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11
너무 이른가
[흥미로운 음악]
(덕미) 야
맞는다, 너 어제 진짜 무슨 일 있었던…
- 왜 이래? - (은기) 사자
[놀란 신음]
성덕미 씨
라이언 관장님
(은기) 약속도 없이 오신 겁니까?
오늘은…
나중에 오시죠
[다가오는 발걸음]
덕미 씨하고 얘기하고 싶은데요, 난
덕미가
세수를 안 해서
(은기) 오늘 관장님 얼굴 보기 곤란한 거 같은데
덕미 씨하고 얘기하고 싶다잖습니까
덕미가 만나기 싫다잖습니까
덕미 씨
제 여자 친구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그러니까 이건 우리의 일이죠
남 관장님이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
왜 상관할 일이 아닙니까?
내가 좋아하는 여잔데
덕미가 보이고 싶지 않답니다 지금 모습을
라이언 관장님한텐
[한숨]
(은기) 진짜 덕미를 생각한다면
돌아가시죠, 오늘은
나와요, 성덕미 씨
괜찮아요
시나길 님
[무거운 음악]
미안합니다
모른 척하려고 했었던 건 아니에요
아, 아니, 알면 안다고 얘길 해 줬어야지
지금 여기서 얘기합니까?
- 어디 가서 얘기 좀 해요 - (은기) 덕미야
(덕미) 괜찮아
(선주) 아, 속 쓰려
어디 간 거야?
뭐야?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더, 덕미야! [차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신음] [자동차 시동음]
남은기, 은기!
저거 사자 아니야?
덕미 들켰어? 시나길인 거?
이미 알고 있었대
안다고?
진짜?
[승민의 가쁜 숨소리]
선주야
[한숨]
선주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사과는 가정 법원 가서 해
우리가 같이한 시간이 얼만데 이런 일로 헤어져
(승민) 건우 생각해서라도…
우리 가족이야, 가족, 어?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선주) 시간이 뭐가 중요해?
남남 되는 거 한순간이야
[승민의 한숨]
(승민) 실은
- 건우가… - 건우가 왜?
[떨리는 숨소리]
아, 뭔데?
아이씨
(선주) 은기야, 연락할게!
[흥미로운 음악]
괜찮아요
시나길 님
[헛웃음]
[놀란 신음]
[한숨]
미안합니다
모른 척하려고 했었던 건 아니에요
(덕미) 언제부터 안 거지? 내가 시나길인 거
(라이언) 언제부터 같이 있었던 거야? 남 관장하고
(덕미) 아니, 어떻게 안 거야?
(라이언) 아니, 어떻게 나를 보고 숨을 수가 있어?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가 보면 알겠죠
하, 어디 가는지 알 권리가 있어요, 나도
그럼 시나길 님이 직접 운전해서 가시든가요
[어이없는 신음]
쪼잔해
[덕미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놀란 신음]
[끼익 정차한다]
내려요
관장님 댁으로 가자고요?
이러고?
차시안 씨 오늘 스케줄 몇 십니까?
우리 시안이 오늘 10시…
[경쾌한 음악]
그러니까 왜 하필 여기예요
길바닥에서 싸울 순 없잖아요 지성인들이
우리 시안이 출발했겠네요
가시죠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싸우자면서 자기네 집으로 데려오는 건 또 뭐야
홈경기야?
치사하게
그럼 남 관장님하고 같이 있을 때 싸울 걸 그랬나요?
(라이언) 일 대 이로?
[엘리베이터 도착음] 치사하게?
(시안) 밤새운 팬들도 있는데
(매니저) 팬들 매니저가 정리하고 있으니까
[발랄한 음악]
형?
(라이언) 네, 차시안 씨
(매니저) [속삭이며] 뭐 하는 거야?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누나?
(덕미) 아, 안녕하세요, 차시안 씨
전 나중에 탈게요 먼저 올라가세요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피식 웃는다]
[라이언의 한숨]
근데 관장님은 왜, 왜 그렇게 놀라요?
(라이언) 이게 다 덕미 씨 때문이잖아요
덕미 씨 일코 해제 될까 봐
그런 단어는 어떻게 알아 가지고
공부 좀 했습니다
여자 친구가 덕후라
[라이언의 한숨]
[주혁의 기타 연주] ♪ 삐악삐악 병아리 ♪
(건우) ♪ 음매음매 송아지 ♪
♪ 따당따당 사냥꾼 ♪
♪ 뒤뚱뒤뚱 물오리 ♪
♪ 푸르르르르르 물풀 ♪
♪ 소라 ♪ [문이 쾅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 (선주) 건우야 - (건우) 엄마
건우 어디 아파?
(선주) 어디 아파? 배 아파? [익살스러운 음악]
엄마, 아빠 가슴이 아프대
어?
