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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사생할 11

 

너무 이른가

 

[흥미로운 음악]

 

(덕미) 야

 

맞는다, 너 어제 진짜 무슨 일 있었던…

 

- 왜 이래? - (은기) 사자

 

[놀란 신음]

 

성덕미 씨

 

라이언 관장님

 

(은기) 약속도 없이 오신 겁니까?

 

오늘은…

 

나중에 오시죠

 

[다가오는 발걸음]

 

덕미 씨하고 얘기하고 싶은데요, 난

 

덕미가

 

세수를 안 해서

 

(은기) 오늘 관장님 얼굴 보기 곤란한 거 같은데

 

덕미 씨하고 얘기하고 싶다잖습니까

 

덕미가 만나기 싫다잖습니까

 

덕미 씨

 

제 여자 친구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그러니까 이건 우리의 일이죠

 

남 관장님이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

 

왜 상관할 일이 아닙니까?

 

내가 좋아하는 여잔데

 

덕미가 보이고 싶지 않답니다 지금 모습을

 

라이언 관장님한텐

 

[한숨]

 

(은기) 진짜 덕미를 생각한다면

 

돌아가시죠, 오늘은

 

나와요, 성덕미 씨

 

괜찮아요

 

시나길 님

 

[무거운 음악]

 

미안합니다

 

모른 척하려고 했었던 건 아니에요

 

아, 아니, 알면 안다고 얘길 해 줬어야지

 

지금 여기서 얘기합니까?

 

- 어디 가서 얘기 좀 해요 - (은기) 덕미야

 

(덕미) 괜찮아

 

(선주) 아, 속 쓰려

 

어디 간 거야?

 

뭐야?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더, 덕미야! [차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신음] [자동차 시동음]

 

남은기, 은기!

 

저거 사자 아니야?

 

덕미 들켰어? 시나길인 거?

 

이미 알고 있었대

 

안다고?

 

진짜?

 

[승민의 가쁜 숨소리]

 

선주야

 

[한숨]

 

선주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사과는 가정 법원 가서 해

 

우리가 같이한 시간이 얼만데 이런 일로 헤어져

 

(승민) 건우 생각해서라도…

 

우리 가족이야, 가족, 어?

 

가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선주) 시간이 뭐가 중요해?

 

남남 되는 거 한순간이야

 

[승민의 한숨]

 

(승민) 실은

 

- 건우가… - 건우가 왜?

 

[떨리는 숨소리]

 

아, 뭔데?

 

아이씨

 

(선주) 은기야, 연락할게!

 

[흥미로운 음악]

 

괜찮아요

 

시나길 님

 

[헛웃음]

 

[놀란 신음]

 

[한숨]

 

미안합니다

 

모른 척하려고 했었던 건 아니에요

 

(덕미) 언제부터 안 거지? 내가 시나길인 거

 

(라이언) 언제부터 같이 있었던 거야? 남 관장하고

 

(덕미) 아니, 어떻게 안 거야?

 

(라이언) 아니, 어떻게 나를 보고 숨을 수가 있어?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가 보면 알겠죠

 

하, 어디 가는지 알 권리가 있어요, 나도

 

그럼 시나길 님이 직접 운전해서 가시든가요

 

[어이없는 신음]

 

쪼잔해

 

[덕미의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놀란 신음]

 

[끼익 정차한다]

 

내려요

 

관장님 댁으로 가자고요?

 

이러고?

 

차시안 씨 오늘 스케줄 몇 십니까?

 

우리 시안이 오늘 10시…

 

[경쾌한 음악]

 

그러니까 왜 하필 여기예요

 

길바닥에서 싸울 순 없잖아요 지성인들이

 

우리 시안이 출발했겠네요

 

가시죠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싸우자면서 자기네 집으로 데려오는 건 또 뭐야

 

홈경기야?

 

치사하게

 

그럼 남 관장님하고 같이 있을 때 싸울 걸 그랬나요?

 

(라이언) 일 대 이로?

 

[엘리베이터 도착음] 치사하게?

 

(시안) 밤새운 팬들도 있는데

 

(매니저) 팬들 매니저가 정리하고 있으니까

 

[발랄한 음악]

 

형?

 

(라이언) 네, 차시안 씨

 

(매니저) [속삭이며] 뭐 하는 거야?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누나?

 

(덕미) 아, 안녕하세요, 차시안 씨

 

전 나중에 탈게요 먼저 올라가세요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피식 웃는다]

 

[라이언의 한숨]

 

근데 관장님은 왜, 왜 그렇게 놀라요?

 

(라이언) 이게 다 덕미 씨 때문이잖아요

 

덕미 씨 일코 해제 될까 봐

 

그런 단어는 어떻게 알아 가지고

 

공부 좀 했습니다

 

여자 친구가 덕후라

 

[라이언의 한숨]

 

[주혁의 기타 연주] ♪ 삐악삐악 병아리 ♪

 

(건우) ♪ 음매음매 송아지 ♪

 

♪ 따당따당 사냥꾼 ♪

 

♪ 뒤뚱뒤뚱 물오리 ♪

 

♪ 푸르르르르르 물풀 ♪

 

♪ 소라 ♪ [문이 쾅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 (선주) 건우야 - (건우) 엄마

 

건우 어디 아파?

 

(선주) 어디 아파? 배 아파? [익살스러운 음악]

 

엄마, 아빠 가슴이 아프대

 

어?

 

(건우) 엄마

 

- (선주) 어, 건우야 - 엄마 아파?

