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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거신 전화는 4

 

갑시다

 

[휴대폰 진동음]

 

수석님, 죄송합니다, 잠시…

 

네, 무슨 일입니까?

 

[간호사] 여기 용주요양병원인데요

 

나진철 씨 소재 파악이 안 됩니다

 

긴급 시에 이 번호로 연락 달라고 하셔 가지고

 

전화드렸어요

 

네, 곧 가겠습니다

 

- [불안한 음악] - [통화 종료음]

 

무슨 일입니까?

 

장인어른 신변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수석] 아이고, 저런 빨리 가 봐야 되겠네

 

내 의전 차량을 이용하세요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해 줄 겁니다

 

[사이렌 소리]

 

- [경찰1] 아이고, 괜찮으세요? - [희주의 기침]

 

- [사이렌 소리] - [희주의 흐느끼는 소리]

 

어?

 

- 왜, 왜, 왜, 왜 - [경찰2] 어?

 

[경찰1] 왜 이짝으로 와?

 

우리 뭐 잘못했냐?

 

어우, 아니요 뭐, 그런 거 없는데?

 

[차 문 닫히는 소리]

 

[극적인 음악]

 

[놀란 숨소리]

 

안녕하십니까, 수고가 많으십니다

 

[사언] 이제 가 보셔도 됩니다

 

예?

 

[사언] 사건 접수는 제가 방문해서 하겠습니다

 

[경찰1] 그, 실례지만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

 

가족입니다

 

[경찰2] 네?

 

이 사람

 

제 아내입니다

 

[잔잔한 음악]

 

[사언] 잠깐 있어

 

[경찰1] 와이프가 해 준 케이스란 말이야, 이거

 

[경찰2] 저분 백사언 대변인

 

[경찰1의 놀란 소리]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아, 예,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빨리 사건 접수하러 갈 건데

 

그사이 저와 제 처에 관한 신상

 

[사언] 알려지지 않게 보안 부탁드립니다

 

아유, 아이고, 네, 그럼요

 

[경찰1] 철통 보안, 예

 

- [경찰2의 옅은 웃음] - 엄수하겠습니다

 

[사언] 감사합니다

 

[경찰1] 아, 저, 그런데

 

[경찰2]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저도 부탁드릴 게…

 

[경찰1] 그,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죄송하지만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도…

 

제 부탁 들어주시면

 

[사언] 방문해서 꼭 찍어 드리겠습니다

 

아, 네

 

- 그럼 - [경찰1] 네, 또 뵙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차 시동음]

 

아버님 담당 간호사가

 

내 번호를 알아

 

[사언] 근데 요양병원은 옮겨야겠다

 

[한숨]

 

[화를 삭이며] 어떻게 거기까지 건드려

 

이제 넌

 

아버님 일은 신경 쓸 거 없어

 

앞으로 내가 다 알아서 해

 

[희주의 흐느끼는 숨소리]

 

[희주의 흐느끼는 소리]

 

[잔잔한 음악]

 

소리를 내네

 

[헛웃음]

 

홍희주가

 

소리를 내

 

[부스럭 소리]

 

[떨리는 숨소리]

 

 

못생겨 가지고

 

그만 울라는 뜻은 아니야

 

울고 싶은 만큼 울어

 

[엉엉 운다]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떡튀순 1인분에 김밥, 어묵 순대는 내장 추가요

 

[신난 비명] 나 이거 하나만

 

- [유리의 아파하는 소리] - 자주 좀 와라

 

- [사장] 으휴 - [유리] 아, 왔잖아

 

[사장] 내 반가워서 그러지

 

으휴

 

근데 왜 이렇게 이뻐져?

 

- 언젠 안 이뻤어? - [사장] 치

 

[상우] 이제 퇴근하세요?

 

- 아, 깜짝이야 - [상우의 웃음]

 

[옅은 웃음]

 

오늘 방송도 없는데 여긴 웬일이세요?

 

여기 저…

 

[유리] 어머어머

 

설마

 

우연이라도 나 볼까 싶어 온 거예요?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참

 

며칠 뒤에 같이 답사 가기로 해 놓고는!

 

- [유리의 웃음] - [상우의 어색한 웃음]

 

농담

 

여의도 사세요?

 

[상우] 네, 병원도 근처라

 

[유리의 호응]

 

[유리가 놀라며] 감사합니당

 

[웃음]

 

[상우의 헛기침] 근데

 

- 오늘 생일이세요? - [유리] 네?

 

분식 파티라도 할 기세라

 

전 이게 1인분이거든요?

 

[상우] 음…

 

어후, 그때 그 프렌치 레스토랑?

 

간에 기별도 안 갔어요

 

드세요

 

[유리의 신난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홍희주 통역사

 

[유리] 맞죠?

 

짝사랑 상대요

 

[음악이 잦아든다]

 

[유리의 웃음]

 

[상우의 한숨]

 

그날 딱 보니까 알겠던데

 

뭐, 덕질이랑 비슷한 짝사랑 해 본 적 있다고

 

전에 그랬잖아요

 

[헛기침]

 

[상우] 그…

 

참,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백사언 대변인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덕질을 해요?

