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사생할 13
(라이언) 근데요, 덕미 씨
안 무거워요?
팔에 힘이 빠진 거 같은데
아, 아니에요, 하나도 안 무거운데
(덕미) 머리가 생각보다 가볍네요
[편안한 음악]
고마워요, 힘든 말 해 줘서
나도 고마워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돼 줘서
3년 동안 꽁꽁 숨기고 담아 놨던 말인데
막상 말하고 나니까 되게 편하네
그렇죠?
(덕미) 앞으로도 필요하면 언제든 빌려드릴게요, 제 귀
(라이언) 손도 빌려주고 귀도 빌려주고
난 뭘 빌려줘야 되나?
[덕미의 생각하는 신음]
(덕미) 그건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볼게요
혹시 차용증 같은 건 안 쓸 거죠?
[함께 웃는다]
- (라이언) 갈까요? - (덕미) 네
(덕미) 관장님, 오늘은 제가 관장님 집까지 바래다줄게요
- (라이언) 덕미 씨가 절요? - (덕미) 네
오늘은 뭐 타고요?
관장님 차요
그게 바래다주는 겁니까?
(라이언) 내 차로 내가 운전해서 내 집으로 가는 게?
그래서 싫어요?
아니요, 너무 좋은데요
(라이언) 가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집 다 왔는데
아직 집 아니잖아요
(라이언) 그러면 현관 앞까지?
나 그냥 집에 가요?
오늘은 뭐 하고 놀까요?
저번엔 내가 잘하는 거 했으니까 이번엔 관장님이 잘하는 거 해요
내가 잘하는 거?
[밝은 음악]
내가 잘하는 거 하기로 한 겁니다?
관장님이 뭘 하든 절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 (라이언) 그렇게 생각해요? - (덕미) 네
두고 보면 알겠죠
[엘리베이터 도착음]
어, 형
(시안)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누나
안녕하세요
[엘리베이터 버튼음]
[엘리베이터 문이 달칵 닫힌다]
(시안) 아, 여기는 위층 사는 형이랑 형 여자 친구
형이 나 엄청 좋아해
우리 시안이가 귀찮게 하나 보다
아, 여기는 저희 엄마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라이언 골드입니다
(덕미) 안녕하세요, 성덕미입니다
우리 시안이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사람을 좋아해요
이상한 애는 아닙니다 [은영의 웃음]
(시안) 엄마, 그렇게 말하면 진짜 이상한 애 같잖아
[시안의 못마땅한 신음]
[엘리베이터 도착음]
[엘리베이터 문이 달칵 열린다]
아, 형, 누나, 안녕히 가세요
아, 차시안 씨
훼손된 그림 잘 복원됐습니다
[시안이 살짝 웃는다]
네
역시
뭐가 역시예요?
우리 시안이요, 누구 닮아서 그렇게 예쁜가 했더니
어머님이 엄청난 미인이시네요?
(덕미) 역시 유전자의 힘이란
아, 덕미 씨는 차시안 씨 보러 왔구나?
왜, 그럼 뭐, 차시안 씨 따라가지, 왜
그래도 돼요?
(시안) 맞지, 엄마 그림?
기억하고 있었어, 이 그림들을?
기억하지
엄마 엄청 속상했었잖아
[잔잔한 음악] (시안) 할아버지가 몰래 다 없애 버려서
다 찾아 주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
다행히 전시 준비하면서 몇 점 더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아, 엄마
아까 그 형, 미술관 관장이다?
안목으로 아주 유명한
그 형이 먼저 제안한 거야
엄마 그림 좋은 작품이라고 전시하고 싶다고
시안아
우리 시안이가 엄마 위해서 찾아 준 건 정말 고마운데
(은영) 엄마는 이 그림들
전시하고 싶진 않아
이 그림은
이 그림들은…
(시안) 알아
알아, 엄마
아는데
이번만
이번 한 번만 엄마를 위해서
그냥 엄마만 생각해서 하면 안 돼?
그럴 수 없어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럼 나를 위해서라도
나를 위해서라도 고민해 줘
(시안) 응?
일단 우리 뭐 먹자, 엄마, 배고프다
먼저 나가 있을게
[흐느낀다]
(덕미) 이제 알겠어요
그때 제가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그때는…
미안해하라고 하는 소리 아니에요
그냥 관장님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란 말 하고 싶어서
그리고 사과는 내가 해야죠
그때 경매장에서
이 그림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한 거 미안해요
진심은 아니었어요
이해해요
나도 이제 덕미 씨에 대해서 잘 아니까
(라이언) 그리고 그렇게 틀린 평가도 아니었어요
관장님은 이 그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데요?
디렉터로서?