 

(선주) 아니, 엄마 안 아픈데?

 

(건우) 엄마, 냄새 나

 

엄마 아플 때 나는 냄새

 

(은기) [한숨 쉬며] 죽어, 죽어, 어? [선주의 한숨]

 

(선주) [취한 목소리로] 결혼은 미친 짓

 

[선주의 놀란 신음]

 

(선주) 건우 체육관 갈까?

 

가자, 가자

 

[승민의 멋쩍은 숨소리]

 

(승민) 자, 잘 가

 

(주혁) 다녀오세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주혁의 슬픈 기타 연주]

 

[승민의 한숨]

 

[주혁이 기타 연주를 멈춘다]

 

(주혁) 손이 아프네

 

[주혁이 기타를 튕긴다]

 

[아련한 음악]

 

(라이언) 덕미 씨

 

제 여자 친구입니다

 

괜찮아요

 

시나길 님

 

[문소리가 난다]

 

(아이들)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웃음]

 

(선주) 가서 놀아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남은기

 

덕미

 

관장님이랑 사귀어

 

언제부터?

 

사귄다 말한 건 며칠 안 됐는데

 

그 마음이 언제부터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지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내가 말하지 말라 그랬어

 

(선주) 덕미 모르니까

 

네가 어떤지

 

[잔잔한 음악]

 

가, 수업해야 돼

 

남은기

 

괜찮은 거지?

 

너는 내 편이지?

 

그럼, 난 남은기 편이지

 

[피식 웃는다]

 

거짓말이라면 도가 텄지, 이선주

 

근데 너 그거 알아?

 

뭐?

 

나도 이선주 편이야

 

뭐래, 뜬금없이

 

그러니까 형 말 한번 들어 보라고

 

형이라고 하고 싶어서 그랬겠어?

 

너 자꾸 그 인간 편 들래?

 

[은기가 피식 웃는다]

 

자, 도복 입읍시다, 에! [은기가 손뼉 친다]

 

(은기)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도복 갈아입자 [아이들의 웃음]

 

가자, 도복 갈아입자

 

일로 와, 일어나, 일어서, 일어서!

 

[한숨]

 

[아이들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남은기 관장님

 

(라이언) 어제 덕미 씨 집에서 잤습니까?

 

설마?

 

- 네 - (라이언) 아…

 

[헛웃음]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그렇게 당당해요?

 

(라이언) 다른 남자랑

 

아침에 방에서 나오다가 남자 친구한테 걸렸는데?

 

은기는 보시고 선주는 못 보셨나 봐요

 

(덕미) 선주가 어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같이 술 마시고 뻗어서 잠든 건데

 

- 그리고 은기는… - (라이언) 좋아하죠

 

성덕미 씨를

 

왜 상관할 일이 아닙니까?

 

내가 좋아하는 여잔데

 

그건…

 

(덕미) 그건 그냥 막 툭 튀어나온 말이에요

 

감싸 주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은기는 제 가족이에요

 

지금까지 쭉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한숨]

 

알았어요

 

자, 그럼 관장님 얘기 해 볼까요?

 

관장님도 잘못한 거 있잖아요

 

나는

 

잘못한 게 없는 거 같은데

 

[놀란 신음]

 

나 시나길인 거 알고 말 안 해 줬잖아요

 

덕미 씨가 시나길인 걸 숨긴 게 더 큰 잘못 아닌가?

 

하, 뭐, 작정하고 숨긴 건 아니었으니까…

 

(라이언) 작정하지 않은 사람치곤 너무 치밀하던데

 

그래요, 작정하고 숨긴 건 맞아요

 

근데 그때는 관장님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탄성]

 

좋아할 생각이 없었다?

 

좋아할 생각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모르…

 

(라이언) 이렇게까지, 얼마나?

 

엄청…

 

[발랄한 음악]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피식 웃는다]

 

미안해요

 

안다고 말 못 해서

 

미안해요, 속여서

 

근데 언제 알았어요?

 

노석 작가님 찾아뵙기 직전?

 

어떻게요?

 

[피식 웃는다]

 

(라이언) 여러 가지 상황에 정황 플러스

 

결정적으로

 

수첩의 필체

 

아…

 

안 놀랐어요?

 

쪼금?

 

화는 안 났어요?

 

쪼금

 

내가 싫진 않았어요?

 

이상하다고 생각 들거나

 

전혀

 

쪼금 놀랐고

 

(라이언) 쪼금 화도 났지만

 

싫진 않았어요

 

덕미 씨를 더 잘 알게 됐으니까

 

그럼

 

정식으로 다시 인사할까요? 시나길 님

 

(덕미) 시나길입니다

 

공항에서 제가 깔고 앉은 거랑 그, 옷 찢은 거 죄송했어요

 

(라이언) 근데 그거 알아요?

 

공항에서 넘어진 거

 

[속삭이며] 그거 내가 밀어서 그래요

 

[함께 웃는다]

 

나도 미안해요

 

그럼 우리 이제 비밀 없는 거죠?

 

 

[한숨]

 

 

왜요?

 

[웃음]

 

라떼?

 

[리드미컬한 음악]

 

라떼?

 

(덕미) 야, 야!

 

- (라이언) 자, 자, 잠깐, 잠깐 - (덕미) 와, 사기꾼이네

 

- (덕미) 라떼라고? - (라이언) 잠깐만요

 

(라이언) 시나, 시나길 님? 시나길 님 [덕미의 헛웃음]

 

- (라이언) 성덕미 씨, 성덕미 씨 - (덕미) 저기, 라떼

 

- (라이언) 자, 자, 잠깐, 잠깐만 - (덕미) 아, 진짜…

 

[라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 아, 왜 가입을 한 거예요, 왜?

