐잖아

 

 지금 도쿄가 다시 들어오는 거?

 

 이거 완전 자살 행위야

 

 야, 인질 석방, 어? 다시 철회하자

 

 기럴 수 없어

 

 (리우) 아, 왜?  그걸로 여론 몰이 해야 되니까?

 

 기거이 우리 생존을 위한 거라  말하지 않았네

 

 (리우) 교수가 그랬다고?

 

 그 혁명이니 뭐니, 어?

 

 네 정신 나간  그 계획 때문은 아니고?

 

 [베를린의 성난 신음]

 

 (나이로비) [소리치며] 베를린!

 

 (베를린) 괜한 헛소리로  분탕질 치디 마라우

 

 부족할 거 없이 자란  남조선 도련님이 뭘 알갔어?

 

 우리가 인질 석방을 철회하면  도쿄가 포기할 거 같아?

 

 (베를린) 목숨 걸고  돌진할 거야, 왜?

 

 우리를 위해서

 

 (베를린) 철회?

 

 기거야말로  도쿄 개죽음시키는 거야, 알갔어?

 

 [성난 신음]  [리우가 베를린을 탁 잡는다]

 

 (리우) 야

 

 너 행여 도쿄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너 죽인다, 알겠어?

 

 기래

 

 (베를린) 이제 좀 기대가 되는구먼

 

 [리우의 분에 찬 신음]

 

 [분한 한숨]

 

 (미선) 잠깐만요, 아파요

 

 [미선의 당황한 숨소리]

 

 니…  [미선의 아파하는 숨소리]

 

 [갈등하는 숨소리]

 

 니 나가라!

 

 네?

 

 [괴로운 숨소리]

 

 [깊은숨을 들이켠다]

 

 [떨리는 숨소리]

 

 니 나가라고

 

 (미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덴버) 니 나가서  그냥 평범하게 살아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나 후회 안 해요

 

 (미선) 그리고 나중에  후회를 하든 말든 상관없어

 

 당신이랑 함께하기로 한 건

 

 내가 선택한 거니까

 

 마, 니 정신 차리라

 

 (덴버) 내 강도다

 

 은행털이 아빠가  허구한 날 감방 드나드는 통에

 

 어려서 배운 것도 없고

 

 그냥 주먹질이나 할 줄 아는  생양아치라고

 

 (덴버) 그런 놈 믿고  니 여 남겠다는 게

 

 그게 말이 되나, 그게, 어이?

 

 [미선이 덴버를 탁 잡는다]

 

 [울먹이며] 왜 그래요?

 

 (덴버) [성난 숨을 들이켜며]  아이, 씨발, 거, 진짜!

 

 [덴버가 탁자를 쾅 찬다]  아, 씨발, 대충 얘기하면  거, 눈치 까고 꺼질 것이지

 

 (덴버) 아, 존나 말 많네, 그거

 

 [덴버의 떨리는 숨소리]

 

 [혼란스러운 숨소리]

 

 [미선이 덴버를 탁 잡는다]

 

 택수 씨

 

 꺼지라고

 

 니 재미없다고, 이제

 

 (덴버) 니도  그 늙다리랑 어울리다가

 

 간만에 화끈하게 놀았으면  된 거 아이가?

 

 - 뭐?  - (덴버) 니 설마

 

 그 30억 때문에  눈치 없는 척 이라는 거가?

 

 (덴버) 내가  그 30억 보내줄 테니까

 

 [미선의 분에 찬 숨소리]  [덴버가 숨을 후 내뱉는다]

 

 [분노에 차 흐느낀다]

 

 [성난 숨을 내뱉는다]

 

 그딴 돈 필요 없어

 

 (미선) 이 개새끼야

 

 [떨리는 숨소리]

 

 (헬싱키) 뭣들 하니?  [미선이 훌쩍인다]

 

 시간이 다 됐다  [미선의 떨리는 숨소리]

 

 석방될 인질들 로비로 모이라!