(건우) 엄마
- (선주) 어, 건우야 - 엄마 아파?
(선주) 아니, 엄마 안 아픈데?
(건우) 엄마, 냄새 나
엄마 아플 때 나는 냄새
(은기) [한숨 쉬며] 죽어, 죽어, 어? [선주의 한숨]
(선주) [취한 목소리로] 결혼은 미친 짓
[선주의 놀란 신음]
(선주) 건우 체육관 갈까?
가자, 가자
[승민의 멋쩍은 숨소리]
(승민) 자, 잘 가
(주혁) 다녀오세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주혁의 슬픈 기타 연주]
[승민의 한숨]
[주혁이 기타 연주를 멈춘다]
(주혁) 손이 아프네
[주혁이 기타를 튕긴다]
[아련한 음악]
(라이언) 덕미 씨
제 여자 친구입니다
괜찮아요
시나길 님
[문소리가 난다]
(아이들)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웃음]
(선주) 가서 놀아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남은기
덕미
관장님이랑 사귀어
언제부터?
사귄다 말한 건 며칠 안 됐는데
그 마음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내가 말하지 말라 그랬어
(선주) 덕미 모르니까
네가 어떤지
[잔잔한 음악]
가, 수업해야 돼
남은기
괜찮은 거지?
너는 내 편이지?
그럼, 난 남은기 편이지
[피식 웃는다]
거짓말이라면 도가 텄지, 이선주
근데 너 그거 알아?
뭐?
나도 이선주 편이야
뭐래, 뜬금없이
그러니까 형 말 한번 들어 보라고
형이라고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너 자꾸 그 인간 편 들래?
[은기가 피식 웃는다]
자, 도복 입읍시다, 에! [은기가 손뼉 친다]
(은기)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도복 갈아입자 [아이들의 웃음]
가자, 도복 갈아입자
일로 와, 일어나, 일어서, 일어서!
[한숨]
[아이들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남은기 관장님
(라이언) 어제 덕미 씨 집에서 잤습니까?
설마?
- 네 - (라이언) 아…
[헛웃음]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그렇게 당당해요?
(라이언) 다른 남자랑
아침에 방에서 나오다가 남자 친구한테 걸렸는데?
은기는 보시고 선주는 못 보셨나 봐요
(덕미) 선주가 어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같이 술 마시고 뻗어서 잠든 건데
- 그리고 은기는… - (라이언) 좋아하죠
성덕미 씨를
왜 상관할 일이 아닙니까?
내가 좋아하는 여잔데
그건…
(덕미) 그건 그냥 막 툭 튀어나온 말이에요
감싸 주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네
은기는 제 가족이에요
지금까지 쭉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한숨]
알았어요
자, 그럼 관장님 얘기 해 볼까요?
관장님도 잘못한 거 있잖아요
나는
잘못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놀란 신음]
나 시나길인 거 알고 말 안 해 줬잖아요
덕미 씨가 시나길인 걸 숨긴 게 더 큰 잘못 아닌가?
하, 뭐, 작정하고 숨긴 건 아니었으니까…
(라이언) 작정하지 않은 사람치곤 너무 치밀하던데
그래요, 작정하고 숨긴 건 맞아요
근데 그때는 관장님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탄성]
좋아할 생각이 없었다?
좋아할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모르…
(라이언) 이렇게까지, 얼마나?
엄청…
[발랄한 음악]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피식 웃는다]
미안해요
안다고 말 못 해서
미안해요, 속여서
근데 언제 알았어요?
노석 작가님 찾아뵙기 직전?
어떻게요?
[피식 웃는다]
(라이언) 여러 가지 상황에 정황 플러스
결정적으로
수첩의 필체
아…
안 놀랐어요?
쪼금?
화는 안 났어요?
쪼금
내가 싫진 않았어요?
이상하다고 생각 들거나
전혀
쪼금 놀랐고
(라이언) 쪼금 화도 났지만
싫진 않았어요
덕미 씨를 더 잘 알게 됐으니까
그럼
정식으로 다시 인사할까요? 시나길 님
(덕미) 시나길입니다
공항에서 제가 깔고 앉은 거랑 그, 옷 찢은 거 죄송했어요
(라이언) 근데 그거 알아요?
공항에서 넘어진 거
[속삭이며] 그거 내가 밀어서 그래요
[함께 웃는다]
나도 미안해요
그럼 우리 이제 비밀 없는 거죠?
네
[한숨]
아
왜요?
[웃음]
라떼?
[리드미컬한 음악]
라떼?
(덕미) 야, 야!