 

아니, 난 덕미 씨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서

 

하, 뭘 알아냈는데, 뭘 캐냈는데요?

 

[머뭇거린다]

 

차시안 허벅지는 덕미 씨의 복지다?

 

(덕미) 아, 조용히 해요 [라이언의 웃음]

 

(라이언) 아, 아!

 

- '쇄골에 하악하악' - (덕미) 아, 그만 좀…

 

(덕미) 조용히 해요, 아, 진짜

 

[덕미의 놀란 신음]

 

[라이언의 웃음]

 

이거 놔요

 

아, 좋은 말로 할 때 놔요

 

아, 진짜

 

나도 가르쳐 줘요

 

(덕미) 뭘요?

 

덕질하는 거

 

덕질요?

 

덕미 씨가 덕질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덕미 씨 한번 덕질해 보려고

 

덕미는 나의 길?

 

덕질이 쉽진 않을 텐데

 

(라이언) 그래요?

 

덕질은

 

바라만 봐도 좋고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막 만지면 안 돼요

 

(라이언) 왜요?

 

바라만 봐도 행복한 거니까

 

[라이언이 호응한다] 그게 우리 룰이에요

 

그럼 나도 덕미 씨 바라만 봐야겠다

 

할 수 있겠어요?

 

(덕미) 자, 이렇게 바라만 봐도 행복하고

 

즐겁고

 

뭐, 보기만 해도 설레…

 

[흥미로운 음악] 단추는 왜 풀어요?

 

좀 더워서요

 

그러니까 잘됐으면 좋겠고

 

(덕미) 웃는 게 좋…

 

시계는 왜 또?

 

손목이 좀 아파서

 

(덕미) 시안이는 아무튼 그런…

 

더럽게 예뻐 가지고

 

바라만 보라면서요

 

바라만 봐요, 내가 할 테니까

 

[부드러운 음악]

 

[초인종이 울린다]

 

또 차시안 씨인가?

 

[덕미의 다급한 숨소리]

 

[피식 웃는다] [문이 쾅 닫힌다]

 

김효진 씨?

 

[흥미진진한 음악]

 

김효진…

 

신디?

 

[놀란 신음]

 

아…

 

무슨 일입니까? 연락도 없이

 

관장님, 관장님이랑 우리 엄마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 네? - 관장님 우리 엄마 이길 수 있어요?

 

김효진 씨, 무슨 말인지나 알아듣게…

 

아, 엄마가 시안이 전시 못 하게 한단 말이에요! [문이 달칵 열린다]

 

(덕미) 차시안 씨 전시를 왜…

 

뭐야?

 

[덕미의 어색한 웃음]

 

성 큐레이터님은

 

왜 맨날 남의 집에서 옷이 물에 젖어요?

 

사람 오해하게

 

아, 그게…

 

(덕미) 내가 수전증이 좀 있어서

 

[덕미의 멋쩍은 웃음] (라이언) 김효진 씨

 

용건부터 얘기해요

 

- 아… - (라이언) 쓰읍

 

(라이언) 간단하고 차분하게

 

그러니까요

 

[흥미로운 음악]

 

[고양이 울음 효과음] [보닛이 쾅 울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신디의 놀란 신음]

 

(신디) 어머니

 

아, 저, 그게 아니고…

 

(소혜) 효진?

 

- 아, 저, 미술관에 가려고… - (소혜) 혹시

 

'시사 다큐 추격자 K'

 

(소혜) 예고 봤어?

 

제목은

 

'덕후, 빗나간 애정'

 

'한정판 명품을 산'

 

'사생 스토커 신디'

 

[익살스러운 음악]

 

예고를 보고 이 엄마가

 

촉이 딱 서서 좀 알아봤더니

 

사생 스토커가 내 딸이라고 하네?

 

[멋쩍은 웃음]

 

저 아니에요

 

'저 아니에요'?

 

(소혜) 내 신랑은 뉴스에

 

딸은 시사 다큐에

 

내 남편은 경제 사범

 

내 딸은 사생 스토커

 

어머니

 

[소리치며] 너희 아빠 무산이!

 

사생아 있다는 소문도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소혜) 내 딸이 사생이야?

 

사생! 너무 싫어!

 

난 사생이 싫어!

 

'내 채움에 아이돌 따위가 전시하는 일은 없어, 절대로!'

 

그랬어요, 엄마가

 

하, 다큐가 여럿 잡네

 

김효진 씨 어머니

 

채움에 아무런 권한 없으세요

 

(라이언) 됐죠?

 

용건 끝났으면 이제 그만…

 

(신디) TK문화재단 이사장인데도요?

 

우리 엄마 문화재단 이사장 돼요

 

채움미술관의 의사 결정권이 있는

 

그래도 이길 수 있어요?

 

하, 나 우리 시안이 전시 굿즈 꼭 만들고 싶단 말이에요

 

나도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해결책은 내가 좀 더 생각해 볼게요

 

그만 가 보세요, 이제

 

관장님

 

(신디) 제가 이런 말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어색한데요

 

돈 좀 빌려주세요

 

[흥미로운 음악]

 

(덕미) 집에서 빈손으로 쫓겨 나와서 택시를 탔으면

 

택시비부터 빌렸어야죠

 

대기비가 얼마나 비싼데

 

(신디) 갚을 거거든요

 

갚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하, 집엔 들어갈 거죠?