 

[유리] 음…

 

나요?

 

처음엔 안 좋았죠

 

무서웠죠, 엄청

 

[사언] 미세 플라스틱을 규제할 만한 기준이

 

없다는 얘기군요?

 

네, 앞으로 국회의 논의를 거쳐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규제 방안엔 뭐가 있을까요?

 

네?

 

- [흥미로운 음악] - [유리] 어…

 

우선 플라스틱 이용을 자제하고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쓴다거나…

 

[사언] 그건 개인의 노력과 권고 사항 정도가 될 수 있겠네요

 

법적으로 금지시킬 만한 건 뭐가 있습니까?

 

[유리] 어…

 

그, 그게…

 

[사언] 나유리 아나운서

 

단순한 문제 제기 말고

 

구체적인 대안은 준비 안 된 겁니까?

 

[유리] 그, 그, 그게…

 

[피디1] 음, 또 시작이네 신입 길들이기 [웃음]

 

[피디2] 응, 쟤 봐라, 울겠다

 

준비한 내용 잘 들었습니다

 

[한숨]

 

[다가오는 발소리]

 

내일부터 두 시까지 출근해

 

[놀란 숨소리]

 

새벽 두 시요?

 

나한테 멘션 검토받고

 

어떻게 쓰는지 배우고 연습까지 하려면

 

여유 있지 않은데

 

선배님께서 직접 알려 주신다고요?

 

아나운서는 대본대로 읽기만 하는 앵무새 아니다

 

그리고 아침 뉴스는

 

최소 두 시엔 나와야 얼굴 부기 빠진다

 

[사언의 헛웃음]

 

너 지금 봐라

 

물 먹은 찐빵이야

 

[부드러운 음악]

 

[옅은 웃음]

 

[유리] 무섭기도 했지만

 

많이 가르쳐 준 좋은 선배였는데

 

[탁 내려놓는 소리]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사표 쓰더니

 

대변인으로 스카우트되고 결혼도 하고

 

이젠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결혼은 누구랑 했는데요?

 

[훌쩍인다]

 

[흥미로운 음악]

 

[유리] 선배네 집안

 

유명한 정치 명문가잖아요

 

할아버지는 대통령 빼고 다 해 본 정치 거물에

 

아버지는 강력한 대선 후보

 

친인척들은 죄다 전현직 장관에

 

검사장, 시장, 국회의원 등등등

 

거기 걸맞게 어마어마한 집 딸이랑 결혼했죠

 

청운일보 홍 회장 큰딸

 

[희주의 놀란 숨소리]

 

오늘 무슨 날인지 이제 생각났어?

 

[희주] 방에는 왜?

 

[사언] 세수 좀 해, 코도 풀고

 

[통화 연결음]

 

[직원] 룸서비스입니다

 

[코 푸는 소리]

 

[한숨]

 

[희주] 정신 차려, 홍희주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문 열리는 소리]

 

이제 얘기 좀 해 볼까?

 

[사언] 앉아

 

핸드폰 꺼내

 

지금부터 너랑

 

대화란 걸 해야겠으니까

 

[희주] 취조 아니고?

 

[사언] 취조 아니야

 

[사언] 알다시피

 

얼마 전부터 우리 쪽에 어떤 놈이 붙었어

 

니 차부터 내 사무실

 

그리고 이제 아버님 요양병원까지 건드렸지

 

아직 경찰에 정식 수사 요청은 안 했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안 할 수가 없어

 

[무거운 음악]

 

피해자가 내가 아닌 니가 될 경우

 

경찰에선 너부터 탈탈 털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숨기는 게 있으면 다 말해

 

뭐가 없진 않네

 

[한숨]

 

널 끝까지 추궁해서

 

억지로 털어놓게 할 수도 있어

 

그런데

 

안 해

 

안 한다, 홍희주

 

우리가 서로 사적인 영역에

 

간섭할 사이는 아니잖아

 

[노크 소리]

 

두고 가세요

 

[잔잔한 음악]

 

목 좀 축이고 쉬다 내려와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놀란 가슴 진정 안 됐거든?

 

지금 내려가면

 

또 긴장의 연속일 텐데

 

무리하지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해

 

[고조되는 음악]

 

[음악이 잦아든다]

 

[사언 부] 한 잔 더

 

- [문소리] - 긴장 풀어요

 

뭐?

 

[사언 부의 헛기침]

 

[달달거리는 소리]

 

아야

 

계획은 있어요?

 

[사언 부의 헛기침]

 

오늘이 그냥 정례 식사 자리는 아니어야 하잖아

 

보좌진들이 플랜 안 짜 줬어요?

 

[사언 부] 아, 뭘 거창하게 계획씩이나

 

말 안 듣는 자식, 어?

 

알아먹을 때까지 패면 그만이지

 

아, 걱정 마

 

[사언 모의 한숨]

 

[엘리베이터 알림음]

 

[불길한 음악]

 

[사언 부의 헛기침]

 

[사언 모] 왔니?