슬프고
불안해 보여요
[잔잔한 음악]
(라이언)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저 비눗방울들이
화폭 너머의 현실을 표현한 거같이
저는요
이 비눗방울들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함보다는
연약하지만 언제든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으로 보여요
그림이라는 건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되는 거니까
관장님도 언젠간
저 그림을 그렇게 바라봐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거 해도 돼요?
뭔데요, 그게?
[풀벌레 울음]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근호의 놀란 신음]
- (은기) 아버지! - (근호) 은기야, 빨리 들어와
(근호) 빨리 들어와, 빨리 들어와
빨리 닫아, 문 닫아, 문 닫아
(은기) 아버지, 왜? 왜요, 왜요, 왜요?
[근호의 놀란 신음] (은기) 뭐야?
아버지, 아버지!
안녕하세요
- (근호) 누, 누, 누구세요? - (은기) 누, 누구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은기) 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내가 뭘 하든 천재 소리를 듣는 편이라
밤일낮장
(영숙) 아니, 이렇게 간이 콩알만 한 양반이 [근호의 거친 숨소리]
무슨 용기로 집안 기둥뿌리는 뽑아 잡쉈을까?
자요!
참 나
(근호) 물, 물
(영숙) 자, 물, 물
(은기) 엄마 근데 이 꼬맹이는 누구야?
(영숙) 응, 덕미 후배
하숙생이요
어? 집 나오면 성 큐레이터님 방 내주신다면서요
[흥미진진한 음악] (은기) 누가?
저기 내 방이거든?
이 아저씨는 얼마 내요?
아, 아저씨?
저는 두 배 낼게요
야, 두 배든 세 배든
저 세 스푼만 더 줘요
세 스푼…
(은기) 세…
네 스푼 먹어
다 왔어요, 덕… [입바람을 후 분다]
이제 와서요?
너무 늦었다는 생각 안 하세요?
[라이언이 입바람을 후 분다]
들어가세요, 라이언 타짜님
타짜?
타짜가 뭔데요?
타짜는
그냥 영화로 확인하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련한 음악]
고마워요
(덕미) 고마워요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뭐야
[통화 연결음]
(덕미) 뭐야, 효진 씨가 왜 거기 있어?
네가 직접 물어봐
[헛기침]
안녕하세요, 성 큐레이터님
효진 씨가 왜 우리 집에 있어요?
짐까지 다 싸 들고?
그게요,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한숨]
[놀란 신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아, 어머니
미스터 골드 앞에서
나 엄소혜를 들이받은
[한숨] (소혜) 김효진
아직 내가 어머니로 보여?
어머니, 아까는요
(소혜) 우후, 아주 멋있었어
나, 엄소혜 딸이라면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그 패기를 나 엄소혜한테 풀어?
어머니, 그게요
(신디) 그만큼 제가 준비한 상품이
채움 5주년 특별전의 히트 상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 차시안 때문이 절대 아니다?
네, 절대 아닙니다
좋아
특별전 하세요
(소혜) 단, 특별전 전까지는
[무거운 효과음] 차, 카드, 카메라도 없이 살아 보세요
네, 그럴게요
아!
그리고 집도
네?
김 비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김 비서의 힘겨운 신음]
(소혜) [영어] 그래, 나가
나가, 나가라고
[한국어] 그러니까 제가 이 집에 잘 살면
(신디) 특별전은 무사히 열릴 거예요
특별전이 열리는 건 정말 다행이긴 한데
왜 하필 우리 엄마 집이냐고요
수석 큐레이터의 역할이 뭐예요?
전시를 차질 없이 준비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요?
그럼 당연히 날 거둬야죠, 내 덕분인데
[헛웃음]
내가 보기엔 이 방 터가 안 좋아
또라이만 꼬여
(덕미) 야, 너도 그 방 썼거든?
(은기) 방 주인만 하겠어? 아이고
야!
성덕미
(덕미) 왜?
엄마가 우리 생일날 집으로 오래
아, 나 그날 좀 바쁠 거 같은데
응, 그래?
알았어, 그럼 엄마한테 내가 말할게
어, 끊, 끊어
[통화 종료음]
(신디) 아저씨
아저씨 내일 출근 몇 시에 해요?
우리 미술관이랑 가깝네?
야, 이 뻔뻔함 뭐지? 어?
되게 익숙한데?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라고, 쯧
[은기를 흉내 내며]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라고'
[휴대전화 진동음]
어, 유 큐
(경아) 어, 늦었는데 죄송해요
아니야, 괜찮아, 무슨 일이야?
그, 인쇄소에 도록을 넘겨야 돼서요
(경아) 근데 이솔 작가님 소개를 어떻게 할까요?