 

그, 찜질방 이런 덴 얼마예요?

 

거기서 잘 수 있다던데

 

집에 들어가요

 

- 김효진 씨 - (신디) 아, 오기가 있지

 

(신디) 최소한 일주일은 버틸 거예요

 

아, 3일

 

집엔 절대 안 가

 

[한숨]

 

(덕미) 관장님

 

효진 씨는 제가 데려갈게요

 

덕미 씨는 왜 갑니까?

 

덕질 말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앤데

 

(덕미) 혼자 둘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찜질방에서 재울 수도 없고

 

그럼 효진 씨는 호텔로 보내죠

 

덕미 씨는 가지 마요

 

제가 데려갈게요

 

어디로 갈 겁니까? 덕미 씨 집?

 

설마요

 

[경쾌한 음악] [웃음]

 

뭐 해요, 안 따라오고?

 

(신디) 그냥 호텔 가서 자면 안 돼요?

 

[한숨]

 

효진 씨

 

(덕미) 선택은 딱 두 가지예요

 

1번 우리 집, 2번 노숙

 

노숙보단 낫죠? 따라와요

 

아참

 

[웃으며] 한 가지 주의 사항

 

우리 집에서 '아이돌'이란 단어는 금기, 알겠죠?

 

[헛웃음]

 

아니, 요새 엄마들 사이에서 트렌드예요?

 

가요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영숙의 놀란 신음]

 

(덕미) 엄마, 저 왔어요

 

(영숙) 어서 와요

 

덕미 후배라고요?

 

아이고, 이쁘게 생겼네

 

(신디) 안녕하세요 [영숙의 웃음]

 

눈치 못 챘겠지만 저쪽에도 인사 한번 해요

 

(영숙) 덕미 아빠

 

[옅은 웃음]

 

[영숙의 웃음] (신디) 아, 안녕하세요

 

(근호) 예

 

저기, 편하게, 예

 

(영숙) 앉아요

 

넌 옷이 그게 뭐냐?

 

(덕미) 왜? 보이프렌드 룩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데

 

그러고 다니는데 어떤 남자가 좋다고 해?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지

 

어? 어, 성 큐레이터님…

 

[흥미로운 음악]

 

이러고 다녀도 좋아할 남자를 만나야지, 엄마

 

어이구, 어이구

 

[영숙의 못마땅한 신음] (덕미) 여기 앉아 있어요

 

[밥솥 조작음]

 

- (덕미) 밥 잘됐어? - (영숙) 그럼

 

(영숙) 자

 

[덕미가 후룩거린다]

 

(덕미) 음, 반찬이 필요 없어 [영숙의 웃음]

 

- (영숙) 덕미야 - (덕미) 응?

 

(영숙) 너 은기한테 전화 한 통 해 줘

 

너 오늘 여기서 잔다고

 

아, 어

 

[통화 연결음]

 

어, 남은기?

 

나 지금 엄마 집인데

 

오늘 나 여기서 내 후배랑 잘 거거든?

 

그러니까 어, 체육관에서 텐트에서 자라고

 

(은기) 너

 

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야?

 

(덕미) 어

 

(은기) 나 지금 갈 테니까 잠깐 놀이터로 나와

 

[통화 종료음] 은기야, 은기야!

 

[한숨]

 

[문이 달칵 여닫힌다]

 

(덕미) 이거 입고 자요

 

근데 오늘만이야 내일은 집에 가서 자요

 

근데 여기서 둘이 자요?

 

그럼 넓은 효진 씨 방에 가서 혼자 자요

 

[한숨 쉬며] 혼자 있을 수 있죠?

 

(덕미) 나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디 가요?

 

CU패치 아직도 해요?

 

(덕미) 자고 있어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덕미) 야, 남은기

 

나 지금 집에 내 손님 와 있다니까

 

왜 불러내고 있어

 

할 말이 뭔데? 빨리 말해 봐, 빨리

 

(은기) 앉아

 

덕미야

 

아침엔…

 

(덕미) 아, 아침에 선주 잘 들어갔나?

 

피디님이랑 화해는 했으려나? 애가 전화가 안 되네

 

- 지금이라도 전화해 볼까? - 성덕미

 

어?

 

아침에

 

내가 너 좋아한단 말 들었지?

 

아, 그랬나?

 

(덕미) 네가 나 도와주려고 그렇게까지 했구나?

 

어유, 은기 새끼 귀여운 구석이…

 

장난으로 넘길 생각 마라

 

지금 나한테 넌

 

가족도 친구도 아니야

 

여자야

 

[잔잔한 음악]

 

좋아해, 성덕미

 

[옅은 웃음]

 

쫄기는

 

(은기) 어휴

 

은기야

 

(덕미) 나

 

관장님 좋아해

 

관장님이랑 나…

 

알아

 

너랑 너희 관장이랑 사귀는 거

 

근데 유도만 한 놈이 경기도 안 하고 내려갈 수 있나

 

[은기의 힘주는 신음]

 

지금 바로 남자로 봐 달란 거 아니야

 

시간이 더 걸려도

 

나 기다릴 수 있어

 

들어가, 잘 자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왜? 잠이 안 와요?

 

(신디) 아, 네

 

안 주무세요?

 

[웃으며] 응, 나도 잠이 안 와서

 

(영숙) 어, 잠깐만 이리 좀 와 볼래요?