- (라이언) 자, 자, 잠깐, 잠깐 - (덕미) 와, 사기꾼이네
- (덕미) 라떼라고? - (라이언) 잠깐만요
(라이언) 시나, 시나길 님? 시나길 님 [덕미의 헛웃음]
- (라이언) 성덕미 씨, 성덕미 씨 - (덕미) 저기, 라떼
- (라이언) 자, 자, 잠깐, 잠깐만 - (덕미) 아, 진짜…
[라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 아, 왜 가입을 한 거예요, 왜?
아니, 난 덕미 씨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서
하, 뭘 알아냈는데, 뭘 캐냈는데요?
[머뭇거린다]
차시안 허벅지는 덕미 씨의 복지다?
(덕미) 아, 조용히 해요 [라이언의 웃음]
(라이언) 아, 아!
- '쇄골에 하악하악' - (덕미) 아, 그만 좀…
(덕미) 조용히 해요, 아, 진짜
[덕미의 놀란 신음]
[라이언의 웃음]
이거 놔요
아, 좋은 말로 할 때 놔요
아, 진짜
나도 가르쳐 줘요
(덕미) 뭘요?
덕질하는 거
덕질요?
덕미 씨가 덕질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덕미 씨 한번 덕질해 보려고
덕미는 나의 길?
덕질이 쉽진 않을 텐데
(라이언) 그래요?
덕질은
바라만 봐도 좋고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막 만지면 안 돼요
(라이언) 왜요?
바라만 봐도 행복한 거니까
[라이언이 호응한다] 그게 우리 룰이에요
그럼 나도 덕미 씨 바라만 봐야겠다
할 수 있겠어요?
(덕미) 자, 이렇게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즐겁고
뭐, 보기만 해도 설레…
[흥미로운 음악] 단추는 왜 풀어요?
좀 더워서요
그러니까 잘됐으면 좋겠고
(덕미) 웃는 게 좋…
시계는 왜 또?
손목이 좀 아파서
(덕미) 시안이는 아무튼 그런…
더럽게 예뻐 가지고
바라만 보라면서요
바라만 봐요, 내가 할 테니까
[부드러운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또 차시안 씨인가?
[덕미의 다급한 숨소리]
[피식 웃는다] [문이 쾅 닫힌다]
김효진 씨?
[흥미진진한 음악]
김효진…
신디?
[놀란 신음]
아…
무슨 일입니까? 연락도 없이
관장님, 관장님이랑 우리 엄마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 네? - 관장님 우리 엄마 이길 수 있어요?
김효진 씨, 무슨 말인지나 알아듣게…
아, 엄마가 시안이 전시 못 하게 한단 말이에요! [문이 달칵 열린다]
(덕미) 차시안 씨 전시를 왜…
뭐야?
[덕미의 어색한 웃음]
성 큐레이터님은
왜 맨날 남의 집에서 옷이 물에 젖어요?
사람 오해하게
아, 그게…
(덕미) 내가 수전증이 좀 있어서
[덕미의 멋쩍은 웃음] (라이언) 김효진 씨
용건부터 얘기해요
- 아… - (라이언) 쓰읍
(라이언) 간단하고 차분하게
그러니까요
[흥미로운 음악]
[고양이 울음 효과음] [보닛이 쾅 울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신디의 놀란 신음]
(신디) 어머니
아, 저, 그게 아니고…
(소혜) 효진?
- 아, 저, 미술관에 가려고… - (소혜) 혹시
'시사 다큐 추격자 K'
(소혜) 예고 봤어?
제목은
'덕후, 빗나간 애정'
'한정판 명품을 산'
'사생 스토커 신디'
[익살스러운 음악]
예고를 보고 이 엄마가
촉이 딱 서서 좀 알아봤더니
사생 스토커가 내 딸이라고 하네?
[멋쩍은 웃음]
저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소혜) 내 신랑은 뉴스에
딸은 시사 다큐에
내 남편은 경제 사범
내 딸은 사생 스토커
어머니
[소리치며] 너희 아빠 무산이!
사생아 있다는 소문도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소혜) 내 딸이 사생이야?
사생! 너무 싫어!
난 사생이 싫어!
'내 채움에 아이돌 따위가 전시하는 일은 없어, 절대로!'
그랬어요, 엄마가
하, 다큐가 여럿 잡네
김효진 씨 어머니
채움에 아무런 권한 없으세요
(라이언) 됐죠?
용건 끝났으면 이제 그만…
(신디) TK문화재단 이사장인데도요?
우리 엄마 문화재단 이사장 돼요
채움미술관의 의사 결정권이 있는
그래도 이길 수 있어요?
하, 나 우리 시안이 전시 굿즈 꼭 만들고 싶단 말이에요
나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결책은 내가 좀 더 생각해 볼게요
그만 가 보세요, 이제
관장님
(신디) 제가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어색한데요
돈 좀 빌려주세요
[흥미로운 음악]
(덕미) 집에서 빈손으로 쫓겨 나와서 택시를 탔으면
택시비부터 빌렸어야죠
대기비가 얼마나 비싼데
(신디) 갚을 거거든요
갚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하, 집엔 들어갈 거죠?