아, 그거
일단 비워 놔 봐, 감수는 내일인가?
네, 성 큐레이터님이 가실 거예요?
어, 내가 갈게
아, 그리고 지금은요
이솔 작가님 작품 아홉 점을 다 모았을 경우로
(경아) 작품 배치를 해 놨었는데요
혹시라도 다 못 모았을 경우를 대비해야 되지 않을까요?
아, 나머지 그림 찾는 게 사실 쉬운 게 아니라서
아니야, 우리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조금만 더 찾아보자
나도 알아볼 테니까
유 큐도 갤러리랑 컬렉터 쪽으로 좀 물어봐 줄래?
네, 최대한 찾아볼게요 그럼 쉬세요
어, 유 큐도
[통화 종료음]
이솔 그림 때문이었으니까
이솔 그림을 모두 모으면 뭔가 달라질 거 같아서
그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왜…
일단 그림부터 찾자
[밝은 음악] (덕미) 남 편집장님, 저 덕미인데요
내일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세연) 어디서 볼까?
(덕미) 그럼 내일 연락드릴게요
(덕미) 이솔이라는 작가에 대해 아시거나
이 그림과 비슷한 화풍의 그림을 본 적 있으신 분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마우스 클릭음]
[초인종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라이언 골드 관장님
(라이언) 아, 안녕하세요
(은영) 놀랐어요?
아직 아침 식사 전이면 이거 드세요
시안이 거 만들면서 좀 더 만든 거예요
내가 요리는 잘 못하는데 샌드위치는 먹을 만해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은영의 웃음]
미안해서 왔어요
시안이가 관장님 얘기를 하는 거 보니까
어지간히 귀찮게 했구나 싶어서
그 정도는 아닙니다
멤버들하고 같이 살 땐 괜찮았는데
혼자 사니까 무척 외롭나 봐요
(은영) 나한테도 부쩍 한국으로 들어오라 그러고
근데 이렇게 위층에 좋은 형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아이고, 출근 준비 중이었을 텐데
어서 들어가요
네
[휴대전화 진동음]
- 굿 모닝 - (라이언) 성 큐레이터
네, 관장님?
(라이언) 지금 어디입니까? 출근했어요?
아, 저 아직 집인데, 지금 나가려고요
(라이언) 최대한 빨리 나와요
네? 어디신데요?
[도어 록 작동음]
(라이언) 다행이다, 아직 집이라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무슨 일 있긴 있어요
무슨 일이요?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이게 다 뭐예요? 아침?
(라이언) 이거 차시안 씨 어머니가 직접 해 주신 거예요
정말요? 왜요?
차시안 씨랑 친하게 지내 줘서 고맙다고?
아, 진짜요?
관장님, 저 이거 사진 찍어도 돼요?
[밝은 음악]
[카메라 셔터음]
(라이언) 뭐죠, 이 따가운 시선은?
왜요? 난 우리 사자 예뻐서 본 건데
차시안 씨 어머니가 해 주신 샌드위치 때문에?
아니요
그걸 보고 날 떠올려 준 관장님 때문에
고마워요
어, 묻었어
난 완벽한 대칭을 좋아해요
반대쪽도 해 줘요
오늘은 여기까지
[덕미의 웃음]
[차 문이 탁 여닫힌다]
[휴대전화 벨 소리]
[덕미의 설레는 신음]
네, 차시안 씨
(시안) 형, 좀 무리한 부탁인데 해도 돼요?
(덕미) [작은 목소리로] 네, 네, 네
들어나 보죠
(시안) 엄마랑 미술관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은데
관람 시간에 가면 사람들이 저 또 알아볼 것 같고
폐관 시간 후에 관람을 하고 싶다?
(시안) 네, 딱 한 번만
생각을 좀…
[밝은 음악]
이번만입니다
(시안) 네, 고마워요, 형
[통화 종료음] '고마워요, 형'
[자동차 시동음] 어, 오늘 인쇄소에서 감수하는 날인데 빨리 다녀와야겠다
덕미 씨 오늘 또 성덕 되겠네요?
전 이미 성덕인데요?
(덕미) 랑데부지가 이번 작품 분위기와 가장 잘 맞는 거 같아요
어, 푸른색 농도를 살짝만 높여 주시고요
톤도 조금 더 밝게 뽑아 주세요
(사장) 네, 알겠습니다
덕미야
[덕미의 놀란 신음]
(덕미) 왜 직접 오셨어요? 사무실로 찾아가려고 했는데
아니야, 나도 인쇄소 올 일 있어서
(세연) 참, 우리 덕미 생일인데 뭐 해 줄까?
음, 뭐 해 달라 그러지?