 

(신디) 아…

 

(영숙) 자

 

이게 좀 넓은가?

 

잠 안 오면

 

이거 실 좀 감아 줄래요?

 

[영숙의 웃음]

 

근데 누구 거예요?

 

그냥 뜨는 거예요, 습관처럼

 

우리 덕미는 어릴 때 뜨개옷만 입고 커서

 

지겹다고 안 입어요

 

[영숙이 살짝 웃는다]

 

요즘 옷처럼 이쁘지도 않고

 

(신디) 음, 예쁜데

 

정말? 정말 이뻐요?

 

 

그럼 이거 다 뜨면 줄게요

 

아, 그, 달라는 건 아니었는데

 

(영숙)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다 얼마예요? 재료비랑 인건비

 

큰 거 다섯 장

 

[신디의 놀란 신음]

 

'고맙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영숙의 웃음]

 

(영숙) 엄마랑 싸웠죠?

 

엄마랑 싸우고 집 나온 사람 재워 주는 거는 하룻밤이야

 

내일은 들어가요 엄마 걱정하셔

 

우리 엄마는 걱정 안 할걸요?

 

그래요?

 

그럼 들어가지 말아요

 

저기 우리 덕미 방 내줄 테니까 오늘부터 저기서 살아요

 

그건 안 되겠어요? 엄마 걱정돼서?

 

아니, 근데 덕미 얘는 왜 안 들어와?

 

[문이 달칵 닫힌다]

 

[쓸쓸한 음악]

 

(은기) 지금 나한테 넌

 

가족도 친구도 아니야

 

여자야

 

좋아해, 성덕미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네, 관장님

 

잠시만요, 제가 나가서 받을게요

 

(덕미) 아, 효진 씨가 옆에서 자고 있어서요

 

관장님

 

 

[한숨]

 

아무것도 아니에요

 

목소리가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요?

 

혹시

 

남 관장님 때문에 그래요?

 

어떻게 알았어요?

 

(라이언) 몰랐어요?

 

성덕미 씨 내 손바닥 위에 있는 거

 

[옅은 웃음]

 

[아련한 음악]

 

[한숨]

 

사실은

 

(덕미) 은기가

 

좋대요, 제가

 

알아요, 나도

 

아까 들었잖아요

 

지금 나한테 질투하라고 다시 말하는 거예요?

 

[당황한 신음]

 

우리 서로 비밀 없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말하는 거예요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요

 

(라이언) 남 관장님

 

덕미 씨 소중한 가족이잖아요

 

덕미 씨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 잘 아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질투하지 않을 거라고 너무 과신하면

 

그것도 안 되고

 

 

(라이언) 그나저나 그, 효진 씨는 사고 안 쳤어요?

 

생각해 보니까 지금 그 지붕 아래

 

덕후가 둘이나 있는 거잖아요

 

어머니 안 놀라셨어요?

 

우리 엄마 그거 알면 효진 씨 우리 집에서도 쫓겨나요

 

우리 엄마가 아이돌 덕질하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라이언) 응, 그래요?

 

근데 이거 뭐죠?

 

덕질하는 내 여자 친구

 

잘 숨겨 줘야겠다

 

그런 다짐?

 

아닌데? 그런 뉘앙스 아니었는데?

 

(덕미) 지금 나 놀리는 거죠?

 

하, 다 이해하는 척해 놓고서 나 놀리는 거야, 맞죠?

 

"폐점"

 

[출입문 종이 울린다]

 

(승민) 선주야

 

그 아이템

 

나도 너랑 덕미 씨 생각해서 안 하려고 했어

 

근데 선배가

 

그것만 하면 예능이든 어디든 보내 준다 그러고

 

그리고 내가 하면 최대한 중립적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기도 나

 

시사 그만두고 예능 가길 바랐잖아

 

응?

 

억지로 한 거야?

 

나 때문에?

 

(선주) 너는 예능 하기 싫고

 

시사 하고 싶었는데

 

억지로 나 때문에 한 거야?

 

(승민) 하, 아니, 아 그, 그렇다는 게 아니라…

 

네가 진짜 나쁜 게 뭔 줄 알아?

 

상처를 줬으면

 

그냥 가해자로 있어

 

왜 내 핑계 대면서 피해자 행세야?

 

[잔잔한 음악]

 

(선주)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널 이해하고

 

동정까지 해야 되니?

 

그냥 처음부터 말할걸

 

괜히 시간만 끌어 가지고…

 

나도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내가 말해 줄까?

 

오빠가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는지?

 

그럴 필요 없으니까

 

내가 뒤늦게 알아서 화내고 소리 질러 봤자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되니까

 

(선주) 유부녀가, 애 엄마가

 

고작 그런 일로 이혼하진 못할 거니까

 

그래서 말 안 한 거야

 

계산 다 하고

 

오빠는

 

소중한 가정을 무기 삼아 나를 찌르고

 

건우를 방패 삼아 그 뒤에 숨은 거야

 

비열하고 비겁하게

 

선주야

 

(승민) 서, 선주야, 어, 어디 가게?

 

내가 가긴 어딜 가

 

집에나 가야지

 

[출입문 종이 울린다]

 

[한숨]

 

[한숨]

 

[덕미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숙박비요

 

(덕미) 숙박비? 이게 뭐예요?

 

원본이요, CU패치

 

[놀란 신음]

 

(신디) 아, 이제 안 찍어요

 

그냥 데이트 스냅, 뭐, 그런 거?