 

[사언 부] 왜 혼자야?

 

걔는 어쩌고?

 

몸이 좀 안 좋아서요

 

불러

 

못 들었어?

 

[사언 부] 데리고 와, 당장

 

식사 시작하시죠

 

한 시간밖에 여유가 없네요

 

하실 말씀 있으신 거 아닌가요?

 

[음악이 멈춘다]

 

[어두운 음악]

 

방송 출연이요?

 

[사언 부] 응

 

대선 주자 특집 편

 

뭐, 요즘 개나 소나 다 하잖아

 

뭐, 요리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헛웃음]

 

녹화 날 너도 와

 

[노크 소리]

 

[문 열리는 소리]

 

앉아라

 

[한숨]

 

[사언 부] 남들은 아들에 며느리에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까지 끌고 나와서

 

홍보를 해 대는데

 

이, 뭐, 우리 집은 뭐 [헛웃음]

 

내세울 거라고는 딸랑 아들놈 하나니

 

[무거운 음악]

 

니 언니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야?

 

그 얘긴 그만하시죠

 

이, 암만 생각해도 내가 홍 회장한테 속은 거 같아

 

[사언 부] 그 양반 애초에 첫째 딸을 내줄 생각이 없었어

 

어? 의심이 많아 가지고

 

선거할 때 낙선이라도 할까 봐

 

하자 많은 둘째 대타로 넣어 준 거지

 

넌 도대체 용도가 뭐니?

 

싸게 내놓은 떨이래도

 

지 밥그릇 정도는 챙길 줄 알아야지

 

어째 그리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

 

[사언 모] 뭐 하는 짓이야?

 

식사 중에 예의 없게

 

[사언] 가져오세요

 

[긴장되는 음악]

 

[카메라 조작음]

 

[카메라 셔터음]

 

[직원] 어서 오십시오

 

손님 함부로 찍는 파파라치가 있네요

 

'백사언 대변인 부친 백의용 대표와 저녁 회동'

 

[사언] '본격 선거 운동 참여하나'

 

이런 기사 내시려고요?

 

아버지 선거에 참여할지 말지는 제가 정합니다

 

강요, 협박, 은근슬쩍 물타기

 

생각도 마세요

 

[의용] 이 새끼가, 씨

 

[어두운 음악]

 

건방진 새끼

 

이 새끼야

 

너 이따위로 계속 건방 떨다가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내 그늘에서 나가는 순간

 

완전히 밟히는 수가 있어

 

제가 아직 거기 있는 거 같으세요?

 

뭐, 이 자식아?

 

설마

 

아버지는 아니죠?

 

뭐가?

 

[사언] 절 꿇릴 수만 있다면 물불 안 가리는 분이니

 

별생각이 다 들어서요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

 

한 말씀만 드리죠

 

할아버지 덕에 대통령실 문턱까지 왔으면

 

[사언] 문지방 정도는

 

알아서 넘어가세요

 

나한테 등 떠밀어 달라

 

떼쓰지 마시고

 

뭐야?

 

- 너 말 다 했어? - [사언] 다 했고

 

가 보겠습니다

 

[음악이 잦아든다]

 

[한숨] 이게 계획이었어요?

 

[사언 모] 다 망쳐 놓는 거

 

저놈 저게 먼저 시비를 걸잖아!

 

[의용] 에이씨

 

망할 놈의 자식

 

[의용의 한숨]

 

[무거운 음악]

 

홍희주는 나랑 이혼하고 싶겠어

 

[사언] 사라진 언니 대신 끌려온 데다 말도 못 하니까

 

시부모가 개소리를 지껄여도 찍소리 한번 못 하네

 

필요하다면 자식도 얼마든지 갈아 끼울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뭐라 하든

 

귀에 담지도 가슴에 새기지도 마

 

[음악이 잦아든다]

 

- [차 센서음] - [휴대폰 진동음]

 

먼저 들어가

 

[사언] 네, 얘기하세요

 

방금 요양병원 사건 담당 형사님한테 들었는데요

 

혈흔 감식 결과 동물 피에 가짜 치아였다고 합니다

 

동물?

 

[헛웃음]

 

일단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할 일이 하나 있는데

 

[가쁜 숨소리]

 

[불안한 음악]

 

[진철이 희미하게] 걸어

 

걸어, 전화

 

언니야

 

[무전기 지지직 소리]

 

[납치범] 중간에 이탈은 없어

 

한번 시작을 했으면

 

끝장을 보는 거야, 알겠어?

 

[납치범이 흥얼대며] 언니야

 

[납치범의 기괴한 웃음]

 

[희주가 힘겹게] 더는…

 

더 이상은 못 하겠어

 

[사언] 어디 가?

 

버리게?

 

 

[묘한 음악]

 

내가 버린다고

 

[봉지 부스럭 소리]

 

[휴대폰 벨 소리]

 

- [센터장] 희주야, 안녕! - [통역사들의 환호]

 

[센터장] 아자 아자, 파이팅

 

- [여자 통역사들] 합격! - [남자 통역사들] 기원!