말해, 뭐든 다 해 줄게
비싼 거만 빼고
아, 저 그럼 그거 주세요
(덕미) 이번에 커버로 쓴 우리 관장님 사진 원본
[살짝 웃는다]
진짜 많이 좋아하는구나?
(세연) 좋아, A 컷, B 컷 다 줄게
[세연의 웃음] 진짜요?
뭐, 이번 특별전 도록 준비하는 거야?
아, 네
- 편집장님, 저 여쭤볼 게 있는데 - (세연) 응
혹시…
편집장님, 이솔 작가라고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이솔?
글쎄
이름이 특이해서 내가 봤다면 분명 기억했을 텐데
(덕미) 그럼 이 그림이랑 비슷한 화풍은요?
편집장님이 신인전까지 다 체크하시니까
가장 잘 아시지 않을까 해서
어, 이런 화풍 본 거 같아
- 그래요? - (세연) 어
아니야, 분명히 보긴 봤어 이런 비슷한 거
[탄식]
갱년기야
그럼 생각나시면 저한테 꼭 알려 주세요
(세연) 그럴게
[차분한 음악]
(직원) 이쪽으로 보십시오
(세연) 생각났어
내가 대학 졸업반이었을 때인가?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미대 교수들까지 주목하는 신입생이 하나 들어왔었거든
졸업하고 유학 갔단 얘기까지는 들었는데
그 후로 데뷔했단 말을 못 들었거든?
뭐, 애를 낳았다는 소문도 좀 있었어
그 친구 그림 분위기랑 비슷한 거 같아
근데 작가 이름이 이솔이라고?
[무거운 효과음]
(건우) 아빠
(승민) 응?
사랑은 뭘까?
[캑캑거린다]
사, 사, 사랑?
사랑은 너무 힘든 거 같아
건우 너 사랑해 봤어?
노랑반 나영이
나영이는?
나영이도 건우 사랑한대?
나영이는 파랑반 형아를 좋아해
[발랄한 음악] (건우) 키도 크고 멋진 형아
미안하다, 참
그럼 건우야 그냥 다른 애 좋아하면 안 돼?
그게 잘 안 돼
오늘은 나영이 앞에서 일부러 넘어졌다?
(건우) 이렇게
나영이가 웃으면 나도 좋으니까
아빠, 이게 사랑이지?
아유
네가 나보다 낫다
응, 마셔
[마우스 클릭음]
아, 여기는 저희 엄마예요
처음 뵙겠습니다, 라이언 골드입니다
[무거운 음악]
(덕미) 그냥 화풍이 비슷한 거일 수도 있잖아
그렇지만 설마 이솔이 차시안 씨 어머니라면…
[문이 달칵 열린다] - (라이언) 김유섭 씨? - (유섭) 네
(라이언) 오늘 퇴근하기 전에 수장고에 보관 중인
이솔 작가 복원된 그림 관장실에 가져다주세요
(유섭) 네
[문이 달칵 닫힌다]
(덕미) 관장님
이솔 그림
차시안 씨하고 차시안 씨 어머님하고 같이 보시려고요?
네
아마 미술관 데이트는 핑계고
그 그림 보러 오는 걸 거예요 차시안 씨
왜 그래요?
그게…
[한숨]
아닙니다
(시안) 어, 형, 큐레이터 누나
[은영의 웃음]
(은영) 미안해요, 우리 시안이가 또
차시안 씨가 부탁해서가 아니라 어머님 때문입니다
(라이언) 어머님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서요
(시안) 어? 그거 언제 먹었어요?
[은영이 살짝 웃는다]
아침에 드렸거든
아, 그거 아무나 못 먹는 건데
[시안과 은영의 웃음]
[쓸쓸한 음악]
(시안) 이게 전용환 작가님 작품이라던데
(은영) 응
이 작품은 엄마한테 설명 좀 해 봐, 응?
(시안) 아, 이 작품은 나도 좀 어려운데
[은영과 시안의 웃음]
- (시안) 엄마, 잠깐만 보고 계세요 - (은영) 응
형, 혹시…
이솔 그림?
볼 수 있을까요?
사무실에 가져다 놨습니다
[커피 머신이 달칵거린다]
[커피 머신 조작음]
저 화장실 좀
제가 다녀올게요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덕미) 괜찮으세요?
(은영) 아, 네
너무 오랜만에 본 그림이라
이솔 작가님이시죠?
이솔 그림과 비슷한 화풍을
대학 졸업 전시회 도록에서 본 적이 있어요
(덕미) 근데 거기에 차시안 씨 어머님 사진이 있어서
아니에요
이젠 아니에요, 이솔이
[쓸쓸한 음악]
내가 지키지 못한 이름입니다
내가 지키지 못한
그림
이젠 그 이름으로 불릴 자격 없는 사람이에요
밝히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되죠?