 

그리고

 

죄송합니다

 

[밝은 음악]

 

[USB를 달칵 끼운다] [USB 연결음]

 

[마우스 클릭음]

 

[웃음]

 

[유섭의 의아한 신음]

 

(경아) 또 뭔데요?

 

(유섭) 저, 이거 좀 봐 주세요

 

(경아) 어? 이거

 

이거 맞… [익살스러운 효과음]

 

성 큐레이터님, 이것 좀 봐 주세요

 

(덕미) 뭔데?

 

어?

 

이걸 어디서…

 

(덕미) 유섭 씨가 미술 투자품 카페에서 찾은 건데요

 

1년 전에 올라온 개인 소장품인데

 

보관 상태가 좋진 않지만 이솔 작가 작품인 게 확실해 보여서요

 

컬렉터하고 연락됐나요?

 

네, 지금 현재 직접 소장하고 있진 않고요

 

화랑에 위탁해서 보관 중이라고 해서요

 

지금 가 보려고요

 

[종이를 탁 놓으며] 같이 가죠

 

(덕미) 나 관장님이랑 화랑 좀 다녀올게

 

(경아) 네

 

- 김유섭 씨 - 네

 

잘했어요, 고마워요

 

(경아) 다녀오세요

 

나만 들은 거 아니죠?

 

(유섭) 관장님이 고맙다고 한 거

 

잔정이 생겼나?

 

[탄성]

 

[경아의 웃음]

 

[차분한 음악]

 

(덕미) 이솔 그림이 여기 있는 건가요?

 

다 이렇게 보관하는 건 아니고요

 

훼손이 심하거나 판매 가치가 없는 작품들을

 

(화랑 직원1) 폐기하기 전까지 보관하는 곳이에요

 

어, 이건가?

 

제가 하죠

 

(화랑 직원1) 감사합니다

 

- (화랑 직원2) 관장님, 잠시만요 - (화랑 직원1) 아, 네

 

너무 훼손이 심한 작품이라 팔면서도 좀 죄송하네요

 

배송은 채움미술관으로 해 주세요

 

 

관장님?

 

[무거운 음악]

 

관장님

 

복원은 양 교수님께 부탁드릴게요

 

(라이언) 네

 

관장님, 잠깐만요

 

저 뭐 좀 사 올 게 있어서 저기 앉아서 기다려 줄래요?

 

같이 갈까요? [덕미의 부정하는 신음]

 

기다려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1) 뭐야 나보다 더 잘하면 어떡해

 

[여자1이 입바람을 후후 분다] (남자) 잘 좀 해 봐

 

(여자1) [웃으며] 돌아가잖아

 

웃기지?

 

저분들이 드시는 거 두 잔만 부탁드릴게요

 

목말랐어요?

 

[입바람을 후 분다]

 

[덕미가 입바람을 후 분다]

 

뭐 하는 거죠, 성덕미 씨?

 

바람개비 [라이언의 웃음]

 

예쁘다, 웃으니까

 

[부드러운 음악]

 

관장님

 

양 교수님,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복원 전문가세요

 

(덕미) 이솔 작가님 작품

 

원래대로 잘 복원돼서 올 거예요

 

걱정하지 마요

 

미안해요

 

내가 너무 내 기분에만 빠져 있어서

 

아니에요

 

저도 아까 그 창고에 쌓여 있는 그림들 보는데

 

맘이 안 좋았어요

 

(덕미) 그 그림들도 한때는

 

누군가의 감동이고 기쁨이었을 텐데

 

거기에 그러고 있는 거 보니까

 

우리는

 

창고에 들어가지 마요

 

서로 바라봐 주고 관심 가져 주고 발견해 주고

 

그래요, 우리

 

하, 날씨 좋다

 

맛있어요?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이 멈춘다]

 

(시안) 대충 이런 느낌으로 갈 거 같거든요

 

음, 괜찮은 거 같아요

 

얘랑 잘 맞기도 하고

 

이 느낌이랑도 잘 맞을 거 같은데

 

[휴대전화 진동음]

 

네, 관장님

 

(매니저) 네? 시안이한테도 전하겠습니다

 

 

[휴대전화 종료음] 라이언 형이에요?

 

(매니저) 응, 이솔 작품 그림

 

한 점 더 찾았다

 

진짜요?

 

오늘 집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매니저) 방해하지 마 여자 친구랑 있을 텐데

 

근데 뭐, 관장님은 정말 좋겠어

 

하루 종일 여자 친구랑 붙어 있어서

 

작가님 오해하시겠어요

 

그냥 자주 오시는 거 같더라고요 형네 집에

 

 

(매니저) 야, 시안아 너도 저번에 봤잖아

 

대낮에 엘리베이터에서 막 그냥 키…

 

진짜예요

 

이런 느낌으로 걸면 될 거 같아요

 

[무거운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초인종이 울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시안) 형

 

이솔 그림 내일 볼 수 있어요?

 

(라이언) 훼손이 좀 있어요

 

복원부터 해야 될 거 같아요

 

(시안) 훼손

 

얼마나요?

 

내일 복원 전문가 만나기로 했으니까

 

결과 나오면 말씀드리죠

 

아, 네

 

성 큐레이터 말이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꼭 보고 싶거든요

 

이솔 그림 아홉 점이 한자리에 전시된 모습

 

(시안) 아

 

그, 이솔 그림을 샀다는 의뢰인은 대여해 주기로 한 거죠?