그, 찜질방 이런 덴 얼마예요?
거기서 잘 수 있다던데
집에 들어가요
- 김효진 씨 - (신디) 아, 오기가 있지
(신디) 최소한 일주일은 버틸 거예요
아, 3일
집엔 절대 안 가
[한숨]
(덕미) 관장님
효진 씨는 제가 데려갈게요
덕미 씨는 왜 갑니까?
덕질 말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앤데
(덕미) 혼자 둘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찜질방에서 재울 수도 없고
그럼 효진 씨는 호텔로 보내죠
덕미 씨는 가지 마요
제가 데려갈게요
어디로 갈 겁니까? 덕미 씨 집?
설마요
[경쾌한 음악] [웃음]
뭐 해요, 안 따라오고?
(신디) 그냥 호텔 가서 자면 안 돼요?
[한숨]
효진 씨
(덕미) 선택은 딱 두 가지예요
1번 우리 집, 2번 노숙
노숙보단 낫죠? 따라와요
아참
[웃으며] 한 가지 주의 사항
우리 집에서 '아이돌'이란 단어는 금기, 알겠죠?
[헛웃음]
아니, 요새 엄마들 사이에서 트렌드예요?
가요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영숙의 놀란 신음]
(덕미) 엄마, 저 왔어요
(영숙) 어서 와요
덕미 후배라고요?
아이고, 이쁘게 생겼네
(신디) 안녕하세요 [영숙의 웃음]
눈치 못 챘겠지만 저쪽에도 인사 한번 해요
(영숙) 덕미 아빠
[옅은 웃음]
[영숙의 웃음] (신디) 아, 안녕하세요
(근호) 예
저기, 편하게, 예
(영숙) 앉아요
넌 옷이 그게 뭐냐?
(덕미) 왜? 보이프렌드 룩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데
그러고 다니는데 어떤 남자가 좋다고 해?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지
어? 어, 성 큐레이터님…
[흥미로운 음악]
이러고 다녀도 좋아할 남자를 만나야지, 엄마
어이구, 어이구
[영숙의 못마땅한 신음] (덕미) 여기 앉아 있어요
[밥솥 조작음]
- (덕미) 밥 잘됐어? - (영숙) 그럼
(영숙) 자
[덕미가 후룩거린다]
(덕미) 음, 반찬이 필요 없어 [영숙의 웃음]
- (영숙) 덕미야 - (덕미) 응?
(영숙) 너 은기한테 전화 한 통 해 줘
너 오늘 여기서 잔다고
아, 어
[통화 연결음]
어, 남은기?
나 지금 엄마 집인데
오늘 나 여기서 내 후배랑 잘 거거든?
그러니까 어, 체육관에서 텐트에서 자라고
(은기) 너
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야?
(덕미) 어
(은기) 나 지금 갈 테니까 잠깐 놀이터로 나와
[통화 종료음] 은기야, 은기야!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덕미) 이거 입고 자요
근데 오늘만이야 내일은 집에 가서 자요
근데 여기서 둘이 자요?
그럼 넓은 효진 씨 방에 가서 혼자 자요
[한숨 쉬며] 혼자 있을 수 있죠?
(덕미)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디 가요?
CU패치 아직도 해요?
(덕미) 자고 있어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덕미) 야, 남은기
나 지금 집에 내 손님 와 있다니까
왜 불러내고 있어
할 말이 뭔데? 빨리 말해 봐, 빨리
(은기) 앉아
덕미야
아침엔…
(덕미) 아, 아침에 선주 잘 들어갔나?
피디님이랑 화해는 했으려나? 애가 전화가 안 되네
- 지금이라도 전화해 볼까? - 성덕미
어?
아침에
내가 너 좋아한단 말 들었지?
아, 그랬나?
(덕미) 네가 나 도와주려고 그렇게까지 했구나?
어유, 은기 새끼 귀여운 구석이…
장난으로 넘길 생각 마라
지금 나한테 넌
가족도 친구도 아니야
여자야
[잔잔한 음악]
좋아해, 성덕미
[옅은 웃음]
쫄기는
(은기) 어휴
은기야
(덕미) 나
관장님 좋아해
관장님이랑 나…
알아
너랑 너희 관장이랑 사귀는 거
근데 유도만 한 놈이 경기도 안 하고 내려갈 수 있나
[은기의 힘주는 신음]
지금 바로 남자로 봐 달란 거 아니야
시간이 더 걸려도
나 기다릴 수 있어
들어가, 잘 자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왜? 잠이 안 와요?
(신디) 아, 네
안 주무세요?