네
(시안) 아홉 점을 다 찾을 수 있겠죠?
꼭 다 모았으면 좋겠는데
저도 저희 직원들도 최선을 다해서 찾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형
(시안) 혹시 우리 엄마가 나 몰래 형한테 부탁할지도 몰라요
무슨 부탁…
엄마는 싫어하시거든요
제가 이솔 그림 전시하는 거
그러면 형이 좀 설득해 주세요
[머뭇거린다]
어머님은 왜?
실은 엄마를 위하려고 한 거거든요
엄마 꿈을 이뤄 주려고
[잔잔한 음악]
지금이라도 찾아 주고 싶어요
엄마한테, 이솔이라는 이름을
(시안) 엄마한텐 좀 아픔이 있는 그림들이라서
[다가오는 발걸음]
(은영) 아들
(시안) 네
[무거운 음악]
엄마
[극적인 음악]
(은영) 아들
관장님 그만 귀찮게 해 드리자
관장님하고 큐레이터님도 퇴근하셔야지
오늘 감사했습니다, 라이언 관장님
[경쾌한 기타 연주]
주혁아
지금보다 좀 전 게 좀 더 나은 거 같지 않아?
[밝은 기타 연주]
이거요?
아닌가? 아까 게 좀 더 나은가?
[경쾌한 기타 연주]
[생각하는 신음]
아까 게 더 임팩트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왜?
사장님
고민하지 마세요
(선주) 주혁아, 고민을 해야지
아니, 이 고민 말고요
피디님이요
(주혁) 사장님은 제가 컵을 깨도 맨날 용서해 주셨잖아요
생판 남인데도
근데 피디님은 가족인데 용서하기 더 쉽지 않아요?
주혁아
(선주) 충격받지 말고 들어
아무 기대가 없으면 용서하기가 쉽단다?
그러니까 네가 카페 일을 잘할 거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다는 거지
[당황한 신음]
[웃음]
근데 강승민은
내가 엄청 사랑했다?
근데 그랬던 사람이 내 뒤통수를 쳤으니
용서하기가 쉽겠니?
사랑했던 걸 후회하게 만드는 놈은
뒈져야 돼
피디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주혁) 피디님과 함께했던 추억이나 기억까지 전부 다?
애초에 없었던 사람처럼?
[부드러운 기타 연주]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여주, 이선주
어리석었던 남주 강승민을 용서해 주기로 하는데
[선주의 웃음]
[툭 치며] 이게 뭐야?
(주혁) 아니, 이런 노래 나와 줘야 돼요
[선주의 웃음]
[선주의 한숨]
- (선주) 주혁아 - (주혁) 네?
앞으로 연기는 하지 말자?
[함께 웃는다]
[주혁의 경쾌한 기타 연주]
[주혁과 선주의 웃음]
(주혁) 웃으세요
[무거운 음악]
(여자) 놔! 나 네 엄마 아니야
(시안) 아, 여기는 저희 엄마예요
아들
[다가오는 발걸음]
(덕미) 제가 방해한 거예요?
혼자 있고 싶으면 말해요 전 괜찮으니까
관장님
알고 계신 거죠?
덕미 씨
어떻게…
전 어쩌다 알게 됐어요
[쓸쓸한 음악]
좀 이상한 기분이에요
(라이언) 지난 3년 동안
그렇게 찾고 찾을 때는 실마리도 안 잡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눈앞에 나타나니까
실감도 안 나고
거짓말 같기도 하고
생각이 좀
정리가 안 되네요
지금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말해요
그럴래요?
지금이
밤 열 시니까 내일 오전까지 딱 열두 시간
(덕미) 엄청 힘들겠지만 참아 볼게요
내일 오전에 봐요
(라이언) 저 그림을 그리는 걸 본 적 있어요
내가 라이언이기 전
내가 허윤제였을 때
(어린 라이언) 엄마
(라이언) 이솔 작가
아마 내가 아는 사람
[감성적인 음악] (시안) 지금이라도 찾아 주고 싶어요
엄마한테, 이솔이라는 이름을
아들
(라이언) 아마
내 어머니
[한숨]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덕미) 여긴 안 괜찮아요
괜찮을 수가 없으니까
[한숨]
"폐점"
[한숨]
(은기) 너도 술 생각 나서 왔냐?
이선주 얘는 꼭 필요할 때 없더라, 그렇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거든?
친구 필요할 때 없는 거
잠깐 취소할까?
타임머신 타고 뿅, 예전으로
(은기) 생일인데 뭐 해 줄까?