 

- [센터장] 가자! - [통역사들] 대통령실로!

 

[통역사들의 환호]

 

[희주]

 

[센터장] 고맙기는

 

붙으면 한턱 쏴

 

파이팅, 사랑해

 

- [통화 종료음] - [사언] 나도 기원할게

 

합격

 

[희주]

 

[무거운 음악]

 

그다음이라니?

 

[희주] 전에도 말했다시피

 

내가 당신 옆에서 일하는 거 양가에서 알면…

 

홍희주

 

언제까지 부모 말 잘 듣는 어린애로 살 생각이야?

 

[사언]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사는 거 안 지겹나?

 

니 이름 걸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야

 

쫄아서 날려 먹든 남 신경 쓰느라 포기하든

 

마음대로 해

 

[희주]

 

[문 열리는 소리]

 

[문 닫히는 소리]

 

[헛웃음]

 

[휴대폰 진동음]

 

[도재] 선배님 부탁하신 내용 알아봤습니다

 

[사언] 좋네, 여기로 하죠

 

[한숨]

 

[영우] 우리 대변인님께서 늦게 나오시는 경우는 처음인데

 

무슨 일 있으신가?

 

[도재] 오전에 처리할 일이 있어 조금 늦으신다고

 

[키보드 조작음]

 

- [영우] 오셨습니까 - [도재] 오셨습니까

 

[직원들의 인사]

 

[흥미로운 음악]

 

[문소리]

 

- 제가 보고드릴 게 있어서 - [영우] 나도인데?

 

급한 거라, 제가 먼저

 

나도 급한데?

 

[사언] 박 행정관

 

 

[음악이 멈춘다]

 

나 과장인데

 

음성 변조 벗기는 작업에 관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사언] 나온 게 좀 있습니까?

 

파형과 스펙트로그램 분석을 통하면

 

[도재] 우선 음역대, 나이

 

성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별이 왜 필요해

 

사실 그 변태 새끼 목소리 궁금하지도 않습니다

 

[사언] 만에 하나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니

 

벗겨 보자는 거죠

 

네, 결과 나오는 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전에 말씀하신 지상우 관련인데요

 

올린 영상 중에

 

방화, 폭발 관련 미제 사건이 상당수인데

 

폭발물이라든가 방화 수법에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현재 HBC '크라임 리포트'라는

 

미스터리 범죄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고요

 

'크라임 리포트'?

 

일단 알겠습니다

 

- 나가 보세요 - [도재] 네

 

[영우] 대변인님

 

수어 통역사 최종 면접 리스트입니다

 

곧 면접 시작인데 들어가시겠습니까?

 

[잔잔한 음악]

 

[사언] 니 이름 걸고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야

 

쫄아서 날려 먹든 남 신경 쓰느라 포기하든

 

마음대로 해

 

[문 열리는 소리]

 

면접 번호 24번, 25번, 26번 준비해 주세요

 

최종 면접은 실제 브리핑 수어 통역을 위한

 

실기를 보는 자리입니다

 

[영우] 실시간 통역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특히나 순발력과 수어 속도가 중요합니다

 

그럼 기존 브리핑 영상 틀어 드리겠습니다

 

면접 번호 24번

 

홍희주 통역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활기찬 음악]

 

[희주] 2020년 한-이집트 정상 회담 브리핑

 

[화면 속 사언] 한국과 이집트는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갖추어

 

교역과 투자를 확대할 여지가 크며

 

한-이집트 무역 경제 파트너십 공동 연구 MOU가

 

양국 FTA 체결로 이어지길 바란다

 

또한 한국의 디지털 정보 노하우를 공유

 

행정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사업이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문화재 보존 관리를 비롯해

 

경제 투자, 에너지

 

국방 방산, 첨단 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포괄적 동반 관계로서

 

양국 간 상생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자는 데

 

다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 [의미심장한 음악] - [지원자] 감사합니다

 

[휴대폰 진동음]

 

죄송합니다

 

[영우] 예

 

알겠습니다

 

[음악이 잦아든다]

 

[장엄한 음악]

 

[문 열리는 소리]

 

[음악이 잦아든다]

 

[사언] 면접 번호 24번 홍희주 통역사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사실대로 답변해 주기 바랍니다

 

원고를 미리 알고 있었습니까?

 

동시통역 수준이 아니라

 

가끔은 내 목소리보다 손이 더 먼저 치고 나가기도 하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면접관] 연습했던 영상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영상으로 한 번 더 테스트해 봐도 되겠습니까?

 

[정민] 네

 

[긴장되는 음악]

 

[화면 속 사언] 건강한 사회를 위해 국민 모두가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일에 하나 된 마음을 가져야 하며

 

이는 당연히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야 할 일이다

 

- [사언] 그만, 다음 영상 - [화면 속 사언] 부모 세대의…

 

[화면 속 사언]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대화 의사를 표명해 왔습니다

 

- [사언] 다음 - [화면 속 사언] 외교적 소통을…

 

[화면 속 사언] 기업인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이때

 

무엇이 우리 국민을 위한 일인지…

 

[사언] 다음

 

[화면 속 사언] 더 이상 사실 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언론인 여러분들 또한

 

신중을 기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사언] 스톱 - [음악이 멈춘다]

 

다 연습했던 원고입니까?