 

 [거친 숨소리]

 

 [미선이 훌쩍인다]

 

 [멀어지는 발소리]

 

 [문이 탁 여닫힌다]

 

 [울음을 터뜨리며]  아, 씨발, 진짜, 이, 씨

 

 [긴장되는 음악]  [덴버가 엉엉 운다]

 

 도쿄

 

 - 듣고 있어?  - (도쿄) 응

 

 난 준비됐어

 

 (교수) 솔직히 말해서 이번 작전

 

 어려울 거야

 

 만약 실패하면…

 

 죽거나, 망하거나

 

 나도 알고 있어

 

 너한테 너무 큰 짐 지우는 것 같다

 

 [덴버가 숨을 후 내뱉는다]

 

 교수

 

 내가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듣고 있어

 

 (도쿄) 그때 했던 약속  아직 유효한 거지?

 

 물론이지

 

 그럼 됐어

 

 고민보단 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갈등하는 숨을 내뱉는다]

 

 (나이로비) [속삭이며] 괜찮아

 

 [개방 알림음]

 

 [인질들의 괴로운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베를린) 약속한 대로  우린 아무 조건 없이

 

 인질들의 절반이 넘는 15명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그간 우리 인질 동무들이  보여준 인내심과

 

 그의 깊은 노고에 감사하고…

 

 (기자1) 이곳은 조폐국 현장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지점입니다

 

 하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일부 특정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취재와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경찰 당국은 안전상의 이유라고…

 

 (영상 속 베를린)  북남의 민중들에게…

 

 [영상이 뚝 끊긴다]

 

 (리우) 뭐야, 이거 왜 끊겨?

 

 와 이래?

 

 - (기자2) 뭐야, 이거 왜 이래?  - (기자3) 지금 다 끊겼어

 

 (기자4) 이거 안 돼요?

 

 [시끌벅적하다]

 

 이리 와요, 이쪽으로 와서  저쪽을 취재해

 

 [시스템 작동음]

 

 (서장) 인근 기지국, 통신망  전부 셧다운됐습니다

 

 (상만) 마이크가 없어지니까  떠들 기분이 안 생기나 보지?

 

 당황한 얼굴이 꼴들 좋구먼

 

 [비웃음]

 

 [긴장되는 음악]

 

 [리우의 당황한 숨소리]

 

 자!

 

 이제 집에들 가자고

 

 [차 문이 탁 닫힌다]

 

 (베를린) 앞으로

 

 [인질들이 긴장한 숨을 내뱉는다]

 

 (베를린) 다들 고생했어

 

 천천히, 조심해서들 가시오

 

 [모스크바가 숨을 후 내뱉는다]

 

 [오토바이 시동음]

 

 [오토바이 엔진음]

 

 (베를린) 나오라우

 

 지금이야

 

 [오토바이 엔진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오토바이 굉음]

 

 [타이어 마찰음]

 

 (경찰2) [소리치며]  저거 뭐야? 저거 잡아!

 

 [오토바이 엔진음]

 

 [오토바이 엔진음]  [인질들의 놀란 비명]

 

 [당황한 신음]

 

 (상만) 뭐야, 저거?

 

 (서장과 상만)  - 놈들 패거리인 것 같습니다  - 저거, 저거…

 

 (상만) 보고만 있을 겁니까?  발, 발, 발포하세요!

 

 (서장) 하지만 지금 인질들이…

 

 [오토바이 굉음]  [인질들의 놀란 비명]

 

 (상만) 저격수

 

 (무전 속 상만)  저격수, 뭐 해? 쏴!

 

 - (리우) 저격수야!  - (베를린) 엄호해!

 

 [인질들의 비명]

 

 [총성이 요란하다]

 

 미칬나? 씨!

 

 닫아라!

 

 들어가! 리우, 들어와!

 

 [총성이 요란하다]

 

 (베를린) 들어가라!  [도쿄의 힘주는 숨소리]

 

 (리우) 위험해!