야, 우리 올해부터는 부모님한테 선물해 드리자
(덕미) 날 너무 과하게 예쁘게 낳아 주셨잖아
[웃음]
그래
[어이없는 신음]
- (덕미) 은기야 - (은기) 응?
너는 아빠 궁금한 적 없어?
어
(덕미) 거짓말, 어떻게 안 궁금해?
거짓말이어도 죽을 때까지 거짓말할 거야
하나도 안 궁금해
왜?
(은기) 없어도 잘 살았는데
궁금해하면 보고 싶어 하는 거 같잖아
당연히 보고 싶고 당연히 궁금한 거 아니야?
당연한 건데
그 사람은 왜 날 안 궁금해하고
왜 안 보고 싶어 할까?
[잔잔한 음악]
미안
그리고 뭐, 잘 모르겠더라고
(은기) 그 사람이 힘들게 살아도 짜증 날 거 같고
잘 살아도 짜증 날 거 같고
어떤 게 더 나을까 생각하다가
하, 그냥 머리 복잡해서 지워 버렸어
근데 왜 이런 얘기 나한테 그동안 안 했어?
미안해서
뭐가 미안해?
엄마, 아버지, 너
나한테 부족한 거 없이 다 잘해 주셨는데
(은기) 내가 친아버지 얘기하는 게 배신 같잖아
야, 은기 새끼야
우리 엄마, 아빠가 네 마음 하나 이해 못 하실 거 같냐?
그러니까
(은기)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은기 새끼지
남자가 아니라
뭐야, 그
타임머신 어쩌고 그거 끝난 거야?
어
그럼 나 간다?
(은기) 어, 가
은기 새끼
평생을 함께한 내 친구 남은기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무거운 음악]
(시안) 이솔을 아세요?
(라이언) 그 작품을 갖고 계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네요
우연이군요
비밀 지켜 주실 거죠?
형?
형, 제가 시켰어요
(시안) 계산 좀
아무튼 이건 인연, 아니, 운명이에요
(시안) 어, 형
늦었습니다, 다음에 뵙죠
(시안) 아, 제가 아까 말 못 한 게 있는데…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혼자 있고 싶다는데
[입소리를 쯧 낸다]
[휴대전화 진동음]
- (덕미) 어 - (영숙) 덕미야, 집이야?
혼자 있어?
어
[못마땅한 신음]
아니, 너는 다 큰 애가 밤에 왜 혼자 있어?
(영숙) 아, 관장님하고 같이…
[한숨] 아니다, 뭐, 이런 거까지 엄마가 일일이 알려 줄 거는 없고
아무튼 이번 생일날 은기가 일이 있대
은기가?
(영숙) 그래서 너도 그냥 관장님하고 보내라고
엄마 좀 쉬게
그래, 33년 생일상 차려 주셨는데 쉴 때 됐지
(덕미) 호텔 뷔페 쏠게, 이번에 내가
그거보다 관장님 생일은 언제야?
그건 왜?
(영숙) 너는 안 차려 줘도 관장님은 차려 줘야지
그리고 그, 생일 물어볼 때 태어난 시간하고 같이…
끊는다
[통화 종료음]
(영숙) 에이씨
공작부인한테 궁합 좀 보려 했더니
아이, 안 봐도 돼
딱 봐도 찰떡궁합이야
당신하고 나처럼 [근호의 웃음]
(영숙)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
관장님 생년월일 모를지도 몰라요
왜요?
관장님 입양됐잖아요
(신디) 되게 어릴 때 미국에 입양됐다고 들었는데
입양?
[아련한 음악]
잘 커 줘 다행이네
정말 다행이야
[근호의 헛기침]
아이, 저, 좋은 부모들 만났을 거예요
그렇겠죠?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 누구세요? - (은기) 관장입니다
어느 갤러리요?
(은기) 최강 유도 체육관 남은기 관장님이요
(다인) 아
구질구질?
[은기의 어이없는 신음]
취해서 몸도 못 가누고, 어?
토하고 구질구질했던 사람이 누구더라?
[헛기침]
남 관장님, 무슨 일이시죠?
[헛기침]
- 뭐 합니까? - 일이요
(은기) 좋아했던 마음을 접고도 일을 한다?
[탄성]
(다인) 마음 접는다고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니까
뭐, 친구로 남는 게 더 오래가는 거일 수도 있잖아요
[발랄한 음악] 너무 오래 앓진 말아요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이라잖아요
씁, 어째 되게 재밌어하는 말투인데, 네?
재밌다기보단 덜 외로운 느낌?