 

 

[정민] 다른 영상을 모두 틀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왜 모든 영상을 외우고 있는 겁니까?

 

[정민] 백사언 대변인님 영상으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연도, 내용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겁니다

 

[사언] 그런데 손이 내 목소리와 같은 속도로

 

같은 타이밍에 움직이는 게

 

우연입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홍희주 통역사, 대답하세요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홍희주 통역사

 

제가 미쳐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웃으며] 와우, 미쳐서라…

 

[차분한 음악]

 

[정민] 백사언 대변인님의 브리핑에 미쳐서 그랬습니다

 

[희주] 저도 언젠가는 국가 기관 수어 통역사가 되고 싶었고

 

그게 과해져서…

 

지독한 연습의 결과다?

 

[희주] 백사언 대변인님이 조음점을 잡으실 때

 

특히 윗입술과 윗니의 움직임을 많이 연구했습니다

 

입천장에 혀 닿는 소리로

 

얼추 자음 정도는 예측할 줄 알고요

 

그래서 내가 입을 여는 것과 동시에

 

아니

 

예측했을 땐 손이 더 빠르게 움직인다?

 

그렇게 집요하게 연구를 했다?

 

[희주] 따라 하고 연습하고 파헤쳤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사언] 그런데

 

말을 전혀 못 하는 겁니까?

 

[영우] 개인이 가진 질병은 결격 사유가 되지 않아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요

 

통역사의 일은 말을 하기보단 듣는 걸 손으로 전달하는 일이니까

 

[사언] 만약 합격한다면

 

대변인실 팀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할 생각입니까?

 

[휴대폰 진동음]

 

[영우] 뭔진 모르지만 꽂히셨다 좀 걸릴 듯

 

[도재] 면접 시간이 조금 지연되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민] 대변인님께서는 수어를 하십니까?

 

[희주] 모르신다면 제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배워 두셔야 저희 통역사들이

 

대변인님 말씀을 제대로 전달하는지

 

알 수 있을 거고

 

뉘앙스가 다르다면 바로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수어 어렵지 않습니다

 

- [정민의 동시통역] - 배우신다면

 

저와의 소통 또한 문제없을 겁니다

 

[영우] 오, 그러네요 좋은 방법인데요?

 

그건 합격한 뒤에 논의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테스트해 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언] 홍희주 통역사가 본 적 없는 원고를

 

즉석에서 들려주겠습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정민]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부부의 날이란

 

[사언]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 나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 기념일입니다

 

여기 한 부부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속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살아 왔습니다

 

좀 더 솔직했다면

 

마음속 진심을 보여 줬다면

 

달랐을까

 

지금이라도 노력한다면

 

다른 평범한 부부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도 부부는

 

눈치 게임 하듯

 

서로를 탐색하기만 합니다

 

그런 둘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참 닮았습니다

 

[고조되는 음악]

 

됐습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쾅 문 열리는 소리]

 

[헛웃음]

 

[희주] 장담하는데 나보다 잘할 사람은 없을걸요?

 

난 표정만 봐도 다 알거든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따라 하고 연습하고 파헤쳤습니다

 

[헛웃음]

 

홍희주

 

너 대체…

 

[거친 숨소리]

 

[음악이 멈춘다]

 

[잔잔한 음악]

 

[희주] 잘했어, 홍희주

 

잘했어

 

[강렬한 음악]

 

[음악이 멈춘다]

 

[휴대폰 진동음]

 

[희주] 클래시 카운티?

 

요양병원은 옮겨야겠다

 

[TV 소리]

 

[웃음]

 

[희주] 자, 아빠가 좋아하는 곶감

 

어, 맛있어, 이거

 

- [희주] 상주에서 온 거야 - [진철의 탄성]

 

아빠, 여기 마음에 들어?

 

맛있어

 

[희주의 웃음]

 

전에 있던 데보다 훨씬 좋다, 그치?

 

[진철의 탄성]

 

아빠

 

미안해

 

[희주] 두 번 다시 그런 일 없을 거야

 

걱정하지 마

 

[진철의 웃음]

 

아빠, 이거 누가…

 

[진철이 흉내 내며] '걱정 마십시오, 아버님'

 

'아버님하고 희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지킬 겁니다'

 

[잔잔한 음악]

 

[웃음]

 

그 사람이 왔었어?

 

아휴

 

따뜻하지?

 

 

따뜻했다 차가웠다

 

야박했다 친절했다

 

도무지 모르겠어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 [웃음] - [희주] 점점 더 모르겠어

 

[영우] 오늘 있었던 수어 통역사 면접 채점 결과입니다

 

보도 자료는 준비됐습니까?

 

마무리 중입니다

 

저, 근데

 

[영우] 아까 면접자들 중에 홍희주 통역사요

 

대변인님께선 맘에 드신 건지 아닌지…

 

그게 왜 궁금합니까?