 

네, 곧 도착할 겁니다

 

[피식 웃는다]

 

빨리 보고 싶다

 

치킨 먹을래요?

 

[발랄한 음악]

 

싫으면 그…

 

(시안) '치킨 먹을래?'

 

해 봐요

 

'치킨 먹을래?'

 

치킨 먹을래?

 

[웃음]

 

좋잖아요, 반말, 편하고

 

(시안) 오늘은 순살로 시켜 줘요

 

[옅은 웃음]

 

교수님, 전시 전까진 가능할까요?

 

[양 교수의 한숨]

 

(양 교수) 가능해야겠지

 

걱정 마, 보기보다 심각한 건 아니니까

 

연구소로 보내요

 

(덕미) 네

 

잘 부탁드립니다, 교수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교수님

 

수고해요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관장님, 오늘 퇴근하고 뭐 하세요?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전 오늘 집 청소를 해야 해서

 

아, 그럼…

 

남자 친구가 오기로 했거든요

 

네?

 

퇴근 후에 펜트하우스로 오세요

 

아, 너무 빨리 오진 말고요

 

[밝은 음악]

 

[피식 웃는다]

 

어차피 알게 된 거 확실히 알게 해 줘야지

 

[청소기 작동음]

 

(덕미) 그래도 이건 좀 너무 많나?

 

조금만 줄여 볼까?

 

아니야, 성덕미, 당당하라고

 

넌 이미 덕밍아웃됐어

 

저…

 

한 개만 줄일까?

 

[덕미가 중얼거린다]

 

어머, 시안이, 미안

 

(영숙) 아이고

 

응? 문이 왜 열려 있어?

 

벌써 왔어…

 

엄마

 

(영숙) 네가 이러려고

 

독립적인 여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집을 나갔구나

 

어, 엄마, 그게 아니라…

 

[카메라 셔터음 효과음]

 

[리드미컬한 음악] (영숙) 엄마가

 

너 또 덕질하다 걸리면 어떡한다고 했지?

 

엄마, 워워 지,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 봐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이 방이, 이 방이…

 

(덕미) 엄마! [영숙이 성낸다]

 

[덕미의 탄식] (영숙) 가위 어디 있어?

 

- (영숙) 너, 네가 쫓아다니는 놈 - (덕미) 엄마

 

(영숙) 둘 다 잡아다가 머리를 빡빡 깎아 버릴 거야 [덕미의 비명]

 

(덕미) 엄마, 가위 없어, 가위 없어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의 아파하는 신음]

 

[덕미의 비명]

 

(덕미) 아파, 하지 마, 아!

 

[덕미가 울먹인다]

 

[덕미의 비명]

 

[영숙의 못마땅한 신음] (덕미) 아, 엄마!

 

나 네 엄마 아니야, 네 엄마 안 해!

 

엄마 아니라면서 왜 때려 엄마도 아닌 게!

 

'아닌 게'?

 

(영숙)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뭘 잘했다고… [덕미의 비명]

 

[말을 더듬으며] 과, 관장님?

 

안녕하세요

 

[덕미와 라이언의 힘겨운 숨소리]

 

너는 손님이 오시면 오신다고 말을 해야지

 

[영숙의 헛기침]

 

(영숙) 근데 관장님은 무슨 일로…

 

미술관 일 때문에…

 

덕미 씨와 저 사귑니다

 

연애를 한다고요? 우리 덕미랑?

 

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머뭇거린다]

 

더, 더, 덕미 방이 이런 거는

 

내 거예요, 내가 [발랄한 음악]

 

저 청년을 좋아하는데 덕미 아버지가 싫어해서

 

여기다가 갖다 놨네요

 

(영숙) 놀랐죠?

 

엄마

 

(덕미) 나 아이돌 좋아하는 거 관장님도 알아

 

아셔?

 

(영숙) 알아요? 얘 이런 거?

 

- (라이언) 네 - 그런데도 좋아해요? 덕미를?

 

 

덕질하는 덕미 씨의 모습

 

(라이언) 그 아주 열정적인 모습에

 

좋아하게 됐습니다

 

세, 세상에

 

(덕미) 봐 봐, 내가 말했잖아

 

난 덕질해서 연애를 못 한 게 아니라니까

 

[웃으며] 마음만 먹으면…

 

(영숙) 누가 연애 못 해서 덕질 못 하게 했어?

 

다치고 들어오니까 못 하게 했지

 

얘 고3 때 팔 부러져서 들어온 얘기 들었어요?

 

네, 그래서 재수했다고

 

- 그게… - (덕미) 엄마

 

(영숙) 아이돌 공연 갔다가 팔 부러져서 왔답니다

 

우리 딸 이해해 주는 거는 고마운데

 

몸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그런 일 절대로 없을 겁니다

 

제가 잘 지키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그럼

 

앞으로 우리 덕미…

 

(덕미) 엄마 좀 모셔다드리고 올게요

 

엄마, 오늘 에너지 많이 써서 피곤하지? [영숙의 의아한 신음]

 

- (덕미) 가자, 집에 가서 쉬어야지 - (영숙) 아니

 

(덕미) 가방 들고, 엄마

 

가자

 

너!

 

(덕미) 잘못했어 무조건 잘못했어, 엄마

 

한 번만 더 팔 부러져 오기만 해 봐, 그냥

 

(영숙) 그땐 진짜로 머리 깎아 버릴 거야

 

그리고 청소도 하려면 좀 깔끔하게 하든가

 

못 하겠으면 엄마를 부르든지

 

엄마

 

어이구, 어이구, 무거워, 에이

 

엄마, 사랑해, 알지?