 

 문 닫으라우!

 

 [총성이 요란하다]  [나이로비의 다급한 숨소리]

 

 [폐쇄 알림음]

 

 [총성이 요란하다]  [나이로비의 환호성]

 

 (나이로비) 아, 대박!

 

 [상만이 무전기를 탁 던진다]

 

 [짜증 섞인 신음]

 

 [벅찬 숨소리]  [리드미컬한 음악]

 

 [카메라 셔터음]

 

 [안도하는 숨을 내쉬며] 아이고

 

 (상만) 아이고,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애쓰셨어요  [서장의 기가 찬 숨소리]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수고하셨습니다

 

 (도쿄) 제법이었어

 

 [리우의 울컥한 숨소리]

 

 (리우) 야  야, 너 어디 다친 데 없어?

 

 너 방금 진짜 죽을 뻔했어, 알아?

 

 안 죽었잖아

 

 [피식 웃는다]

 

 그래

 

 (나이로비) 자기야, 보고 싶었어

 

 [나이로비의 즐거운 웃음]

 

 [장난스러운 말투로] 해냈어!

 

 [나이로비의 웃음]  (도쿄) 베를린

 

 뭐 이런 걸 가지고 왔네?

 

 어떤 여자가 굳이 들여보내던데?

 

 (미선) [흐느끼며] 왜…

 

 [미선이 엉엉 운다]

 

 [모스크바의 힘겨운 숨소리]

 

 [모스크바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아버지한테 사과해요

 

 응?

 

 내가 와?

 

 그래도 아버지잖아요

 

 아, 됐다, 마  [혀를 쯧 찬다]

 

 [고통스러운 숨소리]

 

 [괴로운 숨소리]

 

 [아파하는 신음]

 

 (덴버) 분명히

 

 또 며칠 저러다가  내한테 슬쩍 와 갖고

 

 마, 미안하다고 마, 그랄 기다

 

 [떨리는 숨소리]

 

 (덴버) 또 뭐, 얘기하다 보면  다 괘안아진다  [모스크바의 괴로운 신음]

 

 아, 니는 걱정할 거 없다

 

 (덴버) 원래 맨날 이런 식이거든

 

 [모스크바의 가쁜 숨소리]  내랑 우리 아빠랑은

 

 [덴버가 혀를 쯧 찬다]

 

 [한숨]

 

 [우진의 다급한 숨소리]

 

 (필순) 도대체 왜 그래?

 

 [우진이 수첩을 탁 내려놓는다]  [다급한 숨소리]

 

 아니, 무슨 일인데 그래?

 

 [우진의 떨리는 숨소리]

 

 (우진) 엄마

 

 [떨리는 숨을 내쉬며]  그 카페 사장 말이야

 

 어, 너랑 만나는?

 

 - 어  - 아니, 그 사람이 왜?

 

 혹시…

 

 [수첩을 탁 내려놓으며]  그 사람 만난 적 있어?

 

 글쎄

 

 그 한 달 전쯤인가  너 데려다주고 갈 때

 

 (필순) 그때 잠깐 본 것 말고는…

 

 잘 생각해 봐, 어?

 

 [우진의 간절한 숨소리]  [필순의 생각하는 숨소리]

 

 너한테

 

 전화했었어

 

 뭐? 무슨 소리야, 어?

 

 그 사람을…

 

 봤어

 

 [어두운 음악]  [교수의 떨리는 숨소리]

 

 [트렁크 문이 탁 닫힌다]

 

 [겁먹은 숨소리]

 

 (필순) 그래서 전화한 거야

 

 봤다고? 여기서?

 

 날 찾아오기라도 한 거야? 어?

 

 [혼란스러운 숨소리]

 

 모르겠어

 

 - 왜 그래? 엄마, 어?  - (필순) 난 모르겠어

 

 (우진) 엄마, 엄마  그게 언제인데, 어?

 

 그게 언제인데? 어?