 

예?

 

그러니까 그게…

 

[영우] 아, 그…

 

대변인님이 아까 면접장을 한번 들었다 놨다 하신 게

 

소문이 쫙 돌아 가지고

 

저희끼리 재미 삼아 내기를…

 

[사언] 내기?

 

재미?

 

를 하려다가 안 했고 안 하고 안 할 겁니다

 

뭐라고? 내기요? 내기라니요

 

[영우] 우리 대통령실 목소리를 대변할 수어 통역사들을 뽑는

 

중차대한 이 결정에

 

근데 저는 마음에 듭니다

 

대변인님을 열렬히 연구한 홍희주 통역사

 

[사언] 듭니다

 

나도

 

예?

 

[문소리]

 

[차분한 음악]

 

- [펑 샴페인 따는 소리] - [홍 회장의 탄성]

 

아이고, 축하드립니다

 

예, 감사합니다

 

[홍 회장, 의용의 웃음]

 

[사람들의 대화 소리]

 

[답답한 숨소리]

 

[사언 모] 통 안 먹더구나

 

초대받은 사람이 음식을 안 먹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야

 

먹어

 

내 아들은

 

생선을 좋아한단다

 

[연희] 그만 좀 처먹어!

 

[연희의 한숨]

 

없어 보이는 짓 하지 말랬지?

 

[집게 내려놓는 소리]

 

니 언니 좀 보고 배워

 

[어린 사언] 바꾸자

 

먹어

 

[아련한 음악]

 

[어린 희주의 기침]

 

천천히 먹어

 

너 이름이 뭐야?

 

 

 

 

[어린 사언] 홍희주?

 

언제 이렇게 컸지

 

[휴대폰 진동음]

 

[희주] 고마워요

 

아버지 요양병원 옮겨 줘서

 

[희주의 놀란 숨소리]

 

바로 읽었네

 

[휴대폰 진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희주]

 

[연희의 신난 탄성]

 

상상이나 해 봤니, 희주야?

 

클럽 뒷방 출신인 너랑 내가

 

[연희] 차기 대통령하고 사돈 되고 며느리 될 줄 누가 알았냐고!

 

[연희의 웃음]

 

- [문 열리는 소리] - [탄성]

 

[고조되는 음악]

 

[사언] 잘 보관해 둬

 

반지 주인이 돌아오면

 

돌려줘야 될 수도 있으니까

 

[음악이 잦아든다]

 

[웃음]

 

[유리] 시작

 

- [휴대폰 진동음] - [유리의 놀란 숨소리]

 

대박! 지금?

 

이 시간에? 왜?

 

아, 아니야, 아니야 따, 따지지 마, 일단 받아

 

[헛기침]

 

[차분하게] 여보세요? 선배님?

 

[사언] 어, 난데 시간이 3분밖에 없어서

 

용건만 빨리 얘기할게

 

어머어머

 

선배님도 혹시

 

지금 컵라면에 물 부으셨어요?

 

아니, 운전 중인데

 

[유리] 아, 아니구나

 

지난번에 봤던 지상우 너랑 프로그램 같이 하지?

 

[유리] 네

 

나이 서른넷

 

연희대학교 의과 대학 10학번

 

현재 블리스 마음병원 원장

 

다른 정보 또 있어?

 

[헛웃음]

 

뭐, 뒷조사라도 하셨어요?

 

[사언] 병원 홈피에 나와 있는 거 말고

 

더 아는 거 없냐고

 

2분 남았다

 

[유리] 어… 음…

 

아! 여의도 살아요

 

방송국 근처

 

- 또 - [유리] 또?

 

또, 어…

 

아! 보육원 출신…

 

보육원?

 

[유리]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의미심장한 음악]

 

혹시 누리꿈마을?

 

옛날에 신일애육원이었던 보육원?

 

어떻게 아셨어요?

 

아니, 근데

 

[유리] 상우 쌤 신상 정보는 왜…

 

시간 다 됐다, 라면 맛있게 먹어라

 

[통화 종료음]

 

[휴대폰 진동음]

 

또 사고를 쳤더군요, 사공육

 

[희주] 지난번에 그랬지?

 

니가 홍희주를 정리하면

 

내가 얻는 게 뭐냐고

 

[사공육] 그 답 하려고

 

뭡니까

 

홍인아

 

[사공육] 인아가 돌아갈 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야

 

어차피 너도 니 집안도

 

처음부터 원한 건 홍인아였잖아

 

홍희주는

 

말 그대로 꼭두각시 대타일 뿐

 

 

그러니까 홍희주 빨리 정리해

 

홍인아가 돌아와서 상황 더 복잡해지기 전에

 

홍희주부터 깔끔하게…

 

[사언] 사공육은 정말 뭣도 모르는군

 

뭐?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으세요

 

홍인아가 사라지기 전

 

결혼식 전날 밤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사언] 바로 나입니다

 

[희주] 어?