[웃으며] 응, 나도 잠이 안 와서
(영숙) 어, 잠깐만 이리 좀 와 볼래요?
(신디) 아…
(영숙) 자
이게 좀 넓은가?
잠 안 오면
이거 실 좀 감아 줄래요?
[영숙의 웃음]
근데 누구 거예요?
그냥 뜨는 거예요, 습관처럼
우리 덕미는 어릴 때 뜨개옷만 입고 커서
지겹다고 안 입어요
[영숙이 살짝 웃는다]
요즘 옷처럼 이쁘지도 않고
(신디) 음, 예쁜데
정말? 정말 이뻐요?
네
그럼 이거 다 뜨면 줄게요
아, 그, 달라는 건 아니었는데
(영숙)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다 얼마예요? 재료비랑 인건비
큰 거 다섯 장
[신디의 놀란 신음]
'고맙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영숙의 웃음]
(영숙) 엄마랑 싸웠죠?
엄마랑 싸우고 집 나온 사람 재워 주는 거는 하룻밤이야
내일은 들어가요 엄마 걱정하셔
우리 엄마는 걱정 안 할걸요?
그래요?
그럼 들어가지 말아요
저기 우리 덕미 방 내줄 테니까 오늘부터 저기서 살아요
그건 안 되겠어요? 엄마 걱정돼서?
아니, 근데 덕미 얘는 왜 안 들어와?
[문이 달칵 닫힌다]
[쓸쓸한 음악]
(은기) 지금 나한테 넌
가족도 친구도 아니야
여자야
좋아해, 성덕미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네, 관장님
잠시만요, 제가 나가서 받을게요
(덕미) 아, 효진 씨가 옆에서 자고 있어서요
관장님
네
[한숨]
아무것도 아니에요
목소리가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요?
혹시
남 관장님 때문에 그래요?
어떻게 알았어요?
(라이언) 몰랐어요?
성덕미 씨 내 손바닥 위에 있는 거
[옅은 웃음]
[아련한 음악]
[한숨]
사실은
(덕미) 은기가
좋대요, 제가
알아요, 나도
아까 들었잖아요
지금 나한테 질투하라고 다시 말하는 거예요?
[당황한 신음]
우리 서로 비밀 없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말하는 거예요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요
(라이언) 남 관장님
덕미 씨 소중한 가족이잖아요
덕미 씨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 잘 아니까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질투하지 않을 거라고 너무 과신하면
그것도 안 되고
네
(라이언) 그나저나 그, 효진 씨는 사고 안 쳤어요?
생각해 보니까 지금 그 지붕 아래
덕후가 둘이나 있는 거잖아요
어머니 안 놀라셨어요?
우리 엄마 그거 알면 효진 씨 우리 집에서도 쫓겨나요
우리 엄마가 아이돌 덕질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라이언) 응, 그래요?
근데 이거 뭐죠?
덕질하는 내 여자 친구
잘 숨겨 줘야겠다
그런 다짐?
아닌데? 그런 뉘앙스 아니었는데?
(덕미) 지금 나 놀리는 거죠?
하, 다 이해하는 척해 놓고서 나 놀리는 거야, 맞죠?
"폐점"
[출입문 종이 울린다]
(승민) 선주야
그 아이템
나도 너랑 덕미 씨 생각해서 안 하려고 했어
근데 선배가
그것만 하면 예능이든 어디든 보내 준다 그러고
그리고 내가 하면 최대한 중립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기도 나
시사 그만두고 예능 가길 바랐잖아
응?
억지로 한 거야?
나 때문에?
(선주) 너는 예능 하기 싫고
시사 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나 때문에 한 거야?
(승민) 하, 아니, 아 그, 그렇다는 게 아니라…
네가 진짜 나쁜 게 뭔 줄 알아?
상처를 줬으면
그냥 가해자로 있어
왜 내 핑계 대면서 피해자 행세야?
[잔잔한 음악]
(선주)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널 이해하고
동정까지 해야 되니?
그냥 처음부터 말할걸
괜히 시간만 끌어 가지고…
나도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내가 말해 줄까?
오빠가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는지?
그럴 필요 없으니까
내가 뒤늦게 알아서 화내고 소리 질러 봤자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되니까
(선주) 유부녀가, 애 엄마가
고작 그런 일로 이혼하진 못할 거니까
그래서 말 안 한 거야
계산 다 하고
오빠는
소중한 가정을 무기 삼아 나를 찌르고
건우를 방패 삼아 그 뒤에 숨은 거야
비열하고 비겁하게
선주야
(승민) 서, 선주야, 어, 어디 가게?
내가 가긴 어딜 가
집에나 가야지
[출입문 종이 울린다]
[한숨]
[한숨]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숙박비요
(덕미) 숙박비? 이게 뭐예요?