 

 - (우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필순) 아니야, 모르겠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 (필순) 몰라  - 알았어, 잠깐, 알았어

 

 잠깐만

 

 [우진의 불안한 숨소리]

 

 [우진의 놀란 숨소리]

 

 [우진의 두려운 숨소리]

 

 [무거운 음악]

 

 (무혁) 이런 상황에 말씀드리긴  뭣하디만

 

 기 박선호란 남자  언제 만난 겁니까?

 

 [멋쩍은 웃음]

 

 놈들이 날 선택했다고요?

 

 (우진) 근데 제 통화는  왜 엿들은 거예요?

 

 [당황한 숨소리]

 

 우진 씨, 그게…

 

 (교수) 잠깐만요!

 

 (우진) 선호 씨, 이게 무슨…

 

 (교수) 우진 씨  저, 이거 어머니 전화…

 

 (우진) 오늘 아침 메뉴는 뭐였어?

 

 (교수) 샌드위치

 

 [두려운 숨을 내쉰다]

 

 [어두운 음악]  (경찰3) 여기입니다

 

 [떨리는 숨소리]

 

 찾은 것 같습니다

 

 (우진) 예

 

 [무혁의 힘겨운 숨소리]  [무혁이 수갑을 달그락거린다]

 

 [무혁의 떨리는 숨소리]

 

 [연신 수갑을 달그락거린다]  [긴장한 숨소리]

 

 [무혁의 고통스러운 비명]

 

 [괴로운 비명]

 

 [고통스러운 숨을 몰아쉰다]

 

 [고통스러운 숨을 연신 몰아쉰다]

 

 [놀란 신음]

 

 (무혁) 씨…

 

 [아파하는 신음]

 

 [시스템 작동음]  [무혁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 새끼들…  [떨리는 숨소리]

 

 [타이어 마찰음이 들려온다]

 

 [차 문 여닫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가오는 발소리]

 

 [시스템 작동음]

 

 (교수) 자, 다들 고생 많았어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서울) 잠깐만

 

 [교수의 불안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두려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숨소리]

 

 [옅은 탄식]

 

 (남자1) 저 새끼가, 저거, 씨

 

 [자동차 경적]

 

 [무혁의 다급한 숨소리]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무혁의 놀란 신음]

 

 [서울의 다급한 숨소리]

 

 [무혁의 다급한 신음]

 

 [남자2의 덤비는 신음]

 

 [남자2의 아파하는 신음]

 

 [무혁의 피하는 신음]  [남자3의 힘주는 신음]

 

 [무혁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경적]

 

 [서울의 가쁜 숨소리]

 

 (교수) 저쪽이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경찰4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경찰4) 이게 맞을 겁니다  그날 차무혁 대위가 찾았던 게

 

 (우진) '이름'

 

 '송…'

 

 '선호'

 

 (우진) '사망으로 주민 등록 말소'

 

 [교수의 가쁜 숨소리]

 

 '상기인의 주민 등록 내역은'

 

 '북한이탈주민법 19조에 따라  등재되었음'

 

 [떨리는 목소리로]  '직계 가족으로서'

 

 '친부 송민혁'

 

 '동반 탈북'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친모와 형제1은'

 

 '탈북 과정에서'

 

 '실종으로 분류'

 

 [두려운 숨소리]

 

 [참담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자동차 경적]

 

 (교수) 차무혁!  [타이어 마찰음]

 

 [사람들의 비명]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여자) 이봐요!

 

 [문이 탁 열린다]

 

 (덴버) 아, 미안하다

 

 (나이로비) 모스크바는?

 

 (덴버) 어? 아, 몰라, 내도

 

 내가 나중에 전달할게

 

 니, 얘기해라

 

 회담이 예정보다  일찍 앞당겨질 거야

 

 앞당겨진다고?

 

 얼마나?

 

 교수의 예측이 맞다면

 

 바로 내일

 

 우린 여기서 나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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