[살짝 웃으며] 동지가 생겨서
(다인) 술 당기면 말해요 은혜 갚아 줄 테니까
아, 술이 엄청 당기긴 하는데
안 마시렵니다
(은기) 그쪽 먹고사는 작업 망치기도 그렇고
나도 뭐, 맑은 정신으로 생각 좀 하게
그래요, 힘내요
네
[통화 종료음]
친구라…
[살짝 웃는다]
[입바람을 후 분다]
[마우스 클릭음]
[휴대전화 진동음]
(덕미) 똑똑
모닝콜치곤 너무 늦은 거 아니에요?
(덕미) 문 좀 열어 주실래요?
네?
[발랄한 음악]
덕미 씨
(덕미) 열두 시간은 너무 길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먼저 항복
(라이언) 다행이다
하마터면 내가 먼저 항복할 뻔했네
(덕미) 그럼 나 좀만 더 버틸걸
충분해요
아침 먹었어요?
먹었어도 안 먹었다고 해 주세요
왜요?
기다리는 거랑 참는 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일인데
덕미 씨 나 보고 싶어서가 아니고
배고파서 항복한 거구나?
됐어, 배 다 찼어, 나 안 먹을래
먹어요, 얼른, 먹어
내가 얘기했었나?
(라이언) 덕미 씨 뭐 먹을 때 엄청 예쁘다고
치
안 물어봐요?
나랑 그 사람에 대해서
관장님이 저번에 그랬잖아요
은기 일,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라고
(덕미) 관장님도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요
그냥 옆에 관장님 편이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 줘요
알겠죠?
[밝은 음악]
[덕미의 놀란 신음]
커피, 에스프레소
[익살스러운 신음]
한번 헹궈 봐요
[덕미의 웃음]
성 큐레이터님
굿즈 실수요 예측 파일입니다
(신디) 현재 원가와 판매가에 따른 수요 예측을 볼 때
적정가는 채움미술관 주 구매 계층인 [경쾌한 음악]
2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인 여성을 상대로
측정 시 개당 25,000원 정도가 적절할…
저 TK물산 자식이거든요?
경영학 정도는 기본으로 배워요
[덕미가 서류를 탁 덮는다]
잘했어요
(덕미) 효진 씨, 그럼 다음에는
도록이랑 엽서 쪽 판매가 측정표도 만들어 볼래요?
네
[휴대전화 진동음]
[신디의 탄성]
[경아의 웃음]
- (덕미) 여보세요? - (시안) 안녕하세요, 성 큐레이터님
차…
[당황한 신음]
무슨 일이세요?
(시안) 혹시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저희 둘이서만
단둘이…
(시안) 안녕하세요, 성 큐레이터님
갑자기 불러내서 죄송해요 바쁘실 텐데
(덕미) 아니에요
차시안 씨 미팅은 당연히 참석해야죠
사실 라이언 관장님
관장님이요?
형이 기분이 좀 상하신 거 같아서요 전시 때문에
(시안) 속이려던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속인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아닐 거예요
관장님 그런 일로 화내실 분 아니에요
그렇죠?
그럼요
사실 이번 전시 저희 엄마 때문에 꼭 하고 싶었거든요
(시안) 저희 엄마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고로 손을 다쳐서
그림을 못 그리게 됐거든요
[쓸쓸한 음악]
사고요?
(덕미) 괜찮으세요?
(시안) 유일하게 이솔이라는 이름으로 그린 작품이
그 비눗방울 그림들이에요
근데 할아버지가 이젠 다 잊고 살라고
일부러 내다 버렸거든요
그때 엄마가 진짜 많이 울었는데
이젠 기억할 게 이거밖에 없는데 안 된다고
엄마는 항상 제 팬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엄마 팬으로 엄마 꿈을 이뤄 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성 큐레이터님도 도와주실 거죠?
네
다행이다
그럼 누나만 믿고 있을게요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다인) 어때?
콘셉트는 괜찮은 거 같네
전에 말한 것처럼 직관적으로 쉬워서
슬럼프에선 좀 빠져나왔나 봐?
(다인) 천재 작가한테 슬럼프가 어디 있어
나 미디어 아티스트계의 톱 최다인 거 알지?
어련하시려고
알았다, 끊어
[통화 종료음]
[라이언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차분한 음악]
(어린 라이언) 엄마, 이것 봐요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어, 네
아, 안녕하세요
왜 비눗방울을 아홉 장이나 그린 걸까
[아련한 음악] [아이들이 소란스럽다]
(덕미) 바이킹
놀이동산?