원본이요, CU패치
[놀란 신음]
(신디) 아, 이제 안 찍어요
그냥 데이트 스냅, 뭐, 그런 거?
그리고
죄송합니다
[밝은 음악]
[USB를 달칵 끼운다] [USB 연결음]
[마우스 클릭음]
[웃음]
[유섭의 의아한 신음]
(경아) 또 뭔데요?
(유섭) 저, 이거 좀 봐 주세요
(경아) 어? 이거
이거 맞…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 큐레이터님, 이것 좀 봐 주세요
(덕미) 뭔데?
어?
이걸 어디서…
(덕미) 유섭 씨가 미술 투자품 카페에서 찾은 건데요
1년 전에 올라온 개인 소장품인데
보관 상태가 좋진 않지만 이솔 작가 작품인 게 확실해 보여서요
컬렉터하고 연락됐나요?
네, 지금 현재 직접 소장하고 있진 않고요
화랑에 위탁해서 보관 중이라고 해서요
지금 가 보려고요
[종이를 탁 놓으며] 같이 가죠
(덕미) 나 관장님이랑 화랑 좀 다녀올게
(경아) 네
- 김유섭 씨 - 네
잘했어요, 고마워요
(경아) 다녀오세요
나만 들은 거 아니죠?
(유섭) 관장님이 고맙다고 한 거
잔정이 생겼나?
[탄성]
[경아의 웃음]
[차분한 음악]
(덕미) 이솔 그림이 여기 있는 건가요?
다 이렇게 보관하는 건 아니고요
훼손이 심하거나 판매 가치가 없는 작품들을
(화랑 직원1) 폐기하기 전까지 보관하는 곳이에요
어, 이건가?
제가 하죠
(화랑 직원1) 감사합니다
- (화랑 직원2) 관장님, 잠시만요 - (화랑 직원1) 아, 네
너무 훼손이 심한 작품이라 팔면서도 좀 죄송하네요
배송은 채움미술관으로 해 주세요
네
관장님?
[무거운 음악]
관장님
복원은 양 교수님께 부탁드릴게요
(라이언) 네
관장님, 잠깐만요
저 뭐 좀 사 올 게 있어서 저기 앉아서 기다려 줄래요?
같이 갈까요? [덕미의 부정하는 신음]
기다려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1) 뭐야 나보다 더 잘하면 어떡해
[여자1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남자) 잘 좀 해 봐
(여자1) [웃으며] 돌아가잖아
웃기지?
저분들이 드시는 거 두 잔만 부탁드릴게요
목말랐어요?
[입바람을 후 분다]
[덕미가 입바람을 후 분다]
뭐 하는 거죠, 성덕미 씨?
바람개비 [라이언의 웃음]
예쁘다, 웃으니까
[부드러운 음악]
관장님
양 교수님,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복원 전문가세요
(덕미) 이솔 작가님 작품
원래대로 잘 복원돼서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내 기분에만 빠져 있어서
아니에요
저도 아까 그 창고에 쌓여 있는 그림들 보는데
맘이 안 좋았어요
(덕미) 그 그림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감동이고 기쁨이었을 텐데
거기에 그러고 있는 거 보니까
우리는
창고에 들어가지 마요
서로 바라봐 주고 관심 가져 주고 발견해 주고
그래요, 우리
하, 날씨 좋다
맛있어요?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이 멈춘다]
(시안) 대충 이런 느낌으로 갈 거 같거든요
음, 괜찮은 거 같아요
얘랑 잘 맞기도 하고
이 느낌이랑도 잘 맞을 거 같은데
[휴대전화 진동음]
네, 관장님
(매니저) 네? 시안이한테도 전하겠습니다
네
[휴대전화 종료음] 라이언 형이에요?
(매니저) 응, 이솔 작품 그림
한 점 더 찾았다
진짜요?
오늘 집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매니저) 방해하지 마 여자 친구랑 있을 텐데
근데 뭐, 관장님은 정말 좋겠어
하루 종일 여자 친구랑 붙어 있어서
작가님 오해하시겠어요
그냥 자주 오시는 거 같더라고요 형네 집에
네
(매니저) 야, 시안아 너도 저번에 봤잖아
대낮에 엘리베이터에서 막 그냥 키…
진짜예요
이런 느낌으로 걸면 될 거 같아요
[무거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시안) 형
이솔 그림 내일 볼 수 있어요?
(라이언) 훼손이 좀 있어요
복원부터 해야 될 거 같아요
(시안) 훼손
얼마나요?
내일 복원 전문가 만나기로 했으니까
결과 나오면 말씀드리죠
아, 네
성 큐레이터 말이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네
꼭 보고 싶거든요
이솔 그림 아홉 점이 한자리에 전시된 모습
(시안) 아
그, 이솔 그림을 샀다는 의뢰인은 대여해 주기로 한 거죠?