 

[헛웃음]

 

그것까진 미처 조사를 못 한 모양이지?

 

- [어두운 음악] - [도어 록 조작음]

 

[사공육] 만,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데?

 

[사언] 거래를 했습니다

 

[사공육] 무슨 거래?

 

그 거래를 한 이상

 

홍인아는 절대 백사언의 아내가 될 수 없습니다

 

[사언] 어떻습니까

 

내가 방금 협박 동기를 없애 준 거 같은데

 

[휴대폰 닫히는 소리]

 

[놀란 숨소리]

 

언니를 만났다고?

 

거래를 했다니, 무슨 거래…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 [문 닫히는 소리] - [도어 록 작동음]

 

안 잤어?

 

오늘 용쓰고 긴장하느라

 

[사언] 곯아떨어져 있을 줄 알았더니

 

얕잡아 본 거 사과해야겠더라

 

잘했어

 

뭐, 아직 합격 발표는 안 났으니까

 

김칫국 마시지 말고

 

 

내일 청운일보 기념일 행사 나도 참석할 거야

 

[희주] 왜 갑자기?

 

언니가 돌아온 걸 당신은

 

아는 거야, 모르는 거야?

 

-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여자] 너무 아름다우세요

 

[여자의 웃음]

 

[연희] 응, 안녕, 예쁘네

 

이 원장, 오늘 무슨 날인지 알지?

 

스페셜하게 가자

 

[어색하게] 아, 오셨어요?

 

[옅은 호응]

 

어머, 사부인

 

안녕하세요

 

원장님

 

이렇게 한 방에 막 해도 되는 거예요?

 

[원장] 죄송해요, 대기실로 모셔

 

[연희] 한식구끼리 뭘

 

아, 워낙 바쁘신 분이라

 

오늘 행사 오시는 줄 몰랐어요

 

저번처럼 백 대표님 혼자

 

예쁘장한 보좌관 달고 오실 줄 알았지

 

[코웃음]

 

[한숨] 저년보다 머리 더 높게

 

눈꼬리 더 길게

 

[헛기침]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사회자] 지금부터 케이크 커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박수 소리]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무한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회장님

 

아이고,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신 분께서 이렇게 걸음해 주시고

 

아이, 별말씀을 [웃음]

 

이렇게 뜻깊고 기쁜 날에 저희가 당연히 와야죠

 

[옅은 웃음]

 

근데 백 대변인은 아직인가 봅니다

 

[홍 회장] 대통령실에선 후임을 알아보고 있나 모르겠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 캠프 합류하려면

 

대통령실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래야죠

 

근데 아시다시피 워낙 욕심이 많아 가지고

 

[의용] 바로 지 커리어 반납하고 들어와 줄지는, 뭐

 

아이, 뭐, 제가

 

좀 더 열심히 사정해 보겠습니다

 

[호탕한 웃음]

 

아이고, 재밌습니다

 

[의용] 예, 예

 

[엘리베이터 알림음]

 

[연희] 희주야

 

너 나 좀 보자

 

[엘리베이터 알림음]

 

[쾅 문 열리는 소리]

 

니 아빠 얘기 뭐야?

 

[연희] 요양병원에서 연락 왔었어 다른 데로 옮겼다며

 

사실이야?

 

[휴대폰 두드리는 소리]

 

[희주]

 

[놀란 숨소리]

 

백 서방이?

 

[연희] 너 그럼 백 서방한테

 

니 아빠 들켰어?

 

[짜증 난 숨소리]

 

그게 무슨 자랑거리라고 들켜!

 

회장님 아시면 어쩌려고!

 

[한숨]

 

[희주] 왜 옮겼는지는 안 물어봐?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숨]

 

알 게 뭐야

 

암튼 옮겼으면

 

돈은 이제 내가 안 내도 되는 거지?

 

훨씬 낫네

 

[문소리]

 

[여자1] 사언 오빠 봤어?

 

이제 완전 클라스가 달라 보이더라

 

[여자2] 아, 내 말이

 

근데 인아는 오늘도 안 오는 거야?

 

[여자1] 걔 결혼하고 공식 석상에 얼굴 비춘 적 없잖아

 

이제 대통령 며느리 될 귀한 몸이다, 이거지

 

유난은

 

인아 동생은 왔던데?

 

걔가 은근 관종이야

 

아, 난 걔 옛날부터 좀 쎄하더라

 

인아 옆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여자1] 어휴, 음침해

 

우리 와인 한잔 더 하러 갈까?

 

[여자2] 그럴까? [똑 입소리]

 

[문 열리는 소리]

 

[차분한 음악]

 

[사람들의 대화 소리]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여자들의 웃음소리]

 

[여자1] 좋겠다

 

[여자2] 짠

 

[옅은 한숨]

 

[음악이 잦아든다]

 

[휴대폰 진동음]

 

[쓸쓸한 음악]

 

[통화 연결음]

 

[계속되는 통화 연결음]

 

사공육, 홍희주

 

너희 둘 다 안중에 없나 보다

 

[딸깍 소리]

 

[사언] 여보세요

 

말하십시오

 

결혼식 전날

 

약혼녀가 사라지고

 

홍희주가 대신 들어왔을 때

 

기분이 어땠어?