 

[덕미가 입소리를 쪽 낸다]

 

(영숙) 안 받아! 들어가 [덕미가 입소리를 쪽 낸다]

 

[덕미의 웃음]

 

엄마

 

[덕미가 혀를 똑똑 튕긴다]

 

(영숙) 들어가!

 

[혀를 똑 튕긴다]

 

[웃음]

 

[문이 쿵 닫힌다]

 

[한숨] [도어 록 작동음]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죠?

 

(라이언) 네

 

그래서

 

이상해요?

 

(라이언) 네

 

나는 고작 종이에다가 캐리커처 그려 준 게 끝인데

 

이 초상화는 뭡니까?

 

[부드러운 음악] 그리고

 

내가 준 꽃

 

내가 준 꽃은 왜 여기 있습니까?

 

여기 버젓이 센터도 있는데 여기, 여기

 

비워도 되잖습니까, 여기

 

'사자'라고 써 놨네, 또

 

차시안 거밖에 없네, 여긴, 하

 

혹시 질투하시는 거예요, 시안이한테?

 

[웃으며] 질투는 내가 무슨 질투

 

뭡니까?

 

입 막은 거예요, 너무 귀여워서

 

이 물병은 뭐예요?

 

(덕미) 아, 저건 2019년 4월 3일

 

'Snapshot' 쇼케이스 때 받은 거예요

 

차시안 씨가 물을 나눠 줬어요?

 

아니요

 

제가 딱 받을 수 있게 정확히 무대에서 정조준해서

 

저한테 던져 주더라고요, 시안이가

 

이 종이는요?

 

(덕미) 아, 저건 무대에서 뿌린 꽃가루예요

 

현장의 열기가 그대로 느껴지죠

 

(라이언) 그러네요

 

색 조합이 아주 뛰어납니다

 

(덕미) 아, 그럼 제2전시실로 가 보실까요?

 

자, 여긴

 

팬 아트 전시실이에요

 

(라이언) 차시안 씨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다 담아낸

 

극현실주의 초상화네요

 

[웃으며] 아니요

 

시안이의 미모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그림으로 담아낼 수가 없어요, 차마

 

[덕미의 웃음]

 

아, 그리고

 

아, 그리고 이건 우리 콩인데요

 

그 힘들다는 팬싸를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끝내고

 

그리고 1등 추첨까지 되면서 받은 레어템이죠

 

하, 진짜 덕밍아웃하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요

 

- 근데 덕미 씨 - 네?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뭐요?

 

여긴 우리 둘만 있는 거 같지가 않아요

 

[경쾌한 음악]

 

[덕미의 한숨]

 

그래도 추운데 갖다 버려요?

 

[속삭이며] 목은 왜 저래요?

 

목이요?

 

[덕미가 살짝 웃는다]

 

(덕미) 그, 무식한 은기가 잘랐어요

 

(라이언)

 

[어두운 음악]

 

엄마

 

[떨리는 숨소리]

 

(여자2) 놔!

 

나 네 엄마 아니야

 

[떨리는 숨소리]

 

[어린 라이언의 울음]

 

[떨리는 숨소리]

 

[한숨]

 

[애잔한 음악]

 

[한숨]

 

[훌쩍인다]

 

[휴대전화 진동음]

 

[잠긴 목소리로] 여보세요

 

(라이언) 잤어요?

 

[놀란 신음]

 

아니요, 안 잤어요

 

[헛기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자요?

 

안 자고 뭐 했어요?

 

(라이언) 아, 난 일했어요

 

지금까지요?

 

부하 직원 시키지

 

[라이언이 머뭇거린다]

 

(라이언) 우리 수석 큐레이터가 좀…

 

좀 뭐요?

 

(라이언) 아까워서

 

일시키기

 

[웃음]

 

잠 안 오는구나

 

[스위치 조작음]

 

[덕미의 힘주는 신음]

 

(라이언) 아, 자요, 불 켜지 말고

 

관장님, 지금 어디예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닫힌다]

 

[잔잔한 음악]

 

관장님, 내려갈게요, 잠깐만요

 

[통화 종료음]

 

[덕미의 옅은 탄성]

 

진짜 저 보러 온 거예요?

 

대박, 나 지금 계 탄 기분이에요

 

덕후는 계를 못 탄다면서요

 

그러니까요

 

[덕미의 웃음]

 

그만 가 볼게요, 얼굴도 봤으니까

 

저 진짜 보기만 하러 온 거라고요?

 

충전됐어요

 

(라이언) 자는데 미안해요

 

들어가 봐

 

[잔잔한 음악]

 

덕미 씨?

 

괜찮아요

 

우리 서로

 

비밀 없기로 했잖아요

 

(덕미) 그러니까

 

괜찮아요

 

울어도

 

[라이언이 흐느낀다]

 

[밝은 음악]

 

(덕미) 제가 관장님이랑 놀아 드릴게요, 밤새

 

(라이언) 아무래도 어제 사기를 당한 거 같아서

 

(소혜) 셀럽 컬렉션전 전면 취소 하세요

 

(다인) 제가 지금까지 얻지 못하는 게 없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노력은 딱 하나 남은 거 같아요

 

(라이언) 오길 잘한 거 같아요

 

좋은 사람하고 좋은 추억을 만드니까

 

싫었던 곳이 싫지만은 않아져서

 

(덕미) 안녕, 허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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