네, 곧 도착할 겁니다
[피식 웃는다]
빨리 보고 싶다
치킨 먹을래요?
[발랄한 음악]
싫으면 그…
(시안) '치킨 먹을래?'
해 봐요
'치킨 먹을래?'
치킨 먹을래?
[웃음]
좋잖아요, 반말, 편하고
(시안) 오늘은 순살로 시켜 줘요
[옅은 웃음]
교수님, 전시 전까진 가능할까요?
[양 교수의 한숨]
(양 교수) 가능해야겠지
걱정 마, 보기보다 심각한 건 아니니까
연구소로 보내요
(덕미) 네
잘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교수님
수고해요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관장님, 오늘 퇴근하고 뭐 하세요?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전 오늘 집 청소를 해야 해서
아, 그럼…
남자 친구가 오기로 했거든요
네?
퇴근 후에 펜트하우스로 오세요
아, 너무 빨리 오진 말고요
[밝은 음악]
[피식 웃는다]
어차피 알게 된 거 확실히 알게 해 줘야지
[청소기 작동음]
(덕미)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많나?
조금만 줄여 볼까?
아니야, 성덕미, 당당하라고
넌 이미 덕밍아웃됐어
저…
한 개만 줄일까?
[덕미가 중얼거린다]
어머, 시안이, 미안
(영숙) 아이고
응? 문이 왜 열려 있어?
벌써 왔어…
엄마
(영숙) 네가 이러려고
독립적인 여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집을 나갔구나
어, 엄마, 그게 아니라…
[카메라 셔터음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영숙) 엄마가
너 또 덕질하다 걸리면 어떡한다고 했지?
엄마, 워워 지,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 봐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 방이, 이 방이…
(덕미) 엄마! [영숙이 성낸다]
[덕미의 탄식] (영숙) 가위 어디 있어?
- (영숙) 너, 네가 쫓아다니는 놈 - (덕미) 엄마
(영숙) 둘 다 잡아다가 머리를 빡빡 깎아 버릴 거야 [덕미의 비명]
(덕미) 엄마, 가위 없어, 가위 없어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의 비명]
(덕미) 아파, 하지 마, 아!
[덕미가 울먹인다]
[덕미의 비명]
[영숙의 못마땅한 신음] (덕미) 아, 엄마!
나 네 엄마 아니야, 네 엄마 안 해!
엄마 아니라면서 왜 때려 엄마도 아닌 게!
'아닌 게'?
(영숙)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뭘 잘했다고… [덕미의 비명]
[말을 더듬으며] 과, 관장님?
안녕하세요
[덕미와 라이언의 힘겨운 숨소리]
너는 손님이 오시면 오신다고 말을 해야지
[영숙의 헛기침]
(영숙) 근데 관장님은 무슨 일로…
미술관 일 때문에…
덕미 씨와 저 사귑니다
연애를 한다고요? 우리 덕미랑?
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머뭇거린다]
더, 더, 덕미 방이 이런 거는
내 거예요, 내가 [발랄한 음악]
저 청년을 좋아하는데 덕미 아버지가 싫어해서
여기다가 갖다 놨네요
(영숙) 놀랐죠?
엄마
(덕미) 나 아이돌 좋아하는 거 관장님도 알아
아셔?
(영숙) 알아요? 얘 이런 거?
- (라이언) 네 - 그런데도 좋아해요? 덕미를?
네
덕질하는 덕미 씨의 모습
(라이언) 그 아주 열정적인 모습에
좋아하게 됐습니다
세, 세상에
(덕미) 봐 봐, 내가 말했잖아
난 덕질해서 연애를 못 한 게 아니라니까
[웃으며] 마음만 먹으면…
(영숙) 누가 연애 못 해서 덕질 못 하게 했어?
다치고 들어오니까 못 하게 했지
얘 고3 때 팔 부러져서 들어온 얘기 들었어요?
네, 그래서 재수했다고
- 그게… - (덕미) 엄마
(영숙) 아이돌 공연 갔다가 팔 부러져서 왔답니다
우리 딸 이해해 주는 거는 고마운데
몸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그런 일 절대로 없을 겁니다
제가 잘 지키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그럼
앞으로 우리 덕미…
(덕미) 엄마 좀 모셔다드리고 올게요
엄마, 오늘 에너지 많이 써서 피곤하지? [영숙의 의아한 신음]
- (덕미) 가자, 집에 가서 쉬어야지 - (영숙) 아니
(덕미) 가방 들고, 엄마
가자
너!
(덕미) 잘못했어 무조건 잘못했어, 엄마
한 번만 더 팔 부러져 오기만 해 봐, 그냥
(영숙) 그땐 진짜로 머리 깎아 버릴 거야
그리고 청소도 하려면 좀 깔끔하게 하든가
못 하겠으면 엄마를 부르든지
엄마
어이구, 어이구, 무거워, 에이
엄마, 사랑해, 알지?