[함께 웃는다]
(덕미) 비눗방울
아이들
윤제가 좋아하던 것들이 언제나 마음속에
[다가오는 발걸음]
(덕미)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까 덕미 씨 어머님께서 전화를 주셨더라고요
곧 덕미 씨 생일이라고
아, 진짜 우리 엄마
어머님 말로는 덕미 씨, 그날 남자 친구랑
단둘이 저녁 먹을 거라고 그랬다던데
(라이언) 나는 아무 연락도 못 받아서요
나 말고 또 있나 봐요, 남자 친구?
[흥미진진한 음악] 전 관장님 생각해서 그런 거죠
괜히 신경 쓸까 봐
나도 나름 플랜이란 걸 짜 놓은 게 있는데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생일 그냥 패스하려 그러고
어제는 열 시간 동안 그냥 방치해 두질 않나
어제는 혼자 있고 싶다면서요
(덕미) 아, 그리고 오늘 한 시간이나 먼저 가서 인사도 하고 왔구먼
그렇다고 진짜 전화 한 통화 문자 한 통화도 안 해요?
(덕미) 와, 나, 진짜
그래요, 앞으로는 그럼 혼자 있고 싶다 그래도
절대 혼자 안 둘게요
앞으로는 화장실도 따라다녀야겠네, 이젠
- (라이언) 그래요? - (덕미) 후회하지 마요
그건 좀 마음에 드네
(라이언) 아, 아까 어머님께서 생시라는 걸 묻던데
그게 뭐예요?
아, 생시, 그거 태어난 날이랑 태어난 시인데
태어난 시간은 왜?
우리 엄마가 점을 좀 믿거든요
아마 우리 궁합…
아니에요, 뭐
동양 철학에 대한 호기심 뭐, 이런 거예요
나도 궁합이 뭔진 알아요
[덕미의 멋쩍은 신음]
엄마가 좀 앞서가는 게 있어서
어떡하죠? 근데
나 태어난 시간 모르는데
관장님
관장님은
지금 생일이 언제예요?
9월이요, 내가 입양된 날
진짜 생일 궁금하지 않아요?
(덕미) 우리 진짜 생일 찾아볼까요?
(은영) 내가 지키지 못한 이름입니다
내가 지키지 못한
그림
용서하라는 거 아니에요
(덕미) 만나 보면 더 이해가 안 가고
더 화가 나고 더 원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래도
직접 만나 보고
관장님이 싫다고 하면 전 무조건 관장님 편이니까
같이 복수해 줄 수도 있어요, 이렇게
그게 끝? 너무 약한데?
약해요? 그럼 이렇게
그건 만나 보고 얘기해 줄게요
어젯밤에 생각해 봤어요
내가 왜 눈물이 났는지
그 그림 처음 봤을 때
[잔잔한 음악]
(어린 라이언) 엄마, 이거 봐요
(어린 라이언) 엄마, 봤어요?
[웃음]
(라이언) 행복
그리고 그리움이었어요
내가 그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
(라이언) 알아요
그냥 순간적인 거일 수도 있고
내가 버림받은 아이라는 사실엔 변함은 없으니까
그래도요, 나도 이제 앞으로 나가고 싶어요
이렇게 같이 손잡고 걸어 줄 사람도 있고
쉽진 않겠지만?
괜찮을 거예요, 분명
[피식 웃는다]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은영) 어, 관장님
[문이 달칵 닫힌다] 관장님 시안이 만나러 오셨어요?
시안이 아직 집에 안 들어왔는데
보여 드릴 게 있습니다
차시안 씨 어머님께
[문이 달칵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덕미) 연약하지만 피어나는 희망을 상징하는 비눗방울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잔잔한 음악] 아이의 장난감을 상징하는 비눗방울
(덕미) 그 비눗방울들을 보는 따뜻한 시선
시안이한테 들었어요
관장님도 이솔 그림을 좋아한다고
(은영) 그래서 전시를 먼저 제안하셨다고
관장님
제가 부탁드릴…
혹시
기억하십니까?
윤제라는 이름
제가 윤제입니다
허윤제
[극적인 음악]
(덕미) 그 비눗방울들을 보는 따뜻한 시선
이 그림에는 어머니의 애정이 담겨 있다
[은영이 흐느낀다]
(덕미) 괜찮은 거예요? 지금 어디예요?
관장님?
(은기) 그동안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미안해, 정말
(시안) 결국 제 생각이 맞았네요, 형
(덕미) 허윤제로서 보기 힘들면
관장님으로 여길 왔다고 생각해 주세요
(은영) 불편하게 한 거면 그냥 돌아가셔도 괜찮아요
(선주) 허윤제?
(은기) 왜 갑자기 덕미 입에서 그 이름이 나와?
(선주) 관장님 한국 이름이래
마지막 그림을 보여 주시겠습니까?
이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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