 

[희주] 뭐, 이해는 해

 

좋진 않았을 거야

 

[사언] 비슷합니다

 

[헛웃음]

 

하긴

 

걔를 얻다 쓸 거야

 

얻다 내놓을 거야

 

음침하지

 

사교성이라곤 쥐뿔도 없지

 

걔는 그냥

 

[희주] 홍인아한테 딸린 별책 부록

 

[조용한 음악]

 

그래

 

딱 그거였어

 

[웃음]

 

더 웃긴 건 뭐냐면

 

걔도 분명히 알고 있었어

 

근데 벗어나고 싶어 하면서도 매번 주저앉더라

 

[사공육] 용기가 없어서

 

부잣집이 싫으면서도 안락해서

 

비겁하게 돈에 굴복한 게 홍희주야

 

여보세요?

 

희주는

 

[사언] 음침한 게 아니라

 

주변을 잘 살피는 거고

 

사교성이 없는 게 아니라

 

대체로 사람들이 먼저 무례한 겁니다

 

그리고 돈에 굴복한 게 아니라

 

엄마를

 

사랑했던 겁니다

 

[극적인 음악]

 

[사언] 내가 전에

 

입으로는 뭔가를 먹고 말하는 것조차

 

싫을 때가 있었습니다

 

내 주위엔 탐욕스럽고

 

시끄럽고 성가신 것들만 잔뜩 있었는데

 

그 애가 제일 조용했어

 

그래서 빤히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숨이 잘 쉬어졌습니다

 

아까 뭐랬지?

 

별책 부록?

 

[사언의 헛웃음]

 

모르면 잘 들어, 사공육

 

희주는 부록 따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언어입니다

 

그 애가 똑같은 손동작을 몇백 몇십 번 반복하면서

 

지금의 어른이 됐는지

 

사람들은 모릅니다

 

그러니까 내 아내에 대해 함부로 떠들지 마십시오

 

[흐느끼는 숨소리]

 

근데 왜 홍희주를 투명 인간 취급 했어?

 

왜 그랬어? 그 애를 그렇게 잘 안다고 말하면서

 

왜 부부라는 착각 같은 거 하지 말라고

 

[엘리베이터 알림음]

 

[음악이 멈춘다]

 

[헛웃음]

 

[고조되는 음악]

 

[경찰1]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오, 너무 좋아요, 한 장 더

 

[경찰2] 아, 잠, 잠깐, 잠깐

 

악수 한 번만

 

- 아, 네 - [경찰2의 웃음]

 

[경찰1의 웃음]

 

[경찰1] 좋아요,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사언] 네 - [경찰2] 아, 아이고, 감사합니다

 

[경찰1] 너무 잘 나왔어요

 

와, 제 와이프가 엄청 좋아하겠네요

 

- [사언] 네 [웃음] - [경찰2의 웃음]

 

그럼 이제 조서를…

 

아, 그렇죠

 

[힘주는 숨소리]

 

아참

 

사모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아, 덕분에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다행입니다

 

말도 마세요 그날 어찌나 놀라셨는지

 

공황 장애 비슷하게 오는 줄 알았어요

 

공황 장애요?

 

 

막 윽윽 이러시면서

 

얼굴이 하얘 가지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셨습니다

 

[경찰2] 뭐, 그때 도로 위였지마는

 

일단 차분하게 차를 세우고

 

안 내려 드렸으면은 큰일 날 뻔…

 

[사언]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러니까 그…

 

공황 장애

 

아니, 그거 말고

 

소리를 질렀다고요?

 

제 아내가?

 

[극적인 음악]

 

[경찰2] 어, 왜, 왜, 왜

 

왜 그러세요?

 

[희주의 헛구역질 소리]

 

[경찰1] 속이 안 좋으세요?

 

[희주] 내려 주세요

 

[긴장되는 음악]

 

- 내려 주세요 - [손잡이 덜컹이는 소리]

 

[경찰2] 아니, 글쎄 지금 도로 한가운데서 지금…

 

[희주] 나만 내리면 괜찮아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소리치며] 내려 주세요, 제발!

 

- [경찰2의 당황한 소리] - [희주의 거친 숨소리]

 

[고조되는 음악]

 

[희주가 힘겹게] 안 되겠어요 저 좀 내려 주세요

 

내, 내려 주세요

 

[소리치며] 내려 주세요, 제발!

 

[타이어 마찰음]

 

[감성적인 음악]

 

[헛웃음]

 

왜 그렇게까지 속인 거야?

 

[희주] 당신은 없어요? 나한테 감추고 있는 거

 

[헛웃음]

 

희주 씨 대박!

 

[유리] 대통령실 들어간대요

 

[사언] 보통 입사 선물로는 뭐가 좋습니까?

 

[사언] 잘 부탁합니다

 

[도재] 놀라지 마십시오 사공육의 성별이…

 

- [사언] 여자? - [희주] 백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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