[덕미가 입소리를 쪽 낸다]
(영숙) 안 받아! 들어가 [덕미가 입소리를 쪽 낸다]
[덕미의 웃음]
엄마
[덕미가 혀를 똑똑 튕긴다]
(영숙) 들어가!
[혀를 똑 튕긴다]
[웃음]
[문이 쿵 닫힌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죠?
(라이언) 네
그래서
이상해요?
(라이언) 네
나는 고작 종이에다가 캐리커처 그려 준 게 끝인데
이 초상화는 뭡니까?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내가 준 꽃
내가 준 꽃은 왜 여기 있습니까?
여기 버젓이 센터도 있는데 여기, 여기
비워도 되잖습니까, 여기
'사자'라고 써 놨네, 또
차시안 거밖에 없네, 여긴, 하
혹시 질투하시는 거예요, 시안이한테?
[웃으며] 질투는 내가 무슨 질투
뭡니까?
입 막은 거예요, 너무 귀여워서
이 물병은 뭐예요?
(덕미) 아, 저건 2019년 4월 3일
'Snapshot' 쇼케이스 때 받은 거예요
차시안 씨가 물을 나눠 줬어요?
아니요
제가 딱 받을 수 있게 정확히 무대에서 정조준해서
저한테 던져 주더라고요, 시안이가
이 종이는요?
(덕미) 아, 저건 무대에서 뿌린 꽃가루예요
현장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지죠
(라이언) 그러네요
색 조합이 아주 뛰어납니다
(덕미) 아, 그럼 제2전시실로 가 보실까요?
자, 여긴
팬 아트 전시실이에요
(라이언) 차시안 씨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다 담아낸
극현실주의 초상화네요
[웃으며] 아니요
시안이의 미모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림으로 담아낼 수가 없어요, 차마
[덕미의 웃음]
아, 그리고
아, 그리고 이건 우리 콩인데요
그 힘들다는 팬싸를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끝내고
그리고 1등 추첨까지 되면서 받은 레어템이죠
하, 진짜 덕밍아웃하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요
- 근데 덕미 씨 - 네?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뭐요?
여긴 우리 둘만 있는 거 같지가 않아요
[경쾌한 음악]
[덕미의 한숨]
그래도 추운데 갖다 버려요?
[속삭이며] 목은 왜 저래요?
목이요?
[덕미가 살짝 웃는다]
(덕미) 그, 무식한 은기가 잘랐어요
(라이언)
[어두운 음악]
엄마
[떨리는 숨소리]
(여자2) 놔!
나 네 엄마 아니야
[떨리는 숨소리]
[어린 라이언의 울음]
[떨리는 숨소리]
[한숨]
[애잔한 음악]
[한숨]
[훌쩍인다]
[휴대전화 진동음]
[잠긴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이언) 잤어요?
[놀란 신음]
아니요, 안 잤어요
[헛기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자요?
안 자고 뭐 했어요?
(라이언) 아, 난 일했어요
지금까지요?
부하 직원 시키지
[라이언이 머뭇거린다]
(라이언) 우리 수석 큐레이터가 좀…
좀 뭐요?
(라이언) 아까워서
일시키기
[웃음]
잠 안 오는구나
[스위치 조작음]
[덕미의 힘주는 신음]
(라이언) 아, 자요, 불 켜지 말고
관장님, 지금 어디예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잔잔한 음악]
관장님, 내려갈게요, 잠깐만요
[통화 종료음]
[덕미의 옅은 탄성]
진짜 저 보러 온 거예요?
대박, 나 지금 계 탄 기분이에요
덕후는 계를 못 탄다면서요
그러니까요
[덕미의 웃음]
그만 가 볼게요, 얼굴도 봤으니까
저 진짜 보기만 하러 온 거라고요?
충전됐어요
(라이언) 자는데 미안해요
들어가 봐
[잔잔한 음악]
덕미 씨?
괜찮아요
우리 서로
비밀 없기로 했잖아요
(덕미) 그러니까
괜찮아요
울어도
[라이언이 흐느낀다]
[밝은 음악]
(덕미) 제가 관장님이랑 놀아 드릴게요, 밤새
(라이언) 아무래도 어제 사기를 당한 거 같아서
(소혜) 셀럽 컬렉션전 전면 취소 하세요
(다인) 제가 지금까지 얻지 못하는 게 없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은 딱 하나 남은 거 같아요
(라이언) 오길 잘한 거 같아요
좋은 사람하고 좋은 추억을 만드니까
싫었던 곳이 싫지만은 않아져서
(덕미) 안녕, 허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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